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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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6-03-02~2026-04-01
칼럼94%
행정3%
인사일반3%
  • 英, 축구장서 스타와 독서… 美 ‘재미로 책읽기’ 캠페인

    지난해 미국의 비영리기구 커먼센스미디어가 조사한 청소년들의 독서 습관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인 45%가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경우는 1년에 한두 번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진국들은 청소년들이 책과 독서에 익숙해지도록 ‘더 북 이즈 펀(The book is fun)’, 즉 책의 재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독서진흥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스포츠, 음악 등 학생들이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서적을 읽게 한 뒤 학생들과 저자들이 만날 수 있는 ‘책 읽는 챔피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립독서재단과 영국축구재단이 협력해 만든 ‘프리미어리그 책 읽기 스타’ 프로그램은 학교와 축구단을 연계한 후 청소년들이 경기장을 방문해 축구 선수가 추천해주는 도서를 읽는 과정에서 책과 친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독일은 ‘올해의 이야기꾼’이란 프로그램이 유명하다. 매년 청소년에게 책을 잘 읽어주는 작가를 선정해 발표한 뒤 이들 작가와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의 청소년 독서진흥 정책의 핵심도 ‘재미로 책읽기’(Read for the fun of it). 매년 학교나 지역 도서관 등에서 청소년이 즐겁게 책 읽을 다양한 방법을 찾아낸 뒤 이를 실행에 옮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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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교실, 기막힌 ‘책따’

    “왜 너는 책을 읽니?” 책을 펼치면 친구들의 목소리가 귀에 맴돕니다. 처음에는 ‘내가 예민한가’라고 생각도 했지요. 어쨌든 교실에서 책 보기가 꺼려집니다. 스트레스 받은 것 같아요. 단지 독서를 좋아할 뿐인데…. 중학교 때는 교실에서 책을 읽는 친구가 1, 2명은 있었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니 쉬는 시간에 교과서, 참고서 외의 책을 보는 학생이 아예 사라졌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책 보는 저를 보면 신기하게 여기고 간혹 비아냥거리고 싶은 걸까요? 서울 A고등학교에 다니는 정은영(가명·18) 양의 독백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책을 읽는 친구를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분위기까지 생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학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를 하지 않으면 따돌림을 받아 ‘닌텐도 왕따(닌따)’라는 말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것처럼 독서하는 친구를 ‘책따’시키는 모습이 생긴 것이다. “아빠가 저 대신 왕따당해 볼래요?” 회사원 박모 씨(45·경기 고양시)는 최근 중학생 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박 씨가 딸에게 “학교에서 틈틈이 독서 좀 하라”고 하자 딸이 “교실에서 책을 보면 친구들이 이상하게 본다. 왕따 된다”며 반발한 것. 옆에 있던 고등학생 아들도 거들었다. “책을 보는 것 자체가 올드패션, 즉 구닥다리처럼 여겨져 핀잔을 받게 돼요.”   ▼ 스마트폰에 빠진 청소년… “책 읽으면 이상한 아이 취급” ▼요즘 교실, 기막힌 ‘책따’이런 현상이 지역, 학교, 학생의 성적에 따라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출판전문가들은 “요즘 청소년 사이에 ‘책따’ 분위기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최근 2년 사이 상당수 청소년들이 독서 행위를 ‘찌질하게’ 생각하고 친구가 독서를 하면 장난 삼아 방해를 하는 등 책에 대한 경시 풍조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책따’ 현상마저 동아일보 취재팀이 2월 3∼6일 서울 시내 중학생 97명을 대상으로 독서할 때 친구들의 반응과 행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굳이 왜 책을 보느냐며 놀렸다’(11명), ‘굳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6명), ‘잘난 척한다며 무시한다’(5명), ‘책을 읽지 못하게 장난을 걸었다’(4명), ‘그냥 좋게 보지 않는다’(3명) 등 부정적인 대답이 30%(29명)나 됐다. 반면 ‘책 읽는 모습을 좋게 본다’,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등의 긍정적인 응답은 21%(20명)에 불과했다. ‘모른 척한다’(23명)거나 ‘책을 읽지 않아 반응을 모른다’(16명)고 답한 학생도 많았다. 이 같은 반응의 원인은 독서가 청소년 문화에서 워낙 드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쉬는 시간이나 등하교 대중교통 내에서 독서한 적이 있나’와 ‘같은 상황에서 독서하는 친구를 본 적이 있나’는 질문에 각각 70명(72%)과 65명(67%)이 ‘없다’고 답했다. 현장 교사들은 청소년들이 책을 읽을 심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서울 B고등학교의 교장은 “모든 것이 입시 위주이기 때문에 일부러 독서를 유도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며 “특히 우수한 아이들이 특목고 등으로 빠져나가 일반고 학습 분위기가 망가지면서 스스로 독서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C중학교의 한 교사는 “부모 교육, 경제력이 높은 지역은 그나마 독서 분위기가 남아 있지만 반대인 곳은 책 읽는 학생이 드물다”고 했다.○ 청소년과 책이 친해질 기회 절실 출판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매체 이용 문화가 바뀐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통계청 조사 결과 스마트폰 보급률은 36.2%(2011년)에서 81.5%(2013년)로 증가한 반면 청소년 독서율은 84.8%(2007년)에서 72.2%(2013년)로 하락했다. 책을 1년간 한 권도 읽지 않은 청소년이 4명 중 1명이나 됐다. 국내 청소년 독서진흥책이 지나치게 교육적 효과를 강조해 아이들에게 부담만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동대문구 D중학교 교사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도서관에서 발표하는 청소년 권장도서가 내용과 의미를 중시하다 보니 아이들의 흥미와 동떨어진 책인 경우가 많다”며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일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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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수 ‘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 “모두 함께, 매일, 좋아하는 책을, 그냥 읽읍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지만 최근 만난 사단법인 ‘행복한아침독서’ 한상수 이사장(50)의 열정은 10년째 변함없는 듯 보였다. 그는 2005년 3월부터 아침독서운동 보급과 함께 10년 동안 4000여 개의 학급에 도서 16만 권을 기증해 왔다. 이 운동은 1교시 시작 전 10분간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각자 원하는 책을 스스로 읽는 프로그램이다. 하루 10분에 얼마나 독서가 가능할까? “10분 만에 하루 치 독서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10분 읽다가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면 일과 중이나 집에서도 책을 읽고 TV는 덜 보고…. 그렇게 삶이 변하는 겁니다.” 이 운동은 숙제용, 입시용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기존 독서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이 책이 주는 재미를 스스로 깨치길 바란 거죠. 학교 도서관이 아닌 개별 학급에 책을 보급한 이유도 아이들 가까이 책을 두기 위한 겁니다.” 한 이사장은 기업 후원 등을 통해 이 운동을 펼쳐 왔으며 6월에는 1만여 권을 각 학급에 보낼 계획이다. 그는 이 운동이 ‘모두 함께’ ‘매일’ ‘좋아하는 책을’ ‘그냥 읽는다’는 4대 원칙을 지켜왔다고 했다. 10년 동안 아이들이 ‘아침독서 때문에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할 때가 가장 기뻤다. “10대들은 순수하고 호기심이 많아 책 읽는 것을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책을 안 읽는 것은 환경 탓이 커요. 그런 측면에서 10년을 맞는 현재가 가장 위기라고 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초중고교 아침독서 실시율은 2010년 55.4%에서 2013년 69.6%로 높아졌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이 비율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지난해 9월 실시된 9시 등교제가 확대되면서 아침독서 시행 학교가 줄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삶을 말 그대로 ‘지배’하고 있어요. 카카오톡과 게임에 정신 팔리는 차원을 넘어 사고력 자체가 저하되고 있습니다. 책 속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졌어요. 다른 게 ‘문맹’이겠습니까?” 그는 “독서 시간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책을 읽으면 대리 경험을 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요. 서울 강남에서 자라 특목고와 명문대를 나와 사회지도층이 됐는데도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 학교에서는 독서를 강조하고 스마트 기기를 배제합니다. 학생들 대부분 애플 등 실리콘밸리 임직원 자녀들인데도 말이죠.”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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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10분의 독서로 삶이 변할 수 있다고?

    진부한 표현이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지만 최근 만난 사단법인 ‘행복한아침독서’ 한상수 이사장(50)의 열정은 10년 째 변함없는 듯 보였다. 그는 2005년 3월부터 아침독서운동 보급과 함께 10년 동안 4000여개의 학급에 도서 16만권을 기증해왔다. 이 운동은 1교시 시작 전 10분 간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각자 원하는 책을 스스로 읽는 프로그램이다. 하루 10분에 얼마나 독서가 가능할까? “10분 만에 하루치 독서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10분 읽다가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면 일과 중이나 집에서도 책을 읽고 TV는 덜 보고…. 그렇게 삶이 변하는 겁니다.” 이 운동은 숙제용, 입시용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기존 독서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이 책이 주는 재미를 스스로 깨우치길 바란 거죠. 학교 도서관이 아닌 개별 학급에 책을 보급한 이유도 아이들 가까이 책을 두기 위한 겁니다.” 한 이사장은 독서 잡지 발간과 기업 후원 등을 통해 이 운동을 펼쳐 왔으며 6월에는 1만여 권을 각 학급에 보낼 계획이다. 그는 이 운동이 ‘모두 함께’ ‘매일’ ‘좋아하는 책을’ ‘그냥 읽는다’는 4대 원칙을 지켜왔다고 했다. 10년 동안 아이들이 ‘아침독서 때문에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할 때가 가장 기뻤다. “10대들은 순수하고 호기심이 많아 책 읽는 것을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책을 안 읽는 것은 환경 탓이 커요. 그런 측면에서 10년을 맞는 현재가 가장 위기라고 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초중고 아침독서 실시율은 2010년 55.4%에서 2013년 69.6%로 높아졌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이 비율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지난해 9월 실시된 9시 등교제가 확대되면서 아침독서 시행 학교가 줄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삶을 말 그대로 ‘지배’하고 있어요. 카톡과 게임에 정신 팔리는 차원을 넘어 사고력 자체가 저하되고 있습니다. 책 속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졌어요. 다른 게 ‘문맹’이겠습니까?” 그는 “독서 시간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책을 읽으면 대리경험을 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요. 서울 강남에서 자라 특목고와 명문대를 나와 사회지도층이 됐는데도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 학교에서는 독서를 강조하고 스마트 기기를 배제합니다. 학생들 대부분 애플 등 실리콘밸리 임직원 자녀들인데도 말이죠.”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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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죽음,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현실… 법의 잣대로 ‘죽음 직시하기’를 말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인 서류철을 던졌다. 180명의 유언장과 사망신고서였다. “죽음에 관한 수업을 개설했어요. 학생들에게 출석 대신 자신의 사망신고서와 유언장을 써서 제출하라고 했죠. 사망신고서, 유언장을 써봐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11일 만난 고려대 이준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9·사진)의 말이다. 그는 최근 자연사, 뇌사, 안락사, 병사, 자살, 사회적 타살, 변사, 살인, 의문사, 사형 등 13가지 죽음의 유형을 토대로 죽음과 관련된 법과 제도, 사건과 판례를 활용해 죽음을 탐구하는 책을 냈다. 책의 부제는 ‘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 왜 법의 관점에서 죽음을 연구했을까? “죽음을 키워드로 자료를 검색해보니 1000권이 넘는 책이 검색되더군요. 법과 관련된 책은 없었어요. ‘왜 그럴까’ 고민했죠. 사람들이 죽음을 너무 철학적, 종교적으로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은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예요. 자연사는 5명 중 1명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외부적 요인으로 죽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보세요. 허술한 정부의 제도, 부패한 기업이 연루된 죽음이죠.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겁니다.” 죽음이 사회적 차원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날 죽음 중 상당수는 범죄, 사고, 빈곤, 제도 미비, 비리 등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법으로 보장받아야 할 ‘사회적 사건’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병사(病死)는 개인의 죽음처럼 보이지만 의료, 복지제도와 연관이 있습니다. 자살은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왜 우울증이 생겼나’를 따져보면 사회구조와 연관됩니다. 모든 죽음에 사회적 맥락이 있는 만큼 법과 제도가 개입돼야 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검시 제도가 미흡하고 안락사 등 죽음에 대한 법제가 불충분해요. 그러다 보니 억울한 죽음이 많고 죽음을 공포,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원인이 되는 겁니다.” 국내에는 안락사를 규율하는 법 자체가 없다. 범죄로 사망하는 경우 범죄 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유족 구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정도로 죽음과 법을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현실이에요. 철학, 종교와 달리 법은 어떤 현실적인 답, 즉 행동의 기준을 줍니다. 실제적이기 때문에 논의도 가능해지죠. 안락사 문제가 생기면 매번 판례를 통해 판결이 납니다. 생명 연장이 의미 없는 환자가 의사의 도움으로 약을 처방받아 죽으면 자살방조죄로만 다뤄집니다. 죽음에 대한 논의가 초보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거죠.” 이 교수는 “죽음을 꺼내놓고 이야기해야 답이 있다”며 “자꾸 숨기고 관련법을 안 만드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음에 대해 열정적으로 답하던 그는 삶을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자살하려는 청춘이 많죠. 그들을 탓하기보다는 죽음으로 인해 얻을 해방감과 살아서 누려야 할 많은 것들을 비교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학생들이 사망신고서를 쓰면서 나이, 최종 학력, 가족관계란 등을 기입하면서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을지’를 고민하더군요. 죽음은 ‘삶에 대한 고민’인 거예요. 학생들이 쓴 사망신고서, 유언장을 10년 후 돌려줄 겁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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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현실…법의 잣대로 ‘죽음 직시하기’를 말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인 서류철을 던졌다. 180명의 유언장과 사망신고서였다. “죽음에 관한 수업을 개설했어요, 학생들에게 출석 대신 자신의 사망신고서와 유언장을 써서 제출하라고 했죠. 사망신고서, 유언장을 써봐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11일 만난 고려대 이준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49)의 말이다. 그는 최근 자연사, 뇌사, 안락사, 병사, 자살, 사회적 타살, 변사, 살인, 의문사, 사형 등 13가지 죽음의 유형을 토대로 죽음과 관련된 법과 제도, 사건과 판례를 활용해 죽음을 탐구하는 책을 냈다. 책의 부제 는 ‘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 왜 법의 관점에서 죽음을 연구했을까? “죽음을 키워드로 자료를 검색해보니 1000권이 넘는 책이 검색되더군요. 법과 관련된 책은 없었어요. ‘왜 그럴까’ 고민했죠. 사람들이 죽음을 너무 철학적, 종교적으로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은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에요. 자연사는 5명 중 1명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외부적 요인으로 죽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보세요. 허술한 정부의 제도, 부패한 기업이 연루된 죽음이죠.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겁니다.” 죽음이 사회적 차원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날 죽음 중 상당수는 범죄, 사고, 빈곤, 제도 미비, 비리 등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법으로 보장받아야 할 ‘사회적 사건’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병사(病死)는 개인의 죽음처럼 보이지만 의료, 복지제도와 연관이 있습니다. 자살은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왜 우울증이 생겼나’를 따져보면 사회구조와 연관됩니다. 모든 죽음에 사회적 맥락이 있는 만큼 법과 제도가 개입돼야 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검시제도가 미흡하고 안락사 등 죽음에 대한 법제가 불충분해요. 그러다보니 억울한 죽음이 많고 죽음을 공포,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원인이 되는 겁니다.” 국내에는 안락사를 규율하는 법 자체가 없다, 범죄로 사망하는 경우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유족 구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정도로 죽음과 법을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현실이에요. 철학, 종교와 달리 법은 어떤 현실적인 답, 즉 행동의 기준을 줍니다. 실제적이기 때문에 논의도 가능해지죠. 안락사 문제가 생기면 매번 판례를 통해 판결이 납니다. 생명연장이 의미 없는 환자가 의사의 도움으로 약을 처방받아죽으면 자살방조죄로만 다뤄집니다. 죽음에 대한 논의가 초보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거죠,” 이 교수는 “죽음을 꺼내놓고 이야기해야 답이 있다”며 “자꾸 숨기고 관련법을 안 만드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음에 대해 열정적으로 답하던 그는 삶을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자살하려는 청춘이 많죠. 그들을 탓하기보다는 죽음으로 인해 얻을 고통으로부터의 해방감과 살아서 누려야 할 많은 것들을 비교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학생들이 사망신고서를 쓰면서 나이, 최종학력, 가족관계란 등을 기입하면서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을지’를 고민하더군요. 죽음은 ‘삶에 대한 고민’인거에요. 학생들이 쓴 사망신고서, 유언장을 10년 후 돌려줄 겁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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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 아마존의 미소에 국내 출판계 바짝 긴장

    죽느냐 사느냐. 최근 출판계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글로벌 전자상거래와 정보통신기술 업계를 장악한 ‘아마존’의 국내 출판계 진출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달부터 전자상거래 부문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 “나 떨고 있냐”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아마존 본사와 한국 지사에 문의했으나 명확한 진입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형서점, 출판사 종사자 15명에게 ‘아마존 진입 시기와 파장’을 전화로 설문한 결과 이들은 ‘이르면 올해, 최소한 내년’에는 아마존이 국내 출판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전자책(e북) 분야에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내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 스토어가 국내에 설립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아마존은 2013년 인도, 브라질, 멕시코, 호주 진출을 선언하면서 킨들부터 염가로 공급했다. 킨들을 이용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책뿐 아니라 음악, 영화 등 아마존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콘텐츠 공급도 가능해진다.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가 전체 도서시장의 2% 수준(약 800억 원)에 불과해 아마존을 반기는 출판사도 적지 않았다. 독일은 아마존 진출 3년 만에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했고, 영국은 아마존 진출 2년 반 만에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과 비슷해졌다. 실제 아마존 활용 전략을 세우는 출판사들도 있다. 문학수첩 김은경 대표는 “다른 전자책 유통업체와 계약하지 않고 전자책 콘텐츠 보유량부터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사 고세규 이사는 “300페이지 책이 아닌 짧은 기간에 만들어 유통하는 100페이지 내외의 전자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종이책 시장은 예상 외로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열린책들 강무성 주간은 “아마존은 ‘박리다매’ 전략으로 진출국 출판시장을 장악했지만 한국은 도서정가제(15%로 할인율 제한)가 시행 중이라 시장 장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스24 김병희 선임팀장은 “당일 배송과 적립금 제도는 아마존에 없는 서비스라 국내업체도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독자들은 대체로 환영 출판사를 빼고 작가와 직접 계약해 책을 만드는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2013년 총 18만 종의 책을 출간했다. 이중호 미래출판전략연구소 소장은 “아마존이 인세를 최대 70%까지 주는데 국내 출판사는 15%(전자책 기준) 정도”라며 “아마존 직거래를 선호하는 작가군이 늘 수 있다”고 밝혔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도 “한국은 출판시장 규모가 작아 주요 저자 50명만 확보해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인세를 많이 주는 대신 책값을 처음부터 5000원 내외로 싸게 책정해 판매할 수 있다. 이는 도서정가제 위반이 아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아마존의 목표는 결국 수익”이라며 “시장을 장악하면 ‘팔리는 책’ 위주로 마케팅을 할 것이고 대중적이지 않은 도서는 생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 및 서점 업계의 복잡한 속내와 달리 아마존 진출이 빠를수록 좋다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회사원 김민재 씨(40)는 “아마존은 독자가 책을 사기도 전에 배달부터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자를 잘 파악한다”며 반겼다. 아마존의 ‘독자 분석시스템’은 빅데이터를 통해 검색, 구매, 성향을 파악해 일대일로 책을 추천해준다. ‘킨들 언리미티드’의 경우 약 1만 원을 내면 70만 종의 책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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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 시인, ‘찌르레기 우는 소리’를 참신하게 표현했더니…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장석남(1965~ )1찌르라기떼가 왔다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검은 새떼들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저녁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찌르라기떼 속에환한 봉분 하나 보인다2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봄 햇빛 너무 빽빽해오래 생각할 수 없지만오랜 세월이 지난 후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서 저기 울음 가파른 어느기슭가로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누군가 쌀을 안친다아궁이 앞이 환하다 화자는 들판이나 산기슭의 아궁이를 때는 집에 살고 있다. 도시의 분답을 피한 이 생활이 형편에 따라서인지 마음이 이끌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시에 적요감이 배어난다. 봄날의 이른 저녁, 아직 햇빛은 창창하지만 대기에 찬 기운이 돌기 시작할 때, ‘찌르라기떼가 왔’단다. 찌르레기 울음소리는 들어본 바 없지만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는 말이 있듯이 ‘찌르찌르찌르’ 울 것 같다. 떼로 우짖으면 자글자글 끓는 듯할 그 소리를 ‘쌀 씻어 안치는 소리’라니 참으로 그럴싸한 참신한 표현이다. 화자는 찌르레기 소리가 소란해서 하늘을 올려다봤을까, 아니면 그 소리가 멀리서 들릴 때부터 지켜봤을까. 찌르레기 떼 우짖는 소리는 점점 커지다가 점점 작아졌을 테다. 새떼들이 드리우는 한 폭의 커다란 그림자가 빠르게 다가와서 화자를 덮치고는 빠르게 지나갔을 테다. 빛과 그림자, 소란과 정적의 역동적인 대비가 현기증 날만큼 생생하다. 정적(靜的)인 묘사의 세밀함으로 시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장석남의 힘!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햇빛 속에 저물었다//저녁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찌르라기떼 속에/환한 봉분 하나 보인다’, 찌르레기는 어디 따뜻한 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돼야 우리나라에 날아드는 새다. 멀어지는 찌르레기 대열의 휜 데가 햇빛으로 환하게 둥근 것에서 ‘봉분’을 연상하다니, 화자는 아무래도 이생의 쓸쓸한 봄을 지나는 게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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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멜랑꼴리의 검은 마술 外

    멜랑꼴리의 검은 마술(맹정현 지음·책담)=우울 증세를 정신분석학적으로 심층 논의한다. 우울과 불안이 어떻게 다르며, 신경증적인 우울증과 정신병에서의 우울증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규명해 ‘현대의 흑사병’이라는 우울 증세의 본질을 탐색한다. 1만5000원.그런 깨달음은 없다(U. G. 크리슈나무르티 지음·김영사)=종교에서 깨달은 상태란 어떤 것이며, 깨달은 사람은 그 사실을 어떻게 확인할까? ‘안티 구루’로 유명한 저자는 정신적 깨달음과 득도를 강조하는 종교의 형태를 ‘형식화됐다’며 비판한다. 1만3800원.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마스다 미리 지음·이봄)=고령화시대 싱글인 마흔 살의 딸이 부모와 함께 사는 이야기다. 이 책은 어른이 된 자식이 부모님을 이해할 시간을 갖는 따듯함도 담았다. 1만 원.두 번째 벙커(한지혜 지음·시산맥사)=대청도에서 태어난 저자가 일상과 자연에서 얻은 삶의 통찰을 시로 노래한다. 시인은 1980년 월간 ‘시세계’로 등단해 갯벌문학 작가상을 받았다. 8000원.거꾸로 즐기는 1%금리(김광기 외 지음·메디치미디어)=돈 흐름이 막힌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의 좌표를 찾도록 돕는다. 투자자가 과거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실전 투자법과 수익을 조금이라도 아끼는 절세 아이디어도 알려준다. 1만6000원.합격을 부르는 스토리 자기소개서(송원이 지음·원스토리에듀)=대기업 홍보담당을 거쳐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한 저자가 입사와 대학입시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알려준다. 1만5000원.욕망수업(최인석 지음·알토란북스)=저자는 인간 스스로 제어하기 힘든 힘을 ‘욕망’이라 부른다. 탐욕, 욕심,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고 욕망 속에서 희망을 싹 틔우는 비결을 역사와 인문학에서 찾았다. 1만3000원.}

    • 20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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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이상적 부부관계는 무엇? 조선시대 일상에서 모범을 찾는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90)가 60년 이상 내조를 받은 아내를 눈물로 떠나보내는 모습. 간통죄가 폐지되자 성인나이트에 기혼 남녀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몰리는 장면. 상반된 두 장면은 부부 3쌍 중 1쌍이 헤어지는 ‘이혼 전성시대’에 결혼과 부부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마침 조선시대 부부상을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저자인 정창권 고려대 교양교직부 초빙교수(48·사진)는 조선시대 부부 모습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았다고 한다. 4일 정 교수를 만났다. “결혼해서 살아가는 데 ‘원리’나 ‘이상’이 없어졌어요. 나름의 원칙이 있으면 삶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부부생활도 중심이 서 있으면 극한상황도 극복할 수 있어요. 그 중심을 찾다 조선시대 부부를 조명하게 됐습니다.” 이 책은 각종 문헌에 드러난 조선 중기 이황 유희춘, 조선 후기 이광사 박지원 서유본 심노승 부부 등의 일상을 탐색하면서 ‘사랑법’을 찾는다. “‘조선’ 하면 남성 중심적, 권위적 부부관계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중시해 부부간에 서로 배려하고 존중한 시대였어요. 소통도 중시해 평소에도 끊임없이 편지와 시를 주고받았죠.” 퇴계 이황은 지적 장애를 가진 부인이 배가 먹고 싶어 제사상의 배를 숨기자 비난하기보다 직접 배를 깎아줬다. 아내가 흰 두루마기를 붉은 천으로 수선해도 “붉은색은 잡귀를 쫓는다”며 웃었다. 유배생활을 하게 된 미암 유희춘이 “홀로 지내면서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편지를 보내자 아내 송덕봉은 “어찌 아녀자를 위해 힘썼다고 생색이냐”며 꾸짖는 답장을 보냈다. 사별한 남편에게 보내는 ‘원이 엄마’의 편지도 눈길을 끈다. “아들 원이를 두고 요절한 남편을 그리며 쓴 ‘원이 엄마 편지’가 420년이 지난 1998년 발견됐었죠. 특이하게도 남편에게 ‘자네’라는 말을 사용했어요. 문장을 끝맺는 말투도 친구에게 쓰는 ‘∼소’ ‘∼네’예요. 부부가 동등했던 거죠.” 조선 중기 학자 오희문의 일기를 보면 “아내가 가사를 돌보지 않아 한참 입씨름을 했다”는 등 요즘 부부 싸움 중 나올 법한 상황이 연출된다. 조선 초기 남자가 처가에 들어가 사는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 풍습도 동등한 부부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야말로 장가를 ‘가는’ 것이었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삶이 척박해지고, 성리학 중심으로 사회 질서가 변하면서 부부관계가 수직화됐죠. 일제강점기 일본 특유의 가부장적 문화가 들어와 권위적인 남편이 고착화된 겁니다. 요즘에는 ‘우리 부부는 가깝다’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해요. 부부는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은근하게 포용해주는 마음을 잃었다고 봅니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부부관계는 무엇일까. “조선시대에서 가장 금실 좋은 부부들은 ‘지우(知友)’를 지향했어요. 친구, 그것도 ‘나를 알아주는’ 친구라는 겁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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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품체조, 부상 위험에 대폭 수정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시연한 늘품건강체조(늘품체조)가 부상 위험으로 대폭 수정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생활체육현장을 찾은 박 대통령은 운동복을 입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준비한 이 체조를 선보였다. 이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고, 문체부는 예산 3억여 원을 투입해 올해 이 체조를 전국에 보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늘품체조는 무리한 동작이 적지 않아 동작이 대폭 수정돼 19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문체부가 1월 산하기관인 한국스포츠개발원에 의뢰해 체육학, 운동생리학 교수, 에어로빅 전문가 등 8명의 연구진을 구성해 이 체조의 운동 효과 등을 검증한 결과다. 동아일보가 4일 확인한 늘품체조 검증 및 수정 결과에 따르면 이 체조는 기존 21개 동작 중 3개가 빠져 18개 동작으로 축소됐다. 기존 7개 동작은 부상 위험으로, 4개 동작은 운동역학과 연결성의 문제로 수정됐다. 21개 동작 중 14개(66%)가 동작이 빠졌거나 수정된 셈이다. 기존 동작을 보면 첫 동작부터 옆으로 걸으며 목을 돌리고 웨이브춤을 추듯 어깨를 움직이며 다리를 동시에 구른다. 각 동작 시작마다 2개 이상의 근육을 함께 쓰는 복합 동작이 문제가 됐다. 이에 정적 상태에서 부위 운동을 하면서 서서히 스텝을 밟게 수정했다. 검증 보완 작업에 참가한 A대 체육학과 교수는 “늘품체조는 시작 동작부터 복합 동작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부상을 입기 쉬워 국민보급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체조는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신체의 모든 근육, 관절을 다 활용하고 순환계 운동도 이뤄지도록 만들어져야 하는데 늘품체조는 순환계 중심으로 구성된 것도 한계”라고 말했다. 늘품체조가 국민보급 체조로 채택된 과정도 허술했다. 이 체조는 미스코리아 출신 정모 씨와 아이돌 안무가 등 3인이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0일 문체부에 직접 연락했으며 열흘 뒤 문체부 관계자를 만나 시연회를 가졌다.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11월 26일 ‘문화가 있는 날’에 박 대통령이 시연한 것. ‘검증→국민체조 결정→보급’이란 상식적 절차가 아닌 ‘공개→대통령 시연→보급 결정→검증’ 순으로 거꾸로 추진됐다. 더구나 문체부는 지난해 6∼12월 국민생활체육회, 한국스포츠개발원, 민간 전문가들을 모아 국민건강체조(일명 코리아체조)를 2억 원을 들여 개발 중이었다. 코리아체조 개발 관계자는 “테스트까지 마친 체조가 있는데 왜 갑자기 늘품체조를 도입했는지 모르겠다. 이중으로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코리아체조를 추진했던 체육진흥과장도 올 초 교체됐다. 늘품체조 채택 과정의 문제는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도 거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어떻게 일반인이 문체부에 전화를 건 후 불과 한 달 만에 기존에 추진되던 코리아체조를 밀어내고 채택될 수 있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문체부는 “코리아체조가 정적이어서 보다 역동적인 늘품체조를 함께 보급하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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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甲의 횡포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乙의 몸부림인가

    회사원 박모 씨(37)는 직장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잠자기 전 읽기만 해도 나쁜 기분이 사라지는 마음의 법칙 26’을 자주 펼친다. 이른바 ‘갑을 관계’의 대처법을 다룬 이 책의 내용인 ‘주운 막대기의 법칙’(사진)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주운 막대기의 법칙’은 남자아이가 막대기를 주우면 장난삼아 마구 휘두르듯, ‘을’에 놓인 사람을 별 생각 없이 공격하는 ‘갑’을 비꼬면서, 아이를 대하듯 갑에 대해 웃어넘기라는 내용이다. 박 씨는 “인간관계, 특히 윗사람과의 관계가 항상 쉽지 않다”면서 “이런 고민으로 마음이 답답해질 때마다 책을 펼친다”고 말한다. 박 씨처럼 직장 상사나 고객 등 ‘갑’에 대한 ‘을’의 관계 맺기에서 오는 문제점과 대처 방법을 다룬 책들이 요즘 인기다. 출판계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 말 발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2)의 ‘땅콩 회항’ 이후 이런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동아일보는 3일 교보문고와 함께 갑에 대처하는 을의 태도, 수직관계 대처법 같은 인간관계를 다룬 서적 판매량을 비교했다. ‘땅콩 회항’ 논란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전후 두 달간이 비교 기간이었다. 조사 결과 이런 책들의 판매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상사와의 갈등 대처법 등을 다룬 ‘당신 없는 회사에 가고 싶다’는 땅콩 회항 논란 이후 279.2%, 상대방에 대한 감정 조절을 제시한 ‘욱하는 성질 죽이기’는 196.2%가 증가했다. ‘잠자기 전…’은 46%, 갑을 문화와 사회적 모순을 다룬 ‘갑을의 나라’도 36% 늘었다. ‘잠자기 전…’을 낸 인빅투스출판사의 김성한 편집자는 “특히 땅콩 회황 이후 베스트셀러 순위가 5계단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내 마음 다치지 않게’, ‘쎈 놈 vs 약한 분’, ‘관계 수업’, ‘나를 미치게 만드는 사람들’ 등 인간관계 대처법 관련 책들도 올 들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이 책들은 ‘갑과 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람 때문에 매일 괴로운 당신을 위한’, ‘비뚤어진 마음에 상처를 받지 마라’ 등의 부제를 달고 있을 정도로 인간관계 대처에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교보문고 자기계발 베스트셀러 20위 순위(2월 넷째 주 기준)에는 ‘미움 받을 용기’(1위),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6위), ‘상처받을 용기’(9위), ‘잠자기 전…’(10위), ‘관계 수업’(12위), ‘욱하는 성질 죽이기’(14위), ‘보이지 않는 심리’(16위) 등 인간관계에 초점을 둔 책들이 주축을 이룬다. ‘쎈 놈 vs 약한 분’을 낸 휴먼큐브 출판사의 황상욱 대표는 “1월에 책을 출간했는데 2쇄까지 다 판매됐다”며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놈’이 되기보다는 ‘분’이 돼야 한다는 내용에 독자가 호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 수업’의 흐름출판 김세원 편집장도 “책 내용 일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더니 빠른 속도로 퍼졌다”며 “책 광고를 전혀 안했는데 한 달 만에 5쇄까지 찍었다”고 말했다. 과거 자기계발서가 ‘∼해라’ 식의 조언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을 성장시키는 내용이 자기계발서의 추세라고 출판계는 설명한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를 발간한 센추리원 출판사 신성식 편집장은 “인간관계에 대한 매뉴얼을 알려주는 책이 호응을 얻는다는 것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게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반증”이라며 “한동안 호응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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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평균 4.2% 내리고, 초등참고서는 3.8% 올랐다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새 도서정가제는 한동안 ‘제2의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소비자들은 “책값마저 올린다”고 비판했고, 정부는 “거품이 빠져 책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21일 시행된 새 도서정가제가 2일로 도입 100일을 맞았다. 그 사이 책값은 어떻게 변했을까.○ 신간 가격은 4.2% 하락 문화체육관광부가 새 정가제 시행 후부터 올해 2월 25일 사이 발간된 신간 단행본(1만7347종)을 전수 조사한 결과 권당 평균 소비자가(정가)는 1만8648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에 출간된 신간 평균(1만9456원)보다 4.2% 하락했다. 평균 900원가량 책값이 내린 셈이다. 가격 거품이 많았거나 가격을 낮추면 독자 증가가 용이한 자기계발, 아동 등 분야의 책은 가격이 2.3∼22.2% 내렸다. 반면 ‘살 사람만 사는’ 분야로 통하는 인문, 역사, 경제 분야는 1.8∼20.8% 올랐다(표 참조). 전문가들은 새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출판계에 가격 거품을 빼는 분위기는 확실히 생겼다고 평가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독자층이 넓은 신간은 2000원 정도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초등학교 학습서를 내는 대표적인 출판사 4곳의 참고서 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2학기 대비 가격이 3.8%로 증가했다. 교육서는 가격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측됐지만 종이 가격, 저작권료 인상 등 다양한 이유로 가격이 올라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새 정가제에는 18개월이 지난 구간(舊刊)의 가격을 다시 정할 수 있는 ‘재정가제도’가 포함됐다. 새 정가제 시행 후 시리즈물을 포함한 5003종이 가격 재조정을 거쳤고 평균 가격(4만6356원)이 54.8% 하락했다. 하지만 전집류가 68.7%에 달하는 등 읽을 만한 양서가 부족했다. ○ 향후 6개월에 정책 성패 드러날 것 문체부는 “새 정가제가 연착륙했다”고 평했지만 현장 평가는 온도 차가 조금 있었다. 동아일보가 출판사 대표, 대형 서점과 지역 서점 관계자, 도서 물류업자, 출판전문가 등 출판 관련 종사자 12명을 대상으로 ‘새 정가제 평가 및 만족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10점 기준에 7점으로 나타났다. 연착륙으로 보기엔 아직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이다. 중견 출판사 A 대표는 “지난해 1, 2월에 비해 매출이 40% 정도 떨어졌다”며 “책을 저렴하게 사려는 소비자군이 아예 서점을 방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 정가제의 틈새를 파고드는 편법 탓에 시행령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B출판사 대표는 “할인이 제한되기 때문에 책을 산 독자에게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많이 한다”며 “말이 추첨이지 응모자 모두에게 경품을 주는 편법”이라고 말했다. 지역 서점은 살아났을까? 25개 지역 서점 중 15개 서점은 매출 변화가 없었다. 9개 서점만 매출이 7% 내외로 증가했다. 중소서점 모임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성미희 총괄실장은 “책값 안정화와 별도로 출판계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는 새 정가제 시행 이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6개월은 더 지켜봐야 새 정가제의 성패가 드러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출판인회의 윤철호 회장은 “아직 단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바뀐 환경에 맞게 가격보다는 가치로 승부하겠다는 출판계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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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정가제 도입 100일, 신간 가격 4.2% 하락…서점 활성화는?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새 도서정가제는 한동안 ‘제2의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소비자들은 “책값마저 올린다”고 비판했고, 정부는 “거품이 빠져 책 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21일 시행된 새 도서정가제가 2일로 도입 100일을 맞았다. 그 사이 책값은 어떻게 변했을까?●신간 가격은 4.2% 하락 문화체육관광부가 단통법 시행 후부터 올해 2월 25일 사이 발간된 신간 단행본(1만7347종)을 전수 조사한 결과 1권 당 평균 소비자가(정가)는 1만8648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에 출간된 신간 평균(1만 9457원)보다 4.2% 하락했다. 평균 900원 가량 책값이 내린 셈이다. 아동 과학 자기계발 분야 책은 가격이 2.3~22.2% 내린 반면, 인문 소설 역사 분야 책은 1.8~20.8% 가량 상승했다(표 참조). 가격이 내린 책은 그동안 가격 거품이 많았거나 독자층이 넓은 분야다. 반면 가격이 오른 책은 독자층이 좁아 1쇄(약 1500부)도 팔릴까 말까한 책들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새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출판계에 가격 거품을 빼는 분위기는 확실히 생겼다고 평가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독자층이 넓은 신간은 2000원 정도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초등학교 학습서를 내는 대표적인 출판사 4곳의 참고서 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2학기 대비 가격이 3.8%로 증가했다. 교육서는 가격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측됐지만 종이 값, 저작권료 인상 등 다양한 이유로 가격이 올라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새 정가제에는 18개월이 지난 구간(舊刊)의 가격을 다시 정할 수 있는 ‘재정가제도’가 포함됐다. 새 정가제 시행 후 시리즈물을 포함한 5003종이 가격 재조정을 거쳤고 평균 가격(4만6356원)이 54.8% 하락했다. 하지만 전집류가 68.7%에 달하는 등 읽을 만한 양서가 부족했다. ●정부는 “연착륙” VS 현장 “아직 70점” 문체부는 “새 정가제가 연착륙했다”고 평했지만 현장 평가는 온도차가 조금 있었다. 동아일보가 출판사 대표, 대형서점과 지역서점 관계자, 도서 물류업자, 출판전문가 등 출판 관련 종사자 12명을 대상으로 ‘새 정가제 평가 및 만족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10점 기준으로 7점으로 나타났다. 연착륙했다고 보기에 다소 미흡하다는 평이었다. 중견출판사 A 대표는 “지난해 1, 2월에 비해 매출이 40% 정도 떨어졌다”며 “책을 저렴하게 사려는 소비자군이 아예 서점을 방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 정가제의 틈새를 파고드는 편법 탓에 시행령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B출판사 대표는 “할인이 제한되기 때문에 책을 산 독자에게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많이 한다”며 “말이 추첨이지 응모자 모두에게 경품을 주는 편법”이라고 말했다. 지역서점은 살아났을까? 25개 지역 서점 중 15개 서점은 매출 변화가 없었다. 9개 서점만 매출이 7% 내외로 증가했다. 향후 6개월은 더 지켜봐야 새 정가제의 성패가 드러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출판인회의 윤철호 회장은 “아직 단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바뀐 환경에 맞게 가격보다는 가치로 승부하겠다는 출판계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윤종기자 zozo@donga.com}

    •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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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 내놓으라지만 취업알선 미끼로 징모한 게 日 책임”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의 보수 세력은 조선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제연행’ 증거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총검을 앞세워서 여성을 끌고 가는 것만이 위안부 동원이 아닙니다. 취업 알선과 인신매매로 조선 여성을 징모(徵募)해 간 것 역시 일본 정부의 책임이자 식민지배 폭력성을 드러내는 겁니다.” 20년 넘게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위안소 제도를 연구해온 윤명숙 충남대 국가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53·사진)을 26일 만났다. 윤 연구원은 도쿄외국어대를 거쳐 일본 히토쓰바시대 석·박사과정 9년 동안 문헌자료와 위안부 피해자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소 제도를 연구했다. 이를 집대성해 일본에서 출간한 ‘조선인 군 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 제도’(2003년)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윤 연구원에 따르면 군인이 여성을 끌고 가는 것은 주로 점령지에서 발생했다. ‘식민지’였던 한국에서는 공창제, 소개업 등을 응용한 ‘일본군→군 선정업자→중간 징모업자→지역 징모업자’로 내려오는 피라미드 형태의 징모 시스템이 이용됐다. 그는 “군이 여성을 공급할 업자를 선정하거나 총독부 경무국 등을 통해 지역 경찰에 지시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선은 전 인구의 80%가 농촌 인구였고 전 농가의 70%가 빈농이었죠. 군 위안부 징모 대상을 보면 농촌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즉, 생계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한 여성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직업 알선, 취업이라는 거짓말로 조선 여성을 징모한 거예요. 군 위안부 징모였던 만큼 그 책임은 당연히 징모를 정책적으로 주도한 일본 정부에 있는 겁니다.” 일본 우익들이 군 위안부를 징모하는 과정에 일부 조선인들이 개입됐다며 책임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윤 연구원은 비판했다. 말단이나 중간의 조선인 업자보다는 징모 제도를 만들어 운영한 징집의 주체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피해 여성은 위안소에 간다는 걸 모르는 상황에서 응했다가 원치 않은 성폭력을 당하게 됐다. 윤 연구원이 위안부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1년.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1924∼1997)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일본의 각종 문헌자료를 통해 위안소 제도의 실태를 분석했다. 책에서는 조선인 군 위안부 형성 과정부터 군 위안소 정책과 관련된 일본 정부, 군의 감독 실태, 접객업 동향, 군 위안소 관련 업자, 징모업자 출현 요인 등을 세밀히 제시했다. “조선총독부에서 남긴 군이나 위안부 관련 자료는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군 위안부가 국제법에 저촉되는 것을 당시 일본 정부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패전 직후 대량 소각한 겁니다. 일본 우익들은 강제연행을 증명할 자료를 내놓으라는데, 자료를 남겨 놓지 않은 책임 역시 일본 정부에 있어요.” 윤 연구원은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일본 식민주의, 폭력성 등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내각이 수립된 후 위안부를 부정하는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1990년대 초반으로 후퇴한 것 같습니다. 한일 과거사 청산은 군 위안부를 비롯해 사할린 징용, 조선인 원폭 피해 등 많은 문제가 남아있어요. 식민시대 연구가 더욱 활성화돼야 합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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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성형, 좋다-나쁘다 이런 이분법적 시각서 벗어나야 본질 볼 수 있어”

    “친구가 성형으로 예뻐진 후 나보다 더 나은 조건과 위치에서 취업, 연애, 나아가 결혼까지 성공하는 걸 보면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말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말 그대로 ‘성형 전성시대’. 버스를 타면 ‘이번 정류장에 내리시면 ○○성형외과가 있습니다’란 광고가 도배된다. 성형을 받기 위해 출연자가 경쟁하는 TV 프로그램까지 방영된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성형왕국’이 된 본질적인 이유를 탐구한다. 25일 만난 저자 태희원 씨(43·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교육사업팀장·사진)는 1920년대 개화기 서구적 외모에 대한 열망에서 시작된 미용 담론부터 성형의 부작용을 불법 ‘야매’ 성형 탓으로 돌리면서 권위를 얻어간 성형외과 발전기, 성형 비난이 여성에게 이동되는 시기 등 국내 성형 역사를 탐구했다. 나아가 성형외과 의사, 간호사, 상담실장, 성형 경험자 등 5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해 성형산업의 그물망을 분석했다. “외모 강박 청소년들의 ‘용모 중심적 사고’를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에 연구원 신분으로 참여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막연히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식의 희망적 메시지만을 줘서 설득이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외모 중심 사회를 가능케 하는 성형산업의 실태를 제대로 분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 과정은 쉽지 않았다. “40대 여성 모임에도 성형은 빠지지 않는 수다 주제였어요. 하지만 잘 이야기하다가 ‘연구를 위한 인터뷰’라고 밝히면 다들 어색해하고 이야기를 안 합니다. 성형외과 의사들과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가 취소당하기도 했고요.” 성형이 핸드백을 사는 것처럼 일상화됐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태 씨는 성형에 대해 ‘좋다’, ‘나쁘다’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본질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형수술이 외모 변화를 통해 더 나은 자아를 찾는다는 긍정적 자기 계발이 됐지요. 반면 성형 여성을 허영덩어리, 성형중독자로 비판하는 시각도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합니다. 그 중간, 즉 성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렛미인’과 성형중독 폐해를 대변하는 ‘선풍기 아줌마’ 담론의 중간을 이야기해야 해요.” 그 중간이란 성형 여성부터 성형전문의, 성형기술 발달, 성형상담과 성형광고 등 성형산업의 복잡한 그물망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요즘 성형시장에서 가장 힘센 주체는 의사가 아닌 환자, 즉 여성입니다. 내가 성형을 소비한다고 생각하죠. 이에 의사들은 ‘너희의 고통을 이해한다’며 고민을 공감하고 구원해 주는 존재가 되고 있어요. 성형산업의 복잡한 그물망 탓에 성형이 합리적 소비로 강조되면서 성형의 위험성까지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 ‘성형 바로보기’가 필요하다고 태 씨는 강조했다. “유행하는 쌍꺼풀 모양이 계속 바뀌고 있죠? 성형이 몸을 통한 자기 계발이 됐는데 몸의 기준이 계속 변해요. 쌍꺼풀 유행에서 앞트임, 뒤트임으로 변한 것처럼 말이지요. 몸을 만든다는 것이 사회적 규범이 돼 그걸 모두가 따라 하는데 그 기준이 성형 유행에 따라 달라지면 개인, 나아가 사회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이제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성형산업의 모든 종사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성형의 여러 지점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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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는 주제 개성있는 편집, 독립출판의 모든 것

    국내 독립출판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은 소규모 비주류 출판문화인 독립출판의 현황과 흐름을 조명하는 ‘도서관, 독립출판, 열람실’전을 25일 개최했다. ‘독립출판’이란 상업적 목적에서 벗어나 1∼5명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주제로 책을 내고 독자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전시되는 잡지 ‘66100’의 경우 옷 사이즈가 여자 66, 남자 100을 넘으면 뚱뚱하다고 보는 편향된 미의 기준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동네 서점에 자신의 책을 배달한다. 독립출판은 6, 7년 전부터 시작돼 성장 중이며 기성 출판이 담지 못한 독특한 감성이나 가치관으로 문화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문화, 예술, 문학, 사진 등 내용별 10개 섹션으로 나눈 400여 종 600여 권에 이르는 독립출판 서적이 전시된다. 3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현장 독립출판인이 출판 경험을 관람객과 공유하는 토크쇼도 열린다. 대한민국 청춘들의 내면을 담은 잡지 ‘월간 잉여’ 최서윤 편집장, 독립서점 ‘스토리지 북앤필름’ 운영자 강영규 씨 등이 강연한다. 다음 달 31일까지.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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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의 지름길 웜홀, 언젠가 인류가 만들 날 올겁니다”

    《 빛이 블랙홀 주변을 지날 때 구부러지는 ‘중력렌즈 효과’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국내에서 100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인터스텔라’ 속의 우주는 진짜처럼 보인다. 탄탄한 이론물리학을 토대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못지않게 책임프로듀서 킵 손(Kip Thorne)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75)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 많다. 영화의 과학부문 자문역을 맡은 그는 스티븐 호킹 박사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서로 다른 두 시공간을 잇는 우주의 지름길, 웜홀(wormhole)과 시간여행의 조건 및 가능성을 논문과 저술을 통해 제시해 왔다. 저서 ‘인터스텔라의 과학’(까치·사진)도 올 초 국내에 발간됐다. 24일 그와 국내 언론 중 최초로 이메일 인터뷰했다. 근황부터 물었다. 》“인생을 즐겨야죠. 하하. 아내와 스키 타고, 스쿠버다이빙을 합니다. 일도 열심히! 두 권의 책을 집필 중이고 또 다른 영화 작업도 돕고 있어요. 5월 서울디지털포럼 강연을 위해 한국도 방문할 계획입니다.”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그가 이론 연구를 넘어 영화 작업에서 자문역을 맡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과학을 교육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일입니다.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난제를 해결할 힘이 과학에 있죠. 영화, 소설 등은 과학을 교육시킬 강력한 수단이에요.” 영화 속 주인공은 토성 근처 웜홀을 이용해 또 다른 은하계로 이동한다. 우주의 지름길 웜홀은 강한 중력이 작용해 멀리 떨어진 두 공간을 휘어지게 만들어 두 공간 사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한다. “현재의 물리학 법칙으로는 웜홀의 존재가 인정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웜홀이 존재할 수 있다는 몇몇 이론적 증거가 있어요.” 그는 웜홀이 자연적으로 생겨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초고도 문명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웜홀을 가능케 하는 물리법칙이 발견된다는 전제하에 언젠가 인류가 웜홀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먼 미래일 겁니다. 수천 년, 아니 수만 년 후는 돼야…. 기술적 어려움 때문이죠.” 그의 이론에 따르면 웜홀 속에서 시간여행도 가능하다. “영화 속 주인공 쿠퍼와 로봇 타스가 5차원에 들어가고 특이점을 이용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 과정의 물리법칙이 판명된다면 시간여행의 비밀을 풀 수 있어요. 타임머신이 만들어져도, 작동되는 순간 폭발하고, 그래서 시간여행을 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입니다. 하지만 폭발이 일어나도 시간여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푸는 열쇠가 바로 ‘양자중력(quantum gravity) 법칙’입니다.” 수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통일된 이론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물질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양자 역학과 중력을 설명하는 상대성이론을 결합한 양자중력 이론이다.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영화 속에서 쿠퍼가 과거의 딸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해도 과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요. 무언가가 항상 개입해 과거를 바꾸는 것을 막을 겁니다. 그 무언가는 바로 ‘노비코프의 자체 일관성 원리’입니다.” 이 원리는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가서 아버지를 죽일 경우 자신이 태어나지 않아 과거로도 갈 수 없다는 역설이론이다. 킵 손 교수는 외계인의 존재를 다룬 영화 ‘콘택트’ 제작 때도 자문역을 맡았다. “광대한 우주를 볼 때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에요. 인류보다 기술적으로 진보된 문명이 있을 겁니다. 다만 행성 간 거리가 너무 멀어 향후 수세기 동안 인류가 외계 문명을 만나는 상황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아요.” 과학소설을 읽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는 그는 한국 학생들에게 영감을 줄 과학소설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낯선 땅 이방인(Stranger in a Strange Land)’,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3부작(The Foundation Trilogy)’을 추천했다. 공동으로 연구 및 작업을 해온 스티븐 호킹, 칼 세이건 교수, 놀런 감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호킹이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은 큰 영감을 줍니다. 세이건은 행성과학, 우주생물학 분야 연구의 기반을 마련했어요. 놀런의 경우 영화의 모든 부분을 치열하게 컨트롤하는 게 장점이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웜홀, 블랙홀 등 우주의 비밀을 풀 가능성은 미래세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고민되던 우주의 비밀은 항상 우리가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이 드러나면서 풀렸어요. 다음 세대에서는 더 많은 우주의 비밀이 풀릴 겁니다. 젊은 과학자들의 멘토 역할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들을 통해 우주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더 넓히고 싶습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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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인터스텔라’ 자문 천재과학자 킵 손 “웜홀 존재 증거있다”

    빛이 블랙홀 주변을 지날 때 구부러지는 ‘중력렌즈 효과’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국내에서 천만 명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인터스텔라’ 속의 우주는 진짜처럼 보인다. 탄탄한 이론물리학을 토대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못지않게 책임프로듀서 킵 손(Kip Thorne)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명예교수(75)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다. 영화의 과학적 자문을 맡은 그는 스티븐 호킹 박사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서로 다른 두 시공간을 잇는 우주의 지름길, 웜홀(worm hole)과 시간여행의 조건과 가능성을 논문과 저술을 통해 제시해왔다. 저서 ‘인터스텔라의 과학’(까치)도 올 초 국내에 발간됐다. 24일 그를 국내 언론에서는 최초로 이메일 인터뷰했다. 근황부터 물었다. “인생을 즐겨야죠. 하하. 아내와 스키타고, 스쿠버다이빙을 합니다. 일도 열심히! 두 권의 책을 집필 중이고 또 다른 영화 작업도 돕고 있어요. 5월 서울디지털포럼 강연을 위해 한국도 방문할 계획입니다.”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그가 이론 연구를 넘어 영화 자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사람들에게 과학을 교육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일입니다.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난제를 해결할 힘이 과학에 있죠. 영화, 소설 등은 과학을 교육시킬 강력한 수단이에요.”영화 속 주인공은 토성 근처 웜홀을 이용해 또 다른 은하계로 이동한다. 우주의 지름길 웜홀은 강한 중력이 작용해 멀리 떨어진 두 공간을 휘어지게 만들어 두 공간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한다. “현재의 물리학 법칙으로는 웜홀의 존재가 인정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웜홀이 존재할 수 있다는 몇몇 이론적 증거가 있어요.” 그는 웜홀이 자연적으로 생겨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초고도 문명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웜홀을 가능케 하는 물리법칙이 발견된다는 전제 하에 언젠가 인류가 웜홀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먼 미래일 겁니다. 수천 년, 아니 수 만 년 후는 돼야…. 기술적 어려움 때문이죠.” 그의 이론에 따르면 웜홀 속에서 시간여행도 가능하다. “영화 속 주인공 쿠퍼와 로봇 타스가 5차원에 들어가고 특이점을 이용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 과정의 물리법칙이 판명된다면 시간여행의 비밀을 풀 수 있어요. 타임머신이 만들어져도, 작동되는 순간 폭발하고, 그래서 시간여행을 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이 지금까지 연구입니다. 하지만 폭발이 일어나도 시간여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풀는 열쇠가 바로 ‘양자중력(quantum gravity) 이론’입니다.” 수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통일된 이론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물질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양자 역학과 중력을 설명하는 상대성이론을 결합한 양자중력 이론이다.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영화 속에서 쿠퍼가 과거의 딸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해도 과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요. 무언가가 항상 개입해 과거를 바꾸는 것을 막을 겁니다. 그 무언가는 바로 ‘노비코브의 자기 일관성 원리’입니다.” 이 원리는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가서 아버지를 죽일 경우 자신이 태어나지 않아 과거로도 갈 수 없다는 모순이론이다. 킵손 교수는 외계인의 존재를 다룬 영화 ‘컨택트’도 자문했다. “광대한 우주를 볼 때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에요. 인류보다 기술적으로 진보된 문명이 있을 겁니다. 다만 행성 간 거리가 너무 멀어 향후 수세기 동안 인류가 또 다른 문명을 만나는 상황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아요,” 과학소설을 읽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는 그는 한국 학생들에게 영감을 줄 과학소설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낯선 곳의 낯선 사람(Stranger in a Strange Land)’,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3부작(The Foundation Trilogy)’를 추천했다. 공동연구, 작업을 해온 스티븐 호킹, 칼 세이건 교수, 놀란 감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호킹이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은 큰 영감을 줬어요. 세이건은 행성과학, 우주생물학 분야 연구의 기반을 마련했어요. 놀란의 경우 영화의 모든 부분을 치열하게 컨트롤하는 게 장점이구요.” 그는 마지막으로 웜홀, 블랙홀 등 우주의 비밀을 풀 가능성은 미래세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 간 고민되던 우주의 비밀은 항상 우리가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이 드러나면서 풀렸어요. 다음 세대에서는 더 많은 우주의 비밀이 풀릴 겁니다. 젊은 과학자들 멘토 역할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들을 통해 우주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더 넓히고 싶습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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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직원을 공무원으로”… 특별법 논란

    여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아특법)의 2월 국회 통과 마지노선인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처리를 앞두고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운영 주체를 공무원으로 할지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의 9월 개관을 위해 2월 국회에서 아특법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원내대표부가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24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할 방침이다. 아특법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터에 건립된 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문화도시 건립을 목표로 하는 법. 운영 주체를 일부 공무원 조직으로 규정한 아특법 개정안이 이달 처리되기 위해선 24일 교문위 전체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당의 핵심 텃밭인 광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안 통과에 승부를 걸고 있다. 문제는 운영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는 점이다. 아특법 개정안은 아시아전당 ‘운영의 일부’를 법인에 위탁할 수 있고 이를 위탁받는 기관에 국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공무원이 운영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새정치연합의 안과 “운영 주체가 민간법인 형태여야 한다”는 새누리당 주장이 절충된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아시아전당이 국가기관 소속으로 규정된 원안을 근거로 공무원 조직을 밀어붙였다. 그 속내는 처음부터 민간법인으로 운영하면 재정난에 빠져 존립이 어려울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아특법 개정안을 합의해 주고서도 ‘국가가 운영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교문위 전체회의 상정을 거부해 갈등을 빚고 있다. 2006년 국회를 통과한 아특법 원안에는 운영주체로 공무원 조직을 상정하지 않았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야당 의원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건립까지 10년간은 정부가 2조 원을 주고 그 후 재단법인화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의 뜻을 받아줘 사달이 난 셈이다. 교문위 새누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통화에서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도 반대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부처 간 조율이 됐다고 하는 바람에 난리가 났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정부 예산으로만 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새정치연합 측이 수정안을 만들지 않는다면) 내일(24일) 상정은 없다”고 밝혔다. 문체부 소속 및 산하 예술기관 단체 가운데 직원이 일반 공무원 신분인 곳은 문체부 직속기관인 국립극장과 국립국악원 직원뿐이다. 두 단체의 기관장은 계약직 공무원 신분이다. 이들을 제외하고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등 문체부 산하 예술기관과 단체는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민동용 mindy@donga.com·이현수·김윤종 기자}

    •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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