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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감방 안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며 지난주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던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이번에는 치과와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며 재판을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등의 재판에서 최 씨는 몸 상태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원래 뼈와 허리가 안 좋았는데 아직도 (아프다)”라고 답했다. 최 씨는 지난 재판 기일인 5일 ‘어지럼증으로 방에서 넘어져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 요추와 꼬리뼈를 다쳤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불출석했다. 이어 최 씨는 “15일에 그동안 미뤘던 치과와 정신과 치료를 같이 받고 싶다”며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비리) 재판에서도 양해를 구해서 일정을 뺀 적이 있는데 당일 오전 재판 일정을 조정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다른 날짜로 진료 일정을 바꿀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최 씨는 “담당 의사가 목요일에만 구치소에 와서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검찰이 “구치소에 확인해보니 이번 주 목요일 치과 예약은 수요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고 밝히면서 최 씨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는 이날 검찰에 다시 소환됐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9일 만이다. 정 씨는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출석했다. 흰색 승합차량을 타고 온 정 씨는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서울중앙지검 청사 주변을 두 바퀴가량 돌았다. 차에서 내린 뒤에도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대기 중인 취재진의 등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회색 면 티셔츠에 모자를 눌러 쓴 정 씨는 “(검찰에서) 자세한 얘기는 못 들었다. 죄송하다”고 말한 뒤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최 씨 모녀의 독일 재산 현황 및 취득 과정 등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아 실제 구속영장 재청구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김민 kimmin@donga.com·전주영 기자}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잘못 처리했다는 이유로 문책성 좌천을 당한 유상범 창원지검장(51·사법연수원 21기·사진)이 9일 사건 재조사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 지검장은 이날 오후 창원지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오해와 편견이 크더라도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또 “비록 이렇게 떠나지만 결코 부끄러움 없이 사건을 처리하고자 노력했기에 의연함과 당당함을 잃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유 지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윤회 문건’ 사건은 재조사를 해도 문제 될 일이 없다. 재조사가 이뤄져 명예를 회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 사건을 문제 삼아 좌천성 인사 발령까지 낸 이상 재조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자고 요구한 것이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앞서 지난달 12일 “국정 농단 사건의 출발은 정윤회 문건”이라며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가 8일 단행한 검찰 간부 인사에서 좌천당한 6명 중 유 지검장과 정수봉 대검찰청 범정기획관(51·25기)은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정윤회 문건’ 사건 수사 당시 유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정 기획관은 형사1부장으로 수사를 주도했다. 이번 인사에서 유 지검장은 광주고검 차장으로, 정 전 기획관은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이 났다. 두 사람은 재조사가 끝난 뒤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좌천성 인사를 당한 뒤 사표를 제출한 고검장,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 4명의 퇴임식도 9일 열렸다. 정점식 전 대검 공안부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옛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과 송두율 교수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본인이 좌천된 이유로 거론되는 통진당 해산 사건을 언급하며 인사에 대한 불만을 완곡하게 표시한 것이다. 정 전 부장은 “지난 70여 년 검찰 공안부는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해 범죄와 싸웠다”며 정통 공안 검사로서 자부심도 드러냈다.배석준 eulius@donga.com·김민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이 법정에서 “심장이 언제 멎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다”며 재판부에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 전 실장은 “심장이 뛰고 있는 동안은 문제가 없지만 가끔 흉통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한 번 밖에 나가 검사를 했지만 그 뒤에는 (구치소 측이 외부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정장 차림이던 평소와 달리 이날은 구치소 병동 환자복을 입고 법정에 나타났다. 재판부가 환자복을 입은 이유를 묻자 김 전 실장은 “그럴 권리가 있어서 늘 사복을 입었는데, 옷을 갈아입을 때 기력이 없어 쓰러지고 중심을 잃는다. 너무 불편해서 환자복 그대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26일 재판부에 건강 문제로 보석을 청구한 상태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는 이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를 찾아갔지만 구치소 측이 면회를 금지해 어머니 최 씨를 만나지 못했다. 구치소 측은 “최 씨 모녀가 이화여대 부정 입학, 학사비리 혐의 등의 공범이어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면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에서 두문불출하다 6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정 씨는 면회를 금지 당한 소감을 묻자 “속상해요”라고 짧게 답했다. 정 씨의 변호인단은 구치소 접견 불허에 대해 “또다시 면회를 막으면 정식으로 문제 삼겠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덴마크에서 정 씨의 아들을 돌보다 귀국한 60대 보모를 참고인으로 불러 정 씨의 덴마크 도피 과정 및 자금 출처 등을 조사했다.김민 kimmin@donga.com·전주영 기자}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구속 기소·사진)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8일 문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61)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문 전 장관이 2015년 6월 조모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에게 사실상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하도록 지시한 점을 사실로 인정했다. 또 문 전 장관이 같은 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국민연금에서 중요 안건을 다루는 전문위원회 대신 투자위원회가 맡도록 하고, 합병 찬성 의결을 지시한 것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연금 분야 전문가로서 국민연금공단의 기금 운용 독립성을 침해하고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홍 전 본부장은 투자위원회 개최 전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수치 조작을 지시하고, 일부 위원에게 합병 찬성을 권유해 국민연금기금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가 유죄로 인정돼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 전 장관 등이 이런 일을 한 배경에 삼성의 청탁이 있었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등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피고인은 전직 대통령이기 이전에 66세(만 65세)의 연약한 여자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변호인 이상철 변호사(59·사법연수원 14기)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의 건강 문제를 감안해 주 4회 재판 진행 방침을 철회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간을 끈다거나 부당한 이의 제기라고 여길 수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주 4회 재판은 피고인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구치소 생활로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픈 증세가 재발해 주 4회 출석해 하루 종일 피고인석에 오래 앉는 것 자체를 체력 면에서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이기도 하지만 전직 국가원수”라며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지만 국민 과반수의 지지로 일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라 최고의 업적을 쌓은 우리 모두의 영원한 전직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과를 떠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위 유지를 할 수 있는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일 장시간 재판이 이어지면서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박 전 대통령은 재판 초반과 달리 법정에서 주의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5일 오전 재판에서는 고개를 숙이거나 턱을 괸 채 눈을 감고 있더니, 같은 날 오후에는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렸다가 지우며 딴청을 피우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가끔 그림을 지우개로 지운 뒤 지우개 가루를 모아 털어내기도 했다. 또 법정에 출석하며 수갑을 차는 게 부담스러워서인지 최근에는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이 주 4회 재판 준비를 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변호사는 “일본의 옴진리교 사건 1심 재판은 10년에 걸쳐 진행됐다”며 “이번 사건처럼 중요한 사안은 구속 만기에 쫓겨 무리하게 재판 일정을 잡기보다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 분량이 방대하고 증인도 수백 명에 달하는 점,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지 두 달이 지난 점 등을 고려할 때 주 4회 재판은 불가피하다”며 박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서는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가 진행 중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 기록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의 설명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55·24기)는 재판에서 나온 공무원들의 증언 내용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증인으로 나온) 공무원들은 정말로 부당한 지시를 받아서 잘못했다고 이야기한다”면서 “저도 공무원이었지만 저 같으면 사표 내고 나왔을 겁니다. 이런 구질구질한 소리 안 하고”라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이규철 전 특검보(53·사법연수원 22기)가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63) 변호인을 그만두기로 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특검보의 소속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이날 재판부에 ‘담당변호사 지정 취소서’를 제출했다. 이 전 특검보가 신 회장의 변호인단에서 빠진다는 내용이다. 법조계는 이 전 특검보의 사임이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롯데그룹 관련자 사건을 수임한 일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이 전 특검보는 앞서 2일 선임계를 제출하고 5일부터 신 회장의 재판에 출석해 변론에 참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친형인 신동주 회장은 한국의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은 채 390억 원가량의 ‘공짜 급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동생 신동빈 회장과 롯데의 경영권 문제로 민사소송도 벌이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대변인 역할을 한 이규철 전 특검보(53·사법연수원 22기)가 사직 한 달여 만에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63)의 형사재판 변호인을 맡아 논란이 되고 있다. 신 회장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친형이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는 경영권 분쟁 중이어서 이 전 특검보의 사건 수임은 윤리적으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특검보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신동주 회장의 공판에 변호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특검보는 앞서 2일 법원에 선임계를 제출했다. 특검팀에서 부대변인으로 일했던 홍정석 변호사(40·변호사시험 1회)도 신 회장의 변호인으로 합류했다. 법조계는 이 전 특검보가 신 회장 사건을 수임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특검은 당초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 출연했다가 돌려받은 사건을 수사하려 했지만 시간 부족으로 실제 조사를 하지는 못했다. 이 전 특검보의 의뢰인 신동주 회장은 특검이 수사하려던 사건과 직접 관련은 없다. 하지만 이 전 특검보가 수사 대상자인 신동빈 회장의 형제 사건을 수임한 것은 특검에 대한 신뢰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동주 회장은 또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의 경영권 문제로 소송 중이다. 이 전 특검보가 맡은 사건은 신동주 회장이 한국의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390억 원가량의 ‘공짜 급여’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는 신동주,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분쟁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그러나 이 전 특검보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특검에 넘긴 사건기록에서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의 ‘약점’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이 전 특검보가 특검에서 취득한 정보로 신동주 회장을 도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전 특검보 측은 이런 논란에 대해 “롯데 오너 일가 경영비리 사건에서 신동주 회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어 (수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자세다. 판사 출신인 이 전 특검보는 “변호사 업무로 다시 돌아가겠다”며 4월 28일 특검에 사표를 제출하고 원래 근무하던 로펌으로 돌아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사진)가 구치소 안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받는 재판에 5일 출석하지 않았다. 국정 농단 사건 재판이 시작된 이후 최 씨가 본인이 피고인인 재판에 나오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씨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 “어지러움 증세로 구치소 방에서 넘어져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요추와 꼬리뼈 부위에 통증이 심해 출석이 어렵다”며 재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 씨는 사유서에서 “다음 재판에는 통증이 있더라도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박 전 대통령 및 최 씨 변호인단의 동의를 얻어 최 씨가 없는 상태에서 예정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41)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노 전 부장은 한국체대 동문인 고영태 씨(41·구속 기소) 소개로 최 씨를 만나 최 씨 소유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했다. 국정 농단 사건의 주요 폭로자 중 한 명인 노 전 부장은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 측, 최 씨 측과 거친 설전을 벌였다. 노 전 부장은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68)가 자신의 이혼 전력을 거론하자 “진실은 변하는 게 없는데 왜 개인 사생활까지 뒤져가며 말하는 거냐. 그렇게 ‘최서원(최순실)식’으로 사람을 매도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변호사가 “불편한 질문을 드려도 차분하게 답을 해 달라”고 말하자, 노 전 부장은 “불편한 질문도 정도가 있지, 그렇게 왜곡하면 지금 어쩌자는 거냐”며 화를 냈다. 노 전 부장은 이어 “진실 규명에 대해 물어봐야지 사람의 약점을 물어보냐. 지난번 고영태한테는 신용불량자라고 하더니, 확인된 사항이 아닌데 물어보면 어쩌냐”고 쏘아붙였다. 노 전 부장이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목소리를 높이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노 씨에게 야유를 하며 법정이 소란스러워졌다. 이 일로 재판장은 잠시 휴정을 선언해야 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재판부는 이날 417호 법정 맨 뒷자리에서 10여 분간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방청했다. 법원 측은 “다른 재판부의 재판 진행을 참관하는 ‘교차 방청’ 기간이어서 방청을 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재판이 이달 중순부터 매주 4차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일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 “이달 중순이면 기소된 지 만 2개월이 되고, 변호인이 기록을 열람·복사한 지도 한 달이 넘는다”며 “12일부터는 매주 4차례 재판을 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지난달 23일 시작돼 이날까지 모두 5차례 열렸다. 재판부는 “검찰은 주 5회 재판을 원하지만 피고인이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매주 수요일을 비우고 월, 화, 목, 금요일에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평일에 법정에 출석하느라 변호인 접견 등 재판 준비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일과 시간 이후에도 변호인 접견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난달 31일 서울구치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55·사법연수원 24기)는 “이번 달부터 매주 4회 재판은 무리하다. 7월부터 주 4회 재판을 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진술조서 증거채택을 거부한 증인이 많아서 주 3회 재판으로는 심리 진행이 어렵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서면으로 의견을 내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가 귀국 길에 올랐다.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정 씨는 30일 노르웨이항공을 통해 올보르를 떠났고, 낮 12시 28분(현지 시간)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정 씨는 출구 브리지로 나오지 않았고, 비행기 뒷문으로 내린 뒤 바로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승합차를 타고 이동했다. 정 씨는 덴마크 경찰 관계자로 보이는 4명(여자 둘, 남자 둘)과 함께 있었고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스마일 무늬가 있는 흰색 티셔츠와 베이지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한국으로 정 씨를 데리고 오는 역할을 담당하는 검찰 송환팀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코펜하겐에서는 정 씨와 접선만 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공식 인계할 것으로 보인다. 정 씨는 오후 4시 20분 네덜란드 국적기인 KLM을 타고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31일 오후 3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정 씨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체포해 서울중앙지검으로 호송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최 씨 모녀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을 뇌물로 보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과 최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은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 씨는 자신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비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된다. 특수본은 정 씨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에서 증인 이상영 전 한국마사회 부회장(72)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7)가 ‘대통령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아낀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최 씨의 측근이었다.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8·구속 기소)는 다음 달 7일 1심 재판 구속 기간이 만료돼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 기간 만료 전 새로운 혐의로 기소되면 구속기간이 연장되지만 검찰은 장 씨를 추가 기소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의 31일 오후 4시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일과 30일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구인장 발부로 박 전 대통령의 이 전 경호관 재판 출석이 불가피해졌다.코펜하겐=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김준일·김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세 번째 재판에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58)이 박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대해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진술한 사실이 공개됐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주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을 ‘피고인 박근혜 씨’라고 불렀다. 박 전 대통령은 주 전 사장을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봤다. 하지만 재판부가 “증인에게 물어볼 게 있습니까”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오전 10시부터 12시간가량 이어진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 발언은 이 한마디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올 1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삼성)이 헤지펀드 공격을 받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무산되면 국가적,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에 관심 갖고 지켜봤다”며 “(국민연금의 합병 지원은)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은 이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가 한화증권 사장으로 재직했던 2015년 한화증권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냈다. 주 전 사장은 2016년 1월 회사를 그만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을 지냈다. 주 전 사장은 특검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발언은 국제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는 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평소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들으면 ‘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이라는 표현을 쓰냐”며 비판했다.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23일 첫 번째 법정 만남과 마찬가지였다. 최 씨는 재판 도중 잠깐씩 박 전 대통령을 쳐다봤지만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최 씨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유영하 변호사(55)와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보였고, 재판이 길어지자 오후 8시부터 20분가량 꾸벅꾸벅 존 뒤 앉은 채로 목 운동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의 시민 4명이 퇴정하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진실이 승리한다는 걸 보여주세요”라고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법원은 국정 농단 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점을 감안해 재판 방송 중계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23일 전국 법원의 형사재판 담당 재판장들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e메일을 발송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은 삼성 롯데 등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이번 주 3일 동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9, 30일과 다음 달 1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을 진행한다. 이번 주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함께 삼성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독일 승마훈련 지원금 등 총 298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한 최 씨 사건과 병합해 증인신문을 벌인다. 또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그간 진행된 다른 국정 농단 관련자 재판 기록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29일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첫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58)과 김성민 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56·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 3명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주 전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주주총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던 인물이다. 김 위원장과 원 위원은 삼성이 합병안 의결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관계자들을 접촉했는지 증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30일에는 삼성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 독일 승마훈련을 지원하게 된 경위를 법정에서 듣는다. 이상영 전 부회장 등 한국마사회 관계자들이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다음 달 1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 앞서 특검이 기소한 삼성 관련자들의 뇌물 수수 혐의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구속 기소)의 공판 기록 등 서류증거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리는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38)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빡빡한 본인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주말을 앞두고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재판은 휴정 시간을 포함해 무려 15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재판이 시작된 이후 최장 시간 기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6일 오전 10시 시작된 이 부회장의 재판은 이튿날 오전 1시경 마무리됐다. 점심, 저녁 두 차례 식사 시간과 중간에 주어진 휴정 시간을 빼고도 순수 재판 시간만 10시간가량 걸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주식 숫자를 줄여준 배경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의 증인 신문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재판처럼 자정을 넘기는 경우는 없었지만 국정 농단 사건 재판이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석동수 공정위 사무관이 증인으로 나선 이 부회장의 24일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0시 50분까지 이어졌다. 같은 날 오전 10시 10분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 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자 재판도 증인신문이 길어지면서 오후 10시가 넘어서 끝났다. 이처럼 ‘마라톤 재판’이 늘어나는 것은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신문할 증인 수가 많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로서는 구속 기한인 6개월 이내에 선고를 하기 위해 빡빡하게 재판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과 김 전 실장 재판은 모두 매주 3차례 이상씩 열리고 있다. 과거에도 중요 사건에서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재판이 이어진 사례는 꽤 있다. 2007년 12월 11일 열린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18시간 동안 진행됐다. 2011년 1월 11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73)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3시경 끝났다. 이 밖에 통상 하루에 재판을 마치는 국민참여재판의 경우도 자정을 넘기는 일이 잦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은 삼성, 롯데 등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이번 주 중 3일 동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9, 30일과 다음달 1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을 진행한다. 이번 주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함께 삼성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독일 승마훈련 지원금 등 총 298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한 최 씨 사건과 병합해 증인신문을 벌인다. 또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그간 진행된 다른 국정농단 관련자 재판 기록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29일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첫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58)과 김성민 전 국민염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56·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 3명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주 전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주주총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던 인물이다. 김 위원장과 원 위원은 삼성이 합병안 의결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관계자들을 접촉했는지 증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30일에는 삼성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 독일 승마훈련을 지원하게 될 경위를 법정에서 듣는다. 이상영 전 부회장 등 한국마사회 관계자들이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다음달 1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 앞서 특검이 기소한 삼성 관련자들의 뇌물 수수 혐의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구속 기소)의 공판 기록 등 서류 증거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리는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38)의 재판에도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빡빡한 본인의 재판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경찰버스를 탈취해 난동을 부린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공용물건손상, 자동차 불법사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모 씨(66)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해당 재판에 참여한 7명 배심원 가운데 3명은 징역 3년, 다른 3명은 징역 2년, 1명은 징역 1년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과 혐의 등을 고려해 형량을 2년으로 결정했다. 정 씨는 3월 10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해 경찰버스에 850만 원 상당의 손상을 입히고 경찰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정 씨는 헌법재판소로 이동하려다 경찰의 차벽에 막히자 문이 열려있던 버스를 운전해 차벽을 밀어내려 했다. 당시 정 씨는 50차례가량 차벽을 들이받았다. 이후 차벽 뒤에 있던 100㎏가량의 스피커가 떨어져 김모 씨(72)가 머리를 맞아 숨지기도 했다. 검찰은 정 씨에게 특수폭행치사죄도 적용했지만 배심원과 재판부는 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정 씨가 버스를 탈취하고 10분이 지나서야 스피커가 떨어져 버스 운전을 ‘특수폭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65)은 23일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남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구치소에서 구입한 검정 핀과 집게 핀으로 올림머리를 한 것이나, 재킷 왼쪽 옷깃에 ‘나대블츠/서울(구)/503’이라고 적힌 수인 배지를 단 것도 모두 이틀 전 그대로였다.○ 불리한 증거 나올 땐 손가락 흔들며 부인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한결 여유가 생긴 듯했다. 첫 재판 때 3시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보던 것과는 달랐다. 변호인단과 재판부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을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얼굴에는 살짝 옅은 미소가 스쳐갔다. 첫 재판 때 ‘40년 지기’였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이날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얘기가 법정 안팎에서 돌았다. 심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재판부가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진술은 거부할 수 있고, 유리하다고 생각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알렸다. 박 전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하기보다는 주로 변호인단의 변론을 묵묵히 들었다. 첫 재판 때와 달라진 점은 재판 내용을 짬짬이 받아 적는 모습 정도였다. 검찰이 각종 증거자료를 설명할 때는 법정 모니터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앞쪽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왼편에 앉은 유영하 변호사(55)와는 수시로 대화나 귓속말을 나눴고 이따금 미소를 지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불리한 증거가 나올 때는 유 변호사를 보며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로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무언가 설명하기도 했다. 낮 12시 20분경 점심식사를 위해 휴정하기 직전 ‘검찰의 오전 증거 조사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나중에 말하겠습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팔짱 낀 채 경청, 가끔 하품도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내 구치감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통상 피고인들은 구치소에 돌아가 식사를 한 뒤 법원에 돌아오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경비 문제 등을 감안해 구치소 측이 식사를 준비해왔다. 메뉴는 이날 서울구치소 수감자들에게 제공된 것과 똑같이 북어포국과 닭고추장조림, 오이·양파 피클, 배추김치였다. 오후 2시 10분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에 비해 조금 피곤해 보였다. 검찰이 증거 내용을 설명할 때는 팔짱을 낀 채 지켜보다가 이따금 하품을 하거나 턱을 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오후 3시 25분경 휴정을 요청했다. 15분 뒤 속개된 재판은 오후 5시 50분경까지 이어졌다. 재판이 끝나기 직전 재판장이 “박근혜 피고인. (검찰과 변호인) 얘기 쭉 들었는데 혹시 반박하고 싶거나 하고 싶은 얘기 있나요”라고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세한 것은 추후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5시간 25분간 재판을 받으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입을 연 것은 오전, 오후 딱 한 차례씩이 전부였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도록 요구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입증할 증거들을 공개했다. 또 이미 진행된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등의 재판 조서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증거 조사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상철 변호사는 “검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검찰 측 신문 내용만 보여준다”고 항의했다. 검찰은 “한정된 시간 때문에 중요 부분을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이에 “재판은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되받아쳤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측 변호인단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에 동의하지 않아 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2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판결문과 국민연금공단의 정관 등 공식문서 종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공모해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된 각종 진술조서는 모두 증거 채택을 거부했다. 일반적으로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제출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를 검토해 증거로 인정할지 여부를 밝힌다. 피고인 측이 동의하면 정식 증거로 채택돼 재판부가 유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관련자를 일일이 증인으로 불러 법정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은 증거 중에는 삼성 뇌물 혐의 관련자 152명 전원의 진술조서가 포함됐다. 검찰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이들 관련자 대부분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 신문해야 할 상황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채택을 거부한 증거 중에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아니거나 실무자들이 업무 처리한 내용을 진술하는 등 반대신문이 필요 없는 것도 있을 것”이라며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것은 심적 부담도 되고 시간 낭비이므로 증거 동의 여부를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진술 상당수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닌 전문(傳聞·전해 들은 이야기) 진술이고 일부는 피고인에게 불리하다”며 “공소사실과 관계없는 부분은 검찰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구속 기소) 측이 ‘관제 데모’ 정황이 담긴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수첩 내용을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과 조 전 장관 등의 공판에서 특검은 대통령국민소통비서관실 강모 전 행정관의 업무수첩을 공개했다. 강 전 행정관의 수첩에는 2014년 8월 18일자로 ‘(조윤선) 수석님 지시사항’이라는 제목 아래 ‘고엽제전우회 대법원 앞에서 집회하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시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55) 등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한 직후다. 특검은 이 메모가 당시 대통령정무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관제 데모를 지시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집회 신고는 48시간 이전에 해야 한다”며 “고엽제전우회는 18일 당일부터 집회를 했기 때문에 해당 메모는 지시 내용을 적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수첩에는 또 2014년 8월 10일자로 ‘산케이 보도 관련, 서울중앙지검/애국단체 시위 협조 요청(강약 조절)’이라는 문구 아래 ‘엄마부대 어버이연합 동원(허)’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달 3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모처에서 비선과 함께 있었다는 소문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해 논란이 됐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선 오도성 당시 국민소통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 보수단체에 시위 협조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특정 단체를 언급하며 집회를 열도록 지시한 일은 없다”며 관제 데모 의혹을 부인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그래도 여성인데 화장 정도는 옅게 할 수 있게 허락돼야 하지 않나.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흉악범도 아니고 중죄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63·사진)은 23일 법정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언급하며 침통해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빈도 만나고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대변하신 분”이라며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23일 오전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49)와 서울중앙지법을 찾았다. 법정에 피고인 가족석이 있었지만 미리 신청하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다. 박 전 이사장은 “공인으로 사는 분들은 머리 손질이라도 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민낯을 보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한 일은 사법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헌법에 보장돼 있다”며 “그런데 다 공범으로 엮여서 여기까지 온 걸 생각하면,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에 오지 않은 박지만 EG 회장(59)과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43)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오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음은 여기 있을 것이고 실제로 뒤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과 평온한 마음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청석에는 김규현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64)과 배성례 전 홍보수석(59), 허원제 전 정무수석(66) 등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참모들의 모습도 보였다.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91)는 자택에서 TV를 지켜보며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려) 감옥에 넣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사촌오빠인 박준홍 자유민주실천연합 총재(70)는 “주변에서 같이 법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어 집에서 지켜봤다”고 밝혔다.김동혁 hack@donga.com·김민·최지선 기자}

23일 첫 재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왼쪽 옷깃에 달린 둥근 배지(사진)엔 수인번호 ‘503’ 위에 빨간색 글자 ‘나대블츠’와 검은색 단어 ‘서울(구)’가 씌어 있었다. ‘서울(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의미한다. ‘나대블츠’는 어떤 뜻일까? 서울구치소에 따르면 ‘나대블츠’는 구치소 측이 수감자들을 수용하고 호송할 때 공범과 격리하기 위해서 임의로 붙인 기호다. 그동안 국정 농단 사건 피고인들이 법정에 달고 나온 배지에 적힌 글자들과 비교해 보면 ‘나대블츠’엔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가 요약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정 농단 사건 피고인들은 모두 ‘나’라는 글자가 적힌 배지를 달고 있다. 다음 글자인 ‘대’는 ‘대’기업 관련 뇌물 및 직권남용 혐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구속 기소)이 법정에서 착용한 배지에는 ‘나대’라고 씌어 있었다. ‘블’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의 배지에는 ‘나블’이라고 적혀 있었다. ‘츠’는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와 얽힌 혐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재센터를 운영하면서 삼성의 자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는 장시호 씨(38·구속 기소)의 배지엔 ‘나츠’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 배지의 ‘나대블츠’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건과 대기업 뇌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사건의 피고인이라는 의미다. 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56)의 배지에는 ‘나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여기서 ‘이’는 ‘이’화여대 입학비리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