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김도형 기자

동아일보 AD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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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경찰, 교육, 외교통일, 정치, 스포츠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산업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중후장대 산업을 취재한 경험 위에서 IT 기업들과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dodo@donga.com

취재분야

2026-03-03~2026-04-02
경제일반30%
기업19%
자동차15%
문화 일반7%
사회일반7%
건강7%
사고4%
복지4%
교육4%
검찰-법원판결3%
  • [기자의 눈/김도형]무상 vs 유상 싸움에 뒷전 밀린 아이들 밥

    ‘학생이 급식을 고를 수 있어도 계속 이런 밥을 줄 수 있을까.’ 1∼19일 학교 급식 사진 콘테스트를 진행하며 기자의 머릿속을 맴돈 생각이다. 매일 찾아오는 ‘단골손님’에게 이래도 되나 싶은 밥도 식판에 담겨 있었다. 급식 사진과 기사가 공개된 21일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양한 의견이 댓글로 달렸다. ‘재료비가 다르지 않나’ ‘사진 한 장으로 비교하는 건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대다수는 학교별 격차가 아주 크다는 점에 동의하고 분노했다. 이런 격차의 원인은 간단했다. 학교 급식에서 학생은 ‘손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밥을 먹지만 학생은 다른 급식을 선택할 수 없다. 좋은지 싫은지, 맛이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귀담아듣는 곳도 없다. 1998년 초등학교에서 전면적으로 급식을 시작하고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중고교에서도 전면 급식이 이뤄진다. 하지만 급식은 여전히 ‘일방통행’이다. 안전 급식을 넘어선 좋은 급식에 대한 고민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전국의 초중고교는 1만1000여 곳. 하지만 교육부는 매년 200여 곳만 뽑아 만족도를 조사한다. 각 지역 교육청도 대부분 학교 자체 평가에 의존하고 있다. 좋은 급식으로 꼽힌 경기지역의 한 고교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도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정작 밥 먹는 학생을 뒷전으로 밀어 놓는 상황도 문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감한 전체 학교의 급식 만족도는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가 유상급식과 무상급식 중 어느 쪽이 나은지 편 가르고 공격하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겁난다는 속내로 보인다. 콘테스트에 참여해 준 학생과 학부모 덕택에 취재진이 얻은 결론은 간단하다. 무상이든 유상이든 이제는 아이들에게 좋은 급식을 먹이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점이다. 보도가 나간 뒤 서울지역의 한 예고 학생은 기자에게 급식 사진까지 첨부한 e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잘 먹는 학생들이 있단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맛있는 반찬은 바라지도 않으니 평범한 음식이라도 푸짐하게 줬으면 좋겠어요. 맛없고 양 적은 급식을 받는 점심 때만 되면 억울한 마음까지 들어요.” 이렇게 오늘도 학생들은, 주는 대로 급식을 먹고 있다.김도형·사회부 dodo@donga.com}

    • 201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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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아이는 어떤 급식을 먹을까

    학부모는 매달 학교에서 주는 유인물을 통해 아이가 먹는 일일 식단표를 ‘글’로 봅니다. 그러나 맛은 있는지, 영양소는 균형을 맞췄는지, 양은 충분했는지 실제 모습을 알기 어렵습니다. 동아일보 탐사보도팀은 동아닷컴이 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툴을 통해 1∼17일 ‘전국 학교급식 사진 콘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직접 급식 사진도 올리고, 최고와 최악의 급식을 뽑았습니다. 그 결과 ‘최고’는 335표를 얻은 경기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의 급식(위쪽 사진)이었고, ‘최악’은 451표를 받은 경기 J고 급식이 뽑혔습니다. 급식 잘하는 학교와 못하는 학교 사이에 책정된 급식 단가는 각각 4000원과 3500원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급식 콘테스트에 응모한 사진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김도형·강은지 기자}

    •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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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슷한 비용, 천양지차 급식… 영양사-밥쌤 정성이 갈랐다

    탐사보도팀은 동아닷컴이 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툴을 이용해 학교급식 사진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40개가 넘는 중고교의 이번 학기 급식 사진이 올라왔고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해 1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렇게 ‘베스트 10’과 ‘워스트 10’으로 꼽힌 식단은 사진만으로도 △영향의 균형 △메뉴의 다양성 △요리에 들인 정성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급식이 잘 나오는 학교는 그만큼 비싼 급식비를 내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베스트’로 뽑힌 학교와 ‘워스트’로 뽑힌 학교에서 학생들이 내는 점심 급식비는 각각 4000원과 3500원으로 가격 차이가 500원에 불과했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뺀 식재료비에 들이는 비용도 거의 비슷하다. 두 학교가 소속된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산하는 고등학교의 평균 식재료비는 70% 수준. 이 추산 방식에 따르면 두 학교는 각각 2800원과 2450원 정도의 식재료비를 썼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돈의 차이는 아닌 셈이다.○ 학교의 정성이 식판을 비운다 이번에 최고로 뽑힌 학교의 공통점은 식자재 구매부터 메뉴 선택, 식기 선택까지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취재진이 찾은 경기 성남시 이우학교는 ‘학교가 정성을 쏟으면서 학생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단순한 해답을 보여줬다. 이 학교는 중고교 대안학교로 친환경 식단과 잔반 없는 급식으로 대표적인 ‘착한 급식’ 학교로 꼽힌다. 이날 점심은 오므라이스, 한국식 샐러드, 말린 새우·멸치 볶음, 열무김치, 누룽짓국, 청견 반쪽. 평범한 메뉴지만 학생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았다. 3학년 서상필 군(18)은 “야채가 많고 고기는 적은 편이지만 음식이 맛깔스럽고 영양교사, ‘밥쌤’(조리 종사원)들과도 밥이 어떤지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2년째 급식을 맡고 있는 송덕희 영양교사는 “학생들 입맛은 늘 바뀌기 때문에 식당에서 편하게 얘기하면서 어떤 점이 좋고 뭐가 싫었는지 계속 확인해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들기름 유자청 레몬즙 소스를 얹은 샐러드에는 호평이 쏟아졌다. 송 교사에게 직접 ‘다음에 또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학생도 있었다. ○ 들쑥날쑥한 영양사·조리사의 실력 학교별 편차가 큰 또 다른 이유는 영양사·조리사의 역량이다. 이번 급식 콘테스트에서 좋은 사례로 꼽힌 서울과학고의 사진을 보고 전문가들은 “비싸지 않은 재료로 맛있게 조리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학생이 잘 안 먹으려는 채소를 여러 가지 레시피로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서울 C고나 강원 K고 급식은 같은 생선구이더라도 너무 말라 비틀어져 보이는 등 식욕을 전혀 자극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영양사와 조리사의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지역 김모 영양교사는 “경력에 따라 ‘노하우’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신참 영양교사는 선배들에게 레시피를 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교육청에서 나눠준 단체 급식용 레시피 같은 자료가 더 많이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맛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학교급식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초중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92억 원이었던 비용은 2013년 124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 만족도 조사로 학교 경쟁 필요 위생 검사에만 집중되는 교육 당국의 급식정책도 바꿔야 한다. 윤기선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식중독 같은 안전 문제만 강조하기보다는 품질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교육청도 주기적으로 학교 급식실을 점검하지만 식중독 예방을 위한 위생검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확한 만족도 조사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연간 총 200여 개 학교(학생, 학부모, 교직원 포함해 1만 명)만 샘플링해 지역별 만족도 조사를 시행할 뿐이고 개별 학교의 자체 급식 만족도 조사는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미국, 일본은 학생 만족도와 실제 섭취량까지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하나의 기준으로 학생들의 만족도를 평가 비교하고 급식 정책에 활용하는 노력이 있어야 각 학교도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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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릴게 돌아와줘…세월호 실종자 가족 364일째 기도

    가족을 찾아야 했다. 못 본 지 1년이 다 되었단다. 정말 1년이 지나간 게 맞는지도 확실치 않다. “1년 지났다는 게 그렇게 중요해서 찾아오는 건가? 아직 가족이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지….” 이들은 사고 발생 364일째인 14일까지 여전히 악몽 같은 ‘2014년 4월 16일’을 살고 있다.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리던 세월호의 마지막 실종자 9명의 8가족(실종자 권재근 씨, 권혁규 군은 부자 관계)은 지난해 11월 11일 세월호 수중수색 종료 후 대부분 진도를 떠났다. 단원고 실종자 허다윤 양(당시 17세) 부친 허흥환 씨(51) 부부 등 일부 실종자 가족은 서울 광화문광장과 국회 앞에서 실종자 수색 및 세월호 선체 인양을 호소한다. 오랜 기다림 탓에 병을 얻은 일부 가족은 안산에서, 또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 심신을 추스르며 조용히 수습 소식을 기다린다. 동생과 조카를 한꺼번에 잃은 권오복 씨(61)는 진도군 팽목항에 남아 매일 소주와 함께 밤바다를 바라본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 트라우마를 남겼다. 침몰이 가져온 ‘슬픔과 분노’는 1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사람들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참사를 계기로 사회 각계 저명인사들은 변화를 이야기했고, 개인의 가치관이나 습관은 조금씩 바뀌었다. 하지만 이를 사회적 변화로 발전시키기에는 반복된 정쟁과 갈등으로 인한 ‘불신’에 발목 잡히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비통함을 넘어 치유와 발전으로 가지 못하면 대한민국도 침몰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최혜령 herstory@donga.com·김도형 / 진도=박성진 기자}

    •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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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상 조심하라고 당부” “작은 질서부터 지켜요”

    안전과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사회적 불신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번 설문으로 취재진이 얻어낸 또 다른 결론이다. ‘세월호란 말에 떠오르는 생각’과 함께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이 바뀐 점’을 묻자 사회 각계 인사들은 생활 속에서의 작은 변화를 첫손에 꼽았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인 두 딸에게 더 많은 애정 표현을 하게 된다’(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거나 ‘바쁘게 하루를 살고 직원들과 소주 한잔 나누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이경섭 농협금융지주 부사장)는 등의 반응이다. ‘사소한 교통신호부터 열심히 지키기 시작했다’(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응답 역시 스스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반대편에서는 참사 때문에 커진 불신감을 호소하는 응답도 쏟아졌다. 특히 일반인 응답자 상당수는 정부와 국가를 믿지 못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회사원 홍진욱 씨(29)는 “참사를 보면서 ‘국가가 못해주는 것이 있구나, 스스로 잘 챙겨서 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자신이 같은 일을 겪어도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절망감 때문이다. 홍 씨는 “사고도 끔찍했지만 사고 이후의 허술한 대응과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도 충격이었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이 좋았는데 국가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오세정·25·여성)거나 ‘정부가 세금을 올린다고 해도 과연 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의심부터 하게 된다’(이승혁·32)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사고 수습 과정에서 갈등을 조율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참사 1년이 지나가지만 사회적 분열 때문에 여전히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며 “참사의 상처는 감성적으로 다독이고 사회적 신뢰 회복에 힘을 쏟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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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고 미안해… 풀어주지 못한 응어리

    황무지 비참 애도 치욕 민낯 적신호…. 사람들 가슴속에서 세월호는 여전히 부정적인 낱말과 짝지어져 있었다. 온 국민이 받았던 충격과 상처가 1년 동안 조금 아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헛된 기대였다. 안전, 개혁, 직업윤리처럼 참사를 딛고 우리가 만들어내야 할 변화를 얘기하는 목소리는 아직 나지막했다.○ 아직도 슬픔·분노에 잠긴 세월호 동아일보 취재진은 정치 경제 산업 문화 스포츠 법조 등 사회 각 분야 인사 80명과 시민 20명에게 ‘세월호라고 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한 단어로 응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100명이 응답한 단어의 개수는 모두 126개. 주관식 응답이었지만 역시 ‘아픔’이라는 대답이 9개로 가장 많았다. ‘안타까움’(7개)과 ‘미안함’(5개)처럼 개인이 느낀 부정적인 감정을 담고 있는 응답은 전체의 42.9%(54개)를 차지했다. 국민 대다수가 참사의 심리적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물음에 ‘비탄’이라고 대답한 문정희 한국시인협회장은 “슬픔과 죄의식이 함께 버무려져 복잡한 심경”이라고 했다. ‘애도’(진영 새누리당 의원), ‘울음’(대한불교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 ‘슬픔’(황선홍 프로축구 포항 감독, 유도훈 프로농구 전자랜드 감독)과 같은 반응 역시 비슷한 감정을 담고 있다. 황 감독은 “아직 피지 못한 아이들 수백 명이 희생된 일에 마음이 저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무능(3명)이나 관피아(2명)처럼 참사의 원인을 날카롭게 겨눈 답변도 34.9%(44개)나 나왔다. 참사의 원인으로 드러난 개인의 탐욕, 국가·정부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무사안일’이라고 대답한 양상문 프로야구 LG 감독은 “모든 일에서 ‘대충 해도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모여서 터진 사고라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안전불감증’(김효명 국무조정실 세종시지원단장, 윤호진 에이콤 대표), ‘국가의 실패’(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같은 응답 역시 사회와 국가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였다.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가 80%에 이른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참사 때문에 입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개인의 슬픈 감정은 물론이고 참사의 원인을 비판하는 답변에도 분노가 묻어 있다는 뜻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참사 이후에도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뭔가 개선됐다는 점을 확인하지 못한 시민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깨달음과 변화의 작은 목소리 ‘참사 이후’를 얘기하는 응답은 이런 슬픔과 분노 사이에서 간간이 나왔다. 참사를 계기로 얻은 개인적인 깨달음이나 사회적인 개혁 요구처럼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는 응답들이다. 가족(3개), 생명(1개), 사랑하는 사람(1개)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응답은 전체의 10.3%(13개)였다. 물음에 ‘추모’와 ‘가족’이라고 대답한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은 “늘 곁에 있는 가족 사랑이 한결 애틋해졌다는 깨달음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는 안전, 화해, 직업윤리처럼 참사 이후에 뒤따라야 할 변화와 개혁 요구(11.9%)로 분류될 수 있는 응답들도 있었다. 물음에 ‘책임’이라고 답한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책임감을 스스로 먼저 느낀다”며 “정부를 비롯한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렇게 깨달음과 변화를 바라는 응답은 전체의 20%를 조금 넘겨 부정적인 반응에 비하면 4분의 1가량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 한국 사회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식의 응답이 늘어나게 만드는 게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슬픔의 힘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명백한 인재라는 점에서 ‘쓰라린 경험’이지만 그럴수록 우리가 안전과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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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1주년]유가족-생존자-자원봉사자… 꾹꾹 눌러쓴 11통의 편지

    《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이고 생존자, 자원봉사자, 민간잠수사, 진도 어민 등은 세월호 1주년을 맞아 편지를 썼다. 누군가는 밤새 고민해 간신히 썼다며 쑥스러워했다. 글쓰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기에 내용은 소박하고 단순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보고 싶은 사람을 향한 그리움, 살아남은 생존자와 유가족을 향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감사함. 그들의 진심을 기사로 조심스레 옮긴다. 편지 전문은 동아닷컴(www.donga.com)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엄마 아빠 형 잃은 8세 요셉이가 하늘나라 가족에게“내가 기도해줄게… 걱정하지마 사랑해♥” “엄마 아빠 형… 나 요셉이 없어서 많이 힘들지. 조금만 기달려 내가 오래오래 살아 가서 천국 빨리 갈게.”(오래 살아 천국 가겠다는 의미) 조요셉 군(8)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가족 모두를 잃었다. 제주도로 출장 가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 여행을 가던 중 참변을 당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조 군은 또래 아이들처럼 피아노, 미술, 태권도 등을 배우며 씩씩하게 지낸다. 하지만 가끔 멍하니 앉아 있을 때가 있다. 식사를 마친 후 또는 세월호 뉴스가 TV에 나올 때. 맛있는 반찬을 앞에 두고 “형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부모 이야기에 눈물짓는 외할머니 때문인지 조 군은 ‘엄마, 아빠’라는 말을 평소 입에 잘 담지 않는다. 편지를 쓰자는 말에 조 군은 다른 종이에 연습까지 한 뒤 정성스레 옮겨 썼다. 활짝 웃고 있는 부모와 형의 얼굴을 그려 넣고, 짧은 편지 안에 사랑한다는 말을 3번 썼다. “내가 기도도 많이 해 줄게. 그러니까 걱정 하지마♡ 사랑해♥” ○ 진도에서 항찬이가 단원고 친구들에게 “친구 빈자리를 느낄 너희들은 어떨지…”“나도 안산에서 태어나서 중3 때까지는 안산에서 살다가 고1 때 진도로 이사 와서 너희 학교(단원고)에 아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어.” 진도고등학교 3학년 조항찬 군(18)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안산 단원고 친구 5명 가운데 4명을 잃었다. 괜찮으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조 군은 “안산에 있는 친구들이 더 힘들겠죠”라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던 진도실내체육관을 바라보고, 하루에도 수십 번 구급차와 헬기 소리를 들었던 진도고 학생들도 우울 반응을 보였다. 조 군은 특히 힘들어했다. “내가 아는 친구는 구조됐을까?” 사망자와 실종자 명단을 확인하기 두려웠다고 적었다. 조 군은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살아남은 친구에게 제대로 연락하지 못했다며 “친구가 이 편지를 꼭 읽어주고, 위로를 건네고 싶은 저의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디서 무얼 하든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랄게.” ○ 서거차도에서 섬마을 이장이 생존 학생들에게 “아저씨가 오래오래 많이 사랑할게”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지점으로부터 약 5km 떨어진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서거차도 방파제에 헬기가 착륙해 아이들을 내려줬다. 주민들은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혔다. 마을 이장인 지체장애인 박권삼 씨(65)는 그날 아이들 표정을 잊지 못한다. “라면 80개 정도 끓여 나눠줬어요. 더 많은 생존자가 와서 라면 먹기를 기다렸는데….” 지난달 18일 안산시를 방문한 조도면 주민들은 생존 학생들이 쓴 감사 편지를 전달받았다. 비록 일 때문에 단원고에 가지 못했지만, 박 씨는 답장을 하고 싶다며 “아저씨가 많이 오래오래 사랑할게, 섬마을 절대 잊지 마라”고 응원의 편지를 썼다. 또 다른 서거차도 주민 정해석 씨(48)도 함께 편지를 썼다. “더 잘해서 보내지 못한 우리가 더 미안할 따름이지… 훗날 훌륭한 ○○, ○○이가 되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지.” ○ ‘파란 바지 구조영웅’ 김동수 씨가 생존 학생들에게 “내 자식과 같이 소중한 친구들아”“우리가 슬픈 인연을 맺은 지도 일 년이 되어 가는구나. 우리는 죽음을 거슬러 살아왔지만 산 것 같지 않은 일 년의 세월이었던 것 같다.” 김동수 씨(50·당시 화물차 기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 10여 명을 구조해 ‘파란 바지의 구조영웅’으로 불리지만, 오히려 구조하지 못한 학생들 생각에 괴로워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자택에서 자신의 왼쪽 손목을 자해하기도 했다. “트라우마라는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데, 아직 여리디여린 너희들은 오죽하랴.” 김 씨는 트라우마 때문에 의도치 않은 언행이 불쑥 튀어나오는 등 일상생활이 버거운 상태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김 씨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김 씨는 “그 친구들도 힘들 텐데 나까지 챙겨줬다”며 미안해했다. 김 씨는 학생들에게 감사와 함께 이겨내자는 응원을 전하겠다며 편지를 썼다. 심리치료 등으로 힘겨운 김 씨 대신 부인 김형숙 씨가 편지를 작성했다. ○ 실종자 허다윤 양 아버지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유가족이 되면 다시 감사인사 할게요”지난해 11월 세월호 수중수색 종료 후 실종자 허다윤 양 아버지 허흥환 씨(51)는 서울로 향했다. 못 본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둘째 딸을 찾아달라는 호소를 들어줄 사람들을 찾아서. 허 씨는 “그냥 말로 하는 게 편한데…”라며 멋쩍어했다. 서울 광화문광장도 찾고, 국회와 청와대 인근 분수광장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1년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힘든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다. 딸을 찾으면 고맙다고 한 명, 한 명 제대로 인사하고 싶었지만, 아직 딸 다윤이는 바닷속에 있다. “그분들께는 너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다. 보고 있을 때면 가슴이 뭉클해져 눈을 못 맞춘다.” 그는 실종자를 돌려보내 주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는 절규를 편지에 담았다. ‘유가족’이 되면 도움을 준 자원봉사자와 국민들에게 다시 감사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지금도 묵묵히 봉사하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글을 올립니다.” ○ 고 임세희 양 어머니가 둘째 아들에게 “네가 웃어야 하늘나라 누나도 웃을 거야”단원고 2학년 9반 16번 고 임세희 양(당시 17세)의 동생 경원 군(16)은 올해 3월 누나가 다니던 단원고에 입학했다. 경원 군이 1학년 9반 16번이라는 걸 어머니 배미선 씨가 알게 된 건 한참이 지난 다음이었다. 이달 7일은 경원이의 생일이었다. “미안하구나. 누나 없이 맞이하는 생일. 케이크는 샀지만 차마 노래가 나오질 않아 눈물만 뚝뚝 흘렸지.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생일을 눈물로 보내는구나.” 어머니는 아들의 생일을 마음껏 축하해줄 수 없었던 게 내내 걸렸다. “미역국도 먹기 싫다는 아들, 축복받아야 할 생일을 그냥그냥 평범한 날로 보내게 해서 가슴이 저려온다.” 가족들 마음 아플까봐 누나를 화장할 때 외에는 눈물을 보이지 않던 아들이 더 가슴 아프다.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 파이팅 하면서 살자. 흐드러지게 피어 화사한 벚꽃처럼 오늘 하루도 한번 웃어 보면서 하루를 살아 보자. 그래야 누나가 좋아할 거야. 따라쟁이 동생이 오늘은 웃는다고 누나도 따라 웃을 거야.”○ 청주에서 고 남윤철 교사 어머니가 아들에게 “여기 걱정 말고, 제자들 잘 보살펴줘”“며칠 전에는 길을 가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눈물이 쏟아지더구나. 왜일까 생각하니 너와 함께했던 마지막 봄을 내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8일 국민대 북악관 708호에서 열린 ‘남윤철 강의실’ 명명식에 참석한 단원고 영어교사 고 남윤철 씨(당시 35세)의 모친 송경옥 씨(62)는 눈물을 흘렸다. 아들과 함께 ‘남윤철 강의실’에 들어와 봤다는 송 씨는 “아들이랑 이 교실에도 왔었다”며 창밖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구명조끼를 던져주고 학생들을 더 구하기 위해 객실로 들어간 남 씨를 의인이라고 불렀다. ‘남윤철 장학금’도 생겼다. 하지만 송 씨에게는 의로운 교사보다 자상하고 수다스러운 아들이 익숙할 뿐이고, 그저 보고 싶을 뿐이다. “여기 남아 있는 학부모들도 선생님인 너와 함께 있어 많은 위로가 되실 거야. 제자들 잘 보살펴 주거라. 이제 여기 걱정은 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 또 편지할게.” ○ 안산에서 동생 다슬이가 오빠 다운에게 “오빠 방에 놓인 기타 보면 눈물이…” 자작곡 ‘사랑하는 그대여’를 남기고 떠난 단원고 2학년 고 이다운 군(당시 17세). 그룹 포맨의 신용재 씨(26)가 이 노래를 완성하고 발표함으로써 가수가 목표였던 이 군의 꿈은 조금이나마 이루어졌다. 이 군의 부친 이기홍 씨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진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 1년간 몸무게가 15kg 이상 줄어들고 시력도 급격하게 나빠져 일을 그만뒀다.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으나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고, 돋보기 안경을 써야할 만큼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포기했다. 이 군의 동생 다슬 양(16)이 아버지 대신 펜을 들었다. “오빠가 노래 작사 작곡할 때 가사나 멜로디 수정할 부분 있으면 같이 하고 둘이서 비밀 얘기도 많이 했었는데….” 다운 군이 기타 치며 노래 부를 때 함께 듣곤 했던 동생과 아버지는 다운 군 방에 놓인 기타를 보면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동생은 다운 군이 돌아와 기타 가르쳐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 잠수사 전광근 씨가 유가족 박용우 씨에게 “잘 이겨내시길… 저희가 응원할게요”민간 잠수사 전광근 씨(39)는 세월호 내부 수색을 위해 약 80일간 침몰 지점에 정박한 바지선에 머물렀다. 그리고 수차례 바닷속을 드나들며 실종자 수색 작업을 했다. 전 씨는 세월호 1주년을 얼마 앞두고 단원고 고 김수빈 군의 이모부 박용우 씨의 전화를 받았다. 바지선에서는 자주 봤지만, 경기 안산시로 올라간 뒤 처음 온 연락이었다. 전 씨는 “내가 먼저 연락했어야 했는데,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했단 마음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고마운 마음과 응원을 꼭 전하고 싶다”며 편지를 작성했다. 전 씨는 일부러 노란 편지지를 고르고, 편지 위쪽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붙였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단 말 전합니다. 저희에게 고맙다고 부탁한다고 하셨던 것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대로 (고마움을) 표한 적이 있나 싶네요. 이제 저희가 응원해 드립니다. 잘 이겨내시고 힘내시고요. 항상 건강부터 챙기시고요.” ○ 계약직 승무원 고 안현영 씨 어머니가 잠수사들에게 “살신성인 있었기에 恨 풀었네요”지난해 4월 28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수색 상황을 브리핑하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던 잠수사들에게 한 부모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고개가 땅에 닿을 듯 숙인 채 “승무원복 입은 아이 있으면 같이 구조해 주세요”라며 울음과 함께 ‘쪽지편지’를 잠수사에게 전했다(). 편지를 받은 잠수사들은 바다를 뒤졌고, 5월 5일 계약직으로 세월호 매점과 식당에서 일했던 이벤트 업체 대표 안현영 씨(당시 28세)를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그 당시 나 자신 또한 그 누구도 아들을 직접 건질 수 없었기에 절실히 (도움이) 필요했고, 또 의지했고 믿었던 잠수사님들이었기에 우리 가족에겐 너무도 중요했습니다.” 경기 부천시에서 만난 안 씨의 모친 황정애 씨(56)는 세월호 1주년을 앞두고 잠수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황 씨는 “이들의 살신성인이 없었다면 저는 평생 한을 안고 살아갔겠죠”라고 말했다. ○ 자원봉사자 김수옥 씨가 유가족들에게 “힘들겠지만… 받아들이려는 연습을”“새벽 2시 즈음에 어김없이 뛰어 나와서 아들한테 전화 왔다고, 아빠 빨리 오라고 했다고 바다로 뛰어들려던 ○○아빠. 내 속 썩인 것 알지요?” 대한민국 일등봉사대라는 봉사단체를 이끌고 있는 김수옥 씨(56·여)는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전남 진도군으로 향했다. 김 씨는 “8년 전 교통사고로 17세 아들을 잃었기 때문에 유가족들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약 다섯 달 동안 팽목항에서 바라본 유가족들의 모습을 노란 편지지에 담았다. “쓰러져 주사 맞고 다시 울던 엄마, 아이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기도하는 아빠,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던 가족들….” 김 씨는 그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편지로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당부를 전했다. 지금은 힘들어도 받아들이려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이 하늘나라에서 부모님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자고 말하고 싶어요.”이건혁 gun@donga.com·최혜령·김도형 기자}

    •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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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승님 같은 사장님… 알바생이 웃었다

    《 “알바생이 웃어야 가게가 살아요.” 고통받는 청년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이 많지만 착한 알바 사업장에서 만난 업주들은 이렇게 말하며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은 알바생을 아들, 딸, 친동생처럼 챙겨야 가게에 활기가 돌고 매상도 오른다고 했다. 사장은 정과 기술, 노하우까지 전해주려 애쓴다. 이런 사업장의 알바생은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듯 땀 흘리며 경험 쌓기에 바쁘다. 》 “여긴 시급 받는 곳이 아니라 제 꿈을 키우는 곳이에요.”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 인근 브라운스커피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알바생) 홍지연 씨(25)는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커피 바리스타를 꿈꾸는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평일 오후 이곳에서 알바생으로 일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땄지만 부족한 현장 경험을 채우려고 이곳을 택했다. 손님의 주문이 약간 줄자 바리스타 경력 9년 차인 사장 석주환 씨(35)는 홍 씨에게 ‘라테 아트’(커피 위에 우유 거품으로 만드는 그림) 기술을 가르쳤다. “천천히, 서둘지 않으면 돼”라고 조언받은 홍 씨는 멋진 하트 그림을 완성했다. 홍 씨는 “학원에선 자격증에 필요한 기술만 알려주는데 사장님은 훗날 내가 창업했을 때 필요한 노하우도 알려준다”면서 “때론 돈 받고 배운단 생각도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석 씨는 주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경쟁하느라 가게 운영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통을 알바생에게 전가할 생각은 없다. 브라운스커피는 △근로계약서 작성 △초과근무 수당 지급 △정규직 전환 기회 마련 등을 준수하고 있다. 석 씨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저도 완벽하진 않겠지만 적은 시급으로 일하는 알바생의 고충을 모른 척할 순 없다”며 “알바생이 웃어야 가게가 살고 매출도 오르기에 장기적으론 사장과 알바생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했다.○ “정 주고, 기술 주고” 알바생이 꼽은 착한 알바의 조건은 ‘기술과 정(情)’이다. 충남 천안에 사는 이모 씨(23)는 족발집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한식 요리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이다. 대학생이던 그는 아내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 임신을 해 족발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족발집 사장은 이 씨가 성실하게 일하자 족발 삶는 법부터 써는 법, 양념 제조법 같은 장사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이 씨는 “이런 것까지 알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을 다해 알려주셨다”며 “여러 알바를 해봤지만 알바생 미래를 걱정해준 건 족발집 사장님이 처음”이라고 했다. 충남 논산에서 던킨도너츠 매장을 운영하는 박계령 씨(31)는 ‘매장의 첫 번째 고객은 알바생이다’란 원칙을 세웠다. 창업 전 알바하며 겪은 설움을 잘 알기에 알바생에게 먼저 먹고 싶은 도넛을 권하고 퇴근 시간 10분 전에 꼭 퇴근하라고 알려준다. 명절이나 기념일엔 보너스도 챙겨준다. 그는 “동생처럼 챙겨주면 알바생도 더 밝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한다. 결국 사람을 얻는 건 돈이 아닌 정이다”라고 말했다.○ 업주들 “우리도 할 말 있어요!” 현장에서 만난 업주들은 “착한 알바 일터가 늘기 위해선 알바생의 양보와 희생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의 한 호프집 사장 최모 씨(38)는 “한 달이 넘도록 생맥주도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알바생도 있다”며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시간만 채워 돈을 받으려는 알바생에게 좋은 대접 해주긴 어렵다”고 했다. 서울 종로의 커피전문점 사장 오모 씨(33·여)도 “손님이 없을 땐 스스로 가게 청소와 정리를 해주면 먼저 시급도 올려 줄 텐데, 멍하니 앉아있거나 청소시켰다고 싫은 티 내는 알바생을 보면 솔직히 최저임금도 아깝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알바생 스스로가 권리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낼 때 사회적 약자인 알바생을 보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며 “착한 알바 일터를 만들려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도 크기에 이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도형 기자}

    •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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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시간씩 올빼미 근무… “그래도 해야죠”

    5일 오후 11시 서울 동대문구의 한 PC방. 이곳은 게임을 즐기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컴퓨터 스피커에서 내뿜는 각종 게임 효과음과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에 손님들이 떠드는 목소리까지 뒤섞여 번잡했다. 조명은 밝았지만 늘 창문을 닫아 두는 통에 내부 공기는 후텁지근하고 탁했다. 신모 씨(22)는 이곳에서 월∼목요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일한다. 요금 계산에 자리 안내, 화장실과 흡연실 청소, 손님 라면 끓여 주기까지 모두 그가 혼자 해야 하는 일이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돈은 시간당 6000원. 낮 알바보다 500원 많다.○ 저임금에 찌든 올빼미 야간 알바 PC방, 편의점, 당구장….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널려 있다. 고객은 원하면 어느 때든 찾을 수 있어 편리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언제나 대기 상태여야만 한다. 이들의 근무 여건은 생각보다 열악하다. 하지만 꿈을 위해 불편을 감수한다. 신 씨도 한식과 일식,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한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야간 알바를 선택했다. 그는 “식당에서는 단순한 주방보조를 제외하곤 경력이나 자격증 없는 사람을 뽑지 않는 편”이라며 “딱 3개월만 더 일해 학원비 1000만 원을 채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의 주유소에서 일하는 강모 씨(25)도 마찬가지다. 그는 낮에는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밤이면 이곳에서 주유원으로 일한다. 그가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일하고 받는 한달 월급은 190만 원가량. 다른 알바보다는 비교적 많이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달에 단 세 번 쉬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강 씨는 “편의점이나 PC방, 술집을 가리지 않고 일해 봤는데 이곳처럼 근로계약서를 쓴 곳은 드문 데다 다른 곳에선 일이 없으면 근무시간 도중에도 퇴근하라는 ‘꺾기’가 비일비재했다”며 “그런 곳에 비하면 이곳은 임금도 제때 줘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어리다고 임금 체불, 폭행도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18세 청소년이 상담을 요청해 왔어요. 들어 보니 1분 지각할 때마다 사장한테 당구 큐로 한 대씩 맞는다고 하더군요.” 1일 국회에서 열린 ‘아르바이트 실태 보고 및 권리 찾기 토론회’에서 나온 피해 사례 중 일부다. 이처럼 적지 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폭언과 임금 체불 등 열악한 근무 조건에 신음하고 있다. 청년인권단체 ‘청년유니온’이 지난해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 상담 유형을 보면 임금체불이 14.2%로 가장 많았다. ‘첫 월급에서 30만 원은 보증금’이라며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면 마지막 월급은 없다’는 식이 대표적이다. 10대 청소년의 대우는 더 취약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아르바이트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비율은 25.5%에 불과했다. 특히 중학생은 13%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선영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릴수록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등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돈 때문에 불법에 빠지기도 일부는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아르바이트를 선택하기도 한다. 취업 준비생인 황모 씨(26)는 올 2월까지 석 달 동안 경기 고양시의 한 안마방에서 일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호텔 카운터를 볼 사람을 뽑는다고 해서 찾아가 봤더니 성매매가 결합된 안마방이었다”며 “시급 7000원에 적지 않은 팁도 받았지만 마치 내가 포주가 된 것 같은 찝찝한 마음이 들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여성에게는 이런 어두운 아르바이트의 유혹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모 씨(21·여)는 “유흥업소에 나가 돈을 많이 벌어 가방 사는 친구를 보면서 부럽기도 했지만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바생들의 하소연손님들이 다짜고짜 반말부터 하면 마음이 상해요. ‘무조건 사장 나오라고 해’ 같은 말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주유소 주유원 25세 강모 씨)큰돈을 받지만 실험을 할 때마다 몸이 망가지는 것 같아요. 학비 걱정만 없다면 더는 하기 싫어요. (생동성실험 아르바이트 경험자 28세 강모 씨)새벽에 출근하는 이들을 볼 때면 난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빨리 취업이됐으면좋겠어요. (안마방 아르바이트생 26세 황모 씨)박창규 kyu@donga.com·김도형·이동재 기자}

    •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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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속 30∼40km로 씽씽 ‘위험한 두 바퀴’

    넘어질 듯 비틀대던 대여용 자전거 한 대가 기어이 중앙선을 넘었다. 끼이익. 마주 오다 급히 브레이크를 잡은 하얀색 자전거의 뒷바퀴가 번쩍 들리고 고꾸라질 듯 앞으로 쏠렸다. 양쪽 모두 속도가 느렸던 덕에 충돌 직전 멈춰 섰지만 운전자가 넘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필리핀에서 여행 와 자전거를 빌려 탄 20대 여성은 왼쪽 팔꿈치에, 하얀색 자전거를 타던 50대 남성은 오른쪽 뺨에 찰과상을 입었다. 봄철이면 이용자가 늘면서 사고가 잦아지는 한강변 자전거도로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5일 오후. 기자 바로 앞에서 벌어진 작은 사고였다. 공원은 부슬비 속에서도 활짝 핀 벚꽃을 보러 온 밝은 표정의 시민들로 붐볐다. 하지만 자전거도로 주변만 보면 ‘또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절로 들었다. 자전거도로를 인도로 여기는 듯 발길 가는 대로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 옆으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날 만큼 속도를 내는 자전거가 스쳐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강변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 공용 도로이기 때문에 서로 안전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로가 복잡해질수록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상대방을 의식하고 안전규정을 지켜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선 자전거 이용자는 도로에서 지켜야 할 규정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중앙선을 넘은 2, 3초가량의 짧은 시간에도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중앙선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추월할 때는 앞에서 달리는 자전거의 왼쪽으로 치고 나간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추월하지 않을 때는 도로 오른쪽으로 붙어 달리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매너다. 자전거 이용자의 대표적인 문제는 과속이다. 기자가 자전거도로의 권장 최고 속도인 시속 20km 정도로 달려도 이보다 훨씬 빠르게 추월하는 자전거가 줄줄이 이어졌다. 자전거 속도 규제가 없다보니 일부 자전거 운전자가 속도감을 즐기는 탓이다. 자전거를 타던 대학생 김찬현 씨(22)는 “여러 명이 함께 30∼40km 속력으로 앞질러 가는 걸 보면 자전거도로가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 이용자 역시 보행자에게 ‘이것만은 지켜 달라’고 당부하는 원칙이 있다. 주범 씨(49)는 “좌우를 살피지도 않고 갑자기 자전거도로로 뛰어들거나 지그재그로 걸어 다니는 일만 없어도 서로 훨씬 더 안전하게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전거가 함께 다니는 도로라는 것을 잊지 말고 보행자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챙겨 달라는 것이다. 차에 늘 자전거를 싣고 다닌다는 안승범 씨(43)는 이날 오전 한강공원을 찾았지만 아이들 자전거만 내려놨다. 그는 “사람 많은 공원에선 사람과 자전거가 뒤엉켜 늘 불안하다. 그래서 세 아이가 자전거 타는 것만 살펴보기에도 버거울 정도”라고 말했다. 안 씨는 “아이들을 마음 놓고 자전거도로에 내보낼 수 있게 각자 조금씩 안전의식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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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안에 ‘소방차’ 1대 들여놓으세요”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이자 가로세로 1m가량의 금속 연소대에서 불길이 솟았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2m 가까이 타오르는 불길. 뜨거운 열기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갑자기 닥친 상황도 아니고 미리 교육받고 소화기 사용 체험에 나선 것인데도 덜컥 겁이 났다. 이걸로 정말 끌 수 있을까. 손에 쥔 소화기는 작고 가벼웠다. 무릎 높이에도 못 미치는 크기에 무게는 2.5kg가량. 하지만 안전핀을 뽑고 연소대 바닥을 향해 소화기의 손잡이를 힘껏 움켜쥐자 그런 생각은 기우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불은 10초도 안 돼 완전히 꺼졌다. 소화기 하나의 위력은 대단했다. 3월 30일 오후 충남 천안시의 국민안전처 산하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 화재 진압 체험에 나선 기자는 ‘화재 초기 소화기 1대는 소방차 1대에 맞먹는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4명의 사망자를 낸 1월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지난달 5명이 숨진 인천 강화군 캠핑장 화재 초기 상황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소화기 1대면 충분히 끌 수 있었던 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국내 가정에서는 절반 정도만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집 안에 뿌리는 소화용구를 두고 현관에는 소화기 하나를 두는 것만으로도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프레이 같은 간이 소화용구를 갖추면 주방에서 시작된 작은 불길은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분말 같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 하지만 불이 번진 뒤엔 별 소용이 없다. 번지기 시작한 불은 소화기로 꺼야 한다. 흔히 보는 빨간색 분말소화기는 저렴하면서도 소화력이 뛰어나지만 소화기 분말 때문에 2차 피해가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또 분말이 굳지 않도록 한 달에 한 번 뒤집어 주며 관리해야 한다. 2차 피해가 걱정되면 이른바 ‘청정소화기’로 불리는 할로겐화물소화기를 갖춰도 된다. 사용해도 흔적이 남지 않는 가스 계열 소화기다. 별도 관리가 필요 없지만 분말소화기보다 4, 5배 비싼 가격이 단점이다. 이 교수는 “다양한 소화용품을 인터넷으로도 쉽게 살 수 있으므로 모든 화재 유형에 쓸 수 있는지 확인하고 적절하게 선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소화용구를 갖추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제대로 쓸 수 있는지’다. 불길을 더 키운 2차 체험에서는 기자도 불을 제대로 끄지 못했다. 2m 넘게 솟구치는 불길이 두려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람을 등지고 발화 지점을 향해 직접 쏴 불을 끄는 것이 철칙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평소에 소화기를 둔 장소와 사용법을 정확히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소방본부가 운영하는 체험관에서 연습 해 보는 게 위급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천안=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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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행 줄었지만 ‘은따’는 더 심해져… 교묘해진 학교폭력

    늘 함께 다니던 친구들이었다. 예쁜 학용품을 나눠 쓰고 만화영화 얘기를 하며 ‘까르르’ 웃던 사이였다. 문제는 정말 사소한 일에서 시작됐다. A 양(11)은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눈사람 캐릭터 ‘올라프’를 그렸다. 이 그림의 사진을 찍어 친구들이 함께 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친구 B 양(11)이 ‘올라프를 욕되게 했다’며 장난처럼 적었다. 그러자 SNS 속 모든 친구가 A 양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따돌림은 은밀하고 교묘했다. A 양의 외모를 강아지 ‘시추’라고 표현하며 SNS에 ‘시추는 더럽고 못생겼다’ ‘시추는 다른 강아지들 사이에서 왕따’라고 은유적인 글을 올리며 따돌렸다. 급기야 같은 반 친구들까지 동조하고 나섰다. A 양이 건넨 말에 대답하는 대신에 얼굴만 쳐다보며 킥킥거렸다. 카카오스토리의 ‘필독’(게시글을 특정인이 꼭 보게 하는 것) 기능까지 괴롭힘의 수단으로 동원됐다. 1995년부터 학교폭력 근절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지난해 1월 파악한 한 초등학교의 사례다. 겉으로 드러나는 학교폭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은밀한 괴롭힘은 줄지 않고 있다. 특히 교사나 성인이 접근하기 힘든 폐쇄된 사이버 공간의 실태는 심각하다. 피해자를 직접 지칭하지 않고 또래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A 양의 경우에도 학교 측은 “온라인의 글이 A양을 대상으로 했다는 정황을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며 정식 조사를 피했다. 이런 현상은 동아일보가 입수한 청예단의 ‘2014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5958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지난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의 비율은 2013년 6.1%에서 지난해 3.8%로 줄어들었다. 2011년 18.3%를 기록했던 수치가 3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 하지만 청예단 측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따돌림이나 언어폭력을 미처 학교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왕따’보다 은근히 따돌린다는 뜻의 ‘은따’라는 표현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피해율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큰 것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여전히 크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다’거나 ‘매우 고통스러웠다’는 학생의 비율은 2012년 49.3%, 2013년 56.1%, 지난해 50.0%로 꾸준히 높은 수준이다. 학교폭력 피해 후에 자살을 생각한 학생 역시 2013년 42.1%, 지난해 42.9%로 집계됐다. 학교폭력 피해 때문에 ‘복수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는 학생은 2013년 75.4%에서 지난해 77.0%로 늘어났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폭력의 양은 줄어들고 있지만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때리거나 욕하지 않는 대신에 관계를 끊어버리는 등 다른 방식으로 괴롭힌다고 피해자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통계상으로도 누군가를 제외하고 카카오톡 방을 만들거나 초대하고서 말을 걸지 않는 등 사이버상의 괴롭힘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개인의 신상정보나 사진 등을 고의로 온라인에 유포하는 비율이 2013년 4.6%에서 지난해 9.3%로 크게 늘어났다. 김은희 진로&심리상담연구소장은 “모바일 발전으로 학교폭력이 예전과 다른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아이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더욱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학교폭력 유형 중에서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사이버 폭력 항목이 같은 기간 6.1%에서 7.6%로 증가했다. 사이버 폭력 피해율이 가장 높은 학년은 중학교 3학년(13.6%)과 중학교 2학년(9.7%)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 공간은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메신저(44.1%)와 SNS(38.3%) 순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흐름에 발맞춘 학교폭력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신고 체계 구축 등이 근본적인 학교폭력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사이버 따돌림 등 새로운 방식의 폭력도 피해자에게 큰 고통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꾸준히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나만 아니면 돼” 절반이 모른 척 ▼반에서 힘깨나 쓰는 남자애들은 쉬는 시간마다 지욱이(가명·15)를 괴롭혔다. 스마트폰을 빼앗아 게임을 하고, 권투 연습을 한다며 지욱이를 세워놓고 쉭쉭 소리를 내며 얼굴과 배에 주먹을 들이댔다. 말투가 어눌하고 살이 찐 편인 지욱이는 학기 초부터 반 아이들의 ‘만만한 상대’였다. 지욱이 앞자리에 앉은 오예지(가명·15) 양은 이를 모두 목격했다. 긴장한 지욱이를 보면서 웃는 소리,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자리에 앉으면서 지욱이가 내뱉는 깊은 한숨소리까지 생생했다. “안됐죠. 볼 때마다 불쌍해요”라고 말하면서도 예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친구가 당하는 걸 알지만 쉬는 시간엔 친구와 매점에서 수다 떨고, 졸리면 엎드려 잤다. “왜 가만히 있었냐고요? 저만 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 반 애들 다 그랬어요.” 예지가 유별난 게 아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조사 결과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 중 절반 가까이(46.9%)는 “모른 척했다”고 답했다. 학교 선생님께 알린다는 응답은 다섯 명 중 한 명(19.1%)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학교폭력을 보고도 방관한 이유로 ‘관심이 없어서’(26.8%), ‘도와줘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23.3%), ‘같이 피해를 당할까 봐’(22.1%)라고 응답했다. “일단 그 일은 내 일이 아니고. 지욱이가 나쁜 애는 아니지만 나랑 친한 것도 아니고…” 손가락을 꼽으며 방관 이유를 설명하던 예지는 “그리고 내가 도울 수도 없다”고 말했다. 망설이다 “그 패거리(가해 학생들)가 나쁘긴 하지만 그들과 등져서 좋을 게 뭐 있어요? 지욱이가 아니면 다른 애가 겪어야 할 텐데…”라며 속내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목격했을 때 학생이 나서서 말리는 것보다 선생님이나 경찰 등에 먼저 알리라고 지적한다. 어설프게 돕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피해 학생이 모멸감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이 학교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교사나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적극적으로 나서는 학생이 적다는 점이 문제다. 학교에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가해자가 기세등등하게 학교 다니면서 제보자를 찾아내는 일이 적지 않은 탓이다. 방관만 하다가는 되레 ‘동조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은숙 연 심리클리닉 원장은 “싸움을 구경만 했는데도 가해자로 신고하는 사례가 있으므로 폭력을 무시하는 태도도 폭력의 일부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보고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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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가, 얼른 친정가거라” 이 한마디…

    “우리 집은 가난했어요. 아버지는 명절마다 고민이 깊었지요. 조카들에게 세뱃돈 많이 주고 싶은 마음은 컸겠지만, 안절부절못하는 아빠 얼굴을 보니 명절이 원망스럽더라고요.” 이완정 인하대 아동복지학과 교수가 떠올린 명절 기억 한 토막이다. 가난한 친척은 어디나 있다. 5000원, 1만 원씩이라 할지라도 조카들 주다 보면 1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래서 이 교수는 결혼 뒤 친척들과 의논해 원칙을 세웠다. 서로 세뱃돈은 주고받지 않는다. 세배의 대가가 현찰이라는 건 교육상 의미도 없다고 봤다. 과거에 비해 명절은 빠르게 변했다. 2014년 설 연휴 기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은 총 26만7000명에 달한다. 국내 유명 여행지도 가족 단위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하지만 여전히 명절이 부담스럽다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 울산이 친가인 남편에게 시집온 나모 씨(34)의 친정은 충북 청주다. 어딜 먼저 가느냐로 다투던 부부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만들었다. ‘명절 당일은 시댁에서 보내되 차례 준비는 시어머니가.’ 이 원칙은 잘 지켜져 명절 전 울산에 내려오고 당일까지 시댁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음식은 시어머니가 미리 끝내 놓고 있다. 먼 길 다니며 아이까지 챙겨야 하는 며느리에게 일까지 시키기 안쓰럽다며 원칙을 이해해 준 시어머니 덕분이다. 나 씨는 “시어머니가 먼저 마음 써 주시니까 ‘친정에 꼭 가야지,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지’ 하는 생각은 자연스레 사라졌다”고 말했다.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실제 병은 아니지만 명절 하루 친인척과 모여서 지내다 보면 발생하는 현상이다. 체한 것처럼 가슴이 꽉 막히고 답답해지는 증상을 뜻한다. 고되긴 하지만 이 정도의 중증을 일으킬 만큼 가혹한 건 아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가족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배려한다면 쉽게 뻥 뚫릴 문제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작은 단위로 나누면 된다.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돌보게 하고, 식탁을 닦거나 수저를 놓고, 물컵을 정리하는 것이 그 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상처 내는 일도 금물이다. 특히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겪는 사람이 남편이다. 황현호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소장은 “가정 행복이라는 것은 부부의 행복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식도 중요하고 부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번 설에는 친척들끼리 소통하는 법도 새롭게 가다듬어 보면 어떨까. ‘결혼 언제 하느냐’라는 말을 이미 수백 번 들었을 사람에게는 “요즘 직장에서 하는 일은 어떠니?”라고, 재수를 고민하는 고3에게는 “고생 많이 했네. 졸업을 축하한다”라는 말로, 취업 이력서를 쓰다 지친 사람에게는 “앞으로 어떤 꿈을 이루고 싶니”라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노지현 isityou@donga.com·김도형 기자}

    •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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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화식, 위상 커지면서 이권유혹 늘어… 시민단체들 “배신감 넘어 충격”

    “배신감을 넘어 충격입니다 충격…. 아마 ‘멘붕’에 빠진 사람이 하나둘이 아닐 겁니다.”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와 보조를 맞춰 수년간 론스타 문제에 대응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 A 씨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장 전 대표와 함께 “해외 투기자본을 처벌해야 한다”며 셀 수 없이 많은 시위와 농성을 벌였다. A 씨는 “(그가) 왜 그랬는지 지금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론스타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장 전 대표의 잘못이 어렵게 이끌어 온 활동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앞으로 활동 위축을 걱정했다. 시민단체 안팎에서는 장 전 대표 사건을 계기로 자성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오직 시민들의 금융자산 보호를 위해 애써야 할 시민단체들이 알력 다툼이나 편가르기만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도 연구용역이나 소비자조사 때 입맛에 맞는 특정단체와 함께하기 때문에 일부는 관변단체처럼 행동한다”며 “10년 이상 한 사람이 시민단체 대표를 하다 보면 권력을 남용하고 오만해진다”고 지적했다. 최근 10여 년 사이 시민운동이 급성장하면서 시민단체의 권력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런 만큼 시민단체 역시 각종 이권과 연계된 유혹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환경운동 1세대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사업 청탁 대가로 1억3000만 원을 받았다가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 사회적 약자를 도우라고 준 국고보조금이나 기부금에 손댄 시민단체도 있다. 2012년 한국농아인협회 간부 이모 씨(48)는 TV 자막수신기 사업에 써야 할 국고보조금 10억5700만 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등에 탕진한 혐의로 구속됐다. 기업들이 시민단체에 주는 ‘후원금’ ‘기부금’ 역시 뜨거운 논쟁거리다. 기업들을 감시하는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2013년 ‘창립 30주년 행사’를 하면서 기업들로부터 6000여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전체 후원금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노지현 isityou@donga.com·김도형 기자}

    • 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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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영상 협박녀, “상대방도 영상 갖고 있다” 대기업 사장 맞고소

    대기업 사장 A 씨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을 빌미로 거액을 뜯어내려다 구속된 미인대회 출신 김모 씨(31·여)가 “상대방도 성관계 동영상을 갖고 있다”며 A 씨를 맞고소했다. 5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A 씨가 자신과 성관계 도중 동의 없이 영상을 찍었다”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 김 씨는 고소장에서 A 씨가 일방적으로 동영상을 촬영했고 이를 지워달라고 부탁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1월 말 김 씨는 남자친구 오모 씨(49)와 함께 A 씨를 협박한 혐의(공동 공갈 등)로 구속기소됐다. 김 씨는 자신의 친구 B 씨와 A 씨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30억 원을 요구한 혐의다. 당시 검찰은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성관계 장면은 없었으며 A 씨가 나체로 오피스텔을 돌아다니는 장면 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의 동의 없이 영상이 촬영됐는지 등을 기존 사건과 별개로 수사할 방침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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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신감 넘어 충격”…장화식 파문에 시민단체들 ‘망연자실’

    “배신감을 넘어 충격입니다 충격…. 아마 ‘멘붕’에 빠진 사람이 하나둘이 아닐 겁니다.”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와 보조를 맞춰 수년간 론스타 문제에 대응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 A씨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장 전 대표와 함께 “해외 투기자본을 처벌해야 한다”며 셀 수 없이 많은 시위와 농성을 벌였다. A 씨는 “(그가) 왜 그랬는지 지금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론스타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장 전 대표의 잘못이 어렵게 이끌어 온 활동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앞으로 활동 위축을 걱정했다. 시민단체 안팎에서는 장 전 대표 사건을 계기로 자성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오직 시민들의 금융자산 보호를 위해 애써야 할 시민단체들이 알력다툼이나 편가르기만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도 연구용역이나 소비자조사 때 입맛에 맞는 특정단체와 함께 하기 때문에 일부는 관변단체처럼 행동한다”며 “10년 이상 한 사람이 시민단체 대표를 하다 보면 권력을 남용하고 오만해진다”고 지적했다. 최근 10여 년 사이 시민운동이 급성장하면서 시민단체의 위상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 만큼 시민단체 역시 각종 이권과 연계된 유혹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환경운동 1세대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사업 청탁 대가로 1억3000만 원을 받았다가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형이 확정됐었다. 사회적 약자를 도우라고 준 국고보조금이나 기부금에 손 댄 시민단체도 있다. 2012년 한국농아인협회 간부 이모 씨(48)는 TV 자막수신기 사업에 써야 할 국고보조금 10억5700만 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등에 탕진한 혐의로 구속됐다. 기업들이 시민단체에게 주는 ‘후원금’ ‘기부금’ 역시 뜨거운 논쟁거리다. 기업들을 감시하는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지난해 ‘창립 30주년 행사’를 하면서 기업들로부터 6000여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전체 후원금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20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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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피해자 등록 6개월 만에… 또 한 분 별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박위남 할머니가 지난달 31일 지병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3세.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16, 17세 무렵이던 1938년 전후에 만주 군수공장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동네 사람의 말에 속아 위안소로 끌려갔다가 광복을 맞을 때까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광복 이후 귀국했지만 위안부 피해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다 지난해 8월 238번째로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2일장으로 치러졌고 유골은 충남 천안시 망향의 동산에 안치됐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53명으로 줄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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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병원서 70대 환자 17시간 묶여있다 사망

    정신병원에서 노인을 장시간 묶어뒀다가 숨지게 하고 환자를 일상적으로 폭행한 사고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2013년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했던 전모 씨(당시 72세)를 숨지게 한 강원 지역 정신병원장 최모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고혈압 외에는 비교적 건강했던 피해자를 병원 측이 17시간 이상 강제로 묶어두면서 갑자기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본 것이다. 묶인 시간 동안 거의 의식이 없었던 피해자는 상태가 나빠져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 날 결국 숨졌다. 정신보건법은 제한된 때에만 환자를 격리하거나 묶는 등의 신체적 제한을 허용하며 환자 본인의 치료 또는 보호가 목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서 밥을 더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가벼운 욕설을 한 환자 박모 씨(35)를 폭행한 보호사 장모 씨(38)도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이날 검찰에 고발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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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대학생 원룸 월세-관리비 평균 50만원”… 대안 없이 다 아는 얘기만 한 청년委

    “요즘 원룸 월세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대통령 직속 기관이면 나서서 실제 부담을 좀 덜어 주면 좋을 텐데 그런 건 없나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대학생 원룸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28일. 매달 45만 원씩 내며 학교 인근 원룸에서 살고 있는 고려대 재학생 채모 씨(20)가 조사 결과를 살펴본 뒤에 보인 반응이다. 이날 청년위는 원룸에 거주하는 수도권 대학생이 평균 1400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관리비를 포함해 50만 원가량의 월세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택 선택 요령과 계약 방법 등을 안내하는 동영상과 홍보 책자도 공개했다.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높아진 주거비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정작 채 씨 같은 대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주거비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청년위 측은 △대학 기숙사 증설 △공공임대주택 활용 △월세 보증금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청년위는 학교가 기숙사를 짓겠다고 나섰는데도 월세 하락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의 반대 때문에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일부 대학의 문제에도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청년위는 대학과 지역 사회의 문제에 직접 뛰어들어 조율하기는 힘들고 기숙사 안에 지역민을 위한 공부방을 마련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생의 공공임대주택 활용 등의 문제도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부처 등에서 주도하고 있는 상황. 결국 청년위가 직접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없애겠다고 공약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각종 위원회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위원회의 구체적인 역할과 권한이 불분명하고 예산도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결국 홍보에 열을 올리거나 연관 부처의 ‘옥상옥’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위원회가 가진 문제”라고 지적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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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학 현수막 자제” 인권위 지적에 학교는 볼멘소리…왜?

    중·고등학교가 특수목적고나 명문대 진학 실적을 홍보하는 것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학교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지적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27일 현병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최근 특정학교의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이 전국적으로 게시되고 있다”며 “이는 다른 학교에 입학하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에게 소외감을 주고 학벌주의를 부추겨 차별적인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인권위는 전국 시·도교육감에게 이같은 홍보물 게시를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시 전국 중·고교 학교장에게도 홍보물 게시 자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이후에도 비슷한 진정이 89건이나 제기되는 등 개선되지 않자 다시 의견을 낸 것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의 정당한 홍보 활동을 막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다. 서울 강북 지역 A고교는 2015학년도 입시 일정이 끝나는 다음 달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 합격자를 게시할 계획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인권위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진학 실적은 주변 학부모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정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고교 평준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학생들이 진학할 고교를 어느 정도는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지역이 많은 상황. 고교 선택제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 등에서 고교의 진학 실적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꼭 필요한 정보라는 것이다. 강북 지역 중학교 2학년 김주혁 군(15)은 “어느 학교를 지망할지 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인데 나서서 공개를 막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대다수 학생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닌데 과도하게 홍보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현수막 활용 등은 자제하고 홍보 책자 등을 통해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20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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