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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올해 말 민자역사(驛舍) 30년 점용 허가 기간이 끝나는 롯데역사(영등포역), 한화역사(서울역 옛 역사), 동인천역사(동인천역)에 국가 귀속을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곳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근로자들은 일제히 혼란에 빠졌다. 만료 3개월을 앞둔 시점에 기간 연장을 불허한 정부의 ‘늑장 결정’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예고된 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민자역사는 15개. 1987년 영등포역 등 3곳을 시작으로 부평(1989년), 부천(1990년), 안양(1992년), 신촌(1997년) 등에 민간상업시설이 들어섰다. 국유 철도부지에 민간자본으로 현대화된 상업 및 역무 시설을 짓는 민자역사는 이용객 편의를 제고하면서도 옛 철도청의 경영을 개선한다는 장점도 있다. 기업은 상업시설을 30년 동안 점유해 운영하는 대가로 국가에 점용료를 낸다. 철도시설공단이 지난해 전체 민자역사에서 받은 점용료는 527억 원이었다. 국유철도 재산활용법은 1992년 개정됐다. 그러면서 기존 사업자의 자동 점용 연장이 불가능해졌다. 정부가 점유 연장이든 국가 귀속이든 결론을 내면 그에 따라 민간업체들이 적용받도록 했다. 서울역 등 법 개정 전에 지어진 역사도 이를 소급 적용받았다는 게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10여 년이 지나도록 이 법을 어떻게 적용할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한화역사, 롯데역사 등이 3년 전인 2014년 적용 방침을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그제야 법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지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그러고는 2015년 7월 2년 반 앞으로 다가온 3개 역사의 처리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당초 1년 기한 용역이었지만 결과 발표는 없었다. 국토부 측은 “아직 결과가 안 나왔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3년이 흘렀다. 올해 들어 만료 시점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5·9대선’이 끝날 때까지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민자역사 관련 기업 관계자는 “2014년 말부터 실무 임원이 국토부에 여러 차례 찾아가 향후 로드맵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때마다 ‘기다려 보라’ ‘선거 결과를 보고 얘기하자’는 식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민자역사 운영업체나 임대 중인 기업들에도 국토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 연장을 할지, 국가 귀속을 할지 알 방법이 없었다. 기업들의 속이 타들어 갔지만 국토부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입자도 만기 2년이 다가오면 이사 준비를 한다. 정부의 별도 통보가 없더라도 사업자가 새 입찰 참여나 철수를 준비하는 것은 법적으로 당연하다”고 말했다. 민자역사 운영업체 측이 미리 준비하지 못한 잘못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공식 발표가 지연된 것은 민자역사에 입주해 있던 소상공인 대책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귀속한 건물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도 아직 검토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일하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알짜 입지에 있는 건물인 만큼 경쟁입찰에 참여하려는 유통업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자 선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응찰 업체가 없어 건물이 공실로 남을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권이 바뀌면서 국토부 입장이 ‘점용 연장’에서 ‘국가 귀속’으로 급선회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철도 공공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국토부가 특정 민간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점용 연장을 접었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연구용역은 점용 연장에 무게를 두고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내부 관계자는 “이 용역 진행 상황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입점 업체들은 점용 연장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역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민자역사 입점 상인들은 일터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달 초부터 백화점에는 ‘롯데가 건물 계약이 끝나 철수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이면 ‘사실이다’ ‘아니다’라며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의류매장 직원 이모 씨(61)는 “설마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까 싶으면서도 가게가 문을 닫을까 봐 불안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서울역 롯데마트 분위기도 비슷했다. 언론 보도로 소식을 접한 마트 근무자들은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에 바빴다. 농산품 담당 직원 A 씨는 “최근 조회 때 재계약 방향으로 갈 예정이니 동요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비정규직 사원 B 씨는 “일자리 만들겠다던 정부가 몇 천 명의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없앨 거라고 생각하기는 싫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수천 명이 일하는 기업이 문을 닫거나 이전하려면 수년 전부터 계획을 세워야 한다. 3개월 전에 나가라고 해놓고 ‘새 세입자를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은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이번 혼란이 추후 다른 민자역사에서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경기 부평역은 2019년 말 점용 기간이 끝난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간 만료가 임박할 때까지 기업들이 연장 여부를 알지 못하는 사태가 반복된다면 경영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정민지 jmj@donga.com·김배중·천호성 기자}

《 중국 정부가 기금을 지원한 중국의 역사서에서 고구려, 발해는 물론이고 백제까지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는 12일 ‘백제역사편년’ ‘고구려역사편년’ 등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 5권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밝혔다. 고구려, 백제, 부여 역사를 중국사 연호(年號) 중심으로 서술한 총서에는 중국 학계에서 처음으로 백제의 역사가 초기부터 중국사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집필을 주도한 중국 창춘사범대 장웨이궁(姜維公·55) 교수는 ‘백제역사편년’ 속 18쪽에 이르는 ‘백제기원문제탐토(百濟起源問題探討)’라는 제목의 소논문에서 “우리 중국 학계는 그간 백제를 한국사 범주로 인식했지만 백제 전기 역사는 중국사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 장 교수는 “백제가 4세기 중엽 한강 유역으로 주무대를 이동했어도 백제가 중국사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원전 2세기부터 4세기 중엽까지 한강 유역이 중원(中原) 왕조의 소유였기 때문이라는 게 장 교수의 주장이다. 백제 멸망 당시 당(唐)이 백제 지역에 웅진도독부를 세워 ‘백제가 멸망하며 중국에 예속됐다’는 주장은 과거 중국 정부가 주도한 ‘동북공정(東北工程)’ 당시에도 있었다. 하지만 초기부터 백제가 중국사라는 주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소논문에는 백제의 기원 자체가 현재 중국 지린성 지린시에 있던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것임을 강조한다. 총서의 다른 책인 ‘부여역사편년’에서는 부여에 대해 ‘아국(我國) 동북소수민족정권’, 즉 중국사로 소개했다. 총서를 한데 모아 보면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백제도 결국 중국사라는 논리다. 해당 총서는 2002∼2007년 중국이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당시 이를 주도했던 중국사회과학원의 기금을 지원받아 집필됐다. 총서의 각권 왼쪽 상단에는 ‘국가사회과학기금중점항목성과(國家社會科學基金重點項目成果)’라고 명시돼 있다. 총서 집필을 주도한 장 교수는 동북공정 프로젝트 당시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학자다. 이 총서가 동아일보 단독 보도(2017년 1월 19일자 A25면)로 알려진 이후 3월 발해, 거란편년이 추가로 발간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편년을 통해 중국 동북지역 고대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논리를 강화한 흔적들도 엿보인다. ‘발해역사편년’에는 고구려 출신 대조영(?∼719)이 세운 발해(698∼926년)의 228년 역사보다 발해가 멸망한 뒤 거란이 발해 지역에 세운 동단국(東丹國·926∼1220년)의 294년 역사를 비중 있게 정리했다. 책 뒷부분에 부록으로 넣은 ‘발해연호대조표’에는 ‘발해-중원왕조-일본-신라-고려’ 순으로 배열해 발해를 당시 동시대 한국사로 분류되는 신라, 고려와 분리시켰다. 국내 학계에서도 중국사로 인정하는 거란을 부여, 고구려, 백제, 발해와 함께 총서로 묶은 부분도 눈에 띈다. 고구려, 백제, 발해, 부여역사편년은 서한(西漢), 수(隋), 당 등 중국 고대국가 연호 중심으로 사료가 정리됐다. 하지만 ‘거란역사편년’은 거란이 국가를 세운 900년대 이후부터 ‘거란태조야율아보기신책원년(916년)’ 같은 거란 고유의 연호가 사용됐다. 이 교수는 “총서는 부여에서 고구려와 백제가 갈라져 나왔고, (고구려 이후 등장한) 발해가 중국사로 인식되는 거란에 흡수되면서 결국 중국 동북 고대국가 모두 중국사의 일부라는 이해체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총서를 통해 한국사를 접하는 중국 일반인 및 학자들은 신라를 제외한 한국 주요 고대국가 모두가 중국사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언제 우리도 장애인이 될지 몰라요. 공존해야 한다는 걸 조금 늦게 안 거지.”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학교 인근에 사는 주민 A 씨는 2년 전을 회상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12월 개소한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이하 센터) 반대 활동을 했던 자신의 지난날을 얘기하며 “(부끄러워서) 다 잊어버렸는데…”라는 말을 반복했다. A 씨는 2015년 여름 서울시교육청 등이 성일중 건물 일부를 사용해 센터를 만든다고 공지하자 센터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고교 졸업을 앞둔 나이인 센터 장애인들이 중학생들을 해코지할지 모른다’ ‘장애인 통학버스가 다니면 그나마 좁은 길이 막힌다’는 등의 논리로 반대집회를 열었다. 센터 공사용 자재를 실은 트럭이 동네 입구에 들어서자 ‘인간 띠’를 만들어 막아서기도 했다. 오십이 넘도록 장애인을 제대로 만난 적 없는 그에게 이들은 막연한 불안감의 대상, 그뿐이었다. 집회나 간담회 현장에서 장애인은 A 씨 등에게는 비하 대상이었다. 센터 찬반집회가 동시에 열렸을 때, 장애인 학부모들 맞은편에 선 A 씨는 바지춤에 두 손을 넣은 장애인을 가리키며 “모자라서 저런다”고 비웃었다. 2015년 말 시교육청이 주관한 간담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허락해 달라”며 무릎을 꿇자 “저건 쇼”라며 맞서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A 씨 마음이 불편해졌다. 집회 현장에서 마주한 장애인들은 ‘사람 해칠 괴상망측한 모습’이 아닌 그저 선한 사람이었다. 시교육청에서도 “직업교육을 하고 나면 사회에 문제없이 적응하고 살 친구들”이라며 A 씨 등을 설득해갔다. 장애인 학부모가 무릎 꿇는 모습을 언론에서 본 고향 어른들은 A 씨가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람 좋아하는 놈이 왜 사람을 미워하고 나서느냐”며 점잖게 꾸중했다. A 씨는 “무릎 꿇는 모습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는데 그 꾸중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고민 끝에 A 씨는 결국 찬성으로 돌아섰다. 함께 반대하던 주민들은 A 씨 등을 ‘간첩’이라고 비난했다. 그런 주민들을 A 씨는 “우리도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지 않냐. 막연하게 사람 미워하지 말자”고 설득했다. 다른 주민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한때 500명 가까이 되던 센터 반대집회 참가자도 썰물처럼 빠져 1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센터는 문을 열었다. ‘ㄷ’자 모양의 성일중 건물 왼쪽 4개 층 전체를 사용한다. 반대집회의 여파를 반영하듯 중학교로 통하는 길목은 모두 펜스로 막혔다. 입구도 달리 했다. 그러나 올 7월 바리스타, 제과·제빵사 등의 직업교육을 받은 수료생 125명이 나올 때까지 주민들이 우려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센터 담장에 봉사자들이 벽화를 그리며 동네 분위기가 밝아지자 주민들 표정도 밝아지고 있다. A 씨는 “원래 조용하던 동네다. 반대집회 했을 때가 가장 시끄러웠던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한동네 살면서 이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는 게 부끄러워요.’ ‘지금이라도 나설게요, 같은 부모잖아요.’ 주말 내내 장민희 씨(46·여)의 휴대전화로 날아든 문자메시지와 통화 내용이다. 5일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장 씨 등 장애학생 부모들이 반대 주민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덕분이다. 무릎 꿇은 엄마들의 ‘눈물의 호소’에 특수학교가 들어설 예정인 강서구 주민들의 마음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설립 찬성’ 서명에 8만여 명 동참 언론 보도를 접한 뒤 강서구 주민 사이에선 “솔직히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에 나도 망설였다. 정말 미안하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행복한 동네로 만들자”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서명 참여도 늘고 있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강서구를 사랑하는 모임’(강서사랑모임)은 지난달 말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시작 초반 보름이 지나도록 1만 명도 모이지 않았다. 하지만 5일 토론회 당시 장 씨 등이 무릎을 꿇은 영상이 공개되자 주말까지 총 8만1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대부분 강서구 주민이고 다른 구에 사는 시민도 일부 동참했다. 강서사랑모임 김상일 대표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의 생각이 마치 전체 주민의 뜻으로 비치는 데 반감을 갖게 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수학교가 우리에게 당연히 필요한 기본권처럼 인식되게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서울에 특수학교가 없는 구가 8개나 된다”며 여전히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한 주민은 “그날 우리도 무릎을 꿇었다”며 “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의가 감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설립 반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은 근거 없는 편견 특수학교가 설립될 때마다 주민들은 ‘집값 떨어진다’며 반대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오해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67개 특수학교 인접 지역의 2006∼2016년 부동산 가격을 조사한 결과 특수학교 인접 1km 이내 주택표준공시지가는 매년 평균 4.34% 올랐다. 비인접 지역(1∼2km)의 4.29%와 큰 차이가 없었다. 울산과 경남의 일부 특수학교 인접지역은 오히려 비인접지역보다 땅값 상승률이 높았다. 부동산 가격만 볼 게 아니다. 이날 발달장애 특수학교인 밀알학교(서울 강남구) 1층 카페에는 휴일을 맞아 주민 50여 명이 자리를 메웠다. 올해 개교 20년을 맞은 밀알학교는 1996년 학교 공사 때 지금 강서구 특수학교처럼 극심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1997년 개교 후 학교 측이 카페와 미술관 등 편의시설을 만들어 주민에게 개방한 덕분에 지금은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은 자원봉사나 각종 행사 개최를 위해 학교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강서구의 또 다른 특수학교인 교남학교도 학교 시설과 텃밭을 개방해 주민 쉼터와 유치원생 체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대전 동구의 혜광학교도 2006년 학교 담장을 허물고 공원을 조성한 뒤 ‘담장 없는 학교’로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단비·김동혁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재야인사들이 대책회의 등을 열었던 고 홍남순 변호사(1912∼2006) 가옥이 5·18 사적지 제29호로 지정 및 고시됐다. 광주시는 “5·18기념사업위원회에서 ‘홍남순 변호사의 가옥 사적지 지정(안)’이 1일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10일 밝혔다. 광주 동구 제봉로에 있는 홍 변호사 가옥에서는 1980년 5월 당시 재야 인사들이 광주 민주화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을 논의하고 의견을 모았다. 구속자 석방을 촉구하는 문건 등도 작성했다. 광주시는 “5·18 사적지 지정 기준인 시민 다수의 집합적 행동이 이뤄진 곳,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집단적 노력이 전개된 곳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빈집인 홍 변호사 가옥에 대해 관리, 보존 작업을 벌인 뒤 다음 달 사적지 지정 표지석을 세울 계획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한잔하러 여기 안암동에 온 적은 있었는데, 강의하러 오려니…. 하하.”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우당교양관 대강당. 백발에 뿔테 안경을 낀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겸연쩍은 듯 말문을 열었다. 신 교수의 친근한 ‘자기 고백’에 강당을 가득 메운 고려대 학생 400여 명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신 교수의 ‘중국불교(화엄종과 선종)’ 강의가 시작됐다. 같은 시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경영관 강당의 강단에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섰다. 차 교수는 “연세대와 고려대는 영원한 맞수이자 동반자”라며 “첫 시간에 강의를 하게 돼 부담이 크다”며 웃었다. 그는 고려대를 상징하는 크림슨색(진홍색)을 배경으로 한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연세대 학생들에게 한국의 상속세 제도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신 교수와 차 교수는 이날 처음으로 소속 대학이 아닌 곳에서 정식 강의를 했다. 이날은 고려대와 연세대의 합동 강의 첫날이었다. 두 대학은 지난해 말 합의를 바탕으로 이번 학기부터 합동 강의를 시작했다. 학교를 대표하는 교수 26명이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매주 강의한다. 수업 정원은 고려대 400명, 연세대 150명. 신청 때 대기자가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날 고려대 강의 주제는 불교, 연세대는 경제였다. 강의 후 학생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한 연세대 학생은 “기업의 순환출자를 해결할 만한 방법은 무엇이냐”고 차 교수에게 물었다. 한 고려대 학생은 “우리 불교는 ‘사찰’을 중요시하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신 부처의 홈리스적 삶과 모순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의가 끝난 후 교수와 학생들은 만족한 모습이었다. 신 교수는 “쟁쟁한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해 떨렸다. 사제간의 연이 고려대 학생들과도 맺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민이 씨(20·고려대 노어노문과)는 “앞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총장은 강의에 앞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두 대학이 운동장뿐 아니라 지식의 장에서도 함께하자는 출발점으로 합동 강의를 도입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이번 합동 강의를 계기로 양대 사학이 교육에 있어서 함께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김배중 기자}

“주택가 골목길에서 크게 떠들던 시위대가 사라졌어요. 이제 좀 살 것 같아.”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만난 박모 씨(73)는 최근 동네가 부쩍 ‘조용해졌다’며 반색했다. 주민센터 일대는 청와대 사랑채 앞과 함께 ‘시위대의 성지’라 불리며 늘 시위대가 북적이던 곳이다. 지난달 17일 주민들이 ‘청운효자동 집회 근절 촉구 집회’를 개최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찰청이 6일 공개한 ‘청운효자동 집회신고 현황’에 따르면 5월 10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99일간 주민센터 인근에만 241건의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하루 평균 2.43번이나 시위대가 다녀간 셈이다. 반면 지난달 17일부터 보름동안 열린 집회는 11건(하루 평균 0.73건)에 불과했다. ‘집회 근절 집회’ 이전과 비교할 때 집회 수는 30% 이하로 줄었다. 주민센터 인근이 시위대로 북적이기 시작한 것은 올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과 맞물린다. 문 대통령이 ‘낮은 경호’를 강조하면서 청와대와 가까운 주민센터 인근은 확성기와 마이크를 들고 시위대가 오기 시작했다. 5월 44건에 불과하던 집회는 6월 88건, 7월 83건으로 대폭 늘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는 6월 초부터 주민센터 앞 인도까지 막고 불법천막을 설치해 상주했다. 수십 명의 시위대가 폭 4, 5m의 동네 골목길을 누비며 ‘양심수 석방’ 등 구호를 외쳤다. 급기야 촛불집회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주민들이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잦은 집회 문제를 해결할 청운효자동주민대표단을 꾸렸고 7월 말 종로경찰서에 ‘동네의 안전과 평온을 위해 집회·시위를 제한하라’며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대표단은 지난달 14∼16일 주민 피해사례 접수를 받았다. 17일 주민들은 ‘집회시위 제발 그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큰 소리를 내는 시위에 항의한다는 뜻으로 ‘침묵시위’를 벌였다. 주민이 직접 나서자 골목을 누비던 시위대가 점차 사라졌다. 금속노조의 불법천막도 지난달 23일 철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주최자들도 애꿎은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며 자신들의 주장만 펴는 게 설득력이 떨어지고 여론의 힘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위대에 대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던 주민도‘캠페인을 통한 계도’로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주민대표단 관계자는 “집회도 일종의 의사표현이다. 존중한다”며 “질서를 지킨다면 집회 수가 다소 늘더라도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됨에 따라 잔여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엄중해진 안보 상황에서 이번 주 안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은 4일 “사드 기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협의를 완료했다”며 ‘조건부 동의’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한 지 8개월여 만이다. 대구환경청은 전자파와 관련해 국방부 실측자료, 괌과 일본 사드 기지의 문헌자료 등을 전문가 등과 검토한 결과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주민 수용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인 전자파 측정 및 모니터링 △측정 시 지역주민 또는 추천 전문가 참관 △측정 결과 실시간 공표와 주민설명회 개최를 국방부에 요구했다. 국방부와 미군은 성주 사드 기지에 4월 임시 배치한 사드 발사대 2기의 운용 및 경북 칠곡 미군기지(캠프 캐럴)에 보관된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 수순에 들어갔다. 국방부는 이날 “미군 측이 4월부터 임시 배치돼 있는 사드 발사대 등을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한 시설 보완 공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군 측은 내부 도로 공사와 숙소를 비롯한 편의시설에 대한 리모델링 등 사드 장비 최종 배치를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잔여 발사대 4기 임시 배치도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내부 공사를 위한 각종 장비와 잔여 발사대가 한꺼번에 (성주 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미 측과 기지 반입 일정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군은 각종 장비와 발사대 등의 양이 상당한 만큼 차량을 이용할 계획이다. 성주 주민들에게는 반입 하루 전 사실을 알려 반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군 당국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마무리와 별개로 이미 미군에 공여됐거나 추가 공여가 예정된 터 등 70여만 m²의 전체 부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엄정하게 실시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군 당국이 절차를 밟아가며 사드 배치에 대한 정당성을 취하는 반면 사드 반대 측은 흔들리는 모양새다. 특히 북한 6차 핵실험으로 사드 반대를 고집할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반전평화국민행동(국민행동)의 ‘사드배치 강행 반대 광화문 평화회의’(평화회의)는 취소됐다. 국민행동 측은 전날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취소 안내를 올려 “(북한의) 핵실험 등 정세상 기자회견 시점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상에서 참가자 이름, 소속단체, 연락처 등을 담은 ‘참석 연명부’를 접수하고 있었다. 앞서 이들은 북한이 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지난달 29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을 때도 “사드가 미사일의 대응책이 될 수 없다”며 사드 반대 집회 등을 강행했다. 지난달 12일 환경부가 ‘전자파·소음이 인체에 영향이 없는 정도’라고 평가 결과를 밝힌 뒤에도 “불법적인 사드 배치를 거부한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그러나 6차 핵실험으로 “사드라도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온·오프라인에서 커지는 등 여론이 불리해지자 잠시 숨을 죽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북 성향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들 내부에서도 ‘북한에 유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북 성주군 소성리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이날 사드 추가 배치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만으로는 역부족이니 사드 임시 배치 날짜가 알려지면 소성리로 와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5, 6일 대동제를 열고 7일부터 일주일간 2차 비상행동에 돌입한다. 전국에서 사드 배치 저지를 위해 400∼500명을 동원하겠다는 생각이다. 군 당국도 기지 입구를 둘러싼 이들을 뚫고 기지 내부 보완에 필요한 장비와 잔여 발사대 4기를 차량으로 반입할 묘안을 고민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비상 대기에 들어간 상태”라며 “국방부의 사드 추가 배치 발표가 나오면 경력 2000여 명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김배중 / 성주=장영훈 기자}

최근 세 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주부 박모 씨(30)의 가슴앓이가 시작됐다. 아들의 이름이 불러온 오해 탓이다. 리준서(가명). 아이의 성씨(姓氏)를 본 다른 아이와 부모들은 “쟤, 북한에서 왔나봐”라며 수군거렸다. 박 씨 아들의 성이 ‘리’로 등록된 이유는 남편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박 씨는 2013년 대만 출신 리(李) 씨(33)와 결혼했다. 혼인신고 때 ‘외국인 이름은 현지발음을 한글로 쓴다’는 가족관계등록예규에 따라 남편의 한글 성씨를 ‘리’로 등록했다. 아빠 성을 따른 아들도 똑같은 성씨를 쓰게 됐다. 박 씨는 “성씨를 개명할 수는 없어 답답할 뿐”이라며 “아이가 피해를 입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만 등 중화권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여성은 아이가 자라면 이처럼 난처한 상황을 겪는다. 대부분 성씨가 중국과 한국 발음이 다른 탓이다. 발음이 같은 건 황(黃) 정(鄭) 왕(王) 등 소수다. 중국인 허우(候·후) 씨와 결혼한 A 씨의 아이 이름도 ‘허우민수’(가명). A 씨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남녀평등 차원에서 부모의 성씨를 각각 따온 것으로 오해했다고 한다. 중국인 천(陳·진) 씨와 결혼한 B 씨는 아이 성씨를 천으로 등록했다. 남편의 성씨를 진 씨로 알던 일부 이웃은 아이 아버지가 다른 사람인 걸로 오해했다. 엄마 성씨를 따라도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대만인 쉬(許·허) 씨와 결혼한 C 씨는 아이가 태어나자 자신의 성씨를 붙여 출생신고를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주변에서는 ‘미혼모 아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저런 오해를 피하기 어려운 경우 아예 성씨와 이름 모두 중국식으로 짓는 사례도 있다. 대만인 커(柯·가) 씨와 결혼한 D 씨는 “중국 발음 그대로 성과 이름까지 썼다”며 “아예 국내 화교(華僑) 유치원과 학교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30일 대법원이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대만 홍콩 포함) 남성과 한국 여성으로 이뤄진 가정의 자녀 출생은 2008년 91명에서 계속 늘어 지난해 1132명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는 총 7297명이다. 이들은 해당 국가뿐 아니라 어머니를 따라 한국 국적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성씨를 선택한 경우 출생신고 때 대부분 현지발음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한자를 한국 발음으로 등록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2003년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에 주소를 둔 동포를 제외하고 모두 현지발음으로 표기하도록 바뀌었다. 부모들은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비현실적 규정 탓에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는 걸 안타까워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규정 개정을 촉구하는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2013년 대만 출신 외국인과 결혼한 고현정 씨(31)는 “한자의 발음이 문제가 아니고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배타적 규정이 2세들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련 전문가의 의견 등을 수렴해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숙명여대는 2018학년도 수시모집 인원을 확대했다. 지난해에 비해 75명이 늘어 전체 정원의 60.1%인 1274명을 선발한다. 이번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위주전형 모집인원이 512명으로 확대됐다. 지난해까지 학생부종합위주전형의 숙명미래리더전형과 숙명과학리더전형을 따로 선발했지만 두 전형을 숙명인재전형으로 통합해 간소화했다. 지난해와 동일하게 1단계는 서류심사 100%로 모집단위별 3배수를 선발하며(법·경영 2배수), 2단계는 1단계 성적 40%와 면접 60%로 선발한다.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가 평가 자료로 활용된다. 논술우수자는 총 317명(지난해 331명)을 선발한다. 고교 교육과정과 연계된 범위에서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출제되며 논술시험(60%)과 학생부(교과·40%)로 선발한다.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가 도입돼 수능 최저학력 기준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엔 4개 영역 중 2개 영역 등급 합이 인문계 4.5 이내, 자연계 5.5 이내였지만 올해는 모두 동일하게 3개 영역 등급의 합이 6 이내면 된다. 탐구영역도 기존 2개 과목 평균을 활용하지 않고 1개 과목만 활용하게 해 부담을 줄였다. 지난해처럼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수능 자연계형 응시자(국어, 수학 ‘가’형, 영어, 과탐)도 지원할 수 있다. 수시모집 신설 항목도 눈에 띈다. 사회기여및배려자전형 지원자격으로 3자녀 이상의 다자녀가정 자녀군이 마련됐고 예능창의인재전형에서 체육교육과 및 회화과는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차용진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미래의 가치를 품은 글로벌 여성 리더를 숙명여대 캠퍼스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악, 기다렸어 오빠!” 18일 오전 9시 반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 그룹 슈퍼주니어의 최시원(30)과 동방신기의 최강창민(본명 심창민·29)이 모습을 드러내자 세계 각국에서 모인 ‘곰신’(고무신의 줄임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1000명(경찰 추산) 안팎의 팬들은 ‘기다리고 있었어 시원오빠’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동방신기를 상징하는 빨간 풍선 등을 쉼 없이 흔들었다. 2015년 11월 나란히 입대한 두 사람은 서울경찰청 경찰홍보단에서 21개월간 의경으로 복무하고 이날 전역했다.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팬들 앞에 서서 거수경례를 한 뒤 손을 흔들었다. 이들은 별도의 소감을 밝히지 않은 채 차량을 타고 서울경찰청 정문을 나갔다.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고 떠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짧은 순간을 위해 팬들은 전날 밤부터 모여들었다. 일본에서 온 마이 씨(30·여)는 전날 오후 10시부터 입구 앞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최강창민을 기다렸다. 전날 한국에 온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마냥 좋다. 이거 하나 보러 여기 온 거다”라고 말했다. 먼 길을 마다않고 온 곰신들도 있었다. 알렉스 아마랄(Alix Amaral·24·여) 씨는 최 씨를 보려 멕시코에서 처음 한국을 찾았다. “실제 얼굴을 처음 봤다”는 그는 슈퍼주니어의 노래 ‘너라고’를 흥얼거리며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들여다봤다.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온 가오징(高靜·21·여) 씨도 “고향에 지진이 나서 우울했는데 2700km를 날아와 오빠(최강창민)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내년부터 이른바 ‘연예 의경’을 뽑지 않을 방침이다. 따라서 경찰청 앞에 세계 각국에서 모인 팬들이 북적이는 모습도 더 이상 보기 어려워졌다. 현재 남은 연예의경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복무중인 그룹 JYJ 소속의 시아준수(본명 김준수·30) 정도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계란마다 3, 4개씩 마크가 붙어 있네요. 뭘 사야 할지 몰라 일단 마크가 가장 많은 걸로 샀어요.” 17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만난 한 주부는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의 이유를 말했다. 이날 매장 내 계란코너 앞은 유난히 많은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평소와 달리 계란을 들고 한참을 고민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살충제 계란을 출하한 농장의 상당수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으로 드러난 탓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계란에 붙은 수많은 인증마크를 “믿을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친환경 인증제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친환경 농가에서 문제가 돼 더 죄송하다. 민간 인증기관 64곳이 있는데 가능하면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번 기회에 친환경 축산물 문제를 전반적으로 손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다가도 모를 ‘알쏭달쏭’ 친환경 계란 이날 매장에 나온 계란 10여 종의 포장에는 ‘무항생제’ ‘유기농’ ‘동물복지’ 등 다양한 정부 친환경 인증 마크가 인쇄돼 있었다. ‘무항생제’ 인증은 항생제 성분이 없는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 낳은 계란에 부여된다. ‘닭장 아파트’로 불리는 전용 철제 우리에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이라도 사료만 문제없으면 된다.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무항생제 인증 요건에 알을 낳는 닭이 유기농 사료를 먹고 자라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된다. 닭 1마리당 0.22m² 이상의 공간도 확보돼야 한다. 닭 우리의 1마리당 면적이 통상 0.05m²인데 4배가량 넓은 것이다. 닭이 흙목욕을 하며 진드기나 이를 스스로 잡을 수 있어 인위적으로 살충제를 뿌릴 필요가 줄어든다. ‘동물복지’ 인증은 닭 1마리당 1.1m² 이상의 방목 공간과 15cm 이상의 횃대(나무막대), 모래 목욕을 위한 흙, 깔짚 등 닭이 본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지내며 낳은 계란에 부여된다. 민간 인증으로는 한국표준협회가 부여하는 ‘로하스(LOHAS)’가 대표적이다. 계란의 품질 자체보다는 환경보호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업체가 생산한 제품에 부여된다. ‘유정란’이나 ‘HACCP(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등도 계란 상자에서 자주 보이는 문구다. 유정란은 수탉과의 교미를 통해 나오는 계란을 말한다. 무정란을 낳는 닭에 비해 자연방사 등 쾌적한 환경이 제공됐을 가능성이 높다. 무정란보다 영양성분이 좋을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해썹은 위생 불량 등 생산 및 유통 과정의 환경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심사해 부여하는 인증이다. 이 밖에 녹차, 유황, 마늘, 홍삼 등을 먹여 낳은 것이라는 계란도 많지만 계란의 안전성과는 직접 관련성이 없다. 시중 대형마트에서 ‘유기농’이나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은 일반적으로 다른 제품보다 비싸다. 이날 한 마트의 계란 판매가격을 확인해보니 해썹과 무항생제 마크만 있는 제품(10구)은 대부분 3000∼4000원 선이었는데 ‘유기농’ 유정란(10구)은 6980원에 팔렸다. 무항생제 마크에 동물복지 인증이 추가된 유정란(10구)도 4980원으로 비교적 가격이 높았다.○ “제대로 심사하면 10곳 중 9곳 인증 취소” 많은 소비자가 비싼 돈을 주고 ‘친환경 계란’을 구입하지만 인증 작업이나 사후 관리가 부실해 ‘무늬만 친환경’ 농가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로부터 인증 업무를 위탁받은 전국 64개 민간기관이 경쟁적으로 인증을 남발하지만 정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올 3월 일부 양계농장에서 독성이 강한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살포하는 사례를 파악했다. 이어 관할 인증기관에 조사 및 보고를 지시했지만 별다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 인증기관들은 양계농장에서 지불하는 인증 수수료로 운영된다. 인증 심사를 까다롭게 할 경우 농가들이 쉽게 인증을 해주는 기관으로 가버려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한 인증기관 관계자는 “‘유기농 인증’ 연장 여부를 심사하려 방문한 농가에서 기준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 닭들을 몰아넣고 키우는 걸 확인했지만 ‘잘하겠다’는 구두 약속만 받고 인증을 연장해줬다”며 “한 번은 인증을 취소하려 했다가 ‘행정소송을 걸겠다’는 협박에 연장해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증기관을 상대로 눈속임을 하는 농장주도 적지 않다.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경기도의 한 농장주는 “사료에 항생제를 넣지 말라고 해 그 대신 물에 항생제를 타서 먹이고 있다. 열흘쯤 지나면 검출이 안 돼 한 번도 들킨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인증기관의 심의관은 “정부로부터 ‘너무 느슨하다’고 지적받지 않으면서 농가의 요구도 적절히 만족시키는 균형감각 유지가 인증기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됐다”며 “만약 원칙대로 심사하고 관리하면 친환경 인증 농가는 지금의 10%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농가로 알려진 ‘유나네자연숲농장’ 김태현 대표는 “최고 품질의 농가를 인증하는 게 아니라 최악만 아니면 전부 인증해주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민간기관 인증 외에 달리 검증할 방법이 없다. 지명도 있는 농가에서 납품하기 때문에 믿고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구특교·강승현 기자}

“우리집 계란은 친환경이라 괜찮을 거야.” 서울에 사는 주부 김지영 씨(60)는 15일 아침 처음 ‘살충제 계란’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냉장고 안의 친환경 무항생제 계란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김 씨의 기대는 딸(30)의 한마디에 모두 무너졌다. “엄마, 이번에 (살충제) 나온 농장 거의 다 친환경 농장이래.” ‘친환경’ 표시를 믿고 계란을 샀던 소비자들 상당수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 7곳 중 6곳이 친환경 농산물 인증, 특히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 무늬만 친환경 농장 이번에 적발된 산란계 농장들은 ‘친환경 인증’이라는 훈장만 갖고 있을 뿐 실상은 그와 거리가 멀었다. 비펜트린 성분이 초과 검출된 전남 나주시 정화농장은 16일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간간이 보이는 직원들은 살충제 사용 여부에 대해 일절 해명을 하지 않았다. 전남도와 나주시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이달 초 정화농장에서 살충제가 살포됐다. 닭이 있는 상황에서 계사 바닥에 살충제를 그대로 뿌렸다는 것이다. 인근 농장주인 A 씨(39)는 “정부에서 살충제를 사용하도록 나눠주기만 하고 정작 사용법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곳이 친환경 인증 농장이라 아예 살충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에 이번에 비펜트린 성분이 초과 검출되지 않았다면 농장에서는 계속 살충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살충제 계란이 처음 불거진 경기 남양주시 마리농장도 친환경 인증 농장이다. 역시 살충제를 쓰면 안 되지만 버젓이 사용 제한된 성분의 살충제를 사용했다. 청결 상태도 일반인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15일 취재진이 마리농장을 찾았을 때 이곳은 입구부터 각종 쓰레기로 가득했고 코를 막지 않고는 참지 못할 만큼 악취가 심했다. 내부에 쌓여 있는 계란판에는 파리 떼가 가득했고 각종 살충제와 항생제 봉투들도 비에 젖은 채 바닥에 널려 있었다. 살충제 보급 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손발이 맞지 않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나주시에 따르면 정화농장을 비롯해 나주 지역의 양계농장 25곳은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그런데도 나주시는 올 5월 관내 전체 양계농장에 닭 진드기 살충제를 무상 지원했다. 정부가 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내면서 ‘친환경 인증 농장을 제외하라’는 조건은 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친환경 살충제’가 살충 효과가 떨어져 농가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들 살충제는 진드기 등 해충을 직접 없애기보다 농축산물의 면역력을 강화해 해충 저항력을 키워주는 효과를 내는 제품이 많다. 경기도의 한 양계농장주는 “친환경 농장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주는 살충제를 쓰는 척하지만, 배포 이후에는 누구도 확인을 안 하기 때문에 살충 효과가 강한 살충제를 따로 구해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실 인증 적발만 한 해 수천 건 친환경 계란은 항생제를 쓰지 않은 무항생제 계란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유기축산 계란 두 가지로 나뉜다. 두 종류 모두 살충제 사용은 금지돼 있다. 살충제 사용 여부를 가리기 위해 1년에 2번 잔류물질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 금지된 성분이나 기준치를 넘는 양이 나오면 인증은 취소된다. 식품 위생에 관한 사안이라 소비자의 관심이 크지만 정작 인증 업무는 정부가 아니라 64개 민간업체가 담당한다. 1999년 제도가 시작될 때만 해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국립농산물관리원(농관원)이 전담했지만 “정부는 관리감독만 잘하면 된다”며 2002년부터 민간업체에 조금씩 위임하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6월부터는 민간업체에 인증업무가 100% 이관됐다. 이렇게 생산되는 친환경 계란이 전체의 56%, 일반 계란이 44%를 차지한다. 농가 수로는 전체 1456개 중에 780곳, 절반을 넘는다.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무항생제 농가는 연간 2000만 원, 유기축산 농가는 3000만 원까지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인증을 원하는 농가가 많았고, 도입 당시부터 부실 인증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는 민간 인증대행업체 직원이 자기가 키운 농산물에 ‘셀프인증’을 하기도 했다. 인증이 취소되면 1년이 지나야 재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기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인증서를 준 사례도 나왔다. 부실 인증으로 적발됐다가 다시 인증업무를 맡은 업체도 있다. 14일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남양주시 농장에 인증서를 내준 업체도 과거에 부실 인증 사실이 적발돼 2015년 2∼5월 4개월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4년에 농식품부가 적발한 부실 인증 건수는 6411건, 지난해에도 2734건이나 됐다. 나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김배중 기자 / 세종=최혜령 기자}
주한 외교관이 여직원을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으나 면책특권을 내세워 조사를 거부하다 귀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한 멕시코대사관에 근무하던 한국계 파라과이인 직원 B 씨(38)는 지난달 무관(武官) A 씨(57)가 자신을 3차례 성추행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까지 대사관 로비, 사무실, 차량 등에서 B 씨를 뒤에서 껴안거나 팔로 가슴을 건드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무실에서 음란 동영상을 크게 틀어 여직원들이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다. B 씨는 경찰에서 “다른 한국인 여비서도 나와 비슷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A 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 “출석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A 씨는 경찰서에 나타나지 않더니 이달 초 휴가원을 내고 멕시코로 떠났다.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관은 현지에서 조사를 받지 않고 귀국해 자국 경찰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주한 멕시코대사관이 해당 무관에 대해 면책특권을 상실시키지 않거나 본인이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강제로 수사할 수 없다. 외교부도 주한 멕시코대사관에 “A 씨가 경찰 수사에 협조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듣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 단계에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며 발만 동동 굴렀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광복절인 15일 오후 5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주한 미국대사관 앞은 4000여 개의 빨간 우산으로 뒤덮였다. 온종일 100mm 가까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진보성향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상징하는 빨간 우산을 일제히 펼쳐든 것이다. 당초 계획했던 미국대사관 ‘포위 집회’가 법원의 불허로 무산되고 비가 내리자 새로 만들어낸 집단행동이었다. 빨간 우산을 쓴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대사관을 향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한미동맹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수백 개의 꽹과리와 큰북이 내는 굉음이 미국대사관 주변에 울려 퍼졌다. 광복절이지만 태극기를 든 집회 참가자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대학로 주변에 모인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절에도 촛불시위대는 태극기를 들지 않는다. 태극기를 부끄럽게 여기고 촛불은 영광으로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사드 반대” vs “핵무장”…양극단 구호 난무 민주노총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경까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 ‘8·15 범국민평화행동’ 등의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경찰 추산 약 7000명)이 참가했다. 노동자대회와 평화행동 등의 명칭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사드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였다. 일부 참가자는 반미(反美) 구호를 외쳤다. 박석민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연단에서 “사드를 반드시 막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 자주 없이 평화는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통일선봉대 관계자는 “상주군 사드부대까지 찾아가 사드 철회를 외치고 야만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온몸으로 막아냈다”고 말했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주민 80여 명도 집회에 참석해 ‘사드배치 결사반대’가 적힌 피켓을 들고 호응했다. 일부 시위대는 주한 미국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욕설을 하며 “박근혜도 우리가 쫓아냈다. 미국 놈의 명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소리쳤다. 광화문광장 옆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민중연합당이 ‘8·15 자주평화통일 결의대회’를 열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기 전 통일진보당 의원 등의 석방을 주장했다. 서울 대학로에서는 전군구국동지연합회 등 300여 개 보수성향 단체들이 모여 ‘8·15 구국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핵무장, 한미동맹 강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문재인 정권 퇴진” 등 반정부 구호도 쏟아졌다.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경찰 추산 약 4000명)이 모였다. 이들이 든 태극기와 성조기가 대학로 주변 건물과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역사 내를 가득 메웠다.○ 2만 명 도심 행진…도로 정체 진보, 보수 집회 참가자들이 각각 집회 후 행진을 하면서 서울 도심 일대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진보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서 세종로사거리를 거쳐 주한 미국대사관 앞까지 약 1km를 행진했다. 당초 미국·일본대사관을 둘러싸는 2km 구간을 행진하려 했으나 전날 법원의 불허로 미국대사관 앞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경로가 바뀌었다. 당초 3개 차로를 점거해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미국대사관 앞으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4개 차로의 차량 통행이 막혔다. 이 때문에 광화문 주변을 지나는 차량들이 오후 5시부터 1시간 가까이 ‘거북이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민중연합당도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와대 사랑채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3.5km 구간을 행진하며 1, 2개 차로를 점거했다.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6시부터 대학로에서 종로5가, 종각사거리, 을지로입구, 대한문 방향까지 2시간 동안 3개 차로를 점거해 행진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광복절인 15일 서울 곳곳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진보단체와 보수성향 단체가 주최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와 한일 위안부 합의 철회를 요구하며 민노총 등이 추진한 미국과 일본대사관 ‘포위 집회’는 법원 불허로 무산됐다. 이날 오후 3시 반 서울광장에서 ‘8·15 범국민평화행동’이 열린다. 진보단체가 참여한 ‘8·15 범국민평화행동추진위원회(평화행동)’가 주최한다. 1만5000명(신고 기준)이 집회 후 5시부터 광화문을 향해 행진한다. 이들은 사드 반대와 한일 위안부 합의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최 측은 미·일 대사관을 차례로 둘러싸는 인간 띠잇기 집회를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이 미·일 대사관 뒷길 행진을 허용하지 않자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6월 열린 사드 반대 포위 집회 당시 법원은 ‘20분 이내 통과’를 조건으로 미 대사관 뒷길 행진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외교기관을 둘러싸는 방법의 집회나 시위를 허용하는 것은 접수국 외교기관 보호 의무에 관한 ‘빈 협약’에 어긋난다”며 주최 측 신청을 기각했다. ‘전군구국동지연합회’ 등 300여 보수성향 단체도 이날 오후 대학로에서 ‘8·15 구국국민대회’를 개최한다. 약 1만 명(신고 기준)이 참가한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오후 6시 행진을 시작해 종각 등을 거쳐 대한문까지 약 4km를 이동한다. 비슷한 시간 광화문광장 일대에 2만 명이 넘는 집회 참가자가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이 우려된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4일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병원 지하 1층 탈의실에서 한 여성 간호사가 스마트폰 한 대를 발견했다. 누군가 깜빡 잊고 두고 간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탈의실 내 사무집기 사이에 교묘히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몰래카메라(몰카)였다. 이곳은 남녀 간호사가 함께 쓰는 ‘공용탈의실’. 전체 100명 가까운 간호사 중 남성은 극히 일부다.○ 범죄 타깃 된 ‘남녀 공용’ 공간 서울 수서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위반 혐의로 간호사 A 씨(31·남)를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공용탈의실에서 동료 여성 간호사들이 옷 갈아입는 장면 등을 촬영했다. A 씨로부터 스마트폰을 압수한 경찰은 영상 등을 분석해 피해자 수와 영상 유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A 씨가 오랫동안 병원에서 근무해 피해자가 상당히 많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병원은 뒤늦게 남성 간호사 등을 위한 전용공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후 남녀 공용 공간은 잠재적 범죄 현장으로 꼽히고 있다. 공용화장실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탈의실 등은 기업이나 업소 내부의 공간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10∼13일 서울 강남과 종로 일대 병원과 대형 카페 등 10곳을 확인한 결과 7곳이 공용탈의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료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의심받지 않고 카메라를 숨길 수 있다. 최근에는 물병이나 액자 등 일상 공간에 비치하는 생활집기를 가장한 몰카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비용·공간 문제로 분리된 공간을 만드는 데 소극적이다. ○ 촬영부터 공유까지 진화하는 몰카 기술 이른바 ‘몰카놀로지’(몰카+테크놀로지 합성어)의 수준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최근 몰카를 찍다가 현장에서 적발돼도 겉으로는 흔적이 남지 않아 범행을 발뺌할 수 있는 ‘숨김앱’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숨김앱을 쓰면 몰래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스마트폰 갤러리에 남지 않고 나만의 비밀공간에 저장된다. 현장에서 다른 사람은 쉽게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직장인 B 씨(24)는 지난달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서 난간을 딛고 올라가 2층 화장실 창문에 숨김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밀어 넣어 목욕하던 여성을 몰래 찍다가 적발됐다. 창문에 불쑥 올라온 카메라를 보고 깜짝 놀란 여성이 신고해 폐쇄회로(CC)TV 추적으로 다음 날 잡힌 B 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스마트폰 사진첩은 깔끔했고 경찰이 복원을 시도해도 영상이 나오지 않았다. B 씨의 완전범죄는 경찰이 숨김앱의 존재를 포착하면서 막을 내렸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통해 B 씨 스마트폰에서 5월경 찍은 52초 분량의 몰카 동영상을 찾아냈다. 지난달 범행 당시 B 씨 스마트폰에서 카메라앱이 2분가량 작동했던 흔적도 포착했다. 경찰이 디지털 증거를 들이밀며 추궁하자 B 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몰카를 찍자마자 바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사진 공유앱도 몰카범의 관음증과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직장인 C 씨(24)는 6월 수도권의 한 유흥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과 술을 마신 뒤 모텔로 가 잠자리를 가졌다. 처음 만난 여성과 당일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었던 C 씨는 성관계 직후 침대에 누워 있던 여성의 나체를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C 씨가 사용한 스마트폰 사진공유 앱은 사전에 커뮤니티 주소를 설정해두면 촬영 직후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돼 있어 촬영부터 인터넷 게시까지 불과 11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의 그릇된 과시욕은 인터넷 게시글을 본 누리꾼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를 특정하고, 여성 사진을 복원하면서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스마트폰에 남겨진 디지털 증거가 성범죄 입증의 결정적 증거로 쓰이면서 디지털 분석 수요가 5년 전보다 20배나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범죄 관련 디지털 증거분석 의뢰 건수는 2012년 541건에 그쳤지만 사이버안전국이 개국한 2014년 3372건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1만 건을 돌파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조동주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일삼고 불법 운전을 지시한 혐의(강요 등)로 종근당 이장한 회장(65)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폭언은 했지만 불법 운전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전문의약품인 발기부전 치료제를 접대용으로 선물한 의혹에는 “의사에게 선물했지만 (누구에게 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 폭언을 듣고 불법 운전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전직 운전기사 4명 외에 복수의 피해자 진술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0일 오후 2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의 한 은행 앞. 금발의 한 젊은 외국인 여성이 불안한 표정으로 은행 문을 열고 나왔다. 손에는 하얀 봉투가 있었다. “아침에 북한 뉴스를 봤다. 혹시 몰라 일단 현금을 조금 갖고 있으려 한다”고 말한 뒤 급히 자리를 떴다. 북한과 미국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그동안 여러 차례 긴장 상황을 경험했던 국내 거주 외국인 사이에서도 “과거와 다른 것 같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타격 위치로 괌을 특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는 것에 주목했다. 한 로펌 소속 변호사인 영국 출신의 마크 벤턴 씨(45)는 1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생활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북한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움의 이유로 꼽았다. 벤턴 씨는 “서울의 안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외교 정책에 좌지우지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예상을 뛰어넘는 북한의 공격 무기 개발 속도도 걱정거리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는 개브리얼 조 씨(29·여)는 최근 미국에 있는 부모님과의 통화가 잦아졌다. 조 씨는 “아버지가 전화할 때마다 ‘시카고까지 오는 미사일을 북한이 가졌다는 게 정말이냐’고 묻는다”며 “온 가족이 다 내 걱정만 하고 있어서 나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인은 평소와 다름없는 한국인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북한 도발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컨설팅사에서 일하는 대만 출신 리산위안 씨(33)는 “한국 사람들은 반세기 동안 이런 위협 속에서 살았으니 별 반응이 없는 게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상황은 훨씬 심각해 보이는데도 별로 불안한 모습이 없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캐나다인 앨릭스 리 씨(46·여)는 “‘마초’ 트럼프와 미친 김정은이 대결하는 지금 상황은 과거와 분명 다르다”면서 “캐나다였다면 평화를 요구하는 집회라도 열릴 텐데 한국은 너무 조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 의식에서 이유를 찾는 외국인도 있었다. 프랑스 여행객 레날드 씨(34)는 “프랑스도 반복되는 테러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평소에는 아주 평온하다”며 “한국은 대비가 잘돼 있어 쉽게 동요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이 같은 반응에 시민들은 “그럼 라면 사재기라도 해야 하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일상에 충실하고 정부는 안보에 충실하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정모 씨(33)는 “물론 ‘북한이 설마 우리한테 핵을 쏠까’라는 안이한 생각을 해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사회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한다면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북한이 ‘괌’을 미사일 대상으로 특정하자 괌 여행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오전 회원 36만 명의 괌 자유여행 온라인 카페에는 관련 글이 수십 개 올랐다. 22일 출발 예정인 김모 씨(45·여)는 “500만 원어치 예약을 했는데 위약금을 200만 원이나 내야 한다고 해서 일단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위약금 부담이 작은 9월 이후 예약 고객은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고 귀띔했다.권기범 kaki@donga.com·구특교·김배중 기자}

유럽의 한 공관에서 사무직 행정직원으로 일하는 A 씨의 이달 ‘주요’ 업무는 관광지로 가는 비행기 티켓 예매와 현지 맛집 물색이다. 공관장은 “우리 가족 휴가에 지장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공관장과 가족들이 묵을 호텔방도 예약해야 한다. A 씨는 “내 휴가도 아닌데 이런 일을 해야 하나 자괴감도 들지만 공관장 지시를 거부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59·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을 ‘몸종’처럼 부렸다는 증언이 잇따르며 파문이 이는 가운데 외교부 해외 공관에서도 행정직원과 신참 외교관 등이 공관장의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접촉한 몇몇 나라 공관의 하급 직원들은 “해외 공관은 공관장의 왕국”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외 공관장들의 ‘횡포’ 대상은 주로 계약직 행정직원들이다. 공관 청소와 요리를 전담하는 직원이 있지만 외국어 능통자 위주로 선발하는 이들 행정직원도 갖은 잡일에 동원된다. 한 공관에 근무하는 행정직원 B 씨는 “공관장 가족들이 쓰는 변기를 뚫거나 안방 전구를 갈아 끼우는 등 허드렛일 지시가 수시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공관에서 일하는 한 외교관은 “대사관에서 회식을 하면 행정직원들은 앉지도 못한 채 고기를 굽고 음식을 나르느라 자리가 파한 뒤에야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며 “선임 외교관에게 ‘너무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행정직원이면 그게 당연하다’고 대답해 놀랐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주파나마 대사의 부인이 공관 인턴에게 10시간 넘게 주방보조 일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공관 신참 외교관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30대 외교관은 “고양이가 다쳤으니 동물병원에 가서 치료 받게 하라”는 공관장의 지시를 받았다. 치료 경과와 비용 명세까지 일일이 보고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공관 회계관리도 소규모 공관에서는 총무로 불리는 ‘막내’ 외교관 몫이다. 공금을 사적으로 쓴 뒤 “알아서 영수증 처리하라”는 공관장의 요구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외교관 C 씨는 “공관의 고위 외교관이 어디서 썼는지도 모르는 반쯤 찢어진 영수증을 들고 와 처리하라고 할 때는 막막했다”고 말했다. 현지 교민에 대한 갑질 논란이 일기도 한다. 홍콩한인회는 김광동 홍콩총영사가 3월 주최한 교민 간담회에서 민간인인 총영사 부인이 회의를 주도했다며 지난달 청와대에 탄원서를 냈다. 김 총영사가 간담회 자리에 있었음에도 부인이 외교관인 듯 “우리가 사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말했다는 것이다. 탄원서는 총영사 부인을 ‘비선실세’에 비유하기도 했다. 홍콩총영사관 측은 “현지 한인학교의 이사회와 교장 사이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총영사가 마련한 자리였다”며 “총영사 부인도 한 국민으로 참석해 발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상당수 해외 공관은 건물 한 채로 돼 있어 공관장의 업무 공간과 거주 공간을 구분하기 어렵다. 공관장의 사적인 일이 공적인 일과 ‘혼동’되는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통상 3년 차 이상의 막내 외교관이 20, 30년 경력의 공관장을 보좌한다. 한 번 눈 밖에 나면 공관 근무 3년여 내내 힘들어져 항명은 어려운 구조라는 게 중론이다. 한 행정직원은 “연말에 상호 평가가 있지만 공관장에게 불리한 말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김배중·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