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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사이에 축구장에서 ‘국민 여동생’이 둘이나 생겼다. 둘 다 작은 체격에도 그라운드에서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타고난 순발력과 폭발적인 드리블, 기계 같은 골 결정력에 귀여운 외모까지 판박이. 최근 끝난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을 3위로 이끈 지소연(19·한양여대)과 현재 진행 중인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행 일등공신인 여민지(17·함안 대산고) 얘기다. 3골 1도움으로 팀을 이끄는 ‘동생’ 민지에게 ‘언니’ 소연이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To 민지아프진 않니? 민지야, 언니는 네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이 말이 입에서 맴돌더라. 언니도 월드컵을 앞두고 발목을 다쳐 많이 아팠거든. 몸도 몸이지만 그토록 꿈꿨던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할까 마음고생이 더 컸지. 이번 대회 직전 네가 십자인대를 또 다쳤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가슴이 철렁했어. 대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언니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2년 전 생각도 나더라. 17세 이하 월드컵 대표로 나란히 뽑혔다가 네가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날 땐 정말 마음 아팠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는데. 언니가 괜히 미안해서 고개를 못 들겠더라. 어쨌든 부상까지 이기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네 첫인상은 약간 무뚝뚝해 보였지. 말 많은 나와 달리 거북이처럼 말도 느리고. ‘친해지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고민까지 했었다니까. 근데 그게 아니더라. 말은 많이 안 해도 속이 얼마나 깊은지. 언니가 ‘애늙은이’란 별명으로 부른 것도 그만큼 믿음직해서 그랬던 거야. 내 마음 알지? 훈련할 때 넌 “언니가 부럽다”고 자주 얘기했지만 난 사실 너를 보면서 놀랄 때가 많았어. 힘과 집중력, 위치 선정 능력까지. 타고난 스트라이커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 이제 독일전이지? 우린 준결승에서 졌지만 돌이켜 보면 자신감만 잃지 않으면 해볼 만한 상대라는 생각도 들어. 덩치가 크고 힘도 좋지만 너희에겐 빠른 스피드와 투지가 있잖아. 수비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역습 찬스만 잘 살리면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민지야. 마음을 잘 다스리라고 당부하고 싶다. 대회 기간엔 축구 외에 모든 걸 끊고 경기에만 집중해. 난 경기 전에 성경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는데 너도 너만의 긴장 극복 노하우를 만들면 더욱 좋고. 엊그저껜 너무 열심히 응원하다 목이 쉬었어. 당분간 목소리가 안 나와도 좋으니 계속 좋은 소식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간 성인 대표팀에서 언니 패스를 네가 골로 연결지을 때가 오겠지. 생각만 해도 흐뭇해진다. 여민지 파이팅.From 소연여민지(함안 대산고)생년월일: 1993.4.27 포지션: 최전방 스트라이커 키: 158cm 별명: 탱크, 여자 루니장점: 위치 선정, 유연한 볼 터치, 반 박자 빠른 슈팅 주요 수상: 춘계, 추계 여자축구연맹전 중등부 득점왕(200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득점왕(2009년)지소연(한양여대)생년월일: 1991.2.21 포지션: 공격형 미드필더 키: 161cm 별명: 지메시, 축구 여제장점: 넓은 시야, 간결한 드리블, 프리킥 주요 수상: 20세 이하 월드컵 실버슈, 실버볼(2010년), 전국여자종별대회 대학부 최우수선수(2010년)}

“Historical strike(역사적인 스트라이크).” 역사적인 9프레임. 그녀의 손을 떠난 볼이 10개의 핀을 모두 무너뜨리며 승부를 결정짓자 장내 아나운서는 이렇게 외쳤다. 볼링장을 꽉 채운 팬들은 기립 박수로 ‘여제(女帝)’의 탄생을 축하했다. 결승 상대로 나섰던 미국프로볼링(PBA)투어 12승의 현역 최강 크리스 반스도 기립박수로 존경심을 표시했다. 잠시 얼굴을 감싸 쥐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던 그녀는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챔피언은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에게 우승컵을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분은 제가 힘들 때마다 언제나 저를 지켜준 수호천사입니다.” 1월 PBA투어 왕중왕전 결승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켈리 쿨릭(33·사진) 얘기다. 2001년 프로볼링에 입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프로볼링계를 평정한 그는 PBA 도전을 선언했다. 당시 반응은 싸늘했다. 볼의 무게와 스피드, 몸의 밸런스 등이 중요한 볼링에서 여자가 남자의 벽을 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기 때문. 하지만 그는 2006년 PBA투어 예선에서 139명의 쟁쟁한 남자 선수들과 겨뤄 6위로 시즌 출전권을 따낸 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하나인 왕중왕전 정상에 등극했다. 미국에서 쿨릭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왕중왕전 우승 뒤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의 초청까지 받으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남자에 비해 떨어지는 힘과 스피드를 정교함으로 보완했다. ‘얼음 공주’로 불릴 만큼 냉정한 마인드 컨트롤도 무기다. 쿨릭이 삼호코리아컵 국제오픈볼링대회(13∼17일·성남 탄천스포츠센터)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온다. 이 대회엔 PBA 통산 35승에 빛나는 ‘살아있는 전설’ 피트 웨버(48·미국)를 비롯해 한미일 정상급 프로볼링 선수 204명이 참가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군인정신’이란 말이 입에 밴 것 같았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오전 7시 기상, 오후 10시 취침’이 이제 생활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기름기를 뺀 자리에 정신력과 투지를 채웠다”는 이 남자. 농구 국가대표 센터 함지훈(26·상무·사진) 얘기다. 5월 입대한 이등병 함지훈의 생활은 고단해 보인다. 상무의 강도 높은 훈련에 부대 막내로서 선임들을 챙겨야 하는 고충도 크다. “언제 청소랑 빨래 지시가 내려올지 모르잖아요. 늘 긴장해야 하는 10분 대기조죠.” 하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하단다. 그는 “항상 함께 있다 보니 팀 전체가 가족 같은 분위기”라며 “게으른 성격이 없어져 몸 상태도 날아갈 듯 가볍다”며 미소 지었다.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최근 발표된 광저우 아시아경기 최종 엔트리 13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 운동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미국 전지훈련 때 육중한 체구의 흑인 선수들과 일대일로 맞선 건 지훈이뿐이었다. 골밑 감각만큼은 국내에서 독보적”이라며 무한 신뢰를 보냈다. 함지훈은 “외국 센터들과 경기하며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1분을 뛰더라도 코트에서 쓰러지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11월 아시아경기에 앞서 함지훈은 9일 또 다른 국가대항전에 나선다.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막하는 세계군인농구선수권.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엔 세계 13개국에서 군인 선수와 임원 등 300여 명이 참가한다. 50년 넘는 전통에 걸맞게 대회 수준도 높다. 미국 중국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엔 프로급 선수들이 포진했다. 함지훈은 “예상보다 상대 전력이 괜찮아 매 경기 쉽지는 않겠지만 목표는 역시 우승”이라며 출사표를 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상하게 이란만 만나면 경기가 안 풀렸었어요. 징크스가 있는 건지, 플레이 스타일상 우리와 상극인지….” 10년 넘게 유럽에서 활동하다 올 시즌 K리그에 온 설기현(포항)은 “대표팀 시절 몇몇 국가만 만나면 경기가 꼬였다”며 이란을 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이란과의 악연은 7일 평가전에서도 재연됐다. 한국은 0-1로 져 역대 A매치 전적에서 8승 7무 9패로 뒤지게 됐다. 아시아 최초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업적이 말해주듯 한국은 축구에서만큼은 아시아의 맹주다. 한국은 일본(40승 20무 12패), 북한(6승 7무 1패) 등에도 역대 전적에서 크게 앞선다. 중국에는 최근 한 번 패하긴 했어도 여전히 16승 11무 1패로 압도적 우세다. 하지만 천적은 있다. 바로 ‘중동 3강’ 사우디아라비아(4승 7무 5패), 쿠웨이트(8승 3무 8패), 이란. 10번 이상 붙어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아시아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남미 징크스’가 눈에 띈다. 전 세계 팀 중 그동안 3번 이상 만나 모두 패한 국가는 아르헨티나(3패)와 우루과이(5패)다. 유럽 징크스에서는 최근 벗어나고 있다. 그리스(2승 1무), 크로아티아(2승 2무 1패), 이탈리아(1승 1패), 독일(1승 2패), 포르투갈(1승) 등을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반면 네덜란드(2패), 스페인(2무 2패), 스웨덴(2무 2패)에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나이지리아(3승 2무), 카메룬(2승 2패), 코트디부아르(1승) 등 아프리카에는 밀리지 않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05년 10월 이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국가(승부차기 승리 제외). 한국 대표팀 캡틴 박지성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주겠다”고 호기를 부린 선수가 있는 국가. 한국을 이기면 그 대회에서 행운이 생긴다고 믿는 국가. 아시아의 축구 맹주로 자리매김한 한국을 상대로 아시아권에서 이런 국가가 있다면 믿을까. 중동의 강호 이란 얘기다. 한국은 그동안 이란만 만나면 힘을 못 썼다. 특히 아시아 최강자를 가리는 아시안컵에서 1996년 대회를 포함해 3회 연속 이란에 무릎을 꿇었다. 1996년 대회 때는 2-6으로 대패했고, 2004년에도 4골이나 헌납하며 망신을 당했다. 그나마 2007년 대회 때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게 위안거리. 가장 최근에 맞붙은 월드컵 최종 예선 두 경기에선 박지성이 자존심을 살렸다. 두 경기 모두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박지성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체면치레를 했다. 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7일 이란과의 평가전에 앞서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러지는 평가전이라 쉽게 볼 수 없다. 반드시 승리해 이란과의 악연을 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전반 34분 마수드 쇼자에이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진 것. 박지성은 전후반 내내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활약했지만 붉은 악마에 다시 한 번 극적인 선물을 안겨주진 못했다. 아프신 고트비 이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을 상대로 멋진 경기를 펼쳤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해했다. 반면 이날 패배로 역대 전적에서도 8승 7무 9패로 열세에 놓이게 된 한국은 비상이 걸렸다. 수비 불안 등 부진한 경기력도 문제지만 이란과 아시안컵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어 더 걱정이다. 각각 C조와 D조에 속한 한국과 이란은 조별리그 결과에 따라 8강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광래식 한국 축구’가 출범 후 두 번째 경기에서 첫 패배를 맛봤다. 조광래 감독에겐 큰 숙제를 남겼다. 조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전반에 내준 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졌다. 지난달 나이지리아와의 첫 대결에선 2-1로 이겼지만 연승에 실패했다. 조 감독이 나이지리아전에 이어 이번 경기에도 시도한 스리백은 측면 공격에 취약점을 드러냈고 조광래식 토털 축구의 바탕이 되는 선수들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플레이는 거칠고 압박이 좋은 팀에는 약점을 보였다. 이날 경기 전 8승 7무 8패로 팽팽한 전적인 한국과 이란은 경기 시작 직후부터 탐색전 없이 곧바로 매서운 펀치를 주고받았다. 위협적인 주먹을 먼저 날린 것은 한국. 한국은 전반 1분 박주영(모나코)이 페널티지역 부근에서 상대 수비들 사이로 공을 보냈고 이청용(볼턴)이 이를 받아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라흐마티 골키퍼의 수비에 걸렸다. 전반 31분 최효진(포항)의 오른쪽 짧은 크로스를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골대 정면에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한 것도 상대 수비에 맞지 않았으면 골이 될 뻔했다. 몇 차례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곧바로 이란에 기회가 왔다. 한국의 결정적인 수비 실수가 빌미가 됐다. 전반 34분 한국의 공격이 실패한 뒤 상대 선수가 멀리 걷어낸다고 찬 볼을 센터서클 부근에서 이영표(알 힐랄)가 잡은 뒤 뒤쪽 수비수에게 빼준다는 게 너무 짧았다. 이란 공격수 2명이 번개처럼 공을 가로챈 뒤 치고 나갔고 쇼자에이가 결국 골을 터뜨렸다. 한국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주도권은 이란이 쥐었다는 평가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란 선수들이 중원 싸움에서 우위에 있었고 측면 공격도 활발했다. 한국은 상대 압박 수비에 고전하면서 공격 라인으로 볼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스리백 수비에는 이정수(알 사드)가 중앙을 맡고 양쪽에는 김영권(도쿄), 홍정호(제주)가 섰다. 중앙의 이정수는 한국이 공격할 때 미드필더진에 가담하는 역할이 주어졌지만 잘 소화하지 못했다. 커버 수비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정수가 좀처럼 자리를 비우지 못했던 것. 좌우 미드필더들의 빠른 수비 가담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대의 빠른 측면 공격에 취약했다. 박주영 원 톱에 박지성 이청용으로 이뤄진 삼각편대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이청용은 때로 수비까지 가담하는 등 폭넓은 움직임이 돋보였다. 한국은 이날 이란전 패배로 2005년 10월 이란과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긴 이후 5년에 걸쳐 6번 맞붙어 4무 2패(승부차기승은 무승부로 기록)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징크스를 이어갔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남자 농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국가대표팀 협의회는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13명의 대표 선수를 최종 선정했다. 국제대회 규정상 팀당 1명씩만 포함시킬 수 있는 귀화 선수로는 이승준(삼성)이 뽑혔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이승준과 전태풍(KCC) 모두 필요한 자원이지만 가드보다 골밑 보강이 시급했기에 이승준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부상 중인 센터 하승진(KCC)과 관련해선 “9월 말까지 회복 상황을 지켜본 뒤 선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가드=양동근(모비스) 이정석(삼성) 박찬희(KT&G) 김선형(중앙대) △포워드=이규섭(삼성) 양희종(상무) 김성철(KT&G) 조성민(KT) 김주성(동부) △센터=함지훈(상무) 오세근(중앙대) 하승진 이승준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태권도 격파왕대회 참가한 고수들이 말하는 비법얼음같이 냉정한 표정. 기와에 주먹을 천천히 가져갔다 떼며 크게 심호흡을 하는 모습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 같다. 체육관이 떠나갈 듯한 기합 소리. 온몸의 기를 모아 기와 한가운데를 내려치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철옹성 같던 기와가 우수수 무너졌다. 숨죽여 지켜보던 관중은 박수와 환호로 ‘고수’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했다.수년간 송판 두들기다보면 피멍-물집에 손독까지 올라 그 단계 거쳐야 ‘강철손’으로 5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태권도 격파왕 대회 위력격파 부문에서 나온 장면이다. 위력격파는 손이나 발을 이용해 격파용 블록 및 송판을 얼마나 많이 깨느냐로 챔피언을 가리는 부문. 공중 돌려차기 등 화려한 기술로 어떻게 송판을 깨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기술격파와 차이가 있다.○ 고수들이 밝히는 비법은? 격파의 꽃은 역시 위력격파. 위력격파 5가지 종목(주먹, 손날, 옆차기 또는 뒤차기, 앞차기, 뛰어 돌개차기) 가운데서도 주먹격파가 최고봉으로 꼽힌다. 기자가 기왓장을 5장 올려놓고 주먹으로 쳐 보았다. 어깨까지 충격이 전해지면서 손이 깨질 듯 아팠지만 2장을 깨는 데 그쳤다. 지켜보던 대회 관계자로부터 “참가자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태권도 시범 등에 사용되는 기와가 아닌 특수 제작된 단단한 기와를 사용하기 때문”이란 설명이 뒤따랐다.호흡-스피드-유연성이 비결, 43세 백기현씨 위력격파 우승 그렇다면 10장이 넘는 기와를 산산조각 내는 고수들의 비결은 뭘까. 이날 주먹격파로 11장의 기와를 박살내며 위력격파 부문 우승을 차지한 백기현 씨(43)는 자세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직선에 놓는다는 생각으로 쳐야 주먹에 체중을 실을 수 있다는 것. 백 씨는 최적의 자세를 만들기 위해 자신은 물론 다른 참가자들의 동영상을 수없이 보며 연구했다. 박선홍 씨(33)는 호흡과 주먹 위치를 강조했다. 호흡을 잘 조절하고, 기와 한가운데를 정확히 때릴 수 있느냐에 따라 성적이 갈린다는 얘기. 이춘우 대회 심판위원장은 스피드와 유연성을 들었다. 가격 속도가 떨어지고 자세가 뻣뻣하면 몸 전체의 체중을 실을 수 없어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하루라도 손맛 안 느끼면 근질근질 격파 고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40대를 훌쩍 넘긴 참가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 위력격파 우승자 백 씨는 본선 참가자 8명 가운데 최고령이다. 2대째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백 씨는 “항상 두꺼운 송판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운전하다 신호에 걸릴 때도 송판을 친다”며 웃었다. 김한진 씨(41)는 “수년간 하루 2시간 이상 대리석 위에 매트를 깔고 수련했다. 하루라도 손맛을 느끼지 않으면 손이 근질근질하다”고 전했다. 그는 “수련 초기엔 부드러운 물체로 손을 단련시킨 뒤 손에 굳은살이 제대로 잡히면 단단한 물체로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길 씨(35)는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상하체의 연결고리인 허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련 초기엔 수도 없이 손에 피멍이 들거나 물집이 잡히며 고통스럽다. 송판을 치다 보면 손에 독이 오를 때도 많다. 하지만 그 단계를 계속 거치다 보면 손이 강철같이 단단해진다는 게 고수들의 설명이다.구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00년 10월 일본과 중국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이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일본 대표팀의 차세대 공격수로 주목받던 선수가 있었다. 1999년 일본을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그에 대한 일본 팬들의 지지는 폭발적이었다. 다른 한 명의 선수는 중국 축구의 미래로 꼽힌 수비수. 중국 팬들은 훌륭한 신체조건에 과감함, 지능까지 갖춘 그를 ‘만리장성’이라 불렀다. 그로부터 10년 뒤. 두 선수가 한 팀에서 재회했다. K리그 수원 삼성에서 뛰고 있는 다카하라 나오히로(31·일본)와 리웨이펑(32·중국). 이들을 2일 경기 화성에 있는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10년 전 서로에 대한 기억을 물었더니 다카하라는 “덩치가 크고 거칠어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리웨이펑은 “위치 선정이 좋고 움직임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악동? 프로라고 불러주세요 어느덧 30대로 접어든 이들의 축구 인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파란만장’이다. 2002년 J리그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을 차지하며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했던 다카하라는 수년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황금기를 열었다. 하지만 2007∼2008시즌 부상과 부진의 악재 속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방출된 뒤 복귀한 J리그에서도 소속팀 감독과의 마찰로 1군에서 제외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리웨이펑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중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20세 이하 월드컵(1997년), 올림픽 본선(2008년 와일드카드), 월드컵 본선(2002년)을 모두 경험하며 최고 수비수 반열에 올랐지만 소속팀과의 갈등으로 선수 인생을 접을 위기에까지 처했다. 절박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이 수원. 리웨이펑은 지난 시즌, 다카하라는 최근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이 “축구 인생 최대의 전환기는 바로 수원에 영입된 시점”이라고 꼽는 이유다. 걸어온 축구 인생만큼 비슷한 부분이 또 있다. ‘악동’이라 불릴 만큼 다혈질로 유명한 성격. 하지만 이들은 “언론에 비치는 모습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다카하라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고 성격도 직설적이라 개성이 많은 건 인정한다. 하지만 팀 분위기를 망치는 등 프로답지 않은 행동을 한 적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리웨이펑 역시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거친 플레이가 나오지만 악동은 아니다. 중국 축구협회, 언론 등과 사이가 좋지 않다 보니 마녀 사냥을 당한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둘 다 늘 성실하고 프로 의식이 대단하다. 고참으로서 선수단을 이끄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이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라고 칭찬했다. 축구 선수로서 현재 시점을 축구 경기에 비유해 달라고 했다. 다카하라는 “딱 후반전 시작할 무렵”이라고 말했다. 하프타임 때 충분히 쉬고 후반전 재도약을 노린다는 의미였다. 리웨이펑은 “후반 30분”이라고 했다. 그는 “나머지 15분을 실점 없이 잘 마무리해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 남는 축구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차두리 머리 스타일? 원조는 바로 나 다카하라와 리웨이펑은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다카하라에게 가장 인상 깊은 한국 선수는 역시 차두리(30·셀틱). 한 살 차이인 이들은 분데스리가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며 친분을 쌓았다. 다카하라에게 차두리와의 인연을 물었더니 대뜸 “차두리가 나를 따라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빡빡 민 그의 머리를 가리키며 “차두리 헤어스타일의 원조는 바로 이 머리”라며 활짝 웃었다. 차두리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그는 “어린아이처럼 친근한 표정이 인상 깊었다. 웃는 모습도 해맑았다”고 했다. 독일에서 ‘아시아 커넥션’을 형성한 이들은 일식집을 자주 갔다. “둘 다 생선을 사랑했다”는 게 다카하라의 설명. 얼마 전엔 차두리로부터 안부 전화도 왔다. “K리그에 있다”고 했더니 차두리가 “축하한다. 한국 팬들에게 멋진 모습 보여주라”고 당부했단다. 다카하라는 차두리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수원 감독과의 만남도 기억했다. 그는 “감독님이 독일에 왔을 때 ‘수원에 오라’고 했다”면서 “결국 나는 왔는데 차 감독님은 갔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중국의 ‘국민 수비수’ 리웨이펑은 어떨까. 그는 “대표팀 경기에서 만난 모든 한국 공격수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국 공격수들은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기술로 항상 자신을 괴롭혔다는 것. 특히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수차례 만난 ‘라이언 킹’ 이동국(31·전북)과 관련해선 “장점이 많은 공격수다. 한 방까지 갖춰 수비수에겐 부담스러운 존재”라며 엄지를 세워 보였다. 그는 또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한국 경기를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박주영(25·모나코)은 스피드가 좋아요. 이청용(22·볼턴)은 창조적인 플레이가 놀랍습니다.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설명이 필요 없어요. 한국팀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아시아 선수들의 역할 모델입니다.”화성=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박주영을 대신할 최전방 공격수가 부족하다. 젊은 선수들을 길러내야 한다.” 조광래 축구 대표팀 감독이 이란과의 친선 경기(7일·서울월드컵경기장)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지난달 나이지리아 친선 경기에 앞서 지동원(19·전남)을 발탁해 ‘포스트 박주영’의 가능성을 엿본 조 감독은 이번엔 네덜란드에서 뛰는 석현준(19·아약스)을 불러 차세대 스트라이커 시험대에 올렸다.○ 포스트 박주영 1순위는 지동원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 스트라이커 1순위는 누가 뭐래도 박주영(25·모나코)이다. 4년 후에도 20대인 데다 경험, 재능, 자질 등 모든 면에서 그를 대신할 공격수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박주영만 바라보는 건 불안하다. 그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에 빠질 경우 스트라이커 공백은 대표팀에 치명타가 된다. 실제로 남아공 월드컵에서 박주영이 팔꿈치 부상을 당하자 대표팀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경기 출전엔 지장이 없어 한숨 돌렸지만 이때부터 포스트 박주영 발굴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 조 감독은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을 짜기 위해서도 스트라이커 발굴이 시급하다”고 했다.위치선정 좋고 문전서 침착, 반 박자 빠른 슈팅도 장점 “박주영 뒤이을 1순위” 꼽아 그렇다면 누가 박주영을 대신할 수 있을까. 본보는 축구 전문가 15명(K리그 감독 6명, 스카우트 6명, 축구 해설위원 3명. 전문가마다 2명씩 꼽아 1위에 2점, 2위에 1점 부여해 합산)의 설문을 받아 국내파 가운데 포스트 박주영 후보를 알아봤다.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선수는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 지동원(17점). 박경훈 제주 감독은 “위치 선정이 좋고 나이답지 않게 문전에서 침착하다”고 칭찬했다. 최순호 강원 감독도 “장신(187cm)임에도 몸이 매우 유연하다. 성실함도 돋보인다”고 했다. 이평재 전남 스카우트는 부드러운 볼 터치와 반 박자 빠른 슈팅을 그의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수비수 뒤로 파고드는 움직임이나 수비력 등은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해외 유망주들도 기대주 이승렬(21·서울)과 신영록(23·수원)은 각각 9점으로 지동원의 뒤를 이었다. 이승렬의 최대 강점은 역시 스피드. 김호곤 울산 감독은 “순간적인 스피드는 박주영을 능가한다. 개인기도 좋고 최근 자신감까지 붙어 물이 올랐다”고 했다. 신영록의 경우 파워가 돋보인다는 평가. 박창현 포항 감독은 “몸싸움과 활동량은 세계 정상급”이라며 “원래 재능 있는 선수인데 최근 축구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순간 스피드 탁월한 이승렬, 파워 좋은 신영록 공동 2위, 유병수-김동찬도 다크호스 인천 유나이티드의 ‘킬러’ 유병수(22)는 6점으로 4위. 황득하 수원 스카우트는 “90분 내내 공격적인 드리블과 과감한 플레이로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힌다. 슈팅 타이밍도 빠르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 밖에 강력한 슈팅이 돋보이는 김동찬(24·경남)이 3점, 천부적인 골 감각으로 유명한 김영후(27·강원)가 1점으로 뒤를 이었다. 많은 정보가 없어 이번 조사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석현준과 손흥민(함부르크) 등 해외파 유망주 공격수들도 기대되는 후보다. 전문가들은 “잠재적인 평가에서 해외파는 국내파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적어도 월드컵 1, 2년 전엔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나설 만큼 꾸준히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A매치 경험도 쌓아야 해외파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는 전제를 붙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박주영을 대신할 최전방 공격수가 부족하다. 젊은 선수들을 길러내야 한다." 조광래 축구 대표팀 감독이 이란과의 친선 경기(7일·서울월드컵경기장)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지난달 나이지리아 친선 경기에 앞서 지동원(19·전남)을 발탁해 '포스트 박주영'의 가능성을 엿본 조 감독은 이번엔 네덜란드에서 뛰는 석현준(19·아약스)을 불러 차세대 스트라이커 시험대에 올렸다. ●포스트 박주영 1순위는 지동원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 스트라이커 1순위는 누가 뭐래도 박주영(25·모나코)이다. 4년 후에도 20대인데다 경험, 재능, 자질 등 모든 면에서 그를 대신할 공격수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박주영만 바라보는 건 불안하다. 그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에 빠질 경우 스트라이커 공백은 대표팀에 치명타가 된다. 실제로 남아공 월드컵에서 박주영이 팔꿈치 부상을 당하자 대표팀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경기 출전엔 지장이 없어 한숨 돌렸지만 이때부터 포스트 박주영 발굴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 조 감독은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을 짜기 위해서도 스트라이커 발굴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가 박주영을 대신할 수 있을까. 본보는 축구 전문가 15명(K리그 감독 6명, 스카우트 6명, 축구 해설위원 3명. 전문가마다 2명씩 꼽아 1위에 2점, 2위에 1점 부여해 합산)의 설문을 받아 국내파 가운데 포스트 박주영 후보를 알아봤다.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선수는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 지동원(17점). 박경훈 제주 감독은 "위치 선정이 좋고 나이답지 않게 문전에서 침착하다"고 칭찬했다. 최순호 강원 감독도 "장신(187cm)임에도 몸이 매우 유연하다. 성실함도 돋보인다"고 했다. 이평재 전남 스카우트는 부드러운 볼 터치와 반 박자 빠른 슈팅을 그의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수비수 뒤로 파고드는 움직임이나 수비력 등은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스피드 이승렬, 파워 신영록도 다크호스 이승렬(21·서울)과 신영록(23·수원)은 각각 9점으로 지동원의 뒤를 이었다. 이승렬의 최대 강점은 역시 스피드. 김호곤 울산 감독은 "순간적인 스피드는 박주영을 능가한다. 개인기도 좋고 최근 자신감까지 붙어 물이 올랐다"고 했다. 신영록의 경우 파워가 돋보인다는 평가. 박창현 포항 감독은 "몸싸움과 활동량은 세계 정상급"이라며 "원래 재능 있는 선수인데 최근 축구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킬러' 유병수(22)는 6점으로 4위. 황득하 수원 스카우트는 "90분 내내 공격적인 드리블과 과감한 플레이로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힌다. 슈팅 타이밍도 빠르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그밖에 강력한 슈팅이 돋보이는 김동찬(24·경남)이 3점, 천부적인 골 감각으로 유명한 김영후(27·강원)가 1점으로 뒤를 이었다. 많은 정보가 없어 이번 조사대상에선 제외됐지만 석현준과 손흥민(함부르크) 등 해외파 유망주 공격수들도 기대되는 후보다. 전문가들은 "잠재적인 평가에서 해외파는 국내파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적어도 월드컵 1, 2년 전엔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나설 만큼 꾸준히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A매치 경험도 쌓아야 해외파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는 전제를 붙였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6일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엔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올랐다. 국내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의 라이벌 관계를 집중 조명한 기사였다. 기사에는 라이벌전의 기원, 역대 전적, 주요 경기 등이 자세하게 소개됐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포항-울산의 라이벌 관계는 K리그 최고 매치업으로 꼽히는 수원 삼성-FC 서울의 라이벌전 못지않다. 전통의 강호인 두 팀은 남부 지방 최고 명문 자리를 놓고 꾸준히 자존심 싸움을 펼쳐 왔다. 최근 4차례 맞대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이 29일 울산에서 만났다. 정규리그 순위에선 울산(6위)이 포항(9위)에 앞서 있었지만 분위기는 반대였다. 울산은 앞서 2경기에서 5골을 내주며 연패에 빠졌지만 포항은 3연승을 달리던 상황. 포항 상승세의 중심엔 ‘스나이퍼’ 설기현이 있었다. 10년 이상 유럽에서 활약하다 올 시즌 포항에 둥지를 튼 설기현은 울산과의 경기 전까지 5경기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포항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전반엔 최근 분위기가 좋은 포항이 공세를 이어 나갔다. 설기현을 앞세운 포항은 전반에만 10개의 슈팅을 퍼부으며 울산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엔 일진일퇴를 주고받는 공방전. 무승부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포항에서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오범석(울산)의 발끝에 의해 갈리는 듯했다. 후반 43분 득점에 성공한 것. 하지만 포항은 후반 추가 시간 김형일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라이벌에 승점 3점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1-1로 무승부. 이날 부산에서 벌어진 부산 아이파크-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선 부산이 8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전남을 5-3으로 꺾었다. 28일 경기에선 대전 시티즌에 3-1 역전승을 거둔 제주 유나이티드가 광주 상무와 1-1로 비긴 경남 FC를 승점 1점 차로 제치며 선두에 올랐다. 도움 2개를 추가한 제주의 스트라이커 김은중은 K리그 통산 10번째 40-40(40골 40도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수원-서울의 경기에선 수원이 4-2로 승리하며 윤성효 감독 부임 이후 9승 1무 1패를 기록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근 개막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팀이 화제로 떠올랐다. 강력한 우승 후보 첼시는 시즌 초 두 경기에서 모두 6-0으로 승리하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신흥 강호 맨체스터시티는 24일 전통의 강호 리버풀을 3-0으로 대파했다. 맨시티가 리버풀에 승리를 거둔 건 5년 만에 처음. 3-0으로 이긴 건 73년 만의 일이다. 두 팀은 공통점이 있다. 젊은 억만장자가 구단주다. 축구계 ‘양대 큰손’으로 불리는 로만 아브라모비치(44·첼시)와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40·맨시티).○ 석유 재벌인 사업가와 왕족 러시아 출신인 아브라모비치는 어렸을 때부터 사업가적인 기질이 남달랐다. 주위에선 “아브라모비치는 머리가 비상했고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다. 준비된 사업가”라고 평가한다. 대학생 시절 석유판매업을 시작한 아브라모비치는 이후 승승장구하며 부를 축적했다. 석유회사 시브네프를 소유하면서 세계 10대 부호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한때 33조 원에 이르던 그의 자산은 금융위기 이후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8조8000억 원에 이른다. 아브라모비치는 씀씀이도 남다르다.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그는 두 번째 아내와 이혼 당시 3000억 원이 넘는 세기의 위자료를 지급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얼마 전엔 세계에서 가장 비싼 7400억 원짜리 요트를 장난감 사듯 구입해 만인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상상하기조차 힘든 이런 아브라모비치의 씀씀이도 웃어넘기는 사람이 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왕가의 왕자인 만수르. 실세 왕족이자 영향력 있는 정치인, 사업가란 1인 3역을 소화하는 그의 추정 자산은 28조 원. 더 놀라운 건 집안 재산이다. ○ 오일 머니로 축구계 지각 변동 ‘억만장자 축구전쟁’의 포문은 아브라모비치가 먼저 열었다.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첼시를 2003년 2500억 원에 인수해 매년 선수 영입에만 1000억 원 넘게 쏟아 부었다. 그 덕분에 첼시는 50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과거 영광을 재현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만수르의 반격은 한술 더 떴다. 2008년 9월 약 4000억 원에 맨시티를 인수하더니 2년도 지나지 않아 선수 영입에만 5500억 원 가까이 썼다. 카를로스 테베스, 다비드 실바, 에마뉘엘 아데바요르 등 특급선수들이 오일 머니를 좇아 맨시티를 택했다. 이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최근 “재벌 구단주들은 2, 3년 뒤엔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라며 비꼬았다. 다른 구단들도 이들의 ‘묻지 마’ 선수 영입이 선수 몸값에 거품을 만들고 전체 축구판까지 흐릴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프로에선 과감한 투자가 축구 발전에 필수조건이라는 것.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5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 전반 초반 한 선수가 현란한 드리블에 이은 환상적인 레이업 슛을 성공시키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후에도 이 선수의 원맨쇼는 계속됐다. 수비가 떨어지면 돌파를 성공시켰고, 밀착 수비가 붙으면 자로 잰 듯한 패스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주인공은 경복고의 에이스 김기윤(18). 그러나 2쿼터가 시작되자 상대팀 에이스가 폭발했다. 연속 3점 슛과 어시스트로 한때 10점 이상 벌어졌던 점수 차를 좁혔다. 홍익대부속고의 기둥 김지후(18) 얘기다. 고려대총장배 전국고교농구대회(주최 한국중고농구연맹, 주관 고려대, 후원 동아일보) 준결승에서 맞붙은 두 선수는 18세 이하 대표팀에 나란히 뽑힌 고교 넘버원을 다투는 정상급 가드. 김기윤은 빠른 스피드와 엄청난 탄력, 넓은 시야가 돋보인다는 평가. 장신(189cm)인 김지후는 정확한 미들 슛과 노련한 경기 운영이 장점이다. 중고농구연맹 김승기 전무이사는 “모두 타고난 능력에 성실함, 체격 조건 등 빠지는 데가 없는 선수”라며 극찬했다. 이날 경기에선 김기윤이 22득점에 6개의 어시스트를 집중한 경복고가 김지후가 36득점으로 분전한 홍익대부속고를 90-83으로 꺾었다. 경복고는 이날 배재고를 75-69로 제압한 광신정산고와 26일 결승에서 맞붙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현장은 그리웠지만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은 몰랐네요.” 새로운 유니폼을 받아 들고선 아직은 어색한 듯 만지작거렸다. 유니폼을 입고선 아이처럼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각오를 밝힐 때만큼은 ‘독사’란 별명답게 눈빛이 달라졌다. “내년까지 팀을 정비한 후 어느 팀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으로 만들겠습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어낸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55·사진)이 K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전남 드래곤즈(2005∼2007년)에서 지휘봉을 놓은 지 2년 8개월 만의 복귀. 사실 허 감독의 K리그 복귀는 예상됐던 수순이었다.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거듭 “아직 현장에서 할 일이 많다. K리그 팀을 맡고 싶다”고 밝혔기 때문. 그러나 복귀 시점과 지휘봉을 잡은 팀은 다소 의외였다. 허 감독은 최근까지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려고 한다. 아직은 긴장감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복귀하더라도 전직 대표팀 감독이란 ‘감투’에 걸맞게 재정이 넉넉하고 규모가 큰 구단이 행선지가 되리란 전망이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예상을 깨고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를 선택했다. 계약 조건도 4년의 장기 계약. 23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가진 그의 취임 기자회견에서 안종복 인천팀 사장은 “형편이 좋지 않은 시민구단 사정상 연봉 등에서도 허 감독이 많이 양보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의 이런 선택은 인천의 미래 구상과 맞물려 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인천은 축구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비전이 있다. 어려운 시민구단 형편 속에서도 다른 구단들의 롤 모델이 될 만한 진심 어린 비전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인천은 현재 국내 프로축구팀 가운데 처음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히딩크축구센터 건립 등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에서도 앞서 있고 유소년 육성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인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아들 훈련을 보느라 조퇴와 결근이 늘었다. 휴가를 내서라도 아들이 있는 전지훈련 장소로 향했다. 몸에 좋다는 건 아무리 비싸도 사 먹였다. 얼마 뒤엔 직장까지 그만두고 정육점을 차려 질 좋은 고기를 아들에게 원 없이 먹였다. 정육점 운영은 아내에게 맡기고 아들이 있는 곳이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했다.축구대표팀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버지 박성종 씨 얘기다. 학창시절 체격이 왜소하고 그저 그런 실력이었던 박지성을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아버지의 믿음만큼은 한결같았다. 해외전지훈련 비용이 모자라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어려운 형편. 그래도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지금은 최고 스타 자리에 올라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박지성은 “아버지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아버지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정신적인 지주”라고 했다.유명 축구 스타들의 뒤에는 이처럼 ‘사커 대디’가 많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쌍용’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도 마찬가지. 이청용의 뒤엔 아버지 이장근 씨가 있었다. 이청용은 “언제나 내 뒤에 조용하게 서 계신 분이 아버지”라며 “축구를 즐기고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도 아버지 덕분”이라고 전했다.기성용의 아버지 기영옥 씨는 실업팀 축구선수 출신이다. 그는 아들이 축구에 재능을 보이자 호주로 4년 동안 축구 유학을 보낸 뒤 살던 집까지 처분해 비용을 마련했다. 기성용이 프로팀에 입단한 이후엔 전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경기를 챙겼다. ‘아버지, 인생 선배, 축구감독’이란 1인 3역이 그의 몫이었다.해외에서 뛰는 10대 유망주 듀오 석현준(아약스)과 손흥민(함부르크)의 활약도 아버지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석현준의 아버지 석종오 씨는 연이은 사업 실패로 생계를 걱정할 만큼 힘들었지만 아들에게 줄 고기반찬만큼은 잊는 법이 없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석현준은 인터뷰 때마다 ‘보물 1호’로 아버지를 꼽는다.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는 아들을 직접 지도했다. 프로축구 선수 출신으로 유소년 축구클럽인 춘천 FC 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손흥민이 8세 때부터 매일 5시간 이상 훈련을 시켰다. 평소엔 따뜻한 아버지였지만 훈련 때만큼은 ‘적당히’가 없었다. 손흥민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유럽에서 이렇게 뛸 수 있는 건 절반 이상이 아버지 몫입니다.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롭지 않아요.”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네티즌UCC - 김연아, 박지성의 깜찍 NG 영상}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동명초교 운동장. 훈련 시작 한 시간 전. 선수는 없었지만 아버지는 있었다. 이미 그는 준비를 마쳤다. 운동장에 모인 다른 아버지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했다. 오후 4시. 황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아들이 운동장에 나타났다. 훈련에 방해될까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아버지. 하지만 얼굴에 가득한 흐뭇한 미소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박지성 아버지? 빙산의 일각이죠주인공은 ‘사커 대디’(축구 선수인 아들을 적극 뒷바라지하는 아버지) 최윤상 씨(37). 유명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개인사업을 하는 최 씨는 일이 끝나면 바로 학교로 향한다. 아들 태웅이(11)를 보기 위해서다. 태웅이는 축구 명문으로 유명한 동명초교에서도 주목받는 유망주다.사실 최 씨는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군대에서 축구를 하고 나면 항상 발끝이 아팠죠. 발끝으로만 차는 줄 알았거든요. 그만큼 축구의 ‘축’자도 몰랐어요.” 이런 최 씨의 삶이 360도 바뀌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 1월. 축구부 감독의 권유로 당시 1학년이던 태웅이가 축구 선수가 되고부터다. 이때부터 축구부 운동장이 최 씨에게 ‘제2의 일터’가 됐다. 지방에서 열리는 경기가 있을 땐 잠시 일도 접었다. 길게는 보름 넘게 열리는 대회 기간에도 언제나 태웅이의 뒤에는 그가 있었다. 최 씨는 “태웅이가 운동을 하고부터 집에선 잠만 잔다. 요즘엔 집을 왜 샀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웃었다.일주일에 업무상 서너 번 술자리를 가졌던 그는 ‘사커 대디’가 되고 나선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축구 선수 부모들과 축구 얘기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집 안은 족탕기, 안마의자 등으로 가득해 ‘피로 해소 기구 전시장’이 됐다. 한약은 물론이고 개구리, 녹용, 말뼈 등 몸에 좋다는 건 모두 태웅이의 몫. “누가 아들에게 ○○○를 먹였다고 소문나면 저절로 손이 가더라고요. 이런 게 아버지 마음인가 봐요.”힘들진 않을까.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박지성 선수(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어렸을 때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들 뒷바라지했다는 아버지 얘기 있죠? 그 정도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그런데 중고교 선수 학부모 얘기 들어보면 지금 정도는 또 예행연습 수준이래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이가 행복하고, 미래가 있다면 만족합니다.”○ 축구에선 ‘바짓바람’이 대세축구 선수 아버지 가운데는 유독 최 씨 같은 ‘사커 대디’가 많다. 이날 축구부가 있는 인근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도 10여 명의 아버지가 나와 훈련을 지켜봤다. 유명 축구 스타가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게 헌신적인 ‘사커 대디’ 스토리. 보통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이 대세인 다른 종목과 달리 축구에선 아버지들의 ‘바짓바람’이 대세인 셈이다.‘사커 대디’가 이처럼 많은 이유가 뭘까.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종목 특성에서 이유를 찾았다. 그는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나 조기축구회 등에서 축구를 직접 접한 경험이 있다. 모두 자칭 전문가들이다 보니 아들 운동을 직접 챙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프로축구 선수인 아들을 둔 최순호 강원 FC 감독은 국내 학원 축구의 특성에서 이유를 찾았다. 어릴 때 클럽에서 축구를 즐기는 유럽 등과 달리 국내에선 일찌감치 학교 선수 생활을 하며 축구에 ‘다걸기’하다 보니 아버지도 아들을 위해 ‘올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것. 몇몇 학교를 제외하곤 학교 축구부 환경이나 지도자 여건이 열악해 아버지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것도 한 이유로 꼽혔다.박지성 같은 롤 모델이 있기 때문이란 설명도 있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어머니 스토리가 알려진 뒤 ‘피겨 맘’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박지성 아버지 얘기가 알려진 뒤 ‘사커 대디’가 부쩍 늘었다. 차두리(셀틱)-차범근, 기성용(셀틱)-기영옥 부자 등 스타 출신 ‘사커 대디’가 유명세를 타면서 다른 ‘사커 대디’에게 동기 부여가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윤종석 동명초교 축구부 감독은 “지나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사커 대디’의 존재는 아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뒤에 있는 것만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또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아이가 탈선하는 걸 막아줄 수도 있다는 것. 반면 과도한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일부 ‘사커 대디’가 감독의 선수 기용에까지 참견하며 분란을 일으키는 것 등은 문제로 지적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축구 꿈나무들을 위한 박지성의 원포인트 레슨}

빡빡 민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까만 피부에 다부진 체격.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드리블로 한일전에서 국내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주인공. 일본 축구 대표팀 출신 스트라이커 다카하라 나오히로(31·수원) 얘기다.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 프로축구 FA컵 8강 수원-전북의 경기를 앞두고 가장 큰 화제는 다카하라와 동갑내기 라이벌인 ‘라이언 킹’ 이동국(31·전북)의 맞대결이었다. 이들은 공통점이 많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탁월한 골 감각과 천부적인 재능으로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초반엔 각급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세련된 외모와 해맑은 미소로 수많은 ‘여심(女心)’을 흔든 주인공이란 것도 공통점. 공교롭게도 부진에 빠진 시점도 비슷했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프로와 대표팀에서 부침을 겪었다. 이들의 만남은 최근 수원으로 이적한 다카하라가 전북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이뤄졌다. 사실 경기 전엔 이동국의 우세가 예상됐다.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 이동국은 올 시즌에도 이름값을 해내던 상황. 반면 다카하라는 전 소속팀인 J리그 우라와 레즈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경기 감각부터 끌어올려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23골(57경기)을 기록했고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에서도 수년 동안 활약한 다카하라는 노련했다. J리그보다 빠르고 거칠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무대에 이미 적응한 듯 몸놀림이 가벼웠다. 전반 왼쪽과 오른쪽 측면에서 툭툭 치고 들어가다 날린 감각적인 슈팅은 그의 컨디션을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 그는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상대를 위협했다. 그에 반해 이동국은 수원 수비진의 거칠고 조직적인 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42분 다카하라가 교체될 땐 수원 팬들이 기립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이동국은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떨어뜨리고 착잡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경기에선 수원이 전반 36분 곽희주의 헤딩 선제골과 후반 47분 염기훈의 추가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염기훈은 1골 1도움으로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수원은 윤성효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7월 14일 컵 대회 경기부터 9경기에서 7승 1무 1패를 거두는 가파른 상승세. 전남은 광양 홈경기에서 강력한 신인왕 후보 지동원의 후반 40분 결승골에 힘입어 광주를 2-1로 꺾었다. ‘샤프’ 김은중이 두 골을 넣은 제주도 성남을 2-0으로 제압하고 FA컵 준결승 티켓을 따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별들의 축제’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대장정에 돌입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등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의 활약 여부도 관심사지만 역시 최대 관심사는 우승컵의 주인공. 일단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첼시와 맨유의 2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변수가 있다면 만년 우승 후보 아스널의 깜짝 우승. 먼저 지난 시즌 승점 1점 차로 맨유의 리그 4연패를 저지한 첼시는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포지션별 정상급 전력을 유지한 가운데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지도력도 물이 올랐다. 한 가지 불안 요소가 있다면 주전들의 노쇠화. 전방 공격수인 디디에 드로그바(32)-니콜라 아넬카(31) 조합을 비롯해 주전들의 나이가 적지 않다. 첼시는 지난 시즌 후반에도 주전들의 체력 저하로 고전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시즌에 앞서 슬로보단 라이코비치(21), 라미레스(23) 등 젊은 선수들을 영입했고, 유망주 육성 계획도 밝혔지만 이들이 기존 주전들을 대체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평가. 리그 우승 18회에 빛나는 ‘영원한 우승후보’ 맨유는 오른쪽 측면수비가 약점이다. 노장 게리 네빌(35)은 체력과 스피드가 떨어졌고, 신예 하파엘 다 시우바(20)는 기복 있는 플레이가 문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탈락 당시에도 오른쪽 측면 수비 불안이 중요한 이유로 지적됐다. 불발에 그쳤지만 최근까지 정상급 측면수비수 필리프 람(바이에른 뮌헨·27) 영입설이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맨유는 공격수 웨인 루니(25)를 받쳐줄 믿을 만한 전방 공격수가 없다는 점도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팀의 에이스 세스크 파브레가스(23)가 건재한 아스널은 기존 영건들의 플레이도 물이 올랐다. 하지만 허약한 중앙 수비 라인이 문제. 시즌을 앞두고 교체를 위해 중앙 수비 자원 4명을 한꺼번에 방출했지만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는 상황이다. 아르센 벵게 아스널 감독은 “중앙 수비가 불안하면 장기 레이스에 불리하다. 어떻게든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진 답이 보이지 않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주말 경기 나란히 1골 추가 “재능 있는 선수들이 경험에 자신감까지 갖췄으니 상대팀으로선 앞으로가 더 걱정이죠.” 차종복 전북 현대 스카우트는 “두 선수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음 월드컵에선 이 두 선수의 발끝에서 한국 축구의 명암이 갈릴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젊은 피’ 윤빛가람(20)과 지동원(19). 11일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나란히 대표팀에 처음 발탁돼 ‘조광래호의 황태자’로 주목 받은 두 선수가 K리그 역시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남의 선두 돌풍을 이끌고 있는 미드필더 윤빛가람은 올 시즌 정규리그와 컵 대회 20경기에서 6골 4도움, 전남 스트라이커 지동원도 20경기에서 7골 3도움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14일 정규리그 경기에서도 윤빛가람은 선두 경쟁 중인 전북을 상대로 후반 16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에 3-2 승리를 선물했고, 지동원은 전반 24분 결승골을 넣으며 강호 제주를 4-2로 꺾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이들의 거침없는 행진에 신인왕 경쟁은 벌써부터 2파전으로 굳혀지는 분위기. 프로축구 스카우트들은 현재까지 활약만 놓고 본다면 8명 가운데 5명(강원, 경남, 성남, 수원, 전북)이 윤빛가람의 신인왕 수상을 점쳤다. 유태목 성남 스카우트는 “비슷한 공격 포인트라면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하는 윤빛가람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고 했다. 황득하 수원 스카우트는 “윤빛가람의 후반기 상승세가 무섭다. 나이지리아전 득점 이후 자신감이 붙었다”고 강조했다. 구상범 강원 스카우트는 기복 없는 플레이와 좋은 팀 성적을 이유로 윤빛가람에게 한 표를 줬다. 지동원을 더 높게 평가한 스카우트는 3명(대구, 전남, 포항). 남창훈 포항 스카우트는 “용병이 득세하는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토종 신인이 활약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전남에서 차지하는 비중까지 고려하면 역시 지동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15일 경기에선 포항이 경기 종료 직전 이진호의 결승골에 이어 상대 자책골까지 터지며 대구에 2-0으로 승리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