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논술 축소한다더니… 고교논술, 2014년부터 선택과목 포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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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교육과정 일부 개정안’ 논란

논술이 내년부터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간다. 하지만 학교의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논술 과목을 편성하면 내용이 부실해지면서, 학생 부담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교육계에서는 우려한다.

앞서 9월에 교육부는 논술을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않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비 부담을 이유로 입시에서 사실상 제외하도록 만들고는, 고교의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침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

교육부가 1일 밝힌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일부 개정안(시안)’에 따르면 논술은 고교 생활·교양 교과 영역 선택과목 중 하나로 포함된다.

일선 학교가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생활·교양 과목은 6학기 기준으로 16단위다(1단위는 주당 1시간). 지금까지 기술·가정, 제2외국어, 철학, 논리학, 심리학, 교육학 등을 가르쳤는데 여기에 논술이 새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과목당 최대 8단위까지 가능하다. 교과목의 내용은 학생들의 요구와 수준을 반영해 학교가 정하면 된다.

현재도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과목을 개설할 수 있지만 시도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일선 학교는 국어 사회 도덕 과학 같은 교과 수업의 일부나 방과 후 프로그램을 통해 논술을 가르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술이 대입 전형의 중요한 요소임에도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가르치기 힘든 현실을 감안했다. 어차피 논술 사교육비가 문제되는 상황이라면 공교육으로 가져오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일선 학교는 논술 과목 편성에 적극적인 편이다. 서울 강남구의 A고교 교장은 “어차피 채워야 하는 이수 단위라면 입시와 밀접한 논술을 채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B고교 교장도 “그동안엔 수능이 끝나고 철학, 논리학, 심리학 등 말 그대로 학생의 교양을 길러주는 과목을 집중 편성했다. 이젠 학부모 눈치 때문에라도 논술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 학교와 학생 부담 모두 늘듯

교육부가 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히고선 정규 교육과정에 논술을 포함시킨 방침 자체가 모순이라고 교육계에서는 지적한다.

또 고교 교육이 대학 입시에 더욱 종속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이 입시에서 논술 비중을 늘리도록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서울의 C사립대 관계자는 “심층 논술 고사를 실시하고 싶어도 교육부 눈치에 머뭇거리는 대학은 이런 발표 하나를 어떤 신호탄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대학 입시의 논술 고사는 과거 본고사를 연상시킬 만큼 어려운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교의 논술 수업이 가능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유명학원 원장은 “강남 학원가에서도 수학보다 논술 강의가 어려워서 논술 단가가 가장 세다. 일선 교사가 상당한 준비 없이 진행하는 논술 수업이 학생들에게 와 닿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오히려 학생이 학교 논술과 사교육 논술 두 가지를 동시에 받으면서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인 김지현 양은 “논술 수업을 하면 하는 대로 부담이고, 안 하면 그 시간에 심층 논술 명목으로 국영수 공부를 시킬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사회 교과의 한국사 수업 시수는 1개 학기 5단위에서 2개 학기 및 6단위 이상으로 늘렸다. 교육부는 다음 달 10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받은 뒤 15일에 확정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논술#고등학교 교육과정#선택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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