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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사진)의 인사청문회 거부 방침을 접었다.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월 26일 국회에 제출된 지 두 달 만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24일 주례회동에서 “인사청문특위의 의견을 존중해 청문회를 실시하되 일정은 여야 간사가 협의해서 정한다”고 합의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종걸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청문회는 다음 달 7일이나 10일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31일부터 다음 달 1, 3, 6일 잇따라 열리는 만큼 일정이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당초 새누리당은 30일 청문회 개최를 희망했지만 일정 합의가 늦춰지면서 청문회 일정이 틀어졌다. 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도 다음 달 23일 본회의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수사팀의 막내 검사였던 박 후보자의 전력을 문제 삼으며 ‘시간 끌기’ 전략을 폈다. 그러나 박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비판 여론에 못 이겨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여야는 이날 사회적경제기본법의 4월 국회 처리에도 합의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등이 주도해 온 사회적경제기본법은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기업 등을 지원하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여야는 22일 지지부진한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와 관련해 책임 공방을 벌였다. 80일 이상 허송세월만 하다가 ‘공무원연금개혁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종료 시한(28일)이 발등의 불이 되자 파행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이날 “야당은 갈택이어(竭澤而漁)하지 말고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해 달라”고 비판했다. ‘갈택이어’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권 대변인은 “야당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을 고집하며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중요한 판을 깨려 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아니라 개악을 할 작정이냐”며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의 의지가 있다면 협상의 한 축인 야당에 독설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 대변인은 이어 “새누리당이 타협할 생각은 없이 시한만 넘어가면 공무원들과 국민을 악의적으로 나눠 싸우게 만들 계획만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그간 “야당이 자체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여당이 노조와 협의한 정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식으로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야당이 12일 “공무원연금과 함께 국민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으로 논의를 확대하자”고 제안하자 여당은 난색을 표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당은 조만간 재정 추계를 붙인 정부안이 제시되면 야당도 자체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할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안을 ‘반쪽 연금안’으로 규정한 만큼 “적정 소득대체율을 보장하지 않으면 논의의 진전은 없다”며 맞설 계획이다. 여야는 국민대타협기구를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활동 시한이 끝나면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로 공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고성호 기자}
야당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루면서 대법관 공백 사태가 한 달을 넘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식물 대법원을 만들려고 한다”며 강력히 비판하면서 정치권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여야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회의가 굉장히 든다”며 “대법관 청문회 같은 국회의 책무는 여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를 내세워서 또다시 결정을 미루는 것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초유의 사법 공백 사태를 계속 장기화하는 야당의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믿고 기다릴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마땅한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원내지도부에 맡긴 것을 비판한 것이다. 박대출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대법관 공백 사태가 31일째 이어지고 있다”면서 “야당은 ‘식물 국회’도 모자라 ‘식물 대법원’까지 만들 참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떼를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대법관은 인권의 최후 보루이자 모든 소송의 유무죄를 판단해 줄 최후의 결정권자이기에 안타깝지만 박 후보자는 안 된다”며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나서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떼를 쓸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사회는 물론 학계, 법조계, 야당까지 전 국민적 반대여론이 확인됐다”며 “이번 청문회는 대법관 공석을 채우기에만 급급해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4월 임시국회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 청문회에 대해서는 더 내놓을 카드가 없다”며 “(합의 처리가 안 되면) 다른 현안 협상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가 파행을 빚고 있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를 24일경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 19일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려고 했지만 원내지도부에 결정을 일임한 것이다. 당초 ‘청문회 불가’ 방침에서 개최 쪽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60여 명이 참석한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선 ‘청문회 개최를 찬성한다’는 의견만 나왔다. 청문회 개최를 반대하던 이인영 의원 등은 불참했고, 원내지도부가 청문회 개최 쪽으로 가닥을 잡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그간 청문회 보이콧으로 우리의 일관된 입장을 충분히 얘기했다”며 “이제 청문회에서 여론을 보고 (적격 여부를) 판단하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이종훈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 법치와 의회 민주주의가 야당 의원 몇 명의 개인 일정에 볼모가 잡혀 제 기능을 못하는 셈이 됐다”며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이달 청문회를 연 뒤 4월 임시국회 첫날인 다음 달 7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24일 결정해도) 3월에 청문회를 열 수 있다”면서도 “본회의는 다음 달 23일에 잡혀 있으니 (청문회) 시기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 달 7일 마무리하지 않고 여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벽에다 얘기하는 줄 알았다.”(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나도 마찬가지다. (문 대표가) 좋은 대안을 갖고 올 줄 알았다.”(홍준표 경남도지사) 문 대표가 18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으로 홍 대표를 찾아가면서 이뤄진 두 잠재적 대권주자 간의 30분 대화는 시각차만 확인한 설전(舌戰)으로 마무리됐다. 홍 지사의 도정 소개를 포함한 첫 10분은 그나마 의례적인 덕담이 오가는 듯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해법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왔다”고 운을 떼기가 무섭게 분위기는 급랭했다. ▽홍 지사=무상급식이 중단된 게 아니고 보편적 무상급식에서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했다. 경남에는 (지금도) 6만6000여 명의 학생이 무상급식을 국비로 받고 있다. 밥보다 공부가 우선 아니냐. 작년 10월부터 저희들에게 ‘밥 안 먹어도 좋으니 우리도 학원 다닐 수 있게 좀 해달라’는 (서민 자녀들의) 편지가 많이 왔다. ▽문 대표=아이들이 어른들 정치 때문에 경남의 아이들만 급식을 받지 못한다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해법이 있다면 대화를 나눠보자는 것이고, 해법이 없다면 돌아가야죠. ▽홍 지사=도의회가 정해준 대로 집행하는 것이 집행부의 도리다. 그게 바뀌지 않는 한 우리가 무슨 방법이 있냐. 지금 대표도 국회의원으로 계시지만, 국회가 예산안 확정하면 그에 따라 집행부는 집행할 수밖에 없다. ▽문 대표=아휴, 천하의 홍준표 지사가 의회 뒤에 숨냐?(웃음) 박종훈 교육감이 한번 만나자고 요청해도 도통 만나주지 않는다고 하더라. 한번 만나서 대화를 하지 그러냐.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문 대표는 “(홍 지사가 무상급식 중단) 드라이브를 건 것은 천하가 다 아는데 도의회가 예산을 결정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홍 지사는 “딴 데 쓰는 게 아니고 못사는 애들 도와준다는 거 아니냐”고 맞받았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가시 돋친 말이 오갔다. ▽문 대표=지금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길을, 잘못된 길을 가시는 거예요 지금. ▽홍 지사=잘못된 길 가는지 안 가는지는 나중에 가서 판단해 봐야지요. 문 대표는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다. 홍 지사도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군에 올라 있다. 문 대표는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이 야권의 복지 프레임을 뒤흔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회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정공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부산경남 출신인 둘의 관계는 과거부터 원만하지 않았다. 홍 지사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비서실장 출신 문 의원은 (대통령이 아닌) 비서실장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에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독보적인 존재였으나 아들 부정사건 때문에 낙선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같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이날 두 사람의 기싸움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문 대표가 “우리가 노력하면 급식뿐 아니라 교복도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여당은 “‘무상 시리즈’의 가짓수를 늘려 교복으로까지 넓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야당은 “무조건 정치공세를 쏟아내는 대신, 어떻게 복지를 확대할 수 있을지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창원=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은 1시간 50분 정도 걸렸다. 1시간 정도로 예상됐던 시간이 예상을 깬 것이다. 이어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여야 대표들과 별도로 2시간 가까이 만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최장시간 회동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만큼 청와대든, 여야든 회담 성과가 절박했다는 의미다. 이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통일대박도 이뤄지고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환하게 웃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한 ‘통일대박’을 문 대표가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동 초반에 문 대표가 현 정부를 두고 “경제정책 실패” “복지공약 파기”라고 비판하자 박 대통령은 몸을 움찔하며 문 대표를 쳐다봤다고 한다. 새정치연합 김현미 대표비서실장은 “(주위에서 느낄 정도로) 두 번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고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차분했다고 한다. 문 대표의 날선 지적을 꼼꼼히 메모한 것이다. 회담이 비공개로 바뀐 뒤 박 대통령은 사전에 준비한 중동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문 대표의 비판에 답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표는 “일일이 답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회동은 문 대표가 다른 현안별로 문제를 지적하고, 박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중간중간 박 대통령이 답변하기 힘든 사안이 나오면 위트 있게 대신 답변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 회동 직후 김 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표가 많은 말씀을 하시라고 배려해 드리고 나도 중간중간에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여야는 이날 3자 회동 직후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상생의 불씨는 살렸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3자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의견을 모은 것을 가장 높은 성과로 평가했다. 야당이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음을 긍정적이라고 봤다. 또 이번 회동을 통해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덜어내고 주요 현안에 야당의 협조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데도 의미를 부여했다. 새정치연합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큰 틀에서 여야 대표의 의견이 일치하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한 유익한 만남이었다”며 “경제 활성화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인식을 함께한 소통의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황형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정부와 여당이 경제 활성화 핵심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서도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하면 처리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날 오후 1시간 50분 동안 청와대에서 회동을 가진 뒤 내놓은 공동 발표문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가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대표는 “합의된 시한(5월 2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의 합의와 공무원 단체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연말정산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에게 “5500만 원 이하 소득 근로자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준비해 국회에 관련 수정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제 해법에 대해선 상당한 의견차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경제 한번 살려보겠다고 매달리고 있는데 국민을 위해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느냐”며 야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며 ‘총체적인 실패’로 규정하면서 경제사령탑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여야 후보로 맞붙은 뒤 공식적으로 2년 3개월 만에 마주한 것이다. 청와대는 집권 3년차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야당과의 소통 채널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도 협조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모습으로 수권 능력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날 회동에서 문 대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도 파기됐고 재벌과 수출경제 중심의 낡은 경제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경제정책을 대전환해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어 △최저임금 대폭 인상 △조세체계 구축 △세입자 주거난 해소 △가계부채 대책 등 4대 민생과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회동 후 문 대표의 주장을 다시 비판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17일 채택됐다. 하지만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아직 날짜도 못 잡고 있다. 야당의 청문회 보이콧으로 대법관 공백 사태는 한 달을 맞았다. 새누리당은 청문회 개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예정된 의원총회를 해보고 결정하자며 논의 자체를 미뤄놓은 상태다. 새정치연합은 그 동안 “박 후보자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검사로 사건 은폐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진 사퇴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4일에는 국회에서 검증 간담회를 열었지만 은폐 의혹과 관련한 뚜렷한 개입 정황을 찾지 못했다. 당내에서도 청문회 파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선의 김영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가 결정해 청문회를 빨리 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의총에서 지도부에 결정을 위임해 청문회 개최를 결정하는 식으로 출구전략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17일 “야당이 (청문회 보이콧) 방침을 번복하면 3월 말에 청문회를 하고, 임시회 첫날인 4월 7일이나 8일 표결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16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사진)의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선 5·16에 대한 역사적 평가 문제가 쟁점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1961년 당시 육군사관학교 생도였던 이 후보자에게 “5·16을 쿠데타(군사정변)로 생각하느냐”고 집중 질의했다. “(쿠데타라는) 용어에 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변하던 이 후보자는 나중에 “학술·법률적으로는 쿠데타”라고 동의했다. 하지만 안보적 관점에서 5·16을 평가한다는 자신의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이 “5·16 직후 육사 생도의 지지 행진을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행진을) 나오라고 해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역사적 사건이 국가 안보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는 관점에서 5·16은 국가 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며 “(그 당시 남한은) 북한보다 굉장히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의 국내 배치 문제와 관련해선 “주권에 관한 것”이라며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려면 어떤 정책 옵션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단지 그(사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 판단에 도움이 되는 모든 대안의 장단점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국정원을 망치는 일이다”라며 “국정원이 권력기관이 돼선 안 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고 말했다. 김기종 씨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습격에 대해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가해행위이자 테러행위”라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안보관과 도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언론 기고문 등에서 드러난 보수적 성향은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서울 용산 화재 참사를 ‘폭동’에 비유한 것과 관련해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여야는 이르면 17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야당은 19일 의원총회에서 청문회 개최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16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선 5·16에 대한 역사적 평가 문제가 쟁점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1961년 당시 육군사관학교 생도였던 이 후보자에게 “5·16을 쿠데타(군사정변)로 생각하느냐”고 집중 질의했다. “(쿠데타라는) 용어에 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변하던 이 후보자는 나중에 “학술·법률적으로는 쿠데타”라고 동의했다. 하지만 안보적 관점에서 5·16을 평가한다는 자신의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이 “5·16 직후 육사 생도의 지지 행진을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행진을) 나오라고 해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역사적 사건이 국가 안보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는 관점에서 5·16은 국가 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며 “(그 당시 남한은) 북한보다 굉장히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국내 배치 문제와 관련해선 “주권에 관한 것”이라며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공격을 대비하려면 어떤 정책 옵션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단지 그(사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 판단에 도움이 되는 모든 대안의 장단점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국정원을 망치는 일이다”라며 “국정원이 권력기관이 돼선 안 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고 말했다. 김기종 씨의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격 사건에 대해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가해행위이자 테러행위”라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안보관과 도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언론 기고문 등에서 드러난 보수적 성향은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서울 용산 화재 참사를 ‘폭동’에 비유한 것과 관련해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여야는 이 후보자의 특별한 결격 사유를 찾지 못한 만큼 이르면 17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야당은 19일 의원총회에서 청문회 개최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야당 원내지도부도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이달 안에 인사청문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지역 당원을 만나려 해도 누가 당원인지 알 수가 없어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출마하려는 정치 신인들은 12일 지역위원장을 겸한 현역 의원이나 원외 지역위원장이 당원 명부는 물론이고 각종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던 한 정치 신인은 “당원 명부는 물론이고 지역의 각종 모임과 학교 동창회 명부를 개인적으로 구해야 했다”며 “조직을 장악한 지역위원장에 비해 어려움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새정치연합에서도 새누리당만큼 정치 신인들이 겪는 진입장벽은 높았다. 새정치연합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50%, 권리당원 50%’의 경선 룰을 적용해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출한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 당직자는 “현재 공천 제도에서 정치 신인이 현역 의원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며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라면 여론조사에서 승부를 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지역을 장악한 현역 의원을 꺾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이 출마하지 않은 지역구를 이어받지 않는 이상 신인의 당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이 같은 경선 방식은 다른 폐단도 낳았다. 지지하는 당원 수를 늘리기 위해 당비를 대신 내주는 ‘당비 대납’과 거주자가 아닌데도 지역에 전화를 수십 개씩 개설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휴대전화 착신 전환’ 문제 등 후유증이 생긴 것이다. 특히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한 호남 등 야당 텃밭에서 잡음이 컸다. 다만 새누리당처럼 다른 후보 측 당원 가입을 막은 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당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거쳐 통과되는데 당적이 없던 인물의 경우 절차가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현역 의원이 경쟁자 측 당원의 복당을 막는 문제는 있었다. 지난해 3월 안철수 의원 측에 합류했던 옛 민주당 당원들이 새정치연합 창당 뒤 복당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임재훈 전 조직부총장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수차례 열고도 결론이 나지 않아 최고위원회의로 결정을 미뤘다”며 “현 지역위원장이 결사반대했던 당원들은 결국 복당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던진 ‘무상급식 중단’ 논란의 불똥이 여의도 정치권으로 튀었다. 이번 논란은 홍 지사가 “경남도 예산 643억 원을 무상급식 대신 서민자녀 교육복지에 쓰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이를 놓고 ‘보편적 복지’ 대 ‘선별적 복지’ 구도의 복지 논쟁으로까지 번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 지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진 자의 것을 거둬 없는 사람들 도와주자는 게 진보좌파 정책의 본질”이라며 “세금을 거둬 복지가 필요한 서민 계층을 집중적으로 도와주는 선별적 복지가 진보좌파정책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며 “공부보다 급식에 매몰돼 있는 진보좌파 교육감들의 편향된 포퓰리즘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홍 지사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 지사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무상보육도 소득에 따른 선별적 차등지원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노근 의원도 “(무상급식이) 시행 4년째가 됐으니 그동안의 문제점과 보완할 부분을 따져 재설계할 때가 됐다”며 “전면 무상급식은 시민 운동권 논리”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상급식은 2010년 국민적 합의를 이룬 사안”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대전을 방문한 문재인 대표는 “(홍준표) 도지사의 신념이 옳고 그름을 떠나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경남도가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길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18일 경남 창원에서 현장 최고위원 회의가 열릴 때 경남도와 도교육청의 중재에 나설 뜻을 밝혔다. 홍 지사는 “문 대표가 도청을 찾아오면 만나겠다”고 말해 두 사람의 회동 여부가 주목된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홍 지사가 대권 행보 차원에서 노이즈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목희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지사는 정치를 해서는 곤란한 사람이다. 단언하건대 홍 지사는 대선 후보 근처에도 못 간다”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여야 지도부는 무상급식 중단 논란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중앙당이 나서서 조율할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무상급식 논란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 논란 등 복지논쟁으로 번질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당내 무상급식·보육특위에서 5월까지 논의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당의 입장을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구도의 전선이 형성되면 문 대표의 통합행보가 타격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홍 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을 서민 교육복지에 쓰겠다고 한 만큼 무작정 반대하기는 힘들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남의 저소득층 아이들만 낙인찍히게 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현수·한상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0일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만나 “생활임금이 중앙정부까지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대표가 여당 광역단체장을 별도로 만나 간담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당대회 전후로 자신이 내세워 온 ‘경제정당’ 행보이자 초당적인 통합을 통한 차기 대권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반 경기도청을 방문해 남 지사에게 “경기도의 연정은 우리 정치를 상생·통합으로 발전시키는 성공적 사례”라며 “경기도의 결단처럼 여야가 머리를 맞대 최저임금을 올리고 생활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기우 전 의원을 사회통합부지사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대표의 통합정치 큰 방향에 동감하고 연애하는 마음으로 (야당 측 인사들과) 매일 대화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도입을 강조하고 있는 문 대표가 제안했고 남 지사가 수락해 성사됐다. 남 지사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자 문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제도로 한때 여야가 거의 공감대를 이루다 뜸해졌는데 다시…(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표는 4·29 보궐선거 광주 서을에 출마한 천정배 전 장관과 관련해 “야권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이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특정인을 위해 전략공천하는 것은 우리 당이 가야 할 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수원=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사진)이 정계은퇴를 선언한 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 대표 시절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 모친상 빈소가 마련된 인천 계양의 한 장례식장에 4시간 반가량을 달려온 것. 손 전 고문은 지난해 7월 경기 수원 팔달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에 칩거해 왔다. 10일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등장한 손 전 고문은 “신 의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금이라도 마음에 위로라도 해주려고 왔다”며 “문상 온 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 자연과 벗하고 지낸다”며 신문, TV도 보지 않고 인터넷도 끊었다고 했다. 근황과 관련된 질문에는 “더이상 말하면 인터뷰가 된다”며 말을 아꼈다. 상주인 신 의원이 “제 문상 핑계대고 다시 나오시려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손 전 고문은 신 의원을 향해 “아직도 수양이 안 됐다. 문상을 왔으면 와주셔서 고맙다고 해야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냐”고 농담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8개월만에 공개석상에 처음 얼굴을 드러냈다. 10일 자신의 측근인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이 모친상을 당하자 4시간 반 가량 걸려 장례식장을 방문한 것. 손 전 고문은 지난해 7월 수원 팔달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전남 강진 토굴에서 칩거해왔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인천 계양구의 장례식장에서 “신학용 의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위로라도 해주려고 왔다”며 “문상 온 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 자연하고 벗하고 지낸다”며 “(마음을) 비웠으니까 편안하고 안 편안하고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자신의 근황과 관련된 질문에는 “더 이상 말하면 인터뷰가 된다”며 철저하게 말을 아꼈다. 그는 강진에서 칩거하며 신문, TV, 인터넷 등은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상주인 신 의원이 “제 문상 핑계대고 다시 나오시려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손 전 고문은 신 의원을 향해 “아직도 수양이 안 됐다. 문상을 왔으면 와주셔서 고맙다고 해야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은 신 의원에게 “어려움 많이 겪고 있는데 잘 이겨내도록 해라. 자식 도리를 다 했다”고 위로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문상을 온 박지원 의원과 마주치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이 “요즘 어디계시냐”고 묻자 박 의원은 웃으며 “가만히 앉아있다”고 했다. 손 전 고문은 1시간 가량 자리를 지켰다. 이찬열 최원식 의원과 전혜숙 김유정 전 의원 등이 함께 왔고 함께 소주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취임한 문재인 대표도 손 전 고문 방문을 추진하는 등 당 안팎에서 무게감은 여전하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테러방지법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여당은 테러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테러방지법의 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여당안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공식으로 반대했다. 테러 방지를 주도할 국가정보원의 위상 강화를 놓고 여야는 팽팽하게 맞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일 공론화시킨 법안은 모두 같은 당 의원들이 발의한 것이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법 △국가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기본법 등 3개다. 새누리당은 “테러 대응을 위한 규정은 1982년 공포된 대통령훈령에 근거하고 있어 사실상 테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번 기회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의 경우 국내외 정보 수집과 분석, 테러위험 인물에 대한 추적 및 대테러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장 소속으로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설치하는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병석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국가는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며 “인권 침해 여지 부분은 여야 간에 심의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기본법’과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법’도 국정원장 소속으로 각각 국가대테러센터와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테러센터장은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출입국 및 금융거래, 통신이용 등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 발의 법안에 “인권 침해와 군 병력 동원 등 위헌 소지가 크다”며 테러방지법에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법안은 헌법이 보장한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고, 테러 대책을 세운다는 빌미로 자의적으로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서 필요 시 시설 보호 등을 위해 군 병력을 동원 가능하도록 규정한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통화에서 “테러방지법 논의의 필요성은 있지만 이를 (리퍼트 대사 가해자인) 김기종 씨와 연결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김광진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간인을 사찰할 수 있는 권한을 국정원이 다 갖겠다는 의도다”라며 “국정원이 권한 오·남용에 대한 불신을 먼저 회복하지 않으면 (테러방지법)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황형준 기자}

국회도서관에 고 정일형 박사 일가의 ‘삼대(三代) 문고’가 설치됐다. 정 박사의 아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이고 손자는 같은 당 정호준 의원이다. 헌정 사상 유일하게 3대에 걸쳐 의원을 지낸 ‘정치 명문가’로 국회의원 선수(選數)를 모두 합치면 14선이다. 정호준 의원실은 6일 국회도서관에서 정 박사 일가의 책 6770권을 기증하는 기념행사를 했다. 일단 정일형·이태영 박사 기념사업회에서 보관하고 있던 서적 위주로 기증한 뒤 기증 책을 차츰 늘리기로 했다. 이 책들은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다. 정 박사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에 헌신했고 광복 후에는 2∼9대 국회의원으로 신민당 부총재, 외무부 장관 등을 지냈다. 그의 부인인 고 이태영 박사도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세운 여성인권 운동가다. 정 상임고문은 5선 의원으로 새천년민주당 대표까지 지냈고 정 의원도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정 상임고문은 “삼대가 축복을 받게 된 것은 독립운동을 하셨던 증조부와 조부, 아버지 덕분”이라며 “기증 도서들이 좋은 역사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새정치연합 박지원, 박병석 의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법을 통과시킨 국회에서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김영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은 입법권의 견제를 넘어 국민 앞에 선서한 헌법 수호의 책무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변협도 이날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은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국회에서 조속한 재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법률안을 거부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고 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변호사들도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국회의 입법 과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입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김영란법은 국회의원 300명이 아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 10명이 결정했다”며 “국회법 63조 2에서 규정한 국회의원 전원위원회를 활성화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는 조세 또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률안 등의 경우 본회의 상정 전후에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2003년 이라크 파병안 심의 당시 딱 한 번 열렸을 뿐이다.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입법평가제도나 위헌심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이뤄진 ‘국가규범통제위원회’를 구성해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법안을 분석한다. 국회의 입법 과정이 부실하다 보니 위헌 소지 등 완성도가 떨어지는 법안이 발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의원 발의 법안은 정부 발의 법안에 비해 검토 절차가 간단하다. 의원 발의 법안은 주무 부처 의견 수렴과 국회 법제실 검토 등만을 거치지만 정부 발의 법안은 관계기관 협의, 입법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 다양한 검토가 이뤄진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신동진 기자}

‘김영란법’의 위헌 소지를 알고서도 국민 여론 등에 편승해 일단 법을 만들어 놓고 보자는 정치권의 졸속입법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졸속입법은 과거에도 되풀이되어 온 국회의 고질적 폐해로 꼽힌다. 국회가 앞장서 만들어 놓았지만 위헌 시비에 휩싸인 국회선진화법을 비롯해 경제민주화법, 전두환추징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 스스로 입법기관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퓰리즘식 입법 되풀이 여야는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지만 일부 조항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대목이 포함되면서 헌법에서 규정한 다수결의 원칙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4월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이 되레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는 국회 마비법이 되고 있다”며 개선을 제안했다. 결국 새누리당 내부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국회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올해 1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스스로 만든 법에 대해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김영란법도 5일 대한변호사협회가 법 공포도 되기 전에 헌법소원을 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법안 상정에서 통과까지 2년 7개월이 걸린 만큼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여론에 밀려 법안을 처리해 벌어진 ‘인재(人災)’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해 2013년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에 대해서도 법 개정 당시 위헌 시비가 꾸준히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보니 국회에서 통과되긴 했지만 한 달 뒤 대한변협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의원 입법이 법치주의에 역행하고 권력 분립의 원칙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법조계의 날 선 비판까지 나왔다. 앞서 2011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돼 이중 규제 소지가 있음에도 포퓰리즘적 입법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규제 수위를 놓고 여야는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야누스법’ 양산 막아야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특성상 시대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성매매특별법 추진 당시만 해도 성매매 근절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입법 당시에 미리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부분을 담아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기관 스스로 위헌 소지를 안고 있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시대정신’ 운운하는 것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법을 양산하는 궤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야누스법 사례가 전두환추징법. 법이 통과된 2013년 6월에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재산 몰수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았다. 비자금 은닉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도 안 돼 이 법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서울고법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적법 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재산권과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 한 번 제정된 법률은 고치기 어려워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오더라도 쉽게 고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국회 법제실이 분석한 ‘위헌 결정 미개정 법률 현황’에 따르면 헌재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법령 개정이 완료되지 않은 법안이 10여 건에 이른다. 국가보안법처럼 법안 자체의 존폐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거나 법 조항의 효력이 상실돼 추가적인 입법이 필요하지 않은 법안도 있다. 하지만 이익단체의 이해관계에 얽혀 국회에서 발목 잡혀 있는 법안도 있다. 약사법 개정안이 그렇다. 2002년 당시 헌재는 약사법의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는 조항에 대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일반인이나 법인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게 됐지만 약사회 등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강경석 coolup@donga.com·황형준 기자}
2월 임시국회가 3일 끝나자마자 국회는 ‘청문회 정국’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달에만 6번의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다음 주에만 후보자 5명의 청문회가 예고돼 있다. 9일 유일호 국토교통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 △11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 조용구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그 대상이다. 이병호 후보자의 청문회도 이달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 후보자의 청문 요청 사유에서 “국가 안보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이 풍부하고 국제관계에도 정통한 최고의 정보전문가”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후보자 6명이 무리 없이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앞선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여당이 총리 임명을 강행한 만큼 ‘이번에는 안 된다’며 벼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야당이 자진 사퇴를 요구한 박상옥 후보자의 청문회는 난관에 빠져 있다. 새정치연합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법관 구성, 이대로 좋은가’라는 간담회를 열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당시 막내 검사였던 박 후보자의 연관성을 되짚었다. 이날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참석자들은 “당시 검찰 등 관계기관의 조작과 은폐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팀원이었던 박 후보자를 대법관에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사건의 축소 은폐 사실을 폭로했던 이부영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사건의 피의자를) 검찰이 신문할 당시 박상옥 검사가 함께 왔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 후보자가 당시 사건에 개입한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청문회 보이콧에 대한 책임 회피용으로 간담회를 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3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대법관 임명동의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달라”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무조건 못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여러 의견을 듣고 3월에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