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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출가만 하면 삶과 죽음의 문제를 알 수 있겠다 생각했지요. 30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덕일 스님) 1996~97년 서울대생 9명이 두세 명씩 짝을 이뤄 한꺼번에 출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대 불교동아리 ‘선우회’ 출신인 이들은 평소 독실하게 불교 공부를 해왔는데, 급기야 진짜 출가를 해버린 것. 이들 중 한 명인 덕일 스님(미국 캘리포니아 법보선원장)은 계산통계학과 89학번으로, 졸업 후 1996년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했다가 같은 해 출가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군 법당에서 만난 그는 “동아리였지만 다들 불교에 진심이라 매일 아침 7시에 모여 108배와 참선, 경전 독송 등 머리만 안 깎은 반 수행자 생활을 했다”라며 “그래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출가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덕일 스님은 “원래 삶과 죽음의 문제에 생각이 많았다”라며 “엄한 집안 분위기 탓인지 늘 내 마음을 꽁꽁 묶고 있는 사슬 같은 게 있었는데 그걸 벗어버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중에 우연히 만난 불교동아리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선우회에서 평생의 도반(道伴·함께 불도를 닦는 벗)들을 만난 거죠.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좋더라고요. 그렇게 4~5년을 하다 진짜 출가를 하면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저질러 버렸지요. 하하하.” 그는 ‘저질러 버렸다’라고 했지만, 출가가 말처럼 쉬울 수는 없는 일. 그는 “처음엔 부모님께 큰 상처를 주면서까지 출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일종의 절충으로 한의대에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한의사가 되면 출가까지는 아니어도 일과 수행을 병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것. 하지만 막상 입학하니 생명을 다루는 게 그렇게 제 생각대로 적당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자퇴했다고 한다. “허락을 받고 하려 했으면 아마 못 했을 거예요. 그래서 편지만 남기고 떠났지요. 당시에는 단호하게 인연을 끊고 성불해서 부모님을 제도하면 더 크게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공부하다 보니 부처님께서 결제(結制·수행을 위해 안거에 들어감) 중에도 부모님이 아프면 내려가서 봉양하는 게 맞는다고 하셨더라고요. 제가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한 거죠. 10년 만에 뵙는데, 그 불효를 어찌 다 갚을지….” 출가 후 그는 스리랑카 빼라데니야대에서 불교 고전어를 수학한 뒤 미 버지니아대에서 종교학 석사, UCLA 불교학 박사를 취득하고 현재 미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 법보선원에서 선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10여 년 넘게 공부와 수행을 병행하는 이유에 대해 “불교의 새로운 방향을 찾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종교를 가리지 않고 탈종교화는 이미 드러난 현상이 됐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불교의 미래를 열 열쇠겠지요. 그런 면에서 긴 세월 불교가 다양한 문화와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적응해 왔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려면 불교 밖에서 객관적으로 불교를 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지요.” 신앙에 매몰되기보다 인문학, 종교학이란 학문적 토대 위에서 지금 시대의 종교현상을 과학적·객관적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 덕일 스님은 “미국에 있으면 아무래도 전통 불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고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다”라며 “지금처럼 엄청나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 삶에 더 효용성 있고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불교의 새로운 미래 모델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강릉 현덕사(주지 현종스님)가 12일 개산 25주년 기념 ‘동식물천도재’를 봉행한다. 이날 개산법회 및 천도재에서는 원철스님(불교사회연구소장)이 ‘개도 불성이 있는가? ’란 주제로 법문을 펼친다. 원철스님은 부처님의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모든 중생은 불성을 갖는다)’ 가르침을 전하면서 동식물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할 예정이다. 현덕사는 2000년부터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에 동식물천도재를 봉행해 왔으며, 지난해 템플스테이 최우수 사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전 세계 복음주의자들의 축제인 제4차 서울-인천 로잔대회가 2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폐막했다. 22∼28일 열린 이번 대회에는 220여 개국 5000여 명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가했다. 마이클 오 국제 로잔 총재는 폐회사에서 “교회가 일어나 집단적 책임감을 갖고 모든 민족과 열방, 사회의 모든 영역에 그리스도의 몸을 나타내고 선포하자”며 “모든 로잔대회가 그랬듯 이번 대회도 목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폐회식에서는 세계 선교를 위한 과업과 공동의 신념을 담은 ‘서울 선언문’도 발표됐다. 참가자들은 서울 선언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참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전 세계에서 분쟁 중인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섬길 것을 헌신한다”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주최한 ‘2024 국제선명상대회’가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스님과 불자, 차드 멩탄, 로시 조안 할리팩스 등 해외 명상 지도자 등 3만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진우 스님은 이날 대회에서 “현대사회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동시에 마음의 불안과 고통 또한 커지고 있다”며 “기술 발전과 경제적 성장만으로는 마음의 고통을 치유할 수 없다. 이제는 산업혁명을 넘어 정신 혁명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조계종이 개발한 ‘5초 우선멈춤 선명상’, ‘그림자 선명상’, ‘방하착(放下着·내려놓음) 선명상’ 등 108가지 선명상법도 소개됐다. 진우 스님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 그 해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마음의 평안에 이르는 여정을 떠나 보자”며 전 국민 5분 명상을 제안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친분이 있던 법조계 원로가 “법조계의 진짜 문제는 ‘관선변호’”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검찰, 법원 내에서 사건 당사자를 위해 뛰어주는 상사나 선배를 부르는 은어인데, 우연히 들른 것처럼 찾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 판사(또는 검사), ○○ 사건 맡았다면서? 원고가 억울한 것 같은데 기록 좀 잘 봐줘요” 하고 무심한 듯 간다는 것이다. 선후배 사이라 문제를 제기하면 조직 내에서 살기가 힘들어지니 드러나진 않는데 검찰, 법원을 막론하고 고질적으로 만연된 현상이라는 것. 이것이 결국 수사·재판의 왜곡으로 이어지는데, 상식적으로 ‘왜 저렇게 이상한 판결(또는 수사)이 나오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십중팔구 ‘관선변호’가 작용한 결과일 것이라고 했다. 이런 법조계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로스쿨 교수이자 변호사인 저자는 16세기 화가 아르침볼도(1527∼1593)의 ‘The Jurist’(법학자 또는 법률 문제 전문가)를 소개한다. 법률가의 얼굴을 코와 미간은 머리를 제거한 개구리 몸통으로, 볼은 닭의 넓적다리, 눈썹은 닭 날개, 턱은 생선 꼬리, 입은 생선 대가리로 묘사한 작품이다. 당시에도 표리부동, 견강부회, 아전인수, 곡학아세했던 괴기스러운 법률가들이 만연했던 모양이다. 저자는 레니(1575∼1642)의 ‘와인을 마시는 바쿠스’를 통해 ‘주취 감형’의 모순과 취중진담이 무효인 이유, 미성년자의 음주를 금지하는 법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또 푸생(1594∼1665)의 ‘솔로몬의 재판’을 통해 대리모와 익명 출산의 법적 근거를, 휘슬러(1834∼1903)의 ‘검은색과 황금색의 야상곡―떨어지는 로켓’을 통해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할 때를 설명한다. 딱딱한 법 이야기를 그림으로 쉽게 풀다 보니 읽는 맛이 있다. ‘화가의 날선 붓으로 그린 판결문’이란 부제는 좀 과한 듯. 그림을 통해 관련된 법과 사회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라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우리가 그동안 물질적 웰빙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우리 자신의 정서적 건강을 지키는 데는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직메 린포체)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로시 조앤 핼리팩스, 팝루 스님, 툽텐 진파, 직메 린포체 등 세계적인 명상 지도자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들은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 주최 ‘2024 국제선명상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티베트 불교 명상과 철학을 가르쳐 온 직메 린포체는 “어떤 이유로든 마음의 고통을 겪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불교적 관점에서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마음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린포체는 “명상은 곧 마음 훈련이고 이를 통해 물질적 웰빙을 넘어 진짜 웰빙을 배우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의 통역가로 유명한 툽텐 진파는 “세상에는 ‘나’를 괴롭히는 것이 가득하지만 분노나 복수 등으로는 괴로움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자비계발수행 프로그램을 개발한 그는 “우리 모두 안에 있는 공통의 인간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현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고통을 끝내기는 어렵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명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스페인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마음 챙김’을 전파해 온 팝루 스님은 “우리가 추구하는 명상은 깊은 산속 선방에서 세상과 유리돼 자기 마음만 챙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처님의 법을 미래 세대에 전하는 방법이 명상이고 따라서 명상과 세상에 대한 참여, 헌신은 결코 별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극심한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은 이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번 국제선명상대회가 명상의 필요성과 효과, 수행법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화가 난 채로 밥을 만들고, 먹지 마세요. 그거 독약입니다.” 13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법해 스님은 “음식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약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들고 먹는 이의 마음가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진관사는 에릭 리퍼트 등 해외 유명 셰프는 물론이고, 국빈들이 방한했을 때 주로 찾는 곳 중 하나다. 2015년 질 바이든 여사, 2019년 마틸드 필리프 벨기에 왕비, 지난해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인 유코 여사 등 국빈들이 진관사 사찰음식과 불교문화를 체험했다. 진관사에서 사찰음식이 발달하게 된 것은 조선 태조가 국행수륙재(물과 육지를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 의식)를 지내는 사찰로 지정하면서부터. 법해 스님은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을 거치며 명맥이 끊길 뻔했으나 1970년대부터 진관 스님, 계호 스님(현 진관사 회주) 등 진관사 스님들의 노력으로 복원됐다”라고 말했다. 절 안에 사찰음식연구소를 설치하고 방앗간에서 가래떡, 절편 등 직접 떡을 만드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진관사는 비구니 사찰. 사찰음식 장인(1급)이기도 한 법해 스님은 “아무래도 여성들이 마음 씀이 섬세하다 보니 오래전부터 전국 각지의 비구니들이 방문할 때마다 머무는 산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선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진관사 사찰음식이 맛은 물론이고 재료도 다양한 데는 그런 전통도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성철 스님, 탄허 스님 등 당대의 고승들이 진관사를 다녀가면서 입소문이 나는 정도였으나 점차 퍼져 정·관계 인사들이 찾기 시작했고,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정상들과 함께 온 각국 종교 지도자 만찬을 치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2014년에 샘 카스 백악관 부주방장이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며 콩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 간 적이 있어요. 이듬해 질 여사가 미 부통령 부인 자격으로 아시아 순방 중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첫 일정으로 진관사를 찾았는데, 카스 부주방장이 추천했다고 하더군요. 그 인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조로 이어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가장 중요한 의제가 코로나19 백신 공조였지만, 양국 정부 사이는 북한 문제 등으로 매우 껄끄러운 상태였다. 이에 청와대는 부드러운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질 여사가 진관사를 방문했을 때 사진을 선물로 전달하기로 하고 법해 스님(당시 진관사 총무부장)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 출국 전날 밤에 연락이 왔는데, 준비할 시간이 없었지만 그렇다 해도 도저히 미국 대통령 부인에게 사진 파일만 보낼 수는 없었다”며 “다음 날 오전 11시 출국 시간에 맞춰 사진첩과 선물, 당시 주지인 계호 스님의 편지 등을 준비하느라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사는 게 워낙 힘들다 보니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밥은 대충, 허겁지겁 먹지 말았으면 합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가 곧 내 몸과 인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법해 스님은 “일하느라 밥 먹는 시간을 아끼면 일은 해내도 나중에 분노가 남는다”며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낸 반면에 사회에 화가 만연한 것도 그런 탓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화가 난 채로 밥을 만들고, 먹지 마세요. 그거 독약입니다.” 13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법해 스님은 “음식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약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들고 먹는 이의 마음가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진관사는 에릭 리퍼트 등 해외 유명 셰프는 물론이고, 국빈들이 방한했을 때 주로 찾는 곳 중 하나다. 2015년 질 바이든 여사, 2019년 마틸드 필립 벨기에 왕비, 지난해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인 유코 여사 등 국빈들이 진관사 사찰음식과 불교문화를 체험했다. 진관사에서 사찰음식이 발달하게 된 것은 조선 태조가 국행수륙제(물과 육지를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 의식)를 지내는 사찰로 지정하면서부터. 법해 스님은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을 거치며 명맥이 끊길 뻔했으나 1970년대부터 진관 스님, 계호 스님(현 진관사 회주) 등 진관사 스님들의 노력으로 복원됐다”라고 말했다. 절 안에 사찰음식 연구소를 설치하고 방앗간에서 가래떡, 절편 등 직접 떡을 만드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진관사는 비구니 사찰. 사찰음식 장인(1급)이기도 한 법해 스님은 “아무래도 여성들이 마음 씀이 섬세하다 보니 오래전부터 전국 각지의 비구니 스님들이 방문할 때마다 머무는 산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선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진관사 사찰음식이 맛은 물론이고 재료도 다양한 데는 그런 전통도 있다”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성철 스님, 탄허 스님 등 당대의 고승들이 진관사를 다녀가면서 입소문이 나는 정도였으나 점차 퍼져 정관계 인사들이 찾기 시작했고,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때 정상들과 함께 온 각국 종교 지도자 만찬을 치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2014년에 샘 카스 백악관 부주방장이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며 콩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간 적이 있어요. 이듬해 질 바이든 여사가 미 부통령 부인 자격으로 아시아순방 중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첫 일정으로 진관사를 찾았는데, 카스 부주방장이 추천했다고 하더군요. 그 인연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공조로 이어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가장 중요한 의제가 코로나19 백신 공조였지만, 양국 정부 사이는 북한 문제 등으로 매우 껄끄러운 상태. 이에 청와대는 부드러운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질 바이든 여사가 진관사를 방문했을 때 사진을 선물로 전달하기로 하고 법해 스님(당시 진관사 총무부장)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 출국 전날 밤에 연락이 왔는데, 준비할 시간이 없었지만 그렇다 해도 도저히 미국 대통령 부인에게 사진 파일만 보낼 수는 없었다”라며 “다음 날 오전 11시 출국 시간에 맞춰 사진첩과 선물, 당시 주지인 계호 스님(현 진관사 회주)의 편지 등을 준비하느라 밤을 새웠다”라고 말했다. “사는 게 워낙 힘들다 보니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밥은 대충, 허겁지겁 먹지 말았으면 합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가 곧 내 몸과 인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법해 스님은 “일하느라 밥 먹는 시간을 아끼면 일은 해내도 나중에 분노가 남는다”라며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냈지만 반면 사회에 화가 만연한 것도 그런 탓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주제 성구가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로 확정됐다.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은 2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비오 10세 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요한복음 16절 33절에서 인용한 이 구절을 서울 WYD 주제 성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패럴 추기경은 “이 구절은 십자가 죽음을 앞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주신 가르침”이라며 “모든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대회 공식 로고는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 ‘인왕제색도(국보)’의 선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국 전통 서예기법으로 ‘서울’을 형상화했다.이 자리에 참석한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한국의 모든 젊은이, 신앙인들과 함께 세계의 젊은이가 교회의 지체(肢體·팔 다리와 몸통)로서 빛과 소금이 되는 기쁨을 체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WYD는 교황이 참석하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대축제. 지난해 8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대회에는 약 150만 명이 참가했다. 서울 WYD는 2027년 7월 말~8월 초 열리며, 약 50만~7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 로잔위원회(의장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와 아시아 로잔위원회가 주최하는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가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전 세계 220여 개국 기독교 지도자, 선교사, 신도 등 5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했다.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 주제는 ‘교회여, 다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 참가자들은 대회 기간 900여 개의 소그룹 토의, 주제 강의와 집회, 성경 강해 등을 갖고 마지막 날 서울선언문을 발표한다. 선언문에는 디지털 시대의 선교 과제와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성 혁명과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한 세계 복음주의의 입장이 담길 예정이다. 로잔대회는 1974년 세계적인 복음 지도자인 빌리 그레이엄(1918∼2018), 존 스토트(1921∼2011) 목사가 복음주의 선교 동력을 찾고, 교회의 선교적 정체성을 재발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첫 대회가 열렸으며, 이후부터 로잔대회로 불리고 있다. 2차 대회는 1989년 필리핀 마닐라, 3차 대회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문화유산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석탑, 전각은 물론이고 기왓장 하나하나까지 다 기록해 놔야 합니다. 국보, 보물로 등재하는 것만큼 기록하고 보존하는 데 최고의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난 탄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포항 보경사 주지)은 “스님이 왜 보물을 탐하느냐”는 선문답에 이렇게 답했다. 올 4월 경내 천왕문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등재된 보경사는 지난달 오층석탑이 또 보물로 지정 예고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인근 지역 정자인 분옥정(噴玉亭)과 용계정(龍溪亭)도 7월 보물로 등재된 바 있다. 이 모든 열매 뒤에는 총무원 문화부장을 지낸 탄원 스님의 노력이 있었다.1000년 전 고려 시대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경사 오층석탑은 통일신라 시대 양식을 계승한 고려 석탑으로 금당탑(金堂塔)으로도 불린다. 조선 중기 사명대사 유정이 쓴 ‘내연산 보경사 금당탑기’에 건립 내력이 나오는데, 11세기 석탑의 조영 기법과 양식 등이 잘 나타나 있고 건축미가 빼어나 역사·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무형을 가리지 않고 우리 문화유산 중 태반이 불교 문화유산입니다. 그런데 문화부장을 하며 보니 사찰마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문화유산이 많은 것 같더군요. 기록도 잘 안 되어 있고요. 그래서 전국 사찰에 문화유산은 물론이고 기왓장 하나까지 모두 기록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우리 절 문화유산부터 평가받자고 시작한 게 열매를 맺은 거죠.” 그의 보물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도난당한 지 24년 만에 되찾은 영산회상도와 지장보살도, 경내 대웅전과 적광전 내 수미단도 보물로 지정받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보물인 괘불탱화는 국보 승격을 추진하고 있고, 팔상전은 경북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용역보고서가 마무리 단계다. 현재 보경사가 보유한 보물은 괘불탱화, 천왕문, 적광전, 적광전 내 비로자나불도, 원진국사비, 원진국사 승탑, 서운암 동종, 오층석탑(지정 예고 중) 등 8점이다.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그의 노력은 인근 지역에 있는 용계정, 분옥정으로 이어졌다. 탄원 스님은 “소문이 난 때문인지 정자를 관리하던 각 문중에서 어떻게 하면 국가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며 “우리 것이라면 불교 문화유산이냐 아니냐를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보물 등재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숙종 22년(1696년) 건립된 용계정은 18세기의 건축 양식을 잘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가 빼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순조 20년(1820년) 건립된 분옥정은 ‘옥구슬을 뿜어낸다’라는 이름처럼 정자 아래 계곡 물줄기와의 어우러짐이 뛰어난 곳. 추사 김정희와 그의 아버지 유당 김노경, 그의 6촌 형 김도희의 서체를 동시에 비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탄원 스님은 “약탈·도난 문화재를 찾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잃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9년 도난당한 보경사 영산회상도와 지장보살도는 2020년 한 고미술품 경매에 출품되면서 존재가 알려져 수사가 시작됐고, 명확한 소유 기록이 있어 보경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탄원 스님은 “원소유자가 명확히 기록돼 장물이 분명한 문화유산을 살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살 사람이 없으면 팔 사람도 없을 테니 철저한 기록이야말로 문화유산을 도난당하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문화유산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석탑, 전각은 물론이고 기왓장 하나 하나까지 다 기록해 놔야 합니다. 국보, 보물로 등재하는 것만큼 기록하고 보존하는데 최고의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난 탄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포항 보경사 주지)은 “스님이 왜 보물을 탐하느냐”는 선문답에 이렇게 답했다. 올 4월 경내 천왕문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등재된 보경사는 지난달 오층석탑이 또 보물로 지정 예고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인근 지역 정자인 분옥정(噴玉亭)과 용계정(龍溪亭)도 7월 보물로 등재된 바 있다. 이 모든 열매 뒤에는 총무원 문화부장을 지낸 탄원 스님의 노력이 있었다. 1000년 전 고려시대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경사 오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 양식을 계승한 고려 석탑으로 금당탑(金堂塔)으로도 불린다. 조선 중기 사명대사 유정이 쓴 ‘내연산 보경사 금당탑기’에 건립 내력이 나오는데, 11세기 석탑의 조영 기법과 양식 등이 잘 나타나 있고 건축미가 빼어나 역사·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무형을 가리지 않고 우리 문화유산 중 태반이 불교 문화유산입니다. 그런데 문화부장을 하며 보니 사찰마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문화유산이 많은 것 같더군요. 기록도 잘 안되어있고요. 그래서 전국 사찰에 문화유산은 물론이고 기왓장 하나까지 모두 기록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우리 절 문화유산부터 평가받자고 시작한 게 열매를 맺은 거죠.” 그의 보물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도난당한 지 24년 만에 되찾은 영산회상도와 지장보살도, 경내 대웅전과 적광전 내 수미단도 보물로 지정받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보물인 괘불탱화는 국보 승격을 추진하고 있고, 팔상전은 경북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용역보고서가 마무리 단계다. 현재 보경사가 보유한 보물은 괘불탱화, 천왕문, 적광전, 적광전 내 비로자나불도, 원진국사비, 원진국사 승탑, 서운암 동종, 오층석탑(지정 예고 중) 등 8점이다.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그의 노력은 인근 지역에 있는 용계정, 분옥정으로 이어졌다. 탄원 스님은 “소문이 난 때문인지 정자를 관리하던 각 문중에서 어떻게 하면 국가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며 “우리 것이라면 불교 문화유산이냐 아니냐를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보물 등재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숙종 22년(1696년) 건립된 용계정은 18세기의 건축양식을 잘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가 빼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순조 20년(1820년) 건립된 분옥정은 ‘옥구슬을 뿜어낸다’라는 이름처럼 정자 아래 계곡 물줄기와의 어우러짐이 뛰어난 곳. 추사 김정희와 그의 아버지 유당 김노경, 그의 6촌 형 김도희의 서체를 동시에 비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탄원 스님은 “약탈·도난 문화재를 찾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잃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9년 도난당한 보경사 영산회상도와 지장보살도는 2020년 한 고미술품 경매에 출품되면서 존재가 알려져 수사가 시작됐고, 명확한 소유 기록이 있어 보경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탄원 스님은 “원 소유자가 명확히 기록돼 장물이 분명한 문화유산을 살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살 사람이 없으면 팔 사람도 없을 테니 철저한 기록이야말로 문화유산을 도난당하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종종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만약 한 달 후에 죽는다면, 그 한 달 동안 무엇을 할까’ 하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는 것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해 볼까?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책 100권?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곳? 내일모레 죽는데 책을 본다고? 그게 정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일까. 35세에 생존율이 14%에 불과한 결장암 4기 진단을 받은 한 여성 역사학자가 남은 시간을 살아내 가며 겪은 슬픔, 걱정, 용기, 치유의 과정을 정직하게 담았다. 저자의 삶도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하지만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믿고, 그 선택한 것을 이뤄내며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온 시간은 암 진단 후 완벽하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어찌 됐든 남은 시간을 살아야 한다. 자, 어떻게 살 것인가? ‘…끔찍한 병이 준 끔찍한 선물은 그로 인해 순간을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직 오늘만이 중요하다. … 나의 유한한 삶 속에서 평범한 것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과 사랑해야 할 것들이 더 선명하고 밝게 보인다. 과거에 부담을 갖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나는 1분이라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선물에 감사하지 못했다.’(5장 나의 영원한 현재 중) 1년 후에 자신이 죽는다는 걸 안다면, 남은 시간을 지금까지 보낸 것처럼 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누구나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후회 없이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죽는 날을 모르는 지금부터 그렇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읽을수록 ‘내가 가진 오늘을 살아갑니다’란 제목이 더 와닿는 책이다. 원제 ‘No Cure for Being Human(and Other Truths I Need to Hear)’.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유엔(UN)에 ‘세계 명상의 날’ 제정을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 1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매년 5월 21일(잠정)을 세계 명상의 날로 제정해줄 것을 공식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를 위해 다음 달 5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을 방문하는 진우스님은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연등회, 사찰음식 및 명상 등 한국전통불교문화 체험 행사를, 예일대에서는 선 명상 특별 강연을 갖는다. 이에 앞서 조계종은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대와 전국 주요 사찰에서 ‘국제선명상대회’를 개최한다. 전야제(27일), 개막식(28일), 국제컨퍼런스(10월 1일) 등으로 구성된 국제선명상대회에는 로시 조안 할리팩스, 툽텐 진파, 차드 멩 탄, 팝루스님, 직메 린포체 등 해외 명상 전문가들이 참가한다. 진우스님은 “명상의 효과에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지만 단 5분만 명상에 잠겨도 자신의 감정이 다스려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라며 “국제선명상대회를 통해 더 많은 국민이 마음의 평안을 찾고 행복해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기업 경영에 기후 변화, 환경이 화두가 된 지는 이미 오래. 하지만 대부분 기후 변화, 환경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데 관심을 가질 뿐 회사의 이익보다 지구의 이익을 더 추구하는 기업은 드물다. 이 책은 돈이 아니라 ‘지구를 구하라’가 목적인 기업(파타고니아)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50년 넘게 그 철학을 구현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평범한 회사라면 작은 구멍가게에서 시작해 이렇게 매출이 비약적으로 증대됐고, 직원 수는 몇백 배로 늘었고, 선견지명과 결단으로 가득 찬 오너 가문의 영웅적 행동으로 책을 가득 채웠겠지만, 파타고니아는 ‘50년사’를 쓰면서도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라는 기업 철학을 잊지 않았다. 표지 사진이 대표적인 예. 다른 회사라면 큼지막한 창립자 얼굴이 있을 자리를 군데군데 기워진, 허름한 옷 사진으로 채웠다. 평생 수선을 보증하는 자사 제품인 ‘나노 퍼프 재킷’인데, 새 옷을 자꾸 사지 말고 수선해 입자는 것은 파타고니아의 기업 철학 중 하나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큰 의류 수선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간단한 수선은 판매 매장 직원들이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나아가 홈페이지에 자사 제품을 수선하는 방법을 4개 언어로 공개했다. 설립자(이본 쉬나드)가 많은 고위직 중에서 공동 저자로 회사의 철학과 역사 담당 이사였던 빈센트 스탠리를 골랐으니 더 말할 것이 무엇일까. 저자인 이본 쉬나드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월마트처럼 큰 기업부터 동네 빵집 같은 작은 회사까지 주주와 소유주, 직원, 고객, 지역사회, 자연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책임지는 ‘책임경영’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폐기물의 3분의 2는 가정이 아닌 산업계에서 발생하고, 기업은 세금과 기부금이 필요한 정부와 비정부기구(NGO)와 달리 어떤 형태의 활동도 자립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파타고니아 50년 노하우가 담긴 내부 자료를 책을 통해 공개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부제는 파타고니아가 그리는 책임경영 기업의 미래.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허허허, 부처님이 게 계시니까요. 그 안에 극락이 있지 않습니까?” 9일 경남 남해 망운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성각 스님(동의대 석좌교수)은 “중이 동심(童心)을 그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성각 스님은 40여 년간 선(禪)의 세계를 그려온 한국 선서화(禪書畫)의 대가. 국내에서 유일한 선서화 부문 무형문화재(부산시 무형유산 선화 제작 기능보유자)로 현재 국가유산청은 선서화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여부를 심사 중이다. 그가 머무는 망운사는 작품 활동과 전시, 후학 육성 등 지난 40년간 한국 선서화의 맥을 잇고 꽃피우게 한 본향 같은 곳이기도 하다. 선화(禪畫)로도 불리는 선서화는 화법이나 필법, 심지어 그리는 대상까지도 구애받지 않고 선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자유롭게 형상화한 것. 성각 스님은 “선서화는 선법을 펼치고 전하는 도구”라며 “그리는 작업이 바로 수행의 길이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붓을 들기 전 참선은 필수적. 성각 스님은 붓 끝으로 일생 동안 수행을 하며 깨달은 삶의 모습을 그림에 녹여냈다.선서화로 표현하는 대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그는 주로 어린아이들의 미소에 천착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억겁의 미소’(사진)는 절제된 필치와 간결한 흐름으로 아이들의 천진함과 미소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두 중에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란 말이 있습니다. ‘해의 얼굴을 한 부처, 달의 얼굴을 한 부처’라는 말인데, 뜻이야 누구나 알지요. 하지만 일면불, 월면불을 실제로 보지 못하면 화두는 자기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해의 얼굴을 한 부처님을, 달의 얼굴을 한 부처님을 볼 수 있을까요. 전 아이들의 얼굴, 미소에서 그걸 봅니다. 그게 제가 동심을 그리는 이유지요.” 성각 스님은 “대웅전 금불상과 탱화 속 부처님 미소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 미소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느냐”며 “수행자로서 동심을 그리는 것은 부처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동시에 밝은 미소라는 화두를 통해 나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서화를 수행의 도구로 삼은 선승(禪僧)이지만, 중이 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나눔과 헌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올 6월 발달장애 예술인 단체(이지투게더) 작가들과 공동 기획전시회도 열고, 인근 장목예술중학교(경남 거제) 이사장으로 지역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또 30년 넘게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교도소, 구치소에서 재소자들을 위해 설법을 펴고 있다. “흔히 모르고 저지르는 것보다 알고 저지르는 게 더 나쁘다고 하지요. 그런데 부처님은 모르고 저지르는 게 더 나쁘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나쁜 짓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설사 지금은 죄를 저질렀어도 가르치고 제도하면 언젠가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른다는 것은, 나쁜 짓이 어떤 것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기에 죄질이 더 안 좋다는 것이죠.” 성각 스님은 “설사 부처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그것을 사람 구제하는 데 쓰지 않고 그림 그리는 데 쓴다면 그 깨달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며 “한 사람에게라도 더 나쁜 짓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고 싶어 한 해 두 해 다니다 보니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라고 말했다.성각 스님이 설명하는 선서화(禪書畵)의 유래와 가치선서화는 선 수행 과정 중 생겨난 선법(禪法)의 도구로, 한국 불교사상의 변천에 따라 글씨에 그림이 더해지며 오늘의 모습을 갖춰왔다. 형식은 수묵의 필획과 여백에 따라 이루어진 선(선법), 글씨, 그림으로 드러나며, 내용은 조사선(祖師禪)과 간화선(看話禪)의 법을 따라 펼쳐진다. 조사선의 법은 달마·포대화상 등을, 간화선의 법은 원상·심우도 등을 주된 소재로 삼는다. 특히 19세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선서화는 간화선의 법인 화두, 그 자체라 할 수 있다.9세기 중엽부터 선교병립(禪敎竝立)으로 전개해 온 한국 불교사에서 선서화는 선(禪)의 미술로 교(敎)의 미술이라 할 수 있는 탱화, 사경과 대비된다. 탱화는 예배와 장엄을, 사경은 경(經)의 확산과 공덕을, 선서화는 선 수행과 실행을 목적으로 한다. 선서화는 지금껏 일반 서화(書畫) 개념으로 인식되어 그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선종화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었는데, 유래는 같을지라도 각각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중국 선종화는 수묵산수화 발전이 최고조에 이르고 도석인물화가 유행했던 10세기 무렵 출현해 13세기 성행한 이후 15세기 이후로는 별다른 양상을 확인할 수 없다. 13세기 중국 선승들이 전래한 일본 선종화는 13세기 후반~15세기 성행했다. 18세기 일본 선화의 대가로 불리는 하쿠인 에카쿠(白隠慧鶴 1685~1768)와 센카이 기본(仙厓義梵 1750~1937)에 의해 대중 포교를 위해 실행된 이후 20세기 이후에는 특별한 양상을 확인하기 어렵다.9세기 선서(禪書), 13세기 선화(禪畵), 16세기 선서화 등으로 이어진 한국 선서화는 17~19세기에는 당대를 대표하는 서화가들도 선서화 기법과 형식을 응용할 정도로 한국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므로 선서화는 한국사상사, 한국미술사, 한국서예사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큰 가치를 지닌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무형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남해=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허허허, 부처님이 게 계시니까요. 그 안에 극락이 있지 않습니까?” 9일 경남 남해 망운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성각스님(동의대 석좌교수)은 “중이 동심(童心)을 그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성각스님은 40여년간 선(禪)의 세계를 그려온 한국 선서화(禪書畫)의 대가. 국내에서 유일한 선서화 부문 무형문화재(부산시 무형유산 선화 제작 기능보유자)로 현재 국가유산청은 선서화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여부를 심사 중이다. 그가 머무는 망운사는 작품 활동과 전시, 후학 육성 등 지난 40년간 한국 선서화의 맥을 잇고 꽃피우게 한 본향 같은 곳이기도 하다.선화(禪畫)로도 불리는 선서화는 화법이나 필법, 심지어 그리는 대상까지도 구애받지 않고 선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자유롭게 형상화한 것. 성각스님은 “선서화는 선법을 펼치고 전하는 도구”라며 “그리는 작업이 바로 수행의 길이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붓을 들기 전 참선은 필수적. 성각스님은 붓 끝으로 일생동안 수행을 하며 깨달은 삶의 모습을 그림에 녹여냈다. 선서화로 표현하는 대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그는 주로 어린아이들의 미소에 천착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억겁의 미소(사진)’는 절제된 필치와 간결한 흐름으로 아이들의 천진함과 미소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두 중에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란 말이 있습니다. ‘해의 얼굴을 한 부처, 달의 얼굴을 한 부처’라는 말인데, 뜻이야 누구나 알지요. 하지만 일면불, 월면불을 실제로 보지 못하면 화두는 자기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해의 얼굴을 한 부처님을, 달의 얼굴을 한 부처님을 볼 수 있을까요. 전 아이들의 얼굴, 미소에서 그걸 봅니다. 그게 제가 동심을 그리는 이유지요.” 성각스님은 “대웅전 금불상과 탱화 속 부처님 미소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 미소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느냐”며 “수행자로서 동심을 그리는 것은 부처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동시에 밝은 미소라는 화두를 통해 나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서화를 수행의 도구로 삼은 선승(禪僧)이지만, 중이 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나눔과 헌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올 6월 발달장애 예술인 단체(이지투게더) 작가들과 공동 기획전시회도 열고, 인근 장목예술중학교(경남 거제) 이사장으로 지역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또 30년이 넘게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교도소, 구치소에서 재소자들을 위해 설법을 펴고 있다. “흔히 모르고 저지르는 것보다 알고 저지르는 게 더 나쁘다고 하지요. 그런데 부처님은 모르고 저지르는 게 더 나쁘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나쁜 짓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설사 지금은 죄를 저질렀어도 가르치고 제도하면 언젠가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른다는 것은, 나쁜 짓이 어떤 것인지 알려고도 안 하려는 것이기에 죄질이 더 안 좋다는 것이죠.” 성각스님은 “설사 부처의 깨달음을 얻었다 해도, 그것을 사람 구제하는 데 쓰지 않고 그림 그리는 데 쓴다면 그 깨달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며 “한 사람에게라도 더 나쁜 짓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고 싶어 한 해 두 해 다니다 보니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은혜처럼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반드시 꽃피우는 시간이 온다고 믿어요.”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여자복식에서 현정화와 함께 금메달을 딴 양영자 한국 WEC 국제선교회 선교사(60)는 지난달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은혜가 딴 파리 올림픽 동메달(탁구 여자 단체전)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양 선교사는 중국 허베이성 출신인 탁구 선수 이은혜(29)가 2011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귀화한 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어머니 같은 사람이다. “선수 생활을 끝낸 뒤 1997년부터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에서 탁구를 통한 선교 활동을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유소년 선수들을 집에 오게 해서 같이 성경 공부를 했지요. 그 안에 네이멍구로 탁구 유학을 온 은혜가 있었던 거예요.” 양 선교사는 “은혜는 연습벌레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탁구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참가비가 없어 경기에 못 나갈 뻔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딸에게 탁구를 더 시키고 싶었던 이은혜의 부모는 양 선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양 선교사는 “미성년인 선수를 국내로 데려오는 방법은 입양밖에 없었다”며 “그때 개인적으로 탁구를 가르쳐주던 이충희 목사(당시 사랑의 교회 부목사)에게 부탁했더니 흔쾌히 받아줬다”고 했다. 귀화는 했지만,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다. 양 선교사는 “은혜가 너무 어려서부터 부모 곁을 떠나 산 데다 성격도 내성적이고,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아 한국에 온 뒤 약 7년간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했다. 중간에 운동을 그만두려고 고민한 적도 정말 많았지만, 운동과 신앙으로 버텨냈다는 것. 양 선교사는 “이번 파리 올림픽 출전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했다. 올림픽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본인과 양 선교사는 물론이고 탁구계 누구도 이은혜의 출전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고. 탁구협회가 세계 랭킹 30위 안의 선수를 선발하기로 했는데, 전지희(2011년 중국에서 귀화), 신유빈은 일찌감치 확정됐지만 올림픽 한 달 전까지 나머지 한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30위권 안에 드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 각종 국제대회에 선수들을 참가시켰지만 결국 실패했다. 양 선교사는 “어쩔 수 없이 국내 선발전을 치렀는데 당시 세계 랭킹이 46위 정도였던 은혜가 기염을 토하며 출전권을 따냈다”며 “저는 물론이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 바늘구멍을 뚫은 것이다. 양 선교사는 “은혜는 포기를 모르는 우직한 노력으로 결국 올림픽 메달이라는 일생의 꿈을 이뤄냈다”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많은 젊은이가 은혜를 보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느 날 한 과학 유튜브에 출연한 천문학자가 “우리가 지금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어쩌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더 듣다 보니 고개가 끄떡여졌는데, 우주는 무한할 정도로 광대해서 지금 관측한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옛날에 눈으로 보는 수준에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것과 논리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도대체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앎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책은 아니다. 저자는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전수됐는지, 전달 수단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컴퓨터, 인공지능(AI) 등으로 전수와 전달 수단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 우리에게 ‘지식’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지식을 획득하고 기억하는 데 더 이상 인간의 뇌가 필요하지 않고 컴퓨터가 모든 것을 대체한다면, 지능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중략) 기계가 우리를 대신해 모든 지식을 습득하고 대신 생각해 준다면, 인간은 어떤 존재의 이유가 있을까.’(서문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만 알 뿐’ 중)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1991년 걸프전에 개입한 미국의 홍보대행사 힐앤놀튼 사례를 들며 지식과 정보의 조작, 그것을 이용하는 집단의 무서움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 쿠웨이트 소녀가 워싱턴 의회 위원회에서 이라크 군인들의 잔학 행위를 증언했는데, 이는 파병을 정당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지만 결국 전쟁이 끝난 뒤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소녀는 힐앤놀튼 직원이 가르쳐준 대로 증언했고, 사실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자극적일 뿐 아니라 심지어 사실이 아닌 것을 마구 올려 돈을 버는 몰지각한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 횡횡하는 요즘 시대에 자기 생각과 판단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원제 ‘Knowing What We Know’.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 로잔위원회(의장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와 아시아 로잔위원회가 주최하는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가 22∼2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한국 로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로잔대회는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 복음화를 위한 전략과 방안을 모색하는 세계 최대 기독교 복음주의 선교 행사”라며 “이번 대회에서는 인공지능(AI)의 대두, 동성애, 급진적 정치와 종교의 자유 등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독교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주제는 ‘교회여, 다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 대회 기간 참가자들은 성경 강해, 900여 개의 소그룹 토의, 주제 강의와 집회 등을 갖고 마지막 날 서울선언문을 발표한다. 선언문에는 디지털 시대의 선교 과제와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성 혁명과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한 세계 복음주의적 입장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로잔대회는 1974년 세계적인 복음 지도자인 빌리 그레이엄(1918∼2018), 존 스토트(1921∼2011) 목사가 복음주의 선교 동력을 찾고, 교회의 선교적 정체성을 재발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50주년인 서울-인천 대회에는 전 세계 220여 개국 기독교 지도자와 선교사, 신도 등 7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세계 기독교 중심축이 서구권에서 비서구권으로 변화되는 시대 가운데 한국 교회가 아시아 교회와 함께 로잔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다”고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