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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중현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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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100%
  • [광화문에서/박중현]추임새 유감(有感)

    소리꾼이 창(唱)을 하는 중간에 고수(鼓手)가 ‘얼씨구’ ‘좋다’ ‘그렇지’ 등 흥을 돋우기 위해 넣는 소리가 추임새다. 적시에 추임새를 넣는 기술은 가락을 타는 북장단, 바른 자세와 함께 좋은 고수가 갖춰야 하는 3가지 조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의 판소리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청년층이 즐기는 힙합 음악에서 ‘체크 잇 업(check it up)’ ‘예∼에(yeah∼yeah)’ ‘풋 유어 핸즈 업(put your hands up)’ 같은 추임새는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래퍼의 중요한 테크닉이다. 이달 초 추임새가 난데없이 수난을 겪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인성교육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약용(정직, 약속, 용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대화하거나 교사 말을 들을 때 긍정적 추임새를 잘하는 학생에게 매달 품격 어린이상을 준다’고 한 게 화근이었다. ‘정리정돈 하기’ ‘친구 칭찬하기’ ‘쓰레기 줍기’ 등 미션들 중 하나였다. 이와 관련해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구시대적 교육방식’ ‘인성과 관계없는 억지 교육’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열거된 항목들은 오래전 국민학교 학급회의 때 안건들이 떠올라 헛웃음이 나올 만큼 충분히 복고적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추임새 하기’가 유독 구시대 인성교육의 대표격으로 집중타를 맞는 걸 보며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20년간 기자로 일하며 갈고닦은 핵심 취재기술 중 하나였고, 직장 동료들과 관계를 한결 부드럽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던 추임새가 저렇게 지탄받을 일이었다니. 그래서 문제가 된 가정통신문을 자세히 살펴봤다. ‘추임새 하기’의 평가 요소로 “대화할 때, 선생님 말씀을 들을 때 눈 마주보기, 긍정의 추임새 하기, 함께 생각하기 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몇 해 전 가족과 미국에 연수를 갔을 때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아이가 현지 선생님에게서 가장 많이 지적받은 게 ‘아이 콘택트(eye contact)’, 즉 눈 맞추기였다. 어른 말씀을 들을 때 눈을 내리깔도록 배우는 한국과 달리 서양 아이들은 눈을 마주보며 얘기하도록 교육받는다. 눈을 피하는 건 뭔가 속이고 있거나, 켕기는 게 있어서라는 게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게다가 제대로 교육받은 미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Really?(정말?)’ ‘Oh My God!(세상에나!)’ 등 상대방의 쉴 새 없는 추임새에 황송할 정도다. “엉성한 내 영어를 참 열심히 들어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건 물론이다. 선생님에 대한 추임새 넣기가 문제가 된 건 한국 사회에서 추임새와 ‘아부’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 때문이다. ‘아부하는 아이에게 상을 준다’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눈 맞추기, 추임새 넣기는 글로벌 시대에 꼭 필요한 ‘소통의 기술’이자 상대에 대한 에티켓이다. 한국인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대표적 덕목이기도 하다. 사춘기 자녀를 키워본 부모, 선배보다 후배가 많을 정도로 직장생활을 오래 해 온 사람들은 안다. 눈을 내리깔고 아무 대꾸도 않는 대화 상대가 사람 속을 얼마나 뒤집어 놓는지를. 선생님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얘기할 땐 선생님 눈을 봐 달라, 선생님이 말할 때는 대꾸를 해 달라”는 선생님들의 호소에 공감이 가는 내가 이상한 걸까. 정부, 정치권의 소통 부재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지적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일 수 있다. 추임새 넣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다. 자주 화제가 되는 ‘박근혜 레이저’ 역시 추임새 정신과 거리가 먼 일방적 의사전달법이다. 고수가 추임새와 북장단을 제대로 넣으려면 반드시 오랜 경험과 노력이 축적돼야 한다. 그래서 ‘소년 명창(名唱)은 있어도 소년 명고(名鼓)는 없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 점에서 우리 아이가 다른 무엇보다 추임새 넣기 하나만큼은 학교에서 제대로 배웠으면 좋겠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20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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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중현]시간제 정규직, 해볼만하다

    “당신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판명됐습니다. 당신 앞에는 두 개의 트랙(track)이 놓여 있습니다. 한쪽은 40대에 백만장자가 되는 길입니다. 그 대신 많은 걸 포기해야 합니다. 일 때문에 이혼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가정이나 개인의 삶을 챙기면서 평범하게 사는 길입니다. 처우 등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2000년대 중반 미국의 투자은행(IB)에서 일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중견 금융인이 한번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뉴욕 월가에 진출해 실력을 인정받은 젊은 금융인에게 어느 시점이 되면 회사가 이 질문을 던진다는 것.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행로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설명이었다. ‘일이냐, 가정이냐’ 택할 기회를 회사가 직원에게 묻는다는 게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한국 직장인들에게 자신의 경로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기회는 많지 않다. 50대까지 회사에 남는 게 쉽지 않은 요즘 회사에서 “일과 가정 중 택하라”는 말을 듣는 회사원은 “이렇게 일하려면 그만두라”는 말로 알아듣고 밤잠을 설칠 공산이 크다. “월급이 적고 승진이 늦어도 좋으니 여유 있는 길로 가겠다”고 털어놓는 건 자해나 다름없다. 여성은 더 어렵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가 시간적, 육체적 한계에 봉착했을 때 많은 직장여성들은 가정을 희생하거나, 퇴직하거나 양자택일을 하게 된다. 일하면서 가정도 돌볼 수 있는 ‘엄마의 트랙’은 한국 직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둘을 병행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공무원, 교사 직종에 젊은 여성들이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가 다음주 발표할 ‘일자리 로드맵’에는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구상이 담길 예정이다. 비정규직인 ‘시간제 일자리’를 고용안정성과 처우 면에서 정규직에 준하는 반듯한 일자리로 바꾸는 게 핵심. 고학력 전업주부나 건강한 고령자들의 사회 진출을 늘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는 계획이다. 우선 공무원부터 고용의 안정성을 대폭 높인 ‘시간제 정규직’을 뽑는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빠지긴 했지만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30일 시간제 일자리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맺으면서 가속도가 더 붙게 됐다. 물론 넘어야 할 벽이 한둘이 아니다. 벌써부터 야당과 민주노총은 “고용률 70% 공약을 숫자상으로 채우기 위한 꼼수” “열악한 비정규직의 수만 늘릴 조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세제 혜택과 보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지만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과 인력조정의 용이함 때문에 비정규직을 선호해온 기업들이 얼마나 반응할지도 미지수다. ‘전일제’ 근로자보다 단순한 업무를 맡는 시간제 근로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보상이 타당한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계약직 근로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드라마 ‘직장의 신’에는 이런 내레이션이 나온다. “한국인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 됐다. 모두가 정규직을 바라는 가운데 스스로 계약 인생을 택한 자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국내 최초의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 김.” 이런 현실을 깨고 ‘정규직=좋은 것, 비정규직=나쁜 것’이라는 고용시장의 이분법을 뜯어고쳐 다양한 일자리 트랙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어떤 동기에서건 환영받을 만하다. 미스 김처럼 124개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아도,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때마다 문제를 척척 해결해낼 초인적 능력이 없어도 자신의 삶과 일의 방식을 자발적으로 택할 수 있는 사회. 정부의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정책’이 우리 사회를 조금은 그런 쪽으로 움직여주길 기대한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201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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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캠프 소식]서대문캠프 外

    ○ 서대문캠프 서울 서대문구 이진아 기념도서관 내 서대문캠프에서는 30일 오후 4시부터 GS건설 관계자들이 청년 취업준비생들과 일대일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02-330-1695○ 세종캠프 세종시 조치원 읍사무소에 있는 세종캠프에서는 30일 오후 2시부터 남양유업 인사팀의 이동현 주임이 남양유업 취업 노하우를 소개한다. 044-300-8865○ 부산남구캠프 부산 남구 못골로(대연동) 구청 2층 민원봉사실 내 남구캠프에서는 29일 오후 4시부터 롯데백화점 관계자가 나와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면접 요령 및 취업노하우에 대해 멘토링을 진행한다. 051-607-4294○ 동작캠프 서울 동작구 대방동 동작창업지원센터 내 동작캠프는 30일 오후 3시부터 농심 인사팀의 차윤혜 과장이 나와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02-820-1182○ 대덕창업캠프 대전에 있는 대덕창업캠프는 31일 오후 4시부터 벤처기업 ‘인텍플러스’ 방문과 벤처 특강 및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031-940-5061}

    •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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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창업 우수 ‘청년드림대학’ 한눈에 보세요

    동아일보와 채널A, 딜로이트가 최근 공개한 2013년 청년드림대학의 대학별 평가 결과에 대학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사진)에 상세한 내용이 공개돼 있는 청년드림대학 평가는 교육 여건을 포함해 취업과 창업 지원 역량이 뛰어난 대학을 발굴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국내 대학 평가 중 처음으로 수요자인 학생의 관점에서 취업과 창업 지원 역량에 특화한 평가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 청년드림대학 평가는 국내 4년제 대학 중 연구, 교육, 사업화, 글로벌, 재정 역량을 기반으로 50개 대학을 1차 선발한 후 취업 및 창업 관련 지원 역량을 2차 평가해 25개 청년드림대학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홈페이지에서 대학별 로고를 클릭하면 청년드림대학의 취업 및 창업 지원 인프라와 학생들의 이용률 및 만족도 등 세부 분석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도표와 그래프를 통해 분석 결과를 제공해 취업과 창업 관련 상담, 정보 제공, 채용 기회, 금융 지원, 교육 과정별 장단점과 항목별 역량 수준 및 보완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대학들이 부족한 점과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취업과 창업 지원 역량을 끌어올리도록 ‘온라인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대학 선택권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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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에 움츠러든 씀씀이 소비지출 4년만에 감소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로 씀씀이가 줄면서 1분기(1∼3월) 한국 가계의 소비 지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분기(―3.6%)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54만3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56만8000원)보다 2만5000원(1.0%) 줄었다. 가계소득은 소폭 증가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19만3000원으로 작년 1분기의 412만4000원보다 6만9000원(1.7%) 늘었다.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저축액이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도 나타났다. 1분기에 저축능력을 나타내는 월별 흑자액(가처분소득―소비지출액)은 84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8% 늘었다. 가처분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흑자율은 25.0%로 전국 단위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고소득층보다 빨리 늘면서 지난해 소득분배지표는 2011년에 비해 다소 개선됐다. 2012년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함)는 0.307로 2011년(0.311)보다 다소 낮아졌다. 소득 최상위 20% 가구의 소득을 소득 최하위 20% 가구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5.54배로 1년 전의 5.73배보다 하락했다. 전체 인구에서 중산층을 의미하는 ‘중위소득 50% 이상 150% 미만’이 차지하는 비율은 64%에서 65%로 1%포인트 늘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201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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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세동우회, 세무상담 자원봉사단 구성

    은퇴한 국세청 공무원들의 모임인 국세동우회(회장 이건춘 전 국세청장)가 회원들이 보유한 세무, 회계 분야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국민의 권익 보호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자원봉사단을 구성했다. 국세동우회는 2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6개 지방회, 40개 지부 대표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사진)를 열어 자원봉사단 구성을 결정했다. 02-501-0021}

    • 201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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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캠프 소식]관악캠프 外

    ○ 관악캠프 서울 관악구 대학동 관악문화관 1층 도서관 내 관악캠프에서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청년 취업준비생들과 심층 상담과 멘토링을 진행한다. 02-881-5279○ 서대문캠프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경력개발팀 내 서대문 캠프에서는 23일 오후 4시부터 GS칼텍스 관계자들이 청년 취업준비생들과 일대일 멘토링을 할 예정이다. 02-330-1695○ 성동캠프 서울 성동구 성동구립도서관 2층 성동캠프에서는 23일 오후 3시부터 현대모비스 구매기획팀 김영회 사원이 취업상담 및 일대일 상담을 진행한다. 02-2286-6395○ 송파캠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빌딩 사회적 경제허브센터 내 송파캠프에서는 22일 오후 2시부터 롯데백화점 인사팀 관계자들이 채용 설명 및 취업 멘토링을 진행한다. 02-2147-3096}

    •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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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동아 취업 아카데미’ 참가자 모집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가 국내외 유수 기업체 취업을 원하는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동아 취업 아카데미’ 참가자를 모집한다. ‘동아 취업 아카데미’는 동아이지에듀 부설 ‘동아평생교육센터’가 ㈜사람인HR 등 취업 전문업체와 함께 2·4년제 대학 졸업자 및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직무교육에서 국내외 기업 취업까지 연결해 주는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교육과정 이수자에게는 ㈜사람인HR가 국내 주요 기업,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취업을 알선해 준다. 해외취업을 원하는 교육생에게는 국제인재개발원이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의 호텔·관광 및 서비스분야 업체, 무역, 유통업체 등에 취업을 알선한다. 02-362-5110}

    •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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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재단, 호주와 언론교류행사 진행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주한 호주대사관은 20∼25일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주한 호주대사관이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른 것으로 호주의 경제, 통상 정책 등에 대한 한국 언론인의 이해 증진과 양국 언론인의 네트워크 강화를 목적으로 올해 처음 마련됐다.}

    • 20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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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동아이지에듀 - 사람인HR ‘청년 취업 아카데미’ 개설

    동아일보의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가 국내외 유수 기업체 취업을 원하는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청년 취업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청년 취업 아카데미’는 동아이지에듀 부설 ‘동아평생교육센터’가 ㈜사람인HR 등 취업 전문업체와 함께 청년 구직자에게 직무교육을 제공하고 이후 국내외 기업 취업까지 연결시켜 주는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직무영어, 영어 및 한국어 인터뷰, 프레젠테이션 등 취업훈련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 국내 취업은 사람인HR가, 해외 취업은 국제인재개발원(IAP KOREA)이 맡는다. 프로그램 참가 대상은 취업을 준비하는 2년제 및 4년제 대학 졸업생 및 졸업 예정자다. 참가자는 서울 마포구 구수동 동아평생교육센터에서 12주에 걸쳐 △적성검사 △일대일 취업 상담 △토익(TOEIC), 생활영어, 취업영어 교육 △집중 직무능력 향상 교육 △실전 취업 코칭 등을 받는다. 공인영어인증시험 외에 취업에 직접 도움이 되는 실무영어 교육 과정이 포함된 것이 특징. 실무영어 전문강사가 영어 인터뷰 준비, 영문 이력서 작성, 영어 프레젠테이션 등을 지도한다. 교육 과정 이수자에게는 사람인HR의 취업 전문 컨설턴트가 국내 주요 기업,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취업을 알선해 준다. 해외 취업을 원하는 교육생에게는 국제인재개발원의 해외 취업 전문 컨설턴트가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의 호텔·관광 및 서비스 분야 업체, 무역, 유통업체 등에 취업을 알선한다. 02-362-5110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 201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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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중현]싸움의 법칙

    “한창 집중해야 할 피 같은 시간에 연구원들이 커피 마시면서 농담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한두 번 두고 보다가 더이상 참을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얼마 전에 가위를 들고 나가 자판기 전깃줄을 잘라 버렸어요.” 2002년 한 국내 전자업체의 디스플레이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연구원들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하던 연구소장이 한 이야기다. 당시 이 연구소는 ‘능동형 유기EL(전계발광소자)’ 디스플레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최근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인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TV는 이렇게 11년 전 이미 개발되고 있었다. 연구원들을 너무 들볶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기술 개발의 성패는 핵심인력 몇 명, 몇십 명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사람 많아 봐야 소용없는 거죠. 그래서 기초기술이 좋고 인력도 우수한 미국, 일본을 한국 전자산업이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핵심인력이 1분 쉬면 몇 년 뒤에는 몇 달 이상 기술격차가 벌어지는데 농땡이 부리면 안 되는 거죠.” 전설적 싸움꾼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싸움의 법칙’ 가운데 “적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나와 싸우는 사람은 내 주변의 4명뿐”이라는 대목을 연상시키는 설명이었다. 1년 만에 처음 쉬는 추석날 차례 지내러 가족과 함께 고향에 내려가다가 호출을 받고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혼자 내려 돌아온 사연 등 그 연구소 연구원들이 들려준 얘기 중엔 기막힌 내용이 한둘이 아니었다. 연구소 안에서 ‘교주(敎主)’로 불리는 팀장들과 그 밑에 딸린 팀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 하지만 전자산업의 미래를 내 손으로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만은 대단했다. 공휴일이 일요일일 때 그 다음 하루를 더 쉬도록 하는 ‘대체휴일제’와 관련한 최근의 논란이 오래전 취재의 기억을 불러냈다. 원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선 공약이던 대체휴일제는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단 며칠이라도 꿀맛 같은 연휴가 생기는 건 월급쟁이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 그런 만큼 직장인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에 기업, 자영업자 등은 인력 부족, 인건비 증가 등을 들어 극력 반대하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문화, 관광산업 활성화를 책임진 문화체육관광부는 찬성하는 반면에 경제 부처들은 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무리한 조기 도입에 부정적이지만 표를 의식한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찬성 쪽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진행돼 온 대체휴일제 논쟁에 빠진 게 있다.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다.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이 중진국 위치에 올라선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인, 연구원, 관료 등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무한헌신’이 우리 경제의 성장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는 게 경험을 토대로 굳어진 기자의 믿음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서비스업을 중시하는 ‘창조경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간과되는 부분도 있다. 과거 성장을 이끈 지난 세대 엘리트들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전자, 자동차, 조선 등의 분야에서 ‘창조적 수준’에 도달했다. 한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가 되는 데 주 5일, 하루 8시간 기준으로 10년이 걸린다는 ‘2만 시간의 법칙’을 우리 경제의 주역들은 주 6∼7일,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를 통해 단기 압축적으로 달성했다. 도입해봐야 공휴일이 며칠 늘어나는 것뿐이라는 점만 보면 대체휴일제는 별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일은 적게 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쪽으로 사회 전체가 방향을 바꿀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쉴 새 없이 경제의 엔진을 돌려온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는 이들에게 지금까지와 같은 헌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경제에 승리를 안겨 준 ‘싸움의 법칙’을 바꾸기 전에 깊이 고민해볼 문제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201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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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파일]IMF, 한국 올 성장전망 3.2→2.8% 하향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가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3개월 전 내놨던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IMF는 16일 내놓은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월에 내놨던 3.2%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2.3%)와 한국은행 전망치(2.6%)보다 다소 높은 것이다. 다만 IMF는 3.9%로 잡았던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해 내년에 한국 경제가 3%대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의 3.5%에서 3.3%로 0.2%포인트 낮췄다.}

    • 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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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캠프 소식]관악캠프 外

    ○ 관악캠프 서울 관악구 대학동 관악문화관 도서관 1층에 있는 관악캠프에서는 20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삼성전자 관계자 2명이 나와 심층상담 멘토링을 진행한다. 02-881-5279○ 서대문캠프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내 ‘사회교육관 1층 취업마케팅실’에서 18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GS건설 관계자들이 이 대학 취업준비생들과 일대일 멘토링을 할 예정이다. 02-330-1695 ○ 세종캠프 세종시 조치원 읍사무소에 있는 세종캠프에서는 18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남양유업 인사팀의 이동현 주임이 남양유업 취업 노하우를 소개할 계획이다. 044-300-8865○ 부산남구캠프 부산 남구 못골로(대연동) 구청 2층 민원봉사실 내 남구캠프에서는 17일 오후 4시부터 롯데백화점 관계자가 나와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면접 요령 및 취업 노하우에 대해 멘토링을 진행한다. 051-607-4294○ 동작캠프 서울 동작구 대방동 동작창업지원센터 1층 동작캠프에서는 18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농심 인사팀 관계자가 나와 일대다 형식의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02-820-1368○ 창원캠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 창원일자리센터 3층에 있는 창원캠프에서는 18일 오후 2시부터 STX조선해양 조성영 인사과장이 나와 멘토링을 벌인다. 055-225-3354}

    • 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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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중현]지하경제 파서 복지 늘리기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화폐개혁’은 더이상 ‘설(說)’이 아닙니다. 당장이라도 닥칠 현실인 거죠. 그래서 금을 사들이고 해외 투자방법을 알아보는 겁니다.” 한 증권회사의 이코노미스트는 요즘 한국 부유층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고 박근혜정부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이렇게 때 아닌 화폐개혁설까지 불러왔다. 화폐 개혁을 실행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지만 새 정부의 지하경제와의 전쟁 의지는 그에 못지않게 강력해 보인다.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기획 세무조사는 224명이란 대상자, 1000명에 육박하는 조사인력 모두 사상 최대다. 금융위원회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보유한 금융거래 정보를 적극적으로 국세청에 제공해 탈세를 색출하는 데 협조할 계획이다. ‘제2의 세원(稅源)’이라 불리는 ‘납세자 심리’ 면에서 떳떳하지 못한 돈을 숨긴 이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한 강도다. 해외에서도 고액 자산가들을 불안하게 하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가 있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최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겨둔 세계 각국 부자 수천 명의 신상을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끼어 있는지 국세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새 정부가 복지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제시했던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축소가 벽에 부닥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최근 “현재 있는 지출사업을 없애거나 중단하거나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느냐”라며 세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비과세·감면을 대폭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당장 최근 나온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부터 양도소득세, 취득세를 크게 깎아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더욱이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5년간 복지 확대에 필요한 135조 원을 마련하려면 정부로선 지하경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정부 추산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0∼25%. 20%로만 봐도 지난해 기준 250조 원으로 삼성전자의 전 세계 매출(지난해 201조 원)을 능가한다. 규모만 본다면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 정도는 쉽게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난 십몇 년간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지하경제를 양성화한 나라다. 1999년 도입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2005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현금영수증 제도는 자영업자들의 소득 신고율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특히 노무현 정부 기간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던 지하경제가 GDP에 대거 편입되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려 체감경기와 성장률의 괴리가 컸다. 정부 당국자들은 세금을 걷어 올릴 새로운 금맥을 찾아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실은 쉽게 파낼 수 있는 금은 모두 채굴한 노후 광맥인 셈이다. 그리스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는 2006년에 갑자기 GDP가 25%나 늘었다.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술, 담배의 밀거래 등 지하경제 부문을 한꺼번에 GDP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통계상 GDP는 늘었지만 여기서 세금이 제대로 걷혔을 리 없다. 그 결과가 국가 파탄까지 치달았던 지난해 재정위기였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적극적이고 꾸준히 추진해야 할 올바른 정책이다. 하지만 당장 막대한 세금을 여기서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과도한 기대다. 더욱이 여기서 거둘 세금을 염두에 두고 복지를 확대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계란 하나가 생기자 “이 알이 닭으로 크면 계란을 많이 낳을 거고, 그걸 팔아 양을 사고, 양이 커서 새끼를 낳으면 소를 사고…” 하는 상상을 하다가 벌써 부자가 된 느낌에 달걀을 삶아 먹었다는 가난한 바보의 얘기가 생각난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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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중현]어느 세일즈맨의 은퇴

    “그 장관 부인이 몇 명인지, 자녀는 또 몇인지. 그중에서 제일 총애하는 부인은 누군지, 그 장관이 어느 자녀를 제일 아끼는지 아십니까?” “그게…. 파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중동에서 오래 사업해본 경험으로 하는 얘긴데…. 중요한 인물 만날 때 먼저 그런 것부터 챙겨야 해요. 선물 하나를 해도 본인에게 직접 주는 건 하책(下策)이에요. 본인만 만족하고 끝납니다. 사랑받는 부인에게 선물하는 게 중책(中策)쯤 됩니다. 부인이 좋아하고 남편도 고마워합니다. 제일 좋은 건 자식한테 주는 겁니다. 자식이 좋아하면 엄마가 고마워하고, 아버지까지 기뻐해요. 그게 상책(上策)입니다. 그렇게 하면 문제가 쉽게 풀려요. 아시겠어요?” 지난 정부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지식경제부 장관과 대통령 사이에 오간 대화다. 한국 정부가 중동의 한 나라에서 장기 에너지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상대편 국가의 사업허가 결정권자를 만나러 떠나는 해당 부처 장관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당부했다. 옆에서 지켜본 한 경제부처의 장관은 “사업가로서 MB의 경험과 지식에 공무원 출신 장관들이 모두 혀를 내둘렀다. 해외자원 개발, 플랜트 및 무기 수출 등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마다 ‘달인(達人)급 세일즈맨’의 지적과 조언이 있었고 결과는 대부분 MB의 예상대로 됐다”라고 회상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5년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월 셋째 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통령의 막바지 국정수행 지지도는 30.4%. 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대통령이 바뀌자마자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정부의 최고 역점사업이던 ‘4대강 사업’ 입찰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통과시키는 등 뒤끝도 개운치 않다. 4대강 사업에서 나타난 밀어붙이기식 업무추진, 상명하달(上命下達)식 의사소통 등은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처럼 대통령직을 수행한 ‘이명박 스타일’의 특징이자 한계였다. 이와 관련해 그가 당선인 신분이던 5년여 전 정부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가 했던 얘기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에 청계천이 자연 하천이었으면 복개(覆蓋)를 했을 거고, 서울 시청 앞이 잔디광장이라면 뚫어서 도로를 냈을 겁니다. 앞으로는 어떨까요.” 하지만 ‘대한민국 브랜드’를 파는 세일즈맨이란 측면에선 역대 대통령 중 그만한 인물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독일 등에 밀려 불리했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전 때 이 전 대통령은 막판에 다른 나라를 지지하던 각국 정상들에게 직접 전화해 한국에 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등에서도 그의 ‘톱 세일즈’ 능력은 빛을 발했다. 오죽하면 원전 수주를 뺏긴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우리도 저런 세일즈맨 국가 수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을까. 고급 영어는 아니지만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확인된 것처럼 세계의 정상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할 정도의 ‘전투영어’ 실력도 갖췄다. 5년간 49차례에 걸쳐 84개국을 방문하고 비행기로 지구를 21.9바퀴 돌 만큼 건강과 부지런함은 타고났다. 아들이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해외에서 미국 기업과 국가이익의 대변자로 활약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역시 퇴임 후 오바마 정부를 대신해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펼쳤다. 이제 한국도 나라를 위해 세계를 뛰어다니는 전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됐다. 마침 곱든 밉든 최고의 적임자도 생겼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일꾼’으로 일할 의지가 넘치는 전 대통령을 연금만 주고 은퇴시킬지, 아니면 ‘국가대표 세일즈맨’으로 활용할 것인지는 철저히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201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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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중현]공약 재원 마련, CEO의 눈으로 보라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공약 재원 마련을 둘러싸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예산 절감 등으로 71조 원, 비과세·감면 축소 등 세제 개편을 통해 48조 원 등 5년간 134조6000억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등을 모두 실행할 수 있지만 이 일이 영 만만치 않아서다. 구성 초기에 인수위는 각 정부 부처에 예산지출 삭감안부터 지시했다. 대부분의 부처가 지출을 줄이는 ‘시늉’을 내는 데 그치자 인수위는 예산을 총괄하는 재정부에 1월 말까지 재원을 마련해내라고 요구했다. 일단 예산당국은 난색을 표했다. 모든 공약을 동시에 실행하는 건 재정 건전성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과 경제, 재정학자들도 같은 이유로 ‘공약이행 속도 조절론’ ‘공약 수정론’을 제기했다. 이런 분위기를 일소한 건 “내가 약속을 하면 여러분은 지켜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짧은 한마디였다. 한 달 뒤면 행정부 수장이 될 그의 강경 메시지에 정부 예산당국자들은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산당국이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을 리 없다. 공무원 다그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명박 대통령도 정부 출범 초기에 2조5000억 원을 줄이는 데 그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항목에 수혜자가 딸려 있는 정부지출을 대폭 줄이는 건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이런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정부는 일단 대선공약에서 복지 재원 마련의 가장 큰 부분인 세출 조정 대신 비과세·감면 감축을 통한 재원 부분을 더 키우는 대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비과세·감면 축소도 문제다. 박 당선인은 “비과세와 감면은 일몰되면 무조건 끝이다. 이것은 되고 이것은 안 되고, 그것 가지고 싸울 필요가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정치적인 고려로 계속 연장돼온 비과세·감면의 잘못된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박 당선인 말에 십분 공감해도 실제로 이를 없애는 과정에서 많은 반대와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3대 비과세·감면 항목’인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신용카드(체크카드, 현금영수증 포함) 소득공제, 농어민 면세유는 각각 중소기업, 월급쟁이, 농어민의 실생활에 직결된 혜택이다. 박 당선인이 “증세(增稅) 없이 가능하다”고 강조할 때의 ‘증세’는 통상 세율 인상을 뜻하지만 오랫동안 감면받던 세금을 내는 사람으로서는 비과세·감면 축소도 증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어쨌든 재정부는 조만간 재원 마련 방안을 마련해 인수위에 보고해야 한다. 박 당선인의 강한 경고를 받은 재정부 공무원들의 마음속은 일종의 ‘보히카(BOHICA) 증후군’ 상태다. ‘BOHICA’란 ‘엎드려! 또 시작이다(Bend over! Here it comes again)’라는 뜻의 미군 군사용어. 한 차례 총질하다가 한참을 쉬는 참호전에서 비롯된 말로 ‘지금 상황만 넘기고 보자’는 냉소주의다. 이들 공무원은 어떻게든 당선인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안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이 보고를 근거로 복지혜택을 크게 늘렸다가 나중에 여기저기서 구멍이 나고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겨도 담당 공무원들로서는 지금 당장을 넘기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의 공무원들이 내놓는 재원 마련 방안에 박 당선인이 흡족해한다면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박 당선인은 한 달 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정치인이라면 정부를 다그쳐 더 많은 정책을 관철하는 게 미덕일 수 있다. 하지만 CEO는 달라야 한다. “조직을 위해 정말 하면 안 되는 일은 안 된다고 얘기하라”고 말하는 CEO가 제대로 된 CEO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20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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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중현]카르페 디엠, 우비 순트

    마지막 세계대전은 핵(核)이 아닌 생물학 전쟁이었다. 상대국이 쏴댄 ‘대량 살상용 생물학 포자 미사일’은 미국에 사는 20∼60세 인구의 목숨만 골라서 앗아갔다. 전쟁이 끝난 후 1년. 60세가 넘는 노인들은 첨단기술의 도움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을 유지한다. 이들의 경쟁자는 19세 이하 미성년 청년들뿐. ‘엔더(ender)’라 불리는 노인층이 장악한 의회는 ‘스타터(starter)’로 호칭되는 청년들 때문에 노인이 일터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연장자 고용 보호법’을 통과시킨다. 미성년자의 취업을 완전히 금지한 것이다. 부모를 잃은 미성년 청소년들은 폐허가 된 도심에서 들쥐처럼 숨어 산다. 부유층 노인들은 오래 사는 것으로도 부족해 미성년자를 유인, 공급하는 불법업체에 큰돈을 내고 자기 정신을 청년의 몸에 옮겨 젊음까지 누리려 한다. 지금 와서 보면 지난해 4월 이런 내용의 소설 ‘스타터스’가 공상과학(SF)소설로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20, 30대와 50세 이상의 투표 성향이 확연히 갈렸던 보름 전 대선 이후 일부 청년들은 “이 소설이 현실이 됐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장년층 이상에 대한 젊은층의 감정이 선거에 앞서 책 판매에 영향을 미쳤던 셈이다. 자기 세대의 기대를 섞어 다수가 표를 던진 후보가 패배한 데 대한 청년층의 푸념은 이유가 있다. 한국 사회는 소설 속 현실과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한국인의 수명이 지금처럼 긴 적은 없었다. 생물학 미사일이 터지지 않았어도 투표 경쟁에서 승리할 만큼 50대 이상은 인구에서 우위에 있다. 고도 성장기를 살아온 50대 이상은 부도 많이 축적했다. 역사상 이들처럼 당대에 재산이 불어난 세대는 어느 때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가 닥쳤다. 청년층을 위한 괜찮은 일자리는 태부족이다. 부모 세대가 일궈낸 부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기성세대에 불만이 큰 게 당연하다. 모든 게 소설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청년들이 몇십 년이 지나 이해하게 될 다른 부분이 있다. 50대 이상의 다수가 표를 던진 속마음이다. 이들은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를 엇비슷하게 외치는 두 후보 중 상대적으로 당장의 복지 확대를 적게 약속한 쪽, 경제성장을 조금 더 중시하는 편에 표를 던졌다. 이들은 경험을 토대로 미래에 투표했다. 성장이 준 일자리, 그로써 지켜낸 가정, 못 배운 한을 풀 만큼 자녀를 교육시킨 기회. 그 의미를 잊지 않았다. 요구하고, 누리고 싶어도 때로 억눌리고, 참으며 지낸 긴 시간이 만든 것들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도 있었다. 20여 년 전 대학의 그리스 희곡 강의 첫 수업에서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고전문학의 주제는 단 두 개로 압축된다. 하나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또 하나는 우비 순트(Ubi sunt)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것처럼 카르페 디엠은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의 라틴어다. 우비 순트는 ‘우리 앞에 있던 그들은 어디에 있나(Ubi sunt qui ante nos fuerunt)?’의 앞 단어로 과거에 대한 회상, 회한을 의미한다. 당장 복지 확대를 원하는 세대와 경험을 통해 성장을 중시하는 세대가 맞붙은 이번 선거는 카르페 디엠과 우비 순트의 충돌이었다. 이번 승자는 과거를 기억하는 세대였다. 하지만 노인의 어제가 청년이요, 청년의 내일이 노인이다. 시간은 미래를 향해서만 흐르기에 ‘스타터’와 ‘엔더’의 싸움에서 언젠간 스타터가 이기게 마련이다. 청년들은 장년이 된 뒤 비로소 깨달을지 모른다. 부모 세대가 누구를 위해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201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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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박중현]로제타의 운명

    1799년 나폴레옹 원정대의 군인 한 명이 이집트 지중해 연안 마을에서 로제타스톤을 발견했다. 윤이 나는 검은 돌에는 세 가지의 다른 언어가 새겨져 있었다. 이집트 상형문자, 이집트 민용(民用)문자, 그리스어. 언어의 천재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은 1822년 로제타스톤을 통해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에 성공했다. 수천 년간 잠자던 이집트의 고대 역사가 깨어났다. 이후 서구에선 ‘로제타스톤’이 ‘불가사의한 것, 난해한 것을 푸는 중요한 열쇠’라는 뜻으로 쓰인다. 장미(Rose)의 애칭인 로제타는 프랑스어권에서 여자아이에게 많이 붙이는 이름이기도 하다. 1999년 벨기에에서 개봉된 영화 ‘로제타’의 주인공 10대 소녀 로제타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일하던 식품공장에서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된다. 관리자에게 강하게 항의해 보지만 무의미한 외침일 뿐이다. 천신만고 끝에 와플 가게에서 새 일자리를 얻고, 실업자 청년 리케를 만나 행복감에 빠져든 것도 잠시. 믿었던 남자친구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만다. 리케의 속임수를 폭로해 간신히 일자리를 되찾고 돌아온 로제타. 집에는 알코올의존증 환자이던 어머니가 숨을 거둔 채 누워 있다. 기막히는 현실에 가스를 틀어 자살하려 하지만 가스통은 바닥이 나 있다. 뤼크 다르덴과 장피에르 다르덴 형제가 감독한 이 영화가 그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자 벨기에에서는 미성년자, 청년층 일자리 문제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벨기에 정부는 2000년 영화에서 이름을 딴 청년 실업 대책을 내놨다. 바로 ‘로제타 플랜’이다. 50인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전체 고용인원의 3% 이상을 청년층으로 고용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도록 한 정책이다.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1999년 22.6%이던 벨기에의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시행 첫해인 2000년 15.2%까지 뚝 떨어졌다. 그해에만 5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겼다. 벨기에 사회는 환호했다. 슬프게 시작된 로제타 이야기는 이렇게 해피엔드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3년 뒤인 2003년 청년실업률은 21.8%로 다시 늘었다. 2010년에는 22.4%까지 증가했다. 만들어진 일자리의 상당수는 ‘파트타임 잡’ 등 질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또 기업을 옥좨 만든 일자리는 지속되지 않아 청년실업이 다시 늘어나는 요요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청년실업 해결의 묘안처럼 보였던 이 정책은 결국 초저학력자를 구제하는 정책으로 전환됐다. 대선을 앞두고 청년실업과 관련해 여야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누구든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 나누기,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당장이라도 청년실업을 해결할 기세다. 이 중에는 로제타플랜을 모델로 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청년고용의무할당제’도 있다. 300인 이상 민간 대기업에 청년층을 매년 3%씩 새로 뽑도록 의무화하고 지키지 않으면 ‘고용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이다. 청년층을 정원의 3% 이상 유지하도록 했던 로제타 플랜보다 더 강력한 조치다. 하지만 로제타플랜의 슬픈 운명을 볼 때 민간기업을 규제해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청년실업을 해결할 근본적 해법이 될지 의문이다. 선택의 순간이 머지않았다. 세계적, 시대적 난제(難題)인 청년실업을 단박에 풀어 줄 로제타스톤 같은 정책은 나오기 어렵다. 청년 유권자들이 표를 던지기 전 꼭 해야 할 일은 입에 달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정책보다 나의 미래를 실제로 변화시켜 줄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이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201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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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D-11/청년드림]文측 “청년고용 할당제, 민간기업 확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는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주제였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대기업이 30세 미만 청년층을 매년 전체 상용직의 3% 이상 규모로 신규 채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고용분담금’을 내도록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이날 문 후보 캠프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은수미 의원은 “공공기관의 고용의무할당제는 이미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라며 “민주당은 이 제도를 민간 대기업까지 확대하고 이 제도를 준수하지 않으면 분담금을 징수해 청년고용기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도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도입한다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제도를 민간 대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박근혜 대선캠프의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여야가 동의한 대로) 공공기관은 정책적 의지로 이 제도를 강제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민간기업에 정원의 3∼5%를 매년 의무적으로 뽑도록 할 경우 어려운 기업은 분담금 부담만 늘어나게 돼 경영위축으로 일자리 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설명이다. 이날 토론 과정에서 청년고용 의무할당제의 원형(原形)인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도 거론됐다. 1990년대 말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진 벨기에는 2000년 4월부터 50인 이상 기업에 전체 고용인원의 3% 이상을 청년층에 할당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도록 법제화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로제타’에서 제도의 이름을 따왔다. 1999년 22.6%이던 벨기에 청년층(15∼24세)의 실업률은 이 제도 시행 첫해인 2000년에 15.2%까지 떨어졌다. 그해에만 5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긴 덕분이었다. 하지만 만들어진 일자리의 상당수는 ‘파트타임 일자리’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03년 청년실업률은 21.8%로 다시 늘었고 2010년에는 22.4%로 1999년 수준까지 후퇴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1990년대 말 벨기에가 도입한 로제타 플랜은 3, 4년 시행하다가 유명무실해졌고 다른 유럽 국가로 전혀 전파되지 않았다”면서 “이에 비해 일단 어떤 일이건 일을 하는 청년을 국가가 지원하는 독일의 하르츠 노동개혁은 2003년 10%에 육박하던 독일의 실업률을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인 현재 5%대로 끌어내려 큰 효과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성열·박재명 기자 ryu@donga.com}

    • 201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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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박중현]‘세계상품’의 나라

    어른이건 아이건 한번 맛보면 본능적으로 사랑에 빠져드는 이것. 이것을 장악하기 위해 500여 년 전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 유럽 열강은 각축을 벌였다. 생산량을 늘리려고 대양을 건너 식민지를 개척했다. 먼 대륙 사람들을 ‘사냥’해 데려다 생산인력으로 썼다. 그 결과 남미 각국에 아프리카 흑인들이 정착해 지구상의 인종 분포까지 달라졌다. ‘이것’은 바로 설탕이다. 일본 오사카대 문학부 가와기타 미노루(川北稔) 교수는 ‘설탕의 세계사’란 책에서 설탕을 대표적인 ‘세계상품(世界商品)’으로 규정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세계상품에는 역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 면직물 담배 향료 커피 차 등이 이런 상품이었다. 가와기타 교수는 “16세기 이후 세계역사는 세계상품의 패권을 어느 나라가 쥘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경쟁 속에서 전개됐다”며 “요즘으로 따지면 TV, 자동차, 석유 등이 세계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 그가 지목한 현대의 세계상품은 모두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다. 올해 1∼9월 한국산 TV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4.8%로 일본(25.3%) 중국(24.2%)을 크게 앞선다. TV시장 세계 1위인 삼성은 설탕 생산시스템의 가장 말단인 설탕정제업체 제일제당으로 1953년 제조업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회사다. 한국 자동차도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올해 세계에서 팔린 차 100대 중 9대(8.6%)는 현대·기아차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지만 1∼10월 휘발유 경유 윤활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 수출액은 총 수출의 9.7%로 올해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각광받는 세계상품, 스마트폰에서도 한국은 최강자다.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32.5%로 14%인 애플의 두 배가 넘는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특허공세를 펼치는 것도 세계상품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기(氣)싸움 성격이 짙다. 최근에는 ‘강남스타일’이 한국산 세계상품에 합류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24일 조회수 8억 건을 돌파하며 유튜브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한국의 세계상품이 보고(TV), 듣고(스마트폰), 타는(자동차) 데서 나아가 문화 영역까지 확대된 것이다. 역사상 한민족이 이렇게 많은 세계상품을 만든 적은 없다. 1960, 70년대 가발 정도가 세계시장을 장악해 본 한국 상품이다. 바로 옆 두 나라, 중국과 일본은 차이나(China), 저팬(Japan)이란 서구식 국명이 각각 도자기, 칠기(漆器)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세계상품을 만들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세계상품 시장에서 어제의 승자는 오늘의 패자가 되기도 한다. 1980년대 대표 세계상품 ‘워크맨’을 만들고 컬러TV 시장을 수십 년간 지배해온 일본 소니는 삼성전자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최근 ‘정크(투자위험) 등급’ 회사로 전락했다. 세계상품을 지배하는 나라는 세계의 강자가 된다. 역대 강국들이 국가전략 차원에서 세계상품 개발과 시장 확대를 지원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최근 3년 연속 하락하며 6위로 떨어졌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돼서야 대선구도가 겨우 가려진 ‘3류 정치’는 불안감을 더 키운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사를 걸고 경쟁하는 대기업들 깎아내리는 데 열을 올리는 한국 정치권이다. 사상 처음 이룩한 ‘세계상품의 나라’를 앞으로 5년간 뒷걸음질치게 하는 일만은 없으면 좋으련만 요즘 분위기라면 낙관보다 걱정이 앞선다.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201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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