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김재영 논설위원

논설위원실

구독 46

추천

안녕하세요. 김재영 논설위원입니다.

redfoot@donga.com

취재분야

2026-02-26~2026-03-28
칼럼100%
  • 사라진 저금리 ‘외투’… 가계빚 겨울 시작됐다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자가 올라 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을 사는 것이 어려워지고 변동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상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이번 금리 인상은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짐에 따라 투자금이 한국을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고육책이지만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국면에 돈줄을 죄는 ‘엇박자’ 통화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은은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올렸다. 지난해 11월 30일 6년 5개월 만에 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리며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알린 지 1년 만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 것은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고 부동산에 돈이 쏠리는 금융 불균형을 더는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계대출은 9월 말 현재 1500조 원을 넘어섰고 개인의 빚은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도 한은을 압박한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씩 3번 올렸고 이달 추가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소비 등 일부 지표가 개선 조짐을 보였던 상반기에는 동결 기조를 이어가다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제야 금리를 올려 소비와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통화정책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기준금리에 이어 대출금리가 따라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조5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150만 명에 이르는 취약차주와 3000여 개의 한계기업은 빚을 제때 갚지 못해 부도 위험에 몰릴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되면 금융 불균형 확대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소비와 투자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 경제가 소폭 인상은 감내할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기 꺾이는데 금리 올려… 투자-소비 회복 더 어려워져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와 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게 됐다. 기준금리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 조건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돈줄이 막히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경기 둔화가 확연한 상황에서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면서 ‘한은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실기(失期)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계 연 이자 2조5000억 원 추가 부담 이번 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카드 결제액과 외상 판매 같은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9월 말 기준 1427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변동금리로 나간 대출 비중은 70% 수준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분 0.25%포인트만큼 대출금리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연 2조5000억 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4%대 후반까지 오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년 초 5%대를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변동형 주택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 대출 기준으로 11월 현재 1.93%로 2015년 2월(2.03%) 이후 4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코픽스는 매달 15일 발표되는 만큼 이달 중순부터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연 3.39%의 금리로 3억 원(변동금리형,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주택대출을 받은 A 씨는 올해 5월 금리가 3.58%로 오르는 등 1년간 총 1045만5000원의 이자를 냈다.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면 A 씨의 대출 금리는 내년 5월 3.63%로 오르는 데 이어 내년 11월에는 3.8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A 씨가 내야 할 이자는 올해보다 6만 원 많은 1051만5000원 정도다. 2020년에는 연간 1164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6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중 소득 수준과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85조1000억 원에 이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대출금리 인상 시 이자 부담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처분가능소득 대비 이자상환액 비율은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1.6%포인트 오른다. 반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이 비율이 5.8%포인트 급증한다. 당장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한은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내지 못한 한계기업은 3112곳으로 전체 기업의 13.7%에 이른다. 반면 은퇴자 등 이자생활자들은 예금이나 적금 금리 인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6일 정기예금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판매 중인 예·적금 상품 금리를 내달 3일부터 0.1∼0.3%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경기 회복에 찬물’ 비판 보통 금리 인상은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쓰는 카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 하락 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 것이어서 모순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 고용대란 등으로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켰던 한은이 제때 금리를 올리지 못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야 금리를 올렸다는 지적도 있다. 지표상으로도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다. 현재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 기준 98.4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 경기지수는 올 4월부터 7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경기지수가 이처럼 오랜 기간 연속 하락한 것은 2004년 4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미국 금리와 국내 경기를 놓고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0일 “아직 중립 금리보다는 낮다”며 내년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실제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금통위원 2명은 이날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김성모 기자}

    • 2018-1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은, 1년 만에 기준금리 0.25%p 인상 연 1.75%로…부동산시장 타격 우려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와 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게 됐다. 기준금리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 조건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돈줄이 막히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경기둔화가 확연한 상황에서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면서 ‘한은이 금리인상 타이밍을 실기(失期)했다’는 비판도 나온다.●가계 연 이자 2조5000억 원 추가 부담 이번 금리인상으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카드 결제액과 외상판매 같은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9월 말 기준 1427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로 나간 대출 비중은 70% 수준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분 0.25%포인트만큼 대출금리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연 2조5000억 원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4%대 후반까지 오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년 초 5%대를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변동형 주택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 대출 기준으로 11월 현재 1.93%로 2015년 3월(1.91%) 이후 4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코픽스는 매달 15일 발표되는 만큼 이달 중순부터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연 3.39% 금리로 3억 원(변동금리형,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주택대출을받은 A 씨는 올해 5월 금리가 3.58%로 오르는 등 1년 간 총 1045만5000원의 이자를 냈다.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면 A 씨의 대출 금리는 내년 5월 3.63%로 오르는데 이어 내년 11월에는 3.8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A 씨가 내야할 이자는 올해보다 6만 원 많은 1051만5000원 정도다. 2020년에는 연간 1164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6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중 소득수준과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85조1000억 원에 이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대출금리 인상 시 이자 부담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처분가능소득 대비 이자상환액 비율은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1.6%포인트 오른다. 반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이 비율이 5.8%포인트 급증한다. 당장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한은에 따르면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내지 못한 한계기업은 3112개로 전체 기업의 13.7%에 이른다. 반면 은퇴자 등 이자생활자들은 예금이나 적금 금리 인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6일 정기예금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판매중인 예·적금 상품 금리를 내달 3일부터 0.1~0.3%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경기회복에 찬물’ 비판…내년 추가 인상 힘들 듯 보통 금리인상은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쓰는 카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 하락 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 것이어서 모순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 고용대란 등으로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금리인상 깜빡이를 켰던 한은이 제때 금리를 올리지 못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야 금리를 올렸다는 지적도 있다. 지표상으로도 경기하락세가 뚜렷하다. 현재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 기준 98.4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 경기지수는 올 4월부터 7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경기지수가 이처럼 오랜 기간 연속 하락한 것은 2004년 4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추가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30일 금통위원 2명이 금리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낸 것을 내놓은 것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김성모기자 mo@donga.com}

    • 2018-11-30
    • 좋아요
    • 코멘트
  • 파월 “중립수준 근접” 美금리인상 감속 시사…‘외통수’ 몰렸던 한은, 선택의 폭 넓어질 듯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이 “현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바로 밑(just below)”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아온 한국은행이 이 발언에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파월 의장은 28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기준금리는 역사적 기준에 비춰 보면 여전히 낮다”면서도 “경제를 과열시키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중립적인 수준으로 추정되는 폭넓은 범위의 바로 밑에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추가로 올릴 여지가 많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장에선 한은이 외통수에 빠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면 미국과의 금리 차가 더 벌어져 외화 유출의 위험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 둔화가 확연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도 어렵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지면 한은으로선 시간을 버는 셈이다. 파월 의장 발언의 영향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3원 내린 1119.2원에 장을 마쳤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비심리 꽁꽁… 21개월만에 최저

    경기둔화와 고용부진, 주가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9·13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도 꺾였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1월 소비심리지수(CCSI)는 96.0으로 10월보다 3.5포인트 하락했다.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했던 지난해 2월(93.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심리지수는 소비자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 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지수(62), 향후경기전망지수(72)는 각각 5포인트 하락했다. 반년 전인 5월보다 각각 27포인트, 29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11월의 현재생활형편지수와 생활형편전망지수는 모두 90으로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수입전망지수(97)와 소비지출전망지수(108)도 각각 2포인트와 3포인트 내렸다. 생활형편전망은 2011년 3월(90) 이후 7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고용 한파가 계속되면서 임금수준과 취업기회전망을 나타내는 지수도 하락세를 보였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128)를 기록했던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달 114에 이어 이달 101로 2개월 연속 급락했다. 정부의 대출규제에 따른 주택 매매 거래 둔화, 시중금리 상승, 지방 집값 하락세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 고용지표 부진, 주가 하락 등으로 경기 관련 지수가 하락했다”며 “여기에 생활물가도 오르면서 가계 재정이 악화된 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디스 “한국 은행들, 해외서 활로 찾아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은행들이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닥쳤다며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디스는 21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한국 은행들의 기회와 도전’ 보고서에서 고령화와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국내 대출에 의존하는 은행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25∼64세 핵심생산인구가 2017∼2030년에 6% 감소할 것”이라며 “고령화로 은행의 핵심 고객층이 축소되면서 저마다 고객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에 나서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내에서 총자산순이익률(ROA)이 가장 낮으면서도 영업이익경비율(CIR)은 가장 높아 비용 절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은행 이용률이 높고 가계부채 부담이 커 소매영업을 확대하기 어렵고, 기업대출도 많아 성장성이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무디스는 한국 은행들이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디스는 “한국 은행들의 해외 자산은 총자산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익성은 국내 자산보다 더 높다”며 “국내 대출보다 해외 자산을 늘리는 것이 은행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2017년 한국 시중은행의 ROA는 평균 0.5%가량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 은행들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해외 지점에서 낸 평균 ROA는 0.77%로 이보다 높다. 한국 은행들의 주요 진출 지역인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의 전망도 밝다. 무디스는 “성장 정체에 빠진 한국 일본 대만 등과 달리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는 생산인구 증가와 소득 성장으로 은행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외에 나가더라도 현지의 까다로운 규정 탓에 영업 허가를 받기 어려울 수 있고,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계빚, 1500조원 돌파 사상최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500조 원을 돌파했다. 부채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빚이 더 빠르게 늘고 있어 가계의 상환부담이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514조4000억 원으로 6월 말(1492조4000억 원)보다 22조 원(1.5%) 증가했다. 1년 전보다는 95조1000억 원(6.7%) 늘었다. 가계부채는 은행 보험사 대부업체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결제하기 전 카드 사용금액을 합한 것으로 가계가 실질적으로 지고 있는 빚을 나타낸다. 가계대출 잔액은 1427조7000억 원으로 6월 말보다 18조5000억 원 늘었다. 이 가운데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아파트 입주물량 확대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면서 14조2000억 원 증가했다. 판매신용 잔액은 86조7000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3조6000억 원 늘었다. 추석 연휴 등의 영향으로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규모는 사상 최대지만 증가율 자체는 다소 둔화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3분기(7∼9월) 증가율은 6.7%로 2014년 말(6.5%)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며 2016년 말 이후 7개 분기 연속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가계 빚 증가세가 여전히 가계소득 증가세(4.5%)보다 빨라 안심하기는 이르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의 부채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19일 열린 가계부채 관리·점검 회의에서 “기타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증가세, 취약 차주 상환부담 증대 등이 가계부채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고 밝혔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항공기-SOC-환경까지… 글로벌 운용사 대체투자 1경2317조원

    “2030년까지 글로벌 전력 생산의 절반은 신재생에너지가 담당할 것이다. 이 분야 투자에서 글로벌 선두주자가 되겠다.” 세계 최대 인프라투자 운용사인 호주 맥쿼리그룹은 지난해 영국의 ‘친환경투자은행(GIB)’을 23억 파운드(약 3조36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친환경투자그룹(GIG)’으로 개편해 올해 5월 서울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아시아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맥쿼리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25억5700만 호주달러(약 2조 원)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기존의 안정적인 수익원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에서 벗어나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대체투자로 눈을 돌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인프라·에너지 투자까지 휩쓸어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자산은 약 10조9000억 달러(약 1경2317조 원)에 이른다. 대체투자 영역도 항공기, 선박, 에너지, 환경, 산림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해외 금융사들은 유망 투자처로 떠오른 항공기 금융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보잉에 따르면 항공기 리스, 항공기 구입자금 대출 등 항공기 금융 수요는 2020년 1720억 달러(약 200조 원)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항공기 교체 수요도 2035년까지 5조9300억 달러(약 6700조 원)로 늘어날 예정이다. 미국 씨티그룹,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등 선진국 은행들은 이미 수백 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는 항공기 리스회사를 자회사로 두거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일본이 가세해 세계 시장의 40%를 잠식했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항공기 리스 부문을 인수해 업계 3위 회사로 성장시켰다.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개발은행도 항공기 리스 회사를 잇달아 사들였다. 세계 인프라 시장도 금융사들의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 계획, 유럽연합(EU)의 ‘융커플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각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세계 인프라 시장은 연간 1조 달러(약 1130조 원)의 민간 자본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는 다양한 인프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남미와 호주의 철도 1만 km, 아메리카 대륙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1만7000km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개발에 참여했거나 투자한 발전설비만 전 세계 840곳에 이른다.○ 대체투자 역량 부족…존재감 없는 한국 금융 하지만 세계 대체투자 시장에서 한국 금융사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영국 투자자문그룹 윌리스타워스왓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현재 글로벌 100대 대체투자 운용사에 한국 금융사는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국내 대체투자 펀드의 운용 자산(약 147조 원)을 모두 더해도 글로벌 1위 운용사인 미국 브리지워터(헤지펀드)의 자산 규모(1168억 달러·약 132조 원)를 간신히 웃돈다. 국내 금융사들도 4, 5년 전부터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해외 시장에 도전한 미래에셋그룹은 올 들어 미국 코즈모폴리턴 호텔, 영국 캐넌브리지 등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에 약 1조 원을 투자했다.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3000억 원대 베트남 태양광 발전의 시행사로 나서 금융 자문 및 주선을 담당해 사업을 성사시켰다. 진형주 하나금융투자 대체투자금융실장은 “국내 금융사가 예전엔 입찰 경쟁에 참여조차 못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대체투자 자산이 빌딩 등 부동산 투자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기획하기보다는 이미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로 참여하는 사례도 많다. 국내 은행, 증권사에서 해외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인력은 대체로 10명이 안 돼 투자 역량도 떨어진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누구나 탐낼 만한 핵심 자산을 비싼 값을 주고 사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은행(IB)을 표방하고 있지만 자산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 능력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체투자 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선진국 시장에서 글로벌 톱 금융사와 경쟁하기보다는 건설 등 경쟁력을 갖춘 산업과 힘을 합쳐 신흥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지역을 특화해 신흥시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든 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 3년마다 순환보직… 여의도에 ‘전문가’가 없다 ▼대체투자 전과정 경험자 드물어… 운용사, 투자공사 인력 모시기 경쟁대체투자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대체투자 구인난을 겪는 금융회사가 적지 않다.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자산에 비해 뒤늦게 성장한 분야인 탓에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의 일반 팀장급 연봉은 평균 1억 원을 조금 웃돈다. 하지만 대체투자에 특화된 전문 인력은 정해진 연봉이 따로 없을 정도로 몸값이 비싸다. 특히 투자할 자산 개발부터 계약, 관련 펀드 설정까지 대체투자의 모든 과정을 경험해 본 전문가를 국내에서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때문에 성사시킨 사업 규모에 따라 인센티브를 구체적으로 보장해주면서 가까스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회사들끼리 대체투자 인력을 빼오려는 ‘인력 쟁탈전’도 치열하다. 같이 호흡을 맞춘 팀 전체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사례가 많아 쟁탈전에서 밀리면 자칫 조직이 흔들릴 수도 있다. 금융사들이 부동산, 에너지 등 다른 업종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인력을 급하게 끌어오면서 몸값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본부장이나 팀장의 주요 역할이 인력 유출 방지와 외부 스카우트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연기금들도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8월 현재 대체투자 규모가 11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퇴직한 17명 중 8명이 대체투자 전문 운용역이었다.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 경험이 풍부한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출신들은 민간 금융사의 스카우트 타깃이 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체투자 전문 인력을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임원은 “2, 3년의 순환보직 시스템에서는 해외 네트워킹이나 투자 노하우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이형기 금융투자협회 연구원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일본 노무라증권은 2008년 금융위기 후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해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투자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며 “현지 고급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김재영 기자 ※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해외 금융사, 항공·에너지 투자까지 휩쓰는데…눈앞만 보는 우물안 韓금융

    “2030년까지 글로벌 전력 생산의 절반은 신재생 에너지가 담당할 것이다. 이 분야 투자에서 글로벌 선두주자가 되겠다.” 세계 최대 인프라투자 운용사인 호주 맥쿼리그룹은 지난해 영국의 ‘친환경투자은행(GIB)’을 23억 파운드(약 3조36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친환경투자그룹(GIG)’으로 개편해 올해 5월 서울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아시아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노력에 힘입어 맥쿼리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25억5700만 호주달러(약 2조 원)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항공 인프라 에너지…대체투자 노리는 글로벌 금융 글로벌 금융사들은 기존의 안정적인 수익원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의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체투자에 눈길을 돌리며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자산은 약 10조9000억 달러(1경2317조 원)에 이른다. 대체투자의 영역도 항공기, 선박, 에너지, 환경, 산림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해외 금융회사들은 유망사업으로 꼽히는 항공기 금융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보잉에 따르면 항공기 리스, 항공기 구입자금 대출 등 항공기 금융 수요는 2020년 1720억 달러(약 200조 원), 세계 항공기 교체 수요는 2035년까지 5조9300억 달러(약 67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씨티그룹, 영국 스탠다드차다드 등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은 수백 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는 항공기 리스회사를 자회사로 두거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일본이 가세해 세계 시장의 40%를 잠식했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항공기 리스부문을 인수해 업계 3위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개발은행 등도 항공기리스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1조 달러(약 1130조 원)의 민간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세계 인프라 시장에서도 금융사, 연기금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700조 원)에 이르는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계획, 유럽연합의 5000억 유로(약 650조 원) 규모 ‘융커플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세계 각국에서 인프라 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는 다양한 인프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두는 대표적 사례다. 남미와 호주의 철도 1만km, 아메리카 대륙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1만7000km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개발에 참여했거나 투자한 발전설비는 전 세계 840곳에 이른다. 올해 6월에는 빅데이터 산업 투자를 위해 통신기업 AT&T의 데이터센터 31곳을 11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사들였다.●인력 역량 부족…존재감 없는 한국 금융 국내 금융회사들도 4, 5년 전부터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해외 시장에 도전한 미래에셋그룹은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코스모폴리탄 호텔, 영국 캐논브릿지 등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에 약 1조 원을 투자했다.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3000억 원대의 베트남 태양광 발전의 시행사로 나서 금융 자문 및 주선을 담당해 사업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진형주 하나금융투자 대체투자금융실장은 “예전엔 국내에서 의사결정이 늦어져 입찰 경쟁에 참여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자산 평가 능력이나 자본 규모가 커지면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 한국 금융사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부분의 자산이 비교적 분석이 쉬운 빌딩 등 부동산 투자에 집중되고 있다. 사업을 직접 발굴, 기획하기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간접적으로 지분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에서 해외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인력은 대체로 10명 미만 수준이어서 자산의 미래 가치를 분석할 역량도 떨어진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누구나 탐낼 만한 핵심 자산을 비싼 값을 주고 사는 위험 회피 성향의 투자가 많다”며 “투자은행(IB)를 표방한 대형 증권사들도 리스크 관리 등 자산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 능력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시장에서 글로벌 톱 금융사와 경쟁하기보단 건설 등 경쟁력을 갖춘 산업 분야와 힘을 합쳐 신흥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지역을 특화해 신흥 시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든 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2, 3년마다 순환보직…대체투자 전문가 ‘하늘에 별 따기’▼대체투자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대체투자 구인난을 겪는 금융회사가 적지 않다.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자산에 비해 뒤늦게 성장한 분야인 탓에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의 일반 팀장급 연봉은 평균 1억 원을 조금 웃돈다. 하지만 대체투자에 특화된 전문 인력은 정해진 연봉이 따로 없을 정도로 몸값이 비싸다. 특히 투자할 자산 개발부터 계약, 관련 펀드 설정까지 대체투자의 모든 과정을 경험해 본 전문가를 국내에서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때문에 성사시킨 사업 규모에 따라 인센티브를 구체적으로 보장해주면서 가까스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회사들끼리 대체투자 인력을 빼오려는 ‘인력 쟁탈전’도 치열하다. 같이 호흡을 맞춘 팀 전체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사례가 많아 쟁탈전에서 밀리면 자칫 조직이 흔들릴 수도 있다. 금융사들이 부동산, 에너지 등 다른 업종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인력을 급하게 끌어오면서 몸값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본부장이나 팀장의 주요 역할이 인력 유출 방지와 외부 스카우트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연기금들도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8월 현재 대체투자 규모가 11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퇴직한 17명 중 8명이 대체투자 전문 운용역이었다.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 경험이 풍부한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출신들은 민간 금융사의 스카우트 타깃이 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체투자 전문 인력을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임원은 “2, 3년의 순환보직 시스템에서는 해외 네트워킹이나 투자 노하우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 대체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주문도 나온다. 이형기 금융투자협회 연구원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일본 노무라증권은 2008년 금융위기 후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해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투자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며 “현지 고급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18-11-21
    • 좋아요
    • 코멘트
  • 美 5대 투자은행 CEO 평균 5.8년 재임… 韓 은행은 1.8년

    글로벌 금융사들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는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문화도 한몫했다. 장수 CEO들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뚝심 있게 해외 진출을 밀어붙인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1∼2016년 재임한 미국 5대 투자은행(IB)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은 69.6개월(5.8년)에 이른다. 2005년 JP모건 수장을 맡아 자산 및 시가총액 기준 미국 최대 은행으로 키워낸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올해 초 또다시 임기가 5년 연장됐다. 10월 사임한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회장도 2006년부터 12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 증권사의 전문 CEO들은 평균 38.9개월(3.2년) 재직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국내 16개 은행의 현직 은행장들은 20일 현재 평균 재임 기간이 22개월(1.8년)밖에 되지 않는다. 2014년 10월 취임해 4년을 넘긴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최장수 은행장으로 꼽힐 정도다. 국내 금융사 CEO들은 기본 2년의 임기 이후 1년 단위로 연임 여부를 평가받는 게 일반적이다. NH농협금융 자회사 CEO들의 기본 임기는 1년에 불과하다. CEO에 오르며 수립한 경영 전략이 현실화되기도 전에 후임 CEO가 자리에 올라 사업 전략을 다시 수정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해외 금융권에서는 확고한 철학을 가진 장수 CEO들이 장기 비전을 갖고 해외 진출을 추진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피유시 굽타 싱가포르개발은행(DBS) 회장은 2009년 취임 후 ‘아시아 최고 은행’과 ‘디지털 혁신’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10년 가까이 해외 진출을 이끌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국내 증권사의 CEO 재임 기간과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7년 차 이상 CEO들이 단기(1∼3년 차) 또는 중기(4∼6년 차) 재임 CEO보다 수익성 지표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진출, 수익원 다각화 등에 필요한 역량은 단기간에 축적될 수 없다”며 “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꾸준하게 추진할 수 있는 CEO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현지화 철저한 글로벌 금융사… 英 SC銀, 수익 94% 해외서 벌어

    《 반도체, 자동차만 수출산업이 아니다. 금융도 충분히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 중에는 100원의 이익을 낼 때 해외에서만 80∼90원을 벌어들이는 ‘수출효자’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 금융사들은 100원 중 해외에서 10원도 벌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 좁디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뚜렷한 비전 없이 여전히 ‘깃발 꽂기’ 식의 생색내기에 그치는 사례도 많다. 이제부터라도 금융이 수출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  “미국은 가장 큰 기회의 나라다. 미국에서 ‘글로벌 톱10 금융사’가 될 수익원을 끊임없이 발굴하겠다.” 일본 3대 메가뱅크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의 다카시마 마코토 대표는 최근 미국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SMBC는 지난해 미국 철도화물차량 임대회사인 아메리칸레일카리싱을 30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에 사들였다. 미국의 경제 성장으로 철도 운송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과감히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해외 유수의 금융회사들은 성장 한계에 다다른 자국 시장을 탈피해 세계무대로 발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깃발 꽂기’식의 확장이 아니다.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리스크를 줄이려는 철저한 장기 전략 속에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안방은 좁다” 해외에서 돈 더 버는 은행들 수십 년 전부터 해외 영토를 넓혀온 미국, 유럽계 은행은 이제 본국보다 해외에서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인다. 미국계 씨티은행은 지난해 총수익의 51%를 미국 이외 지역에서 올렸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올 상반기(1∼6월) 해외 이익 비중이 94%나 된다. 스페인계 산탄데르은행도 해외 수익 비중이 85%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아시아 금융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유럽 금융사들이 해외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틈을 노려 활발하게 해외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중국은 국유 은행 5곳(공상, 농업, 중국, 건설, 교통은행)이 해외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2016년 말 현재 세계 63개국, 1280곳에 지점을 열었고 해외 자산만 5조6200억 위안(약 900조 원)에 이른다. 중국계 금융사는 한국에도 진출해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안방보험그룹은 국내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을 잇달아 사들였다. 둥시먀오 중국 런민대 충양금융연구원 고급연구원은 “중국 금융사들은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와 관련된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해 현지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동남아 시장을 장악한 일본 금융사들은 최근 북미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은 지난해부터 미 중부 및 동부 해안지역에 20여 곳의 점포를 내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2015년 도쿄해상이 미국 HCC인슈어런스를, 2016년 손보저팬이 인듀어런스를 각각 75억 달러(약 8조5000억 원), 65억 달러(약 7조3000억 원)에 인수했다.○ 고부가가치 사업, 장기 전략으로 승부 글로벌 금융사의 해외 진출 방식은 해외에 지점을 내고 현지 자국민이나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국내 금융권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들은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남아 최대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2010년 이후 싱가포르, 중국권, 동남아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트랜잭션 뱅킹’을 강화했다. 이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 고객에 자금 관리, 지급결제, 무역금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DBS는 처음에는 글로벌 은행이 관심을 갖지 않던 중견·중소기업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지원하다가 최근 다국적 기업, 대기업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무엇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10년 이상을 내다본 장기 전략이 해외 사업의 발판이 되고 있다. 호주의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핵심 국가를 공략한 뒤 인접 국가로 진출 시장을 확대해 가는 전략을 펼쳐 성공했다. 초반에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 교류가 많은 뉴질랜드, 피지에 해외 사업을 집중했다.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수익의 30%를 올리겠다는 ‘슈퍼 지역 전략’을 추진해 필리핀,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영업 전선을 확대했다. 일본 미즈호금융그룹은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2010년부터 ‘슈퍼 30-5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 미주, 중동·아프리카 등 권역별로 비(非)일본계 우량기업 30∼50개를 선정해 집중 영업하는 방식이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계열사의 해외 진출 업무를 일원화하기 위해 독립된 글로벌사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본사 눈치를 보지 않고 인사, 예산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의사 결정이 빠르고 전문성이 높다. 진출 대상국의 현지인으로만 구성된 ‘글로벌 자문위원회’도 만들어 사전에 현지화 전략에 힘을 쏟는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사들도 중장기적 안목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1, 2개 국가를 주력 시장으로 선정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박성민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외충격 대비 경제 복원력 키워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대외 충격에 따른 자본 유출입 확대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 전반의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 BOK-BIS(한은-국제결제은행) 공동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아시아·태평양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채권금리가 자국 경제상황이나 통화정책 외에도 글로벌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채권자금이 대규모 유출로 반전될 경우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글로벌 여건의 변화로 기초 경제 여건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들에서 상당한 규모의 자본이 유출되고 주가환율 금리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개선과 외환보유액 확충, 환율 유연성 확대 등으로 대외 리스크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이 총재는 밝혔다. 국제 공조를 통한 금융안전망 확충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개회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이 잇달아 금리인상 신중론을 밝힌 데 대해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30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의 인연에 대한 질문에 “(같은 강원도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며 “(후보자가) 취임하시면 한 번 뵙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는 이날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아태지역 채권시장의 구조, 참가자 및 가격형성’을 주제로 열린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위기의 숙박-음식업, 고금리 대출로 버틴다

    숙박·음식점업 대출이 고금리인 제2금융권 위주로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금리마저 빠른 속도로 오르면 숙박·음식점업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이 커져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非)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숙박·음식점업 대출 잔액은 15조524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2% 증가했다. 3년 전인 2015년 6월 말(7조9705억 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로 늘었다. 숙박·음식점업의 비은행 대출은 2014년 3분기(7∼9월)부터 매 분기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2016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는 증가율이 30%를 웃돌았다. 이는 은행권 대출보다 훨씬 빠른 증가세다. 6월 말 현재 숙박·음식점업의 은행권 대출은 37조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0% 늘었다. 은행권 대출 증가율은 2016년 1분기(1∼3월)까지 두 자릿수를 보였다가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숙박·음식점업 대출이 제2금융권 중심으로 급증한 것은 출혈 경쟁과 내수 부진에 이어 최근 최저임금 급등까지 겹치면서 업황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출 수요는 늘었지만 은행권 대출 한도가 초과되거나 신용등급이 낮아진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내몰린 것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올해 3월부터 은행권 대출 심사 요건을 까다롭게 한 것도 한몫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향후 금리 상승을 감안하면 숙박·음식점업의 2금융권 대출은 위험도가 높은 대출”이라며 “자영업자 지원 대책은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경기 회복이라는 정공법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1-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공부문은 고성장 누리는데… 민간 ‘빅3’ 취업자 16만명 감소

    국내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공공 부문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무원, 공기업 등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공공 분야 일자리만 대폭 늘린 탓이다. 이와 달리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직격탄을 맞아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 민간 ‘3대 업종’의 일자리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취약계층이 몰려 있는 단순노무 종사자도 사상 최대 폭으로 줄었다. 소득주도성장 등 분배에 치우친 정책이 오히려 공공과 민간 부문의 경제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부문 성장률, 금융위기 이후 최고 18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공공행정 및 국방’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성장했다.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4분기(4.0%)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대를 유지했던 이 분야의 성장률은 올해 1분기 3.3%, 2분기 3.5% 등으로 3%대를 넘어 갈수록 뛰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공공 부문 성장세만 두드러진 것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일자리가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에만 공무원은 1만4145명 늘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도 공무원 3만6000명을 증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2만8000명 채용 계획을 세웠던 공공기관 일자리는 상반기에만 1만5347명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공공행정·국방·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등 공공 부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7000명 급증했다. 3년 전인 2015년 1~10월 증가 폭(3만7000명)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민간 빅3 업종 일자리, 처음으로 줄어 이와 달리 민간 부문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4%를 웃돌았던 제조업 성장률은 올 들어 3%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도소매·숙박음식업 성장률도 올해 1분기 1.4%에서 3분기 1.2%로 하락했다. 민간 부문 일자리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의 취업자는 올 들어 10월까지 16만3700명 감소했다. 이 3개 업종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대표 ‘빅3’ 업종으로, 전체 취업자의 39%를 차지한다. 빅3 업종의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201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전체 고용 상황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10월 월평균 취업자 수는 268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69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평균 32만8000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70% 줄어든 것이다.○ 단순노무 일자리도 사상 최대 폭 감소 지난달 단순노무 종사자도 356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3000명 감소했다. 201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단순노무 종사자는 올해 4월 1만9000명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째 감소세다.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8월 5만 명, 9월 8만4000명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는 10만 명 선에 근접했다. 통계 분류상 단순노무는 건설현장의 ‘막노동’이나 주유, 음식배달 등 보조 업무 성격의 일을 의미한다. 서민들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서민의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로 공공 부문 일자리는 늘었지만 경기 악화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민간 일자리는 줄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를 풀고 특단의 부양책을 내놔야 민간 경기가 활성화되고 전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김재영 기자}

    • 2018-11-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질주하는 해외 ‘핀테크 유니콘’… 세계 50대기업중 한국 1곳뿐

    “하도 억울해서 창업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두 친구가 영국에서 온라인 해외송금 서비스업체 ‘트랜스퍼와이즈’를 창업한 이유는 단순했다.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던 한 명은 유로화로 월급을 받는데 영국 생활을 하려면 파운드화가 필요했다. 다른 친구는 파운드화로 월급을 받지만 에스토니아 은행의 대출금을 갚으려면 유로화로 환전해야 했다. 은행을 찾으면 꼬박꼬박 5% 안팎의 환전·송금 수수료를 내야 했고 해외로 돈을 보내는 데도 사나흘이나 걸렸다. 하지만 서로에게 돈을 보냈더니 문제가 한번에 해결됐다. ‘핀테크’란 말도 없던 2010년, 두 친구는 이 아이디어를 갖고 영국 금융당국을 찾았다. 은행의 독점 업무를 위협하는 파괴적 아이디어였지만 감독당국은 ‘좋은 생각’이라며 상용화 방법을 함께 찾았다. 벤처캐피털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2011년 문을 연 트랜스퍼와이즈는 현재 전 세계 400만 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최대 개인 간(P2P) 송금업체로 자리 잡았다.○ 정부와 금융이 함께 키우는 해외 ‘유니콘’ 세계 각국에서는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벤처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니콘의 뿔이 저절로 자라난 건 아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를 풀어주고 대형 금융사들도 적극적인 투자로 힘을 보태고 있다. 세계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에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를 도입한 영국은 금융당국도 혁신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기관 레벨39의 벤 브래빈 대표는 “기업들은 금융감독청(FCA)을 참견자가 아니라 조력자로 생각한다”며 “공무원들이 이곳으로 출근하다시피 찾아와 기업들과 소통하고 애로점을 해결해준다”고 말했다. 정부와 스타트업의 협업 속에 지난해 영국에선 핀테크 관련 일자리만 15만 개가 생겼다. 최근 유니콘으로 올라선 싱가포르의 핀테크 기업 ‘엠닥’의 성공에도 자유로운 규제 환경이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가격을 세계 각국 화폐가치로 실시간 계산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자상거래와 외환거래가 결합된 이 서비스는 현재 중국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에 쓰이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인 통화청(MAS)은 2015년부터 엠닥 같은 핀테크 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은 알리바바와 함께 엠닥에 1억1800만 싱가포르달러(약 1000억 원)를 투자했다. 토머스 강 엠닥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재무장관이 직접 스타트업 기업을 챙긴다. 정부에 사업 관련 문의를 하면 무조건 2시간 내에 회신이 온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세제 혜택으로 핀테크 투자를 유도한다. 호주 핀테크 기업 육성 허브인 스톤앤드초크의 마리앤 럼퍼탱 책임자는 “핀테크 기업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 가운데 20만 호주달러(약 1억6000만 원)까지는 세금을 20% 공제해준다”고 전했다.○ 규제 막혀 제자리걸음하는 한국 핀테크 기업 해외에선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까지 나오고 있지만 한국 핀테크 기업들은 척박한 규제 환경에 막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가 한국에서 창업을 했다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고 사업을 접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세계무대에서 한국 핀테크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사 KPMG가 10월 발표한 ‘세계 50대 핀테크 리딩기업’ 가운데 국내에선 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28위)가 유일하다. 그나마 비바리퍼블리카를 두고도 업계에선 “더 클 수 있는데 나라를 잘못 만났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근 이 회사는 1년 넘게 공들여 은행권에서 대출이자가 가장 싼 상품을 찾아 고객에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대출모집인은 1개의 금융사 상품만 중개해줄 수 있다’는 규제에 막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촘촘한 규제를 뚫고 상품을 내놔도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에 발목이 잡히기 일쑤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함께 설립한 핀테크 벤처기업 ‘핀크’는 연초 금융권 최저 수준의 송금, 대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국의 소극적 태도와 늑장 대응으로 출시에 9개월이나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핀크는 그나마 대기업 합작사라 버텼지 다른 업체였다면 진작 문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 핀테크 기업들도 혀를 내두른다. 엠닥의 강 본부장은 “규제도 문제지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각 부처마다 입장이 다른 게 커다란 장벽이었다”며 “한국 대형 금융사들도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제휴,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해외에서는 금융 신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도 관치와 규제를 허물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성모 mo@donga.com·김재영 기자 ▼ “10파운드로 핀테크 창업… 정부 지원 덕분” ▼英 핀테크 기업 관계자들“대형 금융사 고객정보 공유 등 정부 창업-투자 장려정책 큰 힘”“저도 10파운드(약 1만5000원) 손에 쥐고 회사 차렸습니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만난 핀테크 기업 ‘핀테크파워50’의 마크 워커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진 돈이 없어도 창업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워커 대표는 유망한 핀테크 기업들을 선정해 이들끼리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회사를 지난해 세웠다. 스타트업의 성장기를 보고서로 만들어 대형 금융사의 투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는 “런던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유망한 핀테크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고 강조했다. 워커 대표의 사무실에 모인 ‘핀테크 새내기’ 대표들도 창업에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라고 입을 모았다. ‘유니제스트’의 피터 마일스 대표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고객의 삶을 변화시킨 기업은 대부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제스트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계좌를 만들어주고 체크카드 같은 금융상품을 발급하는 서비스를 한다. 이들은 핀테크 창업을 독려하는 정부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일스 대표는 “영국 정부는 창업을 열성적으로 독려한다”며 “일반인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했다가 자칫 기업이 망해 손해를 봐도 정부가 투자금의 75%까지 세제 혜택으로 돌려준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회사 ‘큐브’의 로버트 쿡 대표는 “대형 은행 등 금융사의 고객 정보를 핀테크 기업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했다”며 “이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영국 핀테크 전문매체 ‘핀테크타임스’의 매슈 도브 기자도 정부가 ‘경쟁의 장’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핀테크 서비스가 쏟아지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고 스타트업들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며 “초반에 이런 흐름에 저항하던 대형 금융사들도 시냇물 하나하나를 다 막을 순 없다는 걸 깨닫고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런던=김성모 기자 mo@donga.com ●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 BIS, 이주열 총재 한국인 첫 이사 선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세계 중앙은행들의 협력체인 국제결제은행(BIS) 이사로 선출됐다. 국내 중앙은행 총재가 BIS 이사로 선출된 것은 1997년 BIS에 정식 가입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이 총재가 11일(현지 시간) 스위스 바젤 BIS 본부에서 열린 정례 BIS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로 선출됐다고 13일 밝혔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간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점과 이 총재가 그동안 BIS의 주요 현안 논의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BIS는 1930년 설립된 가장 오래된 국제기구다. 주요 60개국 중앙은행이 회원이어서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 간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는 BIS의 전략과 정책 방향 등을 결정하고 집행부 업무를 감독하는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 기구다. 특정 국가 또는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이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한은 관계자는 “의제 설정자로서 국제금융 현안에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이 강화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금융영토 넓혀 세계 1~4위 휩쓸어… 글로벌시장 호령하는 中

    《 한국 금융엔 ‘삼성전자’가 없다. 경제 규모 12위의 강국이지만 세계 50대 은행에 국내 금융사 1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정부의 규제와 무관심, 금융사들의 보신주의 속에 한국 금융은 성장을 멈췄다. 국내에선 골목대장 노릇을 하지만 세계 무대에선 구멍가게 수준이라 굵직한 프로젝트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반면 세계 각국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금융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국도 ‘금융의 삼성전자’를 키우겠다는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 》  “유럽 최대 은행인 스페인 산탄데르의 시가총액이 미국 JP모건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범유럽 차원의 대형 은행’이 필요하다.” 올해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 춘계회의에 참석한 유럽연합(EU) 주요 은행장들의 화두는 ‘은행 대형화’였다. 이들은 미국 은행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져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유럽에선 은행들의 합병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은 자국 기업을 세계 시장에서 지원할 튼튼한 은행이 필요하다며 1, 2위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와 스탠다드차타드,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의 합병설도 나오고 있다.○ 금융영토 넓혀라…대형화 속도 내는 해외 은행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 시장에서 아웅다웅하며 이자 수익에 안주하는 한국 금융사들과 달리 세계 각국의 주요 은행은 적극적인 M&A와 해외 진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 창출 능력을 키우고 중복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해외 사업을 축소한 공백을 틈타 중국, 일본 은행들은 꾸준히 금융영토를 넓히며 덩치를 키웠다. 중국은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7월 발표한 ‘세계 100대 은행’에서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4곳이 1∼4위를 휩쓸었다. 규모를 키운 이 은행들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 정책에 따라 아시아를 넘어 유럽, 아프리카까지 공략하고 있다. 단순한 몸집 불리기에 그치지 않고 투자은행(IB), 자산관리, 무역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가며 월가를 위협할 정도다. 일본의 ‘3대 메가뱅크’는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쓰비시도쿄UFJ금융그룹(MUFG)은 2008년 미국 유니언뱅크, 2013년 태국 아유디야은행, 지난해 인도네시아 다나몬은행 등을 사들이며 해외 수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IB들 ‘월가의 구글’ 선언 세계 금융투자업계를 선도하는 미국 IB들은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몸집을 키워 왔다. 최근에는 스스로를 ‘금융회사가 아닌 정보기술(IT) 회사’라고 자처하며 ‘월가의 구글’로 변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제너럴일렉트릭(GE)의 온라인은행 부문을 인수하는 등 최근 5년 새 150여 개 IT 회사를 인수했다. JP모건 역시 지난해 미국 온라인 결제서비스 ‘위페이’를 인수하며 핀테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올해 IT 분야에만 108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자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장기 비전과 철학을 펼칠 수 있는 것도 미국 초대형 IB의 혁신 동력으로 꼽힌다. 2005년 CEO에 오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올해 초 임기를 5년 연장했다. 국내 금융사 CEO 임기가 평균 2, 3년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형화-질적 성장 동시 추구” 해외 금융사들이 대형화만 추구하며 마구잡이 확장에 나선 것은 아니다. 주요 금융사들은 장점에 집중해 특화 영역을 육성하고, 장기적 안목의 해외 진출을 통해 규모와 효율성을 함께 키우고 있다. 2013년 미국에 진출한 스페인 산탄데르는 스페인계 외에도 미국 백인 중산층 고객을 공략해 입지를 넓혔다. 올해 6월 말 현재 지점 600곳, 자산 745억 달러, 고객 2100만 명을 보유한 미국 소매금융의 강자로 부상했다. 산탄데르도 1990년대 이후 100건이 넘는 M&A를 통해 성장했지만 개인 소매금융에 집중하고 중남미 시장에서 역량을 쌓은 뒤 선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호주 맥쿼리그룹은 인프라 투자라는 틈새시장에 역량을 집중해 세계 일류 금융사의 반열에 진입했다. 최근엔 신재생에너지까지 투자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영국 정부 산하 녹색투자은행(GIB)을 인수한 뒤 아시아 지역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뛰어들었다. 맥쿼리 인프라펀드 규모는 2001년 말 40억 달러에서 올해 3월 말 119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글로벌 금융사들은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 금융도 이런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김성모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일단 해봐라” 알리페이 열어준 中… 간편결제 작년 1경5800조원

    “목욕물만 버려야지 아기까지 버려선 안 된다.” 지난해 10월 로레타 메스터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금융규제를 이같이 비유했다. 시스템 위기를 막기 위해 금융규제가 필요하지만 혁신까지 막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되던 금융규제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세계 각국은 금융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주고 있다. 한국 금융이 시대에 뒤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에 꽁꽁 묶여 있는 동안 세계 금융산업은 규제 빗장을 풀고 훨훨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일단 해봐라”… 신산업 놀이터 열어줘 세계 주요국은 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산업의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영국이다. 2014년 런던을 ‘글로벌 핀테크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세계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 없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마음껏 혁신적인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규제 샌드박스에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심사를 거쳐 시범사업, 임시허가 같은 방식으로 각종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준다. 테스트가 끝나면 성과를 평가해 상용화 여부를 결정한다. 영국은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네 차례에 걸쳐 89개 기업을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해외 송금과 주식 발행 서비스, 소비자의 운전 습관을 모니터링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애플리케이션 등이 이를 통해 현실화됐다. 영국의 성공을 확인한 싱가포르, 호주, 스위스 등 20여 개국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고 ‘글로벌 샌드박스’를 구축하는 국제 공조도 시작됐다.○ 꼴찌에서 1등 만든 중국의 ‘네거티브 규제’ 금융 환경이 낙후됐던 중국은 모바일로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의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 규모는 거래금액 기준으로 2016년 58조8000억 위안(약 9400조 원)에서 지난해 98조7000억 위안(약 1경5800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중국이 핀테크 강국으로 떠오른 데는 ‘네거티브 규제’ 정책의 영향이 컸다. 네거티브 규제는 기존 법으로 규율하기 힘든 새로운 서비스는 일단 모두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는 방식이다. 2004년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개발한 알리바바그룹은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정부가 은행이 독점하는 지급결제 시장의 개방을 허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조차 감옥에 갈 각오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낙후된 금융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생각으로 신산업의 등장을 내버려뒀다. 알리페이를 남부지역에 시범적으로 허용했다가 성과가 나타나자 바로 전국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해줬다. 아울러 시장 진입 규제를 풀어 비(非)금융사가 금융산업에 진출해 혁신을 주도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유연한 규제 환경 속에서 알리바바는 대출 중개, 신용평가, 온라인펀드·보험 등으로 빠른 속도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은산분리 한국선 논란, 세계는 이미 사문화 한국에서 “재벌이 금융을 사금고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온갖 조건을 달아 간신히 인터넷은행에 한해 예외를 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규제도 해외에선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다. 일본은 2005년 은산분리 규제를 과감히 풀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IT, 유통, 통신, 전자 등 다양한 대기업이 뛰어들어 최근 6년간 일본 인터넷은행 산업은 2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중국도 대기업의 은행 소유 제한이 아예 없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촉진해 기존 은행들과 경쟁하도록 했다. 알리페이를 만든 알리바바, 중국 최대 모바일 기업 텐센트와 인터넷 기업 바이두,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다. 유럽도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대기업은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원칙적으로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하와이 콜로라도 인디애나주(州) 등에선 대기업이 은행을 100% 소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는 “규제를 아예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유연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강하게 규제하되 전문 영역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느슨하게 규제하는 미국식 규제 철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김성모 기자}

    • 2018-1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규제 짓눌려, 금융일자리 年2만개 사라진다

    “홍콩, 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겠다.” 2003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이런 포부를 담은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이 꿈은 옛 추억의 그림자가 됐다. 외국 금융사를 유치하기는커녕 최근 4년간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등 8곳이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줄였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9월 발표한 ‘세계 금융 중심지’ 순위에서 서울은 33위로 6개월 만에 6계단 하락했다. 세계 각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족쇄 안에 가뒀던 금융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한 핀테크의 급부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세계 유수의 기업과 스타트업이 맞붙는 격전장이 됐다. 하지만 국내 금융산업은 여전히 관치와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뒷걸음질치고 있다. 소비자 보호는 강화하면서도 혁신의 물꼬를 열어주는 합리적 규제가 요구되지만 정치권과 당국은 금융규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정부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인사에 개입하는 관행도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선 금융산업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이명박 정부의 ‘메가뱅크’,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등 역대 정부는 성과와는 별개로 금융업 육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금융을 산업화하기보다는 규제의 대상이나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금융 홀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비판을 피할 순 없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보다는 관치와 규제에 순응해 손쉬운 돈벌이에만 안주하고 있다. 평균 임기가 2, 3년에 그치는 CEO들은 장기 전략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금융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은 줄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50%에서 지난해 4.96%로 떨어졌다. 금융업 취업자도 2013년 87만5000명에서 지난해 79만1000명으로 줄어 4년 새 일자리 8만4000개가 사라졌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은 국가 경제를 이끌 핵심 서비스 산업”이라며 “과도한 규제를 허물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조은아 기자}

    • 2018-1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금융이 성장-일자리 핵심산업”… 세계는 지금 금융허브 전쟁

    “도쿄(東京)를 다시 국제금융도시로 세계 속에 빛나게 하겠다.” 지난달 일본 도쿄도는 ‘국제금융도시 구상’의 일환으로 나카소 히로시(中曾宏) 전 일본은행 부총재를 도쿄의 ‘금융시장’으로 내정했다. 영국 금융특구 ‘시티오브런던’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도쿄도는 2020년까지 외국 금융사 40개를 유치한다는 목표로 해외 고급 인력의 체류 자격 완화, 금융특구 지정, 법인세 인하에 나섰다. 한때 미국,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금융 강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금융 입국’ 전략에 시동을 건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눈총 받으며 한동안 움츠렸던 금융산업이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규제 완화, 금융허브 조성, 금융 신산업 지원 등을 통해 금융업을 키우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산업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허브의 차세대 격전지 된 아시아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금융허브 경쟁이 치열하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세계 10대 금융도시’에 아시아에만 홍콩(3위) 싱가포르(4위) 상하이(5위) 도쿄(6위) 베이징(8위) 등 5곳이 몰려 있다. 중국은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핵심 방안으로 금융을 육성하고 있다. 국유은행들을 세계 1∼4위의 초대형 은행으로 키워낸 중국은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 기존 금융허브에 이어 선전(深圳)을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낙후된 금융 인프라를 일시에 해소하기 위해 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중국에선 “거지도 알리페이로 구걸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바일 금융이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금융 자유화, 낮은 세금, 무역항의 입지 등을 앞세운 싱가포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동남아 경제 성장의 순풍을 타고 글로벌 허브로 위상을 높였다. 2015년부터는 저성장을 타개할 신성장동력으로 핀테크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혁신 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 파이낸셜 센터’를 구축해 아시아 금융허브 수성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 금융수도 경쟁 치열 유럽에선 런던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잠시 주춤한 사이 주도권을 뺏어 오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프랑스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출신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선봉에 섰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파리를 유럽의 금융수도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금융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금융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세를 폐지하는 등 금융 규제를 완화했다. 올 초엔 ‘파리를 선택하라’는 주제로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2021년까지 파리 서부 외곽인 라데팡스 지역에 초고층 건물 7개를 지어 새로운 금융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독일은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금융허브를 선점하기 위해 노동법까지 고치고 있다. 해고를 어렵게 하는 독일 노동법에서 금융회사를 제외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금융위기 이후 특유의 ‘은행 비밀주의’가 위태로워진 스위스는 가상통화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스위스 정부가 2013년부터 추크시에 조성한 ‘크립토밸리’(가상통화 도시)에는 130개국에서 온 170여 개의 블록체인 기업이 입주했다. 인구(3만 명)보다 일자리(4만 개)가 더 많은 도시가 된 것이다. ○ “금융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전략산업” 세계 각국이 이처럼 나선 것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금융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의 부활에도 금융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미국은 10년 만에 1위에 올랐다. WEF는 “활력 있는 기업 문화, 경쟁적 노동 시장과 더불어 선진적인 금융 시스템이 미국의 혁신 생태계를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금융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특히 IT와 금융이 융합한 기술 혁신에 따라 핀테크, 빅데이터 등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프랑스 총리실은 금융업에서 직접 창출되는 일자리만 80만 개이고, 금융 일자리 1개마다 회계, 법무, IT 서비스 등 간접 일자리가 3개씩 더 만들어진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마이넬리 지옌그룹 회장은 “15년 전만 해도 런던, 뉴욕만 들여다봤지만 지금은 100여 개 도시를 지켜봐야 할 정도로 금융 중심지 경쟁이 치열하다”며 “세계 각국에서 금융 신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 ▼ 관치 길들여진 ‘가두리 한국’, 세계 50대銀에 1곳도 이름 못올려 ▼ “새 정부에서 금융이 소외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이한주 경제1분과위원장은 지난해 5월 이런 해명을 내놨다. 청와대 직제개편으로 경제금융비서관이 경제정책비서관으로 바뀌며 ‘금융’이 사라진 데다 새 정부 경제팀이 진용을 갖추는 동안 금융위원장 인선만 미뤄진 여파였다. 업계는 물론이고 당국에서도 “금융은 뒷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올해 5월 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가계소득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소집한 경제부처 장관회의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초대받지 못한 것이다. 진보 색채가 뚜렷한 강성 정치인인 김기식 전 의원을 금융감독원장에 앉힌 것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 정부가 금융을 복지 강화나 적폐 청산을 위한 수단 정도로 본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 이어 올 7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도 ‘금융 홀대론’에 대해 해명을 해야 했다. 세계 주요국이 ‘금융 허브’ 슬로건을 내걸고 앞다퉈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동안 홀대론이 끊이지 않는 한국의 금융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금융업은 경제의 ‘혈맥’이자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핵심 서비스 산업이지만 현 정부에선 금융을 키우겠다는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퇴보하는 한국 금융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달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금융의 경쟁력은 140개국 중 19위였다.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오명은 벗었지만 한국의 전체 국가경쟁력 순위(15위)보다 4계단 낮았다. 글로벌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올해 발표한 ‘세계 50대 은행’에 국내 금융사는 1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런 성적표는 국내에만 갇혀 답보를 거듭하는 ‘가두리 양식’ 같은 한국 금융의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제조업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는 것과 딴판이다. 한국 금융업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96% 그쳤다. 이 비중은 2004년부터 12년 동안 5%대를 이어오다가 2016년부터 4%대로 쪼그라들었다. 금융업 취업자 수도 2013년(87만5000명) 정점을 찍은 뒤 5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체 취업자에서 금융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2%대(2.96%)로 떨어졌다.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한 비대면(非對面) 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금융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지 못한 탓이 크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내실은 뒷걸음질쳤다. 은행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과 이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올 상반기(1∼6월) 각각 0.7%, 8.9%였다.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던 2011년 상반기(각 1.2%, 14.3%)보다 못한 성적이다. ○ 금융 선진화, 정부부터 먼저 변해야 한국 금융을 취약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로 반(反)시장적이고 불합리한 규제가 꼽힌다. 정부가 금융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보지 않고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인식하면서 규제의 틀 안에 가둬둔 탓이다. 동아일보가 국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로 ‘규제 개혁’을 꼽은 응답이 75%(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CEO들은 겉으로 드러난 규제 못지않게 구두 개입, 행정지도처럼 ‘숨어 있는 규제’(응답률 55%)나 ‘가격 개입’(27%) 같은 정부의 통제가 금융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직접 카드 수수료가 아예 없는 간편결제 ‘제로페이’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2년 넘게 자동차 보험료를 동결했던 보험사들도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다가 “인하 요인도 있다”는 금융 당국자의 말에 눈치를 보고 있다. 신산업 발굴을 가로막는 ‘빗장 규제’도 문제로 꼽힌다. 금융회사가 신사업을 발굴해도 정부의 소극적 태도나 늑장 대응 때문에 좌절된 사례가 많다. 지난해 11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들은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거래 조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이유로 1년째 심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금융회사에 대한 인사 개입은 더 심해졌고 고질적 병폐인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권+마피아) 등의 낙하산 인사 관행도 바뀌지 않고 있다.○ 신뢰 없는 금융사에 미래도 없어 금융회사들도 한국 금융을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만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금융사들이 안정적인 담보대출에 의존해 ‘이자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16조76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담보가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가치를 보고 자금을 조달해주는 ‘생산적 금융’의 역할은 부족하다. 지난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은 70%를 넘어선다.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도 CEO 42%가 금융산업을 저해하는 금융회사의 문제로 ‘이자이익에 치중한 단순한 수익 구조’를 꼽았다. 이어 ‘장기 전략의 부재’(40%), ‘도전·혁신 문화 부족’(35%)을 지적했다. 지배구조가 취약해 로비와 정권 실세의 입김에 쉽게 흔들리는 금융사 CEO들은 장기 비전을 추구하는 대신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특히 올 들어선 은행 채용비리, 유령주식 배당 사고, 대출금리 조작 의혹 사태까지 이어지며 금융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금융업의 신뢰도 하락은 금융 소비자들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고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금융을 핵심 서비스 산업으로 키워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생길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불필요한 금융규제부터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재영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