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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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재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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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칼럼100%
  • 위기의 숙박-음식업, 고금리 대출로 버틴다

    숙박·음식점업 대출이 고금리인 제2금융권 위주로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금리마저 빠른 속도로 오르면 숙박·음식점업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이 커져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非)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숙박·음식점업 대출 잔액은 15조524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2% 증가했다. 3년 전인 2015년 6월 말(7조9705억 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로 늘었다. 숙박·음식점업의 비은행 대출은 2014년 3분기(7∼9월)부터 매 분기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2016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는 증가율이 30%를 웃돌았다. 이는 은행권 대출보다 훨씬 빠른 증가세다. 6월 말 현재 숙박·음식점업의 은행권 대출은 37조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0% 늘었다. 은행권 대출 증가율은 2016년 1분기(1∼3월)까지 두 자릿수를 보였다가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숙박·음식점업 대출이 제2금융권 중심으로 급증한 것은 출혈 경쟁과 내수 부진에 이어 최근 최저임금 급등까지 겹치면서 업황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출 수요는 늘었지만 은행권 대출 한도가 초과되거나 신용등급이 낮아진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내몰린 것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올해 3월부터 은행권 대출 심사 요건을 까다롭게 한 것도 한몫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향후 금리 상승을 감안하면 숙박·음식점업의 2금융권 대출은 위험도가 높은 대출”이라며 “자영업자 지원 대책은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경기 회복이라는 정공법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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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부문은 고성장 누리는데… 민간 ‘빅3’ 취업자 16만명 감소

    국내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공공 부문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무원, 공기업 등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공공 분야 일자리만 대폭 늘린 탓이다. 이와 달리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직격탄을 맞아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 민간 ‘3대 업종’의 일자리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취약계층이 몰려 있는 단순노무 종사자도 사상 최대 폭으로 줄었다. 소득주도성장 등 분배에 치우친 정책이 오히려 공공과 민간 부문의 경제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부문 성장률, 금융위기 이후 최고 18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공공행정 및 국방’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성장했다.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4분기(4.0%)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대를 유지했던 이 분야의 성장률은 올해 1분기 3.3%, 2분기 3.5% 등으로 3%대를 넘어 갈수록 뛰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공공 부문 성장세만 두드러진 것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일자리가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에만 공무원은 1만4145명 늘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도 공무원 3만6000명을 증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2만8000명 채용 계획을 세웠던 공공기관 일자리는 상반기에만 1만5347명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공공행정·국방·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등 공공 부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7000명 급증했다. 3년 전인 2015년 1~10월 증가 폭(3만7000명)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민간 빅3 업종 일자리, 처음으로 줄어 이와 달리 민간 부문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4%를 웃돌았던 제조업 성장률은 올 들어 3%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도소매·숙박음식업 성장률도 올해 1분기 1.4%에서 3분기 1.2%로 하락했다. 민간 부문 일자리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의 취업자는 올 들어 10월까지 16만3700명 감소했다. 이 3개 업종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대표 ‘빅3’ 업종으로, 전체 취업자의 39%를 차지한다. 빅3 업종의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201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전체 고용 상황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10월 월평균 취업자 수는 268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69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평균 32만8000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70% 줄어든 것이다.○ 단순노무 일자리도 사상 최대 폭 감소 지난달 단순노무 종사자도 356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3000명 감소했다. 201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단순노무 종사자는 올해 4월 1만9000명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째 감소세다.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8월 5만 명, 9월 8만4000명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는 10만 명 선에 근접했다. 통계 분류상 단순노무는 건설현장의 ‘막노동’이나 주유, 음식배달 등 보조 업무 성격의 일을 의미한다. 서민들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서민의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로 공공 부문 일자리는 늘었지만 경기 악화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민간 일자리는 줄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를 풀고 특단의 부양책을 내놔야 민간 경기가 활성화되고 전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김재영 기자}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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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주하는 해외 ‘핀테크 유니콘’… 세계 50대기업중 한국 1곳뿐

    “하도 억울해서 창업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두 친구가 영국에서 온라인 해외송금 서비스업체 ‘트랜스퍼와이즈’를 창업한 이유는 단순했다.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던 한 명은 유로화로 월급을 받는데 영국 생활을 하려면 파운드화가 필요했다. 다른 친구는 파운드화로 월급을 받지만 에스토니아 은행의 대출금을 갚으려면 유로화로 환전해야 했다. 은행을 찾으면 꼬박꼬박 5% 안팎의 환전·송금 수수료를 내야 했고 해외로 돈을 보내는 데도 사나흘이나 걸렸다. 하지만 서로에게 돈을 보냈더니 문제가 한번에 해결됐다. ‘핀테크’란 말도 없던 2010년, 두 친구는 이 아이디어를 갖고 영국 금융당국을 찾았다. 은행의 독점 업무를 위협하는 파괴적 아이디어였지만 감독당국은 ‘좋은 생각’이라며 상용화 방법을 함께 찾았다. 벤처캐피털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2011년 문을 연 트랜스퍼와이즈는 현재 전 세계 400만 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최대 개인 간(P2P) 송금업체로 자리 잡았다.○ 정부와 금융이 함께 키우는 해외 ‘유니콘’ 세계 각국에서는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벤처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니콘의 뿔이 저절로 자라난 건 아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를 풀어주고 대형 금융사들도 적극적인 투자로 힘을 보태고 있다. 세계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에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를 도입한 영국은 금융당국도 혁신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기관 레벨39의 벤 브래빈 대표는 “기업들은 금융감독청(FCA)을 참견자가 아니라 조력자로 생각한다”며 “공무원들이 이곳으로 출근하다시피 찾아와 기업들과 소통하고 애로점을 해결해준다”고 말했다. 정부와 스타트업의 협업 속에 지난해 영국에선 핀테크 관련 일자리만 15만 개가 생겼다. 최근 유니콘으로 올라선 싱가포르의 핀테크 기업 ‘엠닥’의 성공에도 자유로운 규제 환경이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가격을 세계 각국 화폐가치로 실시간 계산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자상거래와 외환거래가 결합된 이 서비스는 현재 중국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에 쓰이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인 통화청(MAS)은 2015년부터 엠닥 같은 핀테크 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은 알리바바와 함께 엠닥에 1억1800만 싱가포르달러(약 1000억 원)를 투자했다. 토머스 강 엠닥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재무장관이 직접 스타트업 기업을 챙긴다. 정부에 사업 관련 문의를 하면 무조건 2시간 내에 회신이 온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세제 혜택으로 핀테크 투자를 유도한다. 호주 핀테크 기업 육성 허브인 스톤앤드초크의 마리앤 럼퍼탱 책임자는 “핀테크 기업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 가운데 20만 호주달러(약 1억6000만 원)까지는 세금을 20% 공제해준다”고 전했다.○ 규제 막혀 제자리걸음하는 한국 핀테크 기업 해외에선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까지 나오고 있지만 한국 핀테크 기업들은 척박한 규제 환경에 막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가 한국에서 창업을 했다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고 사업을 접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세계무대에서 한국 핀테크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사 KPMG가 10월 발표한 ‘세계 50대 핀테크 리딩기업’ 가운데 국내에선 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28위)가 유일하다. 그나마 비바리퍼블리카를 두고도 업계에선 “더 클 수 있는데 나라를 잘못 만났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근 이 회사는 1년 넘게 공들여 은행권에서 대출이자가 가장 싼 상품을 찾아 고객에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대출모집인은 1개의 금융사 상품만 중개해줄 수 있다’는 규제에 막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촘촘한 규제를 뚫고 상품을 내놔도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에 발목이 잡히기 일쑤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함께 설립한 핀테크 벤처기업 ‘핀크’는 연초 금융권 최저 수준의 송금, 대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국의 소극적 태도와 늑장 대응으로 출시에 9개월이나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핀크는 그나마 대기업 합작사라 버텼지 다른 업체였다면 진작 문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 핀테크 기업들도 혀를 내두른다. 엠닥의 강 본부장은 “규제도 문제지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각 부처마다 입장이 다른 게 커다란 장벽이었다”며 “한국 대형 금융사들도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제휴, 투자에 소극적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해외에서는 금융 신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도 관치와 규제를 허물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성모 mo@donga.com·김재영 기자 ▼ “10파운드로 핀테크 창업… 정부 지원 덕분” ▼英 핀테크 기업 관계자들“대형 금융사 고객정보 공유 등 정부 창업-투자 장려정책 큰 힘”“저도 10파운드(약 1만5000원) 손에 쥐고 회사 차렸습니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만난 핀테크 기업 ‘핀테크파워50’의 마크 워커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진 돈이 없어도 창업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워커 대표는 유망한 핀테크 기업들을 선정해 이들끼리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회사를 지난해 세웠다. 스타트업의 성장기를 보고서로 만들어 대형 금융사의 투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는 “런던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유망한 핀테크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고 강조했다. 워커 대표의 사무실에 모인 ‘핀테크 새내기’ 대표들도 창업에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라고 입을 모았다. ‘유니제스트’의 피터 마일스 대표는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고객의 삶을 변화시킨 기업은 대부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제스트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계좌를 만들어주고 체크카드 같은 금융상품을 발급하는 서비스를 한다. 이들은 핀테크 창업을 독려하는 정부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일스 대표는 “영국 정부는 창업을 열성적으로 독려한다”며 “일반인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했다가 자칫 기업이 망해 손해를 봐도 정부가 투자금의 75%까지 세제 혜택으로 돌려준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회사 ‘큐브’의 로버트 쿡 대표는 “대형 은행 등 금융사의 고객 정보를 핀테크 기업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했다”며 “이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영국 핀테크 전문매체 ‘핀테크타임스’의 매슈 도브 기자도 정부가 ‘경쟁의 장’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핀테크 서비스가 쏟아지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고 스타트업들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며 “초반에 이런 흐름에 저항하던 대형 금융사들도 시냇물 하나하나를 다 막을 순 없다는 걸 깨닫고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런던=김성모 기자 mo@donga.com ●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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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 BIS, 이주열 총재 한국인 첫 이사 선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세계 중앙은행들의 협력체인 국제결제은행(BIS) 이사로 선출됐다. 국내 중앙은행 총재가 BIS 이사로 선출된 것은 1997년 BIS에 정식 가입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이 총재가 11일(현지 시간) 스위스 바젤 BIS 본부에서 열린 정례 BIS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로 선출됐다고 13일 밝혔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간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점과 이 총재가 그동안 BIS의 주요 현안 논의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BIS는 1930년 설립된 가장 오래된 국제기구다. 주요 60개국 중앙은행이 회원이어서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 간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는 BIS의 전략과 정책 방향 등을 결정하고 집행부 업무를 감독하는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 기구다. 특정 국가 또는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이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한은 관계자는 “의제 설정자로서 국제금융 현안에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이 강화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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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영토 넓혀 세계 1~4위 휩쓸어… 글로벌시장 호령하는 中

    《 한국 금융엔 ‘삼성전자’가 없다. 경제 규모 12위의 강국이지만 세계 50대 은행에 국내 금융사 1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정부의 규제와 무관심, 금융사들의 보신주의 속에 한국 금융은 성장을 멈췄다. 국내에선 골목대장 노릇을 하지만 세계 무대에선 구멍가게 수준이라 굵직한 프로젝트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반면 세계 각국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금융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국도 ‘금융의 삼성전자’를 키우겠다는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 》  “유럽 최대 은행인 스페인 산탄데르의 시가총액이 미국 JP모건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범유럽 차원의 대형 은행’이 필요하다.” 올해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 춘계회의에 참석한 유럽연합(EU) 주요 은행장들의 화두는 ‘은행 대형화’였다. 이들은 미국 은행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져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유럽에선 은행들의 합병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은 자국 기업을 세계 시장에서 지원할 튼튼한 은행이 필요하다며 1, 2위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와 스탠다드차타드,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의 합병설도 나오고 있다.○ 금융영토 넓혀라…대형화 속도 내는 해외 은행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 시장에서 아웅다웅하며 이자 수익에 안주하는 한국 금융사들과 달리 세계 각국의 주요 은행은 적극적인 M&A와 해외 진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 창출 능력을 키우고 중복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해외 사업을 축소한 공백을 틈타 중국, 일본 은행들은 꾸준히 금융영토를 넓히며 덩치를 키웠다. 중국은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7월 발표한 ‘세계 100대 은행’에서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4곳이 1∼4위를 휩쓸었다. 규모를 키운 이 은행들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 정책에 따라 아시아를 넘어 유럽, 아프리카까지 공략하고 있다. 단순한 몸집 불리기에 그치지 않고 투자은행(IB), 자산관리, 무역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가며 월가를 위협할 정도다. 일본의 ‘3대 메가뱅크’는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쓰비시도쿄UFJ금융그룹(MUFG)은 2008년 미국 유니언뱅크, 2013년 태국 아유디야은행, 지난해 인도네시아 다나몬은행 등을 사들이며 해외 수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IB들 ‘월가의 구글’ 선언 세계 금융투자업계를 선도하는 미국 IB들은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몸집을 키워 왔다. 최근에는 스스로를 ‘금융회사가 아닌 정보기술(IT) 회사’라고 자처하며 ‘월가의 구글’로 변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제너럴일렉트릭(GE)의 온라인은행 부문을 인수하는 등 최근 5년 새 150여 개 IT 회사를 인수했다. JP모건 역시 지난해 미국 온라인 결제서비스 ‘위페이’를 인수하며 핀테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올해 IT 분야에만 108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자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장기 비전과 철학을 펼칠 수 있는 것도 미국 초대형 IB의 혁신 동력으로 꼽힌다. 2005년 CEO에 오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올해 초 임기를 5년 연장했다. 국내 금융사 CEO 임기가 평균 2, 3년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형화-질적 성장 동시 추구” 해외 금융사들이 대형화만 추구하며 마구잡이 확장에 나선 것은 아니다. 주요 금융사들은 장점에 집중해 특화 영역을 육성하고, 장기적 안목의 해외 진출을 통해 규모와 효율성을 함께 키우고 있다. 2013년 미국에 진출한 스페인 산탄데르는 스페인계 외에도 미국 백인 중산층 고객을 공략해 입지를 넓혔다. 올해 6월 말 현재 지점 600곳, 자산 745억 달러, 고객 2100만 명을 보유한 미국 소매금융의 강자로 부상했다. 산탄데르도 1990년대 이후 100건이 넘는 M&A를 통해 성장했지만 개인 소매금융에 집중하고 중남미 시장에서 역량을 쌓은 뒤 선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호주 맥쿼리그룹은 인프라 투자라는 틈새시장에 역량을 집중해 세계 일류 금융사의 반열에 진입했다. 최근엔 신재생에너지까지 투자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영국 정부 산하 녹색투자은행(GIB)을 인수한 뒤 아시아 지역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뛰어들었다. 맥쿼리 인프라펀드 규모는 2001년 말 40억 달러에서 올해 3월 말 119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글로벌 금융사들은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 금융도 이런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김성모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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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해봐라” 알리페이 열어준 中… 간편결제 작년 1경5800조원

    “목욕물만 버려야지 아기까지 버려선 안 된다.” 지난해 10월 로레타 메스터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금융규제를 이같이 비유했다. 시스템 위기를 막기 위해 금융규제가 필요하지만 혁신까지 막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되던 금융규제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세계 각국은 금융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주고 있다. 한국 금융이 시대에 뒤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에 꽁꽁 묶여 있는 동안 세계 금융산업은 규제 빗장을 풀고 훨훨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일단 해봐라”… 신산업 놀이터 열어줘 세계 주요국은 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산업의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영국이다. 2014년 런던을 ‘글로벌 핀테크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세계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 없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마음껏 혁신적인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규제 샌드박스에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심사를 거쳐 시범사업, 임시허가 같은 방식으로 각종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준다. 테스트가 끝나면 성과를 평가해 상용화 여부를 결정한다. 영국은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네 차례에 걸쳐 89개 기업을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해외 송금과 주식 발행 서비스, 소비자의 운전 습관을 모니터링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애플리케이션 등이 이를 통해 현실화됐다. 영국의 성공을 확인한 싱가포르, 호주, 스위스 등 20여 개국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고 ‘글로벌 샌드박스’를 구축하는 국제 공조도 시작됐다.○ 꼴찌에서 1등 만든 중국의 ‘네거티브 규제’ 금융 환경이 낙후됐던 중국은 모바일로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의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 규모는 거래금액 기준으로 2016년 58조8000억 위안(약 9400조 원)에서 지난해 98조7000억 위안(약 1경5800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중국이 핀테크 강국으로 떠오른 데는 ‘네거티브 규제’ 정책의 영향이 컸다. 네거티브 규제는 기존 법으로 규율하기 힘든 새로운 서비스는 일단 모두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는 방식이다. 2004년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개발한 알리바바그룹은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정부가 은행이 독점하는 지급결제 시장의 개방을 허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조차 감옥에 갈 각오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낙후된 금융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생각으로 신산업의 등장을 내버려뒀다. 알리페이를 남부지역에 시범적으로 허용했다가 성과가 나타나자 바로 전국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해줬다. 아울러 시장 진입 규제를 풀어 비(非)금융사가 금융산업에 진출해 혁신을 주도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유연한 규제 환경 속에서 알리바바는 대출 중개, 신용평가, 온라인펀드·보험 등으로 빠른 속도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은산분리 한국선 논란, 세계는 이미 사문화 한국에서 “재벌이 금융을 사금고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온갖 조건을 달아 간신히 인터넷은행에 한해 예외를 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규제도 해외에선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다. 일본은 2005년 은산분리 규제를 과감히 풀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IT, 유통, 통신, 전자 등 다양한 대기업이 뛰어들어 최근 6년간 일본 인터넷은행 산업은 2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중국도 대기업의 은행 소유 제한이 아예 없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촉진해 기존 은행들과 경쟁하도록 했다. 알리페이를 만든 알리바바, 중국 최대 모바일 기업 텐센트와 인터넷 기업 바이두,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다. 유럽도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대기업은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원칙적으로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하와이 콜로라도 인디애나주(州) 등에선 대기업이 은행을 100% 소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는 “규제를 아예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유연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강하게 규제하되 전문 영역에 대해서는 시스템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느슨하게 규제하는 미국식 규제 철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김성모 기자}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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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 짓눌려, 금융일자리 年2만개 사라진다

    “홍콩, 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겠다.” 2003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이런 포부를 담은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이 꿈은 옛 추억의 그림자가 됐다. 외국 금융사를 유치하기는커녕 최근 4년간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등 8곳이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줄였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9월 발표한 ‘세계 금융 중심지’ 순위에서 서울은 33위로 6개월 만에 6계단 하락했다. 세계 각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족쇄 안에 가뒀던 금융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한 핀테크의 급부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세계 유수의 기업과 스타트업이 맞붙는 격전장이 됐다. 하지만 국내 금융산업은 여전히 관치와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뒷걸음질치고 있다. 소비자 보호는 강화하면서도 혁신의 물꼬를 열어주는 합리적 규제가 요구되지만 정치권과 당국은 금융규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정부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인사에 개입하는 관행도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선 금융산업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이명박 정부의 ‘메가뱅크’,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등 역대 정부는 성과와는 별개로 금융업 육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금융을 산업화하기보다는 규제의 대상이나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금융 홀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비판을 피할 순 없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보다는 관치와 규제에 순응해 손쉬운 돈벌이에만 안주하고 있다. 평균 임기가 2, 3년에 그치는 CEO들은 장기 전략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금융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은 줄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50%에서 지난해 4.96%로 떨어졌다. 금융업 취업자도 2013년 87만5000명에서 지난해 79만1000명으로 줄어 4년 새 일자리 8만4000개가 사라졌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은 국가 경제를 이끌 핵심 서비스 산업”이라며 “과도한 규제를 허물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조은아 기자}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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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이 성장-일자리 핵심산업”… 세계는 지금 금융허브 전쟁

    “도쿄(東京)를 다시 국제금융도시로 세계 속에 빛나게 하겠다.” 지난달 일본 도쿄도는 ‘국제금융도시 구상’의 일환으로 나카소 히로시(中曾宏) 전 일본은행 부총재를 도쿄의 ‘금융시장’으로 내정했다. 영국 금융특구 ‘시티오브런던’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도쿄도는 2020년까지 외국 금융사 40개를 유치한다는 목표로 해외 고급 인력의 체류 자격 완화, 금융특구 지정, 법인세 인하에 나섰다. 한때 미국,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금융 강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금융 입국’ 전략에 시동을 건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눈총 받으며 한동안 움츠렸던 금융산업이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규제 완화, 금융허브 조성, 금융 신산업 지원 등을 통해 금융업을 키우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산업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허브의 차세대 격전지 된 아시아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금융허브 경쟁이 치열하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세계 10대 금융도시’에 아시아에만 홍콩(3위) 싱가포르(4위) 상하이(5위) 도쿄(6위) 베이징(8위) 등 5곳이 몰려 있다. 중국은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핵심 방안으로 금융을 육성하고 있다. 국유은행들을 세계 1∼4위의 초대형 은행으로 키워낸 중국은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 기존 금융허브에 이어 선전(深圳)을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낙후된 금융 인프라를 일시에 해소하기 위해 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중국에선 “거지도 알리페이로 구걸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바일 금융이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금융 자유화, 낮은 세금, 무역항의 입지 등을 앞세운 싱가포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동남아 경제 성장의 순풍을 타고 글로벌 허브로 위상을 높였다. 2015년부터는 저성장을 타개할 신성장동력으로 핀테크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혁신 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 파이낸셜 센터’를 구축해 아시아 금융허브 수성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 금융수도 경쟁 치열 유럽에선 런던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잠시 주춤한 사이 주도권을 뺏어 오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프랑스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출신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선봉에 섰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파리를 유럽의 금융수도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금융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금융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세를 폐지하는 등 금융 규제를 완화했다. 올 초엔 ‘파리를 선택하라’는 주제로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2021년까지 파리 서부 외곽인 라데팡스 지역에 초고층 건물 7개를 지어 새로운 금융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독일은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금융허브를 선점하기 위해 노동법까지 고치고 있다. 해고를 어렵게 하는 독일 노동법에서 금융회사를 제외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금융위기 이후 특유의 ‘은행 비밀주의’가 위태로워진 스위스는 가상통화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스위스 정부가 2013년부터 추크시에 조성한 ‘크립토밸리’(가상통화 도시)에는 130개국에서 온 170여 개의 블록체인 기업이 입주했다. 인구(3만 명)보다 일자리(4만 개)가 더 많은 도시가 된 것이다. ○ “금융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전략산업” 세계 각국이 이처럼 나선 것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금융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의 부활에도 금융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미국은 10년 만에 1위에 올랐다. WEF는 “활력 있는 기업 문화, 경쟁적 노동 시장과 더불어 선진적인 금융 시스템이 미국의 혁신 생태계를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금융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특히 IT와 금융이 융합한 기술 혁신에 따라 핀테크, 빅데이터 등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프랑스 총리실은 금융업에서 직접 창출되는 일자리만 80만 개이고, 금융 일자리 1개마다 회계, 법무, IT 서비스 등 간접 일자리가 3개씩 더 만들어진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마이넬리 지옌그룹 회장은 “15년 전만 해도 런던, 뉴욕만 들여다봤지만 지금은 100여 개 도시를 지켜봐야 할 정도로 금융 중심지 경쟁이 치열하다”며 “세계 각국에서 금융 신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 ▼ 관치 길들여진 ‘가두리 한국’, 세계 50대銀에 1곳도 이름 못올려 ▼ “새 정부에서 금융이 소외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이한주 경제1분과위원장은 지난해 5월 이런 해명을 내놨다. 청와대 직제개편으로 경제금융비서관이 경제정책비서관으로 바뀌며 ‘금융’이 사라진 데다 새 정부 경제팀이 진용을 갖추는 동안 금융위원장 인선만 미뤄진 여파였다. 업계는 물론이고 당국에서도 “금융은 뒷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올해 5월 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가계소득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소집한 경제부처 장관회의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초대받지 못한 것이다. 진보 색채가 뚜렷한 강성 정치인인 김기식 전 의원을 금융감독원장에 앉힌 것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 정부가 금융을 복지 강화나 적폐 청산을 위한 수단 정도로 본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 이어 올 7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도 ‘금융 홀대론’에 대해 해명을 해야 했다. 세계 주요국이 ‘금융 허브’ 슬로건을 내걸고 앞다퉈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동안 홀대론이 끊이지 않는 한국의 금융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금융업은 경제의 ‘혈맥’이자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핵심 서비스 산업이지만 현 정부에선 금융을 키우겠다는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퇴보하는 한국 금융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달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금융의 경쟁력은 140개국 중 19위였다.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오명은 벗었지만 한국의 전체 국가경쟁력 순위(15위)보다 4계단 낮았다. 글로벌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올해 발표한 ‘세계 50대 은행’에 국내 금융사는 1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런 성적표는 국내에만 갇혀 답보를 거듭하는 ‘가두리 양식’ 같은 한국 금융의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제조업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는 것과 딴판이다. 한국 금융업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96% 그쳤다. 이 비중은 2004년부터 12년 동안 5%대를 이어오다가 2016년부터 4%대로 쪼그라들었다. 금융업 취업자 수도 2013년(87만5000명) 정점을 찍은 뒤 5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체 취업자에서 금융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2%대(2.96%)로 떨어졌다.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한 비대면(非對面) 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금융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지 못한 탓이 크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내실은 뒷걸음질쳤다. 은행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 보여주는 총자산이익률(ROA)과 이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올 상반기(1∼6월) 각각 0.7%, 8.9%였다.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던 2011년 상반기(각 1.2%, 14.3%)보다 못한 성적이다. ○ 금융 선진화, 정부부터 먼저 변해야 한국 금융을 취약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로 반(反)시장적이고 불합리한 규제가 꼽힌다. 정부가 금융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보지 않고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인식하면서 규제의 틀 안에 가둬둔 탓이다. 동아일보가 국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로 ‘규제 개혁’을 꼽은 응답이 75%(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CEO들은 겉으로 드러난 규제 못지않게 구두 개입, 행정지도처럼 ‘숨어 있는 규제’(응답률 55%)나 ‘가격 개입’(27%) 같은 정부의 통제가 금융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직접 카드 수수료가 아예 없는 간편결제 ‘제로페이’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2년 넘게 자동차 보험료를 동결했던 보험사들도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다가 “인하 요인도 있다”는 금융 당국자의 말에 눈치를 보고 있다. 신산업 발굴을 가로막는 ‘빗장 규제’도 문제로 꼽힌다. 금융회사가 신사업을 발굴해도 정부의 소극적 태도나 늑장 대응 때문에 좌절된 사례가 많다. 지난해 11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들은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거래 조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이유로 1년째 심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금융회사에 대한 인사 개입은 더 심해졌고 고질적 병폐인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권+마피아) 등의 낙하산 인사 관행도 바뀌지 않고 있다.○ 신뢰 없는 금융사에 미래도 없어 금융회사들도 한국 금융을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만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금융사들이 안정적인 담보대출에 의존해 ‘이자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16조76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담보가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가치를 보고 자금을 조달해주는 ‘생산적 금융’의 역할은 부족하다. 지난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은 70%를 넘어선다.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도 CEO 42%가 금융산업을 저해하는 금융회사의 문제로 ‘이자이익에 치중한 단순한 수익 구조’를 꼽았다. 이어 ‘장기 전략의 부재’(40%), ‘도전·혁신 문화 부족’(35%)을 지적했다. 지배구조가 취약해 로비와 정권 실세의 입김에 쉽게 흔들리는 금융사 CEO들은 장기 비전을 추구하는 대신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특히 올 들어선 은행 채용비리, 유령주식 배당 사고, 대출금리 조작 의혹 사태까지 이어지며 금융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금융업의 신뢰도 하락은 금융 소비자들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고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금융을 핵심 서비스 산업으로 키워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생길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불필요한 금융규제부터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재영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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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방 지뢰밭인데… 주저하다 경기하강기 금리 인상?

    한국의 통화정책이 중대기로에 섰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매파적 신호를 강하게 피력한 직후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밑돈 데다 국내 주식시장이 바닥없는 추락을 이어가는 등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다. 자칫 경기 하강이 뚜렷한 상황에서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 엇박자가 연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기보다는 경제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 둔화, 증시 급락…금리-경기 엇박자 우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 금리 역전, 경기 부진, 낮은 물가 등을 놓고 저울질하던 한은이 최근 들어 매파적 신호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물경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물경기에는 위기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각종 경기지표는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의 터널에 깊숙이 들어섰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에 그쳤다. 현 추세대로라면 18일 한은이 하향 조정한 성장률 2.7% 전망치도 달성하기 버겁다.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8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린 99.2로, 17개월째 하락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올 1∼9월 월평균 15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가까이 늘어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였다. 10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26일까지 13.48%, 코스닥지수는 19.36% 하락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미국 성장세 둔화 우려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을 주도한 소비와 정부지출이 앞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이제부터 ‘내리막’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업과 투자 부진이라는 대내 악재에 시달리는 한국으로선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대외 악재가 맞물린 ‘퍼펙트 스톰’에 직면한 셈이다.○ ‘예정된 금리 시나리오에 얽매이지 말라’ 금리는 적당한 때 올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이 적기인지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고용 부진, 투자 위축, 소비 침체로 내수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서도 자본의 엑소더스를 피할 수 없다. 당초 한은은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지만 1%대 초반에서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물가 때문에 인상 시기를 뒤로 미뤘다. 하지만 그 사이에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인상 시기를 잡기 어려워졌다. 한은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은은 뒤늦게 금리 인상의 D데이를 11월 30일로 잡았다. 정부의 금리 인상 요구에 맞서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10월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11월에 올리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가기보다는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 대내외 경제 환경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성장률 지표는 한국 경제가 사실상 경기 침체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금융 안정을 위한 한은의 금리 인상은 당위성을 갖기가 점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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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팎으로 시련… 한국경제 잇단 경고음, ‘+0.6%’ 저성장 쇼크

    건설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지며 3분기(7∼9월) 한국 경제성장률이 0.6%에 그쳤다. 성장률이 두 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물며 올해 연간 2.7%의 성장률 목표에 비상이 걸렸다. 임금 수준을 높여 내수를 키운다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GDP는 400조2346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0.6% 늘었다. 분기 GDP는 지난해 4분기 ―0.2%로 쪼그라든 뒤 올해 1분기에 1.0%로 반등했다가 2분기 0.6%로 주저앉은 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3분기 성장률은 2.0%로 3분기 기준으로는 2009년(0.9%) 이후 9년 만에 최저였다. 이처럼 성장이 정체된 것은 투자와 내수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3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6.4%로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3개월 만에 최저였다.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4.7%)도 부진했다. 반면 정부 소비는 3분기에 1.6% 증가했다.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정부 지출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셈이다. 주식시장은 사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나타내며 약세장에 접어들었다. 2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4.28포인트(1.63%) 하락한 2,063.30에 마감했다. 지난해 1월 10일(2,045.12) 이후 21개월 만의 최저치다. 외국인은 이날 3616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6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고, 개미들도 2800억 원 이상 투매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일본(―3.72%) 대만(―2.4) 홍콩(―1.01%) 등 주요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박성민 기자}

    •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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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투자 -6.4% 곤두박질… 20년만에 최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성장률을 높이는 원동력인 투자가 끝 모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민간 소비 증가율이 0%에 머물고 수출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힘들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기대하는 2.9% 성장은커녕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의 3분기(7∼9월) 경제성장률 속보치 발표를 앞두고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3분기에 0.8%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주일 전 한은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은 연 2.7%로 수정한 것을 감안한 보수적인 추정이었다. 하지만 실제 3분기 성적표는 직전 분기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2.0% 성장에 그쳐 당초 전망(2.3%)보다 0.3%포인트 낮았다. 경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셈이다. ‘성장률 쇼크’의 가장 큰 원인은 투자 부진이다.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4.7%, 전년 동기 대비 ―7.7%를 각각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로는 2013년 1분기(―12.3%) 이후 5년 반 만에 최저다. 시장에서도 설비투자 부진을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더 심각했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 투자도 추락하고 있다. 전 분기보다 6.4% 줄어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한은은 민간소비(0.6%)와 수출(3.9%)이 양호하다고 평가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6% 늘어 2분기 증가율(0.3%)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올 3분기에는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소비가 예년보다 개선될 수 있는 계절적 요인이 있었다. 그나마 경기를 홀로 떠받친 건 정부였다. 3분기 정부 소비는 2분기보다 1.6% 늘었다. 지난해 3분기보다는 4.7% 증가해 다른 부문들보다 높았다.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확대되는 등 재정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18일 한은이 하향 조정한 성장률 2.7% 전망치도 달성하기 버거운 분위기다. 이 전망치를 이루려면 4분기(10∼12월) 성장률이 0.82%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고 투자 부진이 계속되는 한 이 정도의 분기 실적을 내기는 쉽지 않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까지 낮추고 있다.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9%에서 2.6%로 내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4분기에는 재정 투입을 통해 성장률을 다소 끌어올릴 순 있겠지만 경제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는 이상 성장률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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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산물값-유가 급등에… 생산자물가지수 5년 만에 최고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국제유가도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5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5.78로 1개월 전보다 0.3% 올랐다. 이는 2013년 8월(105.81) 이후 최고치다. 전년 같은 달보다는 2.7% 올라 2016년 11월 이후 2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지수가 136.57로 한 달 전보다 1.5% 상승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였다. 농산물이 오름세를 주도해 토마토와 피망이 각각 전달보다 96.7%, 92.6% 올랐고, 상추와 건고추도 각각 76%, 14.9%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7, 8월 폭염 여파와 9월 초 폭우 등으로 일부 품목의 작황이 회복되지 못해 농산물 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공산품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 위주로 오르며 0.3% 상승했다. 경유(6.6%)와 휘발유(5.7%), 나프타(5.5%) 등 석탄 및 석유제품이 오름세를 주도했다.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전기료 누진세 인하 조치가 끝나면서 전력, 가스 및 수도요금은 1개월 전보다 1.5% 뛰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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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열 “금리인상 전향적 검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실물경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18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신중히’라는 문구를 삭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앞서 금통위는 그동안 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유지해 온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던 문구 가운데 ‘신중히’라는 표현을 뺐다. 이를 두고 금융시장에서는 다음 달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날 이 총재가 이를 공식화한 셈이다. 다만 그는 “(미중 무역전쟁 등) 여러 리스크 요인이 있는데 그걸 다 보고도 경기와 물가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전 발언이 시장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준 것이냐는 물음에 “여건만 된다면 금리 인상 쪽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에서 여야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독립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한은에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은 오히려 현 정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요구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는 정부의 압박에 따라 금리를 조정하는 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저부터도 금통위원의 판단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어떠한 압력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 여당의 금리인상 압박 발언에 대해서는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며 “아무리 소신 있게 결정해도 믿어줄까 하는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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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2.9% →2.7%… 올 성장률 점점 낮춰잡는 한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2.7%에 그칠 것이라고 한국은행이 전망했다. 이는 우리 경제가 과도한 물가 상승 없이 도달할 수 있는 성장 수준을 뜻하는 잠재성장률(2.8∼2.9%)에도 못 미치는 것이어서 한국 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18일 내놓은 ‘2018∼2019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내놓은 2.9%보다 0.2%포인트 낮은 2.7%로 수정했다. 한은은 4월만 해도 올 성장률이 3.0%에 이를 것이라고 봤지만 7월에 3%대 성장을 포기한 뒤 불과 3개월 만에 전망치를 다시 내렸다. 이 전망대로라면 올해 한국 경제는 2012년(2.3%)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나타내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가 2.9%, 세계 경제가 평균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한국 경제만 글로벌 성장 대열에서 이탈하는 모습이다. 이어 한은은 한국의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을 9만 명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초 전망(26만 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고용전망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취업자 수가 8만7000명 감소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부진한 것이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가게 됐다. 성장과 고용이 부진할 것으로 보면서 전망과 반대로 금리를 올리는 부담을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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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비투자 전망 마이너스 선회… 한은 ‘견실한 성장세’ 주장 접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8월 31일)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10월 18일·이상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한국 경제의 성적표에 대한 한국은행의 판단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결정문의 단골 메뉴였던 ‘견실한 성장세’라는 표현이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 잠재성장률 못 미치는 경제, 반 토막 난 고용 18일 한국은행이 ‘2018∼2019년 경제전망’을 통해 밝힌 올해 성장률 전망치(2.7%)는 한은이 추정해 온 2016∼2020년 잠재성장률(연 2.8∼2.9%)을 밑도는 수준이다. 내년에도 2.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의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한국경제가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 경제가 올해 2.9%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과 비교하면 우울한 성적표다. 경제 전망이 ‘잿빛’인 것은 무엇보다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올해 설비투자 상승률은 7월만 해도 1.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18일 ―0.3%로 떨어졌다. 건설투자 역시 조정 국면이 지속되면서 ―0.5%에서 ―2.3%로 마이너스 성장세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민간소비는 지난해 2.6% 성장에 이어 올해도 2.7%의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상품수출 성장률도 3.5%를 유지했다. 가장 비관적인 것은 고용 분야다. 1월만 해도 30만 명이던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치는 4월 26만 명에 이어 7월 18만 명으로 떨어지더니 이날 9만 명으로 급락했다. 내년 취업자 수도 16만 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역시 7월 전망(24만 명)보다 후퇴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 고용 부진은 점차 나아지겠지만 서비스업 고용은 도소매·숙박음식업, 인력파견업 등을 중심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 기준금리 인상 유력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 둔화를 전망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전망과 통화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서다. 9월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와 여당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곧바로 금리를 올리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일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발표한 통화정책 방향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 다음 달 금리인상 신호는 종전보다 분명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2.7%는 잠재 수준에 부합하는 성장세”라며 “대외 리스크 요인이 거시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금융 안정에 유념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가계부채와 자본유출 우려를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국내 경기를 감안할 때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가 확연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경우 상당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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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 뛰자… 수입물가 46개월만에 최고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수입물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9월 수입 물가지수는 90.69로 전달 보다 1.5%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보다는 9.7% 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수입 물가지수는 2014년 11월(91.23)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수입 물가는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달 소비자 물가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입 물가는 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계속 상승하다가 8월 0.2% 하락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올랐다. 고공 행진을 하던 국제유가가 8월 주춤하다 지난달 다시 상승한 영향이 컸다. 한국이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9월 평균 배럴당 77.23달러로 8월보다 6.5% 상승했다. 가공 단계별로 보면 원재료 수입 물가가 원유, 액화천연가스(LNG)를 중심으로 4.5% 올랐고 중간재는 0.3%, 소비재는 0.1% 각각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광산품 원재료인 원유(6.5%)와 LNG(6.1%), 중간재로 분류되는 나프타(5.3%), 부탄가스(6.7%), 자일렌(5.7%)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앞으로도 수입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달 들어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수입 물가는 두 달 뒤 최대 6.5% 상승하고, 소비자 물가는 5개월 뒤 최대 0.15%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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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 대출 40%는 부동산업… 5년새 70조 증가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업 관련 대출이 5년 만에 70조 원 이상 증가했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국내은행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말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잔액은 120조5000억 원으로 2013년 1분기(1∼3월)말보다 70조3000억 원(140.0%)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같은 기간 전체 자영업자 대출총액 증가율(70.6%)의 2배에 이르는 것이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1분기 28%에서 올해 2분기 40%로 크게 높아졌다. 김두관 의원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보다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 임대업 등에 대출이 집중돼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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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숙박 등 3개업종서만 31만명 줄어… 실업자 102만명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마치 자발적 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중환자실 환자를 연상케 한다. 민간 일자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공공 일자리와 고령층 일자리로 버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고용여건이 개선될 희망도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 없이 재정만 투입해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식으로는 고용참사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일자리로 연명…민간은 싸늘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한 것은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 일자리’였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1년 전보다 13만3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분야에서 2만7000명이 증가했다. 이들 분야는 지난달에도 취업자 수가 각각 14만4000명, 2만9000명 늘었다. 공공 일자리 증가분을 제외하면 이미 3월부터 취업자 수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세금과 기금(건강보험)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주로 공공근로, 돌봄·간병서비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정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과 올해 본예산 등을 통해 공공 일자리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돌봄서비스에만 1000억 원 이상을 배정했다. 반면 민간 부문 일자리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에서 13만 명, 도·소매업에서 10만 명, 숙박·음식점업에서 8만6000명 등 3개 업종에서만 31만6000명이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도 1년 전보다 4만2000명 줄었다. 6∼8월 3개월 연속으로 10만 명 이상 감소했던 것보다는 개선됐다. 하지만 고용환경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소비재 관련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서 추석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8월 폭염이 해소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일자리만 늘어…9개월째 ‘100만 실업자’ 한창 일할 나이인 30∼50대의 일자리는 줄고, 60대 이상 고령층이 그 자리를 메우는 추세가 확연하다. 경제활동의 핵심층인 30∼50대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내수경기 회복력을 떨어뜨릴 만한 요인이다. 고령층 일자리는 단순노무 형태의 일자리가 많아 고용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65세 이상 취업자는 15만 명 증가했다. 반면 경제활동인구(15∼64세) 취업자는 10만5000명 줄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허리인 30, 40대 취업자가 22만7000명 감소했다. 지난달 65세 이상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6%포인트 올라 지난해 9월부터 1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30∼50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40대의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4%포인트 떨어져 2월부터 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보였다. 7월부터는 50대가, 지난달에는 30대마저 고용률 하락행렬에 동참했다. 30대 고용률이 떨어진 것은 2015년 9월 이후 3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달 실업자는 102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2000명 증가했다. 실업자는 9개월 연속 100만 명을 웃돌았다.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 6월부터 2000년 3월까지 10개월 연속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3.6%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9월 기준으로는 2005년(3.6%)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는 구직단념자는 55만6000명으로 역대 최대 수치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하강, 기업 비용 증가,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이 고용 악화의 원인인데 앞으로도 쉽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이제라도 경제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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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국 금융위기 도미노… 코스피 연중최저치 추락

    아르헨티나에 이어 파키스탄까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신흥국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 치솟는 유가, 미중 무역전쟁 등 동시다발적 악재에 신흥국 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도 10일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로 마감하는 등 신흥국 위기의 태풍 속에 들어섰다.○ 달러·금리·유가 3중고 10일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사드 우마르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1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파키스탄의 구제금융 규모가 120억 달러(약 13조5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는 물가 안정을 위해 극약처방을 내놨다. 9일(현지 시간) 터키 정부는 주요 제조사와 유통업체들에 올해 말까지 제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10% 내리도록 요청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17.75%에서 24%로 6.25%포인트나 올렸지만 물가가 25% 가까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6월 페소화 가치 급락을 견디다 못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도 통화가치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신흥국이 동반 위기를 맞은 것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무역전쟁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금이 신흥시장을 빠져나가 달러 채권이나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맞선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유가마저 상승세를 보이면서 수입 단가가 크게 올라 고통을 더하고 있다. IMF는 9일 발표한 ‘세계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 마찰 심화 등으로 시장이 불안해지면 신흥시장(중국 제외)에서 연간 최대 1000억 달러(약 113조 원)가 빠져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먹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스피 연중 최저…반등 기미 안 보여 신흥국 시장의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도 크게 출렁거렸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7거래일째 동반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22포인트(1.12%) 하락한 2,228.6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5월 2일(2,219.67)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닥지수도 2.56% 급락한 747.50까지 떨어져 750 선이 붕괴됐다. 지난해 12월 21일(740.32) 이후 최저치다. 코스피 하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였다. 외국인은 이날 2303억 원어치를 비롯해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주식 1조5684억 원어치를 팔았다. 증시가 크게 부진했던 올 2월과 6월 한 달 동안의 순매도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이달 들어 기관도 262억 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기초체력이 튼튼하지만 전반적인 투자 심리 악화에 도미노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외 환경이 신흥국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조금만 오르거나 중국 증시가 조금만 꺾여도 외국인 매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설명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박성민 기자}

    •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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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銀 “신흥국 금융불안, 한국 확산 배제못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 미중 무역전쟁 등의 리스크 요인이 한꺼번에 터질 경우 터키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금융 불안이 한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국은행이 평가했다. 이승헌 한은 국제국장은 5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최근 신흥국 금융 불안이 다소 진정됐지만 재발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외화표시 부채 과다 국가 등 기초체력이 취약한 국가는 금융 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일부 신흥국의 거시경제 취약성이 부각되고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고물가에다 재정·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화부채에 과다하게 의존해 문제가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6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터키도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경계감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유가 상승 역시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신흥국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코스피는 8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1조5000억 원대의 순매도를 보였다. 하지만 당장 한국 경제가 금융 불안에 노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이 국장은 “여타 신흥국과 달리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대외부채 상환능력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취약 신흥국과의 상호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규모가 크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 금융기관들의 6월 말 기준 위험 노출액은 인도네시아 59억1000만 달러(약 6조6800억 원), 브라질과 터키가 각각 27억8000만 달러, 20억6000만 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이 국장은 “리스크 요인들이 중첩적으로 작용할 경우 신흥국 금융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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