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정양환 부장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3

추천

안녕하세요. 정양환 기자입니다.

ra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칼럼64%
인사일반13%
미국/북미7%
국제일반7%
국제경제3%
국제인물3%
여행3%
  • 한국보도사진전 21일 개막… 세종문화회관서 250점 선봬

    ‘제54회 한국보도사진전’이 21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주최하는 보도사진전은 1962년 제1회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개최돼 왔다. 올해 주제는 ‘하나 된 열정, 모두의 불꽃’. 시대와 역사의 현장을 지킨 보도사진 수백만 컷 가운데 11개 부문에 걸쳐 선정한 90여 점을 소개한다. 올해 대상은 이재문 세계일보 기자의 ‘올림머리 푼 박 전 대통령’이 수상했고, 전영한 동아일보 차장의 ‘흑인발레단이 선택한 유일한 동양인 이충훈’(사진)은 포트레이트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보도사진전 역대 수상작과 ‘미국 포토저널리즘 워크숍―American Life’ 사진 등 총 25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진다. 6000원. 02-733-9576∼7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3-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주를 기다려 만난, 내 안의 나무

    참 묘한 ‘사진’이다. 처음엔 그림으로 보였다. 사진이란 걸 안 뒤론 컴퓨터그래픽(CG)이겠거니 여겼다. 하지만 이게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로 찍은 작품이라니. 사진작가 이정록(47)의 개인전 ‘생명의 나무(Tree of life)―Decade’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013년)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제8회 갤러리나우작가상’ 선정 기념으로 열렸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갤러리나우’에서 만난 이 작가는 “신과 인간이 교통(交通)하는 장소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작품은 지난해 영국 필립스옥션에서 2만2500파운드(약 3360만 원)란 고가에 팔릴 만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이 담긴 걸까. 그게 뭔지는 각자 몫이겠지만.―이런 사진은 어떻게 찍는 건가. “말로 설명하긴 다소 복잡하다. 일단 원하는 구도를 찾고 대상을 설치하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 촬영도 장시간 노출하며 수없이 촬영을 반복한다. 라이트 페인팅(light painting) 기법의 일종인데, 장시간 빛을 발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순간 광(光)’을 쓴다. 한 작품 완성에 최소 2주가 걸린다. 한라산에서 작업할 땐 6주가 걸렸다.”―무척 고된 작업이겠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작가로선 너무 즐거운 시간이다. 예술사진은 실상의 재현이 아니라 내면의 표현이라고 본다. 심장 어딘가를 관통하는 찰나를 끄집어낼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나. 난 억지로 만들기보단 기다리는 편이다. 에너지가 뿜어내는 순간을 잡으면 작업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나무라는 개체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자연은 언제나 내가 작품을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특히 나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한 존재 아닌가. 계기는 2007년 전남 고흥이었다. 뿌연 안개 아래 넓은 들판에 홀로 선 고목을 마주한 순간 찌릿하고 전기가 통했다. 나무 주위로 퍼지는 아우라가 보였다고나 할까. 나무를 숭배한 옛 선조들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그걸 표현해 나가는 작업이 10년이 흘렀다.” ―나무 주변으로 ‘나비’가 날아다니는 작품도 많다. “역시 신화적 풍경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 평범한 장소(place)가 중립적인 무균질의 공간(space)으로 바뀌는 지점에 어울리는 매개체다. 나비는 역사, 종교적으로도 메타포가 강하다. 탄생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메신저로 읽히기도 하고. ‘navi’는 히브리어로 선지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엔 어떤 작품을 찍고 있나. “5·18민주화운동 당시 만행을 저지른 505부대를 아는가. 최근 광주에 그들이 고문을 자행했던 지하실에 다녀왔다. 온몸이 떨렸지만 번뜩 뭔가 들어오더라. 신과의 교통은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다. 몇 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을 다녀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인류의 아픔도 신화적 교감이란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싶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나우. 02-725-293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3-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CG 아닌 ‘필카’로 찍었다고?…이정록 사진작가의 ‘생명의 나무’

    참 묘한 ‘사진’이다. 처음엔 그림으로 보였다. 사진이란 걸 안 뒤론 컴퓨터그래픽(CG)이겠거니 여겼다. 하지만 이게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로 찍은 작품이라니. 사진작가 이정록(47)의 개인전 ‘생명의 나무(Tree of life)-Decade’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013년)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제8회 갤러리나우작가상’ 선정 기념으로 열렸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갤러리나우’에서 만난 이 작가는 “신과 인간이 교통(交通)하는 장소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작품은 지난해 영국 필립스옥션에서 2만2500 파운드(약 3360만 원)란 고가에 팔릴 만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이 담겼기 걸까. 그게 뭔지는 각자 몫이겠지만. -이런 사진은 어떻게 찍는 건가. “말로 설명하긴 다소 복잡하다. 일단 원하는 구도를 찾고 대상을 설치하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 촬영도 장시간 노출하며 수없이 촬영을 반복한다. 라이트 페인팅(light painting) 기법의 일종인데, 장시간 빛을 발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순간 광(光)’을 쓴다. 한 작품 당 완성에 최소 2주가 걸린다. 한라산에서 작업할 땐 6주가 걸렸다.” -무척 고된 작업이겠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작가로선 너무 즐거운 시간이다. 예술사진은 실상의 재현이 아니라 내면의 표현이라고 본다. 심장 어딘가를 관통하는 찰나를 끄집어낼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나. 난 억지로 만들기보단 기다리는 편이다. 에너지가 뿜어내는 순간이 잡으면 작업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나무라는 개체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자연은 언제나 내가 작품을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특히 나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한 존재 아닌가. 계기는 2007년 전남 고흥이었다. 뿌연 안개 아래 넓은 들판에 홀로 선 고목을 마주한 순간 찌릿하고 전기가 통했다. 나무 주위로 퍼지는 아우라가 보였다고나 할까. 나무를 숭배한 옛 선조들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그걸 표현해나가는 작업이 10년이 흘렀다.” -나무 주변으로 ‘나비’가 날아다니는 작품도 많다. “역시 신화적 풍경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 평범한 장소(place)가 중립적인 무균질의 공간(space)이 바뀌는 지점에 어울리는 매개체다. 나비는 역사, 종교적으로도 메타포가 강하다. 탄생과 죽음, 이상과 저승의 메신저로 읽히기도 하고. ‘navi’는 히브리어로 선지라라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엔 어떤 작품을 찍고 있나. “5·18민주화운동 당시 만행을 저지른 505부대를 아는가. 최근 광주에 그들이 고문을 자행했던 지하실에 다녀왔다. 온 몸이 떨렸지만 번뜩 뭔가 들어오더라. 신과의 교통은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다. 몇 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을 다녀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인류의 아픔도 신화적 교감이란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싶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나우. 02-725-293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3-19
    • 좋아요
    • 코멘트
  • 리처드 터틀 “시를 쓰듯 미술로 세상을 이어붙이는 중”

    “한국을 떠올리면 ‘투명한 노랑(transparent yellow)’이 생각납니다. 왜냐고요? 글쎄, 누군가를 바라보면 특유의 아우라가 보이듯 자연스러운 거라 설명하기 어렵네요. 중국 하면 ‘옅은 파랑(pale blue)’이 연상되는 거랑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이 양반, 심오하지만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 거라는 걸. 전시장 작품 아래 죽 이어진 노란 띠.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의 색’을 반영한 거란다. 대가들의 예술관은 참 가늠이 어렵다. 7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만난 리처드 터틀 작가(77)는 ‘현대의 화가 열전’ 같은 목록에서 꼭 등장하는 이다. ‘포스트미니멀리즘’의 선구자라 불리는데 “섬세한 물질성과 형태, 빛, 질감의 미묘한 표현이 특징”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여튼 대단한 미술가인데, 그는 이를 ‘시(poetry)’라고 표현했다. “21세 때부터 매일 시를 씁니다. 지금도 아침저녁으로 시를 짓죠. 시란 세상을 구성하는 조각들을 언어로 이어붙이는 작업입니다. 미술 역시 마찬가지예요. 우리 눈에 보이건 안 보이건, 때론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는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조합하는 겁니다. 인간의 오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의식과 감정을 발현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과 같죠.” 그런 그가 생애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뵈는 시(개인전)는 ‘나무에 대한 생각들’이다. 총 23점에 이르는 작품은 자그마한 액자 속에 접착제로 붙인 알록달록한 종이 조각들을 쭉 전시했다. 얼핏 유치원생의 마구잡이 놀이 같아 보이기도…. 침을 꿀꺽 삼키고 설명을 요청했다. “세상의 모든 재료는 쓰레기처럼 취급하면 쓰레기로 반응합니다. 미학적으로 접근하면 아름다운 재료로 표현되죠. 자세히 보면, 각기 다른 조명 아래 서로 다른 공간과 운율이 느껴질 거예요. 영감(inspiration)에서 영혼(soul)을 끄집어내는 순간을 캐치하는 게 중요합니다.” 문득 떠올랐다. 어쩌면 이런 얘기 몰라도 되는 거 아닐까. 잠깐 눈을 거슴츠레 뜨고 혼자만의 조명을 만들어봤다. 창가로 스며드는 빛, 그걸 타고 어른거리는 액자. 어쩌면 이게 작가가 그렇게 강조한 모순(contradiction)일지도. 맘속엔 이미 아름다움이 저장됐으니. 5월 12일까지. 070-7707-8787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3-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피란수도 부산서 꽃핀 근대미술… 시립미술관 개관 20년 특별전

    부산시립미술관(관장 김선희)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부산 근대미술의 발자취를 짚어보는 전시를 개최한다. 미술관은 16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본관에서 개관 20주년 특별전을 공개한다. 1부 ‘모던, 혼성 1928∼1938’은 일제강점기 부산 미술의 태동기를 짚어본다. 2부 ‘피란수도 부산―절망 속에 핀 꽃’은 6·25전쟁 전후에 임시수도로 문화적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시기를 조명한다. 1부는 시기가 시기인지라 일본인 화가와 부산을 무대로 활동한 한국 화가의 작품이 고루 섞였다. ‘부산미술전람회’를 이끌며 당시 부산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안도 요시시게(安藤義茂)의 작품도 40여 점을 전시한다. 임응구(1907∼1994) 우신출(1911∼1992) 등 당대 부산 화가의 예술세계도 소개한다. 2부는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박수근 등 피란 시절 부산에서 활동한 한국 근대미술 선구자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5월 25일부터는 부산 1세대 서양화가인 김종식(1918∼1988)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부산의 작고 화가, 김종식’전을 연다. 미술관 관계자는 “김종식은 대담한 필치와 강렬한 색채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으나 적절히 조명할 기회가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051-744-2602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3-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초심 잃지 말라고 박수근 선생께서 어깨 툭 쳐주신 기분”

    “굳이 정의하자면, 전 ‘달빛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태양 아래 사물을 조명하는 게 서구 미술이라면, 달빛은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감성을 드러냅니다. 동아시아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관조의 문화를 지녔죠. 눈이 아니라 육감으로 느끼는 빛이라고나 할까요.” 지난달 27일 경기 양평군 작업실에서 만난 이재삼 작가(58)는 예상과는 다른 미술가였다. 1990년대부터 목탄화에 천착해 왔기에 묵직한 분위기일 줄 알았건만. 편안한 후드티를 입은 모습은 활기찬 청년에 가까웠다. 마침 작업실 앞뜰을 뛰노는 산토끼 한 마리를 함께 지켜보고 있자니, 그 차갑던 겨울이 떠나가는 느낌이랄까. 이 작가 역시 “스티브 잡스의 ‘항상 열망하라, 항상 무모하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며 “여전히 공부하는 자세로 초심을 잃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고마운 일이지만, 더 옷깃을 여미고 겸손해지고 싶다. 그래도 한눈팔지 않고 창작에 매진했다고 격려받은 것 같다. 박수근 선생께서 ‘앞으로도 잘 버텨라’ 하시며 어깨를 툭 쳐주신 기분이랄까.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 바빠지지 말자’라고 여러 번 되뇌었다.” ―끝없이 정진하는 수도자 말투로 들린다. “하하, 닮은 점이 있다. 예술가 역시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열매’를 맺는 세월을 견뎌야 한다. 화가라고 왜 돈이 궁하지 않겠나. 대중 취향을 따라가고픈 유혹도 생긴다. 하지만 결국 답은 내 안에 있다. 지금껏 무엇을 향해 걸어왔는지 돌아보면 갈 길도 보인다. 자기만의 방식을 찾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 ―‘목탄화가’란 스타일을 30년 넘게 지켜왔다. “기왕이면 ‘숯의 화가’라고 불러주면 좋겠다. 서양 드로잉에 쓰는 목탄화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숯(목탄)은 흑연과 먹 등 다양한 재료를 연구해 다다른 결과물이었다. 자연 안료인 송진과 아교 등도 함께 쓰는데 자세한 건 기밀이다. 숯은 ‘나무를 태워서 숲을 환생시킨 영혼’ 아닌가. 일종의 환원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나무나 폭포, 물안개 등을 주로 그리는 이유와 이어지나. “그렇다. 난 ‘달빛’에 비친 풍광화(風光畵)를 그리는 사람이다. 햇빛의 시각적 명료함이나 원근감을 쫓지 않는다. 달빛이 품은 빛의 덩어리를 담는다. 동양화 서양화란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한국인 정체성이 새겨진 DNA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서양화 전공인데 전혀 다른 세계관을 펼친다. “쉽지 않았다. 30대 중반에 큰 변화를 겪었다. 이전까진 ‘그냥저냥’ 서구적 설치미술을 주로 했다. 하지만 내 옷이 아니었다. 불편하고 고통스러웠다. 이전 활동을 모두 접고 3년 이상 칩거하며 연구했다. 국수주의는 싫지만, 난 ‘한국 사람’이다.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하나 더, 책 읽고 설명해야 하는 미술이 싫었다. 보면 딱 아는 그림을 그리려 했다. 삶의 근원이란 그런 거 아니겠나.” ―요즘 문화계는 물론 세상이 ‘미투 운동’으로 시끄럽다. “누구에게 훈수 두는 성향이 아니라 조심스럽다. 다만 나무는 수백 년을 사는데, 인간은 겨우 100년 남짓 머물다 간다. 헛된 일로 그 짧은 시간을 망치지 않길 바란다. 작가는 이성과 감정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현실에 발 담고 있되, 자신의 영역에 몰입해야 한다. 돈과 욕망을 좇는다면 예술보다 쉬운 길이 훨씬 많다.”양평=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3-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계’에 선 작가 3인, 시대를 묻다

    미술 작품에 시대정신(zeitgeist)을 담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거창할 필요도 없다. 한 시대의 보편적인 정신이나 태도가 잘 배어 있는지가 관건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추구하지만 쉽지 않은 길. 특히 현대미술은 수용자 입장에서도 가늠이 어렵다. 하지만 현재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민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IMA Picks’에 참여한 작가 3인은 최소한 그 시대정신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건 자명해 보인다. 이문주(46) 김아영(39) 정윤석 씨(37)는 국내외 예술현장에서 10년 이상 활동하며 주목받아온 작가들. 회화와 설치미술, 영상미술 등 다소 이질적인 장르에서 작업을 해왔다. 굳이 이들을 묶은 전시를 개최한 이유가 뭘까. 조주현 일민미술관 학예실장은 ‘경계’를 공통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세 작가의 전시는 현대미술치곤 꽤 ‘친절하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소통방식이 명확하다고나 할까. 특히 2전시실에서 소개하는 이 작가의 전시 ‘모래산 건설’은 회화가 중심이라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동명 작품인 ‘모래산 건설’만 해도 그렇다. 크루즈 관광선 뒤로 펼쳐진 개발 현장. ‘4대강 사업’이 떠오르는 풍경이 어떤 경계를 얘기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걷는 사람’ 시리즈 등 다른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곳이 한반도 어디쯤이건 미국 보스턴과 독일 베를린이건, 재개발 혹은 철거 공간은 황량함이 가득하다. 미술관 측은 “작가는 화폭에 담은 장소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넘게 현장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회화가 다큐멘터리로서 지닐 수 있는 에너지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다큐멘터리라면 3전시실에서 마주한 정 작가의 ‘눈썹(Lash)’은 그 최대치를 보여주는 전시다. 특히 영상으로 담은 마네킹과 섹스돌(sexdoll·성 행위에 사용하는 인형) 공장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다. ‘19금 사회고발 TV 프로그램’이 주는 자극과 닮았다. 작가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드러내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묘하게도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왠지 서글퍼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다. 낯설고 괴기한 분위기에서 인형을 제작하는 노동자의 무미건조한 손길은 쉽게 잊히질 않는다. ‘눈썹’이란 전시 제목은 인형 작업의 마지막 단계인 속눈썹 부착에서 따왔다고 한다. 김 작가가 주제로 다룬 ‘이주(migration)’ 역시 시대를 관통하는 경계의 이슈다. 1전시실에 펼쳐진 개인전 ‘다공성 계곡’은 비교적 난해한 편이나, 극적 구성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페트라 제네트릭스라는 상상의 지하광물이 뜻하지 않게 이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며 벌어지는 얘기를 담았다. 자연과학에서 다공성(多孔性)은 내부에 많은 구멍을 가진 성질을 뜻하는데, 이야기 구조에서 논리적 허점을 일컫는 ‘플롯 홀’과 의미적으로 겹친다고 한다. 그런데 그 구멍이 오히려 작가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맛이 있다. 작가는 “사회정치적 이슈지만 예술은 어떤 책임감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시선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4월 29일까지. 학생 4000원, 성인 5000원. 02-2020-2083조윤경 yunique@donga.com·정양환 기자}

    • 2018-0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도깨비방망이 희망 나와라 뚝딱

    “금 나와라, 뚝딱!” 김성복 작가의 개인전 ‘도깨비의 꿈’은 금까진 몰라도 은은 튀어나올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도깨비방망이를 형상화한 작품 ‘금 나와라 뚝딱’(230×60×60cm)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 반짝반짝 은빛이 나니까. 순진한 감상이라 욕해도 할 수 없다. 이전부터 해태나 호랑이 등 한국 전통 소재를 해학적인 조각 작품으로 선보여 왔던 김 작가의 전시는 아이 손을 잡고 오면 더 좋을지도. 해태의 미소가 흐뭇한 ‘신화’나 도깨비방망이와 숟가락이 합쳐진 ‘꿈 수저’ 등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도와준다.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길 바란다”는 작가의 의도까진 몰라보면 또 어떤가. 원래 꿈이란 건 각자 꾸는 거 아니겠나. 전시 제목이기도 한 ‘도깨비의 꿈’은 메인이벤트로 짚어보자. 10cm 안팎의 나무 조각 1200여 개가 모여 있는데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다음 달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 02-736-4371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제3회 박수근미술상 이재삼 화가

    화가 이재삼 씨(58·사진)가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22일 선정됐다.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강원일보, 동대문미래창조재단,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을 기리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강원 영월 출신인 이 작가는 목탄 소재로 자연 풍경을 주로 그려 왔다. 시상식은 박 화백의 탄생일인 다음 달 15일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2-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목탄이 빚은 한국인 마음속 풍경

    “박수근 선생을 감히 평하자면, 인간을 통해 세상을 마음으로 보고 가슴으로 그린 화가라고 봅니다. 저는 자연과 풍경을 매개로 인간의 심연을 바라보려 애써 왔습니다. 박수근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봄을 맞은 매화 꽃망울이 드디어 터져 오르는 기분이 드네요.” 22일 경기 양평군 작업실에서 전화를 받은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인 이재삼 작가(58)는 살짝 촉촉한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캔버스만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온 화가들 치고 힘들고 흔들리지 않았던 이가 누가 있겠느냐”며 “박수근이란 거장의 이름이 새겨진 상을 받는다고 하니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며 ‘그간 잘 버텨 왔다’고 격려해 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강릉대 미술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나와 1980년대부터 꾸준히 활동해 왔다. 1983년 한국미술청년작가회의 청년미술대상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래 올해 강원 강릉시 강릉아트센터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강원 THE STORY’ 전시에 참가하는 등 쉼 없이 달려왔다. 1996년 스페인 한국현대미술작가전을 비롯해 미국 독일 스위스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많은 해외 미술계에도 소개돼 왔다.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회(위원장 윤범모)와 박수근미술관(관장 엄선미)이 주관하는 이 상에는 올해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과 박천남 성남아트센터 전시부장, 조은정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정영목 서울대미술관장, 이준희 월간미술 편집장,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가는 목탄이란 재료를 가지고 대나무와 폭포, 매화 등을 주요 소재로 채택해 독자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표현해 왔다”면서 “한국적 전통이 물씬한 박수근 화백을 기리는 미술상의 정체성에 잘 맞아떨어진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 관장은 또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양식을 구축해 온 작가”라며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그 자연물을 여과해 드러나는 예술적 집약성에 대한 추구가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박 부장은 “한국의 토속적인 미감과 질감을 삼투하며 질박한 감성에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박수근 화백의 생일인 다음 달 15일(음력 1월 28일) 오후 2시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작가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조각 상패가 주어진다. 2019년 5월 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수상 기념 개인전이 열린다. 박수근미술관에서도 2019년 5월 4일부터 9월 30일까지 이 작가의 개인전을 가질 계획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2-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변주의 미학, 본질을 꿰뚫다

    수묵화와 사진, 그리고 서양화. 최근 각각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대성(73) 정재규(68) 김현식 작가(53)의 전공 분야다. 얼핏 쉽사리 접점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세 미술가는 의외의 공통점을 지녔다. 사진이긴 한데 사진이 아니며, 수묵화라지만 현대미술 향취가 짙고, 서양화이건만 동양적 기법이 두드러진다. 강력한 KO펀치를 지닌 변칙복서라고나 할까. 미지의 변주를 선보이는데 오히려 본질을 꿰뚫는 세 작가의 작품을 살펴봤다.○ 찰나의 탈바꿈 정재규 개인전 ‘조형 사진―일어서는 빛’은 말로 풀기가 참 애매하다. 한눈에 봐도 근사하긴 한데, 그 함의를 건져내긴 쉽지 않다. 다만 조형 사진이란 사진을 포함한 기존 이미지를 해체해 재조립하는 걸 지칭하는 용어다. 정 작가의 작업 방식은 이렇다. 하나 또는 여러 이미지를 가늘고 길게 절단한다. 이를 가로 세로 ‘베틀이나 올을 짜듯’ 교차 배열한다. 이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이미지가 탄생하고 때로는 3차원 착시도 일어난다. 정 작가는 “마르셀 뒤샹(1887∼1968)이 작가의 개입을 통해 기성품을 미술품으로 바꿔놓았듯, 정보를 전달하는 사진을 조형적인 예술 언어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프랑스에 거주한 지 40년을 맞는 작가의 작품엔 조국을 향한 오마주도 물씬하다. ‘경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15년부터 항암치료를 받느라 쇠약해진 그지만, 작품을 설명하는 눈빛엔 20대 청년의 도전정신이 뜨거웠다.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갤러리. 02-720-1020○ 빛의 울림 김현식 작가의 작품도 참 오묘하다. 평면화인데 입체화 같다. 빛의 잔향이 선처럼 가득 차 있다. 해외에선 이를 두고 ‘작품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빛’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매우 고되다. 일단 투명한 에폭시 레진(열경화성 수지)을 바른다. 건조되는 레진에 선을 그어 홈을 낸 뒤 물감을 칠한다. 이를 닦으면 홈이 파인 부분에 물감만 남는다. 고려청자에 문양을 새기던 상감(象嵌) 기법을 구현한 셈. 김 작가는 “이런 과정을 7∼10번 되풀이한다”며 “한 작품에 최소 1개월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전시작품 46점에 펼쳐진 빛의 만찬은 배가 부를 정도. 전시 제목 ‘빛이 메아리친다’처럼 머나먼 우주에서 마주한 듯한 색감이 경이롭다.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 02-720-1524○ 이상향의 여백 소산(小山) 박대성의 개인전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는 제목이 전시 방향을 잘 드러낸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소산의 그림엔 큐비즘과 초현실주의, 미니멀리즘, 극사실주의 등이 담겼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적 수묵화지만, 서양 추상화나 정물화가 겹쳐 보인다. 하지만 작법과 별개로 박 작가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동양회화에서 추구하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의 공력이 엿보인다. 묘사 대상의 기질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최고 이상의 경지’를 일컫는다. 소산은 “내 일생을 다 보여주는 전시”라고 말했다.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02-736-102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0년전 ‘호돌이’ 추억속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올림픽 기념전: 화합과 전진’은 추억의 앨범을 열어보는 기분이 든다.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 기원 및 1988년 서울 올림픽 30주년 기념’이란 거창한 기획 의도는 잠시 꺼두셔도 좋다. 서울 올림픽을 목도했던 관람객이라면 그냥 즐기면 된다. 특히 당시 올림픽 미술감독이었던 서양화가 이만익(1938∼2012)의 판화를 소개한 2섹션이 그렇다. 한국의 설화를 자주 소재로 삼았던 그의 풍미가 올림픽, 특히 ‘호돌이’와 만나 정겹고도 흐뭇하다. 어린 자녀들이 같이 봐도 금상첨화. 그렇다고 1섹션은 그냥 넘기란 소린 아니다. 이탈리아 화가 산드로 키아(72)와 미국 팝 아티스트 짐 다인(83), 서양화가 남관(1911∼1990) 등 깜짝 놀랄 ‘빅 네임’들의 판화 작품을 선보인다. 실제로 1988년 올림픽 공식 예술 포스터 판화전시회는 미국 뉴욕 등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전시됐다고 한다. 로이 릭턴스타인(1923∼1997)이나 로버트 라우션버그(1925∼2008)도 참여했던 대단한 순회전이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판화와 드로잉 작품은 1, 2섹션 합쳐 37점. 시립미술관과 업무협약을 맺은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다음 달 18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02-2230-660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반갑다 팝아트” 거장 5인의 설 선물

    팝아트 거장 5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하이 팝(Hi, POP)―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전’이 설 연휴를 맞아 특별이벤트를 진행한다. 15∼18일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에게는 한 번 더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재입장권과 ‘키스 해링’ 하이팝 스티커를 선물한다. 또 가족 단위 고객은 현장에서 30% 할인도 해준다. ‘하이 팝…’은 로이 릭턴스타인과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로버트 라우션버그, 로버트 인디애나 등 팝아트 대표 작가의 작품 160여 점을 소개한다. 소정의 금액으로 참가 가능한 ‘프린트 팩토리’는 워홀이 즐겨 사용했던 실크스크린 기법을 체험하는 공간. 자신이 직접 찍은 팝아트 이미지가 담긴 에코백을 가져갈 수 있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와 배우 유준상이 오디오 가이드로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끌며 전시장의 각 섹션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마련했다. 4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M컨템포러리. 홈페이지() 참조. 02-3451-8199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옥션, 홍콩 전시장 개관 기념전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옥션이 한국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82)과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89)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UFAN X KUSAMA’를 홍콩 센트럴에서 다음 달 17일까지 개최한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창립 20주년과 함께 홍콩 경매 진출 10주년을 맞아 홍콩 현지에 상설전시장 ‘SA+’를 개관한다”며 “개관 기념 첫 전시로 두 거장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이 화백의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시리즈 등 시기별 대표 작품과 구사마의 ‘무한망’ ‘호박’ 시리즈 등 주요 작품이 다수 전시된다. 서울옥션은 올해 10월경 강남사옥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최윤석 상무는 “서울 강남구에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신축 사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남편과 함께 반성” 백지영, 눈물의 콘서트

    “남편의 큰 잘못으로 염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드립니다.” 가수 백지영(42·사진)이 남편인 배우 정석원(33)의 마약 투약 사건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백지영은 남편이 체포된 가운데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콘서트 무대에 섰다. 백지영은 “어제 하루 10년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남편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내 된 사람으로서 함께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저희 부부가 사는 모습을 넓은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편과의 결혼식 혼인서약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건강하지 않을 때나 언제나 그 사람을 사랑하는 아내로 곁을 지키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누리꾼들은 8일 정석원의 체포 소식이 들렸을 때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달리 백지영에게는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안 그래도 역경을 많이 겪었는데 힘내라’는 위로와 응원의 글도 많았다. 백지영과 정석원은 2013년 결혼한 뒤 지난해 5월 딸도 출산하며 화목한 연예인 부부로 사랑받아 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충격적 퍼포먼스에 숨은 내면의 고백

    ‘국내 1세대 여성 행위예술가.’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난 정강자 화백(1942∼2017) 이름 앞엔 이런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그도 그럴 것이 1968년 ‘세시봉’에서 고인이 선보인 퍼포먼스 ‘투명풍선과 누드’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를 고발한다는 함의보단 국내 최초의 누드 행위예술이란 잔상이 지금도 크게 각인돼 있다. 하지만 정 화백이 타계한 뒤 열리는 첫 회고전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는 어쩌면 그의 진짜 속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속세의 피상적 평가에 가려졌던, 고인의 내면을 비추는 회화 및 조각작품 약 75점이 서울과 천안에서 관객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고인의 작품은 일단 ‘강렬하다’는 표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환생’(1985년)이나 ‘사하라’(1989년) 같은 작품은 날것 그대로의 파닥거림이 넘실댄다. 정 화백은 1970년 첫 개인전 ‘무체전’을 이틀 만에 강제 철거당했다고 한다. 선입견에 사로잡힌 정부 권력의 남용이었다. 전지영 전시담당은 “상심한 고인은 1977년 싱가포르로 이주했다가 1980년대엔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오랫동안 여행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전념했다는 회화에는 이때 깊숙이 팬 상처를 안고 마주했던 오지의 에너지가 오롯하다. 더 흥미로운 건 1990년대부터 몰두했다는 추상작품들. ‘한복의 모뉴먼트’(1998년)처럼 전통문화에 대한 회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격식을 깨려 했던 여성 전사의 변절일까. 아니다. 고인은 생전에 한복 치마를 “수천 년 남성우월주의 지배에서 억압받고 유린당한 우리네 여성의 깃발”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에서 치마끈은 훨훨 풀려난 채 자유롭게 날갯짓한다. 말년에 완성했다는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2015년)와 ‘인생Ⅱ’(2016년)도 매혹적이다. 사막은 피안을 닮았고 바다는 산맥을 품었다. 평생을 경계에 서 있던 작가는 마침내 그 정점을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림은 아무 말이 없다. 서울 갤러리에 전시된 대형 솜뭉치도 예사롭지 않다. 정 화백이 대형 목화솜을 굵직한 쇠파이프로 눌러놓았던 1968년 설치작품 ‘억누르다(To Repress)’를 재연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의식이 묵직하다. 고인은 이제 짐을 내려놓고 훠이훠이 가벼이 갔을까, 아니면 거기도 비가 내려 되레 무거워졌을까.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5일까지. 02-541-5701.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5월 6일까지. 041-551-510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강상현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4기 위원장으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61·사진)를 30일 선출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방송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강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폭력성, 인권침해 가능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위원장으로 허미숙 전 C채널방송 사장(66), 상임위원으로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51)을 선출했다. 또 박상수 전 KBS 심의실장(64), 이상로 전주기전대 교수(63),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51),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50),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47), 이소영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44)를 위원으로 뽑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1-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제4기 방심위 출범…위원장에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4기 위원장으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61·사진)를 30일 선출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방송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위원장 임기는 3년이다. 강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부합할 수 있는 규제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선정성 폭력성 인권침해 가능성으로부터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미숙 부위원장(66·전 C채널방송 사장)과 전광삼 상임위원(51·전 청와대 춘추관장)도 선출했다. 또 박상수(64·전 KBS 심의실장) 이상로(63·전주기전대 교수) 심영섭(51·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김재영(50·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윤정주(47·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이소영(44·법부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위원을 뽑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1-30
    • 좋아요
    • 코멘트
  •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위원장에 강상현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4기 위원장으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61·사진)를 선출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방송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위원장 임기는 3년이다. 이날 위원회는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으로는 허미숙 위원(66)과 전광삼 위원(51)을 선출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 2018-01-30
    • 좋아요
    • 코멘트
  • 빌딩 통유리에 비친 타인의 삶

    31일부터 열리는 안지예 작가의 개인전 ‘Reflect; The other’는 살짝 착시현상이 들 수도 있다. 건물로 들어섰는데 건물 바깥 풍경이 펼쳐진다고나 할까. 첫 개인전을 가지는 안 작가의 작품은 일관성을 지녔다. 직장인이 한숨 돌리며 내다봤던 창문의 경치, 아니면 도심에서 하늘을 보려다 건물 외벽만 눈에 가득 찬 순간과 닮았다. 실제로 요즘 현대인이 살아가는 도시의 최신 빌딩은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지 않나. 거기에 일그러지고 부유하듯 비치는 표상들을 작가는 세심하게 잡아냈다. 물론 빌딩에 비치는 건 대부분 또 다른 ‘무생물’ 빌딩이다. 그런데 작가는 흥미롭게도 ‘Big man’ ‘Friends’ ‘Mr. Hide’ 등 대부분의 작품에 인간을 일컫는 제목을 달았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은 캔버스에 담긴 무언가가 아니라 어쩌면 그걸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일지도. 김정윤 큐레이터는 “작품 속 건물은 작가에게 있어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타자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 매개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flect…’전은 서울 종로구 갤러리도스가 올해 상반기 마련한 릴레이전시 ‘실상과 허상’ 가운데 하나. 안 작가를 포함해 젠박 김성중 이수원 김기섭 서윤아 등 6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02-737-4678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8-0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