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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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raphy@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여행61%
경제일반20%
문화 일반13%
교육3%
국제교류3%
  • 하늘과 맞닿은 야생화 탐방길, 천상의화원 곰배령[전승훈의 아트로드]

    ‘바람마저 길을 잃으면 하늘에 닿는다/점봉산 마루 산새들도 쉬어가는 곳…하늘고개 곰배령아~.’(곰배령)강원 인제군 설악산의 오월은 생명력 넘치는 푸른 신록의 잔치다. 곰배령과 백담사 계곡에는 도시에서는 벌써 진 야생화와 철쭉이 아직도 그대로 피어 있어 가장 늦게까지 봄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하얀 별처럼 흐드러지게 핀 바람꽃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개국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만든 드라마는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었다. 아버지(최불암)와 딸(유호정)을 중심으로 서울과 곰배령을 오가며 펼쳐지는 사랑과 갈등, 오해, 미움, 화해로 이어지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착한 드라마였다. 만일 시즌제로 계속 방영됐다면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와 같이 농촌이나 전원생활의 향수를 담은 드라마로 장수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종영됐지만 배경이 됐던 곰배령의 인기는 해마다 더해 가고 있다. 설악산 남쪽 점봉산(1424m)에 있는 곰배령은 봄, 여름, 가을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이다. 점봉산은 한반도 전체 식물 종의 5분의 1에 이르는 854종이 자생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아 설악산국립공원(197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1982년), 산립유전자원보호구역(1987년)에다 백두대간보호지역(2005년)까지 겹쳐 철통처럼 보호된다. 그래서 점봉산은 1987년부터 현재까지 입산 금지구역인데, 이 산 남쪽 자락을 생태 탐방 목적으로 2009년 7월부터 사전 예약을 받아 개방한 구간이 바로 곰배령(1164m)이다. 지난주 곰배령 등산로 입구에서 등록명부를 QR코드로 확인한 후 들어가니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가 방문객을 맞는다. 최근에 내린 봄비로 계곡에 가득한 물소리가 시원하다. 왕복 10km 정도의 곰배령은 계곡 주변의 숲길을 따라 넓고 평탄하게 걸어가는 길이라 남녀노소 모두 쉽게 트레킹할 수 있다. 곰배령은 야생화 관찰의 명소이기 때문에 전문가용 DSLR 카메라에 접사렌즈까지 장착한 탐방객이 많다. 키 작은 야생화를 찍기 위해 모두 땅바닥에 주저앉아 휴대전화를 들이댄다. 야생화 탐방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희귀식물을 만날 때마다 감탄하며 반갑게 소리친다. 이들은 꽃 이름을 서로 묻고, 가르쳐주며 자연을 즐긴다. 이날 함께 산행을 한 국립공원공단 설악산생태탐방원 이호 운영관리부장은 “곰배령이 야생화의 명소가 된 이유는 계곡 골짜기마다 작은 물골 수백, 수천 개가 흐르며 연결돼 있는 풍부한 수량 덕분”이라고 말했다. 물가와 습지에서 잘 자라는 야생화가 어떤 곳보다도 다양한 종을 이루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무분별하게 희귀식물을 채취하는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도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5월 현재 곰배령에 가장 무성하게 피어 있는 주인공은 ‘홀아비바람꽃’. 한 개체에서 하나의 꽃대만 올라와 꽃 한송이를 피운다. 그래서 이름이 홀아비바람꽃이다. 곰배령 정상부 근처 숲속에는 별처럼 하얀 홀아비바람꽃이 보랏빛 얼레지, 푸르스름한 현호색, 노란색 피나물과 동의나물꽃, 산괴불주머니와 함께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 옥빛 백담계곡에서 ‘Love Yourself’ 설악산을 찾을 때는 국립공원공단 설악산생태탐방원을 이용하면 좋다. 산림청이 관리하는 숲에 휴양림이 있다면 북한산, 지리산, 설악산, 한려수도 등 전국의 산과 바다에 있는 국립공원에는 생태탐방원이 있다. 매월 초 국립공원공단 예약사이트에서는 숙소를 잡기 위한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을 예약하면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설악산의 경우 곰배령 야생화 탐방, 백담사 계곡 트레킹과 명상 치유, 노르딕 워킹 배우기, 산양 복원 프로젝트 견학, 밤하늘 별자리 관찰, 소원등 만들기 등 자연과 생태를 즐기며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특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설악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 경험은 잊을 수 없다. 설악산의 깃대종(특정 지역을 상징하는 보호가 필요한 야생 동식물)인 눈잣나무가 새겨진 나무조각으로 ‘소원등’을 직접 만들고, 앞마당에 나가 해먹에 누웠다. 마당에 있는 조명을 끄니 갑자기 설악산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진다. 가장 먼저 머리 바로 위에 있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 또렷하다. 북극성과 샛별(금성)뿐만 아니라 국자 손잡이를 그대로 이어간 곳에 있는 밝은 별로 ‘봄의 대삼각형’ 별자리를 찾다 보면 밤이 깊어져 간다. 생태해설사가 이적, 아이유, BTS 등 인기 가수들이 부른 우주와 별에 관한 최신 가요를 배경으로 낭독해주는 명상의 글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도 인기 있다. 이곳에서는 구조 작업 중 힘든 일을 겪은 소방관들의 마음 치유를 위한 단체 프로그램도 진행해 오고 있다. 그중 하나는 인제 백담사 계곡에서 펼쳐지는 치유 프로그램이다. 에메랄드빛 물이 흐르는 계곡길에서 노르딕 워킹을 배우기도 하고, 백담사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광일 스님과 함께 명상과 차담을 해보기도 한다. 5월의 신록이 상큼한 향기를 내뿜고 있는 백담사에서 수렴동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을 광일 스님과 함께 걸었다. 산책로에서 살짝 벗어나 계곡으로 내려가니 조용한 모래톱이 나온다. 이곳의 바위에 앉아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한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온몸을 자연에 맡긴다. 명상이 끝난 후 광일 스님은 한 명씩 일으켜 세워 맞은편 봉우리를 향해 자기 이름을 부르며 ‘○○야 사랑해!’라고 외쳐 보라고 했다. 배에 힘을 주고 내 이름을 외치니, 저 멀리 봉우리에 부딪친 메아리가 다시 ‘승훈아, 사랑해!’라는 말을 되돌려 준다.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소리를 들어본 지가 얼마나 됐던가. 비록 내가 혼자 스스로 소리를 지르고, 메아리가 나에게 해준 말이었지만 ‘사랑해’란 말에 감동하고 말았다. BTS의 ‘Love yourself’처럼 스스로를 사랑하고 위로해주는 것. 참 고마운 메아리다. 광일 스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비관적이고, 소극적이고, 의욕이 없고, 아프기 때문에 남도 사랑할 수 없다”며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볼 만한 곳=인제와 양양을 잇는 국도 44호선을 넘어가는 고개 정상에 있는 ‘한계령 휴게소’는 드라이브 하다가 꼭 한 번 들를 만한 곳이다. 뾰족한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설악산 칠형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유리창의 뷰를 즐기며 먹는 황태해장국이 별미다. 또 16가지 한약재를 달여 만드는 약차는 한계령휴게소에서만 마실 수 있는 명물. 이 휴게소는 ‘올림픽 주경기장’ ‘공간사옥’ ‘남산 타워호텔’을 설계한 한국 현대 건축 1세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1981년에 지은 건축물이다. 설악산의 능선을 따라 그대로 이어진 지붕선이 자연의 풍경에 그대로 녹아들고, 철골조의 구조체에 목재로 마감해 폭설과 강풍,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했다. 내부에서는 단차를 이용해 카페와 식당, 기념품숍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구획하고, 외부의 넓은 테라스는 한계령의 장엄한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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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꽃 야생화가 가장 늦게까지 피어나는 ‘천상의 화원’[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바람마저 길을 잃으면 하늘에 닿는다 점봉산 마루 산새들도 쉬어가는 곳… 하늘고개 곰배령아∼.’(곰배령) 강원 인제군 설악산의 오월은 생명력 넘치는 푸른 신록의 잔치다. 곰배령과 백담사 계곡에는 도시에서는 벌써 진 야생화와 철쭉이 아직도 그대로 피어 있어 가장 늦게까지 봄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개국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만든 드라마는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었다. 아버지(최불암)와 딸(유호정)을 중심으로 서울과 곰배령을 오가며 펼쳐지는 사랑과 갈등, 오해, 미움, 화해로 이어지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착한 드라마였다. 만일 시즌제로 계속 방영됐다면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와 같이 농촌이나 전원생활의 향수를 담은 드라마로 장수했을지도 모른다. ● 하얀 별처럼 흐드러지게 핀 바람꽃드라마는 종영됐지만 배경이 됐던 곰배령의 인기는 해마다 더해 가고 있다. 설악산 남쪽 점봉산(해발 1424m)에 있는 곰배령은 봄, 여름, 가을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이다. 점봉산은 한반도 전체 식물종의 5분의 1에 이르는 854종이 자생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아 설악산국립공원(197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1982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1987년)에다 백두대간보호지역(2005년)까지 겹쳐 철통처럼 보호된다. 그래서 점봉산은 1987년부터 현재까지 입산 금지구역인데, 이 산 남쪽 자락을 생태 탐방 목적으로 2009년 7월부터 사전예약을 받아 개방한 구간이 바로 곰배령(1164m)이다. 지난주 곰배령 등산로 입구에서 등록명부를 QR코드로 확인한 후 들어가니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가 방문객을 맞는다. 최근에 내린 봄비로 계곡에 가득한 물소리가 시원하다. 왕복 10km 정도의 곰배령은 계곡 주변의 숲길을 따라 넓고 평탄하게 걸어가는 길이라 남녀노소 모두 쉽게 트레킹할 수 있다. 곰배령은 야생화 관찰의 명소이기 때문에 전문가용 DSLR 카메라에 접사렌즈까지 장착한 탐방객이 많다. 키 작은 야생화를 찍기 위해 모두들 땅바닥에 주저앉아 휴대전화를 들이댄다. 야생화 탐방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희귀식물을 만날 때마다 감탄하며 반갑게 소리친다. 이들은 꽃 이름을 서로 묻고, 가르쳐주며 자연을 즐긴다. 이날 함께 산행을 한 국립공원공단 설악산생태탐방원 이호 운영관리부장은 “곰배령이 야생화의 명소가 된 이유는 계곡 골짜기마다 작은 물골 수백, 수천 개가 흐르며 연결돼 있는 풍부한 수량 덕분”이라고 말했다. 물가와 습지에서 잘 자라는 야생화가 어떤 곳보다도 다양한 종을 이루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무분별하게 희귀식물을 채취하는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도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5월 현재 곰배령에 가장 무성하게 피어 있는 주인공은 ‘홀아비바람꽃’. 한 개체에서 하나의 꽃대만 올라와 꽃 한송이를 피운다. 그래서 이름이 홀아비바람꽃이다. 곰배령 정상부 근처 숲속에는 별처럼 하얀 홀아비바람꽃이 보랏빛 얼레지, 푸르스름한 현호색, 노란색 피나물과 동의나물꽃, 산괴불주머니와 함께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 옥빛 백담계곡에서 ‘Love Yourself’설악산을 찾을 때는 국립공원공단 설악산생태탐방원을 이용하면 좋다. 산림청이 관리하는 숲에 휴양림이 있다면 북한산, 지리산, 설악산, 한려수도 등 전국의 산과 바다에 있는 국립공원에는 생태탐방원이 있다. 매월 초 국립공원공단 예약사이트에서는 숙소를 잡기 위한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을 예약하면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설악산의 경우 곰배령 야생화 탐방, 백담사 계곡 트레킹과 명상 치유, 노르딕 워킹 배우기, 산양 복원 프로젝트 견학, 밤하늘 별자리 관찰, 소원등 만들기 등 자연과 생태를 즐기며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특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설악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 경험은 잊을 수 없다. 설악산의 깃대종(특정 지역을 상징하는 보호가 필요한 야생 동식물)인 눈잣나무가 새겨진 나무조각으로 ‘소원등’을 직접 만들고, 앞마당에 나가 해먹에 누웠다. 마당에 있는 조명을 끄니 갑자기 설악산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진다. 가장 먼저 머리 바로 위에 있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 또렷하다. 북극성과 샛별(금성)뿐만 아니라 국자 손잡이를 그대로 이어간 곳에 있는 밝은 별로 ‘봄의 대삼각형’ 별자리를 찾다 보면 밤이 깊어간다. 생태해설사가 이적, 아이유, BTS 등 인기 가수들이 부른 우주와 별에 관한 최신 가요를 배경으로 낭독해주는 명상의 글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도 인기 있다. 이곳에서는 구조 작업 중 힘든 일을 겪은 소방관들의 마음 치유를 위한 단체 프로그램도 진행해 오고 있다. 그중 하나는 인제 백담사 계곡에서 펼쳐지는 치유 프로그램이다. 에메랄드빛 물이 흐르는 계곡길에서 노르딕 워킹을 배우기도 하고, 백담사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광일 스님과 함께 명상과 차담을 해보기도 한다. 5월의 신록이 상큼한 향기를 내뿜고 있는 백담사에서 수렴동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을 광일 스님과 함께 걸었다. 산책로에서 살짝 벗어나 계곡으로 내려가니 조용한 모래톱이 나온다. 이곳의 바위에 앉아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한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온몸을 자연에 맡긴다. 명상이 끝난 후 광일 스님은 한 명씩 일으켜 세워 맞은편 봉우리를 향해 자기 이름을 부르며 ‘○○야 사랑해!’라고 외쳐 보라고 했다. 배에 힘을 주고 내 이름을 외치니, 저 멀리 봉우리에 부딪친 메아리가 다시 ‘승훈아, 사랑해!’라는 말을 되돌려 준다.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소리를 들어본 지가 얼마나 됐던가. 비록 내가 혼자 스스로 소리를 지르고, 메아리가 나에게 해준 말이었지만 ‘사랑해’란 말에 감동을 먹고 말았다. BTS의 ‘Love yourself’처럼 스스로를 사랑하고 위로해주는 것. 참 고마운 메아리다. 광일 스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비관적이고, 소극적이고, 의욕이 없고, 아프기 때문에 남도 사랑할 수 없다”며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볼 만한 곳=인제와 양양을 잇는 국도44호선을 넘어가는 고개 정상에 있는 ‘한계령 휴게소’는 드라이브 하다가 꼭 한 번 들를 만한 곳이다. 뾰족한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설악산 칠형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유리창의 뷰를 즐기며 먹는 황태해장국이 별미다. 또 16가지 한약재를 달여 만드는 약차는 한계령휴게소에서만 마실 수 있는 명물. 이 휴게소는 ‘올림픽 주경기장’ ‘공간사옥’ ‘남산 타워호텔’을 설계한 한국 현대 건축 1세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1981년에 지은 건축물이다. 설악산의 능선을 따라 이어진 지붕선이 자연의 풍경에 그대로 녹아들고, 철골조의 구조체에 목재로 마감해 폭설과 강풍,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했다. 내부에서는 단차를 이용해 카페와 식당, 기념품숍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구획하고, 외부의 넓은 테라스는 한계령의 장엄한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글·사진 인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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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이중섭의 서귀포 섶섬

    제주 이중섭미술관 옥상에 올라가면 서귀포 앞바다가 보인다. 화가 이중섭은 집 뒤의 언덕이었던 이곳에서 ‘섶섬이 보이는 풍경’(1951년)을 그렸다. 서귀포 생활은 중섭에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었을 것이다. 1951년 1·4후퇴 당시 원산에 살던 이중섭은 아내 마사코, 어린 아들 둘과 함께 제주로 피란 와 단칸방에 살았다. 서귀포 칠십리로 자구리해변은 아이들이 게를 잡으며 노는 모습이 담긴 ‘바닷가와 아이들’을 그린 곳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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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한 사나이 고흐는 왜 정신요양병원으로 가야했을까 [전승훈의 아트로드]

    “Starry,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 시내를 관통하는 강은 론강이다. 밤에 론강 변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돈 매클린의 팝송 ‘Vincent’의 가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고흐가 론강에서 그린 ‘별이 빛나는 밤에’처럼 가로등 불빛이 강물에 기다란 그림자를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고흐가 그림을 그렸던 장소는 고흐가 고갱과 함께 살던 ‘노란집’(Yellow House)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곧바로 강가로 향하면 5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였다. 고흐는 저녁에 론강변을 산책했을 것이다. 봄철이라 저녁에 되자 미스트랄 바람(프로방스 지역 산에서 내려오는 특유의 지역풍)이 거셌다. 론강의 강물이 파도를 치는 것처럼 찰랑찰랑 너울이 일었다. 초저녁 하늘에는 샛별이 낮게 떠 있고, 무수한 별들이 반짝거렸다. 고흐가 그림을 그린 정확한 장소를 찾아갔더니, 그림 속 성당도 보이고 둥그렇게 돌아가는 강변의 모습이 똑같았다. 고흐 그림 속에는 집집마다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강물에 번졌을텐데, 지금은 론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가로등 불빛이 길게 일렁이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나는 지금 아를 강변에 앉아 있다. 별은 알 수 없는 매혹으로 빛나고 있지만 저 맑음 속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두 남녀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걷고 있어.”(‘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인상파 화가 그림 따라잡기 인상파 화가들이 살던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튜브 물감이 발명됨에 따라 인상파 화가들은 실내가 아니라 화판과 팔레트, 물감과 붓을 들고 다니며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인상파 화가들이 살던 도시에 가보면 화가가 그림을 그렸던 특정 지점을 만난다. 그림과 현장을 번갈아 비교해가면서 내가 화가가 된 듯한 기분으로, 그 시점으로 돌아가 현장을 바라보는 것은 여행의 특별한 즐거움이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 그림을 보고 난 후, 모네가 살던 지베르니 집의 정원에 가보시길. 수련이 피어 있는 연못 위에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그림이 그려진 장소를 찾아 사진을 찍고 또 찍게 될 것이다. 아를은 35세의 고흐가 1888년 2월부터 1889년 5월까지 약 15개월간 머물렀던 도시다. 아를 시내 곳곳 길바닥에는 고흐가 걷는 모습이 그려진 동판이 붙어 있다. 이 동판을 따라가면 고흐의 그림 속 장소가 하나둘씩 나타난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약 2년간 무명의 화가로 생활했던 고흐는 남프랑스의 따스한 햇살이 빛나는 아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파리에서 알던 몇몇 화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집을 빌리고, 아뜰리에를 꾸며서 작품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의 공동체’를 꿈꾼 것이다. 아를에서 그는 고갱과의 만남과 불화, 귀를 자르고 병원에 입원하고, 동네에서 쫓겨나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겪지만, 이런 힘겨운 삶 속에서도 불굴의 창작을 계속한다. 그는 아를에서 ‘밤의 카페테라스’ ‘아를 병원의 정원’ ‘아를의 반 고흐의 방’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의 원형 경기장’ ‘해바라기’ 등 유화 200점, 드로잉과 수채화 100점 등 3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여행의 시작은 고흐가 살던 ‘노란집’(Yellow House)다. 기차역과 론강 사이의 광장에 있는 이 집은 고흐가 약 6개월간 살았던 집이다. 그 중에서 고갱과 살았던 기간은 단 두달간. 고흐가 노란집 자기 방을 그린 그림과 고갱을 위해 그렸던 해바라기는 불후의 명작으로 남았다. 이 광장 앞에는 고흐가 그린 ‘노란집’ 그림이 세워져 있다. 고흐가 살던 노란집은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부숴졌으나, 그림 속 굴다리 위 기찻길은 현재도 그대로 있다. 노란집 옆에는 카페가 있었는데, 고흐가 아를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카페의 여주인이었던 지누 부인(Madame Ginoux)이다. 고흐는 지누 부인을 ‘아를의 여인(Arlesienne)’이란 이름으로 여러차례 그림으로 그렸다. 고흐 그림 속에서 지누부인은 프로방스 전통의상을 입고 책을 놓고 앉아 있는 정숙한 부인으로 그려진다. 또한 아를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투우 경기 그림에서도 고흐의 절친인 지누부인과 우체부가 등장한다. 아를의 투우 경기는 스페인 전통 투우와 게임의 룰이 다르다. 스페인에서는 투우사가 소를 칼로 찔로 죽이는 장면으로 끝나는 반면, 프랑스 아를에서는 여러 명의 투우사가 성난소를 피해다니며 소의 뿔에 묶인 리본을 많이 떼내가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발걸음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200여 통의 편지를 부쳤던 시청 앞 광장 우체국을 지나서 포룸 광장으로 향한다. 고대로마 시대 도시의 각종 이벤트가 펼쳐졌던 포룸광장 한쪽에는 고흐의 단골카페가 있다. 그는 이 곳에서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렸다. 그는 따뜻한 불빛 조명이 비친 벽을 노랗게 그렸는데, 푸른색 밤하늘의 별과 대조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래 벽이 노란색은 아니었고, 조명을 받은 부분을 노랗게 그린 것이다. 이 곳은 현재도 ‘반 고흐 카페’로 영업 중이다. 그런데 그림 속처럼 벽을 온통 노랗게 칠하고, 뒤쪽 건물에서는 푸르스름한 조명까지 비춰놓았다. “푸른 밤, 카페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 그 위로는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여. 바로 이곳에서 밤을 그리는 것은 나를 매우 놀라게 하지. 창백하리만치 옅은 하얀 빛은 그저 그런 밤 풍경을 제거해 버리는 유일한 방법이지. 검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을 사용했어.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밝은 노란색으로 그렸단다.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반 고흐 카페가 조명의 디자인과 벽에 새겨놓은 글씨까지 그림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것이 놀랍다. 고흐는 노란 벽면에 어두운 곳에 음영을 표현할 때는 초록색으로 칠했는데, 실제 이 카페에는 벽면에 노란색과 초록색을 칠해놨을 정도다. 지난달 초 포룸광장을 방문했을 때는 마침 투우 페스티벌 전야제여서 포룸광장에서는 밤새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맥주를 마시는 파티가 열렸다. 고갱이 다툼 끝에 파리로 떠난 후 고흐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자신의 귀를 잘라 종이에 쌌다. 그리고 사창가의 여인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여인이 홍등가에서 몸을 파는 여성이라는 설도 있고, 매춘부가 아닌 세탁과 설겆이 일을 도와주던 여성이라는 설도 있다. 당시 론강의 어부들이 자주 가던 술집이 몰려 있는 곳은 노란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현재도 이 곳에서 ‘빨간 집’(La Maison Rouge)라는 상호를 가진 가게가 있다. 혹시 고흐가 찾아간 그 여인이 있던 집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지만, 가까이 가보니 ‘빨간집’은 현재 꽃가게였다. 고흐가 종이에 싸서 준 선물에 귀가 있는 것을 발견한 여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고흐는 일단 귀에 입은 외상 치료를 위해 아를 시립병원으로 이송됐다. 시립병원은 현재 ‘에스파스 반 고흐’(Espace Van Gogh)라는 이름의 고흐 기념관이 됐다. 병원의 1층 정원에는 분수와 연못 주변에 형형색색의 꽃이 심어져 있는데, 고흐가 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정원을 그림으로 그렸다. 정원에 세워진 그림을 보니 고흐가 그린 시점은 1층이 아니라 2층 병실 복도에서 내려다본 느낌이었다. 그래서 2층 중앙에서 약간 왼쪽 지점으로 가보니 그림과 정확히 일치하는 각도를 찾을 수 있었다. 고흐의 그림 속에서 병원의 외벽과 기둥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노란색이 칠해져 있다. 당시 실제 병원의 외벽이 노랗게 칠해져 있지는 않았겠지만, 현재 이곳은 고흐의 그림처럼 샛노란 색으로 칠해져 있다. 시립병원에서 귀를 치료한 고흐는 한달만에 다시 노란집으로 돌아왔으나, 동네사람들의 민심은 흉흉했다. 사람들은 고흐를 위험인물로 봤다. 자신의 귀를 자해하고, 손수건에 싸서 여인에게 줄 정도의 끔찍함이라면 다른 사람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경찰서에서 ‘고흐를 마을에서 내쫓고, 격리 시켜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아를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가이드 프랑수아 씨는 “아를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던 친구였던 지누 부인과 우체부마저 고흐를 내쫓아달라는 청원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알고, 고흐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흐의 정신적 병이 더욱 깊어졌는지도 모른다. 만일 지누 부인이 청원서에 서명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고흐에게는 고갱과 다투었을 때보다 더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버림받았을 때 외로움은 배가 되는 법이다. 결국 고흐는 동생 테오의 권유대로 아를의 노란집을 떠나 생레미 정신 요양병원에 지진입원한다. 생 레미는 아를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프로방스의 알피유 산맥의 줄기에 있는 숲이 우거진 생 레미에는 트레킹 코스가 있어 봄을 느끼며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고흐가 1년 가까이 머물렀던 생레미 정신요양병원은 원래 중세 때부터 있었던 ‘생 폴 드 모솔’ 수도원이었다. 이 병원이 본래 수도원이었다는 사실은 아치형 기둥으로 둘러싸인 회랑식 정원(Cloister Garden)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생레미 정신요양병원은 지금은 고흐의 발자취를 담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짝마른 몸의 고흐가 화구를 들고 서 있는 청동 조각상이 서 있다. 내부 방에는 고흐가 입원해 있던 병실의 침대와 욕조 등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병원 주변의 산책로에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벚나무, 들판과 집 등 고흐의 그림 속 풍경이 펼쳐진다. 고흐는 생 레미에서도 하루에 1편 이상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였다. 고흐는 생레미에 입원해 있는 동안 동생 테오 부부가 조카를 낳았다는 소식도 들었다. 테오는 아들에게 형의 이름을 따라 빈센트라고 이름을 지었다. 고흐는 조카의 탄생 소식을 기뻐하며 ‘꽃이 핀 아몬드 나무’를 그렸다. 푸른색 바탕에 벚꽃처럼 하얀 아몬드 나무 꽃이다. 생폴드모솔 수도원의 정원에는 고흐의 그림을 보명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고흐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 그림에는 생명력 넘치는 봄날의 프로방스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러나 고흐가 이 곳에서 그린 대표작은 바로 ‘별이 빛나는 밤’이다. 아침에 동트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린 이 그림에서 사이프러스 나무는 이글거리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밤하늘의 별빛이 파도처럼 흘러간다. 고흐의 그림은 단순한 풍경을 그대로 묘사하기 보다는, 언덕과 구름, 집과 나무, 밤하늘과 별빛을 바라보는 자신의 황홀경의 감정을 그림 속에 가득담아 표현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은 아를에 새롭게 지어진 ‘루마(LUMA) 아를 뮤지엄’에 의해 건축적으로 재해석됐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었던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신작이다. 외벽을 1만1000개의 알루미늄 패널을 벽돌처럼 쌓아 올린 4개의 은빛탑은 물결처럼 일렁이며 하늘로 솟아올라 간다.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림 속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타오르고 있다. 외벽은 햇빛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면모하는데, 특히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환상적이다. 건물의 푸르스름한 외관은 고흐의 그림 속 밤하늘이 되고, 오랜지색 조명이 들어온 창문은 맴도는 별빛이 된다. 아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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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미술관[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아를은 로마 원형경기장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로마 유적이 즐비하다. 또한 ‘빛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15개월간 머물며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낸 곳이다. 최근에는 고흐의 그림을 모티브로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마(LUMA) 아를’이 문을 열었고, 한국의 이우환 화백(86)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도 개관했다. 고흐와 세잔의 숨결이 살아 있는 프로방스로 미술 여행을 떠나보자.》 “Starry, Starry Night∼” 아를 시내를 흘러가는 론강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돈 매클린의 팝송 ‘Vincent’의 가사를 흥얼거렸다. 봄철 프로방스 지역 산에서 불어 내려오는 거센 미스트랄 바람에 론강의 강물이 파도치는 것처럼 일렁이는 밤이었다. 초저녁 하늘에는 샛별이 낮게 떠 있고, 뭇별이 반짝 거렸다. 고흐가 그린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처럼 가로등 불빛이 강물에 기다란 그림자를 그려놓았다. ● 고흐의 그림 따라 아를 여행고흐, 모네, 세잔 등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던 인상파 화가들이 살던 프랑스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바로 그림을 그렸던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다. 아를 시내 곳곳에서 고흐가 걷는 모습이 새겨진 길바닥 동판을 따라가면 고흐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35세의 고흐는 1888년 2월부터 1889년 5월까지 약 15개월간 머물며 ‘해바라기’ ‘밤의 카페 테라스’ ‘아를 병원의 정원’ ‘고흐의 방’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등 유화 200여 점을 그렸다. 고흐가 고갱과 함께 살았던 노란집은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부서졌으나, 그림 속 다른 건물과 기찻길은 현재도 그대로다. AD 90년 로마시대에 세워진 원형경기장에서는 요즘도 투우 경기가 열린다. 올 4월 초에 찾았을 때도 오랜만에 열린 투우 페스티벌로 온 도시가 떠들썩했다. 아레나 앞에는 고흐가 그린 투우 경기장 그림 속에는 고흐가 ‘아를의 여인’이란 제목으로 그린 지누 부인의 얼굴이 또렷하다. 발걸음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부치러 다녔던 시청 앞 광장 우체국을 지나서 포룸 광장으로 향한다. 고대로마 시대 도시의 각종 행사가 벌어졌던 이 광장 한쪽에는 고흐가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린 카페가 있다. 고흐는 따뜻한 불빛 조명이 비친 벽을 노랗게 그렸는데, 푸른색 밤하늘의 별과 대조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재도 ‘반 고흐 카페’로 영업 중인데, 그림 속처럼 벽을 온통 노랗게 칠하고 조명까지 복원해 놓았다. 함께 살던 고갱이 다툼 끝에 파리로 돌아가버린 크리스마스이브날.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라 휴지에 싸서 한 여인에게 선물로 준다. 고흐는 결국 동네에서 쫓겨나 생레미 정신요양원으로 이송된다. 고흐가 귀를 치료했던 아를 시립병원 2층에서 그는 정원을 그렸다. 지금은 ‘에스파스 반 고흐’라는 기념관이 된 이곳에서 정원의 분수와 꽃밭, 노란색 기둥을 쳐다보며 그림 속으로 빠져든다. 아를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면 생레미 정신요양병원이었던 생폴드모솔 수도원이 나온다. 고흐는 이곳에서 1년 동안 머물렀는데, 아침에 동트는 하늘을 바라보며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렸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이글거리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밤하늘의 별빛이 파도처럼 흘러가는 그림이다. 정원에는 고흐가 병원에서 그린 그림을 보며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중엔 고흐가 동생 테오 부부가 조카를 낳았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그렸던 ‘꽃이 핀 아몬드 나무’도 있다. 생명력이 넘치는 봄날의 프로방스 풍경이 담겨 있었다. ●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닮은 미술관요즘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은 2021년 6월 개관한 ‘루마 아를’ 뮤지엄이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었던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신작이다. 외벽에 1만1000개의 알루미늄 패널을 벽돌처럼 쌓아 올린 4개의 은빛탑은 물결처럼 일렁이며 하늘로 솟아올라 간다.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림 속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타오르고 있다. 금속 패널 군데군데 창문 모양의 유리박스 56개가 달려 있다. 외벽은 햇빛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면모하는데, 특히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환상적이다. 건물의 푸르스름한 외관은 고흐의 그림 속 밤하늘이 되고, 오렌지색 조명이 들어온 창문은 맴도는 별빛이 된다. 아랫부분 원통 모양의 유리 건물인 드럼(Drum)은 아를의 로마 원형경기장을 모티브로 했다. 이곳은 1938년부터 프랑스의 국영철도회사(SNCF)가 소유하던 철도 보관소였는데, 현재는 정원과 전시공간, 예술가 작업실, 호텔, 카페 등이 지어졌다. 루마 아를 내부 로비에는 2층에서 1층까지 내려올 수 있는 미끄럼틀이 있다. 작가 카르슈텐 횔러의 작품으로, 자칫 엄숙해질 수 있는 박물관에서 웃음을 주는 장치다. 루마 아를 9층 테라스에는 프로방스산맥과 론강, 습지를 볼 수 있는 파노라믹 뷰가 펼쳐진다. 1층 로비에 있는 ‘드럼 카페(Drum Cafe)’에서는 동서양의 퓨전음식을 즐길 수 있는데, 천장에 빨강 초록 노랑 등 각종 배관이 노출돼 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 외관을 보는 듯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아를 시내에 2022년 4월에 문을 연 ‘이우환 미술관’도 핫플레이스다. 일본 나오시마, 부산시립미술관에 이어 아를에 세 번째로 지어진 이 화백의 세 번째 작품 전시공간이다. 16∼18세기 3층 대저택 ‘오텔 베르농(Hotel de Vernon)’을 개조해서 만든 미술관이다. 미술관 1층과 야외 테라스에는 돌과 철로 구성된 ‘관계항(Relatum)’ 작품 10점이 설치돼 있고, 2층에는 점과 선으로 이뤄진 회화 작품 30점이 전시돼 있다. ‘점 하나 찍으면 1억 원’으로 불리는 이 화백의 대형 작품을 이렇게 많이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곳에는 이 화백의 친구인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2)의 콘크리트 작품도 있다. 달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어두운 공간의 끝까지 들어가면 발밑에 하늘이 보이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를이 고흐가 사랑한 도시였다면, 엑상프로방스는 폴 세잔(1839∼1906)의 도시다. 도심 북쪽 고지대인 로브 언덕에는 세잔이 죽기 직전까지 사과를 그리던 아틀리에(Atelier Cézanne)이 있다.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작업실 가운데의 테이블에는 세잔 그림 속 사과와 물병, 접시가 지금도 그대로 놓여 있다. 또한 세잔이 입었던 물감 묻은 작업복과 모자, 석고상과 해골, 이젤과 팔레트, 모네와 주고받은 편지 등이 놓여 있다. 구석구석 세잔의 숨결이 느껴져 지금이라도 한쪽 문을 열고 세잔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세잔의 아틀리에 뒤쪽 언덕길을 15분 정도 오르면 ‘화가들의 땅(Terrain des peintre)’이 나온다. 세잔이 사과와 함께 죽기 직전까지 그렸던 생트빅투아르산이 훤히 바라다보이는 지점이다. 세잔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뾰족한 산과 삼각형, 네모꼴 모양의 집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세잔처럼 수첩을 꺼내 생트빅투아르산을 펜으로 그리고, 수채물감으로 칠하고 있는 관광객들의 입에는 미소가 담겨 있었다. 가볼 만한 곳=프로방스의 대표적인 농산물은 올리브다. 아를에 있는 ‘마리위스 파브르(Marius Fabre)’는 1900년부터 4대째 천연 올리브 오일과 카마르그 습지의 소금 등 천연재료만으로 만드는 마르세유 비누의 명가다. 피부에 좋은 프로방스 전통 수제비누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로마 원형경기장 옆 레스칼라두(L’escaladou) 레스토랑에서는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맛볼 수 있다. 지중해에서 잡은 생선에 양념을 넣어 끓인 수프에 우선 빵을 찍어 먹다 보면, 테이블에서 직접 뼈를 발라 접시에 담아준다. 40년째 엄마와 딸로 이어지는 손맛은 비린 느낌 하나 없는 프로방스 전통 생선요리를 맛보게 해준다. 아를·엑상프로방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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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건축물로 재탄생[전승훈의 아트로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닮은 건물?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도시 아를에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건축물이 등장했다. 2021년 6월 문을 연 루마 아를(LUMA ARLES) 뮤지엄이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을 설계한 미국의 건축가 프랑크 게리(Frank O. Gehry)의 신작이다. 빌바오에서처럼 금속성 재질의 외피와 유리를 활용한 비정형적인 형태로 쌓아 올린 건축물은 한눈에 그의 작품인 걸 알아볼 정도다.UMA 아를은 프랑크 게리가 고흐의 그림과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 프로방스 지방의 거친 바위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건축물이라고 소개했다. 아를은 1888년 2월부터 당시 35세였던 빈센트 반 고흐가 15개월간 머물며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의 여인’ 등 대표작 유화 200여 점을 그린 고흐의 도시다. 또한 원형경기장과 야외극장, 로마인 묘지 등 고대 로마 시대 유적이 즐비해 ‘프랑스의 로마’라고 불린다. 루마 아를 센터(LUMA Arles Complex)는 주변에 총 27에이커에 이르는 지역에 정원과 연못,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와 전시장, 카페, 호텔 등 다양한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에서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부분이 메인 건물인 타워(La Tour)다. 1만1000개의 알루미늄 패널을 벽돌처럼 쌓아 올린 건물은 물결치며 일렁이는 외관을 뽐내는 4개의 은빛 탑으로 이뤄져 있다.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림 속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불꽃모양으로 타오르며 하늘로 솟아오른다. 금속 패널 군데군데에는 창문 베란다 모양의 유리 상자 56개가 달려 있다.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건물의 푸르스름한 외관이 밤하늘처럼 보이고, 그 안에 창문에 오렌지색 조명이 들어와 하늘에 빙글빙글 맴도는 별빛과 달빛처럼 느껴진다. 총 56m 높이의 12층 건물은 알루미늄 패널이 뒤틀린 벽면을 타고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이 알루미늄 패널은 태양 빛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금속과 유리로 된 표면은 날씨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바뀌는 데 특히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노을이 질 때 아름답다. 아를에 있는 동안 프로방스의 변화무쌍한 하늘과 구름, 별빛을 캔버스에 담으려고 했던 빈센트 반 고흐의 끊임없는 노력을 건축물로 구현해낸 것이다. 아랫부분 유리로 된 거대한 원통 모양의 포디움인 ‘드럼(Drum)’은 아를의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아레나)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직경 54m, 높이 18m의 드럼은 총 670톤의 유리창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특이한 것은 포디움 위로 솟아오른 불꽃처럼 타오르는 알루미늄 패널이 원통형 건물 내부로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관람객들은 매표소와 로비가 있는 드럼의 1층 출입구로 들어가 외부를 장식하고 있는 은빛 패널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 실제 가까이서 보니 알루미늄 패널의 표면은 매끈하지 않고, 미세한 구멍이 수백 수천개씩 뚫려 있는 형태였다.프랑크 게리는 또한 프로방스 지역의 자연환경에서 나온 돌과 광물질도 건축에 활용했다. 알피유 산맥과 레보 드 프로방스(Les Beaux de Provence) 지역의 우뚝 솟은 거친 절벽과 바위의 몽환적인 질감이 건물 형태에 반영돼 있다.엘리베이터 옆 벽면에는 론강 주변 카마르그 습지에서 생산되는 소금 결정체를 타일로 만들어 붙였고, 화장실 거울 위에는 지중해 바다에서 채취한 해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무늬를 새겨넣은 타일로 장식돼 있다.루마 아를 입구에서 표를 끊고 입장하면 로비가 나온다. 로비에서 사람들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올 수 있는 미끄럼틀이다. 벨기에 출신으로 스웨덴에서 활동 중인 작가 카르스텐 횔러(62)의 작품으로, 자치 엄숙해질 수 있는 미술관에 활기를 불어넣는 장치다.아름다운 회전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내려올 때 가장 빠르고 짜릿한 방법은 아랫도리에 자루를 입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미끄럼틀은 엘리베이터나 계단만큼 안전하고, 우아하게 높은 층에서 아래로 내려올 수 있는 운송 수단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9층에는 테라스에 파노라믹 뷰가 펼쳐진다. 루마 아를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만큼 프로방스의 알피유 산맥(les Alpilles)과 구불구불한 론강, 카마르그 습지(La Camargue), 몽마주르 수도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아를 시내의 로마 시대 원형경기장을 비롯한 시가지 전체와 사이프러스 나무들의 행렬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풍경들이 루마 아를의 금속성 패널과 유리 상자와 어우러진다. 자연과 역사, 인공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최고의 뷰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아를 시내의 전망을 볼 수 있는 방은 8층에도 이어진다. 독일의 산업디자이너인 콘스탄틴 그르시치(58)가 디자인한 8층은 투명한 금속 커튼을 활용한 연극무대처럼 꾸며진 방이다. 금속 표면을 지닌 건축물 내부에 같은 금속으로 만든 커튼이 햇빛을 가리는 골목길 같은 공간을 만들어냈다.얇은 금속을 촘촘한 그물망처럼 엮은 커튼 너머로 프로방스의 산과 강, 아를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보인다. 9층의 테라스와 쌍으로 연결된 전망 좋은 공간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홀이다. 루마 아를 타워에는 메인 전시홀(1000㎡)과 2개의 작은 전시장이 있다. 조각과 그림,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또한 건물 내에는 강의실과 아틀리에, 세미나실 등도 갖춰져 있다. 루마재단은 “2004년부터 환경, 문화, 교육, 인권 등을 주제로 한 시각예술 창작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마 아를이 자리 잡은 지역은 19세기부터 있던 7개의 공장 터가 있었는데, 1938년부터 프랑스의 국영철도회사(SNCF)가 소유하고 있던 철도 보관소로 이용돼 왔다. 오랫동안 버려진 땅을 자연생태와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처음 꿈꾼 것은 마야 호프만이다. ​​스위스 출신 유명 컬렉터인 그는 2004년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1억5000만 유로를 기부해 루마 재단(Luma Foundation)을 설립했다. 그리고 2013년부터 아를에 프랑크 게리의 건축물이 중심이 되는 ‘아뜰리에의 공원(Parc des Ateliers)’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랜드홀, 포르주, 메카닉 제네럴을 포함해 이 공원을 이루는 6개 건축물에서는 연중 내내 각종 행사가 개최된다. 매년 여름에는 아를 국제 사진전이 열린다. 루마 아를 타워 1층 로비에 있는 ‘드럼 카페(Drum Cafe)’에서는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메뉴 중에는 동서양 퓨전 음식도 있는데, 만두처럼 생긴 음식의 재료에 ‘김치’가 들어간다는 메뉴판 설명을 보고 시켜보았다. 그랬더니 김치라기 보다는 소금에 절인 무 종류의 야채 샐러드가 들어가 있었다. 사방으로 탁 트인 유리창 전망이 좋은 드럼 카페는 천장 인테리어가 흥미로웠다. 빨강, 초록, 노랑 등의 각종 배관이 노출된 형태였는데, 마치 파리의 퐁피두센터 외관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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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에 문을 연 이우환 미술관[전승훈의 아트로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도시 아를 시내의 한복판. 한국의 미술가 이우환(87) 화백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이우환미술관(Lee Ufan Arles)을 만날 수 있었다. 2022년 4월에 문을 연 따끈따끈한 미술관이다. 이우환 화백의 작품은 매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화랑미술제를 비롯해 국내외 대표적인 아트페어에서 최고 가격으로 팔리는 핫한 작품이다. 우스갯소리로 “점 하나 찍으면 1억, 점이 2개 있으면 2억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순한 점, 선으로도 인기가 높다. 한국 외에서도 특히 일본과 프랑스에서 인기가 높다. 2010년 일본 나오시마 섬에 ‘이우환 미술관’이 세워졌고, 2015년에는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산시립미술관에 ‘이우환 공간’이 개관했다. 프랑스 아를에 세워진 이우환 미술관은 일본, 한국에 이어 세 번째 세워진 이우환 화백의 상설 작품 전시 공간이다. 2007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던 이우환 화백은 2014년 파리 인근의 베르사유궁의 초청으로 야외정원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제프 쿤스, 아니쉬 카푸어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에 이어 초청받았던 것. 이 화백은 당시 돌과 철판을 재료로 한 ‘관계항’(Relatum) 연작 총 10점을 설치했다. 그렇다면 이우환 화백은 프랑스에서도 왜 하필 아를에서 미술관을 개관한 것일까. 프로방스의 아를은 빈센트 반고흐가와 파블로 피카소, 장 콕토 등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도시로, 수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찾는 도시이자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흐는 아를에서 약 15개월간 머물면서 ‘해바라기’ ‘밤의 카페 테라스’ ‘별이 빛나는 밤에’ ‘노란집’ ‘꽃피는 아몬드 나무’ 등 200여 점의 자신의 대표작을 남겼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프로방스의 자연 속에서 고흐는 바람과 별, 구름, 꽃, 나무를 찾아다니며 명작을 그릴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독한 외로움과 따돌림, 친구와의 다툼과 자해, 투병과 요양을 겪으며 인생의 가장 파란만장한 격동의 세월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 아를은 고흐 이전에도 ‘프랑스의 로마’라고 불릴 정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대 로마 시대의 유적이 잘 남아 있는 도시다. AD 90년 아우구스투스 1세 시절 지어진 로마 원형경기장은 2만50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엄청난 크기인데, 지금도 투우경기장과 콘서트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4월 초에 아를을 찾았을 때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열린 투우 페스티벌의 열기로 온 도시가 들썩였다. 또한 1세기경에 세워진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를 고대극장이 있고, 로마인 공동묘지 ‘알리스캉’도 잘 남아 있다. 또한 2021년 아를에는 초현대식 뮤지엄인 ‘루마(LUMA) 아를’이 개관해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했던 프랑크 게리의 신작이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모티브로 한 루마 아를은 요즘 유럽 최고의 핫플레이스다. 이러한 프로방스의 미술 여행의 중심지로 떠오른 아를 시내 한복판에 이우환 작가의 미술관이 생겼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다. 이우환 화백은 인터뷰에서 “아를은 로마 제국 이래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이 역사와 내 작품이 만나 서로 부딪히고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를의 이우환 미술관이 들어선 곳은 16~18세기에 지어진 ‘오텔 베르농(Hotel de Vernon)’ 저택이다. 로마시대 고대 원형경기장과 고흐가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린 포룸광장 사이 골목길에 있는 대저택이다. 이 건물은 25개의 방이 있는 옛 3층 주택으로, 연면적 1350㎡ 규모다. 일본 나오시마 섬에 있는 이우환 미술관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2)가 설계했는데, 아를의 이우환 미술관도 안도 다다오가 참여했다.아를 이우환미술관 관계자는 “이우환 화백의 절친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저택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다“며 ”오래된 역사를 지닌 베르농 저택을 정제된 예술작품의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에 안도 다다오와 이우환 화백이 깊은 의견을 나누면서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아를 이우환 미술관 입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다다오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로 된 벽 사이로 들어가면, 달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가장 안에 있는 중심부에는 발바닥에 하늘이 있다. 어떻게 발밑에 하늘이 보이지? 하고 잠시 어리둥절한 순간, 자세히 보니 영상이었다. 하늘을 찍은 영상을 바닥에 틀어놓은 것이었다. 어두운 달팽이 콘크리트 벽 안에서 만난 낯설면서도 신비스러운 느낌이었다. 입구의 콘크리트부터 1층은 온통 돌의 향연이다. 1층에는 이우환 화백의 돌과 철로 된 작품 10점이 전시되고, 2층에는 이 화백의 회화 작품 30점이 전시된다.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우환은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일본에 건너가 일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사물과 세계의 관계에 천착하면서 일본 아방가르드 운동 ‘모노하’를 주도했다. 모노하는 1960~70년대 콘크리트, 유리판, 강철 등 산업 재료와 돌과 나무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 미술 운동이다. 이우환이 돌과 철, 유리판을 특정한 공간에 놓아 두는 설치 작품은 ‘관계항’(Relatum)이다. 그는 평범해 보이는 돌과 철판, 유리를 공간 속에 다양한 형태로 놓아둠으로써 관객들이 새로운 의미를 느끼게 한다. 라틴어인 ‘Relatum’은 철학 용어로 관계를 맺는 주체를 뜻한다. 예술작품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작품과 관객이 공간의 변함에 따라 새로운 관계를 생성하게 되는 것이다. 공간에서는 관객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우환은 사람들이 “아를이라는 역사적인 공간에서 내 작품이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예술가란 작품의 매개자이자 중개자 역할을 하는 사람일 뿐이며, 최종적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관객인 셈이다.“길가의 녹슨 병뚜껑을 보고도 가슴이 뭉클해질 수 있다. 우리 삶에 있어서의 많은 예기치 않은 순간들, 찬란하거나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더러운 순간들이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짐을 반복한다.” (이우환)​돌 사이에 강철 막대가 엇갈려 있는 모습에서 나는 무엇을 느꼈는가. 우리의 대화는 엇갈림 속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다른 곳을 향하고 있지 않는가.벽의 액자를 바라보는 돌멩이는 액자 속에 들어 있어야할 그림을 깔고 앉아 있다.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은 깔고 앉아 있고, 텅빈 액자 속만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아닐까.돌멩이에 꽂힌 철사가 벽에 뭔가 그리고 있다. 물음표?​천정에 달린 조명 빛이 커다란 접시에 담긴 물에 반사된다. 물빛이 흔들릴 때마다 천정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새겨진다. 고흐가 그린 아를의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 같기도 하고, 해골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기도 하다. 슬프면서도 찬란한 빛이 변화무쌍하게 공간을 가득 채운다. 돌을 유리판 위에 올려 놓다가 깨졌는데, 우연하게 금이간 유리판은 그대로 하나의 예술이 된다. 내 삶의 단 한번의 선택도 내 인생에 커다란 금을 가게 할 수 있다. 깨진 금은 어디로 쫙 갈라져 나갈지 예측할 수 없다. 그것도 하나의 인생의 지문으로 남을 것일 뿐. 1층 전시장 마지막 작품. 이우환이 손녀를 위해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바닥에 앉아 있는 돌멩이는 손녀이리라. 할아버지는 벽에 아무것도 그려 넣지 않은 하얀색 캔버스를 걸어놓았다. 손녀가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작품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하얀색 도화지에 손녀가 자신만의 관계항을 그려,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라는 뜻일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걸려 있는 도예 작품. 흙으로 빚은 판에 손가락을 깊게 찔러 넣은 자국으로 점을 하나 찍어 놓았다. 점과 선에 천착해 온 자신의 세계를 2층에서 본격적으로 보여주리라 하는 의도인 듯하다. 이우환 화백은 1973년쯤 부터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연작을 시작했다. 그는 점을 찍은 뒤 붓끝의 안료가 없어질 때까지 선을 긋는 작업을 반복했다. 수묵화에서 먹을 묻힌 후 물기가 날아가면 거칠어진 선이 남게 되는 ‘비백’ 효과를 서양화에서도 도입한 듯이 보인다. 그런데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본 아를의 한 소년은 “비행기가 날아갈 때 하늘에 남은 하얀 흔적같다”고 말했다고 한다.제트기 수십대가 함께 편대비행을 한 자국일까.구부러진 선도 나타난다.이번엔 점이다. 점이 두 개다.점 하나 찍었다. 설마 이 작품은 얼마일까?자유분방한 점들. 점 하나가 좀더 커지고, 길어졌다.점이 화분 모양이 된다. 동양화처럼 농담의 차이가 있는 점이다. 애플 로고처럼 단정하다. 밝은 조명 아래에서는 3D 효과가 난다.점이 여러개로 변한다.점이 동그란 원을 이룬다. 점의 행렬이 뒤로 갈 수록 농도가 옅어진다. 왼쪽 방향으로 헤엄치는 올챙이들 같기도 하고, 매트릭스 영화에 나오는 컴퓨터 화면 픽셀 같기도 하다. 점이 컬러로 변한다. 붉은색과 푸른색 점이 포옹을 하면서 겹치며 한몸이 되고, 계단을 이루기도 한다.​ 이우환이 1층 야외 정원과 방에 돌과 철, 유리로 설치해놓은 ‘관계항’을 보고 난 후에 2층에 있는 회화 작품을 보니 비로소 그의 작품 세계가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이우환은 돌과 철로 ‘관계항’ 작품을 할 때는 야외나 방이라는 3차원 공간을 캔버스 삼아서 작업을 한 것이다. 이러한 돌과 철은 2차원 평면의 회화 작품에서는 붓으로 그린 점이 되고, 선이 되는 것이다. 집 안에 돌과 철과 같은 무거운 작품을 가져다 놓을 수 없으니, 회화 작품을 벽에 걸어놓고 점과 선의 관계항을 명상해보라는 뜻인 듯했다. 그의 점은 돌이고, 선은 쇠막대였다. 그의 캔버스는 입체적인 방이고, 공간이 되는 것이다. 아를에서 이우환의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세계 어떤 미술관이나 아트페어보다 가장 많은 작품을 보았던 것 같다.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우환 공간’에서도 야외와 실내에서 작품을 보았지만, 아를이 작품이 더 다양하고 많았다. 이 정도 크기의 이우환 작품을 이렇게 많이 모아놓다니. 과연 가격이 얼마나 될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우환은 아를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대여해주었다고 한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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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요즘 파리는 공사 중이다.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곳곳에서 문화유산 보수 공사를 벌이고 있다. 2019년 4월 화재 피해를 본 노트르담 대성당도 공사가 한창이다. 프랑스 정부는 5년 만에 재개관을 목표로 매일 500명의 인력을 투입해 공사를 벌이고 있다. 복구 작업에는 수령 150년이 넘은 참나무 1000여 그루가 들어갔다. 지난달 현장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12월 우리는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 있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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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예술의 날개 단 디자인, K-컬처의 신성장 엔진”

    “디자인은 세상을 바꿉니다. 디자이너는 낡은 질서를 깨고, 세상을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재구성합니다. 대한민국의 매력과 품격은 K-디자인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K-디자인 비전 선포식’을 열고 “K-디자이너의 빼어난 미학적 독창성과 상상력, 파격과 투혼이 K-컬처의 신성장 엔진으로 본격 등장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문화와 예술의 날개를 단 디자인, K-컬처의 신성장 엔진’을 주제로 한 비전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이날 ‘공공디자인 선도도시’를 지정해 K-디자인이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버스정류장 등에 한정됐던 공공디자인은 공원, 광장으로 확장되고, 디자이너의 시선이 쏠린 순간 처박혀 있던 공간의 가치는 급속히 상승한다”며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바꾼 가우디의 도전과 모험, 감수성과 창의력이 K-디자인의 비전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장관은 “K-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혁신적인 미래를 집약한 ‘국립디자인 박물관’을 2026년 세종시에 개관할 예정”이라며 “디자인 한국을 만든 원로·중견 디자이너들에게는 자긍심을 확인하는 공간이,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디자이너에게는 꿈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중 각계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국립디자인박물관 개관위원회가 출범한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공공디자인 건축 패션 분야 관계자, 신진 디자이너 및 문체부 MZ드리머스(2030자문단)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건축가 이타미 준의 딸인 유이화 씨(ITM 건축사무소 대표)가 ‘K-건축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발표했고,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의 공공디자인 모범 사례인 ‘장수의자 개발 스토리’ 발표가 이어졌다. “2018년 남양주 별내파출소장으로 근무할 때 무단횡단하는 어르신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사망 사고도 있었죠. 양로원을 찾아가 어르신들께 이유를 여쭤보니 ‘무릎과 허리가 아파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릴 수 없어 그냥 건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내신도시 17개 교차로에 60개의 ‘장수의자’를 설치했더니,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어르신 횡단보도 사망 사고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후 전국 70여 개 자치단체에서 약 2500개의 ‘장수의자’를 설치해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습니다.”(유창훈 남양주경찰서 112치안상황실장) 이날 비전 선포식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협업을 통한 다양한 공공디자인 사례가 소개됐다. 현대백화점은 점포에서 발생한 폐지를 수집해 만든 100% 재생종이 친환경 쇼핑백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간 나무 1만3200그루(약 2000t)를 보호하고, 3298t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효과를 얻었다. 시각장애 학생의 학업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3차원(3D) 프린팅 교재를 만든 국립한경대 임진이 교수팀, 청각장애인과 승객 간의 의사소통 솔루션을 개발해 청각장애인 14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 ‘고요한 M택시’도 소개됐다. 문체부는 K-디자인 비전 선포식에서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 규모를 곳당 4억 원(문체부 50%, 지자체 50%)에서 8억 원(분담률 동일)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특히 국제행사 개최 도시의 경우 안내 체계와 시각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사업을 다년도 지원 방식으로 확대해 개최지의 매력을 높일 예정이다. 국제행사 개최 도시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의 지원 규모는 총 17억 원(문체부 50%, 지자체 50%)에서 19억 원(분담률 동일)으로 증액하고, 관광마케팅도 지원한다. 박 장관은 “횡단보도 앞에서 쉬어가는 ‘장수의자’처럼 디자인은 사고 위험을 줄이고 사회를 밝게 한다”며 “국민 안전, 인구 고령화, 환경, 지역 소멸, 스마트 기술, 라이프 스타일 등 당면한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소셜 디자인’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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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예술의 날개을 단 디자인, K-컬처의 신성장 엔진”

    “디자인은 세상을 바꿉니다. 디자이너는 낡은 질서를 깨고, 세상을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재구성하고, 문제해결로 세상의 중심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매력과 품격이 K-디자인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이 3일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K-디자인 비전 선포식’을 열고 “K-디자이너의 빼어난 미학적 독창성과 상상력, 파격과 투혼이 K-컬처의 신성장 엔진으로 본격 등장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문화와 예술의 날개를 단 디자인, K-컬쳐의 신성장 엔진’을 주제로 한 비전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이날 ‘공공디자인 선도도시’를 지정해 K-디자인이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버스정류장 등에 한정됐던 공공디자인은 공원, 광장으로 확장되고, 디자이너의 시선이 쏠린 순간 처박혀 있던 공간의 가치는 급속히 상승한다”며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바꾼 가우디의 도전과 모험, 감수성과 창의력이 K-디자인의 비전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박 장관은 또 “K-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혁신적인 미래를 집약한 ‘국립디자인 박물관’을 2026년 세종시에 개관할 예정“이라며 ”디자인 한국을 만든 원로·중견 디자이너들에게는 자긍심이,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디자이너에게는 꿈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중 각계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국립디자인박물관 개관위원회가 출범한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공공디자인, 건축, 패션분야 관계자, 신진 디자이너 및 문체부 MZ드리머스(2030자문단)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건축가 이타미 준의 딸인 유이화 씨(ITM 건축사무소 대표)가 ‘K-건축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별내신도시의 공공디자인 모범사례인 ‘장수의자 개발스토리’ 발표가 이어졌다. “2018년 남양주 별내파출소장으로 근무할 때 무단횡단하는 어르신을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사망사고도 있었죠. 양로원을 찾아가 어르신들께 이유를 여쭤보니 ‘무릎과 허리가 아파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릴 수 없어 그냥 건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내신도시 17개 교차로에 60개의 ‘장수의자’를 설치했더니,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어르신 횡단보도 사망사고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후 전국 70여개의 자치단체에서 약 2500여개의 장수의자를 설치해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유창훈 남양주경찰서 112치안상황실장) 이날 비전 선포식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협업을 통한 다양한 공공디자인의 사례가 소개됐다. 현대백화점은 점포에서 발생한 폐지를 수집해 만든 100% 재생종이 친환경 쇼핑백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간 나무 1만3200그루(약 2000여 톤)를 보호하고, 3298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효과를 얻었다. 시각장애 학생의 학업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3D프린팅 교재를 만든 국립한경대 임진이 교수팀, 청각장애인과 승객 간의 의사소통 솔루션을 개발해 140명의 청각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한 ‘고요한 M택시’도 소개됐다. 문체부는 K-디자인 비전선포식에서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규모를 개소당 4억 원(문체부 50%, 지자체 50%)에서 8억 원(분담률 동일)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특히 국제행사 개최도시의 경우 안내 체계와 시각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사업을 다년도 지원방식으로 확대해 개최지의 매력을 높일 예정이다. 국제행사 개최도시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의 지원 규모는 총 17억 원(문체부 50%, 지자체 50%)에서 19억 원(분담률 동일)으로 증액하고, 관광마케팅도 지원한다.박 장관은 “횡단보도 앞에서 쉬어가는 ‘장수 의자’처럼 디자인은 사고 위험을 줄이고 사회를 밝게 한다”며 “국민 안전, 인구 고령화, 환경, 지역 소멸, 스마트 기술, 라이프 스타일 등 당면한 사회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소셜 디자인’ 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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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프랑스, 미슐랭 스타 기내식 제공 비즈니스 클래스 도입

    에어프랑스가 최신 영상미디어 프로그램과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개발한 기내식을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했다. 에어프랑스는 2일 하계 시즌을 맞아 인천∼파리 노선에서 보잉 777-300 항공기 12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해 주 3회 운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의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는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개발한 기내식, 소믈리에가 선정한 와인과 샴페인, 다양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등을 제공한다. 새롭게 단장된 비즈니스 클래스는 180도 완전 수평으로 펼쳐지는 ‘풀 플랫(Full Flat)’ 침대형 좌석(길이 약 2m)으로, 모든 자리가 기내 복도로 연결돼 이동이 편리하다. 개별 슬라이딩 도어와 중앙 패널이 탑재돼 프라이빗한 공간을 선사한다. 버튼을 눌러 중앙 패널을 내리면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며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영상미디어 프로그램으로는 눈부심 방지 기능이 적용된 17.3인치(약 44cm) 4K 스크린을 통해 350여 편의 영화, TV 시리즈, 음악, 팟캐스트 방송이 12가지 언어로 서비스된다. 소음 차단 헤드셋이 제공되며, 개인 헤드셋 사용자를 위한 블루투스 연결 기능도 마련됐다. 또한 파리를 출발하는 장거리 노선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은 프랑스 유명 미슐랭 스타 셰프들과 협업한 기내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레지스 마르콩, 안소피 피크, 미셸 로트를 비롯한 요리 거장들이 생선, 고기, 채식 요리를 제공한다. 요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장마리 마소가 디자인한 식기에 담겨 제공된다. 와인과 샴페인은 세계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 파올로 바소가 직접 선별한 목록으로 준비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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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 기내식 제공하는 비즈니스 클래스 도입

        에어프랑스가 최신 영상미디어 프로그램과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개발한 기내식을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했다. 에어프랑스는 2일 하계 시즌을 맞아 인천~파리 노선에서 보잉 777-300 항공기 12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해 주 3회 운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의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는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개발한 기내식, 소믈리에가 선정한 와인과 샴페인, 다양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등을 제공한다. 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은 지난해 가을 첫 투입 후 국제선 노선에 점진적으로 도입됐다. 새롭게 단장된 비즈니스 클래스는 180도 완전 수평으로 펼쳐지는 ‘풀 플랫(Full Flat)’ 침대형 좌석(길이 약 2m)으로, 모든 자리가 기내 복도로 연결돼 이동이 편리하다. 개별 슬라이딩 도어와 중앙 패널이 탑재돼 프라이빗한 공간을 선사한다. 버튼을 눌러 중앙 패널을 내리면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며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영상미디어 프로그램으로는 눈부심 방지 기능이 적용된 17.3인치(약 44cm) 4K 스크린을 통해 350여 편의 영화, TV 시리즈, 음악, 팟캐스트가 12가지 언어로 서비스된다. 소음 차단 헤드셋이 제공되며, 개인 헤드셋 사용자를 위한 블루투스 연결 기능도 마련됐다. 장거리 비행 중 피로를 풀 수 있는 명상, 좌식 요가 프로그램, 어린이 승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또 파리 출발 장거리 노선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은 프랑스 유명 미슐랭 스타 셰프들과 협업한 기내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레지스 마르콩, 안소피 피크, 미셸 로트를 비롯한 요리 거장들이 생선, 고기, 채식 요리를 제공한다. 요리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장마리 마소가 디자인한 식기에 담겨 제공된다. 와인과 샴페인은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 파올로 바소가 직접 선별한 목록으로 준비된다. 에어프랑스 측은 “전 객실에는 비행 중에도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인 ‘에어프랑스 커넥트’가 제공된다”며 “카카오톡, 아이메시지 등의 메신저 앱을 통해 비행 중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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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안도 다다오의 ‘푸른 사과’

    강원 원주의 오크밸리에 있는 뮤지엄 ‘산(SAN)’ 입구에 푸른색 사과 조형물이 등장했다. 4월 1일 개막한 뮤지엄 개관 10주년 기념전 ‘청춘’에 선보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청춘의 사과’라고 이름 붙인 조각품의 높이는 3m다. ‘청춘’ 전시회에는 안도 다다오가 평생 동안 건축해 온 작품 자료가 전시돼 있다. 81세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10대, 20대만 청춘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은 모두가 청춘”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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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왕복 비행기 표 끊으면 미국 내 2개 도시까지 무료 기착 가능”

    “한미 양국의 우호 증진 분위기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교류가 일어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본격적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노선 확장에 나서게 된 이유입니다.” (월터 디아즈 유나이티드항공 아시아 영업 총괄 본부장) 유나이티드항공이 매일 인천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항공편을 대폭 증편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유나이티드항공은 27일 낮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4일부터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주 7회에서 주 12회로 증편하고, 6월부터는 매일 2차례(주14회) 운항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월터 디아즈 아시아 영업 총괄 본부장과 나가타 고지 아시아·태평양 홍보총괄 본부장, 박범준 한국영업총괄매니저 등이 참석했다. 월터 디아즈 본부장은 “새롭게 확장된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샌프란시스코 허브를 통해 시카고, 뉴욕, 워싱턴 D.C 등 미국 본토 주요도시와 멕시코시티, 칸쿤 등 중남미와 캐나다의 약 70개 도시로 쉽고 연결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유나이티드항공은 코로나 이후 여행수요 회복을 예상하고 지난 팬데믹 기간에도 대형 항공기와 조종사를 전부 그대로 유지했다”며 “덕분에 현재 한국 시장에서 팬데믹 이전 수준 이상의 항공편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오전 미국 도착과 오후 미국 출발의 효율적인 일정, 모두 4가지의 좌석 선택, 왕복 시 무료 스톱오버(기착) 혜택 등을 특장점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최대 2개 도시에서 추가 비용 없이 무료로 기착이 가능한 점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로 주목된다.  박범준 한국 영업 총괄 매니저는 “최종 목적지 이전과 이후의 기착 도시에서 몇개월이라도 머무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합리적인 소비를 중요시하는 한국 승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증편된 UA806편은 매주 월, 수, 금, 토, 일요일 오전 11시 35분에 인천 국제 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6시 15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다. 그리고 UA805편은 매주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오후 11시 45분에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서 출발, 이틀 뒤인 오전 4시 20분 인천 국제 공항에 도착한다. 증편된 항공편의 기종은 B777-200ER으로 폴라리스 비즈니스 객실 50석, 프리미엄 플러스 객실 24석, 이코노미 202석을 제공한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서부 해안에 있는 유나이티드의 가장 큰 허브 공항이자 아시아 태평양으로 향하는 관문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에서 매일 200회 이상 출발하고 있으며, 26개의 주요 국제 도시를 포함한 전세계 100개 이상의 목적지로 운항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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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봄학교와 연계된 문화예술교육, MZ세대 학부모 큰 관심”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갖게 하고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얻을 수 있어 정말 중요합니다.”(발레리나 김주원) 이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실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은실)의 주관으로 김주원 발레리나, 학교 관계자와 MZ세대 학부모가 참여하는 ‘모든 아동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에서는 이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한 ‘늘봄학교’ 등과 연계해 모든 아동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늘봄학교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활용해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교육·돌봄 통합 서비스로, 올해 214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해 문체부가 지원한 ‘꿈의 댄스팀’ 앰배서더로 활동했던 김주원 발레리나는 좌담회에서 전국 늘봄학교에서 양질의 예술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무용(발레)교육 가이드’ 개발 계획을 밝혔다. 다양한 공교육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발레교육 과정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늘봄학교 교사 및 강사 대상 워크숍을 통해 발레교육 가이드의 현장 활용 방안을 안내할 예정이다. 또한 그는 늘봄학교 학생들에게 특별한 예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마스터클래스’를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출신인 김 씨는 “꿈의 댄스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영유아기·아동기의 문화예술교육이 정서적으로 행복감을 주고 삶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걸 느꼈다”며 “누구나 공평하게 사각지대 없이 문화예술교육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늘봄학교를 통해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보급하는 데 애쓰겠다”고 강조했다. 문체부에서 추진한 ‘2022 국민문화예술교육 조사’ 연구의 학부모 문화예술교육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자녀를 문화예술교육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의향은 매우 높았으며, 음악·미술 다음으로 무용교육(43.5%)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간 1인 강사, 장르 중심의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보다 발전된 형태의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학부모 박소희 씨는 “딸아이가 지난해 ‘꿈의 댄스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로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되었고, 학교 수업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표하는 어린이가 됐다”며 “문화예술교육이 아이들에게 꿈과 자신감, 행복감을 준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장현아 씨는 “김주원 발레교실처럼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명 예술가와의 만남이 공교육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늘봄학교가 단순히 ‘돌봄’을 넘어서 질 높은 예술교육의 경험으로 이어질 것 같아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 용문면 조현초등학교는 문체부의 대표적인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인 ‘예술꽃 씨앗학교’ 14기로 선정됐으며, 늘봄학교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 학교 이동준 교감은 “문화예술교육의 중요한 가치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며 “약자들을 감싸주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힘”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문체부와 교육진흥원은 김주원 발레리나의 무용교육 가이드 개발을 시작으로 저명 예술가를 통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학교에 선제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꿈의 오케스트라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전국 모든 아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교육 실행 기반 조성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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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파리의 구사마 야요이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본사 앞에는 일본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93)의 대형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구사마가 붓을 들고 특유의 알록달록한 물방울무늬를 건물 벽체에 그리는 모습이다. 루이비통은 올해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구사마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을 출시했다.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 쇼윈도에도 검은색 물방울무늬가 찍힌 호박 가발을 뒤집어쓴 구사마 모습의 로봇이 세워져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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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민족 문화콘텐츠의 보고 ‘삼국유사’ 품어낸 비슬산, 분홍빛으로 물들다[전승훈의 아트로드]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김동환 ‘봄의 오면’),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이원수 ‘고향의 봄’),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김소월 ‘진달래꽃’). 진달래는 우리나라 봄을 대표하는 꽃이다. 수많은 시와 동요, 가곡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박힌 꽃이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지천으로 피어나는 진달래는 이른 봄에 피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는 지금이 제철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참꽃 축제’가 열린 대구 비슬산에 다녀왔다. ●참꽃을 먹고 즐기는 화전놀이 대구·경북에서는 진달래보다 ‘참꽃’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먹을 수 있는 진짜 꽃’이란 의미다. 철쭉을 ‘개꽃’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되는 이름이다. 철쭉은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봄이 오면 음력 삼월 삼짇날에 경치 좋은 곳에서 진달래꽃을 찹쌀가루에 반죽해서 부쳐 먹는 ‘화전(花煎)놀이’를 즐겼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은 99만여 ㎡(약 30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참꽃 군락지다. 비슬산은 해발 1000m 고지대여서 진달래가 늦게 핀다. 산 아래쪽 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에는 벌써 철쭉이 피어나고 있지만, 산 정상 부근에는 진달래꽃이 주단을 펼쳐 놓은 듯 장엄하게 피었다. 14, 15일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참꽃문화제가 열렸다.그러나 참꽃 군락지에 가까이 가서 보니 군데군데 꽃이 시들어 말라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꽃이 만개하기 직전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일부 진달래가 꽃봉오리째 얼어버리는 동해(凍害)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견사에서 대견봉에 이르는 능선 전체를 뒤덮은 꽃대궐 속에서 사진을 찍는 상춘객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비슬산은 ‘비파 비(琵)’에 ‘큰 거문고 슬(瑟)’자를 써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불린다.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이 산 정상의 바위 모양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비슬산 정상 부근에 대견사(大見寺)가 있다.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우친다’는 뜻의 사찰 이름이다. 대견사 주변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비슬산 암괴류’가 여러 갈래 물결처럼 흘러내린다. 부처 모양의 바위와 3층 석탑이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끝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온 우주를 품고 있는 형상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대견보궁 왼쪽에는 산신각과 암굴이 있는데, 암굴에 새겨진 작은 마애불의 미소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암굴 옆에 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대견사 뒷마당에 본격적인 꽃대궐이 펼쳐진다. 비슬산을 오르려면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주차장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휴일에는 1시간 이상 탑승을 기다려야 한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원한다면 유가사 쪽에서 대견사로 향하는 길을 추천한다. ●삼국유사의 땅 비슬산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과도 인연이 깊다.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서기 810년) 때 보당암(寶幢庵)이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일연은 22세 때 승과에 합격한 뒤 22년 동안 보당암(대견사), 묘문암, 무주암 그리고 인흥사와 용천사를 거쳤는데 이 모두가 비슬산에 있다. 비슬산은 일연의 득도처이자, 삼국유사가 구상되고 집필된 곳이다. 일연은 중국과 국내의 고전 역사서, 비문(碑文)과 옛 문서까지 총망라하고 전국의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이야기를 채집해서 삼국유사를 썼다. ‘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의 저자인 한양대 고운기 교수는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연대별 사건 서술에 주력한 반면, 일연은 하찮은 현장이라도 직접 둘러보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다”며 삼국유사를 ‘길 위의 책’이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삼국유사’는 지배층의 정치사뿐 아니라 당시 고려 백성의 염원과 신화, 전설을 폭넓게 담아 한민족의 정서와 세계관을 집대성한 역사서”라며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연극과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라고 설명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 있는 삼국유사의 산실인 ‘인흥사’는 현재 3층 석탑이 있는 절터로만 남아 있다. 인흥사지는 고려말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들여왔던 문익점(1329~1398)의 18대손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남평 문씨 세거지가 되었다. 인흥마을에 주차하면 가장 먼저 문익점 동상이 눈에 들어오고, 뒤편에는 목화밭이 조성돼 있다. 지난가을 열매를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눈처럼 하얀 목화솜이 가득한 밭이 인상적이다. 인흥마을의 첫머리에 있는 수백당(守白堂)은 봄이면 매화와 산수유, 여름에는 능소화가 멋들어지게 피어나는 집이다. 요즘 마당의 담장 밑에는 모란꽃이 활짝 폈다. 김영랑이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오월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 노래했는데, 사월에 이미 활짝 폈다. 수백당 오른쪽의 협문을 통과하면 약 2만 권의 서책과 책판이 보관돼 있는 ‘인수문고(仁壽文庫)’가 있다. 수백당 담장을 끼고 오른쪽에 있는 광거당(廣居堂) 안에도 1만 권의 책을 비치한 ‘만권당’이 설치돼 전국의 수많은 문인, 학자들이 토론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광거당 누마루에는 추사가 적은 ‘수석노태지관(壽石老苔池館)’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수석과 묵은 이끼와 연못이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연못이 메워지고 없지만, 광거당 앞에 분홍빛 꽃을 피운 모과나무가 드리우는 그늘만으로도 운치가 넘친다. 올해 9월 대구시에 편입될 예정인 경북 군위군은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불린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하고 삶을 마무리한 인각사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각사 주변 해발 800m 정상에 자리 잡은 화산마을의 행정구역 이름도 군위군 ‘삼국유사면’이다. 마을에는 1709년 조선 숙종 때 병마절도사 윤숙이 외적의 침입에 대응하고자 쌓기 시작한 화산산성 일부가 남아 있다. 고랭지 채소 재배로 살아가는 이 농촌 마을은 요즘 군위댐과 풍력발전소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포토존으로도 유명하다. 동화 속 풍경처럼 빨간색 지붕의 풍차가 세워져 있는가 하면, 캠핑장에는 일출과 일몰, 운무와 새벽하늘 별빛이 이루는 장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군위 한밤마을은 돌담이 쌓인 골목길 산책을 하기에 좋다. 제주가 현무암 돌담이라면, 한밤마을의 돌담은 화강암에 낀 이끼가 고색창연한 빛을 발한다. 부림 홍씨(缶林洪氏)의 집성촌인 한밤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은 남천고택(南川古宅)이다. 고택 옆에 있는 정면 5칸, 옆면 2칸짜리 ‘대율리 대청’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맛집=대구는 ‘교촌치킨’ ‘멕시칸치킨’ ‘페리카나치킨’ ‘처갓집 양념통닭’ 등이 탄생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메카이다. 또한 막창, 납작만두도 요즘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막창 가게는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거리’에 몰려 있다. 앞산의 수려한 경치를 함께하고 있는 대구의 대표 곱창거리다. 치즈곱창, 매운불곱창, 막창, 염통, 볼살 등 다양하게 개발된 메뉴를 가게마다 차별화된 비법 소스에 찍어 먹는다. ‘막창에 소주’는 옛말이다. 이 거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한 맛의 수제맥주 ‘안지랑이’는 화끈한 불곱창 맛과 잘 어울린다. 요즘 MZ세대들이 열광하는 대구의 또 다른 명물은 ‘납작만두’다. 분식으로 유명한 대구에서는 서문시장 칼국수와 떡볶이가 인기였다. 대구가 다음으로 찾아낸 메뉴는 대구 사람들이 ‘납딱만두’라고 부르는 음식. 밀가루만 얇게 부치거나, 당면과 부추를 최소한으로 넣어 얇게 부친 만두다. ‘대구판 또띠야(토르티야)’ ‘대구판 월남쌈’처럼 만두피처럼 얇은 만두에 떡볶이를 싸 먹거나, 빨갛게 양념을 한 회무침, 오징어무침을 싸 먹기도 한다. 대구, 군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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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국유사 품어낸 비슬산, 분홍빛으로 물들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김동환 ‘봄이 오면’),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이원수 ‘고향의 봄’),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김소월 ‘진달래꽃’). 진달래는 우리나라 봄을 대표하는 꽃이다. 수많은 시와 동요, 가곡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박힌 꽃이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지천으로 피어나는 진달래는 이른 봄에 피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는 지금이 제철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참꽃 축제’가 열린 대구 비슬산에 다녀왔다.》 ●참꽃을 먹고 즐기는 화전놀이대구·경북에서는 진달래보다 ‘참꽃’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먹을 수 있는 진짜 꽃’이란 의미다. 철쭉을 ‘개꽃’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되는 이름이다. 철쭉은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봄이 오면 음력 삼월 삼짇날에 경치 좋은 곳에서 진달래꽃을 찹쌀가루에 반죽해서 부쳐 먹는 ‘화전(花煎)놀이’를 즐겼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은 99만여 ㎡(약 30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참꽃 군락지다. 비슬산은 해발 1000m 고지대여서 진달래가 늦게 핀다. 산 아래쪽 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에는 벌써 철쭉이 피어나고 있지만, 산 정상 부근에는 진달래꽃이 주단을 펼쳐 놓은 듯 장엄하게 피었다. 14, 15일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참꽃문화제가 열렸다. 그러나 참꽃 군락지에 가까이 가서 보니 군데군데 꽃이 시들어 말라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꽃이 만개하기 직전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일부 진달래가 꽃봉오리째 얼어버리는 동해(凍害)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견사에서 대견봉에 이르는 능선 전체를 뒤덮은 꽃대궐 속에서 사진을 찍는 상춘객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비슬산은 ‘비파 비(琵)’에 ‘큰 거문고 슬(瑟)’자를 써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불린다. 산 정상의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비슬산 정상 부근에 대견사(大見寺)가 있다.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친다’는 뜻의 사찰 이름이다. 대견사 주변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비슬산 암괴류’가 여러 갈래 물결처럼 흘러내린다. 부처 모양의 바위와 3층 석탑이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끝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온 우주를 품고 있는 형상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대견보궁 왼쪽에는 산신각과 암굴이 있는데, 암굴에 새겨진 작은 마애불의 미소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암굴 옆에 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대견사 뒷마당에 본격적인 꽃대궐이 펼쳐진다. 비슬산을 오르려면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주차장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휴일에는 1시간 이상 탑승을 기다려야 한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원한다면 유가사 쪽에서 대견사로 향하는 길을 추천한다. ●삼국유사의 땅비슬산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과도 인연이 깊다.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 때(810년) 보당암(寶幢庵)이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일연은 22세 때 승과에 합격한 뒤 22년 동안 보당암(대견사), 묘문암, 무주암 그리고 인흥사와 용천사를 거쳤는데 이 모두가 비슬산에 있다. 비슬산은 일연의 득도처이자, 삼국유사가 구상되고 집필된 곳이다. 일연은 중국과 국내의 고전 역사서, 비문(碑文)과 옛 문서까지 총망라하고 전국의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이야기를 채집해서 삼국유사를 썼다. ‘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의 저자인 한양대 고운기 교수는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연대별 사건 서술에 주력한 반면 일연은 하찮은 현장이라도 직접 둘러보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다”며 삼국유사를 ‘길 위의 책’이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삼국유사’는 지배층의 정치사뿐 아니라 당시 고려 백성의 염원과 신화, 전설을 폭넓게 담아 한민족의 정서와 세계관을 집대성한 역사서”라며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연극과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라고 설명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 있는 삼국유사의 산실인 ‘인흥사’는 현재 3층 석탑이 있는 절터로만 남아 있다. 인흥사지는 고려 말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들여왔던 문익점(1329∼1398)의 18대손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남평 문씨 세거지가 되었다. 인흥마을에 주차하면 가장 먼저 문익점 동상이 눈에 들어오고, 뒤편에는 목화밭이 조성돼 있다. 지난가을 열매를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눈처럼 하얀 목화솜이 가득한 밭이 인상적이다. 인흥마을의 첫머리에 있는 수백당(守白堂)은 봄이면 매화와 산수유, 여름에는 능소화가 멋들어지게 피어나는 집이다. 요즘 마당의 담장 밑에는 모란꽃이 활짝 폈다. 김영랑이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오월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 노래했는데, 사월에 이미 활짝 폈다. 수백당 오른쪽의 협문을 통과하면 약 2만 권의 서책과 책판이 보관돼 있는 ‘인수문고(仁壽文庫)’가 있다. 수백당 담장을 끼고 오른쪽에 있는 광거당(廣居堂) 안에도 1만 권의 책을 비치한 ‘만권당’이 설치돼 전국의 수많은 문인, 학자들이 토론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광거당 누마루에는 추사가 적은 ‘수석노태지관(壽石老苔池館)’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수석과 묵은 이끼와 연못이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연못이 메워지고 없지만, 광거당 앞에 분홍빛 꽃을 피운 모과나무가 드리우는 그늘만으로도 운치가 넘친다. 올해 9월 대구시에 편입될 예정인 경북 군위군은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불린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하고 삶을 마무리한 인각사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각사 주변 해발 800m 정상에 자리 잡은 화산마을의 행정구역 이름도 군위군 ‘삼국유사면’이다. 마을에는 1709년 조선 숙종 때 병마절도사 윤숙이 외적의 침입에 대응하고자 쌓기 시작한 화산산성 일부가 남아 있다. 고랭지 채소 재배로 살아가는 이 농촌 마을은 요즘 군위댐과 풍력발전소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포토존으로도 유명하다. 동화 속 풍경처럼 빨간색 지붕의 풍차가 세워져 있는가 하면, 캠핑장에는 일출과 일몰, 운무와 새벽하늘 별빛이 이루는 장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군위 한밤마을은 돌담이 쌓인 골목길 산책을 하기에 좋다. 제주가 현무암 돌담이라면, 한밤마을의 돌담은 화강암에 낀 이끼가 고색창연한 빛을 발한다. 부림씨(缶林) 홍씨의 집성촌인 한밤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은 남천고택(南川古宅)이다. 고택 옆에 있는 정면 5칸, 옆면 2칸짜리 ‘대율리 대청’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맛집=대구는 ‘교촌치킨’ ‘멕시칸치킨’ ‘페리카나치킨’ ‘처갓집 양념통닭’ 등이 탄생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메카이다. 또한 막창, 납작만두도 요즘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막창 가게는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거리’에 몰려 있다. 앞산의 수려한 경치를 함께하고 있는 대구의 대표 곱창거리다. 치즈곱창, 매운불곱창, 막창, 염통, 볼살 등 다양하게 개발된 메뉴를 가게마다 차별화된 비법 소스에 찍어 먹는다. ‘막창에 소주’는 옛말이다. 이 거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한 맛의 수제맥주 ‘안지랑이’는 화끈한 불곱창 맛과 잘 어울린다. 요즘 MZ세대들이 열광하는 대구의 또 다른 명물은 ‘납작만두’다. 분식으로 유명한 대구에서는 서문시장 칼국수와 떡볶이가 인기였다. 대구가 다음으로 찾아낸 메뉴는 대구 사람들이 ‘납딱만두’라고 부르는 음식. 밀가루만 얇게 부치거나, 당면과 부추를 최소한으로 넣어 얇게 부친 만두다. ‘대구판 또띠야(토르티야)’ ‘대구판 월남쌈’처럼 만두피처럼 얇은 만두에 떡볶이를 싸 먹거나 빨갛게 양념을 한 회무침, 오징어무침을 싸 먹기도 한다. 글·사진 대구·군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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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전승훈] 수백당 모란꽃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 있는 수백당에 모란꽃이 활짝 폈다. 고려 말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온 문익점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남평문씨 인흥 세거지다. 김영랑 시인이 ‘모란이 피기까지’에서 모란이 피는 오월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 노래했는데, 4월에 벌써 폈다. 꽃 모양이 비슷한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다. 모란은 풍요로움과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라 신부의 예복인 원삼, 활옷에 수놓았고, 궁중 장식화와 민화로도 많이 그려졌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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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전승훈]방돔광장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과 튈르리 정원 사이에 있는 방돔광장(Place de Vendôme)의 한가운데에는 나폴레옹의 기둥이 세워져 있다. 대포 133개를 녹여 만든 44m 높이의 청동 기둥에는 나폴레옹의 승리를 묘사한 76개의 부조가 새겨졌다. 방돔광장 주변에는 명품 보석 부티크 매장이 즐비하다. 쇼메 매장이 있는 12번지 아파트 1층은 피아니스트 쇼팽(1810∼1849)이 39세에 숨을 거둔 곳이라 클래식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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