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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의 대화 재개와 종교경찰 활동 축소로 표심을 잡았다.” 이란 중도 개혁파 대통령 후보인 마수드 페제슈키안(70)이 5일 치러진 대통령 보궐선거 2차 결선 투표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 후보(59)를 꺾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후보 4명 중 유일한 개혁파였다. 당초 그는 보수 세력의 견제와 중도 개혁 진영의 소극적인 투표 참여로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깜짝 1위에 올랐고, 기세를 몰아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했다. 반서방주의, 근본주의 이슬람 정책 등을 강조해 온 알리 하메네이 국가 최고지도자와 보수 세력에 대해 이란 국민들이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서방과의 대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와 종교경찰 활동 제한 등을 주장한 페제슈키안의 유연한 정책에 젊은층이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정일치 국가 이란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권력 서열 1위로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주요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라 ‘권력 2인자’인 대통령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 “강경보수 막으려 청년 여성 표 몰려” 이란 내무부는 6일 “페제슈키안 당선인이 결선 투표에서 1638만4000여 표(득표율 54%)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하메네이의 외교 책사로 외교장관을 지냈고, 이란에서 ‘정부 위의 정부’로 통하는 혁명수비대(IRGC)에서 군복무를 했던 잘릴리는 1353만8000여 표(44%)를 얻는 데 그쳤다. 국영 IRNA통신은 “당선인은 22일부터 다음 달 5일 사이에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제슈키안 후보는 당선 확정 뒤 이란의 신정일치 정치체제 창시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의 묘소를 찾으며 공식 행보에 나섰다. 2021년 취임했던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은 5월 갑작스러운 헬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보궐선거로 치러진 이번 대선으로 이란에는 3년 만에 다시 개혁 성향 정부가 들어섰다. 2013∼2021년 대통령을 지낸 하산 로하니는 온건 개혁파로 분류된다. 페제슈키안은 “서방과 대화를 통한 핵 합의 복원” 공약 등으로 보수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또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의문사’ 이후 누적된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불만 완화를 위해 히잡을 단속하는 종교경찰의 활동 축소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로하니 전 대통령과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1997년 8월∼2005년 8월 재임) 등 온건 개혁파 인사들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선 확정 뒤 페제슈키안의 고향인 타브리즈와 테헤란에선 춤추며 환호하는 젊은 유권자가 다수 목격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몇 년간 소외됐던 개혁 진영의 큰 승리”라며 “잘릴리의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청년과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개혁 추구하는 그의 앞길은 지뢰밭” 민심은 페제슈키안을 택했으나, 이란의 내정이나 대외 정책 등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 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이란의 핵심 정치 요직은 대부분 보수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의 권한이 막강하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페제슈키안이 최고지도자의 뜻을 거스르진 못할 것”이라며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노선을 바꾸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도 “페제슈키안의 개혁 앞엔 지뢰밭이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전문가인 미주리과학기술대의 메르자드 보루제르디 교수는 WP에 “보수 정치인들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시도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고지도자에게 수차례 충성을 맹세했고, 혁명수비대에 대해서도 지지 발언을 해 온 페제슈키안의 성향을 감안할 때 큰 변화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서방과의 대화 재개와 종교경찰 활동 축소로 표심을 잡았다.”이란 중도 개혁파 대통령 후보인 마수드 페제슈키안(70)이 5일 치러진 대통령 보궐선거 2차 결선 투표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 후보(59)를 꺾었다.페제슈키안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후보 4명 중 유일한 개혁파였다. 당초 그는 보수 세력의 견제와 중도 개혁 진영의 소극적인 투표 참여로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깜짝 1위에 올랐고, 기세를 몰아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했다. 반서방주의, 근본주의 이슬람 정책 등을 강조해온 알리 하메네이 국가 최고지도자와 보수 세력에 대해 이란 국민들이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특히 서방과의 대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와 종교경찰 활동 제한 등을 주장한 페제슈키안의 유연한 정책에 젊은층이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정일치 국가 이란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권력 서열 1위로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주요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라 ‘권력 2인자’인 대통령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 “강경보수 막으려 청년 여성 표 몰려”이란 내무부는 6일 “페제슈키안 당선인이 결선 투표에서 1638만4000여 표(득표율 54%) 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하메네이의 외교 책사로 외교장관을 지냈고, 이란에서 ‘정부위의 정부’로 통하는 혁명수비대(IRGC)에서 군복무를 했던 잘릴리는 1353만8000여 표(44%)를 얻는 데 그쳤다. 국영 IRNA통신은 “당선인은 22일부터 다음 달 5일 사이에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제슈키안 후보는 당선 확정 뒤 이란의 신정일치 정치체제 창시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의 묘소를 찾으며 공식 행보에 나섰다. 2021년 취임했던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은 5월 갑작스런 헬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보궐선거로 치러진 이번 대선으로 이란에는 3년 만에 다시 개혁 성향 정부가 들어섰다. 2013~2021년 대통령을 지낸 하산 로하니는 온건 개혁파로 분류된다.페제슈키안은 “서방과 대화를 통한 핵 합의 복원” 공약 등으로 보수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또 2022년 마사 아미니의 ‘히잡 의문사’ 이후 누적된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불만 완화를 위해 히잡을 단속하는 종교경찰의 활동 축소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로하니 전 대통령과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1997년 8월~2005년 8월 재임) 등 온건 개혁파 인사들의 지지도 이끌어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선 확정 뒤 페제슈키안의 고향인 타브리즈와 테헤란에선 춤추며 환호하는 젊은 유권자가 다수 목격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몇 년간 소외됐던 개혁 진영의 큰 승리”라며 “잘릴리의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청년과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개혁 추구하는 그의 앞길은 지뢰밭”민심은 페제슈키안을 택했으나, 이란의 내정이나 대외 정책 등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이란의 핵심 정치 요직은 대부분 보수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의 권한이 막강하다.미 워싱턴포스트(WP)는 “페제슈키안이 최고지도자의 뜻을 거스르진 못할 것”이라며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노선을 바꾸기는 힘들다”라고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도 “페제슈키안의 개혁 앞엔 지뢰밭이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이란 전문가인 미주리과학기술대의 메르자드 보루제르디 교수는 WP에 “보수 정치인들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시도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분석했다.최고지도자에게 수차례 충성을 맹세했고, 혁명수비대에 대해서도 지지 발언을 해온 페제슈키안의 성향을 감안할 때 큰 변화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북부 국경에서 교전 중인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을 3일 무인기(드론)로 사살했다. 헤즈볼라 또한 4일 이스라엘 북부의 군 기지를 향해 로켓과 드론 200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전투에 투입됐던 지상군을 대거 레바논 국경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에 집중하기 위해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작전을 지금보다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티레에서 무함마드 니마 나세르를 무인기로 제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해 왔다. 나세르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이 살해한 헤즈볼라 지휘관들 가운데 가장 고위급에 속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올 1월에도 각각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 탈레브 사미 압둘라, 위삼 알 타윌을 제거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최근 가자지구 분리장벽 인근 부대를 방문해 주변에 있던 탱크를 가리키며 “가자지구 작전에 투입됐던 이 탱크들이 리타니강에 갈 수 있다. (헤즈볼라와의) 합의를 원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 남부의 리타니강은 이스라엘 국경과 약 16km 떨어져 있다. 헤즈볼라와의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갈란트 장관은 지난달 26일 “레바논을 ‘석기시대’로 만들 수도 있다”며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왔다. 헤즈볼라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이란 또한 ‘총력전’을 예고했다. 카말 하라지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문은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한다면 모든 레바논 사람, 아랍 국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의 축’이 레바논을 지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가자 전쟁) 중재국으로부터 하마스의 새 휴전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하마스와의 휴전 돌파구를 찾으면 헤즈볼라의 대결 국면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제기된다. 한편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에 납치됐다 지난달 8일 구출된 여성 인질 노아 아르가마니 씨(27)의 어머니 리오라 씨(61)가 딸과 재회한 후 약 3주 만인 1일 뇌암 투병 끝에 숨졌다. 중국계로 1994년 이스라엘에 정착한 리오라 씨는 지난해 11월 “암 환자인 나는 오래 살 수 없다. 죽기 전에 반드시 딸을 보고 싶다”고 애타게 호소해 큰 관심을 모았다. 노아 씨 또한 구출된 직후 제일 먼저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시냐”고 물을 정도로 어머니와 각별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북부 국경에서 교전 중인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을 3일 무인기(드론)로 사살했다. 헤즈볼라 또한 4일 이스라엘 북부의 군 기지를 향해 로켓과 드론 200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전투에 투입됐던 지상군을 대거 레바논 국경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에 집중하기 위해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작전을 지금보다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티레에서 무함마드 니마 나세르를 무인기로 제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해 왔다. 나세르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이 살해한 헤즈볼라 지휘관들 가운데 가장 고위급에 속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올 1월에도 각각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 탈레브 사미 압둘라, 위삼 알 타윌도 제거했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최근 가자지구 분리장벽 인근 부대를 방문해 주변에 있던 탱크를 가리키며 “가자지구 작전에 투입됐던 이 탱크들이 리타니강에 갈 수 있다. (헤즈볼라와의) 합의를 원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레바논 남부의 리타니강은 이스라엘 국경과 약 16km 떨어져 있다. 헤즈볼라와의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갈란트 장관은 지난달 26일 “레바논을 ‘석기시대’로 만들 수도 있다”며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왔다.헤즈볼라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이란 또한 ‘총력전’을 예고했다. 카말 하라지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문은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한다면 모든 레바논 사람, 아랍 국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의 축’이 레바논을 지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양측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가자 전쟁) 중재국으로부터 하마스의 새 휴전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하마스와의 휴전 돌파구를 찾으면 헤즈볼라의 대결 국면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제기된다.한편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에 납치됐다 지난달 8일 구출된 여성 인질 노아 아르가마니 씨(27)의 어머니 리오라 씨(61)가 딸과 재회한 후 약 3주 만인 1일 뇌암 투병 끝에 숨졌다.중국계로 1994년 이스라엘에 정착한 리오라 씨는 지난해 11월 “암 환자인 나는 오래 살 수 없다. 죽기 전에 반드시 딸을 보고 싶다”고 애타게 호소해 큰 관심을 모았다. 노아 씨 또한 구출된 직후 제일 먼저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시냐”고 물을 정도로 어머니와 각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하마스가 우리 가족에게 준 아픔을 치유할 순 없겠지만 이번 소송이 정의 실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계 미국인인 어머니 에이드리엔 네타 씨(66)를 잃은 아들 나하르 네타 씨. 그는 하마스에 무기, 자금 등을 지원한 북한, 이란, 시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의 원고로 참여하며 이같이 밝혔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 씨를 포함해 하마스의 공격을 당한 피해자와 유가족 등 125명은 이날 “북한 이란 시리아가 재정, 군사, 전술 지원을 통해 하마스의 초법적인 살인 및 인질 납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며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최소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미 법원에서 하마스에 관한 사건으로 북한이 피소된 사례는 처음이다. 이번 소송은 미국 내 최대 유대계 단체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이 대리한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기습 공격 당시 북한산 유탄발사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대원이 북한산 대전차 무기 ‘F-7’을 소지한 사진, 북한제 122mm 방사포탄 또한 공개됐다. 이란은 하마스를 포함해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시리아와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단체 등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 또한 이런 이란을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고들이 승소해도 세 나라로부터 직접적인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이번 소송에 관한 질의에 언급을 거부했다. 북한, 시리아 또한 응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승소하면 테러 희생자를 지원하기 위한 미 법무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압수된 테러지원국의 자산, 벌금 등으로 운영되는 기금이다. 미 법무부는 해당 기금 중 9억4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하마스 공격 피해자에게 분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인도 북부에서 힌두교 행사 도중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최소 107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 행사에 참여한 군중이 출구를 빠져나가다 밀려 넘어지며 참사로 이어졌다. 현장 통제가 뒤늦게야 벌어진 탓에 다친 사람들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인도 매체인 힌두스탄타임스는 “2일 오후(현지 시간) 우타르 프라데시주 하트라스 지역에서 열린 힌두교 예배 집회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희생자 중 다수는 여성이나 어린이인 것으로 알려졌다.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하트라스 지역 내 한 마을에 설치된 대형 천막에서 종교 지도자가 신도들에게 연설을 하던 과정에서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연설 도중에 텐트 안에서 숨을 쉬기가 어려워 다들 천막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며 “한순간 대규모 군중이 출구 쪽으로 확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종교 행사가 진행될 당시 해당 지역은 기온과 습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인근 병원에 입원한 한 생존자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엄청난 군중이 모여 있었는데 이들이 서로 빠져나가려다 넘어지면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행사 참가자는 “주변에 오토바이 등이 잔뜩 주차된 바람에 출구가 막혀 사람들이 빠져나가기가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이날 열린 종교행사는 ‘삿상(Satsang)’이라 불리는 힌두교의 영적 기도 모임이다. 한 힌두교 단체의 주최로 관계 기관에 허가를 받고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타르 프라데시주 관계자는 “구조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도 함께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하트라스 지역 경찰에 따르면 현재 수많은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받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종교 행사에 참여한 한 주민은 AFP통신에 “경찰은 하나도 도움이 되질 않았다”며 “사고가 발생하고 한 시간이나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통제했다”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하마스가 우리 가족에게 준 아픔을 치유할 순 없겠지만 이번 소송이 정의 실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바랍니다.”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계 미국인인 어머니 아드리엔 네타 씨(66)를 잃은 딸 나하르 네타 씨. 그는 하마스에 무기, 자금 등을 지원한 북한, 이란, 시리아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의 원고로 참여하며 이 같이 밝혔다.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 씨를 포함해 하마스의 공격을 당한 피해자와 유가족 등 125명은 이날 “북한 이란 시리아가 재정, 군사, 전술 지원을 통해 하마스의 초법적인 살인 및 인질 납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며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최소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미 법원에서 하마스에 관한 사건으로 북한이 피소된 사례는 처음이다. 이번 소송은 미국 내 최대 유대계 단체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이 대리한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기습 공격 당시 북한산 유탄발사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대원이 북한산 대전차 무기 ‘F-7’을 소지한 사진, 북한제 122㎜ 방사포탄 또한 공개됐다. 이란은 하마스를 포함해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시리아와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단체 등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 또한 이런 이란을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원고들이 승소해도 세 나라로부터 직접적인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이번 소송에 관한 질의에 언급을 거부했다. 북한, 시리아 또한 응답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테러 지원 혐의를 받는 국가들이 서방에서 벌어지는 소송과 판결을 무시하는 건 흔한 일”이라고 평했다.다만 승소하면 테러 희생자를 지원하기 위한 미 법무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압수된 테러지원국의 자산, 벌금 등으로 운영되는 기금이다. 미 법무부는 해당 기금 중 9억4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하마스 공격 피해자에게 분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군대에 가느니 차라리 죽겠다.” 이스라엘의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들이 지난달 30일 예루살렘에서 최근 대법원의 징집 판결에 항의하며 폭력 시위를 벌였다. 초정통파 극우 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 또한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특유의 검정 챙 모자와 검정 상하의를 입은 하레디 시위대는 예루살렘 도심에서 거리 행진을 했다. “입대하지 않고 죽을 것” 같은 현수막도 들었다. 초반에는 평화로운 시위였지만 이날 해가 저물 때부터 이들과 경찰의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됐다. 시위대가 돌을 던지고 공무원 승용차를 공격하자 경찰 또한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고 여러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레디는 약 1000만 명 인구의 13.5%를 차지한다. 1948년 건국 때부터 유대계 정체성을 지키는 핵심 집단이라는 이유로 병역, 세금 의무 등을 면제받았다. 세속 문명을 거부하며 일상의 대부분을 유대교 경전 ‘토라’ 연구 및 기도로 보낸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병역 의무를 지지 않는 하레디를 징집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결국 대법원은 “하레디 학생들도 징병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같은 달 25일 판결했다. 판결 직후 하레디 지지세가 높은 극우 정당 샤스, UTJ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아직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정에서 탈퇴할 뜻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시위가 계속되면 이들이 언제든 ‘탈퇴’ 카드를 꺼낼 수 있다. 두 정당이 연정을 탈퇴하면 네타냐후 총리의 총리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하레디 시위가 벌어진 날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조기 석방, 네타냐후 총리의 사퇴,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양측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지난 달 28일 치러진 이란의 대통령 보궐선거 1차 투표에서 후보 6명 중 유일한 개혁파 후보 마수드 페제슈키안 의원(70)이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선은 올 5월 19일 갑작스러운 헬기 추락으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치러졌다. 특히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이며 85세 고령인 알리 하메네이의 사후(死後) 후계 구도를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40%가 넘나드는 고물가 등 고질적인 경제난, 억압적인 통치 체제에 실망한 민심이 개혁파 후보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페제슈키안 후보 또한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그는 5일 하메네이의 외교 책사로 꼽히는 강경파 핵 협상 전문가 사이드 잘릴리 후보(59)와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예상 밖 1차 투표 결과에 놀란 보수 세력이 결집해 결선 투표에서는 잘릴리 후보가 이길 것이란 전망과 보수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강해 페제슈키안 후보가 최종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맞선다.● “핵 협상 복원” 공약한 외과 의사 관영 이르나통신 등에 따르면 페제슈키안 후보는 1차 투표에서 42.5%를 득표해 잘릴리 후보(38.6%)를 눌렀다. 이란에서는 대선 1차 투표에서 절반을 넘는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득표자가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결선투표 실시는 2005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첫 당선 이후 19년 만이다. 특히 당초 강력한 1위 후보로 꼽혔으며 페제슈키안 후보보다 인지도가 높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후보 겸 국회의장은 13.8%로 3위에 그쳤다. 당국은 투표율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나 AP통신 등은 약 40.1%로 역대 대선 중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분석했다. 페제슈키안 후보는 대선 출마자 6명 중 유일한 개혁파로 꼽힌다. 선거 기간 내내 “국제사회 내 이란의 고립을 종식시키고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서방과의 핵 협상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부모 모두 소수인종으로 부친은 아제르바이잔계, 모친은 쿠르드계다. 심장외과 의사 출신으로 역시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보건장관을 지냈다. 당시 다른 장관과 달리 정장을 입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업무를 수행해 관심을 모았다. 이번 대선에서 하타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온건파 거두로 꼽히며 재임 중 서방과의 핵 협상을 타결시킨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의 지지도 얻었다.● 하메네이 정치적 타격 상당 그의 결선 상대인 잘릴리 후보는 서방과 타협하지 않는 ‘매파’로 꼽힌다. 북동부의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났고 ‘정부 위의 정부’로 꼽히는 혁명수비대에서 근무했다. 결선 투표에서 보수세력이 결집하면 잘릴리 후보가 최종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다만 그가 얻은 득표율이 3년 전 보수파 몰표를 받은 라이시 전 대통령(약 6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어서 ‘표의 확장성’을 문제 삼는 시선도 있다. 결선 투표의 최종 승자와 관계없이 이번 결과만으로도 하메네이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도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의 라이시 전 대통령은 당초 하메네이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다. 후계자를 갑작스레 잃은 데다 원치 않는 인물이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하메네이 또한 작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됐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선거 3일 전 서방에 유화적인 페제슈키안 후보를 겨냥해 “나라를 잘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9일 “이번 결과는 부패한 정권의 정당성에 깊은 의문을 제기한다”며 하메네이 정권을 비판했다. 특히 역대 최저 투표율을 거론하며 “많은 이가 독재로 망가진 나라에서 투표하는 것을 웃음거리로 여긴다. 투표자가 적어 일부 선거 감시원은 할 일이 없어 낮잠을 잤다”고 꼬집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란의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28일 열린다.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불의의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뒤 약 1개월 만에 개최되는 보궐선거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 전역에서는 26일까지 선거운동을 끝낸 후보 5명을 대상으로 선거를 치른다. 당초 6명이었지만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 부통령(53)이 “혁명세력의 통합을 바란다”며 26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매체인 이란 인터내셔널은 “강경 성향의 외교관 출신인 사이드 잘릴리 전 이란 핵협상 수석대표(59)와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 출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63), 개혁 성향의 의사 출신 마수드 페제슈키안 의원(70)이 유력 후보”라고 전했다. 3파전 양상을 띠는 이란 선거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민생과 대외 노선, 여성 인권 등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민심은 서방 제재로 만성화된 경제난을 해결하고, 히잡 미착용 단속으로 불거진 여성 인권을 신장할 후보를 원하고 있다. 후보들도 그간 토론회 등에서 경제 해결책 등 민생과 관련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왔다. NYT는 “2022년 ‘히잡 의문사’로 불거진 반정부 시위 등을 우려해 후보들은 히잡 미착용 여성 단속에도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권력 서열 1위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건재해 대외 노선이나 국내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후보들이 과거 이란과 핵 협정을 깨고 경제 제재를 강화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설 최고의 적임자로 자신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AP통신은 “최고지도자라는 존재로 인해 큰 노선 변화는 없을 것이며 “결국 미국의 경제·외교 정책에 모든 게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25일 대국민 연설에서 “선거는 적을 물리치는 수단”이라며 투표도 독려했다. 올 3월 이란 총선이 불법 개입 의혹으로 얼룩지며 투표율이 약 41%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한 것이다. 하메네이는 미국에 유화적인 페제슈키안 의원을 겨냥해 “나라를 잘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는 6100만 명가량이다. 수(手)개표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이르면 30일경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선거 결과 발표 뒤 첫 번째 금요일인 다음 달 5일 상위 후보 2명의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아프리카 케냐에서 생필품은 물론이고 전화 및 인터넷 사용료, 은행 송금 수수료까지 일제히 올리는 증세 법안이 통과되면서 25일 성난 군중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의회에 난입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실탄 발포로 최소 22명이 죽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이지만, Z세대가 소셜미디어로 주도한 이번 움직임은 폭발력을 키우며 반정부 시위로 격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AFP 등에 따르면 이날 케냐 의회에서 증세 법안 통과를 앞두고 틱톡, X(옛 트위터) 등에선 ‘증세 반대’ ‘의회 점령’ ‘대통령 퇴진’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확산됐다. 일부 젊은층은 학교 수업을 빠진 채 시위에 참여했고, 시위 진행 과정 등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번 시위의 도화선은 5월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제출한 ‘재정 법안 2024’였다. 세입을 늘리기 위해 총 27억 달러(약 3조7500억 원)의 세금을 더 거두는 법안이 결국 통과되자 분노한 이들은 의회에 난입했고, 건물에서 화재도 발생했다. 케냐 인권단체는 시위대 2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현지 의료기관 관계자는 AFP에 “160명을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법안 표결을 마친 의원들은 급히 피신했다. AFP에 따르면 일부 케냐 정부 관계자들은 시위 초반인 약 2주 전 “쿨한 아이들(cool kids)”이 참여하는 “멍청한 시위”라며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윌리엄 루토 대통령도 23일 “청년들이 자랑스럽다. 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틀 만인 25일 대국민 연설에서 시위를 ‘반역’으로 규정하며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폭력의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사태 발발 하루 전인 24일 케냐를 ‘비(非)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했다. 케냐를 발판 삼아 중국과 러시아의 세 확장을 견제하려는 취지다. NYT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리카 구상에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8개월 넘게 이어지는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민간인 피해가 늘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에서 가장 큰 암초에 맞닥뜨렸다. 이스라엘 대법원이 ‘하레디(초정통파 남성 유대교도)’도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극우 연정의 한 축인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의 탈퇴로 연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법원은 25일 “유대인 신학생과 다른 징집 대상을 구별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병역 의무는 하레디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또 그간 군 복무를 하지 않은 하레디에게 지급된 국가보조금이나 장학금 혜택 역시 중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레디는 세속주의 문명을 거부하고 유대교의 폐쇄적 공동체를 추구하는 강경 분파다. 일상의 대부분을 기도와 교리 연구로 보내며 “경전 공부가 국가를 지킨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들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됐을 때부터 예외적으로 병역 면제를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건국 당시 4만 명 정도에 불과했던 하레디는 현재 전체 인구의 13%인 약 128만 명으로 늘었다. 이들 가운데 현 징집 대상만 따져도 6만7000명이 넘는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미 2017년 9월 하레디의 군 면제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샤스와 토래유대주의연합(UTJ) 등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의 반발로 이스라엘 정부는 징집을 보류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전쟁이 발발한 뒤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이 600명 이상 목숨을 잃자, 민심은 “하레디도 입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급격히 바뀌었다. 그간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유지를 위해 민심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하레디의 입대를 완전히 면제하는 새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거센 국제사회 비난에도 꿈쩍하지 않던 네타냐후 총리를 깊은 수렁에 빠뜨릴 수도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네타냐후 총리의 대처에 실망한 이들이 탈퇴를 마음 먹으면 연정 자체가 종말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열린 이슬람권의 최대 성지순례 행사 ‘하지’에서 온열질환 등에 따른 사망자가 1300명을 넘어섰다. 낮 최고기온이 50도를 넘나드는 ‘살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냉방시설, 쉼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미등록 외국인 순례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됐다. 불법 브로커와 대행사 등이 판치는 하지의 지하경제도 비판받고 있다. 파흐드 알 잘라젤 사우디 보건부 장관은 24일 국영 TV에 출연해 14∼19일 열린 하지 기간 동안 온열질환 사망자가 총 13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하지 사망자에 대한 공식 집계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이번 하지에 메카 대사원은 한때 최고 51.8도까지 치솟았고, 여전히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이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 수 있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꼽힌다. 일생에 반드시 한 번은 이슬람 발상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종교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장거리를 걸어온 해외 입국 무허가 순례자도 많다. 당국은 사망자 중 83%가 무허가 순례자로 다수는 이집트 국적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은 순례객의 경우 냉방시설이 갖춰진 승합차, 버스 등으로 이동하고 휴식 때에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텐트 안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사망자 대다수는 적절한 쉼터나 휴식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며 몇 시간 동안 기도하는 등의 행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등록 순례를 택하는 건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지 공식 여행 패키지는 순례자의 출신 국가에 따라 5000∼1만 달러에 달한다. 경제 상황이 악화된 이집트, 요르단 등의 순례자들에겐 버거운 수준이다. 이에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식 비자 없이 밀입국시키는 대행사나 브로커 등을 이용하게 된다. 한 이집트 순례객은 NYT에 “부모님 순례를 위해 2000달러를 (무허가) 대행사에 지불했다”고 밝혔다. 사망자가 집중된 이집트의 무스타파 마드불리 총리는 뒤늦게 “미등록 순례자들의 여행을 도운 대행사, 브로커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열린 이슬람권의 최대 성지순례 행사 ‘하지’에서 온열질환 등에 따른 사망자가 1300명을 넘어섰다. 낮 최고기온 50도를 넘나드는 ‘살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냉방시설, 쉼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미등록 외국인 순례자들에 피해가 집중됐다. 불법 브로커와 대행사 등이 판치는 하지의 지하경제도 비판받고 있다. 파하드 알잘라젤 보건부 장관은 24일 국영 TV에 출연해 14~19일 열린 하지 기간 동안 온열질환 사망자가 총 13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하지 사망자에 대한 공식 집계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이번 하지에 메카 대사원은 한때 최고 51.8도까지 치솟았고, 여전히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 수 있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꼽힌다. 일생 반드시 한 번은 이슬람 발상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종교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장거리를 걸어온 해외 입국 무허가 순례자들도 많다. 당국은 사망자 중 83%가 무허가 순례자들로 다수는 이집트 국적이라고 덧붙였다.사우디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은 순례객의 경우 냉방시설이 갖춰진 승합차, 버스 등으로 이동하고 휴식 때에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텐트 안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사망자 대다수는 적절한 쉼터나 휴식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며 몇 시간 동안 기도하는 등의 행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등록 순례를 택하는 건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지 공식 여행 패키지는 순례자의 출신국가에 따라 5000~1만 달러에 달한다. 경제 상황이 악화된 이집트, 요르단 등의 순례자들에겐 버거운 수준이다. 이에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식 비자 없이 밀입국시키는 대행사나 브로커 등을 이용하게 된다. 한 이집트 순례객은 NYT에 “부모님 순례를 위해 2000달러를 (무허가) 대행사에 지불했다”고 밝혔다.사망자가 집중된 이집트의 무스타파 마드불리 총리 뒤늦게 “미등록 순례자들의 여행을 도운 대행사, 브로커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지금 우리가 추모하는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들은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등에서 폭력으로 고통받는 세계의 모든 여성을 대표하고 상징합니다.” 2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市)의 한 해안가. 일본군 위안부의 희생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시장은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세계에서 성폭력이 중단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지 합창단이 부른 한국 민요 ‘아리랑’이 잔잔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독일 베를린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 평화의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스틴티노시는 시에서 가장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바닷가 공공부지에 소녀상을 건립했다. 시청과도 불과 200m 거리다.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인 발레벨라 시장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제안을 수락해 건립이 성사됐다. 사르데냐 바닷가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옆에는 ‘기억의 증언’이란 제목의 긴 비문이 별도로 설치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수많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성노예로 삼았으며,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지 매체 루니오네 사르다에 따르면 스즈키 사토시 주이탈리아 일본대사가 20일 시를 직접 찾아와 제막식 연기를 요청했다. 또 일본은 이미 관련 범죄에 대해 사과했고 피해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며, 소녀상 비문 문구의 수정도 요청했다고 한다. 발레벨라 시장은 연기 요청을 거부한 뒤 “올바른 역사 전달을 위해 한국대사관 측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평화의 소녀상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을 시작으로 세계 14곳에 세워져 있다. 하지만 베를린 소녀상이 건립 4년 만에 철거 위기에 처하는 등 일본의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 베를린 지역의회 의원들이 영구 존치 결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관할구청은 비문 문구를 문제 삼아 9월 28일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샤르데냐 주민들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에게 “소녀상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현 위치는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입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북동쪽으로 200km 떨어진 포트사이드시. 지중해와 맞닿아 수에즈 운하가 시작하는 이곳에선 지난해 10월부터 황당한 일이 잦다. 휴대폰 위치정보가 엉뚱한 곳을 알려주는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5일(현지 시간) 자동차로 두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이 도시 해변 인근에서 휴대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현 위치’ 버튼을 눌러봤다. 바다 건너 직선거리로 410km 떨어진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에 있는 것으로 표시됐다. 한두 차례 휴대폰을 껐다 켜면 현 위치가 바로잡히기도 했지만, 또다시 다른 지역을 알려주는 일이 반복됐다.》 이런 현상은 현지 통신기술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뒤 이스라엘군이 펼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이 여기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포트사이드에서 음식 배달을 하는 알리 마후드 씨(32)는 “배달 중 휴대폰 내 지도 위치가 갑자기 레바논으로 바뀌어 애먹은 적이 여러 차례”라며 속상해했다.● 택시·배달 앱 등 총체적 혼란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이후로 본격화된 위치 정보 값 혼란 사태는 중동 지역 주민들 일상에 적지 않은 불편을 주고 있다. 포트사이드의 경우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곳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있다. 시민들은 “모든 게 다 이스라엘과의 전쟁 때문”이라며 GPS 교란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우버’ ‘볼트’ ‘인드라이브’ ‘카림’ 등 스마트폰 앱 기반 승차공유서비스를 사용해 일하는 기사들도 힘든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승객을 태울 정확한 위치 표시가 안 되는 데다, 승객이 요청한 도착지를 찾을 때도 애를 먹는다. 알렉산드리아와 포트사이드 등에서 일한다는 택시 기사 압드 씨는 “어쩔 수 없이 새 휴대폰을 하나 더 장만했다. 하나가 위치정보 오류가 생길 때 대비 차원”이라며 “요즘 나 같은 기사들이 많다”고 했다. 20년 넘게 포트사이드에서 택시 기사로 일한 호세인 씨도 “도시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GPS가 제대로 작동 안 하면 불안하다”고 했다. 현재 이런 불편을 겪는 나라는 이집트뿐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둘러싼 주변국 대부분이다.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은 물론이고 요르단과 시리아, 그리고 지중해 쪽 유럽연합(EU) 소속인 키프로스까지 GPS 혼란으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충돌 격화 때 혼란 최고조 현지인들은 특히 올 4월부터 GPS 혼란이 더 극심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4월 1일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영사관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등이 숨진 뒤, 이란이 대대적인 보복 공격을 예고하자 GPS 교란 수위가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란은 4월 13일 실제로 이스라엘 영토에 미사일, 무인기(드론) 등 300여 대를 발사했는데, 이때도 이스라엘이 강력한 GPS 교란 작전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드 험프리스 미국 텍사스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데이터 분석 결과, 이스라엘군이 운영하는 한 공군기지가 중동 지역 GPS 교란의 출처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이를 공식 인정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4월 5일 “군이 때때로 GPS 전파 방해 및 교란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이스라엘 국민은 로켓 공격에 대한 경보를 알리는 휴대폰 앱에서 자신의 위치를 수동으로 설정하길 당부한다”고 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헤즈볼라와 교전 중이던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를 비롯해 일부 지역은 아예 GPS 신호를 차단하거나 비활성화시키기도 했다. 이스라엘 시민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지도 앱에서 반복적으로 자신의 위치가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으로 표시됐다고 한다. 이스라엘 내에서 사용하는 택시, 배달 앱 등도 운전 기사 및 승객의 위치가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 등으로 표시되는 일이 잦았다. 이집트 포트사이드 내 한 리조트에 근무하는 직원 아티아 씨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극심했던 4월엔 위치 표시는 물론 시간도 엉뚱하게 뜨곤 했다”고 전했다. 위성에서 위치를 찾아 그 지역 시간대가 설정되다 보니, 다른 국가로 표시될 경우 각종 전자기기에서 시간대마저 다르게 표시된 것이다. 통상 이집트와 레바논, 이스라엘, 요르단 등은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지만, 당시 시간대를 한 시간씩 앞당기는 일광절약시간제(서머타임)는 시행 시점이 국가별로 달랐다. 이 때문에 서머타임을 몇 주 앞서 시행한 레바논으로 인식될 경우, 이집트 주민들의 휴대폰 시계가 갑자기 한 시간씩 앞당겨진 것이다.● “유조선 충돌 등 대형 사고 유발 위험” GPS를 활용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성을 추천하는 ‘틴더’나 ‘범블’ 같은 데이팅 앱도 촌극을 빚었다. 수백 km 떨어진 옆 나라 이성이 추천 대상으로 뜨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통상 데이팅 앱 서비스 이용자에겐 주변에 있는 상대방이 표시되는데, 카이로에 있는 남성들에게 최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여성들이 대거 리스트에 떴다. 카이로에서 텔아비브는 400km가 넘는다. 올 5월 이집트인 A 씨는 데이팅 앱에 뜬 이스라엘 여성을 보고 “처음엔 이집트에 놀러 온 관광객인 줄 알았다”며 “연이어 이스라엘 여성들만 나와서 내 휴대폰이 해킹을 당한 줄 알고 놀랐다”고 전했다. 이집트 사용자들 사이에선 이스라엘 여성으로 위장한 스파이가 데이팅 앱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런 GPS 혼란은 가뜩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높던 주변 중동 국가 국민들이 더욱 이스라엘을 비호감으로 여기는 계기가 됐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틴더 앱을 사용한 모스타파 씨는 “일부러라도 팔레스타인 지지를 드러내려고 데이팅 앱 프로필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GPS 교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16일 현재 기준 항공기 위치추척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가 제공하는 GPS 교란 지도를 보면 이스라엘 주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는 흑해 인근에서 여전히 가장 강한 GPS 교란이 발생하고 있다. 적국의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어 차원이라지만, 민간에는 단순 혼란이나 해프닝 수준 이상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GPS에 바탕을 두고 작동하는 항법 장치를 주로 쓰는 항공기나 대형 선박의 사고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잘못된 좌표를 토대로 운항하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3월 그랜트 섑스 영 국방장관이 탑승했던 공군기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인근에서 GPS 교란 방해를 받아 조종사들이 30분 넘게 GPS 도움 없이 비행해야 했다고 한다.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 항공기 2대도 최근 에스토니아 타르투 국제공항으로 가던 중에 GPS 교란으로 항법 장치에 문제가 발생해 헬싱키로 회항한 사례가 있다. 해운전문매체 로이드 리스트 소속인 브리젯 디아쿤 데이터전문가는 NPR에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오류를 겪은 선박이 지중해 등에서 갈수록 늘고 있다”며 “만약 해로를 잘못 든 유조선이 암초 등에 충돌하면 대규모 기름 유출 같은 심각한 재해 수준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GPS 전파 교란합법적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를 방해하거나 차단할 목적으로 허위 전파신호를 방출하는 것.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군이 GPS 교란 작전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연평도 주민도 북한의 GPS 전파 교란 공격을 받아 어선의 조업에 지장을 받았다. 김기윤 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자폭 무인정(USV·수상 드론)으로 그리스 화물선을 공격했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뒤 하마스를 지지하며 홍해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서양 선박을 공격해 왔지만 수상 드론을 동원한 건 처음이다. 미국 영국 등은 연합군을 구성해 공세를 높여 왔으나, 후티가 이번 공격으로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세계 물류 동맥’인 수에즈 운하와 홍해 항로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휴전안에 대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영구 휴전에 대한 ‘서면 보증’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수용 불가 입장인 이스라엘은 북부 국경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연일 교전을 이어가며 중동 전역에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 후티, 수상 드론으로 화물선 공격 AP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12일 홍해에서 수상 드론 등을 동원해 그리스 화물선 ‘튜터’호를 공격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날 예멘 호데이다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25km 떨어진 해상에서 튜터호 후미에 작은 흰색 물체들이 충돌 폭발해 선체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이후 추가 미사일 공격으로 배에 물이 차고 엔진실에 손상을 입었다. 후티도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때까지 해상을 봉쇄하겠다면서 민간 선박과 군함 등을 공격해 왔다. 올 2월 영국 선박 ‘루비마르’호를 침몰시켰고, 3월엔 그리스 선박 ‘트루 컨피던스’호를 공격해 선원 3명이 숨졌다. 수상 드론은 5∼7m로 크기는 작지만 해상전에서 강력한 위력을 과시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해군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흑해함대에 타격을 입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앞서 2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자위권 차원에서 후티의 수상 드론 거점 등에 대한 공격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후티는 여전히 수상 드론 공격 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 공격으로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잇는 항로가 여전히 위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세계 상품 무역량의 12%,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담당해 온 해당 항로의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물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마스, 완전 종전 ‘서면 보증’ 요구 로이터통신은 12일 이집트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안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영구 종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즉각 철수 등을 서면으로 보증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 인질 석방 및 6주 휴전 등을 1단계로 제시한 휴전안을 단계별로 확실하게 문서로 보장해 주길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더 구체적인 ‘수정 휴전안’도 미국에 역제안했다. 1단계부터 이스라엘군이 철수를 시작해야 하며, 2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더라도 종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영구 종전 등이 휴전안에 담기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카타르 도하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의 수정 사항 중 일부는 실행 가능하나 일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종전과 이스라엘군 즉각 철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친이란 무장정파인 레바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교전은 전면전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11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탈레브 사미 압둘라 지휘관 사망 후 12일 미사일 250발을 퍼붓는 대규모 보복 공격을 가했다. 헤즈볼라 고위 당국자는 이날 거행된 압둘라의 장례식에서 “강도와 양적, 질적 측면에서 작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교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또 다른 전쟁을 치를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1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주야를 폭격했다. 그 과정에서 헤즈볼라 고위 사령관 탈레브 사미 압둘라(55·사진)를 포함한 4명의 대원이 숨졌다. 압둘라는 올 1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위삼 알 타윌 사령관보다 더 고위급이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레바논 북부 바알베크에도 로켓 공습을 가했다. 이곳에서도 헤즈볼라 대원 3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격을 두고 “10일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 상공에서 이스라엘 무인기(드론)를 격추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밝혔다. 바알베크에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 여러 지역에 무기를 공급하는 일종의 무기 배급 기지가 있다. 헤즈볼라와 대치 중인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전쟁의 안개가 짙어지고 있다”며 “양측의 공습은 매주 더 격렬해지고 빈번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접경지대의 주요 산간 마을과 계곡은 이미 전쟁터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양측 지도자는 전면전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레바논 국경지대를 찾아 “매우 강력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북부의 안보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국내 여론도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현지 언론 ‘마리브(Maariv)’의 7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인의 62%는 “헤즈볼라에 대한 결정적인 공격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또한 지난달 31일 “우리가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며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중동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전투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곳곳을 타격하고 헤즈볼라 간부들을 사살하고 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네타냐후 총리가 국가안보보다 총리직을 우선한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가통합당 대표(65·사진)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긴급 구성됐던 전시(戰時) 내각을 9일 전격 탈퇴했다. 중도 성향인 그는 극우 성향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책으로만 일관하는 바람에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귀환이 늦어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간츠 대표,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3인으로 이뤄진 전시 내각은 전쟁 중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간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진정한 승리를 총리가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정권이 가능성이 낮은 ‘하마스 완전 궤멸’만 주창하는 바람에 인질 귀환이 늦어진다는 의미다. 그는 인질 가족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내게도 책임이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빌미로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속히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갈란트 장관에게도 “올바른 일을 하라”며 사퇴 동참을 요구했다. 간츠 대표는 국방장관, 육군 참모총장 출신의 군인으로 2018년 정계에 입문했다. 차기 총리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또한 강경책으로만 일관하는 네타냐후 총리보다 중도 성향인 그를 총리감으로 선호한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왔다. 간츠 대표가 이끄는 국가통합당(12석)은 의회 120석 중 64석을 차지한 극우 연정에 속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그의 전시 내각 탈퇴가 네타냐후 총리의 지위에는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사회 각계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시 내각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내 극우 인사에게 더 의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극우 연정 일원으로 ‘종교적 시온주의자’ 대표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오츠마예후디트(유대인의 힘)’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됐던 인질 4명을 8일(현지 시간) 구출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한 지 245일 만이다. 다만 구출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포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최소 274명 숨지고, 700명 이상이 다쳐 작전의 정당성 논란이 거세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여름 씨앗들(Seeds of Summer)’이라고 명명한 정보기관 신베트, 대테러 부대 야맘 등과의 합동 작전을 통해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인근에서 슐로미 지브(41), 안드레이 코즐로브(27), 노아 아르가마니(26·여), 알모그 메이르 얀(22)을 구출했다. 4명 모두 전쟁 발발 당일 가자지구 인근 ‘노바 음악축제’에 참여했다가 납치됐다. 당국은 이들이 납치됐을 때의 사진, 이날 가족과 재회한 사진을 동시에 공개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작전 참가자들을 치하하며 “테러리즘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하마스는 “민간인에 대한 끔찍한 학살”이라고 맞섰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도 ‘학살’이라고 규탄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시장-난민촌서 벌어진 인질 구출작전… “이軍, 10분새 로켓 150발”인질 4명 구출, 팔 민간인 274명 사망복층건물 모형서 수주간 작전 연습… 장갑차-헬기 등 동원 한낮 구출작전“거리곳곳에 어린이들 시신, 생지옥”… 국제사회 “온당한가” 비판 거세“‘다이아몬드(인질)’가 우리 손에 있다.” 8일(현지 시간) 오전 11시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주택가. 이스라엘군 인질 구출 작전팀이 지난해 10월 7일 중동전쟁 발발 당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된 자국 민간인 인질 4명을 구출한 직후 지휘본부에 이 같은 무전을 보냈다. 이스라엘군은 이례적으로 한낮에 작전을 실시했다. 야간 매복을 예상한 하마스의 허를 찌르기 위해서다. 대테러 부대 야맘, 정보기관 신베트 정예요원 등으로 구성된 작전팀은 장갑차, 로켓추진 유탄(RPG) 등을 동원해 하마스의 거센 반격 속에서도 구출에 성공했다. 다만 이번 작전은 주택가, 시장, 난민촌 등이 밀집한 지역에서 이뤄져 최소 274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숨졌다. 주말 오전 시장 등을 찾았던 여성과 어린이가 대거 희생됐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민간인 거주지에 인질을 숨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4명을 구출하기 위해 274명을 죽인 것은 온당한가”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가자지구 당국은 전쟁 발발 이후 8일까지 3만6801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건물 모형 만들어 치밀한 연습 이스라엘군은 ‘여름 씨앗들(Seeds of Summer)’로 명명한 이번 작전을 위해 몇 주에 걸쳐 인질이 갇힌 복층 건물 2곳의 모형을 만들어 구출 작전을 연습했다. 미국은 인질 관련 첩보를 이스라엘 측에 제공했다. 이날 작전은 개시 몇 분 전에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여성 인질인 노아 아르가마니(26)는 건물 두 곳 중 한 팔레스타인 가정에, 알모그 메이르 얀(22)과 안드레이 코즐로브(27), 슐로미 지브(41) 등 다른 인질 3명은 또 다른 건물의 가정에 각각 억류돼 있었다. 하마스는 두 팔레스타인 가정에 돈을 주고 인질 억류를 부탁했고, 이 집에는 인질을 감시할 무장대원이 배치됐다. 인질 구출이 시작되자 하마스는 포격 등을 통해 거세게 반격했다. 작전지역 상공을 비행하는 이스라엘 헬기를 격추하기 위해 대공 미사일도 발사했다. 이스라엘도 이에 맞서 공습을 강화하면서 민간인이 대거 희생됐다. 양측간 교전이 격화되며 야맘 지휘관인 아르논 자모라도 숨졌다. 이스라엘은 현재 그를 기리기 위해 작전명을 ‘아르논 작전’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인질 4명은 모두 전쟁 발발 당일 가자지구 인근에서 열린 ‘노바 음악축제’에 참여했다가 납치됐다. 특히 당시 하마스 대원이 오토바이에 강제로 태워 끌고 가자 아르가마니가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며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245일 만에 풀려난 그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와 재회했다. 반면 얀의 아버지는 아들의 구출 전날인 7일 숨졌다. 아들이 납치된 후 몸무게가 20kg이나 빠질 만큼 힘겨운 생활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1명, 올 2월 2명의 인질을 각각 구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작전을 ‘전쟁 발발 후 최고의 구출 성과’라며 “앞으로도 (구출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4명 구출하다 274명 희생, “대학살” 반발 하마스뿐 아니라 가자지구 통치권을 두고 하마스와 경쟁 중인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는 한목소리로 “대학살”이라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작전 당시 누세이라트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있던 주민 니달 압도 씨는 미 CNN방송에 “10분도 안 돼 150발의 로켓이 떨어졌고 도망치는 동안에 더 많은 로켓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거리 곳곳에 어린이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며 ‘생지옥’이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자국 인질을 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차례 대규모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작전을 벌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올 2월에는 구호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발포해 최소 112명이 숨졌다. 두 달 후에는 구호 물품을 싣고 가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트럭에 오폭을 가해 7명이 사망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