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선

최지선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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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aurinko@donga.com

취재분야

2024-04-29~2024-05-29
문화 일반33%
사회일반27%
사건·범죄13%
음악10%
문학/출판7%
검찰-법원판결7%
국제문화3%
  • [책의 향기]천재 시인 디킨슨, 그 은밀한 생의 재구성

    ‘은둔과 고독의 시인’ ‘뉴잉글랜드의 수녀’ ‘베일에 싸인 미국 문학계의 천재’….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을 수식하는 표현이다. 1800편에 달하는 시를 짓고도 생전에 단 10편, 그것도 익명으로 내놓은 미지의 시인. 사람에 대한 상처로 세상을 떠나기 전 35년 동안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자신이 만든 정원 속으로 침잠한 여인. 그러면서도 그는 사랑과 삶, 죽음에 대한 사색을 통해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소설가인 저자는 미국이 사랑하는, 그러나 여전히 삶의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는 시인 디킨슨의 흔적을 좇는다. 디킨슨의 삶을 살펴보는 전기문학이지만 소설과 산문,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형식을 띤다. 저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미국 보스턴으로 이주한 자신의 삶과 디킨슨의 삶을 ‘집’을 매개로 포갠다. 디킨슨에게 집은 곧 자기 자신이었다. 이 때문에 저자는 그녀가 살았던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의 붉은 벽돌집과 그녀가 사랑한 사람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동시에 상상력을 보태 한 편의 소설처럼 책을 구성했다. 디킨슨의 삶을 영화처럼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저자는 “독자들이 내 상상의 결과물과 실제 디킨슨 삶의 일화를 구분할 수 없다면 잘된 일”이라고 했다. 책은 참신한 형식과 문학성을 인정받아 2020년 프랑스 르노도상 에세이 부문을 수상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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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스토옙스키 ‘악령’ 한정판 출간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4대 장편 중 하나인 ‘악령’ 고급 한정판(사진)이 나왔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의 ‘지만지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한정판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가격은 29만 원이다. 2020년 ‘죄와 벌’, 2021년 ‘백치’ 한정판에 이어 내놓은 ‘악령’(1130쪽) 한정판은 가죽 장정 하드커버에 앞면과 뒷면, 책등에 24K 금박 문양을 입혔다. 케이스에도 금박 문양을 넣었고, 책등에 고유번호를 찍었다. 제작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지난달 17일부터 예약 판매 중인 한정판은 150권 가운데 1일 현재 절반 넘게 팔렸다. 출판사는 2025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출간해 4대 장편 시리즈를 완간할 계획이다. 김정아 번역가는 4대 장편을 모두 번역한다. 최정엽 지식을만드는지식 편집주간은 “독자들이 도스토옙스키의 사상과 독특한 문체를 일관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김 번역가가 단독으로 번역한다”고 밝혔다. 4대 장편은 보급판도 함께 판매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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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영화제’ 초청받은 韓영화 5편, 경쟁부문 입성 실패

    제76회 칸영화제 개막(현지 시간 5월 16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공식 초청된 한국 장편영화는 총 5편이지만 경쟁부문에는 한 편도 입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아쉽다는 평가다. 올해 칸에 가는 한국 영화 중 눈에 띄는 작품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송강호 임수정 주연의 ‘거미집’이다. ‘반칙왕’(2000년) ‘달콤한 인생’(2005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작품으로, 1970년대 충무로를 배경으로 한다.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은 작품이 될 거라는 강박에 빠진 김 감독(송강호)이 검열을 일삼는 정부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블랙 코미디다. 이 영화로 김 감독은 세 번째, 배우 송강호는 여덟 번째 칸영화제 초청을 받게 됐다. 이선균 정유미가 주연한 ‘잠’(연출 유재선)은 비평가 주간에 초청됐다. 행복한 신혼부부였던 수진(정유미)과 현수(이선균)의 삶이 현수가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이며 끔찍한 공포 속으로 빠져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선균 주지훈이 출연한 재난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연출 김태곤)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이선균은 ‘기생충’(2019년)에 이어 출연한 작품 2개가 동시에 칸에 초청돼 눈길을 끈다. 송중기 주연의 ‘화란’(연출 김창훈)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는 감독 주간 폐막작에 선정됐다. 홍 감독의 연인인 배우 김민희가 출연했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을 잇는 영화가 올해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팬데믹으로 한국 영화 생태계가 일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팬데믹으로 영화 제작이 지연되면서 좋은 시나리오와 투자금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드라마로 몰렸고, 이에 따라 감독과 배우들 역시 활동 영역을 옮기며 영화 제작 여력이 바닥났다는 것.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OTT나 드라마로 간 좋은 창작자들이 현재 맡은 작품을 끝내고 다시 영화계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단편 영화를 선보이는 경쟁부문 라시네프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정규 과정을 졸업한 황혜인 씨의 ‘홀’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서정미 씨의 졸업 작품인 ‘이씨 가문의 형제들’이 초청됐다. 칸영화제는 16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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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젊은이들, 문화적 장벽 없어진 것 같아”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이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저항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한국 것, 일본 것이라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걸 즐기고 있다고 생각해요.”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연출한 일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50·사진)이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달 8일 국내 개봉한 후 26일까지 49일 만에 497만 명이 관람해, 한국에서 상영한 역대 일본 영화 중 관람객 1위에 올랐다. 신카이 감독은 지난달 초 방한했을 때 “관객 300만 명이 넘으면 다시 오겠다”고 말했고, 영화의 흥행 덕분에 쾌속으로 약속을 지키게 됐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감독이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만든 ‘너의 이름은.’(2017년) ‘날씨의 아이’(2019년)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신카이 감독은 “일본 재해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한국 관객이 봐줄 줄 상상하지 못했다.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살면서 자신을 크게 변화시킬 만한 사건을 만나는데 제겐 그게 동일본 대지진이었다”며 “12년 동안 계속 그 재해를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해 많은 해외 관객들이 호응을 보낸 것에 대해 그는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바라보는 것이 타인을 바라보는 것으로 이어지며, 제 작품에 공감을 하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흥행한 데 대해 “K팝이나 한국 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 인기 있는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 장르로 사랑받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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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화 전멸 상황”… 올해 개봉 100만 관객 딱 1편

    “국내 영화계에 시나리오가 그야말로 전멸한 상황입니다. 창작자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고 관객이 극장을 찾는 선순환 구조가 회복되지 않으면 1, 2년 후 한국 영화계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한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현재 영화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 한국 영화 성적은 참담하다.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된 ‘아바타: 물의 길’(누적 관객 1080만 명)의 열기와 엔데믹 국면, 설 연휴 특수에 힘입어 영화계가 되살아날까 기대했지만, 우려만 짙어지고 있다.● 1000만은 이제 꿈의 숫자?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관객이 100만 명을 넘은 영화는 ‘교섭’(172만 명)뿐이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21일 개봉한 영화 ‘영웅’이 관객 326만 명을 넘겼다. ‘스위치’는 42만 명, ‘유령’은 66만 명에 그쳤다. ‘대외비’도 관객이 75만 명에 불과해 모두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했다. ‘카운트’(39만 명) ‘소울메이트’(20만 명) ‘웅남이’(23만 명) 등 중소형 영화도 마찬가지다. 관람객 수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4월 극장 관람객은 6800만여 명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3000만 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람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 데에는 크게 오른 티켓 값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 영화 티켓 값은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이다. 커플이 콜라,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려면 4만 원 넘게 써야 한다. 네 명이 함께 쓰는 넷플릭스 프리미엄 멤버십 요금이 월 1만7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 한국 영화 생태계 ‘빨간불’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넘쳐나는 콘텐츠를 뒤로하고 극장에서 볼만한 한국 영화가 나오지 않는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은 각각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을 넘겼다. 작품이 좋으면 관객이 온다는 걸 보여준다. ‘똘똘한’ 한국 영화가 나오지 않는 건 팬데믹을 겪으며 한국 영화 생태계가 망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 개봉이 미뤄졌고,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투자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이어 “영화계 창작자들이 OTT 드라마로 대거 이동하면서 자금과 좋은 시나리오도 OTT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식, 송강호 등 영화에만 출연한 톱 배우들이 드라마로 옮겨가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가 한 편도 없다는 것은 한국 영화의 부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영화계에서는 올해 2, 3분기(4∼9월)를 반등의 기회로 보고 있다. ‘범죄도시 3’(5월 31일 개봉) ‘밀수’(7월 26일 개봉) 등 기대작이 개봉하는 데다 전통적인 극장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 투자배급·제작사 관계자는 “OTT로 간 뛰어난 창작진이 영화계로 돌아오게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박 영화가 나오면 경색된 투자 자금도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관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티켓 값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개봉 촉진 지원금을 비롯해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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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폰 없으면 안 되는 ‘요즘 것들’의 5년차 연애

    아이폰 페이스타임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노트북에 5년간의 연애 사진을 차곡차곡 저장해 공유 폴더를 만든다. 유튜브 영상으로 연인이 어제 파티에서 누구와 얼마나 즐겁게 놀았는지 확인하고 헤어진 후에는 인스타그램으로 근황을 염탐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없으면 불가능한 ‘요즘 것들’의 연애를 실감 나게 스크린으로 구현한 영화 ‘롱디’ 이야기다. 다음 달 10일 개봉하는 ‘롱디’(‘Long Distance’의 줄임말)는 5년간 만난 연인 도하(장동윤)와 태인(박유나)이 갑작스레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로맨스 영화다. 밴드 보컬이었던 태인은 밴드가 해체되면서 음악 작업에 매진하겠다며 부모님이 계신 경남 거제도로 향한다. 서울에 남겨진 도하는 매일 태인을 그리워하면서 메신저와 영상통화로 연애를 이어간다. 5주년 기념일을 맞아 프러포즈를 하려던 날, 도하는 초등학교 동창이자 유명 유튜버인 친구 파티에 잠시 들렀다가 만취해 연락이 두절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과 바람을 피우는 듯한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실망한 태인은 도하에게 영상통화로 이별을 통보한다. ‘롱디’에는 아버지가 잃어버린 딸을 찾는 과정을 디지털 기기 화면만으로 구현한 영화 ‘서치’(2018년) 제작진이 참여했다. 러닝타임 내내 노트북 스크린과 스마트폰, 폐쇄회로(CC)TV 등 화면으로만 구성해 디지털 기기로 일상을 공유하는 연인의 모습을 표현했다. ‘서치’ 시리즈가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라면 로맨스물에 같은 연출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임재완 감독은 25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스크린 라이프 형식의 로맨틱 코미디”라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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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美 6대 콘텐츠社 만나 ‘K콘텐츠’ 투자유치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국빈 방미 첫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윤 대통령은 27일에는 ‘글로벌 영상콘텐츠 리더십 포럼’에서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NBC유니버설, 소니픽쳐스,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등 미국 6대 콘텐츠 기업과 만나 ‘K콘텐츠’에 대한 해외 투자 유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숙소로 머물고 있는 미 정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넷플릭스 임원들을 접견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서랜도스 CEO는 향후 4년간 한국 드라마·영화·리얼리티쇼 등 K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1조5000억 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한 투자배급·제작사 관계자는 “한국 대통령이 K콘텐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인지하게 돼 이들이 한국 투자를 더 긍정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서랜도스 CEO는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기업의 관계가 마치 한미 동맹과 같다고 말했는데 100% 공감한다”며 “한미 동맹은 자유를 수호하는 가치동맹인데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서랜도스 CEO는 “한국 작품에는 엄청난 스토리가 있으며 우리는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 전부터 서랜도스 CEO와 접촉하며 대통령실 참모진에게 “(투자 유치를)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도 이번 과정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간중간에 진행되는 부분을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하고 콘텐츠와 관련해 관심이 꽤 많았던 김 여사에게도 진행 상황을 보고한 적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과 서랜도스 CEO는 인터넷망 사용료 문제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국내에선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지급 문제를 두고 2019년부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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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리 배우면 ‘늙어감’도 두렵지 않아

    누구나 ‘처음’ 늙는다. 조그맣게 굽어진 어깨와 삐걱대는 걸음걸이, 희미해지는 기억력이 내게도 다가올 일이라고 머리로는 알지만, 내가 노인이 된다니…. 낯설고 두려운 일이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공동대표인 저자는 누구에게나 ‘처음으로 자리를 양보받는 날’이 오지만 우리 사회가 노인에 대해 갖는 인식이 일천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각계 11명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늙어감’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사회의 역할에 대해 성찰한다. 저자는 늙는 일을 ‘선행 학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인은 외계인 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신체적 변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선행 학습을 위해서는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질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성찰은 노인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깊어질 수 있다. 1부 ‘다리 놓는 사람들’에서는 주거복지 서비스 관리자, 요양보호사 등 노인과 직접 연결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들의 경험을 통해 우리도 언젠가 될 수 있는 홀몸노인과 치매노인이 겪는 어려움 등을 엿본다. 저자는 이를 통해 ‘노인의 삶에 다른 연령대의 주민들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인과 청년의 관계가 구체적일수록 청년들이 노인들의 삶의 질이 자신들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선행 학습이자 상생인 셈이다. 2부 ‘테두리를 넓히는 사람들’에서는 장애 여성 인권활동가, 노숙인을 위한 행동가 등 불평등과 싸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의 사례는 ‘늙어감’과 떼어놓을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노숙인들은 훨씬 젊은 나이에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장애인 역시 신체적 특징이 노인과 유사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겪는 차별과 혐오를 통해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가하는 차별에 대해 다시금 고찰하는 한편 성찰을 촉구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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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오징어게임… 날것 그대로의 상상력, 미국을 홀리다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20년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2019년)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한 수상 소감은 현실이 됐다. 이후 ‘미나리’(2021년) 등 영화뿐만 아니라 ‘오징어게임’(2021년), ‘파친코’(2022년), ‘사랑의 불시착’(2020년) 등 드라마도 줄줄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들 작품이 세계 콘텐츠의 산실인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K콘텐츠는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즐기고 후속작을 기대하는 콘텐츠로 도약했다.●K콘텐츠, 미국의 심장을 쏘다 2020년 영화계는 그야말로 ‘기생충의 해’였다.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에 올랐고, 역시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기생충의 잇단 수상은 영화 산업의 메카인 미국에서 K콘텐츠가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과 캐나다를 합친 북미 영화시장의 박스오피스 수익은 2021년 약 45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같은 해 미국 내 자국 영화 점유율은 88.6%에 달했다. 오징어게임은 K콘텐츠 열기를 그야말로 폭발시켰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긴장감 높게 그린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에서 공개 17일 만에 1억 유료 가입 가구가 시청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첫 1억 가구 돌파다. 오징어게임은 특히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공개 후 첫 일주일간 누적 시청시간 기준으로 30억 분을 넘었고, 2021년 핼러윈 때는 드라마 속 트레이닝복을 코스튬으로 입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달고나’는 인기 간식으로 떠올랐다. 오징어게임은 지난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관왕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비영어권 드라마가 에미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오징어게임이 최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는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9월 17일을 ‘오징어게임의 날’로 선포하기까지 했다. 한국 작품이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을 기리기 위해서다. 배우 현빈 손예진이 출연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한국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애플TV 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도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한국 배우들, 할리우드 러브콜 잇달아 K콘텐츠가 흥행하자 자연스레 한국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 배우들이 속속 할리우드 영화에 캐스팅됐다.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았던 배우 이정재는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또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CAA와 계약했다. 이 에이전시에는 배우 브래드 피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소속돼 있다. 오징어게임에서 강새벽 역을 맡았던 배우 정호연도 할리우드에서 주눅 들지 않고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줘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애플TV플러스 드라마 ‘디스클레이머’와 조 탤벗 감독 신작 영화 ‘더 거버니스’의 주연으로 캐스팅돼 할리우스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배우 박서준 역시 ‘캡틴 마블’(2019년)의 후속작 ‘더 마블스’에서 캡틴 마블의 남편인 얀 왕자로 캐스팅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전략연구소 소장은 “20년 전 할리우드에 진출한 K콘텐츠가 이제 꽃을 활짝 피우게 된 것”이라며 “할리우드 콘텐츠보다 새롭고, 날것 그대로의 상상력을 잘 구현하는 것이 K콘텐츠가 지닌 힘”이라고 분석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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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꼰대 드라큘라’ 비서로 100년… 나 벗어날래!

    24시간 내내 쪼아대는 직장 상사가 있다. 당장 사표를 쓸 법도 하지만 무서워서 그럴 수가 없다. 상사는 막강한 힘을 가진 ‘드라큘라’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나를 부르고 내키면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어쩔 수 없이 그의 수족으로 무려 100년을 살았지만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반항을 감행하기로 한다.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가 바가지 긁는 드라큘라 상사로 변신한 영화 ‘렌필드’가 19일 개봉했다. 유혈이 낭자하고 사지가 절단되는 고어물이지만 웃음 코드를 놓치지 않았다. 영화는 부동산 사업을 하던 렌필드(니컬러스 홀트)가 드라큘라 성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건실한 그를 눈여겨본 드라큘라(니컬러스 케이지)는 자신의 밑에서 일할 것을 제안한다. 그 대가로 곤충을 먹으면 상대의 팔을 뽑아버리거나, 머리를 터뜨릴 수 있는 엄청난 힘과 영생을 얻게 된다. 드라큘라가 지시한 가장 중요한 일은 순결한 제물을 구해 자신에게 바치는 것. 밤낮으로 신선한 제물을 바라는 드라큘라의 요구에 렌필드는 나날이 창백해져 가지만 “네 삶의 목적은 나를 섬기는 것”이라는 드라큘라의 가스라이팅에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제물을 찾아 헤매던 어느 날 밤, 한 식당에서 마약 조직을 소탕하려는 정의로운 경찰 레베카(아콰피나·본명 노라 럼)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도우면서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퇴사 소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드라큘라는 분노하며 사직서를 내려는 그를 막아서고, 퇴사를 둘러싼 육탄전이 벌어진다. ‘렌필드’는 드라큘라를 재치 있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드라큘라를 직장 상사이자 인간의 피에 중독된 중독자로, 렌필드를 가스라이팅 당하는 직원에 빗댔다. 또 우울증과 동반의존증(자신을 필요로 하는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상대방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 등 현대인이 겪는 심리적 불안을 녹여냈다. “더는 이런 갑질을 참지 않을 거야”, “난 행복할 자격이 있어” 같은 대사와 함께 막강한 힘으로 상대를 때려눕히는 ‘을’ 렌필드의 모습에서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케이지의 드라큘라 분장도 인상적이다. 제작진은 실감 나는 드라큘라를 만들기 위해 케이지의 신체를 본을 뜬 뒤 그에 맞게 뾰족한 치아, 기다란 손톱 등을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했다. 케이지는 3D 프린팅 된 틀니를 끼기 위해 자신의 치아를 갉아낼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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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와 예술… 靑 일대 도보 관광코스 10개 만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 개방 1주년(5월 10일)을 앞두고 청와대 일대에 역사, 예술 등 주제별로 도보 관광코스 10개를 만들겠다고 19일 밝혔다. 문체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대정원에서 ‘청와대 K관광 랜드마크, 내가 청와대 관광가이드다’ 선포식을 열고 10개 도보 관광코스 가안을 공개했다. 왕과 왕비 옷을 입고 경복궁과 청와대, 사직단을 둘러보는 ‘조선 왕실 체험 코스’, 조계사와 한옥, 전통주 갤러리를 다니는 ‘전통문화 체험 코스’ 등이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와 그 일대는 역사와 예술, 자연, 전통 문화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라며 “이곳을 세계인이 가고 싶어하는 버킷리스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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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만에 돌아온 ‘가오갤’… “한국영화 ‘악녀’ 액션 장면서 영감”

    “최근 10년 동안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이 최고였습니다. 이번 영화는 한국 액션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많아요.”(제임스 건 감독)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오갤)가 6년 만에 3편으로 돌아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같이 인지도 높은 히어로들이 나오진 않지만 2014년 첫선을 보인 후 깨알 같은 유머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로 마니아층에게 사랑받은 ‘가오갤’ 시리즈는 이번 편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주연을 맡은 크리스 프랫(스타로드·피터 퀼 역), 캐런 길런(네뷸라 역), 폼 클레멘티에프(맨티스 역)와 건 감독 등 ‘가디언즈 팀’은 5월 3일 한국에서 진행되는 전 세계 첫 개봉을 앞두고 18일 한국을 찾았다. 한국은 이들의 월드투어 첫 행선지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건 감독은 “한국 영화 광팬”이라며 “‘기생충’, ‘마더’를 배출한 영화의 고장에 오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만들며 한국 영화 ‘악녀’(2017년)의 액션 장면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퀼 역의 프랫은 “한국이 영화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리더가 되고 있다. 블랙핑크가 최근 코첼라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뉴진스를 좋아한다”고 했다. 어머니가 한국계 캐나다인인 클레멘티에프는 “멸치볶음은 달고 짠맛이 섞여 특히 좋아한다. 프랑스어로 ‘고맙습니다’인 ‘메르시 보쿠’와 발음이 비슷해 그렇게 외우고 있다”며 웃었다. ‘가오갤3’에서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라쿤 ‘로켓’(브래들리 쿠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건 감독은 “로켓은 사랑하는 나의 분신”이라며 “로켓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운 아웃사이더다. 그 기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죽은 줄 알았던 연인 가모라(조이 살다나)와 다시 만난 퀼의 모습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프랫은 “퀼이 평생을 사랑한 가모라를 다시 만났지만 그녀는 퀼을 사랑하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사랑에 빠지기 이전의 그녀로 돌아왔다는 게 그에겐 아픔”이라고 새로운 러브스토리의 관람 포인트를 설명했다. 프랫은 “퀼은 1편에서 어머니, 2편에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마지막 3편에서는 자아를 발견한다. 1, 2편보다 많은 감정을 연기할 수 있게 해준 감독의 대본과 연출 능력에 감사하다”고 했다. ‘가오갤3’가 MCU 영화들의 부진을 끊어낼지 관심이 높다. MCU는 2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앤트맨3)로 새롭게 다섯 번째 페이즈(큰 스토리라인을 단계별로 구분한 것)를 열었지만 전 세계 수익이 5억 달러를 밑돌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건 감독은 MCU가 부진을 타개할 방향에 대해 “‘가오갤’은 작품 사이즈는 크지만 캐릭터들의 감정과 연결에 집중하는 ‘작은 영화’였다”며 “MCU에서 캐릭터들이 이야기가 중심이 돼 영화에 더 많은 감정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디언즈 팀은 이번 작품으로 관객들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건 감독은 “1, 2편 때 한국 팬들이 많은 지지를 보내준 덕분에 마지막 (월드투어) 기회가 주어져 한국에 왔다. 함께한 출연진과 가오갤 시리즈를 마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네뷸라 역의 길런은 “씁쓸하지만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자랑스럽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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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급 서스펜스 뮤지컬 코미디, 한국영화라고?

    첫 한 스푼은 낯설지만 자꾸 생각나는 맛. 취향이 아니라면 손도 대기 싫은 바로 그 맛.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같은 영화 ‘킬링 로맨스’가 14일 개봉했다. ‘민초단’이 될지 ‘반(反)민초단’이 될지 일단 먹어봐야 알겠지만 한국 영화 중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란 건 분명하다. 장르를 굳이 정의하자면 뮤지컬 요소를 가미한 서스펜스 코미디 영화다.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발연기’로 국민적 조롱거리가 된 배우 여래(이하늬)는 남태평양 꽐라섬으로 도망간다. 그곳에서 자수성가한 재벌 조나단(이선균)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 뒤 돌연 은퇴한다. 하지만 본성을 드러낸 남편은 결혼생활 내내 가스라이팅과 폭행을 하며 여래는 트로피 아내로 시들어간다. 어느 날 옆집 4수생이자 여래의 팬클럽 출신인 범우(공명)를 만나게 되고, 조나단의 인형 노릇을 끝내고 스크린으로 컴백하기 위해 함께 조나단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4일 만난 이하늬는 “촬영 내내 거의 매일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계속되는 현타에 맞서 ‘오늘도 살아남으리라’ 하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웃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대본을 보고 실제로 소리 내 웃은 건 영화 ‘극한직업’ 이후 두 번째”라며 “색깔 있는 영화가 한국 영화판에서 점점 없어지고 있는데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선균은 망설이다가 드라마 ‘파스타’(2010년) 등으로 친분이 있던 이하늬가 출연하겠다고 하자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영화는 곳곳에 황당할 만큼 우스운 장치로 가득하다. 조나단을 뜨거운 불가마방인 ‘극열지옥’에 넣어서 죽이려고 할 때 여래와 범우는 암호를 주고받으며 갑자기 랩을 하고, 가짜 수염을 단 조나단은 과장된 몸짓으로 H.O.T.의 ‘행복’을 부르며 춤을 춘다. ‘남자사용설명서’(2013년)로 B급 정서 마니아층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던 이원석 감독이 연출했다. 이 감독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동화적 설정을 통해 폭력 등 관객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요소를 피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못났다’고 생각해도 누군가 조그마한 용기를 줌으로써 두려움의 벽이 무너지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하늬는 영화를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에 빗대며 “처음엔 ‘이게 무슨 맛이지?’ 할 수도 있지만 나중엔 ‘새롭네. 가끔 이런 것도 먹어줘야 해’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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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하늬 “민트초코 같은 영화, ‘킬링 로맨스’…새로운 장르”

    첫 한 스푼은 낯설지만 자꾸 생각나는 맛. 취향이 아니라면 손도 대기 싫은 바로 그 맛.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같은 영화 ‘킬링 로맨스’가 14일 개봉했다. ‘민초단’이 될지 ‘반(反)민초단’이 될지 일단 먹어봐야 알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한국 영화사상 전에 없었던, 형용할 수 없는 장르의 영화라는 것. 장르를 굳이 정의하자면 뮤지컬 요소를 가미한 서스펜스 코미디 영화 정도다.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발연기로 국민 조롱거리가 된 배우 여래(이하늬)는 남태평양 ‘꽐라섬’으로 도망간다. 그곳에서 자수성가한 재벌 조나단(존) 나(이선균)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 뒤 돌연 은퇴한다. 하지만 여래는 본성을 드러낸 남편에게 결혼생활 내내 가스라이팅과 폭행을 당하며 트로피 아내로 시들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4수생이자 여래의 팬클럽 출신인 범우(공명)를 만나게 되고, 조나단의 인형 노릇을 끝내고 스크린 컴백을 하기 위해 함께 조나단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하늬는 “촬영 내내 거의 매일 ‘현타’가 왔다”면서 “계속되는 현타에 맞서 ‘오늘도 살아남으리라’하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본을 보고 실제로 소리 내 웃은 건 영화 ‘극한직업’ 이후 두 번째”라며 “색깔 있는 영화가 한국 영화판에서 더 없어지고 있는데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조나단 역의 이선균은 영화 출연을 망설였지만 드라마 ‘파스타’(2010년) 등으로 친분이 있던 이하늬가 출연하겠다고 하자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가정폭력과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영화는 곳곳에 황당할 만큼 우스운 장치로 가득하다. 조나단을 뜨거운 불가마방인 ‘극열지옥’에 넣어서 죽이려고 할 때 여래와 범우가 ‘푹쉭확쿵’이라는 암호를 주고받으며 갑자기 랩을 한다거나, 가짜 수염을 단 조나단이 과장된 몸짓으로 H.O.T의 행복을 부르며 춤추기도 한다. 영화는 ‘남자사용설명서’(2013년)로 B급 정서 마니아층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던 이원석 감독이 연출했다. 이 감독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동화적인 설정을 통해 폭력같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요소를 피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못났다고 생각해도 누군가 나에게 조그마한 용기를 줌으로써 두려움의 벽이 무너지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배우 이하늬는 영화를 민트초코 맛에 빗대면서 “처음엔 ‘이게 무슨 맛이지?’ 할 수도 있지만 나중엔 ‘새롭네. 가끔 이런 것도 먹어줘야 해’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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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만에 돌아온 ‘존 윅4’… 말 대신 ‘액션’ 폭발

    169분 동안 쏘고 베고 때려눕히는 장면만 나오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이 어려운 걸 존 윅이 또 해냈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액션 영화 ‘존 윅4’가 12일 개봉했다. 2019년 3편이 나온 후 4년 만이다. 리브스는 미국 뉴욕, 일본 오사카, 프랑스 파리를 오가는 화려한 배경 속에서 러닝타임 내내 우아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 ‘소중한 것을 잃은 킬러의 액션 활극’. 존 윅 시리즈 전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4편도 다르지 않다. 전편에서 큰 부상을 입은 그는 뉴욕 지하의 비밀 거처에서 재활 훈련을 마친다. 그는 거대 범죄 조직 수장으로 결성된 최고 회의의 장로를 찾아가 자신의 결혼반지와 자유를 되돌려 달라고 청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에 존 윅은 장로를 죽이고, 최고 회의는 존 윅을 처치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켠다. 존 윅 시리즈 중에서도 이번 편은 특히 말 대신 몸으로 보여준다. 리브스는 169분의 러닝타임 중 단 380단어만 말한다. 스턴트맨 출신으로 시리즈 전편의 연출을 맡은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첫 대본에서 대사를 절반 덜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리브스 특유의 ‘빠르고도 느린’ 액션 연기는 여전히 눈을 잡아끈다. 쉴 새 없이 움직이지만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나비 같기도, 잘 짜 맞춰진 안무를 하는 댄서 같기도 해서 자연스레 동양 무술이 떠오른다. 리브스는 2015년 존 윅 1편 개봉 때 내한해 “유난히 작품 속에서 동양 무술을 많이 선보였다. 동양 무술을 통해 몸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나 스스로를 통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번 편은 동양 무술을 액션 장면에 적용하는 데서 더 나아가 홍콩 액션스타 전쯔단(甄子丹)이 존 윅의 오랜 친구 케인 역을 맡았다. 그는 존 윅을 죽이라는 최고 회의의 지시에 목숨을 걸고 그와 승부를 벌인다. 전쯔단과 맞붙는 장면에서 리브스는 쌍절곤을 이용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또 오사카 콘티넨털 매니저 시마즈 코지 역은 일본에서 ‘국민배우’로 불리는 사나다 히로유키가 맡아 검술을 선보이는 등 영화 곳곳에 동양적 요소가 가미됐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마지막 액션 장면. 존 윅이 결투장인 파리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길, 킬러들이 그에게 걸린 현상금을 타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존 윅은 계단에서 힘겹게 차례차례 그들을 무찌른다. 사람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죽이면서 강아지에게는 무한한 연민을 가진 존 윅의 면모는 4편에서도 잠시 등장한다. 영화 스토리상 4편에서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제작사는 5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영화는 미국 개봉(3월 24일) 첫 주말에 735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주말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존 윅 시리즈의 첫 주말 성적 중 최고다. 한국에서도 초반 기세가 좋다. 존 윅4는 개봉 첫날인 12일 11만3147명이 관람해, 개봉 직후부터 36일 연속 1위를 지키던 ‘스즈메의 문단속’을 제쳤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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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포터’ TV시리즈로 만든다… 작가 롤링 제작 참여

    소설 ‘해리 포터’가 TV 시리즈로 만들어진다. 10년에 걸쳐 제작되며, 원작자 조앤 K 롤링(사진)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새 스트리밍 플랫폼 ‘맥스’를 내놓으며 새 콘텐츠 중 하나로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너브러더스는 현재 배우를 캐스팅하고 있으며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총괄 제작한 데이비드 헤이먼이 제작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해리 포터 책 1권이 시즌 1개가 돼 총 7개 시즌을 만들 것으로 전해졌다. 워너브러더스는 “각 시즌은 원작에 충실할 것”이라며 “관객에게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마법학교) 호그와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게 돼 기쁘다. 새로운 세대의 팬덤을 이끌 새로운 출연진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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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윅4’, 킬러의 귀환… 화려한 액션으로 채워진 169분

    169분 동안 쏘고 베고 때려눕히는 장면만 나오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이 어려운 걸 존 윅 이 또 해냈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액션 영화 ‘존 윅4’가 12일 개봉했다. 2019년 3편이 나온 이후 4년 만이다. 리브스는 미국 뉴욕, 일본 오사카, 프랑스 파리를 오가는 화려한 배경 속에서 러닝타임 내내 우아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소중한 것을 잃은 킬러의 액션 활극’. 존 윅 시리즈 전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4편도 다르지 않다. 전편에서 큰 부상을 입은 그는 뉴욕 지하의 비밀 거처에서 재활 훈련을 마친다. 그는 거대 범죄 조직 수장들로 결성된 최고 회의의 장로를 찾아가 자신의 결혼반지와 자유를 되돌려 달라고 청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에 존 윅은 장로를 죽이고, 최고 회의는 존 윅을 처치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켠다.존 윅 시리즈 중에서도 이번 편은 특히 말 대신 몸으로 보여준다. 리브스는 169분의 러닝타임 중 380단어만 말한다. 시리즈 전편의 연출을 맡았고 스턴트맨 출신이기도 한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첫 대본에서 대사를 절반 덜어낸 것”이라고 밝혔다.리브스 특유의 ‘빠르고도 느린’ 액션 연기는 여전히 눈을 잡아끈다. 쉴 새 없이 움직이지만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나비 같기도, 잘 짜 맞춰진 안무를 하는 댄서 같기도 해서 자연스레 동양 무술이 떠오른다. 리브스는 2015년 존 윅 1편 개봉 때 내한해 “유난히 작품 속에서 동양 무술을 많이 선보였다. 동양 무술을 통해 몸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나 스스로를 통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번 편은 동양 무술을 액션신에 적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홍콩 액션스타 전쯔단(甄子丹)을 존 윅의 오랜 친구 케인 역에 캐스팅했다. 그는 존 윅을 죽이라는 최고 회의의 지시에 목숨을 걸고 그와 승부를 벌이게 된다. 전쯔단과 맞붙는 장면에서 리브스는 쌍절곤을 이용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스타헬스키 감독은 전쯔단에 대해 “그는 운동 기계”라며 “그렇게 긴 커리어를 가졌는데도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지나치게 몸놀림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오사카 콘티넨탈 매니저 시마즈 코지 역은 일본 국민배우 사나다 히로유키가 맡아 검술을 선보이는 등 영화 곳곳에 동양적 요소가 가미돼 있다.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액션신이다. 존 윅이 결투장인 파리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길, 킬러들이 그에게 걸린 현상금을 타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존 윅은 계단에서 힘겹게 차례차례 그들을 무찌른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에서 일출과 함께 벌이는 결투 장면도 아름답다. 사람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죽이면서 강아지에는 무한한 연민을 가진 존 윅의 면모는 4편에서도 잠시 등장한다. 영화 스토리 상 4편에서 시리즈가 마무리 되는 듯 하지만 제작사가 5편 제작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영화는 미국 개봉(3월 24일) 첫 주말에 735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주말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존 윅 시리즈 전체의 오프닝 스코어 중 최고다. 한국에서도 초반 기세가 좋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존 윅4는 개봉 첫날인 12일 11만 3147명이 관람했다. 매출액 점유율은 62.6%를 차지해 개봉 직후 연속 36일 째 1위를 지키던 ‘스즈메의 문단속’을 제쳤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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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40 추억의 ‘슈퍼마리오’ 영화로 돌아왔다

    ‘빠밤 빠바바 밤 밤!’ 영화는 듣기만 해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게임 음악으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 작은 화면으로 보던 마리오를 거대한 3차원(3D) 스크린으로 보는 맛이 있는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26일 개봉한다. 어린 시절 슈퍼마리오 게임을 즐기다 이젠 부모가 돼 버린 3040세대도, 게임을 모르는 아이도 즐길 수 있을 만한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배관공 형제인 마리오와 루이지는 시내에 벌어진 물난리를 해결하기 위해 하수도로 들어가지만 정체 모를 배관으로 빨려 들어간다. 루이지는 쿠파가 다스리는 다크 월드에, 마리오는 피치 공주가 다스리는 버섯 왕국에 떨어진다. 루이지를 구출하려는 마리오와, 쿠파가 버섯 왕국을 침략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치 공주는 손을 잡고 모험에 나선다. 줄거리는 모두가 예상할 만큼 단순하지만 슈퍼마리오 팬이라면 반가울 요소로 가득하다. 마리오는 블록을 요리조리 뛰어넘으며 특별 훈련을 벌이고, 박스를 치면 각종 아이템이 쏟아진다. 레이싱 게임 ‘마리오 카트’ 시리즈의 무지개 로드에서 추격전도 벌어진다. 게임을 어설프게 영화로 만든 게 아니라 무척 공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는 ‘미니언즈’ 시리즈를 만든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일루미네이션’이 만들었다. 성우진은 할리우드 톱스타들로 채워졌다. 마리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으로 18일 내한하는 배우 크리스 프랫이, 쿠파는 코미디 연기로 사랑받는 잭 블랙이 맡았다. 가수이기도 한 잭 블랙은 극 중 쿠파가 피치 공주를 향해 부르는 세레나데인 ‘피치스’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피치 공주 역은 드라마 ‘퀸즈 갬빗’으로 유명한 애니아 테일러조이가 맡았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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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드라마로는 드물게 여성들이 중심… 내 갑옷은 ‘하이힐’, 촬영내내 힘들더라”

    “남자 배우들만 나오는 작품이 많아서 남장하고 출연하고 싶을 정도로 부러웠어요. 여성 서사 작품의 중심을 이끌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11일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퀸 메이커’의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 황도희 역을 맡은 배우 김희애가 말했다. ‘퀸 메이커’는 한국 최고 대기업인 은성그룹에서 전략기획실장으로 승승장구하던 황도희가 모종의 사건으로 회사를 나오게 되자 은성그룹과 맞서는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을 서울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서로 손잡는 정치극이다. 11부작으로 14일 공개된다. 은성그룹 회장 손영심은 배우 서이숙이 맡았다. 정치 장르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주요 인물이 모두 여성이다. 김희애는 “기본적으로 여성 서사지만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라며 “황도희의 노련함과 영리함에 대리 만족하기도 했다. 대본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황도희에 대해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갚아주는 인물”이라고 했다. 황도희는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냉철해진 인물이다. 그의 ‘갑옷’은 하이힐이다. 김희애는 “황도희는 은성그룹에서 나온 후에도 절대 하이힐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저는 운동화를 주로 신고 언제 하이힐을 신어봤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여서 촬영할 때 힘들었다”며 웃었다. 황도희의 코치를 받으며 인권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오경숙은 은성그룹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을 위해 고공 농성을 서슴지 않는다. 문소리는 “여성들이 정치에 뛰어드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오경숙은 ‘이런 캐릭터가 있었을까’ 싶은 독특한 지점이 있어서 꼭 내가 해야겠다는 책임감마저 들었다”고 했다. 극 중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오경숙과 경쟁하는 방송사 앵커 출신 백재민 역은 배우 류수영이 맡았다. 류수영은 “2023년인데 남녀 구분하는 것은 촌스럽다. 여성이라는 성별을 지우고 봐도 인간의 욕망이 어떤 바닥을 지니고 어떻게 변해가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오진석 감독은 “대척점에 있는 두 여자가 끝까지 가보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극 중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약자를 위해 싸우느냐’는 황도희의 질문에 오경숙이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라고 답한다. 약자를 보호하는 좋은 세상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는 시대에 그 가치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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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유 노 태권도?”… 인종차별 조롱에 아이는 주먹을 날렸다

    “동…훈 킴? 동? 동훈? 이름이 킴인가…?” 혼인신고도 하기 전 남편과 사별하고 캐나다로 도망치듯 이민 간 싱글맘 소영(최승윤)과 아들 동현(이든 황, 도현 노엘 황)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가 19일 개봉한다. 이름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모자가 분투하는 내용은 한국계 캐나다인 앤서니 심 감독의 반(半)자전적 이야기다.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2021년)와 닮아 ‘캐나다판 미나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영은 어린 동현을 먹여 살리기 위해 종일 공장에서 서서 일한다. 말도 음식도 낯설지만 아이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씩씩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민 생활 9년 만에 췌장암 4기 진단을 받는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한 그는,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컬러렌즈를 끼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춘기 동현에게 뿌리를 보여주기 위해 죽은 남편의 가족이 사는 한국의 시골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심 감독은 지난달 3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 대해 “어린아이가 한국에 대해, 한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겪는 정서적인 여정”이라며 “제 인생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심 감독은 8세 때 부모님과 캐나다로 이민 갔다. 심 감독은 “영화 속 엄마와 아들의 관계가 실제 저희 모자 관계와 비슷하다”고 했다. 영화에서 어린 동현은 같은 반 아이들이 자신을 김밥 도시락을 싸온다는 이유로 ‘라이스 보이’라고 놀리자 “두 유 노 태권도?”라고 외치며 주먹으로 반격한다. 심 감독은 “밴쿠버에서 자랄 때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당하고 놀림을 받았는데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방법”이라며 웃었다. 인종차별적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때린 동현이 정학을 받자 소영이 교장 선생님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부분도 심 감독의 경험을 담았다. 영화는 전반부 캐나다에서의 장면은 과거 브라운관TV 화면 같은 1.33 대 1 비율로 다소 답답하게 연출했다. 후반부 한국 장면은 가로를 더 길게 찍어 시원하게 트여 보인다. 심 감독은 “캐나다는 땅이 아주 크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은 사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아름다운 나라를 보지 못하고 작은 세상 안에 있다. 한국은 캐나다와 비교하면 작은 나라지만 캐릭터들이 한국에 돌아오면서 마음과 정신이 넓어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소영 역은 무용가 출신의 신인 배우 최승윤이 맡았다. 데뷔작이지만 가녀리면서도 단단한 여성 역할을 몰입감 있게 소화했다.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서 플랫폼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지난달 토론토영화비평가협회(TFCA)로부터 캐나다 최우수 영화상을 받았다. 심 감독은 각본 제작 연출 편집 연기(소영의 남자친구 사이먼 역)까지 1인 5역을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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