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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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 홍정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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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유권자가 말한다… 나에게 지방선거란?

    나흘 뒤 치러질 지방선거를 기다리는 4129만 유권자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1995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민선자치 시대를 연 뒤 성년(成年)을 맞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 우리 동네를 대표할 선량(選良)으로는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이 뽑히기를 바라는지, 이번 선거를 통해 세월호 참사로 만신창이가 된 대한민국의 국운 상승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그래서 물었다. “6·4지방선거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대답은 다양했다. ‘장보기’ ‘월드컵’ ‘맞선’ ‘미래’ ‘첫경험’ ‘자유의지’ ‘기대’…. ‘장보기’라고 답한 중환자실 근무 간호사는 “남편과 아들을 위한 좋은 먹거리를 고르는 마음으로 후보자를 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출전 선수들처럼 후보자들도 4년간 노력한 결실을 얻는 행사이기 때문에 ‘월드컵’이라는 대답도 나왔다. 7년 전 베트남에서 와 귀화한 여성에게는 ‘설렘’이고, 북한을 떠나 우리 땅에 정착한 탈북자는 지방선거의 의미를 ‘자유의지’라고 풀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기계처럼 하던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뜻을 대리할 후보자를 자유롭게 뽑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란다. 고2 남학생을 자녀로 둔 한 주부는 ‘기대’라고 했다. 그는 “많은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우리 지역을 4년간 책임질 일꾼을 뽑는 데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고 했다. 그렇다! 7장의 투표용지는 내가 만드는 7개의 임명장이 될 수 있다. 슬픔에 빠진 한국 사회에 ‘다시 시작하자’는 새 출발을 알리는 활력의 원천(源泉)이 될 수도 있다. 동아일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설명해 줄 15명의 ‘대표’ 유권자를 선정해 심층인터뷰를 했다. 3선 연임을 마치고 물러나는 지자체장, 8번의 군수선거가 치러진 전남 화순군 주민, 중환자실 근무 12년 차 간호사, 처음으로 참정권을 행사하게 된 대학생 등….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씨는 이렇게 말했다. “슬픔에 빠진 유권자는 희망의 한 표를, 정치에 실망했다면 새로운 미래를 향한 격려의 한 표를 행사하자. 행동하는 유권자만이 대한민국을 아름답게 디자인할 수 있다.” 투표소로 향하는 당신의 발걸음, 그곳에서 행해진 소중한 한 표. 대한민국의 대변화, 6월 4일 시작된다.하태원 triplets@donga.com·홍정수 기자   ▼ “내 아이의 먹거리 고르는 꼼꼼함으로 일꾼 찾을 것” ▼중환자실 경력 12년차 간호사 변영경 씨(35)에게 선거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매일 이어지는 3교대 근무, 목숨이 위태로운 응급환자가 수시로 찾아오는 중환자실 업무 탓에 투표한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변 씨는 “이번만큼은 반드시…”라며 강한 투표 의지를 밝혔다. “내 남편과 다섯 살 아들이 먹는 반찬거리를 고르는 주부의 마음으로 좋은 일꾼을 뽑아보겠다”는 각오. 변 씨는 이번 선거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문제를 해소해줄 일꾼을 뽑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세월호 참사가 불러온 변화다.내가 꼭 투표장으로 가야 하는 이유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겨야 하는 워킹맘인 변 씨는 ‘우리 아이가 무탈하게 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떠날 새가 없다. “누가 당선되건 폐쇄회로(CC)TV 설치 대수나 보육교사 수를 늘려 엄마들의 염려를 덜어주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고 한다. 변 씨는 “선거 전에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슈퍼맨’ 행세를 하던 후보자들이 당선만 되면 모른 척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선출한 주민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했다. 고교 2학년 아들을 둔 장연숙 씨(43)에게도 꼭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아들과 동갑인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을 지켜본 장 씨의 눈에는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내놓은 대책들이 아무 소용도 없어 보여 실망했다. “다들 되는 대로 온갖 대책을 뱉어 놨지만 다음 날 다 번복하잖아요. 보여주기 식으로 일단 내놓은 뒤에 고치고 또 고치고…. 너무 불안해요. 한 가지 정책이라도 심사숙고해서 정했으면 좋겠어요.” 장 씨는 끈기와 신중함을 갖춘 사람을 눈여겨본다. 당장 눈앞의 성과를 내진 못하더라도 인내심 있게 일하는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것. “가까이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물리적으로가 아니라(웃음). 언제든지 주민들의 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분이었으면 해요.” 대학 2학년인 신호인 씨(20·서울시립대 공간정보공학과)는 ‘첫 경험’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만남을 위해 자치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을 ‘열공’ 중이다. “후보들 공약을 다룬 기사를 읽어보고 있어요. 정당을 보고 뽑는 게 아니라 공약을 비교하고 후보 개인에 대한 공부를 한 뒤 결정하려고요. 처음 참여하는 선거인 만큼 시간, 노력, 정성을 들여 한 표를 행사하고 싶어요.” 그는 최근 선거운동 중인 한 자치단체장 후보를 만난 경험을 전했다. 명함 뒤에 적힌 세월호와 관련한 안전 공약들을 보고 질문을 몇 개 던졌는데 답변에 매우 실망했다고 한다. 신 씨는 “안전센터 건립, 관련 법 강화, 관계자 처벌 같은 문구가 있었는데 답변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구체적이지 않았어요. 뻔하지 않은 공약, 진실성이 보이는 다른 후보를 찾으려고요.” 기성세대는 요즘 대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 큰일이라고 하지만 신 씨는 “모르는 소리”라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시장이 서울시립대 운영위원장이 되기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서울시장 후보에게 특히 관심이 많아요. 학교에 와보시면 알아요. 친구들이 선거에 대해 얼마나 열띤 토론을 하는지….” 주소지가 전남 여수인 그는 4일 고향에 간다. 투표하기 위해서다.탈북자, 다문화가족에게도 소중한 한 표 북한에서 대여섯 번 투표를 했다는 전미나(가명·35) 씨에게도 이번 선거는 설렘이다. 북한에서 열일곱 살에 첫 선거권을 얻은 뒤 14년간 많은 투표를 해왔지만 제대로 된 선택을 해본 적이 없다. “북한 주민들 누구도 누가 당선되든 관심 없었죠.” 전 씨에 따르면 북한의 투표 과정은 이렇다. 투표장에 들어선 뒤 이름을 적어 투표에 참가했다는 증거를 남긴다. 투표증을 받아들고 천으로 둘러싸인 투표함으로 가 투표증을 넣는다. 투표함은 사방이 막혀 있지 않고 출입구가 열려 있어 바로 앞에서 투표함에 넣는 모습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 이상하다. 알려진 북한의 선거제도에 따르면 후보를 반대할 경우 투표증의 이름 위에 선을 긋게 돼 있다고 했다. “실제로는 투표증에 뭐가 쓰여 있는지 열어볼 생각도 하지 못해요. 반대는 꿈도 꾸지 못하죠. 괜히 투표장에서 이상한 행동을 했다가는 바로 잡혀 갑니다.” “무조건 찬성하지 않아도 된다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꿈나라에 와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합니다.” 그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산다. 경기도지사부터 고양시장까지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그는 “남편을 고른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를 선택할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남편은 북한에서 세상을 떠났다. “어려운 이를 도와줄 사람, 거짓 없는 사람, 북한에서 왔다고 차별하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사람이 반드시 있겠죠? 다들 자신이 잘할 거다 하지만 그중 진실한 사람을 가려낼 눈이 내게 있을지…. 정말 눈 크게 떠야겠습니다.” 7년 전 베트남에서 온 응우옌티니 씨(28)는 2008년 한국의 투표 모습을 처음 목격했다. 오전 7시 남편을 따라 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투표소 앞에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7년 전 한국으로 이민 오기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신기한 풍경이었다. “베트남은 한국처럼 대통령이나 시장을 뽑는 선거가 없다. 그나마 한국으로 치면 ‘동’쯤 되는 행정구역의 대표를 투표로 뽑긴 하는데 선거운동도 하지 않는다. 동네 벽 몇 곳에 포스터만 붙고 사람들은 후보에 대한 소문을 듣고 투표하는 정도였다.” 응우옌티니 씨는 3년 전 한국으로 귀화해 선거권을 얻었다. 6·4지방선거는 그에게 생애 첫 선거나 마찬가지다. 요즘 후보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악수하거나 재래시장에서 어묵을 먹으면서 선거운동 하는 모습은 그에게 신기하게 보였다. 응우옌티니 씨는 이번에 어떤 후보를 선택할까. 그는 “비밀이지만 꼭 투표하겠다. 내가 사는 지역의 정치인을 내 손으로 뽑는다니 뿌듯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 관한 한 평화롭고 순조롭지 못했던 전남 화순에 사는 배병선 씨(72)는 지방선거 때만 되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배 씨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게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돋보기를 들고 후보자들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불행한 화순의 지방자치사를 종식시킬 수 있는 힘은 유권자에게서 나온다고도 했다.보통사람 속으로 파고든 생활정치가 찾아야 선거나 지방자치를 연구한 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박명호 동국대 교수(50·정치학)는 학생들이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선거에 덜 주목하고 있지만 생활의 정치를 직접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라고 있다. 박 교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공공성을 먼저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국가 단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며 “생활의 정치를 경험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치에 뜻이 있는 학생들은 기초단위 지방선거부터 출마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의 승패는 결국 ‘인물’에서 갈릴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정책평가를 위해 후보들의 공약을 들여다보면 여야 간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라며 “유권자는 ‘누가’ 더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를 보고 평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50)는 “누가 세금의 의미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지 선발하는 자리”라며 “국민의 세금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을 뽑는 자리”라고 했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세금의 엄중함을 아는 사람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돼야 하며 유권자 역시 투표 전 이를 엄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화려한 공공시설을 앞다퉈 건설했던 지자체들이 속으로는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경제의 숨은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따져야 한다.성공한 기업을 벤치마킹해야 할 지자체 박종환 록앤올 대표(42)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라고 본다. 고객 의견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점에서 그렇고, 빠른 피드백이 없으면 불만이 생기는 점도 닮았다. “눈에 띄기 위한 거창한 행사나 대외활동보다는 주민들의 작은 민원에도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일 때 유권자들은 마음을 열기 마련이잖아요. 지자체장들이 소속 정당의 이익보다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치 및 공무원에 대한 불신도 점차 사라질 겁니다.” 박 대표는 자발적으로 일하는 직원이 많을 때 기업이 성장하듯 지자체도 주인의식을 가진 공무원이 늘어날 때 주민 서비스 수준도 향상될 수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소비자행동과 마케팅을 강의하는 여준상 동국대 교수(44·경영학)는 “우리 국민은 복잡하고 비대해진 유통구조를 바로잡는 ‘개혁자’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6·4지방선거가 유통구조 선진화 및 소비자 권익 확대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하태원 triplets@donga.com·홍정수 기자   ▼ “7개의 투표용지는 내 손으로 만드는 7개의 임명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60)은 “지금까지 지방자치는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넘기는 단체자치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정작 지역주민들은 그 열매를 향유하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선거로 뽑힌 단체장의 전횡과 밥그릇만 챙기는 향공(鄕公·지방공무원)이 지방자치라는 꽃이 만개하는 것을 막는 주범이라고 했다. 12년간 일선에서 지방행정을 진두지휘한 나소열 전 충남 서천군수(55·3선)는 “단순하게 열심히 하겠다는 후보보다는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 고민해본 흔적이 있는 후보를 뽑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아름다움을 디자인하자 디자이너 이상봉 씨(60)는 최근 주말 예능프로그램에서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거가 실시된 것을 보면서 디자인과 선거가 많은 공통점이 있음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 씨는 “본래 디자인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태동한 것이 아닌 것처럼 선거제도 역시 외국의 것을 우리나라에 이식하여 한국형으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수많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를 원하는 것처럼 정당과 후보자도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어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양자는 치열한 경쟁을 요소로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패션쇼에 견준다면 이 씨가 연출하고 싶은 주제는 ‘아름다움’이다. 유권자가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참된 후보자를 선택하려는 정성이 진(眞)이요, 정당과 후보자가 상호 비방하지 않고 정견과 정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선(善)이고, 낙선자는 당선자를 축하하고 당선자는 낙선자를 위로함으로써 모두가 하나 되는 미덕이 미(美)라고 했다. 이 씨는 “선거에 있어서 이런 진선미가 어우러진다면 이번 지방선거 컬렉션을 통해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팝페라테너 임형주 씨(28)는 투표권이 생긴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현재 새 앨범 홍보를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그는 다음 달 2일 귀국할 예정이다. 당초 5일에 귀국하는 일정이었지만 6·4지방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귀국 일정을 앞당긴 것. 요즘 그는 문화적으로 좋은 정책을 펼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공연 때문에 자주 해외를 나가는 그는 유럽과 미국 등 해외의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를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음악회 연극 무용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어릴 때부터 접하다 보면 문화적 감성이 발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가 많이 열리길 기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문화에 좀더 관심을 가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문화도시로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에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길 희망하기도 했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무산돼 안타까워요. 서울에 별도의 오페라하우스가 생기면 시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에게도 많을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텐데요. 세계적인 지휘자인 정명훈 선생님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결국은 기본과 원칙이 이긴다 1995년 11월 삼성화재의 창단 사령탑을 맡아 1997년 겨울리그부터 올해까지 18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그중 두 번만 빼고 16차례 정상에 올라 ‘배구의 신(神)’으로 불리는 신치용 감독(59). 수십 년 동안 매일 아침 주요 일간신문을 1면부터 꼼꼼히 읽어온 습관 덕분에 사회적인 이슈에도 훤하다. 그의 지도철학은 단순하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다. 스스로에게도 엄격하다. “선수들에게 책잡힐 행동을 하면 감독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런 신 감독은 지역일꾼이 꼭 갖춰야 할 덕목으로 진실함을 꼽았다. “진실하면 성실하다. 시류에 영합하고 자신의 앞날만 생각하는 사람과는 다르다. 진실하기에 청렴할 수밖에 없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의 문제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능력이 있어도 주민을 위해 발휘할 수 없다. 정말 진실한 사람이라면 일도 잘할 것이다.” 신 감독은 “스포츠는 정정당당하고 룰을 잘 지켜야 스포츠로서 의미가 있다. 부끄럽게 승리하느니 지는 게 낫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당장은 웃겠지만 그 기쁨이 오래가지 못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이철호 irontiger@donga.com·손효림화순=정승호 기자 ▼ “슈퍼맨을 원하는 건 아니랍니다” ▼내 고장 ‘일꾼’에게 바라는 건? 성실-청렴-따뜻함…저마다의 이유로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로 향할 유권자들은 6·4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될 내 고장 일꾼들에게 ‘슈퍼맨’의 괴력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통 사람 이상의 청렴성, 약속한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책임감, 사리사욕을 이겨낼 수 있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 등이 필요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돋보기 들고 후보자들 들여다봐야” 나소열 전 서천군수는 “주민 앞에 떳떳하려면 나 스스로 깨끗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주민들이 이런 덕목을 갖춘 인물을 후임 군수로 뽑아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보였다. 1995년 이후 군수선거만 8번을 치른 전남 화순군에 사는 배병선 씨도 지체 없이 ‘청렴’을 꼽은 뒤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게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돋보기를 들고 후보자들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첫 투표에 나설 서울시립대 2학년 신호인 씨는 “당선 뒤 공약을 끝까지 지키는 ‘뚝심’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덕목”이라고 단언했다. 간호사 변영경 씨도 주요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지도자를 보고 싶다고 했다. 고2 자녀를 둔 장연숙 씨는 △끈기 △인내 △신중함을 덕목으로 꼽았다. 4년간 우리 지역을 책임질 사람을 뽑는 일인 만큼 유권자인 본인도 책임감을 갖고 투표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학자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 동아일보 매니페스토 평가단 간사인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주민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듣고,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문적인 식견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요구에 반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디네이터’가 돼 줄 수 있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지방자치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했다.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를 이끌었던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경제학)는 “지역 기반의 기득권층 저항을 이기고 규제와 예산이라는 두 가지 정책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리더”를 주문했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문화적, 정신적 소양을 높이 샀다. 여 교수는 “그동안은 선진국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성공에 대해서만 강조해 왔다”며 “이제는 앞만 보지 말고, 옆과 뒤도 돌아보며 모두가 함께 잘살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미래를 준비하는 따뜻한 사람 찾습니다 중소기업인 ‘록앤올’의 박종환 대표는 털털함과 완벽함이라는 상반된 듯한 덕목을 동시에 요구했다. “집 근처 선술집에서 함께 술 한잔 기울일 수 있을 만큼 서민적이고 털털하지만 업무를 처리할 때는 누구보다 완벽하고 치밀한 최고경영자(CEO) 같은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선의의 경쟁을 펼친 뒤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미덕을 갖춘 사람이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신치용 감독은 “주민들의 행복한 일상을 위해 스포츠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스포츠맨다운 바람을 털어놨다. 탈북자 전미나(가명) 씨는 “남북 간 자유왕래가 가능한 통일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을, 다문화 가정의 응우옌티니 씨는 “따뜻함”을 최고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시민들과 대화하며 소통할 수 있는 따뜻함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었다.박창규 kyu@donga.com·이은택·전주영 기자}

    • 201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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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역단체장 후보 공약 검증

    동아일보와 한국정당학회 매니페스토 정책평가단이 30일 대구, 경북, 경남 지역 여야 후보들의 3대 공약을 분석한 결과 대구는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가 1.69점(D),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가 2.83점(C+)을 받았다. 장우영 교수는 권 후보의 ‘재난안전관리 시스템 전면 개편’에 대해 “현장과 전문가 중심의 시스템 도입 구상은 타당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용복 교수는 ‘창조경제특별시 추진’에 대해선 “법률 제정의 필요성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했다”고 했다. 류재성 교수는 김 후보의 ‘글로벌 중견기업·강소기업의 도시, 고용률 70% 달성’ 공약에 대해 “현실성 있는 공약”이라고 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컨벤션센터 건립과 관련해 이소영 교수는 “센터 건립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세력의 화해와 상생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인과관계가 약하다”고 봤다. 경북에선 새누리당 김관용 후보가 3.08점(B-), 새정치연합 오중기 후보는 1.76점(D)이 나왔다. 장우영 교수는 김 후보의 ‘좋은 일자리 10만 개 창출’에 대해 “고용정책이 체계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경북’과 관련해 전용주 교수는 “안전교육체육관 설립 등에서 국비 확보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간다”고 했다. 오 후보의 ‘경북 도정의 변화와 혁신’은 “예산을 효율화하고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의견(이소영 교수)도 나왔다. 전용주 교수는 ‘첨단과학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 지원’에 대해선 “구체적 청사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경남은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 1.82점(D), 새정치연합 김경수 후보 1.79점(D)으로 두 후보 모두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소영 교수는 홍 후보의 ‘안전한 경남’과 관련해 “안전한 도시를 위한 필요한 정책 수단이 제시됐지만 재정 확보 방안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의 ‘균형과 조화로 함께 발전하는 경남’ 공약에 대해 김용복 교수는 “서부권 개발에 대한 정책 목표와 정책 수단이 연관성이 높고 구체적이지만 재원 조달 방안이 명료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류재성 교수는 ‘아이 키우기 좋은 경남’에 대해선 “취학 전 아동의 건강보험 적용 질병에 대한 본인부담금 지원 등은 도지사의 의지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한국정당학회 영남지역 매니페스토 평가단강경태 신라대 교수, 김용복 경남대 교수, 류재성 계명대 교수, 이소영 대구대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전용주 동의대 교수}

    • 201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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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무소속 오거돈 맹추격… 與 서병수와 0.8%P差 접전

    동아일보와 채널A가 26, 27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 인천 경기 강원 등 4개 지역은 6·4지방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1차 조사(11∼13일) 이후 여야 후보(부산은 무소속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기간에 판세 변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흔들리는 새누리당 텃밭 부산과 강원은 새누리당 지지율이 50%를 넘는 전통적 여권 강세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인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오 후보는 1차 조사에서 서 후보에게 9.6%포인트 뒤졌지만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후보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적극투표층에선 두 후보가 41.7%로 동률을 이뤘다. 부산에서 서 후보의 지지율은 박 대통령(63.9%)은 물론이고 당 지지율(53.0%)에도 못 미쳤다. 보수성향 유권자의 29.0%, 50대 이상 유권자 38.2%가 오 후보를 지지하는 등 여권 지지층의 이탈이 눈에 띄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오 후보가 철저하게 무소속 후보임을 강조하며 새정치연합과 선을 긋는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엇비슷한 만큼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3.9%)의 행보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강원지사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최흥집, 새정치연합 최문순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혼전 양상을 보인다. 단순 조사에선 새정치연합 최 후보가 새누리당 최 후보를 1.2%포인트 앞섰지만 적극투표층에선 새누리당 최 후보가 새정치연합 최 후보를 2.2%포인트 앞선 것. 최흥집 후보는 1차 조사에 비해 지지율이 5.2%포인트 상승한 반면 최문순 후보는 1.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새누리당이 높은 정당 지지율(53.1%)과 조직을 가동해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최문순 후보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강원에서는 영동과 영서 간의 지역대결 구도가 뚜렷했다. 강릉 출신의 최흥집 후보는 강릉권에서 최문순 후보를 14.4%포인트 앞섰지만 춘천권과 원주권에선 춘천 출신의 최문순 후보가 최흥집 후보를 6∼7%포인트 앞섰다. ○ 인천-경기 혼전 속으로 1차 조사에서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있었던 인천과 경기도 오차범위 내 박빙 지역으로 돌아섰다. 인천시장 선거에서 1차 조사 때 7.4%포인트 차까지 벌어졌던 새누리당 유정복,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9%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적극투표층에서는 유 후보(43.7%)가 송 후보(40.4%)를 3.3%포인트 앞섰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유 후보의 지지층이 빠르게 결집하는 모습이다. 1차 조사에서 유 후보는 새누리당 지지 성향이 높은 50, 60대에서 각각 48.5%, 59.8%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지만 2차 조사에서는 각각 54.0%, 67.7%의 지지를 얻었다. 그 결과 유 후보의 지지율(39.5%)은 당 지지율(44.0%)에 근접했다. 1차 조사에서 송 후보는 인천 전역에서 유 후보를 앞섰지만 2차 여론조사에서는 인천 동부권(계양 부평구)에서만 유 후보를 16.8%포인트 앞섰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는 경기지사 선거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와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4.3%포인트로 좁혀졌다. 1차 조사 때에 비해 남 후보의 지지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김 후보는 4.3%포인트 상승했다. 1차 조사에서 팽팽했던 남 후보와 김 후보의 40대 지지율이 2차 조사에서는 김 후보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남 후보가 경기 남부와 북부에서 김 후보를 7∼19%포인트 앞섰고 김 후보는 북서 및 남서해안권에서 남 후보를 3∼17%포인트 앞섰다. 혁신을 내세운 40대 남 후보가 새누리당 취약층인 30대에서 30.9%의 지지를 얻은 반면 경제와 안정을 내세운 60대 김 후보가 새정치연합 취약층인 50대에서 28.2%란 비교적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이 눈에 띄었다.손영일 scud2007@donga.com·홍정수 기자  ○어떻게 조사했나동아일보와 채널A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서울 부산 인천 경기 강원 지역 광역단체장에 대한 2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26, 27일 이틀간 서울 경기는 유·무선 임의번호걸기(RDD), 부산 인천 강원은 유선 RDD 방식 전화 면접으로 조사했다. 서울 경기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부산 인천 강원은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7%포인트. 서울 1003명, 부산 709명, 인천 711명, 경기 1014명, 강원 7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역별 연령별 성별로 사후 보정했다. 응답률은 서울 10.8%, 부산 14.8%, 인천 11.3%, 경기 10.3%, 강원 11.7%였다. 1차 여론조사는 서울은 13일 하루 동안 유·무선 RDD, 부산 강원은 12∼13일 유선 RDD, 인천 경기는 11∼12일 유선 RDD 방식으로 전화 면접 조사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7%포인트. 각 지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700명씩을 조사(지역별 연령별 성별로 사후 보정)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 20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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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홍정수]“난 경찰 아니다” 유가족앞 초라한 경찰

    “경찰 아니라는데 왜 자꾸 물어봐요. 당신 정말 유가족 맞아요?” 19일 오후 7시경 전북 고창 고인돌휴게소.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경찰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입장 표명에 앞서 실종자 가족들과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안산에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그때 안산단원서 정보보안과 직원 2명이 뒤따르다가 얼굴을 알아본 유족들에게 들켰다. 이들은 유족들이 “경찰 아니냐?”고 묻자 처음에는 “아니다”라고 발뺌하다가 30여 분이 지나서 신분을 밝히고 사과했다. 이에 분노한 일부 유족은 진도행을 포기하고, 차를 돌려 안산 합동분향소로 돌아왔다. 그러곤 이날 밤 12시, 대기하던 유족 50여 명과 함께 ‘경찰의 사찰 의혹’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모였다. 분향소 앞에는 해당 경찰 2명과 담당 정보보안과장, 구장회 안산단원경찰서장, 최동해 경기지방경찰청장까지 모습을 보였다. “불법 사찰이 맞나, 아닌가”(유족). “아닙니다. 유족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돕기 위해 갔던 겁니다.”(정보관) “처음에 왜 경찰이 아니라고 했나?”(유족) “그때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했습니다. 신분을 밝히면 유족들이 너무 격앙하실 것 같아서….”(정보관) “정말 그런 내용들뿐이었다면 관련된 정보보고 내용을 공개해 달라.”(유족) “그건 어렵습니다. 국회에서도 공개하지 않습니다.”(단원경찰서장) 유족 측은 경찰과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 끝에 해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경찰은 그제야 “정보활동을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구 서장은 “잘못을 충분히 인정한다”며 여섯 차례 고개를 숙였고, 최 청장은 “앞으로는 반드시 유족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정보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 유족은 욕설과 고함을 질렀지만 특별한 돌출행동은 없었다. 유족들은 경찰 간부들을 만나기 전 내부적으로 “폭력은 절대 사용하지 말자. 일단 해명을 듣고 한 명씩 손을 들고 침착하게 말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반면 “우린 경찰이 아니다”라며 거짓말을 하다가 지방경찰청장까지 줄줄이 사과하는 경찰의 모습은 슬픔을 삼키며 의연함을 보여준 유족과는 극과 극이었다. 한 달 넘게 단원고와 분향소 일대의 치안유지와 교통안내, 정보파악 등 활동을 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유족들과의 긴밀한 협조라인조차 만들지 못한 경찰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홍정수·사회부 hong@donga.com}

    • 201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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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언론 지적에 귀 열어… 國政스타일 언급 안해 아쉬움”

    《 세월호 참사 34일째인 19일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언론과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담화는 첫걸음을 뗀 것일 뿐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21일 이후 국무총리 인선 등 내각 개편에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국회에선 야당을 상대로 한 정부 조직 개편 협상도 넘어야 할 산이다. 》   1. 진정성 담화 당일 출국, 국민에 직접 양해 구했어야 박 대통령은 참사 이후 사과를 4차례 했지만 유가족들과 야당은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해 왔다. 그동안의 대통령 발언은 자신보다는 내각과 선장, 해경의 책임 질타에 방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19일 담화는 최종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발언이었고, 사과의 진정성도 느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담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릴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살신성인한 희생자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눈물을 흘린 모습은 작위적이기보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다만 유가족들과 만났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고 담화 때 눈물을 흘려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통령이 과거 담화와 달리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들을 대동하지 않고 단출하게 홀로 단상에 오른 것도 그동안의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국민에게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본인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 꽤 있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향후 국정 운영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질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포함해 청와대 재난 대응 체계는 어떻게 바뀔지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또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담화 당일 해외로 나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불가피하게 꼭 가야 했다면 국민에게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2. 안전대책 안행부 셀프개혁 부실 우려 외부의견 반영해안전 체계 확립 방안과 관련해서는 언론의 지적을 수용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재난 컨트롤타워 설립이 필요하지만 공무원 자리 늘려주기가 아닌 현장 전문가들을 포진시켜 재난 구조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었다. 안전행정부가 ‘셀프 개혁’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하게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되 공채로 선발하고 순환보직을 제한해 전문가 중심의 조직으로 꾸리겠다는 점, 안행부의 핵심인 안전과 인사·조직을 분리시킨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해 관료를 개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점 등은 언론의 지적을 수용한 부분이다. 특히 해경 해체라는 충격요법으로 관료 사회에 강한 충격을 준 것도 평가했다. 반면 안전 대책이 지나치게 조직 개편에 치우쳤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UAE 방문 직후 개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 방안에 대한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3. 국가개조 청와대-내각 대대적 개편… 후속조치 내놔야 박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 “4월 16일 세월호 이전 대한민국과 그 후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며 국가 대개조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위해 퇴직 후 공직자 취업 제한 강화 △공직 채용 방식 개편 등 관료 분야 개혁 방안을 국가 대개조안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담화 내용을 보면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없애기 위한 제도나 의식 개조 부분, 국가 재난 상황에 대한 전방위적 대책 등이 빠져 국가 대개조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면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개혁으로 가기에는 미흡해 보인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4. 인적개편 야당측과 소통 가능한 인사 적극 발탁을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을 포함한 여권에서도 내각 총사퇴 같은 대대적인 인적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인적 개편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변인을 통해 21일 UAE에서 귀국한 직후 총리 인선과 개각을 하겠다는 예고만 했다. 일각에서는 인적 개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 책임총리제나 만기친람 리더십에 대한 언론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리더십이나 인사 스타일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원호 교수는 “이날 발표한 담화를 실현시키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에 총리나 내각에 야당 출신 혹은 야당 측과 소통이 가능한 인사를 포진시켜야 한다”며 “인재 풀을 최대한 넓혀 최적의 인물로 인적 개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담화에서 귀국 후 야당 대표들과의 만남을 제안하거나 야당의 초당적인 협조를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모습이 곁들여졌으면 좋았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5. 진상조사 9·11 테러때의 美처럼 미래지향 논의 필요박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한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도입, 특별법 제정을 수용했다. 유족들이 요구한 별도의 진상조사기구 설치와 관련해서는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제안해 일부 수용하기도 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는 청해진해운이나 선장에 대한 강한 처벌 방안도 제시했다. 진상조사위의 역할을 단순한 진상조사를 넘어 9·11테러 때 1년 8개월 동안 연구한 미국 의회의 사례처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논의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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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자 가족들 “해경 없애면 수색은 어찌되나”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지켜본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는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그러나 특검제 도입과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가족대책위의 요구사항 중 일부만 수용된 데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유족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민간인 참여자에게 수사권을 일시 부여해 달라는 요구조건이 수용되지 않은 점을 거론했다. 한 유족은 “박 대통령이 그 많은 학생들이 죽은 것에 대해 의사자 지정 문제는 언급하지 않아 아쉽다”며 “울먹이면서 학생 몇 명과 교사 몇 명만 거론하고 그럼 다른 애들은 뭐가 되느냐”고 비판했다.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 TV 앞에 모여 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를 지켜본 실종자 가족들도 실종자나 수색에 대한 언급이 없자 실망감과 허탈감을 드러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실종된) 아이들 다 꺼내놓고 얘기를 해야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종된 단원고 교사의 아내는 “(해경) 해체를 해도 구조가 끝나고 해야지, 지금은 실종자 수색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불안감이 커진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1시경 진도군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실종자 구조에 더 박차를 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담화에 실종자에 대한 원칙과 수색방안이 빠져 있지만 해경이 끝까지 구조현장을 지키며 마지막 1명까지 구조해줄 것을 요구했다. 가족대책위원회 소속 대표단 31명은 이날 오후 4시경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진도로 향했다.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과 밤늦게까지 의견을 조율한 뒤 20일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안산=남경현 bibulus@donga.com·홍정수진도=주애진 기자}

    •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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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4호선… 지하철 변압기 폭발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에 이어 19일 지하철 4호선 금정역에서 변압기가 터지는 사고가 났다. 이날 오후 6시 56분경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지하철 4호선 금정역에서 승강장으로 들어오던 당고개행 K4652 전동차의 지붕에 달린 변압기가 터지면서 옆에 있던 애자(전기절연장치) 파편이 튀어 승강장에 있던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승강장 위 유리가 깨지면서 부상을 입은 9명은 한림대와 원광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2명은 큰 상처가 없어 귀가했다. 부상을 당한 송모 씨(27·여)는 “불꽃과 파편이 함께 계속 떨어져 팔과 다리에 유리가 박혔다”며 “직원들이 제대로 사과도,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사고로 금정역을 지나는 지하철 4호선 운행이 약 10분간 지연되다 오후 7시 4분 사고 전동차가 차량기지로 옮겨진 뒤 정상 운행됐다. 코레일은 “변압기가 갑자기 폭발하며 전동차와 전기 공급 장치를 잇는 애자가 터져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변압기 폭발 원인을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또 사고냐, 불안하다” “요즘 사고가 계속되는데 나라가 어떻게 되려는 건지”라며 걱정했다. 군포=홍정수 hong@donga.com / 홍수영 기자}

    •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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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리포트]구명조끼 벗어 친구 주고… 119 신고… 어른같은 아이들

    ▼ 친구 위해 학년대표 포기한 ‘양반장’ ▼구조 직전 선실 달려간 양온유양양온유 양은 4남매 중 맏이였다. 아버지는 “첫째는 참고 양보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양 양은 피자를 먹을 때 부모 것부터 덜어놓고 남은 조각을 동생들에게 나눠준 뒤 자기 걸 집어 들었다. 그는 친구들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을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학교 앞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월급을 타면 동생들에게 간식을 사주곤 했다. “난 왜 참아야 돼? 왜 난 만날 손해만 봐야 되냐고!” 양 양이 열다섯 살 때 이렇게 한 번 반항한 것으로 사춘기를 넘겼다고 아버지 양봉진 씨(48)는 전했다. 어머니는 “불만이 있으면 편지를 써서 바른 소리를 곧잘 하는 당찬 딸이었다”고 했다. 학교에서 양 양의 별명은 ‘양반장’이었다. 지난해 1학년 대표에 이어 올해는 학급 반장을 맡았다. 단원고 2학년 A 양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온유가 살갑게 대해준 덕분에 친구들도 사귀고 그렇게 싫어하던 사진도 같이 잘 찍게 됐다”고 말했다. 양 양은 원래 올해도 학년대표를 하고 싶었다. 어머니는 “온유가 ‘친한 친구가 학년대표를 하고 싶어 한다’고 고민하기에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더니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양 양은 어릴 때부터 처음 듣는 소리도 건반으로 음을 짚어낼 정도로 음감이 좋은 편이었다. “레슨비를 받지 않아도 좋으니 가르쳐보고 싶다”고 하는 피아노 선생님도 있었다. 마음을 다친 사람을 돌보는 음악심리치료사가 되는 게 양 양의 장래희망이었다. 수학여행 며칠 전 그는 아버지에게 사회복지 관련 경험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는 단원노인복지회관과 군자사회복지관 등에 “우리 딸을 자원봉사자로 써 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였다. 아버지는 “온유가 일찍 하늘나라로 떠난 것보다 더 안타까운 게 있다”고 했다. “이 아이가 살았더라면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을 텐데 그 마음을 펼쳐보기도 전에 이렇게 차가워져서….”안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덩치 커도 살뜰히 남 챙긴 딸같은 아들 ▼친구 구한 정차웅군키 177cm, 몸무게 102kg인 거구의 아들을 아버지 정윤창 씨(47)는 ‘딸 같은 아들’이라고 불렀다. 정차웅 군은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덩치가 컸다. 눈썹이 진하고 이목구비도 커서 처음 보면 잊혀지지 않는 강한 인상이다. 하지만 생긴 것과 다르게 검도장에 가면 관장님과 “오늘은 집에 있는 컴퓨터를 바꿨어요” “학교에서는 친구들이랑 ○○ 하고 놀았고요” 하면서 미주알고주알 자기 이야기를 했다. 검도장에서 초등학생 꼬마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았다. 처음 들어와 낯설어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돌봐 주는 자상한 ‘형아’였다. “남이 좋아하는 걸 해주려고 하기보다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게 진짜 배려하는 거라고 형이 가르쳐줬어요.”(석모 군·11) 수련회를 가면 저녁 때 삼겹살을 구워 아이들 접시에 하나하나 놓아주고 본인은 마지막에 남은 걸 집어 먹었다. 덩치에 비해 유난히 사근사근한 성격 때문에 한 번 봤던 학부모들도 정 군을 기억했다. 수학여행 가기 전엔 기념품 사가지고 돌아오겠다며 검도장 동생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지난달 23일 시신이 발견된 러시아 출신 학생 슬라바(본명 세르코프 빌라체슬라브·17) 군은 정 군의 단짝이었다. 정 군은 사고 당일(지난달 16일) 가장 처음 사망자로 확인됐다. 친구 둘을 구하고 나서 배 안에 남은 친구들을 찾으러 다시 들어갔다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발견됐다. 친구를 구하다 희생된 정 군에게 가족들은 “국민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며 가장 싼 수의를 입혔다. 정 군을 10년 전부터 봐온 이양호 해동검도 관장은 정 군을 ‘된장 같은 아이’였다고 표현했다. “검도장 아이들에게 시간이 갈수록 남을 더 배려하고 인내하는 ‘된장 같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요. 차웅이는 위급한 상황에서 자기가 먼저 살려고 하지 않고 친구들을 끝까지 배려한 거잖아요. 된장 중의 된장, 진국 중의 진국인 거죠.”안산=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엄마, 가스 잠갔어?” 확인하던 꼼꼼이 ▼최초 신고 최덕하군“엄마, 가스 불 제대로 잠갔어? 끄고 나온 것 맞지?” 최덕하 군은 초등학생 때 외출한 엄마에게 전화해 가스 불 점검을 하곤 했다. 가스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를 깜빡해 불이 날 뻔했던 기억을 최 군은 자주 떠올렸다. 어머니 김상희 씨(45)는 “어릴 때부터 어른보다 주변을 잘 챙겼다. 위기 상황이 닥치면 차분하게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최 군은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신문과 뉴스를 열심히 챙겨봤다. 가족들은 뉴스를 보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최 군에게 물었다. 한때 장래희망으로 아나운서를 꿈꾸기도 했다. 아버지 최성웅 씨(52)는 “주변 일에 관심이 많고 어딜 가면 자기 의견 말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적극적인 아이였다”고 말했다. 최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반장과 학년회장을 맡았다. 장래희망은 여러 번 바뀌었다. 검도를 시작한 중학생 무렵엔 경호원이 되겠다고 했다가, PC방에 드나들면서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기 때 꿈은 ‘아파트 사장님’이었어요. 엄마 아빠한테 집 지어주겠다고….” 어머니는 최 군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 군에게 검도를 가르쳤던 차이성 관장(31·여)은 “남자 관장님에게 ‘아버지, 배고파요. 맛있는 거 사주세요’ 하면서 곰살궂게 굴었다. 엉덩이를 툭 치면 ‘어허 아버지, 왜 이러십니까’라면서 생긋 웃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엄마 손이 필요하지 않고 뭐든 스스로 한 아이”라고 했다. 수학여행 짐도 혼자 쌌다. 집에서 나설 땐 “잘 다녀올게. 엄마 사랑해” 하며 꼭 껴안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때 온기가 아직도 느껴진다. 그 온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덕하가 최초 신고자라고 들었을 때 ‘전화하는 시간에 살아 나와 주지’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엄마 아빠한테 끝내 전화 한 통 못한 게 마음 아프지만 자랑스럽고 감사해요.”안산=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고교때 암투병 친구어머니 보살펴 ▼민간 잠수사 이광욱씨학창 시절 아들은 한강에서 시신을 건지는 아버지가 부끄러웠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수영과 잠수를 배운 아들은 나이가 들며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갔다.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의 아버지 고 이진호 씨는 해군 특수전전단(UDT) 5기 출신이다. 아버지는 1974년 팔당댐 공사 때 잠수사 일을 하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 눌러앉았다. 이 씨는 수해나 사고가 났을 때 아버지가 시신을 건져 올리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이 씨의 가족은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10년 동안 이장을 했고 어머니는 부녀회장을 하며 봉사활동을 했다. 동생은 자율방범대원이다. 지명관 조안면 면장(54)은 “이 잠수사 부모님은 없는 형편에 사재 털어서 남들 돕고 그랬다. 아들도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남양주시 소년소녀가장 돕기에도 앞장섰다고 한다. 이 씨는 정도 많았다. 이 씨의 빈소를 찾은 친구 윤명규 씨(53)는 기자에게 ‘38년 전 자라사건’을 털어놨다. 당시 두 사람은 고교 1학년생이었다. “우리 어머니가 위암 수술 받은 걸 어떻게 알았는지 꼭두새벽부터 집에 찾아와 자라를 내밀더라고요.” 이 씨는 몇 달 동안 밤마다 강에서 자라와 붕어를 잡아 이튿날 아침 윤 씨 집을 찾았다. 키 180cm의 거구인 이 씨가 ‘오늘 몇 마리 못 잡았어’ 하며 머쓱해하던 표정을 윤 씨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씨는 세월호 실종자 구조를 위해 급하게 진도로 내려갔다. 어머니 장춘자 씨(71)는 “밥상 차려놨는데 어디를 빨리 가야 한다며 밥 한술 못 뜨고 나갔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 이모 군(18)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진도에 가신 걸 알았다”고 했다. 앳된 소년의 얼굴로 검은 상복을 입은 둘째 아들은 단원고 학생 희생자들과 동갑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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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친구들이 100명… 엄마가 한상 차려주마”

    “치킨만 먹으면 느끼하니까 김치도 먹어….”(엄마) “자기가 알아서 먹겠지, 유난 떨기는…. 콜라도 좀 따라 줘 봐.”(아빠)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하늘공원’(안산시립 납골당)에 온 엄마 아빠는 준비해 온 아들의 점심상을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눴다. 아들 이모 군(17)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됐다. 엄마 아빠는 생전에 아들이 좋아했던 치킨과 오렌지 등을 잔뜩 가져와 납골함 앞에 한상을 차렸다. 한참을 머물던 엄마는 이 군과 나란히 안치된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을 바라봤다. “모두 다 예쁘고 잘생겼네.” 그러고는 하염없이 아이들의 명패를 쓰다듬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은 발인을 마친 뒤 하나둘 하늘공원에 모였다. 이제는 단원고 학생 희생자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다. 현재까지 100명의 학생이 나란히 안치됐다. 유족들은 먼 길을 떠난 자녀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두고 싶어서, 또 외롭지 말라고 친구들과 함께 있도록 이곳을 택했다. 하늘공원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식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아침 점심 저녁 끼니때마다 치킨, 햄버거, 피자 등을 챙겨 오는 부모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들에게는 납골당을 찾는 게 하루 일과가 되어 버렸다. 14일 오후에는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세월호 생존 여학생 3명이 친구 고모 양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하늘공원을 찾았다. “○○아, 생일 축하해. 보고 싶다. 시간 내서 또 올게.” 매일 이곳을 찾는 유족에게 하늘공원은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세월호 희생자 조모 군의 어머니는 “여기 올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이 많은 아이들이 여기에 모여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쳤다. 한편 이날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는 ‘슬픈 스승의 날’ 행사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학부모 100여 명과 생존 학생 학부모 20여 명은 이날 분향소를 찾아 희생된 단원고 교사 7명의 영정에 카네이션을 바친 뒤 교사 부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유족들은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희생자 가족 측은 교사 유가족을 위해 준비한 편지를 낭독했다.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한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고 안아 준 은혜를 잊지 못할 겁니다. 끝내 피어보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하신 선생님, 부디 영면하세요. 그곳에서도 저희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아주시고 꿈에서라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뵙기를 기도합니다.”안산=홍정수 hong@donga.com·최고야 기자}

    • 201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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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 대신 유골함에… 눈물의 카네이션

    “쌤(선생님), 제주도에서 선물 사오신다면서요…. 이게 뭐예요.” 스승의 날(15일)을 앞둔 14일, 경기 화성시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된 안산 단원고 희생 교사들의 납골함 앞은 학생들이 두고 간 카네이션과 편지로 가득했다. 이곳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 6명 중 4명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다.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학생들에게 “기념품 사다준다”며 웃는 얼굴로 제주로 떠났던 스승들은 유골함에 담긴 채 제자들을 맞았다. 교사 4명의 유골함에는 앞서 제자들이 쓴 편지글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은 절절했다. “항상 밝고 예쁘셨던 선생님, 하늘나라에서도 예쁘실 거라 믿어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보고 싶다는 말이 이렇게 슬픈 말인 줄 몰랐어요.” “선생님이 너무 착해서 하느님이 일찍 데려가신 건가요….” 당시 수학여행을 떠났던 교사 14명 중 숨진 6명과 사고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모 교감은 발인을 마쳤다. 나머지 교사 5명은 아직 실종상태다. 살아남은 교사 2명은 현재 심신의 안정을 위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단원고는 아직도 세월호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적막한 분위기였다. 실종 상태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교사와 학생들이 남아 있어 스승의 날 기념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단원고 인근의 한 문구점 주인은 “어버이날에도 카네이션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카네이션을 꺼내놓을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교사들의 유족은 사망·실종자 학생들의 가족들 못지않게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제자들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소리 내 울지도 못했다. 숨진 A 교사의 아버지는 “실종된 학생들은 여전히 차가운 바다에 있다. 우리는 시신을 찾았지만 그것조차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제 때 죄스러운 마음에 그토록 좋아했던 학교 교정을 한 바퀴 돌지도 못하고 먼발치로 돌아서 갔다. 학부모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반 학생들 빈소도 못 찾아갔다”며 울먹였다. 실종된 단원고 교사 5명은 스승의 날에도 소식이 없다. 15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실종 교사 5명의 가족이 머물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자식을 찾지 못해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체육관 앞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실종된 선생님 가족들은 대부분 말이 없다. 실종 학생들을 끝까지 배려하려는 것 같아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체육관 옆에서 일하고 있는 한 조계종 자원봉사자는 “저희 천막에 하루에 1, 2번씩 한 실종 교사의 아내분이 조용히 혼자 와서 차를 드신다”며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볼 때면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안산=홍정수 hong@donga.com·최고야 기자진도=이은택 기자}

    • 201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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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진 학생 어머니 자살기도 병원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A 군(17)의 어머니 B 씨(43)가 자택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9일 오후 5시 45분경 단원고 유가족 중 한 명이 112신고를 통해 “B 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 확인해 달라”고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한 사이 B 씨의 가족은 집으로 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B 씨를 발견해 고려대 안산병원으로 옮겼다. B 씨는 병원 이송 직후 위세척을 거친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숨진 A 군의 삼우제(장례를 치른 후 세 번째 지내는 제사) 날이었다. 어머니 B 씨는 아들의 삼우제를 지낸 뒤 집으로 돌아와 낙심한 상태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전해 들은 단원고 유가족 10여 명은 고려대 안산병원을 찾아 B 씨의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안산=남경현 bibulus@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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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데려온날 세탁소 메운 노란편지… 참았던 눈물 왈칵”

    《 경기 안산 단원고 부근에는 ‘세탁소 편의점’이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중 한 명인 2학년 6반 전현탁 군(17)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곳이다. 사고 당일 전 군의 어머니는 ‘내일(17일)까지 쉽니다’라는 작은 메모를 붙여 놓고 진도로 내려갔다. 하지만 보름이 다 돼서야 아들을 품에 안았다. 그 사이 수많은 시민이 세탁소 주변에 노란 쪽지를 붙였다. 현관문 손잡이는 노란 리본으로 가득했다. ‘현탁아 집으로 돌아와’ ‘보고 싶다. 얼른 일어나’ 등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전 군의 어머니는 노란 쪽지를 붙여준 시민들에게 “고마울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세월호의 비극은 아직 진행 중이다. 남은 실종자 가족을 위해 끝까지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7일 전 군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편지 형식으로 전한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 있는 엄마들은 실종된 아이를 찾은 뒤에도 마음 놓고 울지 못합니다. 아직 바다에 침몰한 세월호에 남아 있는 자식을 찾지 못한 가족의 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금방 얼굴 볼 줄 알았던 우리 현탁이도 보름이 다 돼서야 겨우 찾았습니다. 억지로 울음을 참고 아들을 데리고 안산으로 돌아왔는데 세탁소 주변에 노란 편지가 가득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러곤 한참을 울었습니다. ‘못난 엄마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을 잘 키웠구나. 내세울 것 없는 부모지만 부끄럽지 않게 잘 키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수학여행 가는 날이 우리 아들의 생일이었습니다. “생일날 수학여행을 간다”며 뛸 듯이 기뻐했죠.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현관에 여행가방을 놓고 갖고 갈 물건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웃으며 떠나는 모습이 마지막이었어요. 당분간 많이 울 것만 같습니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요. 그래도 현탁이가 웃던 그 모습을 위안 삼고 있습니다. 세탁소 일도 조금씩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아들을 보내고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다시 펼쳐봤습니다. 아들에게 해준 게 너무 없었습니다. 진도에서 엄마들끼리 수학여행 보내면서 용돈을 얼마 줬는지 서로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이 ‘10만 원씩 줬다’는데 저는 2만 원밖에 못 줘 미안해 또 울었습니다. 그런데 현탁이를 찾았을 때 지갑에 2만 원이 그냥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물도 맛있으니까 맛있는 것 많이 사먹어”라고 했는데 용돈도 쓰지 못한 채 갔습니다. 우리 아이는 300mm짜리 신발을 신을 정도로 덩치가 컸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해 유명 메이커 옷도 못 사줬습니다. 수학여행 가기 전에 아들 몸에 맞는 옷 사느라 아웃렛 매장을 몇 번이고 돌아다녔습니다. 아들이 언젠가 노스페이스 잠바를 사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격이 50만 원이나 됐습니다. “그 돈이면 한 달 생활비라 안 된다”고 잘라 말했죠. 아들은 떼 한 번 안 쓰고 포기했어요. 그런데 사고 후 진도를 내려가니까 그 잠바 입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 또 눈물이 났습니다. 현탁이는 여느 아이처럼 “엄마 배고파”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럴 때마다 “너는 엄마가 밥으로 보이냐”고 타박했죠. 점심시간에 세탁소로 달려와 자장면 시켜먹고 가고, 친구들과 놀러갈 때도 돈 달라고 하고 그랬었습니다. 현탁이가 단원고 1학년 때 세탁소를 학교 주변으로 옮겼습니다. 아들이 혹시나 엄마가 세탁소를 한다고 부끄러워하진 않을까 걱정했더니 “엄마 난 괜찮아”라고 하더군요. ‘아들이 의젓하게 잘 자랐구나’라는 생각에 대견했죠. 수학여행 전날, 이상하게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생전 처음이었어요. 쓰다가 마음에 안 들어 찢어버렸던 종이를 아직 갖고 있습니다. 겨우겨우 편지를 써 아들 몰래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듬직하게 잘 커줘서 고맙고 엄마는 네가 있어 정말 행복하다’라고 적었죠. 출발하던 날 지나가는 말로 “현탁아, 가방에 손수건이랑 다 넣었으니까 도착하면 어디에 뭐가 들었는지 꼼꼼히 봐”라고 했습니다. 그날 밤 통화에서 못 참고 제가 먼저 물었어요. “편지 봤어?”라고 했더니 아들은 무뚝뚝하게 “응”이라고 답하더군요. 고마우면서도 쑥스러웠던 모양입니다. 현탁이는 엄마를 편하게 해준 아들이었어요. 특별히 아픈 데도 없이 밥만 먹고 잘 컸습니다. 팽목항으로 내려갔을 때 캄캄한 바다를 향해 ‘행복은 이걸로 끝이다. 이놈아!’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들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 말밖에 드릴 말이 없네요. 아직 제 마음에는 현탁이가 자리 잡고 있어 사연들을 미처 다 읽지 못했습니다. 현탁이 방에 두고 천천히 읽어볼게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이 비극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아직도 바다에서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가 많습니다. 이들이 하루빨리 돌아오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래서 보내는 길이라도 온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 마음들, 정말 고맙습니다. 현탁이 엄마 올림안산=서동일 dong@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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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휴 21만명 조문… 조금씩 일상찾는 시민들

    7일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는 한산했다. 연휴 기간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이 몰렸지만 휴일이 끝나면서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화랑유원지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세월호 충격에 빠졌던 안산 지역은 이제 서서히 일상을 되찾는 분위기다. 사고가 발생했던 전남 진도 해역에서 수색작업이 계속되면서 분향소에 자리 잡은 영정사진은 어느덧 229개로 늘었다. 이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지난 연휴 동안(5월 1∼6일) 21만1563명이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145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그러나 7일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약 8300명(오후 10시 기준)뿐이었다. 이날 조용히 분향소를 지킨 이들은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유가족이었다. 3일부터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특검 도입과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다 6일부터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보다 구체적인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분향소 앞에서 “제 아이가 웃을 수 있게 진실 규명을 바랍니다” “내 아이 보고 싶어 피눈물이 납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5일째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7일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수고하신 잠수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선체 수색활동에 투입됐다 숨진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를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일부 유족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 쪽으로 초점이 바뀌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주 발생한 서울지하철 추돌 사고와 북한 핵실험 징후 등 새로운 이슈가 부각되면서 유족들 사이에선 “아직 실종자들을 다 찾지도 못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분향소에서 만난 유족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실종자들이 바다 밑에 남아있다. 사건 수습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조문객이 줄어도 분향소가 운영되는 한 계속해서 진상 규명을 위한 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썰렁해진 분향소를 보고 “이제 마냥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산 주민 최모 씨(65)는 “이제 조금씩 관심이 시들해지는 것 같아 아쉽지만 어느 정도 조문객들은 다 다녀간 듯하다. 남은 아이들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슬퍼하던 사람들도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문객 안모 씨(34)는 “슬프고 우울해서 세월호 관련 뉴스를 보지 않은 지 오래됐다. 남은 실종자들을 빨리 찾아서 뒷수습이 잘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도우려는 지역 내 온정의 손길은 계속되고 있다. 인천 지역 기업인 모임인 ‘인천사랑회’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희생된 방현수(20), 이현우(19) 씨 유족에게 위로금 1000만 원을 각각 전달했다.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도 이날 700만 원을 유가족에게 위로금으로 내놓았다. 시민들도 십시일반으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억21000여만 원을 기탁했다. 이들은 청해진해운 측이 방 씨와 이 씨가 정식 승무원이 아니어서 장례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인천시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뒤 유가족을 돕기로 했다.안산=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인천=황금천 기자}

    •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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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 모은 안산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기 사흘 전에 ‘수학여행 간다’며 들뜬 표정으로 머리하러 왔었어요.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 합동분향소에서 영정사진으로 다시 만나니 가슴이 미어지네요….”(이혜정 씨·40·경기 안산 단원구 와동에서 미용실 운영) 지난 연휴 동안 전국 곳곳은 나들이객으로 붐볐지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살았던 단원구 고잔동과 와동은 쓸쓸하기만 했다. 학생들이 바쁘게 드나들었던 학교 앞 문구점과 분식집은 텅 비어 있었고 동네 미용실과 세탁소 등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 문구가 나붙었다. 날마다 아이들을 마주했던 상인들 역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며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2일 단원고 앞 M문구점. 가게 유리창에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내용의 포스트잇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지만 문구점 주인은 메모지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남은 학생들이 보면 더 슬퍼할까 봐 수거하기로 했다. 이를 모두 모아 단원고에 기증할 생각이다.” 또 다른 문구점 주인 이경원 씨(55)는 “중학생 때부터 봐왔던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키가 쑥쑥 크는 걸 보고 내 자식이 크는 것처럼 뿌듯했는데…. 다음 생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다른 사연이 있는 주민들도 있다. 안산과 시흥을 오가는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안모 씨(54)는 “등하굣길에 단원고 학생들이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조용히 하라’고 혼을 많이 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과 실컷 웃고 떠들 게 놔둘걸 그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와동에서 22년째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황홍서 씨(64)는 “17일에 이사하기로 한 집이 새집처럼 수리가 다 돼서 좋아하던 한 가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집 남학생이 전날 상상도 못한 사고를 당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단원고 앞의 한 분식집 주인은 고 최혜정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다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열정이 넘치고 아이들도 잘 따르는 선생님이었다.” 그는 “최 선생은 대학도 수석 졸업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저세상으로 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꿈을 펴 보지도 못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안산=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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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니, 왜…

    영정 속 친구는 웃고 있었다. 그 앞에 노란 리본이 묶인 국화꽃을 올려놓았다. 그 옆에, 또 그 옆에도 친구가 웃고 있었다.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아니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너무 가슴 아픈 이별이었기에. 옆에서 손을 잡고 조문을 하던 학부모가 아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할머니는 “얼마나 슬프고, 기가 막히면 소리도 없이 눈물만 흘릴꼬. 저 어린 것들이…” 하며 가슴을 쳤다. 30일 오후 2시 15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 단원고 2학년 70명이 도착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이들은 고인이 된 친구들의 마지막 모습을 20여 분간 둘러보며 오열했다. 고려대안산병원에서 2주간 치료를 받았던 이들은 친구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은 친구들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흰색 셔츠에 검은색 하의로 복장을 맞춰 입고 먼저 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조용히 분향소로 향했다. 이를 본 일반 조문객들은 양옆으로 비켜섰다. 그 사이로 아이들은 친구들의 영정 앞으로 걸어가 국화를 놓고 묵념했다. 학생들은 같은 반 친구들을 확인하느라 수많은 위패를 유심히 살폈다. 잠시 후 익숙한 얼굴이 있는 영정을 확인한 이들은 걸음을 멈춘 채 이내 눈물을 쏟았다. 조문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고려대안산병원에서 만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난 듯했다. 이들은 퇴원을 앞두고 2층 복도에서 모처럼 얘기꽃을 피웠다. 라면, 과자 등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여느 고교생 같은 모습이었다. 사고의 충격, 친구에 대한 그리움 등은 병원에서 많이 치유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날 분향소에선 달랐다. 병원에서 인터뷰를 하다 “내 이름 신문에 나와요?”라며 장난을 치던 김모 군(17)은 창백한 얼굴로 어머니의 부축을 받은 채 겨우 조문을 마쳤다.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고려대안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학생은 74명. 이 가운데 치료가 더 필요한 4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은 상태가 좋아져 30일 퇴원했다. 이날 조문을 마친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외부시설에 모여 집단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에는 175명(학생 157명, 교원 4명, 일반 희생자 14명)의 영정이 안치돼 있다. 29일 분향소가 문을 연 뒤 30일 오후 11시 현재 조문객은 모두 4만3000명을 넘었다.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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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고통 눈감은 상술, 해도 너무 해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편안하게 가도록 해야죠. 어차피 정부가 지원해 주는데 앙드레 김 스타일의 황금수의는 어떠세요?” 일부 장례업체들이 세월호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이용해 지나친 상술을 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장례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는 점을 악용해 고가의 용품을 사용하도록 유족들에게 강권한다는 것. 복지부가 최근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보내 일부 고가의 장례비용에 대한 경비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이 유족에게 권하고 있는 장례용품은 일반 장례식장에서 구하기 힘든 사치품이 대부분이다. 앙드레 김이 운영했던 주얼리 회사가 만든 1800만 원대 황금수의, 1000만 원이 넘는 안동삼베수의와 달마황금수의 등이 대표적이다. 대개 일반 장례식장에서는 수의가 재질에 따라 10만∼40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 수준인 나무관보다 비싼 수입 관을 권한 업체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스틸로 만들어진 관을 국내에 들여오려면 500만 원가량이 든다. 나무 아래에 유골을 안치하는 수목장 업체는 4000만 원대 고급 나무를 권하기도 했다. 장례식장에서 파는 일반 음식이 아닌 호텔에서 추가로 음식 주문을 받거나, 소주 맥주가 아닌 양주를 공급하려는 업체도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 김모 양(17)의 친오빠는 “유족들 사이에서는 ‘정부 지원금으로 장례를 치르는 만큼 허례허식은 버리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아이들을 아름답고 고귀하게 보내주고 싶은 유족의 마음을 노리는 장사꾼은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례비용 상한선은 안전행정부와 유족 대표가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의 슬픔을 이용해 호화 물품을 팔려는 비정상적인 장례업체를 집중 관리 감독하겠다”고 밝혔다.유근형 noel@donga.com / 안산=김수연 기자}

    • 20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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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도 운 주말… 2km 긴 줄에 1시간 넘게 기다려 조문

    모두가 ‘상주(喪主)’처럼 슬퍼했다. 조문객 누구도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영정 앞에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 분향소가 처음 열리던 날 22명이었던 영정은 닷새 만에 143명으로 늘었다. 27일에만 24명의 희생자 영정이 합동분향소에 더해졌다. 이제는 희생자의 친구들도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고서야 친구의 사진을 찾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한 위패에는 아직 아이의 죽음을 모르는 할머니를 위해 이름을 적지 않았다. 늘 붙어 다녔던 친구의 시신을 찾을 때까지 몇몇 영정은 옆자리를 비워뒀다. 각 영정마다 담긴 사연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합동분향소 입구부터 2km 남짓 긴 줄이 생겼다. 1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먼발치로 합동분향소가 보였다. 전날에는 햇볕이 뜨거웠고 27일은 봄비가 내렸지만 늘어선 줄은 점점 길어졌다. 해가 진 뒤에도 조문객은 줄어들지 않았고 누구도 불평 없이 차분히 자리를 지켰다. 조문객 옆으로는 수시로 운구차가 지나갔다. 분향소 주변은 건물이 낮고 도로가 좁아 운구차가 유독 커 보였다. 몇몇은 운구차를 향해 목례를 했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지금까지 총 16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조문 행렬이 계속되면서 준비된 10만여 송이의 국화가 동났다. 그 대신 검은색 근조 리본이 제단에 올려졌다. ‘어른으로서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이렇게 죄스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추운 곳에서 당장이라도 구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들은 포스트잇에 각자의 생각을 적어 벽에 붙였다. 내용은 달라도 희생자에 대한 미안함은 같았다. 검은 옷을 입고 홀로 분향소를 찾은 한 60대 여성은 “봉오리도 제대로 여물지 않은 싹을 어른들이 짓밟았다. 우리 모두가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며 울먹였다. 전국 곳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마다 희생자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도 슬픈 발길이 이어졌다. 비가 내렸지만 분향소가 차려지기 1시간 전부터 100여 명의 시민이 광장에 모여 분향소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렸다. 많은 시민은 우산도 쓰지 않고 줄을 선 채 차분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분향소 한편에 희생자들과 실종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공간에 한 초등학생은 ‘형아 누나 지금 살아있어? 춥지 않아? 하늘나라 가서 행복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오후 3시 반 분향소를 찾아 노란 리본에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박원순’이라고 적었다.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크고 작은 촛불기도회도 전국에서 열렸다. 주말 동안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는 단원고 총동문회와 안산시민이 함께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촛불기도회가 마련됐다. 안산=홍정수 hong@donga.com·김성모 기자}

    •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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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지켜준 우리가 죄인” 이틀간 4만명 추모 눈물

    “기도합니다. (바다에서) 나온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나올 이들을 위하여….” 16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후 온 국민은 하루가 한 달 같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생존 여부를 알 수 없는 실종자들이 하루빨리 구조되기를 바라는 소망 글들은 24일에도 경기 안산시 올림픽기념관 내 임시 합동분향소 게시판을 뒤덮었다. 전날 설치한 게시판에 추모 메시지가 가득 차 별도의 게시판이 추가로 설치됐다. 안산 공단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 4명은 아랍어로 ‘R.I.P(Rest in peace·편히 잠드소서)’라는 글을 남겼다. 이날 학생과 교사 17명의 위패가 추가돼 전날 48명을 포함해 총 65명의 위패가 안치됐다. 영정 사진은 1층을 다 채워 2층까지 늘어났다. 분향소가 문을 연 지 이틀째.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첫 등교를 한 날이었다. 조문객은 전날보다 더 늘어 인근 보도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한참을 기다려 입장한 뒤 분향소 앞에 세 줄씩 서서 국화꽃을 올려놓고 묵념했다. 한 조문객은 “너희도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왜 여기 쓸쓸히 있는 거니”라고 혼잣말을 했다. 진도 사고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올라왔다는 한 비구니 스님은 “진도에선 한 가닥 희망이라도 가졌는데 여기선 완전한 이별을 한다니 너무 슬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사회복지사 김유신 씨(51)는 “분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픈데 유가족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휴대전화 속 자녀 사진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희생자 진모 군(17)의 이모는 “가족 대부분이 충격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 혼자 둘 수 없어 다시 분향소로 오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 A 씨(62)는 주저앉아 “우리 아이를 지켜주지도 못한 죄인인데…”라며 통곡했다. 이날 국가대표 축구팀 홍명보 감독과 김태영 코치, 영화배우 김보성 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등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분향소 측은 이날 오후 11시 현재 약 4만 명이 조문했다고 밝혔다. 문자메시지로 이뤄지는 실시간 추모메시지는 약 4만3500건에 달했다.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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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정사진이 된 학생증… “푸른 너희들이 왜 여기에”

    “잎사귀보다 푸른 너희들이 왜 여기에…. 창밖에 우거진 신록을 보는 것조차 사치 같구나. 어른들이 미안하다.”(60대 조문객 정인자 씨·여) 사진 속 아이들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젖살도 빠지지 않은 듯 앳된 열일곱 살. 고등학교에 갓 입학해 찍은 학생증 사진은 영정 사진이 되어 빈소에 걸렸다.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떠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자 이를 보는 학생과 조문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오열했다. 23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처음으로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단원고 재학생과 안산시민, 강원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조문객들은 먼저 떠난 이들의 명복을 기원하며 흐느꼈다. 분향소 근처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들까지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에 들러 고인들을 추모했다. ○ “기적을 바랐지만…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날 오전 9시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늦은 밤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강원 속초시에 사는 원모 씨(44)는 “슬프고 어린 영혼들을 달래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는 “깊은 바닷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 여기까지 왔다. 기적을 바랐지만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슬프다”며 울먹였다.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모두가 자신이 당한 일인 것처럼 아파했다. 한 시민은 “내 새끼들인데, 다 내 새끼들인데…”라며 가슴을 쳤다. 한 여성은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며 “바다에서 얼마나 추웠을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생명을 이렇게 앗아간 나쁜 놈들! 아이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통곡하는 이도 있었다. 선후배이자 친구를 떠나보낸 단원고 학생들의 아픔은 더 컸다. 김모 군(18)은 “사고가 난 지 8일째인데 시간이 멈춰선 것 같다. 하루하루를 멍하게 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이모 양(18)은 “동아리 후배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기적을 바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참담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고교에 다닌다는 한모 양(17)은 “한 달 전에도 함께 수다 떨며 놀았던 친구를 영정 사진으로 만나야 한다니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 “하늘에서라도 행복하길∼” 고인에 대한 예를 마친 조문객들은 분향소 입구에서 ‘전하지 못한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게시판 벽면에 붙였다. 단원고 희생자인 박모 양(17)의 어머니는 “잠은 잘 잤니? 늘 그랬듯 밝고 힘차게 지내야 해 ―mom”이라고 적었다. 게시판에는 “다음 생엔 이런 아픔 없는 곳에서 태어나야 해” “미안하다. 오늘을 기억할 테니 편히 쉬어라” 등 가슴 절절한 메시지가 담겼다. 빈소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들은 이별 메시지를 적으며 또다시 울었다. 게시판의 사연을 읽는 이들도, 현장을 촬영하던 외신기자도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의 편지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활동하는 이근호 선교사는 도농중 학생들이 색종이에 쓴 편지 수십 장을 가져와 분향소 벽면에 붙였다. 이 선교사는 “나 역시 10여 년 전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을 사고로 잃은 아픔이 있다. 다른 지역 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적은 편지를 가져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배우 차인표 신애라 씨 부부 등이 찾았다. 이날 분향소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이 방명록을 쓰는 모습을 보좌관이 촬영하자 이를 본 단원고 일부 학부모가 “여기 국회의원이 사진 찍으러 온 것이냐”고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경기도합동대책본부는 분향소를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추모메시지 전화(010-9145-8879)를 개설했다. 23일 하루 동안 총 3만 건 가까운 메시지가 왔다. 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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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원고 임경빈군 영결식… 아빠가 말하는 ‘빈자리’

    아들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듯했다. 마지막으로 만져 본 아들의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래도 잠시 보듬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아빠, 나 깼어”라고 말하며 일어날 것만 같았다. 입관하기 전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던 아버지 임모 씨(47·회사원)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성격 급한 것까지 아빠를 닮았어. 구조대를 못 기다리고 그냥 물에 뛰어들었다니…. 조금만 더 버티지, 조금만 더 헤엄치며 기다리지….”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일주일째인 22일 오전 7시 반 경기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 이날 임경빈 군(17)의 발인이 진행됐다. 아버지의 눈은 충혈됐고 볼은 움푹 파여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들을 보내야 할 때’였다. 친척들이 주위에서 “가지 말라”며 울부짖었지만 아버지는 담담히 화장을 하는 수원시 연화장으로 향했다. 취재진이 임 군의 아버지를 만난 건 발인 하루 전인 21일 오전 11시경. 그는 아들이 다니던 단원고를 맴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2학년 임경빈 아빠”라고 짧게 소개하며 입을 열었다. 그가 아들과 나눴던 추억 가운데 으뜸으로 꼽은 것은 게임 ‘스타크래프트’. 일 때문에 경기 의정부시에서 살던 7년 전, 아버지는 아들에게 처음으로 이 게임을 알려줬다. “주말엔 아이와 항상 스타크래프트를 했다. 게임방 이름은 ‘경빈1234’였다. 아들이 게임에 빠져 있을 때 혼낸 것도 지금은 추억이 돼 버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게임이나 실컷 하라고 할걸….” 임 씨는 임 군 아래 여섯 살 터울의 딸이 있다. 딸이 태어난 뒤 아들에게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과 그렇게 거리가 멀어진 것을 아쉬워했다. “친구를 무척 좋아하던 아이였다. 동네 친구 중에 김밥집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도 이번 사고로 못 돌아왔어. 하늘나라에서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으려나….” 아버지는 5월로 예정돼 있던 아들의 학교 운동회 얘기도 했다. 임 군은 아버지에게 “올해 예선전에서 모두 탈락해 운동회가 재미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럼 아빠는 안 가도 되겠네’ 하며 웃어넘긴 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먹고사는 게 바빠 아이의 운동회는 딱 한 번 가본 게 전부였기 때문. 아들은 어쩌면 잠시라도 아버지와 함께할 시간을 바란 건 아닌지 아쉽기만 했다. “자식과 보내는 1분 1초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걸 이제야 알겠다. 돈 버느라 미뤘던 그 시간들이 나중엔 전부 후회로 남아 나를 괴롭힐 수 있다는 걸….” 아버지는 아이를 납골당에 안치한 뒤 “아이 방을 청소해야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왜 그렇게 빨리 해? 우리 애를 그렇게 빨리 보내고 싶으냐”며 말렸다. 당분간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그대로 두자는 거였다. 하지만 임 씨는 “아내가 혼자 치우면 또 얼마나 많이 울겠느냐. 차라리 내가 먼저 치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임 씨는 아들을 보낸 직후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곤 “아들이 부모 속을 썩이더라도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 지금 당장 어떻게 살지 막막하지만, 다시 시작해야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먼저 간 아들의 빈자리는 그렇게 커 보였다.안산=홍정수 hong@donga.com·김수연 기자}

    •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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