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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같은 결과가 반복됐다는 게 실망스럽다.” 25일 금의환향한 클리블랜드 추신수(사진)의 목소리엔 답답함이 묻어났다. 그가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2008년부터 5년째 소속팀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올 시즌에도 타율 0.283에 16홈런 67타점으로 제 몫을 한 반면 클리블랜드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4위에 머물며 또 가을잔치 진출에 실패했다. 추신수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팀을 옮길 수 있다면 이기는 팀으로 가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올 시즌까지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1년간 공을 들인 농사가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클리블랜드는 영세한 구단이다. 추신수는 내년 시즌 직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몸값이 치솟을 가능성이 높아 그 전에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이에 대해 “아직은 나도 에이전트도 모른다. 구단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추신수가 내년 3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수 있을까. 그는 “WBC는 클리블랜드의 스프링캠프 일정과 겹친다. 새로 부임한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허락을 받아야 해 확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몸 상태도 변수다. 그는 “올 시즌에 온몸이 부상병동이었다. 지난해 수술한 손가락에 다시 금이 가기도 했다”면서도 “내 옷장에 걸려 있는 옷 중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에 가장 애착이 간다. 팀과 에이전트가 조율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쇼! 삼성의 최형우∼”(원곡 김원준의 ‘show’) “와이번스의 박진만∼ 박진만∼”(원곡 비스트의 ‘Beautiful’) 24일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대구구장에는 양 팀 선수의 응원가가 연신 울려 퍼졌다. 경기 중 쉬는 시간에도 최신 가요가 계속 흘러나왔다. 대다수의 관중은 끊임없이 나오는 노래에 흥겨워한다. 다만 이 음악이 ‘억’ 단위의 고가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야구장에서 나오는 최신 가요와 기존 곡을 개사한 응원가는 모두 저작권 사용료를 낸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는 2001시즌부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판매용 음반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해왔다. 2000년 7월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라 전문체육시설에서 쓰는 음악에 대해선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KBOP가 8개 구단을 대표해 비용을 내면 나중에 시즌 수익을 각 구단에 분배할 때 이 부분을 공제한다. 2001시즌 1600만 원이었던 저작권료는 2010시즌 7040만 원, 2011시즌엔 1억4900만 원으로 올랐다. 저작권료가 10년 동안 10배 가까이로 오른 셈이다. 이는 그만큼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졌고, 지난 시즌부터 요율(입장수입에 대한 저작권료 비율)이 0.2%에서 0.3%로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1억 원대였던 음악사용 대가는 올 시즌 3억∼4억 원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저작권료뿐 아니라 노래를 부른 가수와 음반 제작자에 대한 보상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저작권법은 판매된 음반을 사용해 공연을 하면 실연자와 제작자에게 보상금을 주도록 개정됐다. KBOP는 법 개정 후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의 오랜 협상 끝에 두 단체에 2010, 2011시즌분을 올해 한꺼번에 지급하기로 했다. 보상금은 통상 당해 저작권료의 50∼60%다. 이 비용은 해당연도 시즌이 끝나면 이듬해 정산해 지급한다. 보상금이란 개념은 나라별로 천차만별이다. 일부 유럽국가에는 있는 반면에 미국 일본 중국에는 없다. KBOP는 보상금 때문에 음악 관련 지출이 2, 3배로 뛴 데다 협상 창구도 3개로 늘어 고충이 크다. 갑자기 억대의 돈을 추가로 내야 해 가슴이 쓰린데 3곳과 매년 줄다리기까지 해야 한다. 저작권협회 실연자연합회 음원제작자협회도 국민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공익성을 인정하고 협상 창구를 일원화하려는 노력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권리 보호를 위해 저작권의 요율을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이익’에만 집착하면 그 노래가 팬들에게는 더이상 응원가로 다가가지 않을 수도 있다. ‘상생’이 오래가는 법이다.조동주 스포츠레저부 기자 djc@donga.com}

프로배구 LIG손해보험이 대학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 이강원(경희대·사진)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이강원은 지난달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표팀으로 함께 뛴 센터 박진우(경기대)와 함께 대학배구의 쌍두마차로 꼽혀왔다. 지난 시즌 최하위 LIG손해보험은 순위의 역순으로 지명권을 갖는 드래프트 규정상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대어를 낚았다. 박진우는 러시앤캐시에 전체 2순위로 지명됐다. LIG손해보험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이강원을 선택했다. 이강원은 “팀의 우승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 이경수 김요한 선배와 경쟁해 살아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규시즌 첫 우승을 노리는 LIG손해보험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6명을 지명해 6개 팀 중 가장 많은 선수를 뽑았다. 실업팀 화성시청과 상무신협을 거쳐 뒤늦게 프로에 도전한 센터 황성근(홍익대 졸업)도 2라운드 6순위로 LIG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배구 역대 최장신(211cm)인 센터 김은섭(인하대)은 대한항공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키가 200cm를 넘었고 대학 1학년 때까지 키가 자랐다. 그는 “고교 1학년 때까지 농구를 하라는 유혹이 있었지만 배구가 좋았다. 블로킹이 재미었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SK와 롯데는 플레이오프(3선승제)를 앞두고 4차전 이내에 승부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을 뺀 채 한국시리즈에 오르면 삼성의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팀의 승부는 22일 오후 6시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 갈리게 됐다. SK는 김광현, 롯데는 유먼을 선발투수로 각각 내세웠다.○ 김광현의 쾌투? 유먼의 체력? SK는 김광현이 1차전 때와 같은 ‘괴력투’를 다시 보여주길 기대한다. 당시 김광현은 ‘의외의 1선발’이란 평가를 불식시키며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고 1실점하며 호투했다.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김광현의 컨디션이 변수다. 김광현은 1차전 직후 가벼운 감기몸살에 걸렸다. 5차전에서도 1차전만큼의 파이팅을 보여줄지 미지수다. 필승계투조인 박희수 정우람은 20일 4차전에 등판하면서 체력적으로 지쳐 있다. SK 이만수 감독은 “김광현 뒤에 채병용을 투입하고 필요하다면 선발 요원인 윤희상까지 불펜으로 준비시키겠다”며 총력전을 선언했다. 유먼은 김광현보다 체력이 앞선다. 그는 1차전에서 공을 81개밖에 던지지 않아 김광현(95개)에 비해 체력 소모가 적었다. 여기에 4차전에 등판하지 않았던 불펜 김성배와 정대현이 그의 뒤에 버티고 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5차전은 유먼이 선발투수인 만큼 3점만 내면 이긴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쉽지 않은 3점 승부 양승호 감독이 ‘3점’을 승부처로 예상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양 팀 타선 모두 플레이오프에서 빈약한 타격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SK는 경기당 평균 2.25점(4경기 9득점), 롯데 2.75점(4경기 11득점)을 내는 데 그쳤다. SK는 중심타자인 이호준 박정권의 부활이 시급하다. 이들은 1차전에서 선제점과 결승점을 합작한 이래 2∼4차전에서 침묵했다. 그나마 4차전에서 정근우가 5타석 모두 출루하며 활력을 불어넣은 게 위안거리다. 이 감독은 “5차전도 중심타선이 제 몫을 하는 팀이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는 박종윤이 ‘멘붕(멘털 붕괴)’에서 벗어나는 게 관건이다. 박종윤은 1차전에서 6회 공격 1사 1, 3루에서 어정쩡하게 스퀴즈 번트를 대려다 타석 도중 교체됐다. 이후 ‘멘붕’에 빠진 그는 4경기에서 13타수 1안타(타율 0.077)에 그쳤다. 양 감독은 4차전 직후 “1루수에 박종윤 대신 다른 선수를 쓸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그만한 대안이 없어 고민이다. 올해 플레이오프는 4경기 가운데 3경기가 1점차 승부였다. 그만큼 양팀 전력은 팽팽하다. 양팀 선발투수의 호투와 함께 타선의 응집력, 결정적인 순간의 실책이 5차전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손아섭 강남스타일!” 롯데 손아섭이 타석에 들어서면 롯데 응원단에선 이런 가사의 노래가 시작된다. 그 뒤로 ‘옵옵옵옵(오빠의 준말) 손아섭 강남스타일’에 이어 ‘예∼섹시 레이디’라는 후렴구가 이어진다. 빌보드 차트 4주 연속 2위에 오른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약간 개사한 응원가다. 손아섭이 처음 이 노래를 응원가로 쓴 8월만 해도 원곡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다 정규시즌 말미에 손아섭의 지인이 ‘오빤 강남스타일’ 부분을 ‘손아섭 강남스타일’로 바꾼 편곡본을 보내줬다. ‘손아섭 강남스타일’만 지인의 목소리고 나머지는 실제 싸이의 목소리지만 분간이 안될 정도로 똑같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일부 팬조차 ‘싸이가 불러준 거냐’고 물어본다. 싸이는 월드스타라 감히 직접 의뢰할 생각조차 못했다”고 전했다. ‘강남스타일’과 함께하는 손아섭은 포스트시즌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루타를 3개 날리며 2타점 1득점을 했다. 1-2로 패한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유일하게 타점을 올린 것도 그였다.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도 ‘강남스타일 효과’는 여전했다. 우익수 겸 3번 타자로 나선 손아섭은 공수에서 맹위를 떨쳤다. 1회초 수비에선 SK 박재상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더니 1회말 공격 무사 1, 3루 기회에서 1타점 결승타를 날렸다. 4회초에는 SK 이호준의 큼직한 타구를 점프한 뒤 담장에 부딪치며 잡아냈다. 5회말에는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장타력을 과시했다. 손아섭은 응원가를 자주 바꾸는 편이지만 ‘강남스타일’만큼은 당분간 바꿀 생각이 없다. 자신에게 힘을 주는 노래인 데다 최고 인기곡이라 관중의 호응도 뜨거워서다. 이날 손아섭에게 “노래가 워낙 유명해 그 덕을 보는 거 아니냐”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야구를 잘하면 노래도 좋게 들리는 거죠.” 우문현답이다. 부산=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어디서 본 듯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10월 19일 문학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 정규시즌 2위로 직행한 롯데가 SK와 만났다. 2차전까지 1승씩 주고받았기에 3차전은 시리즈 승패를 좌우하는 경기였다. 결과는 SK의 3-0 완승. SK 선발 송은범은 6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해 승리 투수가 됐다. 꼭 1년 뒤인 19일 사직구장. 무대의 주인공은 또 롯데와 SK였다. 이번에는 SK가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같은 3차전인 데다 두 팀은 전날까지 1승 1패였다. 게다가 SK 선발은 다시 송은범이었다.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롯데는 SK를 4-1로 꺾고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1승만 보태면 한국시리즈에 오른다. 올해 준플레이오프를 포함해 역대 28차례 열린 3선승 시리즈에서 2승을 먼저 거둔 팀이 다음 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20차례(승률 0.714)였다. 지난해 1, 2, 3회 연속 득점 기회를 잡고도 무기력하게 물러났던 롯데는 시작부터 송은범을 두들겼다. 1회 선두 타자 김주찬을 시작으로 박준서, 손아섭이 잇달아 안타를 때려 선취점을 뽑았다. 전준우도 적시타를 날렸다. 롯데는 3회 SK 유격수 박진만의 실책과 송은범의 보크로 만든 2사 2루에서 강민호가 적시타를 때려 3-0으로 달아나며 승부를 갈랐다. 송은범은 4이닝 6안타 3실점(2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고원준은 이날 삼진 4개를 솎아내며 5와 3분의 1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롯데 선발 요원 가운데 올 포스트시즌 첫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뽑힌 고원준은 “작년에는 흥분했었는데 올해는 책임감이 생겼다. 정대현 선배가 오늘 못 나온다고 해서 최대한 그 공백을 메우고 싶었다”고 말했다.이날 사직구장에는 2만8000명 만원 관객이 입장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2만795명이 찾아 관중석 곳곳이 비었던 것과 비교됐다. 플레이오프는 2009년 3차전부터 16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4차전은 20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롯데 양승호 감독=투수들의 승리다. 고원준이 3회까지만 버텨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5회까지 완벽하게 던졌다. 이어서 등판한 김성배와 강영식도 훌륭했다. 정대현이 오늘 왼쪽 무릎에 통증이 있다고 해서 김성배를 오래 던지게 했다. 내일 이기는 상황이면 유먼을 뺀 모든 투수를 투입하겠다. 5차전까지 가면 한국시리즈에서 너무 힘들어진다. 내일 끝내겠다.▽SK 이만수 감독=송은범이 1회엔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점차 좋아졌다고 봤기 때문에 끌고 갔다. 문제는 우리 타자들이 고원준과 김성배의 공을 전혀 못 친 데 있다. 이래선 절대 이길 수 없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했어야 하는데 대부분이 기다리다가 볼카운트가 불리해졌다. 내일은 타순의 변화를 꾀하는 등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총력전으로 가겠다.부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복수의 칼날을 가는 자의 눈빛은 매서웠다.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을 준비하는 롯데 타자들이 그랬다. 롯데 타선은 전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 에이스 김광현에게 삼진 10개를 당하는 등 침묵했다. 황재균 등 전날 부진했던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무너졌다는 기사를 보니 씁쓸하더라. 어차피 진 것을 두고 이야기해서 뭐 하느냐”며 말을 아꼈다. 홍성흔도 “한 팬이 아내에게 ‘홍성흔을 4번 타자가 아닌 5번 타자로 나가게 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상처를 받았다. 그동안 욕을 안 먹으려고 ‘책임 회피형’ 배팅을 했지만 오늘은 다를 것이다”라며 절치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조용히 복수혈전을 준비한 롯데는 이날 장단 12안타를 터뜨리며 SK에 5-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반전에 성공한 롯데는 1승 1패로 균형을 맞추며 19일부터 사직 안방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3, 4차전을 가벼운 마음으로 맞게 됐다. 6회까진 1차전의 흐름이 계속됐다. SK는 1회 1사 1루에서 최정이 롯데 선발 송승준의 시속 141km의 높게 형성된 커브를 잡아당겨 선제 2점 홈런을 터뜨리며 2-0으로 앞서갔다. 2002년 LG 시절 이후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선 SK 조인성이 2-1로 앞선 6회 ‘롯데 불펜의 핵’ 정대현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쳐 4-1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자 승부의 추는 SK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하지만 롯데 타자들의 ‘독기’는 7회에 대폭발했다. 롯데는 7회초 문규현의 땅볼 때 전준우가 홈을 밟았고 김주찬의 1타점 2루타, 조성환의 동점 적시타가 연달아 터지며 단숨에 4-4 동점을 만들었다. 3루 측 원정 팬들은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열광했다. SK는 주전 유격수 박진만을 대신한 최윤석의 실책성 수비가 아쉬웠다. 팽팽한 기 싸움이 진행되던 승부는 연장 10회에 갈렸다. 롯데 정훈은 4-4로 맞선 10회초 2사 만루에서 SK 마무리 정우람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역전 결승 타점을 기록했다. 7회부터 2와 3분의 2이닝 동안 롯데 뒷문을 책임진 김성배는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리며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10회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한 최대성은 세이브를 기록했다. 전준우는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타이인 4개의 안타(4타수)를 때려내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롯데 양승호 감독=6회 정대현을 투입하고도 1-4까지 벌어졌을 땐 힘들겠다 싶었다. 하지만 중견수 전준우가 좋은 홈 송구로 추가점을 내주지 않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3점 차와 4점 차는 다르다. 오늘 경기는 SK가 일방적으로 이길 수 있었는데 7회 상대 유격수의 실책으로 우리가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 우리 선수들이 이제는 끈질기게 달라붙고 있다. ▽SK 이만수 감독=오늘은 감독의 작전 실패다. 원래 7회 박희수를 올려서 2이닝을 맡긴 다음에 정우람을 9회에 올리려 했는데 3점 차로 앞서서 엄정욱을 먼저 올렸다. 엄정욱이 잘해왔기에 믿었는데 그게 실수였다. 엄정욱을 계속 쓸지는 아직 더 생각해봐야겠다. 부산 내려가서 4차전에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요즘 정말 신문 보기 싫어요.” 롯데 조성환(사진)은 17일 문학구장에서 취재진에게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하면서 ‘안 좋은 기사’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못하더라도 너무 심하게 쓰지는 말아 달라”며 애교 섞인 애원을 했다. 취재진의 격려에도 자신감을 찾지 못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이날 전까지 조성환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참담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5회에만 수비 실책 2개를 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차전에선 1사 만루의 기회에서 병살타를 쳤다. 준플레이오프 타율은 2할(10타수 2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롯데 양승호 감독은 “조성환이나 나나 똑같이 애 키우는 아빠다. 굳이 말 할 필요 없다. 이런 큰 무대에선 고참인 조성환이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며 변치 않는 신뢰를 보냈다. 양 감독의 든든한 지원에도 조성환의 부진은 계속됐다.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김광현에게 2타석 연속 삼진을 당하며 정훈과 교체됐다. 양 감독은 이날 1-2로 진 뒤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타순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 희생양은 조성환이었다. 2차전 선발 엔트리엔 조성환 대신 박준서가 이름을 올렸다. 조성환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건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처음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양 감독의 선택은 롯데의 ‘캡틴’이었다. 양 감독은 3-4로 뒤진 7회 1사 2루에서 SK가 홀드왕 박희수를 마운드에 올리자 박준서 대신 조성환을 대타로 기용했다. 조성환은 양 감독의 ‘메시지’에 보답하듯 처음부터 자신 있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결국 박희수의 4구를 과감히 받아쳐 중견수 앞 적시타를 날리며 2루 주자 김주찬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양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는 동점타였다. 그는 그제야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낸 듯 활짝 웃었다. 조성환의 적시타는 롯데에건 1점 이상의 의미였다. 그는 양 감독의 ‘충격 요법’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조성환은 이제 마음 편히 신문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SK 이호준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15일 집 근처 호텔에서 외박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아들이 학교 가는 소리에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경기 당일인 16일 오전 11시에 일어나 카레라이스와 계란 2개를 먹었다. 정규시즌에서 이렇게 먹고 홈런을 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이호준이 플레이오프에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당연히 팀 승리를 위해서다. 하지만 그를 더 간절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골든글러브다. 그는 1994년 데뷔했지만 한 번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에 더 절실하다. 그는 정규시즌에서 127경기에 지명타자로 나와 타율 0.300, 18홈런, 78타점을 기록했다. 16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이호준은 “골든글러브를 위해 타격감을 최고조로 올려놨다. 삼성 이승엽도 지명타자가 아닌 1루수 후보로 나선다니 이번이야말로 내 차례”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규정대로라면 이호준 말대로 이승엽은 1루수 골든글러브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승엽은 올 시즌 126경기에 나와 1루수로 76경기, 지명타자로 50경기를 선발 출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골든글러브 후보는 가장 많은 경기를 출전한 포지션을 기준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이호준의 가장 큰 경쟁자는 롯데의 지명타자 홍성흔(113경기 타율 0.292, 15홈런, 74타점)이다. 이날 문학구장에서 만난 홍성흔은 이승엽이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후보인 줄 알고 골든글러브 경쟁을 지레 포기하고 있었다. 홍성흔은 “지명타자를 제외한 다른 포지션의 골든글러브 후보가 되려면 해당 포지션에서 전체 경기의 3분의 2(88경기) 이상을 출전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승엽이 1루수 골든글러브 후보가 아닌 지명타자 후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KBO 관계자는 “골든글러브 후보를 정하기 위한 규정 경기 수는 없다”고 했다. 홍성흔은 “이승엽만 없다면 해볼 만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미친 선수’가 되면 이호준을 제치고 5년 연속 황금장갑을 낄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차전에선 이호준이 2회 선제 솔로홈런을 날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홍성흔에게도 기회는 많다. 골든글러브 수상일인 12월 11일에 누가 웃게 될지 벌써 궁금하다.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도박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예고된 김광현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차가웠다. 김광현이 시즌 중후반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광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4차례 등판해 2패에 그쳤다. SK 이만수 감독이 15일 미디어데이에서 송은범 윤희상 등 안정적인 선발투수들을 뒤로한 채 김광현을 선발로 예고하자 장내가 술렁였던 이유다. 하지만 이 감독은 확신에 차 있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SK 하면 김광현이다. 성준 코치가 말렸지만 내가 밀었다”고 강조했던 이 감독은 16일 문학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시작 전에도 “롯데 타자들이 준플레이오프에서 왼손 투수와 상대를 많이 못했기 때문에 좋은 카드다. 에이스가 살아야 팀이 산다”며 무한 신뢰를 보였다. 김광현은 이날 회의론을 불식하며 ‘왜 내가 SK의 에이스인가’를 스스로 증명했다. 김광현은 6이닝 동안 공 95개를 뿌리며 5안타 1볼넷 1실점 호투를 펼쳐 SK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김광현은 2008년 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잠실 두산전 이후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 투수가 됐다. 역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75%(28번 중 21번). 김광현은 경기 초반에는 최고 시속 151km에 이르는 빠른 직구로 롯데 타자들을 제압했다. 롯데 타자들이 김광현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손아섭 등 롯데 주요 타자들은 “직구처럼 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얼마만큼 참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라며 경계했었다. 김광현은 한 템포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6회까지 삼진 10개를 기록했다. 특히 1회 홍성흔부터 2회 황재균까지 4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광현은 5회 투구 동작 후 왼발을 접질려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치료를 받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곧 일어나 제 몫을 다했다. 에이스가 중심을 잡자 SK 타자들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SK 4번 타자 이호준은 0-0으로 맞선 2회 상대 선발 유먼의 시속 141km짜리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선제 1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1-1로 맞선 6회에는 SK 타선의 끈끈함이 돋보였다. 안타를 치고 1루를 밟은 박재상은 도루로 2루를 훔친 데 이어 이호준의 플라이 때 3루까지 내달려 2사 3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박정권은 정확한 타격으로 적시타를 터뜨렸고 SK는 2-1로 다시 앞서나갔다. 7회부터 가동된 엄정욱, 박희수, 정우람 등 SK 벌떼 불펜은 롯데 타선을 봉쇄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은 17일 오후 6시 문학에서 열린다. ▼ 박준서 타구 잡힌게 결정적 패인 ▼ ▽롯데 양승호 감독=선발 유먼의 구속이 처지는 것 같아 일찍 뺐는데 그 후 결승타를 맞았다. 6회 1사 1, 3루에서 대타 박준서의 타구가 상대 유격수 박진만의 수비에 걸린 게 결정적인 패인이다. 1패를 해 상황을 따질 처지가 아니니 총력전으로 가겠다. 2차전 상대 선발이 오른손 투수 윤희상인 만큼 타순에 변동을 줘야 할 것 같다. 박준서 김문호를 활용하겠다.▼ 박재상 도루 덕에 결승점 뽑아 ▼ ▽SK 이만수 감독=김광현이 올해 들어 가장 좋은 투구를 했다. 팀 에이스로서 기대 이상으로 던졌다. 이호준 박정권 등 고참 선수들도 잘해 줬다. 박진만의 6회 다이빙캐치가 승부처였다. 거기서 추가점을 줬으면 어려웠을 거다. 선수들이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가을만 되면 잘한다. 오늘도 박재상이 도루를 한 덕에 결승점을 뽑을 수 있었다. 계속 뛰는 야구를 하겠다.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첫째, 둘째 아들이 태어난 해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올해 세상에 나온 셋째 딸을 위해 우승하겠다.”(SK 정근우) “홍성흔 선배가 미디어데이에 참석하면 꼭 졌는데…. 이번엔 안 나왔으니 꼭 이길 거다.”(롯데 황재균)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1차전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진 미디어데이 현장이 그랬다. 지난해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은 입담을 앞세워 기 싸움을 펼쳤다.○ 이만수 vs 양승호 SK 이만수 감독은 지난해 감독대행 신분으로 치른 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잡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럼에도 올해 플레이오프는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선수들의 달라진 눈빛을 봤다. 하지만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러 SK 야구의 매운맛을 보여 주겠다.” 1999년 플레이오프 이후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승리한 롯데 양승호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그는 “정규리그에서 2위를 한 지난해는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는 입장이었지만 올해는 4위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러 부담이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SK가 양보해주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패한 것을 올해 우리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광현 vs 유먼 SK는 시즌 도중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에이스 김광현을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이만수 감독은 “성준 코치가 만류했지만 내가 광현이를 밀었다. SK 하면 김광현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한을 풀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 이용훈의 부상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롯데는 ‘SK 킬러’ 유먼이 선봉장으로 나선다. 유먼은 올 시즌 SK전 5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 1.27로 강했다. ○ 정대현을 잡아라 vs 정대현이 지킨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로 총 36억 원을 받고 SK에서 롯데로 둥지를 옮긴 투수 정대현을 두고는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정대현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연속 세이브를 올렸고, 4차전에서는 구원승을 거두며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양 감독은 “정대현이 준플레이오프에서 해준 만큼만 던지면 된다”며 각별한 신뢰를 보였다. 정대현을 바라보는 SK 선수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정근우는 “대현이 형의 강한 눈빛을 SK에서는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이호준은 “대현이가 잘 흥분하기 때문에 약을 올려 데드볼을 맞고서라도 1루에 나가겠다”고 자극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은 16일 오후 6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다.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벌떼와 양떼의 대결.’ 16일 오후 6시 문학구장에서 시작하는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3선승제)는 이렇게 요약된다. SK 불펜은 선발이 무너져도 우르르 나서 승리를 챙겨 ‘벌떼’라고 불린다. 롯데는 올 시즌 SK에서 ‘여왕벌’ 정대현과 이승호를 영입하면서 벌떼 따라잡기에 나섰다. 두터워진 롯데 불펜은 양승호 롯데 감독의 성을 따 ‘양떼’라는 별명을 얻었다.○ ‘제2의 여왕벌’ vs ‘가을남자’ SK와 롯데에는 10승 이상 거둔 선발투수가 각각 1명뿐이다. SK는 윤희상(10승 9패), 롯데는 유먼(13승 7패)이 전부다. 그만큼 불펜의 힘으로 정규시즌을 버텨왔다. 특히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선 투수 총력전으로 나서기 때문에 불펜의 힘이 더욱 절실하다. ‘벌떼’에는 박희수 정우람 엄정욱 이재영 최영필이 버티고 있다. 그중 ‘제2의 여왕벌’ 박희수가 가장 믿음직스럽다. 박희수는 올 시즌 역대 최다인 34홀드를 올리며 롯데로 이적한 정대현의 공백을 메웠다. 롯데를 상대로도 강하다(표 참조). 다만 큰 무대 경험이 적다. ‘양떼’는 정대현 김사율 김성배 최대성 이승호로 이루어졌다. 그중 마무리 정대현이 돋보인다. SK의 가을을 책임져왔던 그의 위력은 롯데에서도 여전했다. 그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 2, 4차전에 등판해 1승 2세이브 평균자책 0.00을 거뒀다. 그러나 SK는 정대현이 2001년 데뷔 이후 11년 동안 뛰었던 팀이다. 그에 대해선 잠버릇까지 알 만큼 훤하다. 그래서인지 정대현은 정규시즌에서 SK에만 유일하게 실점을 허용했다.○ 체력 앞선 SK vs 기세 좋은 롯데 이만수 SK 감독은 13일 문학구장에서 가진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서 불펜을 총점검했다. 3회부터 최영필-채병용-이재영-박정배-박희수-엄정욱-정우람이 모두 1이닝씩 던졌다. SK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아 롯데보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1차전을 통과한 롯데의 기세도 무섭다. 양 감독은 “이번 정규시즌에선 SK에 10승 9패로 앞선 만큼 우리가 유리하다”고 자신했다. 롯데는 2004년(SK전 8승 4무 7패) 이후 8년 만에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SK를 앞섰다. 벌이 독침을 날려 양을 침묵시킬지, 양이 벌을 삼켜버릴지는 양 팀 불펜에 달렸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험 대신 패기로 승부하겠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렇게 선언했다. 그러면서 ‘초짜’에 힘을 주는 엔트리를 짰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든 두산 선수 26명 중 10명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다. 큰 경기일수록 경험이 중요하지만 김 감독은 과감히 베테랑 김동주 고영민까지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경험’ 없는 ‘패기’는 무기력했다. 대부분 20대인 젊은 선수들은 관심이 집중되는 포스트시즌이 익숙지 않았다. 두산은 3차전을 제외하곤 정규시즌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7년부터 포스트시즌을 네번 치른 주장 이종욱은 “나도 처음엔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초심자가 만원 관중의 거센 함성이 울려 퍼지는 큰 무대에 바로 익숙해지는 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종욱과 손시헌까지 부상으로 4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두산 타자 중 30대는 임재철뿐이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두산 니퍼트는 8회 등판했다 승부욕이 앞서 직구 위주의 정면 승부를 하다 3실점했다. 정규시즌엔 든든했던 프록터도 연장 10회 폭투로 무너졌다. 스물다섯의 양의지는 당황한 나머지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팀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 줄 고참이 있었다면 달라졌을 수 있는 상황이다. 두산은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2연패 뒤 3연승을 했던 좋은 기억을 되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김 감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큰 경험을 쌓았다. 이는 훗날 팀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누가 이런 승리를 예상했을까. 롯데가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4차전에서 두산을 4-3으로 누르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에 서게 됐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승리한 것은 1999년 플레이오프 승리 이후 13년 만이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 사직구장 7연패에서 탈출했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이겼다. 8회초 두산이 1점을 추가해 3-0으로 달아날 때만 해도 롯데의 패배는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이전까지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기력했던 롯데 타자들은 8회말 공격부터 달라졌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6회 등판해 1과 3분의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던 세번째 투수 변진수를 내리고 선발 요원이자 에이스인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내겠다는 의지였다.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롯데는 선두로 나선 9번 타자 문규현이 안타로 출루했다. 대역전 드라마의 신호탄이었다. 1번 타자 김주찬은 담장을 직접 맞히는 2루타로 문규현을 불러들였다. 2번 박준서도 안타를 때렸다. 이때 2루 주자 김주찬이 홈으로 들어오다 아웃됐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3번 손아섭도 안타를 때렸다. 4타자 연속 안타. 니퍼트는 강판됐고 홍상삼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평소 배짱 있는 투구를 하는 그였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4번 홍성흔에게 볼넷을 내줬다. 1사 만루. 대타로 나온 5번 황성용은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6타자 연속 출루. 롯데는 6번 전준우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 팬이라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의 8회’였다. 롯데는 결국 연장 10회 선두 타자로 출루한 박준서가 두산 마무리 프록터의 폭투로 3루를 밟은 데 이어 포수 양의지의 송구 실책을 틈타 홈을 파고들며 경기를 끝냈다. 포스트시즌 끝내기 실책은 1998년 LG와 OB(현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당시에도 OB가 졌다. 8회 등판해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면서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이번 시리즈에서 1승 2세이브를 기록한 정대현은 기자단 투표 53표 중 39표를 얻어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3선승제) 1차전은 16일 오후 6시 문학구장에서 열린다.▼감독의 말▼8회 밀어내기때 승리 직감▽양승호 롯데 감독=8회 대타 황성용이 볼넷을 얻어 밀어내기 1점을 낼 때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퍼트가 외국인 선수 특유의 자존심이 있어 직구 위주의 정면승부를 할 거라 예상한 게 주효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수비나 작전 수행 중 나온 문제점들을 보강해 SK전을 준비하겠다.3-0 앞설때 방심한게 패착 ▽김진욱 두산 감독=3-0으로 앞서갈 때 5차전까지 갈 거라 생각하고 마지막에 방심한 게 패착이다. 5차전에서 노경은을 선발로 쓰려고 8회 니퍼트를 불펜으로 투입했다. 8회에 동점까지 허용하면 끝이라 생각해 홍상삼을 투입했는데, 개인적으로 홍상삼에게 미안하다. 그동안 큰 압박감을 준 것 같다. SK ‘가을야구 DNA’ 믿겠다 ▽이만수 SK 감독=준플레이오프 경기를 다 봤다. 롯데는 선발과 불펜이 좋았고 분위기가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박준서 용덕한처럼 의외의 선수가 활약하는 걸 보고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만큼 ‘가을야구 DNA’가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잘할 것이다.부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어게인 2010년? 두산이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두산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3차전에서 홈팀 롯데를 7-2로 꺾고 2연패 뒤 첫 승을 신고했다. 두산은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2연패로 몰리고도 3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롯데는 선발 타순이 2차전과 같았다. 바꿀 이유가 없었다. 절박한 두산은 달랐다. 김진욱 감독은 1, 2차전 선발에 포함되지 않았던 최준석과 민병헌을 투입했다. 수비보다 타선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였다. 타순도 바꿨다. 잇달아 2번 타자로 내보냈던 오재원을 6번에 배치했다. 빈타에 허덕이는 하위 타선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두산의 바뀐 타선은 1회부터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1사 3루에서 김현수의 안타로 선취점을 뽑은 두산은 2사 1루에서 최준석이 2점 홈런을 때려 3-0으로 달아났다.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던 최준석은 올해 타율 0.250에 6홈런으로 부진했다. 롯데도 이내 반격에 나섰다. 2회 2사 1, 3루에서 두산 선발 이용찬의 보크와 김주찬의 적시타로 2점을 따라 붙었다. 하지만 4회 1사 3루에서 용덕한의 타석 때 주자 전준우가 두산 포수 양의지에게 견제사를 당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바뀐 타선은 7회 다시 빛을 발했다. 선두 타자 민병헌이 롯데의 3번째 투수 최대성에게서 볼넷을 골라 출루한 게 신호탄이었다. 두산은 무사 1, 3루에서 윤석민의 적시타로 4-2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 결국 두산은 1사 1, 2루에서 하위 타선에 포진한 오재원이 우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2타점 3루타를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미치면 감당할 수 없다”며 경계 대상으로 꼽았던 오재원은 이날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포함해 7회까지 4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3-2로 간신히 앞선 3회 수비 때는 롯데 박종윤의 총알 같은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뒤 글러브에 공을 끼운 채로 송구를 하는 예술 같은 동작으로 병살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공수에서 ‘미친 듯한’ 플레이를 보여준 덕에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로 뽑힌 오재원은 “롯데 양 감독님이 내 캐릭터를 잘 잡아 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롯데는 선발 사도스키가 오른 팔목 통증으로 3분의 2이닝 만에 3실점하며 강판한 데 이어 믿었던 불펜까지 대량 실점하며 완패를 당했다. 4차전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 양 감독의 말 ▼신인 변진수 잘 던졌다▽김진욱 두산 감독=타선이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1회에 3점 내고 바로 1점 차로 쫓겨 불안했는데 7회 오재원이 참 잘해줬다. 최준석은 스윙이 좋았는데 본인이 팀을 너무 생각해 7회에 번트를 댔다. 변진수도 신인답지 않게 잘 던졌다. 오늘 이겨야 내일이 있는 상황이라 김선우와 니퍼트까지 불펜에 대기시키며 총력전을 준비했다. 선수단 분위기가 좋다. 4차전도 총력전이다. 김성배 일찍 뺀 게 패인▽양승호 롯데 감독=사도스키가 초반부터 안 좋아서 투수 운영이 어려웠다. 7회에 김성배를 일찍 뺀 게 패인이 됐다. 게다가 두산 우익수 임재철과 2루수 오재원의 수비는 우리가 배워야 할 만큼 좋았다. 두산이 처음부터 뛰는 야구를 할 거라 예상했지만 대처가 미흡했다. 서울에선 잘 싸웠는데 안방인 부산이다 보니 선수들이 긴장한 듯하다. 내일 부산에서 끝내겠다.부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두산 손시헌은 시즌 막판 오른손 검지가 골절돼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뛸 수 없었다. 하지만 2연패를 당한 팀을 격려하기 위해 10일 선수단과 함께 부산으로 왔다.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사직구장에서도 유니폼을 입고 위기에 빠진 팀을 응원했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손시헌은 “선수들이 대체로 젊다 보니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붕 떠 있는 듯하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2010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떠올렸다. 그때도 두산은 롯데에 2연패를 당했다. 당시 주장이었던 손시헌은 2연패 후 선수들을 불러놓고 “1승도 못 하면 부끄럽지 않느냐. 떨어지더라도 1승만 하자”고 질책했다. 그 후 마음을 추스른 두산은 기적같이 3연승을 거뒀다. 2년 후 두산은 같은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고참인 손시헌은 팀 동료들을 따로 불러 모으지 않았다. 그저 “한 경기에 1억 원씩 걸려 있다. 5차전까지 가야 너희에게 돌아오는 게 많아진다”고만 했다. 침체돼 있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농담이었다. 손시헌 말대로 포스트시즌 경기를 많이 치를수록 버는 돈이 많아진다. 포스트시즌을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KBO가 포스트시즌 입장 수입에서 대회 운영비를 뺀 금액의 20%를 정규 시즌 1위에 우선 배당한다. 그 후 남은 돈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끼리 나눈다. 우승팀이 남은 돈의 50%, 준우승팀이 25%,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팀이 15%,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한 팀이 10%씩 가져간다. 경기 수가 많아야 입장 수입 총액이 늘어나고, 그래야 구단이 받는 금액도 커진다. 구단은 이 금액을 팀 공헌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선수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은 14경기가 치러져 78억5890만3000원의 입장 수입이 났다. 경기당 5억6135만214원 꼴이다. 게다가 이번 포스트시즌은 준플레이오프 1∼3차전이 전석 매진일 만큼 인기가 좋아 지난해보다 입장 수입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두산 선수들에겐 반드시 5차전까지 가야 할 동기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부산=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을 거둬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을 남겨뒀다. 하지만 양 팀 감독의 반응은 상반된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여전히 불안한 반면 김진욱 두산 감독은 희망을 품고 있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롯데는 두산에 2연승한 후 거짓말처럼 3연패를 당했다. 2년 만에 다시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두 팀은 11일 오후 6시 사직구장에서 운명의 3차전을 치른다.○ 사도스키 對 이용찬 두산은 3차전 선발투수로 이용찬을 내세워 대역전극을 노린다. 이용찬은 정규시즌에서 롯데에 1승 1패 평균자책 1.07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두산은 불펜의 핵인 홍상삼이 1, 2차전에서 연속 홈런을 맞아 불안한 상황이라 선발투수가 최대한 길게 던져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롯데를 상대로 3차례 선발 등판해 2번이나 완투를 한 이용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용찬이 7, 8회까지 버텨준다면 두산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롯데 선발인 사도스키도 두산에 강하다. 사도스키는 정규시즌에서 두산에 맞서 3차례 등판해 1승 평균자책 2.18을 기록했다. 이 1승이 그가 5월 26일 국내 무대에서 처음 거둔 완투승이다. 하지만 그는 원래 긴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가 아니다. 정규시즌 29경기에 나서 150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5이닝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사도스키의 등 뒤엔 김사율 정대현 등 막강한 필승 계투조가 있다. 사도스키가 5, 6회까지만 잘 막아준다면 임무를 완수하는 셈이다.○ 한 방 터지는 두산? 고참 살아나는 롯데? 두산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한 방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현수를 제외하곤 확실한 믿음을 주는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김 감독이 2차전 1-2로 뒤진 9회 무사 1루 찬스에서 4번 타자 윤석민에게 번트를 지시한 것도 ‘한 방’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도 9일 2차전에서 패배한 후 “김동주와 고영민의 공백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 둘은 엔트리에 들지 못해 준플레이오프에 나올 수 없다. 1, 2차전에서 득점력 부재를 절감한 김 감독이 3차전에서 어떤 타순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다. 롯데는 조성환 전준우 등 고참들의 침체가 고민이다. 둘 다 아직도 안타 하나 못 쳤다. 조성환은 1차전에서 어이없는 수비 실책을 연발하더니 2차전에선 1-1로 맞선 7회 1사 만루 찬스를 병살타로 날렸다. 전준우는 타격 폼이 무너졌다는 양 감독의 판단하에 10일 사직에서 별도로 타격훈련을 했다. 롯데의 주전 포수 강민호가 눈 부상으로 3차전에 결장하는 것도 변수다. 강민호는 10일 당분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8일 1차전에서 7회 전준우의 홈 송구에 왼쪽 눈을 맞아 2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롯데는 2차전과 같이 용덕한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홍성흔이 백업 포수로 대기한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는 양 팀 모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3차전을 앞두고 두산은 ‘어게인 2010’을, 롯데는 ‘끝장’을 노린다. 역사가 반복될지, 새로운 역사가 쓰일지는 하늘만이 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롯데 팬들의 영원한 응원가 ‘부산갈매기’가 처음 울려 퍼진 것은 패색이 짙어 가던 7회였다. 그리고 9회 다시 한 번 부산갈매기가 터져 나왔다. 롯데가 활짝 웃는 데는 두 번의 부산갈매기면 충분했다. 롯데가 9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2차전에서 두산을 2-1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두 팀 선발 투수들은 모두 호투했다. 잘 던졌기에 둘 다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두산 선발 노경은은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6과 3분의 1이닝을 6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롯데 선발 유먼도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처리했다. 선취점은 두산 몫이었다. 김현수가 1회 1사 2루에서 깔끔한 안타로 주자 이종욱을 불러들였다. 이후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고 김현수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될 듯 보였다. 하지만 잘 던지던 노경은이 7회에 흔들리면서 롯데에 기회가 왔다. 롯데는 1사 이후 황재균 용덕한(사진) 문규현이 잇달아 안타를 때려 동점을 만들었다. 상대 실책까지 얻어 1사 만루의 기회를 이어갔지만 조성환이 병살타를 때린 탓에 추가점은 내지 못했다. 전날처럼 연장전으로 이어질 것 같던 분위기는 9회초 바뀌었다. 1사에서 타석에 등장한 용덕한이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홈런을 쏘아 올린 것. 용덕한은 1스트라이크 2볼에서 두산의 두 번째 투수 홍상삼의 시속 146km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1-1의 팽팽한 균형을 깨는 결승 1점 홈런이었다. 그는 1차전에서 연장 10회 선두 타자로 나가 2루타로 출루한 뒤 결승 득점을 올렸다. 2004년 두산에 입단한 용덕한은 6월 투수 김명성과 트레이드돼 롯데로 옮겼다. 그만큼 두산 선수들을 잘 알고 있었고 이틀 연속 맹타를 휘둘러 롯데의 2연승을 주도했다. 롯데 주전 포수 강민호가 1차전 7회 수비 도중 다치는 바람에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친정 팀에 이틀 연속 비수를 꽂았다. 2차전 최우수선수로 뽑힌 용덕한은 “두산은 내가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팀이다. 뛰었던 팀이라고 해서 특별한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투수 김성배는 7회 마운드에 올라 3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김성배는 1차전에서도 6회 등판해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역전당한 롯데가 분위기를 추스르는 계기를 마련했다. 롯데의 네 번째 투수로 8회 등판한 강영식은 2명의 타자를 상대로 공 9개를 던지고 승리 투수가 됐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소 투구이자 최소 타자 상대 승리다. 이날 역전 홈런을 맞은 홍상삼은 준플레이오프와의 악연을 이어갔다. 1차전에서 롯데 박준서에게 통한의 동점 2점 홈런을 얻어맞은 지 하루 만에 결승 홈런을 내줬다. 홍상삼은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 4방을 허용해 이 부문 타이 기록의 불명예를 썼다. 홍상삼에겐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준플레이오프였다. 전날은 4시간 14분이 걸린 연장 혈투였지만 이날 경기는 2시간 56분 만에 끝났다. 3차전은 하루를 쉰 뒤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 양 감독의 말 ▼2연패 뒤 3연승 또 해낼것▽김진욱 두산 감독=1회에 1점 내고 추가점을 못 낸 게 아쉽다. 이후엔 득점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 1점 지키기가 어려웠다. 하위타선 싸움에서 졌다. 우리도 롯데처럼 필요할 때 장타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 엔트리에 없는 김동주 고영민의 공백이 아쉽다. 더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패하고 3연승했듯 부산 가서 전력을 다하겠다. 용덕한은 원래 가을 사나이 ▽양승호 롯데 감독=용덕한이 강민호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말할 수 없이 예쁜 선수다. 용덕한은 원래 가을에 강하다. 두산에 있을 때도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상을 탔다. 이런 분위기라면 3차전에서 끝내야 하는데 야구가 감독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2010년에도 두산에 2승 했다가 3패 했다. 3차전도 긴장 늦추지 않고 1차전 같은 마음으로 하겠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진욱 두산 감독은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준PO)를 하루 앞둔 7일 ‘미치지 않았으면 하는 상대 팀 선수’로 롯데 홍성흔을 꼽았다. 이때의 ‘미친 선수’란 중요한 경기에서 괴력을 발휘하는 선수를 뜻한다. 김 감독은 “홍성흔은 팀 분위기를 잘 끌어올린다. 그가 미치면 롯데 선수 전체에 주는 영향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감독이 2008년까지 두산에 있었던 홍성흔을 너무 잘 안 걸까. 불행히도 김 감독의 염려는 8일 열린 준PO 1차전부터 현실이 됐다. 홍성흔은 0-0으로 맞선 4회 첫 타자로 나서 두산 선발 니퍼트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뽑아냈다. 이날 니퍼트가 맞은 두 번째 안타였다. 롯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희생번트와 진루타로 홍성흔을 3루까지 보냈다. 홍성흔은 황재균이 터뜨린 좌익수 앞 안타 때 홈을 밟았다. 롯데가 선취점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홍성흔은 이 득점으로 준PO 최다 득점 기록(12득점)을 세웠다. 홍성흔이 선취점을 올리자 롯데 타선은 김 감독 말대로 무섭게 분위기를 탔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문규현이 적시타로 2루 주자 조성환을 불러들였고 손아섭 역시 적시 2루타로 점수를 보탰다. 롯데는 4회에만 3점을 냈다. 이날 양 팀 대결에서 선취점은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요소였다. 양 팀 모두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선취점을 냈을 때의 승률이 70%에 육박했다. 선취점을 낸 경기에서 두산은 42승 2무 18패(승률 70%), 롯데는 49승 2무 23패(승률 68%)를 거뒀다. 게다가 준PO 엔트리에 든 선수 26명 중 10명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초짜’인 두산으로선 선수들을 안정시켜 줄 선취점이 더욱 간절했다. 하지만 선취점은 김 감독이 ‘미치지 않았으면’ 했던 홍성흔의 차지였다. 게다가 김 감독이 ‘미쳐줬으면’ 했던 두산 김현수는 9회말 1사 1, 2루 기회에서 병살타를 쳤다. 김 감독 입장에선 참으로 ‘미칠 노릇’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역대 최초로 700만 관객을 돌파한 시즌다웠다. 2012년 ‘가을야구’의 시작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롯데가 8일 잠실에서 연장 접전 끝에 두산을 8-5로 꺾고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잘나가다 어이없는 실책 연발로 낭떠러지에 몰리고도 기적같이 살아난 회생 드라마였다. 7회까지만 해도 롯데는 패색이 짙었다. 4회초 3점을 뽑아 3-0으로 앞섰지만 5회가 문제였다. “실수만 안 하면 이길 수 있다”던 롯데 양승호 감독의 말을 무색하게 한 실책이 문제였다. 5회 두산 선두 타자 임재철은 롯데 2루수 조성환의 실책으로 진루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임재철은 송승준의 보크로 2루까지 갔고 양의지의 안타에 홈을 밟았다. 이어진 1사 1루에서 두산 김재호는 병살성 타구를 때렸지만 조성환이 다시 송구 실책을 했다. 김재호는 2루까지 나갔고 이종욱의 2루타에 홈을 밟았다. 악몽은 계속됐다. 송승준이 2사 1, 2루에서 1루에 던진 견제구가 다시 뒤로 빠졌다. 2루 주자 이종욱이 홈에 들어왔고 1루 주자 김현수는 3루에 안착했다. 3-3 동점이 됐고 김현수는 윤석민의 중견수 앞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실책 타이(3개). 두산은 7회 1점을 더 보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하지만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공은 박준서였다. 3-5로 뒤진 8회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온 박준서는 두산 홍상삼의 시속 135km짜리 포크볼을 강타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준플레이오프 역대 5번째 대타 홈런이자 포스트시즌 역대 17번째 대타 홈런. 박준서는 5-5로 맞선 연장 10회 무사 2루에서 두산 투수 김승회 옆으로 떨어지는 절묘한 번트를 성공해 무사 1, 3루를 만들며 역전의 발판까지 마련했다. 롯데는 황재균의 결승 2루타로 역전에 성공했고 2점을 더 뽑아 승부를 갈랐다. 2001년 SK에 입단한 뒤 이듬해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준서는 광주상고(현 동성고) 시절만 해도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유망주였지만 프로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도 계속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타석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박준서는 “올해 처음으로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빠진 게 약이 됐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절박하게 야구를 했다. 팀이 5회 역전 당하면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박준서는 상금 100만 원과 100만 원 상당의 인터컨티넨탈호텔 숙식권을 받았다. 박준서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2차전은 9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천당과 지옥 다녀왔다▽롯데 양승호 감독=천당과 지옥을 다녀왔다. 5회까진 고등학교 야구 수준이었다(웃음). 정규시즌에 그 정도 실책이 나왔으면 금방 무너졌을 텐데 마지막에 잘 극복했다. 두산의 중간 투수진이 약하기 때문에 후반에 비슷한 점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수비에서 생각지 않은 실수들이 나왔지만 선수들이 작전을 잘 따라줬다. 홍상삼 8회 실투 아쉬워▽두산 김진욱 감독=경기 전에 우리 팀에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1회부터 움직임이 좋았다. 특히 마지막까지 움직임이 굳지 않았다. 홍상삼도 구위 자체는 좋았는데 (8회 박준서에게 2점 홈런 맞은) 실투 하나가 아쉽다. 선수들이 패기 있게 활발히 움직여서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