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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11일 국가정보원 직원이 수개월간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여론조작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원은 부인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국정원 직원이 정치 관련 홈페이지에 접속해 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무차별적으로 올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국정원 제3차장실 심리정보국 소속 김모 씨(28·여)가 상급자 지시를 받아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수개월간 근무하면서 야권후보 비방을 일삼은 곳”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신고로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이날 오후 민주당 공명선거감시단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이들은 김 씨의 허락을 받고 집 안으로 들어갔으나 “국정원 직원이 아니다”라는 김 씨의 대답을 듣고 집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김 씨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자 불법 선거운동 여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며 집 앞에서 늦은 밤까지 대치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역삼동 오피스텔은 국정원 직원의 개인 거주지인데 명확한 증거도 없이 개인의 사적 주거공간을 무단 진입해 정치적 댓글 활동을 운운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불안해서 문을 못 열어주는 것”이라며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모든 부분에서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남희·박훈상 기자 irun@donga.com}
‘불쌍한 남자들, 언제까지 이러고 사실 건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4일 트위터에 쓴 글이 양성평등 논쟁까지 불러일으키며 인터넷을 뒤흔들었다. 현대카드는 이날 회원 950만 명의 최근 1년간 외식 성향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커피전문점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40% 이상 많은 금액을 카드로 결제했다”고 발표했다.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남성들의 커피전문점 이용금액이 여성보다 많았던 것. 정 사장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식당이나 카페에서 카드사용 통계를 보면 여성 회원의 사용이 더 많은 장소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 여성 취향의 장소도 마찬가지. 이는 남성들의 지불이 압도적으로 더 많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분석을 올렸다. 정 사장의 트윗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양성평등 이론까지 등장하며 논쟁이 벌어졌다. 한 누리꾼은 “여성들의 명품 구매율이 OECD 1위인데 명품 살 돈으로 (남성에게) 커피 한잔 사라”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은 “남편 카드를 많이 써서 그렇다”고 반박했다. 급기야 현대카드 불매운동까지 언급되자 정 사장은 약 2시간 만에 ‘가벼운 농담했다가 OECD 통계까지 나오는 격론 속에 현카는 여성 민심을 잃고 있다’며 ‘난 여성 편이다’고 썼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대권을 잡으려면 광화문 앞을 선점하라?’ 지난달 30일 오후 5시경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청와대를 등지고 세종대왕 동상이 바라보이는 이곳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종로구 지역 유세차량이 섰다. 이 유세차량은 다른 지역은 돌지 않은 채 한 시간 동안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이윽고 해가 떨어지고 광화문에 설치된 조명이 밝게 빛을 내자 어두운 주변 배경과 대비돼 유세차량은 마치 공연장 무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무대의 주인공처럼 유세차량은 지나가는 차량과 행인의 주목을 받았다. 시민 유영민 씨(43)는 “주변에 비해 광화문 앞이 유달리 밝다 보니 앞에 세워진 유세차량에도 더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다른 곳을 돌던 새누리당 종로구 지역 유세차량은 오후 6시 반경 도착해 문 후보 차량과 30m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새누리당 종로구 선거대책본부 권순철 씨는 “상대 후보 측이 따라 하고 있지만 광화문 유세는 우리가 원조다. 우리가 먼저 야간조명 효과를 염두에 두고 선거 운동 첫날부터 광화문에서 유세를 해왔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서울 종로)의 보좌관인 이근구 보좌관은 “차량이 몰리는 금요일에 이곳에서 유세하기로 미리 일정을 짜뒀다”고 맞섰다. 광화문이 서 있는 사직로는 이날 하루에 안국역 앞으로 8만9349대, 사직터널 도로로 8만4785대가 이동할 정도로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이다. 양 후보 측은 과거 왕이 살던 경복궁, 당선 이후 입성할 청와대와 가깝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을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도 치열하다. 서쪽의 경복궁역 사거리, 동쪽의 동묘역 사거리 역시 선거운동원이 길목 선점을 노리는 곳이다. 한 후보 관계자는 “우리가 개발한 유세 명당을 다른 후보 측이 매번 쫓아오는데 주차된 바퀴 위치까지 똑같다”며 “동선이 겹치면 나중에 도착한 차량이 비켜줄 수밖에 없어 언제 어디서 유세할지를 놓고 수 싸움이 치열하다”고 전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 수 통산 8억 건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서울 강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크게 늘었다. 10월 2∼7일 중국 국경절과 강남페스티벌 기간에 강남 대형백화점 4곳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30%나 늘었을 정도다. 최근 강남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주무 부서까지 신설했다. 강남 스타일을 체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지만 강남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부족한 객실과 높은 가격 때문에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에 숙소를 정하는 게 현실이다. 영어 관광가이드인 김모 씨(36·여)는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대체 강남이 뭐길래’라며 강남에 숙소를 잡길 원하는 관광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 일부 호텔은 관광객의 바람을 외면한 채 불법 성매매 장소로 한 층 객실을 통째로 내주는 등 ‘퇴폐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강남구는 이런 호텔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불법 성매매를 단속하는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난을 해결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달부터 불법퇴폐행위근절 TF팀에 20여 명을 배치해 강력한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강남구 이희현 TF팀장은 “지금까지는 성매매 행위가 이뤄진 호텔 객실 영업만 정지시켰지만 앞으로는 예식장 등 호텔 부대시설까지 영업할 수 없도록 등록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묵는 호텔에서 일어나는 불법 성매매로 강남 스타일이 망가지지 않도록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호텔들이 ‘퇴폐 스타일’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객실을 내주는 것보다 불법 성매매 업소에 방을 빌려주는 게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최근 적발된 강남구 역삼동 L호텔의 경우 성매매가 이뤄진 객실 하나당 하루 숙박비용은 12만∼15만 원 선이다. 유흥업소는 호텔 측에 객실 하나당 현금 20만 원을 주고 한 층의 19개 객실을 통째로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은 최소 한 달에 현금으로 3000만 원 이상의 차액을 거둬들인 셈이다.한 번에 성매매 비용으로 1인당 30여만 원을 받는 유흥업소도 하루 2번 이상 성매매로 한 객실을 이용하면 다른 객실을 여러 번 이용할 때보다 비용을 줄여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한 단속 경찰은 “다른 관광객과 마주치면 불만이 접수되거나 불법 영업이 발각될 가능성이 높아 한 층을 통째로 거래하고 있다”며 “호텔 사장과 업소 업주 둘만의 거래다 보니 정확한 수익이나 계약조건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호텔이 불법 성매매 업소에 객실을 내주고 거두는 수익이 많다 보니 폭력조직 연루설까지 나오고 있다. L호텔의 대표이사는 김태촌 씨(63)가 두목이었던 서방파의 행동대장 이모 씨(57)의 부인이 맡고 있다. 이 씨는 호텔을 짓던 과정에서 제1, 제2 금융권 등으로부터 큰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2010년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R호텔도 서울 강북 지역 토착 조직과의 연루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방파가 관리 대상 조직인 만큼 L호텔의 불법 영업 이익이 폭력조직으로 흘러가지 않았는지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호텔 개업 과정에서 진 빚을 해결하기 위해 객실을 불법 성매매 업소에 내준 걸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주변 대형 호텔은 일부 호텔의 퇴폐 영업 때문에 ‘강남 스타일’이 망가진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남구와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경고에도 인터넷 유흥업소 정보 사이트에선 성매매로 이어지는 이른바 ‘풀살롱’ 영업을 광고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강남의 한 대형 호텔 관계자는 “강남에는 간판만 호텔이지 출발부터 지하 룸살롱에서 객실 성매매로 연결되는 풀살롱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많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종종 ‘여기도 성매매 하냐’고 질문할 때마다 몹시 불쾌하다”고 말했다. 김홍범 세종대 관광대학원 원장은 “이번에 단속된 호텔 대부분이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며 “이제는 관광의 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박훈상·김태웅 기자 tigermask@donga.com}

2008년 5월 12일 대지진이 일어나자 중국 쓰촨(四川) 성 일대는 통곡과 절망만 남은 폐허로 변했다. 당시 청두(成都) 주재 한국 총영사관 주재관이던 이희준 경감(50·사진)은 ‘폐허 속의 영웅’이었다. 그는 다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현장을 누비며 교민과 여행객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했다. 그와 영사관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한국인 피해는 없었다. 그는 한국인의 안전이 확보되자 쓰촨 성 시설 복구와 구호물품 보급 등을 돕기도 했다. 지진 피해를 수습한 뒤 그는 ‘지진 공포’로 가슴이 갑갑하고 손발이 떨리는 증상을 호소했다. 자연재해를 겪은 사람이 앓는 전형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였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가족에게 갑작스레 화를 내는 등 돌발행동도 했다. 그러면서도 송파경찰서 생활안전계장, 정보계장, 상황실장을 맡아 성실히 일했다.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틈도 없었다. 한 동료 경찰관은 “경찰 조직 분위기상 육체적인 외상이 아닌 정신건강 이상으로 쉬면서 치료를 받기 어렵다”며 “이 경감은 간부라는 책임 의식이 유별나 동료들도 증상이 심각한지 몰랐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뉴스를 본 뒤 이 경감의 증상이 악화됐다. 그는 5월 공무상 질병을 인정받기 위해 공상을 신청하고 질병휴직계를 냈지만 인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후 강원 속초시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 생활을 하며 공상 재신청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결과를 받아 보지 못한 채 27일 오전 5시경 심장마비로 숨졌다. 29일 서울 국립경찰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치러진 장례식에는 경찰대 1기생 동기 등 동료 경찰의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동료들은 경찰 내 ‘중국통’, ‘외사통’으로 꼽히던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아내와 두 아들은 이 경감의 공무상 질병을 인정받고 현충원에 안장하기 위해선 순직 처리 과정을 밟아야 한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인정되도록 최선을 다해 유족을 돕겠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다음 달 8일 3년 열애 끝에 결혼을 앞둔 컨설팅회사 직원 임모 씨(32)는 예비신부(27)와 의논 끝에 집에서는 앉아서 소변을 보기로 했다. 아내가 “좌변기 주변에 소변이 튀면 청소하기가 힘들고 냄새도 심하다”며 “잘나가는 연예인도 아내를 위해 앉아서 본다는데 당신도 따라해 보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임 씨는 남자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신부를 위해 선택했지만 30년 습관을 바꾼 자신의 처지를 위로받고 싶어서였다. 2, 3년 먼저 결혼한 선배의 반응은 의외였다. 줄지어 “나도 실은 바꿨다”고 답한 것. 이를 지켜보던 40대 부장마저 “아내와 딸이 ‘소변보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핀잔을 줘 앉아서 일을 본 지 몇 년 되니까 이젠 편하다”고 고백했다. 가정에서 ‘서서 쏴’ 대신에 ‘앉아 쏴’를 택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 아들에게 ‘앉아 쏴’를 교육하는 어머니, 남자아이에게 앉아서 소변보는 습관을 기르게 하는 유치원까지 등장했다. ‘서서 쏴’는 미세한 소변 입자가 튀어 주로 좌변기 주변에 두는 칫솔까지 오염시키고 악취를 유발해 청소를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젊은 예비부부나 신혼부부에겐 ‘남편의 앉아서 소변보기 약속’이 신(新)혼수품목으로까지 떠올랐다. 동아일보가 결혼정보업체 ‘선우’에 의뢰해 26, 27일 온라인에서 20, 30대 미혼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남성 230명(46%)이 ‘결혼 뒤 배우자를 위해 앉아서 소변을 보겠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남성 중 85명(17%)은 이미 앉아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가정에서 여성을 배려하는 남성들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라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라는 문구를 명함에 넣어 이 운동을 펼쳐온 공무원 김현수 씨(55)는 “앉아서 소변볼 때의 장점을 설명해 주니 주변 사람 절반가량이 동참했다”고 말했다. 아직 ‘서서 쏴’를 고집하는 ‘저항 세력’도 만만치 않다. 직장인 강모 씨(33)는 “아내가 남편을 우습게보니 소변까지 간섭하는 것”이라며 “지퍼를 놔두고 아예 바지를 벗으니 불편하고 잔뇨감이 심하다”고 불평했다. 설문조사에서도 남성의 약 40%가 ‘앉아 쏴’를 부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이윤수 비뇨기과 전문의는 “앉아서 소변을 보면 요도괄약근이 팽팽해져 섰을 때보다 잔뇨 배출에 효과적이다”며 “화장실 위생, 여성의 불쾌함을 고려하면 앉아서 보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앉아 쏴’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언론을 통해 ‘앉아 쏴’를 홍보하고 ‘서서 쏴’ 습관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의 남성용 입식 소변기 철거 움직임이 생기기도 했다. 독일 바이에른 주에 거주하는 박모 씨(28·여)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들이 이렇게 교육시키다 보니 독일 남성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서서 소변보기를 반대하는 단체가 등장할 정도로 논란이 일었다. 가정의 의사결정 과정이 가장 중심에서 가족 간 ‘협상’으로 바뀐 것도 이 현상이 떠오른 이유로 꼽힌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적 영역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진 세태가 반영됐다”며 “배우자의 편리함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대 여성을 토막 살해한 오원춘(42),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다 목 졸라 살해한 김점덕(45)에 이어 법원이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부 살인범 서진환(42)에게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유가족은 “법원이 잇따른 ‘봐주기’ 판결로 국민 법 감정을 외면했다”며 항소를 요구했다.22일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재호)는 8월 20일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강간 등 살인)로 기소된 서진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신상정보공개 10년과 전자발찌 착용 2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심으로 참회하기보다 가정환경과 전자발찌를 탓할 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의 고통에 공감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며 “재범 위험 등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해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키는 형을 선고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순간 침통한 표정으로 방청석에 앉아 있던 남편 박귀섭 씨(39)는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박 씨는 8일 결심공판에서 “저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 그가 다시 범죄를 저질러 저같이 한 맺힌 사람이 생기지 않게 도와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었다. 검찰도 서진환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전자발찌 부착 30년을 요청했었다.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자유를 박탈하고 영원히 격리시켜 재범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이유가 있더라도 사형은 생명권을 박탈하는 가장 냉혹한 처벌이라 유사 사건과 양형균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박 씨는 “잇따른 법원 판결을 보며 무기징역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일말의 기대가 무너져 재판부에 실망이 크다”며 “사형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잔인한 방식으로 죽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진환이 법정을 나서는데 죽이고 싶다는 분노가 끓어올랐다”며 “사형이 아니라면 차라리 유기징역형으로 복수의 기회를 달라”고 했다. 검찰은 항소할 방침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기 평택시 포승읍 도곡리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요금소 인근 대로변의 한 개인 주유소. 사장 이모 씨(38)는 저장탱크 3개 중 하나에 경유와 등유를 절반씩 섞은 ‘가짜 경유’를 만들어 저장했다. 당국의 집중 단속으로 가짜 용제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단가가 싼 등유를 섞은 것. 일반 경유를 팔 때보다 L당 300원의 추가 이익이 남았다. 이 씨는 당시 L당 1727원에 경유를 팔던 주변 주유소보다 가짜 경유를 60원가량 비싸게 팔았다. 가짜 경유를 굳이 비싸게 팔 리가 없다고 믿은 소비자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주유하는 화물차 운전사들은 외상 거래를 터 단골로 유치했다. 한국석유관리원에서 점검을 나오면 가짜 경유가 보관된 탱크 주유기의 전원을 끄고 고장 난 것처럼 단속을 피했다. 6월부터 최근까지 이 씨는 100만 L, 약 18억 원어치를 판매해 부당이득 3억 원을 챙겼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이 결국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지난달 30일 내연녀 박모 씨(42)와 함께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모텔에 투숙한 김모 씨(49). 내연녀 박 씨는 다음 날 오전 모텔 종업원에게 “애인과 함께 농약을 마시고 동반자살하려 했는데 나만 살아났다”며 “119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종업원의 신고로 119 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남자는 이미 숨진 뒤였다. 방 안에서는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 할 수 없이 마지막 선택을 한다.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적힌 박 씨의 유서가 발견됐다. 하지만 박 씨의 거짓말은 사망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에 의해 약 보름 만에 탄로 났다. 두 사람에게서 농약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 부검 결과 남자의 사인은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판명 났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은 17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영화관에서 영사기 기사와 매표소 직원으로 처음 만났다. 박 씨에 따르면 당시 김 씨는 유부남이었지만 서로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박 씨 부모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박 씨는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그러나 이 결혼은 “돌아와 달라”는 김 씨의 하소연을 이기지 못한 박 씨가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집을 나오면서 파탄으로 끝났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들이 처음 만났던 영화관을 그만둔 뒤로도 계속됐다. 남자는 미군 부대에서 미화원 일을, 여자는 간호조무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올 8월 직장을 잃은 남자는 가정도 팽개치고 만난 지 17년 만에 박 씨와 동거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석 달가량 국내와 태국 등을 여행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시. 남자가 자신의 딸에게 자주 전화를 하고 본 가정을 챙기는 모습을 본 여자가 질투에 휩싸이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아직도 남자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여자는 질투에 눈이 멀었다. 결국 살인을 결심한 여자는 사건 당일 남자와 술을 마시고 취한 남자를 모텔로 데려갔다. 그리고 세상모르고 잠에 빠진 남자를 청테이프로 묶고, 개를 매는 줄로 목을 졸랐다. 여자는 다음 날 오전 준비한 농약을 한 모금 머금은 뒤 모텔 종업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이후 “마신 농약 때문에 건강이 안 좋다”며 병원에 입원했지만 결국 어설픈 알리바이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박 씨가 질투에 눈이 멀어 남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죽은 무속인 영혼이 나에게 들어와 ‘남자를 죽이고 약을 먹고 너도 죽으라’고 했다”고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일 박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방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폭력 아빠에게 시달리다 옮겨온 아이들이 살고 있다. 이곳 상담원들은 매일 폭력 아빠들과 전쟁을 치른다. 이곳에서 ‘부모 자식 사이는 천륜(天倫)’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처럼 보인다. 조직폭력배 A 씨(34)는 술만 마시면 문신을 드러낸 채 시설로 찾아와 초등학교 4학년 아들(10)과 1학년 딸(7)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협박을 일삼는다. 결혼 초 아내와 다툼이 잦았던 A 씨는 화가 나면 물건을 부수거나 아이들을 때리며 화를 풀었다. 아내가 집을 나가자 A 씨는 “엄마를 닮은 너희를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했다.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폭력 아빠는 술병을 들고 나타나 협박하기도 했다. 심지어 “시설이 내 아이를 납치해갔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적반하장의 폭력 아빠도 있다. 이들은 “나는 어릴 때 아버지에게 맞고도 잘 자랐다” “내 방식대로 내 아이를 키우는데 웬 참견이냐”며 ‘친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아빠에게도 친권과 천륜을 인정하는 게 타당한 일일까.○ 폭력 아빠와 과감한 단절 ‘폭력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는 가해자인 아빠와 피해자인 자녀를 일단 격리하고 치료 및 원인 파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아빠의 폭력을 초기에 막지 않으면 어린 나이에 탈선하거나 범죄에 빠질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권리인 ‘친권’을 존중하는 사회 통념상 쉽지는 않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B 양은 고시텔에서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아버지는 B 양이 문 밖을 나서거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 마구 때렸다.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상담원이 찾아갔지만 B 양은 면담을 거부했다. 다음 날 B 양 아버지는 상담원을 만났다는 이유로 딸을 때렸다. 다시 상담원이 찾아갔을 때도 “아버지와 지내고 싶다”며 도움을 거부했다. ‘아빠’라는 울타리 외에 다른 보호자를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다. 상담원이 1년 가까이 일주일에 한 번씩 B 양을 설득한 끝에야 B 양은 시설 입소에 동의해 폭력 아빠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시설 관계자는 “폭력 피해 아동이 시설이 아닌 부모의 사랑 속에 원래 가정에서 크는 게 상처를 치유하는 데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일단 데려가고 나면 대부분 폭력 아빠는 반성하기는커녕 아이가 배신하고 도망갔다며 보복성 폭력을 휘둘러 아이의 상처를 키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위급한 상황이면 72시간 동안 아동을 폭력 아빠로부터 격리해 병원 응급치료를 받게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친권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자녀가 부모와 함께 있기를 원하면 아동보호기관에서 손쓸 방법이 없다. 대부분 폭력 아빠들은 자녀가 병원 치료를 마치면 “아빠와 함께 살자”고 설득한다고 한다. 굿네이버스 경기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김정미 관장은 “B 양처럼 어린 나이에 폭력에 노출된 어린이는 자아가 약해 아버지의 생각과 자신의 뜻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즉각 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폭력 아빠에게 처벌과 교육을 전문가들은 폭력 아빠의 폭력 대물림을 막기 위해 처벌과 교육 강화, 피해 아동 지원, 주변인의 신고를 통한 사전 예방 등 3가지를 대안으로 꼽고 있다. 19일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굿네이버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도 폭력 아빠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자고 호소했다. 또 폭력뿐 아니라 방임, 정서 학대 등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한 행사를 열고 대안을 논의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정부가 9월 국회에 제출한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빠른 통과를 촉구했다. 법안에는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 교육 의무화, 학대 부모에 대한 처벌 강화, 학대 피해 아동 지원 확충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아이를 더 안전하게 보호해야 폭력이 대물림되지 않는다”며 “아동학대방지법에 자녀 폭력 근절을 위한 강한 조치를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 학대 예방사업 후원 문의는 굿네이버스(1599-0300), 아동 학대 신고는 1577-1391로 하면 된다.박훈상·김태웅 기자 tigermask@donga.com}

‘강남 최고의 품격 란제리 클럽’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미르 호텔 10층 객실에 강남경찰서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14일 오후 11시 40분 경찰이 객실 문을 따고 단속을 시작하자 옷을 벗고 있던 유흥주점 소속 성매매 여성과 남성 손님들은 당황하면서 이불로 얼굴 가리기에 급했다.경찰에 따르면 2010년 7월 문을 연 ‘5○○’라는 이름의 유흥주점은 ‘17% 란제리 클럽’, ‘슬립(원피스형 속옷) 클럽’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여성 종업원이 속살을 드러낸 채 속옷만 입고 접대하자 붙여진 이름이었다. ‘17%’는 속칭 최고급 룸살롱을 뜻하는 ‘텐프로 업소’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성매매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곳에도 여느 호텔처럼 지하에 유흥업소가 있었지만 이들은 호텔 12, 13층 별도의 공간에서 영업을 했다. 광고 문구도 ‘답답한 지하를 벗어나 강남 전망이 시원하게 보이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풀라’였다.단속에 적발된 성매수 남성 7명은 의사나 대기업 간부들이었다. 손님들은 신분 노출을 꺼려 정문이 아닌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로 올라와 술을 마셨다. 성매매를 원하는 손님은 미리 업소가 통째로 빌린 10층 객실로 이동해 여성 종업원을 기다렸다. 성매매 비용만 1인당 34만 원으로 술값을 포함하면 6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7시경 영업 시작 시간에 맞춰 업소 직원이 호텔 프런트에서 10층 객실 열쇠 19개를 모두 받아 성매매 알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열쇠를 받는 현장을 확인했지만 호텔 측은 “직원에게 열쇠만 줬을 뿐 성매매를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라미르 호텔은 지하철 선릉역과 가까운 데다 관광 명소인 코엑스 인근에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중국, 일본인 관광객들은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종업원과 마주친 뒤 성매매 분위기를 감지하고 호텔 측에 항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관광객 사이에서는 이 성매매 업소가 ‘한국에서 한 번 가볼 만한 명소’로 입소문 났다고 한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호텔 사장 고모 씨(56)와 유흥업소 업주 이모 씨(35), 성매수남, 성매매 여종업원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올 들어 강남 경찰서는 풍속업소 635곳을 단속해 1376명을 검거했다. 이 중 성매매를 알선한 호텔은 8곳이었다. 강남 경찰서 관계자는 “강남 숙박업소 51곳에 유흥주점이 79개나 있는 만큼 성매매 등 불법 행위가 없도록 집중적으로 단속·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35), 초등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23),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야전삽을 휘두른 김모 군(18) 등 최근 일어난 강력범죄 가해자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폭력 아버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은 이제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안전망을 위협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반사회적 흉악범을 만드는 ‘아버지 폭력’의 문제점과 대책을 2회에 걸쳐 보도한다. 》7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살인범 심모 씨(33)는 지난해 2월과 4월 갈 곳 없는 자신에게 집을 내준 지인과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을 잇달아 살해했다. 그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한 뒤 태연히 망자(亡者) 행세를 했다. 어린 심 씨를 ‘괴물’로 만든 것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심 씨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폭력을 휘둘렀다. 아버지에게 맞아 고막이 찢어지기도 했다. 폭언과 폭행으로 공포에 떨면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소변을 가리지 못했다.중학교 3학년 때 유일하게 의지했던 어머니가 집을 떠나자 심 씨는 학교를 자퇴했다. 그러나 중학교 졸업장도 없는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인생에 실패했다는 자괴감과 무시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다. 결국 폭력 아빠가 그를 ‘반사회성 인격 장애 괴물’로 만든 것이다.○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 아빠 폭력전남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이모 군(10)은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동생(9)을 데리고 가출했다. 아동보호기관에 찾아왔을 때 이 군의 등과 엉덩이, 종아리에는 쇠막대로 맞은 자국이 가득했다. 이 군의 아버지는 26세 때 이혼한 뒤 매일 술을 마시며 쇠막대로 이 군을 때리면서 아내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아버지의 폭력에 이 군도 변했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흉기를 들이대고 “다가오면 죽여 버리겠다”며 반항을 시작했다. 아동보호기관에 온 뒤로도 사소한 일에 다른 친구들에게 흙을 던지며 괴롭히거나 봉사자들에게 “칼로 죽이겠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물건을 마구 집어 던졌다. 이 군은 현재 분노 조절 및 심리 안정을 위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어릴 적 보호기관의 도움을 받은 이 군은 운이 좋은 편이다. 아버지의 폭력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출을 반복했던 최모 군(14)은 폭력에 시달리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품행장애(절도 가출 결석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장애)로 상태가 더 나빠졌다. 아동보호시설에서조차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봐 호전되기 전까지는 받아줄 수 없는 상태였다.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빠 폭력’ 피해 아동은 초등학생 42.1%, 4∼6세 12.7%, 1∼3세 11.1%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주로 생활하는 미취학 아동까지 감안하면 피해 아동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어린이는 굳지 않은 시멘트와 같아서 폭력 아빠가 준 상처는 장기간 심각한 문제를 남긴다”며 “나이가 어릴수록 폭력의 잔상은 더 오래 간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 따르면 범죄자 3명 중 1명이 가정폭력에 노출됐고 어린이의 경우 비행 경험이 3배나 많았다.○ 폭력의 대물림서울에서 열두 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30대 백모 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컸다. 어른이 된 뒤 백 씨는 우연히 알게 된 아내와 ‘데이트 강간’으로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다. 백 씨는 아들이 태어난 지 1년 만에 “내 자식이 아니다”라며 아들을 때렸다. 초등학교에 간 뒤에는 “나와 너무 닮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며 4시간 이상 욕을 하고 때리기도 했다. 백 씨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폭력을 유일한 훈육 수단이라 믿고 있다. 백 씨의 아들은 스스로를 ‘왕따’라고 부르며 학교에 가길 거부하고 있다.19일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아 굿네이버스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은 폭력 아빠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굿네이버스 경기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김정미 관장은 “폭력 아빠의 폭력이나 폭언에 시달린 아이가 초등학교 때까지 충분히 치료받지 못하면 중학교 이후에는 회복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며 “어린 시절 학대 받은 아이는 폭력이 대물림돼 가해자가 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김태웅·박훈상 기자 pibak@donga.com}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 합동점검단은 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 동안 은행과 상호금융회사 영업점의 폐쇄회로(CC)TV 운영 실태를 특별 점검할 계획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부스 천장의 CCTV 정보를 민간 영상관리업체가 관리해 개인 금융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보도한 후속 조치다. 합동점검단은 △영업점 부스 내 CCTV 안내판 설치와 촬영 각도의 적정성 △CCTV 설치·운영 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 시 목적과 범위 등 필수사항의 계약서 반영 여부 △CCTV 영상정보 저장 시 비밀번호 설정 등을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14일 제2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사장 김종기)을 선정했다. 의료봉사상은 네팔에서 30년 가까이 의료봉사를 해온 ‘히말라야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강원희 씨(78)가, 사회봉사상은 국내에 머무르는 외국인 난민과 탈북자를 돕는 ‘피난처’를 세우고 인권보호 활동을 해온 이호택(52)·조명숙 씨(42) 부부가 받는다. 이 밖에 △복지실천상은 한승완 대전 행복원 사무국장 등 직원 5명 △자원봉사상은 늘푸른손봉사단 등 단체 4곳과 윤윤희 부산노인종합복지관 봉사자(58) △청년봉사상은 나래 등 5곳 △재능나눔상은 박제응 씨(48) 등 3명 △효행·가족상은 박지훈 씨(37)등 2명 △다문화가정상은 김정림 씨(40)등 3명이 수상했다. 시상식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내 아산교육연구원에서 열린다.}
지난달 30일 오전 2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만취한 회사원 김모 씨(42)가 비틀거리며 영업용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운전사 황모 씨(45)는 잠이 든 김 씨의 상의를 뒤져 지갑에 들어 있던 신용카드 4장 중 3장을 미리 훔쳤다. 택시가 김 씨의 집인 동작구 사당동에 도착하자 김 씨는 한 장 남은 카드를 냈다. 황 씨는 카드가 안 된다며 김 씨를 인근 현금인출기로 유인했다. 황 씨는 김 씨를 도와주는 척 돈을 인출하면서 비밀번호를 외운 다음 그 카드도 슬쩍 챙겨 달아났다. 필름이 끊긴 김 씨는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신용카드와 스마트폰이 사라진 사실을 알았다. 밤사이 황 씨가 서울 일대를 돌며 4장의 카드로 36회에 걸쳐 1730만 원을 인출한 뒤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금인출기 주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콜’ 로고를 확인하고 116개 택시회사를 탐문해 황 씨를 붙잡아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늘자 이처럼 만취 승객을 노린 절도 사건이 부쩍 늘고 있다. 돈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스마트폰은 ‘기종별 장물 단가표’까지 만들어져 일부 택시운전사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경찰은 “술에 취한 동료가 있다면 꼭 택시를 잡아줄 때 차량번호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거나 운전사의 얼굴을 보면서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는 일만으로도 범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하정우, 살아 있네.’올해 상반기 최대 히트작 ‘범죄와의 전쟁’에서 폭력조직 보스를 맡아 “살아 있네”란 명대사를 남긴 영화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34·사진) 씨. 그는 영화 ‘추격자’ ‘황해’ 등 액션영화에서 쉴 새 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을 찍어 ‘달리기 전문 배우’로 유명하다. 현실 속 그의 모습도 영화와 다르지 않았다. 12일 오후 10시 반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인근 횡단보도. 하 씨가 신호등 초록불에 길을 건너다 김모 씨(30)가 몰던 흰색 모닝 차량의 우측 앞부분에 왼쪽 다리를 살짝 부딪혔다. 하 씨는 빠른 속도로 차량을 뒤쫓기 시작했다. 그는 “다친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사과도 없이 줄행랑을 치는 데 화가 났다”고 했다. 하 씨는 200여 m나 달려가 김 씨의 차량을 붙잡아 세우고 “뺑소니 차량을 붙잡았다”고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강남경찰서 조사 결과 김 씨는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174%로 만취 상태였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로 사람을 친 줄 몰라 그냥 운전을 계속했다. 미안하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하 씨도 “크게 아프지 않다”며 김 씨의 사과를 받고 경찰서를 떠났다. 경찰은 피해가 거의 없어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김 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아내를 잃은 남편은 ‘살인마를 사형시키라’고 요구했다. 손은 떨렸지만 의지를 보이려는 듯 증인석에 꼿꼿이 앉은 채였다. 8일 오전 10시 서울동부지법 1호 재판정에서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재호) 심리로 열린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부 살인범 서진환(사진)의 결심 공판. 박모 씨는 증인석에서 “저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 그가 다시 범죄를 저질러 저같이 한 맺힌 사람이 생기지 않게 도와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서진환은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부만 바라볼 뿐 박 씨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죄를 국가 탓으로 돌렸다. 그는 윤성현 검사가 범죄 이유를 묻자 “전자발찌는 인권유린이고 이중 처벌이라 정말 없애야 한다”며 “전자발찌 스트레스로 희망 없이 술에 취해 살다 보니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DNA 대조로 제때 경찰에 잡혔더라면 살인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곡동 주부 살해 13일 전 중랑구 면목동에서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때 범행현장에 DNA를 남겼지만 경찰이 이미 자신의 DNA 정보를 보관하고 있던 법무부와 공조하지 않아 검거하지 못한 것을 비꼬면서 자신의 살인은 국가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뻔뻔함을 보인 것이다.이날 공판에서는 그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여자 경찰관에게 “너는 내가 사회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여자다. 한 번 (성관계)하자. 교도소에 편지 써 주라”고 성희롱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화 상대나 하자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고 변명하며 히죽거렸다. 그는 또 조사과정에서 “여동생 강간은 어렵지만 사촌동생이나 동네 사람은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검찰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사형제도 유지 찬성이 79%인 점에 비춰 볼 때 우리의 정의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성범죄로 모두 18년의 실형을 선고받고도 살인을 저지른 것은 이제 징역형으로는 피고인의 범죄를 억제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전자발찌 부착 30년도 요청했다.선고 공판은 22일 오전 11시. 법정을 나서는 박 씨는 “최근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조선족 오원춘(42)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했다”고 했다. 박 씨는 “법원이 저자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할 거면 차라리 20년형을 선고하길 바란다”며 “그때는 아이들도 다 컸을 테니 출소하면 내 손으로 직접 복수하고 이 고통을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이 설립한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이 3년 안에 재단 기금을 1조 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관정 교육재단은 7일 “현재 8000억 원 규모인 기금을 3년 안에 1조 원으로 확충해 동양 최대 규모의 장학재단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 1조 원이 모이면 관정 과학상을 제정할 계획이다. 상은 과학기술로 인류 문명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자연과학상 공학상 인문사회과학상 부문으로 나눠 수여한다. 상금은 부문별로 10억 원이다. 재단은 내년 3월 서울대 도서관 신축 공사를 시작해 2014년 6월 완공하기로 했다. 또 동북아시대 인재 육성을 위해 중국 대학에도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이 회장의 생가 복원 및 정원 준공 기념식이 11일 낮 12시 반 경남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에서 열린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08년 9월 9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극장 앞. 해남십계파 조직원 박모 씨(40)가 돈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다른 파 조직원 A 씨(당시 40세)를 흉기로 찔러 죽이고 달아났다. 경찰은 강남 한복판에서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른 그를 중요지명피의자 종합수배 명단 1번에 올리고 뒤쫓기 시작했다. 경찰 귀에는 무성한 소문이 들려왔다. ‘베트남으로 도피했다’ ‘강남 성형외과에서 전신성형 받았다’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였다. 박 씨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두 주인공의 얼굴이 맞바뀐 영화 ‘페이스오프’처럼 그의 얼굴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하자 ‘페이스오프 수배범’이란 별명이 붙었다.3년 동안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던 박 씨가 경찰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1년 전. 전남 해남경찰서 수사과는 박 씨가 고향인 해남과 광주 일대 조직폭력배들에게 도피 자금을 구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박 씨는 검은 유리로 된 차량만 타고 다니며 절대 걸어서 이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그와 접촉한다는 조직폭력배의 신상을 파악하고 1년 동안 그들의 동선을 밟았다.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잠복한 뒤 망원렌즈로 동태를 살폈다. 이런 노력 끝에 경찰은 5일 광주 동구 대인동에서 그를 발견했다.다가간 경찰은 그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얼굴이 지명수배 명단에 실린 사진과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박 씨는 경찰에서 “내 운이 여기까지 인가 보다”며 “도피 직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관리 대상 폭력조직원인 그를 오래 알아온 경찰도 “과거 박 씨의 얼굴과 완전히 달라졌다”며 “옆자리에 앉아서도 바로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경찰은 그가 보톡스 시술 등 다른 성형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체중까지 대폭 줄여 수배명단에 적힌 특징인 ‘건장한 체격’ ‘날카로운 눈매’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공소시효 만료를 노리고 도망 중인 수배자들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성형을 택하고 있다. 성형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어디서든 간단한 시술로 얼굴을 바꿀 수 있어 ‘페이스오프’를 원하는 범죄자들에겐 최적의 환경이라는 평가다. 2002년부터 전국을 무대로 성폭행 행각을 벌이던 허모 씨(46)는 2007년 경찰이 지명수배를 내리자 충북 청주의 한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하고 얼굴에 보톡스 시술을 받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다 수배 3년 만에 검거됐다. 허 씨는 박 씨와는 반대로 10kg가량 체중을 불리고 파마도 했다. 2002년 충북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 중인 신모 씨(49)도 보톡스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고 도망을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부도가 난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전 회장은 올해 7월 ‘돈을 맡겨둔 옛 부하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가 실종 자작극을 벌였다. 자신이 실종된 것처럼 보이면 경찰이 이 부하를 용의자로 보고 잡아올 것으로 판단한 것. 양 회장의 얼굴은 경찰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요지명피의자 종합수배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배자를 알아본 일반 시민의 제보가 가장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전단과 경찰청 홈페이지 모두 사건 당시 증명사진과 간단한 특징만 실어 성형한 수배자의 모습을 알아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명수배 명단에 성형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가상 사진을 올리기가 여건상 쉽지 않다”며 “수배자와 관련된 보다 상세한 정보 제공도 피의사실 공표 논란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반면 미국에선 시민이 지명수배자 목록을 보고 해당 수배자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적고 있다. 2012년 연방수사국(FBI)이 발표한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서는 범죄자의 성형 가능성뿐만 아니라 성격, 직업, 자세한 혐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 마약 유통과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수배자의 수배 내용에는 ‘얼굴 성형수술 가능성이 있으며 지문 변경 가능성까지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성형을 했을 경우라도 판별할 수 있도록 문신 형태와 위치, 흉터 자국 등 쉽게 없어지지 않는 신체적 특징을 자세히 묘사해 놓았다. 해외에선 성형수술을 수차례나 하고 손가락 지문까지 지운 수배범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형대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성형수술로 변형된 얼굴을 예측해 수배자 목록에 싣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절도범 안모 씨(56·여)에게 빈집털이는 참 쉬웠다. 그는 6월 26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 한 다세대주택을 부동산중개인과 함께 찾았다. 중개인은 집이 잠겨 있자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집주인이 불러주는 비밀번호를 중개인은 천천히 하나씩 눌렀다. 안 씨는 비밀번호를 머릿속에 새겼다. 중개인과 집을 둘러보며 구조를 익힌 안 씨는 “좀 더 고민해보겠다”며 돌아갔다. 다음 날 안 씨는 혼자 그 집을 찾았다. 벨을 눌러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외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전날 집안을 미리 둘러본 덕분에 빠르게 보석함을 찾아 금반지, 목걸이 등 300만 원어치를 훔쳐 달아났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셋집을 보러온 척하면서 비밀번호를 외워 물건을 훔친 동일 수법 전과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인 끝에 절도 전과 7범인 안 씨를 4개월여 만에 붙잡아 28일 구속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