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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들이 동아일보를 통해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의 훌륭한 모습을 더 많이 확인할 수 있길 바랍니다.” 평창 국제방송센터(IBC)에서 만난 팡강 중국중앙(CC)TV 스포츠채널 부총감독(49)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맞아 동아일보 독자들에게 ‘올림픽 덕담’을 건넸다. 2000년 이후부터 올림픽, 월드컵, 아시아경기 등 주요 스포츠행사 중계·보도를 담당해온 ‘베테랑’인 그는 지난달 말 평창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300여 명에 이르는 CCTV 정예인력과 함께 평창을 찾았다. 겨울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인력을 이끌고 평창을 찾은 이유는 두 가지다. 4년 뒤 중국에서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열린다. 겨울올림픽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한 한국이 가까운 이웃 나라이기 때문이다. 팡 부총감독은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다 ‘황태덕장’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며 웃었다. 올림픽을 위해 CCTV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쇼트트랙 경기 중계시스템을 개선하고 강릉 아이스아레나 경기장 내부에 단독 스튜디오도 처음 마련했다. 단순한 경기 보도가 아닌 ‘호흡 긴’ 보도로 평창 올림픽의 생생함을 중국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는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드론으로 구현한 오륜기와 남북 단일팀의 한국 박종아, 북한 정수현이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나선 부분은 압권이었다.” 4년 뒤 자국에서 열릴 겨울올림픽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팡 부총감독은 “2008년 당시 사용된 올림픽 경기장을 재사용하는 등 올림픽 유산을 충분히 활용하는, 낭비 없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후 팡 부총감독이 이끄는 CCTV는 다음 달 18일 열릴 서울국제마라톤 중계에도 나선다. 그는 “중국에서 마라톤 붐이 일고 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중국에 널리 알려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마라톤 중계도 차질 없이 잘해 낼 것이라고 “볘단신(別(걸,단,담)心·걱정 말라)”이라 말하며 웃었다. 평창=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트랙 밖에서 초조하게 마지막 조 선수들의 레이스를 지켜보던 김민석(19·성남시청)은 전광판 기록을 확인하자 자신을 지도해준 보프 더용 코치(42·네덜란드)를 끌어안고 펄쩍펄쩍 뛴 뒤 경기장 곳곳을 뛰어다녔다. 그만큼 극적이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신성’ 김민석이 1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사고’를 단단히 쳤다. 1분44초93으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그동안 유럽과 미주 선수들의 전유물이던 남자 1500m에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1500m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장거리 선수 못지않은 체력까지 요구해 신체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의 독무대로 여겨졌다. 레이스 분위기도 좋았다. 김민석이 15조로 역주를 펼치는 사이 관중석에서 열렬한 환호소리가 파도타기를 하듯 이어졌다. 홈 관중의 전폭적인 응원 속에 김민석은 결승선에서 마지막 발을 쭉 내밀었다. 중간 결과는 3위. 관중들은 경기장이 떠나라 ‘김민석’ 이름 석자를 크게 외쳤다. 이후 6명이 레이스를 펼쳤지만 김민석의 기록을 넘어서진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민석은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예상 못한 결과를 냈다”며 활짝 웃었다. 700m 구간을 돌때 체력이 한계에 이르렀지만 김민석 이름을 연호한 관중들의 함성이 큰 힘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 김민석은 “힘든 과정에서 내 이름이 또렷하게 들리더라”며 경기 상황을 설명했다. 김민석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차 대회에 출전해 세운 개인 최고기록(1분43초49)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이날 1분44초대에 결승선을 통과한 3명 중 1명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일곱 살 때 쇼트트랙으로 스케이트를 시작한 김민석은 어린 시절부터 쇼트트랙은 물론 스피드스케이팅 주니어 대회를 휩쓸며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의 계보를 이을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중학교 1학년 때 스피드스케이팅에 집중한 김민석은 2014년 15세의 나이로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6년 창춘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500m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겨울 유스올림픽에서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주니어계의 최강자로 이름을 올랐다. 성인무대 데뷔전에서도 당돌했다. 지난해 2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정상급 선수들과 처음 경쟁한 김민석은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5위에 올랐다. 같은 달 열린 삿포로 아시아경기 1500m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시즌 월드컵 1차 대회 B 파이널에서 1분44초97로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날 A 파이널에서 우승한 ‘세계 최강’ 데니스 유스코프(29)의 기록(1분44초42)에 견줘 크게 밀리지 않았다. 김민석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담금질을 했다. 성장세가 뚜렷했지만 아무도 자신을 메달 후보로 지목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도 그를 자극했다. 김민석은 자신의 주 종목인 1500m에 맞춰 힘을 기르기 위해 몸무게를 3kg 가까이 증량하며 묵묵히 땀을 흘렸다. 그의 진면목을 확인한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은 올림픽 직전 김민석의 ‘깜짝 메달’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이날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제갈성렬은 “김민석이 끝까지 자신의 템포를 유지한 게 메달을 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김민석과 함께 레이스를 펼친 주형준(27·동두천시청)은 1분46초65의 기록으로 17위를 기록했다. 이승훈이 1500m 출전을 포기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얻게 된 주형준은 이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세운 개인 올림픽기록(1분48초59)을 약 2초가량 앞당겼다. 금메달은 1분44초01의 기록을 세운 네덜란드의 키엘트 나위스(29)에게 돌아갔다. 이번 시즌 1500m 세계랭킹 2위인 나위스는 데니스 유스코프가 러시아 약물 스캔들로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해진 공백을 노려 올림픽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은 네덜란드의 파트리크 루스트(23)가 차지했다. 김민석은 21일 이승훈(30·대한항공), 정재원(17·동북고)과 팀추월, 24일 매스스타트에 출전해 또 다시 메달을 노린다.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트레이닝복 상의를 벗고 빙판 위로 들어서자 안방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한 번의 부정출발 후 다시 숨을 고른 그는 있는 힘껏 빙판 위를 달렸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대표 노선영(29)은 그렇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이었다. 노선영이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1분58초75로 14위를 기록했다. 카자흐스탄 예카테리나 아이도바(27)와 5조에서 함께 뛴 노선영은 바깥 레인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날 기록은 2013년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세웠던 개인 최고 기록(1분56초04)과 시즌 최고 기록(1분57초84)에 다소 못 미쳤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때부터 올림픽 무대를 밟아온 노선영은 4년 전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쇼트트랙 대표 출신 동생 노진규가 2016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뒤 “평창 올림픽에서 함께 뛰자”는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이번 대회 팀 추월 종목에 출전하려던 노선영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진출이 무산될 뻔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경기 후 노선영은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동생이 더 만족스러워했을 것 같다. 네 번의 올림픽 중 이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노선영은 박지우, 김보름과 19일 팀 추월 준준결승에 출전한다. 금메달은 네덜란드의 이리네 부스트(32)가 1분54초35의 기록으로 차지했다. 밴쿠버 대회 이 종목 우승자인 부스트는 8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 기자}

한 후배는 그에게 “형, 이렇게 쇼트트랙 하다가 정말 죽겠어”라고 했다. 7번의 수술, 그리고 재활. 빛을 본다 싶을 때마다 여지없이 들이닥치는 부상의 그림자는 때론 모든 걸 포기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매번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여 맨 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때문이었다. 임효준(22·한국체대)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 선수단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첫 경기에서 올림픽 신기록(2분10초485)을 세웠다. 어려서 또래보다 작고 약했던 임효준은 스케이트에서만큼은 금세 두각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쇼트트랙을 시작한 임효준은 4학년 때 6학년 형들을 제치고 종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임효준의 재능을 발견한 코치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시키려던 그의 어머니 곽다연 씨(48)에게 ‘매일 훈련하지 않으면 효준이를 안 맡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본격 선수의 길을 걷게 했다. 그러나 그의 쇼트트랙 인생은 늘 빛보다 그림자가 길었다. 중학교 때 오른쪽 정강이뼈 골절을 시작으로 발목 인대 손상, 손목, 허리 골절 등 수술대에만 7차례 올랐다. 곽 씨는 주위로부터 “왜 그렇게까지 해서 운동을 시키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력만큼은 확실한 선수였기에 상처는 더욱 깊었다. 16세이던 2012년 겨울유스올림픽에서 남자 1000m 금메달을 따며 ‘전성기 시절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을 받았지만 부상에 다시 쓰러졌다. 임효준은 “2년 전 허리가 부러졌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대학 후배들이 ‘정말 쇼트트랙 하다가 죽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태어나기 전부터 시련이 있었다. 첫아이 임효준을 임신한 뒤 곽 씨는 정기 검진차 대구의 한 산부인과에 갔다. 태아의 심장 박동이 잘되지 않아 거의 죽기 직전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병원을 찾은 곽 씨는 태아가 무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선 병원의 오진이었다.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2kg대로 태어난 임효준은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 악바리 22세 “이젠 햄버거 먹어도 되겠죠” ▼“한방 보여줄 거지” 농담했던 엄마… “준이는 승부라면 눈에 불 켜는 아이” 숱한 역경 속에서도 그가 질주를 멈추지 않은 건 순전히 평창 올림픽 때문이다. 임효준은 “평창 하나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 씨는 “하도 수술을 많이 해서 병문안 온 사람들이 초상집 분위기를 예상하는데 담담해서 오히려 놀라더라. 준이가 다쳤을 때는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준이는 의연했다”고 전했다. 곽 씨는 “어릴 적 컴퓨터를 우승 선물로 약속했는데 금메달을 따자마자 스케이트를 벗고 관중석까지 올라오더라. 승부라면 그렇게 눈에 불을 켰다”며 남달랐던 승부욕을 전했다. 대구 계성초 4학년 재학 시절 담임 노찬석 씨는 그를 ‘악바리’라고 말했다. 우상 ‘국민타자’ 이승엽도 정신적 의지가 됐다. 임효준은 대구 연고의 프로야구 삼성 스타 이승엽이 자신을 응원한 기사(본보 2017년 12월 25일자 A1면 참조)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승엽의 말을 인용해 “외로워지는 순간이 있으면 그때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코치, 동료, 국민들을 생각해라”라고 적었다. 이승엽은 “큰 부담을 떨쳐 내고 따낸 금메달이라 더 축하해 주고 싶다. 남은 경기에서도 다치지 않고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9일 개회식 때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며 평창 올림픽에 힘을 보탰던 그는 “올림픽을 마치고 기회가 되면 한 번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고향 후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깜짝 1위를 하며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임효준은 첫 올림픽 출전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친구, 재활코치 등에게 자비로 올림픽 경기 티켓을 사서 보내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효준은 예선, 준결선을 모두 1위로 통과했다. 3번 레인에서 출발한 임효준은 6바퀴를 남기고 다른 선수에게 밀려 넘어질 뻔도 했지만 양손으로 빙판을 짚고 버티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3바퀴를 남겨놓고 선두로 나선 임효준은 그대로 선두를 빼앗기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양손을 앞으로 쫙 뻗으며 포효하는 임효준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듯 2위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는 그의 헬멧을 두드리며 축하를 건넸다. 임효준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남자 대표팀의 노메달 한을 푸는 동시에 이번 대회 금빛 사냥의 서막을 알렸다. 임효준은 “아직 500m, 1000m 경기가 남아 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남자 5000m 계주는 죽기 살기로 해서 꼭 금메달을 가져오겠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경기장에서 아들을 응원하던 곽 씨는 “부상에 시달리던 효준이에게 ‘이러다 한 방으로 보여주려고 그러지?’라고 농담을 했었는데 정말 한 방에 보여준 것 같아 대견하다”고 했다. 임효준은 “금메달을 땄으니 그동안 못 먹었던 햄버거를 하나쯤 먹어도 될 것 같다”며 웃었다.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 기자}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예선 첫 번째 경기. 네 바퀴째를 돌던 한국 대표팀의 막내 이유빈(17·서현고)이 코너를 돌고 휘청한 뒤 갑자기 엉덩방아를 찧고 뒤로 넘어졌다. 그 순간 관중석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 이유빈의 ‘엉덩이 밀어주기’를 기다리던 다음 주자 김예진(19·평촌고)도 더 이상 속력을 못 내고 뒤를 바라봤다. 레이스를 펼치던 선수들과의 격차도 순식간에 반 바퀴 이상 벌어졌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던 순간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0·성남시청)이 나섰다. 전광석화같이 이유빈을 따라간 최민정은 이유빈의 손을 터치한 뒤 한 바퀴를 돌았다. 이유빈의 앞 주자로 한 바퀴 반을 돈 최민정은 이유빈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역할을 마치고 트랙을 돌다 이유빈이 넘어진 것을 보고 다시 달린 것이다. 반 바퀴를 달리고 당초 이유빈의 다음 주자인 김예진 다가오자 ‘좀 더 돌겠다’는 수신호를 주고 반 바퀴를 더 돈 뒤에야 김예진의 엉덩이를 밀었다. 쇼트트랙에서는 순서는 정해놨지만 특정 선수가 더 달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계 최강’ 여자대표팀에 경기 초반 실수는 충분히 극복 가능했다. 최민정의 재치 있는 투혼에 남은 선수들도 힘을 발휘했다. 남은 23바퀴에서 극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실수를 했던 이유빈도 이를 악 물고 격차를 조금씩 지워갔다. 반 바퀴 차이는 반의 반 바퀴로, 급기야 10m 이내로 줄어갔다. 한때 방송 중계카메라에서 사라진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모습도 한 화면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1바퀴를 남기고 본격적인 ‘역전쇼’가 펼쳐졌다. 최민정이 헝가리 선수를 제치고 4위에서 3위로 치고 올라간 뒤 9바퀴를 남기고 김예진이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다음 주자인 심석희(21·한국체대)가 약 한 바퀴를 돈 뒤 인코스를 파고들며 캐나다 선수까지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막내의 실수를 언니들이 돌아가면서 만회해준 것이다. 한번 선두로 올라선 여자대표팀은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광판에 찍힌 공식기록은 4분6초387.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중국이 세운 올림픽 기록(4분6초610)을 깨는 순간이었다. 한 차례 실수한 뒤 포기하지 않고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운 여자대표팀에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여자대표팀이 보여준 위기 대응은 철저한 준비의 결과였다. 쇼트트랙은 선수들이 레인 구분 없이 한데 섞여 자리를 다투기 때문에 자주 넘어지고 반칙으로 인한 실격 등 돌발 상황이 많다. 대표팀은 이에 대비해 훈련 중 호흡훈련 외에도 몸싸움 대비 등 여러 시뮬레이션 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꼼꼼한 준비와 수없이 반복된 훈련이 이날의 기적 같은 올림픽 기록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날 방송 해설을 한 전이경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42)은 “선수들이 돌발 상황에 대한 훈련을 잘 해온 것 같다”며 “이런 실력이라면 초반이 아닌 중반에 실수를 했어도 만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선수들도 한국 선수들의 역주에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카산드라 브라데트(29)는 “(한국이 넘어진 뒤) 우리도 다리가 힘들 정도로 속력을 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하게 그들이 아주 빨리 따라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여자대표팀의 금빛을 향한 계주 질주는 20일 펼쳐진다. 강릉=김배중 wanted@donga.com·강홍구 기자}

‘불어라 금(金)바람.’ 9일 개회식에 이어 평창 겨울올림픽 이틀째인 10일부터 본격적으로 메달레이스가 시작된다. 이날 쇼트트랙, 스키 바이애슬론, 스키점프 노멀힐 등 5개 종목에서 5명의 올림픽 챔피언이 탄생한다. 한국도 본격적으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날 황대헌(19·부흥고), 임효준(22·한국체대), 서이라(26·화성시청)가 남자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한다. 겨울올림픽 효자종목으로 꼽혀 왔던 쇼트트랙 대표팀은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 남자팀이 ‘노 골드’의 수모를 겪었다. 남자팀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들의 성적에 따라 겨울올림픽 역대 최다인 ‘금메달 8개’를 목표로 삼은 한국 대표팀의 전체 메달레이스의 향방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단추를 잘 끼우면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오후 7시부터 예선이, 오후 9시 28분부터 결선이 진행된다. 남자 대표팀의 최근 페이스는 좋다. 황대헌은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500m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따냈다. 현재 세계랭킹 1위로 AP통신 등은 ‘무서운 막내’ 황대헌을 유력한 금메달 주자로 꼽았다. 세계랭킹 4위 임효준도 금메달 후보로 손색이 없다. 부상 등이 겹치며 올 시즌 월드컵 대회에 두 번 출전했지만 한 차례 금메달을 땄다. 정강이 등에 큰 부상을 입어 7차례의 대수술을 받았던 임효준은 “그동안 준비해온 대회 중 가장 몸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4관왕’이란 원대한 포부를 밝힌 서이라도 금메달을 노린다. 서이라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뛰어난 ‘스펙’을 지녔다. 올 시즌 세계랭킹은 6위다. 결전을 앞두고 분위기도 최상이다. 한국대표팀은 8일 예정에 없던 북한과의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북한의 요청으로 쇼트트랙에 출전하는 최은성과 정광범이 훈련에 합류한 것. 이들은 마치 한 팀 선수들처럼 한데 어울려 밝은 표정으로 짧은 훈련을 진행했다. 대표팀 맏형 곽윤기(29·고양시청)는 “북한 선수가 아닌 어린 후배를 맞이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훈련했다”고 말했다. 반면 앞선 6일 북한과 같은 시간에 훈련을 한 중국은 혼자 훈련에 참가한 정광범을 배제한 채 자신들만의 페이스 유지에 집중했다. 8일 중국과 같은 시간에 훈련이 예정됐던 북한이 한국과의 합동훈련을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을 두고 상반된 반응을 보인 한국과 중국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도 흥미롭다. 메달밭으로 꼽히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도 정상을 향한 시동을 건다. 10일 열리는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 조편성에 따르면 김아랑(고양시청)은 ‘나쁜 손’으로 유명한 판커신(중국)과 같은 조로 예선을 치르게 됐다. 심석희(한국체대)는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와 올림픽 첫 레이스에 나선다. 판커신은 그동안 주요 국제대회에서 거친 경기 운영과 반칙으로 한국 선수들에게 악명을 떨쳤다.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어떤 종류의 정치, 종교, 인종 차별적인 선전도 금지한다.’ 올림픽 헌장 5장 51조 3항에 명시된 조항에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초대 불가 손님’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남북이 평창 겨울올림픽 공동 입장 때 사용할 한반도기 속 독도는 한일 간 영토 분쟁 문제로 빼기로 했다. 그런데 충무공 이순신, 성경 속 역사(力士) 삼손도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됐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명확한 기준이나 설명 없이 일방 통보를 내려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팀의 골리 맷 달튼(32)도 규제의 희생자가 됐다. 달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이 사용할 골리 장비를 새로 단장했다. 곳곳에 태극 문양을 넣고 헬멧 옆면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모습이 인쇄돼 있다. 푸른 눈의 한국인인 그가 한국 역사 속 영웅을 닮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3일 인천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평가전에서 그의 ‘이순신 헬멧’은 단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서는 ‘이순신 헬멧’을 볼 수 없다. IOC가 ‘정치적’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이순신 그림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달튼은 “IOC의 결정이 실망스럽지만 고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사상 첫 스켈레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서는 아담 에델만(27)도 트레이드마크인 ‘삼손 헬멧’을 쓸 수 없게 됐다. 종교적 이유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은 운동을 안 한다’는 편견을 깨겠다는 일념으로 스켈레톤 선수가 된 에델만은 ‘극복’의 의미로 기둥을 쓰러뜨리는 삼손이 그려진 헬멧을 사용했다. 운동선수로서 괴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하지만 평창에 온 뒤 사용 불가 통보를 받아 낙심해야 했다. IOC의 금지 여부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피겨 아이스댄스 종목에 출전하는 민유라(23), 겜린 알렉산더(25)도 배경음악 속 독도 가사 사용 여부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문의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 스키단복 속 문양을 두고 ‘신(新)나치’ 논란이 일지만 IOC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스키대표팀은 싸움의 신 티르를 상징하는 고대 북유럽 문자를 단복 문양 중 일부로 사용했다. 이는 노르웨이 극우집단인 ‘노르웨이 저항운동’이 사용하는 문양과 같다. 논란이 되자 노르웨이스키협회는 단복을 입는 것은 자유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알파인에 출전하는 요나탄 노르보텐(29)은 “우리 팀에서 해당 문양이 있는 스웨터를 입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맷 달튼(32), 브라이언 영(32), 티모페이 랍신(30)…. 이름이 낯설어도, 이국적인 외모를 가졌어도 이들의 공통점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경기에 나서는 국적회복 등을 포함한 귀화선수는 총 18명. 전체 한국 선수 145명의 12.4%를 차지한다. 한국의 겨울올림픽 출전 사상 가장 많은 수치다. 국적별로도 캐나다 8명, 미국 5명, 러시아 3명, 노르웨이, 독일 각각 1명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태극마크를 열망하며 한국을 찾았다. 귀화선수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종목은 11명이 포진한 아이스하키다. 남자 아이스하키의 경우 올림픽 등록선수 25명 중 7명(28%)이 귀화선수다. 아이스하키 강국인 캐나다와 미국 출신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골리’ 맷 달튼. 캐나다 출신인 그는 지난해 12월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에서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매 경기 5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선방 쇼를 펼쳤다. 한국 아이스하키 팀은 공격의 첨병인 포워드에 마이클 스위프트(31·캐나다 출신), 마이크 테스트위드(32·미국 출신) 등이 합류하며 화력도 세졌다. 스키 바이애슬론도 절반이 모두 러시아 출신이다. 출전선수 6명 중 티모페이와 안나 프롤리나(34),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28)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프롤리나가 2016년 3월 첫 테이프를 끊었고 같은 해 12월에는 청소년대표 출신 아바쿠모바가, 바이애슬론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인 티모페이가 지난해 2월 특별귀화 형식으로 한국인이 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에서는 외양으로 알아볼 수 없을 한국계 선수 4명이 포진했다. 박윤정(26·마리사 브랜트)은 1992년 12월에 태어난 후 4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2016년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캐나다 교포 출신 박은정(29)과 임진경(25), 어머니가 한국인인 랜디 그리핀(30)도 뿌리를 찾아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로 결심했다. 스키 크로스컨트리의 김마그너스(30)도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서 국가대표가 되기로 결심했다. “억수로 올림픽 나가고 싶다 아입니꺼.” 부산사투리 한마디에 한국 국가대표를 향한 그의 열망이 녹아 있다. 루지 독일 주니어 국가대표 출신인 에일린 프리쉐(26)는 2015년 독일 대표팀서 은퇴했지만 한국인 ‘임일위’로 다시 썰매를 탈 예정이다. 피겨 아이스댄스의 겜린 알렉산더(25), 스키 프리스타일의 이미현(23·미국명 재클린 클링)도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 중이던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서이라(26·화성시청)와 ‘맏형’ 곽윤기(29·고양시청)가 공중에서 영상을 찍는 와이어카메라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자 여자 대표팀 간판 심석희(21·한국체대)도 미소를 지었다. 6일 결전의 땅 강릉으로 넘어와 처음 공식훈련을 가진 ‘겨울올림픽 효자 종목’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대표팀은 오전 강릉 영동대,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두 차례 훈련을 진행했다. 최근 불거진 코치 폭력 사태와 금메달 압박을 벗어던지고 훈련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선수들은 훈련 중간 삼삼오오 모여 경기장 한쪽에 마련된 모니터를 보며 자세 등을 확인했다. 영상을 확인한 선수들은 손짓으로 설명을 하며 서로를 독려했다. 오전 훈련은 계주에 초점이 맞춰졌다. 예정보다 1시간 빠른 오전 9시 반쯤 강릉 영동대를 찾은 대표팀 선수들은 원형으로 빙 둘러 모여 어깨동무를 하고 “파이팅”을 크게 외친 뒤 훈련에 돌입했다. 한 시간 넘는 훈련 시간 동안 선수들은 남녀 한 명씩 트랙을 돌며 호흡 맞추기에 집중했다. 계주는 남녀 모두 금메달을 노리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여러 인터뷰서 “계주 금메달이 우선 목표”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계주 금메달을 획득했던 김아랑(23·한국체대)은 “노력한 결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종목이라고 동생들한테 설명한다”고 말했다.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진행된 오후 훈련에서는 적응훈련에 집중했다. 실제 올림픽 경기가 열릴 이곳에서 선수들은 계주 연습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10명이 섞여 일렬로 트랙을 돌았다. 후반부 들어 코치들이 랩타임을 체크하며 ‘스피드 업’을 주문하기도 했지만 강도 자체는 높지 않았다. 훈련 막바지에는 간단한 스타트 연습도 진행했다. 경기장 빙판에 대한 선수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경기 당일 관객들이 발산하는 체온으로 얼음이 물러지는 상황에 대비해 물을 뿌리고 훈련을 진행했지만 얼음이 딱딱한 편이라고 선수들은 말했다. 서이라는 “빙질이 안 좋다고 얘기하는 선수는 없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도 단단한 얼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이 목표로 삼은 금메달 수는 8개다. AP통신은 6일 한국이 8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5위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중 7개의 금메달이 쇼트트랙에서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대표팀 내 사기도 높다. 임효준(22·한국체대)은 “요즘 주변에서 (잘되는 쪽으로) 꿈에 자주 나온다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 실수만 안 한다면 대표팀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10일 남자 1500m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선수단 라커룸에 라커 하나를 추가로 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2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는 미국 하키대표팀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요청을 받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라커룸 구조나 라커 배치에 관한 각국 담당자의 문의는 더러 있었지만 추가 요청은 드문 일이라 관계자도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는 흔쾌히 ‘OK’ 답변을 줬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달 21일 미국 아이스하키계는 큰 별 하나를 잃었다. 대표팀 단장으로 20여 년 동안 대표팀을 위해 헌신하고 평창올림픽 출전을 준비했던 짐 조핸슨 단장이 향년 53세로 별세한 것.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슬픔에 빠졌다. 한국대표팀 백지선 감독도 최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하키 가족인 짐 조핸슨이 운명했다”며 애도를 표했다. 조핸슨 단장은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올림픽 메달권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그가 단장을 맡은 동안 미국 대표팀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크고 작은 메달만 60여 개를 획득했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평창올림픽 불참을 선언해 미국 대표팀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조핸슨 단장은 NHL 경험이 있는 노장들, 대학팀, 유럽리그 선수들로 25명의 선수명단을 직접 짰다. 우승후보 1순위 러시아에 전력이 크게 뒤진다는 평가에도 미국을 쉽게 무시할 수 없던 이유였다. 조핸슨 단장은 대표팀이 방문 대회를 나갈 때 화장실 휴지까지 신경 쓸 정도로 선수들을 챙겼다. 그가 세상을 뜨기 전 올림픽 관계자에게 세심하게 문의해 오던 것도 선수 라커룸 구조와 라커 배치에 관한 것이다. 그의 세심함에 담당자들은 그림을 그려서 구조를 설명해 줬을 정도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조핸슨 단장은 유쾌한 큰형님이었다. 대표팀은 올림픽에서 ‘조핸슨 라커’를 만들어 그와 경기마다 함께하기로 했다. 라커는 그를 애도하는 물품들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후임 단장 자리도 공석이다. 미국의 목표는 1980년 자국에서 열린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 때의 기적을 재현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NHL 선수들이 없었던 미국은 당시 세계 최강 소련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서영우 조도 평창 올림픽에 고인이 된 맬컴 로이드 주행코치와 함께 달리기로 결정했다. 선수들은 헬멧과 썰매에 이니셜 ‘G’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뛴다. G는 ‘Gomer’의 약자로 로이드 코치의 별명이다. 2013년 한국대표팀에 영입된 로이드 코치는 봅슬레이팀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주먹구구식 훈련 방식을 뜯어고치고 전 세계에 존재하는 공인트랙 15개의 코스 공략법, 장비관리법 등을 꼼꼼히 지도했다. 선수들의 기량도 만개했다. 2015∼2016시즌 중 별세한 로이드 코치는 선수들에게 유언으로 “올 시즌 남은 메달을 모두 가져와달라”고 전했다고 한다. 당시 원윤종-서영우 조는 헬멧에 ‘Gomer’, 썰매에 로이드 코치의 사진과 함께 영문으로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달렸다. 그리고 그의 유언처럼 시즌 5차 대회서 아시아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세계랭킹 1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열린 평창 올림픽 테스트이벤트 당시 평창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던 로이드 코치의 부인은 직접 평창을 찾아 한국대표팀을 응원할 예정이다. ‘신(神)과 함께’ 올림픽을 치를 이들이 고인들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폭발 직전이에요.” 평창 선수촌에서 근무하는 보안요원 A 씨는 한숨을 쉬었다. A 씨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말 모 보안업체 보안요원에 지원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현장근무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다. 올림픽이라는 국가 행사를 앞두고 현장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다.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올림픽 보이콧이란 단어도 심심찮게 들린다. 국가대표 탈락자들의 항의 집회가 진행되고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생존권 보장’ 목소리를 높인다.○ 올림픽 현장의 ‘불협화음’ A 씨가 일하는 보안업체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외주를 받아 선수촌과 각 경기장 등 올림픽 시설에서 보안검색을 한다.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비해 AD카드가 없는 사람들을 가려내고 위험한 물건은 미리 차단해야 하는데 ‘무경험자들’이라 곳곳에서 실수가 쏟아지고 있다. 강릉, 평창, 정선 등 현장에 배치된 보안요원은 약 2400명. 전국 25개 협력대학 등에서 모집했다. 초보들이 대부분인데 사전교육은 업무교육보다 사명감 주입이 주를 이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B 씨는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점만 계속 강조했다. 배운 게 없어 현장에서 칼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실수로 통과시켜가며 해야 할 내용을 체득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일을 시작한 지 닷새 만인 3일 그만둔 C 씨는 “‘주간 12시간, 야간 12시간 후 비번’이라는 근무수칙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안 지켜지고 있다. 숙소에서 근무지까지 이동하는 시간만 왕복 3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12시간 이상 근무는 기본이라는 것이다. 밤 12시 무렵 처음 현장에 도착한 뒤 추운 곳에 방치됐다가 오전 3시에 숙소에 왔다는 C 씨는 쪽잠만 자고 오전부터 하루 종일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당일치기’ 교육 뒤 맞지도 않는 근무복을 받아들고 야간근무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너무 힘들어 일할 의욕이 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보안요원 중 일부는 식중독이 의심되는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현장 체계가 잡히지 않아 열악한 건 사실이다. 보완해 가겠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진행에 투입될 자원봉사자 193명 중 60여 명은 모의 개회식이 진행됐던 3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개회식 리허설 진행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가 개회식 직전 철회했다. 재고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조직위가 자원봉사자 일부에게 보급품 일부를 사비로 구입하라고 공지하는 등 열악한 환경이 이유가 됐다. 한 봉사자는 “조직위에서 처우 개선 등을 약속해 ‘보이콧’은 철회했다.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선 ‘출전권, 생존권 보장’ 목소리 4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인근에서는 대회 출전이 좌절된 선수와 가족들의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경성현(28·홍천군청), 김현태(28·울산스키협회), 김설경(28·경기도체육회) 등 스키선수들은 이날 국가대표 단복을 입고 ‘평창에서 뛸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집회는 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까지 진행된다. 선수들은 “선수단 결단식에까지 참석했는데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 선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공정성도 의심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당초 한국이 확보한 출전권은 4장이었지만 이런 내용이 사전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더 많은 선수가 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선수들과 협회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휘닉스 평창 인근 스키대여업체 거리에는 ‘생존권 보장’ 내용이 담긴 펼침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지난달 22일 조직위가 올림픽 준비를 위해 스키장을 전면 통제하면서부터다. 통제 이후 스키장을 찾는 관광객이 없어져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상인들은 올림픽이 끝나는 25일까지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선수단이 대형 인공기를 숙소 외벽에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오전 11시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머무는 강릉 선수촌 804동 15∼17층 외벽에 대형 인공기가 세로 방향으로 3개 층에 걸쳐 걸렸다. 가로세로 약 2.5m, 6m 크기다. 북한의 대형 인공기는 802동 외벽에 가로 방향으로 걸린 카자흐스탄 국기와 사이즈는 비슷하지만 세로 방향이라 눈에 잘 띈다. 북한 선수단이 머무는 804동은 선수촌 단지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지만 인공기가 설치된 지점은 선수촌 웰컴센터에서 한눈에 보인다. 북한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번과 비슷한 사이즈의 대형 인공기를 숙소 외벽에 걸었다. 이전까지 북한은 국제대회에서 창문 크기의 인공기를 내걸었지만 김정은 집권 후 스포츠를 통한 체제 선전을 위해 대형 인공기를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평상시 인공기 게양은 불가능하지만 올림픽 기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게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 숙소가 있는 801동에는 태극기가 아닌 13개 층을 뒤덮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현수막에는 선수단 로고와 함께 ‘대한민국은 당신이 흘린 땀을 기억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조직위에 따르면 각국 선수단이 숙소에 내거는 국기 사이즈 등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다만 조직위원회에서는 각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선수촌 창틀의 사이즈를 미리 알려줘 그에 맞는 국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패럴림픽도 남북 공동 입장한편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이날 “남북이 패럴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에 공동 입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이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PC는 북한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 마유철(27)과 김정현(18)에게 두 장의 와일드카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강릉=김배중 wanted@donga.com / 황인찬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 선수촌 내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폴리클리닉’의 시스템과 시설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릉선수촌 클리닉 관계자들은 클리닉 내 동선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밀접하게 움직여야 할 신경외과 및 정형외과가 응급실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겨울올림픽 특성상 외상을 입는 선수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클리닉 내 응급실과 신경외과의 동선 사이에 대기 시간이 비교적 긴 치과 등 다른 과는 물론이고 외래환자 대기 공간까지 포진했다. 클리닉 개소 전 현장에 투입될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동선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구조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올림픽이 가까워지고 방문자가 많아지면 의료진이 응급환자를 보러 갈 때 일반 환자 사이를 뚫고 가야 하는 아주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클리닉 내에 구축된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이 의료진이 기존에 사용하던 시스템과 달라 엇박자가 날 수도 있다. 의료진이 갖고 온 의약품 중 일부는 시스템상에 아예 등록되지 않았다. 의사가 전자시스템으로 ‘약품 A’를 처방할 때 시스템상에 약품 A가 등록되지 않아 비슷한 성분의 ‘약품 B’를 입력한 뒤 약제과에 설명하면 약제과에서 약품 A를 조제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처방과 다른 약을 환자가 복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에 일부 의사는 사고를 막기 위해 손으로 직접 처방전을 작성하고 있다고 한다. 시설도 부실하다. 선수촌은 대회가 끝난 뒤 분양될 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에 식당과 우체국 등 편의시설 대부분이 올림픽 기간 중 가건물로 세워졌다. 환자들을 맞는 클리닉도 단지 중앙에 세워진 가건물로, 내부 공간도 대부분 가연성 자재로 이뤄졌다. 건물 보온도 잘 안 돼 개소 초반 내부 근무자들은 겨울점퍼를 입고 근무하는 등 추위와의 전쟁을 벌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조사를 나와 “‘서머 텐트(여름철용 텐트)’ 같다”는 지적을 한 뒤 열풍기 등이 보완됐다. 하지만 클리닉 지하에 있는 물리치료실 난방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환자들의 체온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온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클리닉 관계자는 “겨울올림픽인데 병원시설을 가건물로 만든 건 문제가 있다. 강추위가 오거나 폭설이 내릴 경우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초를 다투는 의료진의 숙소를 지나치게 먼 곳에 배정한 것도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많이 나온다. 조직위는 강릉선수촌 내 의료진에게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속초의 한 콘도를 숙소로 제공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상주하는 의료진이 숙소를 오가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위급 상황 시 빠른 대처도 불가능하다. 의료진을 파견한 서울대 측은 자체 비용을 들여 클리닉과 10분 거리에 있는 숙소를 구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공정이 늦어져 완벽하게 서비스를 준비 못 한 부분이 있다. 미흡한 부분은 최대한 고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IOC에 따르면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참가 선수 2780명 중 391명(14%)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폴리클리닉을 찾았다. 같은 기간 질병으로 이곳을 찾은 선수도 249명이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도 참가 선수의 약 11%가 부상을 당했다.강릉=김배중 wanted@donga.com·평창=이헌재 기자}

검은 털모자에 남자는 검은색, 여자는 자주색 코트를 입고 가슴에 인공기 배지를 단 북한 선수단은 말이 없었다.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준비된 버스에 오른 뒤에는 창밖을 내다보며 미소로 화답했다. 손을 흔들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1일 오후 6시 10분경 강원 양양국제공항에 전세기편으로 도착한 북한선수단 본진은 32명. 선수단장인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스키 빙상 선수 10명, 임원 등이 포함됐다. 도착 1시간 만인 오후 7시 10분경 원 단장이 김기홍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차장의 안내를 받으며 입국장으로 나왔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에 출전하는 렴대옥은 버스 창문을 통해 취재진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북한 임원 중에는 비디오카메라 등을 들어 기자로 보이는 인사들도 있었다. 이들은 5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곧바로 강릉선수촌으로 이동해 입촌했다. 북한 임원 3명이 선수촌에 입촌할 때 액체류를 반입하려다가 제지당하자 항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물이나 술 등은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다. 보안요원들이 일단 해당 물품을 맡아 검사한 뒤 이상이 없으면 돌려주기로 했다. 북한 선수들은 선수촌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식사를 했다. 메뉴를 꼼꼼히 살피던 렴대옥은 고기류는 거의 고르지 않았고 버섯과 샐러드, 요구르트 등 채식 위주로 식사를 마쳤다. “고기는 전혀 먹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원래 고기는 잘 안 먹습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체중 조절을 하고 있느냐”고 재차 묻자 “예”라고 짧게 답했다. 평창 올림픽 출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다 좋습니다. 한민족끼리 같이 경기에 나오니까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원 단장은 역도 선수 출신이다. 올해 남북 고위급 회담과 평창 올림픽 참가 관련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한 대표로 나왔다. 선수 10명은 알파인 스키 3명, 크로스컨트리 스키 3명, 피겨스케이팅 페어 2명, 쇼트트랙 2명 등으로 구성됐다. 원 단장과 선수들 외에도 코치 3명과 지원인력 18명이 선수단 본진에 포함됐다. 지난달 25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위해 15명이 들어오는 등 두 차례에 걸쳐 들어온 북한 인원은 47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선수단의 규모를 선수 22명, 임원 24명 등 모두 46명으로 승인했으나 실제 인원은 1명이 늘어났다. 원 단장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진행된 남북 스키 공동훈련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1일엔 서로 자유롭게 스키를 탔고, 1일 오전에는 알파인스키 친선경기 및 크로스컨트리 공동훈련을 진행했다. 북한 알파인스키 리진명은 1박 2일 일정으로 남한 선수들과 훈련한 소감을 묻자 “한겨레 한 언어가 닿아 있는 경기에서 함께해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알파인스키 김청송 선수는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남측 선수들과 세계 패권을 함께 쥐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남한 취재진이 ‘평창 올림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마디 말해 달라’고 묻자 북측 알파인스키 김유정 선수는 “아직 올림픽에 누가 나가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남한 선수들도 공동훈련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크로스컨트리 김선민(단국대 2년)은 “북한 선수들이 먼저 앞장서서 코스로 올라가면서 설명해주고, 같이 내려오면서 이야기도 하고 다른 선수들과도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남영 대한스키협회 부회장은 “스키장 코스와 설질이 좋았다. 앞으로 훈련이 계속된다면 남북 선수들 모두 기록이 향상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선수들은 오후 2시 30분에 마식령스키장을 떠났다. 35분 거리의 갈마비행장까지 가는 길은 한산했다. 갈마비행장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같은 아시아나항공 OZ1368편 비행기에 탑승했다. 한편 마식령스키장에서는 인기 스노모빌 브랜드인 캐나다산 ‘스키두(Ski-Doo)’의 모빌 4대가 눈에 띄었다. 스노모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3년 북한 유입을 금지한 사치품이다. 북한 선수들은 “(자신들이 입은) ‘골드윈’ 경기복은 60만 원, ‘레키(LEKI)’ 스키폴은 20만∼30만 원대”라며 “모두 조국에서 사줬다”고 설명했다. 골드윈 제품이 남한 골드윈코리아의 제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마식령·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황인찬 기자·공동취재단}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29·사진)의 평창 겨울올림픽 팀추월 출전 불가 해프닝의 단초가 됐던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 번역본’이 번역 때부터 잘못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규정이 포함된 ISU의 ‘특별규정’은 2008년 처음 제정됐다. 당시 연맹은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규정을 전면 번역했다. 2년마다 ISU에서 통상회의가 열리고 규정 일부가 수정됐는데 이때마다 연맹은 수정된 부분만 보완했다. 팀추월 규정은 2010∼2016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아 2008년 당시 번역 내용이 그대로 유지됐다. 문제는 팀추월 규정과 관련된 연맹의 번역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별규정 원문 209조 제2항 f에 따르면 팀추월에 개최국 한 팀이 참가할 수 있다. 개최국에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단, 출전선수는 선수나 팀에 적용되는 엔트리의 ‘일반조건’을 따라야 한다. 일반조건에는 선수가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기준 등이 명시돼 있다. 즉 팀추월 출전 혜택을 받더라도 선수 개인도 개인자격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연맹의 규정 번역본에는 일반조건을 따라야 한다는 문구가 빠져있다. 개인종목 출전권이 없던 노선영을 팀추월 엔트리에 계속 포함시킨 채 훈련을 진행해왔던 이유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한국은 개인종목 출전선수들로 팀추월 엔트리를 구성해 문제가 없었다. 개최국 혜택을 받았지만 규정에 안 맞는 노선영을 엔트리에 포함시키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연맹은 최근 자체 조사를 통해 2008년 첫 번역 작업에서 일반조건 내용이 빠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연맹은 자체 내부 규정에 번역을 외부 전문가가 한 뒤 종목 심판이사가 해당 내용을 감수하고 ISU 심판에게도 번역 내용을 확인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2008년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가 퇴사해 (당시 과정이나 번역자 경력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올림픽에 참가하려면 5만7000달러(약 6000만 원)가 필요하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아프리카 가나의 제리 샤이브 선수단장이 28일 지원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현지 매체인 ‘가나 웹’이 전했다. 열대 국가인 가나는 겨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을 극복 중이다. 가나가 출전시키는 선수는 1명. 아프리카 선수로는 두 번째로 스켈레톤에 참가하는 아콰시 프림퐁(32)이다. 29일 평창올림픽조직위 집계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와 선수는 총 92개국 2925명이다. 가나를 비롯해 단 1명의 선수만 보내는 곳이 17개국에 이른다. 평창 올림픽에는 사상 처음으로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도 6개국이나 된다. 이색 경력이나 사연을 지닌 선수도 많다. 지원을 호소한 프림퐁은 육상선수 출신이다. 가나에서 태어나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주니어 선수 시절 200m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유망주였다. 그러나 발목 부상으로 부진했고 네덜란드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려던 꿈은 무산됐다. 그는 훈련 도중 봅슬레이팀의 눈에 띄어 브레이크맨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봅슬레이에서 올림픽 출전을 노렸으나 또다시 무산되자 2015년 가나로 돌아가 스켈레톤 선수로 전향했다. 난민 출신으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다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선수도 있다. 역시 단 한 명의 선수만 출전시키는 코소보의 스키대표 베스닉 소콜리(36)다. 그는 조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피해 10대 때 미국으로 떠났다. 코소보를 탈출하다 총에 맞고 칼에 찔리기도 했다. 부모와 함께 가까스로 미국에 도착한 그는 세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아버지가 스키강사였던 덕분에 3세 때부터 취미로 스키를 탔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년 동안 스키를 타지 않았으면서도 스키 실력은 단연 눈에 띄었다. 우연히 스키를 타러 갔다가 스키강사가 “왜 그리 스키를 잘 타느냐”며 대회 출전을 권했다. 이어 출전한 미국 지역대회에서 우승했다. 가족들이 올림픽에 출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자 그는 지난해 코소보스키협회에 접촉했고 대표 자격을 얻었다. 소콜리 역시 혼자 힘으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코소보로부터 모자와 스키 헬멧 정도만 지원받고 있다. 그는 요즘도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훈련하고 있다.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코소보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을 통해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소콜리는 코소보 최초의 겨울올림픽 선수다. 에티오피아에 합병됐다 30년 넘는 투쟁 끝에 1991년 독립한 아프리카 북동부의 에리트레아도 선수 1명을 파견한다. 눈을 찾아보기 힘든 지역이지만 스키선수를 출전시킨다. 캐나다 이민 2세인 섀넌오그바니 아베다(22)다. 아베다는 1980년대 독립전쟁을 피해 캐나다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1996년 태어났다. 눈이 많은 캐나다 앨버타주 포트맥머리에서 자란 아베다는 자연스럽게 스키를 접했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캐나다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의 조국 에리트레아는 항상 그의 마음에 있었다. 아베다는 “캐나다에 있는 에리트레아 공동체에서 과분한 응원과 지원을 받았다. 캐나다 친구도 많지만 에리트레아 사람으로서의 뿌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눈 구경하기 힘든 지역에서 스키에 바퀴를 달고 연습하며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도 있다.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하는 에콰도르의 클라우스 융블루트 로드리게스(39)다. 호주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까지 딴 그는 유학 시절 스키를 익혔다. 에콰도르에서는 스키를 훈련할 곳이 없어 스키에 바퀴를 달고 훈련했다. 말레이시아의 청년 제프리 웹(19)도 이 나라 최초의 올림픽 알파인 스키 대표로 출전한다. 여자 봅슬레이 2인조에 출전하는 나이지리아의 세운 아디군(31), 은고지 오누메레(26), 아쿠오마 오메오가(25)는 육상선수 출신이다. 이들의 스토리는 평창판 ‘쿨러닝’(자메이카 선수들의 올림픽 봅슬레이 도전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외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갖가지 사연과 열정을 안고 출전한다. 한국은 역대 겨울올림픽 최대인 144명을 출전시킨다. 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동아행복지수 조사에서는 20대의 행복도가 가장 낮았다. 20대 남녀의 행복지수는 각각 54.05점, 52.30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30대 남성 59.20점 △30대 여성 55.48점 △40대 남성 58.86점 △40대 여성 62.66점 △50대 남성 61.20점 △50대 여성 63.05점이었다. 대체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행복도가 올라갔다. 20대 행복도가 가장 낮은 것은 ‘최악의 취업난’과 연관성이 높다. 대학생 김모 씨(27)는 “20대가 된 뒤 점점 행복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방학 때마다 영어공부, 인턴 경력 쌓기 등으로 학기 때보다 더 바쁘게 살았다. 취업을 위한 스펙 준비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취업 스트레스에 행복감을 느낄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김 씨는 요즘 매일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스터디룸을 찾아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과 2시간씩 두툼한 인·적성 시험 기출 문제집을 푼다. 김 씨는 매일 반복되는 고된 일상에 “취업이 되면 행복해질 것 같은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업을 찾는 과정, 또 취업 이후 안착하는 험난한 여정을 거치면서 20대의 행복도가 떨어진 셈이다. 20대 여성의 행복지수는 더욱 심각했다. 성폭력 등 안전에 대한 공포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주관적 행복감이 더 떨어졌다. 대학생 장모 씨(24·여)는 “취업시장에서 공공연한 여성 차별도 20대 여성의 행복감, 나아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20대의 부채는 2016년 1681만 원에서 지난해 2385만 원으로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청년의 첫 취업 평균 소요기간은 12개월로 나타나 2015년 5월 조사 때(11개월)보다 1개월 늘어났다. 사회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평창은 황태구이, 강릉은 생선회가 최고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올림픽 기간에 그 음식들만 먹을 수는 없고…. 먼 훗날에도 한국을 떠올릴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 없을까요?” 최근 본보와 함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과 강릉을 둘러본 캐나다인 레미 란즈밴(27)은 불쑥 이렇게 물었다.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민유라(23)와 한 조를 이뤄 출전하는 귀화 선수 겜린 알렉산더(25)도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외국 선수들이 제게 ‘한국에 가면 뭘 먹어야 좋을까’라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은 음식점이 다양해서 소개하기 좋은데…. 강원도는 잘 모르겠네요.” ‘올림픽도 식후경’이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내국인도 ‘올림픽 관람 전후 무얼 먹을까’를 고민한다. 음식 고민에 빠진 관광객들에게는 강원도가 선보인 ‘평창 올림픽 강원 특선음식 30선’을 추천할 만하다. 강원도는 2016년 먹거리 세계화를 위해 평창과 강릉, 정선에서 각각 10개씩 총 30개의 특선음식을 선정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현재 3개 지역 128개 업소에서 특선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은 해당 음식점을 찾아 음식의 맛과 특징을 알아봤다. ○100% 메밀 ‘간장소스 파스타’평창, 황태칼국수-더덕롤까스도 눈길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더덕향’ 입구에는 특선음식 간판들이 서 있었다. 이 식당은 평창 특선음식 10개 중 6개(메밀파스타, 한우불고기, 황태칼국수, 더덕롤까스, 비빔밥샐러드, 굴리미)를 판매한다. 소설가 이효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면에 위치한 음식점의 메뉴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메밀 파스타’였다. 봉평에서 생산되는 100% 순 메밀로 만든 면에 간장 소스와 마늘향으로 맛을 낸 파스타는 담백하면서도 메밀면 특유의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식당 주인 김순희 씨(60)는 “외국인들이 파스타를 먹을 때를 대비해 맵거나 짜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음식도 외국인의 기호에 맞춰 독특한 변신을 시도했다. 한우불고기는 평창 대관령 한우로 만들어진 떡갈비와 함께 특별 소스가 나온다. 김 씨는 “외국인 입맛도 고려해 마요네즈와 쌈장을 8 대 2의 비율로 섞은 소스를 곁들인다. 쌈장의 강한 맛과 마요네즈의 부드럽고 순한 맛을 융화시켰다”고 말했다. 음식의 플레이팅도 한우 옆에 소스를 날개 모양으로 배치해 월계관을 형상화했다. 황태칼국수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지락칼국수와 차이가 있다. 칼국수 위에 놓인 황태포튀김을 주목해야 한다. 감자면과 조개육수로 이뤄진 칼국수만 먹다 보면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짭조름한 맛의 황태포튀김을 곁들이면 김치 없어도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다. 김 씨는 “우리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더덕롤까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향이 강한 더덕은 어린아이들이 기피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하지만 김 씨는 “더덕을 기름에 튀기면 향이 약해지고 단맛이 난다. 여기에 어린아이들이 잘 먹지 못하는 우엉, 도라지 등을 첨가한 뒤 돈가스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김 씨 등 특선음식을 판매하는 업주들은 지난해 봄부터 면사무소 등에서 음식 수업을 받았다. 그는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이 한국 음식의 다양한 맛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통 살려 매콤새콤 ‘두부삼합’강릉, 두부밥상-크림감자옹심이도 호평강릉시 초당순두부길에 위치한 ‘토박이할머니순두부’에 도착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전통미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현대식 식당과 달리 이 음식점은 초가집을 리모델링했다. 이곳에서는 강릉 특선음식 10선 중 두부삼합과 두부샐러드, 초당두부밥상을 맛볼 수 있다. 두부삼합은 황토색 전골 그릇에 돼지고기(삼겹살)와 묵은지, 두부, 부추, 깻잎 등이 함께 나온다. 돼지고기와 묵은지가 어우러져 매콤한 맛이 느껴지며 달콤한 정선옥수수막걸리와의 궁합이 좋다. 다만 외국인들이 먹기에는 다소 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식당주인 김규태 씨(47)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지난해 강릉에서 피겨스케이팅 대회(4대륙 선수권)가 열렸을 때 일본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이 음식을 좋아했고 맵다는 반응은 없었다”면서 “한국에 왔으니 관광객들이 한국적인 것을 느끼는 것이 문화올림픽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당두부밥상은 쟁반에 밥과 두부찌개, 콩비지, 밑반찬(김치, 삭힌 고추, 감자채나물)이 나온다. 찌개에 고추기름이 들어가 있지만 두부와 함께 먹으면 크게 맵지 않다. 이 음식점은 한 개의 방에만 식탁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좌식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좌식 문화를 체험하면서 강릉이 자랑하는 두부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김 씨는 “온돌방이 뜨끈뜨끈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다리를 쭉 뻗고 앉아 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웃었다. 강릉의 대표 향토음식 중 하나는 감자옹심이(감자를 강판에 갈아 반죽을 만든 뒤 밀가루 수제비처럼 해먹는 음식)다. 강릉 특선음식에는 ‘크림감자옹심이’가 포함돼 있다. 크림감자옹심이는 부드러운 옹심이에 크림소스를 얹고, 볶아서 기름을 뺀 베이컨과 토마토를 곁들였다. 크림감자옹심이를 판매하는 강릉 만선식당 대표는 “크림감자옹심이만 먹기 위해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올림픽 시작 전부터 히트를 친 메뉴가 됐다. 크림소스가 들어갔지만 우리 업소만의 비법으로 느끼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소한 나물맛 ‘곤드레비빔밥’정선, 굵은 메밀면 콧등치기국수도 인기매년 관광객 70만 명 이상이 찾는 정선 5일장은 정선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토속 냄새가 물씬 나는 다양한 특산물과 넉넉한 인심을 만날 수 있는 명품시장이다. 2일과 7일 장날과 토요일에는 관광객을 위한 정선아리랑 공연 및 마당극 등 특별공연이 펼쳐진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정선의 문화를 즐기는 동시에 지역 특산물인 곤드레를 사용한 ‘곤드레비빔밥’과 얼큰한 ‘콧등치기국수’를 맛볼 수 있다. 취재진은 5일장길에 위치한 정선 성원식당에서 두 음식의 맛을 체험해봤다. 곤드레비빔밥은 보통의 산나물에 비해 자극적인 향이 없고 부드러운 곤드레를 들기름에 볶고 갓 지은 밥에 여러 나물과 함께 올린 뒤 간장양념장에 비벼 먹는다. 간장양념의 맛과 곤드레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풍미가 난다. 강원도 관계자는 “취향에 따라 좀 더 강한 맛을 원하면 고추장을 넣어 곤드레 비빔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인 홍선옥 씨(56)는 “곤드레가 겉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향이 심하지 않고 깔끔한 맛에 매료돼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콧등치기국수는 멸치와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만들고 메밀면을 삶은 뒤 김치를 얹는다. 얼큰한 맛이 일품인 콧등치기국수는 구수하고 순한 맛의 곤드레막걸리와 궁합이 좋다. 홍 씨는 “콧등치기국수는 이름이 특이해 사람들이 호기심에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콧등치기라는 이름은 쫄깃하고 굵은 메밀면을 후루룩 빨아들일 때 면의 끄트머리가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고 설명했다. 정선 지역 특선음식의 아쉬운 점은 10가지 선정 메뉴 중 4가지(감자붕생이밥, 느른국, 채만두, 옥수수푸딩)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아직 없다는 것이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뿐만 아니라 올림픽 이후에도 업주들에게 많은 메뉴를 판매할 수 있도록 권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평창·강릉·정선=정윤철 trigger@donga.com·김배중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30·사진)이 소속팀 중국 상하이를 1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상하이는 27일 중국 상하이시 루완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여자배구 슈퍼리그 랴오닝과의 홈경기에서 3-0(25-23, 25-20, 25-22)으로 완승했다. 이날 김연경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8점을 올렸다. 이날 승리로 상하이는 남은 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대결을 앞두고 상하이와 랴오닝은 나란히 9승 3패, 승점 28로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상하이가 세트 득실률에서 앞서 1위에 올라 있었다. 상하이의 정규리그 우승은 2000∼2001시즌 이후 17년 만이다. 당해 시즌까지 5시즌 연속 우승을 거두는 등 강팀으로 군림했던 상하이는 이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여자배구 세계 최강 공격수로 평가받는 김연경을 영입하고서야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었다. 김연경은 몸담는 팀마다 우승을 시키는 등 우승 청부사로서의 명성을 또 한번 과시했다. 2005년 흥국생명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연경은 데뷔 첫해인 2005∼2006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으로 흥국생명을 우승시켰다. 2009년 일본 JT 마블러스로 팀을 옮긴 김연경은 2009∼2010 정규시즌 우승, 2010∼201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등을 이끌었다. 유럽 무대에서도 명성은 이어졌다. 2011년 터키 페네르바흐체로 이적한 김연경은 6년 동안 터키 리그에서 유럽배구연맹(CEV) 여자 챔피언스리그(2011∼2012시즌), 터키 리그(2014∼2015, 2016∼2017시즌) 등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역대 겨울올림픽 사상 가장 큰 규모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출전 국가와 각국 참가 명단이 29일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27일(한국 시간) “‘스키 여제’ 린지 본(34)과 남자 피겨스타 네이선 천(19) 등 선수 242명이 평창 올림픽 102개 종목 중 97개 종목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겨울올림픽 최다로 2014년 소치 올림픽에 파견한 인원이던 230명보다 많다. 미국뿐 아니라 평창 올림픽에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발표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서 역대 가장 많은 출전권 24장을 확보한 캐나다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30명을 보낼 예정이다. 영국도 소치 올림픽보다 3명 많은 59명을, 일본도 겨울올림픽 사상 최다인 123명을 평창에 보낸다. 겨울올림픽 사상 첫 남북단일팀을 꾸린 북한도 IOC 등의 배려로 와일드카드를 받은 22명의 선수가 평창을 방문한다. 이 또한 역대 최대 규모다. 새로운 겨울훈련지로 주목을 받는 남반구의 뉴질랜드도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인 21명의 선수단을 꾸렸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평창 올림픽 불참 선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에 따른 러시아 선수단 출전 금지 등의 ‘악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창 올림픽의 규모가 사상 최대일 것이라는 기대감은 일찌감치 있었다. 종목 수가 102개로 겨울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100개가 넘었기 때문. 종목 수가 98개로 가장 많았던 소치 올림픽에 88개국 278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참가국 수, 선수단 수 모두 역대 최대 규모였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 관계자는 “이미 사전 등록국가 수는 95개국, 등록선수는 2900명대로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 달 5일 여자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을 앞세운 자메이카를 시작으로 평창 및 강릉선수촌에서 각국 선수단의 공식 입촌식이 진행된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자메이카를 포함해 브라질, 루마니아, 벨기에 4개국이 평창선수촌에서 입촌식을 치른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