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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월 세계 최대 만화 축제인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앙굴렘, 일본군위안부 특별전’(가칭)이 열리고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우리 만화가 출품된다. 전 세계 기자 800여 명, 작가 1600여 명, 관람객 25만 명 앞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한을 알리고 사과를 거부하는 일본을 고발하는 ‘역사적 증인’ 역할을 할 만화다. 필리프 라보 앙굴렘 시장도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일이다. 만화로 위안부 문제를 알린다면 많은 서양인이 알게 될 것이다”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11일 인천 서구 가좌동의 한 아파트 작업실에서 한국 만화가들을 대표해 위안부 만화를 그리고 있는 김광성 씨(59)를 만났다. 그는 “내가 그린 만화가 여러 언어로 번역돼 세계인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린다고 하니 어깨가 무겁다. 그들이 만화를 읽고 할머니들의 고통에 공감하도록 열심히 그리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5월 위안부 문제를 여성에 대한 성폭력 범죄, 인류 인권 침해 행위로 보고 위안부를 다룬 만화로 국제사회에 알리기로 결정했다. 여성부의 제의를 받은 한국만화연합은 여러 명의 작가 후보를 두고 고심 끝에 김 씨를 뽑았다. 김 씨가 한국인 가미카제 특공대를 그린 ‘순간에 지다’(2003년)로 제13회 대한민국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당시 시대 상황을 담은 만화를 많이 그려 왔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부회장이자 ‘오늘은 마요일’(1996)과 ‘총수’(2009)의 스토리를 쓴 정기영 작가가 맡았다. 만화 주인공은 열여섯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가 평생 상처를 가슴 속에만 품어 온 하금순 할머니(가상 인물)다. 할머니가 우연히 주한 일본대사관을 지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한 동료를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 씨는 화선지 위에 붓펜으로 선을 그린 다음 수채물감으로 칠하는 방식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다. 만화라지만 한 장 한 장이 한국화 맛을 살린 ‘작품’이다. 김 씨는 “켄트지 위에 같은 방식으로 그려 봤는데, 붓으로 매란국죽 치는 맛을 살리는 화선지가 더 낫더라. 외국인들에게 위안부 문제와 함께 붓으로 그리는 동양 만화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10월 완성을 앞두고 그는 하루 14시간씩 작업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은 그림 도구만 없다면 역사가의 서재를 떠올리게 했다. 작업실 책상과 책장에는 할머니의 구술을 담은 책부터 일제강점기를 다룬 학술연구서적까지 그의 손때를 탄 책이 가득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관련 책은 모조리 다 사서 읽다시피 했다. 팩트(사실)에 바탕을 둔 만화를 그리는 일이 몸에 배어 있다”고 했다. 구술자료를 읽으며 분노와 아픔에 떨기도 했다. “작가는 주인공 마음과 동화되는데 할머니들이 입에 담지 못할 상처를 당한 이야기를 읽으며 끔찍했고 아팠습니다. 그래도 말초적으로 자극하지 않고 담담하게 표현할 겁니다.” 김 씨는 수요시위에 참가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 위안부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씨도 만났지만 아직 할머니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가나 감독들이 작품을 끝내고선 매정하게 연락을 끊어 할머니들의 섭섭함이 크다는 얘기를 들었다. 게다가 자신이 남자라는 점도 작용했다. 김 씨는 “할머니들도 제 만화를 읽을 텐데, 그분들을 위로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 만화가 할머니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안산=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미래세움과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구름빵’ 테마파크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하나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주제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테마파크는 구름빵 캐릭터와 줄거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조형물과 놀이시설, 체험공간, 상업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진다. 내년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가맹점 형태로 시설을 늘려 나갈 계획이며 1650m²(약 500평)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흥원의 박흥수 원장은 “테마파크는 ‘구름빵’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완벽한 공간이 될 것”이라며 “구름빵을 세계 대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름빵은 2011년 대한민국콘텐츠어워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12년 대한민국브랜드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올해 7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팽이(최진영 지음·창비)=2010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최진영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욕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 비정규직 여성 실업청년 등 우리 시대 약자들의 삶을 다양한 형식으로 형상화했다. 1만2000원.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스티븐 호킹 지음·까치)=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71세 과학자의 자서전은 ‘간결’하다. 손 마비와 기관절개 수술로 컴퓨터와 음성 합성기로 1분에 최대 3단어를 말하고 쓸 수 있는 저자가 외부 도움 없이 썼다. 원서와 동시 출간됐다. 1만6000원.스페인문화순례(김창민 편·서울대출판문화원)=스페인의 정치 역사 미술 영화 문학 음악 등을 전공한 12명의 학자가 함께 쓴 스페인 문화 안내서. 쉽고 대중적인 문장으로 스페인 문화의 뿌리를 조망하고 현대 스페인의 일상을 소개했다. 3만5000원.욕망의 곤충학(길버트 월드바우어 지음·한울림)=미국 일리노이대 곤충학과 석좌교수인 저자가 인간의 문화 산업 역사 예술 문학 등에 이바지해 온 곤충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곤충을 주인공으로 인류 문명사를 풀어낸 재미가 있다. 1만5000원.이 치열한 무력을(사사키 아타루 지음·자음과모음)=‘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란 책으로 일약 스타 인문학자로 떠오른 저자의 대담, 강연, 기고 글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부제는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1만7000원.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다카하시 데쓰야 지음·돌베개)=도쿄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오키나와 미군기지 사례로 일본을 누군가의 이익이 다른 것의 생활을 희생시켜서 유지되는 ‘희생의 시스템’의 국가라고 비판한다. 1만1000원.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곤도 마코토 지음·영림카디널)=30여 년간 암 전문의로 일한 저자는 ‘시한부 3개월 선고’가 환자를 겁에 질리게 해 의사가 의도한 치료를 받게 하려는 수단이라고 폭로한다. 수술을 자제하고 항암제 치료를 최소화할 것을 촉구한다. 1만2000원.창업 후 3년(김유림 지음·행간)=신동아 기자인 저자가 벤처 시장에서 활약하는 젊은 대표 7인의 노하우를 전한다. 창업의 길목에서 고민 중인 사람을 위한 안내서. 1만3500원.산사로 가는 즐거움(현종 지음·공감)=책을 펼치니 그곳이 산사의 템플 스테이가 된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저자가 나직하게 고요한 산사 이야기를 풀어냈다. 1만4000원.}

“중국은 우리 고유의 무경(武經)인 조선세법(朝鮮勢法)이 탐나 중국 무예를 조선이 기록한 책이라며 억지 주장을 펼칩니다. 이번 책 출간으로 고조선 시대부터 시작됐으나 잇따른 외세 침탈로 끊어진 무맥을 연결했으니 한민족이 무예 종주국임을 입증했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대한검법협회 총재 임성묵 씨(52)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그는 우리 검을 다룬 조선세법과 본국검법(本國劍法)의 이론과 철학을 복원한 ‘본국검예’(행복에너지·전 2권)를 펴냈다. 20여 년간 조선세법이 들어가 있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익힌 무예 실력, 그리고 공주 유림(儒林) 회장을 지낸 아버지에게서 받은 한문 실력을 바탕으로 10년 동안 준비한 책이다. 책 제목은 중국 베이징대 철학박사 출신인 손병철 씨가 붙여줬다. 본국은 ‘모든 나라, 세계의 뿌리’란 뜻. 하지만 검법도 검도도 아닌 검예(劍藝)는 낯선 용어다. “기법에 치우친 중국 검법과 신도(神道)적 색채가 강한 일본 검도와 차별화하려고 ‘검의 예술’ 검예라고 지었습니다. 중국은 한 손으로 가볍고 짧은 칼을 잡고 온갖 기교를 부리지만 실전에선 맥을 못 추죠. 일본은 적의 목만 자르는 기술에 능해 도가 없는데도 검도라고 써 왔습니다. 우리에겐 칼을 하늘의 의지를 받아 정의롭게 사용하는 철학이 있습니다.” 임 씨는 신라 화랑들이 삼국통일을 위해 수련한 조선세법과 본국검법이 고조선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무예 고수의 수련용인 조선세법을 신라 화랑이 군졸 양성을 위해 본국검법으로 재구성한 것. 책에는 일반인도 연속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도록 삽화와 사진을 수록해 두었다. 임 씨는 “전통 무예를 전수했다는 사람들이 그림만 보고 흉내 내다 보니 동작이 제각각이었다. 사방의 적이 꼼짝 못하도록 연속적인 회전 동작으로 이뤄진 조선세법을 재현한다면서 칼을 꺼내 한 번 베고선 다시 칼집에 도로 넣는 촌극을 벌였다”고 말했다. 임 씨는 조선세법에 담긴 검법의 비결, 즉 검결(劍訣)을 풀어냈다. 그는 “한자를 ‘파자(破字·한자의 자획을 풀어 나눔)’하고 단어의 의미와 상징을 공부해 보니 검을 다루는 동작과 한자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글자와 동작에 시적인 의미를 부여하면 검결이 되고 검결을 순서대로 엮으니 대서사시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임 씨가 이렇게 서사시로 풀어낸 조선세법에는 중국의 진(秦)나라 왕은 이무기, 고조선왕은 용으로 표현돼 있다고 한다. 동작을 따라 하며 경구를 외우면 진왕을 멸하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한 상무호국정신을 느낄 수 있단다. 그는 “무예 책이지만 조선세법에 숨겨진 당시 역사와 신화를 풀어냈다”고 자부했다. 국내 최대 단체인 대한검도회를 향한 비판도 책 속에 담았다. 임 씨는 “검도인들이 조선세법을 깨칠 생각은 하지 않고 ‘알기 어렵다’ ‘대충 쓰였다’며 우리 검을 폄하하고 일본 검형을 따와 검도를 완성했다”면서 “화랑정신을 계승했다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일본 사무라이 정신이 깃든 검도를 배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000원 노가리.’ ‘치맥(치킨과 맥주)’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노가리를 내세운 호프집이 늘었다. 가벼운 주머니 걱정 없이 삼삼오오 맥주를 마시며 노가리(수다)를 까는 맛이 있어서일까. 책을 읽고나니 명태에게 미안해진다. 노가리는 1년 정도 자란 작은 명태로 아기태, 애태라고 불린다. 농담의 ‘농’자에 우리말 접미사 가리가 붙어 ‘노가리’가 됐다고 한다. 저자는 “명태 자원이 감소해 인공 종묘 생산을 위한 알을 받아낼 어미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요즘에는 잡아서는 아니 될 일”이라고 걱정한다. 저자는 30년간 우리 바다에 사는 어류를 연구한 물고기 박사다. 1999년 ‘한국 연근해 고등어의 자원생태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국립수산과학원을 거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나도는 잘못된 물고기 정보를 바로잡고 독자가 정확한 물고기 정보를 얻어가길 바라며 책을 썼다. 계몽성 목적과 달리 책은 무척 재밌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가장 맛있는 제철 물고기 16종의 생태, 역사, 유래, 요리법 등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쉽고 재밌게 풀어냈다. 9월에 만날 수 있는 제철 물고기로 갈치와 전어가 소개됐다. 특히 ‘가을 전어’로 불리는 전어는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맛좋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말에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전어의 성분은 계절마다 별 차이가 없지만 가을이면 지방 성분만 최고 3배 정도 높아진다. 전어에 돈 전(錢)자를 쓰는 이유도 그 맛 때문이다. 풍석 서유구(1764∼1845)는 ‘난호어목지’에 “그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아” 붙은 이름이라고 유래를 써놓았다 한다. 덩치는 작지만 책 제목으로 뽑힌 멸치를 만나 보자. 그 작은 대가리 속에 블랙박스가 들었다니 무슨 소리일까 궁금해진다. 블랙박스는 멸치 귀 속에 들어 있는 이석(耳石)을 말한다. 이석은 칼슘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뼈 같은 물체로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이다. 그 작은 이석에 일일 성장선이 기록돼 있어 몇 년 며칠에 태어나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몸소 실현하며 살아온 멸치가 요즘 힘들단다. 멸치는 떼를 지어 다니며 포식자에게 무리의 일부만 먹히는 방식으로 전체 무리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인간은 그물로 한꺼번에 멸치 떼를 잡아버리니 진퇴양난에 빠진 셈. 저자는 물고기의 억울한 사정도 풀어준다.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1758∼1816)은 “참홍어 암컷이 낚싯바늘을 물면 수컷이 달려들어 교미를 하다가 다 같이 끌려온다. 암컷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색을 밝히다 죽는 셈이니 이는 음을 탐하는 자에게 본보기가 될 만하다”며 홍어를 준엄하게 꾸짖었다. 요즘 사람도 ‘홍어 거시기’를 운운하니 그 음란의 불명예를 벗기 어려웠다. 저자는 홍어가 철저한 일부일처주의자라고 반박한다. 죽어가는 암놈과 수놈의 마지막 정사도 아름답고 철저한 섹스의 미학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홍어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책을 읽으면 생선 비린내가 난다. 막상 책에 코를 대면 종이 냄새만 나는데 글을 읽고 사진만 보면 다시 비린내가 진동한다. 책 읽은 보람을 느끼려면 식탁 위에 오른 생선을 고맙게 먹어야겠다. 생선뼈를 바를 때면 귀찮아서 대충 발라 먹곤 했는데, 기꺼이 한 몸을 내어준 물고기에게 감사하며 꼼꼼히 먹어야겠다. 책을 각 가정의 식탁 위에 두길 권한다. 요즘 몸에 좋은 생선을 먹지 않는 어린이가 많다는데, 억지로 생선을 아이 입에 들이밀지 말고 재밌는 생선 이야기로 유혹하면 어떨까.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평생 청빈한 삶으로 ‘일곱 가지(사찰 돈 솜옷 모자 목도리 내복 장갑)가 없는 스님’으로 알려진 무진장 스님(사진)이 9일 오전 4시 반경 경기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입적했다. 법랍 57세, 세수 81세. 스님은 1932년 제주에서 태어나 1956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4년 동국대 불교대학을 졸업한 뒤 태국으로 건너가 방콕 왓 벤차마보핏 사원에서 남방불교를 수행했다. 조계종 2, 4대 포교원장을 지냈고, 2007년 조계종 원로의원과 2010년 서울 조계사 회주로 추대됐다. 스님은 40여 년 조계사에서 거처하면서 대중 포교에 전념했다. 서울 탑골공원에서 노숙인을 상대로 매일 법문하기도 했다. 주지 소임을 맡지 않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어떤 재산도 갖지 않았다. 이유 없는 보시를 사양했고, 평생을 조계사 근처에 머물렀지만 찻집 한 번 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결식과 다비식은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13일 오후 4시 범어사에서 봉행된다. 조계사 02-768-8563, 범어사 051-508-3122∼5}

“약주나 한잔하며 인터뷰합시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8월 30일 낮,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곤 하지만 서울 광화문은 한낮의 태양이 작열했고 기온이 30도에 육박했다. 몸무게가 50kg도 안 되는 깡마른 여든셋 어르신이 새파랗게 젊은 기자에게 낮술을 권한 것이다. 그는 “기력은 아무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했다. 목소리에는 ‘묘막살이’까지 하며 번역 200권, 저술 7권을 해낸 청춘이 묻어났다. 저술가 겸 번역가인 김욱 씨는 스물여덟 살 때 동화통신을 시작으로 30년간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1980년대 중반 정년퇴직 후엔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편집위원으로 10년을 더 일했다. 그는 일흔을 앞두고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해 경기 화성의 시골마을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평생 소원하던 글이나 쓰며 살 요량이었다. 그러다 매부의 권유로 전원주택을 담보로 제주도 백화점에 투자했다가 망해 버렸다. 경매로 집을 팔고 나니 수중에 남은 돈은 300만 원. 쉰 살에 본 늦둥이 아들에게 기댈 수도 없었다. “수소문 끝에 경기 안산시 대부도 근처의 남양 홍씨 묘막에서 1년에 한 번 시제를 올리고 무덤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농가주택을 공짜로 얻었어요. 교회 권사인 아내가 젯밥을 차릴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강행했습니다.” 그때부터 “죽은 자와 더불어 죽기 살기”로 번역에 매달렸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본어에 능했고, 한때 신문사 신춘문예에 써 낸 단편소설이 최종심에 오를 정도로 글 솜씨도 있었다. 김 씨는 “가만히 있어선 누가 일감을 주지 않는다. 서울 대형 서점을 오가며 일본어 원서를 살펴보고, 출판사에서 관심을 갖겠다 싶으면 앞부분을 번역해 보냈다”고 했다. 출판계에서 빠른 속도로 매끄러운 번역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김 씨는 번역 일로 모은 돈으로 3년 만에 묘막살이를 끝냈다. 이후에도 일을 계속해 10여 년간 책 200여 권을 번역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미스터리의 계보’와 ‘푸른 묘점’부터 ‘메이난제작소 이야기’ 같은 경영서까지 다양하다. 정확한 수입을 밝히지 않았지만 신문사 다닐 때만큼 번다고 했다. 올봄엔 그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폭주노년’을 펴냈고, 여름엔 ‘난세에는 영웅전을 읽어라’를 출간하는 등 지금까지 7권의 책을 썼다. 쉴 만도 한데, 이젠 본격적으로 책을 쓸 때라고 한다. “살림이 나아졌으니 이제 책 쓰는 일에 집중할 거예요. 노인들이 사회의 골칫거리, 사회악 취급을 받는데, ‘노재(老才·노인의 재능)’ 시대가 오니 우리도 재능을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가장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 평전도 쓸 겁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오래 앉아 있으면 피가 다리에 몰리니 그걸 풀어주려고 걷는 게 전부”라고 한다. “육체 건강만 챙기는데, 정신이 늙으면 몸이 늙는다. 나이 먹을수록 신문도 보고 세상에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나보다 우쭐거리는 친구를 보면 샘이 나서 꼭 따라잡고 싶어 계속 공부하는데, 그래서 늙을 새가 없다.” 그는 아흔다섯까지만 일할 계획이다. 그는 “그땐 ‘조금’ 늙었을 테니, ‘애썼다, 이제 좀 봐준다’며 몸을 쉬게 할 거다”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아쉽다는 듯 술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그의 걸음걸이는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휴우… 오늘도 피곤했어.” 서른네 살 싱글 여성 ‘수짱’은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내뱉는 평범한 여성. 결혼과 동시에 일을 관두고 임신한 친구를 보며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고민하고, 미모도 돈도 없는 자신을 보며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고 자문한다. 카페 종업원에서 매니저로 승진했지만 ‘아무래도 싫은 사람’인 직장 동료 때문에 머리를 싸맨다. 그래도 씩씩하다. 서른일곱 살에 카페를 관두고 어린이집 조리사 일을 시작하고, 서점 직원인 남자와 ‘수짱의 연애’를 시작한다. 수짱은 일본 만화가 겸 수필가인 마스다 미리의 만화 주인공이다. 1969년생인 마스다도 오사카에서 도쿄로 올라와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하는 싱글 여성. 일본에서 수짱은 ‘우리와 함께 나란히 서서 달리며 때때로 응원을 해주는 친구’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요즘 한국 여성들도 “백허그를 받는 기분”이라며 수짱과 친구가 됐다. 이봄출판사가 출간한 수짱 시리즈 4권과 마스다의 다른 작품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주말엔 숲으로’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출간된 뒤 모두 10만 부가 팔렸다. 출판사의 인터넷서점 구매자 분석에 따르면 여성이 86%였다. 간결한 그림체, 심심한 일상 이야기로 가득한 만화의 인기 비결은 ‘공감’이다. 제목도 잘 뽑았다. 요즘 30대 여성들의 고민을 의문형 제목으로 달아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다. 고미영 이봄 대표는 “30대 싱글 여성이 혼자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갈 때 직장, 결혼, 노후에 대한 정돈되지 않은 고민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며 “골드미스가 아니라도 스스로 삶의 가치를 긍정하고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 수짱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얻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만화 속에서 수짱은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있지만, 먼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단지 미래만을 위해 지금을 너무 묶어둘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아직 지금, 이니까.” 수짱의 생각에 공감하는 한국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글을 매일 10개 넘게 올린다. “읽다 보니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고민하던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렇지만 역시 아직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며 나이 먹는 것보다는 지금을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 더 멋지다는 결론. 울지 않겠다!”(@iamc****) “이 시간 구석진 자리에 앉은 분홍 비니의 여인. 소리 없이 운다. 울면서 또 읽는다. 그 여자 손에 들린 책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catc****)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달 27일 찾은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의 마사이족 전통마을. 입구에서 입장료를 둘러싼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1인당 10달러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방문객 일행과 마사이족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결국 마사이족이 흥정에서 이겼다. 마을 대표의 사인이 떨어지자 전통 의상을 입은 20여 명이 하늘로 껑충껑충 뛰는 마사이 춤으로 일행을 환영한다. 사자를 사냥하는 용맹성과 마사이 워킹으로 널리 알려진 마사이족. 하지만 이 마을은 마사이족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민은 80여 명. 입구를 지나자 마을 한복판에 소 우리이자 공동묘지로 쓴다는 원형 공간이 나온다. 이곳을 중심으로 소똥을 이겨 벽에 바른 둥그런 마사이 가옥 ‘보마’ 여러 채가 들어서 있다. 보마는 일부다처체인 마사이 가족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해 아루샤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샤론 씨(25)는 비교적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마사이족 청년으로는 드물게 교육을 받았고, 영어도 학교에서 배웠다. ―1년 수입이 얼마나 되나.” “그때그때 다르다. 잘 모르겠다.” ―계속 마을에 있을 건가. “일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선교사들에 따르면 마사이족은 케냐에 25만 명, 탄자니아에 10만 명 등 모두 40만 명가량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마사이족은 익숙한 유목 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진학률도 낮고, 위생상태가 나빠 다양한 질병에 시달린다. 샤론 씨처럼 학교를 졸업해도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시로 나가면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마사이 거주 지역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문흥환 선교사는 이런 마사이족에 대해 안타까움과 희망을 동시에 언급했다. “보마에서 아이 셋이 보이면 엄마가 모두 다르다는 농담이 있지만, 비좁은 공간에 20명이 살아도 다툼이 없는 게 마사이 문화다. 최근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다는 부모가 늘고 있어 변화의 가능성을 느낀다.” 보마 근처에 있던 어린 여자 아이가 수줍은 듯 숨는다. 그래도 외부인이 신기한 듯 고개를 살며시 내민다. 마사이족의 미래다.아루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책은 ‘우리는 정보에 파묻혀 질식하지만, 여전히 지혜에 굶주려 있다’는 생물학자 E O 윌슨의 말로 시작한다. 누구나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갈지, 약을 먹을지, 심각하다면 수술을 할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본 적이 있다. 인터넷과 대중매체, 의학서적, 주변 지인의 이야기 등 의학정보는 넘쳐나는데 상반되거나 근거가 불확실해 더 헷갈리게 만든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저자들은 질병과 싸우는 환자들을 인터뷰하고 ‘최소·최대주의자’ ‘믿는 자와 의심하는 자’ ‘자연주의자와 기술주의자’ 유형으로 정리했다.}
니그로(W.E.B 듀보이스 지음·삼천리)=“20세기의 문제는 인종장벽의 문제”라고 선언하며 흑인민권운동의 횃불을 들어 올린 고전이 한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최초의 흑인 하버드대 박사였던 저자(1868∼1963)의 대표작. 1만5000원.민주주의의 이념과 역사(차기벽 지음·아로파)=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출간돼 민족주의와 산업주의의 그늘에 가려 있던 민주주의 발전을 역설한 차기벽 성균관대 명예교수(학술원 회원)의 대표작. 아흔을 앞둔 저자는 민주주의가 완벽하게 정착하지 못한 걱정에 복간을 결심했다고 밝힌다. 1만8000원.역설(백승종 지음·산처럼)=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풍속화 속 인물들은 표정이 유쾌하고 몸에 살집도 좋다. 저자는 그의 그림이 백성들의 결핍과 가난을 외면한 정조 체제의 선전용 화보집이라고 주장한다. 익숙한 역사관을 뒤집는 도발적 관점이 흥미롭다. 1만6000원.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1(이희진 지음·동아시아)=역사 분쟁이 끊이지 않는 동아시아 한중일의 ‘역사 쟁점’을 동아시아 전체적인 틀에서 정리한 역사서. 고대사를 다룬 1권에선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조공과 책봉의 역학관계로 분석했다. 1만4000원.먼산이 운다(김현숙 지음·문학나무)=과도한 결벽증과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여주인공은 의사의 권유로 고향인 경북의 시골마을로 내려간다. 여주인공과 숙모의 위로와 온기를 담은 서정소설. 1만1000원.시크릿 파일 서해전쟁(김종대 지음·메디치)=제1 연평해전부터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12년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 해역에서 일어난 다섯 차례 전투를 수십 명의 예비역 장성과 현역 장교의 증언으로 재구성한 안보 논픽션. 1만5000원.패션: 의상과 스타일의 모든 것(베아트리스 베른 외 지음·시그마북스)=화려한 패션 사진들을 보면 눈이 즐겁다. 패션의 모든 것을 담은 ‘패션 설명서’. 6만 원.}

해커 그룹 ‘어나니머스’는 2012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선 올해 4월 북한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하고 국내 가입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유명세를 치렀다. 그러나 ‘익명의’란 사전적 의미처럼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해킹했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포브스 매거진 런던지부 편집장인 저자는 어나니머스의 핵심 인물들과 거기서 갈라져 나온 ‘룰즈섹’ 멤버들을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여기에 해킹 사건들에 대한 취재 내용을 곁들여 생생한 한 편의 전기를 완성했다.}

서울 광화문의 대형서점 자기계발서 판매대는 책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놓인 책들은 행복과 성공, 힐링, 긍정을 약속한다. 28일 만난 ‘거대한 사기극’(북바이북)의 저자 이원석 씨(40)에게 “저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다. 그는 에둘러 답하지 않았다. “불쌍합니다.” 중앙대 대학원 문화연구학과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인 이 씨는 지난해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에 ‘자기계발 다시 읽기’를 연재했다. 그는 이 연재물을 바탕으로 약 300권의 자기계발서를 분석해 한 권의 책으로 옮겼다. 이 씨의 어머니는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 씨도 어릴 적부터 관련 책과 강연테이프를 많이 접하며 컸다. 어머니가 추천한 노먼 빈센트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을 재밌게 읽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를 쓴 서동진 계원예대 교수를 만나며 생각이 바뀌었다. 이 씨는 “사회적 안전망이 두터운 시절엔 자기계발서가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각자 힘든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오늘날엔 버티기 위한 에너지를 주는 정신적 진통제일 뿐이다. 자위행위, 마약과 같다”고 일갈했다. 미국 픽업아티스트 미스터리(필명)가 쓴 ‘미스터리 메써드’에선 여성 접근 공포증을 앓는 자신감 없는 남성들이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섹시하고 당당한 남성으로 탈바꿈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인간관계에 실패하고 정신병원을 들락거렸다. 이 씨는 “자아를 억압한 채 무리하게 자신을 바꾸면 결국 억압된 자아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행복 전도사를 자처한 사람들의 말로가 안 좋은 것도 그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의 비판엔 예외가 없다. 기독교 신자인 이 씨는 기독교 자기계발서에 대해서도 무속과의 결합, 돈과 권력에 대한 존중, 반공주의를 들어 비판했다. 자기계발서를 쓴 안철수 의원을 두고도 “그는 성실하게 양심적으로 살아왔고 진정성도 믿는다. 다만 그가 그린 사회는 자기계발적인 사회이고, 선한 의도와 달리 사람들을 더 피로하게 만들 뿐이다”라고 했다. 이 씨가 꺼내든 칼끝은 자기계발서를 권하는 한국사회를 향한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지고 각자도생(self-help)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그는 진단한다. 결국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개인에게 떠넘기면서 자기계발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서는 이제 사회를 지금처럼 굴러가게 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작동합니다. 이 시대에는 모든 책이 자기계발서처럼 쓰이고, 자기계발서처럼 읽히고 있어요. 심지어 고전마저 ‘엑기스’만 보면 된다고 하는데, 고전 주인공들이 알면 피를 토하며 쓰러질 겁니다.” 이 씨의 대안은 스스로 돌봐야 하는 자조(自助)사회가 아닌 서로 돕는 공조(共助)사회로 가는 것. 그는 “책을 읽은 사람이 ‘분석은 정밀한데 결론이 나이브해 실망이다’라고 하는데, 그런 지적을 인정하지만 공조사회가 절대 불가능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인 저자는 대학에서 기상학을 전공하고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지낸 기상전문가다. 1982년 공군교육사령부 기상학 교수로 일할 때 군 장교들이 기상학에 흥미를 갖게 만들려고 날씨가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30년간 모은 자료를 토대로 역사를 바꾼 기후, 승패를 가른 날씨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1592년 임진왜란 때 한반도 전역을 거의 점령한 왜군이 물러난 배경에는 조선 민중의 끈질긴 항쟁도 있었지만 속전속결을 예상하고 여름옷 차림으로 건너온 왜군을 ‘얼음지옥’에 빠뜨린 기록적인 추위가 있었다고 한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표현은 통계적으로 허구임이 밝혀졌다. 현대인은 가을보다 방학과 휴가철인 여름에 더 책을 많이 읽는다. 하지만 가을이 북 페스티벌의 계절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학교에서 9월 한 달에만 6700건의 책 행사가 열린다. 조금만 발품 팔면 만날 수 있는 북 페스티벌을 놓치지 말자. 올해로 시 승격 50주년을 맞는 경기 의정부시는 ‘군사도시’란 이미지를 북 페스티벌을 통해 ‘책 읽는 도시’로 바꿀 계획이다. 다음 달 7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소극장과 야외무대에서 ‘독서,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 열린다. 눈에 띄는 건 미국에서 시작된 책 돌려보기(book crossing) 운동을 토착화한 ‘책 방생’ 행사다. 시민들이 먼지 쌓인 채 방치된 책을 가져와 ‘아름다운 책장’에 꽂으면 이를 모아 책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한다. ‘아름다운 우리집 서재’ 사진전도 열어 다른 집 서가를 엿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중공업 도시’ 울산도 9월 한 달 책의 도시로 바뀐다. 울산은 ‘책으로 하나 되는 울산 BOOK 페스티벌’을 연다. 울산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엔 가까이 살면서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지역 문인과 독자 간 만남의 장이 열린다. 다음 달 9∼11일 울산 남구 달동 CK갤러리에서 소설가 권비영, 시인 신혜경, 수필가 이지원 씨 등 이 지역 대표 문인 14명이 시민들을 만나 사인회도 열고 무료로 책도 나눠준다. 추창호 울산문인협회장은 “문학의 중앙집권화가 심각한데, 이번 행사가 지역 문단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짜 ‘책의 도시’ 경기 파주출판도시의 북 페스티벌은 느지막이 열린다. 다음 달 28일∼10월 6일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파주북소리 2013’이 열린다. 80만 m²(약 24만 평) 규모의 출판단지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 행사로 지난해엔 45만 명이 찾았다. 대표 프로그램인 ‘지식 난장’엔 출판사 18곳이 참가해 강연 체험 전시 등 65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특별전시 ‘고지도, 상상의 길을 걷다’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고지도를 만날 수 있다. 파주북소리 페스티벌 관계자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페스티벌과 달리, 출판인들의 책 만드는 공간이 독자들의 책 만나는 공간이 되어 자연스럽게 책 문화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적 문화공간인 홍익대 앞 주차장거리에선 10월 1∼6일 ‘제9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올해 주제는 ‘인문학’. 통상 어렵게 생각하는 인문학의 벽을 허물고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장르로의 접근을 돕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김정연 사무국장은 “와우북 상상만찬은 신선하고 실험적인 행사다. 저자와 뮤지션이 함께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는 등 문화예술과 책이 어우러진 인문학을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11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하는 ‘거리로 나온 책’, 야외에서 뒹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책 놀이터’도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962년 여덟 살 소년은 누전 사고로 생부를 잃었다. 이미 갓난아기 때 돌아가신 큰아버지 댁의 양자로 들어가 살던 그는 철들 때까지 그때 숨진 생부가 작은아버지인 줄로만 알고 살았다. 그가 뛰놀던 골목길은 사내아이들의 전쟁터였다. 아버지 그늘을 모르고 형제도 없이 자란 소년은 혼자 살아남아야 했다. 사내는 이렇게 커야 한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소년은 영웅, 스포츠 만화를 보며 사랑 도전 승리 정의를 배웠다. 그리고 영웅호걸이 등장하는 ‘삼국지’를 꼭 만화로 그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소년은 자라 환갑을 앞두고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의 작가 이현세 씨가 ‘만화 삼국지’(전 10권·녹색지팡이)를 펴냈다. 기획과 자료 준비에 2년, 그림을 그리는 데 3년이 걸렸다. 이 씨는 28일 서울 경운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아들이 아버지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만화에 담았다.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 인간관계에서 소중한 믿음과 의리를 어린이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널리 알려진 ‘고우영 삼국지’가 성인용 만화라면 ‘만화 삼국지’는 온 가족이 읽을 수 있는 만화다. 전쟁 장면이나 책략가의 두뇌싸움보다는 영웅이 되거나 패자로 전락한 인물 묘사에 주력했다. 이현세식 ‘삼국지 인물 분석집’인 셈이다. “한 번도 배신하지 않은 조자룡과 배신을 일삼는 여포를 대조해서 그리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게 했죠. 제갈공명 대 노숙, 관우 대 장료 등 등장인물끼리 갈등을 보며 어떤 사람으로 커야 할지 고민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씨가 가장 애착을 지닌 인물은 조자룡이다. 단골 주인공 ‘까치’ 캐릭터도 조자룡에게 할애했다. 그는 “조자룡은 ‘생각이 없는 인물’이라서 좋다. 순수한 칼잡이, 주군에 대한 충절, 전투를 신나게 즐기는 어린이 같은 모습을 그에게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선 조자룡이 아파서 숨을 거두지만 그의 만화에선 스스로 숲으로 떠나는 한 마리 호랑이로 그려진다. 이 씨는 “살리고 싶은 인물은 정사와 관계없이 그렸다. 목이 잘린 장비가 술을 마시며 죽는 장면도 그의 호쾌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만화 속 캐릭터만 봐도 그가 인물의 어떤 특성을 잡아내려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소통과 화합의 지도자 유비는 만화 속 ‘수도꼭지(울보)’란 표현에 어울리게 유약하게 그려졌고, 자존심 세고 포용력이 부족한 관우는 긴 수염에 팔자수염을 더해 완고한 인상으로 그렸다. 반면 푸줏간 주인 같은 장비는 관우와 대비되는 코믹한 이미지다. 유비의 라이벌 조조와 손권은 각각 카이저수염을 기른 카리스마 덩어리와 붉은 수염을 기른 당당한 체구의 멋쟁이로 그려졌다. 만화는 10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한 권씩 연재하며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보다 한꺼번에 출간한 것도 출판사와 작가의 신의 덕분이란다. 길고 긴 삼국지를 만화책 10권에 담기 위해 처음으로 내레이션 방식을 시도했다. 이 씨는 “글맛을 살려 단어나 문장을 꼼꼼히 신경 썼다. 어린이들이 멋진 말을 따라 하며 어휘력을 키우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2000년대 초 ‘천국의 신화’ 음란물 논란으로 홍역을 겪고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그는 “다시 돌아오고 나니 사람들이 나를 알아도 내 만화는 보지 않았다. 어린 독자부터 다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어린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허영만 씨도 ‘허허 동의보감’을 출간했다. 라이벌 의식이 있지 않을까. “혼자 주로 지내며 자기관리가 철저한 허 선배가 호랑이라면, 무리지어 어울리길 좋아하는 저는 사자입니다. 사는 영역이 달라요. 하하.”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최근 서한을 통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성지순례길에 축복을 내렸다고 서울대교구가 27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3일자 교황청 국무장관 명의의 서한을 통해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과 이 길을 순례하는 모든 이에게 주님의 평화와 기쁨의 서약으로서 사도적 축복을 내린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교구가 순교자들을 현양하고자 9월 한 달을 ‘순교자 성월 도보 순례의 달’로 지낸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고 덧붙였다. 교황이 특정 교구가 만든 성지순례길을 서신을 통해 직접 축복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성지순례길은 천주교 성지와 성지기념성당 23곳을 인접한 곳끼리 엮어 세 코스로 이뤄졌다. ‘말씀의 길’(7.9km)은 명동과 종로 일대의 천주교 흔적을 확인할 수 있고, ‘생명의 길’(6km)은 천주교 신자가 갇혔던 조선시대 옥터를 지나 순교성인의 신앙을 묵상할 수 있다. ‘일치의 길’(33.5km)은 마포구 절두산 순교성지부터 관악구 삼성산 성지까지 걷는다. 서울대교구는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대주교와 성지 담당 사제가 공동 집전하는 선포 미사를 연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법 핑계만 대면서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사재기 근절을 위해 할 수 있는 대책부터 세우고 곧장 실천해야 합니다.”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출판인회의에서 만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 윤철호 위원장(사회평론 대표)은 단호하게 말했다. 심의위원회는 최근 법무법인 화우에 ‘사재기 의혹 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이용에 관한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 사재기를 막기 위해 입법화의 칼날까지 빼든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인터넷서점에 준법감시인을 두고 사재기 행위가 있는지 감시하고, 인터넷서점 이용자에게 사재기 조사를 위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약관을 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터넷서점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인터넷서점이 흔히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에 이용되고 오프라인 서점보다 증거를 잡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화우 측은 “관련 법률을 검토해보니 심의위원회가 인터넷서점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준법감시인 제도, 사재기 조사를 위해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하는 약관 추가는 법률적으로 가능하다”는 요지의 답을 전달했다. 출판계에는 인터넷서점에서 일어나는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 온갖 설이 나돌고 있다. “사재기가 적발된 A출판사는 억울하다. 진짜 사재기로 책을 베스트셀러 1위로 올려 재미를 본 서점들은 모두 피해갔다” “인터넷서점이 말 안 듣는 출판사를 길들이기 위해 고의로 사재기 정보를 흘린다”는 루머들이다. 윤 위원장은 “인터넷서점도 자신들이 사재기를 주도한다는 의심을 불식시키려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라며 “지금처럼 사재기 조사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쏙 뺀 채 판매량만 제공해선 사재기를 근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2일 열린 심의위원회에는 준법감시인, 정보제공 약관 신설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출판사나 출판영업사가 찬성표를 던져 과반수가 찬성했지만 인터넷서점들은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윤 위원장은 인터넷서점 경영진을 직접 만나 결의 내용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반대 의사를 밝힌 인터넷서점 관계자는 “사재기 근절이란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법률적 검토가 아직 미비하다. 약관 추가도 기존 회원의 소급 적용 문제가 있는 데다 가뜩이나 출판계가 불황인데 이용자에게 개인정보를 추가로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조정래의 ‘정글만리’(1∼3권·해냄)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가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 2위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 영화예매권 증정 이벤트를 벌인 민음사에 ‘옐로카드’를 꺼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25일 “출판 유통 건전화를 위한 과열 마케팅 자제를 민음사에 권고하기로 22일 결의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사, 출판유통사, 온·오프라인서점, 작가단체 등 대표위원 24명이 모여 출판 사재기 등을 감시하는 기구. 위원회가 지적한 사항은 22일 민음사가 벌인 이벤트다. 이날 민음사는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내고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색채가 없는…’을 구입하는 독자 5000명에게 8000원짜리 영화예매권 증정 행사를 벌였다. 이 예매권은 예스24에서 사용할 수 있다. ‘색채가 없는…’의 책값은 1만4800원이지만 현행 도서정가제 신간 할인율 10%,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10% 마일리지를 감안하면 책 가격은 1만1980원이다. 여기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영화예매권 가격을 빼면 책 한 권을 사는 데 정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3980원만 지불한 셈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출판계 인사는 “경품 지급이 사실상 도서정가제 위반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민음사가 하루키 소설의 1등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에 나섰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베스트셀러를 조작하기 위한 의도적인 사재기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일 판매량을 기준으로 발표하는 예스24 종합판매순위에서 ‘정글만리’ 1∼3권은 19일부터 22일까지 1∼3위를 기록했다. ‘색채가 없는…’은 22일 4위였지만 이벤트 다음 날에는 1위로 올라섰다. 민음사 측은 “이벤트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한 소설이 단독으로 질주하는 것보다는 1, 2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양새가 전체 소설 인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출판사의 정가제 위반 지적에 대해서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문제를 삼기 어렵다. 영화예매권 증정도 우리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남자일까, 여자일까? 홀로그램을 입힌 빨간 입술이 시선을 확 끈다. 책 제목은 인터넷 검색창 모양에 넣었다. 연관검색어 형태로 저자와 옮긴이 이름, 그리고 저자 블로그 주소를 보여준다. 전할 정보는 다 담았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예쁜 책은 촉감도 좋다. 손에 쥐니 묵직하고 단단하다. 실로 꿰매 제본하는 사철 방식을 택했기 때문. 책값 1만8000원이 가볍게 느껴진다. 세련된 겉모습의 이 책은 만화책이다. 프랑스 만화가인 저자는 2009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올해의 발견 작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저자가 휴식 시간 틈틈이 블로그에 올린 만화는 프랑스에서 ‘사랑’ ‘가족’ ‘비디오게임’으로 출간됐다. 국내에선 3권을 한 권으로 묶어 출간하며 새롭게 표지를 디자인했다. 원래 책 표지는 각 장 제일 앞에 실었다. 표지 얼굴은 남자인 저자의 얼굴이다. 출판사는 저자가 보내준 자화상 가운데 일부러 긴 머리, 빨간 입술이 그려져 남녀 구분이 헷갈리는 그림을 골랐다. 표지 디자인을 맡은 백소연 씨는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해 시선을 끌려고 이 그림을 택했다. 빨간 입술을 홀로그램으로 처리해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줬다”고 설명했다. 일반 만화가 아닌 작품성 있는 그림이 담긴 만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3권을 한 권으로 묶은 데는 만화가 잘 안 팔리는 현실도 고려됐다. 그런데 한 권으로 묶고 색다른 표지를 고민하다 보니 뜻밖의 차별성을 획득했다. 저자도 ‘블로그’란 이름으로 묶어 출판하겠다고 했을 때 “블로그 만화가로 오해 받는다”고 반대했다가 표지를 보고 박수를 쳤단다. 만화엔 속된 말로 ‘골 때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첫 만남에서 빼곡한 질문이 채워진 설문지를 꺼내들고 답변을 요구하는 남자, 오럴섹스가 뭔지 묻는 아들에게 담배를 물리는 아버지에게 왠지 마음이 간다. 출판 목적이 아니라 친구들과 즐기려고 만든 만화라 자기 검열의 덫에 걸리지 않은 날것의 웃음을 안겨준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