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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기름 넣으라고 카드 줬더니….’ 사무용 가구업체 사장의 운전사인 최모 씨(43)는 2012년 11월 초부터 서울 강남권 백화점을 돌며 회사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과 귀금속을 사들였다. 두 달간 14차례에 걸쳐 그가 쓴 돈은 무려 3276만 원. 해당 법인카드는 사장이 “차에 기름 넣을 때랑 밥 먹을 때 쓰라”며 준 것이었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4단독 송영환 판사는 회사 신용카드로 백화점 상품권과 귀금속을 구매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최 씨와 변호인 측은 “물건들은 사장 심부름으로 산 것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송 판사는 “피고는 상품권과 귀금속의 사용처에 대해 ‘비자금 용도로 썼다’고 했다가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하는 등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최 씨는 사장 소유의 외제 승용차 열쇠를 반납하지 않은 채 마음대로 가져가고 회사 주식을 임의로 처분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방송 외주제작업체 A사 대표 김모 씨(32)는 지난해 케이블TV ETN의 ‘맛의 달인’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방송제작비 명목으로 식당 주인들에게 금품을 요구했다. 그러나 업주들이 이에 응하지 않자 ‘모교 도서기부’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직원들을 시켜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검색한 식당들에 전화를 돌렸다. 식당 업주들에게는 “2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리서치 조사 기관을 통해 의뢰한 결과 최고의 식당으로 선정됐다”고 거짓으로 유혹했다. 이어 “어려운 소외계층 학생들을 위한 기부운동을 하고 있다”며 “모교에 도서를 기부하는 것인데 기부금은 전액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속였다. 업주들은 식당을 홍보하는 동시에 자신의 모교에 도서를 기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1인당 160만∼250만 원을 지불했다. 김 씨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식당 479곳으로부터 총 8억749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김 씨는 받은 돈의 10%로 재고 도서 등을 권당 1400∼2500원에 구입해 해당 학교에 기증했다. 도서를 받은 학교에서는 이 책들이 아이들이 보기 어렵거나 오래된 것들이어서 대부분 창고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낸 업주들은 세금 공제도 거의 받지 못했다. 김 씨는 받은 돈을 아파트 매입대금, 결혼자금으로 썼으며 외제차와 명품시계를 구입하는 데도 사용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사기 등의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일부 업소의 상술도 문제다. 블로거들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원고를 청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특수부위전문 체인점을 운영하는 C 씨(48)는 “짧은 시간에 식당을 알리는 방법은 방송이나 인터넷 블로그가 최고”라고 말했다. ‘맛집’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거짓으로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일도 있었다. 대전 서구의 한 음식점 주인 K 씨(51)는 지난달 지인 100여 명에게 ‘점심 무료 제공’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반가운 문자에 식당을 방문한 지인들은 그제야 모 방송사에서 ‘맛집’ 촬영을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손님이 꽉 찬 모습처럼 보여주기 위해 연출한 것. 특히 이날 K 씨 음식점에는 이 가게를 인수하려는 사람들이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 나가고 손님도 많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과시한 뒤 식당 권리금을 높게 받으려는 주인의 얄팍한 상술이었다.김성모 기자·대전=이기진 기자 mo@donga.com}
중고 휴대전화 판매업체에서 일하던 강모 씨(33) 등 3명은 중고 휴대전화 무역업자인 중국인 A 씨(30)가 인터넷에 올린 스마트폰 매입 광고를 보고 꾀를 냈다. 이들은 지난달 12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A 씨의 사무실에 찾아가 진품 아이폰5 3대를 개당 57만 원에 팔았다. 그 후 “고객 변심으로 반품됐거나 경매 처분을 받은 아이폰5 309대가 있는데 그것도 싸게 넘기겠다”고 말한 뒤 중고 휴대전화 대리점 여러 곳에서 아이폰5 케이스를 개당 5000원에서 1만 원에 사 모았다. 그러곤 빈 케이스에 찰흙을 구입해 채워 넣었다. 무게까지 실제 아이폰 상자(400g)와 비슷하게 맞췄다. 지난달 17일 강 씨 등은 진품이 담긴 상자 11개와 찰흙이 담긴 상자 298개를 들고 A 씨의 사무실로 찾아가 진품 일부를 먼저 보여 줬다. 그러고는 스마트폰 대금으로 현금 1억6700만 원을 받았다. 강 씨 등은 커터칼로 나머지 포장을 뜯는 척하다가 고의로 왼손 중지를 그었다. A 씨가 1회용 밴드를 찾는 사이 일당은 “급하게 결제할 게 있다”며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A 씨는 직원이 뜯은 아이폰5 케이스에 찰흙이 들어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지만 강 씨 등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강 씨 등 3명을 경기 남양주시와 대전 등에서 검거해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서울 용산경찰서는 건물 신축이 제한된 구역을 캐나다 교포 A 씨(53·여) 등 2명에게 호텔, 음식점 등 대규모 개발이 될 곳이라고 속여 토지 분양금 5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1일 가수 송대관 씨(68·사진)의 부인 이모 씨(6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송 씨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2004년 경매를 통해 충남 보령시 남포면 땅 21만4500m²를 매입했던 송 씨 부부는 2009년 토지 분양 사업을 시작했다. 한 신문에 송 씨 사진과 함께 ‘대천해수욕장 2분 거리, 최고의 투자가치 보장’이란 내용으로 광고를 냈다. 부부는 해당 토지에 ‘송대관 공연장과 찜질방을 지을 예정’이라고 홍보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 결과 해당 토지는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곳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토지에서 3∼4km 떨어진 곳에는 공군 미사일 사격장이 있으며 해당 토지는 저축은행에 130억여 원의 저당이 잡혀 있었다. A 씨 부부는 광고를 보고 2009년 5월 22일 송 씨의 서울 이태원 집으로 지인과 함께 찾아가 계약을 했다. 계약금 9500만 원을 부동산 신탁전문회사인 한국자산신탁에 입금한 데 이어 분양 대금 3억1900만 원을 세 차례에 걸쳐 분양사 계좌로 입금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토지의 분양 대금은 계약상 한국자산신탁 계좌로 입금됐어야 하나 송 씨 부부는 분양 대금을 분양사 계좌를 통해 받은 뒤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A 씨는 “송 씨는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좋은 자리 다 나간다’라고 유혹했다”며 “국민가수 송 씨를 철석같이 믿고 투자를 했는데 땅도 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령시에 따르면 해당 대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9년 2월 17일부터 계획 관리 지역으로 지정돼 5층 이상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입금한 분양 대금에서 부인 이 씨가 출금한 돈 중 1000만 원권 수표 4장이 카지노 업체에서 발견됐다. 650만 원은 송 씨 개인 계좌로 들어간 것이 확인됐다. 이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발이 되는 지역이고 개발을 하려 했다. 5층 이상 지을 수 없다고 하는데 저희는 5층 이상 짓는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송 씨 기획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민주당 당직자로 있는 A 씨 친척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송 씨 부부와 A 씨 부부의 대질심문을 앞두고 박 의원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다 하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나라도 사과하고 책임질 테니 화요일 대질에는 안 나가게 처리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송대관이 나와 친형제처럼 가까워서 나라도 갚아주려고 했다. 그게 뭐가 나쁘냐”고 말했다. A 씨는 “국회의원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 자체가 우리 같은 사람한텐 압력이다”라고 주장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는 30일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김홍열 통진당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해 형법상 내란음모,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이석기 통진당 의원과 함께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회합에서 국가 주요시설 파괴 등을 모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국정원 경기지부는 수원지검 공안부와 함께 9월 28일 이들 3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해 수원남부경찰서로 소환했으며 조 대표의 소재를 파악 중이다. 조 대표 측 변호인은 “조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 맞춰 출석할 것”이라고 전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5층 건물 지하 1층. 신발장에 64켤레의 신발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슬리퍼부터 뒷굽이 낡은 구두, 천이 다 해진 운동화까지 다양한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132m²(약 40평) 남짓한 공간엔 탁자 28개와 철제 배식대가 전부다. 점심 식사를 하러 온 할머니, 할아버지들 80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랬다. 대부분 혼자 살며 끼니를 걱정하는 노인들이다. 그들은 이곳을 ‘마음의 허기까지 채우는 곳’이라 말한다. 녹색 앞치마를 두른 60대 중반의 남자가 할머니들 앞에서 ‘뽕짝’에 맞춰 춤을 췄다. 한길봉사회 김종은 회장(65)이다. 이 건물엔 간판조차 없다. 김 회장은 “‘무료급식소’ 간판이 있지만 걸지 않았다. 그걸 보고 할머님들이 위축되실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간판이 없어도 매일 150명이 넘는 노인이 급식소를 찾는다. 그가 이런 봉사활동을 해온 지 40년이 넘었다. 24세 때인 1972년 할머니 할아버지 6명에게 1000∼2000원씩을 손에 쥐여 준 것이 봉사활동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를 알아챈 동네 깡패들이 노인들에게서 돈을 빼앗았다. 이후 서대문구 서대문공원에서 200∼300명의 노인에게 무료 식사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선 수차례 지원금을 신청하라고 제안했으나 그는 “내 돈으로 도와야 봉사지 정부 돈으로 돕는 건 봉사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보육원으로 보내졌던 그는 열두 살 무렵 충남 부여군에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와 신문팔이, 껌팔이, 풍선장수 등을 하며 연명했다. 배고픈 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잘 아는 그였다. 그러던 중 재봉 일을 배우게 됐고 헌 재봉틀 10대로 의류제조업체 ‘영 패션’을 차렸다. 그는 속옷, 추리닝 등을 만들어 번 돈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끼니를 대접해 왔다. 위기도 있었다. 2005년 11월 한 단체로부터 ‘노란 점퍼 30만 장을 보름 안에 납품해 달라’는 주문을 받은 김 회장은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려 물량을 제작했지만 옷을 찾아가지 않아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 충격으로 2008년 1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이틀 만에 의사 몰래 퇴원했다. 그는 그때를 떠올리며 “내가 그만두면 노인들 배가 고파 안 된다”고 말했다.식사를 하러 온 권계남 할머니(84)는 “20년째 식사를 얻어먹고 있는데 김 회장은 ‘지상의 하느님’”이라며 웃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국정원과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 국정원은 범죄자!”, “리얼리(진짜)?”(한진희, 금보라)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오른쪽 하단의 배너 광고에 ‘리얼리’ 유행어로 인기몰이 중인 탤런트 한진희 금보라 박서준 씨가 등장하고 있다. 내용은 ‘국가정보원 비난’이다. 이는 통진당 측이 한 통신사의 인기 TV 광고를 문구만 바꿔 패러디한 것. 실제 TV 광고는 남편 역으로 나온 한 씨가 휴대전화 데이터를 너무 많이 쓴다고 아내를 나무라자 아내가 “내 데이터는 2배”라고 해명하고, 한 씨가 “리얼리?”라며 놀라는 내용이다. 통진당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총 8장의 광고는 1초마다 바뀌며 한 씨와 박 씨가 2번 씩, 금 씨가 4번 등장한다. 광고에 ‘말 바꾸기? 국정원이야말로 말 바꾸기를 했다’라는 글귀가 뜨면 오른쪽에 탤런트 금 씨의 사진과 ‘리얼리?’라는 말풍선이 함께 붙는 식이다. 졸지에 통진당 배너광고에 등장한 당사자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한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공당에서 이렇게 이상한 짓을 하느냐”며 “내가 그런 걸 허락했겠느냐, 동의한 적 없고 전혀 알지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 씨 소속사 대표는 “그렇게 사용하라고 확인해 준 적이 없다. 얼굴을 그대로 쓰면 초상권 침해”라고 말했다. 본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얼굴을 쓰면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법무법인 세창의 김현 변호사는 “허락을 받지 않고 얼굴을 썼기 때문에 초상권 침해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정치적인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진당이) 최근 부정적인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연예인으로서는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통진당 측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안전행정부가 경찰·소방·산림청 등 기관별로 서로 다른 위치표시체계를 ‘국가지점번호’로 통일했다. 도로명주소가 없는 지역(산악, 해양 등)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국가지점번호를 통해 위치를 알릴 수 있다. 부산 기장군이 달음산 일대에 가로 40cm, 세로 30cm의 국가지점번호 20군데를 시범적으로 설치한 모습. 기장=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방송에서 쾌활한 성격에 솔직담백한 말투로 시청자를 즐겁게 해온 노홍철 씨(34·사진). 그는 뜻밖의 교통사고에도 솔직하게 대처했다. 16일 오후 9시 46분경 서울 성동구 금호터널에서 금호역 방향으로 가던 노 씨의 차를 뒤따라오던 오토바이가 추돌했다. 노 씨는 앞차가 속도를 줄이자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이를 미처 보지 못한 오토바이 운전자 조모 씨(46)가 노 씨의 차량을 들이받은 것. 노 씨는 차에서 급히 내려 오토바이 운전자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곤 119에 신고해 다친 오토바이 운전자가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노 씨의 차량은 뒤 범퍼 등이 부서져 경찰이 “차량 파손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권유했지만 수리비도 받지 않은 채 귀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씨는 “사람이 다친 것 때문에 접수한 것이다. 진술서 썼으니 그냥 가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가 경미해 오토바이 운전자는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씨는 “내 몸은 괜찮다”고 밝힌 뒤 ‘무한도전’ 촬영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절도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던 피의자가 수갑을 찬 채 도주했다가 하루 만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원모 씨(33)는 14일 오전 6시 20분경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한 건물 8층 사우나에서 충전 중인 휴대전화를 훔쳐 달아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구로경찰서 신구로지구대 소속 A 경장에게 붙잡혔다. A 경장은 몸싸움 끝에 원 씨를 제압한 뒤 오른팔에 수갑을 채워 사우나 입구에 있는 철제의자 팔걸이에 수갑을 채웠다. 하지만 원 씨는 의자 팔걸이와 등받이가 연결되는 부위에 있는 틈새로 수갑을 뺀 뒤 옆에 앉아 있던 A 경장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도주했다. 체포된 지 10분 만이었다. 범인은 15일 오후 2시 45분 서울 강북구의 한 PC방에서 붙잡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63빌딩에 폭탄을 설치했다. 살기 싫다. 난 63빌딩 3층 PC방에 있다.” 12일 오전 11시 16분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비상이 걸렸다. 서장과 형사과장을 비롯한 20여 명이 여의도동 63빌딩으로 향했다. 경찰차 5대,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 차량 2대, 소방차 17대, 군에서 나온 차량 등이 63빌딩 주변을 에워쌌다. 군과 경찰, 소방관을 비롯해 63빌딩 직원 등 50∼60명이 동원돼 내부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2시간이 넘은 수색 작업에도 불구하고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은 그 사이 ‘02-6265-××××’ 번호로 3차례 더 전화를 걸어 횡설수설했다. 경찰이 역추적한 결과 범인은 중국 인터넷 전화를 국내전화인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소 명의자는 중국 지린 성 왕칭 현에 사는 중국인 류모 씨(36). 국내엔 입국한 기록조차 없었다. 알고 보니 류 씨가 같은 번호로 국내 경찰에 ‘허위 신고’한 것만 7차례나 됐다. 그날도 경찰 등 수십 명이 허탕을 쳤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말이 유창했고 ‘02’라 중국에서 전화를 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허위 전화가 경범죄라서 류 씨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한 처벌은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여종업원의 팁(봉사료)을 기준으로 삼아 무거운 세금을 물리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유흥업소 주인들) “원래 과세대상인데, 점검대상에서 빠져 있던 것뿐입니다. 그걸 바로잡겠다는 거죠.”(국세청) 술집 주인들이 뿔났다. 정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유흥업소에 대한 세금 징수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해 유흥주점 주인들은 시위와 분신으로 맞대응하는 등 ‘조세저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강원도지회 회원 250여 명은 10일 오후 1시경 강원 춘천시 춘천시청 앞에서 ‘개별소비세 소급 부과 철폐 결의대회’를 가졌다. 집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2시 10분경 대회사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정영수 지회장(68)은 뒤편 건물에 들어가 시너를 온몸에 뿌린 뒤 팔 부위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분신을 기도했다. 경찰이 소화기로 불을 껐지만 정 지회장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현재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위독한 상태다. 앞서 7월 국세청은 개별소비세 납세 점검대상을 1년 동안 종업원이 받은 봉사료 총액이 1억 원 이상인 유흥주점으로 확대하라고 각 지방청에 지시했다. 국세청은 해당되는 유흥업소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소급 적용해서 기존의 세금 외에 매출액의 13%(개별소비세 10%, 교육세 3%)를 부과하라고 지시했다. 또 지난해 냈어야 할 세금에 대해 무신고 가산세 20%(매출액 13%의 20%)도 과세하라고 했다. 2008년 특별소비세에서 이름이 바뀐 개별소비세는 사치품 품목 구매나 경마장 골프장 카지노 유흥주점 같은 고급 오락시설 출입 등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부가세에 더해 무겁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7월 국세청이 개별소비세 과세 점검 지침을 전달하면서 7, 8월 지방청별로 유흥업소 일제 점검에 들어가 이달 초부터 개별소비세 부과가 고지됐다. 새롭게 개별소비세를 내게 된 업소는 853개 정도다. 중앙회 측은 “정부의 재원확보 때문에 애꿎은 자영업자들만 된서리를 맞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시 지역 유흥업소는 132m², 군 지역 유흥업소는 149m²를 기준으로 해당 면적이 이를 초과하는 유흥업소만 추가로 매출액의 13%를 납부했다. 면적 기준에 미달하는 업주는 개별소비세를 내지 않았는데 이번에 과세 점검대상 기준이 추가되면서 개별소비세 납부 대상 업체가 추가된 것이다. 중앙회 황병희 강원도 부지회장(68)은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낼 때 세무서에서 개별소비세 납부 업체인지를 알려줬고 면적 기준에 미달하는 업주는 안 내도 된다고 했다”며 “독촉장 한 번 안 보내놓고 갑자기 ‘소급’해서 세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에서만 111개 업소에서 약 20억 원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점검 대상 기준을 새로 산정한 것일 뿐이다. 이번에 과세대상에 추가된 업소들은 원래 법적으로 모두 과세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소비세법에는 유흥음식 행위가 있으면 과세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며 “예전에 모든 업소를 점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면적 기준으로 점검을 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납세 요건이 되면 업주들 스스로 신고납부를 해야 한다. 신고를 하지 않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산세까지 붙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갑작스럽게 큰 금액의 과세 부담을 떠안은 업주들이 접객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황 부지회장은 “업주들이 적게는 2000만 원에서 많게는 5000만∼6000만 원의 추가 세금을 갑작스레 떠안았다”며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이 부담을 나눌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건물 앞에서 개별소비세 철회 요구 집회를 열 예정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중국 공안당국의 추적을 받다 국내로 도피한 중국 최대 폭력조직 ‘흑사회’ 부두목 L 씨(45)가 2년 4개월의 도피생활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인터폴 적색수배자인 흑사회 부두목 L 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혐의(불법체류)로 검거해 서울출입국사무소에 신병을 인계했다고 11일 밝혔다. 적색수배자는 190개 인터폴 회원국에서 소재가 발견되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경찰은 다음 주쯤 L 씨를 중국으로 추방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L 씨는 2000년부터 국내에 들어오기 직전인 2011년 5월까지 중국 칭다오(靑島) 지역에서 ‘흑사회’ 부두목으로 활동했다. 중국 공안의 집중단속으로 두목이 체포되자 부두목인 L 씨가 조직을 대신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살인미수·중상해 등 범죄를 저질러 중국 공안당국의 집중 추적을 받아왔다. L 씨는 인터폴 적색수배자로 등록되기 전인 2011년 5월 90일짜리 단기 관광비자를 받아 국내로 입국했다. L 씨는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에서 거주하다 인천 연수구 오피스텔, 서울 강남구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며 숨어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어 과외 선생’ 역할을 했던 동거녀 J 씨(25)도 그의 은둔 생활을 도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미국 등에서 뜨거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동성 간 결혼 이슈가 마침내 한국에도 상륙했다. 7일 오후 4∼9시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천 광통교에 설치된 임시 무대에서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김조광수 씨(48)와 동성애 영화 제작·수입업체인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29)가 국내 최초의 동성(同性)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이를 두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기독교계는 “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하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의 혼인 신고가 받아들여질지를 놓고 법조계의 해석도 분분하다. 이날 광통교 주변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하객들과 시민 100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영화감독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 씨가 공동으로 결혼식 사회를 본 가운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민주당 진선미 의원,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영화감독 봉준호 류승완 임순례 씨, 방송인 하리수 미키정 부부 등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2005년 처음 만나 8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한 김 감독과 김 대표는 검은 예복을 입고 하객을 맞았다. 김 대표는 공대 출신의 유학파다. 김 감독은 임시 무대에서 “저희는 법이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오늘부터 부부”라며 “축복 속에 결혼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돼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오후 7시 15분경 교회 장로라고 신분을 밝힌 이모 씨(54)가 결혼식장 무대로 올라와 인분과 된장으로 된 오물을 뿌려 일부가 신랑신부의 옷에 튀었다. 이 씨는 “동성애는 죄악이다. 동성애는 가족과 사회를 파괴한다”고 외치다 경찰에 연행됐다. 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직장인 김모 씨(27·여)는 “그들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며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서로 좋아서 결혼한다는 것일 뿐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 조모 씨(29)는 “자신들의 생각대로 하는 것은 나무랄 수 없으나 남에게까지 그런 생각을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동성애를 지지할 권리가 있다면 싫어할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홍재철 회장은 동성 결혼에 대해 “창세기에 보면 ‘남녀가 만나 결혼해 자식을 낳고 번식하라’고 돼 있어 동성 결혼은 교리적으로 어긋나는 일”이라며 “동성연애는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이번 주 내로 혼인신고를 하겠다”며 “반려될 경우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세창의 김현 대표변호사는 “동성끼리의 결혼은 선례가 없어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혼인신고서에도 남편 남자 ○○○, 부인 여자 ○○○ 이런 식으로 돼 있다. 미국에서는 행정부서에서 거부하면 법원에서 예외적으로 판결을 통해 해결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국내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51)이 RO(혁명조직)의 핵심에 오르기까지의 정치적인 과정과 사상적 실체는 이번 국가정보원 수사로 상당 부분 드러났지만 그가 그 같은 사상을 갖게 된 데 영향을 미쳤을 인생 궤적은 베일에 가려 있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1980년 성남 성일고를 졸업한 이 의원은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를 졸업했다. 3일 이 의원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1990년 결혼했으나 2002년 부인과 이혼했다. 좌파성향의 사회변혁·정치활동을 하는 인사들 가운데는 부부가 함께 같은 길을 걷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 의원의 전 부인은 이런 일과는 무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이 의원은 한국외국어대 재학 시 대학가요제에 참여한 타 대학 학생인 부인을 TV로 보고 직접 찾아가 교제를 청했고 1990년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서 가계를 꾸려가던 부인이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혼 후 전 부인은 자녀들(1남 1녀)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고 이 의원은 혼자서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에 연루돼 수배생활을 한 뒤 실형을 살았다. 당시 군무원이었던 누나는 이 의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정직됐다. 이 의원의 누나와 어머니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에 혼자 거주해왔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에 따르면 이 의원은 올 5월에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경비원은 “오전 6시 반쯤 출근해 오후 11시 넘어서 집에 들어왔는데 혼자 살았던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상 기사가 집 앞에 데려다 줬는데 주차는 아파트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주민인 한 40대 남성은 “이곳에 사는지조차 몰랐다. 조용히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모·조동주 기자 mo@donga.com}

“여기서 주무시면 안 돼요. 일어나보세요, 아저씨.” 2일 오후 11시 반경 방송인 홍석천 씨(42)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 대로변에 쓰러져 있는 취객이 눈에 밟혔다. 취객은 신발과 양말을 벗어 놓은 채 가로수 밑에서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워 있었다. 홍 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방송에 나갈 다이빙 연습을 4시간이나 해 피곤한 상태였지만 취객이 혹시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아무리 몸을 흔들어도 취객이 깨지 않자 홍 씨는 인근에 있던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로 달려갔다. 홍 씨는 경찰과 함께 다시 취객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갔다. 취객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자 홍 씨는 편의점에 가서 꿀물과 커피를 사들고 나타났다. 취객에게는 여기에 누워 있어선 안 되는 이유를 천천히 설명했다. 정신이 든 취객은 “아니, 홍석천 씨가 여기 웬일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홍 씨는 경찰과 함께 취객을 택시에 태워 집에 보냈다. 홍 씨의 선행은 마침 이를 목격한 행인이 인터넷에 사진과 글을 올려 알려졌다. 홍 씨는 3일 기자가 전화를 걸자 “뭐 대단한 일이라고요.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 그래요”라며 언론에 보도되는 걸 사양하다가 “차에 치일 수도 있고 소매치기 당할 위험도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RO 조직원 A 씨의 제보였다고 국정원이 체포동의요구서에서 밝혔다. A 씨는 2004년 RO에 가입해 최근까지 활동해온 핵심 구성원으로 18대 총선 당시 수도권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그는 사건이 공개되기 직전 집과 당구장을 처분하고 종적을 감췄다. A 씨가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제보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2010년 3월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폭침 사건이다. 북한의 호전적 실체가 드러났는데도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RO의 행태에 실망한 나머지 “새로운 각오로 살겠다”며 제보했다. 공안당국은 A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RO의 강령, 목표, 조직원 의무, 주체사상 교육 과정, 총화사업, 조직원의 동향 등에 관한 진술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고 판단했다. A 씨는 5월 10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청소년수련원과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행사의 녹취파일을 수사기관에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RO의 사상학습 자료 등이 저장된 USB 메모리도 제출했다. 한편 5월 10일 곤지암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RO 행사는 A 씨 외에도 국정원 직원이 직접 잠입해 행사를 촬영하고 녹음도 했던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추석(19일)을 준비하는 손길이 정성스럽다. 1일 광주 북구 망월동 광주시립공원묘지에서 공원 직원들이 예초기를 이용해 벌초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휴일을 맞아 벌초에 나선 시민이 많아 전국 도로 곳곳이 평소 휴일보다 더 심한 정체를 빚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서울 양천구 목동의 다세대주택 1층에 사는 박모 씨(49·무직)는 평소 위층 홍모 씨(67) 집에서 나는 소음을 참지 못했다. 층간 소음으로 수년 전부터 마찰을 빚어 왔다. 과대망상증을 앓던 박 씨는 평소 위층의 작은 소음도 크게 느껴 괴로워했다. 설날인 2월 10일 오후 1시 20분경 박 씨는 위층에서 소음이 들리자 며칠 전부터 준비한 각종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원예용 분무기엔 물 대신 석유를 넣고 분출구 부분에 나무판을 덧대 부탄가스통을 연결했다. 가스통 입구에 토치(불을 붙이는 도구)까지 부착해 분무기는 ‘화염방사기’가 됐다. 50cm 대패 날엔 17cm짜리 나무를 손잡이로 부착해 장검으로 만들었다. 길이 41cm(날 길이는 11cm)짜리 손도끼까지 허리에 찼다. 장검은 어깨에 둘러멨다. 방독마스크를 쓴 박 씨는 석유가 든 맥주병 10개를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양손에 쥐었다. 박 씨는 위층에 올라가 홍 씨 집 문을 열고 맥주병 여러 개를 집어 던졌다. 이어 화염방사기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불길을 사방에 뿜었다. 방바닥에서 시작된 불길은 벽과 천장으로 금세 번졌다. 당시 홍 씨 집엔 설을 맞아 아들 내외와 두 살배기 손녀 등 6명이 모여 있었다. 화염이 치솟자 가족들은 거실 베란다, 안방 창문 등으로 뛰어내렸다. 박 씨가 도끼를 휘둘러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 씨는 거실 베란다에서 밖으로 뛰어내리려는 홍 씨 부인(60)을 장검으로 수차례 내리쳤다. 일가족 6명은 골절, 화상 등 부상을 당했다. 화재로 1억96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도 입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박 씨에게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층간소음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해도 불을 질러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이 망상장애로 일시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해 있었던 상태이고 범행을 뉘우치고 피해자들과 합의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