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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니코틴 용액을 밀수한 뒤 불법으로 전자담배용 니코틴 액상을 제조해 판매한 1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담배사업법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전모 군(19)과 그의 여자친구 김모 양(18)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경기 용인시의 전 군 자택에서 미국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 니코틴 용액(19.9L)과 국내에서 구매한 식물성 글리세린 등을 배합해 전자담배용 니코틴 액상(이하 액상)을 만들었다. 현행법상 담배 제조는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하며 특히 니코틴은 유독물질로 분류돼 허가 없이 판매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습득한 제조법만 믿고 안전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액상을 배합했다”고 말했다. 전 군 등은 액상과 니코틴 원액 등을 시중 가격보다 최대 80%나 싼 가격으로 판매했다. 범행 초기 인터넷 중고사이트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 이들은 구매자가 늘어나자 직접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어 액상을 판매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6개월 동안 688차례에 걸쳐 액상과 니코틴 원액을 판매해 총 27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니코틴을 밀수하면서 3500만 원의 세금을 탈세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의자들은 자신들이 허가를 받은 업체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통신판매업자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사업자등록상 취급품목은 기계공구와 주류였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전자 담배 기기는 기계이기 때문에 기계공구류로, 액상은 액체로 볼 수 있으니 주류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사업등록증을 전송해 안심시키는 한편 직접 액상을 제조할 수 있도록 액상 배합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액상 판매 과정에서 구매자 신분을 확인하지 않아 액상과 니코틴 원액이 미성년자에게도 판매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으로 전자담배 액상이 판매되고 있다”는 첩보를 언제 입수한 경찰은 5일 전 군의 자택에서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또한 이들이 보관 중이던 니코틴 원액 5.3L도 압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졸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 오던 전 군은 생활비 및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불법적인 전자담배 액상 판매 행위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목사 부부가 암환자 등 죽음의 문턱에 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허가 의료행위를 저질러 체포된 가운데 2011년 대장암으로 사망한 고 최동원 선수도 피의자 조모 씨(56) 부부가 실시한 불법 치료 캠프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책임지는 등 ‘무쇠팔’로 불린 최 선수는 2007년 대장암 진단을 받은 뒤부터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최 선수의 부인 신현주 씨는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오랜 병원치료로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캠프를 찾았다”고 말했다. 신 씨에 따르면 최 선수는 2011년 초 피의자들이 경기지역에서 개최한 캠프에 참가했다. 신 씨는 “병원 치료로 가망이 보이지 않아 불안감을 느낀 남편이 캠프 홍보서적을 본 뒤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당 서적에는 목사 부부가 지시한 치료법을 따르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에 참가한 최 선수는 체식 등 식이요법을 진행했고, 피의자들이 판매하는 간장 등의 식품을 먹었다. 그러나 대장 수술을 받은 터라 ‘소금물 관장(항문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의료행위)’을 실시하지는 않았다. 불치병 치료 효과가 있다는 캠프(9박 10일)를 모두 소화한 최 선수지만 항암 효과는 없었다. 그는 약 8개월 뒤인 2011년 9월 사망했다. 신 씨는 “캠프에서 받은 치료가 병세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캠프에 참가했던 피해자들은 “(목사 부부가) 지시한 식품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약을 먹지 못한 일부 중증환자가 퇴소 후 숨지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목사 부부가 최 씨에게 실시한 불법 행위의 종류와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허가 받지 않은 식품을 판매한 것이 드러나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가수 더원(본명 정순원·41·사진)은 지난해 12월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혼이지만 딸이 있다. 힘든 시절을 헤쳐 나가지 못해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털어놨다. 누리꾼들은 “용기 있는 고백이다”며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그는 딸의 존재를 고백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양육비 지급 문제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옛 여자 친구인 이모 씨(35)는 3일 더원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고소했다. 이 씨에 따르면 더원은 2013년 4월부터 30만∼100만 원의 양육비를 비정기적으로 지급했다. 이 씨는 최근 건강보험료가 평소보다 많이 나온 것이 수상해 세무서를 찾았다가 무직인 자신에게 근로소득이 있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더원이 이 씨를 자신의 전 소속사 직원으로 등록한 뒤 회삿돈으로 양육비를 지급해 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한 적이 없다. (더원이) 근로계약서와 서명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사문서 위조 논란이 일자 더원의 소속사는 4일 “상호 합의하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회사를 통해 양육비를 지급한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가수 더원(본명 정순원·41·사진)은 지난해 12월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혼이지만 딸이 있다. 힘든 시절을 헤쳐 나가지 못해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털어놨다. 누리꾼들은 “용기 있는 고백이다”며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그는 딸의 존재를 고백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양육비 지급 문제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옛 여자 친구인 이모 씨(35)는 3일 더원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고소했다. 이 씨에 따르면 더원은 2013년 4월부터 30만∼100만 원의 양육비를 비정기적으로 지급했다. 이 씨는 최근 건강보험료가 평소보다 많이 나온 것이 수상해 세무서를 찾았다가 무직인 자신에게 근로소득이 있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더원이 이 씨를 자신의 전 소속사 직원으로 등록한 뒤 회삿돈으로 양육비를 지급해 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한 적이 없다. (더원이) 근로계약서와 서명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사문서 위조 논란이 일자 더원의 소속사는 4일 “상호 합의하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회사를 통해 양육비를 지급한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궁에 빠진 경찰 수사를 보다 못해 직접 범인을 찾아나선 사람이 있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때 한 중고차 매매사이트를 통해 가해차량 추적에 나섰던 김두호 씨(28)다. 김 씨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아예 ‘누리꾼 과학 수사대(누과수)’ 창설에 나섰다. 차량, 사진 전문가 등과 함께 억울한 뺑소니 피해자를 막기 위한 활동이 목적이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 누리꾼들이 사건에 직간접으로 개입하면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누리꾼은 전문성 갖춘 조력자” 김 씨는 경기 수원시에서 컴퓨터 판매업체를 운영 중이다. 생업을 이어가는 틈틈이 차량 사고 피해자들이 의뢰한 폐쇄회로(CC)TV나 블랙박스를 판독한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때는 처음 공개된 CCTV 자료를 분석해 의심차량의 차종(BMW)과 번호를 추정했다. 당시 CCTV 자료가 엉뚱한 차량을 찍은 것(실제 차량은 윈스톰)이라 헛수고가 됐지만 김 씨의 노력 덕분에 많은 국민이 이 사건에 관심을 쏟게 됐다. 김 씨는 “누리꾼이 힘을 모으면 피의자가 자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판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차량이 이동하는 수백 장의 CCTV 화면을 캡처한 뒤 이를 한 곳에 겹치는 방식으로 차량 번호를 파악했다. 그는 “경찰이 불가 판정을 내린 CCTV 화면도 판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뺑소니 피해자 발생을 막고 경찰 수사에 도움을 주려고 누과수 창설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누리꾼은 인원과 시공간 제약이 없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진실 왜곡’ 위험성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본보 취재팀이 일선 수사 경찰 30명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누과수’ 활동을 놓고 찬성 14명, 반대 16명으로 비슷했다. 찬성한 경찰들은 “공개수사 때 누리꾼들은 여론을 환기시켜 제보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하는 경찰은 “누리꾼은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개인 정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고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려 ‘마녀사냥’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인천 어린이집 원생 폭행사건 때는 인터넷에 폭행 교사 남편으로 잘못 알려진 한 시민이 휴대전화 ‘문자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때 누리꾼들이 범행과 관련 없는 BMW를 가해차량으로 지목한 것은 결국 자신들이 얻은 자료의 오류를 판단할 방법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수원=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김모 씨(20)는 지난해 두 번째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기대만큼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1년 전보다 점수는 더 떨어졌고, 삼수를 해야 할지 고민도 깊어졌다. 시험 며칠 뒤 김 씨는 온라인에서만 알고 지내던 류모 씨(19)가 페이스북에 올린 대학 수시모집 합격증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3년 전 싸이월드에서 알게 돼 서로의 사진에 댓글을 달며 친해진 사이였다. 하지만 “목표했던 대학(건국대)에 합격해 감회가 새롭다”는 류 씨의 글에 김 씨의 질투심이 폭발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김 씨가 지원했다가 최종전형에서 떨어진 학교였다. 예비번호까지 받았기에 미련은 더 컸다. 김 씨의 시샘은 엉뚱한 데로 빗나갔다. 류 씨의 합격증에는 생년월일과 수험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틀 동안 류 씨의 개인정보를 모은 김 씨는 입시대행 사이트에 전화를 걸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 속여 재발급받았다. 등록 예치 취소에 필요한 보안번호도 알게 됐다. 환불에 필요한 계좌번호도 류 씨의 블로그에서 찾아냈다. 류 씨가 인터넷 중고 거래를 하느라 계좌번호를 올려놓은 게 화근이었다. 지난해 12월 14일 김 씨는 30만 원의 예치금을 환불했고 류 씨의 합격은 취소됐다. 충격에 휩싸인 류 씨는 즐겨 하던 페이스북 계정도 탈퇴했다. 하지만 김 씨의 위험한 장난은 한 달여 만에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입시대행 사이트와 대학본부에 입력한 김 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접속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한 끝에 전남 목포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김 씨는 서울 소재 여대와 지방대의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2일 김 씨를 개인정보를 도용해 남의 대학 합격을 취소시킨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 결과를 통보받은 건국대는 교육부와 협의한 끝에 최근 류 씨를 합격 처리했다.○ ‘SNS 복장’ 교육 필요 이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사생활 노출이 많아지면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도 커지고 있다.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관음증을 넘어 개인정보를 도용해 타인 행세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정보를 SNS에 올리는 습관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학부 교수는 “SNS 이용은 외출 시 옷을 입는 것과 같다. 발가벗고 밖에 나가지 않듯이 개인의 중요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SNS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생활의 무분별한 노출은 ‘리플리 증후군(현실을 부정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인격 장애)’ 환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가짜 SNS 계정을 만들어 타인의 삶을 그대로 복사하는 사례도 있다. 직장인 김모 씨(30)는 “3년 전 SNS에서 미모의 여성을 알게 됐는데 사진부터 사생활까지 모두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SNS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미국에서는 입사할 때나 온라인 회원가입 때 페이스북 등 SNS 계정 입력을 요구하는 회사도 있다. 이동훈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SNS만으로도 그 사람의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SNS로 주민번호 파악 가능 주민등록번호를 쓰는 한국에선 공개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영수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SNS에 공개된 졸업연도, 생일축하 메시지, 출신 지역만으로도 주민번호 뒷자리를 유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일기처럼 올린 사생활도 범죄를 부를 수 있다. 가령 ‘엄마가 김치를 택배로 보내주셨다’는 글은 혼자 산다는 정보를 노출한 것이다. ‘엄마와 금요일에 설악산에 간다’고 쓰면 집이 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박성민 min@donga.com·정윤철 기자}

탈북자들이 참여한 보수단체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판을 맹비난했다. 탈북어버이연합과 한겨레청년단 회원 100여 명(경찰 추산)은 1일 오후 2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 골목길에서 ‘회고록 출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밀 접촉 내용을 공개한 것은 외교상 기밀누설죄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회고록이 ‘통일대박론’을 ‘통일쪽박론’으로 만들어 탈북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비난했다.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회장은 “북한의 정상회담 대가 요구가 정당하다고 볼 수 없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려 남북 대화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형진 한겨레청년단 단장은 “이 전 대통령이 마치 현 정부의 대통령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면서 “과오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이 전 대통령이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책을 냈다”며 출판 취소를 촉구했다. 두 단체 회원들은 약 1시간 뒤 해산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충돌은 없었다. 두 단체는 이 전 대통령의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곳에서 지속적으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전자담배 수요가 급증하자 국내 전자담배 업체인 A사는 최근 배우 김보성 씨(49·사진)를 전속 모델로 발탁했다. ‘의리의 사나이’로 알려진 김 씨의 남성미를 이용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A사는 24일 경기 부천시 본사 직영 매장에서 김 씨의 팬 사인회를 열고 홍보활동을 펼쳤다. 사인회는 수많은 시민이 참석해 성황리에 끝났지만 현행법에 어긋난 불법 행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사는 이날 고객이 김 씨의 사인과 인증샷을 제시하면 14만5000원짜리 전자담배 세트를 9만9000원에 할인 판매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A사의 팬 사인회는 담배 판매 촉진을 위한 광고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담배사업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을 위반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9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 광고는 소매점(편의점 등) 내 스티커 부착, 게시판 포스터, 잡지광고 연간 10회 등으로 제한된다”며 “규정에 없는 팬 사인회를 통해 담배 홍보가 이뤄졌고, 홍보가 판매로도 이어졌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 활동이다”라고 말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에 전자담배 광고 규제가 명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지부가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같은 법적 규제를 받는다. 불법 판촉 활동 논란에 대해 A사 관계자는 “불법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객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명 연예인을 홍보에 이용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복근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사무총장은 “술과 담배는 청소년보호법상 유해약물로 분류돼 있다. 이미지가 좋은 연예인이 담배를 홍보하게 되면 청소년의 담배에 대한 경계심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예인을 담배 모델로 발탁할 수 없다는 법적 규정은 없지만 일반 담배 업계에서는 흡연 권장 및 유도를 막기 위한 불문율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일반 담배와의 경계가 모호했던 전자담배 업계에서는 연예인을 동원한 홍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연예인이 홍보 모델인 전자담배 업체는 A사 외에 두 곳이 더 있었다. 한 일반 담배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도 사실상 담배인데 도의적 의무를 지지 않으려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는 A사의 불법 판촉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29일 밝혔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직장인 박모 씨(30)는 24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을 찾았다. 약속 장소인 영화관까지 가려면 골목을 지나야 했다. 골목은 폭이 좁아 마주 오는 사람과 스칠 듯했다. 급히 골목을 지나던 박 씨는 왼쪽 손등에 고통을 느꼈다. 마주 오던 흡연자의 담뱃불이 손등에 닿은 것이다. 불붙은 담배의 온도는 500도, 담배를 피우는 순간에는 최대 800도까지 올라간다. 박 씨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지만 흡연자는 못 본 척 유유히 골목을 빠져나갔다. 박 씨의 손등에는 빨갛게 부은 상처가 남았다. 데이트를 앞두고 예쁜 원피스로 단장한 채 집을 나선 기모 씨(24·여). 서울 노원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그의 옆으로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며 다가왔다. 매캐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잠시 후 남자가 손끝으로 담배를 ‘툭’ 하고 털자 담배 불똥이 기 씨의 원피스로 날아와 손톱만 한 구멍을 냈다. 당황한 기 씨는 보상을 요구했지만 남자는 단칼에 거부했다. “금연 장소도 아닌데 내가 잘못한 게 뭐요?” 배려가 없는 길거리 흡연자는 평소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도 기피 대상이다. 본보 취재팀이 28일 서울 송파구 신천역과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흡연 실태를 30분씩 관찰한 결과 각각 10명과 8명이 보행 중에 담배를 피웠다. 코를 손으로 막아 담배 연기를 차단하거나 흡연자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멀찌감치 떨어져 걷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길거리 흡연자가 외면받는 이유는 시민들의 ‘간접흡연’과 ‘화상’ 공포 때문이다. 강모 씨(23)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온 악취를 왜 내가 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담배 끝에 코로 연결되는 호스를 달아 흡연자가 직접 냄새를 맡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홍관 국제암대학원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간접흡연이 반복되면 담배 연기 속 독성물질로 인해 심혈관이 좁아지고, 천식과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녀와 함께 외출한 학부모들은 화상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성인 남성이 담배를 쥔 손을 내리면 담뱃불의 위치가 아이의 얼굴 높이와 비슷하기 때문. 김모 씨(36·여)는 “아이 이마에 흡연자의 담뱃불이 닿은 적이 있다. 혼잡한 거리를 갈 때마다 담뱃불을 피하기 위해 아이를 이리저리 이동시키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길거리에서 침을 뱉는 것은 경범죄다. 그런데 타인의 건강 침해 등 피해가 심각한 길거리 흡연은 규제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길거리 흡연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흡연자가 자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거리 흡연을 막기 위해서는 흡연자 스스로 의식을 바꿔야 한다. 자신도 언제든 길거리 흡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질병 발생과 화상으로 인한 신체적 피해는 비흡연자뿐만 아니라 거리를 걷는 모든 사람에게 위협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혼잣말이라도 남에게 거북함을 주기 때문에 욕설을 내뱉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내 입에서 나오는 연기라도 남에게 해롭다면 자제하는 게 최소한의 배려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후 화재에 취약한 도심 속 건물들의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인 의정부 아파트는 하나뿐인 탈출구와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허술한 소방안전 관리 체계가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12일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학원과 1인 가구가 많은 고시촌 일대의 화재 대비 상태를 점검한 결과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됐다. ○ 탈출 불가능한 비상계단 취재팀이 학원 밀집 지역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관악구 신림동 학원 15곳을 확인한 결과 이 중 7곳은 외부로 연결된 계단이 하나뿐이었다. 참사를 빚은 의정부 아파트처럼 별도의 비상계단이 없어 계단 쪽에서 화재가 날 경우 탈출로가 출입구와 연결된 계단 하나뿐이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처럼 불티가 출입구에 옮아 붙으면 탈출로 자체가 차단되는 셈이다. 비상계단을 갖춘 학원도 신속한 탈출은 쉽지 않아 보였다. 대피로 표시등이 꺼져 있어 화재로 인한 정전 시 계단 출입문을 찾기가 어려웠고, 학원 복도와 계단은 폭이 약 1.5m에 불과해 한꺼번에 사람이 몰릴 때는 압사 등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학생 수가 100여 명이 안 되는 소규모 학원들(8곳)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A학원 관계자는 “우리 학원은 다중이용업소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르면 다중이용업소는 수용 인원 300명 이상(570m² 이상)인 학원을 뜻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 소규모 학원들은 스프링클러, 비상벨 등의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뿐만 아니라 도심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건물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실한 화재 대피시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신림동의 B학원에서는 완강기함 외부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내부는 절반 이상 물이 차 있었다. 완강기 고리의 철제 부분도 녹이 슬어 안전한 탈출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일부 학원에서는 소화기가 지정된 곳에 있지 않았고 출입문이 닫히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화재장비 없이 위험에 노출된 고시생들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여 사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의 고시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가구가 살고 있는 C고시원의 각 방과 복도를 점검한 결과 스프링클러와 소화기 등 안전장비는 물론이고 비상 탈출구조차 없었다. 출입문을 제외한 유일한 탈출구는 창문이었으나 이마저도 창문을 열면 옆 건물의 벽이 맞닿아 있어 탈출이 어려웠다. 22가구가 사는 D고시원은 각층 복도 끝에 비상문을 설치했고 문을 열면 비상사다리를 통해 탈출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러나 비상문 앞에는 대형 정수기가 놓여 있어 쉽사리 문을 열 수 없었다. 이 경우 유일한 대피로는 옥상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기자가 화재 상황을 가상해 1층에서부터 4층까지 달려 올라가 봤다. 18초가 걸려 힘들게 옥상문 앞에 도착했지만 옥상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 교수는 “원룸 형태인 고시원은 면적이 좁아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아파트보다 빠르다”며 “특히 혼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재 발생을 파악하지 못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고시원 앞에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어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아 보였다. 서울 관악소방서 관계자는 “대학동의 경우 불법 주차로 인해 통행로의 폭이 좁아져 화재 현장 진입 시간이 지체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서초동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 강모 씨(48)에게 목 졸려 살해된 아내와 큰딸의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강 씨가 가족들을 잠들게 한 뒤 범행을 저지른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시신을 부검 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강 씨의 아내(44)와 큰딸(14)의 시신에서 수면제로 쓰이는 ‘졸피뎀’ 성분을 검출했다. 작은딸(8)의 시신에서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앞서 국과수는 9일 시신에서 수면제 의심 성분이 검출돼 추가 정밀 조사를 벌였고 11일 3차 조사 끝에 의심 성분이 졸피뎀임을 확인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시신에서 검출된 졸피뎀의 양만으로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없다”며 “졸피뎀 외 다른 성분도 검출됐지만 범행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장기간 복용하면 환각 증세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다. 경찰은 강 씨가 사전에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말 가족과 자동차로 여행을 다녀오다 고의로 차 사고를 내 함께 세상을 떠나려 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잠들지 않아 실행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범행에 실패한 강 씨는 1일 가족과 함께 서울로 돌아왔으며 5일 뒤 자택에서 세 모녀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부검 결과 졸피뎀 성분이 시신에서 발견됐고 강 씨가 범행 전 살해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혀 계획범죄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수면제 입수 경로와 시기 등을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 씨의 아파트에서 현장 검증을 할 예정이다.박성진 psjin@donga.com·정윤철 기자}

가수 바비킴(본명 김도균·42·사진)이 미국행 비행기에서 난동을 부리고 성추행한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았다. 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바비킴은 7일 오후 4시 49분 인천을 출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대한항공 KE023편 일반석에 탑승했다. 항공사가 제공하는 와인 등 술을 6잔 정도 연거푸 마신 그는 출발 후 5시간이 지나자 만취해 승무원에게 고성을 질렀다. 난동이 1시간가량 지속되자 사무장이 “계속 소리를 지르면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승무원들이 자신을 점프시트(접는 의자)에 앉히려 하자 여승무원의 허리를 끌어안고 팔을 만졌다. 또한 여승무원에게 “(묵는) 호텔이 어디냐” “전화번호 몇 번이냐”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위 승객에게도 시비를 걸어 승객들이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대한항공과 바비킴의 소속사(오스카이엔티)에 따르면 바비킴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누나 집에 가기 위해 혼자 비행기에 탑승했다. 마일리지로 비즈니스석을 예약했지만 대한항공 측 실수로 일반석이 배정되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측은 “담당자의 착오가 있었던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대한항공 측은 운항 중에 샌프란시스코 공항경찰대에 바비킴을 기내 난동과 성추행 혐의로 신고했고, 공항 도착 직후 그는 FBI와 세관 조사를 받았다. 여승무원 2명, 바비킴 옆자리 승객 2명도 함께 조사를 받았다. 소속사 관계자는 “(바비킴이) 만취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바비킴은 항공기등록국과 기내범죄자 소속 국가 모두에 재판관할권을 준 도쿄협약에 따라 한미 양국에서 처벌 받을 위기에 처했다. 바비킴의 소속사 측은 “바비킴이 대한항공 샌프란시스코지점을 통해 사과 의사를 전달했다. 추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김성규 sunggyu@donga.com·정윤철 기자}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 인상을 기대했던 아파트 경비원들이 ‘무급 휴식시간 연장’이라는 입주자 측의 대응으로 임금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비원 분신사건 이후 고용승계 논란을 빚었던 서울 압구정동 A아파트 경비원들은 지난해까지 식사 때 하루 2시간의 휴식을 보장받았다. 한 달 급여는 평균 186만 원이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5580원)이 350원 오르고 이를 100% 보장받게 되면서 경비원들이 수령할 한 달 급여는 230여만 원.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휴게시간 3시간 연장’을 결정하면서 실제 월급은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유급 근무시간을 줄여 임금 상승을 차단한 것이다. 문제는 휴게시간에도 완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사 중에도 주차 관리나 입주민들의 잔심부름을 해주는 일이 많다. 경비원 이모 씨(71)는 “밥을 먹다가도 차를 빼러 나가야 하는데 휴게시간에 어떻게 쉬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승계를 보장받았지만 A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년을 맞은 경비원 7명이 퇴직하지만, 16일부터 새 고용계약을 맺는 용역업체 측은 추가 인력 충원은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용역업체 측은 “경비원 고용은 입주자대표회의 결의사항이라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비원들의 시름은 A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취재진이 서울 강남과 양천구 목동 일대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 경비업체를 다시 선정하며 휴게시간을 연장했다. 목동에서 만난 경비원 박모 씨(66)는 “월급이 20만 원 정도 올라야 하지만 휴게시간이 2시간 늘면서 수령액은 사실상 그대로다. 지하에 쉴 공간이 있지만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휴게시간이 하루 10시간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는 경비업체를 다시 선정하며 ‘주간 4시간, 야간 6시간’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24시간씩 격일제 근무이지만 실제 유급 노동시간은 이틀 동안 14시간에 불과하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경비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2011년 경비 근로자의 최저임금 보장 범위가 80%에서 90%로 올랐을 때엔 대량 해고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주민 손모 씨(32·여)는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은 잘 알지만 관리비 인상 등을 고려해 입주자 대표들이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성민 min@donga.com·정윤철·박성진 기자}

‘서초동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인 강모 씨(48·사진)가 범행 사실을 자백했지만 동기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실직과 주식 투자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서울 강남에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시세 11억 원)를 소유하고 있고, 명문 사립대를 나와 취업도 어렵지 않았을 거라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 3억 통장 있는데 돈 없어 가족 살해? 서울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인 강 씨는 직장 세 곳을 다녔다. 2009년 두 번째 직장이었던 A사(외국계 컴퓨터회사)에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할 기회가 왔다”며 사표를 냈다. 회사 임원이었던 그는 동문회비로 30만 원(평생 회비)을 낼 정도로 평판에 신경을 썼다. A사를 나온 뒤 그는 B사(한의원)에서 연봉 9000만 원을 받고 회계업무를 봤다. 그러나 업무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B사를 나온 강 씨는 이후 다른 회사에 수차례 이력서를 냈지만 취업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강 씨는 2011년 7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C사(화장품업체)에서 전무로 재직했다. 직원 10명의 중소기업이었다. 이곳에서도 오래 있지 못했다. C사 관계자는 “명문대 출신이 작은 회사에 다니려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는 퇴직 사실을 아내 외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강 씨는 “나는 힘들어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는다”며 “(실직 후) 두 딸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수입이 없어진 강 씨는 2012년 11월 자신의 아파트를 담보로 5억 원을 대출받아 아내에게 매달 400만 원을 생활비로 줬다. 실직 상태였지만 맏딸을 연회비 80만 원인 요가 학원까지 보냈다. 정작 자신은 최근 1년간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인근 고시원으로 출근해 주식 투자에 몰두했으나 2억7000만 원의 손실을 봤다. 고시원 사장은 “강 씨는 3층에 화장실이 없는 가장 작은 방을 사용했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주 흡연장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강 씨가 지난해 12월 30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며 방을 뺐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고시원을 나온 지 7일 후 가족을 살해했다. 강 씨는 주식 투자로 날린 돈을 빼고도 여전히 대출금 중 1억3000만 원이 남은 상태다. 게다가 경찰 조사에서 “아내의 통장에 3억 원이 있다”고 밝혀 금전적 어려움 때문에 가족을 살해했다는 진술을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아파트를 팔면 대출금을 갚고 남는 6억 원을 생활비로 사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생활고 외에 아내와의 마찰 등 다른 범행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강 씨는 경찰에서 “우리 부부는 ‘막장’이 아니며 불화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가족이 멸시받을까 봐 살인”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는 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내가 죽고 나면 남은 가족들이 멸시받을 것 같아 함께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가족을 살해한 직후 강 씨는 시신이 있는 집에서 줄담배를 피웠다.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세 모녀 모두 목이 졸려 숨졌으며 다른 외상은 없었다. 도주 이유에 대해 강 씨는 “나도 죽기 위해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충북 청주에 도착해 흉기로 왼쪽 손목을 자해했다. 대청호에 뛰어들었지만 두꺼운 겨울옷 때문인지 몸이 가라앉지 않아 결국 걸어 나왔다”고 진술했다. 서초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강 씨는 부모의 면회를 거부하고 있다. 강 씨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 만난 강 씨 아버지는 “그럴 아이가 아닌데”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7일 강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생활고에 시달린 40대 가장이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뒤 도주했다가 7시간 만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에 값비싼 아파트를 소유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어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가 주식 투자금까지 날린 뒤 끔찍한 살해극을 벌였다. 6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모 씨(48)는 이날 오전 3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거주지인 서초구 A아파트에서 자고 있던 아내 이모 씨(44)와 큰딸(14), 막내딸(8)의 목을 차례로 졸라 숨지게 했다. 강 씨는 범행 직전 세 모녀가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공책 2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미안해 여보. 미안해 딸아.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죗값을 치를게’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3년 전 컴퓨터 관련 회사를 그만둔 이후 별다른 직업 없이 살았다. 수입이 없어진 강 씨는 2012년 말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약 145m²·매매가 11억 원)를 담보로 은행에서 5억 원을 대출받았다. 강 씨는 아내에게 매달 400만 원씩 총 1억 원을 생활비로 지급했다. 2억7000만 원은 주식에 투자했다가 탕진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에게 남은 돈은 1억3000만 원 정도였다”며 “재취업이 힘들고 남은 돈으로 생계를 이어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가족을 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 씨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씨는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매일 아침 양복을 차려입고 출근했다. 아내는 실직 사실을 알았지만 두 딸은 전혀 몰랐다. 처음 실직 후 2년간은 선후배 회사 사무실 전전했으나 그 후로는 남부터미널 근처의 고시원을 찾았다. 강 씨는 “고시원에서 주식을 하거나 책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날 세 모녀를 살해한 직후인 오전 5시경 강 씨는 자신의 차량을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충북 청주에 도착한 뒤 119안전센터에 전화해 “아내와 딸을 죽였다. 아파트에 가면 시신을 발견할 수 있다. 나도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고 후 그는 경북 상주를 거쳐 문경까지 도주했다가 낮 12시 10분경 문경시 농암면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는 자살을 하기 위해 목적지도 없이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자신이 어디에서 검거됐는지를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체포 당시 강 씨의 손목에서 자해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지난해 잇단 대형 사고로 대한민국은 아직도 집단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사고 때마다 갖가지 대책을 내놓으며 재발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국민안전처가 생겨났고,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후에는 환풍구 높이를 2m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팀이 여객선, 환풍구, 펜션 바비큐장(전남 담양 펜션 화재) 등 지난해 대형 사고가 발생했던 시설들을 점검한 결과 구호와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힘들어 보였다. 안전교육은 헛돌고 시민 안전의식은 여전히 제자리다. 숱한 참사를 목격했고, 심지어 스스로 상당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여전히 ‘설마’ 하는 국민이 태반이다.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시민의식 변화와 사고 위험 현장의 세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거시적 정책 변화만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보고도 안전 무시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사고 후 선박 안전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온갖 대책이 쏟아졌다. 취재팀은 8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23일 전남 완도와 제주도를 오가는 23년 된 한 여객선(6000t)에 직접 탑승해 안전실태를 점검해 봤다. 하지만 선박 관계자와 승객 안전의식은 세월호 참사 당시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사고 발생 후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만 나왔을 뿐 비상 탈출 매뉴얼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이 여객선 선실에서 나오는 안전 영상을 보는 승객은 거의 없었다. 승객 이모 씨(45)는 “매일 같은 영상인 데다 꼭 보라는 법도 없다”며 잠을 청했다. 4시간의 항해 내내 승무원이 구명조끼 착용법을 알려주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당시 선체가 균형을 잃은 원인으로 지목된 화물 고정 작업(고박)의 문제점도 그대로였다. 객실 아래 화물칸에 적재된 화물차 58대의 아랫부분은 쇠사슬로 총 8곳을 고정했지만 위쪽은 고정되지 않았다. 차량 위쪽이 고정되지 않으면 배가 한쪽으로 쏠릴 때 아래쪽 고박이 끊기거나 풀려 배가 기울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화물차 위쪽을 고정할 쇠사슬 장비와 규정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임긍수 목포해양대 교수는 “대형 참사 후에도 선박 안전이 크게 개선된 부분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16명 죽었지만 올라가도 괜찮은 환풍구 지난해 10월 관람객 16명이 숨진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사고 현장을 2개월여 만에 다시 찾았다. 관리사무소는 사고 환풍구 주위에 철제 펜스를 둘러 접근을 차단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 반경 200m 이내의 환풍구 2곳에는 출입을 막는 ‘경고 문구’조차 없었다. 1.3∼1.5m 높이의 이들 환풍구는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환풍구는 공연이라는 상황 때문에 ‘관람 장소’로 전용되면서 사고가 난 것”이라며 “환풍구 높이에 관계없이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분당선 정자역과 서현역 인근 환풍구에서도 위험이 감지됐다. 정자역 앞 환풍구는 인도와 약 10cm 높이 차만 있을 뿐 사실상 인도나 다름없었다. 기자가 환풍구 위에 올라보니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덮개에 연결된 나사는 반쯤 풀린 채 튀어나와 있었다. 서현역 인근 환풍구도 시민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었다. 김모 씨(20)는 “판교 사고는 여러 명이 환풍구 위에 함께 올라가서 (덮개가) 하중을 못 견딘 것이다. 나 한 명쯤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아직까진 불 안 났어요!” 경기 가평군 A 펜션의 바비큐장은 천장과 외벽 모두 비닐로 덮여 있었다. 지난해 11월 사상자 10명(사망 4명, 부상 6명)을 낸 전남 담양 펜션 화재 현장은 지붕이 억새로 돼 있었다. 억새보다 불이 더 잘 붙는 비닐로 덮여 있었지만 바로 아래에는 고기 굽는 화로가 놓여 있었다. 불티가 비닐로 튀면 ‘제2의 담양 화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A 펜션 주인은 “싼 비닐을 사용하지만 아직까지 화재가 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화재가 난 담양 펜션도 참사 이전까지는 불 한 번 나지 않았다. 취재팀이 지난해 12월 23일 펜션 밀집 지역인 경기 가평군과 강원 춘천시의 펜션 바비큐장 10곳을 둘러본 결과 모든 바비큐장이 비닐로 덮여 있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비닐은 불에 잘 타는 소재인 데다 유독가스 발생의 주원인이다. 불길 확산 속도도 빨라 비상 상황 발생 시 탈출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경보기와 탈출구 안내 비상등이 설치된 펜션 바비큐장 역시 단 한 곳도 없었다. 펜션 3곳은 소화기도 아예 없었고, 나머지 7곳도 소화기의 위치 안내를 찾을 수 없었다. 운동기구 사이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소화기를 둬 화재 발생 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올해도 “예고된 참사” “반복된 지적에도 고쳐지지 않는 안전불감증” 이런 제목의 언론 보도가 반복될 것 같아 취재팀은 안타깝고 두렵기만 했다.성남=정윤철 trigger@donga.com / 제주=이철호 / 가평=강홍구 기자}

새해 첫날 담뱃값이 갑당 2000원씩 올랐다. 담배 피울 수 있는 공간은 대폭 제한됐다. 흡연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가혹한 환경이 닥친 것이다. 기자는 2004년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하루 흡연량이 두 갑에 이르는 애연가다.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하루아침에 바뀐 흡연자들의 삶을 직접 체험했다. 새해마다 했던 금연 결심은 어김없이 무너졌다. 1일 기자는 눈을 뜨자마자 평소처럼 서울 강서구의 한 편의점을 찾았다. 점원은 마침 이날 새벽 입고된 담배를 진열하고 있었다. 담배를 주문하고 5000원을 내밀었다. 담배 한 갑과 돌아온 건 달랑 500원짜리 동전 하나. ‘예전 같으면 두 갑을 살 돈이었는데….’ 상실감과 함께 두려움이 몰려 왔다. 매일 담배 두 갑을 사면 한 달에 12만 원이 넘는 돈을 더 지출해야 한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 직원 김모 씨(34)는 “많은 손님이 두 갑을 사려다 1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 생각났는지 한숨만 푹 쉬고 한 갑만 사 간다”며 위로했다. 담뱃값을 부담스러워하는 손님은 한둘이 아니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사고 나온 대학생 박모 씨(25)는 “수입이 없는 학생에게 담뱃값 인상은 치명적이다. 금연 유도가 아니라 정부의 세금 수입만 늘어날 것 같다”며 짜증을 냈다. 그는 “예전엔 친구에게 담배를 얻기도 했었는데 이젠 ‘담배 인심’은 기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음 놓고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것은 오른 담뱃값보다 더 당혹스러웠다. 정부는 1일부터 모든 음식점과 커피전문점의 흡연석 운영을 전면 금지했다. 면적에 따라 일부 허용해 주던 유예 기간이 끝난 것. 앞으로 커피전문점에 흡연실을 설치하려면 ‘영업장과 완전 차단된 밀폐 공간에 탁자나 의자 등 편의시설은 놓을 수 없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012년 대형 건물 금연 조치 뒤 애연가의 즐거움이던 ‘커피 한 잔에 담배 한 개비’는 추억 속으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날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일대 대형 커피전문점을 돌아보니 5곳 중 4곳은 아예 흡연석을 폐쇄했다. 커피전문점을 찾은 흡연자들은 가게 밖으로 나와 찬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최모 씨(22)는 “비싸게 산 담배를 마음껏 피울 공간도 없다는 게 답답하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광화문역 5번 출구 인근의 D 커피전문점은 기존 흡연석을 여전히 운영 중이었다. 서울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지금은 계도 기간이어서 (흡연석을 운영해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계도 기간(3개월)이어도 단속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고의로 법을 위반한 업소나 흡연자는 각각 과태료 170만 원과 10만 원을 내야 한다. 기자는 흡연석에 앉아 손에 든 담배 한 개비를 조용히 내려놨다. 앞으로 흡연자들이 겪게 될 엄혹한 운명이 떠올랐다. 결국 이날 구매한 새 담배 한 갑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굳은 ‘금연 결심’을 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우리는 일어서려 합니다. 슬픔과 절망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27일 오전 11시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 또박또박 추도사를 읽던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가족대책위 정명교 부위원장(33)이 고개를 들어 정면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눈앞에는 정홍원 국무총리,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일반인 희생자 26명의 유가족이 앉아있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아버지 정원재 씨(60)를 떠올렸다. 세월호 참사 발생 255일 만에 엄수된 일반인 희생자 합동 영결식. 일반인 희생자 43명 중 승무원 7명, 중국동포 3명, 실종자 4명 등 17명의 가족은 참석하지 않았다. “진상 규명은 시작도 안 했는데 영결식 강행은 안 된다”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도 있는데 합동 영결식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반발도 있었다. 일반인 유가족이 분열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다수의 일반인 유가족들은 올해 안에 영결식을 치르겠다는 뜻을 굳힌 상태였다. 정 부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잠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결연한 의지와 결단을 국민 앞에 보여주기 위해서다”라며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추도사 낭독이 끝나고 헌화가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영정 속 가족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떨리는 손에 쥐고 있던 하얀 국화꽃을 힘겹게 내려놨다. 흰 장갑으로 눈가를 훔치고, 입을 막은 채 제자리로 돌아왔다. 유가족에 이어 정부 관계자들의 헌화가 끝나자 팝페라 가수 임형주 씨가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로 시작되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렀다. 영정과 위패를 받아든 유가족들은 낮 12시 15분경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만월당 봉안당으로 향했다. 영정 사진과 위패를 봉안하고 나온 유가족들은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은 추도사에서 “우리 가슴에 묻고 영원히 잊지 않으렵니다”라고 희생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인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주호 준위의 동상이 영원히 빛날 생각에 큰 감동이….” 고 한주호 해군 준위(당시 53세)의 동상 제막식이 열린 27일 오후. 한 준위의 모교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도전기공업고 강당 연단에 선 부인 김말순 씨(58)는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2010년 3월 30일 서해 백령도 천안함 폭침 해상을 탐색하다가 숨진 한 준위를 위해 동상까지 만들어 준 후배들과 우리 사회의 손길에 감복했기 때문이다. 한주호 동상건립추모사업회와 수도전기공고 총동문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해군 관계자, 유가족 대표 등 290여 명이 참석했다. 한 준위가 평생을 바친 해군에서는 의장대 18명까지 파견해 행사를 더욱 빛냈다. 한 준위 동상 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동상을 감싸고 있던 천을 벗겨내는 순간이었다. 부인 김 씨 등 유가족을 포함한 제막위원 20명이 동상 좌우에 정렬해 함께 천을 벗겨내자 금빛 해군 특수전전단(UDT) 군복과 오리발을 끼고 산소탱크를 어깨에 짊어진 한 준위의 생전 모습이 드러났다. 동상 하단엔 ‘한주호 준위’라는 한글과 함께 영문 ‘Han Juho warrant officer’도 함께 새겨져 후세가 그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했다. ‘수도총동문회 한주호 추모사업위원회’의 홍세기 위원장(58)은 “2010년 5월 수도전기공업고 총동문회 정기총회에서 한 준위의 살신성인과 책임감, 이타적인 삶을 기려 후배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동상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와 추모사업회를 발족했다”며 “4년 8개월 동안 1억2000만 원을 모금해 준비 기간을 거쳐 동상을 제막했다”고 말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

4회째를 맞는 ‘영예로운 제복상’은 올해도 외부 심사위원단의 엄격한 심사로 수상자가 가려졌다. 1∼3회에 이어 이번에도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특히 3회부터 심사위원을 맡은 이현옥 ㈜상훈유통 대표(75)는 이번에 특별상 상금의 일부인 2000만 원을 기부했다. 개인 차원에서 상금을 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제복 공무원에게 용기를 주고 노고에 보답하기 위한 작은 실천일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기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 심사에는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밥값’ 등을 발표한 정호승 시인이 참가했다. 김진국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과 임태희 119안전재단 이사장, 한성동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도 공정한 심사에 힘을 보탰다. 동아일보에서는 임규진 부국장이, 채널A에서는 서영아 부본부장이 심사를 도왔다. 심사위원들은 국방부, 경찰청,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로부터 후보들을 추천받아 공적 내용을 중심으로 심사했다. 자신의 업무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거나 몸을 던져 희생한 이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아쉽게도 4회 심사에서 대상은 뽑지 못했다. 그 대신 세월호 구조작업을 마치고 헬기로 돌아오던 중 추락사한 강원소방본부 소방항공구조대원 5명을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상자 중 경찰관은 한 계급 특진되고 군인은 이에 준하는 인사 혜택을 받는다.황태훈 beetlez@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