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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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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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대통령70%
정치일반6%
국방6%
사건·범죄6%
남북한 관계4%
칼럼2%
학술2%
검찰-법원판결2%
인사일반2%
  • 지상파 TV “넷플릭스, 아군인가 적군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르겠어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 대한 지상파 드라마 관계자의 말이다. 2016년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방송계에선 “미드(미국드라마) 말곤 볼 게 없다”는 평가가 주류였다고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특히 올해부턴 지상파 방송사들이 드라마 해외 유통의 전권을 넷플릭스에 맡기면서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190여 개국, 1억5100만 가구가 구독하는 글로벌 OTT의 영향력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방송사-넷플릭스 ‘기묘한 동거’ 2016년 1개에 불과했던, 넷플릭스에 방영된 국내 드라마는 2017년과 지난해 7개, 올해 11개로 늘었다. 처음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좁아진 국내 방송사들의 해외 유통망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종영 후 넷플릭스에 판매된 20부작 드라마 MBC ‘불야성’(2016년)처럼, 특정 국가의 개별 채널들과 판권 계약을 하면서도 비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넷플릭스도 아시아 시장 진출에 브랜드 가치가 높은 한류 드라마가 필요했기에 서로 ‘윈윈’이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해외 유통의 전권을 맡는 ‘독점 계약’이 늘면서 국내 제작사와 방송사들은 글로벌 OTT의 자금력으로 제작비를 충당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기존 유통망의 판권 수익을 상회하는 비용이었다. tvN ‘비밀의 숲’(2017년)은 320만 달러(약 37억7200만 원), 제작비 430억 원이 투입된 tvN ‘미스터션샤인’(2018년)은 280억 원을 넷플릭스에서 투자받았다. 올해 SBS ‘배가본드’도 250억 원의 절반가량을, MBC ‘신입사관 구해령’은 130억 원 전액을 넷플릭스 투자금으로 메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넷플릭스는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등 한류 스타를 내세운 자체 제작 드라마의 비중을 높여갔다. 방송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여러 해외 유통망 중에서도 가장 좋은 옵션이다”라고 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의 엄격한 유통 정책이 방송사 제작, 홍보 일정과 충돌하는 경우다. 넷플릭스와 JS픽쳐스가 독점 계약한 ‘봄밤’의 국내 유통을 MBC가 맡으면서 방영 전 홈페이지에 본편의 일부 영상을 업로드하지 못해 홍보에 차질이 빚어졌다. MBC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예고편에도 온라인을 통한 해외 노출에 엄격했다”고 했다. 지난해 초 방영된 tvN ‘화유기’는 넷플릭스와의 방영일 계약 조건을 맞추다 미완성된 컴퓨터그래픽(CG)을 노출하는 방송사고를 냈다. 드라마에 중간에 들어가는 ‘프리미엄 광고(PCM)’가 늘면서 광고 없는 넷플릭스로 시청자들이 이탈하는 현상도 방송사에는 부담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 관계자는 “방송사 대신 넷플릭스 드라마로 인식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와 맞물려 방송사들은 새 유통창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상파 3사는 글로벌 OTT를 지향하는 ‘웨이브(WAVVE)’를 지난달 출범시켰고, CJ ENM도 내년 초 유사한 OTT를 운영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향후 등장할 거대 기업의 OTT도 “넷플릭스에 의존할 수 없는 또 다른 변수”가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의 협업은) 해외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지도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자체 OTT가 성장하면 이 공생관계는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년 ‘을’ 제작사는 환영 넷플릭스와 모호한 관계로 고심 중인 방송사들과 다르게, 국내 제작사들은 글로벌 OTT가 “드라마 제작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넷플릭스는 제작사들이 방송사보다 선호하는 1순위 기업이 됐다. 시청률 10%를 넘는 드라마가 줄면서, 더 이상 ‘지상파 특수’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제작사들이 반기는 이유다. 특히 판권 수익의 일부를 넘겨주고 방송사들에 해외 유통을 맡기는 대신, 직접 OTT와 제작사가 협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제작 자율성도 높아졌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콘텐츠에 대한 권리가 해외로 이전되는 문제가 있지만, 국내에선 힘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 지상파와의 협상에서 항상 불리했던 영세 제작사들에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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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 “北서 안다치고 온 것만도 큰 수확”

    “북한 선수들의 플레이가 거칠었다.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27·토트넘)은 17일 새벽 평양 원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목표로 삼았던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0-0 무승부) 부상을 피하는 소득이 있었다고 비꼬았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북한과의 방문경기를 마치고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돌아온 한국 선수단은 북한의 플레이가 거칠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일 선수단장도 “전쟁을 치르는 듯했다”며 “북한 선수들이 팔꿈치를 휘두르고 공중볼 경합 때는 무릎을 들이밀었다”고 경기 분위기를 설명했다. 국내 축구팬들은 이 같은 험악한 장면이 담긴 경기 중계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북한 측은 대한축구협회에 카메라 4대로 촬영한 전후반 90분 경기 영상을 제공했다. 하지만 북한 측은 HD급 고화질로 촬영한 영상을 SD급으로 화질을 떨어뜨려 제공했다. “해당 영상을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 조건 때문에 중계권을 보유한 KBS 등 지상파 3사에서는 당초 17일 방송하기로 했던 녹화 중계를 취소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해당 영상을 6분 48초 분량으로 편집해 각 언론사에서 보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했다. 이 경기 영상에도 북한 선수들이 위협적인 고함을 치며 거친 태클을 시도하는 장면이 여럿 담겼다. 이원주 takeoff@donga.com·정윤철·신규진 기자}

    •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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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애초 중계의사 없었던듯… 南방송사 끌려다닌 셈

    KBS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평양 남북전’ 녹화중계를 17일 오후 5시에 예비 편성했다. 하지만 17일 오전 이를 취소하고 정규 방송으로 되돌렸다. KBS는 북한이 제공한 DVD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화질이 떨어져 방송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중계 불발의 ‘진짜 문제’는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와 북한의 체제 선전, 유엔의 대북제재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먼저 중계방송 협상이 타결됐더라도 실제 중계료가 북한에 지급되고 방송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액의 중계권료를 북한에 지급하는 것 자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2094호)의 ‘벌크 캐시(bulk cash·대량 현금)’ 이전 금지 조항 위반이 될 수 있다. 북한 역시 처음부터 중계방송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계속해서 ‘강한 국가’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며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기는 모습만을 대내외에 공개하고 질 가능성이 높은 경기는 끝까지 감추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남한에 대한 불만이 쌓여 온 북한이 이번 경기를 통해 남한에 불만을 표출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북한에 남한 지상파가 끌려 다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 3사는 일본 총련계 에이전트사와 함께 중계를 허용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북한을 설득했다. 하지만 북한은 고액의 중계권료를 무리하게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중계가 취소되더라도 중계권료를 돌려줄 수 없다고 배짱을 부렸고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한편 양승동 KBS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계약금 3억 원 정도를 떼일 상황’이라는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의 질타에 “계약금 반환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이원주 takeoff@donga.com·정윤철·신규진 기자}

    •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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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공해 ‘현실적 판타지’… 각박한 삶에 힐링 선사

    “출연하지 않더라도 다음 대본을 볼 수 있을까요?” 영화 ‘도어락’ 촬영에 한창이던 지난해 초. KBS ‘동백꽃 필 무렵’ 대본을 읽은 공효진은 차영훈 PD의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 그에겐 올 3월까지 ‘뺑반’ ‘가장 보통의 연애’ 등 빡빡한 영화 촬영 일정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SBS ‘질투의 화신’(2016년) 이후 드라마가 없었고 “남 주긴 아까운 대본”이라며 무척 아쉬워했다. 제작진은 그런 그를 반년 넘게 기다리기로 했다. 임상춘 작가가 대본을 쓸 때부터 동백이는 공 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보통 출연 동기를 묻는 질문에 배우들이 으레 “대본이 좋아서”라고 답한다. 그런데 ‘동백꽃…’ 대본은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군복무 중 이 드라마 대본을 접한 배우 강하늘도 “흔히 볼 수 없는 드라마였다”며 반했다고 했다. 해외 촬영이나 컴퓨터그래픽(CG)으로 치장한 화려한 볼거리, 극을 이끄는 사악한 악역도 없는데 첫 회 시청률 6.3%(닐슨코리아)로 출발하더니, 10일(16회) 14.5%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동백꽃…’의 서사는 여러모로 임 작가의 전작들을 빼닮았다. “옆집 뚝배기 개수까지 아는” 좁은 마을 옹산에서 동백은 술집을 운영한다. 고아 출신 미혼모이자 외지인인 탓에 동네 터줏대감들의 질시를 받는 동백은, 18년 만에 섬으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갈등하는 KBS ‘백희가 돌아왔다’(2016년)의 미혼모 백희(강예원)가 겹쳐진다. 갈등과 화해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을 담으면서도 곳곳에 연쇄살인마 까불이에 대한 섬뜩한 ‘떡밥’들을 끼워 넣어 극의 긴장감도 놓지 않았다. “동백 씨도 화풀이할 사람 한 사람은 필요하죠? 기냥요. 강남에서 뺨 맞으면요, 저한테 기냥 확 똥 싸요!” “이 남자는 돌직구도 아니고 투포환급이다”란 동백의 독백처럼, 자존감이 낮은 그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치켜세워 주는 용식은 사랑엔 어수룩하나 우직하고 일편단심인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 ‘스물’(2014년) ‘청년경찰’(2017년)에서 봐 온 강하늘의 익숙한 이미지다. 특히 동백의 말에 일희일비하며 투박한 언어로 구애하는 용식의 모습은 유독 30, 40대 ‘누나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누나들은 강하늘에게 ‘멍뭉미’(강아지를 뜻하는 멍뭉이와 미·美의 합성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열광한다. 하명선 씨(46·여)는 “현실적이면서 판타지 같은 드라마다. 요즘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저런 남자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개두요, 제일로 귀여운 거는 똥개예요” “동백 씨는 그릇이 대자여 대자” 등 특정 소재를 비유하며 내뱉는 짧은 대사의 말맛도 시골 소시민들의 삶에 잘 어우러진다. ‘흙수저’ 청년의 현실과 연대를 담은 KBS ‘쌈 마이웨이’(2017년)처럼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여전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약자의 처지를 뒤집어 판타지를 선사하는 대신에 투박하면서 처지에 맞는 위로와 희망을 주기에 더욱 공감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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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백꽃 필 무렵’ 강하늘이 3040 누나들에 인기 있는 이유

    영화 ‘도어락’ 촬영에 한창이던 지난해 초. KBS ‘동백꽃 필 무렵’ 대본을 읽은 공효진은 차영훈 PD의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 그에겐 올 3월까지 ‘뺑반’, ‘가장 보통의 연애’ 등 빡빡한 영화 촬영 일정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SBS ‘질투의 화신’(2016년) 이후 드라마가 없었고 “남 주긴 아까운 대본”이라며 무척 아쉬워했다. 제작진은 그런 그를 반 년 넘게 기다리기로 했다. 임상춘 작가가 대본을 쓸 때부터 동백이는 공 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보통 출연 동기를 묻는 질문에 배우들이 으레 “대본이 좋아서”라고 답한다. 그런데 ‘동백꽃…’ 대본은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군복무 중 이 드라마 대본을 접한 배우 강하늘도 “흔히 볼 수 없는 드라마였다”며 반했다. 해외촬영이나 컴퓨터그래픽(CG)으로 치장한 화려한 볼거리나 극을 이끄는 사악한 악역도 없는데. 첫 회 시청률 6.3%(닐슨코리아)으로 출발하더니, 10일 14.5%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동백꽃…’의 서사는 여러모로 임 작가의 전작들을 빼닮았다. “옆집 뚝배기 개수까지 아는” 좁은 마을 옹산에서 동백은 술집을 운영한다. 고아 출신 미혼모이자 외지인인 탓에 동네 터줏대감들의 질시를 받는 동백은, 18년 만에 섬으로 돌아와 마을사람들과 갈등하는 KBS ‘백희가 돌아왔다’(2016년)의 미혼모 백희(강예원)가 겹쳐진다. 갈등과 화해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을 담으면서도 곳곳에 연쇄살인마 까불이에 대한 섬뜩한 ‘떡밥’들을 끼워 넣어 극의 긴장감도 놓지 않았다. “동백 씨도 화풀이 할 사람 한 사람은 필요하죠? 기냥요. 강남에서 뺨 맞으면요, 저한테 기냥 확 똥 싸요!” “이 남자는 돌직구도 아니고 투포환 급이다”는 동백의 독백처럼, 자존감이 낮은 그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추켜 세워주는 용식은 사랑엔 어수룩하나 우직하고 일편단심인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 ‘스물’(2014년) ‘청년경찰’(2017년)에서 봐온 강하늘의 익숙한 이미지다. 특히 동백의 말에 일희일비하며 투박한 언어로 구애하는 용식의 모습은 유독 30~40대 ‘누나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누나들은 강하늘에게 ‘멍뭉미’(강아지를 뜻하는 멍뭉이와 미·美의 합성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강하늘에게 열광한다. 하명선 씨(46·여)는 “현실적이면서 판타지 같은 드라마다. 요즘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저런 남자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개두요, 제일로 귀여운 거는 똥개에요” “동백 씨는 그릇이 대자여 대자” 등 특정 소재를 비유하며 내뱉는 짧은 대사의 말맛도 시골 소시민들의 삶에 잘 어우러진다. ‘흙수저’ 청년의 현실과 연대를 담은 KBS ‘쌈 마이웨이’(2017년)처럼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여전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약자의 처지를 뒤집어 판타지를 선사하는 대신, 투박하면서 처지에 맞는 위로와 희망을 주기에 더욱 공감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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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적 폭력 아니면 괜찮다?… ‘잔혹 영화’ 15세 관람가 논란[인사이드&인사이트]

    “아이랑 절대 같이 보지 마세요.” 2일 개봉한 영화 ‘조커’를 본 한 관객의 평이다. 미국 DC코믹스의 대표 악당, 조커의 기원을 다룬 이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15세 미만이라도 보호자를 동반하면 누구든 ‘조커’를 볼 수 있다. 123분 내내 ‘조커’는 고담시의 광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괴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잔혹한 살해 장면과 극 전체에 흐르는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관객들 사이에선 “상영 등급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유독 많았다. 영화는 15일 기준, 관객 수 400만 명을 목전에 뒀다. 국내에서 벌어진 등급 논란을 넘어, 미국에서 ‘조커’는 실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영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찰은 극장가 순찰과 경계근무를 강화했고 AMC, 랜드마크시어터 등 대형극장에선 ‘조커’ 상영 기간 중 관객의 가면 착용을 금지했다. ‘영화 한 편에 왜 이렇게 민감할까’ 의문이 들다가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년)가 상영된 콜로라도주의 한 극장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임스 홈스는 범행 당시 “나는 조커다!”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악인 관점의 영화가 모방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영화협회(MPAA)는 ‘조커’에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부모 동반 시 가능)을 내렸다. MPAA는 “피가 동반된 강한 폭력, 충격적인 행동”이라는 등급판정 사유를 덧붙였다. 물론 ‘욕설(f-word)’이 두 번 이상 쓰이면 R등급을 내릴 정도로 언어 사용에 엄격한 미국의 잣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조차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정서적으로 유해할 수 있다” “총기 소유가 불법이라 다행” 등 반응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조커’가 주는 공포는 결코 스크린 안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다소 높음’과 ‘높음’ 사이 모호함 ‘조커’에서 직접적으로 묘사된 살생 장면은 총 3번. 지하철에서 시비를 거는 금융회사 직원들과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은 아서 플렉에게 총으로 살해된다. 특히 가위로 전 직장동료 랜들(글렌 플레슐러)의 눈과 목을 찔러 피가 솟구치고 벽에 무차별적으로 머리를 부딪치게 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성인조차 “고개를 돌렸다”는 이들이 많았다. 총격 장면도 발포 소리를 키우고 피를 사방으로 분사시켜 공포가 극대화됐다. 영등위 입장은 어떨까. 영등위는 “가위나 총을 이용한 살상과 유혈을 묘사한 폭력적인 장면들이 등장하나 지속적이지 않아 폭력성과 공포의 수위가 다소 높은 정도”라고 했다. 또 “사회적 부조리함에 의해 폭력이 발생한다는 서사적 구조는 조커가 저지르는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방위험 요소도 있지만 판타지 만화 및 영화에서 알려진 캐릭터를 묘사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영등위는 전문위원들(12명)의 1차 심사와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8명)의 토론을 거쳐 출석 위원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등급을 의결한다.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7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낮음, 보통, 다소 높음, 높음, 매우 높음 등 5가지 단계로 상영등급이 매겨진다. 한 가지 항목이 ‘높음’으로 판단되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조커’는 선정성(보통)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다소 높음’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 관람불가’와 ‘15세 관람가’를 가르는 ‘다소 높음’과 ‘높음’의 경계는 영등위 설명에 따르면 지속성과 구체성 여부다. 아서 플렉의 살생 장면은 영등위 홈페이지에 게재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분류 중 폭력성 항목에 담긴 ‘상해, 유혈 등이 직접적이고 자극적으로 묘사된 것’이라는 기준을 대입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은 충족하지만,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 폭력과 공포 수위에 있어 영화를 관람한 이들의 평가 역시 이 지점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그럼에도 극장에서 관객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공포, 폭력 수위가 영등위 인식과 상이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명시적인 기준이 없고 주관이 개입되다 보니 다른 영화와의 형평성 논란도 벌어지곤 한다. 지난달 25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개가 남자의 팔과 성기를 물어뜯는 장면 등 잔혹한 장면이 극 후반부 10분 가까이 등장해 폭력성과 공포 항목에서 ‘높음’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 홈페이지에서 관객들이 등급을 정하는 ‘나의 영화 등급’ 코너에서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영등위는 “지속성, 구체성의 수치적인 기준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는 답변만을 전할 뿐이다.○ 관대해져 가는 성·폭력 수위 관객들의 인식과 상영 등급 간 괴리는 지난해 2월 영등위 7기가 출범한 뒤로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개봉한 ‘마녀’는 피 칠갑을 한 고교생이 사람들을 연달아 살해하는 장면에도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주제”라는 이유로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당시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도 “이 등급을 받을 줄 몰랐다”고 언급했을 정도. 미국에서 R등급을 받은 ‘더 보이’(올해 5월 개봉)도 눈에 유리가 박히고 턱이 부서지는 고어물의 요소가 다분하지만 “해당 연령층 이상이 습득한 지식과 경험으로 수용 가능하다”는 판단과 함께 ‘15세 관람가’가 내려졌다. 여성의 상체 노출이 포함된 영화가 대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는 영화계의 관행(?)도 지난해 5월 개봉한 ‘독전’에서 깨졌다. 모든 항목에서 ‘다소 높음’ 판정을 받은 이 영화는 마약 제조 및 흡입 묘사를 차치하더라도 배우 진서연의 상체가 2초가량 등장해 “흥행을 위해 제작사와 영등위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마저 퍼졌다. 물론 “영상표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이해도 사회적 흐름에 따라 확대되고 있어 다양한 변화를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영등위의 설명처럼, 성·폭력 묘사에 관대해지는 경향은 옳고 그름으로 섣불리 재단할 수 없는 문제다. 다수의 영화평론가들도 “예술의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한 평론가는 “영화감독이 위원장이라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덕분에 제작사들은 영화의 수위에 관계없이 심의 전 적정 등급을 ‘15세 관람가’로 제출한 뒤 해당 장면들이 ‘덜’ 성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혈안이 된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상영등급에 따라 관객 수입이 두 배 가까이 차이날 수밖에 없어 민감한 문제”라고 설명한다. 결국 애꿎은 피해는 극장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관객들 몫이다. ‘청소년 관람불가’와 ‘15세 관람가’ 사이 새 등급을 마련해야 한다거나, 7가지 평가 항목의 총합으로 등급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영 등급을 믿고 극장을 찾은 시민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한 전직 영등위 위원은 “청소년을 대변하는 위원 참여 등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미국처럼 등급 심의를 민간에 맡기고 영화 관련 사이트에 ‘보호자 가이드’ 항목을 둬 문제가 될 만한 장면들을 자세하게 기술하는 방식도 고려해봄 직하다. ○ 모자이크 처리하면 15세? 방송사 자체적으로 등급을 결정하는 드라마 심의는 더욱 허술하다. 보통 20명 내외로 구성된 자체 심의팀이 방영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방송프로그램 등급제 규칙’에 따라 주제, 폭력성, 언어사용, 모방위험 등을 고려해 등급을 매긴다. 방심위의 사후 규제가 본방송은 물론이고 재방송까지 방영된 뒤에야 이뤄지는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OCN ‘타인은 지옥이다’는 이를 뽑거나 칼로 신체를 찌르고, 인육을 연상케 하는 고기를 먹는 장면에도 6일 최종회(10회)에서만 ‘청소년 관람불가’로 방송됐다. 지난해와 올 초 ‘리턴’, ‘황후의 품격’으로 선정성 논란을 겪은 SBS도 ‘15세 관람가’인 ‘배가본드’에 성 접대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한 채 방영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 드라마 게시판에 올라온 “마음 놓고 아이들이랑 TV를 볼 수 있겠냐”는 시청자의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위에 관대해지는 영화, ‘영화적 퀄리티’에 목을 매는 드라마가 제작되는 요즘, 보편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심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신규진 문화부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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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랑 같이 보지 마세요” 영화 ‘조커’ 관람등급 논란

    “아이랑 절대 같이 보지 마세요.” 2일 개봉한 영화 ‘조커’를 본 한 관객의 평이다. 미국 DC코믹스의 대표 악당, 조커의 기원을 다룬 이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15세 미만이라도 보호자를 동반하면 누구든 ‘조커’를 볼 수 있다. 123분 내내 ‘조커’는 고담시의 광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괴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잔혹한 살해 장면과 극 전체에 흐르는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관객들 사이에선 “상영 등급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유독 많았다. 영화는 15일 기준, 관객 수 400만 명을 목전에 뒀다. 국내에서 벌어진 등급 논란을 넘어, 미국에서 ‘조커’는 실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영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찰은 극장가 순찰과 경계근무를 강화했고 AMC, 랜드마크 시어터 등 대형극장에선 ‘조커’ 상영 기간 중 관객의 가면 착용을 금지했다. ‘영화 한 편에 왜 이렇게 민감할까’ 의문이 들다가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년)가 상영된 콜로라도 주의 한 극장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임스 홈스는 범행 당시 “나는 조커다!”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악인 관점의 영화가 모방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영화협회(MPAA)는 ‘조커’에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을 내렸다. MPAA는 “피가 동반된 강한 폭력, 충격적인 행동”이라는 등급판정 사유를 덧붙였다. 물론 ‘욕설(f-word)’이 두 번 이상 쓰이면 R등급을 내릴 정도로 언어 사용에 엄격한 미국의 잣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조차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정서적으로 유해할 수 있다” “총기 소유가 불법이라 다행” 등 반응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조커’가 주는 공포는 결코 스크린 안에 머물러있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다소높음’과 ‘높음’ 사이 모호함 ‘조커’에서 직접적으로 묘사된 살생 장면은 총 3번. 지하철에서 시비를 거는 금융회사 직원들과 토크쇼 진행자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은 아서 플렉에게 총으로 살해된다. 특히 가위로 전 직장동료 랜들(글렌 플레쉬러)의 눈과 목을 찔러 피가 솟구치고 벽에 무차별적으로 머리를 부딪치게 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성인조차 “고개를 돌렸다”는 이들이 많았다. 총격 장면도 발포 소리를 키우고 피를 사방으로 분사시켜 공포가 극대화됐다. 영등위 입장은 어떨까. 영등위는 “가위나 총을 이용한 살상과 유혈을 묘사한 폭력적인 장면들이 등장하나 지속적이지 않아 폭력성과 공포의 수위가 다소 높은 정도”라고 했다. 또 “사회적 부조리함에 의해 폭력이 발생한다는 서사적 구조는 조커가 저지르는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방위험 요소도 있지만 판타지 만화 및 영화에서 알려진 캐릭터를 묘사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영등위는 전문위원들(12명)의 1차 심사와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8명)의 토론을 거쳐 출석 위원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등급을 의결한다.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7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등 5가지 단계로 상영등급이 매겨진다. 한 가지 항목이 ‘높음’으로 판단되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조커’는 선정성(보통)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다소높음’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 관람불가’와 ‘15세 관람가’를 가르는 ‘다소높음’과 ‘높음’의 경계는 영등위 설명에 따르면 지속성과 구체성 여부다. 아서 플렉의 살생 장면은 영등위 홈페이지에 게재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분류 중 폭력성 항목에 담긴 ‘상해, 유혈 등이 직접적이고 자극적으로 묘사된 것’이라는 기준을 대입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은 충족하지만,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 폭력과 공포 수위에 있어 영화를 관람한 이들의 평가 역시 이 지점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그럼에도 극장에서 관객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공포, 폭력 수위가 영등위 인식과 상이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명시적인 기준이 없고 주관이 개입되다보니 다른 영화와의 형평성 논란도 벌어지곤 한다. 지난달 25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개가 남자의 팔과 성기를 물어뜯는 장면 등 잔혹한 장면이 극 후반부 10분 가까이 등장해 폭력성과 공포 항목에서 ‘높음’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 홈페이지에서 관객들이 등급을 정하는 ‘나의 영화 등급’ 코너에서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로 돼있다. 이에 대해 영등위는 “지속성, 구체성의 수치적인 기준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는 답변만을 전할 뿐이다.●관대해져 가는 성·폭력 수위 관객들의 인식과 상영 등급 간 괴리는 지난해 2월 영등위 7기가 출범한 뒤로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개봉한 ‘마녀’는 피칠갑을 한 고교생이 사람들을 연달아 살해하는 장면에도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주제”라는 이유로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당시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도 “이 등급을 받을 줄 몰랐다”고 언급했을 정도. 미국에서 R등급을 받은 ‘더 보이’(올해 5월 개봉)도 눈에 유리가 박히고 턱이 부서지는 고어물의 요소가 다분하지만 “해당 연령층 이상이 습득한 지식과 경험으로 수용 가능하다”는 판단과 함께 ‘15세 관람가’가 내려졌다. 여성의 상체 노출이 포함된 영화가 대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는 영화계의 관행(?)도 지난해 5월 개봉한 ‘독전’에서 깨졌다. 모든 항목에서 ‘다소높음’ 판정을 받은 이 영화는 마약 제조 및 흡입 묘사를 차치하더라도 배우 진서연의 상체가 2초가량 등장해 “흥행을 위해 제작사와 영등위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마저 퍼졌다. 물론 “영상표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이해도 사회적 흐름에 따라 확대되고 있어 다양한 변화를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영등위의 설명처럼, 성·폭력 묘사에 관대해지는 경향은 옳고 그름으로 섣불리 재단할 수 없는 문제다. 다수의 영화평론가들도 “예술의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한 평론가는 “영화감독이 위원장이라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덕분에 제작사들은 영화의 수위에 관계없이 심의 전 적정 등급을 ‘15세 관람가’로 제출한 뒤 해당 장면들이 ‘덜’ 성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혈안이 된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상영등급에 따라 관객 수입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민감한 문제”라고 설명한다. 결국 애꿎은 피해는 극장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관객들 몫이다. ‘청소년 관람불가’와 ‘15세 관람가’ 사이 새 등급을 마련해야 한다거나, 7가지 평가 항목의 총합으로 등급을 정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상영등급을 믿고 극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나오고 있다. 한 전직 영등위 위원은 “청소년을 대변하는 위원 참여 등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미국처럼 등급 심의를 민간에 맡기고 영화 관련 사이트에 ‘보호자 가이드’ 항목을 둬 문제가 될만한 장면들을 자세하게 기술하는 방식도 고려해봄직하다. ●모자이크 처리하면 15세? 방송사 자체적으로 등급을 결정하는 드라마 심의는 더욱 허술하다. 보통 20명 내외로 구성된 자체 심의팀이 방영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방송프로그램 등급제 규칙’에 따라 주제, 폭력성, 언어사용, 모방위험 등을 고려해 등급을 매긴다. 방심위의 사후 규제가 본방송은 물론이고 재방송까지 방영된 뒤에야 이뤄지는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OCN ‘타인은 지옥이다’는 이를 뽑거나 칼로 신체를 찌르고, 인육을 연상케 하는 고기를 먹는 장면에도 6일 최종회(10회)에서만 ‘청소년 관람불가’로 방송됐다. 지난해와 올 초 ‘리턴’, ‘황후의 품격’으로 선정성 논란을 겪은 SBS도 ‘15세 관람가’인 ‘배가본드’에 성 접대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한 채 방영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 드라마 게시판에 올라온 “마음 놓고 아이들이랑 TV를 볼 수 있겠냐”는 시청자의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위에 관대해지는 영화, ‘영화적 퀄리티’에 목을 매는 드라마가 제작되는 요즘, 보편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심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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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한’ 그 남자, 부산에 떴다

    “영혼 넘치는 젊은 배우의 모습을 봤어요.” 2년 전, 영화 ‘더 킹: 헨리 5세’의 주인공을 찾던 데이비드 미쇼 감독(47). 우연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배우 티모테 샬라메(24)가 눈에 들어왔다. 8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열린 ‘더 킹…’ 간담회에서 그는 “감성이 풍부한 젊은 배우를 찾기 쉽지 않다. 운이 좋았고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더 킹…’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작품 최초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다. 셰익스피어 희곡 ‘헨리 5세’를 재해석한 영화는 자유롭게 살던 왕자 할(샬라메)이 왕좌에 올라 위대한 왕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았다. 샬라메는 ‘콜 미…’로 지난해 제90회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른,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배우다. 이날 “미국인으로서 영국 왕을 연기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한 샬라메는 과외와 온라인을 통해 영국 억양을 익혔다. 1415년 아쟁쿠르 전투 장면을 찍기 위한 3주간의 리허설은 어떤 연기보다도 고됐다고 한다. 그는 “감독님이 ‘스타워즈’의 광선검 액션처럼 합이 맞는 것보단 뒤죽박죽 섞인 액션을 원했다”고 말했다. 앞서 6일 한 치킨 매장을 방문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던 그는 “양념치킨을 가장 좋아한다. 2002년 월드컵을 본 기억이 나는데, 한국에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다”고 전했다. 팔스타프 역할을 맡은 배우 조엘 에저턴(45)은 미쇼 감독과 각본을 공동 집필해 관심을 모았다. 자신을 “한국 영화에 집착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박찬욱 봉준호 나홍진 감독을 언급하기도. 그는 “‘살인의 추억’의 실제 범인을 찾은 것도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생충’은 정말 놀라운 영화예요. ‘더 킹…’을 빼곤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웃음)”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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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객이 된 백종원?… 먹방이 달라졌다

    tvN 예능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2’엔 유독 백종원 씨를 염탐(?)하는 화면이 많다. 카메라는 식당 옆 건물 2층에서, 50여 m 떨어진 벽 뒤에서 백 씨를 담는다. 현지인이나 차량이 지나가며 시야를 가리는 돌발 상황도 허다하다. 인파 속에 숨은 백 씨를 두고 온라인에선 ‘백종원 찾기’란 후기 글들이 올라온다. 지난달 22일부터 방영 중인 이 예능은 백 씨가 터키 이스탄불, 베트남 하노이, 미국 뉴욕 등을 홀로 누비며 ‘먹방’을 하는 프로그램. 설정은 평범해 보이지만 독특한 촬영과 편집 방식으로 다른 먹방과 차별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우선 제작진은 촬영 전 답사 때 백 씨의 눈에 안 띄는 촬영 장소를 물색하는 데 공을 들인다. 지난해 방영된 시즌1에 이어 계속 연출을 맡고 있는 박희연 PD는 “역설적일 수도 있지만 예능을 다큐멘터리, 교양처럼 찍고 싶었다. 현지인과 섞여 음식을 먹는, 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는 게 원칙”이라고 전했다. 스태프가 우르르 몰려다니는 다른 예능 먹방 촬영과 달리, 10명 남짓한 인원이 백 씨 주변에 흩어져 잠복한다. 물론 소형 카메라를 든 백 씨 앞엔 항상 박 PD와 촬영감독이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현장 소품을 활용해 찍어내는 생소한 화면 구도도 꽤 좋은 볼거리를 준다. 오토바이나 식당 거울에 비친 백 씨의 ‘먹방’도 그중 하나. 현지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보니 백 씨가 화면 구석으로 밀려 나기도 한다. 사전 섭외가 된 식당이더라도 30분 이상 줄을 서는 경우도 잦다. “사전에 섭외한 식당에서도 카메라가 있다고 하면 점원들의 행동이 어색해지거든요. 백 대표께도 식당 입구에서 말을 시작하면 된다는 식의 최소한의 가이드만 줘요.” 이 예능은 맛깔 나는 음식 연출을 위해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직부감’(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샷)과 눈높이 촬영을 고집한다. 음식을 앞에 두고 카메라가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현란한 ‘무빙’도 생략했다. 빨리 감기보단 슬로 모션 여러 컷을 이어 붙이는 방식도 오로지 음식에 집중시키기 위한 전략이다.“국수처럼 깊은 그릇에 담겨서 눈높이로 찍었을 때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직부감을 선호해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편집도 재료에 담긴 서사를 이끌어내는 장치다. 빵 한 조각을 역으로 추적해 밀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편집을 위해 회당 3주가량을 할애한다. 도시 이미지에 맞는 음식 색감 보정도 필수. 박 PD는 “백 대표의 음식 설명에 맞는 풍경, 재료를 담기 위해 현지 방방곡곡을 누비는 촬영팀의 노고가 크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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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파 속 숨은 ‘백종원 찾기’…‘스푸파2’ PD가 밝힌 생생 먹방 비결은?

    tvN 예능 ‘스트리트푸드파이터2’엔 유독 백종원 씨를 염탐(?)하는 화면이 많다. 카메라는 식당 옆 건물 2층에서, 50여m 떨어진 벽 뒤에서 백 씨를 담는다. 현지인이나 차량이 지나가며 시야를 가리는 돌발 상황도 허다하다. 인파 속에 숨은 백 씨를 두고 온라인에선 ‘백종원 찾기’라는 후기 글들이 올라온다. 지난달 22일부터 방영 중인 이 예능은 백 씨가 터키 이스탄불, 베트남 하노이, 미국 뉴욕 등을 홀로 누비며 ‘먹방’을 하는 프로그램. 설정은 평범해 보이지만, 독특한 촬영과 편집 방식으로 인해 다른 먹방과 차별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우선 제작진은 촬영 전 답사 때 백 씨의 눈에 안 띄는 촬영 장소를 물색하는데 공을 들인다. 지난해 방영된 시즌1에 이어 계속 연출을 맡고 있는 박희연 PD는 “역설적일수도 있지만 예능을 다큐멘터리, 교양처럼 찍고 싶었다. 현지인과 섞여 음식을 먹는, 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는 게 원칙”이라고 전했다. 스태프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다른 예능 먹방 촬영과 달리, 10명 남짓한 인원이 백 씨 주변에 흩어져 잠복한다. 물론 소형 카메라를 든 백 씨 앞엔 항상 박 PD와 촬영 감독이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현장의 소품을 활용해 찍어내는 생소한 화면 구도도 꽤 좋은 볼거리를 준다. 오토바이나 식당 거울에 비친 백 씨의 ‘먹방’도 그 중 하나. 현지의 식문화를 소개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보니 백 씨가 화면 구석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사전 섭외가 된 식당이더라도 30분 이상 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잦다. “사전에 섭외한 식당에서도 카메라가 있다고 하면 점원들의 행동이 어색해지거든요. 백 대표께도 식당 입구에서 말을 시작하면 된다는 식의 최소한의 가이드만 줘요.” 이 예능은 맛깔 나는 음식 연출을 위해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직부감’(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샷)과 눈높이 촬영을 고집한다. 음식을 앞에 두고 카메라가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현란한 ‘무빙’도 생략했다. 빨리 감기보단 슬로 모션 여러 컷을 이어 붙이는 방식도 오로지 음식에 집중시키기 위한 전략이다.“국수처럼 깊은 그릇에 담겨서 눈높이로 찍었을 때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직부감을 선호해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편집도 재료에 담긴 서사를 이끌어내는 장치다. 빵 한 조각을 역으로 추적해 밀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편집을 위해 한 회당 3주 가량을 할애한다. 도시 이미지에 맞는 음식 색감 보정도 필수. 박 PD는 “백 대표의 음식 설명에 맞는 풍경, 재료를 담기 위해 현지 방방곡곡을 누비는 촬영 팀의 노고가 크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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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피센트2’ 개봉 앞둔 졸리 “한국 보낸 아들 생각하며 엄마 연기”

    “겨우 몇 주 전에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벌써 다시 가고 싶네요.” ‘연대생 엄마’ 미국 할리우드배우 앤젤리나 졸리(44)가 영상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다시 한번 친밀감을 표시했다. 졸리는 4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말레피센트2’ 라이브콘퍼런스에서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2002년 캄보디아에서 입양한 첫 아들 매덕스(18)의 연세대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8월에 한국을 방문했다. 17일 개봉하는 ‘말레피센트2’는 어둠의 요정 말레피센트(졸리)가 딸처럼 키운 오로라(엘 패닝)의 결혼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말레피센트’(2014년) 후속작으로, 졸리가 악역이자 디즈니 최초의 마녀 캐릭터를 맡아 화제가 됐다. 졸리는 “전편에서 14세였던 오로라가 21세로 성장했다. 말레피센트가 누구인지, 어디 출신인지 등 새롭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이야기가 남아있어 후속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졸리는 특히 오로라를 떠나보내는 말레피센트를 연기하면서 아들 매덕스를 많이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둥지를 떠나는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 캐릭터의 감정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말레피센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성과 엄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8월 방한했을 당시 졸리는 학교 도서관과 기숙사 등을 둘러보고, 아들이 지낼 종로구 한 아파트를 전세 계약하는 등 서울과 인천에서 3박 4일의 바쁜 일정을 보냈다. 졸리는 콘퍼런스에서도 이날을 언급하며 “매덕스의 연대 입학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을 한국에 두고 돌아오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졸리는 이날 “아들 매덕스가 한국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매덕스는 현재 연대 언더우드국제대학(UIC) 생명과학공학과에 입학해 인천 송도에 있는 국제캠퍼스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전날 일본으로 출국해 영화 시사회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졸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직접 한국에 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내일 아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아들 편에 제 사랑도 함께 보내겠습니다.(웃음)”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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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보컬들의 끼와 재능이 펼쳐집니다”

    “대학생들이 공부와 음악을 병행하면 실력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전혀 아니에요.”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2일 열린 채널A-스카이드라마 공동 제작 예능 ‘보컬플레이: 캠퍼스 뮤직 올림피아드’(보컬플레이2) 제작발표회에서 가수 김현철이 말했다. 채널A와 스카이엔터(skyENT)에서 5일 오후 10시 40분 처음 방송되는 ‘보컬플레이2’는 각 대학을 대표하는 실력파 학생들이 음악 대결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김현철은 “대학생들은 끼와 재능을 펼칠 무대가 많지 않다.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영된 ‘보컬플레이1’이 아카펠라 장르를 다뤘다면 시즌2는 장르를 불문한 ‘대학가요제’ 형식이다. 연출을 맡은 전경남 PD는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는 ‘보컬플레이’의 큰 주제는 변함이 없어 제목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 심사위원을 지낸 김현철은 “예선부터 참가자 개개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대학가요제와도) 다르다”고 전했다. 전국 각지 대학에서 지원한 1000여 팀 중 100팀을 선발했다. 음악 전공자와 비전공자 비율도 반반이라고 한다. 연세대와 고려대처럼 라이벌 대학 간 자존심을 건 대결도 볼거리. 우승자에게는 전액 장학금과 함께 데뷔 앨범 및 뮤직비디오 제작, 워너뮤직코리아 정식 아티스트 계약이라는 특전이 주어진다. 김현철 스윗소로우 이석훈 에일리 등 심사위원 4명은 “학생들의 공연을 지켜보며 대학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스윗소로우는 음악 비전공자 3명이 대학에서 만나 결성됐고 에일리는 미국에서 이 시기 처음 자작곡에 도전했다. 실용음악과를 나온 이석훈은 “학생 때 다양한 음악 장르에 도전해봤다. 참가자들도 변질되지 않은 순수한 음악을 들려준다”고 했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현철은 “내 대학 시절을 투영해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독특한 음악 장르를 선보인 학생들도 많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목소리에 기계음을 입힌 오토튠(Auto-Tune)을 사용한 참가자에 대해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에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팀”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즌1에 이어 MC를 맡은 오상진 아나운서는 “예전엔 록스타가 지금의 힙합스타처럼 큰 사랑을 받았다. 메탈리카 등 인기 록그룹의 음악을 여전히 대학에서 하시는 분들이 있어 반가웠다”고 했다. 그룹 유브이(UV)의 멤버이자 MC로 합류한 유세윤은 “참가자들 중 같이 음악작업을 하면 재미있겠다 싶은 친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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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대학생 뮤지션 발굴”…보컬플레이2, 우승자에 ‘전액 장학금’

    “대학생들이 공부와 음악을 병행하면 실력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전혀 아니에요.”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2일 열린 채널A-스카이드라마 공동 제작 예능 ‘보컬플레이: 캠퍼스 뮤직 올림피아드’(보컬플레이2) 제작발표회에서 가수 김현철이 말했다. 채널A와 스카이엔터(skyENT)에서 5일 오후 10시 40분 첫 방송되는 ‘보컬플레이2’는 각 대학을 대표하는 실력파 학생들이 음악 대결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김 씨는 “대학생들은 끼와 재능을 펼칠 무대가 많지 않다.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영된 ‘보컬플레이1’이 아카펠라 장르를 다뤘다면 시즌2는 장르를 불문한 ‘대학가요제’ 형식이다. 연출을 맡은 전경남 PD는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는 ‘보컬플레이’의 큰 주제는 변함이 없어 제목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 심사위원을 지낸 김현철은 “예선부터 참가자 개개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대학가요제와도) 다르다”고 전했다. 전국 각지 대학에서 지원한 1000여 팀 중 100팀을 선발했다. 음악 전공자와 비전공자 비율도 반반이라고 한다. 연세대와 고려대처럼 라이벌 대학 간 자존심을 건 대결도 볼거리. 우승자에게는 전액 장학금과 함께 데뷔 앨범 및 뮤직비디오 제작, 워너뮤직코리아 정식 아티스트 계약이라는 특전이 주어진다. 김현철 스윗소로우 이석훈 에일리 등 심사위원 4명은 “학생들의 공연을 지켜보며 대학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스윗소로우는 음악 비전공자 3명이 대학에서 만나 결성됐고 에일리는 미국에서 이 시기 처음 자작곡에 도전했다. 실용음악과를 나온 이석훈은 “학생 때 다양한 음악 장르에 도전해봤다. 참가자들도 변질되지 않은 순수한 음악을 들려준다”고 했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현철은 “내 대학 시절을 투영해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독특한 음악 장르를 선보인 학생들도 많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오토튠(Auto-Tune)을 사용한 참가자에 대해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에 단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팀”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즌1에 이어 MC를 맡은 오상진 아나운서는 “예전엔 록스타가 지금의 힙합스타처럼 큰 사랑을 받았다. 메탈리카 등 인기 록그룹의 음악을 여전히 대학에서 하시는 분들이 있어 반가웠다”고 했다. 그룹 유브이(UV)의 멤버이자 MC로 합류한 유세윤은 “참가자들 중 같이 음악작업을 하면 재미있겠다 싶은 친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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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톰 크루즈-맷 데이먼도 울고 갈 ‘이승기표 액션’

    《16초에 28컷. 약 0.5초꼴로 화면이 쉴 새 없이 바뀐다. 카메라는 모로코행 여객기 테러사고로 아들처럼 키우던 조카를 잃은 달건(이승기)과 테러범 제롬(유태오)의 격투 장면을 담는다. 혼을 쏙 빼놓는 근접전이 끝난 뒤, 둘은 모로코 탕헤르 곳곳을 누비며 추격전을 이어간다. 10분 동안 이어지는 SBS 드라마 ‘배가본드’(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작)의 이 장면은 ‘액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하다. 달건은 국가정보원 ‘블랙요원’ 해리(배수지)와 함께 비행기 테러의 배후를 추격한다. 달건은 차를 타고 도망가는 제롬을 맨몸으로 뒤쫓으며 주택가 장애물과 옥상을 넘나드는 파쿠르(도시 공간을 예술적인 동작으로 질주하는 스포츠)를 선보인다. 달건이 차량에 매달려 몸이 바닥에 끌린 채 도로를 질주하는 위험천만한 곡예에 시청자들은 “영화 같다”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액션”이라고 감탄을 쏟아냈다. ‘배가본드’는 지난달 20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4%(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 할리우드 스타일 빼다 박은 액션 그동안 첩보물은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장르 중 하나였다. 높은 제작비와 기술력 부족으로 KBS ‘아이리스’(2009년),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년), KBS ‘아이리스2’(2013년) 이후 첩보물 명맥이 끊긴 상황.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동안 촬영한 ‘배가본드’에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됐다. 해외 배급은 넷플릭스가 맡았다. 무엇보다 ‘제이슨 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만큼 할리우드 연출 스타일을 액션 곳곳에 적절히 녹여냈다. 슬로 모션을 줄이고 핸드 헬드(손으로 들고 찍기)나 셰이키캠(의도적으로 카메라를 흔들며 찍기) 촬영을 늘려 현장감을 살렸다. 근접 격투 장면도 가격 순간의 타격감을 강조하기 위해 액션, 리액션으로 컷을 나눠 빠르게 전환하고 신체가 클로즈업된 샷과 풀샷, 드론을 이용한 부감(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샷) 화면을 빽빽하게 끼워 넣었다. 국내 드라마에선 드문 연출 때문에 “어지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길복 촬영감독은 “최대한 긴박하고 거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를 흔들었다. 액션을 ‘다큐멘터리’처럼 찍고 싶었다. 특히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를 많이 떠올리며 작업했다”고 전했다. 40여 일 동안 모로코, 포르투갈 현지 촬영을 하면서 액션도 장소에 맞게 바뀌었다. 기차를 타고 도망가는 제롬을 달건이 오토바이를 타고 쫓는 기존 설정도 좁은 골목이 많은 탕헤르 특성을 고려해 파쿠르로 변경했다. ‘본 얼티메이텀’(2007년)의 맷 데이먼, ‘인셉션’(2010년)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내달린 골목에서 질주하는 달건의 동선도 제작진이 두 번의 사전 답사를 통해 디테일하게 기획한 장면이다. 총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은 “가장 적합한 장소를 찾기 위해 5층 높이의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지팡이를 사서 짚고 다닐 정도로 고됐다. 일일이 수백 가구에 촬영 협조를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특전사 경험 살린 이승기의 맨몸 액션 이승기, 배수지를 비롯한 배우들은 두 달 넘게 액션스쿨에서 기초 체력과 격투 합을 맞추는 훈련을 받았다. 동작은 스턴트맨 출신 무술인 달건의 캐릭터를 고려해 빠르고 간결하게 구성했다. 강풍 무술감독은 “특공무술과 유사한 액션을 떠올렸다. 크고 과장된 몸짓은 최대한 자제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 감독은 이승기에게 “지긋지긋하게, 지옥 끝까지 쫓아갈 듯한 야수 같은 모습”을 강조했다. 대역 없이 대부분의 액션 장면을 연기한 이승기는 직접 질주하는 차량에 매달리거나 제롬의 차량을 덮치는 장면을 위해 3시간 넘게 3층 높이 건물에서 뛰어내리길 반복했다고 한다. 유 감독은 “섭외 당시 이승기 씨는 특전사 복무 중이었다. 촬영할 때도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체력이나 의욕이 넘쳤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지난달 16일 제작발표회에서 “군대 경험이 도움이 됐다. 남성의 강인함, 총 쏘는 법 등을 자신감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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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리우드 액션 영화 닮은 ‘배가본드’…특전사 출신 이승기 활약 기대

    16초에 28컷. 0.5초 꼴로 화면이 쉴 새 없이 바뀐다. 카메라는 모로코행 여객기 추락사고로 아들처럼 키우던 조카를 잃은 달건(이승기)과 생존자 제롬(유태오)의 격투 장면을 담는다. 혼을 쏙 빼놓는 근접전이 끝난 뒤, 둘은 모로코 탕헤르 곳곳을 누비며 추격전을 이어간다. 10분 동안 이어지는 SBS 드라마 ‘배가본드’(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작)의 이 장면은 ‘액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하다. 달건은 국가정보원 ‘블랙요원’ 해리(배수지)와 함께 비행기 테러의 배후를 추격한다. 달건은 차를 타고 도망가는 제롬을 맨 몸으로 뒤쫓으며 주택가 장애물과 옥상을 넘나드는 파쿠르(도시 공간을 예술적인 동작으로 질주하는 스포츠)를 선보인다. 달건이 차량에 매달려 몸이 바닥에 끌린 채 도로를 질주하는 위험천만한 곡예에 시청자들은 “영화 같다”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액션”이라고 감탄을 쏟아냈다. ‘배가본드’는 지난달 20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4%(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할리우드 스타일 빼다 박은 액션 그동안 첩보물은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장르 중 하나였다. 높은 제작비와 기술력 부족으로 KBS ‘아이리스’(2009년),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년), KBS ‘아이리스2’(2013년) 이후 첩보물 명맥이 끊긴 상황.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동안 촬영한 ‘배가본드’에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됐다. 해외 배급은 넷플릭스가 맡으며 유통 방식도 다각화했다. 무엇보다, ‘제이슨 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만큼 할리우드 연출 스타일을 액션 곳곳에 적절히 녹여냈다. 슬로우 모션을 줄이고 핸드 헬드(손으로 들고 찍기)나 셰이키캠(의도적으로 카메라를 흔들며 찍기) 촬영을 늘려 현장감을 살렸다. 근접 격투 장면도 가격 순간의 타격감을 강조하기 위해 액션, 리액션으로 컷을 나눠 빠르게 전환하고 신체가 클로즈업된 샷과 풀샷, 드론을 이용한 부감(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샷) 화면을 빽빽하게 끼워 넣었다. 화면비도 2.35대1 대신 16대9의 꽉 찬 비율을 선택해 역동성을 줬다. 국내 드라마치고 익숙하지 않은 연출 때문에 “어지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길복 촬영감독은 “최대한 긴박하고 거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를 흔들었다. 액션을 ‘다큐멘터리’처럼 찍고 싶었다. 특히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를 많이 떠올리며 작업했다”고 전했다. 40여 일 동안 모로코, 포르투갈 현지 촬영을 하면서 액션도 장소에 맞게 바뀌었다. 기차를 타고 도망가는 제롬을 오토바이를 탄 달건이 쫓는 기존 설정도 좁은 골목이 많은 탕헤르 특성을 고려해 파쿠르로 변경했다. ‘본 얼티메이텀’(2007년)의 맷 데이먼, ‘인셉션’(2010년)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내달린 골목에서 질주하는 달건의 동선도 제작진이 두 번의 사전 답사를 통해 디테일하게 기획한 장면이다. 총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은 “가장 적합한 장소를 찾기 위해 5층 높이의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지팡이를 사서 짚고 다닐 정도로 고됐다. 일일이 수백 가구의 촬영 협조를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고 회상했다.●특전사 경험 살린 이승기의 맨몸 액션 이승기, 배수지를 비롯한 배우들은 두 달 넘게 액션스쿨에서 기초 체력과 격투 합을 맞추는 훈련을 받았다. 동작은 스턴트맨 출신 무술인 달건의 캐릭터를 고려해 빠르고 간결하게 구성했다. 강풍 무술감독은 “특공무술과 유사한 액션을 떠올렸다. 크고 과장된 몸짓은 최대한 자제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 감독은 이승기에게 “지긋지긋하게, 지옥 끝까지 쫓아갈 듯한 야수 같은 모습”을 강조했다. 대역 없이 대부분의 액션 장면을 연기한 이 씨는 직접 질주하는 차량에 매달리거나 제롬의 차량을 덮치는 장면을 위해 3시간 넘게 3층 높이 건물에서 뛰어내리길 반복했다고 한다. 유 감독은 “섭외 당시 이 씨는 특전사 복무 중이었다. 촬영할 때도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체력이나 의욕이 넘쳤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달 16일 제작발표회에서 “군대 경험이 도움이 됐다. 남성의 강인함, 총 쏘는 법 등을 자신감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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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아나운서 ‘3대 여신’… “축구로 태어나 야구로 길러졌어요”

    “스포츠는 계속 애정을 갖고 지켜봤어요. 방송인 윤태진이 태어난 곳이니까요.” 채널A 메인뉴스 ‘뉴스A’에서 스포츠 뉴스 진행을 맡은 윤태진 아나운서(32)가 24일 말했다. 전날 첫 방송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던 그는 “채널A에서 잘 준비해 준 덕분에 진행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뉴스 진행은 처음이지만, 다년간 스포츠 프로그램을 해왔기에 생방송도 문제없다. 2011년 KBS N스포츠에 입사한 윤 아나운서는 2012년부터 3년간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아이러브 베이스볼’ 진행을 맡아 스포츠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귀여운 외모와 활발한 성격으로 최희, 정인영과 더불어 스포츠 아나운서 ‘3대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생방송 트라우마는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어요. 당시 (아나운서) 선배들이 ‘이 프로그램을 해보면 다른 일들이 쉬울 것’이라고 한 말을 지금에서야 이해하게 됐어요.” 이화여대에서 무용을 전공한 윤 아나운서는 2010년 미스춘향선발대회에서 선에 오른 뒤 “아나운서를 해볼 생각 없느냐”는 방송인 이금희 씨의 조언으로 진로를 바꿨다. 당시 “일반적인 여대생의 스포츠 지식” 정도만 갖고 있었던 그도 수많은 스포츠 현장을 누비고,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노하우가 쌓였다.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그는 본인을 “축구로 태어나서 야구로 길러졌다”고 표현했다. 뉴스A 전체에서 스포츠 뉴스의 비중은 작지만, “시청자들이 편안하고 기분 좋도록 방송하는 게 목표”란다. 활발한 실제 성격이 방송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던 그는 20일 뉴스A 간담회에서 “‘오버하지 말자’가 신조”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 아나운서는 “첫 방송을 하고 나니 ‘조금 더 밝아도 된다’고 하더라”며 “제 색깔과 뉴스라는 포맷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아가겠다”고 했다. 바쁜 스케줄에도 유튜브 활동은 빼놓지 않는다. 1월부터 ‘나미춘 춘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그는 독학으로 편집 기술을 배워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을 꾸준히 올려왔다. 당초 3만 명이 목표였지만 현재 구독자 수는 5만 명. 윤 아나운서는 “제가 무엇을 하든 항상 지지해 준 팬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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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매듀오 악동뮤지션 “성숙한 20代로 새출발”

    “앨범 작업을 하며 ‘성숙’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생각했어요.” 25일 서울 강남구 CGV청담시네시티에서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23)이 말했다. 이날 악동뮤지션은 2년 만에 새 앨범 ‘항해’를 발표했다. 5월 오빠 찬혁이 해병대를 전역하고 동생 수현(20)이 20대가 된 후 처음 선보이는 세 번째 정규앨범이다. ‘항해’는 이별을 테마로 한다. 찬혁은 “그동안 수현이의 발랄한 음색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면 이번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온전히 표현했다”며 “수현이에게 불친절할 수 있지만 잘 따라와 줘 고맙다”고 말했다. 수현도 “오빠에게 초점이 맞춰진 앨범”이라고 했다. 찬혁은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비롯해 앨범에 수록된 10곡 모두를 작사, 작곡했다. 대부분 해병대 복무 중 썼다고 한다. 그는 “‘항해’라는 타이틀과 잘 어울리는 노래가 탄생한 것은 배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기타가 없어 수첩에 가사를 적고 멜로디를 붙여 외우는 식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수현도 수록곡 ‘작별인사’의 편곡자로 이름을 올렸다. 26일엔 수록곡 중 한 곡의 제목이자 찬혁이 직접 쓴 소설 ‘물 만난 물고기’도 출간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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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태진 아나운서 “축구로 태어나서 야구로 길러졌다”

    “스포츠는 계속 애정을 갖고 지켜봤어요. 방송인 윤태진이 태어난 곳이니까요.” 채널A 메인뉴스 ‘뉴스A’에서 스포츠 뉴스 진행을 맡은 윤태진 아나운서(32)가 24일 말했다. 전날 첫 방송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던 그는 “채널A에서 잘 준비해준 덕분에 진행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뉴스 진행은 처음이지만, 다년간 스포츠 프로그램을 해왔기에 생방송도 문제없다. 2011년 KBS N 스포츠에 입사한 윤 아나운서는 2012년부터 3년간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아이러브 베이스볼’ 진행을 맡아 스포츠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귀여운 외모와 활발한 성격으로 최희, 정인영과 더불어 스포츠 아나운서 ‘3대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생방송 트라우마는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어요. 당시 (아나운서) 선배들이 ‘이 프로그램을 해보면 다른 일들이 쉬울 것’이라는 말을 지금에서야 이해하게 됐어요.” 이화여대에서 무용을 전공한 윤 아나운서는 2010년 미스춘향선발대회에서 선에 오른 뒤 “아나운서를 해볼 생각 없느냐”는 방송인 이금희 씨의 조언으로 진로를 바꿨다. 당시 “일반적인 여대생의 스포츠 지식” 정도만을 갖고 있었던 그도 수많은 스포츠 현장을 누비고,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노하우가 쌓였다.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로 방송활동을 시작한 그는 본인을 “축구로 태어나서 야구로 길러졌다”고 표현했다. 뉴스A 전체에서 스포츠 뉴스의 비중은 작지만, “시청자들이 편안하고, 기분 좋도록 방송하는 게 목표”다. 활발한 실제 성격이 방송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던 그는 20일 뉴스A 간담회에서 “‘오버하지 말자’가 신조”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 아나운서는 “첫 방송을 하고나니 ‘조금 더 밝아도 된다’고 하더라”며 “제 색깔과 뉴스라는 포맷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아 가겠다”고 했다. 바쁜 스케줄에도 유튜브 활동은 빼놓지 않는다. 1월부터 ‘나미춘 춘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그는 독학으로 편집 기술을 배워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을 꾸준히 올려왔다. 당초 3만 명이 목표였지만 현재 구독자수는 5만 명. 윤 아나운서는 “제가 무엇을 하든 항상 지지해준 팬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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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수빈 아나운서 “교양, 예능, 스포츠 등 다방면 진행 경험 큰 자산”

    《올해 4월 조수빈 아나운서(38)는 14년 동안 다니던 KBS를 퇴사했다. 그때만 해도 뉴스를 다시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28일부터 채널A 메인뉴스인 ‘뉴스A’ 주말 앵커를 맡게 된 그는 23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채널A의 변화 방향성에 공감해 합류하게 됐다. 나에게, 시청자에게 익숙한 분야로 돌아오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스A는 새 앵커와 출연진이 합류한 ‘젊고 역동적인 뉴스’로 새 출발을 알렸다.》  뉴스A 앵커를 맡으면서 그는 2008년부터 4년 동안 KBS 9시 뉴스를 진행했던 20대를 떠올렸다고 한다. 조 아나운서는 “그때와 비교하면 뉴스 제작, 미디어 환경이 많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종합편성채널이 생겼고 뉴스에서 앵커의 비중도, 기자와의 협업 필요성도 커졌다. 혹여 변화에 뒤처질까 뉴스를 맡지 않을 때도 CNN 등 해외 뉴스 채널들의 트렌드를 모니터링해 왔다. 7년 만에 맡는 메인뉴스인 데다 홀로 뉴스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에도 그는 뉴스A 앵커 자리를 “온전히 역량을 뽐낼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뉴스 제작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의견도 활발하게 내고 있다. 뉴스 뒷이야기를 유튜브 형식으로 전해주는 주말 뉴스A의 ‘백브리핑’이나 앵커의 브리핑 시간인 ‘광화문에서’ 등 새 코너 이름도 조 아나운서의 아이디어였다. 많은 기자들이 앵커로 활약하는 추세 속에서, 그는 아나운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진행력’을 꼽는다. “앵커 이미지로만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교양부터 예능, 스포츠, 라디오까지 안 해본 프로그램이 없다”는 그의 말처럼, 장르를 불문하고 쌓은 진행 경험이 돌발 상황에도 차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을 길러줬다. 시청자에게 친근함을 주기 위해 KBS 앵커 시절에도 주로 구어체를 썼다고 한다. ‘헬멧’ 단발머리에 카리스마 있는 여성 앵커 이미지가 각광받을 때도 그는 머리를 길렀고, ‘부티크’ 의상 대신 캐주얼복을 선호했다. “당시엔 제가 머리를 길렀던 첫 여성 앵커였어요. 코디에게도 항상 ‘길거리에 나가도 창피하지 않은 옷을 달라’고 요구했어요. 하하.” 아나운서의 부족한 현장 경험은 2004년 여름, 동아일보 인턴 1기 활동으로 채워 넣었다. 한 달 반,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사체를 부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을 쓸어내렸고 국회에서 밤을 새워가며 의원실 ‘뻗치기’(취재원 주변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취재 방법)도 능숙하게 해냈다. 그는 “나는 사실상 수습기자였다”며 웃었다. “그때 고생하긴 했나 봐요. 인턴 활동이 끝나고 며칠 앓아누웠거든요. 그래도 그때 취재, 기사 작성 방법을 체험했기 때문에 아나운서가 되고도 보도국 적응이 수월했어요.” 조 아나운서는 평일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육아를 도맡고 있다. 그는 가장 먼저 주말시간을 배려해 준 남편에게 감사를 표했다. “출산도, 결혼도 하지 않았을 땐 뉴스를 진행하면서도 장바구니 물가나 육아 관련 소식들이 추상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동안 엄마로서 쌓은 경험들이 뉴스 진행에도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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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너를 저격한다” 자극적 영상에 구독-조회수 쑥쑥

    “불법 성매매에 가담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습니다.” 구독자가 19만 명인 유튜버 정배우는 지난달 한 유명 트랜스젠더 유튜버 A 씨의 성매매 전력을 폭로했다. 구독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정배우는 A 씨의 과거 성매매 업소 후기 글을 증거 자료로 제시하거나 A 씨가 영상 내용에 항의하는 통화 내용을 녹음해 들려주는 등 ‘저격’ 영상들을 수차례 찍어냈다. 결국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했던 A 씨는 “잘못을 인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유튜버 수십 명이 정배우와 A 씨의 논란을 정리하는 영상을 빠르게 찍어 올렸다. 검색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이런 콘텐츠들을 매일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유명 유튜버를 대상으로 하거나 기존 언론 기사를 재가공해 만든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일부 누리꾼은 이들을 ‘기생튜버(기생+유튜버)’라고 부른다. 콘텐츠의 적절성 여부와 관계없이 기생튜버들은 ‘레드오션’이 된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정배우는 콘텐츠 말미에 “유튜버 인성, 피해 폭로, 이슈화되고 공론화시켜야 되는 사건 제보 바란다”는 문구를 덧붙인다. 17일에는 열성 팬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논란을 겪은 유튜버 양팡(구독자 208만 명)을 비판하는 등 이슈몰이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여러 번 올랐다. 인지도가 높아진 정배우와 유명 유튜버 간 갈등은 또 다른 기생튜버들의 타깃이 되며 관련 동영상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저격’ 영상이 주를 이루는 콘텐츠 특성상, 정배우는 지금까지 유명 유튜버 6명에게 고소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기도 한다. “남의 인생을 까내리면서 돈을 버느냐”는 비판이 많지만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때론 타깃이 된 유튜버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그의 대담한(?) 행동에 팬들의 응원 글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기생튜버들은 화제의 이슈나 인물을 검색 키워드에 끼워 넣어 조회수를 높인다. 지난달 먹방 유튜버 밴쯔(구독자 281만 명)가 과장 광고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자 ‘밴쯔 구독자 하락하는 이유’ ‘밴쯔 부활이 어려운 이유’ 등을 제목으로 한 동영상이 수십 건 올라왔다. ‘보람튜브 월 수익 40억은 진실일까?’ ‘대도서관 이렇게 무너지지는 말자’ ‘감스트 논란의 핵심’ 등 기생튜버의 콘텐츠는 유명 유튜버 영상 아래에 배치돼 ‘노이즈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누린다. 기존 자료에 설명을 덧붙인다는 점에서 각 분야 유튜버의 ‘지식 채널’과 유사하지만, 유명인이나 유튜버를 타깃으로 삼고 마구잡이로 자극적인 이슈를 편집해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부분 유명 유튜버의 콘텐츠를 캡처한 사진을 나열하고, 기사나 댓글을 참고해 음성번역기로 내용을 읽어주는 식이다. 신분 노출을 꺼려 선글라스나 가면을 쓰고 이슈를 설명하는 유튜버도 상당수다. 영상의 질보다는 이목을 끄는 자극적인 내용이 중요하다보니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단발적인 조회수 증가로 초기 기반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까지 기생튜버로 활동했던 이모 씨(28)는 “실시간 검색어를 새로고침하면서 아이템을 찾고 관련 기사들을 ‘복붙(복사, 붙여넣기)’해 빠르게 영상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구독자 대비 영상 조회수가 높아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했다. 기생튜버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유통회사에서 일하는 김지윤 씨(29)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전하는 TV 프로그램처럼 유튜버들의 사건사고를 전하는 채널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출판인 강모 씨(36)는 “검색어 노출을 노리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졌다. 기존 콘텐츠를 재탕한 것처럼 보이는 영상은 거르는 편이다”라고 했다.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며 인기를 얻는 행태가 안타깝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을 소개해 부정확한 정보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크리에이터 업계 관계자도 “(기생튜버들을) 인지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인용 영상 관련 저작권 알고리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가짜뉴스나 선정적인 콘텐츠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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