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장모인 김장자 씨의 ‘삼각 연결고리’를 집중 수사할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최 씨가 국정 농단을 벌이는 과정에서 최 전 총장, 김 씨 등과 특혜를 주고받은 일이 있었는지 적극 수사해 대가 관계 여부를 규명하겠다는 취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 씨가 이화여대 여성최고지도자과정 ‘알프스’ 총동창회장을 지낸 김 씨와 골프 회동을 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정황을 미리 알았다는 의혹을 받는 최 전 총장은 김 씨와도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또 국세청으로부터 최순실 씨, 우 전 수석,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과세자료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재산 형성 내용을 파악해 개인 비리를 발견한다면 검찰이 밝혀내지 못한 새로운 줄기의 의혹을 찾아낼 수도 있다. 한편 특검팀은 21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현판식을 갖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규철 특검보는 “법률적으로 현판식 전에도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고 말해 19, 20일 중 관련자 소환 및 첫 압수수색 가능성도 열어 뒀다. 특검의 첫 압수수색은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청와대 대통령 관저, 경호실, 의무실 등을 직접 압수수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알려졌다. 특검은 군사상 기밀 등을 근거로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거나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출해 온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허동준 hungry@donga.com·장관석 기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사진)이 변호사 활동 당시 2014년 뇌물 공여 혐의 사건 등 검찰의 내사 단계에 있던 최소 3건을 수임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통상 내사는 수사기관이 최대한 은밀하게 범죄 혐의 추적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피내사자가 본인이 내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 전 수석이 어떤 경위로 이 내사 사건을 수임하게 됐는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우 전 수석의 사건 수임 목록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2014년 1월 14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사건번호 ‘2014 내사 1호’ 피고인 이모 씨의 뇌물 공여 혐의 내사 사건을 수임했다. 공식 수사에 착수하기 전 단계인 내사는 법원에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없을 정도의 수사 초기에 해당한다. 검사는 첩보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내사를 종결하지만, 반대로 내사가 잘 진척되면 ‘수제’나 ‘형제’ 번호를 붙여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 내사 정보가 밖으로 새면 수사 전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철저한 수사보안이 유지돼 내사 사건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검찰에서도 극히 일부에 한정돼 있다. 특히 부산지법 동부지원이나 전국 법원에 이 씨가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우 전 수석이 내사 사건을 어떤 경로로 수임하게 됐는지, 검찰의 사건 처리 과정은 어떠했는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을 확실히 깔끔하게 처리하려면 수사기관의 내사 단계에서부터 ‘꾹 눌러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광의의 내사로 볼 수 있는 압수수색 이전 ‘수제’ 단계 사건도 2건을 수임했다. 서울북부지검의 ‘2013수제68’ 사건인 서울 반얀트리호텔 시행사 대표 권모 씨의 횡령 혐의 내사 사건이 그중 하나다. 권 씨는 당시 도주해 수사가 지연되다 지난해 12월 2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외에도 우 전 수석은 현대그룹 막후실세 의혹을 받던 ISMG코리아 대표 A씨의 사건은 2013년 11월 수임했다. 그는 공소제기 후인 이듬해 5월 검찰청을 찾아가 “검찰 수뇌부와 얘기가 다 돼 종결된 사건인데, 갑자기 왜 이러느냐”며 추가 수사를 제지한 정황이 포착됐다. 한편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을 거부하고 잠적 중인 우 전 수석은 19일에서 22일로 미뤄진 5차 청문회에 나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사 검찰 수사를 받고서 이제 특별검사 수사를 앞두고 있다. 허동준 hungry@donga.com·배석준·장관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주심 강일원 재판관)는 12일 처음 개최한 재판관 회의(평의)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심리할 것”이라며 재판관 3명이 참여하는 별도 준비 절차를 시작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준비 절차는 변론에서 심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미리 정리하고 중복되는 사안을 추려내는 작업이다. 준비 절차를 담당할 수명(受命)재판관으로 주심인 강 재판관(57·사법연수원 14기) 등 3명을 다음 주에 지정해 2, 3차례 준비기일을 열 계획이다. 헌재 관계자는 “탄핵심판은 변론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당사자가 주장하는 쟁점은 모두 살펴봐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선별적 심리’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국회와 법무부에 요청했다. 심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헌재 소속 헌법연구관 20여 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검팀도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등 주요 수사를 본수사 기간(70일)이 끝나는 2월 28일 이전에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검찰에서 추가로 파견받은 검사 10명과 상견례를 한 특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넘겨받은 기록을 검토하면서 향후 수사 방향을 논의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 뇌물죄 외에도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비리 의혹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장관석 jks@donga.com·배석준 기자}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에서 수십억 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최 의원이 신 회장 측으로부터 50억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해 최 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로 모 일간지 C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C 기자는 올해 7월 11일자 신문에 검찰이 최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과 포괄적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해 최 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검찰은 최 의원이 신 회장으로부터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50억 원 수수 사실, 자금 출처, 전달 시기 등이 전혀 확인된 바 없다고 판단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11일 공개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의 휴대전화 녹음파일과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의 업무 수첩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7월 청와대에서 조원동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60·불구속 기소)에게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 경영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취지로 지시했다”며 박 대통령을 강요미수 혐의 피의자로 추가 입건했다. CJ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등 정권에 껄끄러운 콘텐츠를 만들자 박 대통령이 경영진 퇴진을 지시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잠정 결론이다.○ 정호성 휴대전화와 공용 G메일로 기밀 유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은 검찰이 10월 29일 정 전 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확보한 휴대전화 8대와 태블릿PC 1대에서 나왔다. 이 중 스마트폰 1대와 폴더폰에서 녹음파일 총 236개가 복구됐다. 박 대통령 취임 전 녹음파일이 224개(약 35시간 36분 2초), 취임 후 녹음파일이 12개(약 28분 34초)다. 박 대통령 취임 전에 정 전 비서관과 최 씨가 대화한 것이 녹음된 파일은 3개, 47분 51초 분량이다. 또 취임 전 박 대통령과 최 씨, 정 전 비서관이 만나 나눈 ‘3자 대화’가 녹음된 파일은 11개, 5시간 9분 39초 분량이 확보됐다. 대통령이 등장한 녹음파일은 주로 대통령 취임사를 준비하는 내용이었다. 취임 후에는 정 전 비서관과 최 씨 간 대화 파일이 8개(16분 10초), 정 전 비서관과 박 대통령이 나눈 대화가 4개(12분 24초) 녹음돼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를 ‘선생님’이라 불렀고, 최 씨는 2013년 10월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두고 “해외 순방을 자주 다닌다는 얘기가 있어 놀러 다닌다는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가자”는 취지로 정 전 비서관에게 말했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청와대 회의 발언 내용과 수위까지 주문한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대선 전부터 공유하던 G메일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최 씨에게 문건을 넘겼다. 초대 행정부 조직도와 조각(組閣) 명단,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고위직 인선 자료, 대통령 순방 자료 등이 무차별적으로 최 씨에게 흘러갔다. 분량은 △2012년 30건 △2013년 138건 △2014년 2건 △2015년 4건 △2016년 6건이 넘어갔다. 박 대통령 본인이 정 전 비서관과 공모해 국가 기밀을 비선 실세에게 줄줄이 유출하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박 대통령은 정윤회 씨에 대한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직후인 2014년 12월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두 사람(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 취임 즈음인 2013년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총 895회 통화와 1197회의 문자를 주고받을 정도로 긴밀하게 연락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의 유착 정황에 비춰 보면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의 통화는 2014년 12월 이후에도 지속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핵심 증거인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은 총 17권이 검찰에 입수됐다. 크기는 손바닥만 하고 권당 30쪽(총 15장) 정도로, 17권을 모두 합하면 총 510쪽 분량이다. 작성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나 티타임 회의 등 일상적인 회의는 수첩의 앞에서부터 날짜 순서대로 적었다. 박 대통령의 지시 사항은 수첩의 뒤에서부터 역방향으로 기록했다. 제목은 ‘VIP’로 돼 있고 날짜를 적었다.○ 김기춘 우병우 본격 수사 특검으로 넘겨 검찰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의 성격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지 등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이날까지 수사한 결과를 특검으로 넘겼다. 또 최 씨의 국정 농단을 알고서도 묵인 또는 방조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진행하던 검찰 수사도 특검에서 마무리하게 됐다. 검찰은 이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대해 2015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압박해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7·구속 기소)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 원을 후원하도록 압박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장관석 jks@donga.com·권오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압도적인 표 차이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규철 특검보는 9일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특검 수사는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국회 탄핵소추의결서가 청와대에 접수된 이날 오후 7시 3분부터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만큼 특검은 절차적, 심적 부담감을 덜고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대면조사 요청을 끝내 거부한 박 대통령도 특검의 대면조사를 회피할 명분을 찾기 어렵게 됐다. 특검은 대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을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수사하게 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두 재단에 대기업들이 낸 출연금은 직권남용으로 두고 롯데, SK, 삼성 등이 추가로 출연금을 내거나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측을 지원한 부분에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특검은 박 대통령 탄핵 사유에 적시된 대로 뇌물 혐의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로부터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특검은 기존 수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박 대통령과 최 씨 사이에 자금 거래가 있었는지,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한 정황이 있는지 파헤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상 ‘한 몸’으로 볼 수 있는 사실관계가 발견되면 뇌물 혐의를 적용할 길이 손쉽게 열릴 수도 있다. 최 씨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40)는 7일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이 제작한 박 대통령의 옷, 가방 값을 최 씨가 지불했다고 증언해 ‘뇌물죄’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은 탄핵 사유서에 생명권 위배로 적시된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은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어서 청와대 경호실과 부속실 등도 대거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검찰은 최 씨의 국정 농단을 방조한 의혹이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수사도 힘 있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특검의 수사 방향 설정에 따라서는 대통령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의 집무실, 공관, 내부 문서 결재 기록, e메일 송수신 기록 등이 대거 압수수색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을 통해 대통령 연설문과 해외 순방 계획, 각종 기밀문건을 넘겨받은 공무상 비밀누설 의혹은 검찰에서도 상당 부분 수사가 이뤄졌다. 특검은 이날 추가로 파견받은 서울중앙지검 김태은 검사(사법연수원 31기), 울산지검 강백신 검사(34기), 대검 검찰연구관 최순호 검사(35기) 등 10명을 12일 대면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검팀에 추가로 합류한 검사 중 김해경 광주지검 검사(여·34기)는 여성 피의자인 박 대통령 조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0년 서울서부지검에서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를 맡은 김 검사는 균형감각과 수사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 외에 최 씨와 정유라 씨(20), 장시호 씨(37·구속 기소) 등 여성 피의자 조사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특검 수사는 탄핵의 정당성을 판단할 헌법재판관들의 심리와 심증 형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만큼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순실 씨(60·구속 기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두고 청와대 측에 예정에 없던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게 하고 대통령이 언급할 메시지 내용과 수위까지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가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특정한 시기에 맞춰 회의를 열게 하고 주제까지 사실상 지시한 것이다. 이런 내용은 최 씨의 말을 대통령에게 전달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녹음파일에는 박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을 앞둔 2013년 10월 말경 최 씨가 “(아무 언급 없이 대통령이 순방을 가면) 놀러 다니는 것처럼만 보인다. (문제되고 있는 이슈들을) 정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떠나야 한다. 수석비서관회의를 하고 가자”는 취지로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 씨는 박 대통령 발언의 윤곽도 가다듬어준 정황이 녹취록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정 전 비서관은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2013년 10월은 기초연금 문제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 수리 문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대통령 비판 여론이 거세진 때다. 당시 박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주재하던 수석비서관회의를 4주째 열지 않다가 31일 회의를 열어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지만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이라는 등 현안에 대한 말을 쏟아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특검보는 “정 전 비서관의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와 관련해 최 씨와의 통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놓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수사 계획과 방향을 짜고 있다. 최 씨가 측근이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40)에게 박 대통령의 옷과 가방 제작을 요청하고 값을 직접 치렀다는 부분도 수사를 검토 중이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5·구속)은 “순천향대 교수 H 씨의 소개로 최순실 씨를 알게 됐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동계스포츠 사업을 빌미로 정부 지원금과 삼성에서 후원금을 뜯어낸 혐의(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강요)로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7)를 구속 기소했다. 장 씨는 최 씨, 김 전 차관과 공모해 지난해 10월과 올 3월 삼성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16억2800만 원을 부당하게 지원받은 혐의다. 김 전 차관은 “BH(청와대)의 관심사”라며 삼성 관계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칠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의 최대 관심사는 대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 적용을 위한 법리 검토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출연금 전체가 아니라 일부 기업이 추가 출연한 자금에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박 특검은 법리 적용의 틀을 확대해 두 재단 출연금 전체를 뇌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본 내부에서도 ‘뇌물의 범위’와 뇌물죄 적용 가능성을 놓고 크고 작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검사들을 중심으로 한 수사 실무 라인은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수사만으로는 뇌물죄의 핵심인 대가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의견과 함께 피의자인 박 대통령 조사 없이 뇌물죄를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반론이 맞서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현재 박 대통령과 공동정범인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최순실 씨(60·구속 기소)는 직권 남용, 강요 혐의만 받고 있다. 두 재단 출연 과정 수사는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됐다. 이 때문에 박 특검은 새로운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 법리 적용을 위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이 기존 특수본 수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검사를 대거 특검팀에 합류시키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특검은 파견 검사 최대 20명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 기존 수사팀 출신으로 충원키로 했다. 특수본 내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들도 최대한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검은 기존 수사팀의 시각과 새로 합류한 팀원들의 새로운 시각을 서로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최종 결론을 낸다는 복안이다. 두 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을 준 기업도 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최 씨 측을 직접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삼성그룹과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금을 냈다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 직전 돌려받은 롯데그룹이 ‘요주의’ 대상이다. 최 씨 소유 회사에 광고 물량을 몰아준 현대자동차그룹, K스포츠재단 지원 요청을 받고 세무조사 관련 청탁을 한 단서가 포착된 부영그룹도 마찬가지다. 특검은 기업들이 청와대에 출연을 약속하면서 어떤 청탁을 했는지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이번 특검의 존재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각 대기업은 경영권 승계와 그룹 총수 사면, 사업 인허가 등에서 정권과 맞서기 힘든 상황이었다. 반대로 정권과 대화만 잘되면 그룹의 명운이 달린 문제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검법에 참고인 강제 소환 조항이 빠진 것이 수사의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특검법에는 있었던 ‘참고인에 대해 강제 소환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이번에는 마련되지 못했다. 박 특검도 “이게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계 총수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조사를 피하려 할 가능성에 특검이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만수 전 KDB산업은행장(71)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강 전 행장은 2009년 11월 대통령경제특보 재직 당시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에게 지시해 B사에 66억 원대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한 혐의다. 강 전 행장은 2012년 1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6·구속 기소)으로부터 후임에 고재호 당시 사업부문장(61·구속 기소)을 선임해 달라는 청탁을 들어주고 B사 투자를 이끌어냈다. 당시 강 전 행장은 남 전 사장의 14가지 경영비리 의혹 보고를 받았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남 전 사장은 휴대전화에 강 전 행장을 ‘총독’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에 공소시효가 임박한 직권남용 혐의 등만 우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2012년 11월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과 독대한 뒤 플랜트 설비업체 W사에 490억 원대 부당 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만수 전 KDB산업은행장(71)이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묵인하는 대신 자신의 지인 업체에 투자를 종용한 혐의(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강 전 행장은 2009년 11월 대통령 경제특보로 재직 당시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려 B사 대표 김모 씨(46·구속기소)에 66억 원대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다. 강 전 행장은 당시 해조류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 B사의 사업이 국책과제로 선정되지 않자 "재평가를 실시해 B사를 국책과제 사업자로 선정하라"고 담당 국장을 압박했다. 강 전 행장과 김 씨는 2007년부터 일명 '패밀리'라는 모임을 가지는 등 밀접한 사이다. 강 전 행장은 2012년 1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6·구속기소)로부터 '명예로운 퇴진을 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들어주면서 B사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후임 대표이사로 자신의 측근인 고재호 당시 사업부문장(61·구속기소)을 사장으로 선임해달라는 게 남 전 사장의 청탁이었다. 당시 강 전 행장은 '대우조선해양 상근감사위원 도입 필요성' '분식회계 가능성' 특정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남 전 사장의 14가지 경영비리의혹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은 이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후 남 전 사장은 퇴임 후에도 상임상담역으로 재고용돼 급여와 운전기사, 사무실 등을 제공받았다. 또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거제대의 학교법인인 세영학원 이사장으로 재임하는 혜택을 누렸다. 남 전 사장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강 전 행장의 전화번호를 '총독'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의 직권남용 혐의 공소시효가 임박해 B사 관련 비리 혐의만 추려 먼저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2012년 11월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54)과 독대한 뒤 플랜트 설비업체 W사에 490억 원대 부당 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또 같은 해 당시 고 사장과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63)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총선 출마자들에게 정치자금 4000여만 원을 대납한 혐의도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는 1일 “특검 수사 준비 기간 20일을 채우는 건 국민께 죄송한 일”이라며 속전속결 의지를 밝혔다. ○ 검찰 수뇌부와 ‘긴장’ 국면 올 듯 박 특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4명의 특검보 인선은 이번 주까지 끝내려고 한다. (특검보의 자질은) 끈질기게 수사할 수 있는, 사안을 잘 꿰뚫어 볼 수 있는 검사 출신들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 특검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도 수사 대상에 올렸고,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에 대해서도 “수사로 말하겠다”라고 재차 천명했다. 우 전 수석과의 사사로운 인연이 특검 수사의 정당성과 의미를 훼손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영렬 검찰 특별수사본부장과 기록 검토와 수사 협조를 상의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한 박 특검은 조만간 만나서도 이런 문제에 관해 조율할 방침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면 검찰 수뇌부를 건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 핵심 수사 대상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할 경우 현 법무검찰의 사정(司正) 아이템 선정과 수사 방향 등에서 민정수석실과 밀접한 교감설이 끊이지 않았던 검찰 수뇌부가 잠재적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불거진 ‘문건 사태’의 수사 방향이 문건의 실체보다는 유출 경로로 초점이 맞춰진 과정 등으로 수사가 이어질 경우 검찰 수뇌부와의 긴장 국면이 고조될 수 있다. 자살한 고 최경락 경위와 함께 체포됐던 한일 경위가 “문건 유출자로 수사받을 때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회유가 있었다”라고 폭로한 것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돼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재직 당시 변론한 현대그룹 막후 실세 ISMG 대표 A씨의 횡령 사건이 축소 수사되는 데 그가 외압을 행사한 의혹, 한일이화 사건 변호를 맡은 우 전 수석의 부탁을 거절한 검사들이 한직에 발령을 받았다는 의혹도 특검에서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정유라 귀국 압박으로 최순실 입 열어야” 특검 수사의 성패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입이 열리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려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를 조기 귀국시키는 게 핵심이다. 2007년 BBK 주가 조작 사건 당시에도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50) 수사에 부인 이보라 씨의 귀국을 설득한 것이 결정적인 동력이 된 사례도 있다. 정 씨의 송환은 이르면 이달 중순경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변수는 정 씨의 소환 필요성과 명분이 되는 ‘범죄 사실’을 검찰이 얼마나 찾아내느냐다. 검찰 관계자는 “정 씨 송환의 가장 신속한 방법은 정 씨의 여권을 무효화하는 것인데, 이것은 정 씨의 범죄 사실이 도출돼 기소가 된 이후에 가능한 조치”라고 말했다. 결국 정 씨의 범죄 사실은 ‘업무 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검찰이 이화여대 특혜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수사에서 최경희 전 총장(54), 남궁곤 전 입학처장(55),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1)을 업무 방해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장관석 jks@donga.com·허동준 기자}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로 임명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로지 사실만을 쫓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박 특검은 “주권자인 국민 요구에 따라 통치권자인 대통령 본인과 주변 등 국정 전반을 수사하게 된 것과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심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 “특검은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 박 특검은 이번 수사에 임하는 4가지 입장을 먼저 천명했다. △수사 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 고하를 고려하지 않으며 △일체의 정파적 이해관계 역시 고려하지 않을 것이고 △특검 본인과 수사팀 전원이 국난 극복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인식으로 성심을 다할 결심이고 △추후 수사팀 구성과 일정 확정 등의 후속 작업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겠다는 것이었다. 박 특검은 수사 대상을 한정짓지 않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록을 다 검토하고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사 개입 의혹도 “필요한 수사는 다 하겠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맡았고,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당시 박 중수부장을 보좌해 수사한 중수1과장이었다. 이제 두 사람은 10여 년 만에 창과 방패의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박 특검은 “최 수석과는 검찰 선후배 사이며 우 전 수석과는 수원지검 근무 당시 옆 부서에서 일했다”면서도 “(친분 관계가)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주 출신인 박 특검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종교학이 전공이고 법학은 부전공인데 문리대를 다니다가 부친의 영향으로 법학 과목을 수강했다”며 “지금 선택하라면 판사를 했겠지만 검사가 ‘능동적’ ‘생산적’ ‘적극적’이라 여겨서 선택했다. 리버럴한 성격이었던 아버지가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출신지는 제주지만 부친이 목포지원장을 지내는 등 목포와 인연이 많아 검찰 내에서는 ‘목포통’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대검 강력과장과 서울지검 강력부장, 서울지검 2차장검사 등을 거쳐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2002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지휘해 최태원 회장을 구속 기소했고, 대검 중수부장 시절인 2006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맡아 정몽구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같은 해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헐값 매각된 의혹 사건 수사도 지휘했다.○ 수사 대상 여성 상당수… 여검사 수명 차출될 듯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는 최장 120일간 이뤄진다. 20일간 준비기간을 거쳐 70일간 수사를 하고,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박 대통령이 동의하면 30일간 수사를 더 할 수 있다. 박 특검은 파견 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파견 공무원 40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특검수사팀을 이끌게 된다. 특히 이번 특검에서는 최 씨와 딸 정유라 씨(20), 최순득 씨, 장시호 씨 등 핵심 인물 상당수가 여성이어서 이들을 전담 수사할 현직 여검사들이 대거 차출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검 수사 대상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모든 의혹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우 전 수석과 김 전 실장의 각종 비위 의혹이 모두 집중 수사 대상이다. 조사 과정에서 새롭게 인지된 사건도 특검이 추가로 수사를 하게 된다. 박 특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한 내용도 많은 만큼 기록과 증거를 철저히 검토해 검찰과 경쟁이 아니라 도와가며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준비기간에 사무실을 물색하는 게 어려운 문제”라며 “사명감을 가지고 수사를 잘하는 검사와 수사관들로 특검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장관석 기자}
강만수 전 KDB산업은행장(71)이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증권 측에 “나와 가까운 여야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달라”고 요구해 수천만 원을 대납시킨 정황이 새로 포착됐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 전 행장에 대해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추가해 28일 사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9월 알선수재와 배임,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지 두 달여 만이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경 고재호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61·구속기소)과 임모 대우증권 사장에게 자신과 가까운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고 전 사장과 임 전 사장은 7, 8명의 후보에게 각각 수백만 원의 후원금을 차명으로 대납했다. 검찰은 이 돈이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건너갔지만 “강 전 행장이 ‘내 명의로 보낸 것으로 해달라’고 요청해왔다”는 진술을 받은 뒤 그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사장 취임 축하금으로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수사 중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 저장된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박근혜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되면 메가톤급 파장이 일 거라는 의혹이 급격히 커지자 녹취 파일을 확보하고 있는 검찰이 진화에 나섰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녹음 파일 관련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압수물은 수사 파트에서 아주 제한된 극소수만 접하기 때문에 같은 수사팀에 있다고 해도 검사들이 내용을 알 수 없다”라며 “박 대통령이 최 씨에 대해 ‘선생님’이라 불렀다고 보도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녹음 파일의 내용을 둘러싼 파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주변에서는 최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는 등의 통화 속에는 두 사람의 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상세한 정황이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유출한 문건에 핵심 기밀이 많았던 만큼 두 사람의 대화 수위도 파괴력이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 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최 씨에게만 녹음 파일을 들려줬는데, 최 씨가 굉장히 당혹스러워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 촛불이 횃불이 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는 세간의 호기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의 녹음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녹음 파일은 정 전 비서관의 재판이나 새로 시작하는 특검 수사에서 공개될 수 있다. 검찰이 재차 “별다른 내용이 없다”라고 부인했지만 대화가 공개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관측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7일 구속 기소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47)의 공소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구속 기소)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의 돈벌이를 위해 세밀하게 배려한 정황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최 씨와 차 씨가 설립한 광고회사다. 박 대통령은 또 안 전 수석에게 “홍보 전문가 이모 씨가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라. 신모 씨도 이 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해 두 사람을 각각 KT의 상무와 상무보로 심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의 보직을 KT의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 주라”며 세세한 것까지 지시하기도 했다. KT는 이 씨 등을 채용한 올해 3∼8월 플레이그라운드에 7건의 광고(발주금액 약 68억 원)를 의뢰해 5억1660만 원의 수익을 안겨 줬다. 차 씨는 최 씨, 안 전 수석과 짜고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 한 혐의(강요미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통해 살펴보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컴투게더라는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때였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나를 팔아서라도 지분을 넘겨받아라”라고 포레카 대표 김모 씨에게 말했고, 최 씨는 “세무조사를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 버린다고 전하라”고 차 씨를 압박했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구속 기소)은 “저쪽(차 씨 측)에서는 ‘묻어 버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컴투게더 사장 한모 씨를 협박했다. 송 전 원장이 차 씨의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이다. 차 씨는 자신의 광고회사 아프리카픽쳐스에 근무하지도 않은 부인 오모 씨를 직원으로 등재해 6억여 원을 급여 명목으로 횡령하고, 아우디와 레인지로버 차량 리스비로 6200만 원을 쓰는 등 총 10억 원대의 횡령 혐의도 밝혀졌다. 송 전 원장은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공모 절차 이전에 이미 청와대에서 신임 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차 씨는 2014년 11월 “내가 추천한 분들이 모두 요직에 임명됐다.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으로 추천하면 임명될 듯한데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송 전 원장은 이를 승낙했다. 검찰은 원장 공모 절차 개시 이전에 청와대 등의 인사 검증 절차를 거쳐 송 전 원장이 내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송 전 원장은 원장 취임 직전 대외담당 임원으로 재직하던 광고회사 머큐리포스트 사무실에서 이 회사 대표 조모 씨에게 “내가 확실히 콘텐츠진흥원장으로 간다. 추후 영업에 도움을 줄 테니 계속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2014년 11월부터 올해 10월 15일까지 3773만 원을 쓴 혐의(뇌물수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최 씨와 정유라 씨(20)를 겨냥해 지난해 9월 319만 유로(약 43억 원)를 삼성전자 독일 계좌로 송금했고 이 돈이 말 구입비로 사용됐다는 추가 의혹을 수사 중이다. 삼성 측은 “(선수들이 훈련에 쓰는) 말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고, 말은 삼성전자 소유 자산으로 매각 대금도 삼성전자 계좌로 입금됐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자금이 최 씨 모녀에게 직접 건너가지 않은 점에서 대가성 입증이 쉽지는 않지만 최 씨 모녀를 겨냥한 로비 자금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검찰이 배수진을 쳤다. 소위 정부에서 ‘가장 힘센’ 부처인 기획재정부 압수수색도 불사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수뢰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대가성이 의심되는 모든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참여한 기업들에 ‘기업이 반드시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신호도 강하게 보냈다. ○ 면세점 특혜 대가성 수사 검찰이 24일 압수수색한 기재부, 관세청, 롯데그룹, SK그룹은 면세점 사업에 연관된 대상들이다.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자 특허권을 쥐고 있고 기재부는 면세점 관련 정책 실무를 담당한다. 롯데와 SK 계열사인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 서울에 있던 면세점 사업권을 한 곳씩 잃었고 신규 면세점 사업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날 기재부 압수수색에서는 검찰이 정책조정국에 중점을 뒀다. 이 점이 의미심장한데 관광·서비스산업 정책 등을 총괄하는 정책조정국은 면세점 정책 수립과 관련이 깊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면세점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해 ‘새 판’을 짜 주려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정책조정국은 업무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검찰이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면세점 허가 이외의 다른 사업에서도 정부의 특혜 단서가 발견될 수도 있다. 지난해 롯데와 SK의 면세점 특허권을 박탈한 지 불과 5개월 만인 올 4월 정부는 외국인 관광 특수 등을 명목으로 면세점 4곳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의 발표에 조변석개(朝變夕改)가 따로 없다는 비판이 컸다. 검찰은 바로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올해 1월 SK와 롯데로부터 각각 111억 원, 45억 원을 출연 받았다. 그런데 K스포츠재단은 올 3월 SK와 롯데에 다시 80억 원과 75억 원을 추가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때는 박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을 2월에 독대하고 신동빈 롯데 회장을 3월에 독대한 이후였다. 추가 출연은 끝내 무산됐지만 청와대가 개입해 면세점을 고리로 롯데와 SK를 집중 공략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롯데면세점 승인 현안과 관련해 롯데 최고위 임원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의 접촉을 시도한 롯데 자료가 수사 당시 발견됐다는 의혹에 대해 최 전 부총리는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리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과정에서 롯데는 물론이고 그 어느 기업과도 접촉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면세점 승인 절차는 엄격하고 공정해 누구도 승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 모든 혐의 수사하겠다는 검찰 현재 검찰은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및 뇌물죄 입증에 필요한 곳이라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두 수사하겠다는 기세다. 전날 압수수색한 삼성그룹의 합병 건은 당시 여론이 외국계 펀드인 엘리엇이 국내 대표 기업을 장악하게 둘 수 없다며 합병을 지지한 측면이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초반에 검찰이 이들 의혹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사상누각’이라고 비난하며 폄훼하자 검찰도 강경대응으로 급선회했다. 검찰이 연일 대기업들을 강공으로 밀어붙인 데에는 기업 관계자로부터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두 재단 출연금을 놓고 대가성이 없었다고 부인하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벌이면서 진실을 말하라고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실제 삼성은 24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검찰 소환에 크게 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장관의 진술에 따라 정부든, 삼성이든 윗선의 어디까지 수사가 미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24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 대해 ‘변호인 외 접견 금지 명령’을 결정했다. 이는 검찰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원에 요청한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최 씨는 딸 정유라 씨(20)가 면회를 와도 만날 수 없다. 법원은 또 이날 검찰이 청구한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구속사유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나온 첫 영장 기각이다. 조 전 수석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김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롯데면세점이 미르재단에 출연한 28억 원에 사업 인허가권을 따내려는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냈다가 돌려받은 70억 원, 롯데면세점이 미르재단에 출연한 28억 원, CJ와 SK 등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이 이 대기업들의 핵심 사업 인허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집중 분석 중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에서 롯데면세점 등과 관련된 수사 자료 일부를 최근 넘겨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당시 롯데그룹 최고위층 관계자들이 지난해 하반기 롯데면세점 승인 현안과 관련해 올해 1월까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던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접촉한 정황이 담긴 롯데 자료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최 의원의 소환 조사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이날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출석이 연기돼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22일 소환된 최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69)은 “합병 의결 후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60)을 경질하려 하자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홍 전 본부장은 최 의원과 대구고 동문이다. 특수본은 이날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홍 전 본부장 사무실, 서초구 삼성 사옥 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도 재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석 jks@donga.com·허동준 기자}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놓고 청와대와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23일 밝혔다. 청와대는 일단 “두 사람의 사의를 박근혜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민정수석이 동시에 사표를 낸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박 대통령의 ‘방어 둑’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해왔다. 최 수석은 지난달 30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법적 대응을 보좌하는 등 역할을 해왔으며 이달 18일 정식 임명장을 받았다.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발표(20일) 직후인 21일 김 장관이 “지금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며 사표를 내자 최 수석도 고심 끝에 22일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검찰에 피의자로 수사를 받게 된 상황에 대해 김 장관과 내가 책임을 느껴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고, 박 대통령 조사를 놓고 청와대와 검찰이 심각한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다. 최 수석으로서는 청와대가 검찰 조직 자체를 부정하며 비판한 점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사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방어 전략에 핵심 역할을 해온 최 수석이 물러난다면 박 대통령은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 앞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이면서 급격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박 대통령에게 29일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조사를 받을 것을 요청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29일까지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 조사가) 특검으로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이날 오후 우 전 수석이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 종로구 창성동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실을 압수수색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장관석 기자}

김현웅 법무부 장관(57·사법연수원 16기)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4·사법연수원 17기)의 사의 표명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21일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20일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 씨(60·구속) 등의 범죄 혐의에 공모한 공범 관계에 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와대는 애초 약속과 달리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었다. 지난달 30일 임명된 최 수석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최순실 특검법’이 의결된 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했다. 최 수석은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검찰 조사를 둘러싼 박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대통령과의 갈등은 없었다.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안 받는다고 결정한 것은 대통령 혼자 판단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조언을 받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또 언론 통화에서 “남들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고, 빨리 나오라고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의를 표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초 어려울 때 국가가 호출하면 부름에 응답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한 관계자가 최근 “(정호성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최 수석은 ‘검찰이 증거로 말해야지 판을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전언도 나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표를 낸 이유가 이들이 밝힌 ‘공직자의 도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애초 국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민정수석에 취임한 최 수석은 더 이상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란 얘기다. 최 수석 등은 최 씨 기소 전에 검찰이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고 국정농단 사태를 일단락 짓는 구상을 했다고 전해졌다. 검찰 수뇌부도 이에 동의하면서 최근 주말에 재계 총수가 줄줄이 소환돼 조사받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등을 돌렸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조사를 못 받겠다”고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검찰 특별수사본부 내부에도 강경한 기류가 형성됐다고 한다. 현재 박 대통령의 국정대응을 조언한다는 의심을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의 강경기조가 청와대와 검찰의 물밑 공조를 깬 배경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장관과 최 수석이 검찰과 조율해 놓은 판을 김 전 실장이 뒤집자 김 장관 등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 수석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의 수사 결과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대통령이 법무부,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려다 반발을 촉발했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 출신인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인사권을 놓지 않겠다는 청와대 기류에 반발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실제로 그만두려고 했는지에 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청와대에 예우를 갖추기 위해 ‘형식적’인 사의 표명을 한 것인데 예기치 않게 보도가 나가 곤란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도 이들의 사표를 반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럴 경우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의를 접고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청와대 측은 예상하고 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장관석·장택동 기자}

청와대를 겨눈 검찰의 칼날이 매서워졌다.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명시하지 않은 검찰은 수뢰까지도 밝혀내겠다는 기세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검찰은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이미 검토한 롯데그룹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뿐 아니라 롯데면세점의 정부 관계자 접촉, CJ그룹의 K컬처밸리 조성 정황,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계열사 간 합병 찬성건 등을 새로 파헤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면세점 출연금 대가성 주목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에 롯데면세점 수사 자료를 넘겨 달라고 요청했다. 특수4부는 올해 대대적으로 롯데그룹을 수사했던 곳이다. 롯데면세점은 ‘롯데가(家) 왕자의 난’ 여파로 여론이 곱지 않았던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심사를 받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월드타워점 재승인은 받지 못했지만 중구 소공동점은 지켰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설마 했던 롯데는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4월 대기업 3곳에 면세점을 추가로 주겠다고 해 롯데는 또 다른 기회를 잡았다. 정부의 발표는 롯데면세점이 미르재단에 28억 원을 출연한 지 약 3개월 뒤에 나온 것으로, 검찰이 대가성을 의심하는 지점이다. 신규 면세점 3곳의 사업자 선정은 원래 다음 달로 예정돼 있지만 일정대로 결과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특수본이 건네받은 자료에는 롯데그룹 최고위 임원이 지난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접촉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져 검찰의 칼끝이 최 전 부총리를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최 전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문형표 전 장관도 소환 통보 검찰은 23일 국민연금공단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문형표 공단 이사장을 이날 소환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일정을 조율 중이다.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전날엔 최광 당시 공단 이사장(69)을 소환 조사했다. 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구는 공단 내 기금운용본부다. 홍완선 당시 본부장은 주도적으로 합병안 찬성을 이끌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최 전 이사장은 홍 전 본부장을 연임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전 이사장은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정부 관계자가 홍 전 본부장을 연임하도록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 합병을 이끈 홍 전 본부장을 정부 고위 관계자가 보호하려 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CJ그룹의 K컬처밸리에 대한 수사 강도도 높이고 있다. CJ가 경기 고양시에 1조4000억 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이 사업 역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컬처밸리는 지난 10년 동안 해당 사업을 맡을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지난해 CJ가 사업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검찰은 이 사업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면 간에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