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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이름 난 김정호 전 한게임 대표(48·현 베어베터 대표·사진)가 “중국 전문가를 키워 달라”며 고려대에 1억3000만 원을 기부했다. 고려대는 20일 김 대표의 기부금을 중국 연수 프로그램인 ‘차이나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20일 “중국 시장은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정작 중국을 잘 이해하는 청년이 적어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그가 현지 법인 설립 첫해에 개설한 게임포털 ‘아워게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인맥과 지역 특색을 중시하는 중국 문화를 게임 서비스에 반영해 ‘지역 밀착 전략’을 내세우자 동시 접속자 수와 매출이 이듬해 7배로 늘었다. 김 대표는 “국내 ‘자칭’ 중국 전문가들과 대화해 봐도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후배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용산경찰서는 부동산 사기 혐의로 피소된 가수 송대관 씨(67)와 부인 이모 씨(61)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캐나다 교포 양모 씨 부부는 “2009년 5월 송 씨의 설명을 믿고 충남 보령시의 토지개발 분양사업에 3억7000만 원을 투자했지만 약속과 달리 개발사업 인허가가 나지 않았고 2, 3개월이 지나도록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아 돈을 날렸다”며 올해 4월 송 씨 부부를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송 씨는 “돈을 돌려줄 의사가 분명하고 일부는 변제했기 때문에 사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4일 오후 3시경 A 씨는 서울 종로구 종로6가 동대문종합시장 상가 앞에 세워둔 자신의 BMW 승용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몇 시간 전 차를 세울 때만 해도 멀쩡했던 운전석 유리창 전체에 수천 갈래 금이 가 있고 유리창 한가운데엔 지름 1cm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인근 상가 2곳의 유리문도 비슷한 형태로 깨져 있었다. A 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승용차 유리창과 상가 유리문에 뚫린 구멍의 형태가 쇠구슬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강력팀을 투입해 수사를 시작했다. 새총을 이용한 ‘묻지 마 테러’의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다. 탐문을 시작한 지 이틀 만인 17일 A 씨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던 상가의 맞은편인 평화시장에서 장사하는 서모 씨(45)와 김모 씨(54)가 경찰을 찾았다. 이들은 14일 오전 가게 앞 인도에 생수병을 세워두고 누가 표적을 더 잘 맞히는지 겨루다 빗나간 쇠구슬이 청계천을 넘어 길 건너편까지 날아간 것 같다며 “유리창까지 깬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서 씨는 몇 달 전 가게 창고에서 까치를 쫓으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새총과 쇠구슬을 구입한 뒤 김 씨와 때때로 새총을 가지고 논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쇠로 만든 Y자 몸통에 고무줄을 단 새총으로 발사한 지름 8mm 쇠구슬이 45m나 떨어진 승용차 유리창에 구멍을 낼 수 있는지 서 씨의 새총으로 직접 실험했다. 그 결과 그 정도 거리에서 유리창을 깰 수 있을 정도의 위력임이 확인됐다. 18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들의 행동이 고의가 아니었고 피해자들에게 유리 값 200만 원가량을 변상한 점을 감안해 처벌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두 중년 남자의 장난은 유리창 손상 수준에서 그쳤지만 요즘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레저용 새총은 살상용으로 둔갑할 수 있을 정도다. 과거 나뭇가지와 기저귀 고무줄을 이용해 만들던 새총과는 달리 쇠와 고탄력 고무줄을 사용한다. 쇠구슬 속도가 시속 200km, 사거리는 100m를 넘는다. 얼굴 등에 직접 맞으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손목 지지대까지 달린 특수 새총도 판매되고 있다. 이런 새총은 쇠구슬이 시속 250km 이상으로 발사돼 100m 거리에 있는 강화유리를 관통할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사냥도구나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인터넷 서바이벌 카페에선 새총에 쇠구슬 대신 화살촉을 장전해 멧돼지를 사냥하는 해외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터키와 팔레스타인 등지에선 시위대가 경찰이나 적군을 겨냥해 새총으로 돌을 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2011년 2월 전북 전주시에서 달리는 버스 3대에 새총으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쇠구슬이 잇따라 날아들어 유리창이 깨지면서 승객이 다쳤다. 지난해 12월엔 호기심에 새총으로 쇠구슬을 발사해 이웃집 아파트 유리창을 깬 40대 회사원이 경찰에 입건되는 등 새총을 이용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살상력이 이렇게 강한데도 인터넷 쇼핑몰에선 1만,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누구나 새총을 구입할 수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플라스틱탄(BB탄) 총은 위력에 따라 어린이용, 청소년용, 성인용 등으로 사용 연령을 나누고 최대 세기를 제한하지만 새총은 규제가 전혀 없다. 인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흉기이기 때문에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달 1일 문 연 서울 은평구립 ‘응암새싹어린이집’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경찰치안센터로 쓰이다 치안센터가 지구대로 통합된 뒤 방치돼 온 빈 건물이다. 민간 어린이집만 있던 응암1동에 구립 어린이집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영유아를 둔 학부모들의 신청이 몰렸다. 한 살 난 딸을 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홍윤이 씨(29·여)는 “전에 아이를 보냈던 민간 어린이집에선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추가 보육비를 요구했고 급식도 부실했는데 국공립 어린이집이 생겨 안심”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조금 횡령과 아동학대 등 부실 운영 문제가 끊이지 않는 민간 어린이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재 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의 비율은 5.3%에 불과하다. 1곳에 25억∼40억 원인 신축 비용이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공공건물 내 활용 가능한 공간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방식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치안센터 주민센터 등 기존 공공기관의 남는 공간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 공공기관 및 아파트에 신축비를 일부 지원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비용 절감 모델’ 사업을 시작했다. 이 방식으로 확충한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난해 108곳. 1곳에 평균 8억462만 원으로 건물을 새로 짓는 비용보다 15억 원가량 적게 든다. 서울시는 올해 같은 방식으로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100곳을 확충할 계획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11월 충남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A 교사(37·여)는 자신이 돌보던 3세 남아 B 군의 어깨를 두 손으로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 장면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어린이집 원장이 B 군의 부모와 합의해 처벌은 면했지만 A 교사는 다른 학부모들의 반발로 해당 어린이집에서 쫓겨났다. A 교사는 어떤 사람이기에 세 살짜리 아이를 왜 그렇게 학대한 것일까. 취재팀은 최근 A 교사와의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어떤 경위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추적해 봤다.● 혼자서 18명의 아이에 치이다가… A 교사는 일반적인 아동학대 범죄의 가해자와는 달랐다. 평소 정신질환을 앓지도, 약물 중독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폭력 성향을 보인 적도 없다. 두 자녀에겐 손찌검 한 번 한 적이 없다. 자녀들의 학원 수강료를 벌기 위해 3년 전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한 평범한 30대 '엄마'였다. A 교사는 "어린이집이 전쟁터 같았다"고 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할 때까지 자신이 맡은 '3세반' 아동 18명을 혼자서 돌봤다. 점심시간이 가장 바쁘다. 배식,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올릴 식단 사진 촬영, 식사 지도, 식사 후 양치질까지 시키고 나면 시간이 없어 자신은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허겁지겁 먹어야 했다. 사건 당일 오후 2시 반경에도 정신이 없었다. 간식을 요구하는 아이부터 별 증상도 없는 데 아프다고 우는 아이까지, 두 손만으론 18명을 돌보기 버거웠다. 또래보다 몸집이 컸던 B 군은 친구를 자주 때려 돌보기가 쉽지 않았다. 경력이 짧아 청소 등 잡무를 주로 맡았던 A 교사 앞에선 청소도구함이나 화장실 바닥을 가리키며 '청소 안 하느냐'는 식으로 은근히 무시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반경 한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A 교사가 돌아보니 B 군이 친구를 손바닥으로 때리듯 밀고 있었다. A 교사는 "그러지 마라"라며 말로 제지했다. 그러나 B 군은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키며 웃었다. B 군의 손짓을 '유리창이나 닦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A 교사는 그 순간 분노가 폭발해 B 군의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목뼈 골절이나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이성을 되찾았을 땐 B 군이 울기 시작한 뒤였다. 이날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 개월간 진행된 갈등 과정에 대한 A 교사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취재팀이 접촉한 다른 교사도 "대체로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물론 A 교사의 이날 행동은 어떤 변명을 해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장화정 관장은 "어떤 이유든 아동학대는 교사의 명백한 잘못"이라면서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과도하게 많은 어린이가 교사에게 배정되고, 교사의 자질도 부족한 보육 현실이 근본적 원인이다"고 말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상 교사 1명이 한번에 돌볼 수 있는 3세 아동은 최다 15명이다. 여기에 정부의 초과 인원 지침에 따라 3명을 더 받을 수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어린이집을 위한 예외 조항을 어린이집에선 무분별하게 적용한다. 규정보다 아동이 1명이라도 많으면 교사를 더 채용해야 하고 적으면 보육수당이 덜 들어오기 때문이다. 배창경 한국보육교직원총연합회 공동대표는 "현행 시행규칙상 최다 아동 수는 보육 재정을 고려해 넉넉하게 잡은 것인데, 여기에 초과 인원을 더 받는 어린이집이 일반화되면서 보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학대와 훈육을 혼동하는 함량 미달 교사 "자격 취득이 쉽다"는 주변 권유로 2010년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다가 올 3월 아동학대로 어린이집을 그만둔 C 교사(43·여)는 인터뷰 내내 학대와 훈육의 경계를 혼동했다. 그는 사이버 평생교육원에서 3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딴 뒤 6개월 경력을 쌓아 2급으로 승급했다. C 교사는 3월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자신이 돌보던 4세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꼬집은 사실이 알려져 항의를 받았다. 당시 C 교사가 말썽을 부린 아동을 화장실에 들여보내 격리하고 김치를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억지로 김치 국물을 마시게 한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최근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행동은 훈육이었다고 강변했다. 그는 "교사의 행동을 이런 식으로 일일이 문제 삼으면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다. 아이를 화장실에 들여보내긴 했지만 문을 열어 뒀기 때문에 방임이나 감금이 아니다. 김치 국물은 영양 균형을 위해 먹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보육교사 교육과정에 따르면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쉬운 훈육방법으로는 '생각 의자 앉히기'가 제시된다. 하지만 C 교사는 "생각 의자 정도 갖고는 아이들이 정말로 반성하지 않는다"며 화장실 감금조치를 정당화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상 보육교사 3급 자격증은 고교 졸업 이상의 학력자가 평생교육원 등에서 12과목(35학점)을 이수하면 딸 수 있다. 취득까지 10~18개월가량 걸린다. 경력 6개월에 승급교육 80시간을 이수하고 승급시험에 합격하면 2급이 된다. 보수도 올라간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 보수는 평균 112만 원이다. 보육교사의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승급시험과 보수교육뿐이다. 하지만 이런 재교육 기회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C 교사의 경우 2011년 보육교사 승급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똑같은 내용의 시험지로 재시험을 치러 통과했다. 현행 규정상 승급시험에 탈락하면 일정 기간 재교육을 받은 뒤 다시 응시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낙제점을 받아도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같은 문제지로 시험을 다시 치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많은 보육교사들의 증언이다. 3년마다 받게 돼 있는 보수교육도 부실하기 그지없다.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D 교사(36·여)는 "4월 동대문구청에서 보수교육을 8시간 받았다. 교사 200명이 강당에 앉아 있었는데 대부분 강사 말은 듣지 않고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다 가더라"고 말했다. 2011년 어린이집 내 학대 사건 중 보육교사가 양육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경우가 전체의 52.6%에 달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강인수 상담원은 "학대 가해자로 조사받는 보육교사 상당수가 1,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학대와 훈육의 경계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 한 명이 3~5세 아동 18~23명을 맡을 수 있는 현행 기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4.3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조교사 등 대체 인력 채용을 늘려 보육교사의 업무 부담을 나누자는 대안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는 "현행 교사 1명당 아동 수 기준이 정해진 지 8년이 넘어 연구용역을 통해 적정 아동 수를 다시 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실한 승급 및 보수교육을 바로잡는 것도 시급하다. 육아정책연구소 서문희 선임연구위원은 "보육교사 양성 및 자격증 취득 과정을 더욱 강화하고 현재의 형식적인 보수교육의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곽도영 기자 becom@donga.com}

서류뭉치를 뒤적대더니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판매원이 계산기에 찍힌 숫자를 보여주며 말했다. “24개월 약정에 LTE62(월 6만2000원) 요금제를 쓰면 최신 스마트폰을 65만 원까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박상현 씨(28·학생)는 3년 쓴 휴대전화를 바꾸기 위해 2주 전 서울 광화문 일대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았다. 판매원의 설명대로라면 출고가가 100만 원이 넘는 최신 스마트폰을 30만 원 넘게 할인받는 것이다. 박 씨는 얼마 전 LTE62 요금제로 같은 스마트폰 기종을 52만 원에 샀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라 “왜 같은 조건인데 가격이 다르냐”고 물었다. 판매원은 “요즘은 보조금이 적을 때다.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면 휴대전화 값을 더 할인받을 수 있다”며 다시 계산기를 두드렸다. 박 씨는 요금을 더 내기 싫어 처음 제시받은 조건으로 휴대전화를 바꿨다.휴대전화를 사려고 대리점을 찾은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휴대전화 값을 할인받으려고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 불필요한 통신비를 지출하고 있는 게 ‘통신 선진국’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소비자가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른 액수를 내고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건 공식적으로 지급되는 약정 보조금 외에 다른 명목으로 추가되는 ‘음성적’ 보조금이 매번 달라져서다. 음성적 보조금은 통신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정책장려금 등과 휴대전화 제조사에서 주는 장려금 등으로 나뉜다. 정부는 통신사가 1인당 27만 원을 초과하는 보조금을 고객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와 제조사가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지급하는 음성적 보조금은 막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신사들이 매년 쓰는 마케팅 비용 중 약 6조 원이 보조금으로 쓰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점주는 “통신사에서 대리점, 판매점의 판매실적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판매가 부진한 지역에 보조금을 더 푼다는 사실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통신요금 끌어올리는 유통구조약정 할인으로 포장된 ‘깜깜이’ 휴대전화 판매 방식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은 자신이 휴대전화를 얼마 주고 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요금제 약정 할인 조건을 제시하는 판매원의 안내에 따라 계약한다. 그러다 보니 필요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게 된다.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말 3G 및 롱텀에볼루션(LTE) 이동전화서비스 요금제를 2개월 이상 이용한 151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LTE 서비스 응답자가 가장 많이 가입한 LTE62 요금제 이용자의 월평균 음성 통화량은 기본 제공량 350분의 68%(238분) 수준이었다. 이 요금제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모두 월정액 6만2000원에 통화 350분, 문자 350건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데이터는 SK텔레콤에서 5GB(기가바이트), KT, LG유플러스는 6GB를 쓸 수 있다. 하지만 문자 평균 사용량은 월 100건(28.6%), 데이터 평균 사용량은 3.2GB로 56.7%에 그쳤다. 비싼 요금제일수록 평균 사용량은 더 떨어졌다. 쓴 만큼 통신요금을 내는 게 아니라 미리 요금을 내고도 다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상임이사는 “통신사가 일방적으로 정해 놓은 정액요금제는 불필요한 통신비 지출로 이어진다”며 “보조금 지급을 명목으로 정액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유통구조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구조의 수수께끼…그 내막은?현재 유통구조는 통신사 산하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휴대전화 판매와 통신사 가입이 동시에 이뤄진다. 고수익이 나는 비싼 요금제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집중시킨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 가격이 변하는 구조에서 소비자는 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사기 위해 고가 요금제에 가입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휴대전화 판매와 가입이 분리돼 있어 유통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휴대전화를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니라 고객을 많이 가입시켜서 통신비로 이윤을 남긴다. 예컨대 출고가 80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제조사로부터 받아온 통신사는 대리점에 휴대전화를 공급하며 보조금을 얹어준다. ‘제 가격으로 팔면 가입자 유치가 어려우니 보조금을 활용해 휴대전화 가격을 깎아주라’는 게 보조금의 목적이다. 대리점 역시 산하 판매점에 휴대전화를 공급하며 추가 보조금을 얹어준다. 제조사, 통신사, 대리점을 거치면서 쌓인 보조금이 6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80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20만 원에 팔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2년 가입약정을 조건으로 추가 할인해 주면 ‘공짜폰’ 판매까지 가능해진다.보조금의 원천은 고객이 내는 통신요금이다. 통신사와 대리점, 판매점은 고객의 요금 중 일부를 5년 동안 나눠 갖는다. 고객으로부터 통신요금을 많이 받을수록 보조금으로 돌릴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는 셈이다. 경기지역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주는 “통신사는 보조금 액수와 수수료 차감을 무기로 판매망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며 “물량 할당 역시 잘 팔리는 지역에 통신사와 대리점이 일방적으로 할당하는 구조라서 판매점은 통신사와 대리점의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통신사는 대리점과 계약하며 보증보험을 맺는다. 예컨대 1억 원의 보증보험을 맺으면 100만 원짜리 휴대전화 100대를 한 달간 대리점에 여신 형태로 공급한다. 한 달 안에 100대를 모두 팔면 보증보험액은 그대로 두고 추가로 100대를 공급하고, 50대밖에 못 팔았다면 보증보험에서 5000만 원을 제하는 방식이다. 정산 기간은 통상 한 달로 알려졌다.대리점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점과 계약을 한다. 통신사와 판매점이 직접 연결돼 있지 않지만 사실상 하나의 연결고리로 엮여 있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주는 “판매점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건 통신사나 대리점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차감료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본보가 입수한 국내의 한 통신사 차감정책에 따르면 신규 가입 후 30일 이내에 명의가 변경되거나 기기 변경으로 개통한 후 6개월 이내에 해지하면 보조금을 전액 환수한다는 내용 등의 차감정책이 존재했다. 최근 국내 유통업체의 갑을 논쟁이 오가며 차감정책이 전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한 판매점 종업원은 “이런 유통구조 때문에 판매점에서는 물불 안 가리고 보조금을 최대한 많이 풀어 고객을 끌어 모아야 남는 장사를 한다”며 “정부에서 보조금 규제를 한다고 해도 새로운 형태의 보조금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번호 이동, 신규 가입, 기기 변경 등 통신서비스 가입 유형이나 가입하는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 지급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이동통신 가입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요금제에 따라 휴대전화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을 막는 법 개정 추진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홍진배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보조금 차등 지급을 막아 불필요한 요금 지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이 집중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보조금이 아닌 통신비 할인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홍 과장은 “휴대전화 보조금 혜택을 받지 않는 이용자가 통신요금을 덜 내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방침이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가 통신사의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조금 차등 지급을 금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규제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보조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끊이지 않는 보조금 악용 범죄기형적인 유통구조로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구조를 악용한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모 씨(42) 이모 씨(32) 등 일당 5명은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마다 통신사에서 약정보조금 외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구조를 악용해 휴대전화 보조금과 휴대전화를 빼돌렸다. 이들은 콜센터 사무실을 차려놓고 ‘소액 대출을 해준다’는 문자메시지를 뿌렸다.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소액 대출 희망자에게는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선불금 20만 원을 즉시 대출해주고, 3개월 후 저금리로 고액을 추가 대출해 주겠다”고 유혹했다. 휴대전화 가입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받은 최 씨는 휴대전화 개통책을 통해 통신사로부터 휴대전화와 대당 약 40만 원의 판매장려금을 챙겼다. 서류상 개통자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지 않고 밀수출업자에게 대당 50만 원에 되팔았다. 이런 수법으로 최 씨 일당이 빼돌린 휴대전화 5200여 대에 판매장려금은 20억9400여만 원이나 됐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정석)는 최근 서류모집책 최 씨(구속 기소)에게는 징역 3년을, 휴대전화 개통책 이 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강경석·조건희·서동일 기자 coolup@donga.com}

25일 오후 9시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앞. 인도에 줄지어 세워진 20여 채의 노란색 천막에 하나둘 불이 들어왔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날이 어두워진 뒤에만 열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짝퉁’ 시장이다. 노점상들이 샤넬, 구치, 프라다, 루이뷔통 등 브랜드를 단 가짜 가방과 지갑을 진열하자 토요일 밤 짝퉁 쇼핑에 나선 인파가 몰렸다.○ 짝퉁 노점상의 ‘운수 나쁜 날’ 붐비는 짝퉁 시장 한가운데에서 한 노점상이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가장 늦게까지 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정품가가 수천만 원인 최고가 해외 유명 브랜드 남성용 시계의 짝퉁만 전문적으로 파는 노점상 A 씨(40)였다. 그는 두리번거리며 다른 노점이 단속되지 않는지 계속 살피고 있었다. 같은 짝퉁이라도 가방 지갑과 달리 시계는 국내에 생산 라인이 없어 단가가 배 가까이 비싸다. 압수됐을 때 손실이 더 크다. 1시간가량 주변을 살피던 A 씨는 마침내 오후 10시경 시계를 진열했다. A 씨가 내놓은 짝퉁 시계에 남성 손님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A 씨가 내놓은 시계는 ‘피아제’(정품가 1억2800만 원), ‘윌리스나르댕’(8600만 원), ‘로제뒤뷔’(8000만 원), ‘위블로’(4000만 원) 등 최고가 브랜드의 짝퉁이었다. 특히 ‘파테크필리프’(4500만 원)는 소량 생산 원칙 때문에 ‘아무나 볼 수 없는 시계’라는 별칭까지 달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열린 정품 전시회엔 초우량고객(VVIP) 20명만 초청됐다. A 씨는 신바람을 내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특별 단속반 “너만 기다렸다” “시계가 널렸어요. 지금입니다.” 같은 시간 모자를 눌러쓰고 멀찍이서 A 씨를 지켜보던 한 정보원이 짝퉁 단속반에 전화를 걸었다. 특허청 소속 특별사법경찰 수사관 4명은 이날 오후 8시부터 동대문시장 인근 골목에 차창을 짙게 틴팅(선팅)한 승합차를 대고 A 씨를 덮치기 위한 작전을 짜고 있었다. 1개월 전 제보를 받은 뒤 A 씨의 차량과 영업시간 등을 추적한 끝에 이날을 디데이로 잡았다. 수사관들은 카카오톡으로 공유한 A 씨의 얼굴 사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A 씨의 노점을 향해 재빨리 차를 몰았다. 일부 노점상이 단속차량의 번호를 기억하기 때문에 속전속결해야 한다. 손님인 척 슬그머니 접근한 수사관은 순식간에 A 씨에게 수갑을 채운 뒤 주머니를 뒤져 차 열쇠부터 압수했다. 시계 노점상들은 단속에 걸리면 짝퉁 시계를 보관한 차를 압수당하지 않기 위해 열쇠를 내던지고 ‘차가 없다’며 발뺌하기 십상이다.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시계를 구경하던 한 20대 남성 손님은 짝퉁 구매만으론 처벌을 받지 않는데도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휴대전화를 놓아둔 채 달아났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날 A 씨가 팔기 위해 보관했던 시계는 24종 180여 개에 달했다. 만약 정품이었다면 총 52억2900만 원어치에 달한다. A 씨는 중국 제조공장에서 생산돼 밀수입된 이 시계들을 개당 12만∼15만 원에 하루 평균 15개가량 팔아 월 6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청 서울사무소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에도 짝퉁 시계를 팔다가 적발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처지다. ○ 짝퉁 시계에 열광하는 이유 최고가 브랜드의 짝퉁 시계에 열광하는 주 고객은 20, 30대 남성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젊은 남성의 짝퉁 소비 뒤에 ‘돈 없어도 저가 제품은 안 쓴다’는 심리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젊은 남성들도 연간 명품 구입비가 1억 원 이상인 사람들만 사는 ‘위버 럭셔리(Uber Luxury·명품 위의 명품)’를 선호하다 보니 짝퉁에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0년대 중반 주식시장 활황으로 중년 남성 사이에 불었던 해외 유명 브랜드 시계 열풍이 젊은층으로 확산되면서 짝퉁 시계 시장이 더 활발해졌다”고 분석했다. 남성용 시계는 여성용 가방 지갑과 달리 연령별 취향 차이가 크지 않고, 정계 재계 일각에서 로비용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생기면서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고가품’이라는 식의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A 씨가 체포되는 순간 불을 전부 껐던 동대문 짝퉁 시장 노점상은 단속반이 사라지자 금세 다시 활기를 찾았다. 다른 짝퉁 시계 노점상은 기자에게 “일주일만 벌면 벌금을 두세 번은 메울 수 있는데 장사를 쉴 수 있겠냐”고 말했다. 짝퉁 판매의 경우 벌금이 처음 걸리면 200만 원, 두 번째는 500만∼700만 원 정도 된다. 죄질이 나쁘면 첫 적발에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동걸 특허청 서울사무소장은 “인력 부족으로 많은 짝퉁 판매업자를 한꺼번에 단속하기 어려워 행태가 심한 업자를 찍어서 단속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2월 경남 창원시에서, 3월 충북 청주시에서 연이어 어린이들이 자신이 타고 온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정부 대책에는 동아일보가 그동안 제안해온 ‘세림이법’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 13개의 주요 내용이 대부분 포함됐다.○ 안전의무 위반하면 학원 폐업 정부는 6월 30일까지 전국의 어린이 통학차량 6만4863대를 전수조사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법규를 개정해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체 통학차량 절반가량은 미신고 상태다. 신고하지 않은 통학차량을 운행하다가 적발된 시설은 인허가를 취소하거나 운영을 정지한다. 신고하려면 안전발판 등의 장치를 추가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르는 비용 부담을 고려해 영세한 학원과 체육시설에는 유예기간을 둔다. 26인승 미만 차량으로는 자가용 영업을 할 수 없었던 현행 기준을 완화해 어린이 통학차량에 한해 9인승 이상 승합차로도 자가용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신고 의무화의 걸림돌이었던 지입차(운수회사의 명의로 등록된 개인소유의 차량)의 음성적 영업을 양성화하려는 의도다. 통학차량 안전과 관련한 위법이 3회 적발되면 해당 시설의 인가와 등록을 취소하는 ‘삼진아웃제’도 도입한다. 안전의무를 위반한 통학차량 운전사는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지금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에 그쳐 실효성이 적었다. 통학차량 안전기준도 강화한다. 후진 시 사고가 많은 점을 감안해 광각후사경, 후진경보기, 후방카메라 등 후방 감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어린이용 안전띠와 발판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현행 3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대폭 인상된 과태료가 부과된다. 통학차량 관련 정보는 ‘통학차량 알리미’ 사이트를 개설해 공개할 방침이다. 학부모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녀가 다니는 학원의 통학차량이 안전기준에 맞게 개조됐는지, 운전사가 안전교육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타고 내리는 사이 통학차량을 추월하거나 옆을 지나치는 운전자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은 이번 정부 발표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차한 통학차량을 추월하는 행위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집에 간다’는 생각이 앞서 길을 급히 건너기 십상인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다만 어린이가 타고 내리는 통학차량 뒤에서 달리던 차량이 추월할 경우의 범칙금을 현행 5만 원에서 대폭 올리기로 했다.○ 단속·지원 뒤따라야 실효성 정부가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 문제가 불거진 뒤 한 달여 만에 대대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과거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과태료를 소액 인상하거나 잠시 단속을 강화하는 식으로 ‘땜질 처방’을 반복했다. 하지만 창원시 사고 이후인 2월 28일 동아일보가 ‘통학차량 사고로부터 어린이를 지키기 위한 5가지 제안’을 보도하는 등 ‘시동 꺼! 반칙운전’ 연중기획을 통해 통학차 안전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전달해왔다. 3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이 안전사고 발생 방지를 특별 당부했고 청와대가 주관한 관계부처 회의가 열렸다.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에 공동기획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tbs 등과 세림이법 제안에 의견을 준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서울녹색어머니회 등 시민단체는 “이번 정부 대책이 통학차량 안전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강력한 단속과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속이 허술하면 법이 아무리 강력한 해도 학원장과 통학차량 운전사 사이에서 무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억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통학차량 안전기준에 맞추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영세시설에 한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지원하고 모범적인 통학차량에 대해선 보험료를 인하하는 등의 유인책을 병행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조건희·김성규 기자 becom@donga.com}

“신호 위반에 과속을 해도 빨라야 5분∼. 착한 교통 대한민국 다 같이 만들어 나가요. ♬∼♬” 1일 오전 8시 45분 tbs 교통방송(FM 95.1MHz)에서 흥겨운 리듬의 랩이 흘러나왔다. 동아일보-채널A 연중기획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의 공동기획 기관인 tbs에서 방송하는 교통문화 캠페인 로고송이다. 로고송은 이날부터 격주 수요일마다 같은 시간에 tbs 교통방송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의 ‘시동 꺼! 반칙운전’ 코너가 시작할 때 방송된다. 이 코너는 동아일보 취재팀이 송 아나운서와 교통문화에 대해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3일부터 현재까지 어린이통학차량 불법전조등 여성운전자 등 문제를 다뤄 청취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로고송의 작사 작곡은 가수 이정이 속한 프로듀싱그룹 파이브어클락(이정·한관희·박상준)이 맡았다. 랩은 라우더스 엔터테인먼트의 래퍼 김성훈이 맡았다. 가수 박상준은 이날 통화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일부 운전자들의 이기적인 ‘반칙운전’ 때문에 아찔한 경우가 많아 공들여 작곡했다”며 “흥겨운 음악을 통해 ‘착한 운전’을 즐겁게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bs는 ‘시동 꺼! 반칙운전’ 코너와 함께 매일 오후 2시 57분 교통문화 캠페인을 내보내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에는 대표적 반칙운전으로 꼽히는 교차로 꼬리물기를 다뤘다. 이달엔 ‘김 여사’라는 오명에 시달리는 여성 운전자들에게 배려를 당부하는 내용이 방송된다. 한편 다음 달엔 tbs 창립 26주년을 기념해 ‘시동 꺼! 반칙운전’ 특집 공개방송을 편성할 계획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4월 26일 오후 2시경 경남 밀양시 밀성초등학교 앞. 수업을 마친 2학년 최모 군(8)이 정문을 나섰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인 학교 앞 왕복 2차로 위에서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지만 최 군의 눈엔 길 건너 문방구점에서 손짓하는 친구만 보였다. 친구를 향해 달려가려던 최 군은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승용차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교통지도 중이던 밀양노인회 자원봉사자가 내달리려던 최 군을 보고 깜짝 놀라 막아섰다. 밀성초교 앞 도로에선 최 군처럼 길을 건너던 어린이가 차에 치이는 사고가 2009∼2011년 6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스쿨존 1곳당 평균 사고건수(0.16건)보다 37배나 많아 사고가 잦은 스쿨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런데 ‘골치 스쿨존’이던 밀성초교 앞 도로는 지난해부터 ‘모범 스쿨존’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7년 이후 매년 1∼3건 발생하던 어린이 사고가 2012년 1월 이후론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밀성초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밀성초교는 불명예스럽게도 지난해 1월 교육부로부터 ‘2007∼2010년 전국에서 사고가 가장 잦았던 스쿨존’으로 선정됐다. 밀성초교와 경남교육청 밀양시 밀양경찰서 등 관계 기관 4곳은 긴급 협의회를 열고 사고를 0건으로 줄이기로 했다. 일명 ‘밀성초교 사고 제로(zero) 사업’의 시작이었다. 밀성초교는 운전자의 시야를 가렸던 높은 벽돌 담장을 허물고 자연석으로 낮은 담을 다시 세웠다. 담장의 높이를 2.5m에서 1m로 낮추고 인도 안쪽으로 40cm가량 밀어 넣었다. 학교에서 나오는 어린이는 멀리서 다가오는 차량을 볼 수 있게 됐고 운전자도 길을 건너려는 어린이를 전보다 쉽게 알아챌 수 있게 됐다. 밀양시는 통행 차량의 속도를 센서로 감지해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표시해 주는 ‘속도 표시기’를 정문 앞 교차로에 설치했다. 운전자가 스쿨존 제한속도(시속 30km)보다 빠르게 지나가면 빨간 글씨로 속도를 표시해 경각심을 준다. 밀양경찰서는 정문 앞 횡단보도에 평일 등하교 시간(오전 7시 반∼9시, 오후 1시∼3시 반)에만 불이 들어오는 신호등을 설치했다. 교통 체증을 최소화하면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절충안이었다. 단속도 강화해 스쿨존 내 신호 위반 차량을 집중 단속해 1월부터 4월까지 415대를 적발했다. 밀양교육지원청은 학원과 태권도장에 “초등학교 앞에서 불법 주정차를 삼가 달라”는 공문을 보내 하교 시간마다 정문 앞을 점령해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던 불법 주정차 학원 차량을 줄였다. 이제 학원 차들은 학교 인근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횡단보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 정문 앞 안전지대에서만 어린이들을 태운다. 밀성초교 교사들은 밀양노인회와 녹색어머니회의 회원으로 구성된 시민 봉사대와 함께 등하교 시간에 안전지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스쿨존의 구조에 따라 위험 요인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고 유형을 분석하고 그에 맞게 안전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어 사고가 잦았던 제주 제주시 신광초교엔 안전대가 설치됐다. 대전 중구 글꽃초교는 표지판과 노면 표시를 새로 만들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2009∼2011년 각 5건, 3건이던 신광초교와 글꽃초교 스쿨존의 어린이 보행 사고는 2012년 이후 0건으로 줄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수석연구원은 “스쿨존 별로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밀양=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동아일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에서 제기한 꼬리물기 등에 대해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을 집중 단속한 결과 교통사고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은 올해 1분기(1∼3월) 전국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사고 발생건수가 4만722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1729건)보다 8.7% 줄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2008년(4만5669건) 뒤 최저치다. 올해 1분기에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123명, 부상자는 7만1548명으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7.5%, 10.8% 감소했다. 특히 음주운전 사고와 어린이 교통사고는 각각 14.9%, 13.2%가 줄었다. 다만 노인 교통사고는 지난해에 비해 0.4% 증가했다. 안전운전 문화도 자리를 잡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3월 18일∼4월 17일 주요 교차로에서 꼬리물기를 집중 단속한 뒤 해당 교차로에서 운전자들의 정지선 준수율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신설동 교차로 등 주요 교차로 10곳을 조사한 결과 정지선 준수율이 경찰의 캠코더 단속이 실시되기 이전인 지난해 11월의 60.1%에서 이달 11일에는 70.1%로 높아졌다. 교차로에서의 사고도 줄었다. 영상단속을 실시한 3월 18일∼4월 17일 한 달간 서울시내 교차로 교통사고는 8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12건)보다 31.6% 감소했다. 교차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명에서 올해 6명으로, 부상자는 1951명에서 1284명으로 각각 60.0%, 34.2% 감소했다.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에는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교통방송 등이 공동기획 기관으로 참여해 다양한 대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그라운드가 도로라면 타격 코치는 신호등, 선수는 운전자겠죠? 신호등 잘 따르고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니까 홈런도 따라온 것 같아요.” 넥센 박병호(27)는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 시즌 홈런왕(31개)을 차지한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5년 LG에 입단했을 때 유망주였지만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다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LG 시절 ‘2군에서만 터지는 거포’라는 야유를 듣기도 했다. 1군 경기에만 출전하면 압박감이 커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출장 횟수는 점점 줄었다. 박병호는 “‘2군 홈런왕’이라는 말이 가슴 아팠지만 내 책임이 컸다.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면서 코칭스태프와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박병호는 넥센에서 ‘거포’로 거듭났다. 넥센 코칭스태프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지난 시즌 넥센의 4번타자로 자리 잡았다. 꾸준한 출장기회를 보장받으면서 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동아스포츠대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박병호는 “도로에서도 소통과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루코치의 사인을 무시하거나 선수끼리 손발이 맞지 않으면 실책이 나오는 것처럼 도로에서 교통신호를 어기고 운전자끼리 배려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열여덟 살 때 운전면허를 딴 박병호는 올해로 10년차 드라이버다. 그는 반칙운전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적한 도로에선 제한속도를 넘겨 운전했고 주변 흐름이 답답하면 차로를 옮겨가며 속력을 올린 적이 있다. 부인인 이지윤 씨(전 KBSN 아나운서)가 “운전 좀 얌전히 하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이런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거친 운전 습관은 지난해 12월 멈췄다. 출근길 교차로에서 신호등 앞에 멈춘 그의 차를 뒤차가 들이받았다. 빗길에 안전거리를 충분히 두지 않고 따라오다 미끄러진 것. 처음 당한 사고였다. 박병호는 다행히 부상은 피했지만 도로에 나설 때마다 주위를 더 꼼꼼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안전운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야구는 선수 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실책 등 뜻밖의 변수 때문에 경기에서 질 때가 있다. 운전 역시 교통법규를 지키고 주위 운전자를 주시하는 방어운전이 중요하다.” 박병호는 안방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 김포시 자택에서 서울 목동야구장까지 왕복 50km를 자가용으로 오간다. 아침부터 ‘칼치기’(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운전행태) 추월을 당한 날이면 그라운드에서 연습을 할 때까지 기분이 찝찝하다. 그는 “반칙운전을 계속하는 차량을 보면 불안하다. 언젠가 그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안전운전을 당부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전남 목포시 서해초등학교 앞. 1일 오후 1시 하교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 학교에서 뛰어나왔다. 정문 바로 앞은 왕복 2차로 도로. 이 길을 건너야 아파트단지로 갈 수 있다. 횡단보도가 약 5m 간격으로 두 개나 있지만 신호등은 없다. 택시와 오토바이 등 차량이 1분당 70여 대씩 쌩쌩 지나다니는 이곳에서 1학년 김모 군(7)이 길 건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포의 초등학교, 어린이 사고 1위 오명 김 군은 횡단보도 옆에 불법주차된 1.5t 트럭 앞에 섰다. 고개를 내밀고 차가 오는지 슬쩍 보고는 횡단보도 위를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그때 맞은편에서 택시 한 대가 시속 60km 가까운 속도로 달려왔다. 보는 사람도 아찔했다. 놀란 김 군은 길을 건너다 말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김 군은 “며칠 전에도 친구들과 길을 건너다 차에 부딪힐 뻔했는데 잘 피해서 안 다쳤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해초교와 이 학교에 붙어 있는 연산초교 주변은 2009년부터 3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8건의 어린이 보행자 사고가 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이다. 김 군이 길을 건너려던 바로 그 횡단보도에서 2010년 4월에도 10세 어린이가 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고 2009년 5월엔 8세 아이가 승용차에 발을 밟혔다. 하교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나온 한 여성은 “얼마 전 학부모 모임에서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직접 데리러 온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스쿨존 사고 데이터를 입수한 뒤 사고 지점의 경위도 좌표를 지도에 표시하는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법을 사용해 2009∼2011년 3년간 사고가 3건 이상 발생한 ‘사고다발 스쿨존 상위 102곳’을 추려냈다. 이 102곳은 같은 기간 전국 스쿨존 1곳당 평균 사고건수(0.16건)보다 18∼50배나 사고가 잦은 ‘악마의 스쿨존’이다. 피해 어린이가 차량 탑승자인 경우는 제외하고 어린이 보행자 사고만 포함시켰다. 학교 두 곳이 붙어 있어 통합 스쿨존으로 관리되는 곳은 사고건수를 합산했다. 분석 결과 서해-연산초교에서 사고 8건이 발생해 전국 사고 건수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경남 밀양시 밀성초교(6건)와 경기 평택시 비전동 성동초교(5건)가 오명의 순서를 이었다.공동기획: 안전행정부·국토교통부·경찰청·교통안전공단·손해보험협회한국교통연구원·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tbs 교통방송○ 사고 잦은 스쿨존의 네 가지 공통점 본보 취재팀은 서해-연산초교는 물론이고 서울 동작구 은로-중대부속초교(5건), 용산구 청파초교(4건), 인천 옥련-능허대초교(5건) 등 사고가 많았던 학교 앞 네 곳을 허억 안전생활시민실천연합 사무처장과 함께 찾아가 주변 차량들의 운전 행태와 시설의 적합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사고 다발 학교 앞은 거의 공통적으로 △불법 주정차 △허술한 과속방지턱 △과속단속 카메라 부재 △인도 없는 학교 앞 도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①불법 주정차=학교 주변 불법 주정차 차량은 운전자의 시야에서 체구가 작은 어린이를 가린다. 서해초교 주변 곳곳엔 불법 주정차 금지 안내판을 무시하고 세워둔 차량이 가득했다. 이곳에서 불법 주정차 차량 탓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린이가 차량에 치인 사고는 2009∼2011년에 3건 일어났다. 2011년 중상 사고가 일어났던 서해초교 스쿨존 내 원산동주민센터 앞 도로는 여전히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빼곡했다. 어린이들이 차량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걸어 다녔지만 주정차 단속은 없었다. 1일 오후 2시 인천 옥련-능허대초교 주변도 사정은 비슷했다. 아이들은 길가에 세워진 차량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차가 오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제한된 시야 탓인지 오는 차가 없는 줄 알고 한 발짝 내디뎠다가 갑자기 나타난 차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인도로 뛰어 올라오는 아이들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킥보드를 탄 일부 어린이는 인도를 막아선 불법 주정차 차량들을 피해 차도 위로 나섰다가 갑자기 출발하는 차량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곳에서 2009∼2011년 사고로 다친 어린이 5명은 모두 길을 건너려다 차에 치였다. 불법 주정차한 차량에 가려 있다가 도로에 들어서니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내는 것. 경사가 심한 탓에 평소엔 불법 주정차한 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은로초교 앞에도 하교 시간이 되자 정차된 차량이 길게 줄을 섰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몰려든 통학차량과 학부모들의 승용차이다. 인도까지 침범한 차량도 있었다. 아이들은 정문 앞을 어지럽게 점령한 차들을 피해 횡단보도를 건넜다. 자신의 자녀를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하교시키기 위해 승용차를 몰고 온 부모들이 전체적인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은로초교에 재학 중인 박모 양(10)은 “엄마 아빠가 모두 회사에 다녀 혼자 집에 가야 하는데 친구 부모님 차들 때문에 도로에 차가 오는지 잘 안보여 겁이 난다”고 했다. ②허술한 과속방지턱=서울 은로-중대부속초교 앞은 과속 차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언덕길 경사가 5∼25도로 가파른데 차량의 내리막길 질주를 막을 과속방지턱은 부족하다. 페인트만 칠해 둔 ‘허탕’을 빼면 시설기준에 맞는 과속방지턱이 700m 구간에 두 개뿐이다. 이마저도 차들이 정작 속도를 줄여야 하는 횡단보도에서 4∼6m 멀리 떨어져 있어 속도를 잠깐 줄였다가 다시 높이면 그만이었다. 2일 오전 7시 반 등교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스피드건으로 통행 차량의 속도를 측정했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노인 자원봉사자들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10대 중 4대꼴로 스쿨존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넘겼다. 내리막길을 시속 62km로 내달리는 1t 트럭도 있었다. 실제 2009∼2011년 이곳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5건 발생해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전부 길을 건너는 아이를 보고도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해 일어난 사고다. 인천 옥련-능허대초교 주변엔 20∼25m 간격으로 과속방지턱이 설치돼 있었지만 운전자들은 방지턱 직전에만 속도를 줄였다가 방지턱을 넘은 뒤엔 가속페달을 밟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 같은 운전습관은 속도를 높이는 와중에 차도에 갑자기 어린이가 나타나면 오히려 큰 부상을 입힐 수 있어 위험하다. ③차로와 뒤섞인 인도=청파초교 스쿨존에선 인도를 찾기가 어렵다. 초등학교 둘레길인 ‘청파새싹길’ 구간 639m 중 426m(66.7%)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다. 특히 어린이들이 등하교시간마다 쏟아져 나오는 정문 앞에도 10m가량 보도가 끊겨 있다. 내리막길을 쌩쌩 달리는 차량과 어린이가 뒤섞이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2일 오후 하교시간엔 스쿨존 곳곳에서 차도 위를 걷는 초등학생들에게 차량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비키라고 손짓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2009∼2011년 발생한 4건의 사고도 차도를 걷던 어린이가 차량에 발을 밟히는 등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발생했다. 허억 사무처장은 “학교 담장을 안쪽으로 밀거나 정문 앞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꿔서라도 아이들의 보행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④무용지물 단속 카메라=곳곳에 제한속도 표지판과 노면 표시가 있지만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은로초교 맞은편엔 차량의 속도를 자동 감지해 숫자로 표시해주고 제한속도를 넘긴 차량을 향해 경보음을 울리는 ‘속도 감지 표시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전국 스쿨존에 설치된 무인 단속 카메라는 총 73대로 전체 스쿨존의 0.5%에 불과하다. 학교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두긴 했지만 방범용이다. 정부는 스쿨존 내 사고를 줄인다며 과속 등 위반행위에 대한 범칙금을 일반 도로에서 적발됐을 때의 두 배 수준으로 올렸지만 경찰이 항상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실효성이 별로 없다.장선희·조건희 기자 sun10@donga.com}

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동아일보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국민적 관심이 커지자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어린이 통학차량 관련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현재 국회 해당 상임위에 회부됐거나 발의를 준비 중인 법안이 총 10건이다. 상당수가 지난달 26일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어린이 통학버스 교통사고를 계기로 본보가 ‘세림이법’을 만들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인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어린이 통학차량 관련 정책토론회를 열고 학부모 단체 및 학원연합회 관계자 100여 명과 통학차 사고 대책을 논의한다. ‘세림이법’을 지지하는 시민 서명운동도 열띤 호응을 받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슈 청원방’에 올라온 “세림이법을 만들자”는 내용의 청원글 2건에 16일 오후 5시 현재까지 5019명이 서명했다. 청주시의 학부모 모임과 녹색어머니회도 오프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는 4억5000만 원을 들여 올해 하반기부터 ‘어린이 통학버스 인증제’를 시행한다. 안전기준을 갖춰 통학차량을 신고하고 운전사가 교육을 이수하면 차량에 경기도지사 인증 ‘G마크’를 부착해 주는 제도다. 대구 중구도 지난해 제정된 ‘어린이 안전차량 인증 조례’에 따라 이달부터 통학차량마다 안전장치 설치비 1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죽음을 부르는 과속’(본보 2월 28일∼4월 15일 시리즈 관련)을 억제하기 위해 속도제한장치를 도입하는 지자체도 늘었다. 제주시는 2일 렌터카와 전세버스가 시속 90km를 넘길 수 없게 하는 속도제한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버스 전 차종과 택시에도 속도제한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대형 추돌사고를 유발하는 도로변 불법 주정차(본보 1월 14일자 A2면 참조)를 지난달부터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서울시는 상습 불법 주정차 구간 200곳을 집중 단속해 총 3만6190대를 적발했다. 포항시는 7월부터 시내버스 4대에 주정차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버스 주행로를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를 단속한다. 선행 버스와 후행 버스가 1차례씩 촬영해 5분 이상 한곳에 주정차한 차량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식이다. 교차로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꼬리물기’(본보 1월 2일자 A5면 참조)에 대한 경찰의 단속도 강화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이 2월부터 캠코더를 이용한 영상 단속을 실시한 데 이어 인천 대구 울산 등 지방경찰청도 꼬리물기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는 2부를 마치고 ‘어린이 교통안전’을 주제로 곧 3부가 시작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10월 말 실시한 동아일보의 대선 심층 인지면접 1차 조사 때 경북 포항시의 황모 씨(46)는 “정치를 잘 아는 후보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것”이라며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단일화한 뒤인 지난해 12월 초 3차 조사에서도 황 씨는 “이럴 때일수록 보수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박 후보를 지지했다. 그랬던 황 씨가 이번 4차 조사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 고수’의 실력을 발휘해 갈등을 노련하게 해결할 거라 기대했는데 정치권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매사 자신의 뜻대로 밀어붙이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국민 모두에게 귀 열어야” 동아일보가 새 정부 출범 한 달을 맞아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 문 전 후보, 안 전 교수를 지지했던 응답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차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소통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걱정이 가득했다. 1∼3차 조사에서 굳건히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한 박 대통령 지지자는 9명뿐이었다. 특히 지지자들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전 조사 때 “카리스마와 온화함을 갖춘 여성 후보”라는 점을 꼽으며 그를 지지했던 경기 남양주시의 김모 씨(41·여)는 이번 조사에서 “세상이 바뀌었는데 아직도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일방적인 자세다. 그런 자세로는 국민통합을 이끌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경기 성남시의 유모 씨(47·여)는 “‘내 뜻을 따르라’고만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80%는 소신껏 일하더라도 20%는 주변의 말을 들어야 균형 잡힌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조사에서 안 전 교수를 지지했다가 단일화 이후 “야권 후보의 구태 정치에 실망을 느꼈다”며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대구 수성구의 유모 씨(41·여)는 “박 대통령이 최소한 중도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거라 기대했는데 실망했다”며 “일부 측근에게만 열려있는 귀를 국민 모두에게 열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울산 북구의 이모 씨(32)는 “박 대통령이 제1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야권 후보 지지자 100명 중 90명은 대부분 소통 부재를 비판했다.○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선 성향별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대통령 지지자 대부분(83%)은 “뚝심 있게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천 연수구의 조모 씨(26)는 “박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 집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의 박모 씨(61) “여야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밀고 나가는 모습이 다른 대통령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야권 지지자는 다섯 중 네 명꼴로 “여권 내부에서도 잡음이 나올 정도로 국정 운영이 불안하다”고 비판했다. 문 전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경북 울릉군의 박모 씨(41)는 “임원과의 충돌로 기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결국 최고경영자 책임 아니냐”며 “야당과의 갈등 국면에서 박 대통령이 통 크게 양보해야 5년 임기를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6명의 장관급 인사가 도미노로 낙마한 박 대통령 인선에 대한 질책도 따가웠다. 야권 후보 지지자 중에는 “충성심만 고려하다 도덕적 흠결을 간과했다”고 비판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노모 씨(29·여·인천·안철수 지지)는 “수첩에 적어놓은 인재풀에만 의존해 도덕적 기준이 일반인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지지자 100명 중에서는 32명이 “잘못한 인사”라고 했고 68명이 “잘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경기 용인시 이모 씨(42·여)는 “논공행상보다는 전문성을 살린 인사였다”고 했다. 부산 동래구 신모 씨(64) “외청과 차관급 인사에서는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를 발탁해 전문성을 살렸다”고 했다.조건희·대전=지명훈·대구=장영훈 기자 becom@donga.com}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을 포함해 상당수 국민이 박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달간 ‘불통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새 정부 출범 한 달을 맞아 14∼26일 전국 20세 이상 남녀 200명을 심층 인지면접(cognitive interview) 기법으로 조사한 결과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70%(140명)에 달했다. 박 대통령 지지층의 절반가량도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0월 전국 시도별 인구 비례에 근거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세 대선주자의 지지자 50명씩을 표본 추출한 뒤 대선 때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들의 표심을 추적 조사해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들 150명에 박근혜 지지자 50명을 추가해 여야 지지자의 비율을 절반씩으로 맞췄다. 민심 이동의 원인과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같은 모집단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3차 조사 당시 지지 후보를 안철수에서 박근혜로 바꿨던 울산 남구의 구모 씨(24)는 이번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구 씨처럼 지난 대선에서 안 전 교수를 지지하다 단일화 후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의 대다수가 대통령의 소통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51%(102명)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지지자 100명 중에는 83명(83%)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해 아직도 지지 의사가 굳건하다는 걸 보여줬다. 야권 후보를 지지했던 100명 중에는 19명만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각 인선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113명(56.5%)이 비판적 평가를 했다.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내각’보다 심각하다” “수첩만 보고 인사한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통합 정치를 기대한다”며 박 후보를 지지했던 서울 용산구의 이모 씨(51·여)는 “지역 안배는커녕 비리백화점 인선이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 지지자 100명 중에서도 32명이 이처럼 비판적 의견을 냈다. 안철수 전 교수의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안 전 교수 지지자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현실 정치)로 들어가야 한다”며 반겼지만 문 전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들은 “소탐대실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물이 너무 쉬운 승부를 택했다”고 했다. 전체적으론 “잘한 결정이다” “부산 영도에 출마했어야 한다”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엇비슷했다.조건희·부산=조용휘·광주=정승호 기자 becom@donga.com}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은 고위 관료 B 씨 등 유력 인사에게 성 접대를 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A 씨의 조카(39)를 16일 만났다. 그는 취재팀에 동영상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는데 그 내용은 역시 이 동영상을 봤다는 한 법조인이 취재팀에 전한 내용과 상당 부분 같았다. ―A 씨 동영상을 직접 보관하고 있나. “5년 전쯤 작은아버지(A 씨)가 휴대전화로 B 씨가 성 접대를 받는 영상을 찍어서 나에게 컴퓨터 파일로 만들라고 줬다. 파일로 만들어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다. 동영상은 작은아버지가 휴대전화로 직접 찍은 것 같았다.” ―B 씨가 동영상 촬영을 하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나. “그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정확하지 않고 다만 (찍는 걸) 알았어도 굳이 막지는 않았을 상황으로 보였다. 친한 사람들끼리 찍지 말라고는 안 할 그런 정도 느낌이었다.” ―성관계 동영상을 B 씨에게 보여준 적이 있나. “작은아버지가 B 씨에게 돈을 얼마 빌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내 생각에는 푼돈이었는데 매몰차게 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작은아버지가 열 받아서 동영상 중 한 장면을 스틸사진으로 만들어서 보내라고 하더라. 작은아버지가 직접 못 보내니까 나한테 얘기한 거다. 사진을 B 씨 휴대전화로 보냈다. 휴대전화 번호에 숫자 ××××가 있었다. 하지만 B 씨는 작은아버지한테 돈을 주지 않았던 걸로 안다.” 그러나 취재팀 확인 결과 수년간 B 씨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는 이 조카가 말한 ××××와 달랐다.고정현 채널A 기자 becom@donga.com}

시속 200km는 일상이다. 전복 사고만 2차례. 생명보험 회사도 보험 가입을 거절한다. 그녀에게 ‘충돌 사고를 몇 차례나 당했나’라는 질문은 복싱 선수에게 ‘지금까지 몇 대나 맞았나’라고 묻는 것과 같다. 여배우 프로카레이서 1호 이화선(33)이 사는 곳은 ‘폭주’로 마모된 타이어를 매일 교체해야 하는 서킷(자동차 경주장)이다. 소속팀 CJ레이싱팀의 김의수 감독은 “겁 없는 선수”라는 한마디로 이화선을 평했다.‘총알 미녀’ 이화선도 겁날 때가 있다.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운전할 때다. 이화선은 4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스피드웨이에서 기자와 만나 “경기 참가자들이 룰을 엄격하게 따르는 서킷보다 ‘반칙운전’이 난무하는 일반 도로에서 운전할 때가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경기 중엔 안전장구 덕에 큰 부상을 입은 적이 없는 그도 일반 도로에선 아찔한 경험이 잦았다. 2011년 6월엔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에서 좌회전하던 중 반대쪽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해 오는 택시와 충돌했다. 이화선이 급제동하지 않았다면 택시에 차 옆을 들이받혀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자신은 교통법규를 준수하더라도 주위를 살피지 않으면 사고를 당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서킷에선 누구보다 공격적인 레이서로 통하는 이화선이 ‘일반 도로에선 방어운전만이 살길’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도 그때였다. 그는 운전 중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꺼두는 것은 물론 옆 사람과 대화는 최소한으로 줄인다. 운전에 주의를 100% 기울이기 위해서다. 그는 “서킷에선 전방, 좌우, 사이드미러, 백미러뿐 아니라 유압과 수온까지 살펴야 하기 때문에 ‘눈이 8개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도로에선 어떤 차량이 반칙운전을 할지 몰라 ‘눈이 10개라도 모자라다’는 생각으로 운전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나와 내 차량을 지킬까 고민하다 보니 양보 운전이 몸에 뱄다”고 말했다.카레이서 이화선이 도로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칼치기(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다니기) 추월’이다. 레이싱 대회에선 경쟁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면 15∼30초 페널티가 주어지기 때문에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추월이 드물다. 오히려 꽉 막힌 도심 도로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량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얌체’ 운전자 탓에 가슴이 내려앉는 경우가 잦다.그는 슈퍼모델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2000년 운전면허를 땄다. 2004년 연예인 레이서 이세창의 소개로 레이싱에 입문했고, 2009년 ‘CJ 오 슈퍼레이스 1600클래스’ 5라운드에서 2위를 차지하며 여성 연예인 중 첫 프로레이서로 데뷔했다. 올해 목표는 ‘속도의 짜릿함’보다는 ‘안전 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다. 그는 “해외에선 프로카레이서가 안전운전의 전도사 역할을 한다”며 “초보운전자뿐 아니라 ‘질주 본능’을 일반 도로에서 발산하려는 위험한 운전자들에게도 안전운전 강의를 열고 싶다”고 했다.용인=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또 불안에 떨어야 한다. 태권도든 수학이든, 어린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 부모가 없는 탓이다. 26일 학원 승합차 문틈에 옷이 끼여 사망한 강준기(가명·7) 군의 비보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할 학원 승합차가 되레 생명을 앗아갔다는 소식에 부모들의 가슴은 또 철렁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7일 서울의 학원가에서 통학차량을 따라가 보니 ‘제2, 제3의 준기’를 만들지 모르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학원 강사나 운전사가 직접 아이들을 안내하는 통학차량은 3대 중 1대꼴에 불과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학원차에 치이고, 옷이 끼여 죽는 아이들의 비보를 또 들어야 할 게 뻔하다.○ 통학차량 66% ‘안전 사각지대’ 27일 오후 1시 15분경 서울 양천구 목동 H학원 앞. 학원 이름이 적힌 노란색 12인승 승합차에서 초등학교 3, 4학년 어린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길가에 주차된 다른 차들 때문에 학원버스가 인도에서 1m가량 떨어진 곳에 정차했지만 아이들이 안전하게 내리도록 안내하는 인솔자는 없었다. 학원버스 운전사는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차 뒷문을 자동으로 닫고 출발했다. 아이들 안전을 살피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취재팀은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강남구 대치동, 노원구 중계동 등 학원가에서 통학차량 53대를 따라가며 취재했다. 그 결과 통학차량 53대 중 35대(66%)가 어린이들의 승하차 시 아무런 안전 조치도 하지 않았다. 취재팀이 송파구 방이동 C학원의 통학차량을 20여 분간 뒤따라가는 사이 어린이 14명이 타고 내렸지만 매번 아이들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했다. 기사는 단 한번도 내려서 아이들 안전을 확인하지 않았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버스엔 인솔자가 동승해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내려줘야 한다. 인솔자가 없으면 운전사가 차에서 내려 아이들이 내리는 모습을 직접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규정을 지키는 차량은 절반도 안 됐다. 학원버스를 매일 탄다는 초등학생 이모 군(10)은 “학원 선생님이 같이 탄 적은 한 번도 없고 운전사 아저씨도 ‘바쁘니까 빨리 내리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2007∼2011년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는 2707건으로, 사고로 숨진 13세 미만 어린이는 17명이었다.○ 아이들은 죽는데 손놓은 단속 통학차량 옆을 지나는 일반차량의 반칙운전도 비극을 부른다.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주변 학원가. 유리창에 ‘어린이 보호차량’이라고 써 붙인 통학차량에서 내린 어린이들이 인도를 향해 뛰어가는 동안에도 옆 차로에선 마을버스와 승용차가 속력을 줄이지 않고 달리는 아찔한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강남구 대치동에선 학원 앞으로 차를 대려는 통학차량을 시내버스가 추월하는 게 예사였다. 현행법상 어린이 통학버스가 정차해 있을 땐 옆 차로를 지나기 전 일시 정지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운전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학원가와 주거 밀집 지역에서도 운전자들은 아들딸이 타고 있을지 모르는 ‘노란 버스’를 보고도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2010년 6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선 학원차량에서 내려 길을 건너던 한 초등학생(7)이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어린이나 유아가 이용하는 통학차량은 관할 경찰서에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해야 관련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지만 거리에서 볼 수 있는 통학차량 대부분은 미신고 차량이다.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하면 약 150만 원을 들여 안전기준에 맞게 차량을 개조해야 하기 때문에 영세 학원에선 차량을 신고하지 않고 유리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문구만 붙인다. 2011년 기준 전국 통학차량은 13만5991대지만 이 중 신고 차량은 3만6136대(26.6%)뿐이다.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영세한 학원에선 차에 동승할 교사를 따로 채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멍투성이 제도와 솜방망이 처벌도 이런 사고를 부르는 원인이다.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하지 않으면 ‘어린이 통학용 차량’으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별도의 인솔교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 다만 운전사가 안전하게 승하차하는지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운전사가 직접 내려 확인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우연히 현장에 있던 교통경찰에게 적발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단속되는 사례가 드물다. 단속되더라도 범칙금 7만 원만 물면 된다. 지난해 이 조항을 어겨 단속된 운전사는 267명뿐이다. 통학차량 운전사를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을 받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부터 통학차량 운전사를 대상으로 연 3시간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을 받은 운전사는 4만1054명에 그쳤다. 당국이 추산하는 전국 통학차량 운전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아무런 처벌이 없는 탓이다.○ 어린이 죽이는 반칙운전에 극약처방을 동아일보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의 자문기관인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손해보험협회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이날 “어린이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는 운전사와 학원에 대해 ‘극약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승하차를 직접 지도하지 않는 운전사에게 월급에 육박하는 과태료를 물리고 여러 차례 적발된 학원은 아예 등록을 취소시키자는 제안이다. 학교에서 교통안전교육을 정규 교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방안도 나왔다. 교통안전공단 안전평가처 정관목 교수는 “교육을 안 받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의무교육’을 뜯어고치고 전용 면허를 취득해야 통학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이은택·김성규 기자 becom@donga.com}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이 1월 25일부터 연속 보도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검증’ 기사가 한국기자협회에서 주관하는 26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자협회는 27일 동아일보 사회부 강경석 조건희 김준일 기자와 채널A 사회부 정원수 차주혁 노은지 송찬욱 김태웅 강은아 고정현 김민지 김윤수 기자에게 각각 취재보도 부문상과 특별상을 수상한다고 밝혔다. 신문과 방송이 공동 보도로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공동취재팀을 구성해 김 전 후보자의 땅 투기 의혹과 장남 병역 면제 의혹을 집중 보도했고, 김 전 후보자는 총리 지명 닷새 만에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시상식은 다음 달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