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3부]담장 낮추고 속도전광판 달았더니 ‘사고 제로 스쿨존’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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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앞 교통사고 전국 두번째… 밀양 밀성초교 스쿨존의 변신

4월 26일 오후 2시경 경남 밀양시 밀성초등학교 앞. 수업을 마친 2학년 최모 군(8)이 정문을 나섰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인 학교 앞 왕복 2차로 위에서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지만 최 군의 눈엔 길 건너 문방구점에서 손짓하는 친구만 보였다. 친구를 향해 달려가려던 최 군은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승용차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교통지도 중이던 밀양노인회 자원봉사자가 내달리려던 최 군을 보고 깜짝 놀라 막아섰다.

밀성초교 앞 도로에선 최 군처럼 길을 건너던 어린이가 차에 치이는 사고가 2009∼2011년 6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스쿨존 1곳당 평균 사고건수(0.16건)보다 37배나 많아 사고가 잦은 스쿨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본보 4월 19일자 A3면 ‘전국 사고 다발 스쿨존 상위 102곳’… [시동 꺼! 반칙운전/3부]<1> 사고 잦은 어린이보호구역 가보니

그런데 ‘골치 스쿨존’이던 밀성초교 앞 도로는 지난해부터 ‘모범 스쿨존’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7년 이후 매년 1∼3건 발생하던 어린이 사고가 2012년 1월 이후론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밀성초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밀성초교는 불명예스럽게도 지난해 1월 교육부로부터 ‘2007∼2010년 전국에서 사고가 가장 잦았던 스쿨존’으로 선정됐다. 밀성초교와 경남교육청 밀양시 밀양경찰서 등 관계 기관 4곳은 긴급 협의회를 열고 사고를 0건으로 줄이기로 했다. 일명 ‘밀성초교 사고 제로(zero) 사업’의 시작이었다.

밀성초교는 운전자의 시야를 가렸던 높은 벽돌 담장을 허물고 자연석으로 낮은 담을 다시 세웠다. 담장의 높이를 2.5m에서 1m로 낮추고 인도 안쪽으로 40cm가량 밀어 넣었다. 학교에서 나오는 어린이는 멀리서 다가오는 차량을 볼 수 있게 됐고 운전자도 길을 건너려는 어린이를 전보다 쉽게 알아챌 수 있게 됐다.

밀양시는 통행 차량의 속도를 센서로 감지해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표시해 주는 ‘속도 표시기’를 정문 앞 교차로에 설치했다. 운전자가 스쿨존 제한속도(시속 30km)보다 빠르게 지나가면 빨간 글씨로 속도를 표시해 경각심을 준다. 밀양경찰서는 정문 앞 횡단보도에 평일 등하교 시간(오전 7시 반∼9시, 오후 1시∼3시 반)에만 불이 들어오는 신호등을 설치했다. 교통 체증을 최소화하면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절충안이었다. 단속도 강화해 스쿨존 내 신호 위반 차량을 집중 단속해 1월부터 4월까지 415대를 적발했다.

밀양교육지원청은 학원과 태권도장에 “초등학교 앞에서 불법 주정차를 삼가 달라”는 공문을 보내 하교 시간마다 정문 앞을 점령해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던 불법 주정차 학원 차량을 줄였다. 이제 학원 차들은 학교 인근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횡단보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 정문 앞 안전지대에서만 어린이들을 태운다. 밀성초교 교사들은 밀양노인회와 녹색어머니회의 회원으로 구성된 시민 봉사대와 함께 등하교 시간에 안전지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스쿨존의 구조에 따라 위험 요인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고 유형을 분석하고 그에 맞게 안전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어 사고가 잦았던 제주 제주시 신광초교엔 안전대가 설치됐다. 대전 중구 글꽃초교는 표지판과 노면 표시를 새로 만들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2009∼2011년 각 5건, 3건이던 신광초교와 글꽃초교 스쿨존의 어린이 보행 사고는 2012년 이후 0건으로 줄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수석연구원은 “스쿨존 별로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양=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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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운전#스쿨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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