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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0년 5·24 조치로 금지한 남북 교역과 대북 신규투자 재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2014년도 시행계획’을 통해 이런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는 “여건 조성 시 남북 경제협력(경협)을 재개하고 대북투자 허용을 검토하겠다”며 △남북 교역 재개 △기존 경협사업 재개 △신규 경협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여건 조성 시’라는 단서가 여전히 달려 있지만 △개성∼평양 고속도로 및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임진강 수해 방지 사업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북한 수산업 지원 △통일시대 대비 남북 해운 활성화 검토 등 대북 인프라 투자 계획도 제시했다. 그린데탕트를 통한 남북환경공동체 건설 기반 조성 방침을 밝히면서 산림 복구 시범사업 추진 계획도 담았다. 남북 당국 간 고위급 대화 채널 개설과 정례화 추진 계획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류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통-통 라인’ 회담도 정례화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19일 개최’ 제안에 대해 북한이 18일까지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아 19일 접촉은 무산됐다. 정부는 북측에 편리한 날짜가 있다면 제시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입춘(立春)은 날이 추울 때 온다. 남북 관계도 어렵고 힘들지만 추울 때 입춘이 오듯 조만간 좋은 기운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앞서 여야 대표들과의 환담에서 이런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 등 한국 정부가 내민 손을 북한이 조만간 잡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비친 것이다. 광복절 경축사에 담은 다양한 대북 제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보인다. 2기 내각의 주요 화두가 경제 살리기와 함께 대북정책 변화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추진” 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북한 당국에 직접적 이득이 없는 사업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장 먼저 ‘하천과 산림의 공동 관리’를 제안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나무 심기를 전 군중적 운동으로 힘 있게 벌여 모든 산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산림녹화 사업을 박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추진하는 ‘통일코리아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도 북한 나무 심기 운동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 ‘통일대박론’이란 거대 담론을 내놓았다. 이어 3월 ‘드레스덴 통일 구상’으로 남북 간 교류 협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선 “정부는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씩 추진하겠다”며 세부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점점 세부적으로 접근하면서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 교류를 확대한다는 이른바 ‘작은 통일론’이다. 북한의 거부감이 덜할 문화 교류 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진정으로 융합되려면 문화의 통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광복 70주년 문화사업을 남북이 함께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광복 60주년이었던 2005년 남북은 사진전 개최 등 각종 문화사업을 함께 추진한 경험이 있다.○ 박 대통령의 제안에 김정은 화답할까 박 대통령은 “스스로 핵을 포기한 카자흐스탄과,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베트남, 미얀마 등은 이웃나라들과 협력해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며 북한의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핵 개발에 대해 우회적으로 폐기를 촉구하는 톤이었다. 어려운 주제는 잠시 뒤로 돌린 셈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반응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북한이 흡수통일 방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드레스덴 구상’의 주요 과제를 담으면서도 이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는 사업을 먼저 제안하고, 북한이 반발할 소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외면한다면 당분간 대북 스탠스를 잡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고민은 경축사에 포함된 ‘민생 인프라 협력’ 제안에도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장기적 과제’로 돌렸다. 또 대규모 경제 협력에 앞서 취해야 할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와 관련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이재명 egija@donga.com·윤완준 기자}
“로마 교황이 하필이면 일 년 열두 달 쇠털같이 하고 많은 날들 중에 굳이 골라 골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직전인 14일 KN-09 신형 방사포를 발사했던 북한이 변명에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북한 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제2자연과학원 로켓연구실장의 글을 내세워 “우리(북)의 정상적인 계획에 따라 진행된 최신 전술 로켓 시험발사 날에 남조선(남한) 행각 길에 올랐는가”라며 책임을 남측에 전가했다. 이 글은 “남조선 괴뢰들이 로켓 발사를 로마 교황의 남조선 행각과 연계하는 해괴한 짓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필이면 북한이 오래전부터 계획한 미사일 발사 예정일에 교황이 방문했다고 주장한 것. 하지만 교황의 14일 방한 일정은 이미 5개월 전인 3월 10일 전 세계에 공표됐다. 북한 노동당 강석주 비서는 이미 지난달 방북한 일본 안토니오 이노키 참의원에게 “미사일 발사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대항수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곧 보다 새로운 초정밀 전략전술로켓탄 시험발사가 연이어 단행될 것”이라며 추가 발사를 예고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이 끝난 뒤 화목문(花木紋·꽃과 나무 무늬) 자수 보자기(이정숙 씨 작품)를 액자에 넣어 선물했다. 자수 크기는 가로세로 각각 32cm. 청와대 측은 “보자기가 모든 인류를 애정으로 감싼다는 교황의 큰 뜻과 일치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대희년(大禧年·예수 탄생 2000돌)인 서기 2000년을 기념해 바티칸 도서관이 교황에게 헌정한 로마 대지도를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동판화 크기는 가로 190cm, 세로 174cm. 청와대 측은 “300장만 한정 제작된 희귀 작품”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청와대 방명록에 스페인어로 “다채로운 전통이 있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이를 전파하는 이 따뜻한 나라의 환대에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박 대통령이 교황에게 먼저 타라고 권하자 교황은 “아르헨티나에서는 ‘레이디 퍼스트(여성 먼저)’가 원칙”이라며 사양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교황은 다르다”며 거듭 먼저 타기를 권했다. 교황은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직접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나가 교황을 영접했다. 비행기 트랩 앞에서 박 대통령은 교황에게 “오셔서 환영합니다(Bienvenido a Corea)”라고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통역을 통해 “교황을 모시게 돼 온 국민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저도 기쁘게 생각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도 많은 한국인이 있다”고 답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교황은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다.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을 지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 기자 }
박근혜 정부는 13일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이 진전되면 실질적인 군비통제를 추진할 것이며, 여건이 성숙되는 경우 평화체제 구축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적절한 시점에 남북 군사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군비 축소와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내용은 대통령 국가안보실이 이날 펴낸 ‘희망의 새 시대, 국가안보전략’ 책자에 담겨 있다. 현 정부의 남북 관계와 외교 전략이 총망라된 책자에서 1953년 이후 지속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은 남북 관계를 지금보다 훨씬 유연하게 풀어가겠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달 7일 통일준비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11일 남북 고위급접촉을 북한에 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평화체제 전환이) 비핵화 없이 체제 보장을 위해 평화협정을 먼저 체결하자는 북한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 책자에서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해 우선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상호 비방과 도발 중단, 우발적 충돌 방지 및 교류 협력사업의 군사적 보장 등 기존 합의사항을 준수하도록 북한에 요구하고, 국군포로 송환과 공동 유해 발굴 사업을 위한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평화체제 구축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남북 관계 진전 상황에 따라 농수산물 위탁 가공 등 소규모 교역을 재개하고 각종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상업투자를 허용하는 등 호혜적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남북교류·협력을 전면 중단한 5·24조치로 전면 중단된 사업들이다. 5·24조치의 완화 및 해제를 시사한 것이다. 북한 체제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담은 점도 눈에 띈다. 북한 경제는 계획경제체제의 구조적 한계로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 지도부가 과시성 위락시설 건설과 핵·미사일 개발 등에 대규모 자원을 우선 투입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평양과 특권층 위주의 정책에 더욱 치중함에 따라 지역 간,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마당 중심의 사경제 영역이 확산되고 외부사조 유입이 증가해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담았다.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우월적 지위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등 전반적인 국제질서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은 세계 안보질서 재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협력과 경쟁을 지역 안보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이재명 egija@donga.com·윤완준 기자}
정부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면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12일 “고위급 접촉 의제로 밝힌 이산가족 문제에는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포함되며 이 의제도 함께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밝힌 평화통일 구상에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진전이 있다면 북측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을 크게 확대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의 전면적 생사 확인이 남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고위급 접촉에서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에서 제시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나진-하산 물류프로젝트와 남-북-중 협력 등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관련 의제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핵 당사자인 우리가 제재 공조를 깰 수는 없지만 그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인도적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고위급 접촉 제안을 수용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진전된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내놓을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호응에 따라 대북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하는 단계별 접근 전략인 셈이다. 통일부는 경축사와 관련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내용이 담긴 아이디어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를 주목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북 메시지가 포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 범위와 규모를 대폭 확대하거나 북한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할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건설, 이를 위한 국제적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이 담길 수 있다. 박 대통령이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날 때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논의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제의는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고 통일 기반을 닦기 위해 시간이 별로 없다는 인식에 따라 대북 관여(engagement)론이 정부 내에서 힘을 얻은 결과”라며 대북 정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윤완준 zeitung@donga.com·이현수 기자}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 경기 김포시 시암2리 마을회관. 사단법인 물망초 주최로 열린 ‘2014 대학생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통일 발걸음’ 행사 참가자들은 11일 이곳에서 서부전선 최북단의 철책을 따라 걷는 34.4km 여정을 시작했다.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 행사에는 탈북 대학생, 한국 대학생, 한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해외 유학생 등 43명이 참가했다. 걷기 시작한 지 3km여. 40분 남짓 걸었을 뿐인데 벌써 철책 너머 DMZ 역할을 하는 한강 하구 저편에 북한의 산과 들이 나타났다. 북한에서 온 조순범(가명·23·한양대) 씨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정이 솟구쳤다. ‘내가 태어난 나라구나. 이렇게 가까운 줄 모르고 살았다. 가까우면서 이토록 먼 곳….’ 최북단 철책을 앞에 두고 잠시 쉬는 참가자들에게 물망초 박선영 이사장이 “통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통일은 필수다!” “통일은 행복이다!” “통일은 소통과 나눔이다!” “통일은 쌍무지개다!” “통일은 치유다!” 저마다 큰소리로 외치는 사이 한 참가자의 말이 이목을 끌었다. “통일은 막걸리다!” 물망초에서 자원봉사로 탈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에린 그로매스 씨(24)였다. 그에게 ‘왜 막걸리인지’ 물었다. 재치 있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막걸리를 정말 좋아한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의 각 지방을 대표하는 막걸리를 가져와 남북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시며 즐길 수 있는 것, 그것이 통일이다.” 다시 걷다가 잠시 쉬면서도 통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탈북 대학생 정선영(가명·36·인하대) 씨는 “북한에선 유치원 때부터 통일 얘기를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통일과 다르다. 미제로부터 남조선 인민을 해방시키자는 것이다. 남북이 소통하고 교류하며 통일에 대한 생각을 맞춰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생 김근영 씨(25·연세대)는 “남북이 문화와 경제 교류를 많이 해야 통일이 됐을 때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다”며 공감했다. 탈북 대학생 김지현(가명·25·국민대) 씨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지금 잘살고 있으니 통일은 내 알 바 아니다’라며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면 슬프다”고 말했다. 해외 유학생 장세민 씨(23·런던대)는 “자라온 배경은 다르지만 통일의 미래를 함께 짊어질 세대라는 점은 같다”고 말했다. 따가운 햇살에 이날 철책을 따라 걷는 참가자들의 숨소리는 거칠었다. 땀도 비 오듯 쏟아졌다. 하지만 ‘통일 발걸음’만큼은 가벼웠다. 행사는 15일까지 계속된다. 김포=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는 11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대북 교류협력을 금지한 5·24조치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5·24조치 해제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면 남북 간 공식 회담에서 5·24조치 해제가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먼저 꺼내기보다는 북한이 문제를 제기하면 이를 청취하고,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면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5·24조치의 명시적 해제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드레스덴 구상 진전에 따라 해제 수순을 밟을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정부 관계자들도 비공식 석상에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5·24조치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얘기해 왔다. 정부는 실제 대북 인도적 지원 분야를 영·유아 등 취약계층 대상에서 산림협력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외국 기업 진출 허용 및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 참여 등을 천명하면서 사실상 5·24조치 해제 수순을 밟아 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탈북 대학생, 한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한국 대학생까지…. 청년 학생들이 서부전선 최북단의 철책을 따라 34.4km를 함께 걸으며 통일을 어떻게 준비할지 얘기한다. 국군포로와 탈북자를 도와온 사단법인 물망초가 11∼15일 여는 ‘2014 대학생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통일 발걸음’ 행사에서다. 동아일보가 후원한다. 이번 행사는 탈북 학생 14명을 비롯해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 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교포 학생,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 대학생 43명이 참여한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11일과 13일 서부전선 최북단 철책 걷기. 철책 너머로 북한 땅과 주민들을 망원경 없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선 남북한 철책 사이의 한강 하구가 DMZ 역할을 하고 있다. 교동도 서쪽 바다부터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남북을 갈라놓고 있다. 참가자들은 김포 애기봉, 강화도 제적봉, 교동도 최북단을 걸으며 분단 현실을 체험한다. 탈북자 출신 대학생 정진혁 씨(22·고려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는 10일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한국 학생들과 통일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하지 못했다”며 “이번에 솔직하게 통일 문제에 대해 교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생 황희영 씨(24·동덕여대 보건관리학과 4학년)는 “탈북 대학생들과 소통하며 서로 이해하는 것 자체가 통일 준비 과정”이라고 했다. 물망초 박선영 이사장은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환경과 체제에서 자랐지만 함께 통일을 이끌 미래 세대이기도 하다”며 “이들이 통일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 함께 준비해 나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우리 병영문화의 후진성과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다.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병영 악습에 찌든 21세기 한국군의 ‘민낯’을 목격한 국민의 공분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내 적폐의 대물림을 끊는 병영문화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폭력을 정당화하는 병영 내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척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합참의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1980년대부터 구타와 가혹행위 등 군내 일제문화 척결에 노력했지만 안보현실과 징병제의 한계를 이유로 미흡한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성향과 시대적 변화에 맞는 방향으로 병영 환경을 개선하는 과제도 절실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과거의 틀과 규칙으로 병사들을 관리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무엇이 근본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젊은 세대가 단체생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군처럼 2, 3인용 생활관을 운용하는 등 다양한 병영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점호와 같은 통제감시 제도를 없애고, 훈련은 강하게 하되 생활관에 복귀하면 이등병도 편히 쉴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휘관을 맡는 장교의 역량과 질적 향상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진급 등 자신의 안위보다 책임과 명예심, 역량을 갖춘 지휘관이 많아야 군이 바뀔 수 있다”며 “특히 매년 임관장교 7000여 명 가운데 4500여 명을 차지하는 학군장교(ROTC)에 우수인력이 지원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존중이 전투력의 근간인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을 군내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군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중장)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학교폭력 등 사회적 배경과 함께 병영문화 개선과 강군 육성정책이 균형을 잃고 혼선을 빚은 측면이 크다”며 “사회 모든 구성원이 선진병영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윤완준·정성택 기자 }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전말이 드러나게 된 단초는 같은 부대 김모 상병(21)의 신고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김 상병이 큰 용기를 내야 했을 정도로 현재의 군 문화에선 신고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문제 또한 노출시켰다. 구타와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를 신고하는 병사는 상을 받기는커녕 ‘고자질을 한 배신자’라는 낙인만 찍히기 일쑤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인권침해 사건을 신고한 병사에게 분명한 포상을 주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10일 “병사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특박(특별외박)”이라며 “인권침해에 대한 신고 덕분에 해당 부대 병영문화 개선의 계기가 됐다고 판단되면 특박 등 포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고자에 대한 인센티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고하지 않았다가 발각되면 영창을 보내는 등 강력한 제재가 함께 뒤따라야 신고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재 대상은 가해자뿐 아니라 인권침해에 가담하지 않은 목격자, 인권침해 사실을 사후에 알게 된 인지자, 심지어 인권침해의 피해자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병사뿐 아니라 병사 관리의 책임이 있는 소대장 중대장 등 장교들도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올바른 절차에 따라 제대로 처리했을 경우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는 문화로 고쳐 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강원 철원군 중부전선의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한모 상병(20)이 A 일병(20) 등 후임병 4명의 입에 풍뎅이를 집어넣는 등 상습적인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8일 드러났다. 육군은 3사단 23연대 수색중대 GP에서 근무하던 한 상병이 5월 1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병 3명, 이병 1명에게 가혹행위와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이날 구속했다고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한 상병은 5월 GP 근무 때 풍뎅이를 잡아 A 일병의 입에 넣었다 빼는 등 상습적으로 괴롭혔고, 6월에는 B 일병이 동료에게 뽀뽀하도록 시켰다. 군 당국이 파악한 한 상병의 가혹행위는 23회 이상이었다. 서울의 육군부대인 52사단에서도 엄모 상병(21)이 후임병 5명에게 지난해 7월부터 이달 3일까지 80여 차례에 걸쳐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 폭행하고 가혹행위, 성추행 등을 자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 31사단에선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차례 총기로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같은 사단에서 부대장인 윤모 중령(42)이 6월 사병들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다 보직 해임됐다.윤완준 zeitung@donga.com / 춘천=이인모 기자}

미국 공군 주력기인 F-15E 전투기 12대와 운용요원 350여 명이 1일 경기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비하고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미 공군 전력의 한반도 순환 전개 계획에 따른 것이다. 주한미군에 따르면 최근 미 아이다호 주의 마운틴홈 공군기지를 출발한 F-15E 전투기 12대와 조종사, 운용요원들이 이날 오산기지에 도착했다. 이 전력은 6개월간 한국에 배치돼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이 전력은 한국 공군과 함께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응해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을 타격하는 한미 연합작전을 숙달하는 훈련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달 실시될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연습에도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09년 주한미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전력을 모두 철수하면서 초래된 대북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F-16과 F-15, A-10 등 항공 전력을 3∼6개월 단위로 한국에 순환 전개해왔다. 주로 F-16급 전투기를 배치했다. F-15 기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F-15E 기종이 한국에 전개된 것은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F-15E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가한 전투기로 첨단 항전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항전장비는 고정밀도의 3차원(3D) 항법체계로 주야간에 상관없이 공대공, 공대지 정밀타격 임무를 수행하며 통신 두절이나 체계 고장 등 비상시에도 기지로 복귀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군 관계자는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및 휴전선과 가까운 지역에서 신형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해 대남도발 위협 수위를 높이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6개월간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 순환 배치됐던 미 공군 소속 F-16 전투기 12대는 최근 호주의 틴들 공군기지로 이동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북한은 31일 UFG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강행하면 청와대와 미 백악관을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훈련 취소를 요구했다. 최근 백악관을 비롯해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을 거론한 데 이어 또다시 미국을 조준해 협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선동 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내고 “이번 연습에 참가하는 모든 무력침략, 남조선(한국)과 해외에 있는 군사기지들, (미국) 백악관과 국방성, 청와대가 우리(북)의 전략 및 전술 로케트(로켓)를 비롯한 강력한 최첨단 초정밀 화력타격 수단의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윤완준 기자}

“한중 관계는 이미 북-중 관계를 넘어섰다.”(궁커위·공克瑜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센터 부주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 국익에 대한 큰 도전으로 중국의 대응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이 될 것이다.”(정지융·鄭繼永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한국조선연구센터 주임) 중국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들의 입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했다”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30일 상하이(上海)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중국 푸단(復旦)대 한국조선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한 ‘한중평화통일포럼-동북아평화·협력과 한반도 통일’에서 생긴 일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 당국에 정책을 제안하는 연구자들의 발언인 만큼 중국 정부 내부의 기류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포럼은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미중, 북한 붕괴 시나리오도 협의” 중국 측 참석자들은 북한의 긴급사태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지만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기도 했다. 궁 부주임은 “미국에 가서 (북한 붕괴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미중 간에 북한 붕괴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 그는 “(북한 붕괴 상황이 발생해도) 중국이 군사를 동원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유엔의 평화유지군 등이 북한을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주임은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 “내부적 리스크가 있지만 외부 침입이나 특별한 변고가 없다면 붕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런샤오(任曉)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교수는 “(중국이) 한반도에서 핵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 더욱 명확해지고 단호해졌다. 북한에 대해 더 이상 모호하게 표현하지 않고 비난할 것은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임명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북한군 총참모장이던 2012년 7월∼2013년 7월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이 있었다”며 “북한이 내년에 동창리 로켓 발사장 기지 확대 건설을 끝낸 뒤 장거리 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무조건 북한 편 안 들어” 중국 학자들은 북-중 관계를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전통적 우호관계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샤리핑(夏立平) 퉁지(同濟)대 정치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중국은 남북한 정책에서 (북한에 치우지지 않는) 균형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첫 회의인 ‘한반도 정세 변화와 중국’ 세션에서 사회를 맡은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 측이 중국판 한반도 균형자론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처럼 중국이 무조건 북한 편을 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국 측은 중국 측이 설명한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공감하면서도 한중이 통일과 북한문제에 대해 좀 더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한석희 연세대 교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 등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강렬했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방형남 동아일보 논설위원)는 의견도 나왔다.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남북 간 소득 격차가 커지면 통일 과정 자체가 불안해진다. 하루빨리 북한에 시장경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한-중-러 연합군사훈련 하자” 류밍(劉鳴)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 상무부소장은 “한중 양국이 동중국해에서 연합군사훈련을 할 수 있고, 러시아와 함께 한-중-러 3자 군사훈련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한미일 군사안보 동맹에서 이탈시켜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어서 미국이 불편해 할 제안을 한 셈이다. 한국의 균형 외교에 대해선 인식차가 두드러지기도 했다. 션딩리(沈丁立) 푸단대 특임교수는 “한미 안보동맹이 중국의 국익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한국의 생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안보동맹의 우산 속에 있는 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의 균형 외교가 실현되기 어렵다며 돌직구를 날린 셈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의 우경화와 함께 중국도 민족주의적 발상으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질서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상하이=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국가정보원은 28일 “탈북자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의 이름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꿨다”고 밝혔다. 합신센터는 탈북자가 한국에 들어온 뒤 2∼6개월 조사받는 곳이다. 국정원은 △인권 침해 오해를 없애기 위해 조사실을 개방형으로 변화 △탈북자 중 70% 이상이 여성인 점을 감안해 여성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를 인권보호관으로 임명 △탈북민 대상 법률 상담 및 인권침해 여부 점검 △합신센터 직원에 대한 인권의식 교육 강화 등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간첩 조작 시비나 인권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겠다는 이병기 국정원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은경이의 외가가 일본이면 친가는 한국입니다. 일본은 저렇게 은경이를 데려오려고 하는데…. 일본이 자국의 납북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10이라면 한국은 1, 아니 0이나 다름없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28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영자 씨(55)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김 씨는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 씨(53)의 누나다. 김영남 씨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의 상징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편. 북한은 1977년 납치한 요코타 씨와 1978년 납치한 김 씨를 1986년 결혼시켰다. 이런 ‘기막힌 사연의 부부’가 낳은 딸이 바로 김은경 씨(26)다. ○ 북-일 교섭 보며 상처 입은 한국 납북자 가족 요코타 씨의 부모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간 합의에 따라 3월 몽골에서 은경 씨와 상봉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28일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요코타 씨가 사망했다는 2004년 북한의 통보가 거짓이라고 해온 일본 정부가 이번엔 북한과 요코타 씨의 사망을 인정하는 이면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불편한 문제도 합의할 만큼 북-일 간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김영자 씨는 이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일본 정부가 사망을 인정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요코타 씨가 납북자 김영남 씨의 부인이고, 김은경 씨가 김영남 씨의 딸이라는 사실은 한국에선 관심 밖의 문제처럼 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은경 씨의 11월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고령의 어머니(88)도 손녀딸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납북자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일본인 납북자에 비해 한국인 납북자가 차별받는 건 아닐까.” 김 씨의 머릿속에선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인력 3명 대 40명, 예산은 3억 대 126억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납북자 전담 기구인 납치문제대책본부에선 약 40명이 일하고 있다. 본부는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납북자 17명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한 조직. 본부의 한 해(2014년 4월∼2015년 3월) 예산은 12억5700만 엔(약 126억6000만 원)에 이른다. 정부가 인정한 납북자(6·25전쟁 이후)가 517명에 이르는 한국 정부의 사정은 어떨까.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 기구는 없다. 통일부 이산가족과 내에 근무하는 직원 3명(서기관 사무관 주무관)이 전부다. 예산은 2014년 3억2500만 원. 일본이 납북자 1인당 약 7억4470만 원을 지원할 준비를 갖춘 반면 한국은 1인당 약 63만 원에 불과하다. 통일부는 최근 최성용 대표의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납북자 업무를 전문적,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며 “전후 납북자 업무 담당 부서 신설을 포함한 직제안을 매년 안전행정부에 제출하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 8.9%에 불과한 납북자 생사 확인 한국 정부의 납북자 문제 해결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납북자를 포함시켜 일회성으로 가족을 만나는 방식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0∼2014년 상봉행사 때 북한에 생사확인을 요청한 납북자는 140명. 생사가 확인된 사람은 46명뿐이다. 북한은 나머지 94명에 대해선 생사확인 불가라고 통보했지만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최 대표는 “납치된 자국민의 생사조차 모르는 비정상적 상황을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납북자가 내 아들이고 딸이라면 어땠을까. 정부가 제발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길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바랍니다….” 김영자 씨는 계속 울먹이고 있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최근 정부의 공식 언급에서 ‘드레스덴 구상’이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있다. 드레스덴 구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3월 독일 방문 중 천명한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이다. 대북(對北) 소식통은 23일 “통일부가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당분간 북한 주민들의 삶을 높이는 민생 인프라 분야,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회문화 교류를 확대하면서도 드레스덴 구상에 관해서는 로키(low key)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 민생 인프라를 위한 남북 협력이나 사회문화 교류 확대가 사실 드레스덴 구상에 따른 것이지만 ‘드레스덴’이란 네 글자를 가급적 거론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얼핏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재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상황’이다. 실제로 통일부는 15일 드레스덴 구상에 포함된 농·축산, 보건의료 분야에서 30억 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민간단체에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드레스덴 구상과 연결짓지 않았다. 통일부 홈페이지에도 드레스덴 구상의 의미와 내용을 국민들에게 소개하는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드레스덴 구상을 흡수통일 시도라고 주장하면서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북한은 남북 합의로 추진했던 산림협력 사업에 대해 “드레스덴 구상과 연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걸 수용할 수 없다”며 돌연 ‘보이콧’ 했다.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남북협력을 가동시키고자 하는 통일부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거부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드레스덴 구상을 거론하지 않는 방식을 취한 것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당장은 드레스덴 구상과 관련 없는 남북 협력사업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실은 드레스덴 구상에 따른 것이었다’고 말을 바꿀 것이냐”고 반문했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포용)정책에 대해서도 흡수통일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부가 시간을 두고 설명한 끝에 결국 이에 호응하고 남북교류에 나섰다. 북한의 반발을 우회하는 방식이 아니라 드레스덴 구상의 진심을 북한에 설명하고 설득할 대화에 나설 시점이 됐다고 본다.윤완준·정치부 zeitung@donga.com}
개성 만월대(고려왕궁 터) 남북 공동 발굴조사가 2011년 12월 중단된 지 2년 7개월 만에 재개된다. 통일부는 21일 “남북역사학자협의회 한국 측 관계자들이 22일 방북해 8월 16일까지 약 한 달간 개성 만월대에서 북측과 공동 발굴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발굴조사에 남북협력기금 2억76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 13명은 이번 발굴조사 기간에 개성공단 내 숙소에서 머문다. 한국 측 참여 인원은 모두 45명이며 이 가운데 32명은 매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방북했다가 귀환하게 된다.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는 2007년 남북 간 대표적 사회문화 교류 사업으로 시작했으나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후 한국 측 발굴 인력이 모두 철수하면서 중단됐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의 ‘공단 출입질서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자에 대해 통행금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15일 개성공단의 한국 측 행정기관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북한은 6일 서해 군 통신선으로 한국 측에 같은 내용을 알렸으나 정부는 “개성공단 법규와 남북 합의에는 금지 물품 반입 등 질서 유지 위반에 100달러(약 10만3000원)의 벌금으로 제재할 수 있을 뿐 통행을 금지할 근거가 없다”고 거부한 바 있다. 북한은 스마트폰과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촬영기기, 차량용 블랙박스 등을 들고 개성공단에 들어오면 1일 출입을 금지하고, 차량번호판 가리개를 부착하지 않거나 공단 통행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1, 2일 출입을 금지시키겠다고 했다. 또 위반 수위에 따라 사람이 아니라 공단 입주기업에 대해 제재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참여 문제를 논의하는 남북 실무접촉이 결렬된 데 대해서도 ‘선수단 응원단 규모와 체류 비용에 대한 한국 측의 부당한 태도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면서 “남측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를 재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를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할 응원단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육로로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그대로 성사된다면 2000년 경의선 도로가 연결되고, 2006년 CIQ가 만들어진 이래 북측이 경의선 육로를 처음으로 이용하게 된다. 정부는 육로 이용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 선수단과 응원단을 각각 350명, 역대 최대 규모인 총 700명을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선수단은 서해 직항로를 통해 항공편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원산에서 인천으로 보내 숙소로 사용할 만경봉 92호까지 포함하면 북한 대표단은 이번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육해공로를 모두 활용해 입국하겠다는 의사 나타낸 셈이다. 각자의 국기를 사용하되 공동응원을 하자는 제안도 했다. 남북은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인천 아시안경기 참여 문제를 논의하는 남북 실무접촉에서 이 같은 북측의 제안을 두고 논의했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의 인원 구성 등을 물어보는 남측의 태도를 문제 삼은 북측 대표단이 일방적으로 회담 결렬을 선언하고 퇴장하면서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 북측은 회담 결렬의 이유로 ‘태도’를 내세웠지만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비 지원 문제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선수단 응원단 파견과 관련한 제반 편의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경봉호를 숙소로 쓰는 만큼 숙박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남측에서 제공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권경상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수석대표로 나선 남측 대표단은 이번 대회에선 국제 관례에 따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규정과 관례에 따라 북한 선수단 가운데 50명에 대해서만 왕복 항공비와 선수촌 체류비용을 지원한다는 뜻이었다. 북한이 350명의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선수단 가운데 7분의 1만 혜택을 받는 셈이다. 다만 회담 관계자는 “(이번 접촉에서) 남북 협의에 따라 정부가 선수단 응원단에 대해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며 “추가 협상의 여지는 남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측은 평양의 훈령을 받은 뒤인 오후 5시 35분에 열린 3차 전체회의에서 5분 만에 결렬을 선언하고 회담장을 떠났다. 추가 협의 날짜도 잡지 못했다. 회담 관계자는 “주로 북측의 입장을 경청하던 오전과 달리 오후부터는 임원과 선수단 수 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이어가자 북측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북측은 정치 군사 얘기를 꺼내지 않으면서 잘 해보려 했지만 남측이 부정적 태도로 나왔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식통은 “감정이 상했다고 추가 접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후속조치를 통해 추가 접촉 재개를 시사했다.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