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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이 개봉 5일째인 28일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메르스 공포로 발길을 돌린 관객이 다시 영화관을 찾고 있어 흥행 전망은 밝은 편이다. 영화는 생존자와 유족들 증언, 기록을 토대로 인물들의 성격이나 일화를 만들어냈고, 실제 전투 장면을 재구성했다. 어디까지가 실제 있었던 일이고 어떤 부분이 허구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영화 속 진실과 허구를 짚어봤다. ▽고 한상국 중사는 끝까지 조타실을 지켰나=제2연평해전 당시 배와 함께 수몰됐던 한 중사는 41일 뒤인 8월 9일 조타실 안에서 발견됐다. 다만 한 중사가 끝까지 조타장 역할을 하기 위해 스스로 손을 키에 묶는 장면은 극화한 것이다. 영화 속 한 중사가 손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 진료를 받는 내용이나 지상 근무를 신청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전사 후 중사로 추서됐지만 영화에도 나오듯 당시 하사였던 그는 진급이 예정돼 있었다. ▽전투 전 어민을 가장한 북한 군인이 실제로 참수리 357호에 승선해 염탐했나=영화에는 어민을 가장한 북한군이 참수리 357호에 접근, 승선해서 전투 전 참수리호의 경계 태세와 병력을 염탐한 것으로 나온다. 실제 전투 전 북한 어선이 접근했으나 어민이 참수리호에 승선하지는 않았다. 날이 밝을 때까지 참수리호에 어선을 묶어뒀고 당시 북한 어민들은 북한 군가를 부르고 돌을 던지며 저항해 대원 중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의무병 고 박동혁 병장이 전투에서 생존했다가 뒤늦게 병원에서 사망했나=박 병장은 전투 당시 온몸에 총탄 파편 100여 개가 박힌 채 살아남았다. 사투 끝에 한때 일반 병실로 옮길 만큼 크게 회복됐지만 결국 84일 만에 눈을 감았다. 9월 17일 해군이 제2연평해전 전사자를 제외한 유공자를 포상하면서 박 병장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수여한 지 사흘 만이다. 다만 말을 못하는 장애인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설정은 허구지만 실제로 영화에서처럼 효심이 지극하고 책임감이 강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해림(서영희)이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는 병원에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만삭 임신부 미나(권소현)가 입원한다. 재벌 2세 상우(김영민)는 혼수상태인 아버지 철오(유순철)에게 이식할 심장을 얻기 위해 해림에게 여자의 가족을 찾아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아 오라고 지시한다. 해림은 여자의 삶을 추적하며 재발 회장의 목숨과, 미혼모와 배 속 아기의 목숨을 저울질하게 된다. 7월 2일 개봉하는 ‘마돈나’는 불편한 영화다. 목숨까지 좌지우지하는 자본의 이면에 안락사, 낙태, 미혼모 문제까지 건드린다. 신수원 감독(48)은 앞서 단편 ‘순환선’(2012년)과 장편 ‘명왕성’(〃)에서 각각 실직 가장의 이야기와 대학 입시에 시달리는 아이들 등 사회 문제를 잇달아 다뤄왔다.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 감독은 “마지막 해림의 선택이 논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스스로도 100% 동의하는 결말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찍어야 했다”고 했다. ―미혼모와 낙태, 안락사 등 논란이 될 만한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원래는 재산 때문에 아버지 목숨을 억지로 연장하려는 상우와 그를 돕는 해림의 이야기였다. 그러다 아버지에게 임신한 여자 노숙자의 심장을 이식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인간의 생명조차 자본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피해자로 고통받던 미나가 그 고통의 산물로 생긴 아기를 끝까지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모성애를 신화화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2년 전 초고를 거의 완성한 상태에서 미혼모 다큐멘터리 제작을 의뢰받았다.(MBC ‘엄마의 꿈’) 미혼모들을 직접 만나며 미나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다. 실제 미혼모들은 굉장히 밝고 아이에 대한 애정도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절망적인 결말로 마무리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결말을 쓰고 나선 이렇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뚱뚱한 미나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출신 권소현이 인상적이었다. 섭외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여배우들이 살을 찌워야 하는 부분에서 부담감을 많이 느끼더라. ‘하고는 싶은데 겁난다’는 말로 여러 번 거절당했다. 소현 씨는 날 처음 만났을 때 사기꾼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신인인 자기에게 주인공을 하라고 하니까…. 워낙 명랑한 성격이라 걱정했는데 역할에 몰입을 굉장히 잘해줬다.” ―2년 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카날플뤼스상을 받은 ‘순환선’에 이어 올해 또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좋아하는데 함께 초청돼서 나란히 사진이 걸려 있으니 정말 신기했다. 한국적인 이야기라 이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엔딩 크레디트가 끝나고 기립박수를 쳐주더라. 주변에서 이 정도면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해서 안심했다.” ―중학교 교사로 10여 년 근무하다 뒤늦게 영화를 시작한 이력이 늘 화제다. “원래는 소설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뒤늦게 들어간 것도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우면 소설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글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게 재미있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한 게 영화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상업영화를 해볼 생각은 없나. “호주를 배경으로 한 멜로 영화를 구상 중인데 시나리오가 잘 안 풀린다. 주변에선 농담처럼 ‘교사도 그만두고 감독 하면서 돈은 언제 버냐’고들 한다.(웃음) 상업영화에 거부감은 없다.” ―국제영화제에 여러 차례 초청됐고 상도 받았다. 목표가 있나.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 눈엔 내가 영화를 만들며 언제 타협했고 언제 타협하지 않았는지 보인다. 언젠가는 내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해림(서영희)이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는 병원에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만삭 임신부 미나(권소현)가 입원한다. 재벌 2세 상우(김영민)는 혼수상태인 아버지 철오(유순철)에게 이식할 심장을 얻기 위해 해림에게 여자의 가족을 찾아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한다. 해림은 여자의 삶을 추적하며 재발 회장의 목숨과, 미혼모와 뱃속 아기의 목숨을 저울질하게 된다. 7월 2일 개봉하는 ‘마돈나’는 불편한 영화다. 목숨까지 좌지우지하는 자본의 이면에 안락사, 낙태, 미혼모 문제까지 건드린다. 신수원 감독(48)은 앞서 단편 ‘순환선’(2012년)과 장편 ‘명왕성’(〃)에서 각각 실직 가장의 이야기와 대학 입시에 시달리는 아이들 등 사회 문제를 잇달아 다뤄왔다.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 감독은 “마지막 해림의 선택이 논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스스로도 100% 동의하는 결말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찍어야 했다”고 했다. -미혼모와 낙태, 안락사 등 논란이 될 만한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원래는 재산 때문에 아버지 목숨을 억지로 연장하려는 상우와 그를 돕는 해림의 이야기였다. 그러다 아버지에게 임신한 여자 노숙자의 심장을 이식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인간의 생명조차 자본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피해자로 고통 받던 미나가 그 고통의 산물로 생긴 아기를 끝까지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모성애를 신화화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2년 전 초고를 거의 완성한 상태에서 미혼모 다큐멘터리 제작을 의뢰받았다.(MBC ‘엄마의 꿈’) 미혼모들을 직접 만나며 미나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다. 실제 미혼모들은 굉장히 밝고 아이에 대한 애정도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절망적인 결말로 마무리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결말을 쓰고 나선 이렇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뚱뚱한 미나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출신 권소현이 인상적이었다. 섭외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여배우들이 살을 찌워야 하는 부분에서 부담감을 많이 느끼더라. ‘하고는 싶은데 겁난다’는 말로 여러 번 거절당했다. 소현 씨는 날 처음 만났을 때 사기꾼인줄 알았다고 하더라. 신인인 자기에게 주인공을 하라고 하니까…. 워낙 명랑한 성격이라 걱정했는데 역할에 몰입을 굉장히 잘 해줬다.” -2년 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카날플뤼스상을 받은 ‘순환선’에 이어 올해 또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좋아하는데 함께 초청돼서 나란히 사진이 걸려 있으니 정말 신기했다. 한국적인 이야기라 이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쳐주더라. 주변에서 이 정도면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해서 안심했다.” -중학교 교사로 10여년 근무하다 뒤늦게 영화를 시작한 이력이 늘 화제다. “원래는 소설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뒤늦게 들어간 것도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우면 소설 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글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게 재미있었다. 사회 생활을 오래 한 게 영화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상업영화를 해볼 생각은 없나. “호주를 배경으로 한 멜로 영화를 구상 중인데 시나리오가 잘 안 풀린다. 주변에선 농담처럼 ‘교사도 그만두고 감독하면서 돈은 언제 버냐’고들 한다.(웃음) 상업영화에 거부감은 없다.” -국제영화제에 여러 차례 초청됐고 상도 받았다. 목표가 있나.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 눈엔 내가 영화를 만들며 언제 타협했고 언제 타협하지 않았는지 보인다. 언젠가는 내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요즘 한국을 점령한 ‘먹방’과 스타 셰프 열풍은 외국에서 온 것이다. 제이미 올리버, 고든 램지 같은 유명 셰프와 그들이 출연한 방송이 한국 음식 프로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해외의 그 수많은 스타 셰프 중에 흑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명확한 이유는 없지만 고급 식당일수록 흑인에게 배타적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 마르쿠스 사무엘손은 독보적이다.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난 그는 갓난아기일 무렵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고 고아가 된 뒤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스웨덴에서 요리를 시작해 스위스와 프랑스 등을 거쳐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그는 사람들의 편견을 실력과 노력으로 극복하며 마침내는 백악관 초빙 셰프가 돼 국빈 만찬을 주관하고, TV 요리쇼에서 우승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셰프 반열에 올랐다. 책은 할머니의 닭고기 수프를 즐겨 먹던 어린 시절부터 폭언이 난무하는 젊은 시절의 주방 뒷얘기, 성공을 일군 뒤 다시 에티오피아로 돌아가 경험했던 고향의 음식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아낸다. 특히 젊은 시절 하룻밤 상대와 ‘사고’를 쳐 딸을 얻었다던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던가, 누군가는 욕할 만한 에피소드도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덕분에 그가 살면서 얻어낸 교훈은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음식 묘사만큼이나 긴 여운을 남긴다. “내 영혼을 걸고서 믿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누군가의 한계를 추측하려 들지 말라는 말이다.” “나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에게 너무나 다양하게 분류된다. …(하지만) 내게 그런 딱지는 내가 걸어온 여정만큼 중요하지 않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25일 개봉한 ‘나의 절친 악당들’은 대놓고 젊은 관객들을 겨냥한 영화다. 요즘 인기 많은 범죄물에, 젊은 애들이 나이 든 ‘꼰대’들 뒤통수를 시원하게 치는 줄거리다. 여기에 류승범 고준희와 방송에서 얼굴이 알려진 샘 오취리 등 젊은층에게 인지도 높은 배우를 기용했다. 정체불명의 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지누(류승범)는 재벌 회장(김주혁)의 집에서 나오는 차량을 쫓는 도중 뜻밖의 사고를 맞닥뜨린다. 5만 원권이 꽉꽉 들어찬 트렁크를 운반하던 차가 대형 트럭과 부딪히며 ‘배달 사고’를 당한 것. 사고 차량을 견인해 간 나미(고준희), 폐차장 직원 야쿠부(샘 오취리)와 부인 정숙(류현경), 그리고 지누는 작당해 트렁크를 나눠 갖는다. 비자금을 도난당한 재벌 회장의 수하와 정체불명의 기관은 이들을 쫓기 시작한다. ‘하녀’ ‘돈의 맛’처럼 사회 비판적 성격의 영화들을 만들어 온 임상수 감독의 작품이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발랄하고 가볍다. 지누 일당은 고민 없이 돈을 훔치고 생각 없이 돈을 쓴다. 하지만 이면에는 역시 ‘임상수 스타일’이 녹아 있다. 지누는 비정규직 인턴으로 고용 불안 신세, 나미는 철거지역의 다 무너져가는 집에 사는 주거 불안 신세, 야쿠부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신분 불안 신세다. 권력자의 말에 머리를 조아리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기성세대의 모습은 “우린 악당들”이라 위악하면서도 서로를 먼저 걱정하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하지만 영화의 무게를 덜어내려다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납작해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르영화라고 하기에는 차량 추격전이나 액션신의 쾌감도 덜한 편이다. 다만 이들이 그저 ‘돈을 갖고 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예상 범위를 벗어나 한술 더 뜨는 데서 오는 영화 후반의 통쾌함은 꽤 즐길 만하다. 의뭉스럽게 자신의 상관들을 속여 넘기는 류승범의 연기는 물론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만큼, 맞고 때리는 장면을 길쭉한 팔다리로 소화해낸 고준희도 꽤 인상적이다. 이번이 영화 데뷔작인 오취리 외에도 영화에는 연기 초보가 한 명 더 등장한다. 돈가방 배달 차량의 운전기사(권력자들의 온갖 비밀을 모두 보고 듣는다는 바로 그 직업)로 깜짝 출연해 욕설 연기를 선보이다 장렬히 ‘전사’하는 임 감독 본인이다. “젊은 세대들이 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에 충격받았다”(지난달 28일 열린 제작보고회)던 임 감독이다. 이 장면은 마치 기존의 ‘임상수 스타일’을 버리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져 꽤 의미심장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나홍진 윤종빈 감독을 배출한 미장센 단편영화제가 서울 동작구 메가박스 이수에서 25일∼7월 1일 열린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영화제의 주제는 ‘장르의 상상력’이다. 영화제에서는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됐던 ‘굿나잇 미스터 리’, 배우 류덕환이 연출한 ‘비공식 개강총회’ 등 경쟁작 57편을 포함해 단편영화 99편이 상영된다. 경쟁작은 사회적 관심사를 다룬 영화를 모은 ‘비정성시’, 멜로물을 모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코미디 영화를 모은 ‘희극지왕’, 공포와 판타지물을 모은 ‘절대악몽’, 액션과 스릴러 장르를 모은 ‘4만 번의 구타’ 등 다섯 개 장르로 나뉘어 상영된다. 김윤석, 강동원 주연의 장편영화로도 제작 중인 ‘12번째 보조사제’, 올해 베를린 영화제 단편 황금곰상 수상작인 ‘호산나’ 등 지난해 수상작을 볼 기회도 있다. 일반 상영은 5000원, 심야 상영은 1만 원. www.msff.or.kr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과연 실화 영화는 또 한 번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1000만 관객을 넘긴 한국영화 중에는 ‘변호인’ ‘실미도’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여럿 있다. 25일 개봉한 ‘소수의견’과 ‘연평해전’, 18일 개봉한 ‘극비수사’는 모두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용산 참사, 제2연평해전, 어린이 유괴 등 당시 연일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들이다. 이 중 당초 용산 참사를 소재로 했다고 알려졌던 ‘소수의견’은 영화 첫머리에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며 등장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영화에서 변호사 윤진원(윤계상)은 철거 현장 농성 도중 경찰관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호를 맡는다. 실제로는 당시 농성 주도자 7명이 화염병을 던져 경찰을 다치게 하거나 목숨을 잃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는 용산 참사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이나 재판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그대로 소재로 삼았다. 검찰이 변호인단의 수사기록 열람을 거부하거나 변호인단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자 증인 60명을 신청해 참여재판을 무산시키려 시도하는 것 등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청와대가 용산 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을 덮기 위해 강호순의 연쇄살인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경찰에 내려 보냈다는 김유정 당시 민주당 의원의 주장도 사건 이름만 바뀐 채 등장한다. ‘소수의견’이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하되 다른 판례와 사건 등을 조합해 재구성했다면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 연평해전이 일어나기 직전 참수리정에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어민들이 접근해 승선한 적이 있다거나 대원들이 전투 도중 어떻게 부상을 당했는지 등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도 세세히 반영했다. 제작사 측은 “전사자들의 명예를 생각해 유족과 당시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전투의 전개 과정부터 주인공들의 성격까지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극비수사’는 실제 일어났던 1978년 부산 어린이 유괴 사건의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를 밝혔다는 차이점이 있다. 실화 영화는 화제가 됐던 사건을 소재로 하는 만큼 흥행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 때문에 ‘역풍’을 맞기도 한다. 특히 ‘소수의견’과 ‘연평해전’은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뤄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다. ‘소수의견’은 2013년 제작을 모두 마쳤지만 개봉이 2년 이상 미뤄졌고 ‘연평해전’은 제작에만 7년이 걸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정치적 논란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소수의견’은 법조계의 이면과 법정 공방을 긴박감 있게 담아낸 법정드라마, ‘연평해전’은 전투에 참가했던 대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전쟁에 대한 공포를 그려낸 휴먼드라마에 가깝다.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은 “원작 소설에는 사망한 철거민의 아들이 경찰 여러 명에게 구타당한 것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철거민 박재호와 그 아들이 경찰 2명과 충돌하는 것으로 설정했다”며 “기계적일지라도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 역시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의 현실 그대로를 본다면 뭔가 합일점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실화 영화는 잘 아는 사건의 뒷얘기나 새로운 해석을 보는 재미를 주고 사실을 바탕으로 흐트러지지 않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며 “영화화에 제약이 많고 관련자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기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나홍진, 윤종빈 감독을 배출한 미장센 단편영화제가 서울 메가박스 이수에서 25일~7월 1일 열린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영화제의 주제는 ‘장르의 상상력’이다. 영화제에서는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됐던 ‘굿나잇 미스터 리’, 배우 류덕환이 연출한 ‘비공식 개강총회’ 등 경쟁작 57편을 포함해 단편영화 99편이 상영된다. 경쟁작은 사회적 관심사를 다룬 영화를 모은 ‘비정성시’, 멜로물을 모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코미디 영화를 모은 ‘희극지왕’, 공포와 판타지물을 모은 ‘절대악몽’, 액션과 스릴러 장르를 모은 ‘4만번의 구타’ 등 다섯 개 장르로 나뉘어 상영된다. 김윤석, 강동원 주연의 장편영화로도 제작 중인 ‘12번째 보조사제’, 올해 베를린영화제 단편 황금곰상 수상작인 ‘호산나’ 등 지난해 수상작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류승완 감독의 단편을 모은 ‘류승완 단편 특별전’ 배우 문소리의 단편 2편이 상영되는 ‘디렉트-액트리스 전’도 열린다. 일반상영은 5000원, 심야 상영은 1만 원. www.msff.or.kr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차기 수석지휘자에 키릴 페트렌코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음악총감독(43·사진)이 선출됐다고 외신들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베를린 필하모니 측은 이날 단원 투표에서 러시아 옴스크 출신의 페트렌코를 뽑았다고 발표했다. 페트렌코는 2018년 계약이 끝나는 사이먼 래틀 수석지휘자(60)의 후임자가 된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황제로 불리는 베를린필 수석지휘자는 정해진 후보 없이 단원들의 추천과 투표로 선출되는 전통이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해 견줄 필요가 없다는 의미의 ‘도긴개긴’이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에 추가됐다. 국립국어원은 22일 도긴개긴을 비롯해 ‘들통나다’ ‘전방위(全方位)’를 새 표제어로, ‘담이 결리다’(담병이 들어 몸의 어떤 부분이 뜨끔뜨끔 아프거나 뻐근한 느낌이 들다)를 새로운 관용구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은 그동안 부정적인 상황에서만 쓰였던 ‘너무’는 긍정적인 서술어와도 어울려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와 같은 쓰임이 가능해졌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25일 개봉하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18일 개봉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그리고 4일 개봉한 ‘령, 저주받은 사진’은 모두 10대 소녀가 주인공이다. ‘궁합도 안 본다’는 공포영화와 소녀의 조합이건만 세 영화 모두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겉으로는 공포영화인 척하지만 실은 다른 장르에 양다리를 걸치며 ‘호박씨’를 까고 있었던 것. 세 영화의 주인공들을 불러 모아 그 이유를 물었다. ―공포영화 전통의 강자인 소녀들을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란(‘경성학교’)=아, 안녕? 난 주란이야. 몸이 아파서 요양을 할 수 있는 경성 근처 기숙학교로 전학을 왔지. 근데 학교가 좀 이상해. 선생님도 무섭고, 친구들이 자꾸 갑자기 사라져. 거기다 건강 때문에 주사를 맞고 있는데 몸이 자꾸 이상해. 무, 무서워…. ▽아야(‘령’)=너 나랑 비슷한 일을 겪었구나. 나도 기숙학교에 다니는데 내가 방에 틀어박혀 있는 사이 친구들이 하나씩 실종되기 시작했어. 그게 다 내 사진에 걸린 저주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데, 난 영문을 모르는 일이라고. ▽그 소녀(‘밤을 걷는…’)=난 ‘악의 도시’에 살고 있는 ‘그 소녀(the girl)’, 뱀파이어야. 차도르를 입고 있어서 언뜻 이란 출신처럼 보이지만 실은 미국 태생이지. 혼자 잘 살고 있지만 먹잇감을 찾아 밤거리를 걷다 보면 문득 쓸쓸하기도 해. ―세 분 모두 굉장히 아름다우신데요. 공포영화 주인공은 원래 목도 좀 꺾이고 갑자기 TV에서 기어 나오면서 사람들 겁을 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아야=그건 ‘주온’ ‘링’ 시리즈 제작사인 일본 가도카와픽처스 출신인 내가 설명할게. 나온 지 10년이 넘은 ‘주온’ 식의 공포 분위기는 이제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아. 익숙해서 충격적이지 않거든. 차라리 나처럼 미모로 승부하는 게 나아. ▽주란=공포영화 관객은 우리 또래의 여자들이 많잖아. 그러니까 예쁜 소품, 아름다운 화면들로 눈길을 사로잡는 거지. 어딘가 불안정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도 중요해. ▽그 소녀=2008년 나보다 어린 뱀파이어 여자애가 나왔던 영화 ‘렛미인’ 알아? 그런 감성적인 공포물이 이미 그때 나왔어. 근데, 지금 여기 둘이랑 날 비교하는 거야? 난 훨씬 특별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진한 아이라인을 즐기지. ‘남친’이 있는 것도 나뿐이잖아? 나 원래 과묵한데 흥분하게 만드네. ―진정하시고요. 그런 세 분께 ‘이건 배신이다’ ‘공포영화가 아니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소녀=무섭기만 한 공포영화는 촌스러워. 공포영화처럼 인간의 극단적인 감정을 보여주기 좋은 장르도 없어. 담을 주제도 무궁무진하고, 표현 범위도 넓기 때문에 다른 장르랑 잘 어울린다고. 난 하이틴 로맨스에 서부극까지 이것저것 섞었는데도 꽤 괜찮잖아? ▽아야=어쩔 수 없어.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안 보니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거지. 근데 나처럼 예쁜 애가 예쁜 교복 입고 나오는데 겨우 3만5000명 정도 봤다더라. 우린 이제 정말 안 되는 걸까? 아, 다시 방에 틀어박힐까봐. ▽주란=우린 사정이 좀 낫다. 지난주에 개봉했는데 25만 명이 넘게 봤대. 10, 20대 여자들이 많이 본다고 해. 근데, 저기, 나, 몸이 자꾸 뜨거워. 관객 수 얘길 들으니까 갑자기 막 화가 나면서 힘이 생기는 것 같아….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도움말: 김봉석 영화평론가, 장병원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센스8’가 최근 미국 동영상 사이트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주연에 배두나를 비롯해 윤여정, 명계남, 이경영, 가수 출신 이기찬 등을 캐스팅해 화제가 됐다. ‘센스8’는 빠르게 읽으면 ‘센세이트’라고 발음된다. ‘(오감으로) 지각할 수 있는’이라는 뜻의 단어 ‘sensate’와 발음이 같다. 드라마에서 센세이트는 타인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연결돼 소통할 수 있는 초능력자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한날한시 태어난 센세이트 8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센세이트의 능력은 다른 센세이트가 있는 장소로 순간이동 하거나 그 센세이트의 육체 속에 들어가 대신 활동하는 정도다. 당연히 ‘어벤져스’ 같은 날고뛰는 스펙터클은 없다. 다른 센세이트와 단절돼 있을 때 주인공들은 상처를 안고 사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서울에 사는 선(배두나)은 성공한 기업가(이경영)의 딸로 격투기 선수에 경제학 석사학위가 있을 정도로 체력과 지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아버지의 관심은 오로지 남동생 준기(이기찬)뿐이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선은 없는 존재 혹은 성적 희롱의 대상에 그친다. 그가 인간으로 인정받는 순간은 준기가 저지른 비리를 선이 대신 뒤집어쓸 때, 한마디로 이용가치가 생기고 나서다. ‘어벤져스’에서 나온 줄도 모르게 지나갔던 서울이 여기서는 자주 등장한다. 선이 격투기 훈련을 하는 장소는 서울성곽길이고 선의 사무실에서는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배두나는 단연 눈에 띄는 액션 실력을 보여주고 선의 감방 동기로 등장하는 윤여정, 선의 사부 역할인 명계남 등도 꽤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센스8’가 흔히 기대하는 한국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긴 힘들 듯하다.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사는 곳을 멋들어지게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이 사는 세상은 곧 그를 얽매는 굴레다. 케냐에선 에이즈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버스 운전사, 인도에선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하는 여대생이 등장한다. 한국에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관습이 주인공의 굴레로 선택된 것이다. 드라마는 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마침내 힘을 합쳐 누군가를 구하는 과정을 그린다. ‘상처 입은 초능력자들의 연대와 성장’은 꽤 낡은 테마지만 시공간이 뒤섞이며 벌어지는 독특한 액션에 철학적 질문을 담아내는 워쇼스키 남매의 주특기만은 그대로 남아 꽤 볼만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메르스 확산을 우려해 국내외 연예인과 연주자들의 공연과 방문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12,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축제 ‘울트라 코리아 2015’에 출연하는 해외 유명 디제이들이 잇달아 내한을 취소했다. 13일 무대에 설 예정이던 스웨덴 디제이 알레소는 12일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의사에 조언에 따라 부득이하게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디제이 니키 로메로도 같은 이유로 내한 취소를 통보했다. 일정을 취소하지 않은 디제이들도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보였다. 네덜란드 디제이 하드웰은 본보와의 대면 인터뷰를 두 시간 전 전격 취소했다. 프랑스 디제이 다비드 게타도 다른 매체와의 현장 인터뷰를 취소했다. 울트라 코리아 측은 “참가자들이 ‘외부인과 접촉을 일절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16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이 예정됐던 체코의 실내악단 파벨 하스 콰르텟도 메르스 확산에 대한 연주자들의 우려로 인해 12일 취소됐다. 중국에서도 한류 스타들의 초청이나 입국을 금지하고 나섰다. 중국 상하이 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한국인 참가자들에게 참석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개막식에 초청된 장동건 소지섭 등이 불참을 결정했고 영화제 주요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장수상회’의 강제규 감독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20일 중국 쓰촨 성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류사랑문화축제’도 기약 없이 연기됐다. 가수 싸이, 슈퍼주니어를 비롯해 한국 스태프와 제작진 등 수백 명이 참여하는 대형 한류 축제인데 중국 외교부와 위생국이 11일 입국 불허 통보를 내린 것. 싸이의 매니저 황규완 실장은 “메르스 확산 우려로 부득이하게 행사를 연기하게 됐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21일 멕시코시티에서 예정된 남성 아이돌 그룹 ‘하이포’의 공연도 같은 이유로 무기한 연기됐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6일 뮤직 페스티벌 참석차 홍콩을 방문한 가수 김종국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공항에 나타나자 홍콩 언론들이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는 질문부터 했을 정도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은 12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공연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메르스 확산 우려로 관람객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는 공연계에 25억 원의 자금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이새샘 기자}

영화 ‘극비수사’는 소신(所信)에 관한 영화다. 겉으로는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도사 김중산(유해진)이 유괴된 아이를 찾는 수사물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이 모두 아니라고 할 때도 자신들이 믿는 바를 굳건히 지켜 나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 김중산은 자신에 대한 세상의 비난을 인내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김중산을 연기하기 위해 유해진(45)은 관객의 기대를 배신해야 했다. 코믹 연기로 이름난 그지만 이번엔 웃음기를 덜어냈다. 1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더하기보다 빼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유괴 사건인데 웃기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담백한 연기’라는 평을 듣고 싶었어요. 아쉽다는 분들도 있던데 그건 다른 작품에서 채워 드리면 되죠. 허허허….” 현재 생존해 있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전화통화만 몇 번 하고 촬영 끝날 때까지 (김중산 씨를) 직접 뵙지 않았어요. 안 그러면 제가 그분 행동을 따라 할 것 같더라고요. 부산 출신이신 분을 충청도 출신으로 바꿨는데, 그 역시 제 억양이 영화를 보는 데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였어요.” 묵묵히 공 형사를 돕는 영화 속 김중산은 최근 출연했던 TV 예능프로 ‘삼시세끼―어촌편’에서 비친 유해진의 평소 모습이나 주연보다는 조연을 맡아 왔던 그의 이력과도 닮아 있다. 그는 “누가 뭘 강요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성격인데 나영석 PD가 워낙 편안하게 해줬다”고 했다. ‘삼시세끼’에 나온 등산 취미는 평소 늘 고집하는 습관이기도 하다. “지방 촬영장에 도착하면 매니저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숙소와 가장 가까운 산을 조사하는 거예요. 산을 오르면서 저를 다잡고, 다음 촬영 생각도 좀 하고…. 등산은 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예요.” 그는 18일 개봉하는 ‘극비수사’ 외에도 올여름 ‘소수의견’(25일) ‘베테랑’(7월 중)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법대 출신 도사를 맡은 데 이어 ‘소수의견’에서는 변호사, ‘베테랑’에서는 기업 상무를 연기했다. 양아치, 트럭운전사 등을 연기했던 예전과 사뭇 다르다. 이미지 변신을 노리는 걸까. “억지로 그렇게 하려다 오히려 깡통 차죠. 그냥 제가 나이를 먹었다는 얘기일 겁니다. 지금 나이에 제가 양아치를 하면 안 어울리잖아요.” 1999년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15년이 넘도록 그는 한 해에 두세 작품 이상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 왔다. 지난해는 ‘해적’으로 800만 관객을 넘겼고 ‘삼시세끼’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올해로 마흔다섯인 그에게 50대를 물었다. “모르겠어요. 요즘이 두렵기도 하거든요. 일로는 좋은 평을 얻고 있는데 실제로는 잘 살고 있는 건가 고민이 많아졌어요. 너무 예민 떨지 않았나, 그릇이 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꼭 도 닦는 사람 같은 대답이다. 조연보다는 주연을 맡고 싶은 욕심은? 더 강렬한 역할을 맡아 보고 싶은 생각은? “지금도 충분해요. 그냥 이대로 갔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욕심이겠죠. ‘달도 차면 기우나니 얼씨구절씨구 차차차’ 그런 가사 있잖아요. 어찌 됐든 연기를 하면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네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영화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발생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초등학생 유괴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여름이 배경인 영화와 달리 실제 사건이 발생한 건 9월 15일이다. 범인 매석환은 하교하던 은주(영화 속 이름) 양을 꾀어 유괴한다. 보통 유괴 사건은 시일이 지날수록 생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지만 은주 양은 33일째인 10월 18일 밤 극적으로 구출됐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만큼 당시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영화는 수사 과정을 거의 사실 그대로 담았다. 유괴 정황은 물론이고 아이를 유괴한 차량 번호 일부를 최면술로 알아냈다거나, 범인이 아이의 컬러 사진을 부모에게 보낸 것, 구출 당시 아이가 범인과 친해져 범인이 불러낸 뒤에야 밖으로 나왔다는 것 등 디테일까지 살렸다. 영화에서 주인공 김중산 도사와 공길용 형사는 모두가 아이가 죽었을 거라고 할 때도 생존을 확신하며 아이를 살리려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특히 김 도사는 범인이 사건 15일째에 전화를 걸고 33일째에 아이를 찾는다고 정확히 예언하는 등 사건 해결에 결정적 도움을 준다. 모두 실화지만 당시엔 수사를 극비리에 진행한 탓에 김 도사의 역할이 알려지지 않았다. 범인과 도사 이름 등 대부분 등장인물은 실명으로 나오지만 피해 아동은 보호 차원에서 가명을 사용했다. 다만 김 도사가 이름과 사주풀이로 예언을 하기 때문에 이에 맞추기 위해 피해 아동의 진짜 이름 중 ‘주(朱)’자만 그대로 남겼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영화 ‘극비수사’는 소신(所信)에 관한 영화다. 겉으로는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도사 김중산(유해진)이 유괴된 아이를 찾는 수사물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이 모두 아니라고 할 때도 자신들이 믿는 바를 굳건히 지켜나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중 김중산은 자신에 대한 세상의 비난을 인내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김중산을 연기하기 위해 유해진(45)은 관객의 기대를 배신해야 했다. 코믹 연기로 이름난 그지만 이번엔 웃음기를 덜어냈다.1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더하기보다 빼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유괴 사건인데 웃기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담백한 연기’라는 평을 듣고 싶었어요. 아쉽다는 분들도 있던데 그건 다른 작품에서 채워드리면 되죠. 허허허….” 현재 생존해 있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전화통화만 몇 번 하고 촬영 끝날 때까지 (김중산 씨를) 직접 뵙지 않았어요. 안 그러면 제가 그분 행동을 따라할 것 같더라고요. 부산 출신이신 분을 충청도 출신으로 바꿨는데, 그 역시 제 억양이 영화를 보는 데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였어요.” 묵묵히 공 형사를 돕는 영화 속 김중산은 최근 출연했던 TV 예능프로 ‘삼시세끼-어촌편’에서 비친 유해진의 평소 모습이나 주연보다는 조연을 맡아왔던 그의 이력과도 닮아 있다. 그는 “누가 뭘 강요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성격인데 나영석 PD가 워낙 편안하게 해줬다”고 했다. ‘삼시세끼’에 나온 등산 취미는 평소 늘 고집하는 습관이기도 하다. “지방 촬영장에 도착하면 매니저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숙소와 가장 가까운 산을 조사하는 거예요. 산을 오르면서 저를 다잡고, 다음 촬영 생각도 좀 하고…. 등산은 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요.” 그는 18일 개봉하는 ‘극비수사’ 외에도 올 여름 ‘소수의견’(25일) ‘베테랑’(7월 중)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법대 출신 도사를 맡은데 이어 ‘소수의견’에서는 변호사, ‘베테랑’에서는 기업 상무를 연기했다. 양아치, 트럭운전사 등을 연기했던 예전과 사뭇 다르다. 이미지 변신을 노리는 걸까. “억지로 그렇게 하려다 오히려 깡통 차죠. 그냥 제가 나이를 먹었다는 얘기일 겁니다. 지금 나이에 제가 양아치를 하면 안 어울리잖아요.” 1999년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15년이 넘도록 그는 한 해에 두세 작품 이상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지난해는 ‘해적’으로 800만 관객을 넘겼고 ‘삼시세끼’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올해로 마흔 다섯인 그에게 50대를 물었다. “모르겠어요. 요즘이 두렵기도 하거든요. 일로는 좋은 평을 얻고 있는데 실제로는 잘 살고 있는 건가 고민이 많아졌어요. 너무 예민 떨지 않았나, 그릇이 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꼭 도 닦는 사람 같은 대답이다. 조연보다는 주연을 맡고 싶은 욕심은? 더 강렬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은 생각은? “지금도 충분해요. 그냥 이대로 갔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욕심이겠죠. ‘달도 차면 기우나니 얼씨구절씨구 차차차’ 그런 가사 있잖아요. 어찌됐든 연기를 하면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네요.”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11일 개봉하는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크게 두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연극으로 치자면 서막(序幕)에 해당하는 1장은 영화를 찍기 전 조사차 일본 나라 현 고조 시에 온 영화감독 태훈(임형국)과 조감독 미정(김새벽)이 주인공이다. 태훈과 미정은 시청 직원 유스케(이와세 료)와 마을 주민 겐지의 안내로 이틀 동안 마을을 둘러본다. 마치 낯선 일본 마을을 맞닥뜨린 관객들에게 고조 시가 어떤 곳인지 소개하는 듯하다. 2장은 1장의 태훈이 고조 시에서 영화를 찍었다면 나왔을 법한 이야기다. 오사카와 나라를 여행하던 혜정(김새벽)은 충동적으로 고조 시로 향한다. 고조 시에서 감 농사를 지으며 사는 청년 유스케(이와세 료)와 기차역 근처 안내소에서 마주치고, 그와 마을을 여행하며 이틀을 보내게 된다. 1장에서 태훈과 미정이 들었거나 말했던 대사가 반복되고 둘이 만났던 사람이나 방문했던 장소가 다시 등장하며 두 이야기 사이의 연결 고리를 단단하게 한다. 처음 만난 혜정과 유스케 둘 사이의 의사소통은 그 자체만으로는 다소 무의미하지만 그 대화를 타고 흐르는 호감만큼은 선명하다. 차근히 마음을 쌓아올린 두 사람이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혜정에게 유스케가 다음을 약속하고 혜정이 유스케의 팔뚝 안쪽에 연락처를 적는 장면은 ‘한여름의 판타지아’라는 제목에 딱 맞춤한 낭만적 감정을 화면에 심어낸다. 두 가지 이야기를 펼쳐놓지만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고조 시 그 자체다. 오래된 카페에서 마시는 시원한 아이스커피, 아무도 없는 한여름 한낮의 골목길, 풍경 소리와 냇가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신사, 25년 된 폐교에서 듣는 풀벌레 소리, 그리고 밤하늘로 번지는 축제날의 불꽃놀이까지. 정성스럽게 담아낸 마을 풍경은 고즈넉하면서도 관객을 화면 안으로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한여름…’은 일본 나라국제영화제 제작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됐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영화의 공동 프로듀서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사라소주’ ‘너를 보내는 숲’ 등을 연출한 일본의 대표적 감독으로, 고조 시에서 촬영한 ‘수자쿠’로 1997년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로젝트에는 고조 시에서 영화를 촬영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좀 속 좁은 관객이라면 “고조 시 홍보 영화냐”고 투덜거릴 법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기꺼이 그곳으로 떠나고픈 마음이 든다. 전체 관람가.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메르스 때문에 물벼락이 날벼락 맞았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관객의 발길이 줄어든 영화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말인 6, 7일 관객 수는 122만4800여 명으로 그 전 주말에 비해 47만여 명이 줄었다. 극장 체인 CGV는 6일부터 4D 상영관에서 물 분사 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4D는 기존 3D에 좌석 움직임, 진동, 바람, 물 분사 등의 특수효과를 결합한 것. 최근 메르스 바이러스가 연무질(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액체입자)로도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4D 기능 중 물 분사 효과를 중단했다. CGV 측은 “식수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정수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관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는 “아직까지는 물 분사 효과를 사용 중이지만 사태 추이에 따라 중단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 ‘연평해전’이 메르스로 개봉을 미룬 가운데 각종 영화 홍보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이정재, 전지현, 하정우가 출연해 올여름 최대 기대주로 꼽히는 ‘암살’(7월 개봉 예정)은 10일로 예정된 제작보고회를 취소했다. 25일 개봉하는 ‘나의 절친 악당들’도 쇼케이스를 취소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먹방’(먹는 방송)의 인기가 스크린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18일 개봉하는 ‘심야식당’(12세 이상)과 4일 개봉한 ‘트립 투 이탈리아’(15세 이상)는 둘 다 TV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음식 영화다. ‘심야식당’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극장판이다. ‘트립 투 이탈리아’는 동명의 BBC 시트콤을 영화로 만든 것. 2010년 방영됐고 같은 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더 트립’의 속편 격이다.○ 심야식당: 나란히 앉아 먹고 싶은 음식 원작 만화는 2007년 연재를 시작했고 드라마는 2009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했다. 원작이 쌓아온 세월을 그대로 이어받은 덕에 영화에선 노포(老鋪)의 손맛이 느껴진다. 도쿄 뒷골목의 밥집 ‘심야식당’에는 매일 밤 사연 있는 사람들이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의 음식을 찾아 드나든다. 짧은 에피소드 중심인 원작처럼 영화도 나폴리탄 스파게티, 마밥, 카레라이스를 테마로 한 세 에피소드가 심야식당의 사계절을 골고루 보여주며 전개된다. 여기에 가게에 버려진 유골함에 얽힌 미스터리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좁은 식당과 그 주변의 골목만을 무대로 하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한때 마스터가 살았던 식당 2층, 골목 주변의 가게들, 나아가 도쿄 전체로 시야를 넓혔다. 게이바 주인 고스즈(아야타 도시키), 스트리퍼 마릴린(안도 다마에) 등 TV로 익숙해진 감초 조연들과 함께 문어 모양 소시지와 계란말이, 돈지루(돼지고기 된장국) 등을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후쿠시마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아케미(기쿠치 아키코)를 주인공으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본을 담은 마지막 에피소드가 ‘그들만의 위로’로 보인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트립 투 이탈리아: 입 떡 벌어지는 진수성찬 ‘심야식당’이 나란히 앉아 먹고 싶은 음식을 보여준다면 ‘트립 투 이탈리아’는 입이 떡 벌어지는 진수성찬과 이탈리아의 눈부신 풍광을 구경시켜 주는 영화다.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이 연출하고 영국의 유명 배우인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던이 출연했다. 전편 ‘더 트립’에서 영국 북부를 여행했던 이들은 이번에도 영국 주간 옵서버의 의뢰로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며 고급 레스토랑을 섭렵한다. 영화에는 요트를 타고 들어가야 먹을 수 있는 오징어 요리, 카프리 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의 라비올리 등 실제 레스토랑의 진짜 메뉴가 등장한다. 이런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도 두 사람은 ‘아무리 맛있어도 음식은 음식일 뿐’이라고 말하듯 끊임없이 마이클 케인, 알 파치노 등 유명 배우를 흉내 내며 ‘폭풍 수다’를 떤다. 수다 속에는 중년의 위기를 겪는 이들의 심경이 언뜻 드러나지만 그 역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여행이 계속되며 쿠건은 엄마와 간 휴가지가 싫다고 투덜거리는 아들을 달래느라 고생하고, 브라이던은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박하고 진득한 ‘심야식당’과 화려하고 산뜻한 ‘트립…’은 일본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만큼이나 다르다. 하지만 끝자락에 이르러 두 영화는 정성 어린 밥 한 끼가 누구에게나 그렇듯, 비슷한 위로를 건넨다. 인생은 내일도 여전히 계속되니, 오늘은 잠시 쉬며 맛있는 음식으로 연료를 채워 넣고 다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먹방’(먹는 방송)의 인기가 스크린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18일 개봉하는 ‘심야식당’(12세 이상)과 4일 개봉한 ‘트립 투 이탈리아’(15세 이상)는 둘 다 TV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음식 영화다. ‘심야식당’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극장판이다. ‘트립 투 이탈리아’는 동명의 BBC 시트콤을 영화로 만든 것. 2010년 방영됐고 같은 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더 트립’의 속편 격이다. ● 심야식당: 나란히 앉아 먹고 싶은 음식 원작만화는 2007년 연재를 시작했고 드라마는 2009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했다. 원작이 쌓아온 세월을 그대로 이어받은 덕에 영화에선 노포(老鋪)의 손맛이 느껴진다. 도쿄 뒷골목의 밥집 ‘심야식당’에는 매일 밤 사연 있는 사람들이 마스터(고바야시 카오루)의 음식을 찾아 드나든다. 짧은 에피소드 중심인 원작처럼 영화도 나폴리탄 스파게티, 마밥, 카레라이스를 테마로 한 세 에피소드가 심야식당의 사계절을 골고루 보여주며 전개된다. 여기에 가게에 버려진 유골함에 얽힌 미스터리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좁은 식당과 그 주변의 골목만을 무대로 하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한때 마스터가 살았던 식당 2층, 골목 주변의 가게들, 나아가 도쿄 전체로 시야를 넓혔다. 특히 마스터의 평소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 팬이라면 반가워할 장면들도 많다. 게이바 주인 고스즈(아야타 토시키), 스트리퍼 마릴린(안도 타마에) 등 TV로 익숙해진 감초 조연들과 함께 문어 모양 소시지와 계란말이, 톤지루(돼지고기 된장국) 등을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트립 투 이탈리아: 입 떡 벌어지는 진수성찬 ‘심야식당’이 나란히 앉아 먹고 싶은 음식을 보여준다면 ‘트립 투 이탈리아’는 입이 떡 벌어지는 진수성찬과 이탈리아의 눈부신 풍광을 구경시켜주는 영화다.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연출하고 영국의 유명 배우인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이 출연했다. 전편 ‘더 트립’에서 영국 북부를 여행했던 이들은 이번에도 영국 옵저버 지의 의뢰로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며 고급 레스토랑을 섭렵한다. 영화에는 요트를 타고 들어가야 먹을 수 있는 오징어 요리, 카프리 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의 라비올리 등 실제 레스토랑의 진짜 메뉴가 등장한다. 이런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도 두 사람은 ‘아무리 맛있어도 음식은 음식일 뿐’이라고 말하듯 끊임없이 마이클 케인, 알 파치노 등 유명 배우를 흉내내며 ‘폭풍 수다’를 떤다. 수다 속에는 중년의 위기를 겪는 이들의 심경이 언뜻 드러나지만 그 역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여행이 계속되며 쿠건은 엄마와 간 휴가지가 싫다고 투덜거리는 아들을 달래느라 고생하고, 브라이든은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박하고 진득한 ‘심야식당’과 화려하고 산뜻한 ‘트립…’은 일본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만큼이나 다르다. 하지만 끝자락에 이르러 두 영화는 정성어린 밥 한 끼가 누구에게나 그렇듯, 비슷한 위로를 건넨다. 인생은 내일도 여전히 계속되니, 오늘은 잠시 쉬며 맛있는 음식으로 연료를 채워 넣고 다시 살아가야하지 않겠느냐고.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