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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출판·영화계의 블랙리스트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초록·샘플 번역 지원사업’에서 심사를 통과한 도서 4권이 뒤늦게 대상에서 탈락했다며 출판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궁했다. 출판진흥원이 노 의원에게 제출한 ‘초록·샘플 번역 지원사업 신청 접수 및 선정 결과 내역’ 자료에 따르면 해당 도서는 시사평론가 김종배·조형근의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시국사범 수배자 이야기를 다룬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 등이다. 노 의원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출판진흥원장의 개입 여부 등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은 지난해 출판진흥원의 ‘찾아가는 중국도서전’ 선정 과정에서도 5권의 도서가 문체부의 지시로 선정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배제 도서에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3’, 고도원의 ‘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뜨기를’ 등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문체부의 지시로 진흥원이 실행한 출판계 블랙리스트”라며 “진흥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회의록을 조작한 정황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과 관련해 정부 측의 조직적 상영 방해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당시 ‘다이빙벨’ 예매 기록을 공개하면서 “특정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기기를 통해 30여 분 만에 115장이 한꺼번에 예매됐다”며 “예매만 하고 관람은 하지 않는 방식으로 빈자리 만들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롯해 특정 세력의 개입 여부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최근 출간된 정민 한양대 교수의 ‘다산의 제자 교육법’에는 정약용(1762∼1836)의 각종 증언(贈言)들이 소개돼 있다. 증언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당부나 훈계의 내용을 적어 주는 글이다. “네 이놈, 장가들더니 말투도 건들건들하고 근실한 몸가짐은 찾아볼 수가 없구나. 글공부할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하니 그간 네게 쏟은 내 사랑이 아깝다.” 다산이 아끼던 제자 황상이 신혼의 재미에 취해 공부에 소홀하자 따끔한 글을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 다산은 “내외의 잠자리부터 따로 가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간의 글공부가 공염불이 된다”라며 다소 가혹한 ‘처방’까지 덧붙였다. 황상은 이 편지를 받고 다산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빌었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다산을 원망했겠지만 황상은 이후 학문에 매진해 조선 후기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성취를 이뤘다. 기자 역시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다산의 가르침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가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 공직자들이 업무 이외의 외부 강의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최근 5년간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 받은 ‘문체부 본부 및 소속·산하기관 외부강의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해당 공직자들은 총 4398건의 외부강의를 했고, 그 대가로 20억5900만 원의 강의료를 받았다. 1회당 평균 강의료는 46만 원이다. 이 기간 동안 외부 강의를 통해 1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공직자는 7명으로, 이 중 1억2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이후에도 10분당 15만9000원의 강의료를 받아 법정 상한액인 시간당 40만 원을 위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곽 의원은 지적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에는 129건, 2013년 369건, 2014년 618건, 2015년 836건, 지난해에는 1342건이었고, 올해 1~9월은 1104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곽 의원은 “잦은 외부강의는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기강해이 우려를 낳는다”라며 “문체부가 공직윤리를 확립하는 등 내부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1억2000만 원 고소득 사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겸직허가를 받아 인천시립예술단 예술 감독으로 겸직해 발생한 사례금이다. 10분당 15만9000원의 경우는 신고자가 겸직허가를 받아 대학 출강한 내용으로 2시간 25분 강의시간(사례금 총 15만9000원)을 잘못 기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문체부는 “소속 직원들의 청탁금지법 및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삼국시대인 6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삼존불이 강원 양양군 진전사지에서 나왔다. 문화재청은 양양군과 국강고고학연구소가 올 7월부터 진전사지 3층 석탑(국보 제122호) 주변에서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삼국시대의 금동보살삼존불입상(金銅菩薩三尊佛立像)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불상은 광배(光背·빛을 형상화한 불상 뒤쪽의 장식물)의 위쪽 일부와 받침대 역할을 하는 연꽃무늬 좌대가 조금 떨어져 나갔으나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다. 높이 8.7cm로 성인 손바닥 크기에 불과하지만 삼국시대의 불상이 많지 않고 출토지가 명확하며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에서 국보급으로 평가된다. 국립춘천박물관이 진행한 보존처리 과정에서 청동으로 보이는 이 불상의 재질이 금동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본존불을 중심에 두고 좌우에 보살을 배치하는 삼존불이지만 본존불에 부처가 아닌 보살을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중심에 관음보살이 있고 양옆에는 본존불을 보좌하는 협시보살이 새겨져 있다. 관음보살과 협시보살 사이에 구멍이 2개 뚫려 있는 점 역시 독특한 형식으로 이 같은 사례는 처음 발견된 것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 가닥으로 올라간 보관(寶冠), ‘X’자형의 옷 주름, 화불 등으로 미뤄 볼 때 삼국시대에 제작된 세련된 양식의 불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경남 합천군 해인사 원당암에 있는 15세기 목조아미타불좌상에서 고려 후기에 제작된 불경 29책이 발견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원당암 목조아미타불좌상의 내부를 조사한 결과 고려 우왕 1년(1375년)에 인출(印出)한 서적 ‘성불수구대다라니’와 고려대장경으로 찍은 ‘대방광불화엄경’ 28책을 찾아냈다고 16일 밝혔다. 성불수구대다라니는 소매에 넣을 수 있는 작은 책인 수진본(袖珍本)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 독특한 형식의 변상도(變相圖, 불교 경전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가 실려 있고, 간행 기록이 분명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발견된 대방광불화엄경 28책은 당대 고려대장경 경판으로 직접 찍은 불경이어서 문헌사적인 의미가 크다고 조계종 측은 설명했다. 1694년 해인사 승려 숭열(崇悅), 종안(宗眼) 등이 불상을 중수했다는 발원문도 발견됐다. 조계종은 이번 조사에서 목조아미타불좌상과 함께 삼존불(三尊佛)을 이루는 좌우의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을 X레이로 촬영해 분석했다. 지장보살입상에서는 금속장식이 있는 족자형 사경(寫經·손으로 베껴 쓴 경전)이 발견됐다. 족자형 사경은 일본에 있는 고려의 사경인 ‘불설대길상다라니경’ 이후 처음 나온 사례다. 관음보살입상에는 종이 뭉치와 경전 사이에 병풍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책인 절첩본(折帖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윤 조계종 문화재팀장은 “원당암 불상들은 1490년 해인사 법보전과 대광명전에 봉안된 비로자나불상에 들어간 은제 후령통(候鈴筒·복장 유물을 넣는 통)과 유사한 형태라는 점에서 1490~1500년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문화재청에 원당암 삼존불과 전적(典籍)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으며 보존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문화기술(CT)을 바탕으로 한 전국의 특색 있는 게임과 캐릭터 콘텐츠가 어우러진 ‘2017 넥스트 콘텐츠 페어’가 13일부터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미래의 일자리, 콘텐츠에 있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콘텐츠의 전시·체험관부터 비즈니스 매칭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벡스코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 행사는 △지역 문화산업 지원 기관 중심의 공동관 △최신 가상현실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VR 체험관 △스타트업과 크리에이터 등 창업 초기 기업 중심의 넥스트웨이브존 등 3개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134개사의 지역 우수 콘텐츠들이 전시된 공동관에선 부산 앞바다를 벗어나 육지로 올라온 호기심 많은 발 달린 캐릭터 ‘꼬등어’와 전통문화유산에 첨단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다양한 영상 투사) 기술을 융합한 전주 풍남문 외벽 영상 등 지역 특성이 녹아있는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 콘텐츠들을 선보였다. 12개의 첨단 VR 콘텐츠를 처음 선보인 VR 체험관은 최근 VR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행사 기간 내내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김홍도 신윤복 등 조선시대 화가들이 그린 풍속화 속으로 들어가 활을 쏘고 기왓장도 던지며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미술로 보는 한국역사, 문화체험’과 영화 ‘쥬라기공원’에 등장한 공룡을 만나볼 수 있는 ‘가상 공룡학습체험관’ 등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우리나라의 뛰어난 VR 기술 수준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행사에선 콘텐츠와 일자리가 연계된 실용적인 내용들이 눈길을 끌었다. 처음 선보인 ‘넥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리크루트’ 프로그램에선 한글과컴퓨터, SK플래닛, 인터파크 등 주요 콘텐츠 기업의 인사담당자 10여 명과 헤드헌팅 기업 맨파워 코리아의 헤드헌터가 참여해 기업의 인재상과 채용 정보는 물론이고 일대일 채용컨설팅도 진행했다. 또 국내 콘텐츠 산업의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회에서는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19개국 80여 명의 바이어와 국내 방송영상 콘텐츠 분야 바이어, 투자자들이 참석해 국내 우수 콘텐츠의 수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강만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행은 “3회째를 맞은 넥스트 콘텐츠 페어는 지역 우수 콘텐츠의 판로를 지역을 넘어 전국과 해외로 확대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지역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수 지역 콘텐츠를 육성하고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377잔.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다. 2012년 288잔이던 것에 비해 100잔 가까이 증가해 지금은 매일매일 1잔 이상씩 커피를 마신다는 얘기다. 덩달아 서점가에는 커피 관련 각종 책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 책의 접근법은 독특하다. 커피에 녹아있는 과학적 원리에 주목한다. 커피의 시작인 원두부터 보자. 산미가 뛰어난 아라비카와 향은 다소 투박하지만 크레마(커피 위에 생기는 갈색 크림)를 풍부하게 하는 카네포라 종이다. 하지만 같은 종의 원두라도 생산지의 고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해발 1525m 이상 초고지대의 원두에선 과일향과 꽃향기가 나고,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해발 800∼900m에선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난다. 고도에 따른 온도차가 원두의 성숙 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원두가 재배된 후 거치게 되는 로스팅, 그라인딩(분쇄), 추출 등에 의해 달라지는 커피 맛의 세계가 단계별로 풍부하게 제시된다. 실용적인 정보 역시 가득하다. 커피와 어울리는 물은 미네랄 농도가 50∼150ppm인 생수가 적합하고, 물 온도는 91∼95도가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한다. 핸드드립, 모카포트, 에스프레소 머신 등 기구별로 직접 커피를 만드는 매뉴얼도 함께 소개돼 있다. 여러 논문과 연구 자료를 재가공해 만든 도표와 다이어그램, 일러스트 등이 다양하게 수록된 책의 구석구석을 읽다 보면 마치 ‘커피학’ 교과서를 읽는 느낌마저 받는다. 매일 마시는 커피에 풍부한 깊이를 더해 주는 책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1회 인촌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이 상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용훈)와 동아일보사는 매년 인촌 선생의 탄생일(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교육) △강효 줄리아드음악원 교수(언론·문화)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인문·사회) △김종승 고려대 교수(과학·기술)는 각각 상패와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수상자 공적은 9월 5일자 A8면 참조 이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올해 복잡하게 얽혀가는 북핵을 둘러싼 혼란이 인촌 선생의 리더십을 더욱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축사에서 “수상자들은 공선사후(公先私後), 신의일관(信義一貫)으로 헌신한 선생의 유지를 이어 큰 성과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인촌상운영위원회(위원장 한승주)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7월부터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수상자를 확정했다. 교육 부문 수상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7)는 “6·25전쟁 시절 병상에서 일어나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던 인촌 선생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마음으로 가까이 모셨던 선생이 직접 상을 주시는 듯해 큰 영광”이라며 “제자와 함께 상을 받는 스승의 마음을 모르실 것”이라고 했다. 인문·사회 부문 수상자인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80)는 김 교수가 연세대 문과대에서 가르친 제자다. 몸이 불편한 이 교수를 대신해 부인 김정매 동국대 명예교수가 수상자로 참석했다. 부인이 읽은 수상소감에서 이 교수는 “말과 글에 대한 관심을 놓아본 적이 없다”며 “우리말 사전 편찬을 함께한 선배, 동료, 후배 학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인 강효 교수(73)는 “남은 삶의 기간 동안 무엇이든 더 잘해보고 싶은 의욕과 용기가 생겼다”며 “상금은 한국 음악계와 인재 양성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암 표적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공로로 과학·기술 부문에서 수상한 김종승 고려대 교수(54)는 “실험실에서 밤낮없이 함께 연구한 연구원들 덕에 보잘것없는 제가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과학 발전에 초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현악 앙상블 ‘조이 오브 스트링스’와 바리톤 서정학 씨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조종엽 jjj@donga.com·유원모·김민 기자 ● 주요 참석자 명단▽정·관·법조계=김수한 전 국회의장, 고건 노재봉 이홍구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하 가나다순) 김종빈 전 검찰총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성엽 국회의원,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이진강 전 대한변협 회장, 장성원 전 국회의원, 정성진 대법원 양형위원장, 조영달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학계·교육계=강석중 한국세라믹기술원장, 국양 서울대 교수, 권순달 수원대 교수,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김광수 한신대 명예교수, 김기문 포스텍 교수, 김문석 과천여고 교사, 김병완 고대부고 교감, 김병휘 한양대 명예교수,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성우 연세대 명예교수, 김성진 한림대 명예교수,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김영진 인하대 명예교수, 김용복 광운대 명예교수, 김용찬 고려대 연구기획본부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김원희 고려사이버대 총무처장,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감사, 김종필 중앙고 교장, 김진성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학준 인천대 이사장,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김흔 전 중앙고 행정실장, 나승일 서울대 교수, 나홍석 고려사이버대 교수, 남기심 연세대 명예교수,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문세준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박길성 고려대 교육부총장, 박길준 연세대 명예교수, 박명식 고려중앙학원 상임이사, 박순영 연세대 명예교수, 박연정 고려사이버대 교무처장, 박인서 연세대 명예교수, 박종훈 고려대 의무기획처장, 박찬욱 서울대 교육부총장, 백완기 고려대 명예교수, 서성규 고려대 기획처장,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송창범 고대부중 교감,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 신현석 고려대 교수, 안동규 한림대 부총장,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 안정오 고려대 세종부총장, 엄정식 서강대 명예교수, 염재호 고려대 총장, 염철현 고려사이버대 학생처장, 유병현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윤성택 고려대 이과대학장, 윤영철 연세대 교수, 이관영 고려대 연구부총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이기영 인천대 교수, 이동준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입학홍보처장, 이용균 중앙고 교감, 이원희 대원교육장학재단 이사장, 이주현 고대부중 교장, 이초식 고려대 명예교수, 이충환 인촌장학생동문,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이홍우 상명대 석좌교수, 임상호 고려대 대학원장, 장승문 중앙중 교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정대현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인재 서강대 명예교수, 정재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진곤 한양대 명예교수, 정진택 고려대 공과대학장, 조성규 연세대 명예교수, 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 진덕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광식 고려대 교수, 최덕 명지대 교수, 최용석 중앙중 교감,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한금선 고려대 교수, 한상복 서울대 명예교수, 허도영 고대부고 교장,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경제계=구자열 LS그룹 회장, 권영민 전 태영건설 상무, 권이상 전 경방 감사, 김명하 김앤에이엘 회장, 김선휘 삼양염업사 고문, 김양수 전 현대차 부사장, 김영 코나딥코리아 대표, 김재억 삼양홀딩스 고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김정환 호텔롯데 대표이사, 김창세 제일특허법인 대표, 김태희 삼표에너지 회장,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서정호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 안병모 유창건축사사무소 사장, 오세정 한국금융투자협회 본부장, 이기황 다음소프트 이사, 이병연 세화애드컴 대표, 이중홍 경방 고문, 정세장 면사랑 대표, 정종섭 다림바이오텍 대표, 홍성훈 삼양홀딩스 감사 ▽언론·출판·문화·체육계=고승철 나남출판 사장, 김광희 전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김기경 한국오리엔티어링연맹 명예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고문, 김복수 전 동아일보 관리국 부국장, 김상준 울산김씨대종회 상근부회장, 김유리 인촌장학생동문, 김은 인촌기념회 이사, 김재봉 지역신문발전위원장, 김정옥 전 예술원 회장, 김정일 전 동아애드넷 대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김종태 평화의 마을 대표,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장, 김태선 동우회 명예회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류재림 한국영상자료원장, 민경갑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박기정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박오학 전 동아일보 전무, 박진오 동아일보 감사, 박충서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배인준 EBS 감사, 성낙오 전 영남일보 사장, 양철화 전 동아일보 관리국장, 어경택 화정평화재단 감사, 오명 전 동아일보 회장, 이기웅 열화당 대표,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연택 동아마라톤 꿈나무재단 이사장, 이종석 위암장지연선생기념사업회장, 이종세 한국체육언론인회장,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임성준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임연철 서초문화예술회관 관장, 전만길 전 서울신문 사장, 전용호 한국어문언론인협회 부회장, 정준기 전 동아일보 광고국장, 조강환 동우회장, 조천용 동우회 이사, 최규철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최동욱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장, 최맹호 전 동아일보 부사장, 최명우 안전신문 주필, 한종우 성곡언론문화재단 이사장,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 현재천 인촌기념회 이사, 홍공선 동우회 이사, 홍성훈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홍인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황제의 복식으로 제정한 면복(冕服)의 재현품(사진)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면복은 면류관과 여러 장신구로 구성된 예복을 뜻한다. 경운박물관은 특별전 ‘대한제국, 복식에 깃든 위엄’에서 각종 사료와 문헌을 바탕으로 만든 대한제국 황제의 면복 12장복과 12류 면류관 등을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12장복은 해, 달, 별, 산, 용 등 문양이 12개인 옷을 뜻하고 12류 면류관은 구슬을 꿴 끈이 12개 달린 것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면복은 검은색 상의, 중단(中單·제복 안에 입는 두루마기), 혁대, 버선 등 13개로 이뤄져 있다. 명나라의 예법을 따른 조선은 왕이 제후의 복식을 착용해 9장복과 9류 면류관을 사용했다. 그러나 고종은 대한제국 황제가 되면서 중국 황제와 같은 12장복과 12류 면류관을 예복으로 정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종과 순종, 의친왕의 복식과 유품을 비롯해 사진작가 서헌강이 덕수궁을 촬영한 작품 등을 함께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서울 강남구 경기여고 교정 안에 있으며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함박웃음들 정담들 와글와글 넘친다/춤판 너울질 가락들 양양히 돌려댄다….’(시 ‘만발’) 꽃이 활짝 핀 길을 거닐며 느낀 소회를 표현한 김두환 시인(82)의 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자어나 외래어를 찾기 힘들다. 이 시뿐 아니다. 땀직하다(말이나 행동이 속이 깊고 무게가 있다), 숫보기(순진하고 어리숙한 사람), 사리물다(힘주어 이를 꼭 물다) 등 그의 시 속에는 순우리말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는 30년간 순우리말로 시 쓰기를 고집하고 있다. 1987년 등단 이래 그가 발표한 시는 총 1837편. 이 중 1500여 편은 순우리말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시구를 우리말로만 채우는 이유는 뭘까. “우리말만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어요. ‘푸르다’만 보더라도 ‘시퍼렇다, 짙퍼렇다, 푸르스름하다’ 등 수십 수백 가지로 표현할 수 있죠. 우리말이야말로 시를 위한 최적의 언어입니다.” 평생 우리말 시를 고집하면서 생긴 우여곡절도 많았다. 다소 낯선 그의 시를 보고 “어색하다” “생경하다”는 문단의 혹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제2회 영랑문학상 본상, 제10회 허균문학상 본상, 제2회 한국신문학 대상 등을 수상하며 문단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 시가 ‘열외’ 취급을 당했죠. 하지만 나중에는 어디서 이런 시어를 배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한자어나 외래어를 써야 유식해 보인다고 여기는 생각이야말로 좋은 글을 쓰는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그가 우리말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약대생 시절 우연히 시작하게 된 학보사 기자 경험 때문이다. “약학 원서가 너무 비싸던 시절이었어요. 학보사 사무실에서 복사를 공짜로 할 수 있다고 해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죠. 정확한 맞춤법을 알려고 찾아보기 시작한 국어사전에서 알지 못했던 우리말의 매력을 발견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작업실 책꽂이 한가운데에는 ‘1991년 11월 28일’ 발행된 날짜가 찍힌 국어대사전이 테이프로 동여맨 채 꽂혀 있었다. 그는 졸업 후 종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면서도 틈틈이 사전을 살펴보고, 우리말 시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손님이 뜸한 오전이면 매일 사전에 나와 있는 특이한 형용사나 부사의 용례를 메모장에 적어 놓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죠.” 그는 올해 말 지금까지 발표한 1800여 편의 시 중 150편을 골라 시선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김 시인은 쓰지 않는 언어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순우리말 시 창작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들 때 몇 번 친 떡과 100번을 친 떡은 맛이 달라요. 우리말도 다양하게 사용해야만 감칠맛 나는 값진 언어로 남을 수 있죠.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우리말 시를 쓸 겁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최근 한 시인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가 쓴 수십 권의 시집이나 각종 원고지보다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면을 채운 각종 사전이었다. 특히 그가 자주 본다는 사전은 표지가 완전히 너덜너덜해져 테이프로 겨우 책의 형상을 유지할 정도였다. 그가 이토록 사전을 아끼는 이유는 뭘까. 시인은 “30년 넘게 시를 써왔지만 여전히 모르고 지나쳐버린 아름다운 단어들이 차고 넘친다”라며 “시인의 삶이 끝날 때까지 사전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봉 2주 만에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작 소설가 김영하는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고 한 TV 프로그램에서 말했다. 그는 이름을 모르는 꽃을 보면 즉석에서 꽃 이름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해 꽃 이름을 손수 메모하곤 했다. 글의 경지에 오른 대가들에게선 현란한 기술이나 심오한 이론 대신 이처럼 단어 하나에 천착하는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격언은 어디서나 유효하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3일 6차 핵실험을 진행한 것에 이어 15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쏴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뜨렸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북한의 핵도발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북한의 핵 집착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한다. 방법은 독특하다. “북한의 기이함이라는 신화를 통해 이익을 얻는 곳은 다름 아닌 북한 정권”이라며 북한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래야 북한 사회와 정권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한국학연구센터의 연구교수다. 1998년부터 2년간 북한에 체류하며 세계식량계획(WFP)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식량 원조 사업을 직접 감독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도 각각 연구 생활을 해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 국가의 최고위급 정치인들부터 북한의 가장 외딴 지역에 사는 극빈층 주민까지 만난 그의 경험이 책을 만든 원동력이다. 이 책에선 섣부른 예측이나 감정적인 분석은 배제돼 있다. WFP,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검증을 거친 데이터와 저자가 북한에서 얻은 현장 자료가 바탕이 됐다. 저자는 북한 체제의 뿌리인 김일성의 ‘우리식 사회주의’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풀어간다. 유독 북한의 사회주의가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 사회주의 사상보다 오히려 유교적 전통 공동체의 결속 문화를 더 중시한 정치 시스템을 꼽는다. 북한이 그토록 반일(反日)을 외치면서도 정작 일제강점기의 사상범 처벌과 연좌제 등을 사회 유지 체제의 주요 수단으로 삼았다며 북한식 통치 방식의 허상을 꼬집는다. 공동 농장과 집단 배분 등 나름대로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를 유지했던 북한이었지만 1990년대 겪은 대기근 이후로 북한 사회가 통째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눈에 띄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변화의 주역으로 평가한 부분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북한 정권과는 달리 주민들은 스스로 시장화라는 제도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장마당’이다. 장마당은 북한에선 없어선 안 될 주요 경제축이 됐고, 북한 정권은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자본주의를 사실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선 북한 정권이 통제력을 잃어가면서 북한 주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화가 깨져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선군정치는 북한 정권이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 북한군의 주요 업무는 계속되는 경기 악화와 일상생활의 빈곤 등에 대한 불만과 정치적 반대를 진압하는 것에 치중돼 있다. 하지만 국방 우선 정책으로 인해 경제 활동의 중심에 있어야 할 100만 명의 젊은 남녀가 군인으로 차출되면서 국가 재건을 위해 사용될 수 있었던 자원을 집어삼켜 버렸다고 본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이 북한 정권의 안정성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선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치한 실패작이라고 비판하며 해결책으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감정은 배제한 채 북한 정권과 주민들의 삶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북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참고서로 제격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어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조차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하지만 직접 쓴 메모는 기억에 남습니다. 손으로 빠르게 쓰는 속기 보급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죠.” 구순을 앞둔 남상천 남천속기연구소장(88)은 속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열정이 넘쳤다. 자신의 이름을 딴 ‘남천속기법’을 만들어 보급해 온 그는 최근 교육부 주관의 국민교육발전 유공 포장을 받았다. 그는 “60년간 ‘미친’ 짓을 하니 이제야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1950년부터 5년간 군법관회의의 서기병으로 군 복무를 한 그는 당시 신문과 잡지에 나온 단어 19만 자를 분석했고 1956년 남천속기법을 만들었다. 정부는 1963년 속기를 실업계 고교의 정규 교과과정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는 “속기를 활용하면 10분에 3000자까지 쓸 수 있어 초고속 메모가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동안 그가 양성한 속기지도교사만 1000명이 넘는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글 쓰는 문화 자체가 사라진 요즘 속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지털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펜과 종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 속기의 속도와 효율성을 절대 못 따라옵니다.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전자펜을 활용한 속기노트가 개발돼 온 국민이 속기를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이유는 권위주의적인 건물과 공간 배치가 참모와의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건축이 인간의 의사소통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학계에선 ‘건축심리학’이란 이름으로 건축과 인간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이 책은 건축과 도시 공간이 우리의 일상과 행복에 끼치는 영향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했다. 대학에서 의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대학원에서 건축 디자인까지 전공했다. 영국의 인기 TV프로그램인 ‘건물들의 비밀생활’에 출연해 대중을 상대로 건축심리학을 알려 왔다. 저자는 책에서 건축물들의 긍정·부정적 사례를 함께 보여주며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1955년 미국의 세인트루이스시에 건설된 ‘프루이트 아이고’ 아파트 단지는 3000여 가구를 수용하는 거대한 건물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건물 간 공간과 커뮤니티 시설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그 결과 도시에서 가장 악명 높은 범죄 소굴로 전락했고, 완공 17년 만인 1972년 단지를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반면에 버려진 철도를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에 여유를 선사한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 최고경영자(CEO)의 사무실까지 개방해 소통을 극대화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페이스북 본사 ‘멘로 파크’처럼 공간의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이 화두다. 새로운 도시 모습을 준비하는 우리 사회에 어떤 건축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시사점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무사라면 비어고를 읽지 않아서는 안 된다. …무과시험에서 비어고의 한 대목을 뽑아 조목조목 대답하게 해야 한다.”(경세유표·經世遺表 중)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의 저서 ‘경세유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나온다. 다산은 이 책에서 “비어고는 내가 쓴 책이다. 동방의 전쟁을 모아서 한 책으로 만들고, 관방(關防·국경의 요새)과 기용(器用·무기 사용법)에 관한 여러 주장을 살폈으며, 군사제도의 연혁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비어고(備禦考)는 방비(사전대비)와 방어에 관한 책이란 뜻으로, 한중일 동북아 3국의 전쟁사와 실제 전쟁에서 수행할 병력 운용·군수 보급 방법 등이 자세하게 수록돼 ‘조선판 국방백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다산의 언급과 달리 ‘비어고’에는 그의 친구이자 조선 후기 하급 무관이었던 이중협이 저자로 표기돼 있어 논란이 됐다. 최근 ‘비어고’의 실제 저자가 다산임을 입증하는 연구가 나왔다. 또 다산의 제자였던 정주응의 ‘미산총서’도 ‘비어고’의 일부분이라는 내용도 함께 제기됐다.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사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다산 비어고의 행방’을 15일 열리는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학문적 성과가 뛰어나지 않은 이중협과 정주응의 저서로만 알려져 있어 그동안 학계에선 관련 연구가 거의 없었다”며 “두 저서에선 다산이 저자일 수밖에 없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밝혔다. 실제 ‘비어고’를 보면 송풍암(松風菴)이라는 저자가 편집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송풍암은 다산이 자주 사용한 별칭 중의 하나였다. 정 교수는 “이중협은 다산이 전남 강진에 유배됐을 당시 자주 찾아올 정도로 막역했던 동갑내기 친구”라며 “책에 군사기밀을 다룬 내용이 많아 유배를 겪었던 다산이 현직 무관인 친구의 이름으로 책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산총서에는 다산의 흔적이 더욱 짙다. 이 책에는 “관련 자료는 내 외가의 서고 속에서 얻은 내용이다. 외가는 해남에 있는데 5대 외조부의 휘가 윤선도이고, 호는 고산이다”라고 적혀 있다. 다산과 윤선도는 이종 친척 관계다. 또 다산의 18제자 중 수제자로 꼽히는 이강회와 이정의 안설(해설)이 곳곳에 달려 있다. 정 교수는 “미산총서를 정주응이 썼다면 불과 14세 때 이처럼 방대한 국방 관련 책을 썼다는 뜻인데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에는 전국의 400여 개 산성의 특성과 전쟁 시 공격·수비에 적합한 무기 목록 등 각종 국방 매뉴얼이 담겨 있다. 특히 중국(여진·청나라)과 일본은 각 나라의 풍속과 음식 문화 등 실생활과 관련한 내용까지 빼곡히 기록해 적의 상황을 미리 파악하려고 했던 의도도 엿보인다. 정 교수는 “한중일 역사 분쟁은 유사 이래 계속돼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어와 방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산은 바라봤다”라며 “다산의 비어고에 대한 후속 연구가 심도 깊게 이뤄진다면 동아시아 안보위기를 겪는 현재에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시인 수녀와 로커. 너무나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은 이들이 10년 넘게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이해인 수녀(72)와 그룹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 씨(52)다. 2006년 강연을 하러 필리핀에 간 이 수녀는 그곳에서 자폐증세가 있는 아들을 키우는 김 씨의 집에 초대받은 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이 7일 서울 용산구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만났다. “선글라스가 태원 씨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요즘 건강은 좀 어때요?” 이 수녀가 근심 어린 눈으로 안부를 물었다. 김 씨는 지난해 패혈증에 걸려 중환자실에 입원한 적이 있다. “몸이 안 좋으면 누워 있고 좋으면 걸어 다니고, 수녀님 뜨시면 나타나죠.” 김 씨의 재치 있는 답변에 이 수녀가 깔깔깔 웃었다. 단정하고 수수한 이 수녀와 긴 머리를 질끈 묶고 가죽바지를 입은 김 씨는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노래가 된 시 부활의 11집 앨범(2006년)에 첫 번째로 담긴 ‘친구야 너는 아니’는 이 수녀의 시에 김 씨가 곡을 붙인 노래다. 마음을 다독이는 시어와 서정적인 곡은 절묘하게 어우러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김 씨는 “시가 성가처럼 와 닿으며 멜로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시에 곡을 쓰게 해달라는 김 씨의 요청을 수락했지만 속으로는 불안했단다. “로커가 곡을 쓰면 얼마나 시끄러울까 걱정했어요. 앨범이 나온 뒤에도 안 듣고 있다가 궁금해서 어느 날 들어보고는 눈물이 났어요. 저런 외모에 이런 감성이 있다니!”(이 수녀) “수녀님, 제 ‘솔(soul)’은 외모와 다르게 생겼어요.(웃음) 수녀님 시로 노래 한 곡 더 만들고 싶어요.”(김 씨) 이 수녀는 “나 죽고 나서 장송곡으로 쓰지 말고 얼른 만들어서 살아 있을 때 기쁨을 달라”며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렸다. 이들은 시 노래 콘서트도 함께 하고 있다. 올해 11월 3일에도 ‘성분도 은혜의 뜰’에서 콘서트를 연다.○ 창작의 고통 시를 쓰고, 노래를 만들기에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안다. “어떤 분들은 시가 팝콘처럼 튀어나오는 줄 알지만, 오래 진통하고 숙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시가 탄생해요. 포도주가 익어야 향기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죠.”(이 수녀) “아, 그 심정 진짜 잘 알아요. 제가 한 곡을 쓰는 데 2년이 걸렸어요. 멤버들이 ‘진짜냐’고 물어서 702번까지 녹음한 음성 파일을 보여주니 놀라더라고요. 얼마나 많이 만들고 또 부숴야 하는데요….”(김 씨) 이 수녀도 시 ‘석류’를 쓰는 데 3년 걸린 게 과장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힘들수록 오뚝이처럼 이 수녀는 직장암, 김 씨는 위암으로 투병했다. 하지만 꺾이지 않고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김 씨는 다음 달 싱글 앨범을 낸다. 내년은 이 수녀가 수도서원을 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해 절기별 기도시를 모은 ‘사계절의 기도’에 시 150편을 추가해 모두 300편이 담긴 시집을 올해 11월 출간할 예정이다. 수필과 칼럼 등을 모은 산문집도 같은 시기에 내기로 했다. 이 수녀는 젊을 때는 코스모스, 민들레 등 수수한 꽃이 좋았는데 요즘에는 장미가 좋다고 했다. 김 씨는 “직접 그린 부활의 로고가 장미일 정도로 저 역시 장미를 좋아한다”며 맞장구쳤다. 식성도 비슷하다. “투병할 때 아무것도 못 먹겠는데 유일하게 짜장면만 들어가더라고요.”(김 씨) “나도 항암 주사 맞을 때 소면 국수만 넘어갔어요. 가족들과 부산 성베네딕도 수녀원에 놀러 와요. 내가 맛있는 밀면 사줄게요.”(이 수녀) 김 씨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들은 ‘집단 토크쇼’라는 문패가 딱딱하다며 다른 이름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했다. 골똘히 생각하던 이 수녀가 “‘우정 토크쇼’ 어때요?”라고 제안했다. 김 씨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 수녀가 손뼉 치며 웃었다. 두 사람의 표정이 아이 같았다. ▼“기나긴 투병생활, 이제는 ‘선물’로 받아들여”▼詩-멜로디 뒤에 말못할 고통“고통과 아픔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 과정을 겪고 나니 아픈 사람들을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죠. 인생관, 세계관, 종교관 등 삶의 모든 시선을 넓혀줬어요. 고통을 저주하는 것이 아니라 축복의 기회로 삼았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이해인 수녀) 이들의 아름다운 시와 노랫말 뒤에는 말 못할 고통이 있었다. 이해인 수녀는 2008년 직장암 발병을 확인하고 기나긴 투병생활을 거쳤다.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 씨는 2011년 KBS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며 우연히 위암 발병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엔 패혈증까지 겹쳐 현재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 “정말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지금은 대부분의 균을 치료하고, 간 등 일부 치료만 진행하면 됩니다.”(김 씨) “갑자기 제가 죽었다는 소문이 났을 땐 마음이 겸허해지고, 묵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꾸 반복되니까 당황스럽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습니다.”(이 수녀) 김 씨는 자신의 투병뿐 아니라 자폐증세를 앓는 아들 우현 군(17) 등 가족의 아픔도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50여 년간 수도자의 삶을 살아온 이 수녀 역시 홀로 고통을 극복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시간을 오히려 ‘선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사는 중이에요. 가족이 없었다면 제 인생은 30대 때 끝났을 겁니다. 사랑의 책임을 져야죠. 다행히 우현이도 필리핀에서 완전히 적응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답니다.”(김 씨) “수도자에겐 ‘선종’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죠. 내 안에 살아있는 자존심을 꺾어야 육체적으로 더 순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이 수녀)손효림 aryssong@donga.com·유원모 기자}

올봄 한국에선 엽기적인 유행이 번졌다. 이른바 자연주의 육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안아키(약을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 논란이다. 약 6만 명의 부모가 가입한 이곳에는 “아이들을 수두 감염자와 접촉시켜 자연 면역력을 늘려라” “장염에 걸리면 숯가루를 먹여라” 등의 제멋대로 처방이 퍼져나갔다. 이들이 공인된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미신에 가까운 이 같은 지침을 따른 이유는 간단했다. “전문가인 의사들의 처방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논란 끝에 카페는 폐쇄됐고, 운영자는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의사뿐 아니다. 변호사, 교수, 외교관, 엔지니어 등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이 무시당하고 있다. 일반인들로부터 “나도 너만큼은 알아”라고 공격받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미국 대선 유세에서 “전문가는 끔찍해(The experts are terrible)”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 수준이 낮은 유권자로부터 대거 득표에 성공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전문가의 몰락 현상을 각종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구소련 문제를 연구해 온 톰 니콜스 미국 해군대학 교수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최고의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5회 연속 우승한 경력도 자랑한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비전문가들이 자신을 향해 러시아 문제를 가르치려 드는 글을 보고, 화가 나 책을 쓰게 됐다고 집필 계기를 밝혔다. 책은 주로 미국 사례에 집중돼 있지만 낯설지 않다. 전문의의 처방보다 연예인이 TV에서 주장하는 민간요법을 더 믿는 대중들.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내린 국방 정책을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뒤집으려는 모습까지. 전문가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유명인 그리고 집단지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여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책에선 최근 전문지식의 위협을 부른 원인으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저질 정보, 지식의 전달이 아닌 취업 기관으로 전락한 대학, 그리고 사실과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됐던 언론이 수많은 매체의 난립으로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 등이다. 그러나 저자는 전문가의 역할이 없다면 한 사회의 안정성과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2009년 US에어웨이스의 비행기가 새떼와 충돌했던 당시 조종사가 허드슨강으로 비상 착륙해 승객 전원을 구한 것은 조종사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100년 전보다 늘어난 수명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은 의학·생명공학 전문가들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전문가 공격은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저자 역시 명확한 해답 대신 전문가들이 일반인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벗어야 한다는 다소 교과서적인 해법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나도 너만큼은 알아”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 시사점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문화 중 하나인 ‘김치 담그기’가 문화재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8일 “한국인의 정체성이 깃든 공동체 음식문화인 ‘김치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김치 담그기’는 2013년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된 김장 문화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각 지역의 특색 있는 김치와 관련 문화를 두루 포함하는 개념이다. 문화재청은 △상당 기간 한국문화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점 △공동체 정신이 있고 현대까지 이어지는 점 △세대 간 전승에 모든 한국인이 직간접적으로 동참하는 점 등에서 ‘김치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봤다. ‘김치 담그기’가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내려오는 생활관습이자 문화라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나 단체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3월 ‘무형문화재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보유자가 없이도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올해 1월과 5월 국가무형문화재로 각각 지정된 된 씨름과 해녀 역시 보유자가 지정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제염(소금 생산)과 온돌 등 한국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김치 담그기’와 관련해 30일간의 지정 예고 기간과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송해가요제’는 70년간 받은 관심과 사랑에 대한 보답입니다. 노래하면서 평생 산 것이 행복이고 노래하고 춤추는 게 건강 아니겠습니까.” ‘영원한 현역’ 송해(본명 송복희·90)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요제를 연다. ‘송해가요제 추진위원회’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송해가요제를 연다고 밝혔다. 70년간의 방송 생활 기간 그는 MC와 코미디언, 배우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해 왔다. 하지만 그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12장의 앨범을 낸 가수 출신이다. 송 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감동을 받았을 때 부르는 것이 노래다. 특히 대중가요는 우리 역사와 함께했다”며 “더 잊혀지기 전에 열심히 불러왔던 가요를 제자리에 돌리고 새롭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가요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와 뗄 수 없는 것은 30년간 진행하며 그를 국민 MC의 자리에 올려놓은 KBS ‘전국노래자랑’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앙코르와 찬사를 많이 받았고 늘 보답하는 길을 고민했다”라며 “송해가요제라고 이름 붙여서 그렇지 전국노래자랑처럼 전체 가요인들의 축제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장에는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가수의 꿈을 이룬 후배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1993년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며 데뷔한 트로트 가수 박상철은 자신의 노래 ‘무조건’을 개사해 “송해 선생님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라며 “송해 선생님이 대한민국 최고의 MC이자 가수로서 기네스북에 올랐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번 가요제는 한국 대중가요 100년사를 주제로 열린다. 단순한 노래 경연이 아닌 다양한 세대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무대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송 씨는 “1차 예심을 진행하면서 굉장히 신선한 노래를 부르는 지원자가 많았다”라며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가 100년이 된 만큼 한국 가요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축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가요제는 3일 1차 예선을 진행한 데 이어 신청자가 많아 10일 추가 예선을 진행한다. 주최 측은 예심 신청자가 1000명이 넘었다고 전했다. 18팀을 뽑아 17일 광화문광장에서 본선을 진행한다. 수상자에게는 대상 5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음반 데뷔 기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후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전국을 돌면서 가요제를 연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나훈아(본명 최홍기·70)의 명성은 명불허전이었다. 5일 가요·인터넷 티켓 예매 사이트인 예스24에 따르면 11년 만에 여는 나훈아의 컴백 콘서트 티켓 3만 장이 이날 오전 10시 예매 시작 약 1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서울 공연 티켓이 7분, 대구가 10분, 부산은 12분 만에 전석 팔려나갔다. 나훈아의 소속사 측은 예스24 홈페이지에 “나훈아 드림 콘서트 서울 공연 7분 만에 전석 매진됐습니다. 팬들의 많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나훈아 소속사 측은 이번 콘서트 티켓 예매를 온라인에서만 진행했다. 이날 오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는 ‘나훈아 콘서트 예매’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했고 예스24 홈페이지는 예매 시작과 함께 접속자가 폭주해 일시적으로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번 콘서트 가격은 R석 16만5000원, S석 14만3000원, A석 12만1000원으로 공연 티켓 중에서도 비교적 값이 비싼 편이었지만 중장년 팬뿐 아니라 부모를 위해 선물을 하려는 젊은층이 가세해 예매 열기가 뜨거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훈아의 콘서트는 11월 3∼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같은 달 24∼26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12월 15∼17일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나훈아가 공연에서 여전한 티켓파워를 보인 반면 온라인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는 올 7월 11년 만에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멜론, 지니, 네이버뮤직 등 주요 음원 서비스 플랫폼에서 나훈아의 앨범이 실시간 순위 100위권에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