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모

유원모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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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법조팀 유원모 기자입니다. 잘 듣고 잘 쓰겠습니다.

onemore@donga.com

취재분야

2026-05-25~2026-06-24
검찰-법원판결64%
사회일반23%
사법10%
정치일반3%
  • [책의 향기]신이었다가 악이었다가 凡人이 된 천재들

    슈퍼마켓에 가면 ‘아인슈타인 우유’가 있고 길을 걷다 보면 ‘모차르트 음악 학원’ ‘몬테소리 유치원’ 등 천재들의 이름을 활용한 각종 간판이 도처에 널려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만 천재를 특별하게 다루는 것은 아니다. 1955년 미국 프린스턴 병원의 의사 토머스 하비는 “천재의 뇌는 특별할 것”이란 생각에 아인슈타인의 뇌를 240조각으로 해부했다. 이처럼 천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를 매혹시켜 왔다. 이 책은 천재와 천재성의 역사를 추적했다. 저자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역사학과 교수다. 역사적 접근뿐 아니라 철학, 신학, 미술사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천재의 변화 모습을 꼼꼼하게 파헤쳤다. 시작은 고대 그리스의 천재 소크라테스부터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익숙한 신성의 표지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 표지는 어렸을 때부터 귀에 들렸던 음성인 ‘다이모니온(daimonion)’”이라고 밝혔다. ‘악마(demon)’의 어원이 되는 다이모니온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소크라테스는 결국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소크라테스 같은 천재는 다이모니온에게 선택된 것이라며 ‘천재=신성(神聖)한 인물’이라고 여겼다. 이후 천재의 의미는 조금씩 변해갔다. 중세시대를 지나며 미켈란젤로와 이마누엘 칸트, 모차르트 등 각 분야에서 특출한 재능으로 창조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이들을 천재(Genius)라 부르면서 신성함보다는 특별함이 강조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천재의 지위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선동과 정치의 천재였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1933년 신비로움을 더한 이미지를 활용해 정권을 잡고, 대중을 현혹시켰다. 하지만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히틀러가 비참한 최후를 맞으면서 대중이 천재 숭배를 경계하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이후 한 사람의 머리보다 집단지성이 중요하다는 믿음과 모든 사람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천재의 민주화, 보편화가 이뤄졌다고 책은 말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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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로 바꾸는일 없다”더니… “알아서 용퇴하라” 공개압박도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을 강제로 바꿀 수는 없다.”(7월 19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공공기관장도 철학이 맞아야 함께 갈 수 있다.”(9월 11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에 대한 생각이 출범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장관들의 말이다. 정부는 출범 초 ‘낙하산 인사는 없다’는 방침을 내비쳤고, 과거처럼 기관장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받아 강제로 인사교체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나면서 산업부와 문체부, 금융권 등에서 기관장 교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기관장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분야나 개별 기관·단체에 유무형의 압박을 가해 자진 사퇴를 이뤄내는 형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10월 국정감사 종료 이후 주요 기관장 교체 및 공석인 기관장의 임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 공기업 34%가 ‘사장 공석’ 공공기관장 물갈이 움직임이 가장 거센 부처로는 산업부가 꼽힌다. 동아일보가 25일 국내 공기업 35곳 전체의 기관장 임기를 조사한 결과 12곳(34.3%)이 기관장 사퇴 이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중 8곳이 산업부 산하 공기업이다. 산업부는 백 장관이 “철학이 맞는 공공기관장과 함께 가겠다”고 말한 지 이틀 만인 9월 13일 장재원 한국남동발전 사장, 윤종근 한국남부발전 사장, 정하황 한국서부발전 사장, 정창길 한국중부발전 사장 등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사장 4명의 사직서를 받았다. 길게는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던 기관장들이라 ‘일괄 사표를 받은 것’이란 이야기가 공공기관 사이에서 퍼졌다. 대한석탄공사,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석유공사 등 3곳의 수장은 채용 비리가 적발된 뒤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전격 사퇴했다. 김 회장은 “새 정부의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공공기관장 인사 외압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돼 이날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감사원은 김 회장이 2015년 금감원에 “지인의 아들을 합격시켜 달라”는 취지의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청탁을 받고 신입행원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최근 금융권을 덮치고 있는 채용비리 문제가 전 정권 인사들을 정조준하면서 이들의 교체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 ○ ‘적폐 청산’ 대상으로 내몰리기도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에선 주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나 국정 교과서 논란 등과 관련돼 기관장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박명진 전 위원장과 김세훈 전 위원장이 5월 사퇴했다. 현재까지 신임 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5개월째 공석이다. 콘텐츠진흥원은 송성각 전 원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져 지난해 10월 물러난 이후 1년가량 수장자리가 빈 상태로 남아있다. 김정배 전 위원장이 사퇴한 국사편찬위원회는 6월 조광 신임 위원장으로 교체됐고, 이기동 전 원장이 물러난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장 등을 지낸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가 신임 원장으로 취임했다.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옛 야권 이사들이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다음 달 정기 이사회에 안건으로 제출했다. 고 이사장은 “여러 의견을 수렴해 자진 사퇴는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추가로 문체부 산하 기관장들이 사퇴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소속 조영선 변호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 관리에 책임이 있는 기관장이나 부서 책임자들은 스스로 용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공개적으로 사퇴 압력을 넣기도 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유원모·송충현 기자}

    •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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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년간 2만장… 애국가 지도로 ‘독도 사랑’

    허름한 가방 안에는 한지(韓紙)에 그려진 한반도 지도 10장이 들어있었다. 지도는 독특했다. ‘동해물과’부터 ‘보전하세’까지 애국가 가사로 채워진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14년째 애국가 지도를 직접 만들고 있는 서예가 조용군 씨(82)의 작품이다. 독도의 날(25일)을 앞둔 20일 조 씨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지도에선 애국가 가사 ‘…화려강산’의 ‘산’으로 표현해 낸 독도가 유독 눈에 띈다. 태극기와 함께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문구도 함께 표시돼 있다. 208자의 가사로 채워진 지도는 모두 조 씨가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내려간 것이다. 그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먹을 갈고, 붓을 잡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가로 45cm, 세로 70cm 크기의 지도를 만들려면 10년 전만 하더라도 3∼4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2시간이면 완성한다”고 말했다. 조 씨가 애국가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 재단사와 건물 관리직 등을 마치고 퇴직한 그가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우연히 한자로 만들어진 애국가 지도를 발견한 것. 그는 “동해수(東海水) 백두산(白頭山)처럼 한자로 채워져 있다 보니 와닿지 않았다”라며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글로 표시한 지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이 찾아와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됐다. 그는 “서예만큼 예민한 것이 없어서 한번 붓을 잡고 쭉 써 내려가지 않으면 지도를 망친다”며 “눈이 불편해 초점이 잘 맞지 않지만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더 수려한 글씨의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지도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교육기관 등에 지도를 배포했다. 2004년부터 그가 배포한 애국가 지도는 올 10월 현재 2만 장에 달한다. 전국 초중고교부터 국립한글박물관,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청까지 다양한 곳에 기증돼 있다. 그가 이처럼 애국가 지도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뭘까. “국립해양수산학교를 졸업해 어렸을 때부터 늘 독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주위에선 누구나 아는 지도를 굳이 왜 애국가 가사로 표현하냐고 묻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전국의 학교, 집집마다 독도가 정확히 표기된 애국가 지도가 있다면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가장 큰 증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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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사또의 수청 거부한 춘향… 실제로 당시 법 어긴 걸까?

    “본관사또 큰 잔치를 베풀 때 명기명차 다 모아서… 가성은 요란하여 반공에 높이 떴다.”(장자백 창본 춘향가 중) 춘향전의 악역 변사또의 생일 축하연을 묘사한 부분이다. 제아무리 조선시대 수령(사또)이라 하더라도 기생과 광대들을 관아로 불러들여 생일잔치를 벌일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이 같은 일을 한다면 당장 주민소환 요구가 빗발칠 것이 뻔하다. 하지만 당대 18세기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했다고 한다. 김현주 서강대 국문과 교수는 “당시 지방 관청의 공식 연회는 신임 축하, 외교사절 영접 등에 국한됐지만 사또는 왕의 대리자로서 각 지역의 절대 권력자였다”며 “비슷한 시기 단원 김홍도가 그린 ‘평안감사 향연도’를 보면 변사또의 성대한 축하연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한 번쯤 접했지만 제대로 분석하며 보는 이는 거의 없는 춘향전. 김 교수가 최근 펴낸 ‘춘향전의 인문학’(아카넷)은 당대의 관점에서 춘향전을 새롭게 조명했다. 김 교수는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춘향전을 이해하는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며 “춘향전의 시대 배경에 독자들이 직접 들어갈 수 있도록 당시 제작된 지도, 문서, 그림 등과 함께 분석했다”고 밝혔다. “옥중에 들어가서 부서진 죽창 틈에 살쏘느니… 벼룩 빈대 만신을 침노한다.”(열녀춘향수절가 중) 변사또가 수청을 거부한 춘향이를 투옥시키는 유명한 장면이다. 수청을 거부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다는 게 가능했을까. 정답은 ‘아니요’다. 조선의 사또는 지방의 사법·행정권을 총괄한 직위였다. 그러나 이들의 형벌권은 태형 이하의 사건에만 국한됐다. 투옥 등 중형에 해당하는 사건은 각 도의 관찰사 소관이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춘향은 퇴사 후에 정렬부인으로 더불어 백년동락하고….”(열녀춘향수절가 중) 춘향의 신분 변화는 극적이다. 아버지는 양반이었지만 어머니 월매가 천민이었던 기생 출신인 탓에 춘향 역시 천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하고, 이몽룡과의 혼인 후 ‘정렬부인’이라는 칭호를 얻는다. 정렬부인은 절개와 지조를 지킨 여성에게 내리는 명예직 신분이다. 김 교수는 “천민인 무수리 출신의 숙빈 최씨가 숙종의 눈에 들어 연잉군(훗날 영조)을 낳아 인생 역전에 성공한 적도 있다”며 “엄격한 신분제였던 조선 사회에서 춘향의 신분 상승은 민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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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진흥위 신임위원 7명 선임

    문화체육관광부가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7인을 선임했다고 23일 밝혔다. 신임 위원은 강원숙 영화프로듀서(48), 김영호 영화촬영감독(47), 김현정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48), 모지은 영화감독(42),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60), 조영각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47), 주유신 영산대 게임영화학부 교수(52)다. 비상임 위원으로 임기는 2019년 10월 22일까지 2년이다. 이번 신임 위원들은 영화계 각계의 현장을 대표하는 인사로 구성됐다. 여성 위원이 총 4명으로 위원 정수 8명의 절반을 차지했다. 문체부는 올해 7월 영화 단체들을 상대로 후보자를 추천받았다. 조영각 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계에서 추천한 인사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추천한 이준동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의 동생이다. 두 형제는 2010년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시(詩)’, ‘오아시스’ 등을 함께 만들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등을 연출한 모지은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 분쟁조정위원으로 활동했다. 김현정 대표는 ‘스캔들’ ‘라듸오데이즈’, ‘덕혜옹주’ 등의 각본을 썼다. 주유신 교수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다. 영화계는 현장 인사가 대거 신임 위원으로 뽑혔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과거 영진위원들이 주로 행정가와 제작자 위주였다면 이번엔 촬영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젊은 영화인이 대거 선출된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영화계 현장 인사들이 많이 선출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영화계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들이 반영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영진위는 정부가 임명하는 위원장을 포함한 9인의 위원이 운영하는 합의제 기관이다. 문체부는 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장 인사에도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부위원장은 31일 신임 위원들의 회의에서 호선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영진위원장을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위원들의 호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법 개정이 늦어져 이번 인사에선 적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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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자님 말씀, 6가지 주제로 재구성… 우리말 풀이 돋보여

    동양 최고의 철학자로 평가받는 공자를 말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논어’다. 그런데 2000년이 지나온 세월 동안 논어의 20편 구성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학이(學而)’부터 ‘요왈(堯曰)’까지 20편의 편명은 각 구절의 첫 단어를 따왔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없는데도 말이다. 왜 논어를 편집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가. 논어의 다양한 가르침을 주제별로 새롭게 편집한 ‘논어신편’(이권효 지음·새문사·사진)이 최근 출간됐다. 동아일보 기자이자 동양철학 박사 출신인 저자가 공자의 가르침을 호학, 수신, 인격, 효도, 정치, 초탈 등 6가지 주제로 나눠 재구성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논어뿐 아니라 ‘맹자’ ‘순자’ ‘예기’ ‘주역’ ‘공자가어’ ‘효경’ ‘춘추좌씨전’ 등 주요 문헌에 흩어져 있는 공자의 말을 함께 녹여 풀어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논어 구절 대부분을 우리말로 풀어 썼다는 것이다. 논어의 핵심 개념인 ‘인(仁)’은 ‘생명력 있는 태도’, ‘군자(君子)’는 ‘인격 높은 사람’으로 바꿔 표현했다. 예(禮)와 도(道), 중용(中庸) 등 주요 용어도 우리말로 바꿔 썼다. 공자와 논어에 관한 책 가운데 ‘인’과 ‘군자’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쓰지 않은 책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출판사 측 설명이다. 저자는 “고전(古典)의 해석은 독점할 수 없으며 넓은 지평 위에서 개방적으로 접근할 때 오히려 생명력을 얻는다”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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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 최초의 실험실은 아르키메데스의 욕조

    “그의 명성이 얼마나 큰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실험과 일치하지 않는 법칙은 틀린 것이다.”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과학자 리처드 파인먼의 말이다. 그의 말은 과학의 본질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과학은 실험(증명)을 통해야만 권위를 얻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류 과학사에서 혁신적인 100개의 실험을 소개했다. 저자 존 그리빈은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최고의 과학 작가’라고 표현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과학 저술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00여 권에 달하는 대중과학서를 집필했다. 이 책 역시 비전문가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190여 개에 달하는 이미지와 풀어 쓴 설명이 이해를 돕는다. 책은 인류 최초의 과학 실험으로 평가받는 기원전 3세기의 아르키메데스의 순금 검증 실험부터 살핀다. 목욕을 하다가 욕조에서 넘쳐나는 물을 보고, 부력과 부피 측정의 방법을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몸을 던진 실험 끝에 ‘유레카(알았다)’를 외친 장면을 보고 있으면 읽는 이에게도 통쾌함을 선사한다. 저자는 특히 1600년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길버트에 주목한다. 그가 쓴 ‘자기에 관하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오직 과학실험에 의해서만 저술됐다. 저자는 이때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신비주의적 관점에서 과학적 연구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알하젠의 광학 실험, 중력파를 검증해 낸 ‘라이고 실험’ 등 인류 과학사에 분수령이 된 각종 실험 이야기들이 총망라돼 있다. 과학과 친해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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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문위국감, 출판영화계 블랙리스트 추가의혹 제기

    19일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출판·영화계의 블랙리스트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초록·샘플 번역 지원사업’에서 심사를 통과한 도서 4권이 뒤늦게 대상에서 탈락했다며 출판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궁했다. 출판진흥원이 노 의원에게 제출한 ‘초록·샘플 번역 지원사업 신청 접수 및 선정 결과 내역’ 자료에 따르면 해당 도서는 시사평론가 김종배·조형근의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시국사범 수배자 이야기를 다룬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 등이다. 노 의원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출판진흥원장의 개입 여부 등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은 지난해 출판진흥원의 ‘찾아가는 중국도서전’ 선정 과정에서도 5권의 도서가 문체부의 지시로 선정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배제 도서에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3’, 고도원의 ‘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뜨기를’ 등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문체부의 지시로 진흥원이 실행한 출판계 블랙리스트”라며 “진흥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회의록을 조작한 정황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과 관련해 정부 측의 조직적 상영 방해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당시 ‘다이빙벨’ 예매 기록을 공개하면서 “특정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기기를 통해 30여 분 만에 115장이 한꺼번에 예매됐다”며 “예매만 하고 관람은 하지 않는 방식으로 빈자리 만들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롯해 특정 세력의 개입 여부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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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다산의 따끔한 가르침 “네 이놈, 장가들더니…”

    최근 출간된 정민 한양대 교수의 ‘다산의 제자 교육법’에는 정약용(1762∼1836)의 각종 증언(贈言)들이 소개돼 있다. 증언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당부나 훈계의 내용을 적어 주는 글이다. “네 이놈, 장가들더니 말투도 건들건들하고 근실한 몸가짐은 찾아볼 수가 없구나. 글공부할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하니 그간 네게 쏟은 내 사랑이 아깝다.” 다산이 아끼던 제자 황상이 신혼의 재미에 취해 공부에 소홀하자 따끔한 글을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 다산은 “내외의 잠자리부터 따로 가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간의 글공부가 공염불이 된다”라며 다소 가혹한 ‘처방’까지 덧붙였다. 황상은 이 편지를 받고 다산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빌었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다산을 원망했겠지만 황상은 이후 학문에 매진해 조선 후기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성취를 이뤘다. 기자 역시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다산의 가르침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가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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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체부·기관 공직자들, 외부강의로 5년간 20억 …1억2000만원 고소득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 공직자들이 업무 이외의 외부 강의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최근 5년간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 받은 ‘문체부 본부 및 소속·산하기관 외부강의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해당 공직자들은 총 4398건의 외부강의를 했고, 그 대가로 20억5900만 원의 강의료를 받았다. 1회당 평균 강의료는 46만 원이다. 이 기간 동안 외부 강의를 통해 1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공직자는 7명으로, 이 중 1억2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이후에도 10분당 15만9000원의 강의료를 받아 법정 상한액인 시간당 40만 원을 위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곽 의원은 지적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에는 129건, 2013년 369건, 2014년 618건, 2015년 836건, 지난해에는 1342건이었고, 올해 1~9월은 1104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곽 의원은 “잦은 외부강의는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기강해이 우려를 낳는다”라며 “문체부가 공직윤리를 확립하는 등 내부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1억2000만 원 고소득 사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겸직허가를 받아 인천시립예술단 예술 감독으로 겸직해 발생한 사례금이다. 10분당 15만9000원의 경우는 신고자가 겸직허가를 받아 대학 출강한 내용으로 2시간 25분 강의시간(사례금 총 15만9000원)을 잘못 기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문체부는 “소속 직원들의 청탁금지법 및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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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양서 국보급 금동삼존불 출토 높이 8.7cm… 삼국시대 제작 추정

    삼국시대인 6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삼존불이 강원 양양군 진전사지에서 나왔다. 문화재청은 양양군과 국강고고학연구소가 올 7월부터 진전사지 3층 석탑(국보 제122호) 주변에서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삼국시대의 금동보살삼존불입상(金銅菩薩三尊佛立像)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불상은 광배(光背·빛을 형상화한 불상 뒤쪽의 장식물)의 위쪽 일부와 받침대 역할을 하는 연꽃무늬 좌대가 조금 떨어져 나갔으나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다. 높이 8.7cm로 성인 손바닥 크기에 불과하지만 삼국시대의 불상이 많지 않고 출토지가 명확하며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에서 국보급으로 평가된다. 국립춘천박물관이 진행한 보존처리 과정에서 청동으로 보이는 이 불상의 재질이 금동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본존불을 중심에 두고 좌우에 보살을 배치하는 삼존불이지만 본존불에 부처가 아닌 보살을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중심에 관음보살이 있고 양옆에는 본존불을 보좌하는 협시보살이 새겨져 있다. 관음보살과 협시보살 사이에 구멍이 2개 뚫려 있는 점 역시 독특한 형식으로 이 같은 사례는 처음 발견된 것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 가닥으로 올라간 보관(寶冠), ‘X’자형의 옷 주름, 화불 등으로 미뤄 볼 때 삼국시대에 제작된 세련된 양식의 불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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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인사 목조불상서 국보급 고려 불경 29책 발견…역사적 가치 높아

    경남 합천군 해인사 원당암에 있는 15세기 목조아미타불좌상에서 고려 후기에 제작된 불경 29책이 발견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원당암 목조아미타불좌상의 내부를 조사한 결과 고려 우왕 1년(1375년)에 인출(印出)한 서적 ‘성불수구대다라니’와 고려대장경으로 찍은 ‘대방광불화엄경’ 28책을 찾아냈다고 16일 밝혔다. 성불수구대다라니는 소매에 넣을 수 있는 작은 책인 수진본(袖珍本)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 독특한 형식의 변상도(變相圖, 불교 경전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가 실려 있고, 간행 기록이 분명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발견된 대방광불화엄경 28책은 당대 고려대장경 경판으로 직접 찍은 불경이어서 문헌사적인 의미가 크다고 조계종 측은 설명했다. 1694년 해인사 승려 숭열(崇悅), 종안(宗眼) 등이 불상을 중수했다는 발원문도 발견됐다. 조계종은 이번 조사에서 목조아미타불좌상과 함께 삼존불(三尊佛)을 이루는 좌우의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을 X레이로 촬영해 분석했다. 지장보살입상에서는 금속장식이 있는 족자형 사경(寫經·손으로 베껴 쓴 경전)이 발견됐다. 족자형 사경은 일본에 있는 고려의 사경인 ‘불설대길상다라니경’ 이후 처음 나온 사례다. 관음보살입상에는 종이 뭉치와 경전 사이에 병풍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책인 절첩본(折帖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윤 조계종 문화재팀장은 “원당암 불상들은 1490년 해인사 법보전과 대광명전에 봉안된 비로자나불상에 들어간 은제 후령통(候鈴筒·복장 유물을 넣는 통)과 유사한 형태라는 점에서 1490~1500년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문화재청에 원당암 삼존불과 전적(典籍)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으며 보존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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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R… 파사드… 134개사 융복합콘텐츠 어우러져

    문화기술(CT)을 바탕으로 한 전국의 특색 있는 게임과 캐릭터 콘텐츠가 어우러진 ‘2017 넥스트 콘텐츠 페어’가 13일부터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미래의 일자리, 콘텐츠에 있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콘텐츠의 전시·체험관부터 비즈니스 매칭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벡스코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 행사는 △지역 문화산업 지원 기관 중심의 공동관 △최신 가상현실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VR 체험관 △스타트업과 크리에이터 등 창업 초기 기업 중심의 넥스트웨이브존 등 3개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134개사의 지역 우수 콘텐츠들이 전시된 공동관에선 부산 앞바다를 벗어나 육지로 올라온 호기심 많은 발 달린 캐릭터 ‘꼬등어’와 전통문화유산에 첨단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다양한 영상 투사) 기술을 융합한 전주 풍남문 외벽 영상 등 지역 특성이 녹아있는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 콘텐츠들을 선보였다. 12개의 첨단 VR 콘텐츠를 처음 선보인 VR 체험관은 최근 VR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행사 기간 내내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김홍도 신윤복 등 조선시대 화가들이 그린 풍속화 속으로 들어가 활을 쏘고 기왓장도 던지며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미술로 보는 한국역사, 문화체험’과 영화 ‘쥬라기공원’에 등장한 공룡을 만나볼 수 있는 ‘가상 공룡학습체험관’ 등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우리나라의 뛰어난 VR 기술 수준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행사에선 콘텐츠와 일자리가 연계된 실용적인 내용들이 눈길을 끌었다. 처음 선보인 ‘넥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리크루트’ 프로그램에선 한글과컴퓨터, SK플래닛, 인터파크 등 주요 콘텐츠 기업의 인사담당자 10여 명과 헤드헌팅 기업 맨파워 코리아의 헤드헌터가 참여해 기업의 인재상과 채용 정보는 물론이고 일대일 채용컨설팅도 진행했다. 또 국내 콘텐츠 산업의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회에서는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19개국 80여 명의 바이어와 국내 방송영상 콘텐츠 분야 바이어, 투자자들이 참석해 국내 우수 콘텐츠의 수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강만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행은 “3회째를 맞은 넥스트 콘텐츠 페어는 지역 우수 콘텐츠의 판로를 지역을 넘어 전국과 해외로 확대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지역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수 지역 콘텐츠를 육성하고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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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묘하게 변하는 커피 맛의 과학

    377잔.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다. 2012년 288잔이던 것에 비해 100잔 가까이 증가해 지금은 매일매일 1잔 이상씩 커피를 마신다는 얘기다. 덩달아 서점가에는 커피 관련 각종 책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 책의 접근법은 독특하다. 커피에 녹아있는 과학적 원리에 주목한다. 커피의 시작인 원두부터 보자. 산미가 뛰어난 아라비카와 향은 다소 투박하지만 크레마(커피 위에 생기는 갈색 크림)를 풍부하게 하는 카네포라 종이다. 하지만 같은 종의 원두라도 생산지의 고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해발 1525m 이상 초고지대의 원두에선 과일향과 꽃향기가 나고,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해발 800∼900m에선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난다. 고도에 따른 온도차가 원두의 성숙 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원두가 재배된 후 거치게 되는 로스팅, 그라인딩(분쇄), 추출 등에 의해 달라지는 커피 맛의 세계가 단계별로 풍부하게 제시된다. 실용적인 정보 역시 가득하다. 커피와 어울리는 물은 미네랄 농도가 50∼150ppm인 생수가 적합하고, 물 온도는 91∼95도가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한다. 핸드드립, 모카포트, 에스프레소 머신 등 기구별로 직접 커피를 만드는 매뉴얼도 함께 소개돼 있다. 여러 논문과 연구 자료를 재가공해 만든 도표와 다이어그램, 일러스트 등이 다양하게 수록된 책의 구석구석을 읽다 보면 마치 ‘커피학’ 교과서를 읽는 느낌마저 받는다. 매일 마시는 커피에 풍부한 깊이를 더해 주는 책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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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1회 인촌상 시상식… 각계인사 300여명 참석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1회 인촌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이 상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용훈)와 동아일보사는 매년 인촌 선생의 탄생일(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교육) △강효 줄리아드음악원 교수(언론·문화)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인문·사회) △김종승 고려대 교수(과학·기술)는 각각 상패와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수상자 공적은 9월 5일자 A8면 참조 이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올해 복잡하게 얽혀가는 북핵을 둘러싼 혼란이 인촌 선생의 리더십을 더욱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축사에서 “수상자들은 공선사후(公先私後), 신의일관(信義一貫)으로 헌신한 선생의 유지를 이어 큰 성과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인촌상운영위원회(위원장 한승주)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7월부터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수상자를 확정했다. 교육 부문 수상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7)는 “6·25전쟁 시절 병상에서 일어나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던 인촌 선생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마음으로 가까이 모셨던 선생이 직접 상을 주시는 듯해 큰 영광”이라며 “제자와 함께 상을 받는 스승의 마음을 모르실 것”이라고 했다. 인문·사회 부문 수상자인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80)는 김 교수가 연세대 문과대에서 가르친 제자다. 몸이 불편한 이 교수를 대신해 부인 김정매 동국대 명예교수가 수상자로 참석했다. 부인이 읽은 수상소감에서 이 교수는 “말과 글에 대한 관심을 놓아본 적이 없다”며 “우리말 사전 편찬을 함께한 선배, 동료, 후배 학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인 강효 교수(73)는 “남은 삶의 기간 동안 무엇이든 더 잘해보고 싶은 의욕과 용기가 생겼다”며 “상금은 한국 음악계와 인재 양성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암 표적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공로로 과학·기술 부문에서 수상한 김종승 고려대 교수(54)는 “실험실에서 밤낮없이 함께 연구한 연구원들 덕에 보잘것없는 제가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과학 발전에 초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현악 앙상블 ‘조이 오브 스트링스’와 바리톤 서정학 씨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조종엽 jjj@donga.com·유원모·김민 기자 ● 주요 참석자 명단▽정·관·법조계=김수한 전 국회의장, 고건 노재봉 이홍구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하 가나다순) 김종빈 전 검찰총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성엽 국회의원,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이진강 전 대한변협 회장, 장성원 전 국회의원, 정성진 대법원 양형위원장, 조영달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학계·교육계=강석중 한국세라믹기술원장, 국양 서울대 교수, 권순달 수원대 교수,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김광수 한신대 명예교수, 김기문 포스텍 교수, 김문석 과천여고 교사, 김병완 고대부고 교감, 김병휘 한양대 명예교수,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성우 연세대 명예교수, 김성진 한림대 명예교수,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김영진 인하대 명예교수, 김용복 광운대 명예교수, 김용찬 고려대 연구기획본부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김원희 고려사이버대 총무처장,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감사, 김종필 중앙고 교장, 김진성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학준 인천대 이사장,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김흔 전 중앙고 행정실장, 나승일 서울대 교수, 나홍석 고려사이버대 교수, 남기심 연세대 명예교수,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문세준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박길성 고려대 교육부총장, 박길준 연세대 명예교수, 박명식 고려중앙학원 상임이사, 박순영 연세대 명예교수, 박연정 고려사이버대 교무처장, 박인서 연세대 명예교수, 박종훈 고려대 의무기획처장, 박찬욱 서울대 교육부총장, 백완기 고려대 명예교수, 서성규 고려대 기획처장,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송창범 고대부중 교감,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 신현석 고려대 교수, 안동규 한림대 부총장,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 안정오 고려대 세종부총장, 엄정식 서강대 명예교수, 염재호 고려대 총장, 염철현 고려사이버대 학생처장, 유병현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윤성택 고려대 이과대학장, 윤영철 연세대 교수, 이관영 고려대 연구부총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이기영 인천대 교수, 이동준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입학홍보처장, 이용균 중앙고 교감, 이원희 대원교육장학재단 이사장, 이주현 고대부중 교장, 이초식 고려대 명예교수, 이충환 인촌장학생동문,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이홍우 상명대 석좌교수, 임상호 고려대 대학원장, 장승문 중앙중 교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정대현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인재 서강대 명예교수, 정재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진곤 한양대 명예교수, 정진택 고려대 공과대학장, 조성규 연세대 명예교수, 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 진덕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광식 고려대 교수, 최덕 명지대 교수, 최용석 중앙중 교감,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한금선 고려대 교수, 한상복 서울대 명예교수, 허도영 고대부고 교장,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경제계=구자열 LS그룹 회장, 권영민 전 태영건설 상무, 권이상 전 경방 감사, 김명하 김앤에이엘 회장, 김선휘 삼양염업사 고문, 김양수 전 현대차 부사장, 김영 코나딥코리아 대표, 김재억 삼양홀딩스 고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김정환 호텔롯데 대표이사, 김창세 제일특허법인 대표, 김태희 삼표에너지 회장,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서정호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 안병모 유창건축사사무소 사장, 오세정 한국금융투자협회 본부장, 이기황 다음소프트 이사, 이병연 세화애드컴 대표, 이중홍 경방 고문, 정세장 면사랑 대표, 정종섭 다림바이오텍 대표, 홍성훈 삼양홀딩스 감사 ▽언론·출판·문화·체육계=고승철 나남출판 사장, 김광희 전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김기경 한국오리엔티어링연맹 명예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고문, 김복수 전 동아일보 관리국 부국장, 김상준 울산김씨대종회 상근부회장, 김유리 인촌장학생동문, 김은 인촌기념회 이사, 김재봉 지역신문발전위원장, 김정옥 전 예술원 회장, 김정일 전 동아애드넷 대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김종태 평화의 마을 대표,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장, 김태선 동우회 명예회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류재림 한국영상자료원장, 민경갑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박기정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박오학 전 동아일보 전무, 박진오 동아일보 감사, 박충서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배인준 EBS 감사, 성낙오 전 영남일보 사장, 양철화 전 동아일보 관리국장, 어경택 화정평화재단 감사, 오명 전 동아일보 회장, 이기웅 열화당 대표,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연택 동아마라톤 꿈나무재단 이사장, 이종석 위암장지연선생기념사업회장, 이종세 한국체육언론인회장,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임성준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임연철 서초문화예술회관 관장, 전만길 전 서울신문 사장, 전용호 한국어문언론인협회 부회장, 정준기 전 동아일보 광고국장, 조강환 동우회장, 조천용 동우회 이사, 최규철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최동욱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장, 최맹호 전 동아일보 부사장, 최명우 안전신문 주필, 한종우 성곡언론문화재단 이사장,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 현재천 인촌기념회 이사, 홍공선 동우회 이사, 홍성훈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홍인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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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종 황제의 특별한 12장복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황제의 복식으로 제정한 면복(冕服)의 재현품(사진)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면복은 면류관과 여러 장신구로 구성된 예복을 뜻한다. 경운박물관은 특별전 ‘대한제국, 복식에 깃든 위엄’에서 각종 사료와 문헌을 바탕으로 만든 대한제국 황제의 면복 12장복과 12류 면류관 등을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12장복은 해, 달, 별, 산, 용 등 문양이 12개인 옷을 뜻하고 12류 면류관은 구슬을 꿴 끈이 12개 달린 것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면복은 검은색 상의, 중단(中單·제복 안에 입는 두루마기), 혁대, 버선 등 13개로 이뤄져 있다. 명나라의 예법을 따른 조선은 왕이 제후의 복식을 착용해 9장복과 9류 면류관을 사용했다. 그러나 고종은 대한제국 황제가 되면서 중국 황제와 같은 12장복과 12류 면류관을 예복으로 정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종과 순종, 의친왕의 복식과 유품을 비롯해 사진작가 서헌강이 덕수궁을 촬영한 작품 등을 함께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서울 강남구 경기여고 교정 안에 있으며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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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우리말 시 1500편… “감칠맛 따라올 언어 없죠”

    ‘함박웃음들 정담들 와글와글 넘친다/춤판 너울질 가락들 양양히 돌려댄다….’(시 ‘만발’) 꽃이 활짝 핀 길을 거닐며 느낀 소회를 표현한 김두환 시인(82)의 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자어나 외래어를 찾기 힘들다. 이 시뿐 아니다. 땀직하다(말이나 행동이 속이 깊고 무게가 있다), 숫보기(순진하고 어리숙한 사람), 사리물다(힘주어 이를 꼭 물다) 등 그의 시 속에는 순우리말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는 30년간 순우리말로 시 쓰기를 고집하고 있다. 1987년 등단 이래 그가 발표한 시는 총 1837편. 이 중 1500여 편은 순우리말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시구를 우리말로만 채우는 이유는 뭘까. “우리말만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어요. ‘푸르다’만 보더라도 ‘시퍼렇다, 짙퍼렇다, 푸르스름하다’ 등 수십 수백 가지로 표현할 수 있죠. 우리말이야말로 시를 위한 최적의 언어입니다.” 평생 우리말 시를 고집하면서 생긴 우여곡절도 많았다. 다소 낯선 그의 시를 보고 “어색하다” “생경하다”는 문단의 혹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제2회 영랑문학상 본상, 제10회 허균문학상 본상, 제2회 한국신문학 대상 등을 수상하며 문단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 시가 ‘열외’ 취급을 당했죠. 하지만 나중에는 어디서 이런 시어를 배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한자어나 외래어를 써야 유식해 보인다고 여기는 생각이야말로 좋은 글을 쓰는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그가 우리말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약대생 시절 우연히 시작하게 된 학보사 기자 경험 때문이다. “약학 원서가 너무 비싸던 시절이었어요. 학보사 사무실에서 복사를 공짜로 할 수 있다고 해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죠. 정확한 맞춤법을 알려고 찾아보기 시작한 국어사전에서 알지 못했던 우리말의 매력을 발견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작업실 책꽂이 한가운데에는 ‘1991년 11월 28일’ 발행된 날짜가 찍힌 국어대사전이 테이프로 동여맨 채 꽂혀 있었다. 그는 졸업 후 종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면서도 틈틈이 사전을 살펴보고, 우리말 시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손님이 뜸한 오전이면 매일 사전에 나와 있는 특이한 형용사나 부사의 용례를 메모장에 적어 놓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죠.” 그는 올해 말 지금까지 발표한 1800여 편의 시 중 150편을 골라 시선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김 시인은 쓰지 않는 언어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순우리말 시 창작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들 때 몇 번 친 떡과 100번을 친 떡은 맛이 달라요. 우리말도 다양하게 사용해야만 감칠맛 나는 값진 언어로 남을 수 있죠.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우리말 시를 쓸 겁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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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한쪽 벽면을 사전으로 채운 시인의 작업실

    최근 한 시인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가 쓴 수십 권의 시집이나 각종 원고지보다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면을 채운 각종 사전이었다. 특히 그가 자주 본다는 사전은 표지가 완전히 너덜너덜해져 테이프로 겨우 책의 형상을 유지할 정도였다. 그가 이토록 사전을 아끼는 이유는 뭘까. 시인은 “30년 넘게 시를 써왔지만 여전히 모르고 지나쳐버린 아름다운 단어들이 차고 넘친다”라며 “시인의 삶이 끝날 때까지 사전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봉 2주 만에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작 소설가 김영하는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고 한 TV 프로그램에서 말했다. 그는 이름을 모르는 꽃을 보면 즉석에서 꽃 이름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해 꽃 이름을 손수 메모하곤 했다. 글의 경지에 오른 대가들에게선 현란한 기술이나 심오한 이론 대신 이처럼 단어 하나에 천착하는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격언은 어디서나 유효하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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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주민들이 만든 ‘장마당’, 北의 변화를 이끌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3일 6차 핵실험을 진행한 것에 이어 15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쏴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뜨렸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북한의 핵도발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북한의 핵 집착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한다. 방법은 독특하다. “북한의 기이함이라는 신화를 통해 이익을 얻는 곳은 다름 아닌 북한 정권”이라며 북한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그래야 북한 사회와 정권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한국학연구센터의 연구교수다. 1998년부터 2년간 북한에 체류하며 세계식량계획(WFP)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식량 원조 사업을 직접 감독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도 각각 연구 생활을 해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 국가의 최고위급 정치인들부터 북한의 가장 외딴 지역에 사는 극빈층 주민까지 만난 그의 경험이 책을 만든 원동력이다. 이 책에선 섣부른 예측이나 감정적인 분석은 배제돼 있다. WFP,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검증을 거친 데이터와 저자가 북한에서 얻은 현장 자료가 바탕이 됐다. 저자는 북한 체제의 뿌리인 김일성의 ‘우리식 사회주의’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풀어간다. 유독 북한의 사회주의가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 사회주의 사상보다 오히려 유교적 전통 공동체의 결속 문화를 더 중시한 정치 시스템을 꼽는다. 북한이 그토록 반일(反日)을 외치면서도 정작 일제강점기의 사상범 처벌과 연좌제 등을 사회 유지 체제의 주요 수단으로 삼았다며 북한식 통치 방식의 허상을 꼬집는다. 공동 농장과 집단 배분 등 나름대로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를 유지했던 북한이었지만 1990년대 겪은 대기근 이후로 북한 사회가 통째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눈에 띄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변화의 주역으로 평가한 부분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북한 정권과는 달리 주민들은 스스로 시장화라는 제도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장마당’이다. 장마당은 북한에선 없어선 안 될 주요 경제축이 됐고, 북한 정권은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자본주의를 사실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선 북한 정권이 통제력을 잃어가면서 북한 주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화가 깨져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선군정치는 북한 정권이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 북한군의 주요 업무는 계속되는 경기 악화와 일상생활의 빈곤 등에 대한 불만과 정치적 반대를 진압하는 것에 치중돼 있다. 하지만 국방 우선 정책으로 인해 경제 활동의 중심에 있어야 할 100만 명의 젊은 남녀가 군인으로 차출되면서 국가 재건을 위해 사용될 수 있었던 자원을 집어삼켜 버렸다고 본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이 북한 정권의 안정성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선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치한 실패작이라고 비판하며 해결책으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감정은 배제한 채 북한 정권과 주민들의 삶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북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참고서로 제격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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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상천 “어제 보낸 문자는 기억 못해도… 손으로 직접 쓴 메모는 오래 남아”

    “어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조차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하지만 직접 쓴 메모는 기억에 남습니다. 손으로 빠르게 쓰는 속기 보급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죠.” 구순을 앞둔 남상천 남천속기연구소장(88)은 속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열정이 넘쳤다. 자신의 이름을 딴 ‘남천속기법’을 만들어 보급해 온 그는 최근 교육부 주관의 국민교육발전 유공 포장을 받았다. 그는 “60년간 ‘미친’ 짓을 하니 이제야 인정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1950년부터 5년간 군법관회의의 서기병으로 군 복무를 한 그는 당시 신문과 잡지에 나온 단어 19만 자를 분석했고 1956년 남천속기법을 만들었다. 정부는 1963년 속기를 실업계 고교의 정규 교과과정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는 “속기를 활용하면 10분에 3000자까지 쓸 수 있어 초고속 메모가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동안 그가 양성한 속기지도교사만 1000명이 넘는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글 쓰는 문화 자체가 사라진 요즘 속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지털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펜과 종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 속기의 속도와 효율성을 절대 못 따라옵니다.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전자펜을 활용한 속기노트가 개발돼 온 국민이 속기를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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