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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레이철 조이스 지음·민음사)=평범한 60대 정년퇴직자 해럴드 프라이. 어느 날 암에 걸린 옛 직장 동료의 편지를 받고 영국을 남북으로 종주하는 도보여행을 떠난 그가 여행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1만3500원.책으로 가는 문(미야자키 하야오 지음·현암사)=애니메이션 감독인 저자는 어린이문학을 어린이에게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살아도 된다’는 응원을 보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어린 시절부터 읽은 세계 명작 50권을 뽑아 추천했다. 1만3000원.백인천 프로젝트(정재승 외 지음·사이언스북스)=1982년 프로야구 원년 백인천 선수의 타율 4할1푼2리. 이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평범한 시민부터 교수, 기자, PD 등 58명이 뭉쳤다. 함께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해 논문을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했다. 1만8000원.1942 대기근(멍레이 외 엮음·글항아리)=1942년 중국 허난 성 대기근 당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살육을 불사했다. 300만 명이 숨졌지만 정부가 감춰 온 역사를 ‘허난상보’ 기자들이 추적 고발했다. 1만9000원.발바닥이 간질간질(한은영 글, 그림·책읽는곰)=노란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와 새하얗고 보송보송한 발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나비가 살랑살랑, 발바닥을 간질간질. 아이, 간지러워. 와하하하! 9800원.}

인터넷서점 검색창에 ‘반기문’으로 검색해보니 50건에 가까운 검색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련 책이라니…. 외면할까 하는데, 책 띠지에 적힌 문구가 눈에 박힌다. ‘반 총장이 공식 인정한 유일한 책.’ 책을 펼치니 3월 미국 뉴욕 출판기념회에서 밝힌 반 사무총장의 소감이 적혀 있다. 요지만 옮겨보면 ‘(이전에 나온) 나에 관한 책이 15권 정도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책 저자들과 책 출간을 전제로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논설실장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아시아의 거인들’ 시리즈를 출간한 바 있다. 시리즈 네 번째인 반 총장의 책을 쓰려고 2010∼2012년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서 두 시간씩 일곱 차례 대담을 진행하고 사적인 자리에서 여섯 차례 만났다. 반 총장의 말을 정확히 옮기려고 관저 인터뷰 때는 녹음과 녹화까지 마쳤다. 책엔 반 총장이 말하는 유엔의 정의, 외교 노하우, 국제 이슈에 대한 생각이 녹아 있다. 그런데 다른 책이나 매체에서 만날 수 없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더 눈이 간다. 69세인 반 총장은 10대처럼 빠르게 스마트폰을 다루고 회의 중간에도 스마트폰으로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한다. 문서 타이핑이나 e메일 첨부파일 확인도 직접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구호기금을 흥정하고, 좋아하는 영화가 ‘지.아이.제인’이라고 말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저자의 돌직구 질문도 재밌다. 청렴하다고 알려진 반 총장이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정직과 성실로 살아왔다”고 말하자 저자는 “많은 사람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그 때문에 부패하게 된다”며 물러나지 않는다. 24시간 바쁘게 일하는 반 총장을 두고 한국인에겐 ‘레드불’(고카페인 에너지음료)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고 능청도 떤다. 책엔 반 총장의 아내 유순택 여사 인터뷰, 케네디스쿨 스승이었던 그레이엄 앨리슨, 조지프 나이 교수의 인터뷰도 담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저자가 한국의 과거 60년을 되돌아보고 미래 15년을 전망했다. 그는 저성장을 피할 수 없는 한국의 ‘어두운 미래’를 예상했다. 저자의 해법 중 하나는 ‘인센티브’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잘하는 사람과 기업에 보상이 제대로 돌아가야 하고, 그로 인한 소득불균등을 조세와 사회복지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창조경제를 내세운 새 정부의 슬로건은 적절하지만 혁신과 창조는 근본적으로 민간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충고도 있다.}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442km 떨어진 인구 4만5000명의 소도시 앙굴렘.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만화축제인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엔 전 세계에서 관람객 25만여 명과 기자 800여 명이 방문한다. 올해로 40회째다. 16년 역사를 가진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찾은 필리프 라보 앙굴렘 시장(50)을 15일 부천 만화축제 현장에서 만났다. 라보 시장은 앙굴렘의 성공을 ‘시민과 만화가의 우정’이라고 불렀다. 그는 앙굴렘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 그가 열 살 때인 1973년 봄 만화를 좋아하는 시민들이 만화가를 초대해 ‘앙굴렘의 만화살롱’ 행사를 연 것이 페스티벌의 시초다. 라보 시장은 앙굴렘을 찾은 100여 명이 마을 식당이나 커피숍에 모여 담소를 나누던 소규모 행사로 기억했다. 살롱 행사 이야기를 담은 소식지를 만들어 주변에 알리고 출판사도 관심을 가지면서 행사가 점점 커졌다. “과거 앙굴렘은 종이산업이 발달해 출판인이나 예술가가 많이 모여 산 역사적 배경도 성공 요인입니다. 또 시민들도 손님을 맞이하고 알아가길 좋아해요. 페스티벌이 열리면 앙굴렘 주변 150km 근방까지 숙소가 꽉 차는데, 앙굴렘 시민들은 기꺼이 제 집을 방문자를 위해 개방합니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선 정부 지원도 중요했다.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당선 이후 앙굴렘을 방문한 인연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만화광인 자크 랑 당시 문화부 장관도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라보 시장은 “정부 지원을 받아 앙굴렘에 프랑스 유일의 만화박물관을 세웠고, 박물관이 상징인 동시에 전시 공간 역할을 하자 더 많은 유명 만화가가 모였다”고 설명했다. 페스티벌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장도 제대로 뽑아야 한다. 앙굴렘 시민들은 시장 선거 때 페스티벌을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할 역량이 있는지를 제일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라보 시장은 어릴 때부터 만화페스티벌을 가까이 보면서 컸고, 중고교 시절 만화대회에 출품한 경력이 있는 만화 팬이다. 그는 “만화페스티벌을 중단할 생각으로 나오는 시장은 절대 당선될 수 없다”며 웃었다. 2008년 시장으로 뽑힌 라보 시장은 부천 같은 해외 만화도시와의 교류에 힘쓰고 있다. 그는 “부천 같은 만화도시들이 다같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대단한 일을 벌인 부천에 박수를 보낸다. 어른들도 많이 찾는 축제로 커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앙굴렘에서 한국 만화의 활약도 기대했다. 한국은 2003년 주빈국으로 선정됐고, 올해 1월엔 한국만화특별전 행사도 열었다. 라보 시장은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은 만화를 영화로 만든 한국이다. 반대로 프랑스 제작자가 앙굴렘에서 만난 한국 만화를 영화로 만들어 세계에 알릴 수 있다. 앙굴렘을 적극적으로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여성가족부는 일본군 위안부의 생애를 만화로 제작해 내년 1월 앙굴렘에 출품할 계획이다. 라보 시장은 위안부 만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위안부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하는 일입니다. 앙굴렘에서 만화로 위안부 문제를 알린다면 많은 서양인이 알게 될 것입니다. 만화의 목적이 세상을 빛내주는 일인데, 만화로 이 문제를 알려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영화 ‘설국열차’의 인기를 타고 양갱까지 덩달아 잘 팔리고 있다. 양갱의 생김새가 영화 속 열차 꼬리칸의 하층민이 먹는 ‘단백질 블록’과 닮았기 때문. 이 작품의 만화 원작자들에게 양갱을 아는지 물었더니 스토리를 쓴 뱅자맹 르그랑(63)이 재킷 주머니에서 양갱을 꺼내 보여줬다. 르그랑은 “다른 프랑스 작가가 양갱을 주면서 ‘설국열차를 볼 때 꼭 꺼내 먹어보라’고 했다. 봉준호 감독과 영화를 보면서 먹기 위해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원작자의 손에 양갱을 쥐여줄 정도로 영화가 인기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이후 보름 만에 관객 700만 명을 넘어섰고,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재출간된 원작 만화도 열흘 만에 1만5000부가 팔렸다. 영화에 담지 못한 꼬리칸 이야기를 담은 윤태호 작가(44)의 웹툰 ‘설국열차: 프리퀄’은 영화 개봉일에 연재를 시작해 1, 2회분을 합쳐 조회수가 800만을 넘었다. 1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원작 만화 ‘르 트랑스페르스네주’의 스토리 작가 르그랑과 그림을 그린 장마르크 로셰트(57), 윤 작가, 그리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함께 만나 한국 만화의 발전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만화 이야기의 힘 ―영화 ‘설국열차’의 흥행을 어떻게 보나. ▽로셰트=이렇게까지 성공할지 몰랐다. 30년간 묻혀 있던 작품이 프랑스도 아닌 한국에서 성과가 나와 정말 놀랍다. 그냥 뿌려놓은 씨앗이 크게 자란 느낌이다. ―1970년 시작한 만화는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바뀌기도 했는데, 어떻게 작품을 이어 나갔나. ▽로셰트=이야기를 잇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살릴까 고민하다가 SF 작품을 많이 해온 르그랑에게 연락했다.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메타포적 동화를 쓰려고 했다. ▽르그랑=첫 권에서 등장인물이 대부분 죽었다. 고민 끝에 제2열차를 구상하고 새로운 인간 군상을 그렸다. 설국열차끼리 부딪칠 수 있다는 갈등 요소를 만들어내니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영화 작업에도 참여했나. ▽로셰트=봉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화가 캐릭터를 그림을 그리는 기자 정도로 생각했다. 내가 화가로 하자고 제안하니 그가 수락했고, 내가 영화 속 그림을 직접 그렸다.(극중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화가’의 손은 로셰트의 것이다) ―유 장관과 윤 작가는 만화, 영화를 어떻게 봤나. ▽유=만화와 영화, 웹툰 모두 우울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만화가 이야기의 원천 소스로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윤=만화와 영화 모두 독특한 매력이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적 정서를 담은 영화가 조금 더 알기 쉬웠다. ―영화는 만화에서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내용이 상당히 다른데, 원작자 입장에선 서운하지 않나. ▽로셰트=영화는 서사적이고 만화는 시적인 부분이 있어 100% 영화로 옮기기 어려워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봉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들어서 전혀 아깝지 않다. ▽윤=만화가는 자기 세계를 만화로 이미 증명했다. 만화와 다르게 영화에서 각색되는 건 감독의 몫이고 전혀 아쉽지 않다. ―지구 종말을 앞두고 설국열차에 오르겠나. ▽르그랑=내가 조금 젊었다면 설국열차에 올라서 많은 사람과 여러 일을 도모하지 않을까. ▽로셰트=얼마 전 알프스에 다녀왔다. 눈을 좋아하는데 지옥 같은 열차에 타느니 눈 위에 서서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는 편이 낫겠다.○ 한국 만화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한국 만화를 접한 적이 있나. 특히 웹툰을 본 적이 있나. ▽르그랑=프랑스 서점에 처음엔 일본 ‘망가’가 많았는데 요즘엔 망가가 주춤하고 한국 만화가 많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에서 ‘설국열차’를 출판한 카스테르만에서도 한국 만화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작품을 출판하고 있다. 한국 만화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로셰트=독일 베를린에 사는데 젊은 작가가 웹툰이라는 게 있다고 알려줘 최근에 알았다. 윤 작가가 그린 ‘설국열차’ 웹툰을 봤는데 그림이 생동감 있었다. 특히 조회수가 몇 백만이던데 책도 그만큼 팔리면 좋겠다. ▽윤=영화가 원하는 웹툰을 그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봉 감독과 미팅을 여러 번 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해설의 틀’을 준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유=2003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때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해 유럽에 한국 만화를 알렸다. 이후 조금 주춤했지만 웹툰으로 다시 부흥하는 분위기다. 해외에 만화를 알리려면 번역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엉망인 번역도 많았다. 만화의 간결한 구어체를 잘 살릴 만화 전문 번역가를 육성하는 데 힘쓰겠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945년 9월 9일 오후 4시경 서울 조선총독부 중앙회의실. 아베 노부유키 조선총독은 미군 제24군단 존 하지 중장, 제7함대 T C 킨케이드 해군제독 등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곧 일본의 8·15 항복 이후에도 총독부 건물에 걸려 있던 일장기가 내려가고 성조기가 걸렸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끝나고 미군정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날 항복문서 조인식 장소가 경성 조선총독부가 아니라 인천에 정박해 있던 7함대 선상에서 열릴 예정이었음을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됐다. 13일 전북 완주군 완주 책박물관(관장 박대헌)은 1945년 9월 9일 작성된 영어판 항복문서 사본과 타자기로 타이핑한 것으로 보이는 항복문서 초안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항복문서는 일본어판의 존재만 알려져 있었다. 항복문서 초안은 첫 공개다. 영어판 항복문서에는 38도 이남 일본군의 무조건 항복과 함께 통치 권한을 연합군 최고사령관에게 이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인천 도착 전 함상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항복문서 초안은 일부 미세한 표현 차이가 있을 뿐 서명된 문서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서명 장소가 ‘서울’이 아닌 ‘인천’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는 “미국이 7함대 군함 20여 척을 몰고 인천에 왔기 때문에 그 위세를 과시하려고 인천으로 부르려고 했을 것이다. 당시 인천에 있던 연합군 포로수용소를 해방시킨다는 상징적 의미도 담았다. 짐작하건대 당시 건강이 나빠져 거동이 불편했던 아베가 인천까지 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일 일본에서 이뤄진 항복 서명도 도쿄만 요코하마에 정박 중이던 미군 전함 미주리호 선상에서 이뤄졌다. 다른 전문가는 “아마도 패전국인 일본이 먼저 미국에 예우를 다하려고 먼저 인천으로 가겠다고 청한 것 같다. 다만 미군이 어차피 서울로 들어가야 하니 편의상 그곳에서 하자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무더운 여름, 만화 축제에 풍덩 빠져 더위를 식혀보자.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14일부터 18일까지 경기 부천에서 펼쳐진다. 이번 축제에선 만화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비밀스러운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축제의 주제도 ‘이야기의 비밀’이다. 부천 원미구 상동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선 ‘이야기의 비밀’ 주제전시가 열린다. ‘설국열차’ ‘미생’ ‘제7구단’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설의 주먹’ 등 인기 만화의 제작 과정과 영화나 다른 장르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작가들의 창작 비밀을 엿볼 수 있는 만화 초고, 콘티 그림과 작가의 상상력을 일깨운 물건도 공개된다. 15일엔 ‘이야기의 비밀’을 털어놓는 손님이 축제를 찾는다. 영화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과 원작 만화의 작가인 장마르크 로셰트, 뱅자맹 르그랑이 만화박물관에서 만나 설국열차를 영화로 만든 이유, 영화로 구현하는 과정, 영화에 빠진 만화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여성 작가에 관심이 많다면 ‘한여름 밤의 메르헨’ 전시관에 가보자. 국내 여성 만화가 71명이 세계 명작 동화를 재해석한 일러스트를 전시한다. 동화 속 주인공처럼 꾸미는 ‘코스튬 플레이’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만화박물관 앞 특설페어관에서는 해외 작가를 만날 수 있다. 2009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올해의 발견 작가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 전이 열린다. 15일엔 비베스가 드로잉쇼를 선보이고 사인회도 연다. 지난해 부천만화대상 해외작가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특별전도 열린다. 부천시청에선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그랑프리상과 특별상 수상작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시민 참여행사도 부천 곳곳에서 열린다. 코스프레 최강자 대회, 인기 작가 사인회, 만화캐릭터 퍼레이드 등이다. 개막을 앞두고 사전 마감된 행사가 많아 미리 문의해야 헛걸음하지 않는다. 032-310-3071, www.bicof.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책 권하는 유치장’이 있다고 해서 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았다. 취재 목적으로 유치장 안에 들어가는 것은 규정상 금지돼 있어 경찰서 내 유치장 폐쇄회로(CC)TV로 안을 살펴봤다. 한 30대 남자 유치인이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책 제목이 화면에 보이지 않아 경찰에게 물어봤다. 그가 읽고 있는 책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 읽기’. 책을 읽으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고 한다. 유치인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열흘까지 유치장에 머문다.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압박, 뒤늦은 후회, 세상에 대한 분노로 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유치인들은 억지로 잠만 청하거나 멍하니 TV만 본단다. 올해 3월 영등포경찰서 수사과 유치관리계 직원들은 국내 경찰서로는 처음으로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직원들은 매달 중순 영등포구 공공도서관을 찾아가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30권을 빌려와 유치장에 비치한다. 유치인에게 읽고 싶은 책을 물어 빌려오기도 한다. 영등포구청도 경찰서와 협약을 맺고 기꺼이 책을 내줬다. 하해룡 유치관리계장은 “유치인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잠재적 범죄성향을 억제할 방안을 고민하다 책을 택했다”고 밝혔다. 도서 비치 이후 유치장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4월 살인미수 혐의로 붙잡힌 40대 후반의 전과자는 “인생이 끝났다”며 이틀간 밥도 먹지 않고 우울해했다. 백성현 경위는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를 그에게 건넸다. 책을 읽기 시작한 다음 날 식사를 시작했다. 그는 “책 잘 봤다. 고맙다. 교도소에 가지만 똑바로 살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5월 특수절도를 저지른 10대 남학생은 유치장에서 심심하다고 떼를 썼다. 도은경 경장은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권했다. 독서와 담을 쌓았던 10대는 시큰둥하게 책을 받더니 나중엔 “책이 재밌다”며 메모까지 해가며 열심히 읽었다. 한 20대 유치인과 짧은 필담을 나눴다. ‘책을 읽으니 어떤가’ 물었더니 답은 이랬다. “안에서 책을 보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언제 나갈지 모르지만 여기서 많은 책을 보고 마음을 안정시켜 보겠다.” 책 한 권이 사람을 단박에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유치인들이 ‘유치장 독서’를 시작으로 책 읽는 재미에 빠진다면 나쁜 생각을 할 시간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영등포경찰서 유치관리계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세계 최고 부자 가문으로 꼽히는 로스차일드가(家).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음모론도 끊이지 않았다. 세계 금융을 장악한 유대계 로스차일드 가문이 각국 정상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음모론이 틀렸나 보다. 이 가문의 막내아들이 해양 오염 문제에 눈을 떴지만 정작 각국 정상을 조종할 힘이 없는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달라고 호소하며 페트병으로 만든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니. 부잣집 막내아들의 ‘철부지 모험’으로 보기엔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193cm의 훤칠한 키, 잘생긴 얼굴의 저자(아래사진)는 유명한 환경 모험가다. 그는 2005년 환경탐험단체 ‘어드벤처 에콜로지’를 조직하고 다음 해 러시아를 출발해 캐나다를 목표로 100일간 북극을 횡단했다. 탐험은 급속도로 녹아내리는 빙하 앞에서 중단됐지만 그는 영감을 얻었다. 전 세계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자신의 북극 횡단을 응원하는 모습을 본 것. 단순히 사람들에게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을 넘어 지구의 연약함에 공감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그가 만든 방정식은 이렇다. ‘꿈은 모험을 위한 기반이며, 모험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야기는 더 많은 꿈의 씨앗을 뿌리는 영감의 뿌리인 것이다.’ 어디로 탐험할까 고민하던 저자의 눈에 유엔환경계획의 ‘심해와 공해의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 보고서가 들어왔다. 바다 위 km²당 떠다니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1만7800개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해양오염 실태를 고발하기로 결심했다. 사람의 이목을 끄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저자는 페트병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무모한 도전’을 결심했다. 별난 사람, 별난 모험에 익숙한 현대인도 페트병을 타고 바다를 건넌다는 말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디자이너와 선박 설계사의 도움으로 페트병 1만2500개를 부력으로 삼는 쌍동선을 만들었다. 단단한 껍질 속에서 구획을 나눠 탄력을 유지하는 석류 열매 모양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험의 목적을 알리려고 페트병을 밖으로 보이게 디자인하다 보니 속도가 느려 나중에 크게 고생했다. 얇은 플라스틱을 샌드위치처럼 겹쳐 만든 신소재 세레텍스로 선루를 완성했고 나무 열매와 설탕으로 만든 접착제로 플라스틱을 이어 붙였다. 배 이름은 플라스티키(Plastiki)라고 붙였다. 노르웨이 탐험가 토르 헤위에르달이 1947년 중남미에서 자라는 발사나무로 만든 뗏목 콘티키(Kon-Tiki)호를 타고 페루를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 폴리네시아 제도에 도착한 것에서 따 왔다. 든든한 동지들도 모였다. 해양 환경 보호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여성 조 로일 선장, 전문 항해사 출신 데이비드 톰슨, 헤위에르달의 손자인 올라프 헤위에르달, 다큐멘터리 제작자 베른 몬과 맥스 조던, 인터넷 사이트 트리허거 창립자 그레이엄 힐, 사진작가 루카 바니니로 팀이 꾸려졌다. 2010년 3월 20일 플라스티키는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한다. 이후 여정을 보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하고 있는데 당신네들은 플라스틱을 마구 쓸 거냐”고 꾸짖는 듯하다. 거대한 파도에 흠뻑 젖은 채 배(6m×18m)에 있으면 ‘세탁기 안에서 돌고 있는 양말짝 같은 기분’이 든단다. 뱃멀미와 탈수증에 시달리다가 차라리 바다로 뛰어들어 비극을 끝내고 싶을 때도 있었다. 높은 파도와 바람 속에 난파될 위험에 처하고, 플라스티키를 위협하며 지나가는 화물선의 공포에 시달리기도 했다. 몬은 사랑하는 아내의 출산을 화상전화로 지켜봐야 했다. 저자를 진정 가슴 아프게 한 것은 ‘푸른 사막’으로 변한 바다다. 매년 플라스틱 오염으로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와 100만 마리의 바닷새가 목숨을 잃는다. 콘티키 항해 때는 해양 생물들이 반겨 줬지만 60년이 지난 뒤 플라스티키 항해엔 플라스틱 쓰레기만이 눈에 들어왔다. 독자도 억만장자의 흥미진진한 모험 사진을 넘기다가 위장에 플라스틱을 가득 채운 채 굶주려 죽은 바닷새 사진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저자는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페트병도 위험하지만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플라스틱이 풍화작용으로 작은 조각으로 변해 독성을 내뿜고 해양 생물의 호르몬 작용을 방해한다. 이미 바다는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수거해서 해결될 수준보다 심각하다. 이 책은 호주 시드니 항에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2010년 7월 26일 입항하는 것으로 끝난다. 129일 동안 1만4800km를 평균 3.7노트(시속 6.8km)로 달려왔다. 해상 인터뷰만 50회, TV와 라디오에 200회, 언론 지면에 300회 이상 보도됐다. 플라스티키와 관련된 연관 검색어가 구글에만 80만 개가 떴다고 하니 사람의 이목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국내 언론의 보도 건수를 살펴보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책의 국내 출판이 의미가 있으려면 우리 안에서 실천이 있어야 한다. 플라스티키의 맹세를 따라해 보자. “나는 플라스틱 페트병 사용을 중단하고 개인용 물병을 갖고 다닐 것을 약속합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우리가 해외시장 맞춤형 케이코믹스(K-Comics) 국가대표예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해외진출 기획원고 개발지원’ 사업을 통해 미국 유럽 일본 시장에 맞춤형으로 제작된 작품 30개를 선발했다고 8일 밝혔다.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30여 편의 작품 시안과 기획안을 접수 받아 심사한 결과다. 10년 이상 경력의 만화작가, 대형 만화출판사 직원, 콘텐츠 개발업체 직원, 만화에이전트 등 심사위원 8명이 ‘해외 시장 성공 가능성’을 제1순위로 두고 뽑았다. 지금까지 만화 수출은 주로 이미 제작된 만화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거나 작품성을 인정받아 해외로 진출하거나, 국내 만화가가 직접 해외에서 만화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해당 시장 환경까지 고려해 선발하는 ‘만화 오디션’은 처음이다. 이번에 선발된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미국 유럽 일본의 만화 트렌드를 짚어볼 수 있다. 미국 수출 작품은 북미 시장의 주류인 그래픽노블(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까운 강렬한 그림에 이야기를 결부한 만화) 및 슈퍼히어로물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한국 다큐멘터리 ‘아이언 크로우즈’를 그래픽노블 형태로 그려낸 김예신 작가의 동명 만화, 동양의 기(氣)를 이용한 무술을 연마한 슈퍼히어로를 다룬 유경원 작가의 ‘처용만가’(Hero's Dirge) 등이다. 심사에 참가한 대형 만화출판사 관계자는 “북미에선 그래픽노블 스타일을 충실히 구현한 작품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에 그래픽노블 수요가 없어 고민하던 일부 그래픽노블 작가가 미국 진출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유럽 수출 작품은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만화가 낙점됐다. 제주도 ‘서사무가’ 설화를 만화로 옮긴 송동근 작가의 ‘오늘’, 프랑스 현지에서 활동했던 김금숙 작가의 ‘흥부가’, 유럽 현지의 잔혹동화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노명희 작가의 ‘다크 메르헨’ 등이다. 한 심사위원은 “예술만화 시장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우리 것을 담되 실험적이고 작품성 있는 만화가 진출해 성공을 거둬왔다”고 했다. 우리 만화와 스타일이 닮은 ‘망가제국’ 일본 수출 작품은 ‘더 재밌는 소재, 스토리’에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밀리터리 게임을 즐기는 미소녀, 한국 음식을 만드는 일본인 요리사 등을 다룬 만화가 뽑혔다. 199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만화 수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전 세계 만화시장 규모는 축소되고 있지만 수출액은 2009년 420만 달러(약 47억 원)에서 2011년 1721만 달러(약 191억 원)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49만(약 62억 원) 달러에서 396만 달러(약 44억 원)로 줄었다. 이번에 선발된 작품은 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현지 언어로 번역돼 해당국 메이저 출판사와 손잡고 수출되게 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출판전문지 ‘출판저널’이 한국 책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영문판 디지털 매거진 ‘K-북 리뷰’(K-Book Review)를 창간했다. 지난달 29일 서비스를 시작한 ‘K-북 리뷰’ 창간호(Vol.1)에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 소개, 소설가 신경숙, 박범신과의 인터뷰, ‘코리안 탱크, 최경주: 실패가 나를 키운다’를 쓴 프로골퍼 최경주 인터뷰, 2013 서울국제도서전 리뷰를 담았다. 매달 말 한 차례씩 발행되며 안드로이드 마켓, iOS 마켓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무료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출판저널 관계자는 “한국 책을 외국에 널리 알려 국격을 높이고 한국 출판물의 해외 수출을 돕기 위해 영문판을 만들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착한 식당 프로젝트를 통해 먹거리 문화에 새 바람을 일으키면서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낳은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책으로 나왔다. 이 프로그램의 취재팀은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층 오픈스튜디오에서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착한식당을 찾아서’(동아일보사) 출간기념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이 프로가 선정한 착한식당 주인과 착한식당 검증단, 음식전문가, 김재호 채널A 회장 및 동아일보 사장, 유재홍 채널A 사장, 전용길 KBS미디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착한식당으로 뽑힌 제일어버이순대 이채호 사장은 “방송 이후 손님 입속에 깨끗한 음식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반칙 없는 음식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한 먹거리 X파일이 오래 가길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유재홍 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의 주인공은 착한식당 주인 분들이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먹거리 X파일이 계속 활약해 우리 먹거리 문화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에는 지난해 2월 첫 방송 이후 최근까지 방영된 착한식당 33곳 중 15곳을 소개했다. 착한식당 안내서, 착한 먹거리 구입방법과 함께 ‘MSG 첨가 선택’ ‘나트륨 줄이기’ ‘빙초산 안 쓰기’ ‘반찬 재탕 안 하기’ 등 착한 먹거리 제안도 눈길을 끈다. 대표 저자인 이영돈 PD는 “장사가 안 되던 착한식당도 방송 이후 장사가 잘되는 모습을 통해 착하게 살고 열심히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며 “책을 읽으면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원곡문화재단(이사장 김성재)은 제35회 원곡서예문화상 수상자로 문관효 예술의전당 서예아카데미 교수(60), 제4회 원곡서예학술상 수상자로 곽노봉 동방대학원대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59)를 7일 선정했다. 시상식은 14일 오후 5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다. 상금은 각 1000만 원.}

몇 해 전 소설가 송은일 씨(49·사진)는 전남 고흥군 두원면 고향 마을에 갔다. 마침 마을 노인정에서 덜 늙은 할머니들이 더 늙은 할머니를 위해 점심상을 차리는 날이었다. 송 씨는 상차림을 담당하는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할머니들이 모인 노인정 문을 열게 됐다. 그곳에선 100명 가까운 70∼90대 할머니들이 ‘넓고 긴 방의 사면 벽에 등을 댄 채 한 무릎을 세우고’ 붙어 앉아 있었다. 마치 미라처럼 보이던 그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송 씨는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다고 한다. 송 씨가 인사를 하자 할머니들이 붙잡았다. “니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쓴담시롱야? 내 이약 잔 써주라(내 이야기 좀 써주라).”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소설 ‘매구 할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송 씨를 만났다. 그는 “그때의 강렬한 기억이 소설을 쓰게 했다. 고향 마을도 언젠가 사라질 텐데, 한 시대가 가버리는 것 같았다. 우리네 할머니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매구란 천년 묵은 여우가 변한, 이상하고 신기한 짐승. 소설 속 매구는 간사한 구미호가 아니라 사람을 보살피는 큰 할머니를 뜻한다. 송 씨는 자신의 고향 마을을 배경으로 상상의 공간인 ‘계성재’를 창조했다. 소설은 계성재 20대 손인 소설가 ‘은현’이 고향 집으로 귀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액자소설 형식으로 전개된다. 은현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집안 기록 ‘계성재가솔부’를 바탕으로 계성재를 지키는 100세 넘은 노인 ‘매구 할매’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옮긴다. 해방과 전쟁 통에 죽은 남편, 아들을 대신해 집안을 지킨 17대 종부 여례당 권씨가 액자소설의 중심인물이다. 남성을 대신해 가문의 전통을 지켜온 여장부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소설 속에서 현실감 넘치게 펼쳐진다. 송 씨는 “액자 형식을 택한 이유도 과거 이야기를 살아 있는 현실로 보여주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송 씨는 2000년 여성동아에서 당선된 장편 ‘아스피린 두 알’을 시작으로 ‘매구 할매’까지 13년간 장편만 10편을 쓸 만큼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꼽힌다. 그는 “고향을 오가며 할머니들을 봤더니 어느새 내 몸 안에 할머니들이 들어와 있었다. 아는 이야기를 쓰니 억지로 쥐어짜내지 않고 술술 편안하게 썼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금까지 국내 최초의 신문 아동만화로는 조선일보의 ‘숨박국질’(윤석중·1928년), 첫 신문 아동연재만화로는 동아일보의 ‘그림동화 여섯동무’(박천석, 남궁랑·1930년)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두 기록을 모두 깨는 새로운 신문 아동연재만화가 발굴됐다. 1926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뺑덕이와 섭섭이’(작자 미상)이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서은영 씨(37·사진)는 최근 박사학위 논문 ‘한국 근대 만화의 전개와 문화적 의미’에서 국내 만화역사에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이 만화야말로 한국 최초의 신문 아동만화임을 밝혀냈다. 밭 전(田)자 형식의 한국형 4컷 만화인 ‘뺑덕이와…’는 1926년 5월 2일부터 7월 12일까지 총 62회 연재됐다. 작가는 만화에 이름을 남기지 않아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논문에서 아동만화는 아동이 주인공이거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그려지는 만화를 의미한다. 아홉 살짜리 까까머리 꼬마 뺑덕이는 말썽을 피워 엄마 속을 썩이지만 꿈이 많은 사내아이다. 섭섭이는 뺑덕이가 좋아하는 또래 여자아이. 마냥 어린아이처럼 굴던 뺑덕이는 엄마에게 잘 있으란 말만 남기고 가출하더니 화가로, 유모로 변신한다. 중산층 가정에 유모로 들어간 뺑덕이의 눈에 비친 중산층 부부의 허세가 웃음을 유발한다. 부부는 집안을 비싼 사진으로 장식하지만 피서 비용을 아끼려고 뺑덕이를 기차에 무임승차시킨다.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신문박물관에서 만난 서 씨는 “당시 신문은 기존 식자층에서 여성과 아동으로 독자층을 확대하면서 아동만화를 도입했다. 뺑덕이가 부인·가정면, 문예면에 실리면서 신문이 가족 모두가 함께 읽는 위치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에는 만화연구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동아일보의 ‘말괄량이 박람회 구경’(작자 미상·1929년)도 등장한다. 시골소녀 까불이가 소심한 아버지를 모시고 경성 만국박람회장으로 가는 여정과 현장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당시 잘 쓰지 않던 ‘말괄량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 서 박사는 “만화 현상공모 등 식민지 조선에서 만화가 전개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동아일보가 만화와 관련된 다양한 실험을 해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만화평론가인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저자를 밝혀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한국 최초의 신문 아동만화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뺑덕이와…’의 그림체나 표현 형식은 동아일보 창간에 참여하고 조선일보로 옮긴 김동성 작가와 많이 닮았지만 그가 그린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 씨는 1920년 창간부터 1940년 폐간 때까지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신문의 PDF 파일을 빠짐없이 확인해 기존 연구에서 누락된 작품을 발굴했다. 그는 “1940년대 조선총독부에서 선전 동원 수단으로 삼은 만화를 연구할 것”이라며 “1930년대 최고 만화가로 꼽히는 최영수 작가를 재조명해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작 웹툰을 그린 최종훈 작가는 2009년 이곳에 ‘입소’했다. 이전까지 그는 10년간 혼자 살며 그림을 그렸다. 잘 그려지지 않으면 지쳐 힘들어했다. “성과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을 땐 ‘험한 생각’도 했죠.” 하지만 동료들이 모인 여기에 오면서 위로와 격려를 얻을 수 있었다. 최 작가가 입소한 이곳은 ‘만화 선수촌’. 2일 경기 부천시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창작공간을 찾았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만화가 1000여 명 중 300여 명이 이곳에 모여 있다. 》만화가들은 원미구 상동의 진흥원 내 만화비즈니스센터(130명)와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원미동 만화창작스튜디오(170명)에 입주해 작업을 한다. 출판만화, 웹툰, 학습만화, 캐릭터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고루 선별해 뽑았다. ‘전설의 주먹’, ‘목욕의 신’, ‘피터 히스토리아’가 여기서 만들어졌다.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작가 이종범 씨(31)는 2008년 여름 무릎 아래까지 침수된 서울 합정동 작업실에서 만화를 그렸다. 마감에 쫓긴 터라 감전 위험 속에서 작업을 해야 했다. 2009년 이곳에서 꿈에 그리던 작업실을 얻었다. 그는 이곳을 ‘만화계의 태릉선수촌’이라 불렀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 운동하면 종목이 달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있죠. 모여 있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테크닉을 전수하며 ‘상향 평준화’가 이뤄집니다.” 웹툰 ‘와라! 편의점’의 작가 지강민 씨(34)는 “작업 과정을 흔쾌히 보여 주고 노하우도 서로 공유하며 ‘같이 크자’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도 된다. 잘나가는 동료 만화가의 중고차가 비싼 차로 바뀌거나 옷차림이 바뀔 때 자극을 받는단다. 한 만화가는 “잘 풀린 만화가는 꼭 티를 내는데, 그걸 보며 각오를 다진다”고 털어놨다. 뭐니 뭐니 해도 개성 강한 만화가들이 모여 정을 나누며 사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손이 바쁠 때 일감이 몰리면 손이 비는 옆방 만화가에게 나눠 준단다. ‘돈 되는 일감’ 정보뿐 아니라 만화가를 등치는 ‘블랙리스트 업체’도 서로 알려 주며 추가 피해를 막는다. 캐릭터 ‘이야기군&뭉크’의 작가 한성민 씨(38)는 “만화가들은 고립된 곳에서 일하다 보니 더 밖으로 안 나가게 되는데, 모여 작업하는 이곳이 유일하게 사회성을 키워 주는 곳”이라고 했다.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의 작가 박용제 씨(32)는 “나를 찾아온 팬이 다른 작가도 좋아하면 데려가서 소개해 준다. 다른 작가가 내 작품을 좋아하는 팬을 데려올 땐 의욕이 더 솟구친다”고 말했다. 만화선수촌 입소는 쉽지 않다. 빈자리가 생겨도 3∼4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기존 입주 만화가도 2년마다 작품 결과물과 지역사회 기여도를 평가받아 낮은 점수가 나오면 퇴소해야 한다. 만화가를 도와주는 전담 변호사와 회계사도 있고, 일감을 따오는 코디네이터까지 있다. 다만 부천시가 운영하다 보니 주간에만 냉난방이 가동돼 주로 야간에 작업하는 만화가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입소 8년차로 고참 격인 ‘광폭난무’의 작가 임석남 씨(42)는 “이곳이 어느새 예비 만화가들에겐 꼭 들어가야 할 ‘꿈의 공간’이 됐다. 언젠가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떠날 텐데, 이곳이 많이 그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차정윤 인턴기자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4년}

여성 운동가 저메인 그리어 교수는 1970년 출간된 책 ‘여성, 거세당하다’에서 독자들에게 자신이 여성임을 느끼기 위해 생리혈을 한번 먹어 보라고 권했다. 좀 심한가? 그럼 이 책 ‘진짜 여자가 되는 법’은 꼭 읽어 보라. 저자는 열다섯 살 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여성주의자”라고 외쳤다. 여덟 남매가 임대주택에서 함께 살면서 남동생보다 자신이 과학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여성주의 책을 마구 읽었다. 글쓰기에 심취한 그는 2010년 영국 언론협회 선정 ‘올해의 칼럼니스트’가 됐다. 그가 입에 올리는 포르노, 브래지어, 브라질리언 왁스(음모 제모용 왁스), 성기를 지칭하는 노골적인 속어들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저자의 포르노에 대한 고찰을 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란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이 길어야 6분 정도인 이유가 무엇일까. 남자가 평균적으로 사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자신과 같은 남자들이 주도하고 통제하는 하드코어 포르노를 불편함 없이 바라본다. 저자는 남성 중심적인 21세기 하드코어 포르노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남녀 모두 사정할 수 있는 인간적이고 환각적인 포르노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출산 문제도 열린 시각으로 바라본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출산의 고통을 겪고 난 여성은 남은 평생을 용감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되면서 배울 수 있는 가치를 다른 일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열어 둔다. 아이 없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 자신을 증명하는 여성도 대단하다고 치켜세운다. 단, 성형수술에 대해서는 여성이 두려움과 불안 속에 결정한 선택으로 절대 행복할 수 없다고 결사코 반대한다. 남성 독자도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공격적인 여성주의자’의 목표는 남자를 제압하거나 세계를 지배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여성의 몫을 챙기는 일이란다. 남자들은 그저 방해만 하지 말자. 원제는 ‘How to Be a Woman’(2011).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블라드(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민음사)=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동유럽의 ‘뱀파이어’ 설화와 ‘꼬챙이 황제 체페슈’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우아하면서도 섬뜩한 공포소설 형식으로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아 냈다. 1만 원.시각예술의 의미(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한길사)=최고의 미술사학자로 꼽히는 저자는 도상해석학을 제창하고 그 방법론을 확립했다. 고대에서 중세, 르네상스를 거쳐 1950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미술사학에 관한 10편의 글을 담았다. 2만8000원.검은 피부 하얀 가면(프란츠 파농 지음·인간사랑)=1952년 출간돼 탈식민주의 문화 연구의 고전 반열에 올랐다. 문학 철학 심리학을 바탕으로 시적 문체로 서술한 책은 저자의 처녀작이자 대표작이다. 1만7000원.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김용택 외 6명·황금시간)=시인 김용택, 편집장 이충걸, 교수 서민, 국회의원 송호창, 요리사 박찬일, 언론인 홍세화, 미술평론가 반이정이 각 7편씩 쓴 49편의 에세이 묶음. 1만3800원.유교를 아십니까(츠치다 켄지로 지음·그물)=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유교를 협의와 광의로 나누어 소개하고, 유교 도덕의 주요 개념, 유교와 유학의 차이, 유교는 종교인지 등을 설명한다. 1만6000원.성게 실험에서 복제양 돌리까지(샐리 모건 지음·다섯수레)=청소년을 위한 복제과학 안내서. 복제과학의 연구 성과와 복제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 썼다. 1만2000원.발레하는 할아버지(신원미 글·박연경 그림·머스트비)=소년은 발레를 배우러 다닌다. 외할아버지는 “사내 녀석이 배울 게 없어 ‘빨래’를 배워?”라며 구박한다. 어느 날 소년은 발레 수업 도중 창 너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발레를 따라하는 할아버지를 발견하는데…. 1만 원.고양이네 도서관(조현진 글·한여진 그림·상상의집)=야옹이는 주인을 피해 낮잠 잘 곳을 찾다 책꽂이를 발견한다. ‘톰 소여의 모험’ 주인공 톰을 피해 통 속에서 꾸벅꾸벅 졸다 ‘보물섬’으로 가는 배에 오르고, 폭풍을 만나 ‘로빈슨 크루소’처럼 섬에 표류도 한다. 1만2000원.}

비교당하는 입장에선 기분 나쁘겠지만 비교 좀 해야겠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을 딱 보는 순간,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가 쓴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김영사)가 떠올랐다.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쉽고 재밌게 풀어가는 방식이 닮았다. ‘죽은 경제학자…’가 경제학 입문서로 인기를 끌자 지난해 ‘죽은 경제학자의 망할 아이디어’(비즈니스맵)란 비슷한 제목의 책도 나왔다. 경제학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마르크스(1818∼1883)에 대한 서술을 비교해 보자. 두 책 모두 마르크스의 한계를 지적했다. 생산량 증대가 더 나은 삶의 조건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마르크스의 믿음과 달리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놀랄 정도로 윤택해졌다는 것. 그런데 풀어내는 방식이 미묘하게 다르다. 이 책의 저자는 마르크스가 책상을 벗어나 주변을 둘러본 적도 없고 같은 문제로 고민하던 동시대 천재들과 교류는커녕 자기 생각도 드러내지 않았다고 못 박는다. 그는 마르크스가 기계화의 참상을 묘사하면서 공장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단정한다. 뇌리에 확 박힌다. 반면 ‘죽은 경제학자…’에선 마르크스를 곱씹어 보자며 몇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경제학 이론 위주로 그 한계를 평가한다. 마르크스 비판은 쉽지 않다며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조목조목 친절한 설명에 자연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죽은 경제학자…’가 경제학자를 통해 경제학을 풀어냈다면, 이번 책은 경제학을 빌려 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책의 원제도 ‘위대한 추구: 천재 경제학자 이야기’(GRAND PURSUIT: The Story of Economic Genius). 기자 출신인 저자는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삶을 감동적으로 풀어낸 ‘뷰티풀 마인드’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다. 이번에도 괴팍한 경제학자의 모습이 생생히 읽힌다.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제인 오스틴과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책에 녹여 독자의 눈길을 잡는다. 경제학보다는 천재의 삶이 궁금한 독자에게 추천한다. 책의 두께에 지레 놀랄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도 옮긴이가 드라마 시놉시스 형식을 빌려 경제학자의 일생을 책 말미에 정리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첫 차를 구입해 본 사람은 다 안다. 새 차를 살지, 중고차를 살지 한참 고민해야 한다. 고민 끝에 구입하고 나서도 후회하기 일쑤다. 자동차 전문기자인 저자는 첫 장에 “새 차 살 능력이 부담스럽다면 중고차로 시작하라”고 딱 잘라 말한다. 현금을 주고 중고차를 사는 게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며, 새 차도 인수하는 순간 중고차가 될 뿐이란다. ‘엔진오일을 자주 갈아야 한다’ ‘순정부품을 써야 고장이 안 난다’ ‘50만 원 이하는 자비 처리가 유리하다’ 같은 자동차 관련 거짓말의 진실을 파헤친다. 꼼꼼히 읽으면 ‘호구 잡힐 일’ 없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