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북한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이 15일(현지 시간) 유엔 제3위원회에서 채택됐다. 한국을 포함한 61개국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한 이 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총회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다. 유엔에서 인권 분야를 다루는 제3위원회는 이날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합의) 방식으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쿠바 등 12개국은 인권 문제의 정치적 이용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합의에 동참하지 않았으나 표결을 요청한 국가는 없었다. 결의안은 “북한의 장기적,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반인륜 범죄에 해당하는 인권 침해에 ‘가장 책임 있는 자’들을 제재하고 이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가장 책임 있는 자’는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왔다. 올해로 14년째 유엔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큰 틀에서 지난해 결의안 내용과 표현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이와 함께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적 협력 강화에 합의한 내용을 환영하는 조항이 새롭게 포함됐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간다는 기본 입장 아래 컨센서스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결의안 채택에 강하게 반발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성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결의안은) 적대 세력에 의한 정치적 음모의 산물”이라고 비난한 뒤 결의안 채택 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후순위로 미뤄 놓은 채 이미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시작했으며,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동맹 해체 등을 노리고 있다는 미국 의회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14일(현지 시간)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은 북한이 한국, 미국과 외교적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고립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보고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에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 번 만난 것에 대해 “중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외교(협상) 과정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유지시킬 수 있는 만큼의 경제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올해 봄 이후 대북제재 이행을 완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국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의 동북지역에 다시 파견되고, 북-중 접경지역의 경제 활동 및 관광객이 증가하는 것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 대외정책으로 볼 때 이를 1순위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게 UCESRC의 판단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북한의 안정, 충돌 회피, 붕괴 방지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북-미 협상을 통해서는 주한미군 철수 및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의 종식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이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검증 기준을 완화해 북한이 핵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은 유지하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중국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계속하면서 북한 문제를 미중 관계의 다른 문제들과 연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 김정은 정권은 벼랑 끝 전술로 회귀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에 대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민해방군을 접경지역에 증강 배치하는 등 군사적 대비를 하고 있으며 △국경 봉쇄 및 난민의 유입 관리 △핵무기와 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의 확보 및 기지 장악 △한반도 영토 점령 등에 대한 대응책도 세워놨다고 보고서는 전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에 핵무기와 미사일 기지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선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기지 공개에 대한 ‘검증 가능한(verifiable)’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문턱을 낮추면서 동시에 북한에 핵리스트 신고를 재차 압박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문제 되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무기 개발 장소 등을 확인하는 계획이 절대 필요하다(absolutely imperative)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 인사가 직접 핵시설 리스트 신고 조건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34분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내년 1월 1일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며 “한반도 안보나 평화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제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앞으로 더 중요한 조치(material steps)를 취할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 실수를 반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북한의 약속만 믿고 제재를 풀거나 경제적 지원을 해줬지만 이후 그 약속은 다시 깨졌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제재 틀 범위 내에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하에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류 협력을 추진해 북한에 비핵화를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싱가포르=한상준 alwaysj@donga.com / 이정은 기자}

미라 리카델. 늘 쏟아지는 외신기사 중 유독 이 이름이 눈에 쏙 들어온 건 하루아침에 해고될 처지에 놓인 배경이 이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으로 활동해온 이 고위인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의 눈 밖에 나서 공개적으로 경질 요구를 받았습니다.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은 13일 “리카델은 더 이상 백악관에서 일할 자격이 없다는 게 영부인실의 입장”이라며 그의 해고를 공식 요구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리카델은 지난달 멜라니아 여사의 아프리카 순방을 준비하면서 영부인실과 충돌했다고 합니다. 순방 일정이 확정되기도 전에 섣불리 발표했고, 이후 자신은 동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지원을 축소하거나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 순방이 끝난 후에는 멜라니아 여사의 최측근인 린지 레이놀드 비서실장 등 여사가 신뢰하는 참모들의 험담을 하고 돌아다녔다지요. 화가 잔뜩 난 멜라니아 여사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불만을 제기하고, 켈리 실장이 이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했는데 볼턴이 경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영부인실이 대놓고 성명까지 낸 것을 놓고 언론은 “멜라니아 여사가 힘을 과시하려 한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평소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온 멜라니아 여사의 스타일로 봤을 때 확실히 다른 행보이기는 했습니다. 이 성명은 리카델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발표됐습니다. 그가 실제로 잘렸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해고는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리카델이 올해 5월 NSC에 전격 합류한 지 6개월 여 만에 부보좌관직을 내려놓게 되는 겁니다. NSC 부보좌관은 부장관급, 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차관보다 높은 직급입니다. 볼턴 보좌관 바로 밑에서 한반도 정책과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인사이지요. 8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하는 결정을 내린 백악관 회의 사진에 포착된 적도 있고요. 앞서 5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준비 실무팀으로 방한하기도 했습니다. 리카델은 볼턴 보좌관이 챙기는 참모로 알려져 있죠. 보수 강경파로, 충분히 보수적이거나 정권에 충성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쳐내는 데 앞장서 왔다고 합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밑에서 일하는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개국공신이기도 합니다. 그런 리카델은 제임스 국방장관과는 대놓고 충돌했다고 하는데, 매티스 장관이 참모로 검토하던 후보를 무려 10명 이상 끌어내리며 견제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매티스가 국방부를 민주당 성향 인사들로 채우려 한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매티스 장관에 대해 노골적으로 험담을 하고 다녔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이에 매티스도 그의 인사를 견제하는 것으로 앙갚음을 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리카델은 올해 4월 볼턴 보좌관이 자신의 바로 밑 NSC 부보좌관으로 발탁하기 전까지는 상무부 수출 담당 업무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NSC 업무를 맡은 리카델이 이번에는 영부인에 의해 전격 해고되는 것을 일종의 ‘궁중 암투’로 봐야 할까요. 어쨌거나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당국자 중 한 명이 이런 식으로 또 교체되는 것은 우리로서는 다소 뜨악한 일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이 장기화되는데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이후 개각 폭풍이 몰려오는 시점이 아닙니까. 한반도 정책과 비핵화 협상에는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수밖에요.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북한학 석사) lightee@donga.com}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외에도 13곳의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가 미국 조야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주요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승리로 포장해온 싱가포르 합의가 비핵화에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북한이 오히려 핵과 미사일 능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사일 기지 3개 벨트 분산 배치” CSIS 보고서를 집필한 조지프 버뮤디즈 연구원은 미 국방정보국(DIA) 분석관 출신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미사일을 분석해온 전문가다. 버뮤디즈 연구원은 12일(현지 시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은 동창리 외에도 20개의 미사일 기지를 만들었고, 이 중 현재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된 13개는 총 3개의 벨트로 나뉘어 배치돼 있다”며 “전술적 벨트(tactical belt)는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작전용 벨트(operational belt)는 평양∼함경남도 함흥에, 전략적 벨트(strategic belt)는 (자강도∼양강도의) 깊은 산속에 있다”고 밝혔다. 전술적 벨트에는 남한 전역과 주일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전술미사일과 스커드 기지가, 작전용 벨트에는 최대 사거리 1300km인 노동미사일 여단이, 전략적 벨트에는 하와이와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기지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버뮤디즈 연구원은 “북한이 일부 기지는 폐쇄하고 새로운 곳에 기지를 만들어 운용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며 “확인되지 않은 기지가 더 많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난 여론 들끓는 워싱턴 CSIS 보고서가 공개되자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을 강하게 질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보고서 내용은 북한이 미국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했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길에 들어섰다고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도 “북한이 동창리 기지 폐기를 약속하고도 비밀 기지를 건설하는 건 미국을 속이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가 멈췄다’고 했지만 북한은 계속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핵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어긴 것은 아니지만 이번 보고서 공개로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미 정상회담 내년 초 어려울 듯 CSIS 보고서 공개 이후 야당인 민주당은 ‘북-미 정상회담 불가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상원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또 다른 정상회담을 할 수는 없다”며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과) 회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키 의원은 성명을 통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혔다. 버뮤디즈 연구원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정보기관으로부터 얻었느냐’는 본보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보고서는 공교롭게도 북한이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5일 만에 공개됐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앞으로는 비핵화를 말하고, 뒤로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면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이중성을 부각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파악한 내용을 싱크탱크에 흘려준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이정은 기자}

북한이 9월 남북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영구 폐기를 약속했던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 외에 그동안 보고되지 않은 미사일기지 13곳을 계속 운용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정보당국이 이들 미사일 기지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후 “북한 미사일의 위협이 사라졌다”고 공언해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2일(현지 시간) “위성사진 판독 결과 북한이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등 13곳에 미사일 기지를 운용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CSIS에 따르면 기지 13곳 중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삭간몰 기지는 서울로부터는 북서쪽으로 135km 떨어진 곳에 있다. 비무장지대(DMZ)에서는 북쪽으로 불과 85km 떨어진 지점이다. 삭간몰 기지의 위성사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2016년 3월 이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CSIS는 “삭간몰은 현재 SRBM 기지로 운용되고 있지만 태평양 해상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북한이 보유 시설 일부만 폐기하고 그 대가로 미국 정부에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나쁜 거래’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들 기지의 미사일은 모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북한은 현재 핵탄두 40∼60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위성사진으로 북한이 미국을 완전히 속여 왔음이 밝혀졌다”며 “핵 생산시설과 무기가 더 은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NYT는 “미 정보당국이 상업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한 숨겨진 탄도미사일 기지는 16곳”이라고 보도했지만 16곳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이정은 lightee@donga.com·손택균 기자}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발판 삼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투자 및 개발 계획들이 대북제재에 막혀 성과를 내지 못하자 내부적으로 당혹감과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간부들은 당초 기대와 달리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전전긍긍하며 우회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해법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측 인사들이 ‘최고 영도자(김정은)와의 약속을 미국이 지키지 않아 당초 계획했던 사업들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제재 방침을 고수하면서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고, 최고 지도자의 체면을 구기게 된다는 점에서 현 국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간부들이 중국 선양(瀋陽) 등 제3국에서 해외 투자가들을 접촉하고 투자 유치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지영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이 최근 유명 리조트 및 레저시설 업체 인사들을 접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과거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을 맡으며 민간 분야의 대남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온 강 회장은 이번 만남에서 “제재가 해제되면 신경 써 주겠다”며 금강산 지역의 골프, 리조트 시설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사업 투자뿐 아니라 각종 물품 지원 요청도 최근까지 물밑에서 계속 들어왔다”며 “콩기름, 목장갑 같은 물품 요청이 총수가 평양을 방문했던 대기업한테까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대북제재 완화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면서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조선신보는 10일 “미국이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면서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면 구태여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며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정부가 북한에 제주산 귤 200t을 선물로 보낸다.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송이버섯 선물 2t에 대한 답례다. 일각에선 제주 귤을 보낸 만큼 한라산 방문 일정을 포함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11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군 수송기(C-130) 4대를 이용해 제주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까지 제주산 귤을 실어 보냈다고 밝혔다. 수송기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서호 대통령통일정책비서관이 동행했다. 10kg들이 상자 2만 개에 담긴 귤은 12일까지 이틀간 모두 4차례에 걸쳐 북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현재 제주산 귤의 시세는 10kg당 2만∼3만 원 선으로 200t은 약 4억 원 상당. 송이버섯 2t은 국내 가격으로 7억 원에서 최상품일 경우 17억 원에 달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귤은 북한 주민들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남쪽 과일이고 지금이 제철”이라며 “대량으로 보내 되도록 많은 북한 주민들이 맛을 보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선물로 제주산 귤을 선택한 것은 김 위원장 연내 답방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10일 직접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사전답사를 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이날 백록담 남벽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걸어서 한라산 백록담 정상을 오르기는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이 온다면) 헬기 착륙 방안에 대해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 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가려는 정부의 노력과는 별개로 미국은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11∼18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순방하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분명히 밝히건대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가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압박 캠페인을 유지해 줄 것을 모든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요구한다”고 밝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이달 하순에서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잘 안 풀리면서 관련 일정도 줄줄이 재조정되는 양상이다. 8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김 위원장의 방러와 관련해 “내년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러 정상회담은 5월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 의사를 전달한 이후 양국 간 물밑 협의가 이뤄져온 사안이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이달 초 “김 위원장의 11월 방러가 유력해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미뤄진 것은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미 관계가 냉각되는 시점에 북한과 러시아 모두 회담 진행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시점에 경제협력 등 양국 간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역시 연말로 예상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답방은 아직 거론도 안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올해 서울 답방 가능성도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경협으로 이어질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은 올해는 사실상 유의미한 진척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내 시행이 목표인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착공식은 물론이고 평양예술단 공연, 8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 등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진행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삼림, 보건 등 일단 가능한 분야에서라도 남북 협력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미국 뉴욕에서 8일(현지 시간) 열릴 예정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간 회담이 개최 하루 전 돌연 취소됐다. 북핵 협상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전격 무산되면서 비핵화 논의 교착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비롯한 남북관계 관련 일정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 국무부는 7일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관료들의 회담은 나중에(at a later date) 열기로 했다”며 취소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앞서 뉴욕행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이날 오전까지는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영철은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서로의 일정이 허락될 때 회담을 다시 잡을(reconvene) 예정이며, 대화도 계속 진행 중”이라며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약속을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담 취소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무부는 불과 이틀 전 성명을 내고 북-미 고위급 회담의 일시와 장소를 공식 발표했다. 이 때문에 북측이 먼저 회담 취소를 요청했거나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조치로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구했다가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이번 회담에서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 북한은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잇달아 검증을 강조하며 ‘선(先)비핵화 후(後)상응조치’ 방침을 천명하자 “핵개발 ‘병진 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미국으로부터 회담 취소 발표 몇 시간 전에 이를 통보받은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비핵화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서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무부 발표 후 브리핑에서 “회담이 연기됐다고 해서 북-미 회담의 동력이 상실되는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가 연내에 다시 회담 일정을 잡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에서 8년 만에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견제할 경우 비핵화 협상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이정은 lightee@donga.com·한상준 기자}

질문: 평양공동선언에서 철도 및 도로 착공식을 가지며 조건이 마련되는데 따라 추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정상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철도 사업은 안보리 제재에 따르면 비상업적인 공공기반 시설인 경우 제재를 면제한다는데 이에 해당하는지 궁금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이 되도록 제재가 현실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답변: 네. 남북 철도, 도로 연결사업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남북 공동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남북한의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를 각각 연결해 남북 균형 발전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구상이지요.이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대단히 높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하면서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지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미 부여도 함께 했습니다.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개최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입니다.문제는 철도사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걸릴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의 철도를 단순히 연결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북측의 노후화된 철도를 남측 비용으로 개보수 하는 것은 제재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노후화된 북한의 철도를 현대화해 남북을 잇는 철도로 사용 가능하게 하려면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북한으로 가야 하는데 이것이 유엔 제재 대상입니다. 필요한 예산은 연구기관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철도·도로사업을 합쳐 최대 43조 원에 이른다는 추정치도 나와 있습니다.또 철근을 비롯한 각종 자재를 북한으로 반출해야 하고, 공사를 위한 중장비도 투입해야 하지요. 이런 자재와 장비들이 북한의 군사적 목적으로 도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도 모두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큽니다.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철도 및 차량을 사용해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및 철강, 여타 금속류의 직·간접적 공급, 판매, 이전’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물론, 비상업적인 공공사업에 대해서는 제재를 면제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죠. 하지만 이를 적용받으려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심사,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런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게 대북제재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외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대단히 신중한 입장입니다.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현장점검을 하기 위해 8월 방북하려던 철도·도로 조사단의 방북 신청을 유엔사가 불허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습니다.남북한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굵직한 남북 경협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되려면 당연히 대북제재가 완화돼야 합니다. 그 핵심 조건은 북한이 비핵화 이행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이뤄지기 전에는 대북제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미국과 북한은 고위급회담 및 내년 초 열릴 전망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비핵화 이행조치 VS 미국, 한국 등의 상응조치를 매칭해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경우 일부 프로젝트에서 제한적으로 제재 면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만,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이뤄질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이정은 정치부 차장(북한학 석사) lightee@donga.com}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임박했지만 미국은 대북 제재 문제에 여전히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찾아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비난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보 질의에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한다”면서 “경제적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가 비핵화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그 지점(비핵화)에 빨리 도달할수록 (그만큼) 더 빨리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단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의 핵 폐기를 직접 검증하기 전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1일 라디오 진행자 마크 리어던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 약속을 왜 믿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그렇게 하기로 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미국은 그것을 검증해야 하고, 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나 자신, 미국 행정부가 누군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는 볼 필요가 있고, 알 필요가 있다”며 (비핵화를) 검증할 기회를 갖게 될 때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는 해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라스 라슨과의 인터뷰에서도 “검증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달 9일경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갈수록 강해지는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여전히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거친 표현을 담아 직접 대북 제재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뒤 나온 미국 정부의 반응이어서 향후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논의하는 북-미 간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선(先) 검증, 후(後) 제재해제’를 거듭 강조하자 2일 “관계 개선과 제재는 양립될 수 없는 상극”이라고 주장하며 비핵화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외무성 권정근 미국연구소장 명의의 논평에서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는데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외마디 말만 되풀이하면서 대조선 압박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논평은 “미국이 어떤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지난 4월 우리 국가가 채택한 경제건설총집중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돼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노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고 했다. ‘병진’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뒤집고 다시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일본과 유럽연합(EU) 주도로 진행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논의에 대해 “모략과 범죄적 계책의 산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신문은 ‘어리석은 자들의 부질없는 망동’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인권결의안에 대해 “허위와 기만, 악의에 찬 비방 중상”이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이정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갑자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대표로 하는 한미 워킹그룹 출범을 발표하면서 이 조직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주요 비핵화 이슈는 한미 양국이 동시에 발표했던 관례와 달리 이번엔 국무부가 먼저 발표한 만큼 워싱턴이 의지를 갖고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공식적으로는 비핵화 협상을 조율하고 실무를 다룰 협의 시스템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이뤄져온 비핵화 논의의 세부사항을 채워가며 이행 조치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 하지만 비건과 이 본부장은 최근 석 달간 이미 14차례나 만나며 별도 조직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주 접촉해왔다. 그래서 일각에선 또 다른 조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과속을 견제하고, 이를 통해 대북 협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트럼프의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작 급한 북-미보다 한미 먼저 워킹그룹 한미 워킹그룹은 비건과 이 본부장을 축으로 지금까지 비핵화 협상에 참여해온 당국자들을 중심으로 멤버를 구성하되 향후 분야별 소그룹을 만들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하되 통일부를 비롯한 다른 부처 관계자들도 필요에 따라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 측에서는 알렉스 웡 국무부 부차관보와 대북 담당인 마크 램버트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국제안보비확산국(ISN) 내 검증·사찰 담당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에서는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명단에 들어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워킹그룹의 성격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한미 사이에 더욱 긴밀한 논의를 위한 기구로 안다”고 밝혔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의 양국 논의를 정례화, 체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 시점에 워킹그룹을 새로 구성하는 이유에 대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준비의 세부 내용은 한미가 아니라 북-미가 워킹그룹을 꾸려 논의해야 할 사안. 막상 북-미 워킹그룹은 7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차 방북에서 “북한과 합의했다”고 밝힌 이후 4개월째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후 비건 대표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자고 제안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만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속도 조절용 견제장치인 듯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과의 워킹그룹을 만들려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팰러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밝힌 워킹그룹의 4가지 의제는 △한미 간 외교 공조 △비핵화 노력 △대북제재 이행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협력이다. 제재 관련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비건 대표가 워킹그룹 구성에 나선 또 다른 배경엔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대북 관련 정보를 원한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청와대가 남북관계나 평화 구상을 주도하는 가운데, 미 국무부가 한국 정부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는 말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핵 협상을 주로 맡게 된 국무부가 외교부는 물론이고 비핵화, 남북관계 분야에서 청와대, 통일부와도 소통하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이 본부장과 미국에서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돼 방한해 2박 3일간 두 차례 청와대를 찾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평양정상회담을 수행했던 윤건영 국정기획실장도 비공개로 면담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정은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는 판결 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정부는 한일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일파 중 한 명인 이 총리가 직접 메시지를 낸 만큼 이번 사법적 판결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급적 줄여 가자는 시그널을 도쿄에 발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총리가 나서 대응방안 마련할 것” 이번 판결로 당분간 경색 국면이 불가피한 문재인 정부가 택한 건 ‘로키(low key·저강도 대응)’다. 정부는 이날 “총리가 관계 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해 보상이 끝났다고 했던 정부 입장이 뒤집힌 건지, 한국 내 일본 기업에 대해 강제집행이 이뤄질 경우 일본 측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정부의 이 같은 스탠스는 외교적 문제를 더 키워봤자 득보다 실(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에 대한 반인도적 행위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식민 지배를 불법으로 규정해 배상 책임을 묻는 건 국제사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오히려 50년 넘게 지켜온 양국 협정을 한국이 스스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없는 외교 상대’임을 주지시킬 우려도 있다. 정부는 민관공동위원회 협의체를 만들어 후속 대응에 나설 예정인 만큼 이 과정에서 일본과 절충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민관협의체에 대해 “2005년 한일협정 문서 공개 당시 후속대책 논의를 위해 구성했던 민관공동위원회 형식의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비등점 찍은 후 냉각기 가질 수도 어찌 됐든 이번 판결로 최근 수년간 악화 일로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는 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협상 파기,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을 따졌고,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선 문 대통령이 ‘화해와 치유재단’ 해산을 통보하면서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가 이번에 최고점에 달한 것. 그럼에도 한일 관계가 이번 판결로 비등점을 기록한 만큼, 냉각 기간을 거치면서 차분하게 재정립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특히 북핵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 여부에 따라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북-일을 중재할 수 있는 한국과 계속 대립각만 형성할 수는 없다는 것. 여기에 비핵화 비용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면 일본의 참여가 불가피한 만큼, 한미일 3각 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4년 일본군 위안부 갈등 때처럼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수준으로 오래갈 이슈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문병기 기자}
30일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기존 해석이 사실상 뒤집힌 한일청구권협정의 시작은 195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일제 지배를 청산하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일본과의 회담을 시작했다.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원조 부담 경감 차원에서 중재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한일 협상은 “일제 점령 기간 중 한국이 일본 덕분에 발전했다”는 ‘구보다 망언’으로 전격 중단되는 등 10년 넘게 공전했다. 교착을 거듭하던 협상이 탄력을 받은 계기는 1961년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오히라 마사요시 외상이 일본에서 벌인 담판. JP 증언록에 따르면 3000만 달러에서 시작한 일본의 청구권 자금은 ‘무상 3억+유상 2억+민간 1억 달러 플러스알파’로 최종 타결된다. 합의 내용을 양측이 각자 적은 이른바 ‘JP-오히라 메모’가 만들어진 시점이다. 그러나 한일 간의 합의안은 “한일회담으로 나라를 팔아먹는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종 비준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6·3사태 같은 격렬한 한일회담 반대 시위가 이어진 끝에 결국 1965년 6월에야 회담이 최종 타결됐고, 같은 해 12월에 박정희 대통령이 한일협정 비준서에 서명하면서 국내에서도 효력이 발생했다. 전문과 7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한일협정은 △법적 지위 협정 △어업 협정 △청구권 협정 △문화재 협정 등 구체적인 세부 협정과 함께 채택됐다. 이번에 대법원 판결에서 쟁점이 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 관련 내용은 이 중 청구권 협정에 규정돼 있다. 일본 정부는 ‘양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제2조 1항을 근거로 개인 청구권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일본 정부와 군 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이 남아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외교부는 2010년 한일협정 체결과 관련된 일본 외무성의 기밀문서가 공개됐을 때 “군 위안부와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 문제는 당시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사항으로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개인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청와대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북한 비핵화 및 상응 조치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의 북핵 협상 실무대표가 대북정책을 지휘하는 청와대의 2인자를 따로 만난 것은 남북 경협 속도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구상을 직접 들어보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진행된 임 실장과 비건 대표의 만남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및 2차 북-미 회담의 진행 사안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비건 대표에게 “북-미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고, 비건 대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앞서 비건 대표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우리(한미 양국)는 한반도에서 70년의 전쟁 및 적대관계의 종식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이날 상세한 지명이 적힌 북한 지도와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오기도 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미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핵실험이 없는 한 (북한과의 협상이) 오래 걸린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29일 오전 외교부 청사로 들어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손에는 북한 중심의 한반도 지도와 두툼한 서류봉투가 들려 있었다. 위로는 중국과의 국경선, 아래는 서울 위로 휴전선 전체가 그어져 있는 지도 위에 북한의 지명이 영문으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8월 임명 직후부터 북한을 집중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진 비건 대표가 이날 취재진에 보여주기라도 하듯 이 지도를 가져온 것은 북한을 향해 모종의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의 사찰, 검증을 비롯한 비핵화 방안 및 상응 조치를 한미가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부의 남북 경협 구상에 대해 집중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만날 예정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보다 임 실장을 하루 먼저 만난 건 미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및 의중을 청와대 2인자로부터 직접 듣고 파악하겠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가 임 실장에게 미국의 강한 대북제재 유지 방침 및 남북관계 개선 속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직접 들으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입국하는 날 북한의 불법 해상 유류 환적 사진을 공개하며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 당국자는 이날 만남에 대해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이 아닌 비서실장 자격”이라고 애써 선을 그었지만 미국 북핵 협상 대표가 대통령비서실장을 따로 만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외교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할 말보다는 듣고 싶은 말이 많아서 한국에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한 직후 엿새 만에 방한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비건 대표는 앞서 외교부에서 이 본부장과 만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언급하며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가 우선임을 못 박았다. 북한에 대한 ‘당근’을 검토하되 그 시행은 북한의 약속 이행을 지켜보면서 하겠다는 것이다.이정은 lightee@donga.com·한상준 기자}

북한산 석탄 수입대금이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제3자에게 송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만약 제3자가 북한과 직간접으로 관련돼 있다면 해당 금융기관이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문 관세청장은 “북한산 석탄 대금이 우리 금융기관을 통해 송금된 사실이 있느냐”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질문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김 청장은 전날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제3자에게 대금을 보낸 것이 나왔다”고 했는데 국내 금융기관 계좌를 통해 송금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관세청은 8월 중간조사 발표에서는 “수입업자들이 북한산 물품을 제3국으로 수출하는 중개무역을 주선하면서 수수료 형식으로 석탄을 받았다”고 해 대금 송금이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조사에서 수입업자들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송금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금을 받은 주체가 북한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김 청장은 “더 확인해야 한다”고만 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북한산 석탄 입항 정보를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지난해 10월 전후로 대금 송금이 이뤄진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김 청장은 “지난해 4월이 최초 송금시점이며 10월 이후에도 송금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외국 정보기관이 북한산 석탄 반입 사실을 알려줬는데도 (추가) 송금이 이뤄진 것은 정부가 부실 대응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이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의 개인 및 단체와 거래했을 경우 세컨더리보이콧 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검찰 수사결과를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외교부가 외무고시 폐지 후 국립외교원 중심으로 시행돼온 외교관의 선발 방식을 바꾸기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검토 중인 방안에는 현행 외교관 후보자 선발 시험을 행정고시에 통합해 시행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외무고시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외교부는 외교관 선발 방식 변경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 등 관련 절차들을 준비 중이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소그룹별 회의를 진행하며 검토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외교부가 추진해온 대대적인 인사, 조직 혁신 작업과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외교관 후보자 시험 및 국립외교원 연수, 평가를 통한 선발 방식으로 바꾼 것은 2013년. 5년 만에 다시 방식 변경이 논의되는 것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인재의 확보나 역량 검증, 효율적 운영 등에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돼온 만큼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안으로는 행정고시와 통합하되 ‘외무직’ 분야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부처 공무원 선발을 위해 행정고시에 ‘재경직’ 분야를 따로 두는 방식으로 외무 공무원도 뽑자는 것. 외교부 내에서는 “공무원 임용기수를 따지기 어려운 독자적인 선발 시스템 때문에 부처 간 소통이 어렵고 외교관 특권만 강조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행정고시와 통합할 경우 외교관에게만 요구되는 자질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외교부에서 내부 검토를 거쳐 자체적인 결론을 내면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방식과 시기 등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내년으로 순연되면서 비핵화 협상 시간표도 줄줄이 뒤로 밀리거나 어그러지고 있다. 지지부진한 실무협상을 뚫어줄 정상 간 톱다운(top down) 방식의 결단 없이 비핵화의 가시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부가 연내 성사를 목표로 추진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남북 관계 관련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의 전략 수정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나친 낙관론 속 어그러지는 시간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19, 20일(현지 시간) 잇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내년 이후라고 언급하자 한반도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중간선거 유세 일정을 이유로 회담 일을 “11월 중간선거 이후”라고 밝혔을 때부터 예견됐다는 것. 중간선거 전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요인을 제외하면 미국으로서는 굳이 정상회담을 서둘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비핵화 협상 실무팀은 ‘빈손 회담’ 비판에 시달렸던 1차 싱가포르 회담 때와 태도가 좀 다르다. 이번만큼은 비핵화 성과 없이 북한에 쉽사리 정상회담 날짜라는 당근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북제재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22, 23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러시아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기류 속에 계속 지연되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은 당초 청와대가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 “이르면 10월 말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졌다. 종전선언 및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정부가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빅 이벤트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강행 시 한미 간 외교적 마찰이 생길 여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선의(善意)만 믿고 낙관적인 전망하에 비핵화 로드맵을 구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은 최소화하면서 정치적 타협을 하려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정부가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같은 편에 서서 미국을 압박하고 고립시키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핵화 실무 협상부터 다지려는 폼페이오 정부는 아직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비핵화 실무회담 결과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연내 개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만나자”고 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아직 첫 회동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북측의 제재 완화 요구와 미측의 비핵화 이행 조치 요구가 팽팽히 맞서면서 회동 장소 같은 실무 논의조차 합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당초 예정에 없던 북-미 장관급 회담 계획을 밝힌 것은 이런 교착 국면을 뚫어내면서 협상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달 7일 방북해 김 위원장과 회담한 후 구체적인 실무 협상을 비건 대표에게 맡겼지만 진척이 없자 다시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1일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회담을 갖고 한미 간 비핵화 협상 방안을 조율했다. 앞서 19일 베이징에서 쿵쉬안유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협의한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북한과의 협상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의 회동은 이번이 10번째. 외교소식통은 “한미 양국의 북핵 협상 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포함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이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