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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민간 헬기가 도심 고층 빌딩에 충돌하는 초유의 사고가 일어나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17일 헬기 안전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나섰다. 본보가 점검한 결과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초고층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지만 민간 헬기에 대한 안전 감독은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군과 경찰, 소방방재청 등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등록한 헬기는 109대로 9년 전인 2004년(68기)보다 62.4% 급증했다. 이 중 대한항공 삼성테크윈 등이 보유한 운송사업용 헬기(에어택시) 18대와 세진항공 등이 항공기사용사업(훈련 광고 등의 목적으로 대여)에 이용하는 74대를 제외한 순수 자가용 헬기는 LG전자 2대를 포함해 총 17대다. 한서대(4대) 포스코 현대자동차(이상 2대) KBS MBC 재단법인세계평화통일 삼성병원 SK텔레콤 대우조선해양 한화케미칼(이상 1대) 등이 자가용 헬기를 갖고 있다. 서울 상공 중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7.2km는 대통령 전용 헬기 등 일부 군용기만 비행할 수 있는 비행금지구역이다. 여기에는 4대문 안 지역 대부분이 포함된다. 하지만 고층빌딩이 몰려 있는 강남 서초 송파구와 영등포구, 그리고 용산 미군기지 주변과 한강 유역은 이륙 1시간 전에 공항과 수도방위사령부에 비행경로와 출발 및 도착 시간 등을 알리고 허가를 받으면 비행할 수 있다. 공항에 제출하는 계획서에는 가시거리 등 기상 조건은 적지 않아도 된다. 경유지와 도착지 등 운항 구간 전체의 기상을 따져 보고 비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조종사의 몫이라는 뜻이다. 가시거리와 풍속 등 운항 조건에 따른 운항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놓은 정부 차원의 운항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자가용 헬기는 운항 규정을 헬기 보유자들이 자체적으로 만들도록 해놓았으며 이를 항공청에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항공법 116조(운항규정)에 따르면 운송사업 및 항공기사용사업용 민간 헬기는 운항 규정을 지방항공청에 등록해야 하지만 자가용 헬기는 자체 운항 규정을 둘 뿐 이를 항공청에 등록할 의무가 없다. LG전자의 경우 가시거리가 1.6km 이상일 때 이륙하도록 자체 헬기 운항 규정에 정해뒀다. 하지만 이번 사고기가 이륙했을 당시 출발지(김포공항)의 가시거리는 이보다 짧은 1.1km였고 목적지(잠실)로부터 8km 떨어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의 가시거리는 800m였다. 규정대로라면 이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항공법에 따르면 조종사가 공항에 ‘특별시계비행’(계기판 없이 눈으로 직접 보고 하는 비행)을 요구하면 기상과 무관하게 이륙할 수 있다. LG전자 측은 “사고기 조종사가 이륙 전 공항에 특별시계비행을 요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헬기가 시속 200km로 운항할 경우 1.6km를 나는 데 30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민간 헬기 가운데 도입한 지 25년을 넘긴 노후 헬기는 40대(36.7%)지만 점검 기준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민간 헬기는 연 1회 각 지방항공청으로부터 비행 성능과 소음 기준 등을 점검받아 ‘감항성’(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성능)을 인정받아야 하지만 자가용 헬기 보유업체 대부분은 이 검사를 자체적으로 시행한 뒤 항공청에 보고만 하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LG전자 등 자가용 헬기 보유 업체 대부분은 10년 이상 헬기를 보유하며 정비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지방청이 직접 기체 안전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자체 검사 내용을 보고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지상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 16곳이다. 2015년 송파구에 지상 123층 높이의 ‘롯데슈퍼타워’가 들어서는 등 초고층 건물이 계속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16일과 같은 참사의 위험은 상존한다. 하지만 활주로 유도등과 관제탑 등이 설치된 공항과 달리 초고층 건물에 대한 항공 안전 대책은 빌딩 꼭대기에 다는 ‘항공장애등’(일명 깜빡이)이 전부다. 또한 고층빌딩 밀집 지역은 바람이 불규칙하게 불어 비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서울시내 초고층 빌딩 16곳 중 12곳은 거주민이 집중된 공동주택이어서 이번과 같은 항공기 충돌 사고가 일어날 경우 심각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조건희 becom@donga.com·이태훈·조종엽 기자}

지난달 14일 오후 11시 반경 서울 광진구 군자동 8차로에서 음주운전을 단속하던 서울 광진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최재우 경장(40·사진)은 소음기(머플러)를 불법 개조한 듯 엔진 소리가 큰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최 경장이 운전자 김모 씨(20)에게 “시동을 끄라”고 말하는 순간 김 씨는 속도를 올려 도망치려 했다. 최 경장은 오토바이 앞으로 뛰어들어 김 씨에게 매달렸다. 앞바퀴와 바퀴덮개 사이에 왼쪽 허벅지가 끼었지만 김 씨를 놓지 않았다. 최 경장은 30m가량 끌려가 김 씨와 함께 도로 위에 나뒹군 끝에 김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김 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최 경장은 다리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며칠 단속 근무를 더 했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병원에서 X선을 찍어 보니 무릎 관절이 다치고 팔다리 연골이 손상된 상태였다. 의사는 8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 경장의 부상이 알려지자 광진경찰서 내부망(인트라넷)에는 그를 “터미네이터 같다”며 응원하는 글이 160여 건 올라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몸을 아끼지 않고 범인을 검거한 공을 인정해 7일 최 경장을 경사로 특별진급시켰다고 12일 밝혔다. 최 경장은 “병뿐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하는 의사를 ‘심의(心醫)’라고 부르는 것처럼 시민의 마음을 보살피는 ‘심경(心警)’이 되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열다섯 살 소녀가 집에 들이닥친 괴한의 눈을 피해 침대 아래 몸을 숨겼다. 괴한이 소녀를 찾지 못하고 집을 떠나려는 순간 소녀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소녀의 신고 전화를 받았던 911 접수 요원이 통화가 끊기자 전화를 걸어온 것(콜백)이다. 괴한은 벨소리를 듣고 소녀를 찾아내 무참히 살해했다. 연쇄 살인마와 신고 접수의 긴박함을 다룬 미국 스릴러 영화 ‘더 콜’의 한 장면이다.○ 목소리도 낼 수 없을 때 힘 발휘 영화 속 소녀와 신고 접수 요원이 전화 대신 문자메시지로 현재 상황을 주고받고 대응 방법을 찾았다면 소녀는 괴한에게 들키지 않고 목숨을 건질 수 있지 않았을까. 9월 8일 오전 1시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주택. 주부 A 씨(30)는 남편 한모 씨(31)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폭행을 시작하자 화장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숨었다. 남편은 부엌칼을 들고 A 씨에게 나오라고 소리쳤다. 경찰에 전화하면 남편이 눈치 채고 문을 부수거나 방에서 자고 있는 초등학생 아들을 해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A 씨는 휴대전화를 열어 수신번호에 ‘112’를 입력하고 “양재동 ○○○번지 □□빌라 △△△호에서 남편이 난동을 부려요. 화장실에 숨어 있어서 전화는 못 받아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현관문의 비밀번호도 함께 보냈다. 문자신고를 받고 15분 만에 출동한 경찰이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 남편을 연행하면서 A 씨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112 문자신고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음성 대신 버튼 입력만으로 신고가 가능한 문자 신고의 특성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로 경찰과의 통화를 시도하다가 발각될 경우 신고자가 위험에 처할 수 있었던 상황들이다. 9월 3일 오후 11시경 여대생 B 씨(22)는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아 자는 척하며 허벅지를 만지는 박모 씨(40)를 피해 정류장에서 내려 뒤차를 탔다. 그런데 박 씨는 B 씨를 따라 내려 뒤차에 탄 뒤 다시 옆자리에 앉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B 씨는 자신이 탄 버스의 차량번호와 현재 위치, 남성의 인상착의를 적어 112에 문자를 보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순찰차를 몰아 B 씨가 탄 버스를 뒤쫓다가 박 씨가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한 정류장에서 내리자 추격해 검거했다. 4월에는 충남 천안시에서 “그랜저 허×××× 차로 끌려가고 있어요”라는 신고 문자 한 통을 남기고 꺼진 휴대전화의 위치를 경찰이 추적한 끝에 전처와 딸을 납치해 살해하려던 김모 씨(47)를 검거할 수 있었다.○ 112 문자 신고 증가 문자 및 112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신고는 올해 1∼9월 12만1452건이었다. 수신 번호를 112로 입력해 문자를 보내기만 하면 신고가 가능한 시스템은 2004년 구축됐지만 지난해 12월 신고 문자에 사진 및 동영상 첨부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앱(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에서 ‘112긴급신고’를 검색한 뒤 내려받으면 됨)을 배포한 뒤 문자 신고가 크게 늘었다. 9월에는 하루 평균 751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4월 오원춘 사건 이후 112 신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신고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폭주하는 문자 신고를 접수하기 위해 서울 경기 등 주요 지방경찰청에서는 문자 신고만 전문으로 처리하는 요원을 근무시간대별로 1명씩 두고 있다. 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5층 112종합상황실에서 박수연 경장이 문자 신고를 접수하는 현장을 취재해 보니 비교적 한가한 평일 오후 시간대였는데도 3∼5분당 1건꼴로 신고가 접수됐다. 박 경장은 신고가 들어오면 내용의 긴급성과 위치에 따라 바쁜 손놀림으로 코드번호를 부여했다. “지하철에서 도촬(도둑촬영) 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문자가 도착하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파악한 신고자의 위치를 관할 지구대에 전송한 뒤 신고 내용을 코드2(경찰 출동 신고)로 분류했다. 살인 강도 날치기 절도 성폭행 납치 감금 가정폭행 등 중요범죄는 코드1(긴급 신고)로 분류돼 경찰이 우선적으로 출동한다. 112 문자 신고 시스템은 지난해 대대적으로 개편됐지만 상황별 매뉴얼을 더 명확히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문자 신고에 초점을 맞춘 신고 접수 매뉴얼이 없어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접수 요원의 재량과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김종민 경찰청 생활안전과 지역경찰계장은 “신고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콜백이 오면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접수 요원끼리 상황별 대응 요령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던 문서의 원본이 불타 없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시민단체 ‘독도 일본에 알리기 운동연대(독도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센트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일 일본 시마네(島根) 현 공문서 보관소에 가서 ‘시마네 현 고시 제40호’의 원본 열람을 요구했더니 직원이 ‘1945년 8월 현 청사가 전소됐을 때 함께 소실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마네 현 고시 제40호는 “독도는 주인이 없으므로 일본에 편입한다”는 내용을 담아 제정한 일본의 지방행정문서다. 시마네 현은 해당 고시가 발간된 1905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로 정하는 등 고시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켜 왔다. 고시가 조선을 강제병합하기 5년 전에 나왔기 때문에 독도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명시된 한국에 대한 반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 석좌교수는 “원본 문서가 없다면 그 문서에 기반을 둔 주장의 증거력이 상실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배삼준 독도련 회장은 “고시 제40호가 제정된 1905년 당시 일본의 공문서들은 모두 필기체로 작성됐는데 남아 있는 이 고시의 사본은 전부 인쇄체 형태라는 점도 원본이 없어졌거나 사본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독도련은 해당 고시가 무효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벌여 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0여 년 전 탈북한 새터민 학생 2명이 서울대 로스쿨에 나란히 합격했다. 서울대는 8일 임철 씨(25·사진)와 이세진(가명·27) 씨가 서울대 로스쿨 취약계층특별전형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새터민이 서강대 경북대 전북대 로스쿨에 각각 입학한 사례는 2011년 이후 있었지만 서울대는 처음이다. 임 씨는 김일성 체제에 반발해 아오지 탄광촌으로 추방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병사한 뒤 아버지를 뒤따라 여동생과 1998년 탈북해 2001년 한국에 입국했다.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06년 고려대 법대에 입학했다. 올해 8월 졸업 후 독학으로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해 서울대 로스쿨에 합격했다. 임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조인이 되면 새터민들에게 무료 법률 자문으로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이 씨는 1990년대 말 식량난 때 가족과 헤어진 뒤 2000년 홀로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서 살다 2003년 말 한국으로 왔다. 이후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 2007년 고려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이 씨는 학업 중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국무부 프로그램을 통해 미 미시시피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했다. 이 씨는 “법조인으로서 북한 주민들과 통일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복잡한 의료 재판에 비전문가의 시각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처음 시범 실시했던 ‘열린 의료 재판’에서 일반인 자문단의 의견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환자 측이 패소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임동규)는 김모 씨(35·여)가 A대학병원을 상대로 “갓 태어난 아들의 내장 질환을 제때 진단하지 못해 증세를 키웠다”며 손해배상액 11억1600만 원을 청구한 사건에서 김 씨의 청구를 7일 기각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해당 재판의 최종 변론은 의료인 4명과 일반인 5명이 자문단을 이뤄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열린 의료 재판’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자문단원들에 따르면 일반인 자문단 5명은 “병원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했고, 진단 및 진료 과정에서 명확한 과실이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병원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치료 결과 신생아가 뇌손상과 사지마비 장애를 안게 된 점과 환자 가족의 어려운 형편을 감안해 “병원이 향후 치료를 책임지거나 치료비 일부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정’에 해당하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일반인 자문단의 의견을 고려해 최종 변론 이후 김 씨와 A대학병원 양측에 조정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와 A대학병원 관계자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도 조정을 시도했었지만 입장 차가 너무 커 조정보다는 판결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문수 서울동부지법 공보판사는 “일반인 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양측의 대립이 심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건국대는 꾸준히 쌓아온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기업, 연구소, 공공기관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건국대의 연구비 수주 규모는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011년 기술이전수입이 13억2741만 원으로 전체 대학 중 9위다. 특허 출원도 2009∼2012년 총 1106건에 이른다. 건국대의 강세 분야인 생명공학 및 농축산 분야에서 다양한 산학협력 행사를 열어 ‘산학 기술이전 장터’를 만들고 있다. 5월 기능성축산식품사업단과 개최한 ‘기능성 축산식품 기술이전 설명회 및 시식회’에서 이치호 김천제(축산식품공학) 김수기(동물생명학) 백현동(축산식품공학) 교수는 특허를 활용한 기능성축산식품을 기업들에 선보였다. 지난해 6월 개최한 ‘건국 테크 인 바이오’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과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 등 유관 기관이 참여해 제약회사와 바이오테크 기업과의 교류의 장 역할을 했다. 특히 안성관 미생물공학과 교수팀의 종양억제 효소 ‘뮬란’과 나승열 수의학과 교수팀의 치매 예방 치료 생리활성물질 ‘진토닌’ 등 우수 신기술 9개가 바이오 벤처기업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송창선 수의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닭 전염성기관지염 예방 K2백신 기술은 2006년 상용화를 거쳐 올해 초 백신업체 3곳에 이전됐다. 송 교수의 닭 감보로병 예방 백신 기술은 4개 업체가 사들였다. 건국대는 항공우주공학 및 신소재 융합기술 분야로도 산학협력을 넓히고 있다. 신기현 기계공학과 교수는 2006년 서울시로부터 수주한 120억 원 규모의 연구 과제 “롤투롤(Roll-to-Roll) 시스템기술 및 인쇄전자 기술”을 진행해 특허를 100건 이상 출원했다. 건국대는 핀란드 VTT 국립기술연구센터와 디스플레이용 인쇄전자기술 공동 연구소를, 독일 프라운호퍼와 차세대태양전지연구소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두뇌한국(BK)21 플러스 사업’에서 11개 사업이 선정돼 2019년까지 연간 32억7000만 원(7위)을 지원받는다. 응용생명공학사업단은 대학원 실험실에서 ‘학부생 연구(RUS)’ 프로그램을 병행하면서 학부생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정향 산학협력단장은 “폭 넓은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역량을 극대화하고, 여기서 나온 수입을 연구 프로그램에 투입해 성과를 확산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그 사람이…. 절 찾은 건가요?” 전화기 너머 앳된 여성의 목소리가 떨렸다. 경찰이 전화를 걸어 “보험사기범 노○○ 씨(29)를 아느냐”고 물은 참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9월 5일 자신의 스포츠카(마세라티)가 사고를 당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 4370만 원을 타내려 한 노 씨의 여죄를 캐던 중 2011년 3월 노 씨의 차량에 치여 보험금을 탄 A 씨(21·여)를 찾아냈다. 전화를 받은 A 씨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노 씨의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으며, 노 씨가 자신을 찾을 수 없도록 숨어 지낸다는 얘기였다. A 씨가 노 씨를 처음 만난 것은 19세 때인 2011년 2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청소년 쉼터 앞에서였다. A 씨는 고교를 자퇴한 뒤 수년간 가출을 반복하다 한 수녀의 도움으로 쉼터에 입소해 디자인 수업을 들으며 자활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노 씨는 ‘장애인인권복지협회’ 소속 활동가라는 가짜 명함을 내밀며 접근해 고민 상담자 역할을 자처했다. 수사 결과 노 씨는 처음부터 사기에 이용할 가출 소녀를 노리고 A 씨에게 접근했다. 당시 이를 전혀 몰랐던 A 씨는 “차에 치인 것처럼 꾸미고 잠시만 병원에 누워 있으면 돈이 나온다”는 노 씨의 꼬임에 넘어가 2011년 3월 범행에 가담했다. 노 씨는 보험금 294만 원 중 35만 원만 A 씨에게 쥐여준 뒤 나머지는 자신이 챙겼다. 노 씨와의 잦은 외박 탓에 쉼터에서 쫓겨나 갈 곳이 없어진 A 씨는 노 씨의 집으로 들어갔다. 석 달도 지나지 않아 태기(胎氣)가 왔다. 노 씨는 낙태를 요구했지만 A 씨는 산부인과에서 배 속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은 뒤 마음을 바꿨다. 아기를 낳자고 애원했다. 노 씨가 술을 마시고 욕설을 퍼붓는 날이 잦아졌다. A 씨가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는 만삭의 몸이 되자 폭행이 시작됐다. 지난해 2월 딸을 출산한 뒤부터는 수차례 A 씨의 목을 조르며 “죽어라”라고 했다. 견딜 수 없었던 A 씨는 태어난 지 한 달 된 딸을 안고 미혼모 보호시설로 달아났다. A 씨는 노 씨가 혹시 찾아올까 봐 가족에게는 돌아가지 못한 채 지인 집에서 지내고 있다. A 씨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때 범죄에 가담한) 내가 죗값을 치르는 것이 한 살배기 딸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정에서 노 씨를 다시 보게 될까 봐 너무나 두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노 씨에게 3건의 보험사기뿐 아니라 상습가정폭력 혐의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유도 태권도 등 종목에서 수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용인대 무도(武道)대학의 학생들이 학생회비 결산 감사를 앞두고 감사를 주관하는 학생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학생회장은 “감사를 잘 봐 달라”는 뜻으로 돈을 건넨 것으로 전해져 돈의 성격을 놓고 ‘감사 청탁 뇌물’ 의혹이 일고 있다. 학생회비의 쓰임새를 감시해야 할 학생 감사가 오히려 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나오자 학교가 경위 파악에 나섰다. 29일 용인대에 따르면 3월 7일 무도대학 학생회장 A 씨(25)는 태권도학과 유도학과 경호학과 등 7개 소속 학과로부터 70만 원씩 총 490만 원을 모아 이 학교 대의원장인 B 씨(25·경호학과 4학년)에게 전달했다. B 씨는 490만 원을 자신의 개인 통장에 입금해 관리했다. 대의원회는 대학 단과대학생회 및 과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의 학생회비 결산 명세를 심의하는 최고의결기구다. 이들이 감사하는 학생회비의 규모는 무도대학 한 곳만 해도 억대에 이른다. 이 돈은 ‘대의원회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전달됐지만 과거 일부 대의원장들이 학생회비 결산 감사를 앞두고 무도대학 학생들로부터 ‘감사 지원금’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올해 3월 오간 돈의 성격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용인대 무도대학 재학생 C 씨(24)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의원회 감사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학생회칙에도 없고 증빙도 남지 않는 돈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돈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감사와 관계없는 돈’이라는 서약서까지 썼지만 이것이 오히려 감사와 관계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돈을 받은 대의원장 B 씨는 “무도대학 출신 대의원장이 나오면 관례적으로 오갔던 ‘교류비’일 뿐 ‘감사 청탁 비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학생회로부터 회비 일부를 받으면 그 돈을 무도대학 학생들의 체육대회 및 MT에 음료수나 도시락 등을 지원하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취지다. 다만 B 씨는 “현금으로 오간 돈도 많아 전부 증빙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학생회가 이달 초 2학기 학생회비 결산 감사에 불성실하게 응해 추가 감사를 지시했는데 이 일로 일부 학생회장들이 앙심을 품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대 관계자는 “학생회비는 자치의 영역이라 감사가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일일이 살펴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490만 원에 대해서는 “대의원장과 과학생회장들 전부 일관되게 ‘감사와 관계없는 교류비였다’고 설명했지만 비공식적으로 학생회비가 처리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문은 비록 한 대학 내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만약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학 사회에까지 그릇된 금전 청탁 관행이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충격을 주고 있다. 용인대 무도대학은 정원 1500여 명으로 수많은 운동선수와 지도자를 배출한 명문이지만 선배의 후배 구타사건으로 몇 차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했는데) 흔히 말하는 ‘노예계약’이더라고요. 그래서 (전 소속사 대표에게) ‘그만하고 싶다’고 했더니 병을 이렇게 (내리쳐 깨는 손동작) 해서 저한테 대고….” 인기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용준형 씨(24)가 지난해 2월 21일에 방영된 KBS 예능프로그램 ‘승승장구’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 중 일부다. 전 소속사 대표의 위협적인 행동 탓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용 씨의 폭로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른 프로그램은 용 씨의 주장을 인용해 “연예계 내 노예계약 관행이 여전하다”고 방송했다. 인터넷에는 “용 씨를 깨뜨린 병으로 위협한 것이 전 소속사 ×엔터테인먼트의 김○○ 전 대표(45)”라며 실명을 언급한 글들이 올라왔다. 김 씨는 “방송 내용은 허위”라며 지난해 7월 KBS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KBS는 “방송 내용이 전부 진실이고, 예능프로그램은 언론중재법상 정정보도나 반론보도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맞섰다. 언론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에도 반론보도를 요구할 수 있을까? 법원의 답은 ‘그렇다’였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유승룡)는 KBS에 ‘승승장구’의 후속 프로그램인 ‘우리동네 예체능’ 도입부에 “병을 깨 용 씨를 위협한 사실이 없다”는 김 씨의 반론을 방송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언론중재법상 ‘언론’은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으로 한정돼 있지 않으므로 예능프로그램도 그 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김 씨가 병을 깨 용 씨를 위협한 것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김 씨와 KBS는 각각 항소했다. 반론보도는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방의 반론을 게재하는 것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황모 씨(30)는 13일 오후 10시 54분경 서울 강동구 성내동 편도 5차로 도로를 운전하다 앞차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갈피를 못 잡는 장면을 목격했다. 황 씨는 좌우 차선을 넘나드는 앞차가 음주운전이라 판단하고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올 때까지 해당 차량을 뒤따라 추격해 인계하기까지 했다. 운전자 송모 씨(55)는 혈중알코올 농도 0.185%로 면허 취소를 해야 할 만취 상태였다. 음주운전을 신고한 황 씨는 서울 강동경찰서로부터 포상금 3만 원을 받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6월 10일부터 음주운전차량 신고자에게 심의를 거쳐 포상금 3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음주운전을 하다 신고자에게 적발당한 사례들을 보면 음주운전의 치명적인 위험과 천태만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만약 사전에 신고가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김모 씨(50)는 7월 23일 오후 8시 40분경 만취한 채 스타렉스를 몰고 서울 양화대교 부근에서 올림픽대로 잠실 방면으로 질주했다. 밤이었지만 전조등조차 켜지 않은 채 지그재그로 난폭 운전을 일삼는 김 씨의 차를 보고 신고자가 경찰에 알리고 공동 추격전을 펼친 끝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김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74%로 면허 취소 수치였다.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큰 도로에 차를 덩그러니 세워 놓고 잠들기도 한다. 임모 씨(28)는 8월 10일 오전 6시경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 4차로 중 1차로에 빨간색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를 세워두고 잠들었다. 졸음이 쏟아져 운전 도중 차를 멈추고 잠든 것이다. 자동차전용도로에 주차해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본 다른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임 씨는 혈중알코올 농도 0.104%인 상태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시민 신고로 적발된 외국인 음주운전자도 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 보니 외국인마저도 거리낌 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인 M 씨(36)는 10일 오전 1시 50분경 서울 강남 차병원사거리 인근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0.147%인 상태로 아반떼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윤모 씨(29)의 오른쪽 다리를 치고 달아났다. 윤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M 씨는 불법체류자로 면허도 없었고, 술에 만취해 뺑소니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M 씨를 구속했다. 음주운전 신고포상금 제도는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음주운전 신고는 지난해 월평균 267건에 그쳤지만 신고포상제를 도입한 6월 10일 이후부터는 월평균 582건으로 늘어 117% 증가했다. 포상제도를 시행한 6월 10일 기준으로 전후 3개월을 비교해 보니 음주 교통사고 건수는 21.7% 줄었고 사망자와 부상자도 각각 50%, 23.9% 감소했다. 서울경찰청은 6월 10일부터 8월까지 총 168건에 대해 포상금 504만 원을 지급했다.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단순 음주운전을 신고한 사람에 한해서만 포상이 이뤄진다. 음주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나 음주자의 차량을 운전한 대리기사, 직계가족, 음주 운전자와 술을 같이 마신 사람 등은 포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음주운전 포상제도는 효과가 입증됐지만 별도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일부 지방경찰청은 제도 시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012년 11월 23일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올 6월까지만 시행했다. 강원, 충북, 전남지방경찰청도 올해 제도를 시행했다가 3∼6개월 만에 중단했다. 현재는 각 지방경찰청이 자체적으로 수사예산을 일부 빼서 운영하고 있다. 제도를 처음 도입한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포상제도 시행 이후 음주 교통사고가 20% 정도 줄어 확실히 효과를 봤지만 재정 문제로 별도의 예산이 배정될 때까지 잠정 중단한 상태”라며 “예산만 배정되면 언제든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방경찰청에 별도의 예산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조동주·조건희·곽도영 기자 djc@donga.com}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7022번 버스를 타고 자하문 터널을 지나 부암동에서 내리자 울창한 숲길이 나왔다. 어른 2명이 넉넉히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따라 10분가량 걸으니 실개천이 보였다. 도심에서 버스로 15분 거리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만큼 자연 경관과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었다.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이 무리지어 사는 백사실 계곡이다.○ 도심 속 청정 계곡 23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3∼9월 백사실 계곡의 생태를 조사한 결과 청정 습지에서만 사는 도롱뇽 무당개구리 등 보호종과 우리나라 특산종인 꺽지가 사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해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북방산개구리와 아무르장지뱀도 발견됐다. 계곡 자생 생물 종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계곡 바닥에 사는 저서동물 중 청정지역 지표종인 옆새우와 가재도 발견됐다. 저서동물을 먹고 사는 양서류의 알 덩어리도 곳곳에서 나와 먹이사슬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취재팀이 찾은 백사실 계곡에서는 등산객과 대학생들이 북악산에서 발원해 홍제천으로 흘러가는 물줄기 1.3km 주변을 따라 산책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산새가 투명한 계곡물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장딴지 깊이의 물속에서는 1급수 어종인 버들치가 바위 사이를 헤엄쳐 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친구들과 함께 계곡을 찾았다는 주부 윤금순 씨(50)는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계곡 곳곳에는 자연보호를 알리는 팻말이 설치돼 있었고, 주변 숲도 쓰레기 없이 깨끗했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비닐에 흙을 담아 쌓아둔 것 외에는 인공물도 거의 없었다. 2005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36호로 지정됐을 무렵 관광객이 몰려 환경이 다소 악화됐지만 서울시가 2009년 이 일대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자연 경관 훼손이나 야영 및 개발을 금지한 뒤 생태가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이 몰리는 9∼10월에는 ‘백사실 계곡 생태지킴이’로 임명된 부암동 주민 10명이 정화 활동을 벌인다.○ 관광객 늘면서 오염 경계 최근 부암동에 커피숍과 펜션 등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며 백사실 계곡을 함께 찾는 시민도 늘자 생태계 파괴나 환경오염 우려도 높아졌다. 특히 계곡 가까이에도 펜션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물론 각종 시설에서 배출하는 하수는 백사실 계곡과 분리돼 처리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오염 위험은 없지만 계곡을 찾은 시민들이 가재나 도롱뇽을 찾기 위해 돌을 들추거나 계곡 주변에서 술판을 벌이면 보호종의 생태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백사실 계곡 생태지킴이 윤수애 씨(62·여)는 “주말에는 청정 계곡을 유원지로 착각하고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주느라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계곡 상류 능금마을 지역의 주민들이 텃밭을 일구며 내다버리는 비료 등 오염 물질도 자칫 도롱뇽 서식지의 환경을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시 조사 결과 백사실 계곡 1.3km 구간의 수질은 1등급이었지만 능금마을 주변은 2등급이었다. 수질은 1∼7등급으로 나뉜다. 곽도영·조건희 기자 now@donga.com}

주부 김모 씨(35·여)는 2011년 5월 태어난 지 일주일이 지난 아들이 젖을 계속 토해 내자 서울의 A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병원 측은 구토 외에 특별한 징후가 없다며 김 씨와 갓난아기를 돌려보냈다.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복부를 검사한 뒤에도 항생제만 투여했다. 하지만 하루 뒤 배가 부풀어 오르며 증세가 심해지자 아기는 B대학병원으로 옮겨져 개복 수술을 받았다. 소장이 새끼줄 모양으로 꼬여 피가 공급되지 않는 희귀질환인 ‘중장염전’이었다. 이미 기능을 멈춘 소장을 잘라냈다. 아기는 평생 입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혈관을 통해서만 영양을 섭취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또 뇌 손상 탓에 사지 마비와 인지 기능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의사 가족도 말리는 의료 소송 김 씨는 A병원이 CT를 하고도 중장염전을 제때 진단하지 못해 증세가 악화될 때까지 방치했다며 지난해 1월 법원에 11억16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아이가 평생 노동 능력을 완전히 잃게 됐고 막대한 치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 따라 산정한 금액이다. 하지만 병원 측은 당시 담당 의료진의 판단이 최선이었기 때문에 의료 과실로 볼 수 없어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의료 과실 소송은 원고가 병원의 진료 및 감정 기록을 확보한 뒤 전문지식을 가진 의료기관을 상대로 복합적인 법리 해석을 거쳐 사고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측에 큰 부담이다. 소송 기간이 평균 2년 2개월이고, 의료 사건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착수금 등 비용이 최소 600만 원 수준이다. 의료인의 가족이 의료 사고를 당해도 소송을 꺼리는 이유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의료 과실과 관련해 1심 판결이 나온 민사재판 360건 중 환자가 승소한 경우는 190건(52.8%)이다. 그중 176건은 당초 청구 금액을 조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사례다. 환자가 어렵사리 소송에서 이겨도 충분한 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뜻이다. 전문 의료인이 재판에 의견을 내는 ‘전문심리위원’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의료 소송에 ‘의료기관 중심적’인 시각이 주요하게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인 시각 반영하는 새로운 시도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임동규)는 22일 김 씨와 A병원 간의 재판을 의료인 4명과 일반인 5명이 함께 자문단을 이뤄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열린 의료 재판’ 방식으로 진행했다. 의료인과 일반인 사이에 의료 과실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매우 달라 환자들이 의료 소송에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의료 소송에 일반인이 자문단으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인 자문단으로 자원한 20∼50대 남녀 5명은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부지법 15호실에서 열린 최종변론에 참석해 원고와 피고 측 변호인의 공방을 지켜본 뒤 전문의 자문단 4명과의 토의를 거쳐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했다. 자문단은 개인별로 각기 다른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인 자문요원 주부 오경실 씨(54·여)와 의료인 자문요원 어환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60)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자문요원이 사건에 대해 토의하다 보니 과실 여부에 대해 더 복합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과 달리 자문단의 의견을 반드시 판결에 반영할 의무는 없지만 ‘열린 의료 재판’을 개최한 취지를 고려해 일반인 자문단의 의견도 무게 있게 고려할 계획이다. 박 군 재판의 선고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의료 분쟁을 소송보다 간소하게 처리하려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02-6210-0114)이나 한국소비자원(1372)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된다. 조정 기간이 4개월가량으로 소송보다 짧고 수수료 2만∼16만 원 외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올해 1∼8월 처리한 조정 건수는 의료분쟁중재원이 980건, 소비자원이 501건이다. 하지만 병원 측이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 현재로서는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은 제도적 허점으로 꼽힌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북한이 해외에 설립된 국내 대기업의 현지 법인 직원을 포섭해 해당 기업의 국내 본사 전산망에까지 접속하는 ‘사이버 침투’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한의 정부기관이나 언론사 전산망, 국가기간망이 아닌 민간 대기업의 해외법인을 상대로 북한이 해킹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16일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 공작 부서인 225국(옛 대외연락부)은 지난해 중국에서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업체(SI)인 S사의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ID와 패스워드를 확보한 뒤 1년여 동안 S사의 전산망에 200여 차례 접속했다. 225국은 중국 내에 북한의 위장 무역업체 ‘북성무역’을 설립하고 공작원 채모 씨를 대표로 앉혀 이런 대남 사이버 침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 씨는 S사 현지 법인의 중국인 여직원 위모 씨의 남편이 북성무역 직원으로 채용된 것을 계기로 위 씨에 대한 본격적인 포섭 작업에 들어갔고 결국 위 씨에게서 S사의 지사 및 본사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ID와 패스워드를 받아냈다. 위 씨는 업무용 PC의 외부 상시 반출 반입 권한을 갖고 있어 이 PC들을 채 씨에게 넘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당국은 위 씨의 PC에 저장돼 있던 자료들도 일부 북한 측에 넘어갔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과 경제개발의 병진을 선언하고 경제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임을 고려할 때 국내 대기업의 제품 생산 기술과 특허 등은 물론이고 비즈니스 전략 등을 노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종적으로 정부 전산망 침투를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S사는 청와대와 국방부의 전산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업체다. 따라서 북한이 해킹한 자료는 이 회사가 구축해 운영하는 국가기간시설 전산망을 공격하는 분석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 당국은 남한을 상대로 한 북한의 사이버 침투 시도가 정부에 이어 민간을 대상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2011년 농협 서버와 청와대, 국회 등 주요 기관 사이트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해와 올해에도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방식으로 언론사와 금융사 등의 전산장비를 파괴했다. 유동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상대적으로 보안이 허술한 해외 법인의 직원을 포섭해 전산망에 침투하는 방식은 외부에서 시스템 방어망을 뚫는 기술적 해킹보다 훨씬 용이하게 서버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사이버 침투라는 것이다. 그는 “국가 기관이라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할 수 있지만 사기업은 보안 점검을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건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피의자도 외국 국적일 경우 국내 수사 당국에 공소권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검찰 관계자는 “8월에 국정원이 첩보를 제공해 왔으나 중국 현지 법인에서 현지인이 저지른 일이어서 우리에게는 공소권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은 위 씨 부부에 관한 범죄 자료를 중국 공안에 넘겨 수사토록 할 방침이다. S사 측은 “국정원이 조사를 벌인 것은 맞지만 뚜렷한 피해 사실이 확인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S사의 서버 해킹을 통해 정부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술적으로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이정은·조건희·정호재 기자 lightee@donga.com}

‘귀하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조사 예정이니 서대문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으로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터넷상 불법파일 공유.’ 김모 씨(32)는 발신자가 서울 서대문경찰서로 되어 있는 출석요구서를 e메일로 받았다. 혐의 내용은 인터넷에서 불법파일을 내려받았다는 것이다. 김 씨의 인터넷주소(IP주소)와 경찰서 전화번호, 소환 근거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고, ‘첨부된 아동음란물 단속 관련 해설 자료는 사전 고지하여 주시길 바랍니다’는 안내가 있었다. 김 씨는 불안한 심정으로 e메일의 첨부파일을 열었다. 김 씨는 며칠 뒤 자신의 농협 계좌에서 30만 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했다. 첨부파일을 연 순간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그 후 금융기관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가짜 인터넷뱅킹 홈페이지로 우회 접속하도록 유도해 정보를 빼가는 ‘파밍’ 수법에 당한 것이다. 진짜 경찰 출석요구서는 e메일이 아닌 우편으로 배달되고 문서 하단에 고유 바코드가 있지만 그 같은 사실을 몰랐던 김 씨로서는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가짜 경찰 출석요구서 등을 보내는 방법으로 765명에게서 3400만 원가량을 가로챈 이모 씨(36)와 조모 씨(28)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중국 옌지(延吉)에서 알게 된 현지인 해커로부터 개인 e메일 주소 및 휴대전화 번호 22만 개를 받아 출석요구서나 청첩장을 발송했다. 이처럼 ‘파밍’뿐 아니라 전화로 개인정보를 빼내는 ‘보이스 피싱’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액결제를 유도하는 ‘스미싱’ 등 사기 수법이 매일같이 새로 생겨나 이용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경찰, 이동통신사, 보안업체의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전화 및 문자 사기 피해 예방법을 정리했다. ①링크 누르면 위험=올해 1∼8월 경찰에 피해 사례가 2433건 접수됐고 하루 평균 피해액이 1825만 원일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스미싱 수법 가운데 하나. 지인 명의로 온 ‘돌잔치 초대장’ 등의 링크를 누르면 악성코드가 심어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스마트폰에 설치돼 해커가 소액결제 인증번호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이용자의 주소록 정보를 탈취해 지인에게 스팸 문자를 보내도록 하는 악성코드까지 개발됐다. 지인이 보낸 문자여도 링크를 함부로 누르면 안 된다는 뜻이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적발됐으니 기소 내용을 확인하라’는 문자메시지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거짓 문자의 링크도 눌러서는 안 된다. 경찰이 출석요구서를 우편으로 보낸 뒤 문자메시지로 이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링크가 첨부되지는 않는다. ‘레스토랑 쿠폰’ ‘카카오톡 업그레이드’ 등도 피해가 끊이지 않는 거짓 문자다. 매일 새로운 변종 악성코드가 등장하기 때문에 백신 앱만으로는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 스미싱을 예방하려면 낯선 링크를 누르지 말아야 한다. ② 실수로 눌렀을 땐 즉시 취소 버튼=‘아차’ 하는 순간 링크를 눌러 앱 설치 창이 뜨면 즉시 취소 버튼을 눌러 설치 과정을 중단해야 한다. 이동통신사 고객센터(국번 없이 114)에 전화해 소액결제 한도(30만 원까지 가능)를 낮추는 것도 예방법이다. 아이폰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달리 공식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만 설치할 수 있어 현재까지는 악성코드를 이용한 스미싱 피해 사례가 없지만 임의로 ‘탈옥(개조)’한 아이폰은 악성코드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 ③ 떠도는 피해 사례 중엔 과장된 내용도 많아=‘독도 관련 설문을 가장한 전화에 번호를 눌렀더니 25만 원이 결제됐다’는 글이 광복절 이후 급속히 확산됐지만 피해 사례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이처럼 설문조사를 빙자해 소액결제 방식으로 돈을 빼내 가는 건 시스템상 불가능하다. 또한 공공기관 등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중요한 안내를 해주는 척하다가 전화가 끊어지게 만들어 수신인으로 하여금 자동응답시스템(ARS) 유료전화에 전화를 걸도록 유인하는 속임수 전화도 있다. 하지만 이런 속임수에 빠져 ARS 유료전화에 전화를 걸었더라도 즉각 끊으면 정보이용료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차 빼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전화했더니 25만 원이 순식간에 소액결제됐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하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루머다. 단돈 100원을 휴대전화 소액결제 서비스로 결제하려 해도 문자메시지로 본인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만으로는 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4040으로 끝나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는 받기만 해도 돈이 나간다’ 등의 글 역시 경찰에 접수된 관련 피해 신고가 전혀 없는 루머로 밝혀졌다.조건희·백연상·조동주 기자 becom@donga.com}
사법연수원생이 외제차를 몰고 대검찰청 정문 차단기를 들이받은 뒤 “검찰총장을 불러 달라”고 소리치는 등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5일 오후 9시 반경 BMW 승용차를 몰아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출입 차단기를 들이받아 부수는 등 난폭운전을 한 사법연수원 1학년생 박모 씨(32·44기)를 공용물건 손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는 대검찰청 정문 차단기를 부순 뒤 건물 앞 왕복 8차로에서 중앙선을 수차례 침범하며 도로를 빙글빙글 돌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차를 멈추고 내리라고 요구하자 “(당신이) 경찰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아느냐, 경찰인 걸 확인해야 멈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내가 얼굴을 아는 검찰이나 대법관을 불러 달라”고 외쳤다. 순찰차 10여 대가 추가로 도착하자 박 씨는 시속 100km의 속도로 차를 몰아 자신이 사는 반포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으로 달아났지만 차량이 등록된 주소를 추적한 경찰에게 1시간 반 만에 검거됐다. 박 씨는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씨는 16일 오전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열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서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라는 가진단을 받았다. 이는 뇌를 둘러싼 막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급성 질환으로, 의식이 흐려지고 성격장애로 착각될 만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수원 내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자지 못해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장건 사법연수원 공보판사는 “박 씨의 행동이 학업 스트레스 때문인지 질병 때문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해서 ‘비로소 한국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 알아요? 시내 도로로 접어들었을 때예요. 옆 차는 깜빡이도 안 켜고 끼어들지, 뒤차는 경적 울리지…. 이런 문화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죠.” 북미권 국가에 다녀온 지인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나와 택시를 탔을 때를 회상하며 들려준 얘기다. ‘정글 같은 도로’가 바로 우리의 첫인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케이팝 열풍과 발달된 정보기술(IT) 등으로 우리가 아무리 치장해도 가릴 수 없는 시민 의식의 민얼굴이다. 동아일보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 특별취재팀은 교통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의 문화가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스웨덴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등 8개국에 갔다. 결정적인 차이는 이들 선진국에서는 텅텅 빈 도로에서 신호와 정지선을 칼같이 지켜도 ‘바보’ 취급당하는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철저한 단속과 교육 덕이다. 캐나다 운전자들은 암행(暗行) 경찰이 어디서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니 신호와 제한속도를 자발적으로 지킬 수밖에 없다. 독일 아이들은 교통안전을 초등학교 2학년부터 정규수업 시간에 배운다. 양보 운전이 ‘손해 보는 일’이라는 그릇된 인식도 없었다. 양보의 결과가 자신에게도 돌아온다는 믿음 덕이다. 네덜란드 드라흐턴 시가 신호등과 교통표지판을 전부 없앤 뒤 오히려 사고를 20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던 이유도 운전자들의 ‘양보 본능’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서울 명동과 맞먹을 정도로 교통량이 많은 일본 도쿄 신주쿠 사거리에서는 경적 대신 기다림을 택한 운전자들 덕에 모든 도로 이용자가 조용하고 쾌적하게 길을 오갈 수 있었다. 한국 도로가 무법천지 정글에서 벗어나려면 ‘착한 운전’은 대접하고 ‘반칙 운전’의 대가는 혹독하게 치르게 하는 교통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단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들을 밖에 내보낼 때마다 입버릇처럼 ‘차 조심하라’고 당부해야 하는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제 바꾸기 위해서다.조건희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맥도날드 할머니’로 알려진 권하자 씨(73·여)가 7월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중구는 권 씨가 간암 투병 중 7월 12일 송파구 거여동 새희망요양병원에서 숨진 뒤 8월 경기 파주시 광탄면 ‘무연고 추모의 집’ 봉안당에 안치됐다고 10일 밝혔다. 권 씨는 다른 노숙인들과 달리 역이나 길이 아닌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에서 밤을 보내 ‘맥도날드 할머니’라는 별칭으로 유명해졌다. 권 씨는 이화여고를 거쳐 한국외국어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76∼1991년 외무부(현 외교부)에서 근무한 사실이 알려져 2010년 말 화제를 모았다.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는 없었고 자매와는 왕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씨가 2000년대 초부터 노숙을 시작한 뒤 패스트푸드점 외에 유일하게 적을 둔 곳은 종로구 새문안교회였다. 영어 성경 교실에 참석한 인연을 계기로 매일 오전 5시 교회의 새벽 예배에 참석했다. 권 씨는 본인이 거리로 나온 사연을 궁금해한 이들이 물으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이 모든 일상이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고행’이다”라는 말만 남겼다고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에 따르면 항상 백발을 단정히 넘기고 다녔던 권 씨는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나를 잘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며 한동안 머리를 자르는 것을 거부했다. 권 씨는 올해 5월 말 서울역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7월 숨을 거뒀다. 당국이 권 씨의 가족에게 연락했지만 시신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아 화장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글날이 스물두 해 만에 ‘빨간날’로 되돌아오기까지 꾸준하게 우리말을 가꿔온 ‘풀뿌리 지킴이’들이 있다. 쉬는 날을 쪼개 전자우편(e메일)으로 바른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책까지 펴낸 농학박사 출신 공무원, 정년을 맞아 교감에서 물러난 뒤 글 못 읽는 할머니들을 위한 교실을 연 70대 어르신, 영어 간판에 한글도 함께 적어달라는 학자들의 소송을 돈을 받지 않고 변론한 변호사까지…. 동아일보 취재팀은 567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모임인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이 1999년부터 해마다 뽑은 ‘우리말 지킴이’ 가운데 오래도록 ‘한글 알리기’에 힘쓴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은 “어버이날에 가족의 뜻을 다시 새기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한글이 내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말로 한글은 야무진 보물… 세계로 뚫고 나가자조건희·서동일 기자 becom@donga.com}
자신이 교신저자로 참여한 논문에 아들을 제1저자로 등재하고 공동 저작자의 이름을 누락시켜 연구 윤리 위반 논란에 휩싸인 박문일 전 한양대 의과대학장(61)이 교수직에서 사직하고 박 전 학장의 아들(29)은 이 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자퇴했다. 한양대는 2일 박 전 학장과 아들 박 씨가 각각 제출한 사직서 및 자퇴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