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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에서 저보고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 2일 오전 10시 평양에 간 우리 예술단 등이 묵는 고려호텔을 방문해 우리 공동취재단과 만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사진)은 대뜸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전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동평양대극장 공연에서 우리 기자들의 입장이 차단돼 보도 통제 논란이 일자 이를 해명하려고 온 것이었다. 북한 최고위급(부총리급)이 우리 취재진에 사과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영철 “취재 활동 제약은 잘못된 일” 김영철은 “(한국) 기자분들이 취재 활동에 많은 제한을 받아서 불편하다고 전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기자분들한테 듣고 싶어서 왔다”고 밝혔다. 전날 상황 설명을 듣고서는 “기자분들 앞에서 제가 먼저 북측 당국을 대표해서 이런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16분간의 간담회 내내 사과한 김영철은 “의도적으로 취재 활동에 장애를 조성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행사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협동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결과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우리가 초청한 귀한 손님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잘하겠다”고 재발 방지 약속도 했다. 1일 공동취재단은 북측 제지로 카메라 촬영기자 1명을 제외하고는 동평양대극장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해 바깥 분장실 안 TV 모니터와 외부 소리로 공연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항의가 이어졌지만 북측 안내원들이 “기다리라”며 막아섰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있는 2층에 기자단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일부 북측 관계자들이 전체 출입 통제 지시로 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까지 한때 출입이 통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 특유의 기만전술 가능성도 북한은 3일 두 번째 공연인 류경정주영체육관 공연에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 공연에는 김정은이 참석하지 않는 것이 확정적이다. 전날 “4월 초 정치 일정이 복잡하여 시간을 내지 못할 것 같아”라며 시간을 쪼개 왔다는 김정은이 연속으로 우리 공연을 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평창 겨울올림픽 계기 교류 당시 북한 기자들은 2월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이 혼자 일어나 박수 치는 모습을 촬영하고 노동신문에 게재했다. 김영철의 이날 사과는 최근 남북 교류로 한국 내에서 북한과의 대화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보도 통제 논란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한국을 달래려는 기만전술로도 볼 수 있다. 김영철이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남측에서 저보고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먹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발언임과 동시에 자신을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지목하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도 풀이되기 때문이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을 맞아 방한했을 때 김영철은 2박 3일간 서울 워커힐호텔에 머물며 천안함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김정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농담하기도 김정은이 전날 우리 예술단 공연 관람 후 출연진에게 “평양시민들에게 이런 선물 고맙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알려진 것은 잘못 전해진 것이며 실제는 김정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정은은 “가을엔 ‘가을이 왔다’는 공연을 하자”는 말을 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면서 본인도 ‘북측 최고지도자에게 전하겠다’는 일종의 농담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이런 ‘셀프 보고’ 표현은 북측에서 쓰는 유머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평양=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우리 예술단의 1일 평양공연을 관람했다. 김정은이 집권 후 한국 예술인들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이날 오후 6시 50분부터 2시간 10분가량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진행된 우리 예술단의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봄이 온다’를 관람했다. 김정은은 13년 만에 북한에서 진행된 우리 예술단 공연 후 출연진과 사진을 찍으면서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 해야 한다. 남측이 ‘봄이 온다’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 “3일 (남북 합동) 공연을 보려고 했는데 다른 일정이 생겨 오늘 공연에 왔다”며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순수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합동공연을 보셨는데 단독공연이라도 보는 게 인지상정이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나 우리 가수들의 노래와 가사를 물어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고 문체부 측은 밝혔다. 이날 공연에는 김정은 부부 외에 북측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관람했다. 우리 예술단은 가수 조용필을 비롯해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강산에, 김광민 등 총 11명(팀)이 무대에 서 26곡을 불렀다.평양=공동취재단 / 신나리 기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을 이루자.” 1일 오후 북한 동평양대극장은 공연단에 참여한 가수들과 관람석을 가득 채운 1500명의 주민들이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양쪽으로 흔들면서 한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13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측 공연에서 우리 예술단이 ‘우리의 소원’으로 이날 공연을 마무리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출연진 중 막내인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슬기는 눈시울을 붉혔다. 관객들은 공연 후에도 한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당초 오후 5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던 공연은 “보다 많은 사람의 관람 편의를 위해 늦춰 달라”는 북측 요구에 한 차례 오후 7시 30분으로 미뤄졌다가 6시 30분으로 재조정됐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끝에 이날 오후 6시 20분(평양 시간 기준)에야 비로소 막이 올랐다. 깜짝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내외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관현악으로 편곡한 아리랑이 흘러나오면서 극장 스크린에 큰 나뭇잎이 휘날리는 홀로그램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번 평양 공연의 제목인 ‘봄이 온다’가 떠올랐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연주하자 가수 정인이 허밍으로 따라 불렀다. 첫 무대를 장식한 정인의 뒤를 이어 알리가 나왔고 백지영이 북한에서 한국 대중가요 중 최고 인기곡 중 하나로 꼽히는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른 뒤 ‘잊지 말아요’를 애절하게 불렀다. 공연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은 “이렇게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을지 몰랐는데 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남북 관계에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서현은 이날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 ‘푸른 버드나무’를 불렀다. 이 노래는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만든 노래다. 걸그룹 레드벨벳이 ‘빨간맛’ ‘배드보이’를 부르자 북한 관객들은 박수치면서 호응했다. 멤버 예리는 공연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쳐주시고 따라 불러주셔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아이린은 “우리가 숨이 차 하니까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쳐주셨다”고 말했다. 2003년 10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식 공연에 베이비복스와 함께 참여했던 댄스그룹 신화 멤버들은 당시 객석이 경직돼 있었다고 했지만 이날 객석 반응은 훨씬 뜨거웠다. 윤상 음악감독은 “북한 측은 우리의 선곡 리스트에서 가사나 율동 등에 수정 요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경도 출신 실향민 부모를 둔 가수 강산에는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 ‘…라구요’와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불렀다. 강산에는 “함경도 출신인 아버지를 위해 이 곡을 꼭 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2시간 10분 정도 진행됐다. 참여 가수들이 조용필의 ‘친구여’와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면서 막을 내렸다.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공연을 관람하며 도중에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공연 후 출연진을 불러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김정은은 우리 측 관계자들에게 “내가 레드벨벳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원래 모레 오려고 했는데 일정 조정해서 오늘 왔다”며 “평양 시민들에게 이런 선물 고맙다.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참석과 맞물려 이번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동행한 남측 기자단은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했다. 3시간 전 진행된 최종 리허설은 볼 수 있었지만 정작 본공연은 모니터로 지켜봐야만 했다. 북측 안내원들은 “안절부절 말고 기다려라. 곧 귀가 탁 트이는 소식이 들릴 것”이라며 기자단을 배제시켰고, 항의가 이어지자 “어차피 공연 시작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막아서면서 논란을 빚었다. 한편 방북 예술단에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포함돼 김정은에게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박선희 기자 / 평양=공동취재단}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조업하던 한국 어선 마린711호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나이지리아 해적에게 납치돼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 등 한국인 3명이 1일 현재까지 소재 불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무장한 납치 세력이 어선을 나이지리아 해역으로 이동시키다 우리 국민 세 사람을 스피드보트로 옮긴 뒤 도주했다. 현재까지 이들의 소재와 보트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그러나 중국 신화통신은 “가나 해역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이 나이지리아 남부 바이엘사주에 인질로 붙잡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마린711호는 한국 국적 대표가 운영하는 선사의 500t 규모 참치잡이 어선으로, 납치 당시 한국인 3명과 가나 국적 42명 등을 포함한 50여 명의 선원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같은 선사의 선박이 계속 따라갔지만 가까이 가면 납치 선원들에게 위해가 갈 수 있어 위험하다. 게다가 조업권 침해 등의 문제를 우려해 나이지리아 경계 수역 직전에서 회항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피랍 사실을 인지한 후 선원들의 신변 안전을 기하고 납치세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언론에 엠바고(보도유예) 요청을 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보고를 받고 지난달 28일 오전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급파를 지시하자 31일 보도자료를 내며 언론에 공개했다. 여전히 소재 파악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랍 사실을 알리는 이유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좋은 방향으로 진행 중이고 우리 측이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것을 보도 가능하도록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피랍자 가족들과도 관련 협의를 이미 마쳤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우리 예술단의 1일 평양 공연을 관람했다. 김정은이 집권 후 한국 예술인들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이날 오후 6시50분부터 2시간 10분 가량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진행된 우리 예술단의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를 관람했다. 김정은은 13년 만에 북한에서 진행된 우리 예술인 공연 후 출연진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앞으로도)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 해야 한다. 남측이 ‘봄이 온다’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 “3일 (남북 합동) 공연을 보려고 했는데 다른 일정이 생겨 오늘 공연에 왔다”며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순순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중 북측 예술단이 참여한) 합동공연을 보셨는데 단독공연이라도 보는 게 인지상정이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만나 우리 가수들의 노래와 가사를 물어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고 문화부 측은 밝혔다. 이날 공연에는 김정은 부부 외에 북측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이 관람했다. 우리 예술단은 가수 조용필을 비롯해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강산에, 김광민 등 총 11명(팀)이 무대에 서 26곡을 불렀다.평양=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을 이루자.” 1일 오후 북한 동평양대극장은 공연단에 참여한 가수들과 관객석을 가득 채운 1500명의 주민들이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양쪽으로 흔들면서 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13년 만에 북한 평양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이날 공연을 마무리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출연진 중 막내인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슬기는 눈시울을 붉혔다. 관객들은 공연 후에도 한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당초 오후 5시 30분 예정이었던 공연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늦춰 달라”는 북측 요구에 한 차례 7시 30분으로 미뤄졌다가 6시 30분으로 재조정됐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끝에 이날 6시 20분(평양 시간 기준)에서야 비로소 막이 올랐다. 깜짝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관현악으로 편곡한 아리랑이 흘러나오면서 극장 스크린에 큰 나뭇잎이 휘날리는 홀로그램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번 평양 공연의 부제인 ‘봄이 온다’가 떠올랐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연주하자 가수 정인이 허밍으로 따라 불렀다. 첫 무대를 장식한 정인에 뒤를 이어 알리가 나왔고 백지영이 북한에서 한국 대중가요 중 최고 인기곡 중 하나로 꼽히는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른 뒤 ‘잊지 말아요’를 애절하게 불렀다. 공연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은 “이렇게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을지 몰랐는데 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남북 관계에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서현은 이날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 ‘푸른 버드나무’‘를 불렀다. 이 노래는 김일성 전 주석의 지시로 만든 노래다. 걸그룹 레드벨벳이 ’빨간맛‘ ’배드 보이‘를 부르자 북한 관객들은 박수치면서 호응했다. 멤버 예리는 공연이 끝나고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크게 쳐주시고 따라 불러주셔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아이린은 “우리가 숨이 차 하니까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쳐주셨다”고 말했다. 2003년 10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식 공연에 베이비복스와 함께 참여했던 댄스그룹 신화 멤버들이 당시 객석이 경직돼있었다고 말했지만, 이날 객석 반응은 훨씬 뜨거웠다. 윤상 음악감독은 “북한 측은 우리의 선곡 리스트에서 가사나 율동 등에 수정 요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경도 출신 실향민 부모를 둔 가수 강산에는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 ’…라구요‘와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불렀다. 강 씨는 “함경도 출신인 아버지를 위해 함경도 특산물 명태로 곡을 지었다. 뒤늦게 예술단에 합류하며 이 곡을 꼭 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약 2시간 10분 정도 진행됐다. 참여 가수들이 조용필의 ’친구여‘와 북한노래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면서 막을 내렸다. 마지막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평양 무대를 다시 밟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 씨는 “눈이 먹먹해져 악보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는 로이킴의 ’봄봄봄‘ 음원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북측 관계자들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공연을 관람하며 관람 중에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공연 후 출연진을 불러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참석과 맞물려 이번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동행한 남측 기자단은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했다. 3시간 전 진행된 최종 리허설과 모니터로 공연을 지켜봐야만 했다. 북측 안내성원들은 “안절부절하지 말고 기다리라. 곧 귀가 탁 트이는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기자단을 배제시키고 항의가 이어지자 “어차피 공연 시작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막아서면서 논란을 빚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박선희 기자}

남북 정상회담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연결할 남북 간 ‘핫라인’(직통전화) 설치 논의는 결국 후일을 기약해야 했다. 남북은 29일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회담에서 핫라인 설치 문제는 차후 열릴 통신 실무접촉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우리 측 회담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직통전화와 관련해서 양측 간 다시 한 번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앞으로 통신 실무접촉을 통해 실무적인 사항들을 협의해 나가자 정도의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별도로 남북 핫라인을 논의하기로 한 건 기술적인 부분이 먼저 논의가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신 실무회담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선 “다음 달 4일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에서나 문서 교환 방식으로 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후에 정하자’ 정도로 일단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6일 청와대는 대북 특사단 언론발표문을 통해 “남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핫라인 설치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설치 자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고위급 대표들끼리 논의하기엔 지나치게 기술적인 부분이 많은 문제”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번 고위급 회담이 정상회담 일자를 확정한 것 외에 ‘확실한 결과물’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장관의 ‘말실수’도 논란이 됐다. 이날 고위급 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 회담과 앞으로 진행되는 것들이 우리 북과 남의 최고 지도자들의 어떤 결단에 의해서 모든 것들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수뇌회담이 성과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해 협의해야 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정은을 앞세워 지칭했다는 점, 정상회담을 가리키는 북측 용어인 ‘수뇌회담’을 언급한 것이어서 발언에 더 신중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다음 달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 준비를 위한 선발대 70여 명이 29일 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가수 조용필, 이선희, 레드벨벳 등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 공연 스태프, 기자단, 정부 지원 인력 등 120여 명으로 구성된 본진은 31일 평양으로 향한다. 예술단 공연은 내달 1일 동평양대극장,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판문점=통일부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다음 달 27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 남북은 29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2018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회담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공동보도문 채택 후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상호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 필요하다면 4월 중 후속 고위급회담을 통해서 의제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다음 달 4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의전, 경호, 보도 관련 실무회담을 열고 통신 실무회담도 추후 개최하기로 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2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및 안전 보장, 정치적 협의를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집권 7년 만에 북한 땅을 벗어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첫 외교무대는 중국 베이징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련한 환영연회에서 밝힌 김정은의 축사는 자못 엄숙하기까지 했다. “나의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조중(북-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입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저돌적’으로 관계 복원에 나서자 시 주석도 적극 화답했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이뤄지며 이른바 ‘공산당 브로맨스’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7년 공백 털어버린, 25시간 동안의 베이징 일정 최고지도자 간 만남이 없던 7년의 더께를 걷어내기 위해 두 정상은 분주히 손을 내밀었다. 중국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전했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축사를 전하며 “우리(북한)의 전격적인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두 정상의 만남이 서로의 적극적인 필요성에 의해 성사된 것이라는 점이 엇갈린 정상회담 배경 설명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 셈이다. 최근까지 냉랭했던 관계가 무색할 만큼 김정은은 1박 2일간 중국과 주파수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 북-중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연회나 오찬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두 나라의 녹슬지 않은 친선과 우의, 연대를 확인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북한 매체들은 28일 “김정은 동지와 리설주 여사, 습근평(시진핑) 동지와 팽려원(펑리위안) 여사께서 가정적 분위기에서 마주 앉으신 오찬회장은 시종 화기롭고 혈연의 정이 차 넘치였다”고 묘사했다. 김정은은 처음 만난 시 주석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대가 남긴 유훈까지 꺼내들었다. 그는 연회 축사에서 “장구한 기간 공동의 투쟁에서 서로 피와 생명을 바쳐가며 긴밀히 지지 협조해 온 조선 인민과 중국 인민은 실생활을 통해 자기들의 운명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 주석의 경고에도 핵폭주를 이어갔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 한미와 물꼬 튼 김정은, ‘시진핑 잡기’ 김정은은 선대에서는 실패했던 비핵화 협상을 이번에는 이뤄내겠다는 입장을 연초부터 밝혀왔다. 더군다나 상대는 대북 공격을 옵션으로 놓고 있는 역대 가장 강력한 미국의 ‘매파 행정부’다. 북-미 대화는 한 달 남짓 남은 상황. 이런 절박함에 김정은은 시 주석의 마음을 빠르게 얻는 데 집중했다. 김정은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잇닿아 있는 형제적 이웃인 두 나라에 있어서 지역의 평화적 환경과 안정이 얼마나 소중하며 그것을 쟁취하고 수호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가를 똑똑히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뒤늦은’ 방중에 대해서는 “의리상 도의상 나는 당연히 적절한 때에 시진핑 서기 동지를 만나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화 판이 벌어진 ‘때’가 됐으니 왔으며, 지금 상황에서 중국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시 주석의 재선출에 대해 달랑 세 줄짜리 축전을 보냈던 것과는 달리 직접 ‘시 황제’를 만나서는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김정은은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이번 만남을 계기로 북-중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적극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중국 동지들을 만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전통적 우의를 심화하길 원한다”며 “이후 기회를 만들어 총서기 동지(시 주석)와 자주 만나고 상호 특사 파견, 친필 서신 등 긴밀히 소통해 고위급 회담을 양국 양당 관계의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도 말했다. 김정은은 27일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 시 주석과의 마지막 오찬에서도 “북-중 우의가 매우 귀중하다. 선대 지도자들의 숭고한 의지를 따르고 비바람 속에서도 본래의 북-중 우호 관계를 유지한 것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국경을 넘기 전 단둥에서는 이례적으로 시 주석을 향한 ‘감사 전문’까지 내 “우리를 성심성의껏 맞이하고 극진히 환대하여준 당신(시 주석)과 그리고 중앙과 베이징시의 간부들과 인민들에게 충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한다”고 마지막까지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올해 들어 강력한 대화 의지를 보이며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결국 가장 먼저 만난 정상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었다. 이번 만남을 시 주석이 먼저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수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이 결국 한미와 중국 사이를 오가며 몸값 높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대화 모멘텀 장악 승부수 27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처음으로 중국 측에 관계 개선 의사를 내비친 시점은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다. 당시 개회식에 참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특사 교환 등 의사를 밝혔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한다. 서로 관계 정상화 의지만 확인한 채 눈치만 보던 북-중이 지난주를 기점으로 그 실행 방식을 놓고 머리를 맞댄 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미국이 ‘초강경 매파’로 외교안보 라인업을 구축해 대북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김정은이 시 주석의 첫 베이징 초청이란 손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최근 리용호 외무상,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을 각각 스웨덴, 핀란드로 보내 미국 측 기류를 탐색했지만 미 관계자들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만족할 만한 반대급부를 확인하지 못하자 ‘보험’ 차원에서 중국으로 눈을 돌린 것이란 분석도 있다. 동시에 김정은이 기습적으로 베이징행 열차에 몸을 실은 것은 다음 달부터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선제적으로 판을 이끌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다시 한 번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못지않게 돌발적인 김정은은 충격요법을 어떻게 써야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미중은 물론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의 관계까지 부각시켜 자신을 이 같은 대화 모멘텀의 꼭짓점에 두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이 다른 나라들의 예상보다 반 박자 빨리 움직임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따른 행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도 ‘미국과 여의치 않으면 북-중 관계를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전에 북한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썼던 등거리 외교를 미국과 중국으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의 대북 인식 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혈맹이자 ‘아우 나라’인 북한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하자 시 주석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본격적인 회담 국면에 나서 ‘차이나 패싱’ 논란이 가속화하기 전에 김 위원장의 의중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정은, 혈맹의 무게 재확인한 듯 아무튼 김정은이 2011년 12월 집권한 뒤 7년 만에 첫 공개 해외 일정을 방중(訪中)으로 정한 것은 결국 양국이 쌓아온 유산, 즉 북-중 관계의 무게를 실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일성, 김정일이 결국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 속에 장기 집권의 토대를 닦았던 만큼 김정은도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올해 이어질 외교 격변기에 중국이란 배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중국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용도 폐기’ 선언하며 내치지 않는 한 북한은 절대 중국을 먼저 무시하거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20일 막을 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국가주석 등 임기 제한 폐지’ 등이 포함된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며 시 주석의 장기집권 체제가 완비되자 가급적 빨리 시 주석과의 관계를 복원해야겠다고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양회 후 최근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대북제재로 인한 피해가 올 상반기에 본격화하면서 김정은이 타개책 마련을 위한 중국행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시 주석이 듣기 원하는 비핵화 의지를 직접 전달하며 대북제재 완화나 향후 미국과의 협상 불발 시 기댈 군사적, 경제적 ‘언덕’을 약속받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이번 방문에 앞서 중국에 일부 제재 완화 의사를 타진하고, 중국은 ‘은밀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멜리사 핸햄 미 제임스 마틴 핵무기확산방지연구센터(CNS)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북-중 지도자의 만남이 확인된다면 그것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몇 주 뒤 가질 포토 오프(photo op·정치가 등이 선전을 위해 연출한 사진 촬영)보다 (김정은에겐) 훨씬 생산적인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북-중 간에는 오래전부터 당 대 당 물밑 교류를 해왔고 중국이 유심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에 본격적으로 숟가락을 얹기 시작한 것”이라며 “김정은은 중국에 요구하고, 시 주석은 북핵 6자회담 당사국으로서 몫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26일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한 것이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미국과의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과의 채널 복원 필요성을 느꼈고, 중국 또한 급격한 한반도 대화 분위기 속에 나온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시켜야 해 결국 양측이 베이징 고위급 회동이라는 ‘윈윈 결론’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본격 대화판에 끼어들면서 내달 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에 오를 비핵화 해법 논의도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 北, 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베이징 채널’ 복원 김 위원장은 5일 평양에서 우리 대북특사단을 만나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한 이후 단 한 건의 공개 행보도 펼치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합의를 이끌어낸 상황에서 ‘다음 단계’를 위한 깊은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 결론은 한국, 미국과 본격적으로 만나 협상하기 전에 일단 중국을 방문해 본격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정한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000년에도 남북 정상회담에 북한이 합의한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장쩌민 국가주석을 만나러 베이징에 가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시나리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위급이 베이징에 가게 된 것은 결국 북한이 최근 대화 국면을 조성하고 약속한 비핵화 의지를 중국이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는 한 북-중 간 정상급 대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26일 북한 고위급 인사와 중국 고위급의 회동 장소가 인민대회당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중국 방문은 7년 만이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 7개월 전인 2011년 5월 20일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베이징을 찾았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미국,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김정은이 베이징에 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김정은은 트럼프와 담판을 지어야 하는 만큼 만나도 미국을 먼저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한국에 보낸 것처럼 최측근을 중국에 보낼 개연성은 충분하다. ○ 북, 미 매파 등장에 베이징에 SOS 요청? 북한이 지난 평창 교류나 최근 한국, 미국과의 정상회담 진척 국면에서 중국을 사실상 배제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최고위급을 중국에 보낸 것은 의외의 일로 해석된다. 이에 최근 매파 일색으로 채워진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에 북한이 압박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실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임명되면서 북한이 압박을 느꼈을 것, 중국에 ‘미국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내 대화파가 사리지고 강경파로 채워진 것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명분으로 작용했거나 북한 내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급격한 상황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한국, 미국과 협상의 판을 만든 만큼 향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전략적으로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인찬 hic@donga.com·손택균·신나리 기자}

가수 조용필, 이선희, YB, 걸그룹 레드벨벳 등이 포함된 우리 예술단 160여 명이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에 머물며 두 차례 공연을 갖는다. 남북 정상회담을 20여 일 앞두고 열리는 이번 평양 공연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실무접촉 남측 수석대표 겸 평양 공연 음악감독을 맡은 윤상 용인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20일 판문점 실무접촉 후 가진 브리핑에서 “우리 예술단이 31일 방북해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을 2회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5년 8월 조용필 단독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우리 예술인들이 북한 땅을 밟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다. 지난 ‘평창 교류’에서 김 위원장은 비례 원칙에 입각해 우리 측 대북 특사단을 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것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답례 형식으로 이번 평양 공연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1년 가수 김연자의 평양 공연을 찾은 적이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아직 북한이 관객과 관련한 것은 알려오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연이 열리는 만큼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첫 공연에 이어 2일 또는 3일 두 번째 공연이 열린다. 공연단에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YB,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의 가수가 포함됐다. 윤도현은 인스타그램에 “그동안 만든 YB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곡 중에서 이번엔 ‘1178’을 연주할 예정이다.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km”라고 적었다. 선곡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에서 한국 대중문화는 ‘남조선 날라리풍’이라며 시청은 물론이고 언급 자체가 금지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걸그룹을 대표해 참가하는 레드벨벳이 북한 주민 앞에서 히트곡 ‘빨간 맛’을 부를지 관심사다. 남측 사전점검단은 공연 준비를 위해 22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가 24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20일 실무접촉에 참석한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평양에도 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임희윤 기자}

한국과 북한 미국이 4, 5월 열릴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몸 풀기 대화’에 나선다. 20일부터 1박 2일 동안 핀란드 헬싱키에서 학술회의 형식으로 열리는 반민반관(半民半官·정부도 관여하는 민간대화 채널)의 ‘1.5 트랙’ 대화다. 민간인이 대거 참석하지만 사실상 릴레이 정상회담의 사전 물밑 접촉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미 3자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비확산 국제회의’에서 회동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그동안 열렸던 ‘1.5 트랙 대화’는 북한의 연쇄 도발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긴장 일변도였던 북-미 관계에서 거의 유일한 숨구멍 같은 역할을 해왔다. 유엔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 사이에 가동되던 뉴욕채널이 막혀 있을 때도 스웨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제3국에서 열리는 1.5 트랙은 북-미 간 소통창구였다. 그나마 북-미는 간헐적으로 접촉했지만, 남북 및 남-북-미 간 의미 있는 접촉은 거의 ‘0’에 가까웠다. 한국 측 패널로 참석하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미 간에는 가끔 만나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평창 모멘텀 이후) 국면도 좋고 하니 북한에 (1.5 트랙 대화에 참석해도 되느냐고) 의중을 물어봤고, 북한이 수용하면서 3자 대화가 열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백지토론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그러다 보면 한반도 비핵화 방안이나 대화에 임하는 북측 의중, 정세 관련 생각이 드러나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각국의 참여 인사만 봐도 기존 1.5 트랙 대화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북측을 대표할 것으로 보이는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은 1994년 제네바 협상 실무도 했던 북-미 대화 전문가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계기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방한한 최 부국장은 당시 미 대표단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는 최근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한 최선희 북아메리카국 국장을 대신해 북한의 대화국면용 새 협상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후 북한이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최 부국장이 김정은의 또 다른 메시지를 들고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화파로 분류되는 토머스 허버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가 포진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첫해 주한 미대사로 재직했던 허버드 전 대사는 미국 내 한국 관련 대표 단체 중 하나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고 있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다. 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은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이번 대화의 실무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대표로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김동엽 경남대 교수, 김준형 교수가 참석한다. 신각수, 신정승 전 대사는 북-일 정상회담과 북-중 관계 개선에 대한 조언을 건네고, 노무현 정부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경험한 백 이사장은 남북대화 의제에 대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의 다발적인 접촉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17, 18일(현지 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및 북-미 회담에 대해 논의했다. 19일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한 강경화 장관도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지난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5월 북-미 정상회담 추진’ 소식이 발표된 뒤 북-미 대화 채널이 다양한 방식으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자들이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미국 측과 의견 교환을 시도하려는 정황들이 포착돼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5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한 이후 스웨덴 채널을 통한 북-미 접촉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스웨덴에서 북한 당국자와의 직접 접촉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스웨덴 언론 보도와 외교 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이번 방문은 스웨덴을 사이에 두고 북-미 양국의 상호 관심사와 의도를 파악하는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현지 언론 SVT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스웨덴 정부 외교정책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측과 회동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와 의도,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 토니 김, 김동철, 김학송의 석방 등에 대해 자세히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외교부가 당초 발표했던 리 외무상의 체류 기간도 15, 16일 이틀이었으나 SVT는 “리 외무상의 체류가 18일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수개월 동안 준비해 왔던 이번 리 외무상의 방문 어젠다가 북-미 정상회담 이슈 때문에 바뀌었다”고 전했다. 리 외무상과 함께 15일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나타났던 북한의 대미 외교 담당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최 부국장은 리 외무상과 함께 스웨덴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리 외무상과 달리 이날 스웨덴행 비행기를 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부국장이 베이징이나 제3국에서 미국 측과 북-미 정상회담 관련 접촉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최 부국장이 중국 측과 접촉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가 미국 담당인 만큼 북-미 접촉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북-미 간 뉴욕채널’도 재가동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말 은퇴한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5일 CNN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받아들인 직후 주유엔 북한 측 관료들과 접촉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표는 “그들에게 이번 기회는 억류 미국인 3명을 풀어 줄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이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그들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북측이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놨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스톡홀롬=동정민 ditto@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지금과 같은 국면이 올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앞으로의 전개 양상도 더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4월 말부터 연이어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한일 정상회담도 추진하기로 하면서 4월 말부터 한 달간 북한과 한미일 사이 북핵 해법을 놓고 숨 가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靑 “북-미 회담 전에 한미 회담 해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6일 준비위원회 첫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열고 “가급적 한미 간에 핵심 의제로 실무형이라도 정상회담이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핵심 의제는 당연히 비핵화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준비도 촉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동을 추진하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미국과 긴밀히 공유해 결국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비핵화 움직임을 이끌어 내겠다는 포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미 실무선에서 백악관과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고 곧바로 귀국하는 ‘원포인트 방미 일정’이 잡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향후 대화 국면에 대해 논의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가급적 이른 시기에 개최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와 별도로 조기에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도록 실무진 차원에서 날짜를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면 남북,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추진할 계획이다. 비핵화를 위한 사상 첫 남북, 한미, 한일, 북-미 정상의 릴레이 회담이 펼쳐지는 셈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도 전격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 ‘판문점 정상회담’ 정례화 추진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임 실장은 “(우리가) 북쪽으로 가거나, 남쪽으로 북측을 초청하는 것보다 모든 면에서 아주 효율적이기 때문에 판문점 정상회담이 자리만 잡을 수 있다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정례화’를 언급한 것은 복잡하게 얽힌 남북,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당일치기 회담’ 가능성이 높은 이번 만남으로 부족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또 이번에 대화 의제가 비핵화에 집중되는 만큼 경제협력과 평화체제 마련 등 향후 이행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도 이어진다. 다음 주에는 우리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의 방북 협의를 위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달 말에는 정상회담 준비 협의를 위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과 협상에 나선다. 청와대는 “통일부,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공개, 비공개, 고위급 등 필요할 때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남북, 북-미 정상회담 공조를 위해 중국, 러시아를 연이어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5일 귀국했다. 정 실장은 이날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러시아 양국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한반도 상황의 긍정적 발전과 이를 위한 남북 간 화해 협력 분위기를 크게 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도 적극 지지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으로부터 방중, 방러 결과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주변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만큼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 실장과 만났던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1일부터 1박 2일간 방한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고위급 안보전략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정 실장과 양 국무위원은 21일에도 만나 비핵화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경질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이날 미국으로 떠났다. 강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 존 J 설리번 국무장관 대행,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 등과 연이어 만날 예정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보기관 라인이 주무르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 고위급대표단 맞이, 대북 특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면담 등으로 회담 발판을 깔았다면 북-미의 정보수장과 북핵 담당 총괄도 조만간 회담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군 출신 ‘창과 창의 만남’ 폼페이오-김영철 북-미 회담 준비의 미국 측 대표 선수는 최근까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후보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에게 대북 문제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CNN은 1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8일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뒤 폼페이오에게 회담 준비를 주도하라고 개인적으로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국무장관 지명 전부터 대북 협상 업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폼페이오에게 맞설 북측 인물로는 김정은의 ‘복심’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유력하다. 김영철 또한 김정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 원장 등 대북 특사단을 접견할 당시 배석하면서 남북 회담뿐 아니라 북-미 회담 실무책임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김영철과 폼페이오가 정상을 제외하고 사실상 북-미 회담의 최전선일 가능성이 높다. 회담 카운터파트로서 폼페이오와 김영철은 상당히 닮아있다. 지도자로부터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고 북핵·외교 문제에서 대표적인 강경파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 출신인 두 사람이 대화 테이블에 함께 오른다면 ‘창과 창의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인준에 따라 북-미 회담 지연설도 남북, 북-미 회담 어느 하나 소홀해서는 안 될 대화인 만큼 정보라인들의 활약은 어느 때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물밑 조율은 대부분 정보기관의 몫이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15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결국 ‘서훈-폼페이오 드림팀’이 이뤘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북-미 회담의 경우 강경파끼리의 협상이 파국으로 이어질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발탁과 함께, 목표를 위해서는 고문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공작의 여왕’ 지나 해스펠 CIA 부국장이 CIA 국장이 되면서 향후 대북 협상은 ‘질식에 가까운 압박’이 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무장관 교체로 5월로 예상된 북-미 정상회담이 6, 7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상원 인준 절차가 끝날 때까지 회담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상원이 24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휴회기를 갖는 데다, 공화당 일부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내 5월 전 인준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이라고 했다. 별로 그럴(연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백악관의 안보 컨트롤타워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설도 흘러나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후임으로 폼페이오를 능가하는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볼턴 전 대사를 만나 맥매스터 보좌관의 뒤를 잇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볼턴 전 대사는 “북한의 북-미 대화 제안은 선전 전략의 연장선”이라며 “김정은에게 속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 만에 이뤄질 첫 북-미 정상회담의 명암은 ‘어디에서 열리느냐’로 가려진다. 장소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중 한 사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회담 성격과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과 북한은 둘 다 부담스러울 수도 김정은이 먼저 미국에 대화를 제안한 만큼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타는 ‘에어포스 원’ ‘캐딜락 원’이 평양에 내렸을 때 ‘쇼 업(Show up)’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양을 방문한 현직 미 대통령은 없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이 평양을 간 적은 있지만 모두 전직 대통령 신분이었고, 억류된 미국인을 구출하는 인권 문제 해결사 역할이었다. 트럼프가 방북하면 미국 현직 대통령의 첫 평양행을 비핵화 회담의 성공으로 귀결시켜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과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9일 ‘긴급질의(Critical Questions)’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란 초강대국 지도자가 평양을 방문하면 북한 지도자의 영향력과 합법성을 대내외적으로 강화시킬 것이다. 과거 평양을 방문한 지도자들이 북한 체제와 지도부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던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워싱턴도 아직은 반반이다. 김일성 김정일 등 역대 북한 지도자들이 미국 땅을 밟은 적이 없고 “김정은이 한 수 접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한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도 거론되지만 “지나친 환대를 베풀었다”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뉴욕 유엔본부도 있지만 북한이 대북제재의 산실을 회담 장소로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장소를 놓고 북-미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회담 준비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승부사적 기질의 두 지도자 중 어느 한쪽이 조속한 회담 개최를 위해 장소 문제도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떠오르는 판문점 카드 북한과 미국 땅을 벗어난다면 중매에 나선 한국, 그중에서도 한반도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판문점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공간이자 김정은이 한반도를 벗어나지 않고 트럼프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도 “가장 확실한 장소는 판문점 평화의집” “한국과 북한의 국경지대가 적절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바로 다음 달 판문점에서 북-미 회담이 열리면 “한국의 중재외교가 열매를 맺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지난해 방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려다 날씨 때문에 무산돼 안타까워했던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서울과 제주 등도 거론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1일 “미국과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교섭해 나가는 과정에서 제주를 회담 개최지로 적극 검토해 달라”며 제안했다.○ 스웨덴부터 공해상 선박까지 거론 AP통신은 9일 스웨덴이나 중립국인 스위스 제네바 등 다양한 제3의 장소에서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스웨덴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리 외무상이 이곳에서 회담을 준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영사업무를 대행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북-미 간 채널 역할을 하는 장점도 있다. 최근 스테판 뢰벤 총리까지 나서 “스웨덴 정부가 북-미 간 대화를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자회담 개최지였던 중국 베이징과 북-미 간 트랙 1.5(반민반관)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는 싱가포르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AP통신은 또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서기장이 몰타 인근 해상의 선박에서 만난 사실을 예로 들며 국제 공해(公海)상에 떠 있는 선박에서도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위은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역사적인 첫 만남에 합의하면서 한반도가 ‘운명의 봄’을 맞게 됐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핵 폐기는 물론이고 6·25 종전 이후 64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 체제는 그야말로 전혀 다른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의제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당분간 ‘살얼음판’ 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 정상의 ‘원샷 타결’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큰 이번 비핵화 시도가 좌초하면 한반도는 다시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위기 국면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목표가 아니라 첫걸음이란 말은 그래서 나온다.○ 정상회담 평양서? 워싱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듣고 그 자리에서 “좋다. 만나겠다”고 수락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수락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일가견이 있다”며 “김정은은 독특한 전체주의 체제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결정권자의 초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 등 회담을 위한 디테일은 이제부터 정해야 한다. 북-미 간 실무 접촉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 시기는 ‘5월 안(by May)’이라고 돼 있다.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4월로 하자고 했다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하자는 우리 측의 요청에 따라 바꾼 것이다. 그만큼 아직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 정상회담이 어디서 열릴지도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김정은이 먼저 ‘초청’ 의사를 밝힌 만큼 평양에서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이날 백악관에선 정상회담을 미국에서 열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북한으로선 북-미 관계 정상화의 극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94, 2010,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9년 억류된 여기자 석방 협의를 위해 평양을 찾았다. 하지만 이는 퇴임 후라서 현직인 트럼프와는 파장이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판문점과 서울, 제주 등 한국에서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장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직접 평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북-미 수교 일괄타결 시도될 듯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북한이 이미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핵무기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완성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은 줄기차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해 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 의제에 대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이에 대한 검증이라는 결과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 2차 북핵 위기 당시 비핵화 협상과 달리 정상회담이라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담에선 북핵 폐기와 북-미 수교를 한꺼번에 논의하거나 주고받는 일괄타결이 시도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큰 목표를 놓고 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핵 폐기,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들고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에 “미국은 우리를 정상국가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셔틀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남북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큰 그림이 나오면 곧바로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프로세스가 장밋빛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미 간 이견이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정하는 데)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며 “김정은과는 만나서 대화를 나누려는 것이며 (구체적인 협상 등) 그 이상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신나리 기자}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전격 결정되면서 이에 앞서 4월 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하나의 ‘징검다리’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강조했던 ‘중매 역할’이 벌써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것.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 단순 중재자 역할을 넘어 비핵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의제들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북-미 견인하는 세밀한 조정자 돼야”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대화를 여는 불쏘시개로 쓰려고 했지만 이미 북-미 대화에 불이 붙었다. 이에 남북 회담이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같은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정도의 원칙적인 대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연결될 수 있는 구체적인 고리들을 의제로 꺼내면 북-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띄운다는 차원에서 더 고무적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미 양국이 각자가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를 이용하려 할 것이란 전망에는 의견이 모아진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한국을 통해 미국을 움직이거나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는 쪽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원하는 것이 서로 실현되지 않을 경우 둘 중 한쪽이 (회담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돌발변수 관리가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어려운 일이 갑자기 성사된 만큼, 현재까지 나온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 자체가 낮다”며 “우리 정부는 이 일정을 지키는 것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6월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급물살 탈까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구상하는 ‘한반도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다소 우세하다. 홍 실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꼼꼼하게 따지는 과거의 미국 대통령들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히려 수월하게 타결을 볼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화끈하게’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에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북한이 비핵화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핵무기를 끝까지 마지막 수단으로 간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직 북-미 간의 불신이 큰 만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6월부터 중국, 러시아, 일본과 정상회담을 연속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으로 주변국들과 수교를 이루게 되면 국제사회에 전면적으로 편입되고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금을 받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 교수는 “김정은이 일국양제(一國兩制) 연방제 통일을 추진해 30∼40년을 더 통치할 기반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자본을 지원받아 개성공단 같은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말라붙은 경제에 피를 돌게 하고, 북-미 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 할 것이란 우려다. 홍정수 hong@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