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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가 당장 한국을 압박할 이슈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가 꼽힌다. 선거 기간 내내 ‘한국의 기여 확대’를 강조한 만큼 분담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작 한국의 대처 방안도 안일해 ‘깜깜이 협상’이 우려된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5년마다 열린다. 마지막 방위비 협상은 예정된 해를 넘겨 2014년 2월 타결됐다. 다음 협상은 한국 차기 대선에서 선출된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인 2018년 시작된다. 섬세한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총액이 얼마인가’라는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실의 질의에 “모른다”고 답변했다. 국방부는 “미군이 총주둔비를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없어 이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의 분담 비율에 대해서도 “판단할 만한 산정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2014년 협상 당시 한국은 연간 9200억 원을 부담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항목을 따진 것이 아니라 총액을 놓고 정치적 타협을 이룬 결과였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분담비를 1조 원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해도 대응 논리가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분담금 구성 요소인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수지원비 △군사건설비 가운데 문제가 되는 것은 군사건설비다. 2013년 5140억2000만 원이 쌓여 있던 군사건설비 미집행금은 2014년 4660억3600만 원, 2015년 3431억 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해도 3595억9900만 원이 쌓여 있다(6월 기준). 2014년 당시 한국은 협상을 통해 주둔비 운용 투명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강조했지만 미집행금은 여전히 수천억 원 규모로 쌓여 있는 것이다. 미집행금은 전년 지급된 예산을 다 쓰지 못한 상태에서 또 현금이 지급된다는 중복 지원의 문제를 낳는다. 특히 미국이 이 돈으로 은행 이자놀이를 한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군사건설비 현금 집행률은 18.7%에 불과했다. 미국은 1004억1600만 원을 군사건설비로 지급받고 이 중 816억8000만 원을 미집행금으로 남겼다. 국방부는 “군사건설비 중 설계비가 미집행된 것으로 설계에 2∼3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은 “미국이 언제 설계를 시작해서 언제 완료하는지 국방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보안시설(○○작전본부 등) 건설 사업은 2014년부터 계획만 잡혀 있고 언제 실행될지 기약도 없다”고 밝혔다.조숭호 shcho@donga.com·손효주기자}
한국과 일본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2차 과장급 실무협의를 9일 개최하기로 하면서 이르면 이번 달에 협정이 체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방부는 8일 “한일 양국은 9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GSOMIA 2차 실무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2012년 6월 서명 직전에 무산된 GSOMIA 협의를 재개한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한 데 이어 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9일 서울에서 과장급 실무협의를 여는 등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2012년에 이미 협정 문안이 대부분 완성된 만큼 양국 간에 이견이 없으면 2차 협의를 끝으로 실무협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협정 체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 협의에서 협정 문안이 완성되면 한국은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각의에서 각각 협정 체결안을 처리한다. 이후 서명식을 거치면 협정은 공식 발효된다. 군 당국이 GSOMIA 체결을 군사 작전하듯 속전속결로 추진하는 것을 두고 여론이 최순실 사태로 쏠린 틈을 이용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청산되지 않아 국민의 반대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야당이 추천할 책임총리가 GSOMIA 체결을 문제 삼기 전에 협정 체결을 끝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협정을 국가가 중차대한 위기에 직면한 시기에 굳이 서둘러서 추진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한 장관은 “묘하게 시기가 겹치긴 했지만 철저히 군사적 필요성에 의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북한 핵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그동안 청탁금지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개인이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에 직접 신고하는 식으로 수사를 의뢰한 사례는 있었지만 청탁금지법을 최초 발의한 부처인 권익위가 직접 수사를 의뢰한 건 처음이다. 권익위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시공사 임원 A 씨가 “공사비를 줄이지 말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공공기관의 감독권한을 대행하는 공사감리자에게 현금 300만 원을 제공했다는 신고를 지난달에 받고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달 28일 대검찰청에 해당 사건을 이첩했다고 7일 밝혔다. 그동안 권익위에 신고된 59건 가운데 권익위가 정식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처음이다. 공사감리자는 평상시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공공기관 업무를 대행할 경우엔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다. A 씨는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거쳐 기소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권익위는 또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놓기 위해 만든 관계부처 합동 청탁금지법 해석 지원 태스크포스(TF)가 4일 두 번째 회의를 열고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한 해석 기준을 논의했다고 7일 밝혔다. 논의 결과에 따르면 대학이 신입생을 유치하고자 인근 고교 3학년 학생 및 교사를 초청해 식사를 제공할 경우, 입시설명회가 공식 행사라는 사실이 증명되고,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일률적으로 제공된다면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교사도 식사를 할 수 있다. 권익위는 대학교수가 민간기업에 제자를 채용해 달라고 추천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이 금지한 부정청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겨울. 황해도 구월산에서 육군 첩보부대 유격대원으로 활동하던 신태일 씨(88)는 당시 부대원 간호와 취사 업무를 돕던 엄춘분 씨(80)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품은 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치열한 전투를 치른 뒤 살아남은 두 사람은 정전협정 체결 후인 1955년 경기 용인에서 다시 만났다. 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시절인 탓에 두 사람은 물 한 그릇을 떠놓고 인사하는 것으로 혼례를 치렀다. 이후 61년을 해로한 이 부부가 하객들 앞에서 정식 결혼식을 할 예정이다. 국가보훈처는 4일 오전 11시 서울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신 씨 부부를 포함한 노부부 10쌍이 ‘6·25전쟁 호국영웅 합동 회혼례(결혼 60돌을 기념하는 의식)’를 한다고 3일 밝혔다. 주례는 박승춘 보훈처장이 맡기로 했다. 신 씨는 “어렵고 힘든 시절 함께한 전우이자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에게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려 주고 싶었는데 회혼례를 치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6·25전쟁 참전용사를 예우하기 위해 결혼 60돌을 맞은 참전용사 부부를 선정해 해마다 회혼례를 치러 준다. 박 처장은 “민관군 협력으로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강원 철원군에 있는 3사단 18연대 2대대 병영생활관(내무반)은 2011년 최신식 생활관으로 탈바꿈했다. 1인당 침대가 하나씩 주어졌고 세련된 체력단련장도 마련됐다. 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했다. 병사 수 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군 구조개혁에 따라 이 대대의 사병은 현재 509명에서 2026년 428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예산을 들여 8930m²짜리 병영생활관을 지었지만 81명분에 해당하는 795m²가 필요 없어지는 셈이다. 9년간 나랏돈 7조1000억 원을 쏟아부은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배치나 증·창설을 앞둔 부대에 사업을 집행하고 정작 생활관이 필요한 곳은 손도 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영생활관 사업 예산의 세부 집행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혈세가 지나치게 낭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 심층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은 국방부가 2004년부터 추진해 2012년 완료한 사업이다. 기존 침상형인 병영생활관 구조를 1인 침대형으로 바꾸고, 1인당 주거면적을 2.3m²(0.7평)에서 6.3m²(1.9평)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심층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방부는 총 7조1000억 원을 투입해 2012년 사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육군은 같은 사업을 명목으로 예산 2조6000억 원을 추가로 요청했다. 아직 121개 대대(5만4692명·94만5000m²)분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사업 목표(666개 대대)의 18.2%에 해당한다. 기재부는 국방부의 추가 사업 요청이 타당한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10월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의 심층 평가를 시작했다. 평가 결과 국방부가 현대화를 완료한 건 모두 638개 대대로 당초 목표의 95.8%에 불과했다. 또 이 가운데 108개 대대는 국방부의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부대 개편이 추진되면서 병사 수가 크게 줄게 돼 있어 2026년부터는 잉여 공간으로 남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부대 재배치와 부대 증·창설 계획, 미래 편제 등이 계속 바뀌었지만 이 같은 내용이 사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방개혁 계획은 2009, 2012, 2014년에 걸쳐 세 차례 변경됐다. 방만한 예산 집행과 부실한 관리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가 조달하는 ‘나라장터’에 1인용 침대 가격은 최대 40만 원대로 60만 개를 구입해도 2400억 원에 불과하다. 또 목표 사병 수(30만1000명)와 확대된 사병 1인당 주거 면적(6.3m²)을 고려한 공사비용을 올해 표준건축비(m²당 176만2000원)를 적용해 계산하더라도 가져간 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병영생활관 사업 예산의 상세 집행 내용은 국방부 예산 집행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개혁 기본계획과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더 촘촘하게 연계해 사업 계획을 수정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며 “잉여 공간으로 남게 될 자투리 공간을 간부 숙소나 저장시설 등으로 활용해 추가로 필요한 생활관을 최대한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사거리 3500km)을 발사하기 위해 이동식발사차량(TEL)을 강원 원산 인근 동해안에 전개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미국 대선(8일)을 앞두고 금명간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한미 양국에서 잇달아 나왔다. 2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동해안뿐 아니라 지난달 15일과 20일 무수단 발사에 실패했던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비행장 인근에서도 무수단 발사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폭스뉴스도 1일(현지 시간)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사흘 내에 무수단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발사 임박설에 힘을 실었다. 북한이 4월 15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무수단을 총 8번 발사해 7번이나 실패했으면서도 무수단에 계속 집착하는 이유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을 위협해 북-미 대화를 끌어낼 최후의 카드인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14’ 완성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1단 로켓 형태인 무수단에는 북한이 추진력 30tf(톤포스·30t의 추력) 엔진을 결합(클러스터링·clustering)한 엔진이 장착된다. KN-14는 2단 로켓 형태인데, 1단에는 R-27 개량 엔진 두 개를, 2단에는 엔진 하나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사거리가 9000∼1만 km에 달해 미 서부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한편 미국 고위 정보 당국자들이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된 자체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 추진에 대해 “한국인이 느끼는 심각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이는 한국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 당국자들은 1일(현지 시간) 방미 중인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원유철, 민주당 이인영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자체 핵무장이) 꼭 최선의 방법인가. 그래야만 하는가”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국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원 의원 등은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또 “미 대선이나 차기 대통령 이·취임식 등을 전후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물론이고 비무장지대(DMZ)에서 국지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첫 관문인 1차 과장급 실무협의가 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렸다. 2012년 6월 밀실 추진 논란 끝에 서명 직전 무산된 지 4년 5개월 만으로 정부가 논의 재개를 공식 발표한 지 닷새 만이다. 협의는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국방부 동북아과장과 외교부 동북아1과장이, 일본에서는 외무성 북동아과장, 방위성 조사과장 등이 참석했다. 한일 양국은 2012년 21조에 이르는 합의문을 이미 완성해 놓은 만큼 그동안 변화된 양국 국내법 등을 반영해 합의문을 일부 수정하는 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협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2012년 준비한 협정안을 토대로 그간 변화된 정세나 정비된 국내법 등에 입각해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실무협의에서 협정문에 2014년 일본에서 제정된 특정비밀보호법 관련 내용을 반영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비밀보호법은 일본 정부가 외교 국방 등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특정 비밀로 지정하고 이를 누설한 공무원과 누설을 교사한 사람을 엄벌한다는 내용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경제와 안보의 위기가 동시에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이 마비되면서 초유의 국가 위기가 닥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사실상의 대통령 유고 상태를 서둘러 수습하지 않을 경우 국정 공백을 넘어 국정 운영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공직사회 동요]외교2차관-공공기관 CEO 후임 못채워 최순실 파문으로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공직사회도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인사는 “청와대가 그렇게 보안을 강조하고 공직사회에 대해 솔선수범을 요구해 왔는데 정작 대통령은 비선을 통해 공식 문건을 대거 유출했다”며 “과연 공직사회에 영(令)이 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사회가 패닉에 빠지면서 “이 정권에선 더 이상 앞장서서 일하지 않겠다”는 복지부동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일제히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공직사회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공직자는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재부 내부망에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이 중심을 잡고 업무에 더욱 매진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개혁 인사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지만 인사 검증을 해야 할 청와대 참모진이 물갈이되면서 부처별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주유엔 대사로 임명돼 자리를 비워야 하는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의 후임 인선은 한 달 가까이 멈춰 서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예탁결제원 등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최고경영자(CEO) 후임 인선 작업이 중단돼 경영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경제개혁 표류]노동5법 사실상 무산… 성과연봉제 위기 당초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 목표치인 2.8% 성장률 달성의 변수로 미국의 금리 인상, 부정청탁금지법 등을 꼽았지만 지금은 정치 불확실성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당장 규제프리존특별법,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신산업 육성책 등 정부의 경제 활성화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노동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사실상 박근혜 정부 임기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예산국회 역시 주도권이 야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야당이 ‘최순실 예산’에 대한 집중 검증을 예고해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 2일)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실제로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예산소위는 미르재단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코리아에이드(K-Aid)’의 내년도 예산 42억 원을 삭감했다. 당초 정부는 아프리카 6개국에 지원할 143억 원, 코리아에이드 센터 운영비 등 17억 원을 더해 모두 160억 원을 편성했다. 코리아에이드는 의료진이 진료를 보면서 케이팝과 K밀(한식)을 소개하는 이동식 트럭으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순방 당시 시범 실시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이 사업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고 K밀을 개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은 ‘최순실표 예산’이라며 삭감을 예고해 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올해 금융권 최대 현안인 성과연봉제 도입이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사실상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등 양대 노총 소속 공공부문 노조들은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과연봉제에도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개입됐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고 있다”며 성과연봉제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외교활동 타격]해외순방 제약… 한일정보협정 여론 악화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야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적인 대외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2014년 5월 1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1박 2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다녀와 국면 전환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나라를 비울 수 없는 상태여서 외국 방문은 언급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12월경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과거사 해법을 모색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가 물 건너갔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통상적으로 이뤄진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방부가 발표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협상 재개 결정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최순실 사태의 혼란을 틈타 여론도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외교안보 부처에서도 제기되고 있다.[안보태세 비상]혼란 틈탄 北도발 우려… 사드도 영향 일각에선 최순실 사태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늦어도 내년 말까지 배치하기로 한 일정에도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역할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와 배치 부지를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세부 절차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7일 열릴 예정이던 방위산업 진흥 확대회의는 최순실 사태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로 얼룩진 방위산업을 바로 세우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회의는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처음 열렸고, 1980년에 중단된 지 36년 만에 열릴 예정이었다. 국방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회의를 대신 주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혼란을 틈탄 북한의 도발도 우려된다. 군은 미국 대선(8일) 등을 틈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습 발사 등 도발을 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1일부터 7박 8일 일정으로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이 국내 상황이 어수선한 것을 노려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순방 일정을 연기했다. 외교라인은 어수선한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1일 실국장회의에서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업무에 매진하라”고 지시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1일 열릴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도 대북 압박 지속 및 ‘대북 공조 이상 없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목적이 강하다.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정임수·손효주 기자}

국립4·19민주묘지는 31일 오후 4시부터 민주묘지 야외 특설무대에서 4·19혁명 유가족, 지역 주민, 학생 등 1000여 명을 초청해 ‘10월의 마지막 날, 음악에 물들다’라는 이름으로 나라사랑음악회를 열었다. 이날 음악회에는 국방부 군악대대 오케스트라, 국방부 중창단, 군 장병 소프라노·테너 등 솔리스트까지 참여했다. 이들은 군악대대장인 이희경 중령의 지휘로 2시간 동안 오페라 ‘아리아’ 컬렉션과 뮤지컬 ‘레미제라블’ 모음곡을 연주하고 합창하는 등 음악축제를 펼쳤다. 4·19민주묘지 측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4·19혁명에 참여했다가 산화한 이들이 잠든 민주묘지에서 시민들과 함께 음악을 통해 자유·민주·정의 등 4·19혁명의 정신을 되새기고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고자 음악회를 준비했다. 이번 음악회가 열린 야외무대는 4·19혁명 희생자들이 영면하고 있는 묘역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에 설치돼 음악을 매개로 민주열사들과 시민들이 소통하는 의미도 있다고 4·19민주묘지 측은 설명했다. 방형남 4·19민주묘지관리소 소장은 “시민들이 가을 풍광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민주열사들의 넋을 기리는 등 이번 음악회가 혼란스러운 시대에 민주주의의 갈 길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정부가 27일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논의를 재개키로 하면서 중국에도 GSOMIA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소식통은 28일 “정부가 27일 주한 중국대사관 무관부를 통해 GSOMIA 체결을 제안했다”며 “아직 중국에서는 반응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은 국방부 차관급 회의체인 한중 국방전략대화 등으로 일반적인 대북 정보에 한해 대화하고 있으며 북한 핵 및 탄도미사일에 대한 군사기밀 등을 주고받는 협정이나 약정은 체결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12년 7월에 열린 제2차 한중 국방전략대화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GSOMIA 체결을 제안했지만 중국은 당시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4년여 만에 중국에 GSOMIA 체결을 다시 제안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는 단계에까지 올라섰고,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코앞까지 온 만큼 대북 정보 수집량을 늘려 효과적인 군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탐지 거리 5500km 이상의 장거리 조기경보레이더를 4대 이상 운용하는 등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과 GSOMIA가 체결되면 중국이 수집한 양질의 인적 정보(휴민트)까지 활용할 수 있어 북한 내부 동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27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5차 중-러 동북아안보대화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비판했다. 이런 기류는 중국이 한국의 GSOMIA 체결 요청에도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2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국방부 실무자들도 최근까지 GSOMIA에 대해 일절 검토한 바 없다고 하더니 지금 이 시점에 발표하는 건 국면 전환용 카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때부터 정보 공유의 필요성이 커져 내부 논의 끝에 발표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또 한 장관은 한일 간 GSOMIA 체결은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 “필요한 군사 정보를 주고받는 일에 관한 협정일 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국회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GSOMIA 논의 재개를 제안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실제 협정 체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박 대통령이 12월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며 “(방일에) 부담되지 않도록 11월 중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10월에 논의 재개를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순실 사태’를 거론하며 “(문제는) 국내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강행할 체력이 박근혜 정권에 있는지 여부”라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
인사평가·승진심사 등 상급자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되는 기간이라도 상급자의 경조사에 10만 원 이하 금액에 한해 조의금이나 축의금을 낼 수 있게 된다. 또 직무 관련자끼리의 식사에서 한쪽이 1차에서 식사비를 모두 내고, 바로 이어진 2차에서 1차 식사 금액에 준하는 금액을 다른 한쪽이 모두 냈다면 1인당 3만 원을 넘어도 허용된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관한 무리한 유권해석을 막고 현실을 반영한 해석을 내놓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관계부처 합동 청탁금지법 해석 지원 태스크포스(TF)는 28일 첫 회의를 열고 논란을 일으켰던 사안들에 대한 최종 해석 기준을 내놨다. 당초 권익위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되는 기간에는 상급자에게 직무 관련자에게 허용되는 10만 원 이하의 조의금이나 축의금도 줘서는 안 된다고 해석해 사회 상규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언론사 기자들이 공연·영화·스포츠 경기 등을 취재할 때 제공되는 ‘프레스티켓’도 1회 5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했지만, 취재가 목적인 만큼 타인에게 양도하지 않는다면 금액에 관계없이 받을 수 있다고 결론을 냈다. 또 현장학습이나 체험학습 등을 위한 시설에 학생들을 인솔하기 위해 방문하는 교사도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고 TF는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논의를 재개한다고 27일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날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일본과 직접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2년 6월 밀실 처리 논란으로 무산된 지 4년 4개월 만에 논의가 재개되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전 배치 수순에 들어가고 4, 5차 핵실험을 거치며 핵무기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기습 핵공격 가능성이 커진 만큼 GSOMIA 체결을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은 2012년 6월 29일 GSOMIA 서명식을 50분 남기고 체결을 연기했다. 당시 “과거사 및 독도 영유권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일본과의 협정을 밀실 추진했다”는 여론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국방부는 2012년에 이미 협정의 목적, 군사비밀정보 보호의 원칙 등을 21조에 걸쳐 담은 합의문을 완성해 둔 상태고, 북한의 핵무기 완성에 가속도가 붙은 만큼 가급적 빨리 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현재 한일 양국은 직접적인 정보 교환 대신에 2014년 12월 발효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에 의거해 미국을 매개로 북핵 및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만 공유하고 있다. 북핵 및 미사일 관련 정보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탐지해야 하는 ‘시간과의 전쟁’이지만 미국을 거쳐야 하는 탓에 신속한 정보 공유가 어려웠다. 일본은 지상의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의 0.4m급 광학위성 4대와 야간레이더위성 2대 등 북한을 빈틈없이 감시하는 정찰위성을 6대나 보유하고 있다. 또 2021년까지 해상도 0.25m급 고성능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GSOMIA가 체결되면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자산으로 수집한 북한 잠수함 동향 및 무기 개발 수준 관련 정보, 탄도미사일 탄착지점 정보는 물론이고 대북 인적정보(HUMINT·휴민트)를 활용한 북한 내부 동향 정보까지 신속하게 제공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협의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일본 기자들과 만나 “(2012년에) 서명 직전까지 갔던 것이기 때문에 제로부터 협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2월 초 일본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협상을 타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군 장병들이 먹는 군납 식품에서 30cm 칼이 나오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이물질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어 군납업체의 신뢰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육군 군수사령부에 따르면 군납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사례는 2012년 29건, 2013년 39건, 2014년 53건, 지난해 41건, 올해는 10월까지 47건으로 총 209건에 달했다. 특히 올해 납품된 배추김치에서 30cm 길이의 칼이 발견됐고, 지난해에는 닭 살코기에서 볼트와 너트가, 2013년에는 배추김치에서 죽은 개구리가 나오기도 했다. 2012년에도 김치에서 죽은 개구리가 두 차례나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량식품’ 납품은 전투력 저하로까지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방위사업청은 26일 서울 해군호텔에서 식품정책 관계기관, 군 급식관계관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 급식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정책 발전 세미나’를 열고 불량식품 근절 방안을 논의했다. 세미나에서는 불량식품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은 물론이고 계약 해지 이후 식품 재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비용까지 청구하는 방안과 군 급식품목 전담 검사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육군군수사령부는 생산자에서부터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식품을 냉동·냉장 상태로 유지해 공급하는 저온 유통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6·25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프랑스인 참전 용사가 별세한 지 1년여 만에 생전 ‘제2의 고향’이라 여기던 한국에서 영면한다. 국가보훈처는 앙드레 발레발 씨(사진)의 유해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와 27일 유엔군 전우들이 잠들어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발레발 씨는 1953년 3월 프랑스 13보충대대 일등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고, 1955년 3월 귀국했다. 그는 이후 프랑스 한인외인부대협회에 창립 멤버로 참여했으며 10여 년간 이 협회 명예회장을 지냈고, 프랑스 내 한인 행사에 참석하며 교민 사회와 각별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등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평소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했던 그는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들이 잠들어 있는 한국에 묻히고 싶다”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지난해 7월 2일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발레발 씨의 아들은 부친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으로 한국 내 안장을 문의했고, 보훈처는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협의해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결정했다. 안장식에는 발레발 씨 아들 부부와 손자도 참석할 예정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유해 봉환식부터 안장식까지 최고의 예우와 의전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엔기념공원에는 프랑스 참전 용사의 묘 44기 등 유엔군 참전 용사 묘 2300여 기가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대남 핵공격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실효적 강화 문제는 최대 안보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핵 폭주’를 저지하고, 한국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이 보다 강도 높은 대북 전략적 응징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또는 순환 배치 방안이 떠올랐다. 하지만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절반의 성공’에만 그친 것으로 보인다. ‘미 전략무기의 상시순환배치(permanent deployment of strategic assets on rotational basis)’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내용을 SCM 공동성명에 명문화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군은 이번 SCM에서 미 전략무기의 상시순환배치 합의 및 공동성명 명문화를 노렸지만 미 측과 협의 끝에 ‘검토하기로 합의한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미국의 현실적 고려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용 문제다. 전략폭격기나 핵추진항모 등 전략무기를 해외에 전개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군 관계자는 “이런 전략무기들을 한반도와 인근 해상·공중에 상시 개념으로 순환 배치하려면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요구해도 선뜻 수용하기 힘들고, SCM 공동성명에 명문화하기에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전략무기 운용 과정에서 상당한 예산 압박을 받고 있다. 미 민간 과학자단체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UCS)’은 21일 “미국은 3종 전략무기(핵미사일, 전폭기, 핵잠수함) 개량 사업에 향후 30년간 1조 달러(약 1136조 원)가 필요하다”며 “미니트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량에만 1000억 달러 이상이 든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운용 중인 오하이오급 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도 개량 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2020년대 집중적으로 국방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UCS는 덧붙였다. 전략무기의 운용 절차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운용되는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사실상 고정 배치하려면 운용 계획부터 새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 전략무기는 최소 1년 전부터 전개 지역과 규모, 시기 등 구체적 운용계획이 확정된다”며 “한반도 상시순환배치를 위해선 이번에 신설에 합의한 한미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 등에서 후속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한미 양국은 전략무기의 상시순환배치 이외에도 확장 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기로 공동성명에 명기했다. 북한의 ‘핵 질주’가 계속되면 제2, 제3의 군사적 압박 카드를 준비한다는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확장 억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 정비도 했다. 한미동맹의 현안을 논의하는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아래 위기관리협의체(KCM)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 양국 해군의 대잠수함 작전을 포함한 연합 해상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주요 합의 사항이다. 양국 해군은 잠수함,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등으로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 탐지·추적 능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북한이 쏜 SLBM을 해상에서 요격하는 능력도 배양하게 된다. SLBM을 이용한 북한의 핵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조기 배치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 등 동맹의 주요 현안들이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워싱턴=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조숭호 기자}
부대장을 지낸 해군 준장이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전 부대장과 부대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며 홍역을 치른 소말리아 아덴 만 파병부대 청해부대에서 이번엔 하사와 중위가 음주에 엄격한 이슬람 국가에서 술을 마시고 서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15일 오후 10시경(현지 시간) 중동 오만 살랄라 항 내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일어났다. 이날 청해부대원을 태운 문무대왕함은 임무를 마친 뒤 살랄라 항에 기항했다. 해병대 A 중위(대위 진급 예정자)와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B 하사는 외출에 나선 뒤 이 레스토랑에서 각자의 일행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러던 중 A 중위의 일행인 해병대 C 하사와 B 하사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말다툼이 격해지자 A 중위는 B 하사의 태도가 불손하다며 뺨을 때렸다. 이에 B 하사도 격분해 A 중위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등 ‘하극상 폭행’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와 함께 파병을 간 헌병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해병대와 UDT 간에 신경전을 벌인 끝에 몸싸움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도착한 뒤 파병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 22진은 해군 및 해군 특수전전단 부대원, 해병대 장병 등 300여 명으로 편성돼 있다. 이들이 음주에 엄격한 이슬람 국가에서 술을 마시다 싸운 것도 문제지만 특히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중동 지역에서 작전 중인 세계 각국 해군이 찾는 외국인 전용 레스토랑에서 몸싸움을 벌여 한국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외국 군인들 앞에서 하극상 폭행까지 저지르는 등 기강 해이를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 군 관계자는 “합동참모본부에 이번 사건이 보고됐지만 내년 2월까지 현지에서 작전을 해야 하는 데다 중대한 범죄가 아니어서 이들을 국내로 복귀시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과 미국은 20일 미 전략자산(무기)을 한반도와 인근 해상 및 상공에 상시적으로 순환배치(permanent deployment of strategic assets on rotational basis)하는 것을 포함해 추가조치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전날(19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합의한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 신설에 이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군사 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20일 워싱턴에서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주요 군사동맹 현안을 논의하는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산하 억제전략위원회(DSC)와 앞으로 신설되는 위기관리협의체(KCM)에서 미 전략무기의 배치 주기와 방식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국 장관은 미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 외에도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양국은 19일 2+2 회의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 “(미국과 한국에 대한) 어떤 핵무기의 사용 시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 대응(effective and overwhelming response)에 직면할 것”이라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담았다. 양국은 또 핵무기와 재래식 타격 능력, 미사일방어 능력 등 미국의 모든 확장억제를 한국에 제공할 것이며 동맹국(한국)에 대한 어떤 공격도 격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조기 배치 방침을 재확인하고, 한미 해군 간 대북 군사협력 강화, 미래 전장 로봇의 공동 연구개발 등에도 합의했다. 한편 북한은 20일 오전 7시경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인근에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지만 공중 폭발했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15일 같은 장소에서 발사에 실패한 뒤 닷새 만에 재발사했지만 역시 실패한 것이다. 북한은 4월 15일 무수단을 처음 발사한 이후 총 8차례 발사를 시도했지만 7차례 실패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그간 최소 13일의 간격을 두고 무수단을 쐈는데, 이번엔 5일 만에 재발사를 강행했다”며 “어떻게든 성공시켜 대내외에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이 며칠 안에 무수단 재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다.워싱턴=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손효주 기자}

인천 강화도는 한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과 짧게는 1.9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섬 북부 상당 부분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구역이다. 북한이 6명으로 구성된 간첩단의 침투 경로로 1990년 한 해에만 세 차례나 골랐을 정도로 서부전선에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곳인데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지도 서비스의 ‘거리보기’ 기능으로 이 지역을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듯 360도로 볼 수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군사시설의 보안 조치를 엉성하게 처리해 초소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등 수도권 접경지역의 공간정보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도의 ‘거리뷰’를 통해 강화도 민통선 검문소 이북 지역 사진을 고해상도로 제공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군의 허가를 받지 않고 촬영을 할 수 없다. 해병대 2사단 관계자는 “강화도 접경지역은 군사보호구역으로서 촬영은 엄격하게 통제한다. 거리뷰 촬영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내륙의 경우 민통선 검문소까지 거리뷰 화면이 제공되고 있지만 군은 강화도에 대해 최초 촬영 후 6년 넘게 실태를 알지 못한 것이다. 경쟁사인 카카오의 포털 다음은 ‘로드뷰’에서 경기 파주시 자유로를 따라 늘어선 임진강 하구 철책의 보안 처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내부 보안규정에 따라 군사시설은 볼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하지만 철책은 그대로 둔 채 초소만 흐리게 처리해 초소 위치와 철책의 구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곳은 북한 개풍군과 3km 남짓 떨어져 있다. 문제는 일반 지도와 달리 거리보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관리감독 기준이 없다는 것. 네이버와 카카오 양 사 관계자는 “거리보기는 지도가 아니라 자체 심의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과 ‘국가공간정보기본법’을 바탕으로 국토지리정보원이 국가정보원 등의 심의를 거쳐 국가안보에 중요한 시설은 보안 처리를 하지만 거리보기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군 관계자는 “민통선 등 군사통제구역은 남북이 어느 정도 정보를 다 공유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다른 통로를 통해서도 다 알려진 만큼 지금 와서 이를 못 보게 막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문제가 된다면 각 포털과 협의해 더이상 서비스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이 20일 오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 1발을 발사했으나 또 실패했다. 15일 무수단 발사 실패 이후 닷새만이다. 20일 합동참모본부와 미 전략사령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경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인근에서 무수단 1발을 발사했지만 발사 직후 폭발했다. 방현비행장은 북한이 15일에도 무수단 1발을 발사했다가 실패했던 곳으로 같은 곳을 택해 발사했지만 똑같이 실패로 돌아갔다. 군 당국은 앞서 북한이 5전 6기 끝에 6월 22일 무수단을 사거리 400여km, 고도 1413km까지 비행시키는데 성공했다가 4개월 만인 지난 15일 또다시 실패해 겨우 회복했던 체면을 구긴 만큼 무수단을 재차 발사해 비행에 성공시키는데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20일 또다시 발사 실패로 총 8번 발사에 7번이나 실패하며 미사일로서의 신뢰성에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치명상을 입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그동안 최소 13일 간격으로 무수단을 쐈는데, 이번엔 5일 만에 쏜 것으로 볼 때 마음이 그만큼 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이번에 또 실패하며 무수단이 무기로서의 신뢰성이 '0'에 가깝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4월 15일 무수단을 사상 최초로 시험 발사한 이후 13일, 33일, 22일, 115일 간격을 두고 재발사를 감행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구겨진 체면을 다시 한 번 회복하기 위해 며칠 내로 무수단 재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재발사에 나서 무수단 발사에 다시 성공하더라도 미사일로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핵위협이 현실로 닥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뒷북 대응이 아니라 북한의 핵 사용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비책(秘策)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18일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이 정부에 요청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비한 핵추진잠수함(핵잠)의 조기 확보를 비롯해 북한 핵실험 이후 일각에서 제기됐던 핵무장, 전술핵 재도입 등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한미 동맹 안정성, 국제사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실효성과 부작용 문제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안보 사치품? 미래 전략무기? 핵잠(核潛) 핵추진잠수함은 북한 SLBM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핵 탑재 SLBM을 실은 북한 잠수함을 밀착 감시하려면 무제한 잠항 능력을 가진 핵잠(3000t급 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새누리당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북한의 SLBM 보유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 남북 간 전력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핵추진잠수함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원자력협정은 핵잠수함 원료인 농축 우라늄을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어 해석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과거 핵잠 도입 사업에 참여했던 문근식 해군 예비역 대령은 “핵잠은 속도와 은밀성 등 잠항작전에서 디젤잠수함을 압도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핵 위협을 계기로 미래의 대주변국 전략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핵잠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건조비용이 디젤잠수함의 두 배(척당 1조6000억 원)가 넘고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등 난제도 적지 않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핵 탑재 SLBM에 맞서 핵잠을 갖자는 논리는 과도하다”며 “디젤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는 것이 SLBM 저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독자 핵무장은 실리와 명분 모두 손해 독자적 핵무장은 북한의 핵을 핵으로 저지하자는 논리다. ‘공포의 균형’을 통해 북한이 함부로 핵카드를 꺼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핵무장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이 결심만 하면 1년 내 핵을 개발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핵무장은 패착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개발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경제 외교적 제재로 수출·금융 분야에 막대한 타격은 물론이고 주변국과의 충돌 등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정부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극구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의 핵무장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술핵 재배치도 가능성 희박 1990년대 초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미국이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군에 재배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유사시 괌 기지나 미 본토의 핵우산 전력(핵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 등)보다 더 신속하게 북한의 핵을 저지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미 양국 모두 부정적이다. 미국은 전술핵을 갖다 놓지 않더라도 기존의 핵전력으로 대한(對韓) 핵우산 공약을 이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미 정부가 추진하는 비핵화 원칙을 거스르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북핵을 둘러싼 역내 대결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 대안은 없나 현재로선 미국의 대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이 보유한 첨단 핵·재래식 전력의 북핵 억지 효과를 높이는 군사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전략폭격기의 대북 무력시위나 미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으로는 북한의 ‘핵 폭주’를 저지하는 데 한계가 많다”며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또는 순환배치 등 더 강력한 확장억제 구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 20일 워싱턴에서 잇달아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합참본부 차장을 지낸 신원식 예비역 중장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선언 차원을 넘어 한국에 핵공격을 하면 파멸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북한이 절감하게 만드는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