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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가 1% 오를 때 합계출산율이 0.2%가량 낮아지고, 전세가격이 1% 오르면 무주택자의 출산율이 4.5%까지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교육·주거비 부담이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출산 결정을 직접적으로 억누르는 요인으로 확인된 셈이다.16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이날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2025년 한국응용경제학회-연세대 인구와 인재 연구원 추계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사교육비·주택가격 상승, 저출산의 한 원인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에 따르면, 사교육비 1% 증가는 합계출산율을 0.19~0.26%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2007~2023년 기간 동안의 출산율 하락에 대입하면, 전체 출산율 하락이 적게는 15.5%, 많게는 22.3%까지 사교육비 부담 확대와 연계된다. 전문가들은 학령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사교육비가 소득 대비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둘째 이상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지적한다.● 주택 가격 상승, 출산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주택가격 역시 출산율 하락의 핵심 변수로 꼽혔다.주택 매매가격이 1% 상승하면 무주택자의 출산율은 3.8% 떨어지고 전세가격이 1% 올라가면 무주택자 출산율은 4.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주거 불안이 결혼·출산 의사 결정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신혼부부나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지연이 결혼 연령 상승과 출산 지연으로 이어지며, 저출산 고착화의 악순환을 만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터 기반 과학적 접근 시급”…정책 전환 필요성 제기이런 연구결과들은 정책 설계에 있어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주 부위원장은 강조했다.주 부위원장은 “고용, 교육, 사회보험 등 다차원 행정자료와 인구 패널 데이터를 연계해 결혼·출산 등 개인의 중대한 의사결정 전후의 소득, 고용 및 돌봄환경을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학계, 현장이 데이터 기반의 정책 생태계 구축에 함께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그는 저출산뿐 아니라 자살 문제도 근거기반 정책설계가 중요한 영역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실증적 인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텔레그램 지인으로부터 비행기 티켓을 받아 캄보디아로 향하던 30대 남성이 항공기 탑승 직전 공항경찰의 설득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찰이 캄보디아행 항공편 탑승구마다 인력을 전진 배치한 첫날 거둔 성과다.16일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은 전날 오후 7시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캄보디아 프놈펜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A 씨(30)의 출국을 제지했다고 밝혔다.● 모든 캄보디아행 탑승구에 경찰 배치 인천공항경찰단은 최근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사건이 잇따르자, 국내 청년층의 범죄 연루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15일부터 모든 캄보디아행 항공편 탑승 게이트마다 경찰관 4명씩을 전진 배치해 불심검문을 강화했다.그 결과 비행기 탑승 직전 검문을 받게 된 A씨는 “본업을 그만두고 쉬던 중, 예전에 텔레그램으로 알게 된 동생이 캄보디아행 비행기 티켓을 보내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텔레그램 대화 내용 공개를 꺼렸고, 구체적인 행선지나 숙소에 대해서도 명확히 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A 씨가 범죄 조직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설득 끝에 귀가하도록 조치했다.● 일면식 없는 사람이 보낸 티켓 받아 캄보디아행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항공권을 제공한 인물과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으며, 모든 대화가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만간 A 씨를 불러 연락 경위와 항공권 발권 배경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인천국제공항경찰단장은 “경찰관을 전진 배치한 첫날부터 범죄 연루 의심자를 발견하게 됐다”며 “지속적으로 캄보디아행 여객기 탑승자에 대한 검문검색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범죄 예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최근 캄보디아에서는 한국인 청년층을 대상으로 ‘고수익 해외일자리’를 미끼로 한 인신매매·감금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긴급 대응에 나선 상태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충남 보령 앞바다에서 낚싯배 충돌사고를 부른 길이 20m, 무게 5t의 쇠말뚝이 제거됐다. 15일 충남도는 전날 오전 8시 50분경 보령시 오천면 허육도 남서쪽 해역에서 보령해경과 함께 제거 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도는 환경정화운반선 ‘늘푸른충남호’를 투입해 해경 잠수구조대와 인양 작업을 진행한 끝에 쇠말뚝을 끌어올려 대천항으로 옮겼다.● 수위 오르면 보이지 않는 ‘유령 말뚝’…낚싯배 충돌쇠말뚝은 지난 11일 낚시배 충돌사고로 위치가 드러났다. 당시 배가 쇠말뚝에 부딪히며 선체가 손상됐다. 이 사고로 탑승자 2명이 부상을 입었다.말뚝은 한쪽 끝이 콘크리트로 고정돼 있고, 반대쪽은 공기가 차 있어 45도 각도로 바닷속에 비스듬히 박혀 있었다. 물때에 따라 수면 위로 일부만 드러나거나 완전히 잠겨 잘 보이지 않아, 주변을 지나는 선박들이 언제든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정체는 항만공사용 기초파일…“누가 설치했나” 조사 중해당 쇠말뚝은 해상 구조물이나 매립 지반 안정화 작업에 사용되는 항만공사용 기초파일(Foundation Pile)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이 쇠말뚝을 정확히 누가, 언제 설치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전상욱 도 해양수산국장은 “통항 선박 안전을 위해 해경 등 기관과 힘을 합쳐 어려운 작업을 수행했다”며 “앞으로도 해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6·25전쟁 당시 미 제8군 사령관으로서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했던 월튼 해리스 워커 장군(Walton Harris Walker, 1889~1950)의 후손이 15일 오후 전쟁기념사업회(회장 백승주)가 운영하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는 워커 장군의 손자인 샘 워커 2세(Sam Walker Ⅱ) 부부, 증손녀 샬롯 워커 올슨(Charlotte Walker Olsen)과 배우자, 고손자·손녀 등 3대 가족이 함께 참석했다. 백승주 회장은 워커 장군 후손 일가를 환영하며 “워커 장군은 절체절명의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낸 영웅으로, 한미동맹의 초석을 세운 분”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전쟁기념관을 찾는 많은 관람객이 워커 장군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워커 장군 손자인 샘 워커 2세는 한국 국민들이 조부의 희생과 공헌을 기억해주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한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며 세계 5대 경제강국 중 하나로 성장했다”며, 조부가 대한민국 자유 수호에 기여했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미 양국의 군사동맹은 매우 굳건하며,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환담 후 워커 장군 후손 일가는 장군의 활약상이 담긴 「6·25전쟁Ⅰ실」을 관람했으며, 전사자명비에 새겨진 워커 장군의 이름 앞에 헌화하며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국경 지역에서 30대 한국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1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새벽 캄보디아와 인접한 베트남 국경 지역에서 한국인 여성 A 씨(3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A 씨는 최근 캄보디아에 머물다 베트남을 잠시 방문했고,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가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사망 경위와 범죄 연루 여부를 조사 중이며, 구체적인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한국 경찰은 여성이 숨진 지 이틀 뒤 사건을 통보 받았으며, A 씨의 시신은 이미 부검을 마치고 화장한 후 유족에게 인도된 것으로 전해졌다.외교 당국은 현지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최근 캄보디아에서는 한국인 납치·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외교부는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등 일부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를 발령했다. 이번 사건으로 동남아 일대 한국인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전기차 충전소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던 여성이 충전을 위해 방문한 운전자에게 되레 화를 내는 일이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15일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강원도 양양 하조대 해수욕장에서 한 여성이 전기차 충전소에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제보글이 올라왔다. ● “개 두마리도 목줄 없이 풀어놓아”제보자 A 씨는 “차를 충전하러 갔더니 여성분이 텐트 치고 개 두 마리와 함께 캠핑을 하고 있었다”며 “개들도 목줄 없이 풀어놓아서 4살짜리 아이가 피해 있었다”고 전했다.A 씨가 “여기가 캠핑하는 곳이냐”고 지적하자 여성은 ‘옆에서 충전하면 되쟎냐”며 되레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A 씨는 여성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 일은 지난 9일 오후 있었던 일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해당 여성을 전기차 충전시설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해 캠핑하도록 조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위반…“과태료 부과 가능”누리꾼들은 “전자파 충전인가? 충전기 옆에 텐트를 치다니” “상상을 초월한다” “과태료 대상이다”라고 지적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 제11조 2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 구역에 일반 차량을 주차하거나 충전 방해 행위를 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가수 홍진영이 온라인에 퍼진 ‘임신설’ 루머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그는 “그날 밥을 많이 먹었을 뿐인데, 영상이 와전돼 상처받았다”고 억울함을 털어놨다.홍진영은 14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에 조정치-정인 부부, 윤하정과 함께 게스트로 출연했다.이날 그는 올여름 한 바다 축제 무대에서 촬영된 자신의 ‘직캠 영상’을 언급했다. 당시 화면 속 그는 아랫배가 유독 나와 보여 일부 네티즌이 “임신 아니냐”는 댓글을 달며 루머가 퍼졌다.게스트들과 ‘돌싱포맨’ 멤버들은 “배가 왜 저래”, “저거 합성이죠?” 라며 깜짝 놀랐다.홍진영은 “저 영상이 계속 쇼츠로 양산되고 있다. 수백만 뷰가 나왔다”며 “댓글 보면 상처받는다. ‘임신 3개월이다’ , ‘6개월이다’ ‘곧 낳는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게다가 댓글에 배꼽이 왜 이렇게 크냐고 하더라, 진짜로 영상 보면 배꼽이 어마하게 큰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저렇지 않다”며 억울해했다.출연진이 “그때보다 지금 살을 뺀 건 맞지 않냐. 그냥 똑 부러지게 해명하라”고 요구하자, 홍진영은 웃으며 “그날 밥을 많이 먹긴 했다.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문어 비빔밥을 먹었다”고 답했다. 그는 “옷 재질도 실크여서 배가 부각됐다”고 설명했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우리나라 성인 6명 중 1명은 화장실 이용 후 손을 씻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을 씻는 사람조차도 10명 중 1명만이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씻는 ‘올바른 손씻기’를 실천하고 있었다.질병관리청은 15일 ‘세계 손씻기의 날’을 맞아 국립중앙의료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2025 감염병 예방행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한 달간,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19세 이상 성인 4893명을 대상으로 관찰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비누 쓰는 사람 절반도 안 돼”…평균 손씻기 시간 12초조사 결과, 용변 후 손을 씻는 비율은 84.1%로 집계됐다. 반면 15.9%는 손을 전혀 씻지 않았다. 특히 남성(21.4%)은 여성(10.6%)보다 손을 씻지 않는 비율이 약 2배 높았다.손을 씻은 사람 중에서도 비누를 사용하는 비율은 45%, 물로만 씻은 경우가 39.1%로 나타났다. 비누거품으로 손을 비비는 시간은 평균 4.8초, 전체 손씻기 시간은 12.2초에 그쳤다.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히 씻는 ‘올바른 손씻기’ 실천율은 10.3%에 불과했다.● 나이 들수록 손 안 씻는 비율↑…70대 30% 달해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에서 손씻기 실천율이 낮았다. 70대는 30%, 60대 23.8%, 50대 17.2%로 나타나, 40대(10.3%)·30대(9.6%)·20대(10.3%)보다 현저히 높았다. 또 대도시(특별시·광역시)의 비실천율은 17%로, 중소도시(15%)보다 다소 높았다.질병청은 “손씻기 실천율은 매년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로 손씻기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으나 ‘올바른 손씻기’ 실천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대국민 홍보 등을 통한 인식 및 실천율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질병청은 서울시와 협력해 한강시민공원 공중화장실 138개소에 손씻기 메시지를 부착했으며, 11월 초까지 전국 10개 지역에서 축제현장을 통한 체험방식의 홍보행사를 운영하고 있다.임승관 질병청장은 “감염병 예방수칙은 비용이 들지 않는 가장 기초적이고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라며 “특히 손을 씻을 때 손끝, 손가락 사이, 손톱 밑 등을 꼼꼼히 닦는 ‘올바른 손씻기 6단계’를 실천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성일종 국방위원장과 강선영 의원이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기간인 14일 오후 전쟁기념사업회(회장 백승주, 이하 사업회)를 방문했다. 두 의원은 백승주 회장을 면담하면서 사업회의 현황과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후 기념관 내 국군 무기발전실 등 상설전시를 관람했다. 관람 후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를 숨쉬고 느끼고 간다”는 소감을 남겼다. 강선영 의원은 “전쟁기념관이 뜻깊은 역사의 현장을 기억하는 대한민국의 명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고릴라가 관람객을 향해 달려들어 3겹 강화유리에 금이 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유리가 완전히 깨지지 않아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놀란 관람객들이 혼비백산 달아나는 소동이 벌어졌다.15일 미국 abc와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주말인 지난 11일(현지시간) 일어났다. 휴일을 맞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많은 관람객이 모여든 가운데, 10살짜리 수컷 고릴라 ‘데니’가 전력으로 돌진해 보호유리를 들이받았다.세 겹으로 된 강화 유리였지만, 육중한 무게가 실린 고릴라의 가격에 버티지 못했다. 강화 유리는 여러 갈래로 금이 갔다. 깜짝 놀란 관람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청소년기 수컷 고릴라의 흔한 행동현장에 있던 한 관객은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올려다보니 고릴라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객은 “처음엔 지진이 난 줄 알았다. 보안요원들이 바로 달려와 상황을 통제했다”고 말했다.다행히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었다. 고릴라도 다치지 않았다. 데니와 동료 고릴라는 수리 작업이 끝날 때까지 임시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동물원 측은 “수컷 고릴라, 특히 청소년기 고릴라는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젊은 수컷은 에너지가 폭발해 돌진, 물건 끌기, 옆으로 달리기 등이 모두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눈 똑바로 마주치는 것 삼가야” 특히 데니는 몇 주 전에 형제 고릴라가 심장 이상으로 갑작스럽게 죽어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으로 동물원은 보고 있다.샌디에이고대 영장류 행동 전문가인 에린 라일리 박사는 “고릴라는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것을 위협으로 인식한다”며 “관람객이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자극할 때가 많다. 현장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자극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데니는 2014년 12월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태어난 ‘서부 로랜드 고릴라’다. 이 고릴라는 영장류 중에 가장 큰 종으로 분류된다. 수컷 성체의 무게는 최대 227kg에 달한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광주광역시의 한 건물 옥상에서 주민이 호스로 물을 뿌리며 지상에 주차된 차량 위로 물줄기를 쏘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며 “민폐 중의 민폐”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14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광주 북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주민이 호스로 물을 뿌리며 차량을 세차하는 모습”이라는 내용의 글과 영상이 올라왔다.영상에는 3층 건물 옥상에서 도로 쪽으로 물줄기가 쏟아지는 장면이 담겨있다. 물줄기는 도로 옆에 주차된 한 승합차 지붕에 집중됐고, 주변의 다른 차량들도 물세례를 맞았다.제보자는 “옥상에서 호스를 가지고 본인 차를 세차하는 거 같은데, 위에서 냅다 물을 뿌리는 걸 보고 황당했다”고 전했다.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남의 차 얼룩 다 지겠네” “물 줘서 차 키우냐?” “창의적인 민폐다” “주변 차들도 다 세차해 줘라”라고 지적했다.고층 건물에서 물을 뿌리는 행위는 단순한 민폐를 넘어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만큼, 생활 속 기본적인 배려와 상식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미국에서 3조 원에 육박하는 복권에 당첨된 남성이 올해 초 산불로 소실된 고향을 복원하겠다며 나섰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20억 4000만 달러(약 2조 9000억 원)의 파워볼 복권에 당첨된 에드윈 카스트로(33)가 지역 사회를 되살리기 위해 재산 일부를 쏟아 부었다.카스트로는 2022년 11월 캘리포니아 알타데나(Altadena)의 한 주유소에서 복권을 구입했다가 1등에 당첨됐다. 당시 오랜 기간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은 20억4000만 달러까지 쌓였고, 그 행운은 카스트로에게 갔다.알타디나는 올해 1월 발생한 ‘이튼·팰리세이즈’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당시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전체에서 31명이 사망하고 건물 1만6000여채가 불탔다. 알타데나도 건물 9000채가 소실됐다.알타데나에서 나고 자린 카스트로는 황폐해진 화재 지역에 수천만 달러 상당의 주택부지를 매입해 복원에 나섰다.이곳은 워낙 피해규모가 크다 보니 재건보다는 고향 부지를 팔고 이주를 선택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한다. 일부 주민들은 고향 땅이 외부 부동산개발업자들의 손에 넘어가자 “투자자들의 토지 매입을 막아 달라”며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현재 약 1500명의 서명이 모였다.● “지역 옛모습 되살릴 것”카스트로는 “지역 사회를 위해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에 종사했던 아버지를 둔 카스트로는 이 지역의 ‘크래프츠맨(Craftsman)’ 건축양식을 보존해 건물을 지을 것이라며 지역의 개성 있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살릴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크래프츠맨 양식’은 19세기 말 미국의 주거용 ‘복고풍’ 건축 스타일로 미국 도시의 오래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다만 이는 자선 사업이 아니며 주택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스트로는 “이윤을 크게 남길 필요는 없지만, 집들을 그냥 공짜로 주기 위해 짓는 건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그는 단기 임대 목적의 투자자보다는 실제로 정착하려는 가족들에게 주택을 판매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스트로는 “예전 동네의 느낌을 되살리고 싶다. 마치 화재 이전의 집들을 시간 속에 그대로 담아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카스트로가 당첨 복권을 구입했던 ‘조스 주유소(Joe’s Service Center)’는 이번 화재 속에서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로 기록됐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일본에서 고독사·자살 등이 발생한 부동산 매물이 늘어나면서, ‘귀신 없는 집’을 인증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사회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생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쿄 소재 부동산 컨설팅 업체 ‘카치모데(Kachimode)’는 자살·살인·고독사 등으로 거주자가 사망한 주택을 전문적으로 검사하고 ‘귀신 없음’을 증명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파·열감지기로 ‘귀신 없는 집’ 판정일본에서는 이런 주택을 ‘지코붓켄(事故物件·사고물건)’이라 부른다. 매물을 내놓을 경우 소유주와 중개인은 과거의 사건 이력을 고지해야 하며, 대개 시세보다 10~20% 낮게 거래된다. 일부 주택 소유주는 퇴마사를 불러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카치모데는 의뢰가 들어오면 현장에 전문팀을 파견한다. 팀은 비디오 카메라, 녹음기, 열화상 카메라, 전자파 측정기, 기압계, 온도계 등을 설치해 약 10~20일 동안 건물 내부의 전자파, 온도, 소음, 습도 변화 등을 기록한다.이상 현상이 감지되지 않으면 ‘귀신 없는 주택’으로 판정해 공식 인증서를 발급한다.● “부동산 가격 오르며 사고물건도 선택지로”3년 전 업체를 설립한 코다마 카즈토시 대표는 로이터에 “예전에는 사고물건의 임차인을 찾는 게 매우 어려웠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사람들은 이를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조사 비용은 하루 8엔(약 75만 원)이며, 주택 크기나 여건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올해 10월 현재까지 196건을 의뢰받아 조사했다고 업체는 밝혔다. 코다마 대표는 “조사팀은 보통 의뢰 건물에서 며칠씩 머물며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이상 징후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3명 중 1명…늘어나는 고독사 주택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경찰이 처리한 사체 건수는 총 10만2965건으로, 이 중 자택에서 사망한 1인 가구는 3만7227건(36.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고령화와 가족 해체로 ‘고독사’가 사회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한때 퇴마사가 가던 공간에 이제는 과학장비가 들어선다. ‘귀신 없는 집’은 단순한 부동산 서비스가 아니라, 죽음을 일상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일본 사회의 새로운 현실을 상징하고 있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캄보디아에서 범죄 조직에게 통장을 빌려준 남성이 통장 거래가 중지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인천 계양경찰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30대 A 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A 씨는 지난 8월19~20일 자신의 통장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에 제공해 현금 10억원가량이 220차례에 걸쳐 입출금 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당시 A 씨는 빌려준 통장의 입출금 거래가 정지되자 이를 해제하고자 같은 달 25일 한국에 입국해 은행을 찾았다.계좌 입출금 내역을 수상히 여긴 은행원은 경찰에 신고했고, A 씨는 붙잡혔다. A 씨는 돈을 벌기 위해 캄보디아에 갔다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에 연루돼 통장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그는 “캄보디아에서 일주일 동안 감금돼 작은 생수 10병으로 버텼다”며 “다른 한국인 1~2명과 함께 협박 당했다”고 주장했다.그는 계좌 거래 정지를 해제하면 중간책으로 등급을 높여주고 이체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조직원 이야기를 듣고 귀국한 것으로 조사됐다.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A 씨 계좌에서 불법 도박 자금이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넘겼다.다만 이 사건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사망 사건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캄보디아에서 한국 젊은이들이 잇따라 납치·실종되는 가운데, 경북 상주 출신의 30대 남성이 현지 범죄조직에 붙잡혀 몸값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13일 경북경찰청은 “캄보디아로 출국한 30대 A 씨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가 상주경찰서에 접수돼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 상주경찰서에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A 씨는 지난 8월 19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그러다 닷새 뒤인 8월 24일, 가족에게 텔레그램 영상통화를 걸어 “2000만원을 보내주면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한 뒤 다시 연락이 끊겼다. 이후 지금까지 가족과의 연락은 완전히 두절된 상태다.● SNS에 올라온 ‘차용증 사진’…가족에 협박 문자까지A 씨의 SNS 계정에는 그가 차용증을 들고 있는 사진이 게시됐다. 가족들은 “돈을 보내라”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단순 실종이 아닌 납치·금품 요구형 범죄로 보고,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과 외교부, 현지 수사 당국에 공조를 요청했다.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재차 공문으로 실종을 알렸다”며 “캄보디아 현지에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실종 30대도 캄보디아 출국 확인이번 사건과 별개로, 지난 9월 경북 경주에서 실종 신고된 30대 남성 B 씨도 캄보디아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경찰 관계자는 “B 씨가 현재까지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실제 캄보디아에 입국했는지 등을 현지 영사관 등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최근 캄보디아에서는 온라인 구인·투자 사기 등을 미끼로 한국인을 유인한 뒤 금품을 요구하거나 감금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국내 브로커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F1 쇼런 행사 도중, 오토바이 2대가 연달아 미끄러지며 관중석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20초 간격으로 두 번의 사고가 이어져 안전관리 부실 논란이 거세다.12일 오후 6시경, 용인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 포뮬러 원 쇼런’ 행사가 열렸다. 실제 F1 주행을 보기 위해 약 3만 명의 관람객이 몰린 가운데, 피날레 퍼레이드 중 바이크 2대가 잇따라 관중석 펜스를 강타했다.● 왜 연속으로 사고가 났나?사고는 습기 찬 노면에서 바이크가 미끄러지며 발생했다. 비로 인해 트랙 일부에 미세한 물기가 형성됐지만, 주행 중인 라이더는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오토바이는 그대로 안전 펜스를 들이받으며 펜스가 부서졌고, 인근 관객 일부가 부상을 입었다.불과 20초 뒤, 다른 바이크가 같은 구간에서 다시 미끄러져 동일한 위치의 펜스를 강타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관객은 충돌음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대피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채 고통을 호소했다.● 워터베리어에 물 없었다…타이어 방어막도 빠져트랙 주변에 설치된 워터베리어(방어막)는 정작 물이 채워지지 않아 충격 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설치돼야 할 타이어 베리어도 없었고, 간이 펜스만 세워져 있었다.또한 일부 관중석은 원래 계획보다 앞쪽으로 당겨져 설치돼 있었다. 해당 구역은 스탠딩존으로 운영돼 약 100명의 관람객이 입장료 3만5000원을 내고 가까운 거리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부상자는 모두 귀가…주최 측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중”사고 직후 의료진이 대응해 부상자 4명은 현장 치료 후 귀가했고, 1명은 보호자 차량으로 이동했다. 또 다른 1명은 용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돼 검사를 받은 뒤 통원 치료 권고를 받고 귀가했다. 두 명의 라이더 모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행사를 주최한 ‘피치스 런 유니버스’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고로 놀라셨을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현재 모든 부상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 중이며, 필요 시 추가 진료 및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치스 런 유니버스는 이번 사고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사고 경위를 면밀히 검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더욱 안전한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서울의 한 공원에 들어선 첨단 치안 기술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국이 범죄와 싸우기 위해 홀로그램 경찰을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3D 홀로그램 경찰’ 시스템을 소개했다.이 시스템은 지난해 10월 서울 중부경찰서가 중구 저동3공원에 설치했다. 홀로그램 경찰은 저녁 7시부터 밤 10시까지 2분 간격으로 저동공원에 투사된다.취재진은 해당 공원을 직접 방문해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시민들의 반응을 살폈다. 홀로그램 경찰은 “이 지역은 지능형 CCTV가 설치돼 있어 실시간으로 범죄를 감시한다”고 안내한다. ● 범죄율 22%감소…다른 지역으로 확대 시민들은 “처음엔 어머 이게 뭐야? 하고 유심히 봤다” “너무 신기했다”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여성들도 안심하고 혼자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장치 같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BBC는 이 지역이 유흥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라고 설명하며 시스템 설치 이후 범죄율이 약 22% 감소했다고 전했다. 또 이를 계기로 경찰은 다른 지역에도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BBC 외에도 미국 NBC, 독일 DW 등 다른 주요 외신들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의 첨단 치안 기술을 전했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아이는 어른을 비추는 거울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밴두라(Albert Bandura)의 ‘보보 인형 실험’(1961)이 남긴 메시지다. 전주소년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 문장을 떠올리게 했다. 어른의 세계에서 잠시 길을 잃었지만, 여전히 배우고자 하는 눈빛이 그곳에 있었다.일주일간의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3일, 기자가 찾은 전주소년원(송천중고등학교)은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 모인 곳’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다시 수줍고 맑은 눈빛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었다.전주소년원은 전국에서 수용 질서가 가장 안정적이고 모범적인 시설로 꼽힌다. 오전 10시 추석 연휴를 맞아 식당에 모여든 소년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교사와 직원들은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명절의 의미와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직원들은 휴일에도 자발적으로 출근해 보호소년들과 함께 송편을 빚으며 따뜻한 명절 분위기를 만들었다.“송편을 잘 빚어야 예쁜 딸 낳는다”는 교사의 농담에 소년들은 깔깔 웃었다. 여교사보다 손이 두 배는 커 보이는 아이들이 앙증맞은 송편을 만들기 위해 진지한 표정으로 반죽을 다뤘다. 재료 손질부터 반죽, 소 넣기, 찌기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했다A 학생(남·18)은 덩치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꽃모양을 곱게 얹은 송편을 만들었다. 친구들은 이 학생을 “셰프”라고 불렀다. 요리사가 꿈이라는 이 학생은 소년원을 나가면 자기 레스토랑을 차릴 것이라고 했다.찜기에서 송편이 익어 나오자 학생들은 환호했다. 무뚝뚝한 또래 남학생들이 서로 먹여주는 모습은 현실감마저 잊게 했다. 임춘덕 교무과장은 “추석을 통해 협력과 나눔을 배우고, 정서적 교감을 통해 공동체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송편 빚기 외에도 윷놀이, 합동 차례, 제기차기, 투호, 장기 등 전통놀이가 연휴 동안 이어졌다. 화상을 통한 가족 면회 시간도 마련됐다. 가족을 만나지 못한 B 군(18)은 “비록 가족은 못 봤지만 선생님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가족과 함께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행석 원장은 “보호소년들이 가족과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직원들의 헌신과 학생들의 참여로 모두가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가족애 느끼게 하는 게 참된 교화”전주소년원이 ‘모범 시설’로 평가받는 이유는 아이들의 변화를 이끄는 교사들의 헌신 덕분이다. 임춘덕 교무과장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려면 목소리보다 마음의 온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고함 없이 변화를 이끄는 발성법’, ‘냉각 시간 부여’ 같은 지침을 직접 만들어 운영 중이다.이를테면 학생들 간에 싸움이 났을 때 그 자리에서 교사가 화를 내면 오히려 아이들은 더 분노를 표출하거나 대든다. 이때는 호실 밖으로 조용히 불러내 냉수 한잔을 건네주고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준다. 학생이 진정되면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이유를 들어보고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본다.임 교무과장은 “그 나이 때 아이들은 소위 ‘가오’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 타이르면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더욱 위력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잠시만 시간을 주면 스스로 차분해진다”고 설명했다.직원들의 전공은 교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특수교사, 정신건강 임상 심리사 등 다양하다.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기 위해 자원해서 온 교사들도 있다.한 학생은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뭔가 안 좋은 생각이나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미래도 조금씩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가정 환경이 불우한 친구들이 있는데, 선생님들이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신다. 담임 선생님은 엄마, 당직 선생님은 아빠 같다. 엄할 땐 엄하면서 따뜻할 때 따뜻하게 대해주신다”며 “내가 처음에 왔을 땐 반항심이 있었는데, 여기 온 후로 ‘어른들이 나를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생활지도계장 송철진 씨는 “32년 동안 일하면서 느낀 건 어른은 잘 안 바뀌지만, 아이는 금세 달라진다는 것”이라며 “나무가 어릴 때는 손길대로 자라듯, 마음을 쓰면 변한다”고 말했다.물론 잘못을 하면 징계를 내리고 엄하게 꾸짖지만, 잘 했을 때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송 계장은 “친구를 때린다든지 이럴 땐 엄하게 혼내지만, 아이들과 벽을 두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선생님 저하고 상담해 주세요’라며 부담없이 다가온다. 선생님들은 ‘그래 그래’ 하고 다독여준다”고 전했다.임 교무과장은 “결국 교화의 핵심은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에서 아이 키우는 것과 똑같아요. 아무리 혼내더라도 마지막엔 꼭 긍정 메시지를 줍니다. ‘그래도 선생님이 너를 믿는다’, 또는 ‘선생님이 너 믿었는데 실망했어’ 이런 말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금세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죠.”그는 “직원들이 휴일에도 나와 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빚고 하루를 보내며 부모 이상의 정을 나눈다”며 “보호 기간이 끝나 소년원을 나서는 날, 아이들도 교사들도 눈물을 보인다. 아이들이 ‘나가서 성공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 사드릴게요’라고 말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전주=박태근 기자 ptk@donga.com}

‘큰집’과 ‘큰 집’, ‘아버지 가방에’와 ‘아버지가 방에’. 띄어쓰기 하나만으로 전혀 다른 의미가 만들어진다. 한국어에서 띄어쓰기는 단순한 문법 규칙이 아니라,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한 사회적 약속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한글 띄어쓰기 체계의 출발점이 19세기 말 한국에 온 외국인 선교사였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출신 선교사 존 로스(한글 이름 나요한, 1842~1915)다.● 한글 띄어쓰기는 언제 처음 도입됐나?국립한글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존 로스는 19세기 말 조선을 방문해 1882년 최초의 한글 성경을 만들었다.그는 1877년 자신과 같은 선교사나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조선어 첫걸음’(Corean Primer) 교재를 만들었는데 이때 띄어쓰기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조선시대 한글은 중국∙일본과 마찬가지로 세로쓰기가 일반적이었으나, 로스가 가로쓰기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띄어쓰기를 적용했다고 한다. ● 로스 “한글이 한문보다 의미 전달 정확”로스는 책에서 “한글은 소리글자로 이루어져 자모만 배우면 누구나 읽고 배울 수 있는 글자”라며 한글의 우수성을 언급했다고 한다.그는 조선의 무역상인 이응찬 등의 도움을 받아 신약성서를 한글로 번역했다. 로스는 한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선교사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해야 하며, 한글로 쓰인 성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낯선 타지에서 한국어 성경을 완성한 로스는 “한글이 한문보다 훨씬 정확한 번역본을 만들 수 있는 글자”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 띄어쓰기는 어떻게 정착됐나?이후 호머 헐버트 선교사와 한글학자 주시경 등이 1896년 최초의 한글판 신문 ‘독립신문’ 을 발행하며 띄어쓰기를 적용해 널리 퍼지게 됐다.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하며 띄어쓰기는 전국적으로 정착됐다. 초기에는 사람마다 쓰는 방식이 달랐지만, 표준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 한국어 문법의 핵심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띄어쓰기의 뿌리는, 19세기 외국인 선교사의 작은 실험에서 비롯된 셈이다.● 오늘날 띄어쓰기는 왜 중요한가?띄어쓰기는 단순히 글자를 구분하는 장치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검색 정확도와 정보 전달 효율성에도 직결된다. 띄어쓰기 오류가 있으면 AI 번역이나 음성 인식 결과가 달라지고, 온라인 정보 검색에서도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띄어쓰기는 한국어 표현의 정확성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올해로 한글날이 579돌을 맞았다. 개천절이나 명절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념일이다. 한글날(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창제한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로 기려지고 있다.세종대왕은 1443년 훈민정음을 완성한 뒤 약 3년간의 시험 과정을 거쳐 1446년에 반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은 백성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들었다. 이는 세계 문자사에서도 손꼽히는 혁신으로 평가된다.● 한글날은 언제부터 기념했을까?한글날은 1926년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의 전신)가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맞아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기념식을 연 것이 시초다. 이후 2년 뒤 ‘한글날’로 바뀌었으며, 초기에는 10월 말~11월 초에 기념 행사를 열었다.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세종은 훈민정음을 은밀하게 창제해 정확한 반포 날짜가 적혀있지 않다. 실록에는 1446년(세종 28) 9월 조의 맨 끝에 정확한 날짜 명시 없이 ‘이번 달에 훈민정음이 완성되었다(是月訓民正音成)’고 기록돼 있다. 초기 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9월 말일(29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0월 29일을 한글날로 정했다. 그러나 1940년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이 발견되면서 한글날 날짜가 다시 조정됐다. 해례본에는 세종이 음력 9월 상순에 책을 펴냈다는 기록이 있어, 음력 9월 10일을 반포일로 정하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했다.●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제외, 다시 부활한 한글날한글날은 1945년 해방 뒤부터 공개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1949년에는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1991년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공휴일 지정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1991년부터 2012년까지 22년 동안 한글날은 평일이었다.이후 학계와 국민 여론의 노력으로 2005년에는 국경일로 승격됐고, 2013년부터 다시 법정 공휴일로 부활했다. 오늘날 한글날은 법정 공휴일이자 5대 국경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글날이 가진 의미와 세계적 확산한글날은 단순한 휴일을 넘어,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새기는 기념일이다. 세계적으로도 독창성과 과학성이 인정받으며, 문자 체계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특히 올해는 한류 열풍과 맞물려 외국인들의 관심도 커졌다. 한글 발음의 편리함과 독창적 문화 매력 때문에 해외에서 한글을 배우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축제 현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직접 한글 이름을 짓는 ‘작명 체험’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한글 이름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한글날은 이제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문화적 기념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박태근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