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LG가 토종 꿀벌을 키우는 사회 공헌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LG상록재단이 운영하는 경기 광주시의 생태수목원인 화담숲 인근 정광산에 토종 꿀벌 서식지를 조성한 것이다.꿀벌은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종 이상의 작물 생산에 관여한다. 꿀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옮겨주는 꿀벌이 사라진다면 작물 생산량 감소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토종 식물은 서양 벌이 아닌 토종 꿀벌에 대한 수분(受粉) 의존성이 높아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토종 꿀벌의 보존이 중요하다.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2010년대 이후 개체수가 98% 이상 사라진 토종 꿀벌 증식 사업에 LG가 뛰어든 이유다. LG는 올해 토종 꿀벌인 ‘한라 토종벌’ 100만 마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매년 토종 꿀벌 개체 수를 2배 이상 증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가 마련한 꿀벌 서식지 인근의 화담숲은 꿀을 품은 나무인 밀원수(蜜源樹)를 비롯한 식물 자원이 풍부하다. 꿀벌 개체수가 증가해도 안정적으로 먹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LG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대한민국 토종벌 명인 1호’ 김대립 명인과 양봉 분야 사회적 기업인 비컴프렌즈와 협업해 토종 꿀벌 증식에 나선다. 40여 년 동안 토종 꿀벌을 육성하고 보급하는 데 힘써온 김 명인은 토종 꿀벌 사육 관련 기술 특허 9건도 개발해 등록한 바 있다. 그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먹거리도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토종 꿀벌 보호를 위한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꿀벌 서식지의 적정 사육 규모인 400만 마리까지 증식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해당 꿀벌을 양봉 피해 농가에 지원할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토종 꿀벌을 육성하고 증식하는 사업은 단순히 한 개체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닌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를 살리는 데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효성은 중소기업 고객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효성은 중소기업, 농어촌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협력기금 출연 및 제품 지원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2023년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해 국내 섬유업계 최초로 중소 협력사를 위한 친환경 인증 발급을 지원한 바 있다. 또 경남 함안군에 효성티앤씨의 재활용 섬유로 제작한 티셔츠, 효성화학의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식판 등을 지원했다. 이와 관련해 조현준 효성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모두 힘을 모아 소통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신뢰받는 백년 효성을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효성티앤씨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사의 해외시장 개척도 지원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중소 고객사들의 해외 진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세계적인 섬유 전시회에 고객사와 동반 참가했다. 더불어 온라인 전시회나 세미나 등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해 중소 협력사가 해외 고객들과 접촉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효성은 중소 협력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교육 및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효성은 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 절감 컨설팅’ 활동인 에너지 동행 사업에 참여해 전·현직 전문가 중심의 에너지경영혁신 자문단을 구성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중소 협력사의 공장 내 발광다이오드(LED) 전등 교체 등 에너지 절감 시설 투자를 지원했다. 또한 효성,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효성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효성티앤씨의 경우 고객사별 특성에 맞는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고 신규 원단 개발을 제안하는 맞춤형 상담 ‘크레오라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G화학은 친환경 미래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LG화학은 폐식용유, 식물성 부산물 등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제품 생산을 적극 확대해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월에는 이탈리아 최대 석유회사 ENI와 차세대 바이오 오일 합작 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 충남 대산 사업장에서 국내 최대인 연간 30만 t 규모 HVO(수소화 식물성 오일) 생산 공장의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HVO 공장을 설립해 친환경 제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익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LG화학은 화학적 재활용 공장 설립 및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충남 당진시에 국내 최초의 열분해유 공장을 연산 2만 t 규모로 건설해 올해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더불어 열분해유 공장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2023년 1월에는 자원 순환 업체 넷스파와 해양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G화학과 넷스파는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활용해 화석연료 기반의 기존 제품 대비 탄소를 3배가량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LG화학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PEC(폴리 에틸렌 카보네이트)를 활용한 화장품 용기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PEC는 유연하고 투명하며 산소 차단성이 높은 제품이다. 화장품 용기, 식품포장재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PEC는 여타의 플라스틱과 달리 소각해도 그을음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국 인공지능(AI) 칩 수출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거뒀다. AI 가속기 수요가 꾸준한 상황인 만큼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초록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엔비디아는 28일(현지 시간) 2026년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이 전년 대비 69% 늘어난 약 440억6000만 달러(약 60조6000억 원)였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추정치(매출 433억1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조정된 주당 순이익도 0.96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0.93달러를 상회했다. 실적이 발표된 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 이상 올랐다. 1분기 엔비디아의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데이터센터 사업이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73% 이상 증가한 391억 달러였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88%에 해당한다. AI의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각 기업 데이터센터에 공급된 덕이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가속기인 블랙웰 칩 수만 개를 탑재하는 등 대형 클라우드 제공 업체들의 수주가 데이터센터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은 미중 갈등으로 중국 수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엔비디아에 기존에 승인된 중국용 H20 프로세서 역시 수출 허가를 받아야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는 H20 재고로 45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에 나서 “향후 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중국 AI 가속기 시장을 잃는 것은 회사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해외 경쟁사들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2분기(5∼7월)에도 매출 450억 달러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증권가 컨센서스(455억∼459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시장 수출이 막혔지만 다른 지역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블랙웰 시리즈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올 하반기(7∼12월) 12단 HBM3E(5세대 HBM)를 탑재한 최신형 AI 반도체 ‘GB300’을 출시할 예정이다. GB300은 GB200보다 HBM 용량이 50% 더 많다. SK하이닉스로부터 더 많은 HBM을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인 ‘루빈’에도 SK하이닉스의 HBM4(6세대 HBM)가 장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4 샘플을 보내 인증을 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내년 HBM 공급 물량을 협의하고 있다”며 “HBM4 인증이 순조롭게 진행되는지가 SK하이닉스의 내년 공급 물량 규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 중국 인공지능(AI)칩 수출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주력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의 성장세가 당분간 가파를 전망이라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도 ‘초록불’이 켜졌다.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2026년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이 전년 대비 69% 늘어난 440억6000만 달러(약 60조6000억 원)였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추정치(매출 433억1000만 달러)를 웃돈다. 주당 순이익도 0.96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0.93달러를 상회했다. 시장 예상보다 좋은 실적이 발표되자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4% 이상 상승했다.엔비디아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센터 사업이 급성장한 덕이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73% 이상 증가한 391억 달러였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대형 클라우드 제공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MS가 수만 개의 블랙웰 칩을 탑재했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42% 늘어난 38억 달러를, 자동차 및 로봇 사업부 매출은 72% 뛴 5억6700만 달러로 집계됐다.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은 ‘미중 관세 전쟁’ 상황에서 이뤄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엔비디아에 기존에 승인된 중국용 H20 프로세서에 대한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엔비디아는 해당 칩 재고로 45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으며 수출 제한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25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는 수출 제한에 걸리지 않는 중국 수출용 새로운 AI칩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엔비디아는 2분기(5~7월)에도 매출 450억 달러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기존 증권가 컨센서스(455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시장 수출이 막혔지만 이외 지역에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인 블랙웰 시리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한편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맑음’을 유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올 하반기(7~1월) 12단 HBM3E(5세대 HBM)를 탑재한 최신형 AI 반도체 ‘GB300’를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HBM 제품이 들어갔다. 또한 차세대 AI 반도체인 ‘루빈’에도 SK하이닉스의 HBM4(6세대 HBM)이 장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엔비디아에 샘플을 제공해 초기 검증을 받는 중이다. 더불어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사이에 논의중인 내년 HBM 공급량 협의도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가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데다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고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5년 기업호감지수(CFI)’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 기업 호감도가 100점 만점에 56.3점이었다고 27일 밝혔다. 해당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점수다. 3년 연속 50점을 넘기기도 했다. 기업호감지수는 기업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를 지수화한 조사다. 지수가 100점에 가까울수록 호감이 높다는 의미다. 지수가 기준점인 50점을 넘기면 기업에 대해 호감을 가진 이들이 호감이 없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에 호감이 가는 이유에 대해선 ‘국가 경제에 기여’(40.8%)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일자리 창출’(26.5%), ‘사회적 공헌 활동’(11.8%),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확산’(9.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기업에 호감이 가지 않는 이유로는 ‘기업문화 개선 노력 부족’(31.6%)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준법·윤리경영 미흡’(26.3%), ‘상생 경영 부족’(21.1%)이 뒤를 이었다. 기업에 바라는 우선 과제로 경제적 분야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39.7%)이, 사회적 분야에선 ‘근로자 복지 향상과 안전한 근로환경’(31.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기업이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에 대해 ‘사회구성원으로서 필수적이다’라는 응답이 74.0%를 차지했다. ‘기업 본연의 경제적 역할이 우선이다’(26.0%)라는 응답의 2.8배 수준으로 많았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국내 기업의 경기 전망이 3년 3개월 연속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중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감 등으로 인해 수치가 전월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4.7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BSI는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과 비교한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그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부터 매달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며 역대 최장기간 부진 기록을 경신 중이다.올해 들어서는 4월(88.0), 5월(85.0) 두 달 연속 하락하다가 이번 조사에서 9.7포인트 반등했다. 2023년 3월(93.5, 10.4포인트 증가)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업종별로는 제조업 BSI는 96.0, 비제조업 93.5였다. 제조업의 경우 5월 대비 16.8포인트 급등했다. 2021년 3월(114.0, 19.1포인트 증가)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대 폭의 상승이다.반도체가 포함된 ‘전자 및 통신장비’(123.5)는 2010년 3월(126.6) 이후 15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제조업 BSI 반등을 주도했다. 한경협은 미국과 중국이 상호관세율을 115% 인하하기로 합의하는 등 통상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한 덕이라고 봤다. 또 관세 영향 회피를 위한 고객사 재고수요 증가, 중국 내수 진작책에 따른 PC·모바일 업체들의 수요 개선 등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 A사는 최근 현장 생산 인력 가운데 10%가량이 갑자기 퇴사했다. 인근 중국 업체들이 올 3월 기습적으로 임금을 올리자 베트남 근로자들이 우르르 옮겨간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A사도 최근 중국 기업 수준으로 임금을 맞췄지만, 한번 떠난 인력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A사 관계자는 “미국발 10% 보편관세 부과로 힘든데 인력까지 중국 기업에 빼앗기니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순 찾아간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 시내에는 삼성전자, HS효성, 신한은행 등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광고판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었다.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은 크고 작은 업체를 합쳐 모두 1만 곳이 넘는다. 한국의 베트남 대상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는 920억 달러(약 126조 원)에 달한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가 한국이다. 하지만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마련한 한국 기업들이 최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첫 번째 요인은 중국의 공격적인 대베트남 투자다. 김형모 대한상공회의소 베트남사무소장은 “중국 업체들이 한국 회사 공장 정문에 구인광고 전단을 쌓아 놓을 정도로 인력 모집에 적극적”이라며 “베트남은 보통 7월에 임금 협상을 하는데 불시에 임금을 올려 인재를 유치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고태연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 회장은 “중국 업체들이 핵심 인력일 경우 한국 업체보다 10∼15% 또는 그 이상, 일반 직원일 경우 4∼5% 임금을 올려 스카우트해 간다”고 말했다.26일 베트남 외국인투자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베트남 대상 FDI는 70억5733만 달러였다. 중국(47억3212만 달러)과 홍콩(43억4753만 달러)을 합친 중국계 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90억7965만 달러에 달했다. 2020년에는 한국(39억4911만 달러)과 중국계(중국+홍콩·44억5900만 달러)의 투자액이 엇비슷했는데 이제는 격차가 벌어졌다. 중국 기업 TCL의 TV 공장, 비야디(BYD)의 전자부품 공장, BOE의 디스플레이 공장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에서 준공했거나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중국 업체들이 싱가포르에 있는 법인을 통해 베트남으로 우회 진출하는 사례도 있어 중국의 실제 베트남 투자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업체들이 부쩍 베트남으로 향하는 데는 미중 갈등의 영향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부터 중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가속화됐다. 중국산 제품들에 대한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자 우회 수출처로 베트남을 ‘낙점’한 것이다. 중국 본토의 인건비가 베트남의 2.5∼3배가량에 이르는 점도 중국 기업이 베트남에 공장을 짓는 이유가 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 문제까지 겹쳐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에 대해 46%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은 지난달 유보했지만, 10% 보편관세는 이미 적용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베트남 하이퐁에 있던 냉장고 생산 설비의 가동률을 낮추고 해당 물량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LG전자는 공장이 세계 곳곳에 있어서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이른바 ‘스윙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베트남에 진출한 1만여 곳의 한국 기업 중 9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이라 이렇게 대처하기 어렵다. 정준규 KOTRA 호찌민 무역관장은 “한국 기업들이 임금 인상 이외에 베트남 근로자들을 위한 맞춤 복지제도를 제공해 인재를 붙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각종 비용 절감을 추진하며 미국과 베트남 정부의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호찌민=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인공지능(AI)이 전 산업 영역에서 널리 쓰이면서 반도체 기판에도 첨단 제품 개발 경쟁이 불붙었다. AI로 인해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지자 속도가 빠르고 내열성이 강한 ‘유리기판’이나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의 개발 및 양산이 본격화됐다.● 시제품 생산 잇따르는 유리기판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LG이노텍, 앱솔릭스 등은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에 이미 돌입했거나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 SKC 자회사인 앱솔릭스는 지난해 상반기(1∼6월) 미국 조지아주에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준공한 뒤 지금은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안에 양산 준비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이에 앞서 유리기판의 세부 사양과 관련해 고객사에 제품 인증을 받는 중으로 알려졌다. 이달 6일에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법에 따른 생산 보조금 4000만 달러(약 560억 원)를 수령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2분기(4∼6월)부터 세종사업장에서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시제품을 생산해 빅테크 업체 대상 고객사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유리기판 사업에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든 LG이노텍은 올해 말쯤 시제품 생산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시장의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낼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AI 시대를 맞이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플라스틱이 대부분이었던 기판의 소재를 유리로 바꾸면 이점이 많다. 플라스틱 기판은 크기가 커지면 휘어짐 현상이 발생하는데 유리기판은 단단하게 버텨줘 반도체칩과 더 정밀하게 결합할 수 있다. 유리 소재 특성상 플라스틱 대비 열에 강하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또 표면이 매끄럽고 평탄도가 높아 더욱 정밀하고 세밀한 패턴을 그리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장점 덕에 인텔, AMD,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이 유리기판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72억 달러(약 10조 원)였던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은 2034년 10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FC-BGA, 연평균 8.5%씩 성장 FC-BGA는 이미 양산을 시작했다. FC-BGA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LG이노텍은 지난해 12월부터 경북 구미 사업장에서 빅테크들에 납품할 PC용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올 3월에는 FC-BGA 양산 라인을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구미 공장 생산량 증대에 6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2022년 부산에서 서버용 FC-BGA를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양산한 삼성전기는 지난해 베트남에서도 양산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올해 2분기부터는 AI 가속기용 FC-BGA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FC-BGA는 반도체 칩을 뒤집어서 장착하는 방식의 기판이다. 뒤집힌 반도체 칩에 열을 가해 기판과 직접 연결한다. 기존에는 평평하게 놓인 반도체 칩을 금속선으로 기판에 연결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금속선 없이 직접 연결되는 FC-BGA가 기존 기판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더 빠르다. 밀착해서 연결된 덕에 외부 충격을 잘 견디고, 발열의 전달과 방출이 모두 빠르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인텔로에 따르면 2023년 35억 달러였던 글로벌 FC-BGA 시장은 2032년 7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8.5%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AI로 인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처리량이 크게 늘면서 유리기판과 FC-BGA가 주목받고 있다”며 “다만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기판 가격이 비싼 것 등은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 하원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종료 시한을 6년 앞당기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로 인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할 수 있어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공약 실현을 위한 세제 법안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상원을 통과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최종 확정된다. 이번 법안이 실제로 시행되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구매 혜택이 줄어든다. IRA에서는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2032년까지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주고 있는데 종료 시점을 2026년 말로 앞당겼기 때문이다.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들은 캐즘 장기화를 우려한다. 보조금이 있을 때도 비싼 전기차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때문에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는데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폐지 시점이 기존 2032년에서 1년만 앞당겨지는 것은 다행이라는 반응이 배터리 업계에서 나왔다. 당초 폐지 시점이 2028년으로 대폭 당겨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었는데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번 법안에 청정에너지 분야의 세액공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사들에 대한 세제 혜택이 조기 종료되면 배터리 업체와 마찬가지로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발전 기기 업체들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태양광 업체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각각 11.41%, 3.55% 내려앉았다. 풍력 업체인 씨에스윈드 주가도 12.86% 하락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하원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종료 시한을 6년 앞당기는 법안이 통과됐다. 애초에는 2032년까지 최대 75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던 것이 2026년에 종료되는 내용이 담겼다. 이로 인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할 수 있어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법안이 상원에서 최종 확정될지 주시하고 있다.●전기차 7500달러 혜택 올해 끝날 수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공약 실현을 위한 세제 법안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에서 한 표 차이(찬성 215표, 반대 214표)로 간신히 통과했다. 미국 공화당 주도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했던 ‘전기차 지원책’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상원을 통과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최종 확정된다.이번 법안이 실제 시행되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구매 혜택이 줄어든다. IRA에서는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구매자에 2032년까지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주고 있는데 종료 시점을 2026년 말로 앞당겼기 때문이다. 2026년에는 최근 16년간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가 20만 대를 넘지 않는 업체만 세제 혜택 대상이다. 사실상 주요 전기차 업체 대상 세제 혜택은 올해로 끝나는 것이다.전기차 업체들은 캐즘 장기화를 우려한다. 보조금이 있을 때도 비싼 전기차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때문에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는데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이외에도 내연기관 제품군이 다양해 당장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모든 전기차 업체가 동등하게 세제혜택이 축소된다면 현대차·기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기차만 판매하는 업체들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배터리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보조금 폐지로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면 그 여파가 배터리 업체에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폐지 시점이 기존 2032년에서 1년만 앞당겨지는 것은 배터리 업계에서 안도하고 있다. 당초 폐지 시점이 2028년으로 대폭 당겨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었는데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배터리 셀과 모듈 생산에 따른 AMPC 보조금 액수도 현행과 같이 유지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걷혔다는 측면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에 따라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시장 장벽이 높아진 것도 한국 배터리 업계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신재생에너지 업체 주가 일제히 하락신재생에너지 업체들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번 법안에 청정에너지 분야의 세액공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사들에 대한 세제혜택이 조기 종료되면 배터리 업체와 마찬가지로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발전 기기 업체들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태양광 업체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각각 11.41%, 3.55% 내려 앉았다. 풍력 업체인 씨에스윈드도 주가도 12.86% 하락했다. 신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아직 상원에서의 표결도 남아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삼성전자의 가장 얇은 스마트폰 ‘갤럭시 S25 엣지’가 23일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갤럭시 S25 엣지는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두께인 5.8㎜와 163g의 무게를 지니면서도 내구성이 견고한 것이 특징이다. 전면 디스플레이에 신규 모바일용 글라스 세라믹인 ‘코닝 고릴라 글라스 세라믹 2’가 적용돼 일상 속 충격과 스크래치 등을 잘 견뎌낸다.카메라 성능은 삼성전자의 고성능 모델 ‘갤럭시S25 울트라’ 급으로 탑재됐다. 2억 화소의 초고해상도 광각 카메라와 1200만 화소의 초광각 렌즈로 넓은 프레임을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다. 접사 촬영을 위한 자동 초점(AF) 기능과 전면 로그 비디오 기능도 처음 탑재됐다.오디오 지우개, 스케치 변환 등 기존 S25 시리즈의 갤럭시 인공지능(AI) 기반 편집 기능도 동일하게 지원한다. 칩셋은 갤럭시 S25 시리즈와 동일하게 갤럭시 전용 칩셋 중 가장 강력한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채택됐다. 삼성전자는 이달 14∼20일 삼성닷컴에서 진행한 갤럭시 S25 엣지 국내 사전 판매에서 구매자 절반 이상이 10∼30대였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사전 예약자를 분석한 결과 색상 선호도는 티타늄 아이스블루(39.9%), 티타늄 실버(31.5%), 티타늄 제트블랙(28.6%) 순서였다. 저장 용량 256GB 모델의 판매가는 149만6000원, 512GB 모델은 163만9000원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1일 자사의 인공지능(AI) 가속기의 중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 “지금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잘못됐다”며 “수출 통제는 실패”라고 비판했다.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인 컴퓨텍스 참석차 대만을 방문한 황 CEO는 이날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질의응답’ 행사에서 “우리는 수출 규제로 H20 제품을 중국에 출하할 수 없게 됐고, 그 결과 수십억 달러의 재고를 전액 손실 처리해야 했다”며 “이는 일부 반도체 회사의 매출 전체에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맞춤형 칩을 설계해 수출해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달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 가속기인 H20 중국 수출까지 규제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중국용 H20의 재고와 구매 약정 등과 관련해 최대 55억 달러(약 7조6000억 원)의 비용이 1분기(1∼3월)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4년 전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될 무렵 중국 AI 칩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50%로 줄었다”며 “사양이 낮은 제품만 팔 수 있어 평균판매단가(ASP)가 떨어져 그만큼 수익도 많이 잃었다”고 말했다. 황 CEO는 대중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AI 확산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지 않으면 경쟁자(중국)가 따라올 것”이라며 “중국 화웨이는 빠르게 혁신하고 있으며 그들은 엔비디아가 중국에 돌아오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국민 10명 중 6명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민생 과제로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대응이 필요한 민생 회복 과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물가 안정’이라는 답변이 60.9%로 가장 많았다고 20일 밝혔다. 한경협은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누적 기준으로 보면 고물가가 장기화하고 있어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물가 안정 이외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17.6%), ‘주거 안정’(9.5%), ‘지역경제 활성화’(7.8%), ‘취약계층 지원 강화’(3.8%) 등이 주요 민생 과제로 꼽혔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농축산물·생필품 가격 안정’(35.9%)을 꼽는 이가 가장 많았다. 이어 ‘공공요금 부담 경감’(21.8%), ‘환율 변동성 완화 및 수입 물가 안정’(17.2%), ‘세금 부담 완화 및 생활비 지원 강화’(17.1%) 등이 꼽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농산물 수입처 다변화와 유통 구조 개선에 나서는 한편 민간 일자리 창출 여력을 늘려 가계의 소득 창출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국민 10명 중 6명은 물가 안정이 최우선 민생 과제라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민생 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60.9%가 물가 안정을 꼽았다고 20일 밝혔다. 그 뒤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17.6%), 주거 안정(9.5%), 지역경제 활성화(7.8%), 취약계층 지원 강화(3.8%) 등의 순서로 응답이 많았다.한경협은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물가 추세가 누적되면서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6년(95.78)에서 2020년(100)까지 4.4% 상승했고, 2020년부터 올해 4월(116.38)까지는 16.4% 올랐다.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농축산물·생필품 가격 안정(35.9%)이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이어 공공요금 부담 경감(21.8%), 환율 변동성 완화·수입 물가 안정(17.2%), 세금 부담 완화·생활비 지원 강화(17.1%), 에너지·원자재 가격 안정(7.8%) 등의 순서였다.2순위 과제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청년·여성·고령층 맞춤형 고용 지원 강화(31.9%), 첨단산업·신성장 동력 분야 일자리 창출(21.0%), 노동시장 개혁·근로환경 개선(20.6%) 등이 순서대로 꼽혔다. 주거 안정 정책 과제로는 주택공급 확대·부동산 시장 안정(36.3%)이 가장 많았고, 전월세 가격 안정·세입자 보호 강화(27.4%), 주거 취약계층 지원 확대(16.1%) 등이 뒤를 이었다.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농산물 수입선 다변화, 유통구조 개선 등에 노력하고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력 확충으로 가계의 소득 창출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남쪽으로 130km 거리인 띠엔장성 벤짜우 선착장. 여기서 배를 타고 30분을 이동하니 망망대해에 해상 105m 높이로 솟은 풍력터빈이 나타났다. 10m 높이의 사다리를 올라 풍력터빈을 위해 만든 작은 섬에 오르니 지름 150m에 달하는 거대한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휘힉’ 소리를 내며 빠르게 돌고 있었다. 이와 같은 흰색 풍력 터빈 36기가 축구장 25개 면적(25만 m2 규모)에 500m 간격으로 세워져 지평선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13일 찾아간 이곳은 SK이노베이션 E&S가 보유한 떤푸동 해상풍력 발전 단지다. SK E&S의 전 세계 재생에너지 사업장 중 최대 규모인 이곳은 지난해 기준 연간 443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풍력 발전으로만 만들었다. 베트남에선 2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연간 500억 원이 발생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투자 지분에 따라 떤푸동 해상풍력 발전 단지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의 45%를 가져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2년 150MW(메가와트) 규모의 떤푸동 해상풍력 프로젝트, 2020년 닌투언 지역의 131MW 규모 태양광 설비 등에 투자했다. 1억 명의 내수 시장을 가진 데다 연간 7%씩 경제가 성장하는 베트남을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초 기지로 주목한 것이다. 베트남은 국토가 위아래로 길어 해안선 길이가 3200km가 넘는다. 이 해안선을 따라 풍력발전을 운영하기에 유리하다. 여기에 겨울에는 북동 계절풍, 여름에는 남서 계절풍이 강하게 불어 계절과 상관없이 풍력 발전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태양광 발전 효율 역시 위도가 높은 한국과 비교해 10∼15%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환경 조건을 앞세워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최대 36%, 2050년 최대 7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함께 떤푸동 해상풍력단지 현장을 찾은 권기혁 SK이노베이션 E&S 베트남 대표사무소장은 “현재 해상 풍속은 초속 약 7m 정도이고 연평균 풍속은 초속 약 6∼8m 수준”이라며 “이 지역은 육지에서 가까운 근해(近海)에 해당하지만 한국의 원해(遠海)와 비슷한 수준인 약 34%의 이용률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바람이 충분히 강하게 불어 해상 풍력 발전 효율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근해에서 풍력 발전 사업을 진행하면 원해에 비해 건설 및 관리 비용이 적게 들어 사업성이 높아진다. SK이노베이션 E&S는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글로벌 기업과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전력구매계약(PPA)을 협의 중이다. 베트남 정부의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이행 압박이 거센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소장은 “SK이노베이션 E&S가 올해 내에 PPA 성공 사례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약 1GW(기가와트) 규모의 해외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030년까지 2배 이상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띠엔장=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남쪽으로 130㎞ 거리인 티엔장성 벤짜우 선착장. 여기서 배를 타고 30분을 이동하니 망망대해에 해상 105m 높이로 솟은 풍력터빈이 나타났다. 10m의 높이 사다리를 올라 풍력터빈을 위해 만든 작은 섬에 오르니 지름 150m에 달하는 거대한 풍력터빈의 날개가 ‘휘힉’ 소리를 내며 5~7초 마다 한 바퀴씩 돌고 있었다. 이와 같은 흰색 풍력 터빈 36기는 축구장 25개 면적(25만㎡ 규모)에 500m 간격으로 세워져 수평선을 수놓고 있었다.13일 찾아간 이곳은 SK이노베이션 E&S가 보유한 전 세계 재생에너지 사업장 중 최대 규모인 탄푸동 해상풍력 발전 단지다. 지난해 기준 연간 443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풍력 발전으로만 만들었다. 베트남 기준으로 약 2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매출은 연간 500억 원씩 발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투자 지분율에 따라 탄푸동 해상풍력 발전 단지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의 45%를 가져오고 있다.SK이노베이션 E&S이 베트남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2년에 150MW(메가와트) 규모의 탄푸동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2020년에는 닌 투언 지역에 131㎿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투자했다. 1억 명의 내수 시장을 지닌 데다 연간 7%씩 경제가 성장하는 베트남을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초 기지로 주목한 것이다.베트남은 국토가 위아래로 길다. 3200㎞가 넘는 해안선에서 풍력발전을 진행하기 유리하다. 베트남은 겨울에 북동 계절풍, 여름에는 남서 계절풍이 강하게 불어 계절과 상관없이 풍력 발전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위도가 낮아서 태양광 발전 효율도 한국보다 10~15% 유리하다. 베트남 정부는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최대 36%, 2050년 7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현장을 함께 찾은 권기혁 SK이노베이션 E&S 베트남 대표사무소장은 “현재 풍속은 초속 약 7m 정도이고 연 평균 풍속은 초속 약 6∼8m”라며 “이 지역은 근해(近海)임에도 한국의 원해(遠海)와 비슷한 수준인 약 34%의 이용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바람이 충분히 강하게 불어 풍력 발전 효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근해에서 풍력 발전을 하면 원해에 비해 건설 및 관리 비용이 적어 사업성이 높아진다. 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에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전력구매계약(PPA)도 협의중이다. 베트남 정부가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이행 압박이 거센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소장은 “SK이노베이션 E&S가 올해 내로 PPA의 성공 사례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회사는 현재 보유한 약 1GW(기가와트) 규모의 해외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030년 2배 이상으로 키울 방침이라고 밝혔다.티엔장=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차입금이 올해 1분기(1∼3월)에만 7조 원 넘게 늘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이어간 탓이다. 그럼에도 1분기 설비 가동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며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차입금 합계는 49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42조5000억 원)보다 7조1000억 원(16.7%)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차입금은 17조6126억 원, 삼성SDI는 11조6155억 원, SK온은 20조3907억 원이다. SK온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1분기 차입금이 4조7910억 원 증가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이 늘었다. 미국 에너지부의 저금리 대출 지원 프로그램인 ‘첨단기술차량제조’ 프로그램을 통한 대여금이 6조3304억 원 증가한 탓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에 1조60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차입금이 2조2220억 원 늘었다. 삼성SDI의 경우 차입금 증가 폭이 377억 원으로 가장 작았다. 차입금에는 포함되지 않는 유상증자를 통해 2조 원 규모 조달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듯 배터리 업계가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건 캐즘 이후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는 ‘슈퍼 사이클’ 국면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배터리 3사가 빚을 내가며 버티고 있지만 설비 가동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설비 가동률은 51%로 지난해 대비 7%포인트 떨어졌다. 삼성SDI도 지난해 58%에서 올해 1분기에는 32%로 급락했다. SK온은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모두 가동률이 44%를 유지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미국 하원 세입위원장인 제이슨 스미스 의원(공화당)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폐지법 법안을 발의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를 공제해 주던 세제 혜택이 내년에 끝난다. 이로 인해 캐즘이 장기화할 경우 차입금을 늘려온 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7∼12월)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3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준공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적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전기차 캐즘이 내년부터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흑자 전환을 하고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117% 늘어나고 삼성SDI는 올해는 적자지만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지만 호재도 있기 때문에 올해 배터리 업계는 상저하고 형태를 보이며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최근 한 대기업 임원에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모두 도입하겠다고 밝힌 주 4.5일 근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쓴웃음뿐이었다. 그제야 아차 싶었다. 그 임원은 회사가 비상 경영에 들어가는 바람에 주말에도 하루 출근하는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대선 공약으로 주 4.5일제가 거론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업 임원들이 주말까지 반납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과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한국 기업들은 수출과 내수 시장 모두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을 필두로 지난해부터 SK, 롯데, HD현대 등의 대기업 계열사에서는 임원들이 비상한 각오를 다지며 주말에 출근하고 있다. 물론 오래 일한다고 반드시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또 임원과 직원들은 근로 계약이 달라 근무 시간을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하지만 주 4.5일제든, 주 4일제든 노동시간 단축을 거론하기 전에 우리 경제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근무일이 줄어들면 그 노동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묶여 탄력적인 집중 근무가 어렵다. 반도체 등 특례업종은 최대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예외가 있지만 6개월 단기인 데다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는 수출 물량이 갑자기 증가해도, 비상 경영을 해야 할 위기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게 한다. 경제 5단체가 대선을 앞두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의 범위를 더 폭넓게 개선해 달라고 정치권에 요청한 것도 이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주 4.5일제가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시행의 전제 조건으로 노동 개혁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5일 걸리던 일을 4.5일에 끝내려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근무해야 한다. 주 4.5일제를 하면 푹 쉬다가 나와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란 찬성 주장도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위에 그친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고려하면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공서열에 근거한 급여체계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이에게 그에 상응하는 임금 인상과 성과금을 주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 4.5일제는 지금처럼 일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더 압축적이고 집중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의 노사 문화와 업무 처리 방식에서 이런 변화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먼저 냉정하게 진단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로 향하는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늘려 실적을 채우는 식의 노동집약적 경제구조를 가져갈 수 없다. 이런 문제의식에는 산업계든, 노동계든 이견이 없다. 하지만 기초체력이 부족한 환자를 억지로 수술대에 올릴 수는 없다. 포스코는 선제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했지만 철강업 불황으로 고전하다가 지난해 임원과 팀장에 대해 주 5일제로 복귀했다. 표만 의식해 주 4.5일제를 강행했다가 국가 전체가 포스코처럼 백스텝을 밟을 수는 없다. 설익은 공약으로 표심을 자극하기보다 후진적인 노사 관행을 개혁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탄탄히 할 대통령이 우리에겐 더 필요하다.한재희 산업1부 기자 hee@donga.com}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차로 2시간 거리(약 70㎞)인 해안 도시 붕따우의 ‘PTSC M&C’ 야드. 12일(현지 시간) 이곳에선 바다에서 원유를 뽑아 올릴 때 현장 기지 역할을 하게 되는 플랫폼 하단 구조물 ‘자켓’ 제작이 한창이었다.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작업자들이 주요 뼈대를 용접하고 있었다. 현재 공정은 약 70%. 10월이 되면 높이 60m, 무게 8000t에 달하는 자켓을 바지선에 싣고 작업장에서 120㎞ 떨어진 해상의 ‘황금 낙타’ 구조(構造)에 설치한다. 내년 말 플랫폼 상단까지 완공하면 황금 낙타 구조에서 하루 최대 2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 27년 투자에 잇따른 원유 개발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이 최근 베트남 자원개발 사업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통상 원유 탐사가 최종 생산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10% 남짓이지만, SK어스온은 2023년 이후 탐사정 3곳을 뚫어 3곳 모두 탐사에 성공했다. SK어스온은 올 1월 베트남 남동부 해상 ‘황금 바다사자’ 구조에서 탐사정 시추로 하루 1만 배럴 규모의 원유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현지 석유업계는 이곳에 최소 1억7000만 배럴(한국 연간 소비량의 18% 규모) 이상의 석유가 묻혀 있다고 평가했다. 올 4월에는 인근 해역의 ‘붉은 낙타’ 구조에서 하루 2500배럴 규모의 원유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아직 추가 탐사가 필요하지만 경제성 있는 원유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다음 달 10일에는 ‘붉은 하마’ 구조에서 석유 탐사 시추에 나선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 원유 탐사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는 이유로는 현지 광구 분석에 충분한 노하우를 쌓은 점이 꼽힌다. SK어스온은 1998년 베트남에 진출해 27년 동안 투자해 왔다. 원유와 가스를 포함해 44억 배럴의 자원이 매장된 동남아 최대 산유국 베트남의 가치를 알아보고 일찍부터 공을 들인 것이다. 진출 역사가 길다 보니 베트남 내 원유 사업을 주관하는 국영기업 페트로베트남(PVN)과의 관계도 좋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 2월 하노이에서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럼 당서기장과 만난 것도 에너지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해서였다. 최정원 SK어스온 호치민 지사장은 “일찍 진출해 경험을 쌓은 덕에 어떤 지층을 어떻게 개발하면 된다는 노하우가 쌓인 상태”라며 “초기에는 베트남에서 SK를 모르는 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먼저 사업 제안을 하는 현지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도 진출 베트남에서 ‘성공의 맛’을 본 SK어스온은 다른 동남아 국가로 석유 시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해 케타푸 광구 운영권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해 2개 광구를 낙찰받아 정부와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SK어스온 관계자는 “이미 석유를 생산 중인 베트남 광구 인근에서 연계 개발을 진행하면 플랫폼 설비를 조금만 마련해도 생산에 나설 수 있어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노정용 SK어스온 동남아사업실장(부사장)은 “SK어스온은 지금까지 페루(매일 4만4000배럴 생산)에서 원유 생산을 가장 많이 해 왔다”며 “앞으로는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생산을 늘려 페루 수준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붕따우=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