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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서울역 인근 중국집. 짬짜면을 시켜 먹는 에이전트 5(김윤종 기자) 에이전트 7(임희윤 기자). 식사 중인 군인 무리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들의 얼굴이 번쩍였다. 사제 로션의 효과? 아니었다. ‘군바리’라는 세상의 비하에 주눅 들었던 그들의 얼굴에 알 수 없는 자신감…. 상병이 거들먹거렸다. “요즘은 제복 입은 남자가 인기야.” 》음. 인정하기 싫었지만 검정 ‘슈트’를 입는 두 요원도 이상기류를 감지한 터. TV만 켜면 ‘미군’ 같은 신비감을 주는 황토색 전투복을 착용한 ‘태양의 후예’(KBS2) 속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남자가 봐도 멋지게 웃는다. 또 다른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MBC)의 주인공 해군 장교 차지원(이진욱)은 하얀 눈 같은 해군 제복을 차려입었다. 아이돌 그룹들도 제복을 입고 군무를 춘다. 두 요원조차 슈트를 제복으로 바꿀지 논의하던 찰나.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뿔싸! 속고 있는 것 아닐까. 제복에 대한 환상은 지구인의 사고를 획일화된 의상에 가두려는 외계인의 농간?”○ ‘제복 판타지’에 빠진 대한민국 우리는 허겁지겁 종로로 가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제복을 조심하라고…. “정신 차릴 건 당신들이에요. 제복 이미지가 얼마나 강렬한데요.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것 같은, 완벽한 느낌? 하드한 훈련 다 견디고 거칠게 땀을 흘릴 생각하면, 꺅.”(대학생 김유진 씨) 하지만 제복에 반감을 가진 이들도 있었으니…. ‘군필’들이 항변한다. “여자들이 생각하는 군인 남자와 실제 군인 남자는 다르지 말입니다.”(회사원 최진수 씨) 남성들이 증언하는 ‘제복의 실체’는 다음과 같다. 자외선에 노출돼 술 취한 듯 거무죽죽해진 붉은 얼굴, 개기름 좔좔 흐르는 피부, 베이징 올림픽 개최 전 웃통 벗은 중국 아재 같은 짧은 머리. 이를 완성하는 것이 후줄근 군복. 제복에 빠진 그녀들은 발끈한다. “질투하시네. 남자들은 걸그룹 교복에 빠져 살잖아요.”(송중기 팬 이모 씨) 걸그룹 ‘여자친구’, 엠넷 ‘프로듀스 101’의 연습생 소녀들 역시 패션 콘셉트를 교복으로 잡아 삼촌 팬의 환호를 끌어냈다. 우리는 제복에 대한 남녀 모두의 강렬한 지지를 막을 수 없었다. 임무가 실패라고 생각한 순간 실마리를 찾았다. 송중기 제복은 일반 군복과는 달리 칼날 같은 핏(fit)과 ‘간지’가 쏟아지도록 1급 디자이너가 특수 제작한 것으로 추론했다. ‘태양의 후예’ 의상 담당 이정혜 씨를 만났다. “육군에서 의상 협찬을 받았죠. 국군이 해외 파병 때 입는 제복이에요. 수선하지 않고 그대로 썼어요.” 육군본부를 방문하니 ‘개구리 전투복’이라 불리던 얼룩무늬 제복은 도입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상태. “제복이 멋지게 변한 이유요? 지금은 상의 37개, 하의 33개 등 치수가 세분되다 보니 수많은 조합으로 자기 몸에 꼭 맞게 입을 수 있죠.”(육군 관계자)○ ‘제복 판타지’에 빠진 사회적 함의 의상 전문가들은 ‘제복 판타지’를 다른 판타지로 치환한다. 드라마 ‘시그널’(tvN) 김보배 의상팀장 이야기다. “경찰 제복과 100% 똑같이 만들었죠. 배우들이 몸이 좋아 라인이 살아나는 거예요.” 제복 판타지의 스타는 강동원. 영화에서 사제복(‘검은 사제들’), 교복(‘늑대의 유혹’), 죄수복(‘검사외전’)까지 척척 소화해 내기 때문. 그 배경에 키 186cm, 몸무게 66kg, 얼굴 길이 20cm, 남들보다 15%쯤 길어 보이는 팔다리가 겹쳐진 ‘신체 판타지’가 있다. “올바른 자세는 슈트를 더욱 멋지게 보이게 하는 요소죠.”(신사복 브랜드 ‘빨질레리’의 이지영 디자인책임) 남자다운 남자가 적은 상황에서 절제된 배려, 타인에 대한 헌신, 강한 체력을 제복에서 찾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명예 에이전트’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말했다. “제복은 소속감, 정체성과 관련이 있어요. 대학 학과 점퍼 붐을 보세요. 고용구조가 불안하고 불황이 이어지며 개인이 탈조직화될수록 제복에 대한 열망이 강해질 거예요.” 제복이 주는 섹시함조차 직업적 지위에서 나오는 ‘아우라’? 제복에 열광하는 심리에 생각보다 많은 지구인의 함의가 담겼다는 것을 깨달은 두 요원, 제복이 잘 어울리는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청담동 주점으로 향했다.(다음 회에 계속)임희윤 imi@donga.com·김윤종 기자}

“다섯 번의 승부가 다 끝나고 나니 누가 ‘이겼나’ ‘졌나’보다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15일 TV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마지막 5국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9일 첫 대국 이후 일주일간 사람들의 심리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 9단의 3연패는 AI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지만 4, 5국에서 이 9단이 선전하자 그간의 승패보다는 AI와 인류의 미래를 조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는 동아일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취재팀이 조사업체 엠브레인과 함께 14, 15일 전국 20∼40대 남녀 280명에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본 뒤 AI에 대해 어떤 느낌(생각)이 들었나’라고 설문조사한 결과 ‘긍정적’(40.4%) ‘매우 긍정적’(4.6%)이 절반에 달했다. ‘부정적’(23.6%) ‘매우 부정적’(1.8%)은 ‘보통’(29.6%)보다 적었다. 인간과 AI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인식했다는 의미다. 응답자들은 이번 대결의 진정한 승자로 ‘이세돌 9단’(32.5%)과 ‘구글’(17.9%)을 꼽았다. 이어 ‘승자는 없다’(16.8%) ‘인류’(16.1%) ‘과학계’(8.6%)의 순이었다. ‘알파고’가 승자라고 답한 경우는 6.4%에 불과했다. 향후 AI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통제’를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AI가 인류에 해를 끼치지 않고 이득을 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은 결과 ‘AI에 대한 적절한 통제’(28.9%)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인간과 AI의 감정 교류’(16.1%) ‘AI 윤리’(12.1%) ‘인간에게 복종’(8.2%) ‘기술력’(6.8%) ‘인간성 유지’(5.0%) 등의 순이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누가 이길까?” 건곤일척(乾坤一擲)에 모두들 숨죽인다. 에이전트 7(임희윤 기자), 에이전트 5(김윤종 기자)도 고민했다. 이세돌 9단을 연달아 이겨 버린 인공지능(AI) ‘알파고’는 혹시 외계문명의 산물? 뒷조사에 열중하던 사이 또 다른 대결이 시내 곳곳에 예고됐다. ‘배트맨 대 슈퍼맨’(영화)…. “태권V랑 마징가Z가 싸우면”이라고 묻던 유년 시절 꿈의 현실화. 곳곳에서 ‘세기의 결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두 요원은 독특한 현상을 발견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vs(versus·대결)놀이’가 유행이었다. 뭔 놀이? 》○ ‘vs놀이’를 아십니까? 9일 저녁 서울 신촌. 거리에서 이 놀이의 실체를 추적했다. 무서운 10대가 퉁명스럽게 알려준다. “수지 닮은 지방대생에게 과외를 받을 거예요? 아니면 개그우먼 오나미 닮은 서울대생에게 과외 받겠어요? 골라요.”(18세 김모 군) 무슨 말? 대학생 최창희 씨(25)가 설명을 거들었다. “‘10억 받고 대머리 될래요? 그냥 살래요? 하하. ‘소녀시대’ 효연과 껴안기 vs 윤아와 손만 잡기. 고민되죠?” 이 놀이는 두 대상을 정해 가상 대결을 붙인 후 어떤 것이 좋을지를 토론하는 인터넷 유희. 온라인 게시판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유행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대되고 있다. ‘소시지 vs 핫바’ ‘혜리 vs 수지’ 등 삶 속 모든 것을 다룬다. 기성세대는 “뭔 미친 짓이냐”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놀이에는 이세돌의 창의력과 알파고의 분석력이 필요하다고 항변하는 젊은이들…. “독창적이면서 위트 있는 주제를 정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원빈 팬티에 내 손 넣기’ vs ‘내 팬티에 원빈 손 넣기’, 이런 파격적인…(중략).” 대학원생 김성희 씨(27·여)의 말에 얼굴이 후끈거렸다. “승부를 판단할 데이터를 정교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로보캅 vs 터미네이터.’ 음, 티타늄 골격 터미네이터와 강철 로보캅이 5.56×45mm 탄환(M16)을 견디는지를 설정상 수치로 비교하죠.”(30대 회사원 최지훈 씨)○ ‘결정장애’ 시대의 산물… 왜 이런 놀이를 할까. 프리랜서 김태지 씨(31)의 말에 귀가 번뜩했다. “두 개로 압축해주면 선택이 그나마 쉽잖아요. ‘나 결정장애인 거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뭐 먹을래?’ 물어보면 ‘아무거나’라고 했다가 ‘스파게티?’ 하면 ‘그건 싫은데…’라며 말을 흐리죠.” 조사팀(엠브레인)을 가동시켰다. 300명에게 “‘자신에게 결정장애(선택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나”고 묻자 무려 46.4%가 “그렇다”고 답했다. 세태를 반영하듯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어떤 제품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러키박스’가 불티나게 팔린다. “고민하기 싫고, 복불복을 즐기죠. 하루 3000개 제작하면 바로 매진돼요.”(CJ오쇼핑 관계자) ‘결정장애 그대’ 등 결정하기 어려운 요소를 공란에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결정해주는 스마트폰 앱마저 인기일 정도. 우리는 혼란스러움을 참고 최삼욱 진심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을 만났다. “정신질환은 아니에요. 젊은이들이 호불호가 명확한 반면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생긴 거죠.” ‘결정장애 세대’의 저자 올리버 예게스는 풍요롭지만 취업이 어려운 경제상황, 정보과잉의 디지털 환경이 지구적으로 ‘메이비족(Generation Maybe)’을 양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신이 직접 삶을 밑바닥부터 일굴 필요는 없어요. 그래서 모험은 못 합니다. 다만 그럴듯한 성공만 원하죠. 사업하면 구멍가게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쯤 돼야 한다고 믿죠.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결정을 못하게 하죠.”(김헌식 문화평론가) “결정을 하면 자칫 타인에게 비난받을 수 있다는 염려가 깔려 있어요. 그만큼 현대인들의 인간관계가 안정적이지 않은 거죠. 결정을 당당히 제시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결론: 결정장애 세대=지구인. 닦달하기보다는 편안히 결정하도록 배려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두 요원. 중국집으로 향해 알파고와 다른 인간의 유연성을 선보였다. “짬짜면 2개요.”(다음 회에 계속)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 기자}

《 완구(玩具)가 아니다. 아이들 장난감과 달리 실제 형상을 축소한 ‘전시 및 감상용’이다. 최근 6인치(15cm) 내외의 초정밀 피규어(인간이나 동물 모형)를 수집하는 30, 40대 남성이 늘고 있다. 실물인지 모형인지 구분이 어려운 피규어 가격은 수십만 원에 이른다. ‘한 번 사볼까’라고 고민하던 기자. 주머니 사정이 만만치 않다. 불현듯 ‘나를 피규어로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 가설: ‘나’를 만들 수 있을까? 미국 유명 피규어 제작사인 ‘사이드쇼’ 소속 박지훈 작가(32)의 경기 부천시 오정구 작업실을 최근 방문했다. 그는 영화 ‘스타워즈’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정을 설명하자 박 작가는 스컬피(sculpy)라는 말랑말랑한 살색 점토를 꺼냈다. 열을 가하면 단단해져 피규어 얼굴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극사실(極寫實) 피규어 얼굴은 거의 손으로 제작합니다. 먼저 자료부터 수집해야 해요. 전지현 피규어를 만들고 싶다면 모든 각도의 전지현 씨 얼굴 사진을 모아야 합니다. 사진과 대조하며 스컬피로 빚고 깎고, 또 빚고 깎고….” 나무젓가락에 스컬피 덩어리를 붙인 뒤 얼굴형과 눈, 코를 만들었다. 정교하게 다듬는 도구인 스패튤라를 썼지만 불가능했다. 철저히 전문가의 영역인 셈. 국내 피규어 아티스트 중 80% 이상은 미대 출신이다. 박 작가도 홍익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국내 피규어 아티스트들은 해외 피규어 회사의 스카우트 대상이다. 특유의 손재주로 정교한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유명 피규어 회사 핫토이(홍콩) 메인 디자이너 중 상당수가 한국인이다. 배우나 영화 캐릭터를 똑같이 만들려면 얼굴 특징을 절묘하게 표현해야 한다. 저작권자의 허락도 필수다. 헐크 피규어를 만들려면 저작권자인 월트디즈니사에 캐릭터 사용료(1년에 5000만 원 내외)를 낸 뒤 제작 중인 모형을 확인받아야 한다. 완성 전 이미지 유출도 금지다. 자사 캐릭터가 어설프게 만들어져 상품화될 경우 이미지 하락으로 디즈니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는 그나마 나아요. 배우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특정 이미지를 더 부각시켜 달라고 요구합니다. 실제 얼굴과 달라지죠.” 내 피규어의 저작권자는 ‘나’. 기자의 얼굴 중 잘생겼다고 생각한 부분을 극대화해 얼굴을 만들기로 했다.○ 결론: 초정밀은 꿈도 못 꿔… 겨우 ‘나’를 만들다 피규어 보디(몸통)는 3차원(3D) 프린터로 만든 뒤 에나멜 물감을 입힌다. 이 역시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상용화된 보디(6∼12인치)를 온라인에서 5만∼1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의상도 5만 원 내외로 살수 있다. 박 작가는 “홍콩의 엔터베이 등 유명 피규어 회사는 피규어 얼굴, 몸, 의상을 3명의 전문가가 따로 만들어 캐릭터를 완성한다. 보통 1, 2년 걸린다”고 했다. 완성한 피규어는 중국 공장으로 보내져 금형을 뜬 뒤 대량 생산된다. 박 작가의 도움으로 실물보다 잘생긴 얼굴을 만들고 시중에 파는 피규어 보디를 붙여 어설픈 ‘나’ 피규어를 완성했다. 의상은 고르지 못해 벌거숭이 상태. 박 작가는 “동네 조소학원 가서 한두 달만 배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성인용 모형 시장은 5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피규어갤러리 이상진 대표는 “한국은 세계 피규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일 인프라를 갖췄다. 다만 피규어를 아이용 완구로 보는 시선 때문에 장난감과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산업 육성을 위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하도 분해서 ‘스타크래프트’(게임)를 했어요.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AI)을 박살냈습니다.” 10일 오후 한 누리꾼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스타크래프트 전투에서 승리한 화면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이기기 쉬운 게임 속 인공지능에 분풀이를 한 셈이다. 이 사진은 이세돌 9단이 10일 AI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또다시 패한 것을 본 사람들의 심리를 극명히 보여 준다. 이날 오후 5시경 제2국에서도 이 9단이 패한 사실이 알려지자 단순한 패배를 넘어 “인류가 걱정된다”, “자존심 상한다” 등 인공지능 개발 자체에 대한 염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에 확산됐다. 회사원 김승백 씨(40)는 “9일 첫 대국 패배 때만 해도 인간의 실수라고 봤는데 오늘도 이 9단이 지니 인공지능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는 ‘이세돌’ ‘알파고’ 등의 연관 검색어로 ‘인공지능 포비아(공포증)’,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영화 ‘매트릭스’ 등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온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인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를 되새기거나 “알파고를 이기려면 전원 플러그를 뽑으면 된다”는 ‘허무 개그’를 게시판에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는 기계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람들은 알파고의 승리가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처럼 ‘기계의 시대’가 도래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며 우려했다. ‘제2의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을 추진하자는 주장도 SNS와 온라인상에서 확산됐다. 회사원 임지혜 씨(26)는 “친구들끼리 러다이트 운동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는 1811∼1817년 당시 공장 기계화로 영국 노동자들이 알자리를 잃자 나온 ‘기계 파괴 운동’이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이 인공지능, 컴퓨터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인정할 수 없는 심리가 생겼고 이런 심리는 패닉과 스트레스 반응으로 이어졌다”며 “이에 ‘이젠 끝났구나’ 하는 두려움과 반대로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투쟁 반응이 동시에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장인들도 삼삼오오 모여 각종 직업이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대체될지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미래학자들은 운전사와 택배기사 등 단순직뿐 아니라 의료, 법률, 주식 등의 직업군도 인공지능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철학의 대가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프랑스 퐁피두센터 혁신연구소장은 “20년 안에 세계 일자리의 50%가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 자동항법장치, 인공위성 등 AI 관련 기술이 우리 삶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오늘 승부는 이를 압축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보여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인류 대표이자 한국 대표로 나선 이 9단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도 나타냈다. 회사원 강석원 씨(53)는 “예전 박찬호를 보고 사람들이 희망을 얻은 것처럼 이번 대국이 그런 계기가 되길 바랐는데 아쉽다”며 “아직 대국이 3번이나 남았으니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유원모 기자}
9일 인류 대표로 나선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패배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이날 하루만큼은 바둑이 ‘국민스포츠’로 부활했다. 대국 시작 전까지는 전국이 축제 분위기였다. 관심은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 쏠렸다. 대결이 벌어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공개 해설 현장에는 바둑 팬 수백 명이 몰렸다. 서울 종로구 한 소극장에서는 대국 생중계와 함께 인공지능과 인문학을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평소 바둑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까지 TV와 인터넷 중계를 통해 ‘인간과 컴퓨터의 두뇌 싸움’을 지켜봤다. 이날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는 생중계 동시 접속자만 23만 명에 이르렀다. 실시간 중계를 본 누리꾼들은 “바둑 중계에 수십만 명이 넘는 접속자는 처음”, “바둑 규칙은 잘 모르지만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 자체가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내내 ‘이세돌’ ‘알파고’ 등의 단어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권에 올랐다. 회사원 김주형 씨(32)는 “근무 중 스마트폰으로 생중계를 봤다. 손에 땀이 났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이날 대결에 주목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원유철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치인들이 이 9단을 격려하기 위해 포시즌스호텔을 찾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인류는 컴퓨터와 대결하는데 (우리) 정치는 낡았다”고 말했다. 축제 같은 분위기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진짜 사람이 두는 것 같다”는 놀라움으로 바뀌었고, 이 9단이 패배하자 ‘충격적’이란 반응이 쏟아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에는 “기분 나쁘다” “무섭다” 등의 반응이 10분당 수백 건씩 올라왔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류를 멸망시키려 전쟁을 일으킨 인공지능 컴퓨터 ‘스카이넷’을 거론하거나 미국 록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기계에 대한 분노)의 노래를 틀자고 주장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이날 증권시장에서는 인공지능 관련주의 주가가 급등했다. 9일 코스닥시장에서 AI 관련주인 디에스티로봇의 주가는 전날보다 7.82% 급등한 5930원에 마감됐다. 유진로봇 주가도 1.93% 오른 5010원으로 장을 마쳤다. 협력사인 엔비디아의 기술이 알파고에 적용됐다는 소식에 제이씨현시스템의 주가는 5.27% 상승한 6990원으로 올랐다.김윤종 zozo@donga.com·김호경 기자 }

만화 ‘독고탁’ 캐릭터로 유명했던 고 이상무 작가(1946∼2016)의 추모 전시회 ‘울지 않는 소년, 이상무’(사진)가 15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다. 이 작가는 1월에 별세했다. 이번 전시는 이 작가의 대표적 캐릭터인 독고탁이 등장해 작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독고탁의 안내로 이 작가의 생전 모습과 인터뷰, 만화를 그릴 때 자주 쓰던 도구, 각종 자료와 사진, ‘아홉 개의 빨간 모자’ ‘우정의 마운드’ 등 주요 작품 등을 돌아볼 수 있다. 독고탁은 만화 ‘주근깨’(1971년)에 처음 등장한 후 1980년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특히 프로야구 출범(1982년)과 맞물려 만화 속 독고탁이 던지는 ‘더스트볼’ ‘드라이브볼’ 등의 마구가 당시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국신문협회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2016 읽기 문화·진로탐색 축제’(사진)를 다음 달 6∼10일 서울광장과 한국프레스센터 일대에서 연다고 8일 밝혔다. 이 축제에서는 정보와 지식의 1차 생산자인 신문의 역할과 기능을 재조명하는 자료들이 전시된다. 특히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등의 훈련을 위한 신문활용 교육 방법,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와 함께 청소년의 진로 선택을 위한 잡콘서트, 신문사 취업 설명회 등도 진행된다. 신문사 취업설명회, 잡콘서트 등 학생·일반인 등의 참여 프로그램은 축제 홈페이지(www.nexpokorea.or.kr)와 신문협회 홈페이지(www.presskorea.or.kr)를 통해 10일부터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02-733-2251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홍설’이 카페에 있다. 화면 속 모습 그대로…. 아르바이트와 수업 준비에 치여 꾸밀 시간조차 없다는 듯 질끈 맨 머리에 야구 모자를 푹 눌러써 홍설 특유의 곱슬머리가 안 보일 뿐. 7일 서울 강남구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고은(25) 이야기다. 그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주인공 ‘홍설’로 나와 88만 원 세대 대학생의 현실을 ‘찰떡’같이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이와 환경이 비슷하다 보니 마음이 편했어요.” 그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이라 홍설에 대한 공감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연기 데뷔작인 영화 ‘은교’에서 파격 연기를 했다. 그 뒤 영화 ‘몬스터’에서는 ‘미친년’ 연기를, 영화 ‘협녀’와 ‘차이나타운’에서는 극 중 어머니(전도연, 김혜수)를 죽이는 ‘센’ 연기를 한 그에게 ‘홍설’은 심심한 역이 아니었을까. “평범한 역이 더 어려울 수 있어요. 홍설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인물이잖아요. 연기가 조금만 과해도 대중이 공감하지 않아요. 원작(웹툰)의 캐릭터를 어떻게 현실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는 홍설 캐릭터와 헤어지는 게 아쉬운 듯 “그는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다. “저도 대학 때 홍설처럼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서빙 알바하며 생활비 벌고…. 차이가 있다면 제 목표(연기자)에 가족이 무한 신뢰를 보냈어요. 힘들어도 힘낼 수 있었죠. 홍설은 그런 부분이 결핍됐잖아요. 연민이 느껴졌어요.” 학창 시절 ‘독서왕’으로 통했다는 그에게 ‘홍설이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읽을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아프가니스탄의 두 여성을 다룬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꼽았다. “읽으면 현실에 감사하게 된다”고 한다. 극 중 홍설은 유정 선배(박해진)와 인호(서강준), 두 훈남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살이 떨리고 풋풋한 감정도 좋지만 언제까지 뜨거움이 계속될까란 생각을 해요. 제 사랑은 서로에게 팔다리 같은 존재일 거예요.” 극 후반부 어설픈 극 전개와 급변한 인물 비중 등으로 용두사미가 됐다는 비판도 있다. “홍설이 떠난 유정(박해진)에게 보낸 e메일을 보여주는 결말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홍설과 유정이 결혼하면서 끝나는 해피엔딩도 이상하잖아요.(웃음)” 그의 얼굴에서는 배우 박소담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쌍꺼풀 없는 눈을 가진, 동양적 외모의 두 배우를 “꼭 닮았다”고 말하곤 한다. 박소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한예종 동기이긴 하지만 반이 달라 겹치지 않았다”고만 했다. 여배우 인터뷰에 타 여배우 이름을 꺼낸 기자의 실수? 다음 작품은 5월 개봉하는 영화 ‘계춘 할망’. 그는 할머니(윤여정)를 12년 만에 다시 만난 사연 많은 손녀 역할을 맡았다. “영화 ‘은교’로 데뷔해 호평을 받다 보니 스스로를 발전시킬 작품을 해야겠다는 부담이 컸어요. (‘협녀’ ‘차이나타운’처럼) 한계를 보일 것 같은 배역을 일부러 맡기도 했고요. 앞으로 책임감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싶어요.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어떡해애. 팍 삭았어.” 6일 오후 서울 삼청동길의 한 카페. 여성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수다를 떨고 있다. 에이전트 7(임희윤 기자), 에이전트 5(김윤종 기자)는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그녀들의 폰을 훔쳐봤다. 시청률 20%를 넘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KBS2)가 보였다. 그런 드라마의 주인공 송중기에게 무엇이 그리 아쉬울까? 피부 톤, 팔자(八字) 주름과 미간 주름, 치아 색깔…. 철두철미한 리뷰가 이어졌다. 남자 연예인의 ‘뽀샤시’ 피부에 집착하는 이들. 혹시 외계인? 아니면 지나치게 ‘샤방’했던 송중기가…? 검증은 시작됐다.○ “결국 군대가 원인이지 말입니다” 20, 30대 여성의 주 분석 타깃은 드라마 ‘리멤버’(SBS)의 유승호, ‘시그널’(tvN)의 이제훈은 물론이고 현빈 조인성 강동원 등 예비역 연예인들이었다. “송중기의 순두부 같은 뽀얀 피부 톤이 검게 됐고 얼굴은 좀 길고…. 웃을 때 팔자와 미간 주름까지 보이는…. 흑.”(20대 대학생 김수진 씨) 송중기가 근무했던 강원 고성군 제22사단 수색대대를 원망하는 이도 있었다. 군대 환경이 피부를 망쳤다는 것. ‘귀여움의 수호자’ 유승호 역시 27사단 수색대를 거친 후 아저씨 느낌이 아주 조금은 생겼다고 여성들은 토로했다. “이제훈은 그래도 형사 역(‘시그널’) 하니 티가 덜 나죠. 현빈은 왠지 입대 전 아우라가 없어진 것 같아요.”(30대 직장인 이선경 씨) ‘얼음송곳’ 같은 평가…. 최근 입대한 박유천 이승기가 이 현장을 본다면… 차라리 ‘못을 박고’ 싶어 할지 모른다. 그나마 덜 변한 이로 강동원이 꼽혔다. 군인들이 반박했다. “강동원 말입니까? ‘공익’이지 말입니다!” “입대 전엔 월 1회 이상 피부과에서 관리를 받다 2년 가까이 공백…. 내성 탓에 더 안 좋아질 수 있죠.”(A가요기획사 대표) 전역 후 집중관리는 필수. 수색대대에서 복무한 가수 김태우의 얘기를 들어봤다. “보통 말년휴가 때부터 (컴백을 염두에 둔) 관리에 들어가죠.”○ 소년성의 착한 남자=모든 것 가진 판타지 스타 이상했다. 요즘 군대가 로션 하나 안 줄 리 없지 않은가. “안 주지 말입니다!” 예비역 김모 씨(26)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육군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병사가 보디클렌저, 샴푸로 씻고 매복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냄새 풍겨 적에게 위치가 노출돼요. 로션도 같은 맥락. 무(無)향 비누만 주다 요즘은 그것도 안 줘요. 사제 화장품 쓰는 이들이 태반입니다.”(박성훈 육군 중령) 제아무리 송중기가 선크림으로 관리해도 한계는 있다고 이준복 메가성형외과 원장은 설명했다. “얼굴이 삭는 것은 피부 밑 진피층에 그물처럼 얽힌 콜라겐 섬유가 늘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에요. 고무풍선에 바람이 빠진 거죠. 야외훈련 중 태양광으로 피부가 건조해져 각화현상이 일어나면 주름이 늘고 색소 침착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결론: 송중기=지구인. 많은 여성이 예비역의 피부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소년성(性)의 착한 남자’ 열풍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꽃미남→나쁜 남자→짐승남을 거쳐 여성들의 이상형이 도착한 곳. “박보검이 가장 잘 맞아요. 김수현도 괜찮고요. 여자들도 요즘 경제력, 사회적 지위 있죠. 내 말 잘 듣는 귀여운 남자가 좋아요.”(30대 전문직 김모 씨) 다른 분석도 있다. “박보검은 미남일 뿐 아니라 드라마 속 천재 바둑기사. 즉, 경제적 능력도 보장됐고. ‘나쁜 남자’에게 바라던 것과 같아요. 나쁜 남자는 ‘능력 있는 남자’와 일맥상통. 잘나야 갑 위치에 서잖아요. 기존 남성상에 판타지가 덧대지며 조건이 늘어난 것뿐입니다.”(문화평론가 정덕현 씨) 열등감과 분노를 못 이긴 두 요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때. “너희도 얼굴은 귀엽고 D컵에 착하며 순종적인 베이글녀 좋아하잖아!” 여성들의 외침이 들렸다. 그 순간, 도시 곳곳에는 절대 판가름하기 어려운 대결이 예고되고 있었는데….(다음 회에 계속)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 기자}

‘홍설’이 카페에 있다. 화면 속 모습 그대로…. 아르바이트와 수업 준비에 치여 꾸밀 시간조차 없다는 듯 질끈 맨 머리에 야구 모자를 푹 눌러써 홍설 특유의 곱슬머리가 안 보일 뿐. 7일 서울 강남구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고은(25) 이야기다. 그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주인공 ‘홍설’로 나와 88만 세대 대학생의 현실을 ‘찰떡’같이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이와 환경이 비슷하다보니 마음이 편했어요.” 그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이라 홍설에 공감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연기 데뷔작인 영화 ‘은교’에서 파격 연기를 했다. 그 뒤 영화 ‘몬스터’에서는 ‘미친년’ 연기를, 영화 ‘협녀’와 ‘차이나타운’에서는 극중 어머니(전도연, 김혜수)마를 죽이는 ‘센’ 연기를 한 그에게 ‘홍설’은 심심한 역이 아니었을까? “평범한 역이 더 어려울 수 있어요. 홍설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인물이잖아요. 연기가 조금만 과해도 대중이 공감하지 않아요. 원작(웹툰)의 캐릭터를 어떻게 현실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할지를 고민 했습니다.” 그는 홍설 캐릭터와 헤어지는 게 아쉬운 듯 “그는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다. “저도 대학 때 홍설처럼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서빙 알바하며 생활비 벌고…. 차이가 있다면 제 목표(연기자)에 가족이 무한신뢰를 보냈어요. 힘들어도 힘낼 수 있었죠. 홍설은 그런 부분이 결핍됐잖아요. 연민이 느껴졌어요.” 학창시절 ‘독서왕’으로 통했다는 그에게 ‘홍설이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아프가니스탄의 두 여성을 다룬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꼽았다. “읽으면 현실에 감사하게 된다”고 한다. 극중 홍설은 유정 선배(박해진)와 인호(서강준), 두 훈남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살이 떨리고 풋풋한 감정도 좋지만 언제까지 뜨거움이 계속될까란 생각을 해요. 제 사랑은 서로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팔다리 같은 존재일 거에요.” 극 후반부 어설픈 극 전개와 급변한 인물 비중 등으로 용두사미가 됐다는 비판도 있다. “홍설이 떠난 유정(박해진)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여주는 결말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홍설과 유정이 결혼하면서 끝나는 해피앤딩도 이상하잖아요.(웃음)” 그의 얼굴에서는 배우 박소담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쌍커플 없는 눈을 가진, 동양적 외모의 두 배우를 “꼭 닮았다”고 말하곤 한다. 박소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한예종 동기이긴 하지만 반이 달라 겹치지 않았다”고만 했다. 여배우 인터뷰에 타 여배우 이름을 꺼낸 기자의 실수? 다음 작품은 5월 개봉하는 영화 ‘계춘 할망’. 그는 할머니(윤여정)를 12년 만에 다시 만난 사연 많은 손녀 역할을 맡았다. “영화 ‘은교’로 데뷔해 호평을 받다보니 스스로를 발전시킬 작품을 해야겠다는 부담이 컸어요. (‘협녀’ ‘차이나타운’처럼) 한계를 보일 것 같은 배역을 일부러 맡기도 했고요. 앞으로 책임감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싶어요.김윤종기자 zozo@donga.com}

“한국 문화가 (중국을) 침략한다고 하지만 ‘랑야방(琅琊榜)’은 한국의 드라마 팬들을 중국으로 데려왔다.” 5일 중국 베이징(北京)청년보는 인터넷판 기사로 지난달 27일 중국 저장 성 샹산(象山) 촬영장을 찾은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소개했다. 이들은 바로 지난해 9, 10월 국내 케이블채널 중화TV에서 방영된 중국 드라마 랑야방의 팬 70여 명으로 중국 촬영지 등을 직접 찾아가는 여행을 다녔다. 랑야방은 중국 양나라를 배경으로 역모를 꾸몄다는 누명을 쓴 주인공 매장소의 복수를 다룬 사극이다. 국내에서 중화TV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스트리밍 사이트 ‘티빙’에서 회당 최고 약 1만5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자 여행상품까지 출시된 것이다. 1인당 경비가 110만 원 정도지만 호응이 좋아 현재 2차 투어 역시 예약이 끝났다. 2000년대 초 드라마 ‘겨울연가’가 히트해 남이섬 등 촬영지에 일본인 관광객이 등장했던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이처럼 중국 대륙에서 ‘한류(漢流)’가 밀려오고 있다. ‘중드’의 인기는 랑야방에 그치지 않는다. ‘위장자’ ‘타래료, 청폐안’ 등을 본 회사원 이신애 씨(30)는 “‘중드’가 촌스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줄거리가 탄탄하고 만듦새가 세련돼서 놀랐다. 배우들이 매력적이라 다른 출연작까지 찾아봤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기헌 중국사무소장은 “중국 정부가 한 드라마를 2개 위성방송사에서만 동시 방영하도록 제한한 ‘일극양성(一劇兩星)’ 정책을 지난해 1월 실시한 이후 제작 편수는 줄었지만 질은 높아졌다. 최근 중국 정부의 정책 초점은 양보다 질”이라고 말했다. 중국 모바일 게임, 웹툰 등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회사원 박종훈 씨(32)는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즐겨 보던 웹툰 ‘나의 그녀는 구미호’가 중국 작품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카카오가 수입한 이 작품은 구독자가 17만5000명이다. 이 밖에도 ‘가딩’ ‘꺼져줄래 종양군’ 등 중국 웹툰이 포털사이트에서 연재 중이다. 중국에서 웹툰 플랫폼을 운영 중인 마일랜드 이용만 이사는 “중국 웹툰이 양적으로는 벌써 한국을 넘어섰고 연출력, 스토리 등 질적 수준도 국내 웹툰의 80%에 이른다”고 말했다. 게임에서도 중국산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모바일 게임을 내려받는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0위권 안에는 ‘뮤오리진’(4위) ‘백발백중’(13위) ‘구음진경’(20위·이상 3월 초 기준) 등 중국 게임이 3건이나 된다. 뮤오리진의 경우 다운로드 600만 건, 매출은 1000억 원(지난해 9월 기준)에 달한다. 국내 게임회사 ‘웹젠’ 관계자는 “한국에 수출만 하던 중국 게임업계가 이제는 아예 한국 지사를 두고 중국 게임을 서비스한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중국에서 수입한 콘텐츠는 1억8999만 달러로 2010년(1억3600만 달러)에 비해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북미권과 일본에서의 콘텐츠 수입액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한류(漢流)의 급성장 요인으로 △막강한 자본력 △역사에 바탕을 둔 방대한 원천 콘텐츠 △해외 우수 인력 유입 등을 꼽았다. 일단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다르다. 톱스타 판빙빙이 출연한 드라마 ‘무미랑전기’(2014년)의 총제작비는 무려 500억 원. 인구수에 대비한 광고 수익이 한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아 가능한 제작비다. 이 드라마의 온라인 동영상 조회수는 약 125억 건, 역대 1위인 ‘화천골’(2015년)은 187억 건이 넘는다. 전통적인 스토리 강국인 중국의 원천 콘텐츠도 큰 강점이다. ‘후궁견환전’ ‘하이생소묵’ 등 인기 드라마 대부분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중국 최대 웹소설 플랫폼 중 하나인 ‘운중서점’은 2010년 430억 건의 창작소설 게시물을 보유한 채 문을 열었고, 작가진이 85만 명에 달한다. 한국 기업과의 투자·협력, 제작 스태프 영입은 제작 노하우 습득 통로가 되고 있다. MBC 출신 김영희 PD는 중국에서 투자를 받아 만든 회사에 2월 국내 지상파 PD 5명을 영입했다. 표민수 신우철 부성철 등 스타 드라마 PD들도 중국에서 신작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1일 알리바바가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를 매입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도 활발하다. ‘2016년 응답하라 콘텐츠 산업’ 보고서(현대증권)에 따르면 2010∼2015년 한국 콘텐츠 기업 인수 등에 투자된 중국 자본은 1조 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대만화(化)’로 우려하기도 한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만 역시 한때 아시아 콘텐츠 시장을 주도했지만 창작자, 연예인들이 중국 활동에 매진하면서 황폐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한류(漢流)를 거스르기보다는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권 콘텐츠 수출입 및 배급을 하는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김원동 대표는 “중국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 등 젊은 세대의 눈높이는 한국과 거의 동등하다”며 “국내 콘텐츠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한류(漢流)를 이용한 한류(韓流)의 생존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김윤종 기자}

《 #장면1 대학원 세미나 후 뒤풀이 자리.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자 제자에게 “발표도 잘하고 술도 참 잘 따르네. 따로 한번 지도해줄게”라면서 귓불을 만진다. 다른 학생들은 애써 모른 척한다. #장면2 ‘조교 주제에, 잘못했으면 싹싹 빌어야지.’ 지도교수는 사소한 실수를 한 학생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찌른다. 학생이 사과하지 않자 무차별 주먹질이 이어진다.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의 내용이다. 지난해 말부터 네이버와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동시 연재 중인 이 웹툰은 교수들의 ‘갑질’과 학생들의 부당한 처우, 학내 성희롱, 연구 가로채기 등 상아탑 속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공감이 간다’는 누리꾼들의 호응 속에서 매회 조회수가 1만 건에 이른다. 이 웹툰의 스토리를 담당하는 염동규 씨(25·고려대 국문과 석사과정)와 그림을 그린 김채영 씨(21·서울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최근 만났다. “지난해 8월부터 준비했어요.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내 여러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제는 대자보를 써도 안 되잖아요. 웹툰을 만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죠. 여러 학교에서 제보를 받으면서 웹툰을 그릴 사람을 찾았습니다.”(염 씨) “의뢰가 올 즈음에 한 대학교수가 제자를 폭행하고 인분까지 먹인 사건이 발생했죠. 대학원 내 문제는 우리가 몰랐을 뿐이지 없었던 일은 아니잖아요.”(김 씨)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학술국장인 염 씨가 취재하거나 제보 받은 내용을 정리해주면 김 씨가 웹툰을 그린다. 3회에서는 지도교수의 지시로 자신이 쓴 논문에 선배 이름을 올리는 장면과 함께 “우리가 학생인 줄 알아? 착각하지 마. 우린 노예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 일어난 일을 토대로 웹툰을 제작한 겁니다. ‘편파적이다’라는 의견도 있는데, 현실은 더합니다. 그동안 학교 내의 문제들을 보면 웹툰에 소개된 사연은 오히려 가벼울 정도죠.”(염 씨) “댓글에 ‘우리 교수님은 안 그러시는데 안 좋은 사례만 있다’고 하더군요. 좋은 교수님이 더 많다고 해도 나쁜 교수님들이 없는 것이 아니잖아요. 저희도 좋은 교수님들이 더 많다고 믿어요.”(김 씨) 이들은 “지도교수를 바꾸려면 지도교수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 등 학생들이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이를 고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 말하고 싶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7회까지 연재된 이 웹툰의 시즌1은 15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김 씨는 “서울대 음대 교수의 학생 폭행 사건 등 예체능 쪽은 도제식 교육이라 문제가 많다. 이를 조명해보고 싶다”, 염 씨도 “학내 군 문화, 수업의 퀄리티 문제도 다루겠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101명의 여성. 엠넷 ‘프로듀스 101’(이하 101)의 출연자다.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걸그룹 연습생. ‘국민 프로듀서’라고 명명된 시청자들의 온라인 투표로 1위부터 101위까지 등수가 부여된다. “양계장 같아요. 독감 예방주사 맞으면서 괴로워하는 소녀들, 계체량 거쳐 ‘몰카’ 앞에 서죠. 어쨌거나 재미는 보장. 전, ○○가 제일 좋아요.” 이렇게 말하던 박성종(가명·44) 씨는 문득 한 차례 몸서리쳤다. “근데 담에 우리 수진이(11·딸) 나간다고 하면… 어떡하지?” 101명의 출연료는 다 합쳐 0원. 출연자들은 방송 편집분에 대한 어떤 이의나 법적 청구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썼다. 매회가 끝날 때쯤 진행자 장근석은 전 출연진의 배꼽인사를 독려한다. “자, 우리 프로듀서님들께 인사!” “(일동 카메라를 보며) 국민 프로듀서님, 잘 부탁드립니다!!!” 에이전트 5(김윤종 기자), 에이전트 7(임희윤 기자)! 본부에서 지령이 내려왔다. ‘지구의 미래인 소녀들을 괴롭히는 인류 역사의 훼방꾼, 국민 프로듀서들의 실체를 밝혀낸 뒤, 제거하라. 작전명: ‘Kill Gungmin Producer(킬 국민 프로듀서)’.○ 단서 1: 연습생 소속사의 말 살해라니. 번뇌가 일었다. ‘본노가르즈(번뇌걸스)’가 떠올랐다. 2005년 일본. 108명의 여성 멤버로 결성된 전설의 걸그룹. 팬 총선거로 핵심 멤버를 정하는 AKB48을 여기 섞은 게 101의 콘셉트다. 군소 기획사들은 그럼에도 회사 내 여성 연습생을 총동원해 101에 투입했다. ‘올인.’ A기획사 대표의 목소리에 번뇌가 묻어 있었다. “거기(101)만 다녀오면 아이(연습생)들이 풀 죽어 있어요. 몸보다 맘이 더 힘들대요. 순위 발표, 스토리 편집, 경쟁…. 명색이 대푠데 전 방송 잘 안 봐요. 애들한테 제가 무슨 짓을 한 건지….” B기획사 이사는 101 아니라 1001에라도 연습생을 출전시키겠다고 했다. “다음 작품은 남자 버전이겠죠. 제작비는 대형 기획사의 20분의 1도 못 쓰는, 상장도 안 된 우리 회사 아이들한테 그나마 이 기회가 어디예요. × 같죠. 근데 로또 같죠. 쓴데 좋다면 삼켜야죠.” 듣다 보니 국민 프로듀서는 ‘엠넷의 편집 의도’가 아닐까 하는 심증이 들었다. 캐릭터, 실력, 인품까지 제작진의 편집 의도와 분량에 따라 결정…. 실력 없는 멤버를 돕는 천사, 예쁜 데다 노래와 춤 되고 집안까지 어려워 동정심마저 유발하는 출연자 김세정(현재 1위·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소속)은 대중이 열광할 완벽 캐릭터…. 젤리피쉬는 엠넷이 속한 CJ E&M이 지분을 투자한 곳. 10위 안에 이 회사 연습생 3명이 포진….○ 단서 2: 10대 101명의 시각, 성-연령대별 시청률 거리를 배회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는 조사업체(엠브레인)와 함께 101을 본 643명에게 물어봤다. 뜻밖에 이 프로에 대한 긍정적 시각(58%)이 많았다. 특히 이 프로를 부정적으로 보는 10대는 40% 미만이었다. 또래들의 피학을 즐긴단 말인가? 이것은… 외계문명? CJ E&M을 찾아갔다. “자, 6회 성-연령대별 시청률을 볼까요. 10대 여성이 가장 높아요. 이어 20대 여성, 30대 여성…. 여자들이 보는 프로그램이라고요!”(CJ E&M 관계자) 제1 용의선상에 시커먼 삼촌 팬들을 뒀건만…. 모든 전제가 흔들렸다. 도대체 왜 여자들이…? “중년 남성이 대놓고 거실 ‘테레비’로 그걸 보겠어요? TV 시청률에 속지 말라고요.”(B일간지 C 기자)○ 단서 3: 연옥서 내려다본 잠깐의 천국 혹은 지옥 “자꾸 101 갖고 사회의 축소판이라고들 하는데…. 그거 현실 아니에요. ‘헬조선’에서도 개개인의 삶이 편집돼 방영되거나 1등부터 4000만 등까지 매겨져 공시되진 않아요. 이건 연옥쯤 있는 사람이 지옥 내려다보며 만끽하는 잠깐의 천국.”(40대 회사원 정모 씨) 우리가 만난 643명의 국민 프로듀서는 20대, 30대로 올라갈수록 101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약해졌다. “면접 가서 ‘왜 날 뽑아야 하나’를 말하는 것과 춤과 노래로 ‘Pick Me’(101 주제곡)를 외치는 게 무슨 차이인가요? 동질감에 보는 겁니다. 국민 프로듀서를 죽이지 마세요.”(김헌식 문화평론가) 우린 연민을 느꼈고 거울을 향해 들었던 총구를 천천히 내렸다. 두 요원은 피폐해진 심신을 끌고 서울 강북의 부촌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음 회에 계속)임희윤 imi@donga.com·김윤종 기자}

수다와 욕설로 무장된 ‘병맛’ 히어로 영화 ‘데드풀’이 최근 인기다. 이런 캐릭터의 원조는 ‘킥애스(Kick-Ass)’. 만화 덕후인 평범한 10대 데이비드가 복면을 쓰고 짝퉁 슈퍼히어로 ‘킥애스’로 활동하면서 겪는 우여곡절을 다뤘다. 그는 혼자서 수십 명을 해치우는 진짜 슈퍼히어로 소녀 ‘힛걸’을 만나 마피아와 싸운다. 최근 발간된 후속편 ‘킥애스3’(시공사)는 만화 시리즈 최종판으로 킥애스 영화 1, 2편과도 내용이 이어진다. ‘킥애스3’는 마피아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힛걸이 경찰에 체포된 장면부터 나온다. 힛걸을 잃은 데이비드는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진 뒤 슈퍼히어로 활동을 뒷전으로 미룬다. 하지만 마피아가 다시 조직을 모아 힛걸을 제거하려 한다. 영화가 잔혹 코믹액션이라면, 만화 ‘킥애스’는 진지한 누아르다. 데이비드가 영화에선 명랑소년인 반면 만화에선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처럼 정체성을 고민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초라함과 싸우는 우울한 10대다. 이야기를 쓴 마크 밀러는 ‘마블의 브레인’이란 평가에 걸맞게 세밀한 서사와 의미 깊은 대사를 전달한다. 존 로미타 주니어의 그림체는 팝아트처럼 보인다. 책을 덮으면 ‘루저’ 소년의 좌절과 극복이 우리 인생처럼 느껴져 묘한 여운이 남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채널A 메인뉴스인 ‘채널A 종합뉴스’가 29일부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메인뉴스’로 시청자를 만난다. 또 현장성과 심층성을 강화한다. 채널A는 “평일 밤 9시 40분, 토·일요일 오후 7시 20분에 내보내던 ‘채널A 종합뉴스’를 매일 오후 7시 20분에 방영한다”고 25일 밝혔다. 시청자의 달라진 생활 패턴을 반영해 뉴스 시간대를 기존의 늦은 밤에서 저녁 시간대로 대폭 앞당긴 것. 채널A는 “퇴근 직후 당일의 주요 뉴스를 시청한 뒤 밤 시간 동안 교양, 예능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해 다양한 TV 시청 수요를 충족시키겠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메인 뉴스 방영 시간을 밤 시간대에서 퇴근 직후의 저녁 시간대로 속속 옮기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회사인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오후 7시대 뉴스 프로그램을 편성한 방송사는 2014년 357개로 전년보다 13% 늘었다. 오후 7시대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최근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 미디어 전문지 ‘애드위크’도 “퇴근 직후 당일의 주요 뉴스를 시청한 뒤 밤 시간 동안 취미 활동을 즐기는 식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명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메인 뉴스가 오후 5∼7시에 방영되고 이후에는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한국도 메인 뉴스가 오후 8시 반 전에 끝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에 맞춰 전문성 높은 기자들을 활용해 뉴스 콘텐츠의 깊이를 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 종합뉴스’의 형식도 대폭 바뀐다. 우선 현장성이 강화된다. 헤드라인 뉴스를 포함해 상당수의 뉴스를 현장에서 직접 전달하는 생방송으로 내보낸다.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현장 A 파일’ 코너도 신설된다. 복잡한 정치권의 속사정을 시원하게 해설해 주는 ‘정치 속풀이’ 코너도 마련된다. 역동적인 뉴스 전달 방식도 이전과 차별화된 점이다. 진행자인 박상규 보도본부 부본부장과 김설혜 사회부 기자가 대형 스크린과 뉴스진행석을 오가며 활기차고 빠른 뉴스 진행을 보여줄 예정이다. 임규진 보도본부장은 “오후 7시대의 메인뉴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빠르면서도 만족도 높은 뉴스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발랄 상큼’해야 할 걸그룹 컴백 발표회가 눈물바다가 됐다. 여기에 팬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무슨 일일까?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리버사이드호텔. 3인조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컴백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멤버 애슐리, 소정, 주니가 복귀 소감을 밝히던 중 눈물을 흘린 것. ‘레이디스 코드’는 당초 5인조 걸그룹이었다. 하지만 2014년 9월 멤버들을 태운 승합차가 고속도로에서 방호벽을 들이받아 멤버인 고은비(당시 22세) 권리세(23세)가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이돌 연예인의 살인적인 스케줄과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나머지 멤버들 역시 부상을 입고 활동을 중단했다. 애슐리, 소정, 주니가 1년 6개월간 재활치료 등을 거친 뒤 새 싱글 ‘미스터리(MYST3RY)’를 이날 발표한 것. 이들은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 무척 힘들었다”고 밝혔다. “멤버 충원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다섯 명이라고 생각한다. 리세, 은비 언니의 몫까지 활동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의 모습은 ‘눈물의 컴백’이라는 제목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확산됐고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길 바란다”와 같은 격려가 쏟아졌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2일 오후 서울 홍익대 앞. 에이전트 7(임희윤 기자), 에이전트 5(김윤종 기자)는 계속된 임무로 스트레스가 누적됐다는 자체 판단하에 조기 퇴근을 감행했다. 목부터 축일 겸 편의점에 들어선 순간, 지구 청년들의 환호가 들렸다.“이거 마셔 봐. 은근히 중독성 강해!” 대학생들이 손에 쥔 그것의 이름은 ‘부라더#소다’. 애들 먹는 탄산음료 같았다. 편의점 직원이 말했다. “이래 봬도 알코올 3%짜리 주류예요. 처음 봐요?” 지난해 9월 출시돼 현재까지 996만 병이나 팔릴 정도로 인기라고 했다. 》○ 이파리, 이파리, 그 이파리 병에 상품명보다도 크게 새겨진 특이한 이파리 마크부터 눈에 들어왔다. 단풍잎 같았다. 계산대 옆 대학생 김승철 씨(27)가 거들었다. “딱 대마 잎이잖아요. 이거 약 빨고 만든 음료수라니까.” 이 음료를 출시한 보해양조 나종호 팀장은 손사래를 쳤다. “우리 회사에서 냈던 ‘잎새주’(소주)의 단풍 마크를 가져온 거예요. 중독성이 강하니까 젊은 사람들이 그리 인식하는 것 같아요.” 우리와 달리 지구(해외) 문화에 익숙한 친구들은 입을 모았다. “대마네요. 단풍잎 같지만, 대마예요. (제조사가) 노렸어요.” 편의점을 나서니 여기저기서 잎들이 펄럭였다. 커피숍의 간판과 에스프레소 잔, 양말, 모자에도 이파리, 이파리, 이파리…. “딱 봐도 대마 잎을 내세운 제품이 많아 첨엔 놀랐어요. 이젠 좀 무뎌지는….”(대학원생 송유라 씨) ‘약 빤’이란 표현도 흔해졌다. ‘약 빤 기사’ ‘약 빤 드라마’…. 향정신성 약물이 금지된 대한민국 국민이 정말 이렇게 약을 많이 흡입한단 말인가? 이 정도면 죄다 외계인…? ‘약 빨았다’는 표현은 ‘제정신으론 못 만들었을 듯한 콘텐츠’를 가리킨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놀란 가슴은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맘을 달래려 맥줏집에 들어갔다. 메뉴판에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대마맥주’…!! 조심스러웠지만 마음속에서 격렬한 체험 욕망이 솟구쳤다. 55분 동안 세 병째. 우리는 얼큰하게 취기가 올랐다. 하지만 ‘이파리’의 효과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파리’ 흡연 경험이 있는 A 씨를 불렀다. 다음은 그의 소감이다. “한 모금 마시고 숨을 내쉬니 나긴 하네요, 스멜(냄새)∼. 그것뿐이에요. 근데 대마초 즐겨 했던 사람은 이 향기 맡고 문득 한 대 생각날 수는 있겠지. 하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가니 김성진 마약정책과장이 서 있었다. “대마의 씨와 뿌리, 성숙한 줄기에는 환각 성분이 없어요. 씨로 만든 맥주가 유통 가능한 까닭이죠.”○ 마약곱창, 히로뽕커피… 중독 권하는 세상 다음 날 오후. 우리는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았다 부라더#소다에 또 혹했다. 그걸 들고 나선 거리에 이번엔 ‘마약’이란 간판들이 아우성쳤다. ‘마약떡볶이’ ‘마약순두부’ ‘마약곱창’…. 한 카페에는 ‘히로뽕커피’도 있었다. 큰 잔은 이른바 ‘약쟁이용’, 작은 잔은 ‘일반인용’이란다. 쓱닷컴(신세계쇼핑몰)에 들어가 ‘마약’이라 치니까 5개 카테고리, 77개 상품이 검색됐다. 헉! ‘마약청바지’ ‘마약방석’ ‘마약 스페셜 2인 세트’…. “아재들, 촌스럽게! 붕어빵에 붕어, 히로뽕 커피에 히로뽕, 마약 치킨에 마약 든 걸로 믿는 건 아니겠죠?”(대학생 이정연 씨)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법무담당 K 씨는 걱정스러워 보였다. “마약류를 멀리하고 위험하게 보는 사회 인식이 약해지고 있어요.” 맞는 말일까.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마약사범은 2011년 5477건에서 지난해 7302건으로 33.3% 증가했다. 이 통계가 ‘마약××’ 열풍과 실제 마약사범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었다. 늘 그렇듯, 우리는 이론적 분석을 원했다. 현대 사회 일상 영역에서의 ‘상상력’을 주제로 한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72)의 포스트모던 이론도 들여다봤다. 중독, 즉 금기시된 것에 대한 일탈은 개인에게 마치 축제와 같은 몰입감과 해방감을 준다는 것이다. 국민대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를 만났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세요. 입시, 취업… 뭐 하나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이 없어요. 중독 권하는 문화는 현실을 잊는 방법으로 생긴 거죠. 금기인 듯 금기 아닌 것을 제도권 안에서 즐기게 되는 겁니다.” ※결론: 한국의 마약××=진짜 아닌 외계문명. 스트레스를 풀러 왔는데…. 머리가 다시 무거워졌다. 2016년 대한민국이 문득 희망의 공기가 희박한 별나라처럼 느껴져서다. 딱 그때였다. 벽에 걸린 TV 화면에 수백 명의 예쁜 여성이 나타난 것이. 이것은. ‘약 빤 프로그램이다!’(다음 회에서 계속)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 기자}

난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6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베를린영화제 측은 20일 오후(현지 시간) 이탈리아 영화 ‘파이어 앳 시(Fire at sea)’에 황금곰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파이어 앳 시’는 내전 중인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밀려오는 난민이 주로 도착하는 곳인 람페두사 섬(이탈리아)을 무대로 12세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다뤘다. 이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황금곰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난민의 실태를 조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잔프랑코 로시 감독(52·사진)도 아프리카 북동부 에리트레아 태생의 이민자 출신.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할리우드 영화의 대세인 슈퍼 히어로물은 흥행 보장 장르다. 그동안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완벽하게 타고난 히어로에서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처럼 결함을 딛고 성장하는 히어로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 히어로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풀’(18세 이상)과 국내서 TV 애니메이션 블루레이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는 일본 만화 ‘원펀맨’은 변종 히어로물의 ‘끝판 왕’이다.○ 데드풀: 하찮은 히어로 “나는 히어로가 되고 싶지 않다고!” 악당을 자처하는 해결사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위해 생체실험에 참여했다 불사(不死)에 가까운 재생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외모가 망가진 그는 여자친구 앞에도 나설 수 없는 신세가 된다. 그에게 남은 건 저질 유머감각과 복수심뿐이다. 데드풀은 히어로물의 모든 클리셰(전형적인 설정과 표현)를 역이용한다. 사람을 죽이며 살인 기록을 세고, 자살했다가 다시 살아난다. “곪아 터진 아보카도를 닮았다”는 외모는 눈뜨고 보기 힘들고, 히어로 집단인 엑스맨에 합류하라는 권유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다른 히어로들의 영웅다운 행동을 대놓고 비웃고, 자기가 영화 캐릭터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하찮은’ 악당이기를 자처하는 데드풀에 대한 관객 반응은 뜨겁다. 12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개봉해 북미에서 나흘 동안 1억5000만 달러(약 1820억 원)를 벌어들였다. 역대 R등급(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가 개봉 첫 주말에 수립한 최고 흥행 기록을 깼다. 세계 흥행 수입은 15일 현재까지 2억8210만 달러(약 3430억 원)에 이른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히어로물이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스케일을 키우거나 이야기를 변주해 차별화해야 한다. ‘데드풀’은 후자의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드풀’의 제작비는 기존 히어로물의 절반 수준인 5800만 달러(약 700억 원)다. 외신들은 “앞으로 히어로물은 제작비를 줄이고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며 ‘데드풀’의 성공을 조명하고 있다.○ 원펀맨: 허무주의 히어로 “취미로 히어로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일본 만화 ‘원펀맨’의 주인공은 대머리에 멍한 표정, 촌스러운 노란색 의상, 구부정한 어깨의 평범한 취업준비생 사이타마다. 악당과의 치열한 전투? 그런 거 없다. 매일 팔굽혀펴기 100개, 스쿼트 100개, 10km 달리기를 하며 강해진 전투력 덕분에 단 한 방이면 모든 악당을 무찌른다. 그래서 ‘원 펀치 맨(One punch man)’, 원펀맨이다. 도덕적 의무감 역시 없다. 히어로 노릇은 슈퍼마켓 특가 세일이 끝나기 전에 후딱 해치우는 취미생활, 혹은 귓가에 웽웽거리는 모기를 잡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쪽(악당)도 준비한 게 있을 텐데…”라며 미안해하는 원펀맨, 사이타마를 보자면 허탈해진다. 허무 개그와 히어로물이 결합한 모양새다. ‘원펀맨’은 2009년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연재를 시작한 뒤 3년여 만에 약 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히트작이다. 단행본 1, 2권은 미국에서 전자출판이 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만화책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국내에는 9권까지 출간돼 현재까지 약 30만 부가 팔렸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영웅다운 영웅, 영웅적 역할을 하는 인물을 찾기 힘든 시대”라며 “권력도, 경제력도 없는 평범한 주인공을 내세운 일상성 강한 히어로물이 앞으로 더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