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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사람: ○○춘.” 서울 송파구의 빌라에 혼자 사는 회사원 박모 씨(26·여)가 최근 택배를 주문할 때 쓰는 가명이다. 추석 연휴에 집을 비운 사이 문 앞에 놓일 택배가 걱정 된 박 씨가 한 자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 택배 받는 꿀팁’을 보고 실천에 옮긴 것. 이 글에는 △△포, ◇◇배, □□팔 등 우락부락한 남성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택배를 주문하라고 적혀 있다. 택배상자 겉면에 붙어 있는 이름 등 개인정보를 보고 여성이 혼자 산다는 것이 드러나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박 씨에게 이 꿀팁은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제로 이사를 오기 전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외출을 다녀온 박 씨의 집 현관문에는 박 씨의 실명과 함께 음란한 내용의 문구를 적은 쪽지가 꽂혀 있었다. 집 현관문 앞에 놓여 있던 택배 상자에서 범인이 박 씨의 이름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박 씨의 생각이다. 대전에서 올라와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전모 씨(23·여)도 박 씨와 같은 방법으로 택배를 받기로 했다. 폐쇄회로(CC)TV가 잘 갖춰지지 않은 오래된 주택가 원룸에 사는 전 씨로서는 여자 혼자 산다는 게 늘 신경 쓰였기 때문. 그래서 전 씨는 추석에 고향 집에 다녀오면서 부모님과 말을 맞췄다. 부모님이 옷이나 생활용품 등을 택배로 보낼 때 받는 사람 이름은 ‘▽▽식’으로, 받는 물건에는 톱이나 망치 등 공구류라고 적기로 했다. ▶ 이처럼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범죄를 우려해 가명으로 택배를 받는 사례가 많다. 현재 꿀팁을 소개한 게시글에는 1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서로의 지인들에게 비법을 퍼뜨리고 있다. 일부 1인 가구 여성들은 음식을 배달시킬 때 아파트 앞 경비실에서 음식을 받아가고 카카오톡에 프로필 사진을 아예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여성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175만2782가구였던 여성 1인 가구 수는 2017년 282만7000가구로 12년 만에 100만 가구 이상 늘었다. 여성 1인 가구는 범죄 위협에 노출돼 있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발표한 ‘1인 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33세 이하 1인 가구의 주거 침입 피해 가능성을 성별로 비교한 결과 여성이 남성에 비해 11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범죄에 취약한 여성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안전 팁을 공유하는 것으로 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혼자 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계속 일어나는 것을 본 여성들이 택배에 남성 이름을 쓰는 방법 등으로 범인에게 심리적 저지선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받는사람: ○○춘” 서울 송파구의 빌라에 혼자 사는 회사원 박모 씨(26·여)가 최근 택배를 주문할 때 쓰는 가명이다. 추석 연휴에 집을 비운 사이 문 앞에 놓일 택배가 걱정 된 박 씨가 한 자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 택배 받는 꿀팁’을 보고 실천에 옮긴 것. 이 글에는 △△포, ◇◇배, □□팔 등 우락부락한 남성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택배를 주문하라고 적혀 있다. 택배상자 겉면에 붙어있는 이름 등 개인정보를 보고 여성 혼자 산다는 것이 드러나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박 씨에게 이 꿀팁은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제로 이사를 오기 전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외출을 다녀온 박 씨의 집 현관문에는 박 씨의 실명과 함께 음란한 내용의 문구를 적은 쪽지가 꽂혀 있었다. 집 현관문 앞에 놓여 있던 택배 상자에서 범인이 박 씨의 이름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박 씨의 생각이다. 대전에서 올라와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전모 씨(23·여)도 박 씨와 같은 방법으로 택배를 받기로 했다. 폐쇄회로(CC)TV가 잘 갖춰지지 않은 오래된 주택가 원룸에 사는 전 씨로서는 여자 혼자 산다는 게 늘 신경 쓰였기 때문. 그래서 전 씨는 추석에 고향 집에 다녀오면서 부모님과 말을 맞췄다. 부모님이 옷이나 생활용품 등을 택배로 보낼 때 받는 사람 이름은 ‘▽▽식’으로, 받는 물건에는 톱이나 망치 등 공구류라고 적기로 했다. 이처럼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범죄를 우려해 가명으로 택배를 받는 사례가 많다. 현재 꿀팁을 소개한 게시글에는 1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서로의 지인들에게 비법을 퍼뜨리고 있다. ‘현관에 남자 구두 한 켤레 놓기’, ‘남자 목소리 나오는 라디오 틀어놓기’ 등 예전부터 공유돼온 여성 1인 가구의 안전비법이 확장된 것이다. 일부 1인 가구 여성들은 음식을 배달시킬 때 아파트 앞 경비실에서 음식을 받아가고, 카카오톡에 프로필 사진을 아예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여성 1인 가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175만2782가구였던 여성 1인 가구 수는 2017년 282만7000가구로 12년 만에 100만 가구 이상 늘었다. 여성 1인 가구는 범죄 위협에 노출돼 있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발표한 ‘1인 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33세 이하 1인 가구의 주거침입 피해 가능성을 성별로 비교한 결과 여성이 남성에 비해 11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범죄에 취약한 여성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안전 팁을 공유하는 것으로 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혼자 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을 본 여성들이 택배에 남성 이름을 쓰는 방법 등으로 범인에게 심리적 저지선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모 씨(29)는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다 역주행하던 다른 자전거와 부딪쳤다. 몸이 풀숲으로 튕겨져 나갔고, 700만 원 상당의 자전거가 완파되는 큰 사고였다. 상대 자전거 운전자는 사고 책임을 부인했다가 뒤따라오던 지인 자전거에 달린 블랙박스에 역주행 장면이 찍힌 걸 보고서야 마지못해 과실을 인정했다. 이 씨는 수백만 원 상당의 배상금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 이 씨는 얼마 뒤 60만여 원을 들여 자전거에 블랙박스용 카메라를 달았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 인구’가 13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자전거 사고가 최근 3년간 하루 10건꼴로 발생하고 있다. 자전거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전국에서 126명에 이른다. 하지만 자전거는 사고가 나도 블랙박스를 달고 있는 자동차와 달리 객관적 증거가 거의 없어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렵다. ‘라이딩족(族)’ 사이에선 사고에 대비해 자전거에 블랙박스용 카메라를 다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5년 차 라이딩족 지모 씨(27)는 2014년 충돌 사고로 억울한 경험을 한 뒤 자전거에 블랙박스를 달았다. 당시 지 씨는 급하게 방향을 틀어 좌회전을 하던 상대와 부딪쳐 사고를 당했지만 책임 소재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지 씨는 전치 2주 진단이 나왔고 상대는 전치 4주가 나왔다는 이유로 지 씨가 합의금을 지불했다. 지 씨는 “사고 장면을 녹화한 영상이 없으면 책임을 가리기 어려워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데 상대가 부인하면 잘잘못을 가릴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블랙박스로 사고 과실을 입증하더라도 배상을 받기까지는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자영업자 양모 씨(41)는 올 3월 이촌 한강공원에서 역주행하던 공용 자전거 운전자와 부딪쳤다. 자전거에 설치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상대편 과실을 입증했으나 곧바로 배상을 받을 수 없었다. 800만 원을 호가하는 자전거가 상당 부분 파손돼 배상액이 500만 원으로 컸기 때문이다. 보험이 없었던 상대 운전자는 배상을 해줄 수 없다고 버텼고, 양 씨는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890만 원 상당의 자전거를 타는 5년 차 라이딩족 조모 씨(28)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람과 부딪쳤을 때 블랙박스로 과실을 입증하고도 거액의 배상금이 나오면 대부분 민사소송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고가 늘면서 ‘자전거용 보험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민간 보험사들이 자신의 자전거 파손을 보전받을 수 있는 ‘자차 보험’ 상품을 운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가 지난해까지 관련 보험을 판매했지만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어렵고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전거 보험이나 개인별 ‘일상생활 책임보험’이 있긴 하다. 그러나 운전자 본인이 아니라 피해를 본 상대방의 입원 치료비 일부만 보전받을 수 있다. 자전거 수리비는 배상 범위에서 빠져 있다. 고가의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뾰족한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설치, 보험 같은 사후 대책에 앞서 자전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택영 삼성교통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네덜란드, 일본에선 초등학교에서 ‘자전거 안전 수칙’ 등을 교육해 사고를 방지하는 데 주력한다. 급정거 같은 위협 운전이 잘못임을 알고 수(手)신호로 사고를 예방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자현 기자}
24일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도의 한 횟집에서 해산물을 먹은 관광객 10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여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인천해양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추석날이었던 이날 오후 6시경 승봉도의 한 횟집에서 남성 3명과 여성 7명이 소라와 새우 등을 먹었고, 이후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였다. 이들은 출동한 해경과 119 구급대에 의해 육지의 보건기관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들이 식중독 증세와 비슷한 장염에 걸려 배탈이 난 것으로 보고 당시 먹은 해산물에 질병을 유발할만한 균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부산에서 음주 차량이 인도에 있던 보행자를 덮쳐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25일 오전 2시 25분경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 교차로에서 박모 씨(26) 가 운전하는 BMW 승용차가 보행자 2명을 치고 도로 옆쪽에 있던 담을 들이받은 후에 정지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운전자 박 씨와 동승자, 길을 걷던 윤 모씨(22) 등 4명이 다쳐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윤 씨는 중상을 입고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고, 운전자와 동승자, 다른 보행자 등 3명은 경상을 입고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34%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박 씨와 동승자, 피해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꽝’ 소리가 나면서 건물이 무너지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 오모 씨(60·여)는 9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동작구에서는 사고 발생 당일 긴급 대피시켰던 주민 50여 명에게 귀가하도록 안내했지만 오 씨는 여전히 지인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 사고 현장이 주택가를 마주하고 있어 사고 발생 3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다. 상도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A 씨(여)는 “아이가 그 안에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120명 가까운 유치원 아이들이 당장 어디로 뿔뿔이 흩어질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흙을 실은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좁은 골목길을 오가고, 철거 과정에서 먼지와 소음이 발생한다는 점도 인근 주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주민은 덤프트럭이 벽에 부딪히거나 흙탕물을 튀기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상도유치원과 70m 떨어진 상도초등학교는 철거 과정의 소음과 먼지를 감안해 10일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박은서 기자}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의 원인이 된 다세대주택 공사의 감리업체는 건축주가 지정했다. 사실상 ‘셀프 감리’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올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때처럼 부실한 안전을 지적하고 고쳐야 할 감리 시스템이 이번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현행 건축법의 허점 탓이 크다. 이번 다세대주택 공사 감리는 감리업체 B사가 맡고 있다. 시공업체 A사와 함께 인천에 있는 회사다. 건축법에서는 소규모 건축물의 객관적인 감리를 위해 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업체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공영(公營)감리’다. 하지만 이 다세대주택 공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건축법 시행령에는 공영감리 대상이 되는 다세대, 아파트, 연립주택 규모를 ‘30가구 미만 주택’으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49가구 규모인 이 주택은 건축주가 감리업체를 지정했다. 감리 비용도 건축주가 지급한다. 이렇다 보니 소규모 건축물의 감리업체는 건축주 또는 건축주가 지정하는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건축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B사는 ‘붕괴 위험이 크다’는 유치원 측의 민원을 여러 차례 무시했다. 사고 전날인 5일 동작관악교육지원청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유치원이 “기둥에 간 금이 3cm나 벌어졌다”고 하자 B사는 “7cm까지는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현덕 건축구조기술사는 “3cm건, 7cm건 엄청난 균열이다. 콘크리트 공사는 물을 쓰기 때문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커야 3∼5mm 정도다. 7cm까지는 괜찮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축업계에서는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룸 등의 작은 규모 다세대주택을 ‘쉽게 짓는 건물’로 여긴다고 한다. 이번 상도동 다세대주택처럼 일정 규모만 넘으면 감리 절차도 복잡하지 않으니 셀프 감리에 의한 부실 감리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이런 허점을 막기 위한 건축법 개정이 시도됐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업체를 지정하는 건축물 대상을 가구 수, 용도와 상관없이 ‘연면적 2000m² 이하’로 바꾸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감리 사각지대에 있던 건축물을 앞으로는 공영감리로 감독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반대했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올 5월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건축주의 선택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결국 올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축법 최종 개정안에는 민 의원이 발의한 조항이 빠져 있다. 국회와 국토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가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 주거용 건축물을 공영감리 대상에 추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시행령은 아직 개정되지 않았고,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해도 상가 등 주거용이 아닌 소규모 건축물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자현·홍석호 기자}

#1 이미 8학기를 마쳤지만 계속 대학에 다니고 있는 강모 씨(27)는 올해 초부터 스마트폰 대신 2세대(2G)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두 끊기 위해서다. 강 씨는 축구동아리 회장을 할 만큼 활달했지만 올해 초 “‘취뽀(취업뽀개기)’ 때까지 속세를 떠나 있겠다”며 홀연히 연락을 끊었다. #2 대학생들이 오전 수업을 마치고 근처 식당가로 몰리는 시간은 오전 11시 45분 무렵부터다. 졸업을 미루고 하반기 공채를 준비 중인 박모 씨(28)는 오전 11시에 점심을 먹는다. 도서관을 갈 때도 200m가량 돌아서 간다. 재학생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다. 박 씨는 후배들과 마주쳐 “화석선배”나 “학교엔 어쩐 일이냐”는 말을 듣게 될까 두렵다. #3 대학생 최모 씨(25·여)는 식사시간에 옆 대학의 학생식당으로 간다. 밥값이 쌀 뿐 아니라 아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적어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다. 2년간 준비해 취직에 성공한 선배에게서 전수받은 ‘비법’이다. 이들은 이른바 ‘캠퍼스 지박령(地縛靈·땅에 얽매인 영혼)’이다. 졸업 요건을 대부분 채워 마음만 먹으면 졸업을 할 수 있지만 학교를 떠나지 않고 계속 다닌다. 졸업생보다 학생 신분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학교 도서관과 취업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캠퍼스 지박령은 9월에 눈물겨운 학기를 시작했다. 상반기 취업에 성공한 친구나 선·후배들은 8월에 이미 졸업해 떠났다. 개강 이후 붐비는 학교에서 아직도 학교에 남았다는 자괴감, 아는 사람을 만날지 모른다는 부담감에 시달린다. 추석에 친척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들을지도 걱정이다. 하반기에는 채용 규모가 상반기보다 큰 만큼 기대도 크지만 또 떨어질까 고민도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 2월 기준으로 졸업유예제도를 운영 중인 4년제 대학 108곳에서 1만2157명이 졸업을 미룬 채 대학에 남아 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학교에 남는 방법은 다양하다. 졸업 요건을 모두 채우고도 ‘졸업’ 대신 ‘수료’를 선택하거나, 졸업논문이나 어학성적 등 필수 졸업 요건 한 가지를 일부러 채우지 않는 식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졸업 요건을 모두 채운 경우 추가로 학비를 내고 학점을 이수해야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대학 시설물 이용을 둘러싸고 캠퍼스 지박령과 일반 학생 간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졸업을 미룬 학생들이 재학생들의 시험기간에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한다. 한 졸업 유예 학생은 “시험기간이 아닐 때에도 ‘등록금도 안 내면서…’라는 눈총을 받을 때가 잦다”고 토로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 7개월 전인 올 2월 동작구는 유치원 앞 다세대건물 공사 현장의 지반 상태와 공법 등을 검증하는 회의를 열었지만 문제가 없다고 보고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동작구 등에 따르면 구는 올 2월 23일 다세대건물 건축 허가를 내줬다. 같은 달 26일에는 공사 현장의 지반 상태, 시공업체 A사가 제출한 굴착 공법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굴토 심의’ 회의가 열렸다. 당초 A사는 흙막이 공사 방식으로 ‘주열식 말뚝(CIP)’ 공법을 검토했다. 토사 붕괴가 우려되는 부분에 위에서 아래로 구멍을 판 뒤 철근을 박고 철근 주변을 콘크리트로 채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숏크리트 록볼트’ 공법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흙벽과 직각 방향으로 철근을 넣고 절단면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이다. CIP보다 흙막이의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비용이 저렴한 방식이다. 동작구는 회의에서 이 공법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또 동작구는 4월 초 “지반이 약해 붕괴 가능성이 높다”는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조사보고서를 제출받은 뒤 A사에만 전달하고 공사 책임자인 건축주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상도유치원은 그동안 “붕괴 위험이 있으니 조치해 달라”고 동작구에 5차례나 요청했지만 동작구는 한 번도 현장을 점검하지 않았다. 경찰은 시공업체가 공사비를 아끼려고 부적절한 공법을 사용했는지, 동작구의 공사 승인 및 안전 관리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동작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상도유치원 건물 철거를 시작했고 10일까지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A사와 감리업체 B사는 사고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다. 본보 취재진은 8, 9일 인천 소재의 A사, B사 사무실을 방문했고 두 회사 대표와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의 원인이 된 다세대주택 공사의 감리업체는 건축주가 지정했다. 사실상 ‘셀프 감리’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올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때처럼 부실한 안전을 지적하고 고쳐야 할 감리 시스템이 이번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현행 건축법의 허점 탓이 크다. 이번 다세대주택 공사 감리는 감리업체 A사가 맡고 있다. 시공사인 B건설사와 함께 인천에 있는 회사다. 건축법에서는 소규모 건축물의 객관적인 감리를 위해 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업체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공영(公營)감리’다. 하지만 이 다세대주택 공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건축법 시행령에는 공영감리 대상이 되는 다세대·아파트·연립주택 규모를 ‘30가구 미만 주택’으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49가구 규모인 이 주택은 건축주가 감리업체를 지정했다. 감리 비용도 건축주가 지급한다. 이렇다 보니 소규모 건축물의 감리업체는 건축주 또는 건축주가 지정하는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건축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A사는 ‘붕괴 위험이 크다’는 유치원 측의 민원을 여러 차례 무시했다. 사고 전날인 5일 동작관악교육지원청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유치원이 “기둥에 간 금이 3㎝나 벌어졌다”고 하자 A사는 “7㎝까지는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현덕 건축구조기술사는 “3㎝건, 7㎝건 엄청난 균열이다. 콘크리트 공사는 물을 쓰기 때문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커야 3~5㎜ 정도다. 7㎝까지는 괜찮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축업계에서는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룸 등의 작은 규모 다세대주택을 ‘쉽게 짓는 건물’로 여긴다고 한다. 한 건축업체 관계자는 “감리가 꼼꼼하지 않게 이뤄지기 때문에 별다른 전문성이 없는 시공사가 공사를 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상도동 다세대주택처럼 일정 규모만 넘으면 감리 절차도 복잡하지 않으니 셀프 감리에 의한 부실 감리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이런 허점을 막기 위한 건축법 개정이 시도됐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업체를 지정하는 건축물 대상을 가구 수, 용도와 상관없이 ‘연면적 2000㎡ 이하’로 바꾸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감리 사각지대에 있던 건축물을 앞으로는 공영감리로 감독하겠다는 취지였다. 민 의원의 안대로 법이 개정됐다면 연면적 936.8㎡인 상도동 다세대주택도 공영감리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시행일자가 2019년 2월로 돼 있어서 소급 적용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반대했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올 5월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건축주의 선택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결국 올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축법 최종 개정안에는 민 의원이 발의한 조항이 빠져 있다. 국회와 국토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가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 주거용 건축물을 공영감리 대상에 추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시행령은 아직 개정되지 않았고,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해도 상가 등 주거용이 아닌 소규모 건축물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1 이미 8학기를 마쳤지만 계속 대학에 다니고 있는 강모 씨(27)는 올해 초부터 스마트폰 대신 2세대(2G)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두 끊기 위해서다. 강 씨는 축구동아리 회장을 할 만큼 활달했지만 올해 초 “‘취뽀(취업뽀개기)’ 때까지 속세를 떠나 있겠다”며 홀연히 연락을 끊었다. #2 대학생들이 오전 수업을 마치고 근처 식당가로 몰리는 시간은 오전 11시 45분 무렵부터다. 졸업을 미루고 하반기 공채를 준비 중인 박모 씨(28)는 오전 11시에 점심을 먹는다. 도서관을 갈 때도 200m가량 돌아서 간다. 재학생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다. 박 씨는 후배들과 마주쳐 “화석선배”나 “학교엔 어쩐 일이냐”는 말을 듣게 될까 두렵다. #3 대학생 최모 씨(25·여)는 식사시간에 옆 대학의 학생식당으로 간다. 밥값이 쌀 뿐 아니라 아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적어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다. 2년간 준비해 취직에 성공한 선배에게서 전수받은 ‘비법’이다. 이들은 이른바 ‘캠퍼스 지박령(地縛靈·땅에 얽매인 영혼)’이다. 졸업요건을 대부분 채워 마음만 먹으면 졸업을 할 수 있지만 학교를 떠나지 않고 계속 다닌다. 졸업생보다 학생 신분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학교 도서관과 취업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캠퍼스 지박령은 9월에 눈물겨운 학기를 시작했다. 상반기 취업에 성공한 친구나 선·후배들은 8월에 이미 졸업해 떠났다. 개강 이후 붐비는 학교에서 아직도 학교에 남았다는 자괴감, 아는 사람을 만날지 모른다는 부담감에 시달린다. 추석에 친척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들을지도 걱정이다. 하반기에는 채용 규모가 상반기보다 큰 만큼 기대도 크지만 또 떨어질까 고민도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 2월 기준으로 졸업유예제도를 운영 중인 4년제 대학 108곳에서 1만2157명이 졸업을 미룬 채 대학에 남아 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학교에 남는 방법은 다양하다. 졸업요건을 모두 채우고도 ‘졸업’ 대신 ‘수료’를 선택하거나, 졸업논문이나 어학성적 등 필수 졸업요건 한 가지를 일부러 채우지 않는 식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졸업요건을 모두 채운 경우 추가로 학비를 내고 학점을 이수해야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대학 시설물 이용을 둘러싸고 캠퍼스 지박령과 일반 학생 간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졸업을 미룬 학생들이 재학생들의 시험기간에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한다. 한 졸업 유예 학생은 “시험기간이 아닐 때에도 ‘등록금도 안 내면서…’라는 눈총을 받을 때가 잦다”고 토로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지하철 막차를 놓쳤다는 이유로 역에서 난동을 부리며 경찰관의 총까지 빼앗으려 한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공무집행방해 및 폭행,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A 씨(35·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9일 0시 50분경 지하철 9호선 샛강역에서 안전문을 발로 차고 이를 제지하는 역무원을 우산으로 때렸다. A 씨는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손톱으로 할퀴고 총을 뺏으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A 씨는 연행 과정에서 순찰차 유리창을 수갑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A 씨는 ‘막차를 놓쳐 화가 나서 그랬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해 부모의 동의를 얻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처했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농사지으면 힘들 텐데요.”(이낙연 국무총리) “(손을 보여주며) 손이 이렇게 까매졌어요.”(송주희 너래안 대표) 31일 열린 국내 최대 창농 박람회인 ‘2018 A FARM SHOW―창농·귀농 박람회’에서는 20대 젊은 여자 농부가 화제를 모았다. 송주희 너래안 대표(29·사진)가 그 주인공. 강원 화천군에서 애플수박과 들깨를 키우는 그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깜짝 제안으로 청년 귀농인을 대표해 개막식 단상에 올랐다. “개막식이 열리기 한 시간 전 최문순 지사님이 강원도 홍보 부스를 구경하러 오셨어요. 도내 청년 농업인 토론회 등에 자주 참석했었는데 저를 알아보시고는 개막식 단상에 같이 올라가자고 제안하셨습니다. 너무 놀랐죠.” 송 씨는 단상에 올라 “청년들이 많은 지원을 받아 좋은 바람을 일으키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결혼, 주거 등 현실적인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개막식이 끝난 뒤 이 총리와 최 지사,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등은 강원도 홍보 부스를 찾아 송 씨가 직접 만든 참기름을 구경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송 씨는 이 총리에게 까맣게 탄 손을 보여주며 “이렇게 정성껏 농사짓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 씨는 2014년 부모님이 살고 있는 강원 화천군으로 귀농했다. 서울에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그는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내려오고자 귀농을 택했다. 직업으로 농부를 택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고향집에서 들깨 농사를 하는 부모님을 따라 아침저녁으로 밭에 나가는 사이 자연스레 농부가 됐다. 올해에는 국내 최북단에 속하는 화천에서 아열대성 식물인 애플수박 재배에 성공하며 매스컴에 오르기도 했다. 1000m²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1500그루를 재배해 수확을 마쳤고 앞으로 점차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송 씨는 귀농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할 거 없으니 농사나 짓자’는 마음으로 내려와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귀농은 결코 쉽지 않아요. 지나친 낙관보다는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귀농하는 게 실패 확률을 낮추는 지름길입니다.”송충현 balgun@donga.com·김자현 기자}

“한번 드셔보세요. 그냥 옛날에 먹던 번데기랑 같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3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의 ‘2018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박람회’ 스마트농업관 내 ‘파머스 투 유’ 부스. 농부들이 직접 키우고 가공한 꽃차, 작두콩 커피 등 각종 먹을거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곳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많은 이목을 끈 것은 충북 보은 속리산에서 키운 굼벵이 등 식용곤충을 이용해 숙취해소 음료와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제, 간식을 생산하는 업체 ‘우성’의 부스였다. 관람객들은 말린 굼벵이의 ‘리얼’한 모습에 머뭇거리다가도 숙취해소 음료를 직접 마셔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업체 김우성 대표(33)는 “곤충으로 이런 제품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생산 노하우나 아이디어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약 200개 부스에서 귀농·귀촌 상담을 해주고 드론 스마트팜 등 농업과 관련된 첨단 기술을 소개하는 한편 일자리 정보까지 제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창농 박람회다. ○ ‘창농 꿈’ 실현 위해 전문 상담사와 상담 제1전시장에 마련된 귀농·귀촌관은 박람회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경기, 강원, 충남, 전남 등 전국 6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온 전문 상담사가 각 지역의 귀농·귀촌 정책을 소개하고 관람객들과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전남 장성군 농업기술센터 상담 부스를 찾은 홍영진 씨(58)는 “농촌 생활이 과연 맞을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농업기술센터의 나효주 사무장은 “‘삼시세끼’라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1, 2일 정도 농촌 가정에서 숙식을 해보면 동네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며 홍 씨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맞춤 상담’을 진행했다. 홍 씨는 “지원금을 받는 것도 좋지만 프로그램이 정말 알찬 것 같다”며 그 덕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광주로 이사를 갈 예정이라는 천경도(40), 류지민 씨(39) 부부는 광주 인근지역으로의 귀농을 계획하기 위해 에이팜쇼를 찾았다. 류 씨는 “평소 관심이 있던 나주 지역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사분들이 친절하게 다양한 정보를 설명해줬다”며 “교육과 농업을 접목한 새로운 분야의 창업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귀농 선배가 말해주는 ‘생생 체험담’에 관심 오후 1시 반 시작된 ‘농담(農談) 콘서트’도 200석 규모의 좌석에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선배 귀농인들의 체험담과 알짜 정보를 듣는 강연 프로그램으로 귀농 성공사례뿐 아니라 귀농인들의 애로사항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강원 원주시의 1년 차 귀농인 이꽃맘 씨(40)는 집에 불쑥불쑥 들르는 동네 어르신과의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귀농을 한다는 것이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전체가 바뀌는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조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단돈 2만 원을 들고 한 달간 전국을 누빈 양애진 씨(28), 영화 ‘파밍 보이즈’의 주인공 유지황 씨(31)도 연사로 참여했다. 전남대 창농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서인호 씨(24)는 동아리 선후배 7명과 함께 에이팜쇼에 참여하려고 아예 2박 3일 동안 서울에 숙소를 잡았다. 서 씨는 “우리 또래의 실제 경험담에, 온라인에서 찾기 힘든 농업 관련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말했다. 농담 콘서트는 행사 2, 3일째인 1일과 2일에도 진행된다. ○ 곤충·조랑말 체험하고 우리 농산물 먹어보고 2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체험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에이토랑’이 마련한 부스에서는 경남 밀양에서 생산된 가지를 넣은 가지 크림수프, 한돈을 이용한 와사비 마요소스 삼겹살말이 등 우리 농축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우수 특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에이팜마켓’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전시장 귀농·귀촌관에 전시된 각 지역 특산품을 보고 호기심을 느껴 2전시장까지 온 관람객이 많았다. 휴양·체험관에서는 어린이들을 데려가면 좋을 만한 다양한 체험행사가 진행됐다. ‘포니클럽’ 부스에는 조랑말을 바로 코앞에서 보며 사진도 찍고 먹이도 직접 줄 수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장수풍뎅이, 노린재 등 각종 곤충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며 직접 잡아보고 먹이도 줄 수 있는 ‘숲속곤충마을’ 부스도 마련됐다.이새샘 iamsam@donga.com·김자현 기자}

“한번 드셔보세요. 그냥 옛날에 먹던 번데기랑 같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의 ‘2018 A FARM SHOW(에이팜쇼)―농림식품산업 일자리 박람회’ 스마트농업관 내 ‘파머스 투 유’ 부스. 농부들이 직접 키우고 가공한 꽃차, 작두콩 커피 등 각종 먹을거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 곳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많은 이목을 끈 것은 충북 보은 속리산에서 키운 굼벵이 등 식용 곤충을 이용해 숙취해소 음료와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제, 간식을 생산하는 업체 ‘우성’의 부스였다. 관람객들은 말린 굼벵이의 ‘리얼’한 모습에 머뭇거리다가도 숙취해소 음료를 직접 마셔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업체 김우성 대표(33)는 “곤충으로 이런 제품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생산 노하우나 아이디어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약 200개 부스에서 귀농·귀촌 상담을 해주고 드론 스마트팜 등 농업과 관련된 첨단 기술을 소개하는 한편 일자리 정보까지 제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창농 박람회다. ● ‘창농 꿈’ 실현 위해 전문 상담사와 상담 제1전시장에 마련된 귀농·귀촌관은 박람회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경기, 강원, 충남, 전남 등 전국 6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온 전문 상담사가 각 지역의 귀농귀촌 정책을 소개하고 관람객들과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전남 장성군 농업기술센터 상담 부스를 찾은 홍영진 씨(58)는 “농촌 생활이 과연 맞을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농업기술센터의 나효주 사무장은 “‘삼시세끼’라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1, 2일 정도 농촌 가정에서 숙식을 해보고 동네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며 홍 씨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맞춤 상담’을 진행했다. 홍 씨는 “지원금을 받는 것도 좋지만 프로그램이 정말 알찬 것 같다”며 그 덕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광주로 이사를 갈 예정이라는 천경도(40), 류지민 씨(39) 부부는 광주 인근지역으로의 귀농을 계획하기 위해 에이팜쇼를 찾았다. 류 씨는 “평소 관심이 있던 나주 지역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사 분들이 친절하게 다양한 정보를 설명해줬다”며 “교육과 농업을 접목한 새로운 분야의 창업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귀농 선배가 말해주는 ‘생생 체험담’에 관심 오후 1시 반 시작된 ‘농담(農談) 콘서트’도 200석 규모 좌석에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선배 귀농인들의 체험담과 알짜 정보를 듣는 강연 프로그램으로 귀농 성공사례 뿐 아니라 귀농인들이 겪는 장애물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강원 원주시의 1년차 귀농인 이꽃맘 씨(40)는 집에 불쑥불쑥 들르는 동네 어르신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귀농을 한다는 것이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전체가 바뀌는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조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단돈 2만 원을 들고 한 달간 전국을 누빈 양애진 씨(28), 영화 ‘파밍보이즈’의 주인공 유지황 씨(31)도 연사로 참여했다. 전남대 창농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서인호 씨(24)는 동아리 선후배 7명과 함께 에이팜쇼에 참여하려고 아예 2박 3일 동안 서울에 숙소를 잡았다. 서 씨는 “우리 또래의 실제 경험담에, 온라인에서 찾기 힘든 농업 관련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말했다. 농담 콘서트는 행사 2, 3일째인 1일과 2일에도 진행된다. ● 곤충·조랑말 체험하고 우리 농산물 먹어보고 2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체험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에이토랑’이 마련한 부스에서는 경남 밀양에서 생산된 가지를 넣은 가지 크림스프, 한돈을 이용한 와사비 마요소스, 삼겹살말이 등 우리 농·축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지난해 2배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우수 특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에이팜마켓’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전시장 귀농·귀촌관에 전시된 각 지역 특산품을 보고 호기심을 느껴 2전시장까지 온 관람객이 많았다. 휴양·체험관에는 어린이들을 데려가면 좋을 만한 다양한 체험행사가 진행됐다. ‘포니클럽’ 부스에는 조랑말을 바로 코앞에서 보며 사진도 찍고 먹이도 직접 줄 수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장수풍뎅이, 노린재 등 각종 곤충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며 직접 잡아보고 먹이도 줄 수 있는 ‘숲속곤충마을’ 부스도 마련됐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가출한 청소년에게 생활비 등 명목으로 매일 50만 원을 상납할 것을 요구하고 성매매를 알선한 1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성매매를 알선하고 강요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 양(18)과 서모 씨(22)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양은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A 양(18)을 자기 집 근처에 사는 남성 B 씨에게 소개시켜 주고 가출하도록 유도했다. A 양이 가출한 뒤에는 박 양, 박 양과 연인관계였던 서 씨, A 양이 같은 집에서 살게 됐다. 동거를 시작하자 박 양과 서 씨는 A 양에게 “생활비를 내라” “B 씨의 폭행 합의금을 네가 대신 내야 한다”며 매일 50만 원을 내라고 강요했다. A 양이 돈을 마련하지 못하자 이들은 성매매를 권유했다. A 양은 “성매매만큼은 못 하겠다”고 거절했지만 박 양 등은 “아는 조폭이 많으니 시키는 대로 해라” “도망가도 곧바로 잡아올 것”이라고 협박했다. 박 양은 주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A 양의 성매매를 알선했다. 입금액을 맞추기 위해 A 양은 하루에도 수차례 성매매를 해야 했다. 이런 수법으로 박 양과 서 씨는 2017년 6월 초부터 9월 초까지 A 양에게서 수천 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은 두 사람의 유흥비와 생활비로 썼다고 한다. 고통에 시달리던 A 양이 부모에게 사실을 털어놓았고, A 양의 부모는 서울의 한 여성인권센터에 피해사실을 알렸다. 인권센터가 박 양 등을 고발하면서 이들의 범행이 밝혀졌다. 경찰은 박 양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서 씨도 곧 송치할 예정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 씨(34·여)는 요즘 신경을 쓸 일이 부쩍 늘었다. 매장 내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 손님 중 일부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일회용 컵)을 사용하겠다’며 고집을 부려서다. 정부 지침에 따라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업주에게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도 “내가 일회용 컵에 먹겠다는데 왜 상관을 하느냐”며 짜증을 내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 “일회용 컵 가격만큼 음료 가격을 깎아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 씨는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을 해도 손님들이 불쾌하게 여길 때가 많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2일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 컵 단속에 나선 지 약 한 달이 흘렀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크고 작은 잡음이 나온다. 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업주와 손님들이 컵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내가 편한 대로 하겠다는데 왜…” 갑(甲)질 하는 손님들 지난해 작은 카페를 연 김모 씨(26·여)는 최근 난감한 일을 겪었다. “나가서 마시겠다”며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은 한 손님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 망설이던 김 씨가 어렵사리 다가가 “더 드실 거면 음료를 머그잔에 옮겨 드리겠다”고 권했지만 손님은 “잠깐 앉았다가 갈 건데 왜 그러느냐”고 퉁명스레 응대했다. 김 씨는 불안한 마음에 속이 탔지만 가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다시 요구하지는 못했다. 손님은 1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카페를 벗어났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 대형 프랜차이즈의 카페를 관리하는 김모 씨(27·여)도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플라스틱 컵 대신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담은 손님이 “커피가 꽉 차지 않았다”며 항의한 것. “정량을 담아 줬다”고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김 씨는 결국 이 손님에게 음료를 더 담아줬다. 손님이 음료를 마시고 난 뒤 놔두고 나간 머그잔을 노리는 ‘머그잔 도난’도 부쩍 늘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머그잔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상표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서울 광진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한 달 사이 10개가 넘는 컵을 잃어버렸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머그잔은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1개에 8000원에서 8500원 선이다.●손님들도 불편…“융통성 있어야” 손님들도 불편을 토로한다. 정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부산 동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향은 씨(26·여)는 지난주 동료와 함께 부산역 앞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았다. 먼저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은 김 씨는 아직 음료를 받지 못한 일행을 기다리는 사이에 잠깐 자리에 앉았는데 곧장 직원이 다가와 제재했다. 간신히 양해를 구했지만 당황스럽고 불쾌했다고 한다. 김 씨는 “점심시간에 카페를 찾은 직장인들은 잠시 앉았다가 나가야 하는데 음료를 머그잔에 받았다가 다시 일회용 컵으로 옮기는 건 오히려 낭비”라고 말했다.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집 앞 카페를 자주 찾는 주부 A 씨도 머그잔에 음료를 담는 게 불안하다. A 씨는 “아이들이 컵을 엎을 때가 종종 있는데 컵을 깨뜨려 다칠까 봐 걱정된다”며 “그런데도 무조건 머그잔을 이용하라고 하니 불편하다”고 말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계도 기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정부에서 적극 홍보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한모 씨(43·여)의 전남편은 1년 8개월째 연락두절 상태다. 전남편의 외도로 두 사람은 재판 이혼을 했다. 2016년 12월 법원은 한 씨에게 아들의 양육권을 인정하며 전남편에게 “아이가 성인이 되는 2028년까지 매달 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전남편은 단 한 차례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파트, 차량 등의 명의는 바꿨다. 거주불명 상태의 전남편을 찾기 위해 경찰에 휴대전화 위치 추적 요청도 했지만 “범죄자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달에 200만 원 남짓 버는 한 씨는 홀로 11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 한 씨는 “이번 달에는 카드 현금서비스도 받았고 주말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양육비 소송을 하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을 받은 뒤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아빠’들이 많다. 2012년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중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한 이들은 83%가 넘는다. 양육비를 지급하는 사람이 여성인 경우도 극소수 있긴 하지만 대부분 남자다. 김도현 변호사는 “양육비 소송을 청구하는 사람의 98%가 여성”이라고 말했다. 박모 씨(53·여)의 전남편 역시 6개월째 두 딸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이혼 후 전남편은 7개월간 양육비를 지급하다가 올 2월부터 끊었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전남편은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두 딸의 양육비는 한 푼도 주지 않으면서 “억울하면 소송하라”며 버티고 있다. 친정집에 얹혀사는 박 씨는 매달 아르바이트로 100만 원 남짓 벌어 생활비 등을 겨우 충당하고 있다.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은 일반적인 채무 미이행 사건처럼 소송을 통해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소송비가 보통 수백만 원 들고 기간도 길게는 3년 이상 걸린다. 승소를 하더라도 재산을 숨기고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추가로 소송을 해야 한다. 김도현 변호사는 “비양육자(대부분 전남편)가 재산을 빼돌리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숨긴 재산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에 또 3년가량 걸린다. 포기하는 분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비혼 한부모 가정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비혼모 대부분은 상대 남성의 개인 정보를 알지 못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 때문에 비혼 한부모의 양육비 신청률은 10% 미만에 그친다. 합법적으로 양육비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법을 무릅쓰고 ‘무책임한 아빠들’을 고발하려는 이들도 나타났다. 지난달 만들어진 ‘Bad Fathers(나쁜 아빠들)’라는 사이트에서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28일 현재 16명의 얼굴 사진, 이름, 거주지, 나이 등이 올라와 있다. 사이트에는 ‘법원의 판결문, 합의서 등 사실관계를 거쳐 작성된 리스트이며 양육비 지급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삭제된다’고 쓰여 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불법인 줄 알지만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돼야 하는 가치”라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아동학대’로 본다.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영국 등은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의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소영 변호사는 “미성년 자녀의 3년 치 양육비를 미리 법원에 선납하게 하거나 재산분할 금액 중 일부를 양육비로 예납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자현 기자}

한모 씨(43·여)의 전 남편은 1년 8개월째 연락두절 상태다. 전 남편의 외도로 두 사람은 재판 이혼을 했다. 2016년 12월 법원은 한 씨에게 아들의 양육권을 인정하며 전 남편에게 “아이가 성인이 되는 2028년까지 매달 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전 남편은 단 한 차례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파트, 차량 등의 명의는 바꿨다. 거주불명 상태의 전 남편을 찾기 위해 경찰에 휴대폰 위치 추적 요청도 했지만 “범죄자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돌아왔다. 한 달에 200만 원 남짓 버는 한 씨는 홀로 11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 한 씨는 “이번 달에는 카드 현금서비스도 받았고 주말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양육비 소송을 하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양육비 소송 이겨도 돈 받기 어려워 법원 판결을 받은 뒤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아빠’들이 많다. 2012년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중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한 이들은 83%를 넘는다. 박모 씨(53·여)의 전 남편 역시 6개월 째 두 딸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이혼 후 전 남편은 7개월간 양육비를 지급하다가 올 2월부터 끊었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전 남편은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두 딸의 양육비는 한 푼도 주지 않으면서 “억울하면 소송하라”며 버티고 있다. 친정집에 얹혀사는 박 씨는 매달 아르바이트로 100만 원 남짓 벌어 생활비 등을 겨우 충당하고 있다.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은 일반적인 채무 미이행 사건처럼 소송을 통해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소송비가 보통 수백만 원 들고 기간도 길게는 3년 이상 걸린다. 승소를 하더라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추가로 소송을 해야 한다. 김도현 변호사는 “비양육자(대부분 전 남편)가 재산을 빼돌리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숨긴 재산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에 또 3년가량 걸린다. 포기하는 분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비혼 한부모 가정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비혼모 대부분은 상대 남성의 개인 정보를 알지 못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혼 한부모의 양육비 신청률은 10% 미만에 그친다.●‘무책임한 아빠’ 신상 공개하는 사이트까지 합법적으로 양육비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법을 무릅쓰고 ‘무책임한 아빠들’을 고발하려는 이들도 나타났다. 지난 달 만들어진 ‘Bad Father(나쁜 아빠)’라는 사이트에서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28일 현재 16명의 얼굴 사진, 이름, 거주지, 나이 등이 올라와있다. 사이트에는 ‘법원의 판결문, 합의서 등 사실관계를 거쳐 작성된 리스트이며 양육비 지급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삭제된다’고 써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불법인 줄 알지만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돼야 하는 가치”라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아동학대’로 본다.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영국 등은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의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소영 변호사는 “미성년 자녀의 3년치 양육비를 미리 법원에 선납하게 하거나 재산분할 금액 중 일부를 양육비로 예납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A 씨는 이달 초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인천 계양구에 거주하는 친척집을 방문했다. A 씨는 동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장애인 주차 칸에 차를 대려다가 당황했다. 다른 주차 칸에 비해 장애인 칸이 유독 좁게 그려져 주차를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 A 씨는 주차장을 빙빙 돌다가 겨우 자리가 난 비장애인 칸에 주차한 뒤 어머니를 부축해 아파트로 들어가야 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4월부터 동대표 회의 등에서 꾸준히 ‘장애인 주차구역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비장애인 주민 중 일부가 장애인 주차 칸에 차를 댔다가 신고를 당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협조문에는 “주민분이 신고 피해자가 되어 갈등이 있다”며 “장애인 주차구역 폐쇄는 동대표 회의 안건에 상정해 결정할 것”이라는 안내가 담겼다. 이후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리사무소가 신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편으로 장애인 주차 칸의 폭을 좁힌 것이다. 19일 이 아파트를 찾아가 보니 장애인 주차 칸 안쪽에 주차 선을 넓게 덧칠한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추가로 칠한 주차 선은 약 30cm 너비였다. 비장애인 주차 칸의 폭은 2.5m인 데 반해 장애인 주차 칸 폭은 2.2m가 된 셈이다. 장애인 주차 칸 양옆에 차량이 바짝 주차돼 있으면 장애인 주차 칸에 차를 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장애인들로서는 주차공간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제 주말인 이날 이 아파트 주차장은 만원이었지만 좁아진 장애인 주차 칸은 7곳이 모두 비어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아파트의 조치에 대해 “너무 이기적이다” “위법 아니냐”는 등 비난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21일 원래 규격대로 장애인 주차 선을 다시 그렸다”고 밝혔다.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과태료 부과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1만2191건이었던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과태료 부과 건수는 지난해 33만359건으로 6년 만에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장애인 주차구역 준수에 대한 시민 인식이 높아졌고, ‘생활불편신고’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손쉽게 불법 주차를 신고할 수 있게 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신고를 당한 것을 ‘피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시각에서는 불편한 일이다. 그렇다 보니 아예 장애인 주차구역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없애는 것이 모두 불법은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편의증진보장법은 2005년 7월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 장애인 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 때문에 2005년 7월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장애인 주차구역이 없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실제로 일부 아파트에서 장애인 주차장을 폐지한 사례가 있다. 2015년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이 신고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장애인 주차 칸 17개를 모두 없앴다. 2016년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도 “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장애인 주차구역을 없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진정에 대해 2016년 “장애인 차별의 우려가 있다”며 원상복귀 권고를 했지만 강제력은 없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