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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씨(52)는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 나들목 근처를 지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잠원 나들목을 통해 하행선으로 진입한 고속버스들이 마치 도로를 횡단하듯 1차로로 진입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고속버스들은 버스전용차로를 조금이라도 빨리 이용하기 위해 거의 90도 가까이 운전대를 돌린다. 이 때문에 2∼4차로를 달리던 다른 차량들은 모두 멈춰 서야 한다. 성 씨는 “버스들이 갑자기 끼어들어 브레이크를 급히 밟으면 뒤차가 내 차를 추돌할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나들목 근처는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아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데 매번 무서워 죽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반포 나들목은 물론이고 상행선에서도 비슷하다. 1차로인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다 나들목으로 빠지기 위해 급하게 차로 변경을 하는 고속버스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는 운전자가 많다. 추석 귀성을 앞두고 이른바 ‘칼치기’(급격한 차로 변경)를 일삼는 대형버스들이 운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A고속 운전사 최모 씨(47)를 포함해 19개 회사 대형버스 운전사 1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7월 17일 강원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대형버스 추돌사고를 계기로 같은 달 20일부터 3일간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반포 나들목과 잠원 나들목 일대를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반포·잠원 나들목은 평소 고속버스 등 대형버스들의 칼치기 운전이 많아 다른 운전자들의 민원이 자주 제기되는 곳이다.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대형버스들이 고속도로 진입로에 이르면 4, 5차로에서 버스전용차로로 직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추석처럼 귀성·귀경 차량으로 붐비는 시기엔 버스들이 배차 간격을 맞추려고 더욱 서두른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진로를 변경하려 할 때 변경하려는 방향으로 오고 있는 다른 차의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진로를 변경해선 안 된다. 이를 지속적으로 위반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구속 시엔 면허가 취소된다. 이번에 입건된 운전자 131명도 40일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될 예정이다. 경찰은 고속도로 난폭운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5일부터 암행순찰차 운행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국 고속도로에 21대, 서울 시내 자동차전용도로에 1대 등 모두 22대를 투입했다. 경찰은 3월부터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시범운영 기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암행순찰차 운행을 확대해 왔다. 시범운영 기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555건에서 498건으로 감소했고, 사망자도 16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암행순찰차는 보닛과 양쪽 앞문에 경찰 마크가 붙어 있을 뿐 겉모습이 일반 승용차와 같다. 도로를 달리다가 단속 대상을 발견하면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고 단속에 나선다. 단속 강화뿐 아니라 버스전용차로 구간 조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정책연구원은 “고속도로의 경우 높은 속도로 달리다가 차로 변경을 하면 사고 위험이 크다”며 “차로 변경을 할 거리를 고려해 버스전용차로 구간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버스 운전자들은 5차로에서 4차로, 3차로, 2차로를 순차적으로 거쳐 버스전용차로로 도달하려는 안전 운행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지연 lima@donga.com·박훈상·박성민 기자}

고교생이 운전하던 렌터카 승용차가 국도 옆 옹벽과 충돌해 탑승자 5명 전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4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3일 오전 4시 30분경 달성군 논공읍의 한 국도에서 최모 군(19)이 몰던 K5 승용차가 도로 오른쪽 옹벽 모서리와 충돌했다. 사고 충격으로 뒷좌석 탑승자 중 한 명은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를 제외한 4명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운전에 익숙지 않은 최 군이 심야 시간대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군은 2월 운전면허를 땄다. 이들은 사고 전날 렌터카를 빌려 친구들과 놀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사고 지점은 커브가 없는 직선 구간이라 평소 사고가 많지 않은 곳이었다. 경찰은 최 군의 음주운전과 과속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10대 운전자 교통사고는 2013년 8020건, 2014년 9079건, 지난해 9646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3년 동안 486명이 숨지고 3만7439명이 다쳤다. 특히 렌터카 사고 피해가 컸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3년 휴가철(7월 20일∼8월 15일) 렌터카 사고를 분석한 결과 10대 운전자 사고는 평소보다 5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운전자 사고 증가폭은 9.7%였다. 지난달에도 경남 고성군에서 렌터카를 몰던 10대 여고생이 신호대기하던 덤프트럭을 들이받아 탑승자 3명이 숨졌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연구그룹장은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의 영향으로 운전이 서툰 10대 운전자가 크게 늘었다”며 “렌터카나 카셰어링 업체를 이용할 때 면허 취득기간 등을 따져 차를 빌려주는 조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폭염으로 인한 바다 양식장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태풍을 제외한 양식장 피해로는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폭염의 기세가 꺾여도 바닷물 온도는 다음 달 중순에야 내려갈 것으로 보여 피해는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바다를 쑥대밭으로 만든 폭염의 여파는 육지의 가뭄 피해로 번지는 양상이다. 8월 전국 강수량은 평년의 15% 수준이다. 앞으로 2, 3개월 동안 내릴 비의 양도 많지 않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심각한 가을 가뭄이 우려된다.○ 남해안 양식장 초토화 “활력이 넘치던 섬 마을에 적막만 흐르고 있습니다.” 전남 완도군 금일도 하화전리 안주빈 씨(46)는 25일 폐사한 전복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이 마을 20개 어가는 모두 전복 폐사 피해를 봤다. 안 씨는 “기록적인 폭염에 게릴라성 적조 띠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고수온 현상이 겹쳐 전복이 대량 폐사했다”고 말했다. 금일도에서는 475개 어가가 전복 1억4400만 마리를 키운다. 현재까지 어가 양식장 257곳에서 전복 4942만 마리가 폐사했다. 피해액은 380억 원. 죽어가는 전복이 많아 시간이 갈수록 피해는 커지고 있다. 전남 장흥군 안양면에서는 바지락 등 패류 72ha(6억8000만 원), 고흥군 금산면에서는 전복 438만 마리(32억 원), 여수에서는 우럭 참돔 돌돔 등 69만 마리(3억 원) 등이 죽어 나갔다. 전남도는 어패류 폐사가 392건에 추정 피해액이 497억 원이라고 밝혔다. 폭염의 기세는 수그러들지만 바닷물은 당분간 계속 뜨거울 것으로 보여 피해 확대가 불가피하다. 서영상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경남 통영에서 전남 여수까지 연안 해역의 고수온 현상은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수산물 폐사의 원인이 고수온으로 판명 나도 재해보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이런 피해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 보니 어민 대부분은 관련 특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전남도 관계자는 “고수온 특약에 가입한 어가는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 폭염 꺾이니 이제는 가뭄 걱정 폭염의 여파는 바다에 이어 육지의 가뭄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3일까지 전국 가뭄 피해 지역은 논 6469ha, 밭 2만861ha에 이른다. 전국 8월 평균 강수량은 27.4mm로 평년(182.6mm)의 15% 수준에 그쳤다. 전남(11.5mm)과 충남(18.4mm)은 평년의 6%와 9.5% 수준에 머물렀다. 당초 평년과 비슷한 강수량을 예측했지만 빗나갔다. 이 때문에 8월 초 68%에 이르던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은 50%까지 떨어졌다. 평년의 63% 수준에 불과하다.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해(51%)와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제한급수 사태까지 빚었던 충남 지역에서는 ‘가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역 상수원인 보령댐의 저수량이 5330만 m³ 이하로 내려가면 주의가 발효되는데, 현재 저수량은 4900만 m³에 불과하고 저수율은 41.9%로 예년의 80.4%에 그치고 있다”며 “지난해 물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 올해는 하천유지 용수를 줄여 미리 가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가뭄이 지난해 수준으로 심각해져 생활 및 공업용수가 부족해지면 금강도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올 계획이다. 부여 백제보 인근에서 보령댐까지 이어지는 금강도수로는 올해 2월 완공돼 시범 가동만 했을 뿐 아직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안전처는 이날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관계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와 긴급 가뭄대책회의를 열고 가을 가뭄에 대비해 약 100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안전처 이상권 자연재난대응과장은 “9, 10월에 평년 수준의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또 예보가 빗나갈 경우 가뭄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작년과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완도=이형주 peneye09@donga.com / 홍성=지명훈 / 박성민 기자}

천편일률적으로 관리돼 온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정비기준이 마련된다. 각 스쿨존의 보행 환경, 차량 흐름 등의 특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효율적으로 스쿨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안전처는 11일 스쿨존 정비 표준모델 6개 유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한속도 30km를 넘는 간선도로와 이하인 국지도로로 나눈 뒤 각 A~C의 세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했다. A~C 유형은 보행과 횡단 안전성에 따라 결정된다. 안전처의 이번 조치는 끊이지 않는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13세 미만 어린이는 8명으로 2014년 4명의 두 배였다. 2011년 751건에서 2013년 427건으로 줄었던 교통사고도 2014년 523건, 지난해 541건으로 증가 추세다. 스쿨존 사고가 줄지 않는 것은 허술한 시설이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안전처가 사고 다발 스쿨존을 점검한 결과 2011~2013년 시설 개선이 지적된 39곳 중 13곳이 정비를 미루고 있었다. 각 지자체는 보호구역 통합관리 지침에 따라 스쿨존을 관리하지만 어떤 시설을 개선해야 하는지 몰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마련된 스쿨존 정비 기준에 따르면 모든 스쿨존은 어린이보호구역 표지, 주정차 금지 표지, 어린이보호구역과 속도제한 노면표시를 해야 한다. 보행 사고 위험이 큰 곳은 보행로를 확보하고 방호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 횡단 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 안전처는 각 지자체가 스쿨존에 어떤 위험 요소가 많은지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경찰과 함께 개선안을 찾도록 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도로폭을 줄이거나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속도 저감과 관련된 부분은 도로 특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어린 생명을 앗아갔다. 어린이집 주차장에 홀로 방치된 2세 남자아이가 후진하는 통학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10일 발생했다. 지난해 1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관리를 강화한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세림이법 시행 후 통학차량 교통사고로 인한 여섯 번째 어린이 사망자다. 10일 오전 9시 15분경 전남 여수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 송모 씨(57·여)가 몰던 12인승 승합차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승합차에는 어린이 10명이 타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내린 뒤 송 씨는 승합차를 후진했다. 그 순간 뒤에 있던 박모 군(2)이 승합차에 부딪혀 쓰러졌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박 군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송 군은 하차 뒤 2∼3분가량 주차장에 홀로 방치돼 있었다. 인솔 교사 안모 씨(24·여)는 박 군을 제외한 9명만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송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솔 교사가 아이들을 다 데리고 들어간 줄 알고 후진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안 씨가 승차 인원이 모두 제대로 내렸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어린이 통학차량 교통사고로 숨진 13세 미만 어린이는 10명에 달한다. 올 2월에도 충북 청주시에서 8세 초등학생이 태권도학원 차량에 치여 숨졌다. 2015년 세림이법이 시행됐지만 어린이 통학차량 교통사고는 2014년 31건에서 지난해 51건으로 오히려 64.5%나 늘었다. 부상자는 12명(21.8%) 증가했다. 통학차량 운전기사나 인솔 교사의 실수와 부주의 등 교통사고가 아닌 경우까지 포함하면 희생자는 더 늘어난다. 지난달 29일 광주에서 대낮에 통학차량에 8시간 동안 갇혔다가 구조된 4세 어린이는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다. 운전자와 인솔 교사가 하차 인원을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지난해 8월엔 학원차량에서 내려 길을 건너던 8세 초등학생이 옆 차로를 지나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통학차량 정차 시 주변 차량도 잠시 멈춰야 한다는 규정을 안 지킨 탓이다. 경찰 단속 결과를 보면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관심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드러난다. 올 상반기 통학차량 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1만3256건. 어린이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1만755건(81.1%)으로 가장 많았다. 승하차 시 안전지도를 하지 않았거나 운전자가 점멸등을 켜지 않은 경우도 1078건(8.1%)이나 됐다. 동승 보호자를 안 태웠거나(1.6%), 미신고 차량 운행(1.3%)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운전자가 기본적인 안전규정을 무시한 경우였다. 허억 가천대 교수(어린이안전학교 대표)는 “세림이법이 개정됐지만 현장에서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시설 운영자나 운전자의 교육을 늘리고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 / 여수=이형주 기자}
‘사인(死因)은 찾았지만 범인(犯人)은 모르겠다.’ 350만 부산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한 미스터리 가스 냄새의 원인 규명에 나섰던 민관합동조사단이 내놓은 결과다. 국민안전처, 환경부 등 8개 기관의 직원과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도시가스 등에 주입되는 부취제(附臭劑)나 부취제를 포함한 폐기물이 차량 이동 중에 누출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누출 경로를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사인을 찾긴 했지만 범인은 놓친 셈이다.○ 8일간 조사 뒤 내놓은 ‘반쪽 결과’ 지난달 21일 부산 지역에서는 총 25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대부분 “가스 냄새가 난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시민은 구토 증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들의 초동 대처는 미숙했다. 부산시와 소방당국은 관련 악취 신고와 관련된 매뉴얼이 없어 허둥댔다. 부산시는 가스 누출 가능성을 점검하느라 바빴고 소방당국은 냄새 포집 장비가 없어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정부는 악취가 발생한 지 엿새가 지나서야 합동조사단을 꾸렸다. 8일간 진행된 조사를 통해 냄새의 원인을 부취제 누출로 결론 내렸다. 근거는 신고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부취제 냄새를 맡은 신고자 37명 중 34명이 당시 맡았던 냄새와 유사하다고 답했다. 또 부채꼴로 확산되는 공장 누출 사고 등과 달리 신고 지역이 해운대구에서 강서구까지 32km가량 길게 분포한 것을 근거로 차량 이동 중 발생한 누출이라고 판단했다. 합동조사단은 정확한 누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폐기물 관리 업체를 탐문했지만 결국 의심 차량이나 업체를 찾지 못했다. 단장을 맡은 서용수 부경대 교수는 “운행 중이라 차고지에 없는 차량이나 휴가를 떠나 문을 닫은 업체는 조사하지 못했다”며 “명확한 범죄사실이 없어 압수수색 등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명피해가 없는 사고라 원인 규명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악취는 유해화학물질 누출을 1차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환경부(악취방지법, 화학물질관리법), 산업통상자원부(고압가스안전관리법), 국민안전처(위험물안전관리법) 등 관련 법령이 여기저기 나뉘어 있다 보니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명 피해 없다고 수사 중단한 셈” 부산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직장인 서모 씨(38·남구)는 “가스 냄새가 지진과 관련 없다는 걸 강조한 것 말고는 새롭게 확인된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전모 씨(45·해운대구)는 “이번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가 예상치 못한 재해에 얼마나 무력한지 알 수 있다”며 “만일 이번 가스로 인명피해가 났다고 하더라도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가스 냄새가 났던 당일 사무실에서 구토 증세까지 보였던 김모 씨(37)는 “부취제가 원인 같다는 얘기는 며칠 전부터 언론을 통해 나왔다”며 “정확한 원인이나 주범을 찾지 못하고 성급하게 조사를 마무리 짓는 이유가 궁금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합동조사단은 “지난달 22∼26일 울산에서 발생한 악취는 인접한 화학공단에서 나온 이산화황, 황화수소,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만든 악취가 남동풍과 저기압의 영향으로 주거지역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당일 이산화황 등 화학물질 농도가 평소보다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 부취제(附臭劑) ::부취제는 환경오염을 일으키거나 인체에 유해한 물질 또는 폭발성 물질의 누출 여부를 냄새로 감지할 수 있도록 첨가하는 액체다. 보통 ‘가스 냄새’라고 하는 것이 바로 부취제 때문이다. 박성민 min@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장거리 운전, 낯선 도로, 많은 탑승자. 휴가철 교통사고 피해를 키우는 결정적 요인들이다. 4명이 숨진 2일 부산 남구 싼타페 사고 역시 휴가를 맞아 일가족이 물놀이를 가다 빚어진 참극이었다. 지난달 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추돌사고는 장거리 운행에 나선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이유 있는 휴가철 교통사고 증가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휴가철(7, 8월)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월평균 1만9421건이 발생했다. 비휴가철에 비해 5.1% 많다. 특히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비휴가철보다 사고 건수가 19.1%, 부상자가 무려 28.7%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철에는 고속도로뿐 아니라 좁고 곡선구간이 많은 지방도로도 자주 이용한다. 평소엔 잘 이용하지 않다 보니 대부분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해 운전한다. 낯선 도로에서 운전하는 경우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져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1일 오전 3시경 강원 속초시 설악산 인근 국도에서 5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길가에 누워 있던 여행객을 치었다. 피해자는 사망했다. 지리도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가 도로에서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다. 지난달 10일에는 강원 횡성군에서 유모 씨(49)의 중형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충돌해 SUV 운전자가 사망했다. 길을 잘못 들어선 유 씨가 무리하게 역주행하다 발생한 사고였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 졸음운전으로 인한 고속도로 교통사고 치사율은 14.1%다. 전체 치사율(4.7%)의 3배에 달한다. 국도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2일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70대 운전자가 강원 삼척시로 여행을 가다 국도에서 앞서 가던 승용차를 추돌한 뒤 중앙선까지 넘어 마주오던 승용차 3대를 또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첫 추돌 승용차의 동승자가 사망했다. 경찰은 가해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며 “냉각수와 브레이크 오일 점검 등 차량 관리와 안전수칙 준수 등 기본에 충실한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2차 사고가 더 위험 지난달 24일 새벽 경남 양산시 중앙고속도로지선 물금나들목 인근 1차로. A 씨(55)의 승용차가 커브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춰 섰다. 밖으로 나온 A 씨는 갓길로 대피하지 않고 소지품을 챙기러 차량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동승자가 사고 지점 5m 앞에서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삼각대나 불꽃 신호기는 없었다. 그 순간 속도를 줄이지 못한 다른 승용차가 A 씨 차량을 들이받으면서 A 씨가 숨졌다. 고속도로 이용이 잦은 휴가철엔 2차 사고 확률도 높아진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 7월까지 고속도로 2차 사고는 335건이 발생해 183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54.6%로 일반 사고 치사율 8.3%의 약 7배에 달했다. 김동국 한국도로공사 교통사고분석차장은 “사고 잔해를 피해 갓길로 돌진하는 차량이 있기 때문에 사고 지점에서 50m 이상 떨어진 곳이나 갓길 밖 공간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1차 사고 후 서로 책임을 따지느라 도로 위에 서 있는 건 금물이다.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는 도로 위 실랑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과실비율 인정기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뒤 사고 유형별로 각 운전자의 법규 위반 사항 등을 입력하면 현장에서 바로 과실 비율을 알 수 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휴가철 과실 비율 분쟁 건수가 비휴가철에 비해 10.7% 많다”며 “왜 이런 과실 비율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유형별로 단순화한 동영상 자료와 관련 법원 판례도 앱에서 같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차가 왜 이라노, 아이구 아이구, 이거 왜 이래, 애기 애기 애기, 아이구 어짜꼬, 어짜꼬….” 화목했던 가족의 삶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 정도였다. 2일 낮 12시 31분 부산 남구의 한 도로. 한모 씨(64) 부부는 며칠 전 두 손자를 데리고 친정에 온 딸(33)과 싼타페 차량을 몰고 물놀이를 가던 길이었다. 갑자기 한 씨가 “차가 왜 이러느냐”라며 다급하게 외쳤다. 제동장치에 문제가 생긴 듯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질주했다. 차량은 정지신호까지 무시하고 사거리를 지나쳐 주차 중이던 대형 트레일러 차량의 뒷부분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싼타페에 탔던 한 씨의 딸(33)과 두 손자(3세, 생후 30개월), 부인 박모 씨(60) 등 4명이 숨졌다. 한 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경찰이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싼타페는 트레일러를 세차게 들이받은 뒤 앞뒤로 여러 번 회전하다 멈췄다. 이 과정에서 세 살배기 손자는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간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박 씨와 딸은 두 아이를 안은 채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았다. 한 씨는 경찰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들어서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블랙박스에는 사고 지점 약 300m 전부터 “차가 왜 이럴까. 아이들은 어떡하냐”는 어른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녹음됐다. 경찰은 차량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싼타페 차량이 추돌한 트레일러는 3차로에 불법 주차 중이었다. 운전사는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지점은 부두 근처여서 평소 갓길이나 도로 한쪽에 불법 주차 중인 대형 화물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남구의 한 주민은 “부두가 가까워 낮에는 물론이고 심야에도 화물 차량이 불법 주차를 많이 해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사고가 났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 위 ‘숨겨진 흉기’다. 교통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터미널이나 항만 주변에 불법 주차된 전세 버스나 트레일러로 인한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4일에는 강원 원주시 반계저수지 인근 지방도에서 2차로에 불법 주차된 1t 트럭과 승용차가 충돌해 승용차 운전자가 숨졌다. 지난해 2월에는 부산 충장대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불법 주차된 트레일러와 충돌해 20대 여성 2명이 숨졌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법 주정차 근절을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단속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영국과 일본은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은 곳은 민간 경비업체에 맡겨 꾸준히 단속한다”라고 말했다.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박성민 기자}

“어느 날 운전을 하는데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헷갈리더군요.” “사고를 내는 것보단 조금 불편한 게 낫습니다. 손주들이 가장 기뻐하네요.” 일본 야마나시(山梨) 현 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운전면허 반납자들의 사연이다. 간혹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 아쉬움도 묻어났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젠 사고 날 걱정이 없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1998년부터 운전면허 자율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운전에 자신이 없거나 면허가 필요 없을 경우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하는 제도다. 면허 반납자의 약 95%는 65세 이상 고령자다. 반납자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2011년 한 해 7만 명에서 2012년 10만 명을 넘었고, 2014년엔 20만 명이 면허를 반납했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 일본의 고령 운전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스스로 운전대를 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결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우선 운전을 하지 않아도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택시 쿠폰 등을 제공한다. 2년 전 뇌경색 후유증으로 면허를 반납한 나카무라 괴스케 씨(88)는 “차가 없으면 시장에 가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택시 쿠폰이 있어 지금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택시 쿠폰 5만 엔(약 54만 원)어치를 받는다. 교통수단뿐만이 아니다. 면허를 반납하고 받은 ‘운전경력 증명서’를 내면 숙박이나 온천 요금을 반으로 깎아주는 곳도 많다. 첫 방문 때 진료비를 받지 않는 병원, 노인 용품이나 음식값 할인 등 혜택도 다양하다. 하승우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면허 반납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복지 혜택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고령 운전자 200만 시대’에 접어든 한국은 어떨까. 고령 운전자 사고가 늘면서 한국에서도 운전면허 반납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정부는 본격적인 검토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 이천시가 올해 3월 전국 최초로 운전면허 반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70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 요금 등을 재정에서 지원해주는 내용의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한 것이다. 조례안을 발의한 서광자 이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미온적이라면 지방자치단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며 “하반기에 시청, 경찰과 함께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달 말 이천터미널에서 만난 이창복 씨(78)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껴 몇 년 전 운전을 그만뒀다”며 “노인들에겐 교통비 지원이나 할인 혜택을 주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3.7%가 운전면허 반납제 도입에 찬성했다. 그 대신 보조금(28.4%), 교통비(26.6%), 의료비(23.2%) 등 복지 혜택 제공을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효과 만점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경찰과 각 지자체의 호흡도 중요하다. 최근 2년 동안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경북 영주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영주시는 올 상반기 고령 운전자 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에 4억 원을 들여 중앙분리대와 발광다이오드(LED) 횡단보도 등을 설치했다. 영주경찰서 관계자는 “경찰과 지자체가 예산 투입을 놓고 기 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주시는 교통안전 예산 지원에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영주시는 동아일보가 분석한 고령 운전자 사고 위험도 평가에서 경북 지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1등급을 받았다. 전북 장수경찰서는 직원들이 매일 각 마을을 돌며 안전 운전과 보행 요령을 안내하는 방송을 한다. 반복 학습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전남 장성경찰서는 노인들이 손가락이나 지팡이에 낄 수 있는 야광 반지를 보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덕분에 최근 3년 동안 고령 운전자 사고 사망자는 3명에 그쳤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제보·의견: save2000@donga.com}

원본/광주=이형주·박성민 기자 기획·제작/김재형 기자·장대진 인턴 }
“기본적인 안전도 지키지 않은 어이없는 사고에 피눈물이 납니다. (버스에 갇히면) 어른도 몇 분 버티기가 힘든데 8시간이나 고통스러웠을 아이를 생각하니….” 유치원 통학버스 내부에 방치됐다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최모 군(4)의 아버지(43)는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는 폭염 속 찜통이나 다름없었던 통학버스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쓰러진 아들을 떠올리면 심장이 오그라든다고 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29일 오전 7시 최 군은 출근길 아버지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1시간 뒤 엄마 이모 씨(37)와 함께 집 앞 편의점에 가 평소 갖고 싶었던 장난감이 든 초콜릿을 한 개 샀다. 그리고 오전 9시 “잘 다녀오라”라며 손을 흔드는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유치원 통학버스에 탔다. 최 군을 태운 버스는 1km 떨어진 유치원에 1분여 만에 도착했다. 인솔 교사 정모 씨(28·여)가 먼저 내려 다른 어린이 8명의 하차를 도왔다. 운전사 임모 씨(51)는 통학버스를 세차한 뒤 유치원에서 1.5km 떨어진 도로에 주차했다. 그리고 문을 잠갔다. 임 씨가 다시 통학버스를 찾은 건 8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4시 40분경. 찜통처럼 뜨거워진 버스 내부를 환기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던 중 뒤쪽에서 두 번째 의자에 쓰러져 있던 최 군을 발견했다. 이날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5.3도까지 치솟았다. 최 군은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위독하다. 올해 제정된 광주시교육청 통학버스 안전규칙에 따르면 인솔 교사와 운전사는 어린이가 통학버스에 승하차할 때 반드시 뒷좌석까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정 씨는 경찰에서 “내부를 살펴봤는데 인기척이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임 씨는 “인솔교사가 확인한 것으로 믿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최 군의 아버지는 “집과 유치원 사이 운행 시간이 1분에 불과한데 잠이 들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차량 내부를 아예 살펴보지 않은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유치원은 평소 원생 180명이 생활했지만 이날은 방학이라 30명이 등원했다. 하지만 원장 박모 씨(52·여)와 주임교사 이모 씨(34·여)도 원생들의 출석을 점검하지 않았다. 광주지방경찰청은 31일 정 씨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통학버스에 탑승한 어린이들에게 당시 상황을 들어보는 등 각종 의문점들을 확인할 방침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통학버스에 어린이가 방치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던 12인승 통학버스에 이모 양(5)이 2시간가량 갇혔다. 이 양은 다행히 잠겨 있지 않은 버스의 문을 스스로 열고 나와 화를 면했다. 어린이집 측은 원생들의 하차는 물론 등원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고, 점심시간을 앞두고서야 이 양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뒤늦게 어린이집 입구에서 우는 이 양의 울음소리를 듣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광주북부경찰서는 당시 정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자료를 삭제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어린이집 관계자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지난해 1월부터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 관리를 강화한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지만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외국은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 관리가 매우 엄격하다. 미국은 어린이들이 모두 차에서 내린 뒤 운전자가 전 좌석을 확인해야만 정상 운행할 수 있다. 허억 가천대 교수(어린이 안전학교 대표)는 “운전사나 인솔교사들이 하차 순간만 지켜보는 일이 많다”라며 “안전관리의 기본은 정확한 인원 파악”이라고 말했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박성민 기자}

이번 주말 영동고속도로에 전국의 ‘암행 순찰차’가 집결한다.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를 계기로 버스 등 대형 차량의 불법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정부 차원의 대책도 마련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다음 주에 사업용 대형 차량의 종합안전대책을 발표한다.○ 졸음 음주 과속 ‘콕’ 찍어 단속한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23, 24일 암행 순찰차 7대가 영동고속도로에 투입된다. 암행 순찰차는 겉모습이 일반 승용차와 같다. 보닛과 앞좌석 양쪽에 경찰 마크가 붙어 있을 뿐이다. 다른 차량과 같이 도로를 달리다 단속 대상을 포착하면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린다. 경찰은 올 3∼5월 암행 순찰차 2대를 시범 운영한 뒤 이달부터 10대로 늘려 고속도로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번 주말 영동고속도로에는 10대 중 7대가 단속에 나선다. 이번 단속의 대상은 고속버스와 화물차 등의 졸음운전뿐 아니라 음주 운전, 과속 등이다. 특히 대형 차량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과속 방지용 속도 제한 장치도 확인한다. 속도 제한 장치는 자동차가 일정 속도를 넘어가면 중앙제어장치(ECU) 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엔진 연료의 주입을 정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경찰은 만약 속도 제한 장치가 고의로 제거됐거나 작동이 멈춰져 있을 경우 해당 정비업체도 수사를 통해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반율이 가장 높은 과속만 막아도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라며 “집중 단속 기간이 끝난 뒤에도 전국 고속도로에서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차량 불법 행위 뿌리 뽑는다 버스와 화물차 등 대형 차량은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가 훨씬 크다. 올 5월 남해고속도로 창원1터널에서 버스와 승용차 등 9대가 추돌해 관광버스 사이에 끼인 소형 승용차 탑승자 4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엔 충남 서산에서 25t 화물차가 급회전하다 왼쪽으로 넘어지면서 승용차를 덮쳐 3명이 숨졌다. 지난해 시내버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09명으로 전년(125명)보다 줄었지만 시외·고속·전세버스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4년 60명에서 지난해 81명으로 늘었다. 또 버스 1만 대당 버스 사고 사망자(2011년 기준)는 프랑스 0명, 영국 0.64명, 독일 1.32명에 비해 한국은 34.57명에 달한다. 국토교통부는 4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봉평터널 사고를 계기로 사업용 대형 차량의 사고를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무리한 운행을 막기 위해 운전자의 운행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 직군에 사업용 차량은 포함돼 있지 않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장 도입 가능한 정책은 연속 주행 시간을 규정하거나 의무 휴식 시간을 정하는 것”이라며 “현재 차량별로 설치돼 있는 운행기록계를 개인별로 지급해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예방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업용 차량의 운전자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의 경우 일반 운전자의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지만 사업용 차량은 0∼0.02%다.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2011년부터 5년간 전남 영암군에서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42명이 사망했다. 노인 인구(65세 이상) 1만 명당 연평균 5.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남 나주시에서도 같은 기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43명이 숨졌다. 연평균 3.1명으로 시 단위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많았다. 19일 동아일보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자문해 최근 5년간의 고령 운전자 사고를 지방자치단체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고령화로 인한 농촌의 교통사고 위험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 1만 명당 사망자는 영암군에 이어 전남 영광군 3.9명, 충북 증평군 3.7명, 충남 홍성군 3.2명 순이었다. 도시와 농촌의 고령자 교통안전 격차도 컸다. 광역자치단체별 치사율(사고 1건당 사망자)의 경우 충남은 8.0%였지만 서울은 1.4%에 그쳤다. “회전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진입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아찔하죠.” 11일 충남 홍성터미널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이기근 씨(64)는 “시골 운전이 도시보다 결코 안전하지 않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베테랑 운전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그는 “순찰차가 안 다니는 외진 도로일수록 헬멧을 쓰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는 어르신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날 두 시간 넘게 홍성군 일대에서 마주친 고령 운전자 16명 중 9명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 헬멧 안 쓰고 질주하는 오토바이 이날 오후 홍성군청 인근의 한 지방도. 급커브 구간과 어린이보호구역이 이어져 제한속도가 시속 40km를 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탄 한 노부부가 기자가 탄 택시를 따라잡더니 순식간에 앞서갔다. 시속 70km는 넘어 보였다. 뒤에 탄 여성은 헬멧도 쓰지 않았다. 주민 현춘관 씨(69)는 “도청이 들어온 내포신도시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홀로 남은 노인들이 이동 수단이 없어 스쿠터를 새로 배우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홍성경찰서도 잇따르는 이륜차 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홍성에서 올해 교통사고로 숨진 6명 가운데 4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이들은 모두 이륜차를 타고 있었다. 3월엔 역방향으로 질주하던 이모 씨(81)가 마주 오던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해 숨졌다. 경찰은 “U턴이 귀찮아 반대 방향으로 달렸거나 진입 방향을 착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농촌에서 발생하는 고령 운전자 사망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이륜차다. 지난해 전남에선 33명, 충남에선 24명이 이륜차 사고로 숨졌다. 각각 전체 고령 운전자 사고 사망자의 38.8%, 29.6%를 차지했다. 반면 서울은 3명(3.8%)에 불과했다. ○ 고령 운전자 사고 많은 이유 있다 지난달 3일 전남 영암에서는 새벽에 논일을 나온 60대 노인이 70세 운전자가 몰던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광주 새벽장에 가던 가해 차량 운전자는 경운기 옆에 서 있던 피해자를 미처 보지 못해 사고를 냈다. 12일 기자가 찾은 사고 지점엔 가로등도 없었다. 주민 김모 씨(72)는 “위험해도 깜깜한 게 낫다”며 “시골엔 농작물 생장에 방해가 돼 가로등을 꺼 두거나 아예 없는 곳이 많다”고 했다. 영암경찰서 관계자는 “광주, 목포, 해남, 강진 등으로 가는 차량이 반드시 거치는 교통 요충지인 데다 대불산업단지가 있어 도내 다른 지역에 비해 차량 통행량이 매우 많다”라고 고령 운전자 사고가 잦은 이유를 설명했다. 낙후된 도로도 문제다. 농촌 지방도에선 중앙선이 지워지거나 움푹 파인 도로를 흔히 볼 수 있다. 산과 논밭이 많은 지형 탓에 도시보다 급커브 구간도 많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농촌에선 커브길 이탈 사고가 잦은 편”이라며 “도로가 굽은 정도에 따라 제한속도를 재정비하고 안전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술에 취한 트랙터와 경운기 농기계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0년 39명에서 2014년 75명으로 급증했다. 사망자 341명 중 60대 이상이 75%(258명)였다. 치사율은 16.5%로 일반 교통사고의 7배에 달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습관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4월부터 농기계 음주운전을 금지했지만 훈시 규정이라 제재할 수단이 없다. 전문가들은 지역 맞춤형 교육을 강조했다. 회전 교차로나 점멸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부주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기초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상옥 연구원은 “저렴하면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100원 택시’와 같은 맞춤형 이동 수단을 지자체들이 보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홍성·영암=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음주운전 사범이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음주운전은 ‘살인’에 준하는 행위인 만큼 사면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지만 면허 취소나 정지 처분을 받은 운전자들은 “경제 사범들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7일 “음주운전 사범은 특별사면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무관용 원칙’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기엔 음주운전을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전년보다 1.5%(9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 상반기(1∼6월)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자 사망자가 171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329명)에 비해 48%(158명)나 감소한 것이다. 경찰은 특별사면이 모처럼 조성된 음주운전 근절 분위기를 해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직접 음주단속에 나서는 경찰들도 “이미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을 통해 구제되는 사례가 많은데 특별사면까지 하면 ‘음주운전 한 번은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을 없애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운전면허를 쉽게 재취득하면 단속과 처벌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운전자의 경우 면허 재취득을 더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 화물차, 택시, 버스 운전사는 1013명. 사업용으로 등록되지 않은 소형버스나 화물차 운전사까지 포함하면 3093명이나 된다. 지난달 30일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12%의 택시 운전사가 앞 차량과 전신주를 들이받아 승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해 운전사는 4년 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지만 1년 만에 면허를 다시 받았다. 하지만 음주운전 초범에게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면허 취소 기간이 너무 길면 무면허 운전 등 또 다른 범법 행위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벌금 등 다른 제재 수단을 함께 고려해야 음주운전을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민안전처는 15일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 시범 운영을 실시 한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형별로 15개 기관, 21개 번호로 운영되던 긴급신고전화는 119(재난), 112(범죄), 110(민원상담)으로 통합된다. 미국은 긴급신고(911)와 비긴급신고(311), 독일은 범죄(110) 재난(112) 민원(115) 신고로 운영 중이다. 김영갑 국민안전처 긴급신고통합추진단장은 “기존 긴급신고 번호도 당분간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률이 낮은 번호는 점차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6월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19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88명에 비해 242명(11.1%) 줄었다. 경찰은 부상자가 치료 중 숨질 가능성을 감안해도 사망자가 전년보다 최소한 10%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이 두 자릿수에 이른 것은 2002년 연간 10.8%(전년 대비 875명 감소) 이후 처음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2.2%(176.8명) 감소에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사망자를 400∼500명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예상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다. 지난해 상반기 329명에서 올해 171명으로 48%(158명)나 줄었다. 4월부터 검찰과 경찰이 사망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와 방조범 처벌을 강화한 효과가 컸다. 단속 및 처벌 강화 전후로 각 2개월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한 결과 66명에서 38명으로 42.5%나 줄었다. 보행 사망자도 지난해보다 12.8%(107명) 줄었다. 보행 사망자는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8.8%에 달했다. 경찰은 올해 보행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도심 이면도로 제한속도를 낮추고 이동식 과속 단속을 강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감소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4000명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4621명이었다. 동아일보는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 연중 기획을 통해 △음주운전 처벌 강화 △도심 제한속도 하향 조정 등을 제안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임정숙 씨(68·여)의 택시는 51년째 서울을 달린다. 임 씨는 1966년 열여덟 나이에 운전면허를 딴 뒤 한 달 만에 택시를 몰았다. 국내 최초의 고가도로인 아현고가도로(1968∼2014년)가 건설되기도 전이었다. 그 사이 도로 환경은 크게 달라졌지만 임 씨는 아직도 하루 8시간 이상 운전할 만큼 건강하다. ‘무사고 운전’ 경력은 임 씨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그는 1967년 차량 결함 사고 이후 여태껏 사고를 낸 적이 없다. ‘49년 무사고 운전’의 비결을 듣기 위해 함께 도로 위에 나섰다.○ 서행, 또 서행… 초보처럼 운전하라 “나도 한때는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30분 만에 달리던 폭주 소녀였어요.” 지난달 21일 임 씨는 택시에 오른 기자에게 ‘고백’했다. 스피드를 즐기던 19세 소녀가 과속 습관을 고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임 씨는 “처음 면허를 땄을 때보다 차량은 많아지고 도로는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행 환경이 변했는데 과거의 운전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사고를 낼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임 씨는 나이가 들수록 작은 신체 변화도 무심코 넘기지 않았다. 4년 전 백내장 초기 증상이 나타나자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야간운전이 잦은 택시기사에게 시력 감퇴는 치명적이다. 임 씨는 “눈이 계속 나빠지는데도 어림짐작으로 운전대를 잡는 노인이 많다”며 “절대 자신의 운전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옆 차로의 교통 흐름이 더 빨랐지만 임 씨는 차로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도심으로 진입해서는 가급적 1차로 주행을 피했다. 추월을 하지 않으니 답답함을 느낄 승객도 있을 것 같았다. 임 씨는 “차로를 자주 바꾸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1차로는 중앙선 침범을 우려해 달리지 않는다”고 했다. 중앙선을 밟으며 달려오는 화물차, 야간에 시야를 위협하는 전조등 등 1차로는 돌발 변수가 많아 고령 운전자에게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잠깐 방심한 사이 운전자 본인이 중앙선을 넘을 수도 있다. 느리게 한 차로만 고집한 덕에 임 씨의 손과 발은 주행 내내 한가했다. 급하게 핸들을 꺾거나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았다. 그 대신 두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는 “앞뒤로 2대씩과 양 옆의 2대까지 차량 6대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달린다”고 말했다. 주행 방향과 옆 차로의 차량 흐름을 파악하면서 안전거리를 무시하는 차량은 미리 피한다.○ “판단은 빨리, 조작은 천천히” 신체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예측 운전’ 습관이 생겼다. 왕복 2차로 이면도로에 들어서자 빼곡히 주차된 차량이 시야를 가렸다. 하굣길 아이들이 불쑥불쑥 차도로 튀어나왔다. 임 씨의 시선이 향한 곳은 주차 차량의 바퀴 주변. 그는 “앞만 보고 달리면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 바퀴 주변에 사람 다리가 보이면 미리 속도를 늦춘다”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는 차량, 보행자, 신호 등 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입력되면 판단이 느려지기 쉽다. 임 씨는 고가도로 진입부의 사고 흔적을 가리키며 “고가도로에 오를지 말지 망설이다 핸들을 못 돌려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젊을 때보다 빨리 결정하고, 여유롭게 핸들과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50년 이상 운전대를 잡는 동안 사고가 날 뻔한 순간도 많았다. 임 씨는 그럴 때마다 먼저 고개를 숙인다. 상대 과실이 클 때도 마찬가지다. “아들뻘 되는 운전자에게도 먼저 사과를 해요. 도로 위에서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요.” 최근 부쩍 늘어난 도로 위 ‘헐크족’에게도 당부를 남겼다. “도로는 누가 빨리 가는지 경주하는 곳도, 내 차가 좋다고 과시하는 곳도 아니다”며 “교통법규를 준수하듯 예의를 꼭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80대 운전자가 젊었을 때 감각만 믿고 운전대를 잡으면 어떨까.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수영처럼 몸으로 배운 기능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운전은 다른 활동에 비해 몸의 움직임도 적은 편이다. 심지어 장애가 있어도 보조 장치의 도움으로 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지난달 20일 경북 상주시 교통안전교육센터. 기자는 직접 80세 노인이 되기로 했다. 근육과 관절 움직임을 제약하는 노인 체험 장비를 착용했다. 팔다리를 쉽게 구부릴 수 없었다. 허리 지지대를 착용하니 몸이 30도가량 굽었다. 노인성 질환인 백내장 증세를 구현한 안경을 쓰고 방음 스펀지로 귀를 막았다.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자신감이 사라졌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시야가 흐려 계기반의 눈금도 잘 보이지 않았다. 상체가 앞으로 쏠려 좌우 시야도 좁게 느껴졌다. “시속 80km를 유지하세요.” 무전이 계속 울렸지만 일정 속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곡선 주로에서는 핸들을 늦게 꺾어 코스를 이탈할 뻔했다. 실험을 주관한 교통안전공단 하승우 교육개발처 교수는 “시청각 능력이 감퇴하면서 속도와 균형 감각이 둔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60대의 시력은 30, 40대보다 평균 20%,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시력은 이보다도 30%나 떨어진다. 쉬운 직선 코스에서도 실수를 연발했다. 시속 80km를 넘기자 도로 양쪽에 세워 둔 러버콘(고깔 모형) 16개 중 3개를 치고 지나갔다. 팔다리가 뻣뻣해 세밀한 핸들 조작이 어려웠다. 돌발 상황을 가정해 신호에 따라 급차로 변경을 시도했지만 10번 중 3번은 핸들을 제 때 꺾지 못했다. 사고를 내지 않으려면 서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속도를 시속 60km로 낮추자 장애물 충돌 없이 코스를 통과했다. 장비를 벗었을 때 25초가 걸린 S자 코스(20m)를 사고 없이 지나려면 40초가 걸렸다. ‘T자 코스’ 후진 주차는 천천히 시도해도 각도가 어긋나거나 차선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 교수는 “실제로 교육받으러 온 사업용 차량 운전자 중에는 200m 직선 주행조차 힘든 고령자가 있었다”며 “본인의 몸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상주=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든이 코앞인데 운전대를 잡는 건 욕심이야 욕심.” 16일 서울 동대문구 모범운전자회 사무실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김형주 씨(70)는 자신의 ‘운전 유효기간’을 길어야 5년으로 보고 있다. 운전에는 정년이 없지만 김 씨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운전대를 놓을 생각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몸 상태가 하루하루 달라지는 걸 느낀다”며 “운전을 꼭 해야 한다면 건강검진을 수시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고령 운전자 상당수는 운전면허 관리 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6일부터 17일까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함께 도로교통공단 교육생, 동대문경찰서 모범운전자회 소속 택시 운전사 등 고령 운전자 2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0.2%(104명)가 “적성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운전면허 유지 조건을 강화하면 ‘과잉 규제’나 ‘노인 폄훼’라는 이유로 노인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이제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적성검사 강화를 적용할 시기는 75세(53.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나이(평균 74.7세)와 비슷했다. 고령자 전체를 ‘교통사고 위험군’으로 낙인찍기보다 초고령자나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적성검사 주기는 3년(33.1%)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1년과 2년이라고 답한 고령 운전자도 38.9%나 됐다. 현행 적성검사는 1종 면허는 65세, 2종은 70세부터 5년마다 받아야 한다. 고위험군을 미리 확인하기 위한 수시적성검사 도입에도 긍정적이었다. 치매 진단을 받거나 가족 등 주변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수시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84%, 74.5%였다. 그 대신 고령자 면허 관리에 융통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일시적으로 건강이 나빠졌을 경우 회복 때까지 면허 효력을 중단시키는 ‘면허 일시정지제도’에도 71.4%가 찬성했다. 택시 운전사 서강식 씨(73)는 “손을 덜덜 떠는데도 생계를 위해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고령의 택시 운전사들도 있다”며 “검사를 강화하면 고령 운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받지 않고 오히려 마음 놓고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국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현재 13.1%다. 고령화사회(7% 이상)를 넘어 고령사회(14% 이상)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10년 후인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로의 진입이 확실시된다. 빠른 고령화의 부작용은 교통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1년 605명에서 지난해 815명으로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비율은 2015년 17.6%에 달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더 이상 ‘도로 위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 이창준(가명·74) 씨는 요즘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 30년 넘은 그의 운전 경력은 지난해 말 멈췄다. 같은 해 10월 강원도에서 운전 중 교통사고로 주민 2명을 숨지게 한 뒤부터다. 이 씨는 사고 이후 외출도 꺼릴 정도다. 당시 사고는 동시에 여러 방향을 확인해야 하는 교차로에서 이 씨가 좌회전하면서 반대 차로에서 오는 승용차를 보지 못해 일어났다. 겉으로는 부주의가 원인이지만 고령에 따른 신체능력 저하가 배경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교통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발생한 고령 운전자 교통 사망사고 10건을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시력 등 신체능력 저하로 기본적인 정보 자체를 잘 얻지 못하거나 △정보를 얻어도 급정거 등 즉각적인 반응을 못하고 △전진·후진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운전 조작을 못하는 등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다.○ 돌발 상황에 대응 속도 늦어져 “(사고 상황을) 전혀 보지 못했다.” 이번에 분석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에서 가해자가 된 노인들이 가장 많이 한 진술이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떨어지면 도로 위 전방 상황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얻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충분히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지난해 12월 울산에서 73세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행인 2명이 숨졌다. 해가 지기 직전인 오후 5시 40분경 침침해진 눈 때문에 앞을 잘 보지 못한 탓이었다. 3년 전 뇌중풍 수술도 받았던 운전자는 평소에도 가족들에게 “눈이 잘 안 보이니 운전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지만 이날도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냈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북구 미아역에서 수유 사거리 쪽으로 가던 71세 개인택시 운전자가 손수레를 끌고 가던 70대 남성을 보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자신의 손수레에 깔려 사망했다. 사고 시간은 오후 6시 45분. 당시 운전자는 시속 30∼40km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주행하고 있었지만 앞에 있던 손수레와 피해자를 보지 못했다. 사고 발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3월 경기 하남시에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던 70세 운전자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3차로에서 1차로로 이동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던 80대 보행자를 치었다. 운전자는 보행자를 그대로 깔고 지나가 10m가량을 더 이동했다. 보행자는 결국 사망했다. 운전자는 지나던 사람이 버스로 다가가 운전석 유리창을 치며 말할 때까지 사고를 낸 사실을 몰랐다.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현장을 보면 도로 위가 비교적 깨끗한 곳이 많다. 급정거 흔적이 거의 없다. 돌발 상황을 맞닥뜨려도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아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시에서 여모 씨(76)는 평소 다니던 편도 2차로에서 운전하던 중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주부를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 급정거를 한 흔적은 없었다. 뒤늦게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대응을 못한 것이다. 경북 구미시에서 78세 택시 운전자가 뒤편에 있던 80대 여성과 충돌한 사고 현장에도 브레이크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평범한 도로에서 대형 참사 운동신경 저하가 비정상적인 운전으로 이어져 참사를 빚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10월 강원 인제군에서 속초로 향하던 78세 운전자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휴게소에서 차를 뺀다는 것이 오히려 후진을 해 울타리 역할을 하는 화단을 타고 넘어가 도로까지 나가 버리고 만 것이다.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온 차량은 달려오던 차와 충돌했다. 지난해 9월 경남 산청군에서는 78세 고령 운전자가 커브 길에서 운전대를 제대로 틀지 못해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동승자가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경남 의령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도 똑같이 85세 운전자가 커브 길에서 회전을 잘 못해 동승자 2명이 숨졌다. 두 사고 모두 현장은 사고가 자주 나는 길도 아니었다. 회전반경을 넘어설 만큼 과속을 한 것도 아니었다. 젊었을 때는 무리 없이 틀 수 있었던 길에서 조작능력이 떨어지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