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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을 쏟아내며 무역전쟁을 벌여오던 미국과 중국이 7일 베이징에서 본격적인 무역 협상에 돌입했다. 양국이 합의한 90일 간의 휴전 시한(3월 1일)을 앞두고 실무 협상팀이 처음으로 테이블에 마주앉는 자리다. 경제 문제 외에도 세계 패권을 다투는 양국의 정치, 사회, 외교적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시한 내에 절충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해결 원한다”는 트럼프의 자신감 8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차관급 협상에 미국 측에서는 제프리 게리쉬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재무부, 농무부, 국무부 및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담당자들이 참여한다. 중국 측은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을 비롯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등 부부장급이 포진했다. 베이징청년보는 이날 오전 미국 국기와 대사관 번호판을 단 차량 약 10대가 상무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를 했다며 “중국과 대화가 잘 되고 있고 중국이 협상 타결을 원한다”고 낙관했다. ‘중국이 미국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압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 지도부는 ‘기술 강제이전’ 등 미국의 핵심 요구에 “근거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시 주석의 최측근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은 최근 미국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는 외국 기업의 기술 이전을 강제하는 국가 정책이 없다.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기술을 자본처럼 투자해 수익을 얻었다면 그 기술은 투자 요소이기에 이를 강제 이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인식 차이가 큰 만큼 향후 두 달 안에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7일 “중국이 백기를 들고 싶다면 일찌감치 들었고 미국의 관세 부과에 결연한 보복 행동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역 분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중국 화웨이도 이날 데이터센터용 등 자체 상표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는 중국의 전략으로 풀이했다. ●까다로운 7대 협상 과제 블룸버그는 이번 협상의 7대 핵심 사안으로 △지식재산권 △화웨이와 5G △중국제조 2025 △에너지 △농산물 수입 △자동차 관세 △은행 시장 개방을 꼽았다. 이 외 남중국해, 북한, 대만 등 양국 간 정치 외교 현안들이 보이지 않는 협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 군함이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며 “미 군함에 즉시 떠나라고 경고했다”고 날을 세웠다. 투신취안(屠新泉)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이번 협상은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집중하는 자리”라며 “관세 문제 최종 타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정부도 협상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인식만큼은 분명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정부는 영국 다이슨의 헤어드라이어 모조품을 대량으로 제작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가 핵심 의제인 것을 감안해 중국이 자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노력을 부각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왕 부주석은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미중 무역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도 이달 중 방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회동해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지난해 11월 잠적한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의 미국 망명 신청설에 대해 미 정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조 대사대리의 신변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데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라는 이유에서 신중하게 대응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무부는 5일 동아일보·채널A의 망명 신청 관련 질의에 “(연방정부 셧다운 등으로) 현재 언론 대응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언론의 질의에 “망명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요청을 다루는 국무부에 문의하라는 것 외에 달리 전할 내용이 없다”고만 답했다. 외교안보 분야 관계자들도 이 사안에 대해 모두 함구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전문가와 미국 언론들은 조 대사대리의 행방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미가 전격 취소된 배경에 조 대사대리의 잠적이 있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절대 미국이 조 대사대리 행방에 개입하면 안 된다’라고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라며 “(김영철 방미 취소와 조 대사대리 잠적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AP통신은 “북한 엘리트 출신 고위직의 망명이 서울, 워싱턴과의 외교적 대화를 추진하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크게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1년간 전례 없는 외교적 접촉을 시도하면서 국제적으로 합법적 정상의 지위를 확보하려던 김정은에게 굴욕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장승길 전 주이집트 북한대사관 대사,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등 전직 외교관들의 망명 사례를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조 대사대리의 미국행이 성사된다고 해도 극비리에 이뤄지고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장승길 대사가 미국으로 망명한 지 20여 년이 되도록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것처럼 북한 고위 인사의 망명은 철저한 보안 유지 사안”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 기자}

2일 미국 수도 워싱턴을 대표하는 링컨기념관 앞 간이 화장실의 줄이 유달리 길어 보였다. 미국 연방정부 업무 일시 정지(셧다운) 여파로 기념관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 인파에 섞여 간이 화장실 이용 차례를 기다렸다. 순서가 다가올수록 악취가 코를 찔렀다. 화장실 안에는 오물이 가득했다. 한 10대 여학생은 기자에게 “미국의 수도 워싱턴 한복판에 저렇게 더러운 시설이 있다는 것이 창피하다”고 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논란으로 2018년 12월 21일부터 시작된 셧다운이 2주를 넘겼다.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이 된 3일 116대 미 의회 개원 첫날을 맞아 일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멕시코 국경장벽 부분을 제외하고 작성한 예산이어서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상원을 통과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셧다운 사태가 언제 해소될지 불투명하다. 이날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에 오른 민주당 낸시 펠로시 의원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은 없으며 대통령 탄핵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 후 이렇게 많은 지지를 받은 적이 없다. 장벽 건설 철회는 없다”고 맞불을 놨다. 양측 대립이 이어지면서 전례 없는 당파 싸움과 국론 분열로 인한 미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비된 수도 워싱턴 국무부, 상무부, 교육부 등 주요 행정부처에선 생기조차 사라지고 있다. 셧다운 후 국무부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2일 기자에게 “대부분의 사무실이 텅텅 비었다”며 “북한 이란 등 핵심 외교안보 임무를 맡은 일부 필수 인력만 남아 있더라”고 했다. 그는 “까다롭기로 악명 높던 국무부 보안검사 절차도 아예 사라져 살짝 걱정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가 찾은 국무부 청사 주변도 한산함만이 가득했다. 자동차가 빼곡했던 인근 공용 주차장도 텅 비었다. 밤늦게까지 영업하던 일부 식당도 오후 1, 2시에 문을 닫았다. 워싱턴의 대표 관광지인 ‘내셔널 몰’ 광장 역시 관광객으로 넘쳐나던 평상시와 다른 풍경이었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인근에선 관광객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날은 셧다운 여파로 박물관마저 문을 닫은 첫날. 휴관 소식을 들은 관광객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린 듯했다.○ 일상이 된 셧다운 “셧다운에 놀라는 사람이 없어요. 다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만 으쓱하고 말죠.” 1일 8선 출신의 스티브 이즈리얼 전 연방 하원의원(민주·뉴욕 3선거구)이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셧다운이 더 이상 이례적이거나 예측 밖 사건이 아니며 유권자들도 둔감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셧다운 주기는 확연히 짧아지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5년 12월 시작된 21일간의 셧다운 후 다음 사례는 18년이 흐른 뒤인 2013년 9월 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발생했다. 약 4년 4개월 뒤인 2018년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또 셧다운이 발생했다. 그리고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2018년 12월 21일 그 위기가 재연됐다(2018년 2월 9일 하루짜리 셧다운 제외). ‘18년→4년→1년’이란 주기 변화만 봐도 셧다운의 일상화가 피부로 느껴진다. 빌 슈나이더 조지메이슨대 정치학과 교수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셧다운이라는 극단적 수단이 워싱턴의 일상이 됐다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불어나는 경제적 피해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셧다운이 진행되는 매주 미 국내총생산(GDP)이 12억 달러(약 1조3560억 원)씩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연구원도 셧다운이 올해 1월 말까지 계속되면 미 GDP가 87억 달러(약 9조8310억 원) 줄고 1분기 미 성장률 또한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워싱턴은 도시경제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BLS) 등에 따르면 워싱턴 광역권 고용 인원의 52%에 달하는 170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연방정부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워싱턴 주민 둘 중 한 명이 연방정부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셈. 이들의 급여 지급이 중단되면 소비심리 위축 및 내수 악화가 불가피하다. 누구보다도 두려움을 안고 있는 이들은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정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약 190만 명의 인디언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네바다, 미시간, 위스콘신, 아이다호주 등의 인디언 부족 거주 지구에서 식량, 생필품, 의약품 부족 사례가 빈번하다. 캔자스주 포타와토미의 인디언 조지프 러프닉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셧다운은 언제나 가장 궁핍한 사람들에게 먼저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왜 자주 발생하나 트럼프는 한 해에만 세 차례의 셧다운을 겪은 대통령이 됐다.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 이후로는 41년 만에 처음. 재임 중 카터 전 대통령은 5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8회의 셧다운을 경험했다. 하지만 카터 행정부 때는 예산안 합의만 불발됐을 뿐 연방정부 업무가 실제 정지되지는 않았다. 일종의 ‘명목상 셧다운’이었다. 레이건 때의 셧다운도 길어야 며칠에 불과했다. 트럼프 정권 출범 후 발생한 셧다운은 기간도 길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졌다. 격화된 사회 분열과 정쟁(政爭)으로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정부 업무를 멈출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서 눈에 보이는 피해 이상으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일각에서는 잦은 셧다운의 이유를 미국 사회 체계에서 찾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가 전년 예산에 준해 ‘준(準)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의회가 예산안 심의, 의결, 편성 권한을 모조리 쥐고 있어 의회 다수당과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다르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셧다운 발생 후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비 50억 달러’, 민주당은 ‘기존 국토안보부 예산 13억 달러’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어 접점 찾기의 묘책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나나 공화국의 민낯 2013년 9월 셧다운을 눈앞에 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곳은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라 미 합중국”이라며 정치권 대타협을 촉구했으나 실패했다. 바나나 공화국은 농산물 수출에만 의존하는 저개발국을 뜻한다. ‘마지막 잎새’로 유명한 미 작가 오 헨리가 단편 ‘양배추와 왕’에서 자연자원에만 의존하고 독재와 부패로 망가진 중남미 가상 국가를 지칭하며 유명해진 표현이다. 연이은 셧다운 사태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 또한 바나나 공화국의 오명에 휩싸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의회 설득 대신 행정명령만 남발하는 대통령, 대통령의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해 셧다운이란 위협 카드를 꺼내는 다수당의 등장. 그 모습 자체가 초당파적 국정 운영이 사라지고 당리당략만 우선하는 미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뜻이다. 몰리 레이놀즈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양당이 상대방 탓만 하는 상황에서 초당적 협력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美 최초의 셧다운은 언제?…셧다운의 역사▼ 미 최초의 셧다운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76년 9월 30일 발생했다. 워터게이트 사태로 갑작스레 권좌에 오른 포드 대통령은 ‘선거로 뽑히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정통성 논란에 시달렸다. 오일쇼크에 따른 인플레, 만성 재정적자 등도 그를 괴롭혔다. 이 와중에 야당 민주당이 복지·노동·교육을 총괄하는 신설 부처를 만들겠다고 하자 포드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고 같은 해 10월 10일까지 총 10일간 연방정부가 마비됐다. 포드 대통령은 한 달 후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에게 백악관을 내줬다. 카터 대통령도 집권 첫 해인 1977년에만 세 차례의 셧다운을 겪었다. 이는 소위 ‘낙태 셧다운’으로도 불린다. 당시 집권 민주당은 낙태 비용을 저소득층 의료보험(메디케이드) 예산에서 보조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화당은 반대했고 셧다운으로 이어졌다. 카터는 1978년과 1979년에도 각각 한 차례씩 셧다운을 경험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횟수로는 미 대통령 중 최다인 무려 8차례의 셧다운을 겪었다. 집권 공화당과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국방, 교육, 해외 원조 등 각종 예산안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에 1981년(1회), 1982년(2회), 1983년(1회), 1984년(2회), 1986년(1회), 1987년(1회) 등 거의 매년 셧다운이 발생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중 두 차례의 셧다운을 겼었다. 두 번째 셧다운은 1995년 12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6일까지 21일간 이어졌다. 1회 셧다운 기간 중 가장 길다. ::셧다운(업무 일시 정지):: 셧다운은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업무가 일시 정지되는 현상이다. 예산안이 제출 기한 안에 의회를 통과하는 데 실패하거나 대통령이 통과된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 발생한다. 셧다운이 발생해도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필수 서비스, 즉 국방, 범죄 수사, 소방, 교통 업무는 차질 없이 가동된다. 반면 여권 및 비자 발급, 정부 발주 공사, 국립공원 도서관 박물관 면허시험장 운영 등은 중단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 기자 /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방금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편지(great letter)를 받았다”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A4 용지 1장짜리 친서를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마 또 하나의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Not too distant future)에 (2차 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벌써 6번째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네진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정상회담의 관문인 비핵화 실무협상의 꽉 막힌 문을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서 외교’ 레토릭을 넘어 실질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신년사 이은 ‘훌륭한 편지’ 화답 트럼프는 “북한과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고 김 위원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정권이 들어섰다면 지금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며 외교 성과에 대한 자평으로 3분가량 북한에 대해 언급했다. 친서 내용이나 전달 시기 등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자기 나라를 위해 경제발전을 이루고 크게 성공해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며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북한을 우리가 도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만나고 싶어 하고 나도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진전에 따라 경제적 ‘당근’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나는) 속도를 말한 적이 없다”며 “80년간 이런 상태였는데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6개월 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며 속도 조절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에 신중 모드였던 국무부도 북한의 신년사 중 긍정적인 메시지에 비중을 실어 분석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새로운 길 등) 경고로 해석될 메시지에 대한 우려 등이 종합적으로 담기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사와 반대 방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미 양측이 제3국에서 정상회담 준비 접촉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 비핵화 성과 없는 ‘예술작품’ 신년사나 친서의 레토릭이나 형식 등 외형적인 화해 기류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실질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놔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던 친서 가운데 지난해 6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백악관에서 직접 전달했던 첫 번째 편지를 제외하면 북-미 관계나 비핵화 진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했던 친서에는 김정은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대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경제 숨통을 틔워줄 제재 완화 논의는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대북제재 해제 30일 이내에 의회에 관련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아시아 안심법안(ARIA)’에 서명했다. 법률로 공식 발효되는 ARIA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비협조적인 국가 목록 제출 의무 등이 포함됐다. 이날 각료회의 책상에선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을 패러디한 포스터가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복원을 예고하면서 트위터에 올렸던 것. 드라마의 첫 번째 에피소드 제목인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에서 착안한 ‘제재가 오고 있다(Sanctions are coming)’는 문구가 쓰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훌륭한 편지’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한 제재를 암시하는 듯한 이중적 포석을 깐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김정안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화답했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2차 정상회담의 동력을 재확인하며 일단 대화에 대한 긍정적인 뜻을 나타냄에 따라 교착 상태였던 양측의 협상이 연초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북한의 ‘새로운 길’ 모색 등 부담스러운 대목도 있지만 아무래도 ‘톱다운(top-down)’ 방식을 선호해온 두 정상이 대화를 이어갈 동력을 공개 확인했다는 점에서다.○ 담판 의지 확인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사진)에서 “김정은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고 앞서 보도된 미국 PBS방송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이어 “북한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을 만나기를 나 역시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요구하며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부터 멕시코 장벽, 가스값, 민주당 움직임 등 다양한 주제별로 10개 가까운 트위터를 쏟아냈다. 하지만 늦은 오후가 될 때까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신년사에 담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두고 고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는 자신과 마주 앉겠다는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힘을 실은 셈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거론하며 비핵화의 경제적 보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에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북한이 마치 핵보유국인 듯한 메시지를 낸 데 이어, 정상회담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본격화하고 있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계속되는 고위급 회담 신경전 미 행정부 실무자들도 비핵화 성과 없이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최고의 협상가는 구체적 성과가 나오는 마지막 순간에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며 회담 시기를 조율해 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런 이유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진행해온 국무부 실무자들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분위기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이례적으로 “논평 기회를 사양한다”고만 짧게 답했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담긴 내용이 적지 않은 데다 연초 휴가 기간에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까지 겹쳐 (국무부의 대응) 작업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 및 비핵화 협상 방향과 양측의 협상 진행 의지를 함께 확인할 첫 단추는 양측 고위급 회담의 개최 여부다. 북한은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게 전달한 회담 제안에 대해 아직까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신년사 발표 직후 기자들과 가진 콘퍼런스 콜에서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신호를 서로 발신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대화는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2차 정상회담의 동력을 재확인하며 일단 대화의 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교착상태였던 양 측의 협상이 연초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김정은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고 보도한 PBS방송의 보도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을 만나기를 나 역시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미국이 오판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유화적 메시지와 위협이 혼재돼 있는 신년사 중 ‘만나자’는 제안 쪽에 비중을 실어준 셈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대미 메시지를 발신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신년사 발표 직후 혹은 늦어도 몇 시간 안에는 트위터 반응을 내놓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보다는 늦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 첫날 휴일인 1일 아침부터 멕시코 장벽과 민주당, 가스값 등에 대해 6개의 트위터를 올렸지만 늦은 오후가 될 때까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신년사에 담긴 김 위원장의 메시지 분석에 시간이 걸렸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하면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작업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정상회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지를 3, 4 곳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르면 이달 초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서 지연돼 왔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진행해온 국무부 실무자들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분위기다. 국무부는 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논평 기회를 사양한다”고만 짧게 답했다. 외교소식통은 “국무부가 내부적으로 신년사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담긴 내용이 적지 않은데다 연초 휴가기간에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까지 겹쳐 작업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lightee@donga.com}
국제사회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미국을 향한 유화적 메시지와 경고가 혼재돼 있다”고 평가하며 시시각각 속보를 쏟아냈다. 특히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새로 모색하겠다는 북한의 속내와 언급 배경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AP통신은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큰 판돈이 걸린(high-stakes) 핵 정상회담을 2019년으로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앞세워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 실무자들의 협상 요구에 묵묵부답이던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사를 평가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맞춤형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대화의 뜻을 밝히면서도 ‘새로운 길’을 언급하는 경고를 동시에 내놨다”고 전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물론이고 AFP와 DPA, BBC 등 유럽 언론도 ‘새로운 길’에 관심을 집중했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분석을 내놓지는 않았다. 교도통신이 “워싱턴의 압박이 지속된다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고 지적한 정도가 눈에 띈다. 반면 북한과의 관계가 더 긴밀한 중국의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한반도 전문가들의 반응은 더 냉정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화해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지만 날카로운 가시도 포함된 상태”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위터에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겠지만 인내심이 무한하지 않다’고 밝힌 부분이 핵심”이라면서 “그런데 이는 지난 몇 달간 계속 들어왔던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워싱턴포스트에 “김정은이 비핵화 대화를 이어갈 뜻을 밝히긴 했지만, 북한의 방식(on its terms)으로 하겠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김정안 특파원}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돼 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사진)이 지난해 12월 31일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다른 후보들도 출마 선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2020년 대선 경쟁이 연초부터 달아오를 조짐이다. 워런 의원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4분 30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대선 예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소식과 함께 출마 계획을 밝혔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군 가운데 첫 공식 출마 선언이다. 그는 “미국의 중산층이 공격받고 있다”며 “억만장자들과 거대 기업들이 더 많은 파이를 가져가기 위해 기성 정치인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출신인 워런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의회가 설립한 감독위원회(COP) 위원장을 맡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월스트리트 개혁을 목적으로 만든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서 활동했다. 경제적 불평등 문제와 소비자 보호 등에 목소리를 높여 온 전력을 대선 전략에도 활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워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관심을 받았다. ‘권위주의적 정권’ ‘백인 민족주의자’라고 트럼프를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원주민 혈통을 의심하며 ‘가짜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하자 지난해 10월 DNA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맞대응했다. 워런 의원 외에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40대 기수인 베토 오로크 등도 출마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멀라 해리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등 여성 정치인들도 대선주자 후보로 거론되면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뒤를 잇는 여풍이 다시 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선 경선의 첫 투표가 진행되는 아이오와주 코커스까지 아직 13개월이 남아 있지만 벌써부터 경쟁이 시작되는 셈. 기존 대선보다 출발이 5∼6개월 빠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워런 의원의 당선 가능성과 관련된 질문에 “그건 그녀의 정신과 의사에게 물어보라”고 비꼬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중국이 외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기술 이전 강제 금지 법안을 내놓은 데 이어 29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에서도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에 협상 진전의 손짓을 내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밤 전화 통화를 통해 미중 협상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 중국, 지식재산권 보호서도 양보 손짓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9일 “특허 등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 민사 행정 사건 소송을 내년 1월 1일부터 최고인민법원에 설립하는 지식재산권 법정에서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의 고등, 중급인민법원 판결 결과에 불복해 상소한 집적회로(IC)칩, 기술 기밀,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기술 분야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최고인민법원이 직접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지식재산권 문제는 지방고등법원에서 다뤘으나 최고인민법원으로 격을 높인 것이다. 최고인민법원은 이날 “이는 공산당의 중요한 결정이며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다. 국내외 (지식재산권 보호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기술 도둑질 등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해왔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는 기술 이전 강제 금지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제기해온 핵심적인 요구다. 중국은 앞서 23일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상무위원회 7차 회의에서 정부가 행정 수단으로 외국 기업의 기술 이전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외국기업투자법 심의를 시작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도 중국이 미국의 우려를 해결할 것임을 보여주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중국은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90일간의 무역 휴전에 합의한 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유예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미국산 쌀 수입 허용 등 양보 조치를 잇달아 취해 왔다. ○ 시진핑 “어떤 세력도 중국몽 막지 못해” 29일 밤 이뤄진 미중 정상 간 통화는 중국의 이런 양보 조치를 바탕으로 미중이 협상을 본격화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직후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금 중국의 시 주석과 길고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 협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이) 타결된다면 그것은 모든 주제와 분야, 쟁점들을 망라하는 매우 포괄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30일 0시 7분경 정상회담 사실을 공개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중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미중) 양국 협상팀이 나와 시 주석의 아르헨티나 합의를 이행하는 것에 기쁘다. 관련 대화 협상이 긍정적인 진전을 얻었다”고 밝혔다. 통상 시 주석의 발언을 앞부분에 소개하는 보도 관행과 달리 신화통신은 이날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먼저 소개했다. 시 주석은 “현재 양국 관계가 중요한 단계에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호혜, 윈윈, 세계에 유리한 합의를 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이 미국의 대중 수출을 늘리고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을 옥죄던 규제를 완화해 무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협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WSJ는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복수의 미중 협상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주가 폭락으로) 흔들린 미국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중 양측의 합의 가능성을 과장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국가 자문기구) 신년 다과회에서 “어떤 어려움도, 어떤 세력도 우리 전진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의 중국몽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과회가 끝날 무렵엔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기립해 1943년 만들어진 중국의 항일 노래인 ‘단결이 바로 힘’을 불렀다. 미중 협상에서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일방적인 양보는 없을 것임을 힘줘 강조한 셈이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중국이 외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기술 이전 강제 금지 법안을 내놓은 데 이어 29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에서도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에 협상 진전의 손짓을 내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밤 전화통화를 통해 미중 협상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 중국, 지식재산권 보호서도 양보 손짓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9일 “특허 등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 민사 행정 사건 소송을 내년 1월 1일부터 최고인민법원에 설립하는 지식재산권 법정에서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의 고등, 중급인민법원 판결 결과에 불복해 상소한 집적회로(IC)칩, 기술 기밀,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기술 분야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최고인민법원이 직접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지식재산권 문제는 지방고등법원에서 다뤘으나 최고인민법원으로 격을 높인 것이다. 최고인민법원은 이날 “이는 공산당의 중요한 결정이며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다. 국내외 (지식재산권 보호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기술 도둑질 등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해 왔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는 기술 이전 강제 금지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제기해온 핵심적인 요구다. 중국은 앞서 23일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상무위원회 7차 회의에서 정부가 행정 수단으로 외국 기업의 기술 이전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외국기업투자법 심의를 시작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도 중국이 미국의 우려를 해결할 것임을 보여주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미국은 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아르헨티나에서 주요 20개국(G20) 계기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90일간의 무역 휴전에 합의한 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유예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미국산 쌀 수입 허용 등 양보 조치를 잇따라 취해 왔다. ● 시진핑 “어떤 세력도 중국몽 막지 못해” 29일 밤 이뤄진 미중 정상 간 전화통화는 중국의 이런 양보 조치를 바탕으로 미중이 협상을 본격화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전화통화 직후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금 중국의 시 주석과 길고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 협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이) 타결된다면 그것은 모든 주제와 분야, 쟁점들을 망라하는 매우 포괄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30일 0시 7분경 정상회담 사실을 공개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중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미중) 양국 협상팀이 나와 시 주석의 아르헨티나 합의를 이행하는 것에 기쁘다. 관련 대화 협상이 긍정적인 진전을 얻었다”고 밝혔다. 통상 시 주석의 발언을 앞부분에 소개하는 보도 관행과 달리 신화통신은 이날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먼저 소개했다. 시 주석은 “현재 양국관계가 중요한 단계에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호혜, 윈-윈, 세계에 유리한 합의를 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이 미국의 대중 수출을 늘리고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을 옥죄던 규제를 완화해 무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협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WSJ는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복수의 미중 협상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주가 폭락으로) 흔들린 미국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중 양측의 합의 가능성을 과장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국가 자문기구) 신년 다과회에서 “어떤 어려움도, 어떤 세력도 우리 전진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의 중국몽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과회가 끝날 무렵엔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기립해 1943년 만들어진 중국의 항일노래인 ‘단결이 바로 힘’을 불렀다. 미중 협상에서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일방적인 양보는 없을 것임을 힘줘 강조한 셈이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미국이 언제까지나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미국의 개입주의 외교노선에 종언을 선언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분쟁지역의 미군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미국은 세계의 호구(sucker)가 아니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미국의 달라질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역설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비롯한 한미 간 동맹 이슈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점 찍는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전격 방문했다. 3시간 반 정도 머물며 장병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등 함께 시간을 보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동행했지만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반발해 사임을 발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함께 가지 않았다. 분쟁지역 방문을 꺼려 온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2002년 이후 크리스마스에 해외 미군기지를 방문하지 않는 첫 대통령’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 왔다. 25일 야간 항공편으로 예고 없이 이라크 주둔기지를 찾은 것은 이런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첫 해외 기지 방문이라는 의미와 시기 때문이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많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장병들에게 한 연설에서 “미국이 보상도 못 받으면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위해 싸워줄 수는 없다”며 “미국이 계속 ‘세계의 경찰’이 될 수는 없는 만큼 싸우기를 원한다면 그 비용 또한 그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니며 이제 사람들도 우리를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 방문을 마치고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동행한 기자들에게 “우리(의 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에까지 전 세계에 퍼져 있는데, 이건 사실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부자 나라들이 자신들의 방어를 위해 미국을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편안한 자세로 25분간 이런 이야기들을 이어갔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 복귀 사실을 알리며 이라크와 독일 미군기지 방문 소감을 적었다. 그는 “굉장한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미군 장병들은) 이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임승차는 안 돼도 전략기지는 유지 트럼프 대통령의 26일 발언은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 발표 및 이에 반발한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 나왔다. 그러나 ‘동맹국 무임승차론’의 비판 수위를 어느 때보다 끌어올렸다는 점을 외신들은 주목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에 종언을 선언하기 위해 첫 이라크 방문을 이용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이런 정책 방향은 당장 사흘 앞으로 시한이 다가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줄줄이 연기 혹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 결정까지 전격적으로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알아사드 공군기지 내 장병들에게 “이라크에 있는 미군은 이슬람국가(IS) 격퇴 임무가 중대하기에 계속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이 철수한 뒤 필요할 경우 이라크가 IS와의 전쟁 기지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이라크에는 현재 50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미국이 언제까지나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미국의 개입주의 외교노선에 종언을 선언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분쟁지역의 미군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호구(sucker)’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미국의 달라질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역설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비롯한 한미 간 동맹 이슈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점 찍는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전격 방문했다. 3시간 반 정도 머물며 장병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등 함께 시간을 보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동행했지만 이미 사임을 발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함께 가지 않았다. 분쟁지역 방문을 꺼려온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2002년 이후 크리스마스에 해외 미군기지를 방문하지 않는 첫 대통령’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왔다. 25일 야간 항공편으로 예고 없이 이라크 주둔기지를 찾은 것은 이런 비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첫 해외기지 방문이라는 의미와 시기 때문이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많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장병들에게 한 연설에서 “미국이 보상도 못 받으면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을 위해 싸워줄 수는 없다”며 “미국이 계속 ‘세계의 경찰’이 될 수는 없는 만큼 싸우기를 원한다면 그 비용 또한 그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니며 이제 사람들도 우리를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 방문을 마치고 독일 람스타인 공군기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동행한 기자들에게 “우리(의 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에까지 전 세계에 퍼져 있는데, 이건 사실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자 나라들이 자신들의 방어를 위해 미국을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중동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의 부자 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도 했다. 이라크 방문이 만족스러웠던 듯 트럼프 대통령은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편안한 자세로 25분간 이런 이야기들을 이어갔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은 전했다. ●무임승차는 안 돼도 전략기지는 유지 이날 발언은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 발표 및 이에 반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왔다. 그러나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해온 이른바 동맹국 ‘무임승차론’의 비판 수위를 어느 때보다 끌어올렸다는 점을 외신들은 주목하고 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에 종언을 선언하기 위해 첫 이라크 방문을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이런 정책 방향은 당장 사흘 앞으로 시한이 다가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줄줄이 연기 혹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 결정까지 전격적으로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선 공약을 하나씩 실행해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대선후보 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알아사드 공군기지 내 장병들에게 “(시리아와 달리) 이라크에 있는 미군은 이슬람국가(IS) 격퇴 임무가 중대하기에 계속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의 미군이 철수한 뒤에는 필요할 경우 이라크가 IS와의 전쟁 기지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시리아 철군 및 이에 반대한 매티스 장관의 사임으로 뒤숭숭한 부대 분위기를 다잡는 동시에 분쟁지역의 전략 기지는 필요에 따라 유지시킬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 이라크에는 5000여 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다. ▼ 방위비 분담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발언 ▼○3월 29일(오하이오주 리치필드 연설)“한국에는 경계선(군사분계선)이 있고 군인(미군)들이 장벽을 지키고 있는데 우리는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고 있다.”○10월 11일(폭스뉴스 인터뷰)“우리는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같은 부유한 나라들을 보호하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돈을 주지 않는 끔찍한 군사계약(을 했다), 터무니없다.”○12월 24일(트위터)“우리는 전 세계 매우 부자인 나라의 군에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이들은 미국 및 미국인 납세자들을 이용해 무역이익을 취하고 있다. 매티스 장군은 이걸 문제로 보지 않았는데, 나는 문제라고 보고 고치는 중이다!”○12월 25일(장병들과의 화상통화 및 기자들과의 대화에서)“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12월 26일(이라크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방문해)“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니다. 미국이 언제까지나 ‘세계의 경찰’이 될 수는 없다. (스스로를 방어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라는 압박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군사협력 비용을 더 받아내겠다는 그의 의중이 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장 연말로 협상 시한이 닥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인 25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해외 파병 장병들과 화상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이 내가 다른 대통령들과는 좀 다른 점”이라며 “왜냐하면 그 누구도 이런 질문들은 던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화상대화를 취재한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금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며 이에 들어가는 돈을 내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에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음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과 매티스 장관의 생각이 달라 충돌했다며 분담금 압박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 최근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과 관련해 중동지역 상황을 1차적으로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압박은 시한을 고작 나흘 남겨둔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이달 11∼13일 서울에서 10차 회의를 열고 협상의 최종 타결을 시도했지만 총액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측이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되면서 “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하는 주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첫 상대국이다. 그 결과가 향후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에서 고문으로 죽어간 청년의 가족에게 정의를 되찾아준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법원이 북한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사진)는 24일(현지 시간)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한 미 연방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직후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5억 달러라는 배상금액은 상징적인 메시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재판에 참여해온 유일한 한국인 학자다. 그는 올해 봄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이후 웜비어 담당 변호사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소송에 힘을 보태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그는 머뭇거림 없이 받아들였다. “(죽은) 아들 팔아서 떼돈 벌려고 하느냐는 식으로 웜비어 가족을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상금 액수나 금전적 보상이 문제가 아니지요. 웜비어 가족은 더 이상 이런 일이 재발돼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힘겨운 법정싸움을 시작했던 겁니다.” 이 교수는 “웜비어 가족은 북한에 맞서 싸우겠다고 아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동식 목사 사건에서 3억 달러 배상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인권 유린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당초 11억 달러라는 거액을 청구한 것은 북한에 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일 워싱턴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독재국가 북한의 특징과 문화, 과거 인권 유린 사례 등을 설명하고, 웜비어의 허위자백 근거를 제시했다. 증인석에 앉은 웜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 씨의 절절한 증언을 들으면서 법정 뒤에서 혼자 울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유사 사건의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법원에는 1968년 납북됐던 푸에블로함 승조원의 가족이 낸 소송도 계류 중이다. 그는 “인권 관련 판결이 잇달아 내려지고 배상금액도 계속 올라가면 북한도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과 관련해 5억 달러가 넘는 북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24일(현지 시간) 미 연방법원의 1심 판결은 논란이 돼 온 북한의 고문 등 불법 가혹행위가 실제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을 상대로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여온 웜비어 가족의 손을 들어준 차원을 넘어 인권 문제를 외면해온 북한을 향한 미 사법부의 강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北의 고문 등 가혹행위로 사망” 이번 판결은 19일 법정에서 웜비어의 부모와 북한 전문가들의 증언이 이뤄진 뒤 닷새 만에 나왔다. 사건을 맡은 베릴 하월 판사는 배상금액 등 주문을 담은 2장짜리 판결문 외에 46쪽에 달하는 장문의 의견서(memorandum opinion)를 따로 첨부했다.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관심이 크고 신속한 처리 의사도 강했다는 의미다. 하월 판사는 북한에 억류됐던 웜비어가 뇌사 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과 관련해 주치의였던 대니얼 캔터 박사의 분석 내용에 주목했다. 캔터 박사는 ‘뇌의 혈액 공급이 5∼20분간 중단되거나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북한의 고문 방식으로 알려진 물고문과 치아 뽑기, 전기고문 등이 호흡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증언한 로버트 콜린스 북한인권위원회(HRNK) 선임고문의 증언도 근거로 들었다. 북한이 웜비어로부터 허위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이런 고문을 자행했으며 자백을 받아낸 이후에도 정보를 캐내기 위해 고문을 지속했다는 것이 하월 판사의 판단이다. 그는 “북한은 핵과 재래식 무기의 도발을 이어가면서 이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나 대북제재를 막기 위한 정치적, 외교적 목적으로 웜비어를 억류해 고문했다”고 지적했다. 하월 판사는 이번 사건이 주권국가를 다른 나라의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에 예외를 인정받는 근거에 대해서도 의견서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미국인을 상대로 불법 가혹행위를 하는 테러지원국의 경우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따라 미 법정에서 재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1월 북한에 억류됐던 웜비어는 지난해 6월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와 숨졌고, 미국은 웜비어 사망 이후인 지난해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즉, 북한이 테러지원국이 아닌 시기에 웜비어가 숨졌지만 ‘특정사건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경우’ 소송이 가능하다는 조항에 따라 웜비어 가족의 소송이 이뤄졌다.○ “북한 인권 개선의 계기 삼아야” 배상 판결에도 불구하고 웜비어 가족이 북한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 내에 강제 집행할 북한의 상업 자산도 거의 없는 상태다. 북한은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미 법원에 낸 소송에서 3억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내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집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워싱턴 변호사협회 소속의 안찬모 변호사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원고 측이 미 행정부에 북한의 해외자산 동결 등 다양한 금융제재를 통해 배상금 지불에 나서 달라고 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웜비어 측 변호인단은 일단 ‘미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통해 배상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이란 제재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에 연루됐던 글로벌 은행들이 낸 거액의 벌금을 기금에 쌓아 놓고 있는 만큼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북 인권 개선 압박도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트 포트먼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웜비어가 살아 돌아올 수는 없지만 북한에 정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적었다. 웜비어의 부모는 재판 후 성명을 내고 “김(정은) 정권이 아들의 죽음에 합법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 수 있도록 판결이 내려진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김정안 특파원}
북한에 억류당해 뇌사상태가 된 뒤 사망한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의 가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5억여 달러의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미 연방법원이 불법 억류와 고문 등 가혹행위에 대해 북한의 책임을 물은 사상 최대 배상금액으로, 향후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개선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연방법원 베릴 하월 판사는 24일(현지 시간) “북한은 웜비어의 가족에게 5억113만4683달러(약 5643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가족들이 청구한 위자료와 치료비 등 5100만여 달러를 그대로 인정했고,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웜비어와 부모 프레드, 신디 웜비어 씨에게 1억5000만 달러씩 모두 4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하월 판사는 “북한은 야만적인 방식으로 웜비어를 고문해 허위 자백을 하게 했고, 재판 결과를 북한의 외교적 목적을 위해 대미 지렛대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과거 가혹행위 사례,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 주치의들의 소견 등을 종합해 볼 때 웜비어를 인질로 잡고 고문해 사망에 이르게 한 북한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변호인단은 조만간 국제우편 방식을 통해 피고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판결문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북한은 웜비어의 죽음이 식중독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이번 소송 과정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위은지 기자}

군(Military), 폭락한 주식 시장(Market), 언론(Media), 뮬러(Mueller) 특검…. 알파벳 M으로 시작하는 이 네 가지 M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치적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분석이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4M’으로 축약되는 정치, 경제, 사회적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위기 국면을 더 악화시키는 분위기다.○ 트럼프 궁지로 몰아가는 ‘4M’ 20일(현지 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퇴임 서한이 공개된 뒤 CNN이 전한 4M의 첫 번째는 군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 이어 매티스 장관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나의 장군들’이라고 부르며 신뢰했던 장성 출신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떠나는 행정부 난맥상을 지적한 것. 연일 주저앉고 있는 뉴욕증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화를 돋우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설까지 돌면서 지난주 증시는 나스닥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수들이 모두 7%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증시 활황을 경제성장이라는 치적의 주요 근거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애가 타는 상황이다. 자칫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에 대한 수사도 막바지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결정적인 단서를 쥐고 있는 인사들이 특검에 협조하면서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류 언론들은 이런 백악관 안팎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정부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비난에도 거침없이 비판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CNN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을 “통제 불능의 권력으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최고의 교란자(disruptor-in-chief)”라고 악평했다.○ 열 받은 트럼프, 예정 앞당겨 국방장관 교체 난관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짜증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는 23일 트위터를 통해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부장관을 내년 1월부터 국방장관대행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충분한 인수인계 기간을 두기 위해 2월 말에 물러나겠다고 한 매티스 장관의 사퇴를 두 달 앞당겨서 잘라버리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매티스 장관의 사임 소식을 알리며 “재임기간 많은 기여를 했다. 그에게 감사를 표시한다”고 했지만 이후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며 격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항공사 보잉의 수석 부사장을 지낸 민간 출신의 섀너핸 부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국방부 2인자 자리를 맡아왔다. 잇단 의견 충돌로 매티스 장관과 대화가 끊긴 트럼프 대통령은 섀너핸 부장관의 장관대행 임명 소식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대신 전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이 CNN 인터뷰에서 자신의 국경 장벽 건설 계획을 “유치하다(juvenile)”며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연말에 정계를 은퇴하는) 밥 코커는 선거에 출마하고 싶어 내 승인을 요청했는데 내가 거절해서 (지지율) 수치가 폭락했다”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트위터에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독불장군식 방식에 대해 전직 관료들도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NYT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어떤 적대국보다 미국의 외교안보에 더 많은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질타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반발해 사표를 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사진)의 사임 후폭풍이 거세다. 22일(현지 시간)엔 브렛 맥거크 이슬람국가(IS) 격퇴 담당 미국 특사가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군 방침에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매티스 사임이 불러올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워싱턴 조야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비롯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치권과 언론은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사임편지의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편지에서 “동맹국들과의 강력한 관계 유지 및 이들에 대한 존중 없이는 우리 역할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 국제질서 증진을 위한 미국의 노력은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강화된다”며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던 인사다. 그런 그가 작심하고 쓴 편지의 내용을 놓고 CNN은 “미국의 미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서 자신의 동맹관을 밝히며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매티스 장관에게 모든 자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하면서 “동맹국들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을 이용할 때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국익에 배치된다면 동맹 관계도 언제든지 재고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매티스 장관의 사임과 관련해 “이제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혼자서 결정하는 전인미답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NYT는 22일 매티스 장관의 사임이 다른 동맹 및 군사 이슈에 가져올 영향을 분석하면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과 함께 한국을 거론했다. 특히 막바지에 다다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방위비 분담금은 외교부-국무부 라인이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국방부 수장의 교체가 곧바로 협상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한미군의 경우도 철수 자체에 대한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가변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조지는 전문가를 인용해 “매티스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한미동맹과 북한 비핵화의 중요한 시점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던졌다”며 “서울의 근심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을 계속 이어갈지를 판단할 데드라인을 내부적으로 설정했다. 길게 잡아야 내년 3월경으로 이제 3개월 남짓 남았다. ‘시간표에 구애받지 않겠다’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렇게 대화 시한을 정한 것은 좀처럼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북한을 향한 인내가 임계점에 닿았기 때문. 게다가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후반부로 접어들고,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트럼프 행정부 견제가 2월 이후 본격화될 것인 만큼 대내 여건도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에 계속 나서지 않을 경우 조만간 워싱턴 내 대북 대화 동력도 약해지고 상황에 따라 대북 기조가 대화에서 공세로 전환될 수 있다. 이제 그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워싱턴, 김정은에 대해 임계점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19∼22일 한미워킹그룹회의 방한 기간 동안 대북 선물 보따리를 한꺼번에 풀었다. 미국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 허가를 시사했고, 당장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제재 면제 조치를 받아 열차를 타고 행사장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됐다.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 제공 등 인도적 조치도 이뤄진다. 하지만 비건 대표의 ‘선물 보따리’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미국의 마지막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이후 오히려 북-미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북한의 태도에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폭발 일보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6일(현지 시간)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조문단장으로 워싱턴을 찾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협상을 거부하는 김 위원장을 향해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의 유화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기 전 북한에 ‘마지막 기회’를 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1일(현지 시간)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비건 대표가 발표한) 여행금지 조치 완화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정은한테 실망했느냐’는 진행자의 거듭된 질문엔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들(북한)은 더 이상 로켓을 발사하지도, 핵실험을 하지도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대통령의 어젠다를 집행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의 이른바 ‘시한부 전략적 인내 전술’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주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고 대북제재를 언급하려던 연설을 취소했다.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실상 마지막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만큼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내년 3월이 비핵화 분기점” 공감 미국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북-미 긴장이 커지는 상황을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내년 2∼3월을 넘어가면서 (비핵화 협상에) 변화가 없다면 민주당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세가 강화될 것이고 여러 측면에서 비핵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핵화가 본격 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분위기가 더 어려워진다면 남북 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를 유지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내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다시 추진해 북-미 간 비핵화 중재 동력을 다시 확보할 계획이다. 또 26일 철도 착공식을 통해 북한이 보다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착공식 자체가 상징성이 큰 만큼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반발해 사표를 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피즘(트럼프주의)’에 맞서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매티스 장관이 전격 퇴장하게 되면서 워싱턴 조야에서는 향후 그의 사임이 불러올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작심 비판한 사임 편지에 대한 관심과 조명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매티스의 편지에 담긴 동맹의 가치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내 미군 철군을 발표하기 직전 사직서를 품고 백악관을 찾았으나 결국 대통령의 뜻을 돌리지 못하자 직후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신의 사임편지를 복사해 국방부 내 주요인사 30여 명에게 전달하도록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은 편지에서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신념을 역설했다. 그는 “동맹국들과의 강력한 관계 유지 및 이들에 대한 존중 없이는 우리 역할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질서의 증진을 위해 미국은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하며, 이런 노력은 동맹들과의 연대(solidarity of our alliances)를 통해 강화된다”고 썼다. 적대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전략적 이해관계에 있어서 우리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국가들을 상대하는 데 단호하고도 명확해야 한다”며 이 두 나라를 명시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및 동맹국들을 희생시켜 자국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편지에는 전임자들이 사직시 의례적으로나마 대통령에게 했던 감사 표시가 한 줄도 없었다. 매티스 장관은 군 통수권자의 뜻에 따라야 하는 군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고 따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내용을 놓고 CNN은 “미국의 미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2년 간 침묵해온 공화당과 보수 외교안보 분야 당국자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견제와 균형 잃은 트럼프 행정부, 쏟아지는 우려와 비판 여야 정치권도 들끓고 있다. 민주당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은 트위터에 “혼돈 속에서도 안정된 섬처럼 남아있던 매티스가 없어진 이후의 트럼프 정부가 무섭다(scary)”고 썼다.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매티스 장관의 편지를 읽으니 우리가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동맹을 훼손시키면서 적대국의 영향력은 키워주는 일련의 중대한 정책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 확실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좌충우돌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정책적 균형을 맞춰오던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던 인사. 그런 그의 전격적인 사퇴로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트럼프 행정부 내의 추가 사표가 잇따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존경하는 매티스 장군만 보고 국방부에 따라 들어온 인사들이 있다”며 “이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장 브렛 맥거크 IS격퇴 담당 특사가 22일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군 방침에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통령의 철군 결정은 충격”이라며 “이 새로운 지시를 수행할 수 없고, 더 이상 나의 정체성을 지킬 수도 없어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국방부는 으스스한(eerie) 분위기 속에 불안감과 침울함에 쌓여 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이날 전했다. 앞으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은 사실상 트럼프 혼자 결정하는, 전인미답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전망했다. 이런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 “짐 매티스에게 지금껏 그가 가져본 적이 없는 모든 자원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동맹은 매우 중요하지만, 미국을 이용하려 할 때는 그렇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맥거크 특사의 사임에 대해서는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며 “어차피 내년 2월에 물러날 예정이었는데, 아무것도 아닌 일을 놓고 가짜뉴스들이 요란을 떤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