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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수 시인(85·사진)이 제3회 이설주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아라의 목걸이’(시문학사). 상금은 2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20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다. 시인 이설주(1908∼2001)를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이 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며 사조그룹 취암장학재단이 후원한다.}

러시아의 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는 프랑스적인 모든 것을 증오했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악역은 대부분 프랑스풍 옷을 입고, 프랑스어를 하며, 프랑스 음식을 먹는다. 프랑스 자체에 대한 증오 때문이 아니다. 프랑스식 상류문화에 푹 빠진 러시아 귀족 계층에 대한 혐오의 표현이었다. 최근 국내에 영화가 개봉돼 다시 관심을 끈 그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에서도 그렇다. 안나의 부도덕한 오빠 스티바와 그의 양심적 친구인 레빈이 함께한 고급 레스토랑 식사 장면을 보자. 스티바는 온갖 프랑스 고급 요리를 주문하지만 레빈은 웨이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양배춧국과 죽을 제일 좋아하지만 여기에 그런 것은 없을 테지.” 고급 레스토랑에서 러시아 서민이 먹는 양배춧국을 언급하며 귀족의 허영을 조롱한 것이다.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54)가 펴낸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예담·사진)에는 러시아 고전 속에 숨어 있는 음식에 얽힌 뒷얘기가 가득하다. “음식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소통의 통로다. 작가가 대중과 소통하는 것에서도, 작품 속 인물들이 서로 소통하는 데도 음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석 교수의 설명. 책에선 톨스토이를 비롯한 19세기 러시아 문호 12명이 작품 속에 숨겨 놓은 특정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함의를 끄집어낸다. 안톤 체호프(1860∼1904)가 1899년 발표한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에서 바람둥이 유부남 구로프가 정숙한 유부녀 안나와 호텔방에 들어가 수박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체리나 딸기 같은 달콤한 과일이 아니라 먹으면 과즙이 뚝뚝 떨어지고 씨도 뱉어야 하는 수박이라니. 여기엔 구로프가 안나를 대하는 진의가 숨어 있다. 진정한 사랑보다는 하룻밤 유희의 상대자이니 조심스러운 예의를 차리지 않는 것이다. 음식에 얽힌 작가 얘기도 흥미롭다. “점심에 먹을 수 있는 것을 저녁까지 미루지 말라”는 말을 남겨 식도락가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은 정작 구운 감자나 잼 같은 평범한 음식을 즐겼다. 니콜라이 고골(1809∼1852)은 엄청난 대식가였는데 금식과 폭식을 반복하다 결국 거식증으로 죽었다. 석 교수는 러시아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동을 뇌과학으로 분석한 ‘뇌를 훔친 소설가’(예담·2011년)에 이어 음식을 소재로 문학에 접근했다. “문학이 재미없고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들이 많아요. 대중에게 손쉽게 문학을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결과 나온 책들이죠. 앞으로도 문학의 외연을 넓혀가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숨을 참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집하는 해녀. 차갑고 거친 바다에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뛰어드는 그들의 삶은 척박한 제주도민의 삶 그 자체였다. 해마다 음력 2월이 되면 제주 해녀들은 영등신(꽃샘추위를 몰고 오는 바람의 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굿을 벌인다. 영등굿이다. 그중에서도 제주시 건입동에서 열리는 칠머리당 영등굿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칠머리당 영등굿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해녀 엄마를 둔 영이는 영등굿을 설레며 기다린다. 엄마와 아줌마들이 제물을 구하려 바다에 뛰어드는 것을 신기하게 관찰하던 영이는 영등굿을 한바탕 잔치로 여겨 들뜬다. 하지만 정작 굿이 열리자 영이는 엄마를 비롯한 해녀 아줌마들이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비는, 진심 가득한 기도를 듣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영이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영등굿의 진행 과정을 영이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해녀와 전통 굿에 대해 얘기하기 좋은 책. 제주의 억센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선 굵은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최미란 씨는 ‘돌로 지은 절 석굴암’으로 2010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을 받은 실력파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요즘 이 사람 안 보고 살기 힘들다. 매일 뉴스에 그의 행동과 발언이 거의 실시간으로 소개된다. 주요 2개국(G2)을 넘어 세계 최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習近平·60) 얘기다. 시진핑은 14일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국가주석으로 공식 선출됐다. 당·정·군을 장악해 명실상부 중국 최고의 권력자에 오르며 ‘시진핑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후진타오의 뒤를 이을 차기 지도자로는 ‘후 주석의 황태자’로 불리는 리커창이 유력했다. 하지만 2007년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단에 시진핑이 권력서열 6위로 진입하며, 리커창(7위)을 제쳤다. 국내 언론이 시진핑에 본격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시진핑이 얼마나 오래도록 음지에서 ‘대권’을 꿈꿨으며, 중국 인민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아 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시진핑을 모델로 한 정치소설이다. 아직 중앙 정치에 입문하지 못했던 30여 년 전 젊은 시진핑을 그린다. 칭화대 화학공정과를 졸업한 시진핑은 1982년 허베이 성 정딩 현에서 지방근무를 시작한다. 소설은 30대 초반의 젊은 시진핑이 현 서기로 부임한 뒤 비리와 관료주의에 물든 토착세력을 개혁하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는 시진핑의 정딩 현 서기 시절에 대한 기사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1986년 이 책을 발표했고, 제1회 ‘인민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은 같은 해 중국중앙(CC)TV가 12부작 TV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했다. 놀라지 마시라. 시청률은 무려 92%였다. 중국 인민에게는 이미 약 30년 전에 시진핑이 겸손하고, 개혁적이고, 추진력 있는 차세대 지도자로 각인됐던 것이다. 소설의 구조는 단순하다. 베이징에서 온 젊고 유능한 새 서기 리샹난(시진핑)은 쏟아지는 민원 해결에는 무관심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관리들을 색출해 징계한다. 부패 관리의 수장 격이자 부서기인 구롱은 리샹난에게 불만을 품은 관리들을 모아 반격에 나선다. 리샹난이 기존 관리들의 성과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상부에 상소를 올린 것. 결국 리샹난은 파면될 위기에까지 몰린다. 리샹난이 보여주는 정치는 거의 이상향에 가깝다. 수년 동안 해결이 안 됐던 민원을 단 3일 만에 처리하거나 헐벗고 굶주린 인민들의 하소연에 일일이 귀를 기울인다. 외압이 있어도 꿋꿋이 소신을 지킨다. 심지어 리샹난은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다. 너무 완벽한 인물이기에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정도. 게다가 비슷비슷한 부패 척결 사례들이 연달아 이어져 나중에는 지루하다. 이 소설은 소설 외적인 것에서 재미를 느껴야 할 듯하다. ‘중국인의 눈에는 지금도 시진핑이 리샹난으로 보일까’ ‘리샹난의 결단력과 개혁적 성향이 지금의 시진핑에게서 나올 수 있는가’ 등의 생각을 떠올리면서. 어쨌든 범람하는 시진핑 관련 서적 중에서 중국 인민들에게 시진핑이 어떤 인물로 각인돼 있는지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한승원(74)은 사실 시인이기도 하다. 첫 시집 출간 이후로만 따져도 시력(詩歷) 20년을 훌쩍 넘는다. 1991년 첫 시집 ‘열애일기’를 낸 그는 소설을 쓰는 틈틈이 시도 놓지 않았다. 그런 그가 최근 다섯 번째 시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서정시학·사진)을 펴냈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한승원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다산’ ‘원효’ 등 선 굵은 장편들을 선보였고,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모두 소설로 받은 상들이다. 20년 넘게 시를 썼지만 그는 시단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도, 작은 시문학상도 받지 못했다. 섭섭하지는 않을까. “독자나 평론가들이 저를 소설가로만 얘기하지 시인으로서 얘기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제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려고 하는 작업들이 언젠가는 이뤄지겠죠.” 그는 학창 시절부터 시를 썼다고 했다. 비록 소설로 등단해 소설가가 됐지만 시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았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반 건강이 안 좋아 소설을 쓸 수 없는 시기에 우연히 시를 다시 쓰게 됐다. “시를 쓰는 것은 삶에서 한 점 한 점 ‘보석’을 새기는 것과 같아요. 정서적으로 자신의 감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고향인 전남 장흥에 집필실 ‘해산토굴’을 짓고 사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고향의 앞바다와 꽃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세상의 이치를 읊조린다. ‘소주 몇 잔으로 벌겋게 취한 노을이/사라지고 수묵 색깔의 땅거미가/내리는데 먼 바다에 물새처럼 동그마니 앉은 무인도에 번하게/치자 빛깔의 까치노을이 뜬다, 나도 사라질 때 저 빛깔이고 싶다…언제 어느 때든지 새 문장은 한 개의 마침표에서부터 시작된다//이 세상 다녀가는 것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시 ‘서시(序詩)’에서) “우주를 아름답게 색칠해가는 마음으로 시집을 펴냈다”는 작가. 농밀해진 그의 시편들에서 삶을 관조하는 편안한 연륜이 느껴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충규 시인(1965∼2012)은 생전 ‘낙타 시인’으로 불렸다. 그의 시편에 낙타가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의 삶 자체가 외로이 사막을 걷는 낙타 같았기 때문이다.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2003년 출판사 문학의전당을 차린 뒤 시집과 계간지를 왕성하게 펴냈다. ‘1인 출판’을 하며 격무에 시달렸던 그는 지난해 3월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떴다. 과로가 이유였다. 그가 떠난 지 1년. 고인의 유고시집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문학동네·사진)이 출간됐다. 유족은 유품을 정리하다 시집 한 편 분량(총 59편)의 원고 뭉치를 발견했다. “시집을 내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고인이 남기고 간 원고였다. 유족과 문우들은 원고를 정리해 1주기에 맞춰 이번에 유고시집을 펴냈다.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뚜벅뚜벅 서쪽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보지 못하지만/꼭 봐야 할 건 아니지/잠자면서 잠꼬대를 종달새처럼 지저귈 때/바람 매운 날 이파리와 이파리가 서로 입술을 부비듯/한껏 내 입술도 부풀지/더 깊은 잠을 자도 돼요 당신.’(시 ‘잠이 참 많은 당신이지’에서) 고인은 영면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문우들은 치열했던 그의 삶을 기억한다. 후배인 이재훈 시인은 시집에 실린 추모 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사막을 홀로 터덕터덕 걷는 낙타의 상징을 온몸에 분칠한 채 시에 온 생을 밀어 넣는 모습에서 시인의 가장 매력 있는 순간을 언뜻 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그는 행복을,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않았다. 아름답게 그려냈지만 종내 남는 것은 아픈 말들이었다.’ 김충규 시인은 세상을 뜨기 두 달 전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 글은 그대로 유고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이 됐다. ‘허공에 바치는 시를 쓰고 싶은 밤이다. 비어 있는 듯하나 가득한 허공을 위하여. … 소멸에 대해 생각해보는 밤이다. 소멸 이후에 대해, 그 이후의 이후에 대해… 구름이란 것, 허공이 내지른 한숨… 그 한숨에 내 한숨을 보태는 밤이다.’(2012년 1월 16일 밤 10시 25분)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48)은 자료를 따로 정리하지 않는다. 한번 읽은 책을 휙 던져놓아도 나중에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천재 과 아니냐”며 아이큐(IQ)를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천재들의 모임이라는) 멘사 테스트는 거의 다 푼다”며 웃었다. 소설도 그랬다. 희곡 몇 편을 쓴 적이 있었지만 소설 창작을 배운 적은 없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석사 출신인 그는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스물여덟에 쓴 첫 번째 소설 ‘퇴마록’을 1993년 7월 PC통신 하이텔 게시판에 올렸다. 이 글들은 예상 밖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이듬해 책으로 나왔고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으로 나뉘어 2001년 총 19권으로 완간됐다. 그의 나이 고작 서른여섯이었다. 인세만 따져도 100억 원에 이른다. ‘퇴마록’은 ‘한국형 판타지의 효시’ ‘본격 대중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일부 마니아에게만 수용됐던 판타지의 저변을 대중으로 확장시켰다. 총 판매량 1000만 부에 이르는 ‘퇴마록’이 세상에 나온 지 올해 20년을 맞았다. 이우혁은 이를 기념해 이달 말 ‘퇴마록 외전-그들이 살아가는 법’(엘릭시스·사진)을 펴낸다. 12년 만에 재개되는 퇴마록 발간 소식에 팬들은 들썩이고 있다. 작가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총 3부작으로 퇴마록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공개한 것. 1000만 작가의 집필실은 책장 하나와 책상 2개, 2인용 소파가 가구의 전부였다. 고시생 방처럼 협소했다. “외전 구상을 한 지는 오래됐어요. 본편에선 인물들의 목숨 건 싸움을 그리는데 소소하고 인간적인 것들도 쓰고 싶었죠. 하지만 당시 출판사(들녘)에서 ‘본편 내기도 급한데 왜 그런 걸 쓰느냐’고 해 결국 접었죠. 외전을 쓰며 초창기 순박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좋았어요.” 외전에는 200자 원고지 200장 내외의 에피소드 5개가 실린다. 박 신부와 현암, 준후가 처음 같이 생활하면서 겪는 일, 준후가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겪는 일, 현암과 승희의 로맨스 등이다. “팬 서비스 성격”이라며 그는 웃었다. ‘퇴마록’은 성공했지만 작가에게는 그늘을 드리우기도 했다. 그에겐 ‘왜란종결자’(약 150만 부) ‘치우천왕기’(약 40만 부)를 비롯한 다른 히트작도 있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것은 ‘퇴마록’뿐이라는 것. 그런데 왜 또 영화를? 작가의 설명은 이랬다. ‘퇴마록’은 1998년에도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배우 안성기 신현준 추상미가 출연한 작품이다. 당시 서울 관객 40만 명을 넘기며 선방했지만 이우혁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영화가 잘 나왔으면 책은 2000만 부를 넘겼을 겁니다. 영화에 실망한 사람들은 제 소설을 찾아보려 하지 않아요. 요새는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작의 실패를 덮을 수 있는 새 영화를 만들고 싶은 거죠.” 시나리오는 직접 쓰고 있다. 20여 년 전 작품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등장하는 ‘현대화’ 과정을 거치고 있고, 현재 제작사 몇 곳과 영화화를 타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이우혁은 곧 신간 집필에 나선다. “종교, 신화, 인문학, 역사학, 생물학, 지질학을 아우르는 ‘40만 년의 우주사’로서 성경 정도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그의 신작 설명을 듣다 보니 좁은 그의 원룸이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서울 한복판에 세운 건물들. “치욕의 역사도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대개는 민족정기 회복 차원에서 철거됐다. 1995년 경복궁 안의 조선총독부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2008년 서울시청도 일부 철거됐다. 이들 건물에 앞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건물이 있었으니 1993년 8월에 철거된 조선총독부 총독관저(옛 청와대 관저)다. 20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총독관저는 1939년에 세워졌다. 일제 말기 총독 세 명이 살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6명의 대통령이 관저와 집무실로 사용했던 곳.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이곳이 오래전부터 ‘흉가’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곳을 거쳐 간 총독이나 대통령의 말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은 풍수지리학적 지식을 곁들여 관저 건립을 둘러싼 흥미로운 팩션을 완성한다. 작품을 읽는 내내 ‘관저 터가 과연 명당일까, 흉지일까’ ‘왜 경복궁 밖에 관저가 지어졌을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흥미로운 질문으로 가득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서울 남산 왜성대에 총독관저가 있던 1930년대 중반. 총독은 ‘생명의 집을 지어라’는 모친의 편지를 읽고, 새 총독관저 터를 찾는다. 이름 난 지관들을 모아 경복궁 내에서 터를 찾게 한다. 조선 최고의 실력을 가진 김 지관은 고민한다. 제대로 된 명당을 알려주면 지관의 본분은 다하지만 조선 백성의 본분은 저버리게 되는 것. 그는 역시 지관이었던 부친이 앞을 내다보고 남긴 비밀 메모를 발견한다. ‘비책은 경복궁의 금원(禁苑), 금지된 정원이다’는 알 듯 모를 듯한 주문. 그는 이를 토대로 총독관저를 흉지인 경복궁 밖 정원에 짓게 하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명당을 찾으려는 총독과 흉지로 유도하려는 김 지관의 두뇌대결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다채로운 풍수지리학 지식이다. 경성(서울)은 여성의 하복부 모양이고, 경복궁은 자궁의 가장 깊숙한 곳이라는 것. 그 자궁의 가장 핵심인 경복궁 후원 수궁 터가 관저로 적합하다고 김 지관은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지관들은 다른 곳을 추천하고, 총독도 고심한다. 여기에 일본에서 온 풍수사의 이론까지 가세하며 명당에 대한 논리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명당은 결국 지관이나 풍수사의 세 치 혀에서 탄생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싸움이다. 풍수를 둘러싼 숨 가쁜 갑론을박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술술 책장을 넘길 정도로 소설은 재미있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도 많아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 무엇보다 이제는 대중의 관심에서 잊혀진 총독관저를 둘러싼 미스터리에 집중한 작가의 주제 선택이 탁월하다. 다만 책장을 덮고 나면 몇몇 중요 인물이 단지 작가가 소설적 재미를 위해 넣은 소모품처럼 느껴진다. 통역사인 ‘세린’이나 세린을 연모했던 일본 관리 ‘하루키’가 그렇다. 이들이 총독이나 김 지관과는 달리 너무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탓에 작품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듯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 자녀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부모는 당혹스럽기 마련이다. 어릴 적에야 대충 둘러댈 수 있지만 좀 더 자라 제법 진지하게 질문을 해온다면 피할 수 없다. 이 책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독일에서 출간돼 6개월 만에 20만 부 넘게 판매된 성교육서. ‘성적 흥분은 선천적이지만 성은 학습해야 된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청소년이 실생활에서 접하기 시작하는 손잡기, 키스, 첫 경험, 피임 등에 관한 얘기를 풍부한 사례와 이론을 접목해 풀어간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백무산 시인(58·사진)이 한국작가회의 산하 민족문학연구소가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에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그 모든 가장자리’(창비).}

‘엄마를 부탁해’로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이 된 소설가 신경숙 씨(50). 그에게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독자나 지인들로부터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다. “소설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얘기는 쓸 생각이 없으세요?” 작가에게 유머가 없다니. 처음엔 뜬금없는 얘기라고도 넘겼지만 같은 질문이 반복되다 보니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유머라든지 그런 거에는 제가 좀 모자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그것(유머)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약간 서운한 점도 있습니다.” 작가의 하소연은 이랬다. 이를테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2010년)에서 실종사, 의문사를 비롯해 죽음의 고리들이 반복되고 연계돼 있지만, 굉장히 노력해서 잠깐이라도 얼굴을 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중간 중간 열심히 넣었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누르는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그런 ‘숨은 유머’를 짚어 주고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사진)를 펴냈다. 21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함빡 웃게 만드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밝게 웃었다. 책은 확실히 웃긴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스님에게 전도하려고 애쓰는 젊은 목사 얘기, 스님이 집 앞에서 공양을 강요하며 ‘안∼주면 가나봐라∼’라고 염불을 외자 집에 있는 아낙네가 ‘그∼칸다고 주나봐라∼’고 응수했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포근한 얘기들도 있다. 작가가 2008년 1월부터 2년여 동안 월간 ‘북새통’에 연재한 ‘짧은 소설’ 26편을 모았다. “매달 원고를 넘기면서 글을 쓰는 시간 자체가 즐겁고 좋았어요. 글로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갈 것 같은 순간순간의 소중한 느낌을 글에 담았죠. 항상 긴장되고 늘 무엇을 관찰하는 게 제 삶인데, 그런 쪼여 있는 시간들을 풀어주는 의미의 글들이죠. 독자에게도 삶의 긴장된, 확 내팽개쳐 버리고 싶은 순간들을 다른 순간으로 전환시키고 싶을 때 읽는 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1985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등단해 20여 권의 소설책을 펴낸 신경숙은 “저도 쉰 살이 됐다”며 웃었다. 그동안 문학이 워낙 무겁게 다가왔다는 그의 고백. 인간의 힘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비의(悲意)를 담는 게 문학이라고 생각해 왔단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는 비의뿐만 아니라 ‘명랑성’도 다루고 싶다고 했다. “후기 작품에서는 두 가지가 배척하지 않고 거울처럼 서로를 빛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 보였다. 간담회를 마치고 신경숙과 한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었다. 내년 4월 ‘어디선가…’의 영문판이 미국에서 출간된다. 새 장편은 4개의 삶이 교차되는 옴니버스 소설과 앞을 못 보는 사람 얘기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했다. 330mL짜리 ‘호가든’ 맥주 두 병을 달게 비운 작가는 매일 아침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요가 수업 얘기, 최근 다녀온 중국 출장에서 체했다는 얘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러던 중 그가 내뱉은 말. “나 되게 유머 있는데, 잘 몰랐죠?”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21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경축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앞줄 왼쪽부터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무용계가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무용 공연이 앞다퉈 무대에 오른다. 세계 유명 안무가의 공연에서 신예들의 힘찬 무대까지. 성큼 다가온 봄의 역동성을 에너지 넘치는 무용가들이 펼치는 몸의 언어에서 읽어보면 어떨까. 국립현대무용단은 29일∼4월 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홍승엽의 댄스살롱’을, 4월 5∼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벽오금학’을 연달아 무대에 올린다. 국내 안무가 초청공연 형식의 ‘…댄스살롱’은 김정은 박근태 송주원 안영준 4명의 안무가가 각각 15분 안팎의 신작을 발표하는 무대. 다양한 주제를 실험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돋보인다.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직접 작품 해설에 나선다. 1만5000원. 02-580-1300 ‘벽오금학’은 소설가 이외수의 ‘벽오금학도’(1992년)를 무용으로 풀어낸 무대. ‘인연’을 주제로 땅과 하늘, 그리고 사람의 연(緣)을 섬세한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특히 무대와 객석을 넘나드는 붉은 실타래를 통해 안무가와 관객의 인연까지 짚어본다. 여백의 미를 살린 무대와 조명, 그리고 몽환적인 음악이 어우러진다. 1만5000원. 02-580-1300 4월 10∼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안성수·정구호의 단(壇)’은 국립무용단의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 현대무용가 안성수가 안무를,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국립발레단 창단 50주년 기념 창작발레 ‘포이즈’에 이은 두 번째 공동작업. 안성수의 한국적 춤사위에, 정구호의 미니멀리즘이 결합한다. 3막9장으로 구성된 공연의 각 막의 주제는 이체동심(異體同心), 자중지란(自中之亂), 혼연일체(渾然一體). 인간의 심리적 변화와 갈등, 중립 의지를 무용으로 표현한다. 2만∼7만 원. 02-2280-4114∼6 올해 3회째를 맞은 ‘한팩 라이징스타’는 젊은 안무가들의 패기와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 차세대 안무가 6명이 3명씩 짝을 이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마음껏 펼치는 공연이다. ‘1팀’인 임지애 정정아 최승윤은 29∼30일에, ‘2팀’인 곽고은 안수영 최수진은 4월 5∼6일에 각각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선다. 1팀은 수상경력과 활동상황을 기준으로, 2팀은 차세대안무가클래스 쇼케이스 심사평가로 선발됐다. 2만 원. 02-3668-0007 세계적 안무가인 시디 라르비 셰르카우이와 다미앵 잘레의 작품 ‘바벨(BABEL)’은 5월 17, 18일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선다. 제32회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MODAFE)의 개막작. 세르카우이는 ‘볼프스부르크 최고 젊은 안무가상’ ‘니진스키 젊은 안무가상’을 수상한 벨기에를 대표하는 안무가. 바벨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언어와 국가, 종교에 대한 정체성과 관계에 대해 탐구한다. 3만∼5만 원. 02-765-5352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얼마 전 한 출판인을 만나 이런 얘기를 들었다. “‘소설문학’(사진)이 창간됐는데 한번 기사로 소개를 해봐라. 뜻이 가상하지 않으냐”라는 권유였다. 이 외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소설 전문 계간지 소설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피부로 느낀다. 이른바 요즘 문단 내 뉴스다. 답은 창간호 안에 실린 ‘사고(社告)’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원고를 청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신인문학상을 뽑지 않습니다.’ 신선했다. 기존 문예지들이 세(勢)를 늘렸던 손쉬운 방법을 스스로 버린다는 선언. 일종의 자기반성처럼도 들렸다.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문예지가 운영하는 신인상은 일반 회사로 치면 신입사원 채용과 같다. 문예지는 이런 작가지망생을 ‘고용’(등단)하고, ‘임금’(원고료)을 준다. 이미 등단한 작가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많지만 유력 문예지의 지면은 한정돼 있다. 문예지는 원고 청탁과 신인상을 비롯한 각종 문학상으로 권력화된다. 이 권력에 편입되기 위해 1, 2년 동안 작품 출간을 ‘대기’하는 작가도 있다. 그럴수록 문예지의 힘은 커지고,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된다. 소설문학은 이 틀을 깼다. 원고 청탁을 하지 않는 대신 원로나 중진 작가들의 추천, 작가들의 투고 작품을 심사해 지면을 메울 예정이다. 신인상을 비롯한 어떤 문학상도 배제한다. 출판사 북인을 운영하는 조현석 시인이 발행인을 맡았고, 소설가 신승철 김도언 구경미 김이은 김나정은 편집위원으로 나섰다. 후배들의 취지에 공감한 윤후명 문형렬 이병천 임철우 이승우 강병석 이순원 심상대는 기획자문위원으로 나섰다.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연재소설이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신문과 잡지에 신작을 연재하는 전통적 방법을 고수했던 소설 연재는 2007년부터 인터넷 연재소설이 시작돼 이제는 꽤 보편화됐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의 액정만 터치하면 유명 작가들의 연재소설을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모바일 소설 연재’ 시대가 열린다.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과 자음과모음은 5월부터 ‘모바일 소설 연재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1월 네이버가 장르 소설 작가들을 상대로 ‘웹소설’을 시작한 데 이어 이번에는 순수문학 작가들이 대거 휴대전화 액정 속으로 들어간다. 박범신 정이현 조경란 전경린 김이설 김선영 남인숙을 비롯한 작가 7명이 참여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작가 김선영은 청소년 소설을, 남인숙은 에세이를 선보인다. 나머지 5명은 신작 장편을 선보인다. 5월부터 2, 3명의 작가가 주 3회 정도 함께 연재한다. 이번 연재 프로젝트는 6개월간 이어진다. 연재소설은 SK플래닛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T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공개될 예정이다. T스토어 가입자는 1월 기준 1640여만 명에 달한다. 문학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급속한 정보통신 환경 변화에 대처가 늦었다.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소설 연재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무료 모바일 연재는 문학에 대해 관심이 적었던 대중에게 작품이 손쉽게 노출돼 연재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가 자신들도 새로운 도전을 반기고 있다. 2007년 8월 네이버에서 ‘촐라체’를 연재해 인터넷 연재 1호 작가가 된 박범신은 “문학이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연재 공간의 특성상 기존 신문이나 잡지 연재와 다른 형식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린은 “작품을 연재하는 매체 자체가 굉장히 빠르게 변해서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며 “모바일이란 형식을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고 쓰고 있다. (200자 원고지) 600매 원고를 완성해 내달 중 출판사에 넘길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콘텐츠에 목마른 정보통신기업과 보다 파급력 있는 발표 공간을 원하는 작가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모바일을 통한 연재물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플래닛은 자음과모음 외에도 김영사, 문학동네를 비롯한 여러 출판사와 서비스를 협의했다. 올 상반기 안에 음원, 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는 ‘카카오페이지’를 출범할 예정인 카카오톡도 출판사들과 각종 제휴를 타진하고 있다.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웹소설’은 현재 15명의 작가가 로맨스, SF판타지, 무협 등 장르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2월 한 달 동안 스마트폰 이용자 80만 명(안드로이드 휴대전화 이용자 기준·PC와 아이폰 이용자 제외) 이상이 웹소설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인기가 있는 한 연재소설은 월간 100만 명 이상이 작품을 읽은 것으로 자체 집계됐다. 현재 한 달 1700만 명 안팎이 방문하는 네이버 웹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모바일 소설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하지만 장르 작품이 아닌 순문학 작품도 모바일 시장에서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모바일 소설의 경쟁자는 다른 문학작품이 아닌 게임과 만화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장르소설은 게임과 만화의 대체재 성격이 있다. 순문학이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진은영 시인(43·사진)이 제15회 천상병 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훔쳐가는 노래’(창비). 시상식은 다음 달 27일 오후 2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만해 한용운(萬海 韓龍雲·1879∼1944·사진)이 말년을 보낸 서울 성북구 성북동 심우장(尋牛莊)은 작은 암자처럼 고즈넉하다. 심우장에 오르는 좁은 비탈길은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 어지럽고 지저분하다. 성북동에서도 가장 후미진 이 언덕배기 동네는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주민들의 심경도 복잡한 듯하다. 담벼락에 온갖 욕설까지 섞인 구호가 덕지덕지 붙었다. 한용운이 살아서 이런 정경을 본다면 얼마나 난감했을까. 한용운은 충남 홍성의 외진 촌락에서 태어났다. 향리의 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했던 그는 동학에 가담하면서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고 가난한 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큰 뜻을 세웠다. 그러나 동학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설악산 오세암에 숨어든 것은 나이 스물이 훨씬 넘어서의 일이었으며 이때부터 불가에 입문했다.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기 직전 그는 일본에 건너가 새로운 문물을 두루 살피고 돌아왔다. 경술년(1910년) 국치를 당하자 그는 망국의 한을 품고 만주로 떠돌다가 마음을 다잡고 돌아와 침체한 불교의 혁신운동을 내세워 유명한 ‘불교 유신론(維新論)’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의 불교운동은 종교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고 민족의 독립운동으로 확대되었다. 불교계를 대표하여 33인 중 한 사람으로 3·1운동에 참여한 한용운은 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일경에게 체포되어 3년 가까이 투옥됐고, 옥중에서 ‘조선 독립의 서(書)’를 기초하였다. 그는 감옥에서 풀려나온 후 백담사로 다시 들어가 거기서 시집 ‘님의 침묵’(1926년)을 내놓았다. 이후 많은 한시(漢詩)와 시조를 발표하면서 불교 개혁의 구상을 실천해 나아갔다. 그는 한국 불교의 근대화를 위해 앞장섰던 승려였고 민족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였던 저항적인 지식인이었다. 심우장은 한용운이 평생에 가져본 유일한 집이었다. 서울에서 지낸 말년의 삶이 그대로 이 집에 담겨 있다. 백담사를 떠나 서울에 올라와 이곳저곳 절간을 떠돌며 지내고 있던 그가 1933년 유숙원(兪淑元·1898∼1965) 여사와 혼인하자 지인들이 뜻을 모아 이 집을 지어주었다. 그는 승려의 결혼을 지지했다. 한용운은 집이 생기자 심우장이라는 택호를 붙였다. 불도(佛徒)의 한 사람으로 초심(初心), 구도(求道)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이 이름을 붙인다는 설명도 하였다. 그리고 그 유명한 ‘십우송(十牛頌)’을 쓰기도 하였다. ‘십우송’ 10편의 시 가운데 첫 수인 ‘심우(尋牛)’는 이렇게 시작된다. ‘원래 못 찾을 리 없긴 없어도/산속에 흰 구름이 이리 낄 줄이야!/다가서는 벼랑이라 발 못 붙인 채/호랑이 용 울음에 몸을 떠느니’ 한용운은 심우장에 기거하는 동안 부처의 말씀이 아니라 중생의 언어와 씨름했다. 그는 ‘심우장 산시(散詩)’를 썼고, 장편소설 ‘흑풍’ ‘박명’ ‘후회’ 등을 발표했다. 그리고 잡지 ‘불교’를 속간해 ‘신불교’라는 이름으로 다시 내면서 많은 불교 관련 논설을 직접 썼다. 그는 일제가 강요했던 창씨개명운동을 거부하였고, 이광수 등이 조선인 학병 출정을 권유하는 연설을 하고 다닐 때 그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심우장은 늘 일본 경찰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 1944년 그는 한평생을 바쳐 투쟁하며 열망했던 조국의 광복을 끝내 보지 못하고 이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용운의 위대함은 그의 투철한 삶과 의지를 통해 확인되는 것이지만 특히 그의 글쓰기가 이를 입증한다. 투철한 역사의식도 글쓰기를 통해 구현되었고 깊은 정서도, 높은 이상도 글을 통해 구체화하였다. 특히 오랫동안 한학 수업을 받았을 뿐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통한 신학문 접근이 전혀 불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시집 ‘님의 침묵’에 수록된 한용운의 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13일 찾은 심우장은 찾는 이 없이 고즈넉했다. 마당 앞에 수령 90년이 넘은 커다란 소나무가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심우장 본채는 작은 기와집이 비교적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이 일대가 재개발되어 성북동 언덕보다 더 높은 아파트로 둘러싸이면 어쩌나 걱정이다. 저 큰 소나무와 어울리는 ‘만해공원’이라도 들어선다면 어떨까. 돌아 내려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정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죽산 조봉암(竹山 曺奉岩·1898∼1959). 조선공산당 창당의 주역이며 광복 후에는 우익으로 전향해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낸 인물. 이승만에 의해 장관이 됐지만 결국 이승만에 의해 제거된 비운의 정치인이다. ‘약산 김원봉 평전’ ‘김산 평전’을 선보였던 저자는 2년 반의 자료조사, 3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600쪽 넘는 분량으로 죽산의 생애를 실감나게 조명했다. 죽산은 1952년, 1956년 두 차례 대통령선거에 나섰다가 이승만에게 패배한다. 이승만의 정적으로 떠오른 죽산은 1958년 1월 진보당 전 간부가 북한의 간첩과 내통하고 북한의 통일방안을 주장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된다. 1심에서는 5년 형을, 2심에서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2심 판결 사흘 뒤인 10월 28일 이승만은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한다. “조봉암 1심 판결은 말도 안 된다. 그때에 판사를 처단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점을 생각해서 중지했다. 같은 법을 갖고도 한 나라 사람이 판이한 판결을 내리게 되면 국민이 이해가 안 갈 것이며 나부터도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사법권 독립이 요원했던 시절. ‘정치재판’의 희생자인 죽산은 1959년 2월 대법원에서 간첩죄 등이 인정돼 사형이 확정된다. 죽산은 당시 유일하게 접근이 허용됐던 김춘봉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판결은 잘됐어요. 무죄가 안 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지요. … 이념이 다른 사람이 서로 대립할 때는 한쪽이 없어져야 승리가 있는 거고 그럼으로써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하게 되는 거지요.” 선고 5개월 후 사형이 집행됐다. 50년 넘게 흐른 2011년 1월, 대법원이 재심을 열어 죽산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그를 잊은 뒤였다. 저자는 죽산의 딸인 조호정 여사를 비롯한 관계자 인터뷰,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항일유적지 답사, 각종 학술·언론 자료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죽산을 살려냈다. 소설가인 저자는 미려한 문장과 세밀한 묘사를 덧붙였다. 딱딱한 보통 평전들과 달리 편하게 읽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 소설을 읽다보면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하기 위한 대형 종(鐘)이 만들어졌던가?’ 이제는 아련한 기억으로 남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소설은 한반도가 온통 축구 열기로 뜨거웠던 그때 20t짜리 성덕대왕신종을 넘어서는 30t짜리 월드컵 기념종을 만들었던 두 장인의 성공과 좌절, 절망을 그린다. 물론 당시 그런 종도, 그런 종을 만든 사람도 없다. 하지만 소설은 평생의 역작으로 남을 종 제작에 자신을 내던진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낸다. 마치 진짜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서울 외곽의 시골마을인 금형리. ‘혐오시설’로 분류된 주물 업체들이 86아시아경기대회와 88올림픽이 개최되던 즈음 서울에서 밀려나 하나둘 모여든 곳. 월드컵을 앞두고 철로 된 기념품이 각광을 받으며 금형리도 활기를 띤다. 무엇보다 사람의 관심을 끈 것은 주철장인 규철이 만드는 거대한 기념종.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1년여 동안의 작업 끝에 첫 타종이 거행된다. 지축을 울리는 우렁찬 종소리에 사람들은 박수를 치지만 규철은 절망한다. 종 어딘가에 금이 가서 깨진 소리가 미묘하게 들린 것. 축구장 한편에 종을 걸다 지지물이 깨져 종은 결국 훼손된다. 실패한 규철에게 모든 책임이 쏠리고 그는 광인으로 변한다. 초반부를 차지하는 기념종 제작과정은 이야기의 시작점에 불과하다. 사실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실패 후 종 제작에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의 끈질긴 집념이다. 예술혼 운운은 지루해질 수 있다. 참고 읽을 진득한 독자도 적다. 작가는 여기에 여러 미스터리를 가미하는 영민함을 선보인다. 규철의 아내가 살해되고 규철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살해현장을 목격한 규철의 딸은 두 남성의 흔적을 봤다. ‘범인이 누구인가’란 의문은 작품 끝까지 이어지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또 다른 미스터리는 거대 종 제작의 비밀. 다시 30t짜리 종 제작에 돌입한 규철, 그리고 그의 친구인 한위는 아기를 넣어서 만들었다는 성덕대왕신종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결국 거대한 종이 맑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사람의 ‘인(P)’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일까. 장인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작품은 종 제작과 살인사건이란 두 가지 비밀이 맞물리며 탄력적으로 진행된다. 살인사건에 대한 결말은 다소 엉뚱하지만 종 제작에 얽힌 장인들의 고뇌와 절망을 잘 끄집어내 책장을 덮고 나면 무언가 묵직한 것이 가슴팍에 박히는 듯하다. 지난해 마흔일곱의 나이에 세계문학상을 받으며 9전 10기로 등단한 작가는 수상작이자 첫 장편인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4만 부를 넘겼다. 오랜 습작 덕분인지 중견 작가 같은 안정적 필력이 돋보인다. 한 가지 길에 몰두한 뚝심 있는 규철의 모습은 작가 자신의 얼굴 같기도 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박상순 시인(51·사진)이 제14회 현대시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을 비롯한 10편. 1991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박 시인은 민음사와 웅진문학에디션 뿔 대표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