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주

조동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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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동주 기자입니다.

djc@donga.com

취재분야

2026-02-16~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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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검찰 공소사실 부인

    국가정보원 측은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 특정 정당 후보를 옹호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 5만5689건에 달한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국정원은 “검찰 공소장에 의하더라도 5만5689건 가운데 국정원 직원이 트윗 또는 리트윗한 것으로 확인된 글은 2만8317건이며, 나머지 2만7372건은 작성자 불명으로 남아 있어 수사 결과 자체가 미완성 상태”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검찰이 체포한 국정원 직원 2명을 조사해 확인한(자백받은) 트윗·리트윗 건수는 2233건”이라며 “이 가운데 직접 작성한 글은 122건(5.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의 글을 리트윗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검찰 공소장을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국정원이 관여한 것으로 찾아낸 글수는 총 5만5689건이 아니라 2만8317건이며, 그중에서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직접 확인한 글은 2233건이라는 설명이다. 국정원은 또 민주당 등에서 국정원 직원이 게시한 글이라고 제시한 주요 사례 41건을 확인해본 결과 국정원 직원이 관련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3건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모두 다른 사람의 글을 리트윗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41건 중 30건은 국정원 직원이 게시한 글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 8건은 확인 중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하루 생산되는 트윗·리트윗 글이 약 240만 건이므로 검찰이 수사대상으로 삼은 지난해 9∼12월 사이에 2억8800만 건이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이 발표한 5만5689건은 전체의 0.019%에 불과하며, 이는 심리전단 요원(약 70명) 1인당 하루 평균 7건을 트윗·리트윗한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또 검찰이 ‘NLL 비판 무력화’를 문재인 후보 반대로, ‘안철수 (사퇴 이후) 테마주 폭락’을 안철수 후보 반대로, ‘북 미사일 두둔 비판’을 이정희 후보 반대로 무리하게 확대해석해 정치성 글로 간주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상당수의 내용을 보면 북한의 체제전복 기도에 대응하기 위한 대공 방첩 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진 글이고, (검찰이) 선거개입을 주장하는 글 또한 대부분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이나 신문기사 등을 개인적으로 리트윗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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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팀, 트윗 영향력 확대 모의 정황”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특별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구체적인 모의와 실행 계획을 바탕으로 지난해 대선 기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했다고 보고 있다. 대선 기간 국정원 심리전단 SNS팀 직원 20여 명과 외부 조력자가 올린 5만5689건의 트윗과 리트윗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SNS팀 직원들이 대선 기간에 자신들이 사용하는 트위터 계정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팔로어를 늘리는 방법을 모의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을 입증하는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5만5689건 어떻게 파악했나 수사팀은 당초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402개의 트위터 계정을 사용해 트윗 글을 작성하거나 리트윗(다른 사람이 쓴 트윗 글을 퍼 나르는 행위)을 했다고 파악했다. 이에 따라 실제 국정원 직원들이 이 계정을 사용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7월 법무부에 사법 공조를 요청했다. 미국 본사의 트위터 서버에서 이 계정들의 주인이 실제 국정원 직원이 맞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사팀은 지난주 초 추가 수사를 진행하며 당초 파악한 402개의 트위터 계정 외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이 확실시되는 300여 개의 트위터 계정 목록을 새롭게 발견했다. 특히 기존에 파악했던 402개의 계정과 새로 발견된 300여 개의 계정 가운데 100여 개는 서로 같았다. 수사팀은 새로 발견된 300여 개의 계정을 이용해 지난해 9월 1일부터 12월 18일까지 국정원 직원과 외부 조력자들이 올린 20만여 개의 트윗, 리트윗 글을 분석했다. 이후 대선 후보자를 지지·비방하는 내용의 트윗, 리트윗 글 5만5689건을 가려냈다. 수사팀은 이번에 밝혀낸 대선 관련 트윗, 리트윗뿐 아니라 정치 개입 관련 트윗도 분석한 뒤 추가 기소하거나 다시 한 번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본보 취재 결과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주장한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트윗 2233건’은 수사팀의 초기 수사 자료에 담긴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3명을 체포해 추궁하는 과정에서 2명에게서 이 같은 진술을 얻었는데 이 수치가 그대로 정치권에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체포되지 않은 국정원 직원들의 트윗 글도 모두 파악했다.○ ‘트위터 팔로어 늘려라’ 조직적 모의 정황 수사팀은 SNS팀 20여 명이 대선 기간에 자신들이 사용하는 트위터 계정의 영향력을 높이고 팔로어 추가를 모의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와 e메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맞팔(서로 팔로어가 되는 것)을 맺거나 리트윗을 해 주는 방식으로 전체적인 트윗, 리트윗 수를 늘리는 한편 팔로어 수를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1970건의 댓글을 달고 1711건의 찬반 투표를 눌렀다’는 이전의 공소 사실보다 이번 수사 결과가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보다 15배나 많은 트윗, 리트윗 글을 올린 데다 국정원이 대선을 앞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야당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새누리당은 트윗 글의 의미를 축소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몇천 개 샘플을 분석했더니 리트윗 44%, 기사 포스팅(전달) 47%, 기사도 리트윗도 아닌 것 8% 등이었다. 그만큼 새로 추가한 범죄 사실이 허술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팀이 선거 개입 증거로 제시한 글 가운데 안철수나 문재인을 오히려 옹호하는 글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검찰 내부에선 “신문기사를 올리거나 리트윗하는 행위도 선거나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불법이며 문재인, 안철수 지지글로 보이는 것은 그 맥락을 자세히 읽어 보면 비방에 가깝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사팀은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을 모두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지난해 6월 기소한 댓글 사건과 이번에 기소한 트윗 글을 하나의 연속되는 범죄사실(포괄일죄)로 판단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선거일로부터 6개월)가 지났다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주장에 대해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이미 댓글 사건에 대해 기소했기 때문에 ‘포괄일죄’인 범죄를 공소장에 추가하는 것은 관련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최창봉·권오혁 기자 ceric@donga.com  }

    • 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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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취운전 잡는 ‘3만원의 힘’… 음주 사고 21%-사망 50% 뚝

    황모 씨(30)는 13일 오후 10시 54분경 서울 강동구 성내동 편도 5차로 도로를 운전하다 앞차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갈피를 못 잡는 장면을 목격했다. 황 씨는 좌우 차선을 넘나드는 앞차가 음주운전이라 판단하고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올 때까지 해당 차량을 뒤따라 추격해 인계하기까지 했다. 운전자 송모 씨(55)는 혈중알코올 농도 0.185%로 면허 취소를 해야 할 만취 상태였다. 음주운전을 신고한 황 씨는 서울 강동경찰서로부터 포상금 3만 원을 받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6월 10일부터 음주운전차량 신고자에게 심의를 거쳐 포상금 3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음주운전을 하다 신고자에게 적발당한 사례들을 보면 음주운전의 치명적인 위험과 천태만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만약 사전에 신고가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김모 씨(50)는 7월 23일 오후 8시 40분경 만취한 채 스타렉스를 몰고 서울 양화대교 부근에서 올림픽대로 잠실 방면으로 질주했다. 밤이었지만 전조등조차 켜지 않은 채 지그재그로 난폭 운전을 일삼는 김 씨의 차를 보고 신고자가 경찰에 알리고 공동 추격전을 펼친 끝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김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74%로 면허 취소 수치였다.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큰 도로에 차를 덩그러니 세워 놓고 잠들기도 한다. 임모 씨(28)는 8월 10일 오전 6시경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 4차로 중 1차로에 빨간색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를 세워두고 잠들었다. 졸음이 쏟아져 운전 도중 차를 멈추고 잠든 것이다. 자동차전용도로에 주차해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본 다른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임 씨는 혈중알코올 농도 0.104%인 상태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시민 신고로 적발된 외국인 음주운전자도 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 보니 외국인마저도 거리낌 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인 M 씨(36)는 10일 오전 1시 50분경 서울 강남 차병원사거리 인근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0.147%인 상태로 아반떼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윤모 씨(29)의 오른쪽 다리를 치고 달아났다. 윤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M 씨는 불법체류자로 면허도 없었고, 술에 만취해 뺑소니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M 씨를 구속했다. 음주운전 신고포상금 제도는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음주운전 신고는 지난해 월평균 267건에 그쳤지만 신고포상제를 도입한 6월 10일 이후부터는 월평균 582건으로 늘어 117% 증가했다. 포상제도를 시행한 6월 10일 기준으로 전후 3개월을 비교해 보니 음주 교통사고 건수는 21.7% 줄었고 사망자와 부상자도 각각 50%, 23.9% 감소했다. 서울경찰청은 6월 10일부터 8월까지 총 168건에 대해 포상금 504만 원을 지급했다.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단순 음주운전을 신고한 사람에 한해서만 포상이 이뤄진다. 음주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나 음주자의 차량을 운전한 대리기사, 직계가족, 음주 운전자와 술을 같이 마신 사람 등은 포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음주운전 포상제도는 효과가 입증됐지만 별도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일부 지방경찰청은 제도 시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012년 11월 23일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올 6월까지만 시행했다. 강원, 충북, 전남지방경찰청도 올해 제도를 시행했다가 3∼6개월 만에 중단했다. 현재는 각 지방경찰청이 자체적으로 수사예산을 일부 빼서 운영하고 있다. 제도를 처음 도입한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포상제도 시행 이후 음주 교통사고가 20% 정도 줄어 확실히 효과를 봤지만 재정 문제로 별도의 예산이 배정될 때까지 잠정 중단한 상태”라며 “예산만 배정되면 언제든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방경찰청에 별도의 예산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조동주·조건희·곽도영 기자 djc@donga.com}

    • 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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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窓]“호의는 고맙지만…” 다시 출국한 로버트 김

    로버트 김(김채곤·73) 씨는 한국을 방문 중이던 15일 동아일보 A31면 하단에 실린 광고(사진)를 보고 상념에 젖었다. ‘대한민국에게 로버트 김은 귀중한 자산. 한미관계의 희생양’이라는 제목의 광고가 자신의 사진과 함께 실렸기 때문이다. ‘10월 23일(수) 오후 6시 로버트 김과 만남’이라는 안내문구와 후원계좌도 적혀 있었다. 김 씨는 광고가 나간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 광고는 김 씨를 돕고자 하는 모임인 ‘로버트 김 서포터즈’가 김 씨의 한국 방문에 맞춰 뜻을 모아 낸 것이다. 김 씨는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9월 25일 한국에 왔다. ‘서포터즈’는 김 씨가 미 해군정보국 컴퓨터 정보분석관으로 일하던 1996년 9월 한국 정부에 국가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체포돼 징역 9년, 보호관찰 3년에 처해진 이후 자발적으로 김 씨를 도와왔다. 이 모임과 별도의 공식 후원회가 있었지만 2004년 7월 27일 김 씨가 석방된 뒤 자진 해산했다. 김 씨는 광고를 낸 모임의 호의에 감사하면서도 깊은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씨는 21일 급히 미국으로 돌아갔다. 순수한 성격의 후원 모임이라도 혹시나 자신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받는 듯한 오해를 받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당초 11월까지 머물 예정으로 한국에 왔다. 김 씨는 형기를 마친 것은 물론이고 2005년 10월 보호관찰까지 끝나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버지니아 주의 자택 근처에 경찰차만 지나가도 화들짝 놀랄 만큼 투옥의 상흔이 남아있다고 한다. 김 씨는 모임을 주도하는 지인들에게 한국어로 편지를 썼다. ‘저는 미국 법을 어겨 오랫동안 구형생활을 한 전과자고 공소시효가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저를 아껴주시는 분들의 지나친 호의를 감당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김 씨는 부인 장명희 씨(70)와 경기 화성시의 제부도에 있는 보육원과 경기 파주시의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다음 주에 담요 300벌과 면도기 등을 지원받아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는데 이를 실천하지 못하게 돼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김 씨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마음속 조국은 여전히 대한민국이었다. 김 씨를 후원해온 사업가 이모 씨(48)는 “로버트 김이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소시효가 없는 범죄를 저지른 죄인일지 모르지만 한국인들이 그에게 갖는 고마움도 시효가 없다”며 “로버트 김의 애국적 희생을 국민들이 오랫동안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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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기암환자 가족 울리는 ‘효도 마케팅’

    말기 유방암 환자 이모 씨(58·여)는 5월 지인을 통해 암 치료에 용하다는 ‘한의학 박사’ 김모 씨(55)를 알게 됐다. 이 씨와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병원 입원실로 김 씨를 불러 치료를 부탁했다. 김 씨는 “부산에서 한의원 4곳을 운영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 씨의 다리와 가슴에 동방침 10여 대를 놓았다. 그러고는 “22가지 특허를 받은 약인데 암을 비롯한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며 캡슐 형태의 제품 3통을 권했다. 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며 병실에 있는 이 씨 옆에서 가족들과 하룻밤을 자기도 했다. 김 씨는 진료비와 약값으로 총 2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김 씨는 한의학을 공부한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김 씨가 ‘만병통치약’이라고 건넨 약도 다이어트용 건강보조식품이었다. 김 씨의 ‘엉터리 진료’를 받았던 이 씨는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7월경 세상을 떠났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김 씨를 의료법 위반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주로 건강보조기구와 식품을 파는 방문판매업체의 행사장에서 노인을 상대로 무면허 진료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김 씨는 2004년에도 한의학 박사를 사칭하며 불법 의료행위를 하다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던 동종 전과 3범의 상습범이었다. 김 씨처럼 말기암 환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돈을 챙기는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A 씨(27)는 암에 좋다는 벌레발효식초와 콜라겐 음료 등을 페트병 한 통당 수십만 원씩 주고 산 뒤 유방암 말기인 어머니에게 먹였지만 아무 효험을 보지 못했다. 최근 어머니를 떠나보낸 A 씨는 “허황된 말인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약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한탄했다. 암환자를 노린 ‘효도 마케팅’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본보 취재팀이 20일 포털 사이트에 ‘말기 암 치료약’을 검색하니 ‘세계 최고 기술력’ ‘말기암 완치 가능’ 등의 근거 없는 문구를 내건 암 치료약 홍보 글이 금세 눈에 띄었다. 이들 대부분은 어려운 의학 용어들을 늘어놓으며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취재팀은 인삼에 들어있는 물질을 추출해 암 세포를 파괴하는 한약을 판다는 업자에게 환자를 가장해 전화를 걸어봤다. 업자는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았던 암환자들도 이 약을 먹고 다들 멀쩡해졌다. 웬만하면 항암치료를 받지 말라”며 “특히 간암에는 효과가 100%다. 내 형도 간암이었는데 항암 치료 끊고 이 약을 먹더니 완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박스에 39만 원인데 처음 한 달은 세 박스를 먹어야 한다”며 “우리 기술은 한의학계에서도 이미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본보의 문의에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한의사들은 ‘암 치료 100%’라는 글을 내걸고 홍보하는 제품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말기 암을 100% 치료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모든 한약은 체질에 따라 효능이 달라 검증되지 않은 한약을 쓰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의사는 “한의사를 사칭해 그럴싸한 말로 환자들을 현혹하는 사기꾼들 때문에 정식 한의사마저 ‘한무당’이라는 치욕스러운 말을 듣고 있다”며 분개했다.조동주·곽도영 기자 djc@donga.com}

    •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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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탤런트 고주원, 클럽서 폭행 시비

    서울 강남경찰서는 배우 고주원(본명 고영철·32·사진) 씨 등 3명이 20일 오전 5시 30분경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에서 방모 씨(29) 등 5명과 싸움을 벌였다는 신고를 접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고 씨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택시를 타고 현장을 떠나 아직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방 씨는 “고 씨가 주먹과 발로 공격해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 씨 측 일행은 “고 씨는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 연예인이 폭행 현장에 있으면 좋을 게 없어 택시에 태워 보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씨는 KBS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등에 출연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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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휴지통]왼손엔 스마트폰… 오른손엔? 수첩 몰카!

    부동산임대업체 직원인 김모 씨(47)는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타며 출근한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마두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에서 내린 뒤, 4419번 버스를 타고 강남구 대치동 직장으로 향한다. 김 씨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늘 왼손에 갤럭시S2 스마트폰을 들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오른손엔 검은 수첩을 들고 다닌다. 김 씨는 16일 오전 8시 20분경에도 변함없이 4419번 버스에 앉아 출근 중이었다. 늘 그렇듯 왼손엔 DMB를 튼 스마트폰을 들고 오른손엔 검은 수첩을 쥐고 있었다. 김 씨는 스마트폰 화면을 무심히 바라보면서 수첩을 든 오른손을 좌석 옆에 서있던 여성의 치마 근처로 들이밀었다. 이를 지켜보다 수상히 여긴 서울 강남경찰서 성폭력전담수사팀 김용진 경장(31)이 김 씨의 수첩을 낚아채 열어 보니 안에는 갤럭시S3 스마트폰이 동영상 기능이 켜진 채 들어있었다. 수첩 속 종이는 스마트폰 크기로 파여 있었고 수첩 겉표지에는 아주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사진). 수첩을 가장한 몰래카메라였던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최소 2개월 동안 일산과 강남을 오가는 출퇴근길에 지하철과 버스에서 ‘수첩 몰카’를 이용해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찍어왔다. 김 씨의 범행은 매일 출근길 버스에서 수첩을 여성의 치마 근처로 들이미는 걸 수상히 여긴 20대 여성의 신고를 받고 잠복 수사한 경찰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막을 내렸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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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야속한 위험한 가을야구!…포스트시즌 ‘폐인’ 확산

    이모 씨(31)는 16일 직장에서 하루 종일 ‘야구삼매경’에 빠졌다. 오전 9시부터는 류현진이 속해 있는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펼치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을 봤다. 이후 잠시 업무를 하다가 오후 6시부터는 한국프로야구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PO) 경기에 빠졌다. 이 씨는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컴퓨터 화면 구석에 조그맣게 인터넷 생중계창을 띄워두고 곁눈질로 봤다. 이달 초부터 이런 생활이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 10월 들어 대한민국은 야구로 아침을 열고 야구로 밤이 저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10월은 포스트시즌의 계절이지만 올해는 국내뿐 아니라 류현진이 속한 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거의 하루 종일 야구팬들을 야구 중계로 빨아들이고 있다. 직장인들은 평소라면 최대한 빨리 점심식사를 마치고 개인시간을 가지지만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만큼은 다르다. 삼성물산 직원들은 15일 점심시간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 구내식당에 삼삼오오 모여 TV만을 바라봤다. 류현진이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된 직후 유모 씨(28)는 “원래 식당 TV는 뉴스 채널로 고정돼 있었는데 류현진이 나오는 날이면 야구경기를 틀어준다. 구내식당이 함성으로 뒤덮인 광경은 입사 이후 처음 봤다”며 웃었다. 프로야구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린 14일 저녁 서울시립대 중앙도서관에서 휴대전화로 야구중계를 켜놓고 중간고사 공부를 하던 두산팬 한태선 씨(28)는 두산이 3-0으로 앞서던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넥센 박병호가 동점 3점 홈런을 날리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표정만 찡그렸다.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소리를 끈 채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웃거나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씨는 “중간고사가 다음 주인데 두산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 야구 때문에 공부하기 글렀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운전을 하면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보면 최대 7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할 정도로 운전중 DMB 시청은 위험하지만 택시운전사들도 야구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택시운전사 김모 씨(55)는 “넥센과 두산의 준PO 5차전이 열린 14일 앞에 있던 택시가 신호가 바뀐 뒤에도 한참 서 있길래 뭐하나 봤더니 DMB로 야구를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중이 야구의 치열한 승부 현장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며 희비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면 자신감을 얻고 기분이 고양되는 호르몬 분비가 많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조동주·백연상·곽도영 기자 djc@donga.com}

    • 2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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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美 가을야구, 행복하다 야속하다 위험하다…왜?

    이모 씨(31)는 16일 직장에서 하루종일 '야구삼매경'에 빠졌다. 아침 9시부터는 류현진이 속해있는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가 세인트루이스와 펼치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3차전을 봤다. 이후 잠시 업무를 하다가 오후 6시부터는 한국프로야구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PO) 경기에 빠졌다. 어차피 밥 먹듯 야근이라 '직관'(경기장에 가서 직접 관람하기)은 꿈같은 얘기다. 이 씨는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컴퓨터 화면 구석에 조그맣게 인터넷 생중계창을 띄워두고 곁눈질로 보지만 그나마도 야구광에겐 '깨알 같은' 행복이다. 10월의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야구 전성시대다. 원래 가을은 국내야구의 계절이었는데 류현진이 속한 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야구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8일 두산과 넥센의 준PO를 시작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혈투에 돌입했다. LA 다저스도 4일부터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야구 경기가 보통 2~4시간씩 걸리다보니 두 경기만 봐도 어느덧 하루가 끝나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8일~14일 열린 두산과 넥센의 준PO는 경기마다 연장 접전을 펼쳐 매번 밤 10시를 넘겨서야 끝나곤 했다. 14일 열린 두 팀의 5차전 경기는 무려 4시간53분이나 걸려 역대 준PO 최장경기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둔 두산 팬 한모 씨(28)는 "야구가 원망스럽고 야속하다"며 울상지었다. 직장인들은 평소라면 최대한 빨리 점심식사를 마치고 개인시간을 가지지만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만큼은 다르다. 삼성물산 직원들은 15일 점심시간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 구내식당에 삼삼오오 모여 TV만을 바라봤다. 류현진이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하며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되자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유모 씨(28)는 "원래 식당 TV는 뉴스 채널로 고정돼 있었는데 류현진이 나오는 날이면 야구경기를 틀어준다. 구내식당이 함성으로 뒤덮힌 광경은 입사 이후 처음 봤다"며 웃었다. 이날 MBC 중계방송 시청률은 6.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해 평소 같은시간대 시청률을 4~5배 웃돌았다. 3월부터는 운전 중 DMB를 보면 최대 7만원의 벌금을 물지만 운전자들은 야구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기 못한다. 택시기사 김모 씨(55)는 "넥센과 두산의 준PO 5차전이 열린 14일에 앞에 있던 택시가 신호가 바뀐 뒤에도 한참 서 있길래 뭐하나 봤더니 DMB로 야구를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꼴찌를 해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한화 팬들은 지난해까지 팀의 간판 에이스였던 류현진의 맹활약을 보며 대리 위안을 삼는 웃지못할 광경도 펼쳐진다. 한화팬 김모 씨(29)는 넥센과 두산의 준PO 5차전이 열린 잠실야구장에 가서 한화의 유니폼 점퍼를 입고 괜스레 "류현진!"을 외쳤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야구에 자신을 이입시켜 승리의 감정을 공유하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면 자신감을 얻고 기분이 고양되는 호르몬 분비가 많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백연상기자 baek@donga.com조동주기자 djc@donga.com}

    • 201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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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日원정 성매매, 이번엔 몸짱男

    헬스트레이너, 보디빌더 등 한국의 건장한 남성들이 일본에서 일본인 남성들을 상대로 유사 성행위 서비스를 제공해 오다 적발됐다. 일부 여성의 원정 성매매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남성들의 동성 성매매 조직까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홍창)는 2010년 3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일본 도쿄의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에 안마시술소를 차리고 한국인 남성을 고용해 성매매를 시킨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나모 씨(36)를 구속 기소하고 종업원 6명을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은 나 씨가 7월 8일 일본 나리타에서 김해공항으로 입국할 당시 가방에 몰래 숨겨온 602만 엔(약 6565만 원)을 압수하고 그동안의 부당 이득을 추정해 추징금 1억3000만 원을 부과했다. 나 씨는 2010년 3월 신주쿠에 남성 마사지 업소를 차렸다. 나 씨의 업소에서는 근육질의 한국 남성이 일본 남성 손님에게 마사지와 더불어 손으로 유사 성행위를 해 줬다. 합법적인 마사지 업소를 가장한 이 업소의 변태 영업은 일본의 일부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근육질의 한국 남성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과 함께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적발된 남성 종업원들은 20, 30대로 동성애자가 아닌데도 목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일본으로 가 동성 성매매를 했다. 대부분 헬스트레이너, 보디빌더 등 근육질 몸매의 소유자였다. 일부 남성은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하기도 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동성애자가 아닌데 같은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게 너무나 괴로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매매 알선 총책으로 국내에서 게이바를 운영하기도 했던 나 씨는 한 국내 남성 동성애자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본에서 일할 남성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한국 남자는 현지에서 일본인보다 인기가 높아 월평균 수입이 50만∼60만 엔(약 545만∼655만 원)이고 월 100만 엔(약 1090만 원) 이상 버는 사람도 많다”, “현지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마사지 업소라 단속 걱정 없다”, “비행기표와 숙식을 제공한다”며 한국 남성들을 현혹했다. “훈남 몸짱 큐트 피부미남 등 매력이 분명한 분을 우선 모집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나 씨는 처음엔 “마사지만 하면 된다”고 속여 남성들을 일본으로 오게 한 뒤 유사 성행위를 강요했다. 일부 남성은 일본에 간 지 이틀 만에 귀국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목돈의 유혹에 넘어갔다. 나 씨는 이번에 적발된 마사지 업소 외에도 도쿄와 오사카에서 5∼9개의 현지 업소를 더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사업이 번창하자 한국으로 ‘역진출’해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올해 초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남성 마사지 업소를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나 씨의 일본 업소에서 일했던 A 씨(34)는 본보 기자와 만나 “나 씨가 한국에 업소를 차린 건 종업원의 비자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였다”고 털어놨다. 우리 국민이 일본에 비자 없이 연이어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90일이고 1년 최대 체류 기간이 180일이라 종업원이 일본에 있지 못하는 기간에도 일할 수 있도록 한국에도 업소를 차렸다는 것이다. A 씨는 “나 씨는 종업원들을 유학생으로 가장시켜 일본에 오래 체류할 수 있는 학생비자를 발급받도록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국 남성을 고용해 영업하는 일본 현지 마사지업소 홈페이지가 여러 개 확인됐다. 이번에 적발된 나 씨의 업소 말고도 한국 남성이 성매매를 하는 업소가 더 있다는 걸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사이트는 ‘한국식 마사지’를 내세우며 속옷만 입은 채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는 남성 사진을 걸어 뒀다. 일부 남성은 ‘한국 방송 출연 경험’ ‘한국 해병대 출신’ 등의 이력을 내걸었다. A 씨는 “이들 모두 유사성행위를 하는 업소”라고 주장했다.조동주·최예나 기자 djc@donga.com}

    • 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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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내집 앞에서 떠들지마” 고교생들에게 칼부림

    서울 송파구 삼전동 단독주택에 사는 서모 씨(51)는 평소 자신의 집 앞 골목길 양지바른 곳에 10대 청소년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며 떠드는 일이 잦아 짜증스러웠다. 9월 30일 오후 11시 10분경 마트에 들러 포도와 과도를 사서 집으로 오던 서 씨는 큰소리로 떠들며 무리지어 골목길을 걷는 고교생 이모 군(17) 등 10대 청소년 4명을 발견했다. 이들을 자신의 집 앞 골목길에 모이던 그 학생들이라고 여긴 서 씨는 다짜고짜 갖고 있던 길이 23cm짜리 과도로 이 군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 군과 친구들이 혼비백산해 달아나자 100m 정도 추격하기까지 했다. 서 씨는 사건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자택에서 붙잡혔다. 이 군은 옆구리에 2cm 깊이의 상처를 입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서 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적은 없었지만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서 씨가 7년여 전 아내와 이혼한 뒤 감정기복이 심한 상태였는데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들을 보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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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뛰기, 연예인도 단골고객

    유명 여가수 A 씨(32)는 올 3월 1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이른바 ‘콜뛰기’ 그랜저를 타고 인근 안무 연습실로 이동했다. ‘콜뛰기’는 일반 택시 요금보다 4배 정도 비싸지만 고급 차량에 껌, 구강청정제, 스타킹 등 각종 서비스 용품까지 비치돼 있어 강남 일대에서 인기가 높다. 2km가량 이동한 뒤 1만 원을 내고 내리려던 순간 경찰이 다가왔다. A 씨가 탄 차는 택시 영업 허가 없이 불법 운행하는 차량이었다. A 씨는 “친한 언니가 알려줘서 이용했을 뿐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콜뛰기는 강남 일대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변 노출을 꺼리는 연예인이나 부유층 등도 즐겨 이용하고 있다. 중대형 고급 승용차 안에 태블릿PC, 생수, 담배 등 서비스 물품이 구비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은 2001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최대 12년 동안 강남 일대에서 콜뛰기 불법 영업을 해온 6개 업체 직원 69명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콜뛰기 차는 인도나 횡단보도를 질주하는 등 불법 난폭운전을 일삼는다. A 씨를 태운 차도 10분가량 이동하면서 중앙선을 침범해 질주했다. 운전사는 안전띠조차 매지 않았다. 운전자 가운데는 범죄경력자가 적지 않다. 이번에 단속된 69명 중 60명(87%)은 특수절도, 성매매 알선, 폭행 등의 전과 보유자였다. 경찰 조사 결과 적발된 업체들이 보유한 고객 휴대전화번호 주소록에는 가수 출신 방송인 B 씨(38), 남성 아이돌 그룹 가수 C 씨(24) 등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다수 입력돼 있었다. B 씨는 20여 회, C 씨는 10여 회씩 콜뛰기를 이용했을 정도로 단골이었다. 다만, 콜뛰기 고객은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경찰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전직 콜뛰기 운전사 D 씨는 7일 본보 기자와 만나 “슈퍼카를 가진 연예인도 팬들의 눈을 피해 클럽에 가거나 애인을 만나는 등 은밀한 사생활을 감추기 위해 콜뛰기를 애용한다”며 “그래서 콜뛰기 직원은 늘 ‘보안이 생명’이라고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호업체 요원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경찰이 콜뛰기 운전사 남모 씨(35)의 차량을 단속했을 때 트렁크에서 경호업체 이름이 적힌 조끼가 발견됐다. 남 씨가 속한 업체 직원 7명은 송파구의 한 경호업체에서 1인당 37만 원씩 내고 4일 동안 교육을 받은 뒤 경호원 행세를 하며 콜뛰기 영업을 해왔다. 또 무전기를 통해 자신들만의 은어를 주고받으며 경찰 단속에 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 일대 콜뛰기 업체는 강남권 1만 원, 비(非)강남 서울지역 3만∼5만 원, 수도권 10만 원가량의 요금을 받았다. 이번에 단속된 6개 업체로부터 경찰이 확인한 부당이익만 4억 원에 이른다. 차량 유지비 등을 제외한 순수익으로만 업체 대표는 한 달에 500만 원 이상, 운전사는 200만∼400만 원을 챙겼다. 고객의 전화번호가 담긴 ‘콜뛰기 영업용 전화기’는 업체끼리 대당 500만∼1000만 원에 거래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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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추행 당한 나에게 따뜻한 배려… 충격 벗게 도와준 형사님 고마워요”

    ‘성추행을 당했는데 형사님 덕분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드려요♥’ 여고생 A 양(17)은 2일 서울 강남경찰서 홈페이지에 A4용지 한 장 분량의 감사 글을 올렸다. 성추행을 당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강남서 성폭력전담수사팀의 김용진 경장(31)의 세심한 배려로 힘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성추행 피해자가 경찰서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감사 글을 올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A 양은 9월 21일 낮 12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강남구청역 인근을 걷다가 우연히 김모 씨(50)를 만났다. 김 씨는 자신의 승용차에 탄 채로 “내가 방송 관련 일을 하는데 길거리 캐스팅을 하고 있다. 시동을 꺼둘 테니 안심하고 타라”며 A 양을 유인해 조수석에 태웠다. 그 후 김 씨는 ‘짐승’으로 돌변했다. 1시간여 동안 강남 일대를 누비면서 A 양의 가슴과 엉덩이 등을 만졌다. A 양이 내리지 못하도록 왼손으로 계속 차를 운전하면서 오른손으로 마수를 뻗쳤다. A 양은 저항했지만 밀실이나 다름없는 달리는 차 안에서 눈물만 흘렸다. 욕정을 채운 김 씨가 논현동 인근에 내려준 뒤에야 풀려났다. A 양은 난생 처음 당하는 일에 큰 충격을 받아 사건 발생 두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김 경장은 A 양을 만나자마자 “범인을 꼭 잡아주겠다”며 안심시켰다. 극도의 흥분 상태여서 말을 더듬는 A 양에게 “네 말을 모두 믿는다.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 천천히 잘 생각해보라”며 다독였다. 이후 A 양을 수서경찰서에 있는 강남권 성폭력피해인권보호센터로 데려가 피해 상황을 자세히 진술하도록 도왔다. A 양은 “김 형사님의 질문마다 저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건 처리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친삼촌처럼 신경써줘서 정말 마음이 편했다”며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꼭 형사님께 연락드리겠다”며 고마워했다. 김 경장이 소속된 성폭력전담수사팀은 경찰청이 올해 9월 전국 일선경찰서 52곳에 신설한 부서.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팀이다. 성폭력전담요원은 배치 전에 2주 동안 미세증거물 채취 요령 등 성범죄 수사기법과 피해자 보호 및 지원방법을 교육받는다. 경찰은 9월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고시원에서 김 씨를 체포해 감금,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김 씨의 지갑과 휴대전화 케이스, 차량에선 방송국 PD, 연예기획사 대표 등의 직함이 적힌 네 가지 명함이 발견됐다. 모두 존재하지 않는 ‘유령회사’였다. 또 김 씨의 휴대전화에선 ‘강남 날씬이 ○○○’ ‘홍대 쭉쭉빵빵 ○○○’ 등 지역과 신체특징이 이름과 함께 적힌 휴대전화번호 수십 개가 발견됐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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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현대백화점에 전시했던 ‘월금’ ‘TV 첼로’ 위작 시비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고 백남준 작가의 작품에 쓰이는 TV 설치를 담당했던 A 씨(76)는 9월 23일 경기 부천시의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작품전’에 갔다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자신이 1999년 백 작가를 도와 함께 만들었던 작품 ‘월금’의 모형이 진본처럼 전시돼 있었기 때문. 작품 월금은 백 작가가 A 씨와 함께 1999년 12월 31일 임진각에서 열린 밀레니엄 행사인 ‘DMZ 2000’을 개최하면서 만들었다. 당시 백 작가는 중국 월금(月琴)과 서양악기 첼로 형상의 작품을 1개씩 만들었고, 이 둘을 합쳐 ‘호랑이는 살아있다’라고 작품명을 지었다. 각각의 작품은 높이 8m로 TV와 철을 합쳐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백화점에 전시된 월금은 높이가 3m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작품 옆엔 ‘2000년 뉴밀레니엄 프로젝트 일환으로 서양악기인 첼로와 동양악기인 월금에서 영감을 얻어 동서양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했던 작품’이라고 팻말에 적혀 있었다. A 씨는 전시에 사용된 월금은 자신이 백 작가 사후(2006년 이후) 경북 지역 한 대학의 B 교수(여)에게 모형 형태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1일 주장했다. B 교수가 “미술관에 전시할 작품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자 A 씨가 ‘영리 목적으로는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비슷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A 씨는 “B 교수가 이 모형을 백화점에 진품이라고 대여해주며 돈벌이를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B 교수는 백화점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8월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개최한 ‘백남준 작품전’에 백 작가의 작품이라며 ‘월금’ ‘TV 첼로’ 등 조형물 2개와 그림 13점을 빌려줬다. 임대료로 백화점 측에서 1800만 원을 받았다. B 교수는 1999년 백남준후원회 추진위원장을 맡았으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백남준미술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9년 12월 31일 전시됐던 월금 진본은 현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층에 전시돼 있다. 작품의 소유권을 갖고 있던 21세기예술경영연구소가 전시가 끝난 뒤 서울시에 기증했고, 서울시가 이를 세종문화회관에 전시한 것이다. 원작(높이 8m)이 너무 커 이를 해체한 뒤 높이 5.77m짜리로 재조립했다. 당시 해체와 조립을 담당했던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69)는 1일 동아일보와 만나 “내가 작품의 저작권자인 백 작가에게 재조립을 허락받았고, 완성된 다음엔 당시 미국에 있던 백 작가를 찾아가 작품 사진을 보여주고 서명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백남준 작품전’에 전시된 또 다른 작품 ‘TV 첼로’에 대해서도 진위 의혹이 제기됐다. 이 작품 오른쪽엔 빨간 페인트로 ‘PAIK 1990’이라고 사인이 돼 있는데 백 작가는 사인에 연도를 적을 때 ‘1990’이라는 식으로 적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화점 측은 의혹이 확산되자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만약 B 교수가 빌려준 작품이 가짜인 게 명백히 밝혀지면 백화점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월금 진본을 소유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측은 “월금은 2001년 이곳으로 옮겨진 뒤 한 번도 반출된 적이 없다. B 교수의 ‘월금’은 위작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B 교수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999년 미국에서 만난 백 작가가 ‘2000년 밀레니엄 전시가 끝나면 월금을 작은 크기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백 작가 사후 이 사실을 A 씨에게 말하고 당시 작품과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 받았기에 가짜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TV 첼로’에 대해선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백 작가가 나에게 판 것이다. 당시 백 작가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작품을 부쳐줬다”고 주장했다.부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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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자 살해’ 차남 아내 자살… 도박빚에 일가족 풍비박산

    어머니와 형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둘째 아들 정모 씨(29)가 24일 구속된 데 이어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앞둔 정 씨의 아내 김모 씨(29)가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지노를 드나들며 빚을 지게 되자 재산을 노리고 인륜을 저버린 아들의 범행이 결국 일가족의 처참한 비극으로 귀결됐다.○ 결백 주장하는 유서 남겨인천 남부경찰서는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 위해 26일 오후 1시 반까지 출석하라고 25일 통보했다. 모자(母子)가 실종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0일 정 씨가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세정제를 살 때 아내 김 씨가 동행했고, 정 씨가 구입한 비닐을 집에서 함께 접는 등 김 씨를 공범으로 의심할 단서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김 씨는 남편이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뒤 지난달 14, 15일 강원 정선과 경북 울진에 각각 시신을 버릴 때 현장에 함께 있었다.하지만 이날 김 씨가 출석에 불응하고, 휴대전화도 받지 않자 경찰관들이 정 씨 부부가 살던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빌라를 찾아갔다. 초인종을 눌러도 김 씨가 응답을 하지 않자 119구급대원을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김 씨는 목을 맨 채 이미 숨져 있었다. 김 씨는 자필로 쓴 일기장 2장 분량의 유서에서 ‘남편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자백하게 하기 위해 한 달간 설득했다. 이 일(시신 유기)에 화해여행으로 알고 급히 나갔고,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수면제를 먹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다만 남편이 차 밖으로 나간 것이 기억이 나 증언 및 조사를 받은 것뿐으로 정말 억울하고 한스럽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또 김 씨는 경찰이 조사과정에서 ‘똑바로 서’ ‘우리가 × 같냐’ 등과 같은 모욕과 욕설, 폭언을 했다고 비난하며 징계를 요구했다. 이어 ‘이 밤이 가기 전에 전 주님을 만나러 가겠다’고 적어 25일 오후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해 경찰은 “25일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바꾼 사실을 알려준 다음 김 씨가 신변을 비관할 것에 대비해 ‘여경을 동숙시키겠다’고 했으나 김 씨가 거절했다”며 “김 씨의 집 밖에도 감시요원 2명을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폭언 주장과 관련해서는 “감찰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카지노의 유혹이 빚은 패륜경찰은 이날 정 씨가 “도박과 과소비 등으로 생활고를 겪다가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아내와 범행을 공모했다”고 자백했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세정제와 비닐 등을 미리 구입한 정 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남구 용현동 어머니를 찾아가 대화하다가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당시 정 씨가 아내와 4차례에 걸쳐 80분가량 통화한 사실도 아내가 범행에 가담했음을 의심하는 정황증거로 제시했다. 경찰은 또한 7월 말경 정 씨와 아내 김 씨의 카카오톡 대화 중에 ‘땅을 파고 자갈을 깔고 불이 번지지 않게’라는 문구를 확보했다.어머니의 시신을 집 안에 숨긴 정 씨는 퇴근한 형(32)에게 수면제를 탄 맥주를 마시게 한 뒤 잠이 들자 살해했다. 그리고 비닐과 이불, 가방 등을 이용해 모자의 시신을 포장했다. 그 다음 날 아내 김 씨와 함께 형의 승용차를 타고 경북 울진과 강원 정선에서 형과 어머니의 시신을 각각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경찰 조사 결과 정 씨의 어머니(58)는 2011년 차남 부부가 결혼할 때 1억 원을 들여 빌라를 사줬으나 최근 정 씨가 도박에 빠져 빌라를 몰래 팔면서 모자 관계가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퀵서비스 배달원인 정 씨와 김 씨가 1월부터 정선카지노를 32차례나 함께 드나들었으며 한 번 갈 때마다 바카라도박에 150만 원을 날려 8000만 원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는 사실도 밝혀냈다. 정 씨는 24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범행 동기를 묻자 “생활형편이 어려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정 씨 부부는 도박에 빠진 뒤 생활고를 겪으며 함께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려 수면제를 처방받아 자주 복용해 왔다. 지난달 13일 모자가 실종된 뒤 경찰은 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같은 달 22일 정 씨를 긴급체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했다. 그 뒤 경찰이 증거를 보강해 정 씨를 살해범으로 추정하고, 수사망을 좁혀오자 정 씨는 경찰 출석을 앞둔 이달 18일 집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경찰은 22일 다시 체포한 정 씨가 줄곧 범행을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하자 실종된 모자의 시신을 찾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김 씨를 참고인으로만 조사했다. 이어 경찰은 범행을 자백해 정 씨를 구속한 다음 날인 25일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을 밝혔다.하지만 김 씨가 그동안 경찰에 “수면제를 자주 먹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해 출석을 통보하기에 앞서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신병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조사를 앞둔 김 씨가 집에 혼자 있다가 심리적 부담감을 느껴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씨의 가족들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딸을 압박해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며 반발하고 있다.아버지는 10년 전 타계하고 홀어머니와 두 아들로 이뤄졌던 이 가족은 어머니와 미혼인 큰아들, 둘째 아들의 아내가 숨짐에 따라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정 씨가 노린 어머니의 10억 원대 재산은 숨진 어머니나 형의 친족들이 상속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씨가 유일한 혈육이지만 민법상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등을 살해하거나 이를 시도하면 상속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도박 중독 심각이번 사건처럼 도박 중독이 일으킨 사회적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민의 7.2%가 도박 중독증 진단을 받았다. 2010년 6.1%보다 1%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10년 영국은 국민의 2.5%, 호주는 2.4%, 프랑스는 1.3%만이 도박 중독 진단을 받았다.도박 중독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사감위에 상담을 요청하며 성별을 밝힌 도박 중독자 중 92.7%가 남성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30∼39세가 38%로 가장 많고, 18∼29세가 20.4%, 40∼49세가 19.8%로 뒤를 이었다.도박 중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데엔 카지노 경마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프로토) 등 사행산업이 나날이 커지는 영향도 크다. 사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국내 사행산업의 총매출액은 19조5443억 원에 이른다. 경마가 7조8397억 원으로 가장 많고 복권(3조1854억 원) 체육진흥투표권(2조8435억 원) 순이었다.이 중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강원랜드 카지노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눈에 띈다. 강원랜드의 매출액은 2003년 6561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92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용객도 154만8000명에서 302만5000명으로 약 2배로 늘었다. 하지만 세수를 늘려야 하는 국가로선 강원랜드가 더할 나위 없는 ‘효자’다. 강원랜드가 국가에 내는 세금(국세+지방세)은 2003년 1379억 원에서 지난해 2314억 원으로 증가했다.김성이 사감위 위원장은 “도박 중독자들은 카지노에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게 도박에 빠져 부모나 친족까지 등한시하다 보면 인천 모자 살인 사건처럼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며 “정부가 도박상담사와 정신의학 전문가, 사회복지 전문가 등을 통합하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인천=황금천 기자·조동주·김성모 기자 kchwang@donga.com}

    • 201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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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만질 수 없는 그녀에게 ‘별풍선’ 뿌리는 남자들

    “그녀의 말투에 나는 빠졌어. 그랬어. 지난 사랑 얘기에 나도 모를 질투.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하지만 우리끼리 통하는 여긴 사이버 월드” 2인조 남성가수 터보가 부른 ‘사이버 러버(cyber lover)’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직접 만난 적도 없는 여자와 온라인으로만 교류하며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방송인 김흥국 씨가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시버 러버’라고 잘못 발음하며 소개해 웃음을 주기도 했지요. 어쨌든, 오늘은 ‘만질 수 없는 그대’인 사이버 러버에 열광하는 남자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2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인터넷 개인방송사이트 아프리카TV의 한 여성 BJ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BJ란 ‘Broadcasting Jockey’의 준말로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를 말합니다. SNS에 따르면 이 여성 BJ가 24일 밤부터 25일 새벽 사이에 진행한 방송에서 남자 시청자 2명에게 별풍선을 17만여 개나 받았다고 합니다. A라는 아이디를 가진 남성이 12만여 개를, B라는 아이디를 가진 남성이 5만여 개를 경쟁적으로 줬다고 하네요. 별풍선이란 아프리카TV에서 운영하는 유료 아이템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시청자가 개당 11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불해 구입한 뒤 마음에 드는 BJ에게 선물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에게 받은 별풍선 개수에 따라 BJ 인기도가 평가되는데요, BJ들은 이 별풍선을 돈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일반 BJ는 별풍선을 개당 60원으로, 아프리카TV가 뽑은 베스트 BJ는 개당 70원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SNS에서 화제가 된 여성은 베스트 BJ니까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방송 한 번에 무려 1190만 원(별풍선 17만 개×70원)을 번 것입니다. 또 별풍선을 준 남성 두 명은 하루 만에 합쳐서 총 1870만 원(별풍선 17만 개×110원)을 쓴 거고요. 화면으로만 볼 수 있는 여성에게 이런 큰돈을 주는 남자들이 있다는 게 정말 사실일까요? 저는 26일 새벽 이 여성 BJ의 방송을 직접 시청해봤습니다. 방송은 시청자들이 채팅으로 각종 질문을 하면 여성 BJ가 대답하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한 시청자가 채팅방에 “전날 방송에서 별풍선을 17만 개나 받았다는 게 정말이냐”고 메시지를 띄우자 그녀는 “어제처럼만 같으면 집 한 채 사겠어∼ 그 정도?”라며 자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별풍선 개수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방송을 보니 SNS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본 여성 BJ는 3시간 만에 별풍선 4만2000여 개를 받았으니까요. 방송 한 번으로 대략 300만 원을 번 겁니다. 이 BJ는 100개 넘게 별풍선을 주는 남자들에게는 원하는 노래를 불러주는데 가사에 해당 남성의 아이디를 넣어 불러주는 센스도 보여주었습니다. 남자들의 신청곡 대부분은 여성이 남성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사랑 노래들이었습니다. 이를 듣는 남성은 채팅창에 하트 모양을 입력하며 화답했고요. 하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별풍선을 많이 사준다 해서 여성 BJ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본 방송에서 한 남성은 별풍선을 무려 3만2000여 개, 돈으로 환산하면 352만 원을 보냈습니다. 이 남자는 바로 전날 이 BJ에게 별풍선 5만 개를 선물했다고 알려진 B라는 남자였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B는 별풍선을 38회에 걸쳐 나눠 보냈는데 한 번에 보내는 별풍선 숫자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를테면 486개는 ‘사랑해’, 283개는 ‘이쁘삼’, 1253개는 ‘이리오삼’을 뜻한다고 하네요. B의 ‘별풍선 행진’을 보던 또 다른 남성 C가 자극을 받았는지 총 9회에 걸쳐 별풍선 5304개를 쏘더군요. C는 별풍선을 통해 ‘천사’(1004개) ‘이쁜이’(282개) 등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별풍선이 쏟아지자 BJ는 너무 좋아하면서 “오빠 나 이렇게 좋아해도 돼요?”라며 수줍게 웃더니 고급 아파트 이름을 대며 “(월세 청산하고) 전셋집으로 이사가야겠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남자 시청자들끼리의 별풍선 경쟁이 과열되자 “돈 너무 많이 쓰지 말라”고 말리는 ‘관용’까지 보여주더군요. 남성들은 여성 BJ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탄하죠. 대다수 대중은 ‘잡을 수 없는 풍선’ 같은 사이버 러버에게 거액을 아끼지 않는 이런 남성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사이버 러버를 향한 남성들의 금전 공세를 실제로 확인하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행복의 기준이란 게 사람마다 참 다를 수 있겠다.’ 여성 BJ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자신의 아이디를 불러주며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것을 ‘행복’이라고 믿는 남자들…. 취향이니 존중해야겠죠?조동주 사회부 기자 djc@donga.com}

    • 201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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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투숙객 포르셰 타고 기분 낸 값 5000만원

    모텔 직원 이모 씨(21)는 14일 오전 6시경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자신이 일하는 모텔에 주차돼 있는 빨간색 포르셰 ‘911 카레라 S’를 보고 타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조용히 타 보고 주인이 나오기 전에 갖다 놓으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이 씨는 혼자 일하는 모텔 카운터까지 비우고 1억4000여만 원짜리 고급 스포츠카를 몰래 끌고 밖으로 나섰다. 출발 전 차량 블랙박스 전원까지 끄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이 씨는 비 내리는 송파구 일대를 질주하며 햄버거까지 사먹는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이 씨가 몰던 포르셰는 오전 7시 20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도로 중간에 있는 조형물을 들이받았다. 앞 범퍼와 왼쪽 바퀴, 엔진까지 파손되는 대형 사고였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주인 행세를 하며 경찰에 신고하고 보험사 직원까지 불렀지만 결국 혼자 처리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주인 정모 씨(25)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사실을 ‘이실직고’했다. 차량 수리비는 대략 5000만 원으로 추정됐다. 차량 주인 정 씨는 모텔 측에 수리비를 요구했지만 모텔에선 “직원이 발레파킹을 하다 사고가 난 게 아니라 모텔 외부에서 벌어진 일이라 우리가 가입한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버티고 있다. 정 씨는 모텔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검토 중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고를 낸 이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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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아저씨 치한이죠?” 열다섯 여중생이 만원 지하철에서 간신히 내린 남자를 따라와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한다. 교복 차림의 소녀는 이 남자가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자신의 엉덩이와 몸을 만졌다고 확신한다. 소녀는 울먹이며 남자를 원망스럽게 바라본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남자를 비난한다. 경찰은 다 알고 있다는 듯 자백을 강요하며 “(소녀를 만진 사실을) 인정하면 벌금만 내고 조용히 나갈 수 있다”고 한다. 당직 변호사마저 “성범죄는 재판을 해도 99% 진다”며 회의적이다. 남자는 정말 치한 짓을 하지 않았기에 끝까지 싸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어떤 증거도 소녀의 눈물어린 진술을 이기지 못한다. 1년 동안의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남자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징역 3개월, 집행유예 3년에 처해진다. 남자는 그렇게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일본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7년)는 성범죄 수사와 재판이 피해 여성의 진술을 절대적인 증거로 인정해 남성이 무죄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을 꼬집는다. 실제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엄중히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억울하게 성폭력범으로 낙인찍혀 신음하는 남자들도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소당한 성폭력 사범 중 11.6%(1만6679명 중 1941명)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조건만남’의 참혹한 대가 “띵동, 띵동, 띵동.” A 씨(32)는 5월 6일 오전 10시경 연달아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깼다. ‘월세를 좀 안 냈더니 집주인이 찾아왔나.’ 짜증스럽게 반지하방 문을 열었다. “A 씨 맞죠? 당신을 특수강간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건장한 체격의 형사 4명이 문을 열자마자 A 씨를 덮쳤다. 순식간에 무릎을 꿇리고 등 뒤로 수갑을 채웠다. 그러곤 16.5m²도 채 안 되는 좁은 원룸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왜 이러느냐”고 항변하자 “B라는 여자 알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B 씨(20)는 보름쯤 전 온라인 채팅으로 만나 ‘조건만남’을 했던 여자였다. A 씨는 경찰서에 끌려가서야 자신에게 씌워진 무시무시한 혐의를 알게 됐다. 자신이 신원불상의 남성 두 명과 함께 B 씨를 집단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섹스 파트너를 구해 돈을 내고 성매매를 하는 조건만남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지만 5년 이상의 징역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해지는 특수강간과는 죄질이 달랐다.▼자고 간 그녀가 날 성폭행범으로 고소했다, 도대체 왜?▼A 씨는 구속됐다. 휴대전화 속 지인들은 성폭행 공범으로 의심받아 경찰의 연락을 받고 DNA 채취를 받아야 했다. 순식간에 A 씨 지인을 중심으로 A 씨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퍼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봤다. A 씨와 B 씨는 4월 18일 오전 2시경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처음 만났다. 둘은 이미 인터넷 채팅에서 성관계를 하기로 합의했던 터라 곧장 택시를 타고 남자의 집으로 향했다. 40분가량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보다가 자연스레 성관계를 가졌다. 이후 A 씨는 “아침까지 같이 있어줄 수 있느냐. 혼자 잠들기 싫다”고 부탁했고 B 씨는 흔쾌히 “그러자”며 응했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었고 오전 8시 30분경 깼다. A 씨는 B 씨가 지하철을 타러 간다고 하자 “집에서 나가서 우회전만 계속하면 지하철역이 나온다. 데려다주고 싶은데 미안하다”며 길을 알려줬다. 여기까지가 A 씨가 기억하는 정황이다. 하지만 B 씨는 집을 나선 뒤 경찰서로 가 집단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검찰조사 결과 B 씨의 성폭행 고소는 사소한 거짓말에서 비롯됐다. B 씨는 당초 A 씨와의 조건만남이 끝나고 PC방에 같이 있었던 친구와의 약속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A 씨가 성관계 이후 아침까지 같이 있어달라고 하자 B 씨는 오전 4시 반경 PC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변명을 위한 거짓말 치고는 너무 과했다. “나 뒤통수 맞은 듯이 머리가 얼얼해.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라며 말을 흐리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B 씨의 친구는 아침까지 기다려도 연락이 없자 경찰에 납치 신고를 했다. B 씨는 뒤늦게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갔지만 이미 사건이 너무 커져버렸다. B 씨는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와 경찰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순간의 거짓말을 무마하기 위해 또다시 거짓말을 했다. 집단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진술도 제법 구체적이었다. “A 씨를 오전 2시경 만났는데 그 이후의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오전 4시 30분경 깨어나 보니 A 씨를 포함한 남자 세 명이 성폭행하고 있었다. 안경 쓴 남자와 다리에 문신한 남자가 나를 성폭행하는 동안 A 씨가 그 장면을 촬영했다. 이후 다시 의식을 잃었고 오전 8시 30분쯤 일어나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나왔다. B 씨의 몸에선 A 씨의 정액과 복수 남성의 타액, 수면제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과 알프라졸람이 검출됐다. 진술과 증거가 나온 이상 A 씨가 구속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스무 살 B 씨의 거짓말은 그럴듯했어도 빈틈은 있었다. A 씨를 처음 만나 집에 가는 길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집단성폭행 장면만큼은 너무나 생생히 묘사하는 게 의아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홍창)가 이 점에 의문을 품고 파고들수록 B 씨의 진술은 증거로서의 효력을 잃어갔다. 마침 둘이 나란히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도 발견됐다. 그러자 B 씨는 “집에 가는 과정은 기억나지만 집에 들어간 이후는 정말 기억 안 난다”고 진술을 바꿨다. 가만히 따져보니 진술과 증거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B 씨는 “안경 쓴 남자와 다리에 문신한 남자가 나를 성폭행하는 동안 A 씨가 그 장면을 촬영했다”고 진술했지만 B 씨의 몸에서는 카메라 촬영을 했다던 A 씨의 정액만 검출됐다. A 씨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뒤지고 복원까지 해봤지만 찍었다던 동영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전 4시 30분경 세 명에게 성폭행당한 뒤 잠들었고 오전 8시 30분쯤 깨 보니 손에 정액이 흐르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도 모순이었다. 사실이라면 B 씨가 눈을 떴을 때 이미 정액이 말라붙어 있었어야 했다. 거짓말을 반복하다 보니 스스로 진술을 뒤집기도 했다. 성폭행 공범이라는 신원미상 남자 두 명의 인상착의에 대한 진술은 조사 때마다 계속 바뀌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 세 명이 있었다”던 진술은 “원래 세 명이 있었는데 아침에 깼을 때는 A 씨만 있었다”고 바뀌었다. 반면 A 씨의 진술은 일관됐다. 둘이 함께 가다가 집 근처 편의점에서 술과 과자를 산 뒤 화대 11만 원을 인출했다고 했고 실제 카드명세도 진술과 일치했다. 집단성폭행이 이뤄졌다는 A 씨의 집에서는 다른 남성의 머리카락이나 지문 같은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사건 직전 이사를 한 뒤 주변에 주소를 알려주지 않아 아무도 집에 놀러오지 않았던 게 다행이었다. 검찰은 B 씨의 몸에서 검출된 복수 남성의 타액에 대해선 A 씨를 만나기 전에 묻은 것으로 판단했다. B 씨가 A 씨를 만나기 직전에 조건만남을 했다고 추정되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약물에 대해선 B 씨가 시종일관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아 검출 경위를 알 수는 없지만 A 씨와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A 씨는 지난달 말 무혐의 처분을 받아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25일 동안 무고하게 철창신세를 지고 3개월 넘게 악몽에 시달린 피해는 고스란히 그의 몫으로 남았다. 검찰이 B 씨를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게 그나마 위안이랄까. 사건을 조사한 검사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는 게 범죄사실을 밝히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이번 사건은 의외의 물증(수면제 성분)까지 있어 거짓말을 밝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한번 거짓말을 하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사이에 본인도 모르게 진술에 허점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망가진 내 인생은 어디서 보상받나” “띵동, 띵동, 띵동,” 기자는 1일 어렵게 A 씨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날의 기억 때문일까. 한참 후에야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그는 “사건 이후 초인종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고 겁이 난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자마자 ‘이제 내 인생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B 씨의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 앞에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 여겼다. 성관계를 한 건 사실인 데다 자신은 소년 시절 폭행 전과까지 있는 나이트클럽 종업원이라는 자조감이 절망을 증폭시켰다. 유치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아무리 억울해도 성범죄는 정말 뒤집기 힘들다. 하루빨리 죄를 인정해야 그나마 형량이 줄어드니까 잘 생각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5년 넘게 감옥에 가기엔 너무나 억울했다. 어차피 특수강간 혐의라 합의도 불가능했다. A 씨가 강력히 억울함을 호소하자 나이트클럽 동료들이 나섰다. 돈을 모아 변호사 비용도 보태주면서 적극 도왔다. A 씨는 “나중에 들어보니 동료들이 죽은 사람한테 부조한다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고 하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A 씨는 그나마 모아뒀던 돈을 변호사 비용(500만 원)으로 다 썼다. 구속된 25일 동안 일을 못해 방 월세도 못 내고 있다.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성폭행해서 잡혀 갔다더라’는 소문은 이미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 부모님도 사건을 알게 됐다. 새 일자리를 구해야 하지만 사회에 나가기가 무서워졌다. A 씨는 “망가진 내 인생은 어디서 보상받나. 안 그래도 고달팠던 인생인데…”라며 허탈해했다. 하지만 B 씨를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결과를 떠나서 조건만남을 한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었고, 조건만남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A 씨가 무고하게 고초를 겪은 바를 참작해 조건만남에 대해선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겨우 누명 벗어도 의심 눈초리들… 낙인찍힌 삶 어쩌나▼무죄추정의 원칙이 소용없는 성폭력 고소 성범죄 고소사건은 성관계 등 성적 접촉이 실제로 이뤄진 상태에서 그에 대한 강제성 유무를 따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일단 성범죄로 고소를 당하면 주변 사람들은 “뭔가 하긴 했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고 여기며 ‘성폭행 용의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긴다. 혐의만으로도 낙인이 찍히는지라 성범죄만큼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소용없다. ‘화간(和姦)’과 ‘강간(强姦)’의 애매한 경계를 판가름해야 하는 사건은 주로 연인 사이에서 발생한다. 남녀가 서로 좋아서 성관계를 했어도 여자가 갑자기 앙심을 품고 허위로 고소하면 남자는 영락없이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죄가 없더라도 둘만의 공간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행위와 그 상황에서의 심리상태까지 입증해야 해 진실 규명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죄가 없다고 인정받아도 이미 남자는 사회적으로 만신창이가 된다.#1. ‘무시당했다는 괘씸함에…’ 유흥업소 종업원 C 씨(31·여)는 지난해 9월 22일 밤에 처음 만난 손님 D 씨에게 호감을 느껴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여자는 일을 마치곤 남자에게 먼저 연락해 만나자고 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둘은 술을 마신 후 남자의 집으로 가서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진 뒤 함께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뜬 여자는 남자에게 넌지시 물었다. “결혼할 생각 있어?” 하지만 남자가 “난 연애하고 싶지 아직 결혼하긴 싫다”고 답하자 섭섭함을 느낀 여자는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남자가 마음에 들었던 여자는 그날 저녁 또다시 데이트 신청을 했다. 둘은 술을 마시고 다정하게 사진도 함께 찍은 뒤 잠자리를 함께했다. 하지만 여자는 그날 새벽 남자가 친구에게 “C 씨는 그저 잠자리 상대일 뿐이야”라는 메시지를 보낸 걸 우연히 보고 분노했다. 배신감을 느낀 여자는 남자의 집을 나오자마자 “D 씨가 내 어깨와 몸을 누르고 두 번이나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고소했다. 명백한 화간이었지만 남자에게 괘씸함을 느껴 허위 고소를 한 것이다. 여자는 올해 초 검찰이 무고죄를 의심해 출석요구를 하자 급하게 고소를 취소했다. 당시엔 성범죄가 피해자의 고소 없이는 수사할 수 없는 친고죄였던지라 고소만 취소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으로 될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검사가 무고 혐의를 인지하면 무고에 대한 수사는 고소 취소와 별개로 진행된다는 건 몰랐다. 여자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8개월로 감경됐다. 금전을 목적으로 고소한 게 아닌 데다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린 점이 고려됐다. C 씨가 성폭행으로 고소하는 건 고소장 하나면 충분했지만 D 씨는 화간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몇 개월 동안 사투를 벌여야 했다. 남자는 고소 소식을 듣고 급하게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것도 원하는 거 없어. 나 너무 자존심 상했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의 삶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혹시나 회사나 지인에게 성폭행으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질까 극도로 두려워하다 보니 대인기피증이 생겨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2. ‘뽀뽀를 안 해줘서…’ ‘뽀뽀’를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자를 성폭행범으로 고소한 사례도 있다. E 씨(43·여)는 2011년 11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F 씨와 술을 마시고 모텔로 가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졌다. “모텔에 있는 물은 비위생적일 수 있다”며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주고 집까지 차로 바래다주는 남자의 자상함에 여자는 큰 호감을 느꼈다. 여자는 집 앞에 도착해 남자에게 뽀뽀를 한 뒤 “(나에게도) 뽀뽀를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뜻밖에 거절당했다. 자존심이 상한 여자는 집으로 돌아가 “그만 만나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이 없자 수차례에 걸쳐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남자의 답장은 5일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집에 들어가실 때 저에게 뽀뽀도 해주고 해서 잘될 줄 알았는데 바로 문자로 그만 만나자고 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찌됐든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미 여자의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뒤였다. 여자는 “아무리 그래도 술 취한 저를 모텔로 가서 강제로 겁탈한 것은 큰 죄입니다”라고 답장한 뒤 경찰서로 가 “F 씨가 주량이 맥주 한 잔인 내게 전통주 두 병을 먹인 뒤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며 고소했다. 무고한 남자를 성폭행범으로 몰아간 여자는 2심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에 사회봉사 200시간에 처해졌다. 생수를 사러 함께 갔던 편의점의 CCTV에 둘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찍힌 데다 남자가 차로 집에 데려다줄 때 여자가 아파트단지 앞에서 내릴 수 있었음에도 굳이 동까지 상세히 가르쳐주며 집 앞까지 함께 간 사실이 증거로 인정됐다.#3. ‘이혼 안 당하려고…’ 불륜을 저질러 오다 배우자에게 들킨 여성이 이혼을 피하려고 내연남을 성폭행범으로 고소하는 사건을 부르는 법조계 은어인 ‘100번 강간사건’도 무고한 성범죄 고소의 단골 메뉴다. 이런 사건은 불륜의 기간이 길수록 증거가 많아 여성의 무고를 입증하기 수월한 편이다. G 씨(42·여)는 이삿짐을 옮기던 중 남편에게 내연남과의 ‘섹스 다이어리’를 들켰다. 거기엔 불륜관계였던 H 씨와 2년여 동안 성관계를 해온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를 본 남편은 이혼을 요구했다. 남편과 이혼하고 싶지 않았던 여자는 “불륜이 아니라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올해 2월 서울의 한 경찰서에 내연남을 고소했다. “H 씨가 2010년 1월부터 2012년 9월까지 나를 강제로 끌고 다니며 수없이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야 했다. 둘은 같은 교회에서 만나 2년 넘게 불륜관계를 지속해 왔기에 무고를 입증할 증거는 충분했다. 내연남은 “절대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각종 증거를 연이어 제출했다. 여자가 스마트폰 메신저로 보낸 노출사진, 둘이 옷을 벗고 같이 찍은 사진, 사랑을 속삭였던 연서, 서로 주고받은 선물까지…. 여자가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해온 2년여 동안 두 사람이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함께해온 정황도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성폭행이 아닌 장기간의 불륜”이라고 결론내리고 남자를 무혐의 처분하면서 여자의 무고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여자는 “성폭행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며 진단서를 제출하고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2년 넘게 벌어진 불륜의 증거는 너무나 명백했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100번 강간사건’의 특징은 불륜 여성의 남편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것”이라며 “불륜이 확인되면 이혼당하기 때문에 여성은 아무리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성폭행당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처분에 불복해 사건 종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 난다’ “여성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게 명백해 보여도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피해자인 나를 의심하냐’고 몰아붙이면 어쩔 수 없이 고소장을 접수할 수밖에 없어요.”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한 인권보호 원스톱지원센터 상담원의 고백이다. 경찰은 여성이 성범죄를 당했다고 고소하면 웬만해선 고소장을 반려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성범죄는 특성상 피해자인 여성의 진술 자체가 결정적인 증거 역할을 하는 데다 정부가 성폭력을 ‘사회 4대악(惡)’ 중 하나로 규정한 상황에서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고소를 만류했다가 자칫 민원이라도 걸리면 거센 비난을 받게 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남자는 무조건 경찰조사를 받아야 한다. 성범죄는 피해자 편에서 수사하는 경향이 강해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남성보다는 여성의 진술을 신뢰하는 편이다. 피해 여성을 위한 지원단체는 많지만 피의자 남성이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CCTV앞 다정하게… 대화 녹음” 무고 예방법까지 돌아▼억울하게 고소당했다 해도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는 데엔 두세 달은 족히 걸린다. 남성이 죄가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충분한 시간이다. 택시운전사 I 씨는 택시요금을 안 내려는 여성의 무고한 고소에 성추행범으로 몰려 직장을 잃었다. I 씨는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태운 손님 J 씨(50·여)가 술에 취한 채 2시간 가까이 목적지를 수차례 번복하면서도 요금을 낼 의사가 없자 무임승차로 경찰에 신고했다. 야간에 흔히 일어나는 사건이기에 경찰은 간단하게 조사한 뒤 여자를 즉결심판에 넘기려 했다. 그러자 여자는 “택시운전사가 내 몸을 강제로 만지면서 옷을 벗기려 했다”며 강제추행 혐의로 I 씨를 고소했다. 황당한 일이었지만 고소장을 접수한 이상 경찰은 조사를 해야 했다. 택시운전사는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 J 씨를 태운 시간 동안의 운행기록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사건을 마무리한 뒤 여자를 무고 혐의로 기소했지만 택시운전사의 삶은 이미 파탄난 뒤였다. 너무나 명백한 무고였지만 일단 성범죄에 연루된 이상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결국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이미 소문은 택시업계 전체에 돌아 다시 일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성폭력 전문 김광삼 변호사는 “무고하게 성범죄 고소를 당하면 도의적으로라도 절대 사과해선 안 된다. 그 순간 죄를 인정하는 꼴이 돼 불리한 증거로 쓰인다”며 “고소당한 직후부터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루빨리 무고함을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소문만으로도 치명적인 ‘성(性)’ “루카스 선생님 고추가 앞으로 뻗어 있었어요. 막대기처럼.” 유치원생 소녀 클라라는 한참 망설이다 원장에게 입을 연다. 부모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던 클라라는 아빠의 친구인 루카스 선생님이 자신에게 자상하게 대해주자 호감을 느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클라라는 루카스 선생님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그러자 루카스 선생님은 “이런 건 엄마 아빠에게나 하는 것”이라며 타일렀다. 클라라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루카스 선생님에게 앙심을 품고 원장에게 거짓말을 했다. 진위를 따질 새도 없이 소문은 삽시간에 마을 전체에 퍼졌다. 마을 사람들은 루카스의 집에 돌팔매질을 하고 평생 우정을 약속하던 친구들마저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루카스는 경찰 조사까지 받고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며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고 루카스는 이웃들로부터 견디기 어려운 모멸을 당하며 버림받았다. 덴마크 영화 ‘더 헌트’는 평범한 남자가 소녀의 말 한마디에 파렴치한 아동 성추행범으로 낙인찍히면서 삶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진위와 관계없이 당사자로 지목되는 것만으로도 삶을 파멸시키는 성추문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당시 42세)는 2010년 10월 교내 연구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자 조교를 성희롱했다는 추문에 시달리다 학교에서 징계를 받게 될 처지에 처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교수는 2010년 8월 교내 양성평등센터에 여자 조교를 성희롱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을 듣고 극도로 괴로워했다. 교내 자체 조사가 이뤄진 두 달 동안 반박 증거를 제시하며 필사적으로 해명했지만 양성평등센터는 교수의 징계를 요구하는 결정을 내놨다. 교수는 이 사실을 듣자마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너무나 억울하고 슬프다”며 결백을 호소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 교수의 지인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성추문이 마구잡이로 퍼져나가자 그는 폐인처럼 지낼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하게 성추문에 얽혀 유가족까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사망한 교수의 부인은 졸지에 세 자녀의 가장을 잃어 생계를 홀로 꾸려나가야 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부인은 사건 이후 지방으로 내려가 베이비시터 일을 하며 세 자녀의 학비를 대고 있다. 고인의 지인들은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조직해 매달 일정 금액을 모아 유가족을 돕고 있다. 부인은 사건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희롱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남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게 남은 자녀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명망 높은 서울의 한 대학 명예교수는 허위 성폭행 추문에 시달리다 학교로부터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2006년 당시 80대였던 이 명예교수는 평소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평소 흠모하던 교수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허위로 고소한 것이었지만 교수는 진실이 알려지기도 전에 파렴치한 성폭행범으로 몰렸다. 대학 총여학생회는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성폭행 교수’의 퇴진을 요구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학교는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교수를 직위 해제시켰다. 그로부터 한 달여 후 여성이 증거를 짜깁기해 무고하게 교수를 고소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80대 노교수가 평생 쌓아온 덕망은 무너지고 지울 수 없는 불명예만 짊어진 뒤였다. 학교는 진실이 밝혀지자 뒤늦게 복직 요청을 했지만 교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교수는 2009년 크나큰 상처를 안은 채 83세에 쓸쓸히 사망했다.‘성폭력 무고 공포’에 떠는 남자들 “남자가 야외에서 전신 노출을 하다 여자가 보면 남자의 공연음란죄고, 여자가 야외에서 전신노출을 하는 걸 남자가 보면 남자의 성희롱죄다.” 최근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우스갯소리다. 물론 공연음란죄나 성희롱죄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런 농담이 인기를 얻을 만큼 일부 남성들은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고죄 사범은 2009년 3716명에서 2012년 3979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성범죄 무고는 따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건수를 알 수는 없지만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게 경찰과 검찰의 공통된 분석이다. 물론 남성이 저지르는 성범죄 건수가 계속 늘고 있고 수법도 흉포화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는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더욱 귀담아듣고,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은 강화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억울하게 낙인찍히는 남성은 없는지 동시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찰청은 올해 초 블로그 ‘폴인러브’에 여성의 성범죄 자작극 유형을 소개하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성추행당했다고 울면서 특정 남자를 가리키면 공범이 도와주는 척하며 신고하거나 찜질방의 CCTV 사각지대에서 술에 취해 누워 있는 남성에게 접근해 성추행당했다고 협박하는 사례 등이 소개됐다. 인터넷에는 ‘성범죄 무고를 피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버전으로 떠돈다. 이를 종합하면 △모텔비는 여자가 직접 계산하도록 하고 △CCTV가 있다면 최대한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고 △남자가 먼저 방에 들어가 여자를 뒤따라오게 해야 하며 △둘만 있는 방에선 모든 대화를 녹음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한 방편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수사에서 남성에게 유리하게 쓰일 수 있는 증거인 건 맞다”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만 성관계를 하면 될 텐데 이렇게까지 하는 남성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일부 남성 사이에선 “성폭행 위험에 처한 여성을 봐도 절대 도와줘선 안 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여성을 구하려 달려들었다가 자칫 여성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면 공범으로 몰릴 수 있는 데다 여성이 중간에 달아나기라도 하면 도와준 남자만 범인을 때린 죄(폭행 또는 상해)를 뒤집어써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성범죄가 친고죄였던 6월 19일 이전까지는 죄 없는 남자라도 고소를 당하면 ‘합의의 유혹’에 빠지기 쉬웠다. 친고죄에 속하는 범죄는 피해자가 합의해 고소를 취소하면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 이런 점을 노려 ‘꽃뱀’이 무고한 남성을 고소한 뒤 합의금을 받고 취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술에 취한 채 ‘꽃뱀’에게 준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K 씨(41)는 “나는 미혼에 개인사업을 하고 있어 끝까지 버텼지만 가정이 있는 직장인이었다면 어떻게든 빨리 합의를 하고 사건을 끝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9일부터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면서 합의금을 노리는 무고한 고소가 줄어들 거란 기대가 높다. 어차피 합의를 해도 수사가 끝까지 진행되고, 그러다 보면 무고죄가 밝혀질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고소사범 중 30%는 검찰 단계에서 서로 합의를 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성범죄로 고발을 할 수 있게 되다 보니 제3자에 의해 무고하게 성범죄 누명을 쓰는 남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법이 바뀐 지 석 달이 채 안 된 만큼 친고죄 폐지의 효과는 올해를 넘긴 뒤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조동주기자 djc@donga.com최예나기자 yena@donga.com}

    • 201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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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애 인터넷 카페, 10代 소년들 ‘性的일탈창구’로

    “키 1m78 몸무게 68kg. 18세 이하만. 서울 ‘바텀’ 구해요.” 김모 군(18)은 10일 한 동성애자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에 동성 섹스 파트너를 찾는 글을 올렸다. ‘바텀(Bottom)’은 남성 동성애자가 성행위를 할 때 여성 역할을 하는 남성을 뜻하는 용어다. 취재팀이 서울에 사는 10대 소년을 가장해 스마트폰 메신저로 연락하자 김 군은 “처음이어도 괜찮다”며 “오늘 바로 만나자”고 재촉했다. 동성애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가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10대 소년의 일탈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당초 동성애자 카페는 성소수자의 애환을 공유하고 권리를 신장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설됐지만 섹스 파트너를 찾는 즉석만남이 만연하면서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10대 소년들까지 그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 요즘 인터넷에 ‘게이 카페’라고 검색하면 회원수 100명이 넘는 카페만 80여 개에 이른다. 회원수가 5000명에 달하는 카페도 있다. 인근에 있는 남성 동성애자를 검색해 연결해주는 스마트폰 앱도 다수 등장했다. 일부 대형 사이트를 제외하곤 성인 인증절차가 전무해 10대 소년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동성 성관계에 빠지는 10대 소년은 단순히 성경험을 해보고 싶은 수단으로 동성애를 택하곤 한다. 동성 섹스 파트너를 구한다는 한 10대 소년은 “여성과 성관계를 해본 적은 없지만 섹스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여자보다 비슷한 호기심을 가진 또래 남성이 성경험을 하기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대 소년을 노리는 성인 동성애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관계 파트너를 해주는 대가로 돈을 지급하겠다는 글도 올라와 동성애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 중년 게이 커뮤니티에는 “알바 할 10대 동생을 찾는다”는 글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 10대 소년이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글을 올리기도 한다. 신원이 불분명한 상대를 온라인을 통해 만나다 보면 성병 마약 등 각종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쉽다.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충우)는 10일 올해 1∼7월 동성애자 사이트를 통해 만나 히로뽕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가진 동성애자 5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성관계를 해오다가 상대에게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옮기기도 했다. A 씨(35)는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만난 에이즈 환자 B 씨(39)와 히로뽕을 복용하고 성관계를 가져오다 에이즈에 감염됐다. 에이즈 감염환자 C 씨(45)도 불특정 다수의 남성과 약에 취한 채 성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C 씨에게서 에이즈가 옮았다는 동성애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피해자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홍봉선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미처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성적 호기심만으로 동성애를 접하다 보면 성인이 되더라도 왜곡된 성관념을 갖게 될 수 있다”며 “무분별한 성관계를 조장하는 인터넷 카페나 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동주·서동일·곽도영 기자 djc@donga.com}

    • 201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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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이석기의 묵비권, 한총련 취조투쟁 빼닮았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51)은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후 입을 닫았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 의원은 수사관이 어떤 증거를 들이밀어도 묵비권을 행사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반론이나 해명도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되기 전 수 차례에 걸쳐 "내란음모는 국정원의 조작이다"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공안당국은 이 의원이 체포와 수사 과정에서 보인 행동들이 과거 이적단체 공안사범들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와 국정원 등에 따르면 그동안 이적단체는 자체적으로 '보위수칙' '보안수칙' 등을 제작해 돌려보며 경찰과 검찰 수사, 법정에서의 행동강령을 숙지해왔는데 이 의원의 수사대응방식이 이를 빼닮았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9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1990년대 중반에 만든 보안문건 '한총련 1만간부 지침서'를 입수해 살펴보니 경찰과 검찰 수사단계에서의 행동양식과 '취조투쟁' 방식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이 문건에는 △저들이 아무리 구체적인 증거를 들고 나와도 당황하지 말고 투쟁한다는 자세로 임하라 △시간을 최대한 끌어가며 수사에 임해야 적들이 불안하고 초조해한다 △"나는 멍청하다.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애국적·양심적으로 살려한다"는 모습으로 일관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수사 나흘째까지 국정원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도 묵비권을 행사하는 이 의원의 행동과 일치한다. 물론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인 묵비권은 헌법에 보장돼있다. 1990년대 이후 공안사범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단계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법정 재판에서야 목소리를 내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내 좌파단체를 연구해온 유동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이 의원의 경우 녹취록 등 명확한 증거가 있기에 묵비권을 행사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심회, 왕재산 등 일련의 간첩사건에 연루된 공안사범도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는 취조투쟁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공안사범들은 단체의 계열과 관계없이 1970~1980년대에는 강경한 자세로 수사에 임해왔지만 1990년대 들어 취조대응 방식을 묵비권 활용으로 전면 수정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경향은 1990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사건'에서도 확인된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사노맹은 조직원이 안기부 조사를 받은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조직 보위투쟁 교훈지침서'에 따라 수사대응 방식을 전면 수정했다. 이 지침서에는 △훌륭한 동지들도 5일만 지나면 (안기부의 심리전에 말려) 떠들고 웃고 마시며 수사를 받는다. 이것이 AGI(안기부)의 힘이다 △AGI가 물리적 도구나 약물을 쓰는 고문이 아닌 고도의 심리전으로 상대를 궤멸시킨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과거 공안사범은 강압수사에는 강경한 태도로 대응해왔다. 1980년대 사노맹은 "맞는 것도 보약이다. 독종 중의 독종으로 공격하라" "조직을 대라고 하면 '살아나가서 (너를) 칼로 배 창자를 긁겠다'고 협박하라"는 등 강압 신문에 대응하는 보위 전술을 구사했다. 하지만 수사당국이 '인격적 수사' '합법수사'를 내세우며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자 증거를 제시해도 범죄 사실은 물론 이름도 밝히지 않는 등 묵비권을 행사하는 '시간 끌기'식 투쟁전술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면 혐의 입증은 증거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취약할수록 '묵비권 전략'이 성공하기 마련이다. 다만 묵비권이 무조건 피의자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단계에서 묵비권을 고집했다가 실제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양형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처음부터 이 의원이 묵비권을 행사할 걸 예상했기 때문에 명백한 증거로서 혐의를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공안사범은 수사단계에선 무조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재판에 가서야 변호인과 함께 모든 증거가 조작됐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틀에 박힌 수법"이라며 "이 의원의 진술 없이도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만큼 증거를 확보했다"고 자신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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