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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제대로 답해주는 교수가 없어서’라며 미대를 자퇴했다는 청년 김구림(83). 마흔 살에 한 달 생활비를 털어 그림을 시작한 주부 윤석남(80). 어느덧 팔순을 넘긴 두 예술가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 출발도 독특했지만, 각각 실험미술과 개성 있는 회화로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은 점도 닮았다. 게다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5월6일까지 열리는 전시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에 참여한 두 사람을 최근 전시장에서 만났다. 이미 원로급에 속하건만, 두 노장은 만나자마자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다. 윤 작가가 “김 선생님이 정통의 길을 가다 나오셨다면, 난 엉뚱한 데 튀어나온 잡초”라고 하자, 김 작가도 질세라 “나도 정통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다”며 응수했다. 윤 작가는 그간 “화단의 운동 자체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하니, 김 작가는 “홍대, 서울대가 끼리끼리 전람회하는 것이 안 되겠다”싶어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만들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1960~70년대 주로 퍼포먼스나 영화 등 실험 미술을 선보였다. 당시 언론엔 ‘기행’ ‘괴짜 화가’로 소개됐다. 그는 “퍼포먼스가 정권에 눈엣가시로 여겨져 경찰에 연행되고 심문도 받았다”며 “그 뒤 잊혀졌다가 2012년 영국 테이트모던 기획전에 초대됐는데 ‘김구림이 누구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이듬해 열린 국내 전시회 제목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였다. 윤 작가가 그림을 시작한 계기도 드라마틱하다. 영문학로 미술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다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였다. 작가는 그 날짜를 지금도 기억한다. “1979년 4월 25일.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는 날이었거든요. 홍대 나온 후배에게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푸념했더니, 후배가 ‘언니 당장 합시다’라고 해요. 그 길로 한 달 생활비를 몽땅 털어 그림을 그렸죠.” 어쩌면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망에 이끌린 것도 두 작가의 공통점이 아닐까. 김 작가는 “부잣집에 외동아들로 태어나 세상물정 모르고 ‘금이야 옥이야’ 자라 고집이 세다”고 했다. 극장과 백화점을 운영할 정도로 부유했던 집안 출신으로 처음엔 외과 의사나 영화감독과 같은 다른 길을 꿈꿨다. 하지만 ‘세계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맘에 온전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예술가가 됐다. 윤 작가 역시 영화와 인연이 깊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윤백남(1888~1956)을 아버지로 둔 그는 어릴 때부터 예술 속에 자랐다. 그러나 경제 사정이 넉넉지 못해 연필과 원고만 있으면 되는 글을 썼단다. “나중엔 글도 포기하고 결혼을 했는데 2년 쯤 지나니 정신이 이상해졌어요. 내 존재의 이유를 찾고 싶었죠. ‘엄중한 세월에 한가롭게 그림을 그려도 되나’ 생각도 들었지만 견딜 수 없었어요. 예술의 복잡한 정의나 사조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내게 필요한 이야기를 그리기로 했어요. 그게 ‘어머니’였죠.”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는 두 작가에게 왕성한 작업의 원동력을 물었다. 김 작가는 ‘욕심’과 ‘불만’을, 윤 작가는 ‘빚’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도 불만이 많아요. 나보다 젊은 사람도 작품이 팔리는데 나는 왜 안 될까라는 생각도 때로 합니다. 그 ‘욕심’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있습니다.”(김구림) “한국이란 나라가 남편을 통해 내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운을 얻었으니 이 빚을 죽을 때까지 작품으로 열심히 갚고 싶습니다.”(윤석남)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의 한 영화관.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꽃분홍색 경량 패딩 점퍼를 입은 할머니 두 명이 무대 위 단상에 앉았다. 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시인 할매’의 주인공들이다. 긴장한 듯 눈을 깜빡이던 윤금순 양양금 할머니는 “말주변이 없으니 이해해 달라”며 “글을 배워 이 자리까지 오게 돼 영광스럽다”고 했다. 》출발은 2016년 발간한 ‘시집살이 詩집살이’였다. 이 시집에 수록된 124편의 시는 전남 곡성군 서봉마을의 ‘길작은도서관’에서 한글을 배운 ‘할매’들의 작품. 시집을 보고 짠한 감동을 느낀 이종은 감독이 마을을 직접 찾아갔다. 할머니들은 “다 늙은 사람을 뭐 하러 찍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제작진은 마을에 떡을 돌리며 간곡하게 협조를 구해 촬영에 돌입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김막동(84), 김점순(80), 박점례(72), 안기임(85), 윤금순(82), 양양금(72), 최영자 할머니(87), 그리고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준 ‘길작은도서관’의 김선자 관장이다. 평균 연령 80세에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다 처음 한글을 알게 된 할머니들의 사연은 별다른 꾸밈이 없어도 반짝반짝 빛난다. 양양금 할머니의 시는 “동생들만 키우니라고(키우느라) 학교를 안갔다”, “글자도 모른 것이 까분다해 기가 팍 죽었다”거나 “천국에 있는 난편(남편)에게 나 잘살고 있다고 쓰고 싶다”고 한다. “손지들(손자들) 사랑한다”고 한 ‘가점댁’ 도귀례 할머니의 한 줄 시도 진심이 뚝뚝 묻어난다. “나는 고생을 많이 했는데/니기들은(너희들은) 고생하지 말아라”는 박희순 할머니의 시를 본 딸은 “엄마 너무 예쁘게 시를 적었다”며 눈물을 훔친다. 삐뚤삐뚤한 글씨를 통해 평소 표현하지 못하던 가족에 대한 마음을 치장 없이 진솔하게 꺼내는 모습이 가슴을 울린다. ‘무공해 힐링’을 표방한 영화로, 할머니들이 직접 쓴 시가 화면에 오버랩되고, 각각의 사연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특별한 연출이나 서사가 없어 다소 투박하지만 아련하고 푸근하다. 음악이나 드론 촬영 장면이 길다는 지적에 이 감독은 “작업을 하며 과도하게(?) 영화에 몰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트루맛쇼’ ‘쿼바디스’ 등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의 새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비슷한 소재를 좀 더 유쾌하게 담는다. 경북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 배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박금분(89), 곽두조(88), 강금연(85), 안윤선(82), 박월선(89), 김두선(86), 이원순(82), 박복형 할머니(87)의 왁자지껄한 하루를 보여준다. 고스톱을 치고 운동도 하고, 텔레비전도 같이 보는 할머니들의 하루는 삭막한 도시보다 훨씬 활기가 넘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글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할머니들은 “이제라도 배우니 더 재미있다. 영어도 한번 해보자”고 외친다. 27일 개봉.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딩 딩 댕 딩 댕….” 8일 서울 강남구 디지바이브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묘한 소리가 심장을 울렸다. 양반다리로 앉은 남녀 다섯이 솥뚜껑처럼 생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터치감이 중요합니다. 구석구석 두드리며 소리를 느껴보세요.” 디지바이브 대표이자 핸드팬 연주자인 조현 씨(34)가 말했다. 이날 수업은 ‘사운드 힐링’. 스위스에서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뒤 유럽 인도를 거쳐 2014년 국내에 도입된 ‘핸드팬’을 가르친다. 조 씨는 “지난해 봄부터 부쩍 수강 문의가 늘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수강생인 김민정 씨(38)는 핸드팬의 매력을 “공명하는 음색이 몽환적이면서 편안하다. 손으로 두드리는 타악기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운드 힐링’이 주목받고 있다. 소리를 이용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힐링 악기’를 비롯해 요가·명상과 결합한 프로그램, 사운드 테라피(세러피) 등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한동안 유행했던 ‘컬러 힐링’이 ‘사운드’에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특히 힐링 악기는 ‘힙’한 이미지로 젊은층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핸드팬을 시작으로 디저리두, 칼림바, 싱잉볼, 인디언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로 관심이 옮겨 붙었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국내 핸드팬 제작업체도 문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나모리 젬베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디저리두 오픈 클래스 등 관련 강좌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젠테라피 네츄럴 힐링센터. 명상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 수강생 11명이 눈을 감고 바닥에 누웠다. 강사인 천시아 씨가 작은 사발인 ‘싱잉볼’을 두드리자 강의실 전체가 진동으로 울렸다. 이어 ‘오션 드럼’을 흔들자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소리로 샤워를 하면서 묵은 감정을 떨쳐내는 ‘사운드 배스(bath)’ 수업이다. 천 씨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완과 명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간편하고 쉬운 힐링을 원하는 이들이 프로그램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한 한모 씨(36)는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해 생각을 덜어내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요가·명상 분야에서도 사운드 힐링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명상 인구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소리로 간편하게 명상에 입문할 수 있는 사운드 힐링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물속에서 진동을 경험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사운드 힐링 프로그램 ‘페터 헤스’를 소개하는 기관도 등장했다. 크기가 작은 악기를 들고 다니며 나 홀로 힐링을 하기도 한다. 사운드 세러피도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서울 종로구 크리스탈환타지에서는 소리굽쇠인 튜닝포크를 이용해 세러피를 진행한다. 러쉬 스파에서는 귀에 꽂는 이어 캔들과 튜닝포크를 이용한 ‘더 사운드 배스’를 받을 수 있다. 윤예진 러쉬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싱잉볼 음악을 배경으로 지압 없이 소리와 진동만으로 세러피를 진행한다.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고객에게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왜 소리일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소리는 인간 감정의 고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치유와 내면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안한 소리에 대한 재발견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중론도 나온다. 명상 강사인 김현경 씨(35)는 “나에게 맞는 소리가 따로 있다”며 “여러 악기와 분야를 체험한 뒤 내게 맞는 주파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민 kimmin@donga.com·이설 기자}

‘딩 딩 댕 딩 댕….’ 8일 서울 강남구 디지바이브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묘한 소리가 심장을 울렸다. 양반다리로 앉은 남녀 다섯이 솥뚜껑처럼 생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터치감이 중요합니다. 구석구석 두드리며 소리를 느껴보세요.” 디지바이브 대표이자 핸드팬 연주자인 조현 씨(34)가 말했다. 이날 수업은 ‘사운드 힐링(Sound Healing)’. 스위스에서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뒤 유럽 인도를 거쳐 2014년 국내에 도입된 ‘핸드팬’을 가르친다. 조 씨는 “지난해 봄부터 부쩍 수강 문의가 늘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수강생인 김민정 씨(38)는 핸드팬의 매력을 “공명하는 음색이 몽환적이면서 편안하다. 손으로 두드리는 타악기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운드 힐링’이 주목받고 있다. 소리를 이용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힐링 악기’를 비롯해 요가·명상과 결합한 프로그램, 사운드 테라피(스파) 등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한동안 유행했던 ‘컬러 힐링’이 ‘사운드’에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특히 힐링 악기는 ‘힙’한 이미지로 젊은층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핸드팬을 시작으로 디저리두, 칼림바, 싱잉볼, 인디안 플룻 등 다양한 악기로 관심이 옮겨 붙었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국내 핸드팬 제작업체도 문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나모리 젬베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디저리두 오픈 클래스 등 관련 강좌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젠테라피 네츄럴 힐링센터. 명상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 수강생 11명이 눈을 감고 바닥에 누웠다. 강사인 천시아 씨가 작은 사발인 ‘싱잉볼’을 두드리자 강의실 전체가 진동으로 울렸다. 이어 ‘오션 드럼’을 흔들자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소리로 샤워를 하면서 묵은 감정을 떨쳐내는 ‘사운드 배스(bath)’ 수업이다. 천 씨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완과 명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간편하고 쉬운 힐링을 원하는 이들이 프로그램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한 한모 씨(36)는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해 생각을 덜어내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요가·명상 분야에서도 사운드 힐링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명상 인구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소리로 간편하게 명상에 입문할 수 있는 사운드 힐링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물 속에서 진동을 경험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사운드힐링 프로그램 ‘페터 헤스’를 소개하는 기관도 등장했다. 크기가 작은 악기를 들고 다니며 나홀로 힐링을 즐기기도 한다. ‘사운드 테라피’(스파)도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서울 종로구 크리스탈환타지에서는 소리굽쇠인 튜닝포크를 이용해 테라피를 진행한다. 러쉬 스파에서는 귀에 꽂는 이어 캔들과 튜닝포크를 이용한 ‘더 사운드 배스’를 받을 수 있다. 윤예진 러쉬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싱잉볼 음악을 배경으로 지압 없이 소리와 진동만으로 테라피를 진행한다.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고객에게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왜 소리일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소리는 인간 감정의 고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치유와 내면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안한 소리에 대한 재발견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중론도 나온다. 명상 강사인 김현경(35) 씨는 “나에게 맞는 소리가 따로 있다”며 “여러 악기와 분야를 체험한 뒤 내게 맞는 주파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시간 비용 거리의 압박으로 ‘사운드 힐링’을 진행하는 외부기관을 찾기 힘들다면? 책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활용하면 된다. 이론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1일 클래스로 실전을 병행할 수 있다. △책=전반적 개념을 잡기에 적당하다. 사운드 힐링을 다룬 책으로는 ‘사운드 힐링 파워’(젠북) ‘싱잉볼 명상’(젠북) ‘마이 네이처 사운드 테라피’(내소리연구회) 등이 있다. ‘사운드…’는 사운드힐링 개념을 서양에 처음 도입한 암전문의인 저자가 싱잉볼을 이용한 다양한 임상 사례를 전한다. ‘싱잉볼…’은 초보자용 실전 가이드북에 가깝다. 싱잉볼의 종류와 관리법, 명상법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동영상=유튜브에서 ‘힐링사운드’ ‘힐링음악’ ‘자연의소리’를 최대 4시간씩 들려주는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사물을 활용해 소리를 빚은 ‘DIY사운드’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도 인기. 소리와 명상법을 알려주는 채널도 다양하다. ‘정민마인드풀TV’는 싱잉볼, 자연의 소리, 무음 등을 배경으로 명상을 안내하는 영상으로 인기가 높다. △애플리케이션=무료 명상 음악 앱이 다수 출시돼 있다. ‘사운드 힐링’ ‘슬리포’ 등이 대표적. 특히 ‘사운드…’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싱잉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랑해 명상’ 앱은 명상 초보들에게 적합하다. 버튼을 누르면 ‘세상은 당신이 원하는 모두를 이루고자 조력하기 시작한다’ 같은 명상 메시지가 뜨면서 5분 간 음악이 흐른다. ‘포레스트 사운드’ 앱은 수준 높은 소리와 이미지를 함께 제공한다. ‘마인드 브리딩’은 호흡법을 알려주는 앱이다. △명상 프로그램=1일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심 있는 악기 이름이나 ‘사운드 힐링’ ‘사운드 테라피’로 검색하면 강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제주도나 강원도 등 휴양지 숲에서 힐링 악기를 연주하는 트래킹 프로그램과 같은 독특한 프로그램이 다수 있다. 이설기자 snow@donga.com김민기자 kimmin@donga.com}

살기 좋은 동네의 조건은 뭘까. 땅값, 집값 팍팍 오르는 곳? 일하지 않아도 임대료가 ‘따박따박’ 나오는 건물? 이런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동네만 살기 좋은 동네일까. 이 책 속에는 그런 동네가 아닌 주민들의 노력과 협동으로 만든 살기 좋은 동네가 펼쳐진다. 책은 서울 은평구의 구산동도서관마을 이야기를 만화로 다뤘다. 2015년 개관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10여 년에 걸친 서명 운동, 예산 확보 등의 주민 활동 끝에 만들어진 도서관이다. 시작은 2002년 동사무소 한편에 꾸린 어린이도서실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자원 활동가들은 좀 더 넓은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졌다. 저층 빌라와 주택이 대부분이었던 동네, 학교는 많았지만 문화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아쉬움을 느낀 주민들이 서명 운동에 나섰고, 은평구가 낡은 빌라와 주택 8채를 매입했다. 그러나 건립 예산이 없어 도서관 개관은 몇 년간 답보 상태에 있었다. 도서관을 짓고 만들 줄 알았던 주민들은 불광천 무지개다리가 지어지는 걸 본 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을 비롯해 각종 예산 지원을 호소해서 도서관 건립 예산을 마련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서관은 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운영했다. 주민과 공공기관의 합심으로 꼭 필요했던 도서관이 지어졌다. 구옥 빌라를 리모델링해 마을의 추억을 담아, 2016년 서울시 건축상도 받은 동네 명물이 됐다. 소박한 그림체에 줄거리도 간단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생각을 하면 흐뭇함과 부러움에 미소가 지어진다. 수많은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낸 주민들을 보면, 살기 좋은 동네란 결국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열망과 노력이 만드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이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자로 참석한다. 6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에 시상자로 초청됐다고 밝혔다. 국내 가수가 시상자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5월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그래미 어워즈에는 후보로 오르진 못했지만 시상자로 초청돼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무대를 모두 밟게 됐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는 방탄소년단이 5월 발표한 ‘LOVE YOURSELF 轉―Tear’의 앨범을 디자인한 회사 허스키폭스가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 후보에 올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영화 ‘극한직업’이 새해 첫 천만 영화에 올랐다. ‘극한직업’은 개봉 15일째인 6일 낮 12시 25분 기준 누적 관객 수 1000만3087명을 넘겼다. 영화는 해체 위기를 맞은 경찰 마약수사반이 잠복 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차렸다 전국구 맛집으로 소문나며 벌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다. 영화는 설 연휴 직전인 1일 이미 관객 500만 명을 넘었다. 연휴가 시작한 뒤에는 하루 평균 1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가파른 속도로 흥행했다. 지난해 8월 ‘신과 함께-인과 연’에 이어 역대 23번째 천만 영화. 흥행 속도는 ‘명량’, ‘신과 함께-인과 연’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르다. ‘극한직업’의 흥행 요인으로는 심각한 메시지나 억지 감동보다 철저히 웃음을 공략한 것이 꼽힌다. 영화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기획 의도로 “제대로 웃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을 정도다. 줄거리도 단순하고, 마약 수사라는 소재도 새롭진 않지만 러닝타임 내내 유머가 이어져 지루하지 않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시나리오를 쓴 배세영 작가의 톡톡 튀는 대사도 돋보인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던 설 연휴의 ‘대진운’도 흥행에 한몫했다. 경찰 뺑소니전담반을 다룬 ‘뺑반’이 일주일 뒤 개봉했지만 성적이 부진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제작한 기대작 ‘알리타’도 5일 개봉해 연휴 내내 ‘극한직업’의 독주가 이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흥부’, ‘블랙팬서’ 등 대작 대결이 펼쳐졌고 이 가운데 ‘블랙팬서’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7년에는 ‘공조’와 ‘더 킹’이 박스오피스를 양분하며 쌍끌이 흥행을 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친숙한 ‘치킨’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치 ‘배달의민족’ 광고를 보는 듯 치킨 요리 과정을 클로즈업한 화면, 치킨을 한 입 베어 물 때 ‘와그작’ 소리를 강조한 장면이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에 나왔던 ‘수원왕갈비통닭’이 실제 수원 통닭 골목에 등장하는가 하면, 수원시가 패러디 영상을 제작해 지역 음식 알리기에 나서는 등 반응이 뜨겁다. 제작진이 직접 만든 ‘수원왕갈비통닭’ 레시피가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지은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과장은 “어수룩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활약상에 팍팍한 생업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영화 ‘극한직업’이 새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극한직업’은 개봉 15일째인 6일 낮 12시 25분 기준 누적 관객 수 1000만3087명을 넘겼다. 영화는 해체 위기를 맞은 경찰 마약수사반이 잠복 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차렸다 전국구 맛집으로 소문나며 벌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다. 영화는 설 연휴 직전인 1일 이미 관객 500만을 넘었다. 연휴가 시작한 뒤에는 하루 평균 1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가파른 속도로 흥행했다. 지난해 8월 ‘신과함께-인과연’에 이어 역대 23번째 천만 영화. 흥행 속도는 ‘명량’, ‘신과함께-인과연’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르다. ‘극한직업’의 흥행 요인으로는 심각한 메시지나 억지 감동보다 철저히 웃음을 공략한 것이 꼽힌다. 영화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기획 의도로 “제대로 웃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을 정도다. 줄거리도 단순하고, 마약 수사라는 소재도 새롭진 않지만 러닝타임 내내 유머가 이어져 지루하지 않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시나리오를 쓴 배세영 작가의 톡톡 튀는 대사도 돋보인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던 설 연휴의 ‘대진운’도 흥행에 한 몫 했다. 경찰 뺑소니전담반을 다룬 ‘뺑반’이 일주일 뒤 개봉했지만 성적이 부진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제작한 기대작 ‘알리타’도 5일 개봉해 연휴 내내 ‘극한직업’의 독주가 이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흥부’, ‘블랙팬서’ 등 대작 대결이 펼쳐졌고 이 가운데 ‘블랙팬서’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7년에는 ‘공조’와 ‘더 킹’이 박스오피스를 양분하며 쌍끌이 흥행을 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친숙한 ‘치킨’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치 ‘배달의민족’ 광고를 보는 듯 치킨 요리 과정을 클로즈업한 화면, 치킨을 한 입 베어 물 때 ‘와그작’ 소리를 강조한 장면이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에 나왔던 ‘수원왕갈비통닭’이 실제 수원 통닭 골목에 등장하는가 하면, 수원시가 패러디 영상을 제작해 지역 음식 알리기에 나서는 등 반응이 뜨겁다. 제작진이 직접 만든 ‘수원왕갈비통닭’ 레시피가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지은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과장은 “어수룩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활약상에 팍팍한 생업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명절을 맞아 아내의 대학 동기를 집으로 초대한 권장덕, ‘전주 5미(味)’ 탐방에 나선 원기준,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김창열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평소와 달리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며 집안일에 나선 장덕. 열심히 해보지만, 어째 안 해 본 티가 너무 나는 건 왜일까. 드디어, 도착한 아내의 대학동기들! 즐겁지만 왠지 긴장되는 아내 친구들과의 만남이 공개된다. 원기준은 직접 선택한 ‘전주 5미’를 보여주겠다며 자신만만하다. 첫 번째 맛은 순조롭게 아내의 호평을 얻어낸 기준. 자신감 장착 후 남은 음식 탐방에 나서지만 아내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과연 ‘기준 투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인가. 김창열은 사춘기인 아들 주환과 서로의 생활을 이해해 보겠다며 손을 묶고 함께 하루를 보낸다. 아빠와 함께 한 주환이 각자의 생각을 털어 놓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새로운 걸 만날 때 쾌감이 느껴졌어요. 저에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했고요.” 경찰 뺑소니 전담반을 소재로 한 영화 ‘뺑반’에서 처음 악역을 맡은 배우 조정석(39)을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맡은 ‘정재철’은 F1 레이서 출신 사업가이자 불법 레이싱을 즐기는 통제 불능 ‘스피드광’. 화가 나면 소리 지르고 물건도 부수는 폭력적이고 감정적인 캐릭터다. 조정석은 이런 정재철을 연기하며 의외로 시원함을 느꼈단다. “발산하는 에너지가 많은 친구라 통쾌한 맛이 있었어요. 만화 같은 캐릭터여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조정석은 정재철이 단순한 악인이 아닌 ‘이상한 놈’이라고 했다. 정재철은 도로에서 제 것과 같은 차를 발견하자 기분이 나쁘다며 자신의 차를 부숴버린다. 원하는 것 앞에선 물불 가리지 않는 유아적 사고를 가진 인물로 말을 더듬는 것도 특징이다. “시나리오부터 있었던 설정이고, 한준희 감독과 디테일을 논의했어요. 대사 전달에 방해가 가지 않도록 선을 조절했죠.” 정재철이 이사회에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는 긴장한 듯 한쪽 눈만 깜빡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조정석은 우연히 나온 장면을 감독이 포착한 것이라며 한 감독을 ‘예술적 변태’라 했다. “생소한 감정을 잘 끄집어내 즐거웠어요. 한쪽 눈을 감아 다시 찍을 줄 알았는데, ‘그게 좋다’고 하는 거예요. 이런 거친 느낌이 좋았습니다.” 극 중 운전의 90%는 직접 했다. 운전과 연기를 동시에 하는 고난도 액션이었는데, 너무 몰입한 나머지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정재철이 질주하다 광분해 스스로 얼굴을 치거든요. 너무 세게 때려 정신을 살짝 잃는 바람에 앞차를 들이받을 뻔했어요. 눈을 뜨자마자 핸들을 꺾었는데 바로 오케이가 났죠.” 조정석은 지난해 10월 가수 거미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신혼생활을 묻자 “마음가짐과 생활 패턴이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웃었다. “밥 먹는 것도 그렇고 하루 일과가 규칙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라고 하기에 어떤 요리를 잘해 먹느냐고 묻자 배시시 웃더니 “이런 이야기는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현대미술관(국현) 신임 관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역량평가를 두 차례 시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종 후보에 올랐던 1명이 첫 번째 평가를 통과했는데도 또 한번 치른 건 특정 후보 선임을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전 관장의 임기가 끝난 뒤 50여 일 동안 공석이던 국현 관장은 1월 31일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69)가 내정됐다. 하지만 같은 날 관장 선임을 위한 역량 평가가 지난해 12월 26일과 올해 1월 중순에 2번 실시된 사실이 밝혀졌다. 문체부와 미술계에 따르면 1월 평가는 첫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두 후보에 대한 역량평가였다. 두 후보는 2번째 평가에서 기준 점수(5점 만점에 2.5점) 이상을 받아 통과했다. 미술계는 국현 관장 후보의 재 역량평가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당혹해하고 있다. 2015년 공모 때 재평가 없이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 내고 재공모를 실시한 적은 있으나, 역량평가 기준을 못 채운 후보들에게 또 한번 기회를 주진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인사혁신처에 최종 후보의 역량 평가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한 차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특정 후보를 밀어준다는 지적이 커지자 결국 문체부는 역량 평가를 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원하는 인물을 앉히고픈 심정은 이해하지만 과정부터 이렇게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규정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고위공무원단 인사 규정에도 후보자가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은 재평가 횟수의 제한이 없고, 개방형·별정직 공무원도 1회에 한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림의 ‘속살’은 어떻게 생겼을까. 다 그린 그림을 덩어리째 떼어내 ‘물감의 속살’을 드러낸 독특한 작품이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열리는 전시에서 정의철 작가(41·사진)가 선보이는 자화상들이다. 고유의 시각언어로 주목받는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낯설다’ 연작을 선보인다. 겉만 보면 붓으로 덧칠한 아크릴화 같지만 화법은 전혀 다르다. 작가는 반들반들한 아스테이지 판 위에 먼저 형체를 그리고 마지막에 배경을 칠한다. 물감이 굳으면 전체 덩어리를 떼어낸 뒤 앞뒤를 뒤집어 패널에 붙인다. 처음 칠한 색과 마지막 칠한 색의 위치가 뒤바뀌는 ‘거꾸로 그린 그림’인 셈이다. 정 작가는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을 표현할 방법을 연구하다 ‘물감을 뜯어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런 작업 방식은 하나의 ‘과정 미술’이라고 볼 수 있다. 과정 미술이란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주제로 삼는 걸 일컫는다. 펠트 천을 일정 간격으로 잘라 만든 로버트 모리스(88)의 설치 작품이 대표적. 주로 설치나 조각 위주였던 ‘과정 미술’을 정 작가는 회화에 적용했다. 인물화를 선호하지 않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드물게, 정 작가는 묵묵히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 자화상에 풀어낸다. 러시아 유학생활도 한국인으로서의 자아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완성된 그림은 뒤집힌 거울 속 모습이지만 보는 사람은 평범한 자화상으로 받아들이는 점이 흥미롭다”며 “익숙한 형태에 숨어 있는 낯선 감각을 찾아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불의의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이를 언급하며 “보이는 눈만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최근까지도 프랑스 파리국제아트쇼와 터키 국립이즈미르박물관, 중국국제아트페스티벌 등 국제 그룹전에 참가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황의록 한국화가협동조합 이사장은 “정 작가의 그림을 보고 펑펑 우는 관람객도 있을 정도로 직접 마주하면 큰 감동을 받는다.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생각을 용감히 펼쳐 곧 대중에게도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서초구 갤러리쿱.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그림의 ‘속살’은 어떻게 생겼을까. 다 그린 그림을 덩어리째 떼어내 ‘물감의 속살’을 드러낸 독특한 작품이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열리는 정의철 작가(41)의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자화상들이다. 고유의 시각언어로 주목 받는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낯설다’ 연작을 선보인다. 얼핏 보면 붓으로 덧칠한 아크릴 화 같지만 화법은 전혀 다르다. 작가는 반들반들한 아스테이지 판 위에 먼저 형체를 그리고 마지막에 배경을 칠한다. 물감이 굳으면 전체 덩어리를 떼어낸 뒤 앞뒤를 뒤집어 패널에 붙인다. 처음 칠한 색과 마지막 칠한 색의 위치가 뒤바뀌는 ‘거꾸로 그린 그림’인 셈이다. 정 작가는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을 표현할 방법을 연구하다 ‘물감을 뜯어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런 작업 방식은 하나의 ‘과정 미술’이라고 볼 수 있다. 과정 미술이란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주제로 삼는 걸 일컫는다. 펠트 천을 일정 간격으로 잘라 만든 로버트 모리스(88)의 설치 작품이 대표적. 주로 설치나 조각 위주였던 ‘과정 미술’을 정 작가는 회화에 적용했다. 사실 국내 미술시장은 인물화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 작가는 묵묵히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 자화상에 풀어낸다. 러시아 유학생활도 한국인으로서의 자아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완성된 그림은 뒤집힌 거울 속 모습이지만 보는 사람은 평범한 자화상으로 받아들이는 점이 흥미롭다”며 “익숙한 형태에 숨어 있는 낯선 감각을 찾아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불의의 사고로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이를 언급하며 “보이는 눈만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최근까지도 프랑스 파리국제아트쇼와 터키 국립이즈미르박물관, 중국국제아트페스티벌 등 국제 그룹전에 참가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황의록 한국화가협동조합 이사장은 “정 작가의 그림을 보고 펑펑 우는 관람객도 있을 정도로 직접 마주하면 큰 감동을 받는다.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생각을 용감히 펼쳐 곧 대중에게도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서초구 갤러리쿱.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붓대 들고 있다 씩 웃고 간다.” 한묵 화백(1914∼2016·사진)은 2012년 백수(白壽·99세)에 생애 처음 발간했던 화집에서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정리했다. 당시 그는 화가로서 행복했냐는 질문에 “난 죽음 가운데에 있고, 그러면서 살고 있다. 때가 오면 가는 것이고 심각할 게 없다”고 했다. 4년 뒤 2016년 11월 한 화백은 프랑스 파리 생투앙 병원에서 숙환으로 생을 마감했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한 화백의 첫 유고전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가 열리고 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연대기별로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인다. 1970∼90년대 드로잉 37점은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작품. 10년에 한 번가량 개인전을 열 정도로 노출이 적었던 한 화백은 이번 유고전이 개인전으로 최대 규모다. 한 화백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동양화를 배우고, 10대 후반부터 서양화에 관심을 가졌다. 만주,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금강산에도 머물며 작업을 했다. 이때 이중섭 화백과도 절친하게 지내, 그가 병상에 있을 때 마지막까지 곁을 지켰다고 알려진다. 이후 미대 교수 생활을 하다가 1961년 프랑스로 떠나 조용히 작품 활동을 했다. 그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목격한 무렵 작품세계에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1972년 판화 공방에서 동판화 작업을 시작하면서, 컴퍼스와 자를 이용한 기하학적 추상화를 그렸다.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는 한 화백은 “2차원인 화폭에 3, 4차원을 담는 고민을 했고 그것이 일생의 화두가 됐다”고 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1970년대 대규모 작품들이다. 작품만 보면 1960년대에도 있었던 ‘옵아트’와 큰 차이가 보이진 않는다. 옵아트는 보색대비나 규칙적인 기하학적 형태의 배열을 통해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예술. 대표적인 작가로 브리짓 라일리가 꼽힌다. 다만 한 화백 작품에선 타지에서 고유의 시각언어를 찾으려는 절실함이 배어난다. 전시를 기획한 신성란 큐레이터는 “한국에서의 활동이 많지 않아 대다수 관객은 이런 작품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신선하게 느낀다”며 “돈이나 명예와 상관없이 작업했던 작가이기에 ‘맑은 기운’을 받아간다는 반응도 많았다”고 전했다. 3월 9일 열리는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한 화백 작품의 미술사적 의미를 짚어 보는 시간도 갖는다. 3월 24일까지. 무료. ▼ 佛서 함께 활동한 이응노 30주기… 인사아트센터 ‘원초적 조형본능’전 ▼ 한편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는 또 다른 화가 고암 이응노 화백(1904∼1989)의 ‘원초적 조형본능’전이 열린다. 이 화백은 올해 프랑스로 건너간 지 60년, 작고 30년을 맞는다. 1957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전’을 통해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작품이 소장된 것을 계기로 이듬해 프랑스로 건너갔다. 이번 전시는 1960, 70년대 ‘문자 추상’ 작업을 중심으로 70여 점을 선보인다. 이 화백은 프랑스로 간 직후 파리 화단에서 유행했던 콜라주 기법을 활용해서 폐자재에 수묵 담채로 그림을 그렸다.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려 한자와 한글을 접목한 수묵, 유화, 태피스트리 등 ‘문자 추상’으로 발전시킨 것이 특징이다. 전시는 장르와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든 이 화백의 열정을 보여준다. 다음 달 10일까지. 3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요즘도 ‘처녀성’이라는 단어가 불편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여성기구 및 유엔인권사무소는 ‘처녀막 검사를 포함한 어떤 테스트도 여성의 섹스 여부를 검증할 수 없다’고 성명서를 냈다. 여전히 전 세계 최소 20여 개국에서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처녀성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도 ‘처녀성’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단어를 검색해봤더니 국제결혼을 위해 배우자의 처녀성 검사를 원한다는 글이 나왔다. 이 책은 수백 년을 넘게 여성을 억압해 온 ‘처녀성’의 무의미함을 추적한다. 중세 로맨스 소설부터 발리우드, ‘트와일라잇’ 사가 등 최근 대중문화까지 여러 문화 현상 속에 나타난 처녀성의 문제적 특성을 파헤친다. 전통적 학문에서 배제되어 온 처녀성은 관행이자 이데올로기이며 종교적 신념에 가깝기에 비교문화의 맥락에서 고찰된다. 이 때문에 학술적 성격이 강하다. 실체가 없는 판타지에 불과함에도 끈질기게 일상에 남아 있는 ‘처녀성’의 문제는, 결국 개인의 몸이 가부장적 정치체제 아래 통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불편한 억압에서 벗어나는 건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걸 깨닫는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근 뜸했던 코미디 영화가 하나둘 개봉하더니 박스오피스까지 점령했다. 9일 개봉한 ‘말모이’와 ‘내 안의 그놈’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극한직업’과 ‘기묘한 가족’ 등이 연달아 개봉해 흥행을 노리고 있다. 선두 주자는 연초부터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말모이’. 유해진이 주연을 맡아 소소한 웃음이 담긴 드라마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썼던 엄유나 감독이 ‘말맛’을 살리는 유해진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자극적인 액션이나 무거움은 덜고 웃음과 감동을 주는 ‘순한’ 영화다. 20일 현재 관객 220만 명을 넘었으며 손익분기점은 280만∼300만 명이다. ‘내 안의 그놈’은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넘었다. 영화는 우연한 사고로 고등학생 동현(진영)과 엘리트 건달 판수(박성웅)의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다. 겉모습은 학생이지만 속은 ‘아재’인 동현의 모습에서 생기는 오해, ‘왕따’를 당했던 동현이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을 평정하는 모습이 유쾌하고 통쾌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내 안의 그놈’은 개봉 전 우여곡절이 많았다. 총 제작비가 45억 원으로 예산 150억 원대 대작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장르도 최근 그다지 타율이 좋지 않은 코미디인 데다 스타 캐스팅도 없어 2017년 촬영을 마친 뒤에도 한참 동안 배급사를 찾지 못했다. 신생 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가 배급을 결정한 뒤, 1년 동안 오로지 관객 웃기기를 목표로 편집하며 꼼꼼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내 안의 그놈’ 홍보대행사 ROSC 김태주 실장은 “대규모 모니터링으로 어디서 웃음이 터지는지 관객 반응을 확인하고 그에 맞춘 편집 과정을 거쳐 철저히 웃음에만 집중했다”며 “코미디 문법에 충실한 점이 관객에게 통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연달아 개봉을 앞둔 영화 ‘극한직업’과 ‘기묘한 가족’도 과거 코미디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웃다가 울리는 신파나 조직폭력배가 등장하는 슬랩스틱 같은 기존 코미디 공식을 벗어난다. 기발한 소재나 판타지적 설정으로 색다른 웃음을 추구한다. ‘극한직업’은 잠복 수사를 위해 경찰 수사팀이 차린 치킨집이 전국구 ‘맛집’이 되어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렸다. ‘기묘한 가족’은 시골마을에서 갑자기 나타난 좀비와 살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 좀비에게 물리면 ‘회춘’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시끄러워진 동네를 그렸다. 코미디 영화의 연이은 흥행은 연말 개봉했던 대작들의 실패로 인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박스오피스 1위 영화는 ‘신과 함께―죄와 벌’이었지만, 올해는 뚜렷한 대박 영화가 없다. 그 빈자리를 남녀노소 누구나 무난히 볼만한 영화가 채웠다는 것이다. 무거운 스릴러나 대작 위주로 쓴맛을 본 영화계에 다시 가벼운 영화 바람이 분다는 예측도 나왔다. 김대희 CGV 홍보팀 부장은 “영화 ‘완벽한 타인’ 흥행 이후 코미디가 잘 버무려진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며 “가볍고 즐거운 ‘소확행’ 영화의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작품 가격 폭락이 심해 상어를 담은 탱크가 피바다가 될 지경.” 최근 미술품 컬렉터들에게 충격을 준 뉴스가 있다.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2008년 경매 사상 최고가로 판매한 작품들의 가치가 최근 꾸준한 하락세라는 소식이다. 전문 매체 아트넷에 따르면 2008년 810만 달러(약 90억 원)에 팔렸던 작품 19점이 반 토막에 가까운 520만 달러(약 58억)에 팔렸다. 거래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손해다. 허스트의 하락세는 예술작품의 가치 기준을 고려하면 예측된 결과다. 작품의 가치는 사회, 경제, 대중과의 소통 등 여러 기준이 복합 작용한다. 그중 가장 지속성 있는 가치는 시대정신과 역사다. 인상파를 태동한 미술사적 가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보여준 밀레의 ‘만종’이 변함없는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반면 허스트를 비롯한 ‘yBa(young British artists·영국 출신 젊은 미술가들)’에겐 ‘거품’ 지적이 늘 있었다. 이들이 스타덤에 오른 ‘센세이션’전은 제목처럼 충격요법에 의존했다. “이것도 예술이냐”고 대중을 경악하게 만들며 논란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배후에 있었던 유명 화상 찰스 사치는 세계적 광고회사 오너로 마케팅의 귀재라는 것도 미술계에선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제적으로 의구심이 제기되지만, 놀랍게도 국내에선 yBa를 내세우는 분위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일부 국내 갤러리는 여전히 ‘yBa 출신’을 강조하며 억대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작품 가치를 주체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타이틀’에 의존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경악스럽다”고 한탄했다. 미술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터너 상’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도 터너 상 수상 작가를 내세운 전시가 꾸준히 이어졌다. 정작 영국에서는 발표 때마다 논란이다. 킴 하월스 전 영국 문화장관도 “엉망진창”이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영국 작가를 위한 상이기에 유럽 대륙으로만 가도 별 관심이 없다. 유독 국내에서만 권위 있는 상으로 대접을 받는다. 심지어 터너 상 ‘후보’ 출신이라는 것까지 홍보를 한다. 이런 촌극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서양미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일까. 여기에 마치 올림픽 금메달을 좇는 것처럼 국내외에서 수상 경력만 따지고 드는 풍토도 문제다. 우후죽순 늘어난 국내의 ‘터너 상 유사품’에 같은 작가가 여러 번 상을 받는 ‘웃픈’ 일도 일어난다. 자체적 기준이 없으면 남의 평가를 절대적인 양 추종할 수밖에 없다. 가장 안타까운 건 안목 없는 갤러리스트에 의해 소외된 국내 작가와 컬렉터들이다.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고유의 미학을 보여주는 ‘진짜’ 갤러리스트들이 없다면 국내 미술 시장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근 뜸했던 코미디 영화가 하나 둘 개봉하더니 박스오피스까지 점령했다. 9일 개봉한 ‘말모이’와 ‘내안의 그놈’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극한직업’과 ‘기묘한 가족’ 등이 연달아 개봉해 흥행을 노리고 있다. 선두주자는 연초부터 꾸준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말모이.’ 유해진이 주연을 맡아 소소한 웃음이 담긴 드라마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썼던 엄유나 감독이 ‘말 맛’을 살리는 유해진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자극적인 액션이나 무거움은 덜고 웃음과 감동을 주는 ‘순한’ 영화다. 20일 현재 관객 220만 명을 넘었으며 손익분기점은 280~300만 명이다. ‘내안의 그놈’은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넘었다. 영화는 우연한 사고로 고등학생 동현(진영)과 엘리트 판수(박성웅)의 몸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다. 겉모습은 학생이지만 속은 ‘아재’인 동현의 모습에서 생기는 오해, ‘왕따’를 당했던 동현이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을 평정하는 모습이 유쾌하고 통쾌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내안의 그놈’은 개봉 전 우여곡절이 많았다. 총 제작비가 45억 원으로 예산 150억 원대 대작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장르도 최근 그다지 타율이 좋지 않은 코미디인데다 스타 캐스팅도 없어 2017년 촬영을 마친 뒤에도 한참 동안 배급사를 찾지 못했다. 신생 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가 배급을 결정한 뒤, 1년 동안 오로지 관객 웃기기를 목표로 편집하며 꼼꼼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내안의 그놈’ 홍보대행사 ROSC 김태주 실장은 “대규모 모니터링으로 어디서 웃음이 터지는지 관객 반응을 확인하고 그에 맞춘 편집 과정을 거쳐 철저히 웃음에만 집중했다”며 “코미디 문법에 충실한 점이 관객에게 통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연달아 개봉을 앞둔 영화 ‘극한직업’과 ‘기묘한 가족’도 과거 코미디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웃다가 울리는 신파나 조직폭력배가 등장하는 슬랩스틱 같은 기존 코미디 공식을 벗어난다. 기발한 소재나 판타지적 설정으로 색다른 웃음을 추구한다. ‘극한직업’은 잠복 수사를 위해 경찰 수사팀이 차린 치킨집이 전국구 ‘맛집’이 되어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렸다. ‘기묘한 가족’은 시골마을에서 갑자기 나타난 좀비와 살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 좀비에게 물리면 ‘회춘’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시끄러워진 동네를 그렸다. 코미디 영화의 연이은 흥행은 연말 개봉했던 대작들의 실패로 인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박스오피스 1위 영화는 ‘신과함께-죄와벌’였지만, 올해는 뚜렷한 대박 영화가 없다. 그 빈 자리를 남녀노소 누구나 무난히 볼만한 영화가 채웠다는 것이다. 무거운 스릴러나 대작 위주로 쓴 맛을 본 영화계에 다시 가벼운 영화 바람이 분다는 예측도 나왔다. 김대희 CGV 홍보팀 부장은 “영화 ‘완벽한 타인’ 흥행 이후 코미디가 잘 버무려진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며 “가볍고 즐거운 ‘소확행’ 영화의 흥행을 기대해볼만하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작가 23명이 같은 주제의 그림을, 모두 같은 가격에 내놨다. 개성과 자존심이 강한 예술가들이 어떻게 모였을까 싶지만 그 취지를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침체된 한국 화단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의기투합한 것. ‘소망을 기약하는 새해 첫 해돋이전’이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먹으로 그린 수묵화로 서울 도심부터 강원 강릉, 전남 해남 등 작가들이 직접 찾은 국내 명소들의 해돋이 장면을 담았다. 한국화 대중화를 위해 ‘한 집 한 그림 걸기’ 차원에서 6∼8호의 소품을 모두 30만 원에 판매해 눈길을 끈다. 젊은 관객도 한국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 이 때문에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전시 부제처럼 개막 이틀 만에 작품 상당수가 판매됐다고 한다. 채색화가 노진숙은 높은 아파트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추상화처럼 표현했다. 수묵화가 박창수는 좋은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도봉산을 여러 차례 오르다가, 사람들에게 익숙한 광화문을 배경으로 해돋이 풍경을 그렸다. 진리바 작가는 좀 더 전통적인 풍경에 산 뒤로 떠오르는 해를 그려 넣었다. 해돋이전은 22일 마무리된다. 이어 같은 작가들이 개성을 발휘한 작품으로 구성된 2부 ‘한국화의 불씨전’이 23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개개인의 기량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을 출품한다. 작품 가격도 작가별로 다르게 책정되며, 수익 일부를 수묵화 발전을 위해 기부한다. 김명진 김형준 남군석 노진숙 박경묵 박종걸 박창구 박창수 박태준 신재호 신희섭 오광석 우용민 이명효 이준하 임채훈 위진수 장정덕 정옥임 정은경 정헌칠 조양희 진리바 작가가 참여한다. 2부에는 류숙영 작가도 참여한다.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아프리카 흑인 소녀가 주인공인 판타지 소설이다.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인 저자는 ‘해리포터, 신비한 동물사전, 반지의 제왕까지 유명한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은 왜 모두 백인 남성인가?’라는 어쩌면 당연한 의문에서 출발해 새로운 판타지를 썼다. 핍박받는 종족의 소녀 제일리는 어릴 때 부모와 마법 능력을 잃어버렸다. 없어진 마법 능력을 되찾기 위해 성물을 모으는 여정을 그린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파리 맹수를 타고 다니는 독특한 아름다움의 전사들, 그들의 역동적인 전투와 기발한 마법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미국에서 스티븐 킹, 록산 게이의 극찬을 받으며 43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20세기폭스사에서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