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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관여하고 있는 미국 고위 당국자가 의제와 관련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을 언급했다. 회담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이나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사실상 시인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21일(현지 시간)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협상 의제와 관련해 비핵화에 대한 공유된 인식의 발전, 모든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 최종적인 로드맵의 구축 등 3가지를 들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고위 당국자가 ‘동결’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결단했는지 아직 모르겠다”며 “그러나 우리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에 이(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음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진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매우 신속하고 통 크게(big bites)’ 움직여야 한다”며 “동시적·병행적 조치가 단계적인 프로세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 주한미군 철수는 협상 의제가 아니다”며 부인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동결(freeze)’.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 미 고위 당국자가 불쑥 내놓은 이 한 단어가 회담 의제 및 성과에 대한 전망을 흔들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했는지 아직 모르겠다”는 발언과 함께 이번 회담의 목표가 핵 폐기가 아닌 동결 수준의 ‘스몰딜’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핵 폐기 앞선 CVC의 중간단계 미 고위 당국자는 21일(현지 시간)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1월 스탠퍼드대 강연 내용을 재차 인용하는 방식으로 이번 회담의 의제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이 나왔다. 그러나 막상 비건 대표의 강연 중 실제로 ‘WMD’와 관련해서는 제거 혹은 폐기, 파괴 등의 단어만 나왔을 뿐 ‘동결’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이런 그의 발언은 강연 내용에는 없었던 동결이 이번 하노이 회담의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미국 협상팀이 궁극적인 핵무기 및 프로그램의 폐기에 앞서 ‘동결’이라는 중간 단계를 설정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단기간에 이루기는 어려운 만큼 보다 현실적인 접근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 비건 대표에게 정책적 조언을 해주고 있는 이른바 ‘카네기 팀’이 제안한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한 봉인(CVC·Comprehensive Verifiable Capping)’과도 같은 맥락이다. ‘카네기 팀’을 이끄는 토비 돌턴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정책연구소장은 2020년까지 핵무기와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하게 동결하는 개념의 CVC 전략을 취하도록 비건 대표에게 제안했다고 본보에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의 운을 띄우며 장기전을 시사하는 동시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것도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워싱턴 조야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완전한 비핵화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영변의 핵시설 동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수준의 ‘스몰딜’에 그칠 경우 결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까지도 비건 대표가 영변 핵시설 폐기는 물론이고 북한이 취할 ‘플러스알파’ 조치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당초 기대보다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목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알 수 없는 北의 비핵화 의지 협상에 관여해온 고위 당국자가 정상회담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도 담보되지 않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비핵화의 개념에 대해서도 “이번 회담에서 ‘공유된 인식(shared understanding)’을 진전시킬 것”이라며 여전히 북-미 양측의 인식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이에 주목하면서 하노이 회담에서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당국자들이 지금까지 거짓말을 했거나, 아니면 북한과의 대화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가 불분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비핵화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한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비핵화를 위해) 매우 빠르고 통 크게(in big bites)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지점에 와 있고, 우리는 북한이 그렇게 할 모든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예정된 2차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추가 정상회담을 거론한 것을 두고 이번 2차 정상회담은 비핵화 의제가 사라진 ‘노(No) 비핵화’ 회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동안 많은 진전을 이뤄냈지만 이것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가 전날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한자리에서 무려 5번 반복하는 등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직후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괄목할 만한 비핵화 성과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연이어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조야가 요구해 온 수준의 비핵화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에 차기 회담으로 공을 넘기면서 빠져나갈 명분을 쌓고 있다는 취지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대통령이 증가하는 압박을 낮추기 위해 공식발언 기회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이행에 대한 ‘상응 조치’ 대신 선(先)제재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변하지 않는 태도로 볼 때 정상 간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톱다운(Top-Down) 방식 회담이 자칫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일정을 너무 일찍 잡은 데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속력 있는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한때 효과적이던 압박 전술이 약화됐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서 합법화해 주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지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 없이 평화협정 체결 및 주한미군 철수를 하면 안 된다’는 참모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3차 정상회담을 이어갈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감추지 않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 의회 공세가 거세질 전망인 데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이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르면 21일부터 북한과 실무협상에 나설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비핵화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언급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3차 정상회담 언급이 회담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비핵화가 TV 코드를 뽑듯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긴 시간이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기에 각 단계별로 후속 회담이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하노이 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 및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후속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도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문병기 기자}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에 관해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21일(현지 시간) 미 정부 고위 공직자가 밝혔다. 이날 익명의 고위 공직자는 정상회담 컨퍼런스콜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 의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모든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며 “미국은 김정은 정권이 북핵 문제에 관해 점진적이 아닌 급격한 변화를 이뤄내길 바란다”고 했다. 또 “궁극적으로는 북한 핵 역량에 대한 전면적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북한의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실무협상에 착수했다”며 “이들이 정상회담 때까지 계속 협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를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회담 전까지 양측은 ‘비핵화’의 의미에 대한 공통된 이해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형식 면에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과 유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 역시 실제 담판은 ‘당일치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는 “이번 회담의 형식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에 여러분이 본 것과 비슷할 것”이라며 두 정상이 일대일로 만나는 단독 정상회담, 식사, 각각의 대표단이 배석하는 확대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1차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에 따라 하루, 이틀, 사흘이 될 수 있다”고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북한과의 막판 조율 과정에서 불발됐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협상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북핵 위험이 상당히 줄었다는 것을 확신할 때까지 대북 압박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핵 무장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줄여야 한다”며 “우리가 일찍이 북한에 가해졌던 압박 중 가장 강경한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위은지기자 wizi@donga.com}

“서두를 것 없다(We are in no rush).”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이 말을 5차례나 반복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이례적으로 속도조절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좋은 회담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특별히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급한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궁극적으로(ultimately) 그렇게 될 것”이라는 말도 연속으로 4번 했다. 이번 하노이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이 나올 것”이라면서 “어쨌든 나는 그렇게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많은 언론들이 속도, 속도, 속도를 말하고 싶어 한다”며 “어쨌든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지금까지 내놓았던 낙관적 발언들과 비교하면 많이 후퇴한 것이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하며 성과 기대치를 낮추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완강하게 버텼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시한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강조함으로써 빠른 제재 완화를 요구해 온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회담의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비롯한 남북경협을 언급한 내용은 하나도 거론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해 한미 정상이 중점을 두고 있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조치가 이번 하노이 회담의 공동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 사업 재개가 가능한 수준의 제재 완화 조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버트 팰러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해온 ‘상응 조치’에 제재 완화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우리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FFVD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 제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서두를 것 없다(we are in no rush).”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이 말을 5차례나 반복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2차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이례적으로 속도조절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좋은 회담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특별히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급한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궁극적으로(ultimately) 그렇게 될 것”이라는 말도 4번 연속 사용했다. 이번 하노이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이 나올 것”이라면서 “어쨌든 나는 그렇게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대해 지금까지 내놓은 낙관적 발언들과 비교해 크게 후퇴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제재완화를 집요하게 요구해온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또 “많은 사람이 반대편 쪽에서 그것(북한 비핵화)이 매우 빨리 진행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많은 언론들이 매체는 속도, 속도, 속도를 말하고 싶어한다”며 “어쨌든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오늘 아침에 한국의 문 대통령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회담의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에 이어 곧바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내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비슷한 대화가 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비롯한 남북경협을 언급한 내용은 하나도 밝히지 않았다. 되레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며 한미 정상이 중점을 두고 있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조치가 이번 하노이 회담의 공동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 사업이 가능한 수준의 제재완화 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제재완화가 북한이 요구해온 ‘상응조치’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으며, FFVD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제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로 북-미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미국 내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 시간)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미 연락사무소가 개설되면 이른바 ‘25마일(약 40km) 룰’에 묶여 있는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검토 중이다. 미국의 미수교 국가이자 적성국가인 북한 외교관들은 현재 주유엔 북한대표부 사무실에서 반경 25마일 이내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다른 도시를 방문하려면 미 국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한 규정을 풀려고 하는 것은 원활한 소통은 물론이고 북-미 관계 정상화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 인터넷 매체인 복스는 이날 미국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미국의 준대사관(quasi-embassy) 역할을 하는 연락사무소를 열고 고위 외교관을 파견하길 원하고 있으며, 이에 상응해 북한이 미국에 특사를 파견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미 의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 권한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북-미 관계 개선 조치로 꼽힌다. 게다가 ‘연락사무소 설치’는 북-미 양국 모두에 나쁘지 않은 카드라는 게 중론이다. 평양에 설치될 미국 연락사무소는 일종의 ‘인질’로 북한 체제 보장 및 전쟁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 로드맵’의 큰 틀을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뒤 이를 실행할 상시적 연락 채널을 구축할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체제 안전 보장’을 원하는 북한에 ‘당근’으로 작용할 것이고 미국은 ‘연락사무소 카드’로 영변 관련 핵 폐기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열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뿐 아니라 미국의 독자 제재를 일부 면제하는 등 ‘제재 완화’가 따라올 수밖에 없어 일석이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 위해 에너지(전력), 건설 자재, 기술 장비 등 기타 물품을 북한에 직접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락사무소 설치 장소로 워싱턴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수도라는 상징성이 있고, 연락사무소의 취지에 맞게 국무부 라인을 통해 북측과 소통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 대표부 인력을 그대로 전환하면 된다”라며 뉴욕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7, 28일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잘 진행돼 연락사무소 개설에 최종 합의하면 곧바로 운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워싱턴에 신규 사무소를 개설할 때 필요한 비용 부담을 피해갈 수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연락사무소 설치는 장기적으로 북-미 수교를 통한 관계 정상화까지 염두에 둔 초기 조치인 만큼 북한이 초기에 유엔 대표부를 활용하더라도 결국 워싱턴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역사는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표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에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고 명문화했다. 당시 미국은 평양에 있던 독일대표부 터를 임차하고, 북한도 워싱턴에 설치할 연락사무소 후보지를 물색했지만 그해 연말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미군 헬기 격추 사건 이후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논의가 이어졌지만 1998년 대포동미사일(광명성1호) 발사로 중단됐다. 2000년 10월에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했던 조명록 북한 제1부위원장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등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지훈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협상이 이른바 ‘스몰딜(small deal)’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미국 언론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북핵 폐기를 시도하는 ‘빅딜(big deal)’이 아니라 핵동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에 초점을 맞춘 수준에서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의 대니얼 드페트리스 칼럼니스트는 17일(현지 시간) “김정은 정권이 핵 역량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동결 및 핵실험, 미사일 발사 중단 등 부분적이고 가역적 조치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북-미 관계 개선에 많은 이들이 당혹해하지만 이는 위험하고 낡은 사고”라며 “회담 성공을 위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넘어선 다른 접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가 2차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하든 성공적으로 볼 수 있다고 응원한 셈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대통령이 ‘연속 실패’를 돌파하기 위해 북한에 베팅했다”며 그가 국내 정치의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장 35일간의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로 급격히 악화된 여론에 직면했고 사실상 민주당에 밀린 내용의 국경장벽 예산안에 서명했다. 폴리티코는 “협상 회의론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을 ‘헛수고’라고 부른다”며 워싱턴에 퍼진 회의론을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혹평하는 사람조차 그가 정적(政敵)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보다 ‘아시아의 조그만 독재자’를 더 쉽게 다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 수준의 스몰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청와대는 ‘빅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과에 따라 개성공단에 앞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구상까지 밝히면서 한국 정부의 남북경협 과속을 우려하는 워싱턴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스몰딜 가능성과 관련해 “지도자의 결단, 정상 간의 통 큰 합의를 통해 난마처럼 꼬여 있는 북-미 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며 사실상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이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빅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남북 간 경제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 관광”이라고 했다. 하지만 워싱턴 조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우리는 단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테스트를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밝힌 뒤 스몰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없는 게 사실상 최종 목표라는 점을 밝혔다. 북한의 추가 실험이 없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영구 존재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듯하다”며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있는) 서울과 일본 도쿄의 진중한 사람들은 이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빅딜 가능성이 있더라도 정부가 남북경협을 앞서 언급하는 것은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제재 완화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국제사회에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북-미가 하노이 회담 의제와 관련해 서로 각국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연락관을 교환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하노이 회담이 잘될 경우 7, 8명의 연락관을 북한에 파견할 계획이라는 것. 이는 평양 1차 실무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알려지고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기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두르지 않겠다. 우리는 단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테스트를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성과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북-미 양측 실무팀이 비핵화 의제를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하는 가운데 비핵화가 아닌 동결로 목표를 낮춰 잡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를 도왔고, 한국 및 일본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전반적으로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정상회담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운이 좋기를 바란다. 1차 때처럼 성공적일 것”이라며 낙관론을 피력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그들(북한)이 미국을 이용해 왔고, 수십억 달러가 들어갔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 한가운데에 있는 북한의 위치는 경이적”이라며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경제협력 및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기대치를 낮추려는 것 같다.” 1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기자회견을 지켜본 외교소식통은 그의 발언을 이렇게 평가했다. ‘성공적’ ‘운이 좋은 회담’ 등 긍정적 표현을 이어가며 장황하게 낙관론을 펼쳤지만 “단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테스트를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불쑥 던진 한마디에 그의 속내가 담겨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연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띄우고 있지만 막상 실무협상 단계에서는 여전히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북측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상세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했음에도 이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당초 공언해온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보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테스트만 막겠다는 취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스몰딜이냐 빅딜이냐 논란에서 스몰딜로 옮겨 간다는 우려가 담긴 것이다. 비확산 전문가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핵실험도 비공개로 실시되면 신경 안 쓰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합의가 일반적인 수준에 그쳤는데 비핵화에 어떤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느냐”고 묻자 “많다. 많은 것을 달성했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당선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정권을 인수할 당시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한이 꼽혔고, 북한과 전쟁 위기에 놓여 있었다는 기존 발언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민주당의 맹공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의 기대치를 낮춰 회담 이후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중단된 사실을 언급하던 도중 노벨 평화상 이야기를 꺼내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준 사실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북한과의 전쟁’ 관련 발언을 두고 참다못한 오바마 행정부 당시 각료들이 일제히 부인하고 나서기도 했다. 벤 로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쟁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고 했고,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오바마 대통령 때 크건 작건 북한과 전쟁이 날 뻔한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2013년 시리아에 단 한 차례 공습하는 문제를 두고도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안 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에 적극 나섰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의 주한미군 분담금을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올려야 한다며 또다시 증액 압박에 나섰다. 한미가 분담금 협정문에 가서명한 지 이틀 만이다. 협정 유효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 만큼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될 내년도분 협상에서 미국의 인상 요구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한국과의 분담금 협상 결과를 두고 “(분담금이) 더 올라가야 한다(it‘s got to go up).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이 어제 5억 달러(약 5627억 원)를 더 지불하기로 동의했다. 전화 몇 통에 5억 달러”라고 했다. 하지만 한미가 가서명한 한국 정부의 주한미군 분담금은 1조389억 원으로 지난해 분담금(9602억 원)에서 787억 원이 오른 것이어서 ‘5억 달러 더 지불’은 사실이 아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3일 폴란드 안보 관련 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미가) 합의한 액수는 분명히 1조389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억 달러 더 지불’은 미국의 최초 요구였던 14억 달러(약 1조4400억 원)로 한미 협상이 타결됐다고 착각했거나, 내년도 협상에서 이만큼을 요구하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화법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내년도) 인상을 너무 기정사실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협정 기한은 1년이지만 한미 양측이 합의를 통해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며 “인상 필요성 여부를 한미 양측이 검토한 뒤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정중하면서도 날 선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을 방문한 문 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첫 북-미 정상회담은 성과가 없었다고 본다”며 “북한의 비핵화라는 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은 김정은에게 준 선물이었다”며 “지금은 말이 아니라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20년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을 언급하며 “당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너무 비참한 것을 보고 북한에 대해 회의론을 갖게 됐다”는 말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북한이 원하는 건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의 무장해제 아니냐”고도 했다. 이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바로 그 증거를 찾는 기회”라고 반박하면서 한때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예정된 30분보다 길어져 1시간을 넘긴 면담은 펠로시 의장이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희망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내가 틀리고 당신들이 맞기를 바란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과의 별도 면담에서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쪽에서는 하원의원 14명이 참석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 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진전(substantial progress)을 이뤄내길 바란다. 싱가포르 선언문의 각 조항마다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 등 여야 대표단을 만나 “의제를 12개 이상으로 합의했다”고 밝힌 뒤 재차 구체적인 의제를 거론한 것으로, 하노이 선언에 성과를 담아내기 위해선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동유럽을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의 한 행사에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항을 거론한 뒤 “각 조항마다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 조항의 진전과 관련해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는 물론 북한 주민을 위한 더 밝은 미래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노이 선언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 체제 보장뿐만 아니라 비핵화와 관련해 획기적인 진전이 있어야 대북제재 등 북한의 경제발전과 관련한 합의가 담길 수 있다는 것. 앞서 비건 대표가 11일 워싱턴을 방문한 국회 대표단에 “북한과의 하노이 정상회담 의제로 12개 이상을 합의했다”고 말한 것도 결국 비핵화 세부 이행 조치의 합의를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진전된 조치’를 강조하는 것은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 이후 보인 태도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쇄하겠다고 ‘깜짝 선물’을 주는 듯했지만 일부 시설 폐기에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선 △동창리 시설을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아래 영구 폐기 △상응 조치 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을 약속했고, 10월 평양을 찾은 폼페이오 장관에겐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시설에 대한 국제사찰단 검증에 합의했지만 후속 행동은 없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1차 북-미 회담 후에도 말로만 비핵화를 해온 셈”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제재 완화는 아니더라도 일부 제재 완화 시점을 제시한다면 북한도 영변 핵시설 폐기+α와 같은 비핵화 핵심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이미 북한이 지난해 영변 핵 폐기 의사를 밝힌 만큼 27일 정상회담 개최까지 남은 2주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비핵화 로드맵의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외교 당국자는 “북-미 모두 2차 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다음 주 실무협상 등에서 한쪽이 전향적 입장을 우선 보일 경우 빅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제재가 먼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은 12일 펴낸 2차 북-미 회담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시료 채취를 포함한 철저한 검증을 수용할 경우 미국은 경제제재의 일부를 면제·완화해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유 공급량 확대→철도 연결사업 개시→금강산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개의 순서로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이르면 24일경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노이 현지에서 막판 치열한 실무협상이 예고되고 있는 데다 베트남 국빈방문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정상국가로서 외교적 존재감을 부각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의 하노이 도착에 맞춰 해외 순방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24, 25일경 베트남에 도착하는 일정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이 평양을 방문한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지역 및 국제 문제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진행하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가 ‘견해 일치’라고 표현한 만큼 북한과 베트남이 김 위원장의 국빈방문에 대해 합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이지만 종전선언 가능성이 예고되면서 한미 양국 군 당국 간에 미묘한 혼선 기류가 드러났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12일(현지 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주한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은 북한을 억제하고 동북아 안정을 확보하는 데 적절하다”고 답변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피로 형성된 철통같은 관계”라고 했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된 것을 두고 한국에 감사를 표시했다. 미묘한 기류는 한국 국방부가 공식 대응하면서 감지됐다. 국방부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이 자칫 주한미군 주둔이 평화협정에 연계되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방부는 13일 공식 입장을 내고 “한미 양국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면서 “주한미군은 한미동맹 차원의 문제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한국 국방부가 나서서 에이브럼스 사령관 발언을 부인한 모양새였다. 다만 이 문제가 잘못 확대되는 것을 경계한 듯 국방부 관계자는 “에이브럼스 사령관 발언을 부정한 게 아니다”라며 “주한미군 문제는 북한 변수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오롯이 한미동맹이 결정할 문제라는 기존 한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뿐 아니라 미군의 인도태평양 군사전략을 구현하는 폭넓은 목적에서 주둔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반드시 철수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미 상원 군사위에서는 정보위원회에 이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이어졌다. 필립 데이비드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북핵에 대한 우리 판단은 정보기관들과 같다”며 “북한이 핵무기와 생산 역량을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양보를 대가로 부분적인 비핵화를 하려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남북한이 군사합의서를 통해 판문점과 군사분계선의 긴장을 낮춘 것을 평가하며 “외교적 노력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의 길을 가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군사제한구역 내 일부 조정이 북한 군사적 대응의 기본적인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대비와 외교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사령부는 군사훈련의 형식과 실행을 조정하는 4가지 부문(규모, 범위, 양, 시기)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손효주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12일(현지 시간) ‘일왕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발언에 일본 정부가 사과를 요구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두고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왜 이렇게 문제가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한 말은 평소 지론이며 10년 전부터 얘기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내 말의 본질은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면 끝날 일을 일본이 왜 이리 오래 끄느냐는 것’”이라며 “김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조화를 보내고 문상을 했어야 했다. 그때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했으면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이 금방 ‘용서한다’고 하셨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의장은 “한미일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생각도 늘 하고 있지만 (한일 관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세력이 있고 이들이 자꾸 이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방문 기간에 면담 상대였던 미 의회 및 행정부 인사들이 일제히 한일 관계에 우려를 표명하며 관계 개선을 촉구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 측이 미국에 ‘한국을 혼내주기 위해 한마디 해달라’고 작업한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했다. 한편 미국 의원 7명은 이날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엘리엇 엥걸(민주·뉴욕), 로버트 메넨데스(민주·뉴저지),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등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참여했다.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2월 말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등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백악관 핵심 인사가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며 베이징(北京)에서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에 힘을 실었다. 다만 미국은 정상회담 장소로 트럼프 대통령의 고급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선호하는 반면 중국은 하이난(海南)을 제안하는 등 장소 등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11일 폭스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조만간(very soon) 만나고 싶어 한다”며 “곧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콘웨이 선임고문은 정상회담 장소로 마러라고 리조트가 거론된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전날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양국 정상이 다음 달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무역협상과 관련해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콘웨이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다. 그는 매우 바쁜 사람”이라고 덧붙여 북-미 정상회담 일정으로 미-중 정상회담이 연기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중국이 보아오(博鰲)포럼(3월 26∼29일) 즈음 하이난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아직 예비 단계이고 미국은 대답하지 않았다”며 “장소와 시간 모두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 모두 협상에는 ‘홈그라운드’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날짜를 두고도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중순, 중국은 다음 달 말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다음 달 3일부터 보름 정도 주요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린다. 중국 최고 지도자는 통상 양회 기간 외국 방문 등 외교 일정을 잡지 않는다. 따라서 이 기간에 시 주석이 미국을 찾으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리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양국은 11일부터 베이징에서 차관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14일에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에서 류허(劉鶴) 부총리 등을 만나 고위급 협상을 이어간다. 정상회담의 구제적인 방향은 고위급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콘웨이 선임고문은 “(무역 협상) 데드라인인 3월 1일이 다가오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타결을 원한다. 미국의 이익과 근로자에게 공정한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의견 차를 좁혔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인다. 명백하게”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쟁점이 남았다는 관측이 많다. 불과 사흘 전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합의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언급했고 이후 증시는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갑자기 낙관론을 내세운 것은 시장 관리 차원의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정상회담이 3월로 미뤄진 만큼 무역협상 데드라인도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미국 연방정부 임시예산안 시한(15일)이 임박했지만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의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사태의 재발 우려가 높다. 10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국경장벽 예산을 논의해 온 상·하원 양원 협의회 협상이 불법 이민자 구금에 대한 견해차로 결렬됐다. 민주당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과도한 이민자 구금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에 대한 예산 상한선을 설정하자”고 주장했고, 공화당은 “폭력 범죄자 구금에 한도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날카롭게 맞섰다. 장벽 건설 예산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 온 57억 달러를 주장하고, 민주당은 20억 달러를 제시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국경지대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장벽 건설을 호소하며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범죄자 구금조차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셧다운을 원한다”며 비난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도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셧다운 재돌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남부 국경지역으로 군인 수천 명을 파견하고 있으며, 장벽 건설 강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결국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한 차례씩 탄핵안을 발의했던 앨 그린 하원의원(텍사스)은 “이르면 이번 주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테퍼니 호이어 하원 원내총무 등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역풍’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장벽으로 인한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주지사를 보유한 남부 주에서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민주)는 11일 “남부 국경에 배치된 주 방위군 360명 중 마약·총기 밀수 소탕을 맡은 10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260명을 철수시키겠다. 국경 비상사태는 ‘꾸며낸 위기’이며 캘리포니아를 ‘정치적 놀음판’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6일 미셸 루한 그리셤 뉴멕시코 주지사(민주)도 주 방위군 철수를 발표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박 3일 간의 평양 실무회담을 마치고 미국으로 복귀했지만 워싱턴 조야에서는 여전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높다. “도대체 정상회담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에서 얼굴을 맞댄 이후 8개월간 비핵화에 거의 진전이 없었다”며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성과로 자랑할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의 진전은 없었다는 것. 또 북-미 양측이 비핵화의 정의부터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적했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달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 생존의 핵심으로 보기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근거로 들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제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 속도를 늦추는데 합의한다면 좋겠지만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같은 애매한) 결과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는커녕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회 반응도 시큰둥하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외교위원회 소속인 밋 롬니 상원의원(공화당)은 이번 회담에 대해 “희망 사항은 많지만 특별한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의원도 “첫 정상회담 결과를 볼 때 이번에도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해 꼭 해야 할 준비작업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인호프 공화당 상원 군사위원장 같은 일부 정치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긍정적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가 크지 않은 가운데 언론도 문제 제기를 앞세우는 등 불신과 경계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흐름은 앞서 6일 미 외교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가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76명의 회담 전망을 종합해 게재한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속 빈 강정(nothingburger)’이라는 표현을 썼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의 목표는 비핵화란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성과를 낼 것으로 믿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낮추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첨예하게 대치하던 한미 간 입장 차이를 줄이는 막판에 중국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자 나라들의 무임승차론’을 잇따라 거론하며 한국의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등 용기 있는 참모진의 설득에 막판에 마음을 돌렸다는 것이다. 참모진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중국 문제를 꺼내들었다고 한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며 군사,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맞서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한국과의 군사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는 것.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을 향해서는 “러시아와 유럽 전체에 대응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인도-태평양 지역을 모두 커버하는 일본과 달리 주한미군의 상대는 한국에 주로 위협이 되는 북한”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증액을 요구했으나 자국 행정부 내에서는 보다 넓은 틀에서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행정부는 물론 의회와 싱크탱크 등 각 분야에서 한미 동맹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