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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시인(74)은 10여 년 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부부 동반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뉴욕행 비행기가 대서양을 건널 때 긴급한 기내 방송이 나왔다. “기체 고장 때문에 프랑스 드골 공항으로 가겠다. 육지나 바다에 불시착할지도 모르니 비상사태에 대비하라.” 마 시인은 부인의 손을 꼭 잡았다. 가톨릭 신자인 그가 한 기도는 타인을 위한 것이었다. 함께 여행을 했고 바로 뒷좌석에 앉은 젊은 의사 부부가 한창 나이에 죽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많이 살았습니다. 그 대신 김 선생 부부를 살려주세요.’ 16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인은 당시 다급했던 상황을 들려줬다. 다행히 비행기는 회항에 성공했고, 승객들은 무사했다. “완전히 죽음과 직면한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마지막 기도를 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기특해요. ‘나도 사람다웠던 적이 있구나, 나도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좀 건방진가요. 허허.” 올해 의사가 된 지 50년, 등단 54년을 맞은 재미 의사이자 시인인 그가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달)를 펴냈다. 아버지인 동화작가 마해송 선생(1905∼1966)에 관한 추억부터 연세대 의과대를 졸업한 뒤 1966년 수련의 자격으로 도미한 얘기, 의사와 시인으로 바쁘게 살았던 삶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의 동생 얘기도 들어 있다. 동생 종훈 씨는 한국일보 기자로 일하다 도미해 가발 매장을 운영했는데 1994년 자신의 매장에서 흑인 강도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하지만 유족은 2011년 1월 범인의 사형 집행을 두 달 앞두고 ‘사형을 집행하지 말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한인 사회에 감동을 전했다. “탄원서를 내자고 제가 먼저 나섰어요. 인간의 생명을 사람이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종교적인 이유가 컸죠. 조카도 ‘(사형을 집행해도) 아버지가 돌아오지도 않는데…’라고 하더군요.” 동생의 얘기를 담담히 전하던 마 시인이 잠시 침묵했다. 그의 얼굴을 보니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마 시인은 2002년 의사로서 은퇴했다. 예순셋의 나이였다. “시에 대한 열등감도 한 이유였다”고 했다. 의외였다. 고국 문단에서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받은 문인에게 열등감이라니. “예를 하나 듭시다”라고 그는 말을 이었다. 평론가 남진우가 그의 시 ‘온유에 대하여’를 두고 ‘이제 일상어로서는 거의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이 단어(온유·溫柔)가 이 시에선 왜 이리 친숙하면서 절실하게 느껴졌는지’란 글을 썼다. 마 시인은 뜨끔했다. 온유가 사어로 평가받는지 몰랐다는 것. “이런 게 열등감을 키웠지요. (이후론) 어떤 단어를 써놓고 이게 한국에서 쓰는 단어인지 아닌지 고심했어요. 한글로 시 쓰는 시인은 한국에서 한국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합니다.”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살고 있는 시인은 매년 봄이 되면 두 달여간 한국에 머문다. 지난달 한국에 들어올 때는 북한의 위협이 극에 달했던 시기여서 지인들이 방한을 말렸다고. 그때 시인은 “한국에서 죽으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단다. 그는 사무치게 한국을 그리워했다. 50년 가까이 말이다. “들어올 생각은 있는데 40년 넘게 미국에 사니 힘들어요. 와이프는 한국에 친구도 없고…. 결국 이렇게 왔다 갔다 하다 끝나지 않을까요. 이 나이 되고 보니 한국에서 살지 않은 게 후회스럽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흐린 봄날 정선 간다처음 길이어서 길이 어둡다노룻재 넛재 싸릿재 쇄재 넘으며굽이굽이 막힐 듯 막힐 것 같은길끝에길이 나와서 또 길을 땡긴다내 마음 속으로 가는가뒤돌아보면 검게 닫히는 산, 첩, 첩비가 올라나 눈이 오겠다.(문인수의 시 ‘정선 가는 길’ 전문) 》시인 문인수(68)는 강원 정선을 자주 찾는다. ‘그 어느 한쪽으로도 시계가 트인 곳이 없는, 험한 산세로 빙빙 둘러쳐진, 산간오지만이 갖는 그런 위압스런 사위(四圍)’라고 정선을 칭하는 시인. 그런 시상(詩想)은 그대로 한편의 시가 됐다. 계간 시인세계는 최근 펴낸 여름호에 ‘시가 된 그곳’이라는 기획특집을 실었다. 시인에게 각별하게 다가온 장소, 그 속에서 피어낸 시를 소개했다. 문인수 곽효환 황학주 유홍준 나희덕을 비롯한 시인 12명이 ‘시를 만난 공간’을 전한다. 시인은 한 장소에서 현재와 동시에 과거를 읽기도 한다. 곽효환(46)은 경남 통영에서 시인 백석과 그가 짝사랑했던 박경련을 떠올린다. 백석은 박경련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자 크게 낙심한다. 박경련을 ‘한 여인’으로, 백석을 ‘자작나무 닮은 사내’로 옮긴 곽효환의 시 ‘통영’의 일부는 이렇다. ‘비가 젖은 포구가 보이는/수루 앞 계단에 앉아/한 여인이 그리워/낡은 항구를 세 번 다녀간/자작나무 닮은 사내를 떠올린다…그가 끝내 만나지 못한 천희를/오늘 내가 그리워하며…지워지지 않는 젖은 얼굴을 닦는다….’ 이영광(48)은 미당 서정주가 스물세 살 때인 1937년 몇 달 머물렀던 제주 남단 지귀도를 찾아가 청년 미당이 보았던 절망을 읽었고, 시 ‘공중의 인터뷰’를 쓴다. 다음은 시의 일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지귀에 갔네/절망도 벌떡 일어나 걸어야 할 것 같은 적막 속으로//이글거리는 갈대숲 너머는/동지나해구나 태평양이구나, ‘한바다의 정신병’이구나.’ 나희덕(47)은 전남 순천시 와온해변을 꼽았다. 와온의 일몰에서 “뜨거운 성애 장면을 보았다”고 하는 시인은 시 ‘와온에서’를 얻었다. ‘산이 가랑이 사이로 해를 밀어넣을 때,/어두워진 바다가 잦아들면서/지는 해를 품을 때,/종일 달구어진 검은 뻘흙이/해를 깊이 안아 허방처럼 빛나는 순간을 가질 때…와온 사람들아,/저 해를 오늘은 내가 훔쳐간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레이시 이야기(스티브 마틴 지음·홍시)=미국 미술경매회사 소더비의 미술품 딜러 레이시의 성공과 좌절을 그린 장편소설. 미술품 경매를 둘러싼 생생한 현장 얘기들이 흥미롭다. 1만5000원삶의 의미(오정미 지음·온북스)=자신의 존재와 의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시인의 성찰을 잔잔한 시어에 담은 시집. 8000원소설로 읽는 중국사 1, 2(조관희 지음·돌베개)=‘초한지’ ‘금병매’ ‘아큐정전’ 같은 시대를 대표하는 중국 소설들을 통해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살폈다. 1권은 근대 이전, 2권은 현대사에 초점을 맞췄다. 각권 1만3000원아틀라스 서양미술사(슈테파니 펭크 등 지음·현암사)=선사시대부터 20세기까지 미술작품 550여 점을 중심으로 서양 미술의 역사를 다뤘다. 각 시대마다 작품과 관련된 지도와 도표를 세세하게 배치해 이해를 도왔다. 4만2000원예술이란 무엇인가(볼프강 울리히 지음·휴머니스트)=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전문대 교수인 저자가 예술을 규정하는 11가지 개념을 망라했다. 예술가가 추구한 미의 세계와 시대가 예술을 수용하는 방식을 고찰해 예술의 본질을 고민했다. 2만 원공룡 이후(도널드 프로세로 지음·뿌리와이파리)=공룡이 사라진 뒤 신생대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조명했다. 특히 포유류가 그 생태적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 가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2만8000원시사 영작을 하는 10가지 공식(이창섭 지음·한나래출판사)=30년 동안 영자신문 기자생활을 한 저자가 시사 이슈 영작 능력을 키우는 학습법을 소개한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영어 글쓰기 노하우를 제시했다. 1만5000원}

2000년대 등장한 미래파 시들은 ‘소통 불가’로 불릴 만큼 난해하다. 서정의 전복(顚覆), 언어 실험을 추구하는 이들의 시를 읽다 보면 머리가 아프다. 2005년 첫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로 등단한 저자는 미래파의 대표 주자. 하지만 그가 이번에 펴낸 세 번째 시집을 펴 찬찬히 읽어 내려가 보니 술술 읽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게다가 군데군데 가슴 뭉클한 감성적 시어도 배어 있다. 그렇다. 황병승은 변했다. ‘오월, 아름답고 좋은 날이다/작년 이맘때는 실연을 했는데/비 내리는 우체국 계단에서/사랑스런 내 강아지 짜부가/위로해주었지/‘괜찮아 울지 마 죽을 정도는 아니잖아…’(시 ‘가려워진 등짝’에서) 놀라운 것은 시인의 서정성이다. 그의 시를 평가절하하는 선배 서정 시인들의 비판이 무색할 만큼 그의 시는 충분히 촉촉하고 아름답다. 추억, 그리움, 회한, 애틋함이 절절히 스며든, 지나간 젊은 날들에 대한 생의 반추가 리듬감 있는 시어들에 담겨 흐르듯 연주된다. 또한 다채로운 화자의 변주가 담긴 시들을 읽다 보면 소설을 읽는 듯, 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롭다. 특히 시 ‘티셔츠 속의 젖을 쓰다듬다가’ ‘쥐가 있는 피크닉 자리’가 그러하다. ‘쥐가…’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도무지 멋쩍은 월요일, 내가 그리는 모든 그림들을 망쳤으면 좋겠다 다른 어떤 무늬의 옷도 자연과 어울리지 않아 우리에게 ‘내일’은 얼마나 남아 있는 걸까 언제나 단 하루, 떨어지는 꽃잎//-사랑해……라고 말해줄까?//-힘내.’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황병승의 시에는 여전히 ‘가시’가 많다. 해독 불가, 혹은 독자들에게 해독을 맡긴 비밀스럽고 난해한 시어들이다. 하지만 시집은 가시에 찔리면서도 흠모할 만한 매력적인 꽃이다. 시집 제목은 ‘육체쇼와 전집’. 전집의 의미가 아리송했다. 시인에게 물었더니 “전집(全集)이에요. 제가 쓴 글과 시간, 생활을 묶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내친김에 ‘그럼 육체쇼는 뭔가요’라고 물었더니 “의미를 한정짓고 싶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시집의 해석은 오로지 독자 몫이란 얘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부처님오신날(17일)을 앞두고 소설가 최인호(68)가 장편소설 ‘할’(여백·사진)을 펴냈다. 가톨릭 신자인 작가가 1993년 전 4권으로 펴냈던 대하소설 ‘길 없는 길’ 가운데 경허 선사(1849∼1912)와 그 제자들을 그린 부분을 따로 발췌해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1988년 가을 우연히 불교에 관한 책을 읽다가 흥미를 느낀 작가는 지인을 통해 10여 권의 불교 서적을 추천받는다. 그중 한 권이 경허의 법어집이었다. 당시 경허를 잘 몰랐던 작가는 무심히 책장을 넘기다 선시 중 한 구절에서 심혼의 불이 당겨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한다. ‘일없음이 오히려 나의 할 일(無事猶成事)’이라는 글귀였다. 이듬해 한 일간지에 연재를 시작한 ‘길 없는 길’은 책으로 출간돼 150만 부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한 대학교수가 아버지의 유품 중에서 경허의 물건을 발견하고 경허의 행적을 쫓는 과정을 통해 경허의 삶을 재해석한 소설이다. 구도를 향한 끊임없는 갈등과 정진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내가 곧 부처’라는 진리에 다가서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번에 나온 ‘할’은 경허뿐 아니라 그의 세 수법제자인 수월, 혜월, 만공의 수행도 비중 있게 그려진다. 에피소드별로 나눠져 있어 읽기에 부담이 적고, 책 뒤편에는 스님들의 자료 사진을 덧붙였다. ‘할(喝)’은 사찰과 선원에서 학인(學人)을 꾸짖거나 말이나 글로써 나타낼 수 없는 도리를 나타내 보일 때 내뱉는 소리다. 2008년 5월 침샘암 수술을 받은 작가는 지금도 투병 중이다. 피정(避靜·가톨릭 신자들의 수련 생활) 외에는 외출도 자제하는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인터뷰를 고사했다. 그는 책의 머리말에 이런 글을 남겼다. “지난해는 우리나라가 낳은 최고의 불교 중흥조 경허 대선사가 열반에 드신 지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 경허의 법제자들을 다시 한 번 살려 봄으로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아랫물이 맑으면 윗물도 맑다’는 진리를 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가만히 열어 보는 심정으로 밝혀 보았다. 하오니 조용히 들어와 제자들에게 때리고 ‘할’ 하는 경허의 여전한 고함소리를 엿들으셨으면 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이인성 씨(60·사진)가 제7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중편소설 ‘한낮의 유령’. 상금은 3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25일 오전 10시 반 강원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린다.}
최근 그림책 시장에서 폴란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폴란드 작가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53)의 ‘눈’(창비)이 올해 세계 최대 어린이 책 전시회인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최고상인 라가치상 픽션 부문 대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2011년에도 ‘마음의 집’(창비)으로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대상을 받은 바 있어 더욱 화제가 됐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주한 폴란드대사관과 함께 ‘폴란드 현대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 전’을 26일까지 연다. 흐미엘레프스카를 비롯한 폴란드를 대표하는 어린이 책 작가 10명의 작품을 전시해 폴란드 어린이 책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된 흐미엘레프스카와의 만남도 준비돼 있다. 작가는 24, 25일 오후 도서관 4층 세미나실에서 한국 어린이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무료. 02-3413-48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시인협회가 ‘시로 읽는 한국 근대 인물사’라는 부제가 붙은 시집 ‘사람’(민음사)을 펴냈다. 시인 112명이 정치 경제 종교 예술계를 통틀어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 112명을 시로 형상화했다. 신달자 시인협회장은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사람이 결국 역사를 만드는 것인데 ‘어떤 사람들이 오늘을 있게 했느냐’는 것을 되돌아본 것이다. 한 인물의 빛과 그림자를 다 같이 (시로) 써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시집에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수환 추기경, 성철 스님, 김일 프로레슬링 선수,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구인회(LG) 창업자,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에 관한 시가 실렸다. 시인 김소월 윤동주, 소설가 박경리, 언론인 김성수 방응모도 포함됐다. 시인협회는 대상 인물을 정한 뒤 시인들에게 쓰고 싶은 인물을 고르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집은 인물들의 과(過)보다는 공(功)에 기운 모습이다. 이길원 시인은 시 ‘이승만’에서 이렇게 썼다. ‘새들도 날개 젖혀 환희의 춤을 추던 날/소란스레 휘두르던 붉은 깃발 몰아내고/첫 단추 채우던 우남 이승만.…’ 이태수 시인은 시 ‘박정희’를 이렇게 맺는다.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누가 뭐래도/당신은 빛나는 전설, 꺼지지 않는 횃불입니다.’ 정희성 시인의 시 ‘김대중’의 일부는 이렇다. ‘통일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데/걸어온 길이 뒤집히는 꼴을 보면서/그대는 기어이 등을 보이는구나/아아 노여움을 품고/한 시대가 이렇게 가는 거지!’ 협회 교류위원장인 곽효환 시인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없으면 글이 나오기 힘들다. 시의 내용은 시인이 판단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30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출간기념회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시 낭송회를 진행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정몽준 의원과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가 각각 부친인 정주영 창업자와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에 관한 시를 낭독한다. 협회는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엘지그룹, SK텔레콤, 우리은행, 한국마사회로부터 협찬을 받았다. 곽 위원장은 “인물을 먼저 선정한 뒤 협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그가 이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새로운 스릴러로 로버트 랭든과 함께 돌아왔다. 댄 브라운은 자신의 기본으로 돌아와서 이제까지 발표되었던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극적인 소설을 완성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8100만 부 넘게 판매된 ‘다빈치 코드’의 미국 작가 댄 브라운(49)의 홈페이지에 실린 신작 ‘인페르노’(사진)에 대한 소개 글 한 토막이다. 14일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출간되는 그의 신작 소식에 그의 팬들이 설레고 있다. 2009년 ‘로스트 심벌’ 이후 4년 만에 소개되는 신작의 무대는 이탈리아 피렌체. 작가가 단테의 ‘신곡’ 가운데 지옥 편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는 이 소설에선 다빈치 코드의 주인공인 로버트 랭든 하버드대 교수가 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줄거리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홈페이지는 모호한 소개 글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랭든은 단테의 인페르노(지옥)에서 기인하는 끔직한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랭든은 섬뜩한 적들과 싸우고, 명작 그림에 등장하는 배경 속으로, 비밀 통로로, 그리고 초현대적인 과학의 세계로 그를 이끌어가는 교묘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씨름을 한다.’ 댄 브라운은 6월 5∼7일 피렌체에서 대규모 출판 기념회를 열어 신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신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인페르노’의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판 등에 참가한 번역자 11명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지하 벙커에서 사실상 감금된 채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책 내용이 외부에 누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국내에서는 문학수첩이 번역해 7월경 출간할 예정이다. 김종철 문학수첩 이사는 “한국어 번역은 이미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밀라노 벙커엔 들어가지 않았다”며 웃었다. 영문으로 480쪽인 신작은 국내에서는 두 권으로 나눠 출간될 예정이다. 김 이사는 선인세에 대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해결했다”고만 밝혔다. 문학수첩은 ‘로스트 심벌’ 출간 당시 100만 달러(약 11억 원)의 선인세를 지급해 고액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 이사는 “그 금액은 ‘로스트 심벌’ 외에 작가가 ‘다빈치 코드’(2003년) 이전에 출간한 ‘디지털 포트리스’(1998년) ‘천사와 악마’(2000년) ‘디셉션 포인트’(2001년)의 판권을 함께 산 총액이었다”고 설명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퓰리처상 한 번, 전미도서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두 번씩 받았고, 펜 포그너상을 세 번 받은 작가.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저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독서욕이 샘솟지만 일독하기는 쉽지 않다. 1940, 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아무래도 쉽지 않다. ‘밥 펠러가 거짓말처럼 두 게임이나 패하고, 재키 로빈슨만큼 존경하진 않지만 아메리칸리그를 개척한 흑인 선수로 우리 모두가 존경하던 래리 도비가 22타수 7안타를 친 월드시리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는 본문의 일부처럼 소설은 ‘기호학’에 가까운 대목이 적지 않다. 이른바 문화와 역사의 차이다. 하지만 책장을 덮지는 말자. 진득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인물들의 개성이 살아나고, 그들의 치열한 인생이 지면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렇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탐색과 열정이 가득한 책은 누구에게나 울림을 준다. 명작이란 그런 것이다. 500쪽을 훌쩍 넘는 책의 초반은 미로와 같고 장광설도 길다. 1997년 뉴잉글랜드 서부의 작은 마을에 살던 네이선 주커먼은 고교 시절 선생님이었던 머리 린골드를 만난다. 머리는 주커먼이 어릴 적 자신이 우상으로 떠받들던 아이라 린골드의 형. 아흔 나이의 선생님은 이제 40대가 된 제자에게 동생에 대한 숨겨졌던 얘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대화와 50여 년 전 아이라의 모습이 교차하며 소설은 진행된다. 그렇기에 아이라에게 초점을 맞추면 소설은 한결 선명하게 읽힌다. 아이라는 범부에 가까웠다. 2m가 넘는 거구의 사내는 고교를 중퇴한 뒤 광산 인부, 레코드공장 노동자를 전전하지만 공산주의를 접하면서 변한다. 1940년대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유색인종 차별과 자본주의 횡포에 그는 분연히 반대한다. 노조 행사에서 링컨 역을 맡은 그의 진심 어린 열정적 연기는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라디오 드라마의 주역으로 발탁돼 유명해진다. 소설은 아이라를 영웅으로 띄우지는 않는다. 무성영화 스타 이브 프레임과의 결혼 뒤 비참했던 가정생활을 철저히 파헤치며 그의 고독과 번민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아이라와 이브, 그리고 이브와 전남편 사이의 딸인 실피드의 엇갈린 애증 관계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한 가정의 파멸을 조명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매카시즘(1950년대 초 미국을 휩쓸었던 반(反)공산주의 열풍)을 다룬 정치풍자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한 가정사를 깊이 있게 성찰한 가족소설이기도 하다. 아이라는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 파멸의 길을 걷고, 이를 폭로했던 이브도 결국 나락으로 떨어진다. 정체도 불분명한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 희생된 개인의 모습은 처연하다. 그 뒤에는 매카시즘으로 재미를 본 정치인들이 있다. 작품 중간에 6·25전쟁과 한국 파병을 결정했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아이라의 열변은 흥미롭다. ‘뇌가 반이라도 있는 미국인이라면 북한 공산군이 배를 타고 6천 마일을 건너와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말을 믿겠니.…트루먼은 공화당원들한테 자신의 힘을 보여주려는 거야.…무고한 한국 민중을 제물로 삼아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있어. 한국에 쳐들어가 그 개자식들을 폭탄으로 쓸어버리겠다 이거지. 알겠니? 이게 다 이승만이라는 파시스트를 지원하기 위해서야.’ 아이라는 철저한 이론가도, 공산주의자도 아니다. 그가 추구했던 것은 평등과 자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형 머리는 이렇게 회상한다. “이브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한 게 아닐세.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갈망한 남자와 결혼한 거야.” 책장을 덮으면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선연히 빛나는 듯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 속에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가 하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황석영(70)의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자음과모음)가 사재기 논란에 휩싸였다. 황석영은 의혹이 일자 본인은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책의 절판에 이어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고, 해당 출판사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앞서 SBS 시사프로그램 ‘현장21’은 7일 방송에서 자음과모음이 펴낸 ‘여울물 소리’를 비롯해 김연수의 장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과 백영옥의 장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에 대한 조직적인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본보는 8일 입장을 듣기 위해 황석영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황석영의 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황석영 선생님이 출판사 사장에게 ‘사재기를 했느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사장은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절대 안했다’고 부인했다. (선생님은) 사재기와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소송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황석영은 7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여울물 소리’는 작가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이런 추문에 연루된 것 자체가 나의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책을 절판하고 출판사에 명예훼손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피해 배상과 민형사상 책임을 단호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소설가 김연수(43)는 “출판사가 사재기한 사실도 몰랐고, 제 책을 사재기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편집자에게 물었더니 사재기 사실을 인정했다. 제 책을 절판하고 (배포된 책은) 회수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사재기 의혹이 확산되자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어떠한 유형의 변명도 하지 않겠다. 대표로서의 모든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 출판사에 다니던 황석영의 딸은 2개월 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3개월 안에 전문경영인을 선출해 타개책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강 대표가 서울 서교동 사옥 매각 방침까지 밝혀 당장 사무실 공간부터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출판사의 사재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사재기 감시기구인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는 자음과모음이 2011년 출간한 남인숙의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에 대해 ‘사재기 의심’ 결정을 내렸다(본보 2012년 8월 29일 A13면).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바탕으로 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지만 출판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냈으나 올 2월 패소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재기 논란에 대해 베스트셀러 위주의 출판 시장 구조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편법을 써 일단 순위에 올려놓으면 판매에 탄력이 붙는다. 사재기로 적발돼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상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되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은 “사재기가 적발되면 더이상 출판업을 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며 “문제는 일부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출판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데 있다. 영화계의 영화진흥위원회처럼 공신력 있는 단체가 전국 판매량을 집계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42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하는 한국출판인회의는 8일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에 관련한 입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사재기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처벌 조항이 과태료가 아닌 벌금형으로 엄격히 강화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황학주 시인(59·사진)은 지난 20여 년간 아프리카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92년 케냐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대자연과 가난하지만 순박한 그곳 사람들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지인들과 뜻을 모아 2004년에는 봉사단체인 ‘피스프렌드’도 만들었다. 하지만 황 시인은 최근 ‘피스프렌드’를 탄자니아의 현지 봉사단체에 넘겼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최근 시 계간지 ‘발견’을 창간했다. 현지에서 유치원을 지으며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뛰어놀 공간을 마련해 주었던 그가 이제는 시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집’을 지은 것이다. “욕심이 생기면 더 어려워지니 더 늦기 전에 ‘피스프렌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로 했습니다. (계간지는) 저마다의 변방에서 홀로 시 쓰는 시인들이 운명적으로 감당해야 할 고독 옆에 미약하게나마 자리를 놓고 싶은 뜻이고요.” 창간호에는 황 시인과 신덕룡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이숭원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최영철 시인의 좌담이 실렸다. 시인 장석원과 김이듬의 대화, 소설가 김인숙이 김선우 시인의 시를 읽고 쓴 글도 있다. 강은교 문인수 김경미 이경림 김태형 이수명 조연호 등 시인 16명의 신작 시를 수록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최동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65)가 ‘정지용 시집’을 처음 산 것은 1976년 겨울이었다. 월북 시인으로 낙인 찍힌 정지용(1902∼?)의 책은 당시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정지용은 6·25전쟁 때 납북돼 1953년 평양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1950년 9월 경기 동두천에서 미군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스물여덟 살의 국문학도는 서울 인사동 경문서림에서 어렵게 이 ‘불온서적’을 손에 넣었다. 그 시집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풀칠이 돼 붙어 있는 두 장을 가만히 물에 불려 펼쳐보니 시 ‘붉은 별’이 나왔다. “서정성 짙은 시였지만 ‘붉은’이라는 말 자체가 금기시되던 상황이니 누가 풀칠을 해놓은 것 같았다”며 최 교수는 웃었다. 정지용은 그렇게 조심스럽고 신비하게 최 교수에게 다가왔다. 서너 편만 쓰자던 논문은 어느새 15편이 됐고, 그 사이에 30여 년이 훌쩍 흘렀다. 최 교수가 정지용에 관해 평생 쓴 논문을 모은 ‘정지용 시와 비평의 고고학’(서정시학·사진)이 최근 출간됐다. 2003년 ‘정지용 사전’(고려대출판부)과 2008년 정지용 평전인 ‘그들의 문학과 생애, 정지용’(한길사)을 펴낸 그는 이번 논문집까지 내고 밝게 웃었다. “사전과 평전에 논문집까지 냈으니 ‘정지용 3부작’을 완성한 셈이지요. 정지용 같은 훌륭한 시인을 만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 교수는 정지용에 대한 문단의 비판을 반박하다가 논문 편수가 늘었다고 했다. “정지용을 보통 기교주의자라고 비판을 하는데, 잘못됐다고 봐요. 정지용의 기교 속에서는 깊은 정신적인 탐색과 우리 전통에 대한 해석이 있지요. 토속어로 한국어의 ‘말 맛’을 시적으로 펼치는 데는 그만한 시인이 없지요.” 이번 논문집에는 최 교수가 새로 발견한 사실도 담겨 있다. 휘문고등보통학교 시절 정지용이 1923년 1월 학교 문예부에서 발간한 ‘휘문’ 창간호에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의 연작시 ‘기탄잘리’ 중 9편을 번역 소개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최 교수는 8월 25년 동안 섰던 고려대 강단을 떠나 정년퇴임한다. ‘3부작’을 정년 전에 마쳐 후련하다고도 했다. “강단을 떠나면 제 고향인 수원 (팔달구) 남창동으로 돌아갈 겁니다. 가서 후배들에게 시 창작 강의도 하고 시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야죠.”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가출한 아들을 발견한 아버지. 아들은 황급히 도망가고 아버지는 행여 놓칠까 뜀박질을 한다. ‘기적소리조차 검은’ 서울역 근처 남영동 골목을 돌고 도는 부자의 필사적인 달리기 한판. 30여 년이 흐름 지금. 한 출판사 건물 안에 아버지는 2층에서, 아들은 3층에서 나란히 일한다. 그때 아버지가 아들을 잡지 못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달에 만나는 시’ 5월 추천작으로 김종해 시인(72·사진)의 ‘아버지와 아들’을 선정했다. 올해로 시력(詩歷) 50년을 맞은 시인이 지난달 펴낸 열 번째 시집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문학세계사)에 수록됐다.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 시인이 추천에 참여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시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김종해 시인, 아들은 김요일 시인(48). 시인을 아버지로 둔 아들은 음악에 빠져 고교 1학년 때 DJ를 하며 독립을 선언한다. 한 달 만에 찾은 아들의 모습은 의외였지만 아버지는 “너무 삐뚤어진 모습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정마다 이제는 웃고 넘길 만한 아련한 추억들이 있을 터.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해보면 어떨까. 이건청 시인은 “체험과 정서와 정신이 면밀하게 결합돼 이뤄낸 곡진한 시편들을 싣고 있다. 긴장과 투시력으로 원숙, 혼융의 세계를 불러낸 시인의 노고가 느껍기 그지없다”며 추천했다. “생의 남은 날들은 살아온 날들에 대한 헌사가 될 것이다. 칠순 시인의 새 시집은 무엇보다도 죽음과 죽은 자들에 대한 회고가 담담하다. 이 담담함 속에 노경(老境)의 감회들이 녹아든다.” 장석주 시인의 추천평이다. 손택수 시인은 “시력 50년! 노을처럼 아름다운 음악도 없다. 그렇다면 이 노을은 저녁노을이 아니라 아침노을이라고 불러야 하리라”라고 했다. 김요일 시인은 김영승 시인의 시집 ‘흐린 날 미사일’(나남)을 추천하며 “인간이 겨우 견디며 서 있는 이 땅에서 ‘찬란하고 장엄하고 허무한/盲目的(맹목적) 生의 意志(의지)의 大전환’을 보여준다. 김영승 시인의 풍자와 사유는 김수영보다 깊고 마음의 결은 천상병보다 투명하다”고 평했다. 이원 시인은 오은 시인의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문학동네)를 추천했다. “시단의 래퍼 오은이 더 펀펀(fun/pun)해진 사회학을 들고 돌아왔다. 고소한 오렌지 타입, 오은의 ‘쥐락펴락’ 랩은 역시 현실보다 한 수 위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8일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소설가 박범신(67·사진)이 생각났다. 올해 초 그의 논산 집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인근 소줏집에서 그가 불콰한 얼굴로 했던 얘기가 새삼 떠오른 것이다. 박범신은 몇 해 전부터 부인과 함께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작가인 본인은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 집을 지킨 아내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에 최근 부부의 행선지는 아내가 정한다고 했다. 중국 만리장성부터 미국 그랜드캐니언, 히말라야를 둘러봤고, 올 초에는 인도 타지마할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러다 박범신은 문득 항공권 얘기를 꺼냈다. “나이 들고 이코노미(석)를 타고 다니려니 다리가 저리고 불편하다”는 얘기였다. 지금도 신간을 펴내면 수만 권은 너끈히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이코노미’를 고집한다니. ‘여유도 있는 분이 왜 이코노미를 타느냐’고 물었더니 그 답변이 의외였다. “자식이 갑자기 아파서 수술비가 몇 억이라도 나오면 내가 내줘야 하지 않겠어. 그런 일이 생겼는데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그 심정이 어떻겠어.” 그에게는 2남 1녀의 자녀가 있다. 모두 부모로부터 독립했고, 결혼해 가정도 꾸렸다. 일흔이 다 돼 가는 소설가 눈에는 여전히 그 장성한 자식들이 자신이 보호해줘야 하는 아이로 보이는 것이다. 그는 3월 장편소설 ‘소금’을 펴냈다. 여기엔 가족에게 자신의 것을 다 내어주는 아버지가 나온다. 박범신 자신의 모습 같다. 다만 소설 속 아버지는 가출했지만 박범신을 비롯한 수많은 아버지들은 가정을 지켰다. 가족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부모 자식 간에 언젠간 비교적 공평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기본적인 윤리이지 싶어요. 부모가 자식을 낳아 키웠으니, 부모가 늙어서 움직이기 힘들면 자녀가 돌보는 게 윤리죠. 또 제가 젊었을 적에 작가랍시고 돌아다녔으니까, 이젠 아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거죠. 그런 게 공평한 것 같아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소문난 애연가였다. 하루에 적어도 스무 개비의 시가를 피웠다. 건강상의 이유로 그의 의사 친구는 금연 처방을 내렸지만, 결국 그는 금연 7주 만에 다시 시가를 물었다. 금단 현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담배의 해악을 잘 알고, 인간의 심리 연구에 평생을 바친 프로이트였지만 결국 흡연 욕구를 참지 못하고 구강암으로 세상을 떴다. ‘에피쿠로스와 병따개’ ‘헤겔과 세탁기’ ‘니체와 선글라스’ ‘사르트르와 가죽소파’ ‘헤겔과 세탁기’ 등 학자·작가 30명과 사물 30개를 연관시켜 그들의 삶을 되짚어본 철학 에세이다. 철학, 종교, 과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사유가 즐거워지는 책. 다만 사람과 사물의 결합이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다음은 소개팅의 한 장면. 호텔 커피숍에 들어선 여자가 남루한 남자의 행색을 보고 한숨 먼저 쉰다. 하지만 남자의 한마디에 분위기는 반전된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아버님의 일을 잇고 있습니다.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정도는 됩니다. 하하.” 여자는 갑자기 눈앞에 다이아몬드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참 검소하게 입으세요”라며 남자를 치켜세운 여자의 관심은 이제 기업체의 업종과 규모에 쏠린다. 여자가 조바심을 낼 때쯤 남자는 말한다. “아버지와 함께 풀빵을 굽는데요.” ‘한방’ 먹은 여자의 멍한 표정. 소설은 이렇게 첫 장면부터 웃긴다. 작가는 톡톡 튀는 대화와 상황을 깨는 반전 설정으로 독자를 키득키득 웃게 만든다. “철저히 재미있게 가보자고 썼다”는 작가의 말대로 작품 속에선 그늘을 찾기 어렵고, 시종일관 생기발랄하다. 사실 인물의 설정이나 상황은 그리 웃기지만은 않다. 붕어빵의 명인을 아버지로 둔 ‘나’는 고교 때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정도 성적이었지만 붕어빵이 좋아 대를 잇기로 한다. 하지만 군대에 가서 부적응하면서 ‘관심 사병’이 됐고, 결국 군대 생활 내내 붕어빵만 굽는 ‘보직’을 받는다. 지겹게 붕어빵을 구어 트라우마에 시달린 그는 붕어빵에 흥미를 잃고, 제대 후 일본 여행에서 우연히 문어를 넣은 일본식 풀빵인 다코야키 명인을 만난다. 소설은 단순하다. ‘나’가 다코야키 명인으로 나아가는 성장기를 그린 것. 소설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은 ‘나’의 아버지가 끈질기게 “붕어빵의 세계로 복귀하라”고 설득하는 것, 그리고 ‘나’의 제자가 된 임용고시 준비생 현주와의 로맨스다. 또 도넛을 파는 과묵한 윤 씨, 덩치는 크지만 마음은 순박한 순대장수 박 씨 아저씨 같은 조연들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보다 풍성한 맛을 보여준다. 가장 큰 매력은 소재 선택에서 빛난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길거리 음식인 붕어빵과 다코야키를 파고들어 그 속에서 장인정신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다코야키를 굴리는 송곳을 다루기에 적합한 손은 무엇일까. “손가락이 길면서 손바닥이 너무 넓어서도 안 된다. 손바닥이 너무 넓으면 회전을 줄 때 손목에 조금씩 무리가 가고 다코야키를 오래 구울 수 없다.” 심지어 ‘나’는 손과 손목의 감각 발달을 위해 피아노 체르니 30번까지 연습한다. “붕어빵의 맛은 꼬리가 결정한다” “다코야키는 한 알 한 알 같으면서도 다른 맛을 내야 한다”는 풀빵 명인들의 얘기도 흥미롭다. 음식 만화의 신세계를 보여준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부풀어 오르던 기대감은 마지막에 살짝 김이 빠진다. 붕어빵의 명인인 아버지와 다코야키의 떠오르는 신예인 나와의 대결 장면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 예선만 있고 결승은 건너뛴 느낌이랄까. 문어 없는 다코야키, 팥 없는 붕어빵을 씹은 느낌처럼 허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의 탈북 시인 장진성(42·사진)이 세계적인 출판사인 영국의 랜덤하우스와 출간계약을 했다. 이번에 계약을 한 책은 2011년 국내 출간됐던 탈북수기 ‘시를 품고 강을 넘다’. 랜덤하우스의 별도 브랜드인 라이더는 선인세 5만 파운드(약 8600만 원)를 지급하고, 영국에서만 초판 10만 부를 찍기로 했다. 2011년 미국에서 출간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초판 10만 부를 찍은 것과 어깨를 나란히한 것이다. 아울러 랜덤하우스는 ‘시를 품고 강을 넘다’의 한국 미국 캐나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 판권을 사들였고, 이미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28개국에 판권을 재판매했다. 전 세계가 탈북 시인이 직접 쓴 수기를 읽게 되는 것이다. 2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북한 전문매체 ‘뉴포커스’ 사무실에서 만난 장 시인은 “처음에는 랜덤 출판사가 뭔지도 잘 몰랐다. 저명한 해외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나니 어리벙벙했다”며 웃었다. 장 시인은 뉴포커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영어 번역을 맡은 재영 교포 셜리 리 씨(24)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에서 생활한 문인이 북한 얘기를 직접 문학적으로 쓴 작품을 찾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장 시인의 작품은 매우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9월까지 영어 번역작업을 마친 뒤 2014년 5월 영국을 시작으로 해외 출간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장 시인은 해외 출간을 위해 제목만 그대로 두고 원고를 대폭 손질했다. 1부 ‘독재자’에서는 노동당 통일선전부에서 일했던 작가가 털어놓는 북한의 현실을, 2부 ‘도망자’에서는 2004년 탈북 과정을 그린다. 3부 ‘연인’에서는 남한에 정착한 이후 얘기가 펼쳐진다. 장 시인은 9월부터 랜덤하우스의 홍보 계획에 따라 유럽을 순회하며 작가와의 대화 등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세계에서는 중동의 인권에는 관심을 갖지만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습니다. 인권 문제도 경제적 투자가치로 판단하는 것 같아요. 책을 통해 해외 독자들을 만나서 북한의 비참한 인권 현실을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올해로 소설가 김동리(1913∼1995)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김동리의 부인 소설가 서영은(70)은 고인과 관련한 각종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김동리가 떠난 지 18년, 그는 어떤 봄을 맞고 있을까.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영은의 집을 찾았다. 새벽에 내린 비로 정원에 있는 산목련이 하얀 잎을 우수수 떨어뜨린 날이었다. 둘의 신혼집이었던 이곳에는 김동리도 없고, 정겹게 키우던 다섯 마리의 개도 차례로 세상을 떴다. 삼면이 책으로 가득 찬 작업실 겸 서재에서 그와 찻잔을 마주하고 앉았다. ○ 고인과 관련된 각종 행사에 일절 참석 안해 서영은은 김동리가 떠난 뒤 신앙을 가졌다. 중학교와 대학 때 한 번씩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극심한 방황과 혼란의 길을 걸었던 그가 뒤늦게 종교에 눈을 뜬 것이다. “젊었을 적 방황이나 아픔의 상처가 심해 가눌 길 없는 상태까지 갔지요. 그것의 극점이 김동리 선생이었어요.”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10년이 넘는 연애 끝에 1987년 결혼했지만 김동리는 1990년 뇌중풍으로 쓰러졌고, 5년 뒤 세상을 떴다. “쓰러지시고 5년, 돌아가시고 10여 년 동안 그 만남을 통해 치러야 하는 것들이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가장 행복했던 관계가 김 선생님과의 관계였지만 아픔도 많았죠. 제게는 어떤 고치를 벗어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뒤 2010년 펴냈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시냇가에 심은 나무·사진)를 최근 재출간했다. 그는 2008년 9월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여 일 동안 걷는 동안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개정판이 나온 것은 여행에세이로 소개됐던 책을 종교서적 전문 출판사에서 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인생 자체가 하나의 순례길이라 말하는 그는 “이제 그(김동리)를 내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의미(김동리의 부인)는 이제 저한테 큰 뜻으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동리문학관도 다른 분들이 잘 운영하고 있어 이제 제가 부인이라는 이유로 어디 기웃거릴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얼른 불러 주십사 하고 기도합니다. 저를 위한 기도로는 그것이 유일합니다.”○ “손소희 여사가 ‘그를 끝까지 사랑해 달라’고 말해.” 김동리는 생전에 세 번 결혼했다. 1939년 초등학교 교사였던 김월계와 결혼했고, 1953년경 만난 소설가 손소희(1917∼1987)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았다. 손소희가 1987년 1월 세상을 뜨자, 그해 봄 김동리와 서영은은 서울 정릉 봉국사에서 친인척들만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린다. 당시 김동리는 74세, 서영은은 44세. 결혼 소식이 알려지자 문단은 떠들썩했다. 문단 야사에는 손소희가 불륜 사실을 알고도 ‘새파란 후배’인 서영은에게 “김동리 선생을 잘 부탁한다”는 얘기를 남겼다는 말이 있다. “김 선생님과 한 3년쯤 사귀고 있을 때였어요. 제가 (출판사) 문학사상에 다닐 때였으니 1978년쯤 됐죠. 손 선생님이 (관계를) 아시고 저를 찾아왔어요. 퇴근하는데 집 앞에 어떤 차가 서 있고 기사가 나와서 저를 불러 차 안에 나란히 앉았는데, 손 선생님이 옆에 계셨죠.” 손소희가 꺼낸 말은 의외였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어떻게 하냐. 김 선생은 가엾고 불쌍한 사람이다. 네가 끝까지 사랑을 많이 해주어라.” 서영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의 머릿속에 35년 전 그 차 안, 그리고 김동리와의 결혼, 이별이 빠르게 스치는 듯했다. “저보다 어떤 의미에서 손 선생님이 김 선생님을 더 사랑하신 것 같아요. 비슷한 연배가 공유할 수 있는 삶의 궤적을 함께한 거죠. 저와는 30년 차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어요. 결혼하니까 이게 느껴졌어요.” 서영은에게 이제 남은 것은 종교와 글이다. 이달 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성서로 해석한 책을 펴낸다. 9월엔 케냐 투르카나로 20여 일간 취재를 겸한 봉사활동에 나선다고 했다. 28년간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지난해 8월 세상을 뜬 임연심 선교사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서다. “임 선교사님이 자신의 얘기를 다룬 책을 제가 썼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두세 번 뵙기는 했지만 큰 인연은 없어서 그 얘기를 듣고 좀 놀랐지요. 하지만 제 앞에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바로잡습니다]소설가 김동리의 두 번째 부인 손소희 씨의 출생-사망 연도는 1917∼1987년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발사대에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X-50호가 대기하고 있었다.… “조종판 오케이!” 용이가 소리쳤다. “원자 동력 상태 오케이, 산소 공급, 기압 상태 양호!” 철이가 맞받았다.’ 세계연방정부가 수립된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라산 우주과학연구소의 특별 훈련생인 용이와 철이, 현옥이 우주선 X-50을 타고 우주정거장으로 나가는 모험을 그린 과학소설 ‘잃어버린 소년’의 일부다.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우주선과 세계연방정부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1959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연합신문에 연재됐던 소설로 무려 반세기 전 작품이다. 한국 과학소설의 개척자로 불리는 한낙원(1924∼2007·사진)의 대표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낙원 과학소설 선집’(현대문학)이 최근 출간됐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던 그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선집으로 묶은 것은 처음이다. 장편으로는 ‘읽어버린 소년’을 비롯해 ‘별들 최후의 날’ ‘금성 탐험대’가 실렸고, 중단편으로는 ‘길 잃은 애톰’을 비롯해 5편이 담겨있다. 한낙원은 1950년대 말부터 ‘학원’ ‘학생과학’ ‘소년동아일보’ ‘새벗’ 등 어린이와 중고교생 신문이나 잡지에 과학소설을 연재했다. 평남 용강 출신으로 6·25전쟁 중 월남해 주한 유엔군 심리작전처 공보교육국 방송부장, 월간 ‘농민생활’ ‘동광(童光)’ 주간 등을 지내며 40여 년 동안 과학소설 60여 편을 발표했다. 작가는 전쟁 후 혼란기, 1960, 70년대 급속한 산업화시기에 일찌감치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우주를 향한 꿈을 심어주기 위해 과학소설 창작에 매진했다. “좋은 과학책을 읽으며 자라는 선진국 어린이들에 비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무척 안됐다 싶어서 오래전부터 과학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원이 없고 좁은 땅에 살면서 세계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로 무장하는 길밖에 없으니까요.”(‘길 잃은 애톰’의 저자 머리말에서·1980년) 선집을 엮은 김이구 문학평론가는 “기본적으로는 과학소설이지만 미스터리나 추리기법을 사용한 부분이 많아 지금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