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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전북이 닥공(닥치고 공격)의 팀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올 시즌에 저는 정말 골대에만 서 있었던 것 같아요. 모든 선수들이 수비를 해주느라 힘이 들지 않았어요." 2014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전북의 주전 골키퍼 권순태는 12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우승 기념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달라진 팀의 수비력에 감탄을 표시했다. 전북은 최강희(55) 감독 부임 후 공격적인 경기를 펼쳐 '닥공'의 팀으로 불린다. 올 시즌에는 강력한 수비력을 덧칠했다. 12일 현재 정규리그 3경기를 남겨놓고 35경기에서 57골을 넣고 20골만 허용했다. 최다 득점 1위에 최소 실점 1위다. 최 감독은 공격적인 이미지가 강한 전북을 수비도 잘하는 팀으로 완벽하게 변신시켰다. 전북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38경기에서 49골을 허용했다. 최소 실점 리그 10위였다. 급격하게 무너지는 수비 조직력 때문에 정규리그 3위로 쳐지며 우승을 놓친 최 감독은 시즌 전 브라질 전지훈련 기간 내내 공수 균형 유지에 매달렸다. 한교원, 레오나르도 등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들도 공격 앞 선에서 무조건 수비 가담을 시켰다. 최 감독은 그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수비 본능을 꺼내들었다. 최 감독은 "수비력을 보강해 실점이 적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조직력을 한층 더 끌어 올릴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사실 최 감독은 프로에서 10년 통산 205경기를 소화한 출중한 수비수, 미드필더 출신이다. 현역 시절 '부지런한 수비수', '지구력의 대명사'라고 불렸을 만큼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발군의 수비력을 과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29살의 나이에 생애 첫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최 감독을 두고 당시 감독인 김정남 현 OB축구회 회장이 "수비 감각 하나 보고 뽑았다"고 말할 정도로 수비에서는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었다. 김 회장은 올림픽 직전 미드필드가 약한 대표팀 전력 보강 차원에서 최 감독에게 당시 '프론트코렉터(Front Corrector)'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이른바 '전방 정리자'로 다른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나갈 때 비는 공간을 메우는 역할이었다. 수비 감각이 뛰어나지 않으면 맡길 수 없는 자리였다. 최 감독의 현역 시절 역할은 '진공청소기' 전북의 미드필더 김남일과 유사하다. 지난해 무너진 수비 조직력때문에 고민한 최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남일을 영입했다. 본인의 경험에 비춰 공수 조율 능력과 수비수를 이끄는 리더십이 뛰어난 김남일이 팀에 절실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노장인 김남일을 너무 늦게 만난 것 같다"며 "앞으로 은퇴 얘기가 나오면 내가 업어서라도 훈련장으로 끌고 나가겠다"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 수비 축구에도 재미를 붙인 최 감독은 "내년 시즌에는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동반 우승을 노려야하기 때문에 올해보다 수비의 집중력을 더 끌어 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전주=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이 이란 원정에서 어떠한 결과를 냈는지 잘 알고 있다. 징크스를 깨고 오겠다.” 내년 1월에 열리는 호주 아시안컵에 대비해 중동 원정 평가전을 떠난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사진)은 18일 맞붙는 이란을 정조준하고 있다. 14일 요르단과 먼저 맞붙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출국 직전 이란전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아시안컵 정상 도전을 위해 이란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은 예선 A조, 이란은 C조에 편성돼 4강이나 결승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이 그동안 이란 원정에서 적극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할 방침이다. 자신감 회복 차원에서 이란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대표팀은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지긋지긋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에서 0-2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역대 이란 원정 경기에서 2무 3패를 기록하며 1승도 거두지 못할 정도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테헤란 알 아자디 스타디움은 해발 1200m 고지대에 위치해 경기 때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크다. 이란 관중들의 광적인 응원과 시차도 큰 부담이다. 이 경기장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린다. 대표팀은 이란 원정에서 늘 끌려 다니는 경기를 펼쳤다. 대표팀이 이란 원정에서 선제골을 넣은 경기는 1977년 11월 아르헨티나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2-2·무)이 유일하다. 이영무 전 고양 HiFC 감독이 2골을 넣었다. 2012년 10월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는 전반 크로스바를 두 번 맞히는 불운을 겪다 결국 이란의 후반 공세에 밀려 0-1로 패했다. 이번 중동 원정에는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 등 대표팀의 기존 핵심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다. 박주영(알 샤밥)과 이근호(엘자이시) 조영철(카타르SC)이 공격수로 합류했으나 박주영의 경기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이근호 조영철도 대표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적은 드물다. 이들의 공격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11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금주의 선수’로 뽑힌 손흥민(레버쿠젠)을 축으로 한 미드필더와 2선 공격수들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더욱 필요하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이 이란 원정에서 어떠한 결과를 냈는지 잘 알고 있다. 징크스를 깨고 오겠다." 내년 1월에 열리는 호주 아시안컵을 대비해 중동 원정 평가전을 떠난 축구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18일 맞붙는 이란을 정조준하고 있다. 14일 요르단과 먼저 맞붙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출국 직전 이란전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아시안컵 정상 도전을 위해 이란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은 예선 A조, 이란은 C조에 편성돼 4강이나 결승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이 그동안 이란 원정에서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펼칠 방침이다. 자신감 회복 차원에서 이란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대표팀은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지긋지긋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에서 0-2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역대 이란 원정경기에서 2무 3패를 기록하며 1승도 거두지 못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테헤란 알 아자디 스타디움은 해발 1200m 고지대에 위치해 경기 할 때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크다. 이란 관중들의 광적인 응원과 시차도 큰 부담이다. 이 경기장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린다. 대표팀은 이란 원정에서 늘 끌려 다니는 경기를 펼쳤다. 대표팀이 이란 원정에서 선제골을 넣은 경기는 1977년 11월 아르헨티나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2-2·무)이 유일하다. 이영무 전 고양 HiFC감독이 2골을 넣었다. 2012년 10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는 전반 크로스바를 두 번 맞추는 불운을 겪다 결국 이란의 후반 공세에 밀려 0-1로 패했다. 이번 중동 원정에는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 등 대표팀의 기존 핵심공격수들이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다. 박주영(알 샤밥)과 이근호(엘자이시) 조영철(카타르SC)이 공격수로 합류했으나 박주영의 경기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이근호 조영철도 대표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적은 드물다. 이들의 공격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11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금주의 선수'로 뽑힌 손흥민(레버쿠젠)을 축으로 한 미드필더와 2선 공격수들의 지속적이면서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더욱 필요하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지는 걸 싫어하지만 급할 건 없습니다.”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실내체육관에서 만난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특급용병 트로이 길렌워터(26)는 침착했다. 8연승을 질주하던 오리온스가 인삼공사한테 시즌 첫 패배를 당한 다음 날이었다. 오리온스는 이후 SK와 동부에도 잇달아 지면서 모비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상대는 길렌워터의 플레이 패턴을 읽고 괴롭혔다. 길렌워터는 팀이 3연패를 당하는 동안 경기당 21.7점을 넣었지만 실책을 8개나 범했다. 도움은 없었다. 동료들을 활용하지 못했다. 길렌워터는 “상대가 나에 대한 대비를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도 욕심이 앞섰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길렌워터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오리온스는 연패에서 벗어나 2연승을 거뒀다. 길렌워터는 7일 KCC전과 9일 삼성전에서 두 경기 합계 56점을 넣었다. 삼성전에서는 3쿼터 18점을 몰아치는 등 32점을 올려 삼성의 전체 1순위 용병 리오 라이온스(13득점)를 압도했다. 가로채기 3개와 도움 2개를 곁들이는 ‘이타적’ 플레이로 동료들의 경기력도 살렸다. 용병 포워드와 센터로는 그리 크지 않은 길렌워터(199cm)는 어린 시절부터 볼에 대한 집중력으로 신체적 약점을 극복했다. 그의 오른 팔뚝에는 ‘보스턴(Boston)’이라는 문신이 선명하다. 고향 보스턴에서 농구를 시작할 때 가졌던 집중력과 열망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어릴 적에도 상대를 위협할 만큼 큰 선수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고 2때까지도 내가 프로 선수가 될지 잘 몰랐죠. 하지만 농구를 하는 동안만큼은 경기에 몰입하는 집중력과 볼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어요.” 길렌워터는 “팀 동료 이승현(197cm)은 용병들에게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덩치가 크지 않은 애런 헤인즈(201cm·SK)가 득점과 리바운드 1, 2위를 다투는 걸 보면 역시 농구는 정신적인 무장, ‘헝그리’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다”고 말했다. 10일 현재 길렌워터는 득점 1위(경기당 24.69점)를 질주하고 있다. ‘만능 용병’으로 불리는 애런 헤인즈(경기당 20.33점)보다 평균 4점 이상 앞서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용병 트라이아웃에서 2라운드 3순위(전체 13순위)로 오리온스에 입단한 길렌워터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벌써 프로농구 역대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탱크’ 조니 맥도웰(전 KCC)과 비교된다. 볼에 대한 집중력과 골밑을 휘젓는 스타일이 닮았다. 팬들은 이런 길렌워터의 이름에 들어 있는 ‘워터(Water)’를 따 ‘물탱크’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길렌워터는 “맥도웰은 잘 모르지만 최고 용병과 닮았다고 해주니 영광스럽다”고 웃었다. 길렌워터는 한국 무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추일승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원래 내가 감독 스타일에 맞추지만, 추 감독님은 내가 만난 가장 인간적인 지도자예요.”고양=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4룡(龍)의 시험대.’ 내년 호주 아시안컵을 대비해 중동 방문에 나선 축구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요르단(14일), 이란(18일)과의 평가전을 통해 ‘옥석 고르기’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망을 안긴 채 대표팀을 떠났던 선수들이 이번 중동 방문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얻을지가 주목된다. 차두리(서울)를 비롯한 국내파와 중국, 일본에서 활약하는 9명은 10일 인천공항에 모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향했다. 대표팀은 두바이를 경유해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한다. 손흥민(레버쿠젠)과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유럽파와 박주영(알 샤밥), 남태희(레크위야) 등 중동파는 요르단 현지에서 대표팀에 합류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왼쪽 측면 수비수 윤석영(QPR),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마인츠)과 최전방의 박주영 등 각 포지션에서 전임 홍명보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4명을 새롭게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이들은 월드컵을 치르면서 경기력 저하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 눈으로 직접 본 것만을 믿는다”며 이들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표팀에서 김승규(울산)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에게 밀려났던 정성룡은 최근 수원의 상승세를 이끈 활약으로 다시 대표팀 주전 골키퍼 경쟁에 나설 기회를 얻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쓴맛’을 본 윤석영도 최근 프리미어리그 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면서 부상 중인 김진수(호펜하임) 대신 대표팀에 합류했다. 구자철도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남태희, 김민우(사간 도스)와 경쟁하며 재평가를 받는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의 부상으로 전격 합류한 박주영에게는 사실상 대표팀 잔류 마지막 기회다. 박주영은 월드컵 이후에도 오랜 공백기를 거친 끝에 중동 팀으로 옮겼다. 예상보다 빠른 대표팀 합류 소식에 아직 여론은 싸늘한 편이다. 박주영은 자신이 지닌 것을 100% 보여줘야 할 절박한 처지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4룡(龍)의 시험대' 내년 호주 아시안컵을 대비해 중동 원정에 나선 축구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요르단(14일), 이란(18일)과의 평가전을 통해 '옥석 고르기'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실망을 안긴 채 대표팀을 떠났던 선수들이 이번 중동 원정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얻을 지가 주목된다. 차두리(서울)를 비롯한 국내파와 중국, 일본에서 활약하는 9명은 10일 인천공항에 모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했다. 대표팀은 두바이를 경유해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한다. 손흥민(레버쿠젠)과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유럽파와 박주영(알 샤밥), 남태희(레퀴야) 등 중동파는 요르단 현지에서 대표팀에 합류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왼쪽 측면 수비수 윤석영(QPR),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마인츠)과 최전방의 박주영(알 샤밥) 등 각 포지션에서 전임 홍명보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4명을 새롭게 대표팀에 불러 들였다. 이들은 월드컵을 치르면서 경기력 저하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 눈으로 직접 본 것만을 믿는다"며 이들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표팀에서 김승규(울산)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에게 밀려났던 정성룡은 최근 수원의 상승세를 이끈 활약으로 다시 대표팀 주전 골키퍼 경쟁에 나설 기회를 얻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쓴 맛'을 본 윤석영도 최근 프리미어리그 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면서 부상 중인 김진수(호펜하임) 대신 대표팀에 합류했다. 구자철도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남태희, 김민우(사간도스)와 경쟁하며 재평가를 받는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의 부상으로 전격 합류한 박주영에게는 사실상 대표팀 잔류 마지막 기회다. 박주영은 월드컵 이후에도 오랜 공백기를 거친 끝에 중동 팀으로 옮겼다. 예상보다 빠른 대표팀 합류 소식에 아직 여론은 싸늘한 편이다. 박주영은 자신이 지닌 것을 100% 보여줘야 할 절박한 입장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지는 걸 싫어하지만 급할 건 없습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만난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특급용병 트로이 길렌워터(26·사진)는 침착했다. 8연승을 질주하던 오리온스가 인삼공사에게 시즌 첫 패배를 당한 다음 날이었다. 오리온스는 이후 SK와 동부에도 잇달아 지면서 모비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상대는 길렌워터의 플레이 패턴을 읽고 괴롭혔다. 길렌워터는 팀이 3연패를 당하는 동안 경기당 21.7점을 넣었지만 실책을 8개나 범했다. 도움은 없었다. 동료들을 활용하지 못했다. 길렌워터는 "상대가 나에 대한 대비를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도 욕심이 앞섰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길렌워터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오리온스는 연패에서 벗어나 2연승을 거뒀다. 길렌워터는 7일 KCC전과 9일 삼성 전에서 두 경기 합계 56점을 넣었다. 삼성 전에서는 3쿼터 18점을 몰아치는 등 32점을 올려 삼성의 전체 1순위 용병 리오 라이온스(13득점)를 압도했다. 가로채기 3개와 도움 2개를 곁들이는 '이타적' 플레이로 동료들의 경기력도 살렸다. 용병 포워드와 센터로는 그리 크지 않은 길렌워터(199cm)는 어린 시절부터 볼에 대한 집중력으로 신체적 약점을 극복했다. 그의 오른 팔뚝에는 '보스턴(Boston)'이라는 문신이 선명하다. 고향 보스턴에서 농구를 시작할 때 가졌던 집중력과 열망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어릴 적에도 상대를 위협할 만큼 큰 선수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고 2때까지도 내가 프로 선수가 될지 잘 몰랐죠. 하지만 농구를 하는 동안만큼은 경기에 몰입하는 집중력과 볼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하는 의지가 강했어요." 길렌워터는 "팀 동료 이승현(197cm)은 용병들에게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덩치가 크지 않은 애런 헤인즈(201cm·SK)가 득점과 리바운드 1,2위를 다투는 걸 보면 역시 농구는 정신적인 무장, '헝그리'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다"고 말했다. 10일 현재 길렌워터는 득점 1위(경기당 24.69점)를 질주하고 있다. '만능용병'으로 불리는 애런 헤인즈(경기당 20.33점)보다 평균 4점 이상 앞서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용병 트라이아웃에서 2라운드 3순위(전체 13순위)로 오리온스에 입단한 길렌워터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벌써 프로농구 역대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탱크' 조니 맥도웰(전 KCC)과 비교된다.볼에 대한 집중력과 골밑을 휘젓는 스타일이 닮았다. 팬들은 이런 길렌워터의 이름에 들어 있는 '워터(Water)'를 따 '물탱크'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길렌워터는 "맥도웰은 잘 모르지만 최고 용병과 닮았다고 해주니 영광스럽다"고 웃었다. 길렌워터는 한국 무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추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원래 내가 감독 스타일에 맞추지만, 추 감독님은 내가 만난 가장 인간적인 지도자예요." 길렌워터의 꿈은 오래도록 고양 오리온스의 '물탱크'로 남는 것이다.고양=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축구 K리그 수원의 서정원 감독과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도쿄대첩’을 이끈 주역이다. 둘은 당시 숙적 일본과의 방문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합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프로축구 최고의 라이벌 팀 감독이 돼 ‘적장’으로 만나고 있다. 수원과 서울의 경기는 흥행 보증 수표다. 역대 국내 프로축구 최다 관중 상위 10경기 중 5경기가 양 팀의 경기다. 매 경기 치열한 명승부가 펼쳐져 양 팀의 경기 앞에는 ‘슈퍼 매치’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3만4029명의 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마지막 슈퍼 매치에서는 서울이 종료 직전 고요한의 극적인 헤딩 결승골로 수원을 1-0으로 꺾었다. 서울은 올 시즌 수원과의 4차례 라이벌전에서 3승 1패로 앞섰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4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2위를 달리고 있던 수원(승점 61)은 무승부만 거둬도 리그 최종 3위 팀에 주어지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출전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패배로 티켓 확보는 다음 경기로 미뤄야만 했다. 5위 서울(승점 53)은 제주(승점 51)를 따돌리고 4위로 올라서면서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출전권 확보의 희망을 살렸다. 갈 길이 바빴던 3위 포항(승점 57)도 6위 울산과 2-2로 비기면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다툼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한편 K리그 챌린지(2부)에서는 대전이 우승을 확정 짓고 강등 1년 만에 내년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게 됐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처음부터 거리를 방황했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운동선수, 사업가,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고 한때는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그들이 한데 모여 ‘2014 칠레 홈리스(Homeless) 월드컵’에 출전했다. ‘홈리스들이 무슨 월드컵에 참가한단 말인가….’ 주변에서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홈리스 월드컵은 무엇이며 대회 도중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 암흑 같은 과거를 뚫고 나와 짧은 순간이나마 빛난 홈리스 월드컵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들의 절망은 어떻게 바뀌었나.힘들었던 과거에 잠겨 웃지 못한 칠레행 “어디 끌려가세요?”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한쪽에서 똑같은 점퍼와 운동복 차림을 한 남성 8명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성이자 함께 공항에 나온 복지시설 관계자들이 농담 삼아 말을 건넸다. 이들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2014 홈리스월드컵(10월 19∼26일)에 출전하기 위해 모인 한국 선수들이었다. 홈리스 월드컵에는 알코올의존증, 약물 중독을 앓고 있는 이들이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정상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출전한다. 축구 경기를 통해 이들에게 자활 의지를 북돋아주는 것이 이 대회의 취지다. 8명의 표정은 무거워 보였다. 미국 디트로이트와 애틀랜타를 거쳐 칠레 산티아고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내내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화도 끊겼다. “막일을 하러 리비아에도 가본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아요.” 일용직 노동을 하다 자활 센터에 입소한 뒤 거리에서 잡지를 팔며 인생의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박영현 씨(53)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때로는 제때 치료를 못해 심하게 손상된 앞니 두 개를 초조한 듯 문질렀다. 평소 말수가 적은 김귀현 씨(53)도 침이 마르는 듯했다. 김 씨는 건설 현장에서 철근 관리 일을 하다 경기가 나빠져 일을 잃고 가족과도 헤어졌다. “젊은 시절엔 두바이에도 2년 다녀오고, 건설 일이 좋았어요. 그러다 일이 없어졌고 이후 술과 도박 탓에 이혼도 하고 아이들하고도 헤어지고….” 사람들은 늘 절망과 희망 사이를 걷는다. 그러나 때로는 절망스러웠던 기억이 너무나도 커서 자기의 인생에서 아예 희망을 배제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절망은 나의 힘’이라는 저서에서 절망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의 ‘공감’이라고 확신했다. 같은 처지에 있는 8명이 한 팀이 됐지만 서로를 ‘공감’하기에는 어색했다. 막상 출국하려니 불안했다. 8명 모두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조차 힘들고 벅차 보였다. 비행기가 이륙해 머나 먼 타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연패에 웃고 세계를 품다 30시간가량의 비행과 대기 시간 끝에 지난달 19일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한 선수들은 입국 심사대 앞에서 모두 놀랐다. 다른 나라 선수단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는 남자 42개국 팀과 여자 12개국 팀이 참가했다. 남미나 유럽 팀 선수들은 대부분 20대였다. 동남아 국가 선수들 중에는 천진난만한 10대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한국 선수단은 30대 중후반 4명과 40대 1명, 50대 3명으로 이뤄졌다. 한국 선수들은 대회 분위기를 즐기는 각국 선수들을 처음에는 부러워하면서도 낯설어했다. 홈리스 월드컵 대표 선발을 주관하고 현지에서 대표팀 매니저로 선수단을 이끈 ‘빅이슈코리아’의 조현성 판매국장은 “칠레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우리 선수들은 스스로 투명인간이라 여기고 ‘나는 안 된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나라 선수단에서의 ‘홈리스’ 개념은 ‘노숙’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노숙인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일정한 주거가 없는 사람들을 모두 ‘홈리스’에 포함시켰다. 그들에게 홈리스 선수라는 타이틀은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절망의 수식어도 아니었다. 밝은 표정의 각국 선수들을 보며 마음이 풀어진 한국 선수단은 곧바로 산티아고 시내 대통령궁(모네다 궁) 맞은편에 마련된 대회 특설경기장 앞에서 또 한 번 놀랐다. 경기장 바로 앞으로 3층짜리 대통령 궁이 보였다. 경호도 심하지 않았다. 사전 예약을 하면 집무실과 브리핑실 등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언제든지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대통령 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최신영 씨(33)는 “내 눈높이에서 가깝게 대통령 궁을 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내 존재감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 좋다”고 말했다. 거리 어디에서든 행인들과 대회 자원 봉사자들은 선수들을 반겼다. 선수들은 이미 산티아고의 주인공이 됐다. 이곳에서 자신이 행사의 주인공임을 느끼며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입국 첫날을 보낸 선수들은 이튿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선수들을 이끈 이창용 코치는 “모든 자원 봉사자와 관계자, 행인들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선수들이 마음을 연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이 같은 심경의 변화 후 한국 선수들은 각국 선수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월드컵 개막을 알리는 거리 퍼레이드 행사에서 선수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거리를 누볐다. 홈리스 월드컵은 가로 22m, 세로 16m 규격의 경기장에서 팀당 필드 플레이어 3명과 골키퍼 1명이 가로 4m, 높이 1.3m의 골대를 두고 전후반 7분씩 득점을 노리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작은 공간에서의 격렬한 몸싸움과 빠른 패스의 움직임이 필요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 한국은 조 추첨을 통해 북아일랜드, 헝가리, 스코틀랜드, 인도네시아, 노르웨이와 한 조에 편성됐다. 대표팀은 북아일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2-12로 대패했다. 대표팀은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에서 30여 개 자활센터 팀이 참가한 가운데 대표 선발전을 치렀다. 발을 맞출 시간은 열흘이 안 됐다. 대표팀은 예선 5경기에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전패했다. 스코틀랜드에 1-8, 헝가리에 1-9, 인도네시아 1-14, 노르웨이에 2-8로 졌다. 하지만 선수들은 매 경기 신바람이 났다. 우승은 칠레가 차지했다. 만화가가 꿈이었던 박 씨는 축구 문외한이나 다름없었지만 상대를 끈질기게 막았다. 그는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듯 선수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렸다. 한때 유도 선수였던 정종수 씨(37)는 화려한 춤사위와 쇼맨십으로 각국 선수단과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었다. 한국 경기가 끝날 때마다 정 씨가 ‘강남스타일’ 춤을 추자 이를 보려는 칠레 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바다에서 선원생활을 하기도 했던 정 씨는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세상과 등졌는데 칠레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됐다”며 웃었다. 정 씨는 넘어진 상대 선수들을 꼭 일으켜 세우고, 승리한 선수들에게도 반드시 엄지를 세워 보여주고 껴안았다. 각 팀 매니저 회의에서 조직위 책임자가 공식적으로 “한국의 정 씨는 경기에 져도 춤을 춘다. 진정 홈리스 월드컵 취지에 맞는 선수다. 본받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축구 실력이 발군인 최 씨는 매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쏟아냈다. 최 씨는 “져서 아쉽고, 못해서 미안하고, 실수해도 이름 불러주는 동료들을 보며 느낀 감동이 컸다”고 말했다. 이계환 씨(55)는 50대의 몸을 이끌고 골키퍼로서 무수한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이 씨의 활약에 놀란 심판은 경기 후 자신의 호루라기를 선물로 건넸다. 알코올의존증으로 스스로 자활센터를 찾은 뒤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 이 씨는 이곳에서 눈부신 선방을 펼쳤다. 한양공고 재학 시절 전도유망했던 축구 선수로 활약하다 갑작스러운 척추 부상으로 운동을 접고 오랜 방황을 겪었던 김종영 씨(32)는 갑상샘암 말기로 의식을 잃고 생사를 헤매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뛰었다. 예선에서 전패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예선 하위권 팀들끼리 다시 모여 치른 리그에서 스웨덴을 7-6으로 꺾으며 기세를 올렸다. 이후 잉글랜드와 캐나다, 덴마크, 캄보디아에 4연패했지만 값진 1승을 얻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이들의 선전은 칠레 현지 자원 봉사자들의 마음도 울렸다. 한국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 선수단 지원을 자청한 히메나 씨(20·여)는 “오빠들, 최고”라는 말을 대회 내내 입에 달고 다녔다. 히메나 씨는 “밝은 표정의 이 오빠들에게 아픔이 있었나 싶다. 내가 오히려 위로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감사했다. 이번 대회에서 프로 선수 못지않은 발재간을 과시하며 칠레를 최종 우승으로 이끈 아구아요 자라 씨(24)도 한국 선수들의 열렬한 팬이 돼 박수를 보냈다. 17세부터 20세까지 마약 운반 일을 하다 지금은 치과 보조기구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자라 씨는 “한국 선수들을 보니 내 옆집 친구 같다”며 “한국 프로축구팀에서 불러주면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대회 기간 동안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공감’을 나눴다. 대회를 마친 이들이 스스로를 가두었던 어두움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건 이러한 ‘공감’의 치유 능력 때문인 걸까. 혹은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준 대회 분위기와 그 활력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이들은 떠나올 때와는 달리 미래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김종영 씨는 “혼수상태인 아버지에게 돌아가면 할 말이 생겼다. 살아갈 목표가 생겼다”며 감격했다.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하다 크게 실패해 나락으로 떨어졌던 차윤수 씨(37)는 “동대문을 편하게 바라볼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시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조 국장은 “상황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의연하게 맞아들이고자 하는 진지함의 표현”이라고 그 표정의 의미를 해석했다. 선수단과 함께 월드컵 일정을 소화한 사회복지재단 ‘벧엘의 집’ 원용철 목사는 “돈 몇 푼 통장에 넣어준다고 해서 어려운 사람들이 일어서는 것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홈리스 월드컵. 그 짧은 경험을 통해 세상에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교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참가자 모두가 확인하고 싶어 했다. 산티아고=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요즘 편안하게 자는 것 같아요. 선수 때는 수면제를 먹을 정도로 잠을 설쳤거든요.” 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삼성과 동부의 경기 시작 직전. 지도자로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삼성 이상민 감독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웠다. 삼성은 시즌 시작 후 4연패 포함 1승 6패로 최하위까지 처졌지만 최근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초반 겉돌던 전체 1순위 용병 리오 라이온스가 팀 적응을 끝내고 제 기량을 찾았고, 신인 김준일도 골밑에서 영양가 넘치는 활약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날 동부전에서도 3쿼터까지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4쿼터에서 집중력을 잃었다. 삼성은 49-45로 앞선 채 시작한 4쿼터에서 동부의 지역 수비를 뚫지 못해 역전을 허용했다. 동부는 윤호영(사진)을 중심으로 두경민과 박지현을 앞쪽 수비로 내세우는 3-2 지역 방어로 삼성을 압박했다. 키가 큰 윤호영이 삼성 가드들을 압박하자 골밑과 측면으로 투입되는 패스가 끊겼다. 동부는 14점 9리바운드를 올린 윤호영과 박지현(7점), 김주성(8점) 등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삼성을 60-58로 꺾고 파죽의 6연승을 거두며 단독 3위가 됐다. 삼성의 리오 라이온스는 13득점 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지만 4쿼터에서 저지른 여러 차례의 실수가 아쉬웠다. 창원에서는 LG가 전자랜드에 86-65로 크게 이겼다. LG는 5승 6패로 KCC와 공동 5위로 뛰어올랐다. 전자랜드는 7연패에 빠졌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문(경은) 감독이 우리 팀에 올 때 너무 기뻤어요. 대학농구 최고 스타가 오는데 정말 무조건 잘해주자고 했던 기억이 나요.” 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과 SK 문경은 감독은 20년 전 한 팀 식구가 됐던 사이다. 전 감독은 1986년 삼성전자 농구단에 입단한 뒤 주무로 변신해 팀의 살림살이를 도맡았다. 전 감독은 1994년 구단 전체가 나서 라이벌 현대를 제치고 당대 대학농구 최고의 스타인 연세대 졸업반 문경은을 스카우트하는 데 성공하면서 프런트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전 감독이 1999년 삼보(현 동부) 코치로 이적하기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문 감독은 1997년 프로 출범 후 네 시즌을 삼성에서 활약했다. 주무와 코치로 지켜본 선수 ‘문경은’도 대단했지만 지도자 ‘문경은’도 높이 평가했다. 전 감독은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SK전에 앞서 “SK의 전력이 참 좋다. 10점 차 정도로만 져도 좋겠다”고 말했다. 6연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KT는 3연승의 SK를 맞아 초반 고전했지만 전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고 차분하게 팀플레이를 주문했다. KT는 2쿼터 막판과 3쿼터 초반 연속 8점을 성공시키며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높이와 힘을 갖춘 SK의 공격력에 점수 차가 벌어졌다. KT는 두 용병의 수비 실수가 잦았다. 4쿼터 2분 28초를 남기고 송영진 오용준 전태풍 등 고참 트리오의 활약으로 2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SK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말려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SK는 KT를 72-61로 꺾고 4연승으로 동부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라섰다. KT는 7연패에 빠졌다. 울산에서는 모비스가 인삼공사를 73-69로 꺾고 6연승에 성공하며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동부의 신인 허웅(21)은 한국 농구 최고의 스타로 아직도 ‘농구대통령’으로 불리는 아버지 허재 KCC 감독(49)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허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자존심 상하고 싫기도 했겠지만, 아버지 이름 석 자에 먹칠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연세대 3학년 재학 중에 프로에 입단한 허웅은 지난달 12일 오리온스와의 데뷔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득점은 5점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주눅 들지 않고 도움 3개와 가로채기 2개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면모를 과시했다. 마치 스포츠카가 질주하듯 빠르고 저돌적인 돌파와 호쾌한 중거리 슛은 아버지를 쏙 빼닮았고, 볼에 대한 강한 집착도 아버지를 보는 듯했다. 아버지 허 감독의 데뷔전은 아들보다 더 강렬했다. 1988년 중앙대를 졸업하고 기아산업(현 모비스)에 입단한 허 감독은 그해 12월 8일 실업 무대 데뷔전인 농구대잔치 A조 첫 경기 국민대 전에서 27점을 폭발시켰다. 허 감독은 당시 슈팅 가드로 나서 포인트 가드인 유재학 현 모비스 감독, 센터 김유택 현 중앙대 감독과 호흡을 맞춰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상대 센터가 울고 갈 정도로 리바운드도 18개나 잡아냈고, 도움도 4개나 기록하며 데뷔전을 원맨쇼로 장식했다. 농구선수로서는 크다고 할 수 없는 188cm의 키로 장신 센터 앞에서 점프 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외곽에서도 밀착수비를 따돌리고 신들린 3점포를 연신 꽂은 허 감독의 활약으로 기아산업은 국민대를 96-57로 대파했다. 누가 봐도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지만 허 감독은 “만족할 만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며 웃지도 않았다. 당시 기아의 사령탑인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도 경기 후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라며 허 감독의 활약과 근성에 혀를 내둘렀다. 26년 후 아들인 허웅도 아버지의 데뷔 때만큼은 아니지만 빠르게 프로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1일 인삼공사 전에서는 33분여를 뛰며 3점 슛 2방을 포함해 16점을 폭발시키며 팀을 4연승으로 이끌었다. 186cm의 단신임에도 리바운드도 6개나 걷어냈다. 전문가들은 “아버지만큼 화려한 기록을 남기긴 어렵겠지만 팀 공헌도가 높고, 큰 경기에서 한 방을 해줄 수 있는 스타성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평가한다. 다른 듯 닮아 보이는 부자의 데뷔전. 분명하게 다른 건 허 감독은 왼손잡이고 허웅은 오른손잡이라는 것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동부의 신인 허웅(21)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로 아직도 '농구대통령' 으로 불리는 아버지 허재(49) KCC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허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자존심 상하고 싫기도 했겠지만, 아버지 이름 석 자에 먹칠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연세대 3학년 재학 중에 프로에 입단한 허웅은 10월12일 오리온스와의 데뷔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득점은 5점 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주눅 들지 않고 도움 3개와 가로채기 2개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면모를 과시했다. 마치 스포츠카가 질주하듯 빠르고 저돌적인 돌파와 호쾌한 중거리 슛은 아버지를 쏙 빼닮았고, 볼에 대한 강한 집착도 아버지를 보는 듯 했다. 아버지 허 감독의 데뷔전은 아들보다 더 강렬했다. 1988년 중앙대를 졸업하고 기아산업(현 모비스)에 입단한 허 감독은 그해 12월8일 실업 무대 데뷔전인 농구대잔치 A조 첫 경기 국민대 전에서 27점을 폭발시켰다. 슈팅 가드로 나서 포인트 가드인 유재학 현 모비스 감독, 센터 김유택 현 중앙대 감독과 호흡을 맞춰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상대 센터가 울고 갈 정도로 리바운드도 18개나 잡아냈고, 도움도 4개나 기록하며 데뷔전을 원맨쇼로 장식했다. 슈팅 가드로는 작은 188cm의 키로 장신 센터 앞에서 점프 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외곽에서도 밀착수비를 따돌리고 신들린 3점포를 연신 꽂은 허 감독의 활약으로 기아산업은 국민대를 96-57로 대파했다. 누가 봐도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지만 허 감독은 "만족할만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고 웃지도 않았다. 당시 기아의 사령탑인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도 경기 후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라며 허 감독의 활약과 근성에 혀를 내둘렀다. 26년 후 아들인 허웅도 아버지의 데뷔 때만큼은 아니지만 빠르게 프로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1일 인삼공사 전에서는 33분여를 뛰며 3점슛 2방을 포함 16점을 폭발시키며 팀을 4연승으로 이끌었다. 186cm의 단신임에도 리바운드도 6개나 걷어냈다. 전문가들은 "아버지만큼 화려한 기록을 남기긴 어렵겠지만 팀 공헌도가 높고, 큰 경기에서 한 방을 해줄 수 있는 스타성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평가한다. 다른 듯 닮아 보이는 부자의 데뷔전. 분명하게 다른 건 허 감독은 왼손잡이고 허웅은 오른손잡이라는 것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아시아경기는 과거의 일이죠. 그건 잊고 현재에 집중하고 싶어요.” 2014 인천 아시아경기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종료 직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 축구에 금메달을 안긴 대전의 임창우(22·사진)는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기억을 잠시 지우고자 한다.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리그)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전은 세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승점 63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승팀은 곧바로 내년 시즌 1부로 승격한다. 대전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우승이 거의 확정적이었으나 최근 6경기에서 1승 2무 3패의 부진에 빠지면서 자력 우승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임창우가 합류하고부터 침체에 빠졌다. “부상자가 많아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저부터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대전은 지난 시즌 2부로 강등된 뒤 절치부심한 끝에 1년 만에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으로의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0년 울산에 입단한 임창우는 올해 대전으로 1년 임대 이적했다. 임창우는 “올해 대전에 와서 코칭스태프나 선배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 힘으로 팀에 보답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임창우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다. 2부 리그 선수이면서도 아시아경기 대표로 선발돼 금메달을 땄고, 팀의 1부 리그 승격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승선도 노리고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마디로 처참하게 당했죠.”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새내기 특급 신인 이승현(23·197cm·사진)은 27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KCC전을 앞두고 상대팀 ‘거인’ 센터 하승진(30·221cm)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고려대 1학년 재학 시절 KCC와의 연습 경기에서 처음으로 상대해 본 하승진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당시 이승현의 머리 위에서 하승진은 힘 안 들이고 골을 넣었다. 개막 후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인 8연승을 노리던 이날 오리온스에 하승진은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이승현은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하승진을 자신 있게 상대했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경기 전 “신장 차가 있지만 하승진 수비를 이승현에게도 맡기겠다”며 이승현의 전의를 북돋았다. 2쿼터 막판 하승진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가로챈 이승현은 이후에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하승진을 겨냥한 패스를 차단했다. 하승진의 공격이 여의치 않자 KCC 허재 감독은 하승진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이승현은 3쿼터에서도 하승진의 일대일 공격을 막아내는가 하면 하승진을 앞에 두고 통쾌한 3점 슛을 날리기도 했다. 이승현은 두 팔을 뻗어 올렸고, 하승진은 다시 교체됐다. 4쿼터에서는 하승진 없는 골밑을 이승현이 마음껏 공략했다. 올 시즌 평균 13점을 올린 하승진은 이날 6점에 그쳤다. 오리온스는 이승현(10점)과 길렌워터(19점), 장재석(15점)의 활약으로 3연승 중이던 KCC를 81-58로 대파했다. 오리온스는 2011∼2012시즌 동부가 세운 시즌 개막 후 최다 연승 기록인 8연승과 타이를 이루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오리온스는 30일 인삼공사전에서 승리할 경우 개막 최다 연승 기록과 함께 역대 최단 경기 전 구단 승리 기록(2007∼2008시즌 동부 11경기)도 갈아 치우게 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통신 라이벌 대결을 앞두고 SK 김선형(26)과 LG 김종규(23)는 지쳐 보였다. 인천 아시아경기 후 곧바로 소속팀에 합류한 김선형은 연습 때 던진 슛이 절반도 들어가지 않았고, 김종규는 충혈된 눈을 비비고 하품하기에 바빴다. 김선형은 소속 팀을 5개월여간 비워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도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다. 대표팀 주전 센터로 투혼을 발휘한 김종규는 몸이 천근만근 힘들다. 올 시즌 ‘빅3’로 꼽히는 라이벌 간의 첫 대결에서 아시아경기 후유증을 겪고 있는 두 선수의 집중력이 승패를 갈랐다. 경기 초반은 김종규가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막판 승부처에서는 김선형이 힘을 냈다. 1, 2쿼터에서 침묵을 지키던 김선형은 3, 4쿼터와 연장에서 12점과 2도움, 4개의 스틸을 몰아쳤다. 반대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김종규는 3, 4쿼터와 연장 박빙 상황에서 3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SK는 LG를 77-69로 꺾고 올 시즌 홈 첫 승을 거뒀다. 원주에서는 동부가 삼성을 71-57로 꺾었고 울산에서는 모비스가 전자랜드를 72-48로 대파하고 3연승으로 선두 오리온스를 바짝 추격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거든요. 우선 지친 저를 치유하고 싶고, 앞으로 공공근로나 사회 복지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하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싶어요.” 칠레 산티아고에서 20일(한국 시간) 개막한 2014 홈리스월드컵에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김종영 씨(32)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고교 2학년 때까지 촉망받는 축구 선수였던 그는 척추 손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부모님과 헤어지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잃었다. 그는 이후 스스로를 지탱할 힘조차 없던 낙오자였다. 하지만 홈리스월드컵을 목표로 다시 자활 의지를 다져 당당하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김 씨의 아버지는 갑상샘암 말기로 투병하다 병세가 악화돼 현재 의식이 없다. 그는 “의식이 없는 아버지에게 ‘이제 아버지를 제대로 모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드리고 싶다”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의 나머지 선수 7명도 김 씨와 같은 마음이다. 박영현 씨(53)는 희망과 기대가 없던 삶에서 얻은 우울증을 축구로 극복하고 있다. 박 씨는 수치심에 형제와도 오래전에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칠레에서 박 씨는 “자격지심이었다”고 후회하면서 다시 가족을 찾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빈곤을 겪다 축구로 마음의 병을 치유해가고 있는 선수들은 20일 벌어진 예선 첫 경기에서 북아일랜드에 2-12로 크게 졌다. 필드 플레이어 3명과 골키퍼 1명, 그리고 후보 선수 4명은 가로 16m, 세로 22m 경기장에서 전·후반 14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전력 차가 컸지만 한국 선수들의 몸을 던지는 투혼은 대회 첫날을 빛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사회적 기업인 ‘빅이슈코리아’가 자활센터 등에서 선발전을 통해 발탁했다. 반면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다른 팀들에는 보육원이나 소년원 출신, 마약과 관련해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선수까지 대거 참여했다. 그만큼 연령대도 어리고 축구 소질과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았다. 이번 대회를 직접 관전하고 있는 국내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외국 팀을 보면서 홈리스월드컵의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홈리스’를 부끄러운 노숙으로 여기는 인식을 재고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벧엘의 집’ 원용철 담당목사는 “홈리스월드컵을 보면서 빈곤층의 자활은 정부가 그들의 통장에 돈을 얼마나 넣어주느냐 하는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빈곤층 스스로가 앞으로 가난하게 살더라도 건강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갖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산티아고=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거든요. 우선 지친 저를 치유하고 싶고, 앞으로 공공근로나 사회 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싶어요." 칠레 산티아고에서 20일(한국 시간) 개막한 2014 홈리스월드컵에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김종영(32) 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고교 2학년 때까지 촉망받는 축구 선수였던 그는 척추 손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부모님과 헤어지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잃었다. 그는 이후 스스로를 지탱할 힘조차 없던 낙오자였다. 하지만 홈리스월드컵을 목표로 다시 자활 의지를 다져 당당하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김 씨의 아버지는 갑상선암 말기로 투병하다 병세가 악화돼 현재 의식이 없다. 그는 "의식이 없는 아버지에게 '이제 아버지를 제대로 모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드리고 싶다"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의 나머지 선수 7명도 김 씨와 같은 마음이다. 박영현 씨(53)는 희망과 기대가 없던 삶에서 얻은 우울증을 축구로 극복하고 있다. 박 씨는 수치심에 형제와도 오래 전에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칠레에서 박 씨는 "자격지심이었다"고 후회하면서 다시 가족을 찾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빈곤을 겪다 축구로 마음의 병을 치유해가고 있는 선수들은 20일 벌어진 예선 첫 경기에서 북아일랜드에 2-12로 크게 졌다. 3명의 필드 플레이어와 1명의 골키퍼, 그리고 후보 선수 4명은 가로 16m, 세로 22m 경기장에서 전·후반 14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전력 차이가 컸지만 한국 선수들의 몸을 던지는 투혼은 대회 첫 날을 빛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사회적 기업인 '빅이슈코리아'가 자활센터 등에서 선발전을 통해 발탁했다. 반면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다른 팀들에는 고아원이나 소년원 출신, 마약 투약 치료 경험이 있는 선수들까지 대거 참여했다. 그만큼 연령대도 어리고 축구 소질과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이번 대회를 직접 관전하고 있는 국내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외국 팀을 보면서 홈리스월드컵의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홈리스'를 부끄러운 노숙으로 여기는 인식을 재고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벧엘의 집' 원용철 담당목사는 "홈리스월드컵을 보면서 빈곤층의 자활은 정부가 그들의 통장에 얼마의 돈을 넣어주느냐는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빈곤층 스스로가 앞으로 가난하게 살더라도 건강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갖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산티아고=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아내와 아들을 찾아오려고요, 축구로.”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팬 50대 중년 남성은 빨간색 ‘홈리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서 눈물을 훔쳤다. 한때 술과 도박에 빠진 자신을 떠나버린 가족이 생각나 울컥했다. 19일부터 26일까지 칠레 산티아고 대통령궁 광장에서 열리는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는 김귀현 씨(54)는 14일 서울 영등포공원 풋살경기장에서 연습을 하던 도중 택배로 배달된 유니폼을 손에 들고 잠시 머뭇거렸다. 한동안 유니폼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그에게 주변에서 “이제는 당신도 대표 선수예요”라고 얘기하자 그제야 유니폼을 입었다. 김 씨는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축구 동아리를 조직해 이끌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서 철근을 관리하던 반장으로 근무하던 중 회사 사정으로 일자리를 잃어 실업자가 된 후 아내와 이혼하고 아이와도 헤어져야 했다. 이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거리를 전전했고, 이대로 삶이 끝나나 싶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축구가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홈리스 월드컵’은 그야말로 직장을 잃고 거리로 쫓겨난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치르는 축구 월드컵이다. 올해는 60개국에서 약 500명이 참가한다. 풋살과 비슷한 방식으로 전후반 7분씩, 4인제로 치러진다. 축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고 인생의 목표와 의지를 되찾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한때 박지성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함께 활약했던 포르투갈의 베베(24)도 이 대회 출신이다. 노숙인의 재활을 돕고 있는 ‘빅이슈 코리아’는 전국 노숙인 재활기관을 돌며 이 대회의 취지를 설명한 끝에 31개 단체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빅이슈 코리아’는 노숙인들로 하여금 ‘빅이슈’라는 잡지를 거리에서 판매하게 한 뒤 이 잡지 판매액의 절반을 해당 노숙인이 갖도록 하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노숙인들이 3일 치열한 선수 선발전을 치렀고 그중 10명(후보 2명 포함)이 발탁됐다. 이들은 이후 합숙훈련을 해왔다. 한국을 대표해 출전하게 됐지만 이들은 대부분 참담한 노숙 생활을 경험했다. 홈리스 월드컵에는 기본적으로 노숙인들이 참가하지만 알코올 치료센터 등에 입원한 사람들도 참가할 수 있다. ‘홈리스’라는 문자 그대로 집이 없거나,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사람, 각종 치료단체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모두 참가할 수 있다. 선수 8명 중 유일하게 노숙을 경험하지 않은 이계환 씨(55)는 연세대 축구부 신재흠 감독과 동기로 대학 시절까지 선수로 뛰었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방황의 시기를 겪은 그는 본인 스스로 재활센터에 들어가 축구를 통해 술도 끊고 담배까지 끊었다. “제 인생에 아픔이 있었나 싶어요. 축구로 인생이 바뀐 것 같습니다.” 홈리스의 새로운 삶을 향한 인생극장이 연출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트로이 길렌워터(26·사진)는 사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용병이다. 2라운드 3순위(전체 13순위)로 오리온스에 입단한 길렌워터는 올 시즌 개막 후 두 경기에서 평균 27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2연승을 견인했다. 길렌워터는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4 프로농구 외국인 용병 트라이아웃에서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트라이아웃 첫째 날 연습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 각 팀 감독들의 눈 밖에도 났다. 몇몇 감독들로부터 “그렇게 성의 없이 하려면 나가라”는 항의를 받았다. 둘째 날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그는 한국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길렌워터의 플레이는 1990년대 후반 KCC의 전성기를 이끈 ‘한국형 용병’ 조니 맥도웰을 연상시킨다. 1997-1998시즌을 앞두고 2라운드 19순위로 KCC에 입단한 맥도웰은 1순위 재키 존스에 가려 주목을 덜 받았다. 신장도 194cm로 작았다. 하지만 탱크 같은 힘으로 밀고 들어가는 거침없는 골밑 돌파와 같은 팀 가드였던 이상민 삼성 감독과의 절묘한 콤비 플레이로 그해 프로농구 최우수 외국인선수에 선정됐다. 맥도웰은 7시즌 동안 한국 무대를 누볐다. 센터로는 작은 키인 199cm의 길렌워터도 육중한 힘을 무기로 골밑 장악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14일 SK전에서는 외곽에서 천천히 움직이다 순간적으로 가드의 패스를 받아 골밑으로 돌진해 득점하거나 파울을 얻어내는 지능적인 움직임도 보여줬다. 이마 높이까지 볼을 들어 올렸다가 잠시 정지한 뒤 슛을 던지는 자유투 동작이나 골밑에서 끈질기게 2차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집중력도 맥도웰과 아주 흡사했다. 길렌워터는 “팀 동료들과 준비한 부분을 충실하게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길렌워터는 이날 3쿼터에서 정확한 중거리 슛까지 터뜨리는 등 10점을 몰아치며 SK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오리온스는 25점 9리바운드를 올린 길렌워터의 활약을 앞세워 SK를 83-67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SK전 6연패에서도 벗어났다. 지난 시즌 챔피언 모비스는 KCC를 75-70으로 꺾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