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형

조응형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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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입사해 스포츠부, 사회부를 출입했습니다. 2023년부터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내러티브식 기사쓰기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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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회용품 안녕… 외출때 텀블러, 여행땐 수저부터 챙기세요

    “추어탕 2인분이랑 뼈 해장국 1인분요. 그릇에 담아놓지 마세요.” 8일 오후 5시 장슬아 씨(34·여·서울 성동구)는 집 근처 단골식당에 주문 전화를 걸었다. 통화 끝에는 늘 그렇듯 “그릇에 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유가 있다. 장 씨는 가까운 식당에 음식을 주문할 때면 항상 집에서 쓰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나 스테인리스 냄비를 들고 간다. 그러면 식당과 장 씨 모두 일회용 그릇을 쓸 필요가 없다. 그는 “그릇을 직접 들고 가면 식당 주인들이 음식을 더 준다. 쓰레기는 줄이고 음식은 더 받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장 씨는 20년차 ‘일회용품 프리(free)족’이다.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회용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빨아 쓰고 종이상자와 비닐은 스케치북과 포장지로 재사용한다. 부부와 세 살 아이로 구성된 장 씨 집에서 한 달간 발생하는 쓰레기는 평균 10L(음식물 제외)가 채 안 된다. ○ 텀블러는 기본, 여행 필수품은 ‘수저’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이 계속되자 집집마다 버리지 못한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베란다 등에 쌓아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해 재활용 쓰레기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장 씨처럼 일회용품 프리족으로 생활하는 소비자 10명에게 비결을 물었다. 대부분 거창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건 텀블러와 장바구니 사용.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에 참가한 기세현 씨(68)는 “마음만 먹으면 일회용 컵은 99%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는 습관만 있어도 일회용품 사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이색 비법도 많았다. 신지선 씨(33·여)는 배달음식 주문을 가급적 피하려 노력한다. 불가피하게 주문할 경우 나무젓가락이나 빨대 등 일회용품을 아예 넣어 보내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는 집에서 쓰는 수저를 꼭 챙긴다. ‘쓰레기 일기’도 꾸준히 작성한다. 가계부 쓰듯 매일 얼마나 일회용품을 사용했는지 기록하며 사용량을 줄인다. 이 밖에 키친타월 대신 귤껍질을 사용해 기름때를 제거할 수도 있다. 식당에서 물티슈를 달라는 대신 직접 손을 씻거나 손수건에 물을 적셔 사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 생활 곳곳의 ‘장벽’ 없애야 일회용품 프리족 도전이 쉽지만은 않다. 생활 속 ‘장벽’이 생각보다 높은 탓이다. 8일 오전 11시 김보영 씨(41·여)는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 늘 하던 대로 김 씨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하며 텀블러를 내밀고 “여기에 담아 달라”고 부탁했다. 20대 초반의 여성 직원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직원은 “커피 용량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며 텀블러에 물을 담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김 씨는 “텀블러에 담아주는 걸 귀찮다며 눈치를 주거나 머그컵은 설거지 때문에 귀찮아서 그런지 아예 일회용 컵만 가능하다는 카페도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프리족 10명이 ‘공공의 적’으로 꼽은 건 바로 과대포장이다. 임여훈 씨(43·여)는 장을 볼 때 가급적 비닐포장이 많은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하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제품들이 있다. 칫솔과 화장품 샴푸 같은 생필품이다. 임 씨는 “결국 기업에 포장을 최소화한 상품을 팔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희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장은 “상품 포장은 소비자 노력만으로 바꿀 수 없다. 내용물에 비해 포장을 과다하게 하는 상품 생산을 기업 스스로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조응형 기자}

    •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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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업체 ‘비용 보조’ 평행선… 수거거부 장기화 우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5일째로 접어들었지만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부랴부랴 업계와 접촉하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할 뿐 단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칫 쓰레기 대란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관에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환경부 관계자와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등 업체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업체 대표들은 “지자체나 아파트 단지 차원에서 한 달에 가구당 수거비 1000원 정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연맹도 미리 준비한 자료를 통해 “긴급 조치로 지자체가 현재 쌓여 있는 쓰레기를 직접 또는 대행업체를 통해 수거해야 한다” 등의 안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재활용 쓰레기 순환구조를 개선해 가치를 높이도록 하겠다. 다만 단기적으로 (가격 회복이) 어려우면 그 차이를 보조해줘야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선별업체나 수거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사실상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4일부터 이틀간 수도권 지자체들도 자체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환경부 간담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업체들은 쓰레기 수거를 재개하려면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당장 지원을 약속하는 게 곤란하다는 의견이었다. 경기 군포시는 “14일부터 시가 책임지고 수거하겠다. 그때까지만 계속 수거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업체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포시 관계자가 “조금만 더 손해를 봐 달라”고 말하자 업체 대표들이 “그게 말이나 되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연맹과 선별업체 등은 “정부가 고형연료(SRF) 생산 및 사용을 현실적으로 어렵게 해서 폐비닐 가격이 떨어진 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SRF 관리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고 수요 확대 방안을 세우라고 환경부에 요청했다.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는 폐비닐은 SRF를 만드는 주 원료다. SRF 규제 완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환경오염 우려 때문이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공급되는 SRF가 품질 기준에 맞지 않아 정부도 관련 기준을 강화했던 것이다. SRF 완화는 미세먼지 심화로 이어져 도리어 더 큰 고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승희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장(경기대 교수)은 “SRF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대부분 집적시설로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일부 자치구는 자체 수거 체계를 활용해 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송파구 등은 기존 업체 대신 음식물 쓰레기 수거 업체를 통해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재개했다. 도봉구 등도 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조응형 yesbro@donga.com·권기범·조유라 기자}

    • 20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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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지값 70%이상 폭락… 종이도 못 가져갈 판”

    ‘안 가져가셨어요. 처리 좀 해주세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내걸린 팻말의 내용이다. 이 아파트 경비원이 직접 쓴 팻말이다. 나흘째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은 수거업체를 향해 호소한 것이다. 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폐비닐이 가득 찬 마대가 20개 넘게 쌓여 있었다. 분리수거장 옆 주차장에는 스티로폼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경비원 임모 씨(72)는 “다음 주도 수거를 안 해 가면 아마 쓰레기가 주차장 전체를 차지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정상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재활용쓰레기 대란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마다 주민과 경비원들의 불편이 한계치에 다다른 모습이다. 주민들이 집 안에 쌓인 쓰레기를 어쩔 수없이 가지고 나왔다가 말리는 경비원과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견디다 못한 경비원끼리 “이번에는 당신이 정리할 차례”라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쓰레기 수거 및 선별을 계속 중단하고 있는 업체들은 “우리를 죄인 취급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별 업체 A사 사장 최모 씨는 이날 선별장을 찾은 기자에게 직접 플라스틱 더미를 뒤진 뒤 보라색 샴푸통을 들어 보였다. 그는 “이건 색깔 있는 플라스틱이고 재료도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페트(PET)가 섞여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뒤 멀리 던졌다. 그러고는 한쪽 끝에 모아 놓은 투명비닐 더미를 가리켰다. 최 씨는 “이 정도면 그나마 깨끗한 건데도 가공업체로 가면 대부분 쓰레기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이경로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부회장은 “재료가 섞인 혼합 플라스틱을 받아주던 선별장 10곳 중 7곳은 최근 몇 년 사이 도산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아파트 현장에서 확인한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는 불투명하거나 색깔이 있는 세제용기,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생수병 등이 많았다. 한국고물상연합회 관계자는 “단단한 국산 페트병은 말랑말랑한 외국 페트병에 비해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돈이 되지 않다 보니 수거 업체들이 가져간 비닐과 플라스틱 중에는 재활용을 위해 선별 업체로 넘기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다. 수도권의 B사 대표 홍모 씨는 “비닐은 한 달 수거량 500t 중 300t을 버린다. 플라스틱도 1200t 중에 30% 정도는 쓰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비닐의 경우 그나마 재활용 가능한 것도 선별 업체에 넘기려면 오히려 kg당 30∼100원을 내야 한다. 작업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다. 업체들은 플라스틱에 이어 폐지 수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kg당 150원 안팎이던 폐지 가격은 4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수거 업체들은 그동안 폐지 등 ‘돈이 되는’ 재활용품을 팔아 비닐과 플라스틱 수거에서 나오는 적자를 메웠다. 하지만 폐지 값이 떨어지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된 것이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kg당 40원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면 거의 자선사업이다. 문 닫을 준비를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이지운 easy@donga.com·조응형·조유라 기자}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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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쌓인 재활용품, 거실 절반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A아파트. 30m² 남짓한 거실에 구겨진 비닐과 스티로폼, 페트병, 플라스틱 용기 등이 모아졌다. 휴일이었던 1일 낮부터 약 24시간 동안 이모 씨(55·여) 집에서 ‘생산된’ 재활용 쓰레기다. 펼쳐놓으니 거실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일요일에 도착한 택배, 외식 대신 주문한 배달음식, 마트에서 구입한 저녁 반찬거리가 담겨 있던 포장들이다. 일반 가정에서 재활용품 없이 살기는 하루도 불가능하다. 비우고 또 비워도 매주 수거일마다 두 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나간다. 이 씨 가족도 마찬가지다. 1일 낮 12시 이 씨는 평소처럼 운동 후 집으로 오면서 가족 간식인 떡을 샀다. 작은 떡 하나에만 세 종류(스티로폼, 비닐 랩, 비닐봉지)의 포장이 사용됐다. 국내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은 연평균 420개. 핀란드의 약 100배, 아일랜드의 약 20배다. 오후 3시 마트 배송기사가 현관 벨을 눌렀다. 문 앞에 2L짜리 생수 페트병 6개가 있었다. 이 씨 가족은 정수기를 쓰지 않는다. 관리가 까다롭고 위생문제도 의심스러워 10년 넘게 생수를 주문해 먹는다. 가족이 모인 주말에는 식수와 조리를 위해 하루 2, 3개를 비운다. 재활용 바구니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항상 페트병이다. 다른 지역에서 플라스틱 수거까지 거부한다는 말에 이 씨는 “정수기는 여전히 싫고, 페트병 생수를 안 마실 수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 쓰레기 유발 과잉포장… “비쌀수록 더해” ▼주말에는 집집마다 재활용 쓰레기 배출이 급증한다. 가족이 함께 있으면서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마트에서 일주일 치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씨도 이날 오후 6시 마트를 찾았다. 저녁식사를 위해 생선과 삼겹살, 상추와 파 같은 채소, 사과와 딸기를 샀다. 생선과 삼겹살은 스티로폼 용기에 비닐 랩으로 포장됐다. 딸기는 스티로폼 용기에 비닐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그나마 상추와 파, 사과는 크기가 각각 다른 비닐봉지에 들어 있었다. 이 씨는 “유기농이나 친환경 상표가 붙은 과일이나 채소는 하나하나 낱개 포장된 경우가 많다. 비쌀수록 포장이 더 요란한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오전 10시 책 2권이 집으로 배송됐다. 이 씨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한다. 구겨지거나 찢기는 걸 막기 위해 책은 두툼한 에어캡(뽁뽁이) 속에 들어있었다. 낮 12시 친한 손님이 찾아왔다. 외식 대신 분식집에서 라볶이와 김밥 등을 주문했다. 크고 작은 스티로폼 그릇 4개와 종이상자 1개에 담긴 음식이 도착했다. 단무지는 비닐에 들어 있었다. 이 씨는 “관리사무소에서 앞으로 일회용 스티로폼은 따로 배출해야 한다는데 이렇게 국물 묻은 그릇을 버려도 될지 안 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혼란은 이 씨만 겪는 게 아니다. 서울 및 수도권 대부분 그리고 지방의 일부 주민도 똑같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수거 거부 업체 37개와 협의해 2일부터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재개된다고 밝혔다. ‘쓰레기 대란’을 피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날 본보가 서울의 아파트 단지 10곳을 돌아본 결과 환경부 방침에 따라 쓰레기 수거가 재개된 건 단 두 곳이었다. 대다수 수거 업체들은 “모든 업체가 다시 수거하는 것처럼 발표했는데 우리는 그럴 계획이 없다” “정부 지침을 지킬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뒤늦게 수거 업체와 직접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쓰레기 대란 직전까지 손놓고 있던 정부는 뒤늦게 내놓은 대책마저 졸속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구특교 kootg@donga.com·조응형·이미지 기자}

    •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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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량제봉투에 비닐-스티로폼 버리면 불법… 과태료 대상

    “페트병도 내놓지 말라니, 생수도 사먹지 말라는 건가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 주민 이모 씨(40)는 1일 쓰레기 수거장에 붙은 공고문을 보며 탄식했다. 공고문은 ‘재활용 폐기물 가격 급락으로 수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플라스틱 쓰레기를 집에 보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날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횟수를 주 1회에서 3주에 1회로 줄이겠다고 공지했다. 이 씨는 “집이 쓰레기장으로 돌변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페트병이 가득 담긴 봉지를 양손에 들고 온 다른 주민은 “페트병을 조금씩 들고 나가 공공장소에서 버려야 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비닐, 종량제봉투에 넣으면 과태료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에서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들이 “비용 부담이 크다”며 이날부터 비닐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의 수거를 거부하자 주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특히 일부 아파트에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라”고 잘못 안내하면서 혼란과 불만이 가중됐다. 주민들은 쓰레기 처리 비용이 늘게 생겼다며 울상이다. 이경미 씨(56·여)는 “비닐은 그나마 부피가 작지만 스티로폼을 버리려면 100L 종량제 봉투로도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활용 폐기물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면 법 위반이다. 적발되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과태료 10만∼30만 원을 내야 한다. 환경부도 “일부 업체가 착오로 잘못된 안내를 한 것”이라며 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다. 비닐 등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면 환경오염 우려도 크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소각장 환경오염 방지 설비에 무리가 오고 오랫동안 썩지 않아 사후 토지 이용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주로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반 주택은 지자체가 수거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비닐이나 스티로폼 처리 비용을 보전해주거나, 자체 재활용품 선별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거 거부 첫날 아파트마다 ‘혼란’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가 현실화되자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A아파트. 30대 여성이 재활용품 수거장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닐을 담던 자루가 없었다. 한참을 서성대다가 쓰레기를 손에 든 채 집으로 돌아갔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26일부터 비닐과 스티로폼 쓰레기 배출을 금지했다. 안내문을 단지 곳곳에 붙였지만 헛걸음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달 31일에는 경비원들이 다른 재활용품 속에 들어간 비닐을 골라내느라 오전 11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분리수거함을 뒤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B아파트 주차장 입구에는 하얀색 스티로폼이 어른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며칠 전부터 수거업체가 스티로폼과 비닐, 일부 질 나쁜 폐지는 가져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주민 대표는 “업체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니 어디에 항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부 업체는 재활용품 수거를 해주되 웃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재활용 수거 업자 김모 씨는 동대문구 C아파트에 “재활용품을 이전처럼 수거해 줄 테니 한 달에 6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은 김 씨가 아파트에 4만 원을 건넸는데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김 씨는 “한 번 걷어 가는 비용만 5만 원이 든다.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들도 갑자기 늘어난 업무에 불만을 토로했다. 1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 D아파트 재활용품 수거장에는 ‘비닐류와 스티로폼의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스티로폼 박스가 수북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주민들은 몰래 내다놓고, 수거업체는 나 몰라라 하니 분통이 터진다. 이젠 자포자기했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조응형·조유라 기자}

    •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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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닐-스티로폼 수거비용이 매매가보다 더 커”

    “비닐이나 스티로폼은 폐지나 캔처럼 그나마 돈 되는 물건을 수거하는 김에 챙겨준 건데 다른 품목 가격이 뚝 떨어져 버렸으니 어쩔 수 있나요.” 서울 도봉구 B재활용업체 관계자는 재활용품 수거 거부 논란에 “우리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재활용 폐기물 가격이 일제히 떨어지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닐 수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강북구 M재활용업체 사장은 “비닐은 다른 쓰레기와 섞인 경우가 많아 중간 업체에서 받지 않을 때가 많다”고도 했다. 외국산보다 처리비용이 더 들어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받은 국산 페트병도 몇 년 새 가격이 폭락해 업체들은 수거를 꺼린다. 국내 재활용 폐기물 처리는 민간 업체나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및 주택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면 중간업자가 이를 분류 후 처리해 국내외 제지·제강업체 등에 넘기는 구조다. 가격은 주로 최종 구매자가 결정한다. 정부 개입의 여지가 없어 재활용품 가격이 불안정해져도 손쓰기 어렵다. 업계는 정부 개입을 요구한다. 일부 지자체는 “외국 재활용자원 수입 기준 강화를 검토해 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폐지와 플라스틱 가격 문제를 풀어 비닐 문제까지 해소할 방침이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정부가 보관 장소 제공이나 융자 지원으로 가격 변동에 따른 수거업체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조응형 기자}

    •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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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窓]“우릴 더 보고싶어 배 못뜨게 하나봐”

    26일 오전 7시경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선착장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사흘째 이어진 짙은 안개 탓이었다. 바다 위 여객선의 모습이 흐릿했다. “해상의 짙은 안개로 여객선 출항이 연기됐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선을 기다리던 장병과 관광객 등 100여 명이 탄식했다. 이들 사이에 있던 중년남녀 50여 명도 잠시 당황한 모습이었다. 하나같이 검은색 정장 재킷이나 점퍼를 입은 일행이었다. 이들은 천안함 폭침 8주기(26일)에 맞춰 24일 백령도를 찾은 전사자 유족이다. 잠시 후 일행 중 한 명이 말했다. “우리 아들들이 부모 얼굴 더 보고 싶어 그런가 봐요.” 유족의 일정은 당초 1박 2일이었다. 그러나 24일 오후부터 안개가 짙어져 추모식과 해상 위령제를 마치고 25일 섬을 떠나지 못했다. 출항 통제는 27일 오후에야 풀렸다. 생업 탓에 다급할 법도 했지만 가족들은 추가로 얻은 48시간 동안 온전히 추모와 위로의 정(情)을 나눴다. “오늘은 태민이(고 강태민 상병)랑 진선이(고 장진선 중사)가 우리를 붙잡았나 봅니다.” 언덕을 오르던 유족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강 상병과 장 중사는 시신을 찾지 못한 6명 중 2명이다. 발이 묶인 유족들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뭐하냐. 애들 얼굴이나 한 번 더 보자”며 숙소를 나섰다. 소주와 사탕 과자를 챙겨 위령탑으로 향했다. 부조로 새겨진 46용사 얼굴 앞으로 소주 마흔여섯 잔이 놓였다. 추모가 끝나고 유족들은 바다를 향해 전사자의 이름을 외쳤다. 목이 쉬어 탁해진 목소리에 울음이 배어나왔다. 24일부터 하루에 한 번씩 위령탑을 찾았지만 그때마다 울음이 터졌다. 고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이자 유족회장인 이성우 씨(57)는 “(북한의) 김영철 방남 등으로 마음고생을 해서 그런지 올해는 다들 눈물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중사의 어머니 박문자 씨(55)는 “찾아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엉엉 울었다. 다른 유족들이 그런 박 씨를 안고 함께 울었다. 고 문규석 원사의 어머니 유의자 씨(67)는 27일 오전 바다가 잘 보이는 작은 정자에 올랐다. 유 씨는 천안함 폭침 후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앞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유 씨는 “장병들이 ‘천안함 전사자 어머니 식당’이라며 자주 찾아줘 힘이 된다”며 웃었다. 유 씨의 휴대전화 케이스에는 문 원사가 생전 부대원들과 함께 조깅하는 사진이 있다. 이 하사의 어머니 권은옥 씨(54)는 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휴대전화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권 씨는 “요즘 우리 아이들이 잊혀지고 홀대받는 것이 다 못난 부모 탓이 아닌가 싶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렇게 가족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귀한 자식’을 가슴에 묻어가고 있었다. 해가 지면 아픔은 진해진다. 그때는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를 위로한다. 손강열(61·고 손수민 중사 아버지) 장만선(60·고 장 중사 아버지) 박봉석 씨(61·고 박보람 중사 아버지)는 26일 저녁 허름한 술집을 찾았다. 손 씨는 “다른 사람과는 이렇게 술 마시고 떠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이 술 마시고 웃고 떠들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수 있어서다. 장 씨가 손 씨의 손을 꼭 잡으며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특별한 인연이다. 아들을 잃었는데 형님(손 씨)을 얻었다”고 말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던 손 씨는 사흘간 함께한 기자를 꼭 안아주며 “고맙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출항이 가능할 것 같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족들은 “이제 아이들이 길을 열어주나 보다”라고 입을 모았다. 오후 6시 반 유족들을 태운 여객선이 인천항에 도착했다. 마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소식이 화제였다. 유족들은 “정부의 뜻대로 일이 잘 풀리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고 이재민 하사의 아버지 이기섭 씨(58)는 “사람들이 우리를 몰라줘도 괜찮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의 희생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왜곡돼서 받아들여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백령도=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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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사회] 천안함 8주기, 사흘째 배 못 뜨자…“우리 더 보고 싶은가 봐”

    “우리 아들들이 부모 얼굴 더 보고 싶어 그런가 봐요…” 26일 오전 7시경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선착장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사흘째 이어진 짙은 안개 탓이었다. 바다 위에 뿌옇게 여객선이 보였다. 결국 배는 뜨지 못했다. 출항을 기다리던 50여 명이 섬으로 발길을 돌렸다. 천안함 폭침 8주기(26일)에 맞춰 24일 백령도를 찾은 유족과 생존 장병들이다. 당초 일정은 1박 2일이었다. 그러나 24일 오후부터 안개가 짙어져 추모식과 해상 위령제를 마치고도 섬을 떠나지 못했다. 출항 통제는 27일 오후에야 해제됐다. 마음이 급할 법도 했지만 가족들은 추가된 48시간동안 담담한 표정으로 추모와 위로의 정(情)을 나눴다. 26일 오후 출발할 여객선마저 발이 묶이자 유족들은 당황하는 대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뭐하냐. 애들 얼굴이나 한 번 더 보자”며 숙소를 나섰다. 소주와 사탕 과자를 챙겨 위령탑으로 향했다. 부조로 새겨진 46용사 얼굴 앞으로 소주 마흔여섯 잔이 놓였다. 추모가 끝나고 유족들은 바다를 향해 전사자의 이름을 외쳤다. 목이 쉬어 탁해진 목소리에 울음이 배어나왔다. 이번에는 세 차례나 위령탑을 찾았지만 그 때마다 똑같이 유족들의 울음이 터졌다. 고(故)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이자 유족회장인 이성우 씨(57)는 “(북한의) 김영철 방남 등으로 마음고생을 해서 그런지 올해는 다들 눈물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장진선 중사의 어머니 박문자 씨(55)는 “찾아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엉엉 울었다. 장 중사는 시신을 찾지 못한 6명의 전사자 중 한 명이다. 다른 유족들이 그런 박 씨를 안고 함께 울었다. 고 문규석 원사의 어머니 유의자 씨(67)는 27일 오전 바다가 잘 보이는 작은 정자인 심청각(沈淸閣)에 올랐다. 유 씨는 천안함 폭침 후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앞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유 씨는 “장병들이 ‘천안함 전사자 어머니 식당’이라며 자주 찾아줘 힘이 된다”며 엷게 웃었다. 유 씨의 휴대전화 케이스에는 문 원사가 생전 부대원들과 함께 조깅하는 사진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하사의 어머니 권은옥 씨(54)는 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휴대전화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권 씨는 “요즘 우리 아이들이 잊혀지고 홀대받는 것이 다 못난 부모 탓이 아닌가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가족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귀한 자식’을 가슴에 묻었다. 해가 지면 아픔은 진해진다. 그 때는 술잔을 기울이며 무관심에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 위로한다. 손강열(61·고 손수민 중사 아버지) 장만선(60·고 장 중사 아버지) 박봉석 씨(61·고 박보람 중사 아버지)는 26일 밤 허름한 술집을 찾았다. 손 씨는 “다른 사람과는 이렇게 술 마시고 떠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이 술 마시고 웃고 떠드는 게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보일까봐서다. 장 씨가 손 씨의 손을 꼭 잡으며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특별한 인연이다. 아들을 잃었는데 형님(손 씨)을 얻었다”고 말했다. 오후 11시 반 숙소로 돌아가던 손 씨가 사흘간 함께 했던 기자를 꼭 안아주며 “고맙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출항이 가능할 것 같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족들은 “이제 아이들이 길을 열어주나 보다”라고 입을 모았다. 오후 6시 반 유족들을 태운 여객선은 인천항에 돌아왔다. 마침 세상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깜짝 방중(訪中) 소식으로 가득했다. 유족들은 “정부의 뜻대로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 좋은 일”이라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는 못했다. 한 유족은 23일 열린 ‘제3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부가 우리를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유족회장 이 씨는 “우리 자식들은 최선을 다해 나라를 지켰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는데 나름대로 일조한 것 아닌가. 이렇게 외면하는 건 섭섭하다”고 말했다.백령도=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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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폭침, 美대통령이라도 北의 사과 받아냈으면”

    24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바다조차 보이지 않았다. 8년째 이곳을 찾은 박문자 씨(55·여)가 본 적 없는 짙은 안개였다. 박 씨는 천안함 폭침으로 산화한 고(故) 장진선 중사의 어머니다. 이날 오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앞에서 열린 8주기 추모식 참석을 위해 강원 동해시에서 왔다. 유족들은 북한의 3대 서해 도발을 함께 되새기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과 별도로 천안함 폭침(3월 26일)에 맞춰 매년 1박 2일 일정으로 백령도를 찾아 추모식을 연다. 장 중사는 천안함 전사자 중 시신을 찾지 못한 6명 중 한 명이다. 그래서 박 씨에게는 폭침 현장이 아들의 묘소나 다름없다. 하지만 안개 탓에 주말 내내 위령탑에선 현장을 볼 수 없었다. 박 씨는 “엄마들끼리 말했다. 천안함 장병들이 너무 울어서, 그래서 안개가 낀 거라고. 자기들 억울한 마음 풀어달라고 하는 것 같다고…”라며 오열했다.○ 아직 바닷속에 내 아들 있는데… 오후 3시 열린 추모식에는 유족 51명과 생존 장병 14명이 참석했다. 해병대 등 군 관계자도 함께했다. 먼저 헌화와 묵념이 시작됐다. 8년이 지났지만 아픔은 여전했다. 한두 명의 소리 죽인 울음은 추모식이 진행되면서 전체로 퍼져나갔다. 유족과 전우들은 위령탑 앞에 부조로 새겨진 46용사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허공에 이름을 불렀다. 올해는 아픔이 억눌렸던 분노까지 끄집어낸 모습이었다. 고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57)은 추모식 현장에서 “천안함 폭침의 주범 김영철의 방남은 우리 유가족 가슴에 또 한번 깊은 상처와 고통을 안겨줬다. 방남을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달라는 정부 당국자의 말에서 더 상처를 받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추모식 후 해상 위령제가 열렸다. 매년 배를 타고 폭침 현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올해는 안개가 발목을 잡았다. 어쩔 수 없이 가까운 바다에서 진행됐다. 유족과 전우들은 전사자의 이름을 부르며 국화꽃을 바다에 던졌다. 고 강태민 상병의 아버지 강영식 씨(58)는 소주 한 잔을 바다에 뿌렸다. 강 씨 역시 아들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그가 매년 거르지 않고 백령도 땅을 밟는 이유다. 강 씨는 “우리 애가 아직 바닷속에 있으니 늘 미안하다. 5주기 때 더 이상 슬퍼하지 말자고 했지만 사람 마음이 그게 잘 안 된다”라고 말했다. 안개는 25일에도 가시지 않았다. 결국 뭍으로 가는 여객선 출항이 취소됐다. 이날 오후 유족들은 다시 위령탑을 찾았다. 한 유족이 아들의 부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들, 내일 엄마 나갈 수 있게 안개 풀어 줄 거지?”○ 정상회담서 꼭 ‘사과’ 받아주길… 위령제 후 유족 분위기는 더 침울해 보였다. 예년과 달리 폭침 현장에 가지 못한 탓인지 허탈한 모습이었다. 담뱃불을 붙인 이 회장의 표정도 착잡해 보였다. 그는 17년간 담배를 끊었다가 이번에 백령도를 찾아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초등학생 손편지에도 답을 해주는 대통령이 천안함 가족에게는 답장이 없다”고 말했다. 성명서를 읽을 때보다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나왔다. 천안함 유족들은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확실히 밝혀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여러 차례 청와대에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천안함 유족을 소외시키는 듯한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도 천안함 언급이 줄어 유족들이 마음아파 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만약 (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이 하지 않는다면 미국 대통령이라도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 / 백령도=조응형 기자}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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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급 7530원? 지방선 5000원 주기도 버거워”

    전남 광양시 이모 씨(57)의 편의점에선 아르바이트생 4명이 교대로 일한다. 이 씨는 이들의 시급을 똑같이 500원씩 올렸다. 평일 주간 기준으로 6000원에서 6500원이 됐다. 올해 최저임금(7530원)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이 씨에게는 500원 인상도 큰 부담이다. 광양 지역 상권 분위기는 최악이다. 지역의 주력 업종인 조선업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게다가 겨울은 야외 활동이 줄어들어 편의점 수입이 급감한다. 이 씨는 “여름에 200만∼300만 원 버는데 겨울은 딱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시급 500원을 더 주면 내가 버는 돈은 40만 원 가까이 줄어든다. 적자 보며 장사하는 셈이다”고 털어놨다.○ 최저임금 더 버거운 지방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은 그렇잖아도 힘든 지방 상권을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서울의 1인당 개인소득은 2081만4000원. 16개 시도(세종시 제외) 중 가장 많다. 전남은 1511만4000원이다. 시도 중에서 가장 적다. 지방의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7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새해 들어 아르바이트 직원을 모집 중인 전남 지역 편의점과 PC방 업주 등 자영업자 32명에게 최저임금 반영 계획을 물었다. 이 중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응답한 업주는 9명(28%)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을 지켜주기 어렵다”고 답한 23명 중 11명(34.4%)은 시급으로 5000원대를 제시했다. 전남 순천시의 한 편의점은 시급이 5000원이었다. 2013년 최저임금(486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편의점 업주는 “인근 편의점 대부분이 우리 가게와 비슷하게 시급을 준다. 돈이 적다고 아르바이트생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업주 11명은 올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인상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9곳은 시급을 인상하긴 했지만 500∼1000원 정도 소폭 인상에 그쳤다. 여전히 최저임금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남 목포시의 한 편의점 주인은 “가게 상황이 좋지 않지만 큰 맘 먹고 시급을 500원 올렸다.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같이 일해 보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지역 외국인 근로자 증가할 듯 대구는 1인당 개인소득이 1727만6000원으로 전국 평균(1785만3000원)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정은 전남 지역과 다르지 않다. 편의점 업주 김모 씨(40)는 “사장이 아르바이트생보다 월급이 적다. 최근 몇 달간 순수입이 50만∼70만 원인데, 우리 가게에서 제일 많이 받아가는 아르바이트생은 월 160만 원을 번다”며 허탈해했다. 김 씨는 현재 4명인 아르바이트생을 절반으로 줄이고 본인과 동생이 빈자리를 메울 계획이다. 김 씨는 “정부 규정대로 최저임금을 올려주려면 그냥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농촌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농민들은 고령 근로자가 사라지고 외국인 근로자 증가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 부여군의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정모 씨는 “나이 든 근로자들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로 협의한 뒤 업무 강도에 맞게 적정한 임금을 책정했다. 그러나 인상된 시급을 강제로 적용하면 같은 값이면 효율성 높은 젊은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역이나 직업별 혹은 연령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사정에 맞게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1959년 최저임금법 제정 당시 지역마다 다르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했다. 최영홍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 지역의 소득격차를 감안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올리면 장기적으로 특정 지역의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조응형 / 대구=장영훈 기자}

    •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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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경비원 전원 해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가 31일자로 경비원 94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부담 증가가 이유다. 입주민대표회의는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용역업체에 맡기고 재고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5일 구현대아파트 경비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경비원들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전달했다. 그 대신 용역업체에 경비 업무를 맡겨 해고된 경비원을 재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해고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부담을 들었다. 2일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작성한 안내문에 따르면 “전년 대비 2018년도 임금 인상분과 퇴직금 부담금이 6억6000만 원 증가한다. 용역업체로 전환하면 임금 인상에 따른 퇴직금 충당 부담이 사라져 관리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적혀 있다. 하재광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40%가량이 세입자인데 경비원 월급이 오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경비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아파트 관리 및 경비 업무를 분리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입주민 부담을 덜기 위해 휴식시간 연장과 퇴직금 산정방식 변경 등을 제안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경비원 A 씨(62)는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 월급 32만 원을 더 받는다. 이 돈을 안 받더라도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은 생각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역업체로 전환하면 고용 불안정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에 하 회장은 “용역업체가 마음대로 해고하지 못하게 매달 보고서를 내게 할 방침이다”라고 해명했다. 입주민 중에는 경비원 해고 결정을 모르거나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입주민 B 씨는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주민도 많다. 가진 사람들이 너무 심하게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조응형 기자}

    • 201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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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 화재 일주일전부터 1층 천장 수시 누전

    화재로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는 사고 일주일 전부터 대형 참사의 조짐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스포츠센터 건물은 이달 중순부터 여러 차례 누전이 발생했다. 원인은 1층 주차장 천장에 있는 동파방지용 열선이었다. 하지만 건물주 이모 씨(53)는 전문 업체에 맡기면 공사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건물 관리인 김모 과장(51)에게 열선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지시했다. 김 과장은 안전관리 자격이 없다. 김 과장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 일주일 전부터 날씨가 추워져 1층 천장 배관에 있는 동파방지용 열선에 얼음이 끼어 수시로 누전됐다. 누전 차단기가 작동되면 전기 공급이 일부 차단돼 고객들이 자주 불편을 겪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과장이 누전 때마다 열선을 손으로 펴는 등 위험한 방법으로 작업하다가 합선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 씨가 열선 작업을 전문업체에 맡겼다면 화재를 막았을 가능성도 있다. 김 과장은 이날 청주지법 제천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남자여서 여탕을 관리하지 않았다. 사건 당일 여탕 세신사가 해고됐고 2층 매점 주인도 이미 해고된 상태여서 화재 당시 여탕 상황을 관리할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건물주 이 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김 과장에 대해서는 “지위와 역할, 업무 내용, 권한 범위 등을 고려할 때 범죄사실에 대한 주의 의무가 있었는지 불명확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제천=김배중 wanted@donga.com·이민준·조응형 기자}

    • 201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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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비상계단 탈출 이어질 때 소방관은 비상구 못 찾고 헤매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화마(火魔)는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비상계단을 통해 흰색 골프가방을 멘 남성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남성 15명이 뒤이어 나왔다. 이들은 모두 3, 4층 비상구로 나와 계단을 통해 탈출했다. 연기로 자욱해지는 건물을 뒤로한 채 차도 쪽으로 대피했다. 21일 오후 3시 59분 상황이다. 충북 제천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된 지 6분이 지난 시점이다. 2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주변 폐쇄회로(CC)TV 12대와 생존자가 찍은 사진에는 이런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영상에는 시민뿐 아니라 소방 사다리차 도착과 구조 활동 등이 고스란히 찍혔다. 영상 속 모습은 “구조 활동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소방당국의 설명과 차이가 있었다. 특히 20명이나 숨진 2층 사우나(여탕) 구조 작업과 관련해 논란이 될 장면도 포착됐다.○ 우왕좌왕 소방대원 제천소방서는 “화재 당일 빠르게 번지는 불을 진압하는 게 우선이라 비상구 위치를 파악했지만 진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기 현장에 출동한 일부 소방대원은 비상계단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헬스클럽과 3층 사우나(남탕)에 있던 사람들이 불이 옮겨붙지 않은 건물 뒤편 비상계단으로 계속 탈출하던 때와 비슷한 시간이다. 건물 구조를 미리 알았거나 주변 사람에게 묻기만 했어도 초기에 비상계단 확인이 가능했다. CCTV 영상에 따르면 오후 4시경 살수차 2대와 구급차, 인명구조용 사다리차, 지휘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지휘차에서 내린 한 소방관이 건물로 걸어왔다. 건물에 다가선 시간은 오후 4시 3분 27초. 이 소방관은 건물 오른편 골목으로 들어간 뒤 15초 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대던 소방관은 건물 1층을 살펴본 뒤 오후 4시 4분 50초 지휘차로 그냥 되돌아갔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비상계단을 찾던 중 2m가량 되는 철제 간이펜스가 길을 가로막은 걸 보고 이를 뚫기 위한 장비를 가지러 차로 돌아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팀 확인 결과 해당 장소에 설치된 간이펜스는 높이가 60cm 정도에 불과했다. 성인 남성이 가볍게 뛰어넘을 높이였다. ○ 사다리차 출동 10분간 ‘스톱’ 오후 4시 14분 23초 스포츠센터 정문 왼쪽으로 인명 구조용 소방 사다리차가 진입했다. 그러나 사다리차는 건물 외벽에 매달린 남성을 구조하지 못한 채 10분가량 멈춰 있었다. 소방서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진입 자체가 어려워 구조 작업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CTV 영상을 보면 사다리차 통행을 가로막은 건 흰색 승용차 1대뿐이다. 이때 사다리차는 건물 가까이 다가선 상태였다. 흰색 승용차 1대만 옮기면 구조 작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은 당초 “사다리차 앞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소방서 관계자들이 치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상에서 해당 차량을 실제 옮긴 사람은 이번 화재로 숨진 김모 양(18)의 아버지였다. 김 양의 아버지는 승용차 창문을 깨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푼 뒤 차량을 밀어 사다리차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했다. 소방서는 당초 유가족들의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다가 CCTV가 나오자 “유족들이 치운 것이 맞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사다리차는 오히려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듯 사다리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외벽에 매달린 남성을 구조한 건 화재 신고로부터 1시간 27분이 지난 오후 5시 20분이었다.○ 비상계단 앞에 두고 50분 후 구조 소방서는 첫 출동 때 건물 평면도를 챙기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카카오톡을 통해 평면도를 곧바로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는 거짓이었다. 평면도가 실제로 현장에 전달된 건 화재 발생 후 2시간 반 지난 오후 6시 20분경. 건물 안에 수십 명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돼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자 뒤늦게 현장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제천소방서 한 관계자는 “지금껏 건물 평면도를 가지고 화재 현장에 나가본 일이 없다. 평면도보다 현장에서의 감(感)을 믿는다. 건물 내부는 벽을 짚으며 가면 된다”고 말했다. 소방 출동과 관련한 매뉴얼에도 평면도 지참은 필수가 아니라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소방대원이 비상계단 앞 골목에 처음 나타난 건 오후 4시 7분 30초다. 신고 접수 후 15분가량 지난 때다. 이때도 비상계단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오후 4시 10분경 6층에서 한 여성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전화를 걸자 소방당국은 “구하러 올라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비슷한 시간 CCTV에는 대원 몇 명이 들것을 갖고 오가는 모습만 찍혔다. 근처 주민과 상가 주인 등이 비상계단 쪽을 향해 연신 손짓하는 모습도 보인다. 소방대가 처음 비상계단으로 진입한 것은 오후 4시 42분. 신고가 접수된 지 50분가량 지난 뒤다. 이때 2층에 있었던 20명은 이미 숨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제천=김동혁 hack@donga.com·조응형·송영찬 기자}

    • 20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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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 화재 희생자 19명 빗속 영결식… 눈물 젖은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유족은 눈물을, 하늘은 장대비를 쏟았다. “불쌍한 내 새끼”, “엄마 어떻게 해”, “당신 없인 못 사네” 탄식과 오열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로 숨진 29명 중 19명의 영결식이 장례식장 7곳에서 열렸다. 오전 9시 제천시립화장장. 숨진 김모 양(18)의 아버지는 화장을 한 딸의 유골이 든 하얀 항아리를 들고 봉안묘지를 향해 힘겹게 걸음을 뗐다. 빗방울이 눈물로 젖은 아버지의 눈가를 더 적셨다. 고등학교 3학년인 김 양은 대학 4년 장학생으로 합격한 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 스포츠센터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여동생(17)이 마지막으로 언니의 유골 항아리를 가슴 깊이 안았다. 나무 상자에 담긴 유골 항아리는 봉안묘에 들어갔다. 묘 안에 흙이 뿌려지자 김 양 어머니는 실신하듯 쓰러졌다.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선 이모 씨(57·여)의 발인식이 열렸다. 이 씨의 시신이 누운 관 뚜껑이 닫히자 30대 딸이 소리쳤다. “안 돼, 엄마 안 돼. 아빠 이거 열어주세요.” 주변은 울음바다가 됐다. 발인식은 한동안 중단됐다. 딸은 어머니의 영정을 껴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화재가 발생한 21일 교회에서 봉사활동에 쓸 음식을 장만한 뒤 “힘들다”며 스포츠센터 건물 2층 사우나에 갔다가 숨졌다. 한 지인은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제일장례식장에선 이모 씨(76)와 추모 씨(69·여) 부부의 영결식이 열렸다. 금실 좋았던 부부는 목욕을 하러 함께 사우나에 갔다가 화를 당했다. 사위는 “아버님이 평소 살갑게 어머님을 돌보셨다. 어머니가 여탕에서 안 나오시니까 아버지가 어머니를 찾으려다 돌아가신 것 같다”며 애통해했다. 제천 중앙성결교회에서는 숨진 박한주 목사(62)와 박재용 목사(42)의 추모 예배가 열렸다. 신도들은 “두 목사님이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대피시키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제천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23, 24일 3800여 명이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23일 발인식을 한 장모 씨(64·여)의 남편 김모 씨(65)는 분향소에서 “다 필요 없어. 우리 ○○ 없이는 살지를 못해”라며 울부짖었다. 제천=김배중 wanted@donga.com·조응형·전채은 기자}

    •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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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4년 장학생 합격한 효녀, 알바 구한다며 센터 갔다가…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를 덮친 화마(火魔)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던 어머니들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갔다. 22일 오전 제천명지병원에 마련된 최모 씨(46) 빈소를 지키던 고등학교 교복 차림의 둘째 딸은 울먹였다. “나 대학 붙었다고 내년 1월에 베트남 여행가자고 했잖아. 이게 뭐가 슈퍼우먼이야….” 숨진 최 씨는 입버릇처럼 “우리 딸 대학 붙으면 해외로 가족여행 가자”고 말했다. 최 씨는 가족에게 ‘슈퍼우먼’이었다. 제천시내 모 고교 급식실 조리반장이던 최 씨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얼마 전까지 우유와 신문을 배달했다. 그러면서도 하루도 운동을 빼먹지 않았다. 참사 당일인 21일 학생들 점심을 책임지고 난 뒤 운동을 하러 스포츠센터로 갔다. “왜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느냐”고 시어머니가 걱정하면 “엄마, 애 셋 키우려면 이렇게 해야 돼”라며 웃어 넘겼다. 최 씨는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꼭 아빠, 엄마라고 불렀다. 자식은 그에게 늘 자랑거리였다. 최 씨는 과외 한 번 안 받고 서울의 대학에 입학한 맏딸을 대견해했다. 올해 둘째가 수시로 대학에 입학한 것도 언니가 영어공부를 도와준 덕분이라며 뿌듯해했다. 그러나 최 씨는 전날 오후 4시 15분경 남편 이모 씨(51)에게 “여보, 정말 여기 불 났네…. 나 지금 옥상인데…”라며 전화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 전화를 받지 못했다. 소방관들은 그의 시신을 스포츠센터 7층에서 발견했다. 영정사진 앞에서 남편은 아이들과 오열했다. 15세 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정모 씨(56)는 엄격하지만 잔정이 많은 엄마였다. 정 씨는 딸에게 “세상을 강하게 살라”며 종종 꾸짖었다. 스포츠센터 2층 목욕탕에 가기 전 그는 딸이 다니던 중학교를 찾았다. 평소 딸이 좋아하는 브라우니를 담은 봉투를 양손 가득 든 채였다. 정 씨는 딸에게 봉투를 건네며 “오늘 축제잖아. 친구들과 맛있게 나눠 먹어”라고 말했다. 축제 끝나고 저녁에 보자던 정 씨의 그 말이 딸에게 남긴 ‘유언’이었다. 정 씨의 딸은 “나 강하게 크라고 이렇게 떠나는 거냐”며 눈물을 흘렸다. 스포츠센터 2층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지 못하고 숨을 거둔 다른 정모 씨(53)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했다. 음식점을 하는 정 씨는 겨울이 되면 엄동설한을 견뎌야 하는 달동네로 연탄을 날랐다.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정 씨는 최근 “운동을 열심히 해야 봉사활동도 잘할 수 있다”며 오래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사고 당일도 운동을 마치고 목욕하다 변을 당했다. 정 씨의 딸은 엄마가 홀몸노인을 돕는 데 열중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광주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딸은 눈을 감은 엄마의 얼굴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서울 소재 여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할 예정이던 김모 양(18)의 빈소는 이날 제천보궁장례식장에 차려졌다. 화학을 유독 좋아했던 김 양은 대학에서도 화학공학을 전공할 계획이었다. 사고 당일 스포츠센터 매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면접 보러 갔다고 한다. 치킨집을 하는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다며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아르바이트 자리 찾기에 나섰다고 한다. 부모는 딸의 죽음을 지금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양의 할아버지는 “명절 때면 그동안 내가 준 용돈으로 영양제나 옷을 사오던 착한 손녀였다”며 눈가를 훔쳤다. 올 5월에 찍은 졸업사진은 영정사진이 됐다. 긴 생머리의 김 양은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홀로 아들을 잘 키운 신모 씨(53)도 차갑게 식은 몸으로 오빠를 마주했다. 제천서울병원 빈소에 온 오빠(63)는 “만나서 할 얘기가 있었는데 ‘절에 가서 오빠 좋아하는 새알심 넣은 팥죽 끓여올게’ 하더라고요. 내일이 동지라면서….” 독실한 불교신자이던 신 씨는 참화를 당하기 전 절에 들렀다고 했다. 오빠는 “어렵게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도 늘 밝던 동생이 무심히 갔다”고 말했다. 사망자들의 합동분향소는 23일 제천실내체육관에 차려질 예정이다.제천=김배중 wanted@donga.com·조응형·정다은 기자}

    •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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