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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71)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강경해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선봉에 나섰다. 볼턴 보좌관은 일주일간 6개 언론사와 연쇄 인터뷰를 갖고 대북 압박과 경고 메시지를 쏟아냈다. 북한과 ‘빅딜(big deal)’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볼턴 보좌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북한과의 협상 재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골적 北 불신 드러내는 강경파 볼턴 보좌관은 10일(현지 시간) 미 ABC방송 및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 한 번 깜빡임 없이(unblinkingly) 정확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단계적 비핵화가 아닌 일괄 타결, 즉 빅딜을 고수하겠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술책에 속아 넘어갔던 전임 대통령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지렛대(leverage)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차 정상회담 결렬 직후 “미국은 그 나라(북한)를 인치 단위로 파악하고 있다(We know every inch of that country)”고 말한 바 있다. 제3차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관계에 자신을 갖고 있다.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3차 회담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단기간에 어렵지 않겠느냐는 뜻을 드러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북한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오바마, 부시, 클린턴 정부가 모두 북한과의 협상에서 실패했던 전례를 환기시키며 “북한은 1992년부터 최소 5번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동안 비핵화를 전혀 안 했다. 흥미롭지 않냐”고 반문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놀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나는 북한을 조지 W 부시 정부 때부터 봐 왔다.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그 어떤 ‘게임’도 더 이상 나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며 냉소적인 면모를 보였다.○ ‘볼턴의 시대’가 온다 외교 전문가들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넸다는 빅딜 문건도 볼턴 보좌관이 주도해서 작성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의 영향력은 지난해 제임스 매티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행정부 내 소위 ‘어른들의 축’이 줄줄이 퇴장하면서 점점 확대됐다. 미 정치전문지 애틀랜틱은 4월호에서 “오로지 대통령의 질문에만 답하는 볼턴이 미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됐다”며 “볼턴은 김정은을 적으로 여기고 있으며 할 수만 있다면 북-미 협상을 결렬시키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식 해법’(선비핵화, 후보상)을 떠오르게 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것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월 말 밝힌 ‘동시적·병행적 이행’ 기조와 꼭 상충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한 국내 외교 소식통은 “볼턴이 ‘일괄 타결’을 강조한 것은 비핵화의 정의와 로드맵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비핵화의 최종 지향점이 없는 상태에서 ‘동시적 이행’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과 비건 대표가 방점을 찍는 지점이 다를 뿐이지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를 포함하는 ‘비핵화’의 로드맵을 그린 뒤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진행하는 것은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적인 ‘북한 비핵화 구상’이라는 뜻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 기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에 점차 강경해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선봉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있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 일주일 간 6개 언론사와 연쇄 인터뷰를 갖고 대북 압박과 경고 메시지를 쏟아냈다. 초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그가 전면에 다시 나서면서 북한과의 협상 재개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커졌다. ●노골적 北 불신 드러내는 강경파 볼턴 볼턴 보좌관은 10일(현지 시간) 미 abc방송 및 폭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이어갔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인터뷰에 출연해 ‘미국이 북한 내부동향을 속속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 단속에 나서는 모양새다. 16분간 진행된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만 10분 이상 진행됐다. 볼턴 보좌관이 하노이 회담 전까지 베네수엘라 사태에 집중하며 북한 문제에는 침묵해왔던 것과는 크게 달라졌다. 앞서 CBS, CNN,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 등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 강화 방침과 향후 대북정책 방향을 밝혔던 볼턴 보좌관은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는 북한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앞선 3개 전임 정부가 모두 북한과의 협상에서 실패했던 전례를 환기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술책에 속아 넘어갔던 전임 대통령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의무사항을 자동적으로 지킬 것이라고 전제했던 게 실수”라며 “북한은 1992년부터 최소 5번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확약했었다”고도 지적했다. “북한이 그러면서도 그동안 비핵화를 전혀 안 했다”며 “흥미롭지 않느냐”고 진행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놀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나는 북한을 조지 W 부시 정부 때부터 봐 왔다”며 “비핵화와 관련된 그 어떤 ‘게임’도 더 이상 나를 놀래키지 않는다”고 답했다. ●‘볼턴의 시대’가 온다 ‘행동 대 행동’ 혹은 동시적· 병행적으로 표현되는 단계적 비핵화 접근방식을 접고 일괄타결식 ‘빅딜’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는 볼턴 보좌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는 ‘빅딜’ 문건도 그가 주도해서 작성했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리비아식 모델’을 거론했다가 북한의 반발을 샀다.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으로 요약되는 리비아식 모델은 북한이 빅딜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이행해야 경제적 상응조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하노이 회담 직전까지 추진해온 단계적 접근방식과는 차이가 크다. 회담 결렬 이후의 대북 협상 방향이 볼턴 보좌관의 구상대로 정비되면서 워싱턴 일각에서는 “리비아식 모델로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온다. 대북정책에서 확대되는 그의 영향력은 지난해 제임스 매티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퇴장하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에서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NSC 내부 회의는 물론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과도 거의 회의를 하지 않은 채 정보 및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지 애틀랜틱은 최신호에서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만 답을 하는 볼턴 보좌관은 이제 미국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됐다”고 평가했다. 애틀랜틱은 그의 주변 사람들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은 김정은을 적으로 여기고 있으며, 할 수만 있다면 북-미 협상을 결렬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8일 정식 서명한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액(1조389억 원)을 한미 양측의 서면 합의로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1+1’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분담금 총액부터 원점에서 새롭게 협의해야 하는 11차 협상 개시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 총액부터 원점에서 다시 협상할 듯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0일 “다음 달 초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고 발효되면 곧바로 차기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차 협상팀의 규모는 물론이고 협상 개최 시기나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차 협상팀을 진두지휘했던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물러나고 신임 협상특별대표가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티머시 베츠 협상대표의 대표직을 연장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협상 개시는 두 정부가 새 협상팀을 언제 꾸리느냐에 따라 한두 달 순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협상의 핵심 쟁점은 우리가 내야 할 분담금 총액이다. 미국의 끈질긴 증액 요구와 정부의 반발로 11개월의 진통 끝에 10차 분담금을 겨우 정했지만 미국은 벌써부터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수준에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향후 동맹국들에 전체 미군 주둔 비용보다 50% 증액된 금액을 부담하게 하는 방안을 구상했다고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주둔비용 플러스 50’이라고 부르는 공식은 그가 참모들과 사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최대의 청구(maximum billing)’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 공식 정책 제안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일부 당국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둔비용+50’ 공식은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WP는 “내년에는 한국이 ‘주둔비용+50’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청구’ 전략에 부딪힐 첫 번째 동맹국으로 한국을 꼽았다. ‘주둔비용+50’ 공식을 적용하면 현재 우리 정부의 분담액이 대략 전체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으로 추산되는 만큼 1조389억 원에서 2배인 전체 비용에 또다시 1.5배를 곱한 3조1167억 원짜리 청구서를 받아 들 수 있다.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관한 워싱턴 풍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새 협상을 앞두고 검토(review)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전체 주둔 비용의 150%를 협상 출발점으로 삼게 되면 깎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11차 협상이 또 올해 말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막판에 1조389억 원의 1년 연장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건 워싱턴 기류와는 무관한 희망이 담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 요구 일단 11차 협상이 개시되면 미국이 내놓을 분담금 총액을 깎을 수 있는 촘촘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중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차 협상 과정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우리에게 일부 부담하게 하려고 이 항목을 신설하려 했다가 철회했다. 정부가 “미군 주둔경비를 분담하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다”며 강경하게 반대한 결과다. 현재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으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비용, 군수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하지만 올해 독수리훈련처럼 핵추진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을 전개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이 폐지 및 축소된 만큼 전략자산 전개에 따른 ‘별도 추가 비용’을 또다시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준비와 불안한 북-미 관계도 분담금 증액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증액 욕구를 부추길 수 있다. 한편 미 행정부는 11일 7500억 달러(약 852조7500억 원)에 달하는 2020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공개한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여기에는 기본방위예산(5440억 달러)과 해외 비상운영예산(1640억 달러), 국경장벽 건설 등 긴급자금(90억 달러)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국방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4.5% 늘어난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 오던 동시적, 병행적 비핵화 접근 방식을 사실상 접었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으로 워싱턴의 대북 기류가 점차 강경해지고 있는 것이다.○ ‘단계적, 동시적’ 로드맵의 종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미국의 향후 대북 협상 방향을 설명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이 정부에서 단계적 접근(step-by-step approach) 방식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아예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한 ‘빅딜’을 놓고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상 실무팀 간 의견이 다른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고위 당국자는 “1994년 제네바 합의 및 6자회담 등 북한과 오랫동안 협상을 하면서 점진적인(incremental) 방식을 시도했지만 솔직히 모두 실패했다”며 “이번에는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단계별로 조합해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는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 구상을 접고, 일괄 타결을 뜻하는 ‘빅딜’ 방식을 밀고 나가겠다는 방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했던 모든 약속들을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단계적 접근 방식을 언급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이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8일(현지 시간)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 내부 강경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영변은 물론이고 전체 대량살상무기(WMD)의 폐기 결단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어서 합의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화염과 분노 2.0 버전’ 경고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의회나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물론 북-미 협상에 관여해 왔던 행정부 관계자들도 강한 대응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이는 북한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뻣뻣한 태도로 일관하며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아 협상 관계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더 이상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 테스트도 없다”며 과시해 온 주요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가 뿌리부터 흔들린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작업이 2월 중순에 시작됐다는 소식도 미국을 속인 행위라는 점에서 강경파들을 자극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국방연구국장은 “빅딜 요구에 화가 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화염과 분노 2.0’ 버전(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AFP통신은 8일 미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는 자신과 김정은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과거 비핵화 협상과의) 차이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니 타운 38노스 연구원은 “북한은 ‘전통적이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 그들에게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최지선 기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대응 및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를 한국 측에 상세히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측은 현 시점이 북-미 대화 진전에 매우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대북 공조와 관련하여 긴밀한 조율을 지속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이번 회동 결과를 알리며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조율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FFVD’ 관련 내용이 국무부 자료에 포함된 것을 두고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적합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이달 중 한미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도 면담했다. 양국 북핵 수석대표는 이날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업무오찬 형식으로 한미일 3자 회동도 진행했다. 악화된 한일 관계와는 별개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행보로 해석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지훈 기자}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을 관장하는 북한 국가우주개발국(NADA)의 평양 위성관제센터 인근에 지난 수개월 동안 새로운 건물 단지가 빠르게 들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공사는 지난해 하반기 사실상 완료됐으며 2월까지도 추가 공사가 진행된 것이 위성사진 판독 결과 확인됐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을 준비하면서도 꾸준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발사체(미사일) 관련 시설 확장에 나선 것.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건,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 물자 이동에 이어 NADA의 시설 증강도 확인되면서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능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전으로 복귀한 ‘동창리’ 북한전문매체 NK프로는 6일(현지 시간)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 랩스가 지난해 9월 22일부터 올해 2월 26일까지 NADA의 평양 위성관제센터 주변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새 복합단지 건축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NK프로는 복수의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 우주 프로그램과 연관된 연구실, 박물관 또는 행사용 시설일 수 있다”고 전했다. NADA는 북한이 우주발사체 및 인공위성을 개발하기 위해 2015년 설립한 기관이지만 인공위성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에는 별 기술적 차이가 없다. 북한은 그동안 로켓 발사에 대해 ‘위성 실험’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따라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중순부터 일부 재건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선 이번 주에도 활발한 활동이 이뤄졌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7일 전했다. 2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발사장 중앙을 지키고 있던 ‘궤도식 로켓 이동 건물’이 6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선 동쪽으로 80∼90m 이동해 ‘주 처리 건물’ 옆에 자리 잡은 것. 앞서 미사일을 조립한 뒤 이를 싣고 발사대까지 철로식 궤도를 따라 이동시키는 구조물인 ‘궤도식 로켓 이동 건물’은 발사장의 일부 해체 작업이 시작된 지난해 6월 이후 발사대와 비교적 가까운 발사장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발사장 중앙에서 이 건물은 외벽이 철거되는 등의 작업을 거쳤다. 하지만 2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외벽이 재건된 모습이 확인됐고 주변엔 2대의 지지 크레인이 등장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그러더니 6일 사진에서는 지면에 깔린 선로를 따라 80∼90m 이동해 ‘지난해 6월 1차 북-미 회담 이전 위치’로 돌아간 것. VOA는 “건물이 제자리로 돌아간 사실을 통해 이동에 필요한 선로 등이 한 번도 해체된 적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16일 (동창리 재건 움직임이 처음) 포착된 것이어서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2차 회담 전) 미국을 미리 압박하기 위해 동창리 시설을 활용하다가 합의문 결렬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반발 차원에서 같은 시설의 활용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도발 시그널 보내면서 3차 회담 제안할 수도 북-미가 여전히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서거나 신형 ICBM 발사 같은 대형 도발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형 도발 이후엔 상당 기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평화적 목적의 우주 발사체 개발을 내세우며 북한이 엔진 시험 등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로켓 추진체 실험을 단행하며 3차 정상회담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새로운 길’이 ICBM 도발일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한은 하노이에서도 ‘여차하면 (동창리 재건으로)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며 “(북한은)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대처하겠다는 의도이고, 도발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는 걸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조야도 북한 미사일 정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며칠 만에 드러난 이번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성과로 주장해온 미사일 시험발사의 유예를 북한이 끝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있어 불길한 징후(ominous sign)”라고 지적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조지프 버뮤데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사진)은 6일(현지 시간) “북한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대의 복구 움직임은 북한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비상 계획(contingency plan)’의 첫 단계”라며 “유사한 움직임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위성사진을 들여다보니 4일 전 보고서를 썼을 때보다 더 진전이 있었다”며 “동창리 수직 엔진시험대와 발사대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분석관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연구원을 지낸 버뮤데즈 연구원은 2일 동창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북한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펴내 주목을 받았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동창리 기지 복구는 미국을 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화가 나 있다는 시위를 하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 “대북제재를 해제하라”고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뜻이다. 그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복구 움직임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2일 포착된 것에 대해 “이런 작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사전에 준비해 놓았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회담 결과에 따른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에 따른 비상 계획에 따라 복구 준비를 미리 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북한은 이런 식의 비상 계획을 짜고 집행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1회성 단발’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계속 비슷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도 최근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의 모든 미사일 프로그램은 다 연결돼 있다. 산음동 기지의 복구 흐름도 당연히 동창리와 연관이 있다”고 했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물자 이동의 증가 움직임 등을 포착해 국회에 보고한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는 북한 탄도미사일 생산 거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 사용을 저울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이 당장 로켓을 발사하는 등의 도발을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이는 전적으로 향후 북-미 간 후속 실무대화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5일(현지 시간)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북 강경파인 그는 물론이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 인권을 거론했고, 미 의회마저 제재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대북 제재라는 ‘채찍’으로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면 지금까지 부과돼 온 참담한 경제 제재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과거 로버츠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북한에 했던 ‘미국은 같은 말(馬)을 두 번 사지 않는다’는 언급을 다시 하며 북한에 속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2일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에 관해 “끔찍한 인권 유린이 매우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 우리는 이를 고치고(fix) 바로잡으려고(correct) 한다”고 했다. 그는 그레이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누가 웜비어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북한 정권”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웜비어의 죽음을 몰랐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을 믿는다고 한 뒤 나온 비난 여론을 진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2일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5일 뒤늦게 공개했다. 대북 제재를 위반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해외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에게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도 미 상원에 상정됐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크리스 밴 홀런 의원(민주)과 팻 투미 의원(공화)은 이런 내용을 담은 ‘오토 웜비어 브링크(BRINK)’ 법안을 이날 공동 발의했다. ‘대북 은행업무 제재법안’으로 풀이되는 브링크 법안은 북한의 잇단 핵과 미사일 도발로 긴장이 고조되던 2017년 당시 제115대 의회에서 처음 발의된 뒤 회기 종료로 지난해 말 자동 폐기됐다가 다시 발의됐다. 웜비어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였다. 이 법은 북한의 석탄, 철, 섬유 거래와 해상 운송, 그리고 인신매매에 관여한 모든 개인과 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도록 의무화해 국제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밴 홀런 의원실은 설명했다. 밴 홀런 의원은 성명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의회가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밝혔다. 투미 의원은 “경제 제재를 부과해 북한 정권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미국 혹은 북한과의 거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강경파인 그는 물론이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대북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의회마저 제재 강화에 나서는 움직임이 이날 동시에 터져 나왔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대북제재라는 ‘채찍’으로 북한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면 지금까지 부과돼온 참담한 경제 제재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은 그들이 과거 정권에 팔았던 같은 말을 두 번 사지 않는다”는 비유를 다시 언급하며 “북한은 돌아가서 자신들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압박도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일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끔찍한 인권 유린이 매우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며 “우리는 그걸 고치고(fix), 바로잡으려고(correct)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레이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누가 오토 웜비어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북한 정권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웜비어의 죽음을 몰랐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을 믿는다고 한 뒤에 나온 비난 여론을 진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2일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5일 뒤늦게 공개했다. 대북 제재를 위반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해외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에게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도 미 상원에 상정됐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인 크리스 밴 홀런(민주당) 의원과 팻 투미(공화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오토 웜비어 브링크(BRINK)’ 법안을 이날 공동 발의했다. ‘대북 은행업무 제재법안’으로 풀이되는 브링크 법안은 북한의 잇단 핵과 미사일 도발로 긴장이 고조되던 2017년 당시 제115대 의회에서 처음 발의된 뒤 회기 종료로 지난해 말 자동 폐기됐다가 다시 발의됐다. 웜비어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였다. 이 법은 북한의 석탄, 철, 섬유 거래와 해상 운송, 그리고 인신매매에 관여한 모든 개인과 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도록 의무화해 국제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밴 홀런 의원실은 설명했다. 홀런 의원은 성명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의회가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밝혔다. 투미 의원은 “경제제재를 부과해 북한 정권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미국 혹은 북한과의 거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검증의 칼을 빼어들자 백악관이 거친 비난성명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긴장감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하원 법사위는 4일 백악관을 비롯한 81개 기관과 단체, 개인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 의혹과 관련한 정보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3월 18일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대상에는 백악관과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등 행정부뿐만 아니라 트럼프재단을 비롯한 트럼프 측 기업과 후원단체들까지 대거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보좌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전·현직 참모진도 명단에 들어 있다. 조사 내용에는 ‘러시아 스캔들’은 물론이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해임을 비롯한 특검 수사 방해, 대선 과정의 비위, 사업상 위법 행위 등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총망라돼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에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러시아와 공모한 유일한 사람이 ‘사기꾼’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아주 미쳐가고 있다”며 “81개의 서한이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히려고 보내졌다. 그들(민주당)은 우리나라(미국)를 위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비핵화의 불가역적 단계’라고 평가하며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추진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서구 주요 언론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문 대통령이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을 두고 외신들은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는 발언”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런 한국 정부의 입장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 시간) ‘문(대통령)이 북한의 핵 제안을 칭송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섰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반겼고,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북한의 버전대로 ‘부분적인’ 제재 해제가 논의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내놓은 협상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평가가 미국과 다르다고 지적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며 “이들 시설은 북한에 현금을 공급하는 곳으로, 재개하려면 미 재무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FP통신도 “영변은 북한의 유일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그 폐쇄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종료 신호는 아니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북한 비핵화가 불가역적인 단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대북제재를 북한에 대한 주요한 지렛대로 여기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남북경협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한미 양국 간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칙적 태도만 되풀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나는 그것(협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앞으로 수주 내 평양에 (실무협상)팀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룬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빛나는 경제적 미래를 얻겠지만 만약 핵무기를 가진다면 그 어떤 경제적 미래도 갖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옥슨힐 게일로드 내셔널리조트에서 열린 미 보수 진영의 연례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그것은 그들(북한)에게 정말 나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28일 정상회담 합의 결렬 직후 폭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았다”며 “어쩌면 나도 김 위원장도 모두 준비가 안돼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상태로 합의서에 서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고, 그래서 김 위원장에게 “이봐. 이건 잘 안될 것 같아”라고 말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가 진짜 (북핵 폐기) 프로그램을 갖지 못한다면 제재를 완화해주기를 원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그들도 준비가 안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적으로 이해한다. 그들이 그걸(핵 프로그램을) 구축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개성이 강한 사람(a real personality)’이라는 표현과 함께 “예리하며 종잡을 수 없다(pretty mercurial)”고 평가했다. “회담을 결렬시킨 것이 당신의 선택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둘 다(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선택이라고 해두자. 내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만 답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하노이 회담의 결렬은 지난달 27일 만찬에서 이미 예고됐다고 한다. 원탁 테이블에 어깨를 맞대고 앉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모든 핵과 미사일 폐기+제재 완전 해제’라는 빅딜을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이 그 자리에서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음 날인 28일 오전 정상회담은 처음부터 긴장된 분위기였다고 NYT는 전했다.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빅딜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젊은 북한 리더의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며 ‘스몰딜’ 수준의 합의는 받아들이지 말라고 충고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영변이 북한 주장대로 핵 생산시설의 핵심일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제2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물론이고 제3, 제4의 시설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정보기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대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국장(사진)은 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에 추가로 요구한 부분이 제2의 우라늄 농축시설이라면 이는 강선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말했다. 루이스 국장은 지난해 7월 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강선 핵시설 위치를 평안남도 남포시 천리마 구역으로 지목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한 핵 안보 전문가이다. 그는 “강선 핵시설은 여전히 활동 중”이라며 “열화상 이미지(thermal image)로 볼 때 주요 시설들이 따뜻해 눈이 쌓이지 않으며, 그 일대에 차량과 인력도 꾸준히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보다 먼저 지어진 강선은 2000∼2005년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국장은 “북한이 제재가 느슨했던 시기에 원심분리기 재료를 외부에서 반입해 설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며 “당시 북한 투자의 핵심이 여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강선 핵시설 규모와 관련해 그는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장해온 현재의 영변 핵시설과 비슷한 규모”라며 “원심분리기는 4000∼6000개 정도 설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선까지 포함하는 핵시설에서 북한이 연간 생산하는 핵무기는 10여 개(dozen)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추산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영변 핵시설만으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다 생산하기에는 너무 작습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관련한 현재 추산은 실제보다 작거나 저평가됐다고 봅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사진)은 2일(현지 시간) 하노이에서 결렬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장을 걸어 나온 것은 잘한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북제재를 전면적으로 해제하는 수준의 상응조치를 논하기에는 영변 핵폐기 카드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난해 5월 ‘강성’이라는 이름으로 강선 관련 상세 보고서를 작성한 핵 안보 전문가. 과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이라크 핵무기 사찰관으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비밀 핵시설을 꾸준히 추적해왔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여러 정보기관 중 최소 3개 기관의 추산치와 분석이 달랐다”며 “원심분리기가 없다는 분석에서 6000개, 1만2000개까지 크게 차이가 났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정보기관은 이 시설을 실제 가동되는 우라늄 농축시설로 판단하고 있으며, 최대 1만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있다는 추산을 바탕으로 한다면 강선은 영변의 3배 크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우라늄 농축시설은 은닉하기 쉬워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북한이 신고해야 정확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신고를 바탕으로 해야 정확한 비핵화의 협상 목표와 전략이 나올 수 있다”며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 필요성을 강조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움찔했을 것이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서 난생처음 기자들의 직접 질문과 답변을 요구받았을 때 분명 그렇게 보였다. 하노이 미디어센터에 모인 내외신 기자들은 처음 보는 장면에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역사적인 ‘하노이 선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달 28일 아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 참모진이 배석하는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은 공개 행사였다. 김 위원장에게 ‘북한 인권문제도 논의되느냐’는 돌직구 질문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었다. 그는 인권 관련 질문에는 “모든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을 가로채며 넘어갔지만,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의 답변이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관전했다. 리용호 외무상이 “이제 기자들을 내보내는 게 어떻겠느냐”며 제지하려 했을 때에도 “나는 김 위원장의 대답을 들어보고 싶다”며 기자들을 거들었다. 리얼리티쇼 진행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은둔의 나라’ 북한의 지도자가 회담 과정에서 직면한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확대 정상회담이 시작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오찬과 공동합의문 서명식이 전격 취소됐을 때 기자들은 “인권 질문에 열 받은 김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을 뒤엎은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회담 판을 엎어버린 것은 그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대북제재 전면 해제 수준의 ‘값’을 쳐줄 수 없다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련 없이 회담장을 털고 일어났다. 웃으면서 헤어졌다지만 김 위원장으로서는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얼한 또 하나의 돌발 상황임이 분명했다. 쇼맨십이 강하고, 거친 방식의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스타일을 김 위원장이 몰랐을 리 없다.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하겠다며 그 유일한 상대로 찍은 한 사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8개월간 빈틈없이 연구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매일 추적하고 각종 언론 분석과 기사도 속속 보고받았을 것이다. 언제라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그의 기질과 불예측성은 협상의 변수가 아닌 상수였다. 그런데도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톱다운 방식을 고집한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자초한 셈이 됐다. 모두가 알고 있는 ‘트럼프 리스크’를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사랑’이니 ‘친구’니 하는 포장에 감춰진 칼을 보지 못했다. 빈손으로 홀로 남겨진 김 위원장을 보면서 일부 취재진은 “안됐다”며 동정론을 나타냈다. 한 기자는 “준비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이런 결과를 피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실무회담에 북한이 일찌감치 응했더라면, 정상회담 날짜만 조르지 말고 비핵화 의제에도 관심을 보였더라면, 정상회담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차일피일 답변을 미루지 말고 실무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하노이에서의 실패는 김 위원장에게 톱다운 방식의 한계를 절감하게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까다롭고 복잡한 비핵화 협상이 정상 간 친분만으로 풀릴 수 없음을 깨닫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간단치 않은 상대와 난제를 협상할 때는 실무 선에서 다져진 디테일이 받쳐줘야 하는 법. 김 위원장의 다음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새로운 친서가 아니라 실무협상팀에 힘을 실어주는 훈령이 돼야 한다. ―하노이에서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때로 (협상장에서) 걸어 나와야 할 때도 있다.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전격 결렬된 이유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북-미 간 가장 큰 쟁점이었던 대북제재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로는 합의문에 서명할 수 없었다는 것. 그렇게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상세한 설명과 다소 장황한 해명이 뒤섞인 기자회견을 37분간 이어갔다.○ 정상회담 깨버린 제재 간극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문제가 됐다”며 “북한은 제재를 완전히(entirely) 다 해제하기를 원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해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영변의 핵시설이 대규모임은 분명하지만 이것을 해체하는 것만으로 모든 제재를 없앨 수는 없었다”며 “북한은 우리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폐기)하지 않고 덜 중요한 영역에 한해서만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분이) 믿든 말든 우리는 북한의 모든 부분(every inch of that country)을 파악하고 있고,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것을 받아내야 한다”며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협상장에서) 걸어 나와야 했다(walk away)”는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고농축우라늄 시설의 해체가 필요했지만 북한은 우라늄까지 (협상장에서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우리는 (비핵화의) 1단계에 해당하는 영변 핵시설 해체만으로 오랫동안 쌓아온 레버리지를 포기할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 협상카드로 내놨을 뿐 정작 문제가 되는 원심분리기 등 다른 지역에 은닉된 것으로 파악돼온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는 거부했음을 확인한 것. 미국은 그동안 대북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영변 이외의 ‘플러스알파’를 요구해 왔다. 협상 의제의 핵심 중 하나였던 사찰과 관련해서도 그는 “준비는 돼 있고 쉽게 할 수 있지만 정해진 일정표는 없다”고 했다. 영변 핵시설 이외의 핵 신고서 제출 및 미사일 프로그램 등 다른 의제들에 있어서도 여전히 간극이 크다는 사실도 기자회견을 통해 확인됐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핵화 로드맵의) 타이밍과 시퀀싱(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맞추는 것) 문제가 있었다”며 “미사일과 탄두, 무기 시스템 등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김정은, 핵실험 더 이상 안 하겠다 약속”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이번 회담에 쏟아질 비판을 의식한 듯 회담 결렬의 불가피성에 대한 해명도 쏟아냈다. 그는 “합의문이 마련돼 있었고, 오늘 무언가에 100% 서명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저 빨리 하는 것보다는 옳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대통령의 결정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전적으로 나의 결정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대답을 피해 갔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자신이 전임자들에 비해 이미 많은 것을 이뤄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언론의 비판과 달리 미국은 북한에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가진 경제적 잠재력을 언급하면서 “나도 그 나라가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 정말로 대북제재를 풀어주고 싶다”면서도 “그 딜은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no commitment)”라며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안 열릴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도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하노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27일(현지 시간) 오후 6시 28분, 성조기와 인공기가 각각 6개씩 교차해서 걸린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의 회담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시에 걸어 들어와 악수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260일 만에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일대일 만남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28일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진 이날 회담과 친교 만찬(social dinner)은 톱다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하노이 선언’의 최종 얼개와 내용을 결정하게 되는 사실상의 핵 담판.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다시 마주 앉은 두 정상의 미소 속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1차 때보다 높아진 초기 긴장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한 뒤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따뜻한 환영의 뜻을 표시하자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살짝 두드리며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오늘 만남이) 매우 성공적일 것으로 믿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평소보다 얼굴에 홍조를 띤 김 위원장은 자리에 앉은 뒤 “이런 훌륭한 회담 상봉이 마련되게 된 건 각하(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통 큰 정치적 결단이 안아온(가져온)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260일 동안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들이 있었고 적대적인 반응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마주 걸어서 하노이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두 손을 모은 자세로 시선을 바닥으로 깐 채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며 “이번에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경청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을 받은 뒤 “당신의 나라가 가진 경제적 잠재력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고 굉장하다. 경제발전이 이뤄지기를 바라며 그렇게 되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던 김 위원장의 표정이 풀리며 밝아진 것은 이 말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을 때였다. 영어 통역이 이뤄지기도 전에 의미를 알아들은 표정으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눈을 맞췄다.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본 몸짓언어 전문가 앨런 피즈 씨는 로이터통신에 “지난해보다 관계가 진전됐음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연습하고 연출된 몸짓”이라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이야기” vs “환상적 결과로 이어질 것” 이후 원탁 테이블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찬 대화는 경직됐던 일대일 회담보다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한쪽 팔에 손을 올리며 “좋은 사적 저녁식사만 한 게 없다”고 운을 뗀 뒤 앞에 서 있는 사진기자를 가리키며 “세상에서 가장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우리가 잘 나오게 찍어 달라”는 요청에 만찬장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30분이라는 (일대일 회담) 시간 동안에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이 그 대화를 들었다면 아마 (내용이 좋아서) 돈을 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내일은 매우 바쁠 예정이어서 오늘 식사는 짧고 굵게 할 것이다. 28일 정상회담에서 많은 일이 풀려 나갈 것이고 환상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며,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및 미국의 상응조치 수위와 내용이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날 만남은 하노이 회담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첫 단추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8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나는 자리인 만큼 (회담 의제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만찬 준비와 관련해 북-미 양측 실무자들이 모두 ‘최대한 간단한(super simple) 메뉴’를 주문해 셰프가 난감해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민감한 비핵화 의제가 논의되는 업무 만찬의 성격이 강한 만큼 화려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하노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일대일 회담을 갖기 전 각자의 방식대로 하노이 핵 담판을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지도부와의 연쇄회동 및 업무오찬을 하며 틈틈이 트위터로 비핵화를 촉구하는 등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내 친구(friend) 김정은에게 역사상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을 처음 ‘친구’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과시한 것. 이어 베트남 지도부와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주석궁에서 가진 응우옌푸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은 매우 짧은 시간에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다시 트윗을 올려 “북한을 경제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전까지 호텔에 머물며 회담을 준비했다. 전날 오후 50분간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이날 회담 전까지 하노이에서 보낸 31시간 중 30시간을 호텔에만 머문 것.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가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제2차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사업 정형을 보고받았다”며 김 위원장이 호텔방 내 원탁 테이블에 앉아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보고를 받는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맞은편에 앉은 김혁철에게 뭔가 지시하고 김혁철은 김 위원장을 보며 메모하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김 위원장의 오른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 배석한 리용호 외무상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왼쪽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앉았다. 하노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문병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26일(현지 시간), 2차 정상회담 결과물을 조율하던 북-미 실무협상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5시간 30분씩 연속 닷새간 협상을 이어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이날은 회동을 건너뛰었다. 비핵화 개념 재정립 문제와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 등을 두고 격론을 벌여온 양측은 합의문의 일부분을 공란으로 두고 최고위층의 ‘톱다운’ 결정으로 공을 넘긴 형국이다.○ 미국 “영변+α 폐기 안 하면 제재 해제 어려워” 앞서 총 19시간에 걸쳐 진행된 북-미 간 하노이 실무협상은 공동선언문에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담을 수 있느냐를 두고 원칙적인 수준에선 견해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는 김 위원장이 약속한 영변 핵시설 폐기가 선언문에 구체화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다만 서로의 요구치는 달랐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 ‘영변+α’, 즉 영변 핵시설 외에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까지 요구했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 해도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며 맞섰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시에 “영변 핵시설의 핵심 시설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하자”는 제안도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요구대로 폐기를 영변에만 국한한다면 ‘제대로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있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동결, 신고, 검증, 폐기 같은 절차는 물론이고 비핵화 시한도 선언문에 담고 싶은 미국이지만 북한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원점으로 돌아가 비핵화 개념을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미국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간의 간극을 없애는 노력이다. 하노이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아직 북-미 간에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의 범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북-미가 생각하는 비핵화 개념이 동일하다는 것을 선언문 앞부분에 명시 또는 암시(imply)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언 관련 문구, 선언문 반영 추진 북-미 정상의 2차 핵 담판을 앞두고 여러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하노이 현지에선 북한이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는 기류가 전해진다. 특히 미국이 가시적인(tangible)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원 포인트’ 면제가 가능하단 입장을 밝혔다는 전언도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26일(현지 시간)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잠정적인(tentative) 북-미 합의문 초안을 입수했다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는 대가로 미국은 남북 경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일부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복스는 이 밖에 종전선언과 미군 유해 추가 송환,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도 초안에 담겼다고 전하며 “비핵화 시간표는 설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종전선언 합의는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합의문에 종전선언이라고 명시하진 않되, 불가침 원칙이나 적대관계 해소를 약속하는 표현이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노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정은 특파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일정이 1박 2일로 최종 확정되면서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회담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60일 만에 서로 간의 ‘케미스트리’를 다시 맞춰 보는 ‘아이스 브레이킹’ 회담과 만찬이 비핵화 협상에 윤활유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공식 회담 전에 ‘회담+만찬’하는 북-미 정상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후 늦게 김 위원장과 일대일로 만나는 시간을 가진 뒤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친교 만찬(social dinner)’으로 진행되는데 두 정상 외에 양측에서 2명씩 배석해 모두 6명이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게 된다. 독대에 이어 최측근만 대동하는 사실상의 확대 회담인 셈이다. 미국 쪽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참석한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배석자로 확정됐고, 나머지 1명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유력하다. 만찬은 당일치기로 진행됐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는 없었던 일정으로,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28일 본격 회담에 앞서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스킨십과 함께 관계 진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며 좋은 관계를 거듭 강조해왔던 만큼 이런 ‘케미스트리’를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이는 동시에 만찬을 계기로 마지막까지 김 위원장을 압박하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의 구체적인 의제를 직접 챙기기보다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거론하면서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찬 장소로는 오페라하우스와 인근의 영빈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오페라하우스는 의전을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앞서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 곳이다. 만찬에 앞서 오페라하우스 내 공연을 함께 볼 수도 있다.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앞서 1 대 1의 만남 및 만찬이 추가되면서 두 정상은 28일 당일 단독 정상회담 및 확대 정상회담, 오찬에 이어 서명식까지 최소 6번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장 주변 산책 같은 이벤트까지 진행될 경우 두 정상이 얼굴은 맞대는 시간은 당일치기였던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의 4시간 45분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 장소 놓고는 마지막까지 ‘밀당’ 백악관이 이렇게 만찬 일정을 확정해 발표하는 것을 두고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어느 정도 진척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하노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하노이로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하루가 될 수도 있고 이틀이 될 수도 있다”며 상황에 따라 일정이 유동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실무회담 난항이 이어질 경우 정상 간 화기애애한 만찬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순조롭게 조율된 1박 2일의 일정과 달리 장소를 놓고는 북-미 간 신경전이 막판까지 계속됐다. 당초 미국 측이 멜리아 호텔에 설치하려고 했던 백악관 기자실은 김 위원장의 숙소가 같은 호텔로 정해지면서 막판에 급하게 국제미디어센터(IMC)로 이전했다. 멜리아 호텔 내 기자실 세팅이 거의 마무리 단계였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이전이 결정되자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장소 선정에서 미국이 계속 북한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은 앞서 회담 개최 장소로 다낭을 주장하며 사전답사팀을 보냈으나 결국 북한이 요구한 하노이가 낙점되기도 했다.하노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