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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제과점에서 인질극이 벌어진 지 이틀 만에 강남의 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한낮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모 씨(38)가 3일 오후 3시 4분경 서초구 서초동 L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칼에 찔려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하 2층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남성에게 칼로 찔린 뒤 100m 가까이 달아났다가 결정적인 상처를 입어 쓰러졌다. 현장에 비산흔(특정 방향으로 튀어 있는 혈흔)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 씨가 가해자의 공격을 피해 도망치면서 수차례 칼에 찔린 것으로 추정된다. 서초소방서 관계자는 “한 남자가 얼굴에 피가 흥건한 채 피를 토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 씨가 피를 흘리며 주차장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인근에 있는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오후 3시 38분경 숨졌다. 사인은 과다출혈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 씨의 고향 선배인 조모 씨(39)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 중이다. 조 씨는 이날 숨진 이 씨와 운전기사 이모 씨(34)를 경기 성남으로 불러 점심 식사를 한 뒤 “만날 사람이 있다”며 서초동 L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데려갔다. 경찰은 조 씨와 이 씨가 지하주차장에서 함께 내리고 운전기사 이 씨는 차를 몰고 나간 점으로 보아 조 씨가 피해자 이 씨를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광주 전남지역에서 사채업과 예식장업을 해왔다. 이 씨는 지난주 광주에서 운전기사 이 씨와 함께 서울에 올라왔다. 사라진 조 씨와 이 씨는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가 이 씨에게 돈을 빌렸는데 이 씨가 최근 빚 갚을 것을 독촉하면서 다툰 적이 있다는 것. 경찰은 조 씨가 후배인 이 씨에게 채무 상환을 요구받는 과정에서 모멸감을 느끼고 미리 살해할 것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 씨가 폭력조직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김모 씨(57)는 1일 오후 9시 23분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 제과점에 들어와 119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이마에는 피가 흘렀다. 그는 구급대가 도착해 응급처치를 하려 하자 갑자기 주방으로 뛰어 들어가 길이 43cm짜리 칼 두 자루를 양손에 쥐고 나오더니 매장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 A 씨(48·여) 바로 옆에 앉아 인질극을 벌였다. 김 씨는 경찰이 도착하자 왼손에 든 칼을 자기 목에 대고 오른손의 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며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미행해 죽이려 한다” “위협을 느껴 불안하다” “나를 한 방에 죽여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 10여 명이 제과점 안에 들어섰지만 섣불리 움직였다간 A 씨가 다칠 우려가 컸다. ‘범죄사냥꾼’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해 유명해진 이대우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1팀장(48)은 현장 사진을 찍어 서울지방경찰청 인질협상팀에 보내고 전화로 조언을 청했다. 인질범과의 친밀감 형성이 중요하다는 조언에 이 팀장은 제과점 안에 있던 경찰 일부를 내보내고 여경인 김은지 경장(32)을 불러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김 경장은 김 씨에게 “이마에 피는 왜 나는 건가요”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며 대화를 유도했다. 곧이어 여성 최초의 강력계장인 박미옥 강남서 강력계장(46)이 합류해 김 씨를 안정시켰다. 처음엔 “너희들도 나를 죽이려 한다”며 경계하던 김 씨는 세 경찰관의 끈질긴 설득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박 계장이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아무 죄 없는 이 분(A 씨)도 당신처럼 고통을 느껴야겠느냐”고 설득하자 김 씨는 2일 오전 0시 13분 A 씨를 풀어줬다. 이후 김 씨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하자 이 팀장은 “같이 담배 피우면서 이야기하자”며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김 씨는 곧 양손에 쥐고 있던 칼 두 자루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자수 의사를 밝혔다. 2일 0시 24분 제 발로 나오는 듯 했던 김 씨는 갑자기 테이블에 있던 포크를 집어 들고 자신의 목을 찌르려다 이 팀장에게 제압당해 끌려나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에 대해 2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감금)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 씨가 “4년 전부터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왔고 지난해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미뤄 정신질환을 앓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운영하던 의류업체가 망해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아온 김 씨는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식당 일마저 그만두게 됐다. 김 씨는 1일 오후 9시 15분 제과점 인근 찜질방에서 나와 건물 외벽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받은 뒤 제과점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조동주 djc@donga.com·권오혁 기자}

박모 씨(61·여)는 8년 전부터 큰딸(36), 작은딸(33)과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반지하 주택에서 살았다. 이들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작은 방 2개, 화장실과 부엌으로 이뤄진 10평 남짓한 공간에 살면서 구형 폴더 휴대전화 1대를 함께 사용할 정도였다. 박 씨는 12년 전 남편이 방광암으로 사망한 뒤 식당 일을 하며 홀로 생계를 책임졌다. 큰딸은 당뇨와 고혈압을 심하게 앓아 일을 하지 못했고, 작은딸은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일정한 직장이 없었다. 세 모녀는 26일 오전 8시 30분경 허름한 자택 침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 씨는 침대에, 두 딸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침대 옆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 1개가 은색 냄비 안에 담겨 있었다. 창문과 문 틈새는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청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방 구석의 종이박스 안에는 세 모녀가 키우던 고양이도 함께 죽어있었다. 가난한 가족의 슬픈 자살이었다. 침실 서랍장 위에 하얀 봉투가 놓여 있었다. 봉투 앞면에는 검은색 사인펜으로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봉투 안에는 현금 5만 원짜리 14장으로 70만 원이 들어 있었다. 8년 동안 함께 산 집주인 임모 씨(73) 부부에게 남긴 거였다. 세 모녀는 매달 20일 월세와 전기, 수도, 가스비 등 공과금을 내왔는데 8년 동안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다. 보증금 500만 원도 그대로였다. 38만 원이었던 월세는 지난해 1월부터 50만 원으로 올랐다. 공과금은 매달 20여만 원 정도 나왔다. 오른 월세와 공과금은 세 모녀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송파경찰서는 박 씨 가족이 20일 동네에서 600원짜리 번개탄 2개와 1500원짜리 숯 1개를 산 것으로 미루어 그즈음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보고 있다. 큰딸은 당뇨와 고혈압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도 제대로 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큰딸이 혈압과 당뇨수치를 직접 기록한 수첩이 발견됐지만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기록은 없었다. 두 딸은 신용카드 대금이 밀려 신용불량자 상태였다. 27일 찾은 세 모녀의 침실은 사람 셋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았다. 벽지가 낡고 해져 구석마다 콘크리트 벽이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었다. 두 딸이 썼던 방에 나란히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 2대는 노랗게 변색돼 있을 만큼 심하게 낡아 있었다. 우편함에는 이달 가스요금으로 12만9000원이 적힌 고지서가 꽂혀 있었다. 박 씨는 지난달 오른팔을 다쳐 식당 일을 못 하게 된 이후 생활고가 더 심해졌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떠날 만큼 집주인 부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했다. 임 씨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집에 TV가 켜져 있길래 사람이 있는 줄 알고 전기세 고지서를 전해 주러 문을 두드렸는데 반응이 없자 이상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다”며 “벽지가 뜯어지고 낡아 도배를 새로 해준다고 해도 ‘부담 되실 텐데 괜찮다’며 거절할 만큼 착한 가족이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조동주 djc@donga.com·황성호 기자}
명모 씨(27·여)와 곽모 씨(23·여)는 최근 절친한 사이인 정모 씨(33·여)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이들이 과거에 눈 코 가슴확대 등 다양한 성형수술을 했다는 걸 정 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소문내고 다닌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명 씨와 곽 씨는 25일 오전 3시경 정 씨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집을 찾아가 잔혹하게 보복했다. 자동차 열쇠로 얼굴과 온몸을 내리찍고 주먹과 발로 정 씨를 마구 때렸다. 강제로 정 씨의 옷을 벗긴 뒤 화장실로 끌고 가 뜨거운 물을 틀어 고문하고 알몸 동영상까지 촬영했다. 이들은 집단폭행 이후 태연히 정 씨의 집에서 잠을 자다가 5시간 만에 덜미를 잡혔다. 정 씨가 이날 오전 8시경 이들이 잠든 사이 집에서 도망 나와 행인에게 경찰에 신고해줄 것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집단폭행의 충격으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상해, 감금 등의 혐의로 명 씨와 곽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연예인 에이미(본명 이윤지·32)를 성형수술한 성형외과 원장의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다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입건된 경찰이 결국 파면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강남의 성형외과 최모 원장(43)이 김모 씨(37·여)를 성폭행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에 착수한 직후 최 원장에게 전화를 걸고 직접 만나 내사 사실을 알려준 성폭력전담수사팀 김모 경사(44)를 파면했다고 26일 밝혔다. 최 원장은 2012년 11월 24일 춘천지검 전모 검사(37·구속)의 협박 전화를 받고 전 검사의 여자친구 에이미에게 무료로 성형 재수술을 해주고 2250만 원을 건넨 인물이다. 강남서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입건된 김 경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21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최고 수준의 징계인 파면 조치를 했다. 친분이 두터운 사람의 사건을 회피하지 않고 직접 맡아 수사한 데다 수사 기밀을 당사자에게 미리 알려준 건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친분이 있는 자의 수사를 맡게 되면 공정성을 위해 친분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고 사건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 파면을 당한 공무원은 향후 5년 동안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퇴직급여를 절반만 받게 된다. 강남서는 김 경사가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인 ‘대포폰’을 사용해 최 원장과 연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경사가 지난해 10월 7일 최 원장에게 내사 사실을 알릴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가 김 경사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경사는 대포폰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폰의 존재와 관계없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52·구속)이 운영한 선거기획대행업체 CNP전략그룹(CNP·현 CN커뮤니케이션즈)이 제1금융권 노조위원장 후보의 선거기획 업무까지 맡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노조위원장은 당선 이후 CNP에 각종 노조 일거리를 맡겨왔다. 이 의원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운영해 온 CNP는 ‘RO(혁명조직)’의 자금줄로 의심받고 있는 조직이다. CNP는 2010년 12월 치러진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A 씨(45)의 선거기획 업무를 맡았다. 유세, 홍보물 제작 등을 책임지는 캠페인 비용은 2000만∼3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권자 1만7442명이 투표한 선거에서 A 씨는 B 후보(49)를 단 15표 차로 이겨 부정선거 논란이 일자 소송전 끝에 당선됐다. A 씨가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으로 취임한 2011년부터 CNP는 노조로부터 각종 일거리를 연달아 수주했다. 2011년 4월 CNP 계열사인 여행사 길벗투어는 1억1956만 원짜리 노조 행사인 ‘KB국민은행 우수조합원 베트남 연수’를 입찰을 통해 거머쥐었다. 노조 홈페이지 개발(500만 원)과 홈페이지 유지보수(연 500만 원), KB우리사주조합 공보물 및 웹진 디자인과 보이스메일 발송(320만 원), 20분짜리 노조 홍보동영상 제작(110만 원), 현수막(58만 원) 등도 CNP가 도맡았다. A 씨는 “3곳의 다른 금융노조 관계자들로부터 CNP가 일을 잘한다고 추천받아 처음 알게 됐다”며 “이후 CNP가 가격 대비 효율성이 좋아 여러 일거리를 맡겼다”고 말했다. 그는 우수노조원 해외연수 여행사로 길벗투어를 선정한 것에 대해선 “당시 입찰 경쟁을 한 3개 회사 중 가장 적은 금액을 써내 맡겼을 뿐 특혜를 준 게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공개입찰은 A 씨가 길벗투어를 밀어주기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며 엇갈린 주장을 했다. A 씨는 “CNP가 RO의 자금줄로 의심받아 압수수색을 당한 2012년 중순부터 괜한 오해를 살까 봐 모든 거래를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열린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다른 선거기획대행업체와 손잡고 재선에 도전했다가 패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부산외국어대 남자 신입생 일부가 수줍게 무대 위에 서 있다. 사회자의 진행으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무대 위로 데려오는 게임을 하던 중이다. 한 남자가 용기 있게 이상형을 찾으러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순간 무대 위 천장이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게임을 즐기던 신입생들의 환호성이 울부짖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붕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3초에 불과했다. 이는 경찰이 17일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6mm 비디오카메라 속 테이프를 복원하고 분석한 사고 순간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행사 장면을 촬영하다 숨진 최정운 씨(43)가 마지막으로 찍은 56분짜리 동영상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즐기던 신입생들이 갑자기 지붕이 무너지면서 혼란에 빠지는 장면이 생생히 담겨 있다. 지붕이 굉음과 함께 무대 쪽부터 도미노처럼 V자 형태로 무너져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3초였다. 당시 학생들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게임을 즐기느라 체육관 중앙에 몰려 있었는데 지붕이 V자 형태로 무너지다 보니 피해가 컸다. 체육관에 있던 560명의 학생은 무대 반대편과 좌우로 재빨리 흩어졌지만 붕괴 속도가 빠르고 인원이 많다 보니 다수의 사상자(10명 사망, 105명 부상)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에는 지붕 붕괴 직후 조명이 꺼진 암흑 속에 울려 퍼지는 처참한 비명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경찰은 유가족의 2차 피해를 고려해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시설 안전을 관리하는 직원을 12명이나 두고 있지만 참사 당시 체육관 인근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리조트에 따르면 이 직원들은 야간에 순찰을 돌며 시설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총학생회 간부 A 씨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과 20m 거리에서 체육관이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사고 직후 주변에 리조트 측 안전요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사가 난 체육관에 안전담당 정·부 책임자가 지정돼 있지 않은 데다 행사 대행업체가 총학생회를 대신해 리조트와 맺은 계약서에도 안전관리에 대한 조항은 없었다. 또 경찰은 참사 6일 전 리조트로부터 체육관 보강공사비 견적을 의뢰받아 현장을 살펴봤다고 주장한 울산의 건설업자 K 씨(57)의 신원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총학생회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경주의 K리조트에서 마우나오션리조트로 급하게 바꾼 배경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총학생회 측은 “학교가 금전 지원을 해줄 걸로 기대하고 K리조트를 예약했는데 지원이 없었다. 계약금을 못 내 계약이 파기되는 바람에 마우나오션리조트로 장소를 바꿨다”고 진술했지만, K리조트 총지배인은 “한 달 전에 총학생회 측이 행사 시설과 객실만 한 번 둘러보고 갔을 뿐 계약금에 대해선 일절 얘기하지 않고 이후 연락도 없었다”고 반박했다.경주=조동주 djc@donga.com·황성호/장영훈 기자}
채 꽃을 피우지 못한 열아홉 살 젊은이 등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17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참사 일주일 전 인근 지역에서 유사한 건물 붕괴사고가 잇따랐는데도 이 리조트를 비롯한 폭설지역 건물 운영자들에게는 어떤 경고 조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10일 오후 10시 20분경 사고 현장에서 불과 11km 떨어진 울산 북구 모듈화산업단지에서 리조트 체육관과 똑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자동차부품업체 금영ETS 공장 지붕이 무너져 내려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교생 김모 군(19)의 생명을 앗아갔다. 울산에서는 최근 계속된 눈 때문에 10, 11일 이틀 사이에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공장 네 곳이 붕괴해 2명이 목숨을 잃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 같은 정보가 주변 지역까지 공유만 됐어도 이번 참사는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리조트 측은 체육관 건물을 하중에 취약한 공법으로 지었으면서도 일주일 연속 내려 두껍게 쌓인 눈을 방치한 채 부산외국어대 새내기들을 맞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물대장 등에 따르면 이 리조트 체육관은 무게를 덜 받는 부위에 강철을 적게 사용하는 PEB(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s) 공법으로 지어졌다. 더구나 리조트 측은 경주에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 연속으로 눈이 내려 리조트 체육관 지붕에 80cm(추정) 가까이 눈이 쌓였는데도 이를 치우지 않았다. 리조트 측은 적정 수용인원 500명을 초과한 560명의 학생이 1205m²(약 365평) 넓이의 체육관에 밀집했음에도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체육관 건물은 2009년 9월 준공 이후 공식적인 안전점검을 한 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건물은 체육시설로 분류돼 있고 넓이도 5000m²(약 1513평)가 안 돼 현행법상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점검 대상이 아니었다.조종엽 jjj@donga.com / 경주=조동주 기자}

사고가 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강철 H빔으로 골격을 세우고 기둥 없이 외벽과 천장을 샌드위치 패널로 붙이는 PEB(Pre-Engineered Metal Building) 공법으로 지어졌다. 단층에 1205m², 높이 10m, 가로 36m, 세로 31m 규모다. 무너진 체육관 천장은 높이 10m에 ‘ㅅ’ 모양의 강철 H빔 7개가 6m 간격으로 골격을 이루고 그 위에 샌드위치 패널을 얹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이번 참사는 지붕을 지지하는 강철 H빔 7개 중 일부가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참사 현장에는 강철 H빔 여러 개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PEB 공법은 건물 내부에 기둥을 세우지 않고 건물 바깥쪽의 철골조로 모든 하중을 지지하도록 하는 방식이라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예상 하중에 따라 골격의 강도를 달리 해 하중을 많이 받는 부분은 강철을 많이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강철 사용을 줄이는 방식을 적용해 공사 비용을 15% 이상 줄일 수 있다. PEB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은 내부에 기둥이 없고 골격 강도도 각각 다르다 보니 지붕에 가해지는 하중을 정확히 예측해 설계에 반영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경주 울산 지역 건축사들은 평소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 특성상 건물을 신축할 때 과다한 적설량을 고려하지 않아 참사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지역마다 평균 강설량이 다른 점을 감안해 구조물의 적설하중치도 각각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경주 울산 지역의 적설하중 계수는 m²당 50kg(0.5kN/m²)이다. m²당 50kg의 눈 무게를 견뎌내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체육관 면적(1205m²)을 대입하면 60t의 무게만 견디도록 설계되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붕에 가해진 적설의 무게는 192t가량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건축사들은 적설하중 계수보다는 많은 무게를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하지만 이번에 이 지역에 내린 폭설은 평년치를 훌쩍 넘어 예상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게다가 리조트 측이 체육관 지붕에 쌓인 눈을 한 번도 치우지 않아 사고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의 한 건축사는 “평소 눈이 거의 안 오는 지역에선 적설하중량을 적게 예상해 건물을 짓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예상치 못한 폭설에 이런 참사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주경찰서는 체육관을 설계한 건축사 이모 씨와 체육관에 대해 구조안전확인서를 발급해준 대구의 한 시공업체 대표 박모 씨 등을 불러 건물 설계와 공사에 과실이 없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 씨는 1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고 소식 이후 마음이 아파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설계와 공사 감리에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사고 지역이 고산지대라 눈이 쏟아진 데다 쌓인 눈이 잘 녹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행사 진행 업체 카메라 감독 최정운 씨(43)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카메라를 확보해 사고 당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참사 당시 체육관에 있던 문 3개 중 동쪽에 있는 정문만 열려 있고 북쪽 출입문은 잠겨 있어 일부 학생들은 창문을 부수고 탈출하기도 했다. 서쪽 비상구의 개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리엔테이션 행사 진행 업체 측은 진행요원 15명만 배치하고 별도의 안전요원은 두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업체 대표 신모 씨(28)와 리조트 총지배인 박모 씨(51) 등을 불러 업무상 과실 유무와 지붕 제설작업을 하지 않은 경위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경주=조동주 djc@donga.com·정재락 / 조건희 기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17일 오후 2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음모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감색 양복에 노타이 차림으로 방청석에 있는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었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 등 변호인단 15명과 악수하면서는 특유의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의원은 김정운 부장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는 판결문을 읽어 나갔을 때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지만 내란음모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하자 얼굴이 굳어졌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2시간여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장문의 판결문을 읽었다. 재판장이 양형을 읽고 퇴정하자 일부 통진당 지지자는 “부끄러운 재판이다” “국정원 날조사건 반성하라”며 고함을 치고 “이석기 무죄”를 연호해 법정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법원 밖에서는 보수시민단체와 통진당의 맞불시위가 이어졌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원 등 700여 명(이하 경찰 추산)이 재판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시위를 벌였다. 오후 1시부터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등 500여 명이 자리를 이어받아 이 의원을 규탄했다. 통진당 측 400여 명은 오후 2시부터 법원 정문 건너편에서 이 의원의 무죄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유죄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단체는 “만세 삼창”을 외친 반면 통진당 측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수원=남경현 bibulus@donga.com·조동주 기자}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빌딩(555m·123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47층 공사현장에서 16일 0시 2분경 철골구조물 위에 놓여 있는 철제 용접기 보관 컨테이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넓이 3m² 정도의 컨테이너에서 시작된 작은 불이었지만, 화재 발생 지점이 47층이라 소방관의 진입이 어려워 불길을 잡는 데 25분이 걸렸다. 47층은 지상에서 소방차가 물을 뿌려도 닿지 않는 높이인 데다 고가사다리차에서 물을 뿌릴 수 있는 반경도 최대 17층 높이까지다. 소방관들은 44층까지 건물 외벽에 설치된 공사용 엘리베이터인 ‘호이스트’를 타고 올라갔다가 이후에는 H빔과 난간을 타고 현장으로 올라가는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47층에는 소화전이 없어 소방관들은 공사현장 각 층에 있는 소화기 60여 개를 모아 챙겨 올라가야 했다. 일부 진압팀은 호이스트를 타고 소화전이 있는 55층까지 올라가 물을 끌어다 47층에 뿌렸다. 직접 화재를 진압한 서울 송파소방서 소방관은 “공사 중인 건물에는 층마다 소화전을 설치할 법적 의무가 없다 보니 소화전이 없는 초고층빌딩 공사현장에서 대형화재가 나도 소화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47층에는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고 공구 일부가 불타 7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만 났다. 하지만 소방당국 관계자는 “비록 큰 불이 아니더라도 초고층건물에서의 화재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경고가 될 만한 화재였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47층 현장에 사람이 없던 점으로 보아 전기 배선 합선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해 6월 25일 43층에서 거푸집 구조물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조동주 djc@donga.com·황성호 기자}

미국에서 14세 소녀와 성매매를 시도한 30대 한국 남성이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주 오번에 사는 한국인 류모 씨(33)는 10일 오후(현지 시간) 워싱턴 주 푸얄럽의 한 레스토랑에서 성매매를 목적으로 14세 소녀 A 양을 만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류 씨의 ‘일탈’은 지난달 온라인 채팅을 통해 A 양을 알게 돼 음란한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시작됐다. 사진 속 A 양은 미성년자인 게 분명해 보였지만 류 씨는 “더러운 걸 하고 싶다”며 성매매를 제안했다. 이를 알게 된 A 양 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A 양을 가장해 류 씨를 레스토랑으로 유인한 뒤 체포했다. 류 씨는 A 양을 직접 만나지도 못했지만 온라인을 통해 음란 사진을 주고받고 성매매를 제안하며 유인한 혐의만으로 피어스 카운티 감옥에 수감됐다. 류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양이 고민이 많다고 해 친구가 돼주려고 만나려 한 것”이라며 “14세 소녀와 섹스에 대해 얘기하는 게 흥분됐지만 실제로 관계를 맺을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 씨는 현지 병원에서 공인등록간호사(RN)로 일하며 한국계 아내를 둔 유부남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누리꾼들은 “파렴치한 아동 성범죄를 저질러 나라 망신을 시켰다”는 반응과 “직접 만난 것도 아닌데 구속까지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반박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부정한 목적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하기만 해도 엄하게 처벌한다. 미국 플로리다 주는 성매매 등 부적절한 목적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하면 최고 징역 15년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아동성범죄에 대해선 경찰이 적극적인 함정수사를 벌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매매 목적으로 아동 및 청소년을 유인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고 온라인상에서 경찰이 미성년자를 가장한 함정수사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성관계 전에 적발됐다면 ‘귀여워서 만났다’는 식의 변명이 여전히 통하고 있다”며 “미국은 성인 남성이 온라인을 통해 전혀 알지 못하는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만남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성범죄나 납치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엄벌에 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황성호 기자}

20대 초반 여성들이 보랏빛 상의에 반투명 검정스타킹 차림으로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엉덩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춤을 춘다. 이들은 온몸 구석을 스스로 더듬으며 야릇한 표정을 짓는다. 마시다 흘린 우유가 깊게 파인 가슴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장면이 클로즈업된다. 4인조 아이돌 걸그룹 스텔라가 12일 공개한 신곡 ‘마리오네트’의 3분 31초짜리 뮤직비디오의 일부다. 스텔라 멤버 효은(21) 민희(21) 가영(23) 전율(20)이 속옷과 다름없는 옷을 입고 자극적인 춤을 추는 이 뮤직비디오는 소속사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오빠 시키는 대로 다 해줄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걸그룹에 열광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공식 홈페이지가 접속 폭주로 마비됐고 ‘스텔라’라는 단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엉덩이 속살까지 훤히 드러내며 19금 판정을 받은 스텔라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걸그룹 노출 경쟁의 끝판왕’이라는 평가와 함께 의견이 분분하다. “하다하다 엉덩이까지 노출하나”라며 과도한 노출에 피로를 호소하는 반응과 “뮤직비디오 자체가 위법도 아닌데 너무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반발이 맞서고 있다. 스텔라는 13일 첫 방송 무대에서 논란을 의식한 듯 안무를 일부 수정했다.걸그룹을 내세우는 음반제작업체는 음반과 콘텐츠 구매력, 충성도가 높은 열혈 남성팬을 잡기 위해 경쟁하다 보니 노출이 ‘폭주’하고 있다. ‘내 다리를 봐’(달샤벳), ‘짧은 치마’(AOA)처럼 자극적인 노래 제목들이 쏟아지고 ‘fxxk U’(가인), ‘멜랑꼴리’(에이티) 뮤직비디오는 정사 장면이나 심한 노출로 19금 판정을 받았다. 19금 판정을 받은 뮤직비디오는 최소 3초 동안 화면에 ‘19금’ 표시를 해야 하고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엔 방송할 수 없다. 국내 업체 사이트에 올라온 19금 뮤직비디오를 보려면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걸그룹 소속사들은 은근히 19금 판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19금 판정을 받을 만큼 노출이 강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 큰 관심을 받는 데다 사실상 인터넷에선 19금 판정이 무용지물이라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에 가면 누구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조동주 djc@donga.com·황성호 기자}
KT ENS 직원과 짜고 수천억 원의 대출사기를 벌인 협력업체가 금융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인터넷뱅킹 이체확인증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사기를 주도한 KT ENS 협력업체 엔에스쏘울은 금융감독원 검사를 피하려고 우리은행 인터넷뱅킹 이체확인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계좌이체 증빙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대출로 ‘돌려 막기’를 한 것을 감추기 위해 엔에스쏘울이 우리은행 인터넷뱅킹으로 삼성전자에 자금을 송금한 내용의 가짜 이체확인증을 금감원에 제출한 것이다. 이체확인증은 고객이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체를 마치고 은행 홈페이지에서 내려받는 파일이다. 우리은행 인터넷뱅킹의 경우 사용자가 이체확인서를 수정해 인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금감원은 조작된 이체확인증이 이번 대출 사기에 직접적으로 이용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이번 대출사기에 연루된 KT ENS 협력업체는 총 7곳으로 늘었다. 경찰은 7개 업체 대표 가운데 엔에스쏘울 대표 전모 씨(49) 등 5명이 현재 출석 요청에 불응한 채 잠적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협력업체 대표들이 잠적하기 전 이미 중요한 자료를 파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사실로 확인됐다. 정임수 imsoo@donga.com·조동주 기자}
KT ENS(KT 자회사) 직원과 짜고 수천억 원대 대출사기를 벌인 협력업체들에 대해 경찰이 11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건 공개 전 일부 업체들은 상당량의 서류를 파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KT ENS 협력업체 5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관련 장부 등 서류를 확보했다. 협력업체 1곳은 자료를 직접 제출해 제외됐다. 이 업체들은 구속된 KT ENS 직원 김모 씨(51)와 짜고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사 16곳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곳이다. 경찰은 전체 대출 규모를 5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정확한 사기대출 규모를 파악 중이다. 그러나 경찰 수사 한 달여 전부터 사무실에서 서류 파기 작업이 시작되는 등 회사 차원의 증거 인멸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역삼동 업체의 관리업무를 맡았던 용역사 관계자는 본보 기자와 만나 “한 달 전부터 해당 업체가 많은 양의 서류를 파기하는 것이 목격됐고 얼마 전부터 대부분의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대출사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엔에스쏘울 대표 전모 씨(49)는 이달 3일 홍콩으로 출국한 상태다. 다른 대표 5명 가운데 3명도 비슷한 시기에 잠적했다. 경찰은 KT ENS 직원 김 씨가 잠적한 일부 대표들과 함께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 씨가 “담당 직원이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울 때 법인 인감을 가져와 찍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KT ENS 내 다른 직원의 공모 여부를 수사 중이다. 협력업체 6곳이 서로 지분관계로 얽히며 대출 사기를 조직적으로 공모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엔에스쏘울 대표 전 씨는 중앙티앤씨와 컬트모바일의 2대 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티앤씨도 아이지일렉콤 등 나머지 업체와 지분관계로 연결됐다. 또 6곳 모두 한국스마트산업협회의 주요 임원으로 함께 활동한 것으로 밝혀져 협회를 둘러싼 의혹도 커지고 있다. 중앙티앤씨의 서모 대표는 2012년 협회 2대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나머지 5개 업체 대표도 협회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들이 겉으로는 독립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로 연관된 회사”라며 “처음부터 사기 대출에 조직적으로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3000억 원대에 이르는 대출잔액이 ‘돌려 막기’ 외에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사용처를 집중 추적 중이다. 협력업체들의 복잡한 관계로 볼 때 대출금이 계열사 인수 등에 쓰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업체가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돼 해외로 불법 반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코스닥 상장사인 다스텍의 2대 주주가 엔에스쏘울로 밝혀졌다. 엔에스쏘울은 2011년 다스텍 지분 11.9%를 사들였다. 금융당국은 다스텍의 김모 대표가 저축은행, 보험사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이번 사기 대출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조동주 djc@donga.com·정임수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사진)의 친구가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 군의 계좌에 2010년 1억2000만 원을 송금한 것과는 별도로 지난해 8월경에도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보낸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서봉규)는 채 전 총장의 고교 친구인 이모 씨가 지난해 8월 채 군 계좌에 1억 원을 추가로 보낸 정황을 포착하고 이 시점이 채 군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씨 등이 이 씨에게 유학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 채 군의 혼외자 의혹은 채 군이 유학을 떠난 직후인 9월 초 불거졌다. 검찰은 현재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이 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씨의 행방을 확인하는 대로 소환해 돈의 출처와 대가성 유무, 채 전 총장의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임 씨의 요구를 받은 채 전 총장이 이 씨에게 부탁해 돈을 보내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만약 송금과 관련해 대가성이 드러나면 채 전 총장의 소환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이 회사 협력사 임원을 지냈고, 퇴직한 뒤 코스닥 상장기업의 부사장으로 지난해 12월까지 근무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 얼굴을 못 본 지 두 달 이상 됐다”고 말했다.최우열 dnsp@donga.com·조동주 기자}

“엄청 아쉽네요. 면접 괜찮게 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유일하게 자연계 만점을 받은 전봉열 씨(21)는 4일 페이스북에 서울대 의대 정시모집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남 목포 홍일고 출신 삼수생인 전 씨는 이번 수능 만점자 33명 중 유일한 자연계 수험생으로 국어 A형, 수학 B형, 영어 B형, 물리Ⅰ, 생명과학Ⅱ를 선택해 모든 문제 정답을 맞혀 유명해졌다. 전 씨가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 의대 정시에서 탈락한 건 ‘다면 인·적성 면접’의 변별력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정시모집은 수능 60%, 구술면접 30%, 학생부 10%를 반영하는데 2013학년도 입시부터 구술면접 방식을 15분짜리 단건 면접에서 70분짜리 다면 인·적성 면접으로 바꿨다. 다면 인·적성 면접은 수험생 1명이 각기 다른 과제가 주어진 6개의 방을 10∼20분씩 차례로 돌면서 치르는 전형이다. 방마다 지시문 숙지 시간 2분을 주고 질의응답을 8분 동안 진행한다. 두 번째 면접실에서는 지시문을 10분 동안 읽고 10분간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방마다 의대 교수가 2명씩 있어 총 12명의 교수가 수험생을 평가한다. △고민되는 상황을 부여하는 상황극 △창의력 면접 등을 통해 학력 외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게 목표다. “고전인 홍길동전을 21세기 식으로 재해석해 보라” “친구가 목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등 다양한 질문과 상황을 제시한다. 서울대 의대 입시는 최상위권 수험생 간의 경쟁이다 보니 수능 성적은 대체로 비슷해 면접 점수에 따라 당락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는 이번 의대 입시에서 합격자 중 30% 정도가 면접 성적으로 수능 점수 서열을 뒤집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연수 서울대 교무부학장은 “다면 인·적성 면접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의대생 선발에 활용해온 방식인데 서울대가 2011년 의학전문대학원생 선발 과정에 도입한 뒤 효과가 높다고 판단해 2013학년도 입시부터 학부생 전형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지난해 고려대 의대 수시모집에 지원한 상태에서 수능을 치렀다가 만점을 맞았다. 고려대 의대 수시에 합격하면 서울대 의대 정시모집에 응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능최저기준만 통과하면 논술 70%, 학생부 30%를 반영하는 고려대 의대 수시에서 탈락해 서울대 의대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서울대 의대는 미등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탈락자인 전 씨가 추가 합격할 가능성은 낮다. 전 씨는 수능 점수를 100% 반영하는 연세대 의대 정시모집에는 합격한 상태다. 전 씨는 “이렇게 (서울대 의대에) 떨어지니 붙을 것처럼 행세하고 다녔던 게 부끄럽다”며 “저도 성격 괜찮다는 말 듣고 살았는데 떨어졌다는 건 저보다 인품이 더 좋은 사람들이 의료계에 많이 왔다는 걸 뜻할 수도 있어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다”고 페이스북에 심경을 밝혔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서울 강남경찰서는 연예인 에이미(본명 이윤지·32)와 관련된 현직 검사의 협박사건 피해자인 성형외과 최모 원장(43)에게 성폭행 사건 내사 사실을 미리 알려준 성폭력전담수사팀 김모 경사(44)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4일 밝혔다. 김 경사는 지난해 10월 7일 평소 ‘아우’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낸 최 원장이 김모 씨(37·여)를 성폭행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에 착수한 직후 최 원장에게 전화로 내사 사실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2012년 12월 최 원장이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돼 친해졌다. 김 경사는 최 원장과의 친분관계를 숨긴 채 수사를 하다가 지난해 12월 24일 김 씨가 “수사관과 최 원장이 친해 불공정한 수사가 우려된다”며 진정서를 내 교체됐다. 경찰은 “둘 사이의 금융거래와 통화기록 등을 조사해보니 금품이나 향응이 오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2012년 11월 24일 춘천지검 전모 검사(37·구속)의 협박 전화를 받고 에이미에게 무료로 성형 재수술을 해주고 2250만 원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거진 ‘에이미 검사’ 파문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북한에서 꽃제비 할 땐 설날이 그토록 싫었는데….” 북한 양강도 혜산 출신 탈북자 윤진철(가명·21) 씨는 설날을 사흘 앞둔 28일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말끝을 흐렸다. 윤 씨는 네 살 때 중국을 드나들던 어머니가 총살당하고 아버지가 거듭 재혼을 하면서 사이가 틀어져 열한 살에 집을 나왔다. 윤 씨 아버지는 꽃제비 단속 요원이었는데 얄궂게도 아들인 윤 씨는 꽃제비가 됐다. 북한에서의 설날은 악몽이었다. 설날만큼은 윤 씨가 구걸하러 가면 사람들이 “설날부터 재수 없다”며 욕을 해대곤 음식을 주지 않았다. 함경남도 이원에서 온 이강용(가명·19) 씨는 네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가 도망가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북한 보육원에서도 설날을 챙기긴 했지만 평소에 주는 시래깃국과 밥에 떡 몇 개 얹어 주는 정도였다. 보육원 생활을 견디다 못해 뛰쳐나온 뒤 꽃제비 생활을 하다 2010년 한국으로 왔지만 설날에는 비슷한 처지인 탈북자 친구와 신세 한탄만 해왔다. 서울 강남경찰서 보안과는 24일 강남구 삼성동의 탈북청년 기숙사에서 10, 20대 탈북청년 15명을 모아 설날 예절 교육을 했다. 탈북청년들은 한복 입은 경찰이 가르쳐주는 대로 한복을 입어보고 남녀마다 다른 세배 법을 배우며 고유의 명절인 설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세뱃돈 5만 원을 받은 이들은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 최나혜(가명·22·여) 씨는 “북한 사람들은 부자가 아니면 평상복을 입고 설을 쇠서 설날에 한 번도 한복을 못 입어봤다”며 “평양 사람들이 입은 한복만 TV로 봤는데 직접 입어보니 정말 예쁘다”며 흐뭇해했다. 염희숙 강남경찰서 보안과 경위는 “탈북청년부터 대한민국의 정서와 문화를 제대로 공유하게 해야 통일 대박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요즘은 내가 성형외과 의사라는 게 정말 부끄러워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 A 씨는 23일 기자를 만나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성형의 메카’ 강남에서만 10년 넘게 병원을 운영해 왔는데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라고 했다. 요즘 다른 과 전문의 동료들을 만나면 “너 아직도 성형외과 의사 하느냐?”는 농담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성형외과’는 2014년 벽두부터 한국 사회를 뒤흔든 키워드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이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데 이어 현직 검사가 연예인의 성형 재수술을 요구하며 이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해 돈을 받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강남의 또 다른 성형외과는 수술 환자들의 실제 턱뼈를 유리 기둥에 담아 전시하며 실적을 자랑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 32곳을 일일이 찾아 ‘성형외과의 천태만상’을 살펴봤다. 환자를 가장해 수술 상담을 받아 보기도 하고, 기자임을 밝히고 원장을 만나 고충을 듣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똑같은 얼굴에 견적은 천차만별 “제 인상이 촌스러워 콤플렉스가 많은데 어딜 고쳐야 할까요?” 본보 강병규 수습기자(25)는 23일 환자를 가장해 강남 일대 성형외과 6군데를 찾아 원장과 상담실장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똑같은 얼굴을 병원마다 어떻게 다르게 진단하는지 궁금했기에 수술을 원하는 부위를 따로 말하지 않았다. 강 기자의 얼굴을 살펴본 이들은 판이한 진단을 내놨다. 한 병원은 콧대에 보형물을 넣어 코 연골을 묶어 올리고(290만 원) 팔자 주름을 펴 주는 보형물을 넣은 뒤(150만 원) 턱뼈를 절개(400만 원)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병원은 광대 지방이식(150만 원)과 턱 보톡스(15만 원)만 하면 된다고 했다. 코의 크기를 줄여 주는 ‘매부리코 축비술’과 눈매 교정, 턱 보톡스를 권하는 병원도 있었다. 견적도 165만∼840만 원으로 천차만별이었다. 강 기자는 키 183cm 몸무게 88kg의 건장한 체격에 자기 나름으로는 괜찮은 얼굴을 가졌다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이날만큼은 좌절에 빠졌다. 김재형 수습기자(27)는 이날 성형외과 3곳에서 상담을 받고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똑같은 턱과 코를 두고 병원마다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놨기 때문이다. 처음 찾은 성형외과에선 “턱 비대칭을 맞추는 ‘3D 돌려 깎기’와 하관을 줄여 주는 ‘T절골’, 무턱을 교정하는 ‘턱 끝 전방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직후 찾은 다른 성형외과에선 “전혀 수술할 필요 없는 턱이다. 오른쪽 턱에 지방주사만 넣으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김 기자의 혼란은 세 번째 찾은 성형외과에서 극에 달했다. 이곳에선 “턱을 보니 양악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김 기자가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병원 상담실장은 “정 그러면 턱 끝 전방술로 무턱 교정을 하고 보형물을 넣자”고 권했다. 여성인 오소영 인턴기자(24)는 “취업을 앞두고 있는데 무턱과 볼이 고민”이라며 성형외과 5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입 안쪽을 절개해 실리콘 보형물을 넣는 수술(250만 원)만 하면 충분하겠다”는 성형외과가 있는 반면 “광대를 45도 깎고 앞턱을 자르고(1500만 원), 볼 안쪽 지방 주머니를 제거하는 ‘심부 볼 제거 수술’(130만 원)을 해야 한다”는 병원도 있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얼굴에 살이 많고 처져서 피곤해 보인다”며 이마를 위로 당기는 ‘이마 거상’(165만 원)과 레이저를 피부에 쏴 지방을 태우는 ‘아큐리프팅’(165만 원)을 권하기도 했다. 대체로 수술비가 1000만 원을 넘었다. 성형외과 취재를 마친 기자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을 잃은 표정이었다. 평소 외모에 특별한 불만 없이 살아온 이들도 수차례 상담을 받고 보니 ‘내 얼굴이 정말 많이 부족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윤리이사 황규석 전문의는 “성형외과를 고를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상담 내용과 무관한 수술을 권하는 의사를 피하는 것”이라며 “수술은 가능한 한 최소 범위로 받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주말마다 비행기 타는 성형외과 의사들 ‘성형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 일대는 최첨단 의료 기술과 갖가지 마케팅이 총집합된 곳이다. 강남구에 따르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만 377개(2013년 12월 말)에 이른다. 피부과나 이비인후과 간판을 걸고 성형 환자를 받는 병원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요즘 강남권 일부 성형외과 원장들은 주말에 비행기를 타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 성형에 대한 해외 현지의 수요가 늘어 원정 진료를 떠나는 것이다. 주로 토요일 오전에 출발해 일요일 밤에 돌아온다. 청담동 성형외과 원장 B 씨(42)는 2년 전에 처음 원정 진료를 알게 됐다. 브로커를 통해 중국 현지 병원을 소개받으면 가슴 성형 등 비싼 수술을 원하는 환자들을 접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브로커에게 한국의 전문의 자격증을 건네면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수술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준다고 했다. 보통 현지 병원에서 환자를 수술해 주면 하루에 2만 위안(약 356만 원) 정도 받는데 주말 이틀 동안 600만∼700만 원을 벌 수 있는 원정 진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일부 의사들은 브로커 비용을 줄이려고 현지 병원 인맥을 통해 환자를 직접 소개받기도 한다. 강남으로 성형 관광을 오는 외국인들도 이젠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드물다. 2, 3년 전만 해도 외국인 환자들은 대부분 브로커를 통해 병원을 소개받았다. 브로커들이 비용의 최대 50%를 수수료로 요구하는 사례도 있어 외국인은 한국인과 똑같은 수술을 받고도 턱없이 높은 비용을 내 왔던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환자들이 점점 ‘알뜰한 성형’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을 통해 추천을 받거나, 브로커 없이 통역사만 구한 뒤 강남 일대 성형외과를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하고 결정한다. 역삼동 성형외과에서 만난 중국인 톈리 씨(24)는 “이마와 광대 쪽에 지방 이식을 받으러 왔다”며 “친한 중국 연예인이 추천해 줬는데, 그 연예인은 한국 연예인의 소개를 받아 수술했고 아주 만족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 상당수가 중국인이라 중국어 명함을 따로 갖고 있는 의사도 제법 많다.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한국 환자를 상대로 하는 성형 시장은 이제 성장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외국인 환자에게 사활을 걸어야 하는데 대부분 대형 병원을 선호해 개인 병원 원장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진상 환자’에 우는 강남 성형외과 성형 수술 결과에 불만을 터뜨리며 재수술이나 금전 보상을 요구하는 ‘진상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개인 병원이 취약한 편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료 사고에 대비해 1년에 300만∼400만 원을 내고 최대 1억∼2억 원을 보장받는 의사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데 개인 병원 원장들은 이때 별도로 경호 특약을 맺기도 한다. 청담동 성형외과 개업의 C 씨(43)는 최근 가슴 확대 수술을 했던 환자가 수차례 병원을 찾아와 고성을 지르며 항의해 결국 무료로 재수술을 해 주고 보상금까지 얹어 줬다. “인터넷에 글을 띄워 다시는 영업 못 하도록 하겠다” “탈세로 고발해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 “향정신성의약품 관리 허술로 고발해 영업정지 당하게 하겠다” 등 다양한 수법으로 압박하면 당해 낼 재간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C 씨는 “수술 결과에 아무 이상이 없어 보여도 병원에 와서 소리 지르고 행패를 부리면 적당히 돈을 주고 무마하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며 “혹시나 환자들 사이에 불만 많은 병원이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예계도 강남 일대 성형외과와 뗄 수 없는 사이다. 일부 유명 연예인은 무료 수술에 계약금까지 별도로 받는 조건으로 병원 홍보를 해 주기도 한다. 일부 중소 연예기획사들은 “연습생들 피부 관리를 싼 가격에 해 주면 나중에 성공했을 때 병원을 적극 홍보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이번에 턱뼈탑으로 물의를 빚었던 성형외과를 두고 “과태료를 좀 내겠지만 돈 주고 못할 홍보 효과를 누렸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부러워할 만큼 병원 홍보가 아쉬운 원장들은 연예계의 제안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 일부 범죄자는 수술로 얼굴을 고쳐 추적을 피하려고 종종 성형외과를 찾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범죄자가 ‘페이스오프’를 시도하러 성형외과에 갔다간 오히려 덜미를 잡힐 개연성이 크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경찰청과 공조해 의사회 홈페이지에 수배자들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띄워 두는 시스템이 곧 완성되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은 환자가 수배자와 동일 인물이라고 판단되면 의사는 홈페이지에서 신고 버튼을 클릭해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할 수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오소영 인턴기자 한양대 교육공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