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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선제 로켓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이틀째 이어져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가 자체 개발한 로켓이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스라엘도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25일 급거 귀국을 결정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을 지나 북동쪽으로 20km 떨어진 어촌 마을 가정집을 타격한 로켓은 현재까지 공개된 하마스의 무기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꼽힌다. 발사 장소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지구 남부 초소부터 로켓이 떨어진 곳까지 거리는 약 120km. 하마스가 언제든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하마스가 직접 만든 로켓”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2014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50일 전쟁 이후 중단거리 로켓 등 하마스의 주요 무기가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판단해 왔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하마스가 선진 무기와 자재 등을 여전히 가자지구로 들여온다는 게 증명됐다. 이날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공식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하기 직전 이뤄졌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영토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강제 점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골란고원에 대한 포고령 서명식을 가졌다. 그는 “양국 관계가 지금보다 강한 적이 없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역사적이다. 이스라엘은 당신보다 더 좋은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치켜세웠다. 각각 자신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선거를 앞둔 두 정상의 이런 행보는 표심 잡기 용도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미국 내 유대계의 표심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유대계는 미국 인구의 3%에 불과하지만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재계, 언론계,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유대인 71%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찍었다. 부패 스캔들 등으로 실각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도 다음 달 9일 총선에서 재집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골란고원을 둘러싼 긴장 고조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맞섰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해왔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바레인 등 미국의 우방국은 물론이고 러시아, 터키 등도 동조했다.카이로=서동일 dong@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이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시다발 요격 실험에 성공했다고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이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 실험은 사실상 북한의 ICBM 발사에 대비한 훈련으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제재를 유지해온 미국이 또다시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MDA는 이날 성명에서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2기를 발사해 4000마일(약 6437km) 이상 떨어진 태평양 마셜제도 콰절린 환초에서 발사된 ICBM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MDA가 ICBM 요격 실험 성공을 발표한 것은 2017년 5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GBI 2기가 동원된 동시다발 요격 실험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실험에서 처음 발사된 GBI는 ICBM 대기권 재진입체를 요격하고, 수초 후 발사되는 두 번째 GBI는 대기권에 또 다른 재진입체가 없다고 판단했을 때 남은 미사일 잔해 중 가장 치명적인 물체를 파악해 요격하도록 설계됐다. GBI는 ICBM의 궤도를 사전에 예측해 요격하는 ‘지상기반 미사일 요격 시스템(GMD)’의 핵심이다.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국장(공군 중장)은 “이는 위협적인 ICBM 목표물에 대한 최초의 동시다발 요격 실험으로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며 “GMD는 자국 방어에 극도로 중요하며, 이번 실험은 우리가 매우 실제적인 위협에 강력하고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국은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와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 GBI 44기를 배치했으며 향후 몇 년간 20기를 추가 배치할 예정이라고 이날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이 전했다. 이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추가 대북제재 철회 대상을 놓고 혼선이 빚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과 관련해 “앞서 이뤄진 제재는 확실히 그대로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은 지금은 추가 제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북제재가 현 상태대로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선캠프가 러시아와 공모, 결탁했다는 의혹(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CNN 등 미 언론이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2017년 5월 임명된 뮬러 특검은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의 유죄를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에 대해 법적 판단을 유보해 정치 공방의 불씨를 남겼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이날 뮬러 특검의 수사 보고서 내용을 정리한 4장짜리 요약본을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민주·뉴욕)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에게 제출했다. 앞서 22일 뮬러 특검은 약 2년간 진행해온 수사를 종료하고 최종 보고서를 바 장관에게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약본이 공개된 직후 “완전하고 전면적인 무죄 입증”이라며 “(러시아 스캔들은) 내가 들어본 일 중 가장 터무니없다. 여러분의 대통령이 이러한 일을 겪었다는 것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왔던 러시아 스캔들 논란이 해소됨에 따라 탄핵 움직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재선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자신을 내내 괴롭히던 최대 악재를 떨쳐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대선캠프가 러시아와 공모, 결탁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사진)팀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CNN 등 미 언론이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22개월간 이어진 수사에도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지 못한 것.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No Collusion(공모는 없다)”이라며 완벽한 무죄가 입증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웨스트팜비치 공항에서 에어포스 원에 오르기 전 “미국은 지구상 가장 멋진 곳”이라고 한 뒤 조종사까지 격려할 정도로 기뻐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임기 후반기의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여세를 몰아 내년 대선에서 승기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공모 의혹은 ‘면죄부’ 2017년 5월 출범한 뮬러 특검팀은 크게 두 가지를 수사했다. 2016년 대선 때 러시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측을 해킹하고 이를 트럼프 선거캠프에 알리는 식으로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 이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과 참모진이 외압 행사 및 권한 남용 등으로 사실을 은폐하는 사법 방해를 했는지 여부다. 뮬러 특검은 개인 34명과 3개 기관 등 총 37건에 대해 기소했다.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선거캠프 본부장,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 대통령의 정치고문 로저 스톤 등 측근들이 줄줄이 기소됐다. 러시아인 26명과 러시아 기관 3곳도 포함됐다. 대부분 클린턴 캠프의 e메일 해킹과 폭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군 정찰총국(GRU) 및 산하 정보요원이다. 특검 측은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했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캠프 중 누구도 러시아와 공모하거나 협력한 점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사법 방해 의혹은 ‘결론 유보’ 문제는 사법 방해 의혹이다. 뮬러 특검은 “그렇다고 무죄라는 것도 아니다”라며 ‘판단 유보’라고 밝혔다. 논란의 여지를 남긴 발언이다. 애초 특검의 탄생도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기관 무력화 시도에서 비롯됐다. 기소된 대통령 측근도 러시아 내통 의혹이 아닌 수사기관에 대한 위증 및 증거 인멸 시도 혐의를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플린 전 보좌관. 그는 2016년 12월 보좌관 내정 상태에서 세르게이 키슬랴크 당시 주미 러시아대사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2017년 1월 연방수사국(FBI) 조사 때 “제재 해제를 논의한 적 없다”고 위증해 기소됐다. 즉, “완전하고 전면적인 무죄 입증”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특검 수사로 그의 결백이 모두 증명된 것은 아니며, 사법 방해 문제에선 추가 수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근거 없는 의혹으로 대통령을 공격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민주당은 특검이 법적 판단을 유보한 사법 방해 혐의를 거론하며 4장짜리 요약본 대신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라고 맞섰다. 특히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기업의 탈세 및 분식회계 혐의, 대선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한 여성에게 준 입막음용 돈 등에 대한 수사를 두고 정치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류 언론 타격은 불가피 모든 의혹의 출발점인 ‘트럼프 X파일’ 조작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X파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음란 파티를 벌인 동영상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갖고 있다는 내용이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은 ‘X파일’의 존재를 부각해 트럼프 후보를 깎아내리려 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X파일’은 민주당이 개입한 조작 문건”이라며 이를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대한 역공 카드로 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그간 러시아 스캔들로 대통령을 공격했던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언론에 대해서도 재차 ‘가짜 뉴스’ 공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계 브루스 오 법무부 차관보가 “X파일의 신뢰성이 낮다”고 주장했을 때도 이 언론들은 주요 뉴스로 다루지 않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수사 일지▼◇2017년―5월 로버트 뮬러 특검 임명, ‘러시아 스캔들’ 수사 시작―10월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 기소―12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위증 유죄 인정◇2018년―2월 13명의 러시아인 및 3개 기관 기소―4월 FBI, 트럼프 대통령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7월 러시아군 정보 당국자 12명 기소―11월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 사임―12월 코언, 트럼프와 성관계 여성 입막음용 돈 지급 관련 징역 3년 선고 트럼프 대통령, 세션스 장관 후임에 윌리엄 바 지명◇2019년―1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책략가 로저 스톤 체포―2월 코언, 미 하원 청문회서 공개 증언―3월 매너포트, 자금세탁 등 혐의로 징역 43개월 선고 뮬러 특검, 바 법무장관에게 수사 보고서 제출◇22개월 간의 이모저모-수사비 2520만 달러(약 286억 원)-소환장 2800여 개·압수수색 영장 500여 개 발부, 증인 500여 명 조사-변호사 19명 고용}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선캠프가 러시아와 공모, 결탁했다는 의혹(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CNN 등 미 언론이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2017년 5월 임명된 뮬러 특검은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의 유죄를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법적 판단을 유보해 정치 공방의 불씨를 남겼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이날 뮬러 특검의 수사 보고서 내용을 정리한 4장짜리 요약본을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민주·뉴욕)과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 법사위원장에게 제출했다. 앞서 22일 뮬러 특검은 약 2년 간 진행해온 수사를 종료하고 최종 보고서를 바 장관에게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약본이 공개된 직후 “완전하고 전면적인 무죄 입증”이라며 “(러시아 스캔들은) 내가 들어본 일 중 가장 터무니없다. 여러분의 대통령이 이러한 일을 겪었다는 것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왔던 러시아 스캔들 논란이 해소됨에 따라 탄핵 움직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재선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민주당과의 대치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근거 없는 의혹으로 대통령을 공격해왔다는 백악관과 공화당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이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특검 자료의 전면적 공개를 요구하는 등 워싱턴 정가에선 정쟁의 소용돌이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석 달 연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것 같아요.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모습을 보이려고 엄청 공을 들이고 있다니까요.” 최근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마주친 일본 기자는 왠지 신이 난 것처럼 보였다. “바빠질 것 같다”는 푸념이 자랑처럼 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달 연속으로 3번이나 같은 상대와 정상회담을 한다니, 그것도 미국과 일본의 현안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도 않는 시기에….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도쿄 방문 및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일찌감치 예정돼 있던 일정이었다고 한다. 6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해 호스트인 아베 총리와 회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정을 앞두고 아베 총리는 왜 굳이 백악관에 4월 워싱턴 방문을 타진했을까. 하노이 회담의 결렬 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물론이고 일본인 납치 문제 등에 대한 양국 공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마침 4월에는 미일 간 ‘2+2’(외교+국방) 회담도 예정돼 있다. 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가 개최하는 각종 세미나에 일본과 관련된 주제도 부쩍 늘어났다. ‘도쿄의 2020 사이버 안보 전략’ ‘바다를 건너는 우정―미국과 일본’ ‘격변의 세계에서 일본의 역할’ 같은 제목들이 눈에 띈다. 미국과 협의할 현안이라면 한국이 일본 못지않게 많다. 자동차 관세와 관련된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 문제, 올해 상반기 다시 시작될 차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둘째 치고 당장 북핵 문제가 걸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중재를 요청받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촉진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상 레벨에서의 밀도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막상 한미 정상회담 소식이나 관련 움직임은 들리지 않는다. 문 대통령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한 번 만날 뻔했다. 하노이 회담 전 한미 정상회담을 하자는 청와대의 제안을 백악관은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다만 조건은 아베 총리까지 3자로 하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런 역제안을 받아 든 정부가 다소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이 막상 일본 측에서 아베 총리의 빡빡한 일정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했고, 결국 3자 회담은 무산됐다는 것이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결국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협의는 전화 한 통으로 대체됐다. 요즘 한국 정부를 바라보는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나 당국자들의 시선에는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북한 측에 비핵화 결단을 설득하기보다 북한 편을 들며 미국에 제재 완화를 설득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비핵화가 문제라 아니라 한미 공조가 더 문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그런데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청와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에 내놓은 ‘빅딜’ 요구를 놓고 “전무 아니면 전부(all or nothing) 전략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라는 고위 당국자의 백그라운드 브리핑 내용이 전해졌을 때는 “상황만 되레 악화시키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것도 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정상이 긴밀히 협의하는 모습을 통해 탄탄한 공조를 확인하고, 이를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대북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케미스트리’에 의존해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려다가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정상 간 케미 작용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양국 정상의 관계가 서걱거린다면 없는 케미라도 만들어내야 할 판이다.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2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재무부가 단행한 대북제재에 발끈한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한 지 약 17시간 만에 올라왔다. ‘당분간 더 제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에는 북한을 달래면서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北의 도발 차단에 직접 나선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는 위협과 함께 도발 모드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자 직접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예정된 실무 부처의 대북제재 부과 방침을 철회해 대북 압박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북-미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 대북제재를 강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재 강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추가 제재에 부정적인 뜻을 밝힌 바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런 제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제재를 유지하되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상황을 관리하며 북한의 대응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로버트 뮬러 특검이 법무장관에게 ‘러시아 스캔들’ 관련 최종 수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야당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외적 상황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부정확한 트위터 메시지로 혼선 가중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잠시 동안 큰 혼선을 빚었다. 재무부가 전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에 부과한 제재 시점이 ‘오늘’로 돼 있고 ‘이런 제재들을 오늘 취소시켰다’고 돼 있어 하루 만에 제재를 전격 철회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21일 발표한 제재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물론이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공개적으로 그 의미를 강조한 대북 압박 조치였다. 이를 두고 언론의 질의가 빗발쳤지만 백악관과 재무부 당국자들은 언론의 확인 요청에 제때 대답하지 못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이 올라온 지 3시간쯤 지난 뒤에도 당국자들은 “우리는 허를 찔린 상태”라고 토로했다. 외교 소식통을 통해 “기존 제재는 유지된다”는 내용이 확인된 것은 이날 저녁 무렵이었다. 이를 두고 “참모진마저 당황하게 한 외교정책의 혼선”이라는 비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북 유화 메시지’로 비핵화 협상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 같은 강경파들이 앞장서 강조해온 ‘최대 압박’ 기조에도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의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북한이 한미 간 균열 조성을 위한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은 하노이 회담 후 벽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핵무기 포기 의사를 부풀려 전했다(oversold)는 비판에 직면했고 북한으로부터는 미국의 입장에 서 있다고 공격당한다는 것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대규모 제재 부과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전날 미 재무부가 북한의 유엔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을 제재한 데 대해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와 ‘핵단추 위협’으로 반발하자 하루 만에 트럼프가 “추가 제재는 없다”며 상황 관리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부과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가 발표했다”며 “나는 오늘 이런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가 재무부의 대북 제재를 하루 만에 철회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언론은 물론 백악관과 주무 부처 내에서도 큰 혼란을 빚었지만, ‘기존 제재는 유지되며 앞으로의 추가 제재가 없다’는 것으로 정리됐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부과된) 제재는 철회되지 않으며, 중국 해운사들에 대한 제재도 유지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 회담 직후) 말한 대로 미국은 이 시점에 북한에 대한 (대규모) 추가 제재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한 달도 안 돼 추가 제재를 단행하고, 이와 별도의 대규모 제재 부과 계획을 거론한 것은 북한이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 제재 카드를 뽑아들 수 있다는 압박 사인이기도 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협상 중단과 핵·미사일 시험 유예 중단’ 가능성까지 내비쳤지만 “제재는 유지한다”고 확실한 선을 그은 셈. 그러면서도 백악관은 트럼프 트위터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청와대는 주말 북-미 상황이 롤러코스터처럼 시시각각 급변했지만 “기류 변화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가 비핵화 ‘운전석’이 아닌 ‘탑승석’에 앉은 상황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한상준 기자}

Q.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정세가 다시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며 남측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정치에 몰두하며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 이행만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끊임없는 대화와 조율이 중요한 시점에서, 북한과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나라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그 과정에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차지현 연세대 경제학과 14학번(아산서원 14기)A. 미국 국무부의 정례브리핑에 들어가면 각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집니다. CNN이나 워싱턴포스트, AP통신 같은 현지 주요언론에서 나온 상주 기자들은 물론이고 중동 아시아 유럽 등 각 지역에서 온 특파원들이 각각의 관심사를 질문으로 풀어내지요.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가 문제가 되었을 때는 관련 질문만 10분 넘게 이어진 적도 있습니다.일주일에 두 번, 40~50분 정도 진행되는 브리핑에서 북한 이야기는 요즘 5분 정도에 그칩니다. 1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워싱턴 방문 때에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 이를 준비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진행될 때에는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서 흥미로운 질의응답이 길게 이어진 적도 있지만, 요즘은 다른 이슈들이 더 많이 치고 올라옵니다.답변에 앞서 국무부 정례브리핑을 언급한 이유는 그만큼 미국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이슈들이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브리핑 때마다 수없이 올라가는 기자들의 손을 보면서, 우리에게는 낯선 중동이나 중남미 문제가 치열하게 다뤄지는 것을 보면서 ‘북-미 협상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는 어느 순간부터 북한 문제는 이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미국 국내정치 이슈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북한 문제를 앞서는 관심사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시점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노이 회담 때조차 그런 분위기가 감지됐지요. 하노이 회담 당시 워싱턴을 지키고 있던 한 외신기자는 “TV에서 하루 종일 마이클 코언 청문회만 나와서 하노이 회담 기사는 별로 못 봤다”고 하더군요. 일반 미국인들의 관심사에서 북한 문제는 더 뒷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한동안 북한 문제에 침묵하는 듯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재무부의 대북제재를 취소시켰다는 트위터 글을 올리면서 다시 관련 언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언제 끊길지 알 수 없습니다. 당장 22일 로버트 뮬러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 관련한 수사 보고서를 완료해 법무부에 제출한 상태여서 워싱턴 정가는 이 내용을 놓고 다시 한 번 들썩일 조짐입니다. 그뿐인가요. 하반기부터는 사실상 2020년 대선 캠페인이 시작됩니다.북한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원하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하노이 회담 결렬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더구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라는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워싱턴의 대북 강경파들만 더 자극하는 악수(惡手)를 두고 있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의 추가 대북제재를 취소했다며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한 만큼 이제 공은 북한으로 다시 넘어갔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로드맵의 마지막 단계(end state), 즉 모든 플르토늄과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핵 프로그램과 생화학 무기, 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라는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에 동의하고 그 이행을 위한 실무 협상에 다시 나서야 합니다. 미국 측은 이 답을 기다리면서 “지켜보자”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미국 당국자들도 “빅딜이라는 것이 일괄타결식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미국은 종전선언과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사회문화적 교류와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깊이 있게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재 면제 등 제한적인 조치를 통한 남북경협 프로젝트 진행도 불가능한 옵션은 아닙니다.이 과정에서 한국은 촉진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미국과 세부 이행사항들을 논의해 나가는 과정을 촉진하겠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 한미 공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자신들의 편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편에서 미국에 제재완화 등을 요구하다고 보는 인식이 강합니다. 워싱턴에서는 “도대체 한국이 누구 편이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최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에서 “그래도 단계적 이행이 ‘빅딜’보다 낫다”면서 사실상 ‘스몰딜’ 수준의 합의 재고를 요청한 것은 이런 불신을 키우는 또 하나의 배경이 됐지요. 볼턴 보좌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이 하나같이 일괄타결식 빅딜을 주장하고 있는 시점에 이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꺼내든 시점부터 좋지 않았다는 분석입니다.동맹이자 비핵화 협상의 주체인 미국과의 공조가 흔들리면 자칫 한국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북핵문제만이 아닙니다. 국내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글로벌 외교 현안을 다루기도 훨씬 힘들어집니다.청와대는 한국의 대북 정책이 미국과의 공조 속에 진행되고 있으며,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미국 측에 인식시켜야 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나 설익은 중재 아이디어로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북정책을 조율하고 알려나가야 하는 시점입니다. 매끄럽고 효율적인 촉진자 역할도 그 위에서 가능하다고 봅니다.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한국 정부가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를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가 사실상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과 부분적 합의라도 이루는 게 노딜(no deal)보다 낫다”며 북한과의 단계적 비핵화 이행방안 재고를 요청했지만 이 또한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서울과 워싱턴의 복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를 부탁했던 만큼 북-미 외에 한국까지 3국 정상이 모여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을 논의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3자 정상회담 제안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도 전달됐다. 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1일(현지 시간) 이뤄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과 낮은 단계의 부분적 합의부터 이뤄 가면서 궁극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 가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과의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의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이 스몰딜(small deal) 수준의 ‘나쁜 딜(bad deal)’보다 ‘노딜’이 낫다고 주장해 온 것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은 정 실장의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괄 타결식 ‘빅딜’ 접근 방식을 주장해 온 볼턴 보좌관은 과거 정권이 시도했던 동시적, 병행적 비핵화 방안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8일 캔자스주 지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밝은 미래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검증된 비핵화에 따라오는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화 통화 내용이 미국 정부 내에서 알려진 뒤 백악관과 국무부에서는 “한국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 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보는 미국 측에 ‘스몰딜’도 괜찮다는 취지로 설득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한미 간 의견 차가 커지면서 북핵 해법 찾기도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로 “부분적 합의가 노딜(no deal)보다 낫다”고 설득하려 했던 11일(현지 시간)은 미국 행정부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이 일괄타결식 ‘빅딜’ 필요성을 역설하던 시점이다. 전화 통화는 이런 보도가 나온 직후에 이뤄졌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제안에 대한 거부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북한의 태도가 분명치 않은 가운데 너무 성급하게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미국과 같은 위치에 서 있지 않다” 정부가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 제안과 단계적 비핵화 이행 방안 재고를 잇달아 요청한 것은 부분적 합의를 통해서라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와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가 최근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전략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충분히 괜찮은 거래(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란 개념을 꺼내든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북 협상의 키를 쥔 초강경파 볼턴 보좌관이 부분적 합의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했는데도 한국 측이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이런 한국 정부의 시도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트럼프 대통령조차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무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북핵 협상 초기 ‘중재자’를 자처했던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도 강하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자신들과 같은 입장에서 북한에 통 큰 비핵화 결단을 끌어내려 하기보다 오히려 북한과 같은 편에서 미국을 설득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not on the same page)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순서 배열 올바르게” 先비핵화 강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8일 캔자스주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비핵화 시기, 순서, 방법 등에 대한 여러 이슈가 있다”며 “북한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진짜지만 이는 북한의 검증된 비핵화에 뒤따라오는 것”이라며 ‘선(先)비핵화, 후(後)보상’ 원칙을 강조했다. 이어 북-미 회담 진전을 위해 △순서 배열을 올바르게 하고 △미국과 북한이 동의할 수 있으며 △한반도 긴장을 허무는 방식이 지켜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15개월간 유예하고 있는데도 모든 제재를 유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영철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이날 열린 군축회의에서 “(북-미) 양국 간 문제는 신뢰를 쌓으면서 하나씩 다뤄야 한다”며 이같이 밝히는 등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한편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김형준 주러 북한대사 등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주요 대사들이 19일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미국 정부가 핵·미사일 실험 재개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와 함께 중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다시 높여가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고위당국자들이 잇따라 중국 등을 겨냥한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한 데 이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가세했다. 볼턴 보좌관은 17일(현지 시간) 뉴욕 AM970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은 솔직히 유엔 제재를 더 촘촘히 적용해 북한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 국제무역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내고 도발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중국은 북한 핵무기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해치고 이 때문에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이런 점에서 중국은 이론적으로 미국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중국의 핵 역량 강화 문제를 경계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은 지금 자신들의 핵 역량을 키우고 있다”며 “그것이 미국이 국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미 정부가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를 선언하면서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도 포함한 새로운 협상을 제시한 것과 관련된 대목이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전후로 북한과의 대화 모드가 이어질 때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나 역할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담 결렬 후 긴장 수위가 높아지자 ‘중국 카드’를 다시 들이밀며 북한과 중국 양측을 모두 압박하는 것.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데 이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뉴욕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관계자들을 만난 것도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북한이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하게 되면 유엔에서 미국 대 중국, 러시아가 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2012년 2·29합의 직후 광명성 3호를 발사하자 중국은 추가 제재에 반대하며 북한을 편들었던 전례가 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최지선 기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미 공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조윤제 주미대사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함께 미국 도시 순회에 나섰다. 두 대사는 17일(현지 시간)부터 23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와 오스틴, 샌프란시스코, 덴버를 방문해 ‘대사와의 대화’ 시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행사를 통해 두 대사는 미국 지역의 정, 재계 및 학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미관계에 대한 인식 제고에 나선다고 주미대사관이 밝혔다. 1992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2014년 이후 5년간 중단됐다가 올해 재추진되는 것이다. 두 대사는 애틀랜타 기아차 및 오스틴 삼성 반도체 방문, UC버클리대 공개 간담회, 현지 언론 인터뷰, 6·25전쟁 참전용사 관련 행사 등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양국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 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애틀랜타에 도착해 해리스 대사와 호숫가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호젓한 호숫가에 점퍼 차림으로 나란히 앉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한미동맹이 70년 전 군사적 동맹으로 시작했지만 얼마나 강력하게 발전했으며, 한국과 미국인의 삶 구석구석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를 놓고 커지는 불협화음을 두 대사의 동행만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남북경협 등에 대한 서울발 발언들이 워싱턴의 우려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사들의 이벤트만으로 미국 내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미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에 미국 정계가 제재 강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공격견’ 최 부상을 앞세워 ‘강(强) 대 강’으로 받아친 북한에 발끈하는 분위기가 많지만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 시간) 방송된 뉴욕 AM970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과의 핵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필요한 행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위협을 협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불행히도 북한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어젯밤 그들은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쓸모없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 언론은 그가 14일 밤(미 동부시간 기준)에 있었던 최 부상의 기자회견을 ‘어젯밤’이라고 지칭한 점을 감안할 때 인터뷰가 15일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 부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자로 비난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강도 같다(gangster-like)는 말은 과거에도 들었지만 그 이후 전문적 협상을 이어왔다”며 차분히 받아넘겼다. 북한의 수사(레토릭)를 파악한 폼페이오 장관이 한결 여유를 갖고 북한을 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15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관리들의 발언은 거의 강탈 수준”이라며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비확산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의원도 “제재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보다 신중한 상황 관리를 주문했다.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본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최선희의 발언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도발 국면으로 되돌아간다는 신호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태도를 수정하라는 전략적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평양에서 나온 발언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에 ‘경고 사격’을 한 것”이라며 “북한은 비핵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와 함께 ‘스몰딜’을 받으라고 미국을 압박하면서 공을 다시 미국으로 넘겼다”고 해석했다. 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은 ‘북-미가 다시 거친 발언으로 돌아갔다’는 최신 기사에서 최 부상과 볼턴 보좌관이 공개 설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공격견(attack dogs)들이 풀려났다”고 진단했다. 북-미 협상에서 한동안 뒤로 물러나 있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선 이유는 양측 모두 내부 강경파를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다음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심각한 도발의 징후라기보다 미국과의 대화를 압박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차분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14일(현지 시간) 미국이 동맹국들에 미군 주둔비용의 50%를 더 부담시킬 것이라는 이른바 ‘비용+50(cost plus 50)’ 공식이 실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섀너핸 대행은 이날 상원 군사위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관련 청문회에서 이런 방식의 분담금 증액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틀렸다(erroneous)”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지도, 그렇다고 자선사업을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공평한 분담 원칙을 강조했다. 그리고 “공평한 비용의 분담은 여러 다른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지만 ‘비용+50’에 대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비용+50’ 공식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보도한 내용으로, 이르면 다음 달 시작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섀너핸 대행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폐지 및 축소에 대해 “올해 3가지 이유로 조정되고 있다”며 △평화 프로세스 지원 △군사작전에서의 한국 책임 확대 △기본적 군비태세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량이 저하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역량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이달 말 만나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섀너핸 대행은 청문회에 앞서 군사위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북-미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미 본토는 물론이고 동맹국에 계속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때 비타협적 요구를 했다”는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비난에 대해 볼턴 보좌관이 “부정확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건물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며 “북한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 쪽 카운터파트와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이 언급한 한국 쪽 카운터파트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국무부 브리핑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협상을 계속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최 부상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상회담이 열린 하노이에서 북한이 미국에 건넨 제안은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김 위원장이 자신의 약속에 부응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최 부상이 미국에 대해 ‘날강도 같은’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서도 “북한이 이런 표현을 처음 쓴 것이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에 “북한과의 외교는 넓게 열려 있다”며 “북한이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뉴욕의 주유엔 미국대표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15개 안보리 이사국을 대상으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도발하거나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관여해서 회담이 재개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협조를 구했다는 것. 한미 양국은 14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워킹그룹 회의를 열고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한 대북제재 면제 등 남북협력 현안을 논의했다. 대북제재 고삐를 죄는 미국의 완강한 분위기 속에 ‘동상이몽’ 지적을 받아온 남북 경협은 이번 회의에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무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 노력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이행을 통한 방안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북핵·북한 관련 제반 현안을 논의했다”며 “양측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대북제재하에서 남북관계를 북-미 협상 재개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에 방점을 뒀다.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앨릭스 웡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나선 이번 워킹그룹 회의에서 한국 측은 당초 예상과 달리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남북 경협 사업은 테이블에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가 ‘제재 틀 내에서의 남북 경협’을 추진하겠다고 계속 나선다면 대북 정책을 두고 한미 간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서울과 워싱턴이 ‘같은 책의 다른 페이지’가 아닌 ‘아예 다른 책’을 읽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일부 (청와대) 참모들의 발언은 미 당국자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정책 관점이 달라) 한미 동맹이 빈껍데기가 될 지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14일(현지 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A) 기고문을 통해 남북 경협 재개 카드를 역설했다. 문 특보는 기고에서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촉진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한국에 남북 경협에 대한 유연성 확대와 같은 지렛대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상황이 변했는데 (특보가) 하노이 회담 전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남북 경협 재개 카드를 들이대는 건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손택균·한기재 기자}

미국 국무부가 13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살인이나 임의 구금, 정치범수용소 같은 극단적인 인권침해는 물론이고 여성 및 아동 인권, 노동권, 부패와 집회·결사의 자유 같은 기본적인 인권 문제를 총망라한다. 국무부가 31쪽 분량의 한국 인권보고서에서 탈북민과 북한 인권 관련 단체의 압박 사실을 거론한 것은 ‘시민권의 존중’ 및 ‘국제 인권단체 및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정부의 태도’ 부문. 남북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엄중히 지적한 외교적 메시지로 평가된다.○ “탈북 단체 압박도 인권침해” 이례적 지적 국무부 인권보고서는 탈북민과 인권 관련 단체들의 증언과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면서 탈북민 단체들은 정부로부터 북한에 대한 비난을 줄이라는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적시했다. 정부가 2016년 법률로 규정한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더디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정부가 북한에 대한 비판을 꺼리는 것이 지연 요인”이라는 탈북 단체들의 발언을 함께 실었다. ‘언론 및 표현의 자유’ 부문에서는 탈북민 출신 기자가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고위급회담 당시 정부로부터 취재를 제한당한 사실도 거론됐다. 한국 정부가 2016년 9월 외교부에 신설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자리가 1년 넘도록 공석인 점도 지적했다. 이런 지적들은 2017년 인권보고서에는 없던 내용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 둔 상황에서 이례적인 비판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목적이 기본적인 인권침해나 억압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지원단체 관계자는 “통일부의 민간단체 지원 예산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통일부 지원이라는 것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고 있다”며 관련 단체가 위축된 사실을 전했다. 한편 보고서는 ‘차별, 사회적 학대, 인신매매’ 항목 중 ‘여성’ 부문에서 미투 운동의 전개 과정에 대한 기술과 함께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사건을 언급했다. ‘부패’ 부문에서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를 실었다.○ 北에는 ‘지독한 인권침해’ 표현 빼며 수위 조절 북한 보고서는 열악한 정치범수용소의 실태와 정치적 살인, 구금, 여성 인신매매 등 유엔 인권보고서 등에서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인권 실태를 재차 비판했다. 2014년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 99.97% 참여율과 100% 지지율을 보인 것도 선거 및 정치자유가 침해된 사례로 다뤄졌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책임을 강조하는 직접적인 평가는 하지 않았다. 2017 인권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이 정부의 지독한(egregious) 인권침해에 직면했다”며 정권의 책임을 강조했던 표현도 뺐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의 추가 대화의 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의 표현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클 코잭 국무부 인권 담당 대사는 이날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보고서에 담아야 하는 내용이 많아 문구가 매년 조금씩 다르다”면서도 “북한이 행한 여러 일에 북한은 지독하다는 것이 함축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코잭 대사는 북-미 대화 이후 북한 인권이 개선됐느냐는 질문에는 “그에 대한 어떠한 진전도 보지 못했다”며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인권 상황이 최악인 나라 중 하나이며, 북한 정권이 행동을 바꾸도록 어떻게 설득할지가 앞으로 우리가 기울일 노력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문재인 정부가 탈북민들의 대북정책 비판을 막기 위해 압력을 가한 사실은 인권 침해라고 미국 국무부가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지적했다. 국무부가 13일(현지 시간) 공개한 인권보고서 중 한국 보고서는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탈북민 단체들은 북한에 대한 비난을 줄이라는 직간접적인 압력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다”고 적시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탈북민 및 북한인권 단체들의 상황을 인권보고서에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북-미 관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다른 기류를 보이는 한국 정부에 대한 우회적 경고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인권보고서는 “정부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탈북민들을 접촉해 북한에 대한 비판을 삼가라고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북자동지회에 대한 지원금이 끊기고, 경찰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은 일 등도 인권 침해의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늦어지고 북한인권 담당 대사가 1년 넘게 공석인 상황도 우려할 대목으로 지적했다. 국무부는 북한 보고서에서 정치적 살해와 강제 실종, 당국에 의한 고문, 임의 구금 등 북한에서 일어나는 인권 실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다만 전년에 언급했던 ‘지독한(egregious) 인권 침해’라는 표현을 빼는 등 수위를 조절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워싱턴을 극비리에 방문해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만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 관련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황인찬 기자}

북한이 미국의 ‘참수(decapitation) 공격’에 대비해 핵과 미사일 시설을 민간 시설에 분산하고, 북쪽 국경지대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증거가 공개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며 관련 자료를 내놨다. 이는 지난해 비핵화 대화 국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 및 은폐 활동을 벌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회원국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북쪽 국경지대 근처에 ICBM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보고서는 CNN이 ICBM 기지로 지목한 양강도 회정리 미사일 기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회원국을 인용해 “2015년 12월 이후 영변 5MW(메가와트) 원자로가 가동 중”이라며 “지난해 9, 10월 원자로 가동이 중단됐을 때 사용 후 핵연료봉 인출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위는 “우라늄 광산이 있는 평산에서 지난해 폐석 제거 움직임이 목격돼 채광 진행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제재위는 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위해 은밀하게 원심분리기를 구매한 아시아의 단체(기업)나 개인들에 대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회원국은 2018년 4월 “북한이 확인된 핵과 미사일 조립 및 생산장에 대한 가능한 ‘참수’ 공격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민간 공장과 비군사시설을 반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제재위에 통보했다. 그 근거로 평성 트럭공장에서 ICBM 화성-15형이 조립된 사례가 제시됐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과 28일 방현 항공기 제조공장과 자강도 무평리에서 화성-14형 미사일을, 같은 해 8월 29일과 9월 15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화성-12형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 국무부는 유엔 보고서에 대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대북제재 위반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시의적절한 보고서가 나온 것을 환영한다”며 “미국은 대북제재 위반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된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을 경계하며 대북 제재 고삐를 죄고 있다. 로버트 팰러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2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대북 제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앞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 방안과 관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남북 관계가 북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미 재무부의 시걸 맨델커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도 이날 하원 세출위원회 산하 금융 정부부문 소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할 때까지 북한의 금융과 경제에 대한 압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스턴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지역 언론 4곳과 연쇄 인터뷰를 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와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최소 6번은 비핵화한다고 말했다”며 “말은 쉽지만, 우리가 실제 약속을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핵무기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며 특별히 위험하다”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방법의 하나는 그들(북한)의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것이고, 미국과 유엔이 부과한 제재는 실질적으로 (원유 수입량) 차이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