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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유니폼을 반납하겠습니다." "그러면 임의탈퇴 시킬 수밖에 없다." 1990년 말 광주시내 한 술집에서는 밤새도록 치열한 언쟁이 벌어졌다. 언쟁을 벌인 두 주인공은 해태의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동열(54·전 KIA 감독)과 이상국 해태 단장(65·전 KBO 사무총장)이었다. 두 사람의 연봉 협상 과정은 한국 야구계가 주목한 '빅 매치'였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사상 첫 억대 연봉 선수(재일동포 제외)가 나오느냐 여부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선동열로서는 '유니폼 반납'을 불사할 만했다. 1990시즌 875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선동열은 그해 22승 6패 4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13이라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지금 같으면 두 세배 연봉이 뛸 만 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우승을 밥 먹듯 했던 해태는 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짜기로 악명 높았다. 두 사람은 해를 넘겨서도 여러 차례 술자리를 가지며 연봉 협상을 이어갔다. 그러다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기 며칠 전 마침내 연봉 1억 500만 원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전 종목을 통틀어 한국 선수 최초의 억대 연봉이었다. ●"지금 같으면 술 안 마셨겠죠."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난 선동열 한국야구대표팀 코치는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그 땐 매년 그런 식으로 연봉 협상을 했다. 돈은 많이 못 받았지만 그래도 오가는 술잔 속에 정이 넘쳤었다"며 허허 웃었다. 만약 선 코치가 시대를 잘 타고 났다면 100억 원 시대를 열어젖힌 주인공은 그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오프 시즌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외야수 최형우(KIA)는 KBO리그 최초로 100억 원(4년 기준)에 계약했다. 삼성 감독 시절 제자였던 투수 차우찬은 4년 95억 원에 LG로 팀을 옮겼다. 지난 시즌까지 해외 무대에서 뛰다 친정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는 올해부터 4년간 150억 원을 받는다. 선 코치는 "당시엔 열심히 해 좋은 성적을 올려도 연봉 인상폭이 적으니 선수들이 시즌, 비 시즌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많이 마셨다. 나 역시 그랬다. 만약 그 때 지금 같은 FA제도가 있었으면 술 안 마시고 열심히 운동만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국가대표' 유희관은 나도 궁금 선 코치는 3월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투수진을 이끈다. 2015년 말 프리미어12 우승을 합작했던 김인식 감독을 도와 다시 한 번 한국 야구의 실력을 세계에 떨치겠다는 각오다.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유독 화제의 중심에 섰던 선수가 있다. 느린공의 사나이 유희관(두산)이다. 지난해 유희관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4km, 평균 구속은 128km이었다. 하지만 유희관은 절묘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5승을 올리는 등 최근 4년 연속 10승을 올렸다. 본인은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번 WBC 대표 명단에서 제외됐다. 선 코치는 "솔직히 나도 희관이가 국제무대에서 통할지 궁금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하지만 WBC는 시험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성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무대다. 코칭스태프의 결론은 '도박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희관이 삼진을 잡는 패턴은 몸쪽 깊은 공을 던진 후 바깥쪽 유인구를 던지는 것이다. 희관이가 국제대회에서 통하려면 한국에서처럼 몸쪽 깊숙한 공을 심판이 스트라이크로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WBC에선 그렇다는 보장이 없다. 그 공이 볼이 되면 던질 공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우리가 언제는 최강팀이었나 많은 사람들이 이번 WBC 대표팀을 약체라고 평가한다. 김인식 감독이 원했던 추신수(텍사스), 김현수(볼티모어), 강정호(피츠버그) 등 메이저리거들이 부상 우려와 사건사고 등으로 대거 최종 엔트리에서 빠졌다. 빅리거는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1명밖에 없다. 선 코치는 "한국은 그 동안 여러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최상의 전력을 갖고 임한 적은 별로 없다"고 했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제2회 WBC 때도 메이저리거는 추신수 한 명 밖에 없었다.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때도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 쿠바, 일본 등을 넘고 우승했다. 선 코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대표로서의 마음가짐이다. 선수들이 태극마크의 무게를 제대로 느낀 대회에서는 항상 좋은 성적을 거뒀다. 투구 수 제한이 있는 WBC에서는 김인식 감독님의 투수 용병술이 크게 빛을 발할 것"이라고 했다. 선 전 감독은 송진우, 김동수 코치와 함께 김 감독을 보좌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50억 원이면 딱 좋겠네요.” 신년 인터뷰를 위해 이달 초 대구에서 만난 이승엽(41·삼성)은 대뜸 이대호(35·롯데) 얘기를 먼저 꺼냈다. 당시만 해도 이대호의 거취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 복귀보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진출이 더 유력해 보였다. 그런데 이승엽은 “대호는 롯데 안 옵니까. 대호 같은 선수가 와야 한국 야구에 훨씬 도움이 되는데…”라고 했다. 기자가 “아무래도 몸값이 관건이 아니겠느냐”고 하자 이승엽은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놨다. “대호는 일본에서 연봉 5억 엔, 한국 돈으로 약 50억 원짜리 선수입니다. 롯데가 4년에 200억 원을 주면 오겠지만 사실 부담되는 금액이지요. 하지만 롯데는 최선을 다하고, 대호도 좀 양보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100억 원과 200억 원의 중간쯤인 150억 원이 딱 좋네요.” 그때는 웃고 넘겼지만 이승엽의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롯데와 이대호가 24일 전격적으로 4년 150억 원에 합의한 것이다. ‘국민타자’란 별명을 가진 이승엽과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는 이대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들이지만 둘이 동시에 KBO리그에서 뛴 적은 거의 없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2004년부터 주전으로 발돋움했는데, 이승엽은 그해부터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승엽이 국내로 돌아온 2012년 이대호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가대표팀에서 만나 끈끈한 인연을 쌓았다. 이대호는 “승엽이 형처럼 항상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승엽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기 때문에 둘이 같은 무대에서 뛰는 건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올해는 1루수로 나간 이승엽이 1루에 출루한 이대호의 엉덩이를 툭 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7000만 원.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그동안 롯데와 이대호(35·사진) 사이에 놓여 있던 7000만 원은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보였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부산 사직구장을 누비던 2010년. 이대호는 말 그대로 펄펄 날았다. 그해 이대호는 타율과 홈런, 타점, 득점,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력 등 타격 7관왕에 올랐다. 도루를 제외한 모든 타격 타이틀을 독차지했다. 8월 4일 두산전부터 14일 KIA전까지는 9경기 연속 홈런을 때리는 괴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시즌 후 연봉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롯데는 팀 내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며 6억3000만 원을 제시했다. 이대호는 7억 원을 받아야 한다고 버텼다.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연봉조정신청까지 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이대호는 “앞으로 선수들은 구단이 주는 대로만 연봉을 받아야 할 것 같다. 타격 7관왕인 나도 졌는데 후배들 중 누가 과연 이길 수 있겠는가”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2011시즌 후 이대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1년 만에 입장을 바꾼 롯데는 4년간 1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대호의 마음은 이미 롯데를 떠난 뒤였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는 이대호에게 2년간 최대 7억6000만 엔의 거액을 제시했다. 당시 환율로 100억 원을 훌쩍 넘는 돈이었다. 11년간 몸담았던 팀을 떠나면서 이대호는 “롯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 해 보고 팀을 떠나는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무대에서 뛴 5년간 이대호는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맹활약을 펼쳤다. 오릭스에서 2년간 이대호는 4번 타자 자리를 도맡으며 2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다. 2013년 말 다시 FA가 된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와 2년간 총액 9억 엔에 사인했다. 첫해부터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이대호는 2015년 일본시리즈에서는 2개의 홈런을 쳐내며 2연패의 주역이 됐다. 한국 선수 최초로 일본시리즈 MVP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이대호는 뜻밖의 도전을 했다. 소프트뱅크의 3년간 15억 엔이라는 거액 제안을 뿌리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30대 중반 나이에 마이너리그 계약을 받아들였고, 초청 선수로 시애틀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한참 어린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개막전 등록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플래툰 시스템(같은 포지션에 기량이 비슷한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는 방법) 속에서도 14개의 홈런을 쳐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 자라며 힘들게 야구를 했던 그는 한국과 일본, 미국을 돌며 야구 선수로 이룰 수 있는 걸 대부분 이뤘다. 엄청난 돈을 벌었고, 명예도 얻었다. 지난 시즌 후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 미국 등 모든 구단에 문을 열어 놨다. 여러 일본 구단들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몇몇 팀도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것은 친정팀 롯데였다. 좀 더 저울질할 수도 있었지만 이대호는 선뜻 롯데의 손을 잡았다. 계약 조건은 4년간 15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지난해 말 최형우가 삼성에서 KIA로 이적하면서 받기로 한 몸값 4년 1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KBO리그 최고 대우다. 이대호는 “미국에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남은 것은 롯데로 돌아가 후배들과 함께 우승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2011년 말 롯데를 떠나면서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잘해서 정말 좋은 대우를 받고 오겠다. 어릴 적 (이)승엽이 형(삼성), (박)찬호 형(은퇴·전 LA 다저스)을 보며 꿈을 키웠듯 나도 후배 선수들의 꿈을 키워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5년 만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말을 지켰다. 이대호의 복귀는 올 시즌 롯데는 물론 KBO리그 전체를 봐서도 큰 흥행 호재다.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의 단골손님인 그는 3월 한국에서 열리는 WBC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리그 외국인 선수 몸값이 사상 처음으로 2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주인공은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6)다. 두산과 니퍼트는 총액 210만 달러(약 24억5000만 원)에 재계약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지난해 120만 달러에서 90만 달러나 오른 금액이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 몸값이 200만 달러 이상 된다”는 추측이 나돌았으나 공식 발표에서 200만 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퍼트≒차우찬≒양현종 성적으로 보면 니퍼트는 충분히 외국인 선수 최고 몸값을 받을 만하다. 니퍼트는 지난해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며 다승과 평균자책점, 승률 등 투수 3관왕에 올랐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이어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니퍼트는 NC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8이닝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28이닝 연속 무실점의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2011년 처음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7시즌 연속 두산에서 뛰게 됐다. 예전 한화에서 7시즌을 뛰었던 제이 데이비스와 함께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가 됐다. 그러면 니퍼트가 받는 210만 달러는 얼마나 합리적인 대우일까. 니퍼트와 비슷한 금액을 받는 한국인 투수로는 차우찬(30·LG)과 양현종(29·KIA)이 있다. 삼성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차우찬은 4년 최대 95억 원을 받기로 하고 LG로 이적했다. 연간 금액으로 나누면 23억7500만 원이다. 양현종은 KIA와 22억5000만 원에 1년 계약을 했다. 차우찬의 지난해 성적은 12승 6패에 평균자책점 4.73이다. 양현종은 10승 12패에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성적으로는 니퍼트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차우찬과 양현종의 나이가 30세 전후로 투수로서 전성기를 맞는 시기라는 것을 감안해도 니퍼트의 계약 조건이 그리 과해 보이지는 않는다.○ 몸값은 성적과 비례한다? 그나마 니퍼트는 한국 무대에서 실력이 검증된 투수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은 처음부터 거액을 챙기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선수들이 늘어나는 것도 큰 이유다. NC는 23일 지난해까지 클리블랜드에서 뛰었던 케프 맨쉽과 180만 달러(약 21억 원)에 계약했다. 맨쉽은 시카고 컵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도 뛰었던 투수다. 한화도 최근 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알렉시 오간도를 180만 달러에 데려왔다.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이 본격적으로 폐지된 2015년 3명이었던 100만 달러 이상 외국인 선수는 지난해 5명으로 늘었다. 모든 구단의 선수 영입이 끝나지 않은 올해는 벌써 12명이 100만 달러 이상에 계약했다. 반면 롯데와 SK는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100만 달러 이하 선수로 채웠다. 특히 롯데 투수 파커 마켈은 52만5000달러(약 6억1000만 원)로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최소 몸값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 새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 역시 이름과는 달리 60만 달러(약 7억 원)에 사인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내달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에 메이저리거는 단 한 명, 오승환(세인트루이스)밖에 없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외야수 추신수(텍사스)를 대신해 박건우(두산)를 선발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최고의 팀을 구성하려던 대표팀의 구상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류현진(LA 다저스)은 일찌감치 대표팀에서 제외했고, 내야수 강정호(피츠버그)는 음주운전 사고 탓에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외야수 김현수(볼티모어)도 고심 끝에 WBC 출전을 고사했다. 이에 비해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WBC 1라운드에서 한국과 만나는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에는 빅리거가 여러 명 있다. 네덜란드는 메이저리거로 내야 주요 포지션을 채울 정도다. 보스턴의 산더르 보하르츠는 20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WBC에서는 네덜란드의 3루수로 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유격수인 보하르츠는 리그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의 유격수 출전을 점치면서 자신은 3루 출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루수로는 김현수의 팀 동료인 요나탄 스호프가 나선다. 1루수는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뛰는 블라디미르 발렌틴이다. 그는 2013년 60홈런을 터뜨리며 이승엽이 가지고 있던 아시아 한 시즌 홈런 기록(56개)을 경신한 거포다. 삼성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밴덴헐크(소프트뱅크) 역시 WBC 출전을 확정한 상태다. 선동열 한국 대표팀 투수코치(전 삼성 감독)는 “네덜란드는 복병을 넘어 우승 후보라고 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약체로 평가받던 이스라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20일 현재 발표된 15명의 출전 선수 명단에는 뉴욕 메츠 내야수 타이 켈리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가 8명이나 된다. 족 피더슨(LA 다저스), 제이슨 킵니스(클리블랜드), 대니 발렌시아(시애틀), 크레이그 브레슬로(FA) 등 현역 메이저리거들의 합류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국제 대회에서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대만에 빅리거가 없는 게 다행이다. 마이애미에서 뛰고 있는 투수 천웨이인이 대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대만은 28명의 최종 엔트리를 대만리그와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들로 채울 예정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762개)을 갖고 있는 배리 본즈(53)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한 유일한 이유는 ‘약물’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354승을 거둔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55)도 마찬가지다. 둘은 19일 발표된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또다시 선택받지 못했다. 미국 뉴욕 주 쿠퍼스타운에 있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려면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기자단 투표에서 75%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이날 본즈와 클레멘스는 각각 53.8%와 54.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왕년의 강타자 제프 배그웰(86.2%)과 명포수 이반 로드리게스(76.0%), 최고의 1번 타자로 꼽혔던 팀 레인스(86.0%) 등 3명이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하지만 약물 복용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지면서 둘이 조만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5년까지 30%대였던 득표율이 2016년 처음으로 40%를 넘었고, 올해는 50%까지 돌파했다.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은 처음 획득 후 10년 동안 유지되는데 올해는 5년째에 불과했다. 앞으로 5번의 기회가 더 있는 셈이다. 이날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배그웰과 로드리게스 역시 금지 약물 복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들이다. 본즈와 클레멘스의 명예의 전당행을 막을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CBS스포츠는 “금지 약물에 엄격했던 유권자(야구 기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둘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에선 몇 해 전부터 ‘엘넥라시코’가 유명했다. LG와 넥센의 라이벌전을 일컫는 말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엘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대결)를 본뜬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엘넥라시코보다 더 흥미진진한 라이벌 대결이 예정돼 있다. 넥센과 SK의 대결, 일명 ‘넥스크라시코’다. 2017년 한국 프로야구를 강타할 블록버스터다. 양 팀을 이끄는 수장은 올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장정석 감독(넥센)과 트레이 힐만 감독(SK)이다. 그렇지만 물밑에서 정면승부를 벌이는 건 이장석 전 넥센 대표이사와 염경엽 전 감독이다. 한때 동지였던 둘은 언젠가 적이 되어 만날 운명이었다. 다만 이렇게 빨리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17일 염 전 감독이 SK 단장직을 받아들이면서 두 팀의 대결은 갑작스럽게 관심을 끄는 ‘빅 매치’가 됐다. 이 전 대표와 염 전 감독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넥센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다. 한 명은 구단 오너로, 또 한 명은 감독으로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약체로 평가받던 넥센은 둘이 손을 잡은 지난 4년 동안 빠짐없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지난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갈등의 원인은 “누구 덕분에 팀이 이렇게 잘됐는데”로 정리할 수 있다. 넥센은 원래부터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프런트 야구’를 하는 팀이었다. 선수 수급부터 스카우트까지 야구장 밖의 모든 일을 프런트가 처리했다. 감독의 역할은 야구장 안으로 한정됐다. 염 전 감독은 구단이 제공한 재료로 매년 멋진 요리를 만들어냈다. 지난해엔 박병호와 조상우, 한현희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서도 팀을 3위로 이끌었다. 프런트 야구를 앞세우는 팀 분위기 속에서 염 전 감독은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섭섭함을 느꼈다. 자신의 야구 색깔을 펼칠 기회가 없다고도 생각했다. 구단은 달랐다. 넥센을 이끄는 힘은 감독의 개인 역량보다 팀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시즌 도중 염 전 감독이 SK 감독으로 간다는 설이 파다했다.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팀으로 간다는 소문 때문에 법적 도덕적 논란이 일었다. 염 전 감독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염 전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에 패한 날 구단과 상의 없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양측의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당시 넥센의 분위기는 “차라리 염 감독이 SK 감독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넥센과는 전혀 다른 환경인 SK에서라면 염 전 감독의 진짜 실력이 온 세상에 드러날 것이라는 속내 때문이었다. 결국 염 전 감독은 SK 감독이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전격적으로 SK 단장이 되어 돌아왔다. 이례적으로 3년 계약을 했을 만큼 SK는 그의 영입에 공을 들였다. 그만큼 큰 권한을 가질 게 분명하다. 이 전 대표도 최근 넥센 대표이사 사장직을 최창복 본부장에게 넘겨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구단 소유주로서 넥센을 움직이고 있다. 염 전 감독은 SK 단장 취임 후 “그동안 내가 준비했던 생각과 SK 시스템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넥센이 몇 해 전부터 주창해 온 것 역시 ‘시스템 야구’다. 넥센이 염 전 감독의 후임으로 운영팀장 출신의 장정석 감독을 깜짝 발탁한 것도 야구 시스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장석과 염경엽의 자존심 대결. 그리고 똑같이 시스템 야구를 표방하는 SK와 넥센. 두 팀은 서로에 져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시즌 뒤의 성적이 승자를 말해 줄 것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는 건가요.”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68·사진)은 자주 외신 인터뷰를 한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눈길이 많다고 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평창 올림픽에 대한 걱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17일 강원 평창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최순실 씨의 평창 올림픽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3수 만에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이다. 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털 건 털고 가야 하지 않겠나. 그렇더라도 의혹만 가지고 평창 올림픽을 일방적으로 매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최 씨가 이권 개입을 시도하려 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평창 올림픽이 최 씨의 이권 개입 타깃이 된 것도 맞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조양호 전 위원장의 사퇴 이후 자신이 새 위원장이 된 것에 대해서도 “전임자가 어떻게 떠났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나도 처음에는 고사하다가 거듭된 요청에 위원장을 맡게 됐을 뿐”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은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국가 브랜드가 걸린 문제다. 올림픽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전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상황과는 별개로 올림픽 준비는 제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제 와서 올림픽을 포기한다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지금도 숨 가쁘게 일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 때문에 모든 것이 매도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 위원장의 말 속에는 깊은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평창=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도핑 의혹을 받고 있는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1·러시아·사진)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소트니코바는 최근 러시아 매체 ‘OK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아이스쇼에 출연하고 있지만 언젠가 스포츠 무대로 돌아갈 계획이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연기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소트니코바는 소치 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 속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줘야 했다. 올림픽 이후 소트니코바는 아이스쇼와 TV 프로그램 출연 등 대외 활동에 집중해 왔다. 발목 인대 파열로 2014∼201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를 건너뛰었다. 2015∼2016시즌 그랑프리 5차 대회 동메달이 올림픽 이후 유일한 메달이다. 올 시즌에도 발목 부상을 이유로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평창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소트니코바는 “예전에는 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신경을 쓰고 걱정도 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성장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내 손 안에 있다. 내가 해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말 만났던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은 올 시즌 목표 중 하나로 “메이저리그의 덩치 큰 선수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덩치 얘기를 꺼낸 이유는 자신의 몸이 메이저리그에서는 크지 않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한국이나 미국에서 뛸 때는 몸이 작다는 걸 한 번도 못 느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큰 선수가 정말 많더라. 키로만 따지면 아마 팀 내에서 세 번째로 작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공식 프로필에 나와 있는 오승환의 키는 178cm, 몸무게는 93kg이다. 워낙 다부진 몸매를 보유하고 있어서 동료 선수들로부터 “몸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승환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의 매니지먼트사인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개인훈련을 하고 있는 오승환의 사진을 몇 장 공개했다. 일찌감치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해 권보성 트레이너와 함께 훈련 중인 오승환의 팔뚝은 마치 보디빌더처럼 우락부락하다. 레슬링 선수들처럼 대형 타이어를 들어올리고 있는 장면도 있다.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은 사진 밑에 “점점 헐크가 되어가고 있다”는 설명을 붙였다. 올 한 해 체력이 중요하긴 하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 선발된 오승환은 3월 초부터 실전을 치러야 한다. 4월부터는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메이저리그 2년째를 맞는 오승환은 현지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대표 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은 오승환이 올해 팀 내 최고 구원투수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팬그래프닷컴이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오승환은 올해 68경기에 출전해 64와 3분의 2이닝을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진은 81개를 잡아 예상 9이닝당 삼진은 11.27개로 팀 내에서 가장 높다. 예상 평균자책점은 2.64이다. 예상 승, 패, 세이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1.3을 예상했다. WAR는 메이저리그 대표 마무리투수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 사이트는 켄리 얀선(LA 다저스)의 WAR를 1.5, 아롤디스 차프만(뉴욕 양키스)의 WAR를 1.4로 예상했다. 팬그래프닷컴은 또 오승환을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먼(은퇴·전 샌디에이고)에 비유했다. 호프먼은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600세이브 고지(601개)를 밟은 투수. 오승환과 같은 나이인 35세 때인 2002년 2승 5패 38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는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라고 불린다. 남자 스켈레톤 최강자인 두쿠르스는 4차례나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고, 2009∼20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7년 연속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최종 랭킹 1위에 올랐다. 두쿠르스와 랭킹 1위 자리를 놓고 겨루는 최고 라이벌은 한국의 윤성빈(23·한국체대)이다. 두쿠르스와 윤성빈은 지난해부터 랭킹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번 시즌 초반 성적은 윤성빈이 좋았다. 지난 시즌 최종 랭킹 2위를 했던 윤성빈은 2016∼2017시즌 초반 두쿠르스를 밀어내고 1위를 질주했다. 윤성빈을 추격하던 두쿠르스는 15일 순위를 뒤집었다. 두쿠르스는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2016∼2017 IBSF 4차 대회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52초04로 금메달을 따냈다. 윤성빈은 1차 레이스에서 56초40의 기록으로 3위를 했지만 2차 시기에선 56초44를 기록하며 최종 순위에서 5위로 밀렸다. 대회 때마다 주어지는 성적 포인트로 랭킹이 매겨지는데, 이날 184점을 추가하는 데 그친 윤성빈은 225점을 추가한 두쿠르스에게 1위를 내줬다. 윤성빈은 상대적으로 빠른 스타트, 두쿠르스는 경기 운영 능력이 좋다.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놓고도 두 선수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즌 추이를 보면 윤성빈은 자신이 여러 차례 훈련 및 대회를 치렀던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린 대회에서 강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린 1, 2차 대회에서 윤성빈이 1, 3위를 차지했을 때 두쿠르스는 4, 5위에 그쳤다. 두쿠르스에게 익숙한 유럽 무대로 장소를 옮긴 뒤엔 정반대다. 두쿠르스는 독일 알텐베르크에서 열린 3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더니 이날 우승을 차지하며 랭킹에서 윤성빈에게 앞섰다. 이처럼 스켈레톤 경기에서는 어느 정도 익숙한 코스에서 경기를 하느냐도 중요하다. 랭킹 1, 2위를 다투는 윤성빈과 두쿠르스 모두 익숙한 코스와 그렇지 않은 코스에서의 성적 차이가 뚜렷하다. 이런 점에서 평창 올림픽에서는 일단 윤성빈이 유리하게 보인다. IBSF 규정에 따르면 외국 선수들은 대회에 앞서 최소 40번의 주행을 보장받는다. 그렇다곤 해도 두쿠르스가 평창 코스를 경험할 수 있는 건 내달 3월 제1차 국제훈련주간과 3월 17, 18일 열리는 제8차 월드컵 정도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마음만 먹으면 무제한 훈련도 가능하다. 윤성빈은 “평창 코스에서 눈 감고도 탈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할 것”이라고 했다. 두쿠르스가 7년간 세계 랭킹 1위로 군림했으면서도 올림픽에서는 단 1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존 몽고메리(캐나다)에게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도 알렉산드르 트레티야코프(러시아)에 이어 2위로 골인했다. 두 번 모두 개최국 선수에게 밀린 공통점이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대회 첫날 역대 최연소인 24세의 나이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못해 본 ‘꿈의 59타’를 쳤다. 둘째 날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역대 36홀 최소타(123타) 기록을 세웠다. 셋째 날에는 PGA투어 역대 54홀 최소타(188타)와 동타를 이뤘다. 저스틴 토머스(24·미국)가 새해 들어 연일 신들린 샷을 날리고 있다. 토머스는 15일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라에CC(파70)에서 열린 소니오픈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65타를 쳤다. 3라운드 중간 합계 22언더파 188타로, 2010년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존 디어 클래식(파71)에서 기록한 역대 54홀 최소타와 같았다. 당시 스트리커의 캐디는 지미 존슨이었다. 공교롭게도 존슨은 이번 대회에서 토머스의 캐디백을 메고 있다. 이 기막힌 우연이 대회 마지막 날인 16일엔 어떤 결과를 낳을까. 토머스 앞에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먼저 천국. 그가 이날 5타를 줄이면 PGA투어 레코드북에 ‘PGA투어 72홀 역대 최소타 우승’이라는 글귀를 새길 수 있다. 종전 기록은 2003년 토미 아머 3세가 텍사스오픈(파70)에서 세운 26언더파 254타다. 4언더파만 해도 역대 최소타 타이 기록은 작성할 수 있다. 반대로 현 상태에서 우승을 놓치는 것은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만큼이나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3라운드 현재 토머스는 단독 2위 잭 존슨(15언더파 195타)에게 7타 차로 앞서고 있다. 역대 PGA투어 역사상 54홀까지 7타를 앞선 선수가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6타를 앞서다 마지막 날 역전패한 경우는 모두 6번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1996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6타 차 역전패를 허용한 그레그 노먼(호주)도 있다. 토머스는 이에 대해 “상황에 따른 플레이를 할 것이다. 내 샷 상태를 감안하고, 추격하는 선수들이 어떻게 치는지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기회가 되면 많은 버디를 잡으려 하겠지만 가끔은 파도 괜찮은 스코어”라며 기록을 위해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천당이나 지옥에 가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우승해도 몇몇 의미 있는 기록은 세울 수 있다. 지난주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열린 PGA투어 SBS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그가 또다시 정상에 오르면 하와이에서 열린 2개 대회를 모두 휩쓸 수 있다. 일명 ‘알로하 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2003년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밖에 없다. 소니오픈에서 1∼4라운드 모두 선두를 달성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이전까지 최경주(2008년) 등 세 번뿐이었다. 한편 2라운드까지 공동 13위에 올라 상위권 진입을 노렸던 양용은(45)은 1오버파를 치면서 중간 합계 7언더파 203타로 공동 48위로 밀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 연말 만났던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은 올 시즌 목표 중 하나로 "메이저리그의 덩치 큰 선수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덩치 얘기를 꺼낸 이유는 자신의 몸이 메이저리그에서는 크지 않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한국이나 미국에서 뛸 때는 몸이 작다는 걸 한 번도 못 느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큰 선수들이 정말 많더라. 키로만 따지면 아마 팀 내에서 3번째로 작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공식 프로필에 나와 있는 오승환의 키는 178cm, 몸무게는 93kg이다. 워낙 다부진 몸매를 보유하고 있어서 동료 선수들로부터 "몸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승환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의 매니지먼트사인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오승환의 사진을 몇 장 공개했다. 일찌감치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해 권보성 트레이너와 함께 훈련 중인 오승환의 팔뚝은 마치 보디빌더처럼 우락부락하다. 레슬링 선수들처럼 대형 타이어를 들어올리고 있는 장면도 있다.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은 사진 밑에 "점점 헐크가 되어가고 있다"는 설명을 붙였다. 올 한해 체력이 중요하긴 하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 선발된 오승환은 3월 초부터 실전을 치러야 한다. 4월부터는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메이저리그 2년째를 맞는 오승환은 현지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대표 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은 오승환이 올해 팀 내 최고 구원 투수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팬그래프닷컴이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오승환은 올해 68경기에 출전해 64와 3분의2이닝을 던질 전망이다. 삼진은 81개를 잡아 예상 9이닝 당 삼진은 11.27개로 팀 내에서 가장 높다. 예상 평균자책점은 2.64이다. 예상 승, 패, 세이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1.3을 예상했다. WAR은 메이저리그 대표 마무리 투수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 사이트는 켄리 잰슨(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WAR을 1.5, 아롤디스 차프먼(뉴욕 양키스)의 WAR을 1.4로 예상했다. 팬그래프닷컴은 또 오승환을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먼(은퇴·전 샌디에이고)에 비유했다. 호프먼은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600세이브 고지(601개)를 밟은 투수. 오승환과 같은 타이인 35세 때 2002년 2승 5패 38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했다.이헌재 기자uni@donga.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대회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열기가 그리 뜨겁지 않다. 여전히 많은 구단과 팬들이 WBC보다 리그를 중시한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나서 소속 국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축구 월드컵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3차례 WBC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이 연이어 ‘굴욕’을 당한 것도 이 대회가 미국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06년 제1회 대회 때 미국은 알렉스 로드리게스, 켄 그리피 주니어 등 초호화 멤버로 대표팀을 꾸리고도 2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009년 2회 대회 때는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했다. 2013년 3회 대회에서도 2라운드에서 짐을 쌌다. 미국 땅에서 열린 결승전은 항상 다른 나라들의 잔치였다. 하지만 올해 열리는 제4회 대회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WBC 출전 의사를 밝힌 미국의 스타 선수가 크게 늘었다. 12일 현재 28명의 최종 엔트리 가운데 16명이 확정됐다. 야수진은 올스타 라인업으로 봐도 될 정도로 짜임새가 좋다. 폴 골드슈밋(1루수·애리조나), 이언 킨슬러(2루수·디트로이트), 브랜던 크로퍼드(유격수·샌프란시스코), 놀런 에러나도(3루수·콜로라도) 등이 내야를 구성한다. 이 4명이 지난해 친 홈런을 합치면 105개나 된다. 외야는 앤드루 매커천(피츠버그), 애덤 존스(볼티모어), 크리스천 옐리치(마이애미)가 등이 나선다. 명포수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와 조너선 루크로이(텍사스) 등이 마스크를 쓴다. 마운드에서는 지난해 10승 1패 평균자책점 1.45를 기록한 특급 불펜 투수 앤드루 밀러(클리블랜드)의 합류가 눈에 띈다. 이 밖에도 ‘빅 네임’들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보스턴의 왼손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 LA 다저스의 클레이턴 커쇼, 샌프란시스코의 매디슨 범가너 등이다. 한번 최종 엔트리가 결정되면 변경이 불가능했던 이전 대회 때와 달리 이번에는 2라운드부터 2명의 투수 엔트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들의 출전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은 최근 미국 대표팀 전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다른 어떤 팀도 미국의 전력에 필적할 수 없다. 투수력, 타력, 수비력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내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이 주최하는 대회다. 경기에서도 메이저리그 공인구(사진)인 롤링스사 제품을 쓴다. WBC 한국 대표팀의 첫 예비 소집일이었던 11일 대표팀 투수들은 유니폼과 단복 외에 롤링스사가 만든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전달받았다. 하루라도 빨리 대회 공인구를 손에 익히라는 의미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와 KBO리그 공인구(스카이라인)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한국 투수들 가운데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좀 더 미끄럽다”고 느끼는 선수가 많다. 한국 공은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비해 실밥이 도드라지는 편이다. 그래서 손끝으로 공을 채는 느낌을 좀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에 진흙을 바른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중고 제품’ 같은 느낌을 준다. 이에 비해 KBO리그에서는 포장을 갓 뜯은 새하얀 공을 그대로 사용한다. 변화구를 던지기엔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는 슬라이더는 한국이나 일본 시절에 비해 훨씬 날카로워졌다. 강한 악력으로 공을 찍어 누르는 오승환의 스타일이 메이저리그 공인구와 잘 맞는다는 분석이다. 류현진(LA 다저스)도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빠른 슬라이더를 메이저리그에서 던졌다. 메이저리그(뉴욕 메츠, LA 다저스)와 KBO리그(KIA)에서 모두 뛰었던 서재응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양국 공인구의 가장 큰 차이는 반발력인 것 같다. 한국 공이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비해 훨씬 멀리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나 같은 투수들에게는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훨씬 유리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두산에서 외야 자리 하나를 얻기까지 박건우(29)에게 필요했던 시간, 7년. 2009년 데뷔 첫해 고작 5경기 출전에 그쳤던 박건우는 이듬해엔 손목이 부러져 한 해를 날렸다. 입단 동기 정수빈은 같은 팀에서 훨훨 날았고 김상수(삼성), 안치홍(KIA), 오지환(LG)도 이미 각 팀의 주전이었다. “제 배포가 작았는지…. 모르겠어요. 왜 1군에만 오면 그렇게 못했는지. 제가 약간 소심한 성격이라 못하면 빨리 잊어야 하는데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니까 제 기량보다 더 못했던 것 같아요. 잘 치고 나가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했어요.” 1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건우는 담담하게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지 않았던 긴 시간을 견뎌낸 그는 풀타임 출전 첫해였던 지난 시즌 타율 0.335에 162안타 20홈런을 기록하며 두산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다. “전 100경기-100안타 정도만 생각했어요. 사실 ‘한 해에 어떻게 100안타를 치지?’라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런데 제가 그걸 이뤘잖아요. 생각해 보면 미국 가기 전에 룸메이트였던 (김)현수 형은 방에 오면 아침이고 저녁이고 메이저리그만 봤어요. 제가 안치홍, 김상수, 오지환을 보고 여기까지 올라왔다면 현수 형은 강정호, 류현진을 봤던 거죠. 저랑 생각하는 수준이 달랐어요. 그러니 메이저리그까지 가지 않았을까요. 현수 형에게 요즘도 많은 조언을 받아요.” 그는 지난 시즌 활약에는 운도 많이 따랐다고 했다. “원래 야구가 잘 맞아도 잡히면 아웃이고 빗맞아도 빈 곳에 떨어지면 안타잖아요. 그게 다 운이지 않을까요. 전 빗맞아서 투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도 안타가 되면 기분이 좋은데 잘 맞아도 아웃되면 잠이 안 와요. 아직은 실력이라고는 못하겠고 더 보여드려야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시즌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사이클링히트)’ 역시 중견수 플라이가 될 수 있었던 공이 애매한 위치에 떨어지는 행운의 3루타로 완성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 첫 두 타석에서 박건우는 범타로 물러났다. 행운은 끝없이 준비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이치 그대로였다. 다음 시즌부터는 팀에 매형도 생겼다. 최근 그의 누나가 팀 선배 장원준(32)과 백년가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원정 갈 때는 누나가 야구장에 와서 제 차를 집에 가져가거든요. 그때 한 번 형이랑 눈이 마주쳤었어요. 원준이 형이야 워낙 성실한 선배니 걱정할 건 없고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관리해 주신다고 하던데 걱정되네요(웃음).” 박건우는 10일 다음 시즌을 위한 새 모자와 유니폼을 받았다. 이제 진짜 다시 시작이다. 한 해 잘했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지난해에도 박건우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딱 4일 쉬고 운동을 시작하며 초심으로 돌아가자 다짐했다. 비시즌 운동은 여전히 김현수와 함께한다. 김현수는 여전히 매번 그의 밥값을 계산해준다. 다음은 그가 “현수 형 얘기 다 빼도 좋으니 꼭 써 달라”고 부탁한 말. “제가 2016년에 잘됐잖아요. 여기까지 오는 데 응원해주신 팬 분이 많아요. 경찰청 경기까지 보러 오셔서 밥까지 챙겨주신 분도 있어요. 이제는 제가 보답해야 할 차례예요. 제가 사진 찍는 걸 많이 싫어하지만 2017년에는 많이 찍어드리고 사인도 친절하게 많이 해드릴게요. 지켜봐 주세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헌재 기자}

2012년 초 그가 우상으로 여기는 스즈키 이치로(43·현 마이애미)와 함께 뛰고 싶다며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을 때 ‘뭐 이런 선수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그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잘생겼지, 실력 좋지, 돈 잘 벌지, 게다가 성격마저 유쾌했다. 그는 2011년 소프트뱅크에서 2억4000만 엔(약 24억7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꿈’과 ‘도전’을 위해 아무런 보장이 없는 미국행을 선택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가 흘러 2017년이 됐다. 최근 가와사키 무네노리(36·사진)는 시카고 컵스와 다시 한 번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벌써 6년 연속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초청선수로 참가해 20대 어린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한때 ‘꽃미남’이었던 그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진 못했다. 풍성하던 머리칼도 줄어들었고, 얼굴에 주름살도 많이 늘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그는 한 번도 주전이었던 적이 없다. 주로 마이너리그에 머물다 가끔 백업 선수로 빅리그에 올랐을 뿐이다. 2013년 토론토에서 96경기를 뛴 게 최다 출전이다. 작년에는 컵스에서 16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276경기 출전에 타율 0.237, 1홈런, 51타점, 12도루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유쾌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어느 팀에 가든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 어설픈 영어로 하는 솔직한 인터뷰에 팬들은 열광했다. 2015년에는 메이저리그 공식 동영상 사이트 CUT4가 ‘팬과 리그를 가장 들썩이게 한 선수’로 선정하기도 했다. 컵스는 지난해 ‘염소의 저주’를 깨고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가와사키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선수단에 동행했고, 결국 7차전 끝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도 받는다. 당시 그는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로서 그라운드에 나설 기회가 없어 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그의 일본 프로야구 복귀를 예상했다. 실제로 몇몇 일본 팀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그렇지만 그의 선택은 이번에도 역시 메이저리그 성공을 향한 ‘도전’이었다. 변치 않는 도전 의지에 일본과 미국의 팬들은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가와사키는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도 깊은 편이다. 이승엽(41·삼성)이 일본에서 뛸 때 먼발치에서 이승엽의 모습이 보이면 한걸음에 달려와 “승짱”(이승엽의 일본식 애칭)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2010년 말에는 그해 소프트뱅크에서 함께 뛰었던 이범호(36·KIA)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찾았다. 그해 이범호가 주로 2군에 머무른 것을 감안하면 통 큰 마음씀씀이였다. 왠지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선수가 있다. 많은 팬들에게 가와사키가 그런 존재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확실히 하는 것뿐이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오승환(35)은 6일 시즌 준비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로 출국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WBC 대표팀 승선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대표팀에 승선하든 안 하든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오승환으로서는 대표팀에 뽑히지 않아도 아쉬울 게 전혀 없다. 대표팀에 뽑히지 않으면 오히려 메이저리그 준비에 훨씬 유리하다. WBC에 출전하려면 평소보다 일찍 몸을 만들어야 하고, 메이저리그 개막 전인 3월 초부터 실전을 치러야 한다. 한국과 일본 미국으로 장거리를 이동하며 경기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시즌을 앞두고 부상 위험 및 체력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WBC에 나가지 않으면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고, 체력 부담도 한결 덜 수 있다. 올 시즌은 오승환 개인에게 무척 중요한 해다. 오승환은 올해로 세인트루이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지난해와 비슷한 활약(6승 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을 보인다면 연간 1000만 달러(약 119억 원) 이상의 다년 계약이 보장된다. 최근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의 몸값이 폭등하면서 아롤디스 차프만은 5년간 8600만 달러(약 1023억 원)를 받고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다. LA 다저스에 잔류한 켄리 얀선은 5년 8000만 달러(약 952억 원)를 받았다. 그렇지만 오승환은 대표팀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다. 그는 지난해 말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선수에게든 태극마크는 영광스럽다. 반대하는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 만약 대표팀에 뽑힌다면 최선을 다해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여전히 오승환의 대표팀 합류를 원하고 있다. 실력으로는 오승환만 한 선수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에겐 2015년 말 터진 해외 불법 도박 사건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김 감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 때문에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4일 대표팀 코칭스태프 회의에서도 내부적으로는 오승환을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결국 발표에까진 이르지 못했다. 마무리 투수로 새 시즌을 맞는 오승환은 출국하면서 “세이브가 많을수록 팀에 도움이 된다. 올해 팀 전력이 좋아져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가능하다면 월드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던져보고 싶다”며 올해의 웅대한 꿈을 밝혔다. 한편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류현진(30·LA 다저스)은 개인 훈련을 위해 같은 날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했다. 류현진은 한화 장민재, 김민우 등과 함께 기온이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2주가량 훈련을 할 예정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말 은퇴한 태권도 스타 차동민(31)이 모교 한국체대에 1000만 원을 깜짝 기부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차동민은 5일 한국체대를 찾아 후배들을 위한 발전기금으로 써 달라며 김성조 총장에게 1000만 원을 전달했다. 지난해까지 한국가스공사 소속이었던 차동민은 12월 31일부로 선수 생활을 접었고, 2월 초 아일랜드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차동민은 "은퇴를 하고, 새로운 출발을 앞둔 시점이다. 나름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인데 이상하게도 후배들에게 뭔가를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대학 때 힘든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작지만 후배들에게 인사한다는 차원에서 기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체대에 따르면 차동민은 은퇴 선수로 일정한 수입이 없다. 해외 유학도 자비로 떠난다. 박사 과정까지 밟을 계획이기 때문에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할 처지다. 김성조 총장은 "왜 영국이 아니라 아일랜드로 가냐는 질문에 차 선수는 '생활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솔직히 기부금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이 될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2007년 한국체대에 입학한 2008년 재학생 신분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는 한국체대의 올림픽 100번째 메달을 따 화제를 모았다. 한국체대 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아일랜드에서 어학연수를 마친 후 박사과정에 입학할 계획이다.이헌재 기자uni@donga.com}

“정말 행복합니다.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야구고요.”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삼성 이승엽(41)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이승엽은 2017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기로 이미 공언한 터. 그렇지만 은퇴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타격 훈련까지 마치고 기자와 마주한 이승엽은 “예전엔 야구 한번 잘해보겠다는 일념으로 탄산음료를 안 마셨다. 라면도 안 먹고, 김치도 물에 헹궈 먹었다. 하지만 이젠 다 먹고 즐긴다. 변하지 않은 건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다. 올해 못하면 다음엔 기회가 없다. 좀 더 열심히 달리겠다”고 했다. 2017년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슬픈 한 해로 남을지도 모른다. 20년 넘게 야구팬들을 웃고 울렸던 영원한 ‘국민 타자’ 이승엽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해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새해 첫날부터 야구장에 나와 땀을 흘리며 팬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했다. ○ “마지막까지 100점이 목표” 이승엽은 야구 선수로서 모든 걸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 8년을 포함해 작년까지 22시즌을 뛰면서 602개(한국 443개, 일본 159개)의 홈런을 쳤고,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우승 반지를 끼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도 결정적인 홈런포를 날렸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보이는 그에게 남은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3할, 30홈런, 100타점”이라고 했다. 3할-30홈런-100타점은 수준급 거포의 상징이다. 이승엽은 “중심타자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라고 표현했다. 통산 성적으로 이를 이루는 걸 선수 생활의 마지막 목표로 잡았다. 올해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15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그는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이 0.304나 된다. 평균 30홈런을 맞추려면 올해 7개의 홈런만 치면 된다. 타점은 89개가 남았다. 이승엽은 “시험으로 치면 89점만 맞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100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웃었다. ○ 예의 바르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이승엽의 이름 앞에는 ‘국민 타자’란 수식어가 붙는다. 1990년대 말 한 스포츠 기자가 붙인 이 별명이 언젠가부터 그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야구만 잘해서 얻은 별명이 아니다.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성을 지녔기에 그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민 타자’로 불려 왔다. 이런 칭찬에 대해 이승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어릴 적 스승인 박흥식 코치(현 KIA)와의 일화를 들려줬다. “야구를 잘하기 시작했을 무렵 스프링캠프 훈련 중 제가 성의 없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어요. 그날 숙소에 있는데 박 코치님이 편지를 한 통 주고 가시더라고요. 손으로 직접 쓴 편지엔 ‘큰 선수가 되려면 먼저 훌륭한 인성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어요. 부끄러웠습니다. 방망이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죠.” 그때부터 이승엽은 ‘모범 선수’가 됐다. 항상 유니폼을 단정하게 입고, 운동장에서는 최선을 다하려 애썼다. ‘국민 타자’라는 별명이 생긴 후에는 더 그랬다. 이승엽은 “처음엔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별명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 별명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사실 야구를 잘하고 못하는 건 내 의지로 되는 게 아니지만 야구장에서의 예절과 매너는 뜻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팬들과의 ‘아름다운 이별’ 40세이던 지난해 그는 타율 0.303에 27홈런, 118타점을 기록했다. 은퇴하기엔 여전히 기량이 아깝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저 역시 시원섭섭하죠.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고요. 하지만 예전부터 등 떠밀려 은퇴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은퇴 얘기도 제가 먼저 구단에 꺼냈고요.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요즘 ‘은퇴 투어’가 유행이다. 야구팬에게 사랑받았던 스타 선수들이 방문 경기를 갔을 때 경기 전 방문 팀에서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은퇴 기념품을 선물하기도 한다. 작년 보스턴에서 은퇴했던 데이비드 오티즈와 몇 해 전 데릭 지터, 마리아노 리베라(이상 전 뉴욕 양키스) 등이 은퇴 투어를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은퇴 투어’의 첫 주인공으로 이승엽이 가장 유력하다. 이승엽은 “제가 먼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도 “(상대팀에서)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 경기 분위기를 깨지 않는 선에서 10초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간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시즌 매 경기가 소중하기만 할 그는 특별 고별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홈런을 치고 들어온 뒤 어린이 팬들에게 끼었던 장갑을 주는 세리머니를 생각하고 있어요. 평소 안 하던 짓이지만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니까… 하하.” 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